악마판사 14
(경찰) 고인에 대하여 경례!
[수현 모가 흐느낀다]
수현아
우리 아기
(수현 모) 우리 아기 불쌍해서 어떡해요
[수현 모가 오열한다]
너 어디 안 다쳤지?
사랑한다!
[웃음]
[문이 탁 닫힌다]
(수현) 아, 아, 음
나랑 결혼할래?
사랑한다
(수현) 아니야, 뻥이야, 이 새끼야 안 사랑해
[숨을 하 내뱉는다] [수현의 헛기침]
그냥 조금 사랑해
아이씨
- (수현) 아이고, 빠이빠이 - (가온) 어, 어
(가온) 조심히 가
넘어질라, 또
[수현이 구시렁거린다]
(수현) 어유, 취향 참
(가온) 그걸 또 그렇게 갖다 붙이세요?
(수현) 그거 네가 갖다 댔던 핑계다
(가온) 조심할게, 걱정하지 마
[수현이 훌쩍인다]
[수현이 흐느낀다]
[훌쩍인다]
[가온과 수현이 흐느낀다]
[가온이 흐느낀다]
수현아
(가온) 평생 너 좋아하고 싶어
정말 많이 좋아한다, 수현아
(가온) 선서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본인은 법관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하고'
'법관 윤리 강령을 준수하며' [무거운 음악]
'국민에게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법관들) '선서합니다'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법관) 찍을게요 자,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사람들의 웃음]
- (가온) 이것 좀, 아, 빨리 - (수현) 아…
(수현) 아!
[정호의 웃음] (법관) 자, 모입시다
- (정호) 둘이 찍어라, 난 빠질게 - (가온) 아이
- (정호) 난 안 끼는 게… - (가온) 아이
(정호) 아이참 [정호의 웃음]
(법관) 한 장 더 찍을게요
이제 다음 찍을 때 좀 웃어 주세요
자,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어린 수현)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아이1의 신난 탄성]
[어린 가온의 놀란 탄성]
[어린 가온의 울음]
(어린 수현) 김가온, 그만 울어
괜찮아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울지 마
사랑해
[가온이 흐느낀다]
(수현) [힘없는 목소리로] 울지 마
울지 마, 김가온
울지 마, 어?
[가온의 놀란 신음] 가온아
[수현의 떨리는 신음]
가, 가온아, 사랑해
[비석을 툭툭 쓰다듬는다]
(가온) [흐느끼며] 수현아
수현아
[가온의 울음]
수현아
수현아
[가온의 울음]
[요한의 한숨]
정신이 좀 드나?
범인은?
범인은 잡았습니까?
그놈을 잡아야 됩니다, 그놈을
(요한) 김가온 어딜 가겠다는 거야
놔요, 그놈을 잡아야 돼요
김가온, 어딜 가겠다는 거냐고
(가온) 놔요
(엘리야) [흐느끼며] 그만해
[가온의 가쁜 숨소리] 제발
그러다 가온까지 죽으면
수현 언니는 불쌍해서 어떡해?
길거리에서 총 맞아 죽을 거야?
그걸 수현 언니가 보고 싶어 할 것 같아?
일단은 여기 있어, 응?
일단 여기 있으면서
요한이랑 상의해서 어떻게든
우리 어떻게든 하자, 응?
[차분한 음악]
[흐느낀다]
[가온의 괴로워하는 신음]
[주먹으로 다리를 탁탁 내리친다] [떨리는 숨소리]
(요한) 이제 좀 진정이 됐나?
대체 누가 수현이를 쏜 겁니까?
윤수현을 쏜 게 아니야
혼란한 틈에 우리 재판부를 제거하려 했던 거야
우리 재판부를요?
(요한) 생각해 봐
재단 놈들이 저지른 짓들을
방송을 중단하더니
아예 그 지역 전체 전기를 끊어 버렸다
[사람들이 흐느낀다] [남자들이 고함친다]
(요한) 앞뒤 가릴 여유도 없을 만큼 다급했던 거지
그래도 안 되니
아예 죽여 버리려 한 거겠지
[무거운 음악]
그럼 수현이가
[한숨 쉬며] 저 대신
저 대신 죽은 겁니까?
[흐느낀다]
다 안다, 지금 네 마음이 어떨지
[떨리는 숨소리]
지옥 같겠지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무간지옥
(요한) 나도 안다
그 속에 살고 있으니까
[한숨]
울 시간이 있다면
이런 짓을 저지른 놈들도
지옥 불 속에서 불타게 만들어
그게 지옥 속에서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흥미진진한 음악]
죽창 그놈은 잡았습니까?
우선 그놈으로부터 시작해야겠네요
재단 놈들을 처단하려면
[한숨]
시작하시죠
준비됐습니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기자들이 소란스럽다]
(요한) 정부가 투입한 이른바 긴급 구호 요원들이
무고한 시민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고
한 노인분을 무참히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저격범의 총탄에
한 경찰관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진상을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이 국가 폭력을 시범 재판 법정에 세워
관련된 모든 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기자1) 저, 그런데 허중세 대통령은
시범 재판부는 해체되고
비상 재판부가 신설된다고 발표했는데요
(진주)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힙니다만
저는 시민들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이른바 비상 재판부라는 곳에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가온) 재판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500만 명이 넘은 국민들이
이미 유죄에 투표했습니다
이 재판을 멈추려고 하는 자들이 있다면
그들이
바로 범인입니다
[용식의 웃음]
(용식) 저놈 봐라
이거 대놓고 공갈 협박 하네
막았다간 난리 날 거라 이거지
하여튼 인간아 시청률, 시청률 환장하더니
아주 초대형 사고를 쳤네, 그냥
이거 어떻게 수습할 거야!
(두만) 아이, 오진주 쟤가 저렇게 뒤통수칠 줄 누가 알았어?
아, 참 야심만만했던 애였거든요
그, 근데 왜 저러지?
아, 대법원장까지 노렸던 애야, 쟤가
(선아) 스스로 해 먹을 모양이죠
본 중에 제일 빛나긴 하네
반짝반짝
반짝반짝? 지금 남의 집 불구경해? 어?
(두만) 이거 다 까발려지면은 폭동이 일어나
우리 다 돌 맞아 죽어!
[중세가 손가락을 딱 튀긴다]
(중세) 죽이라 그래 [중세의 한숨]
하라 그래, 재판
(두만) 네?
그건 안 됩니다
(용식) 일단 언론부터 틀어막고
대법원에 압력을 가해서…
(중세) 전 국민이 생라이브로 지켜봤잖아
노인네가 쇠 파이프로 죽는 꼴, 맞아서
[중세의 한숨]
너무 위험해, 더는 안 돼
일단 지금은
[중세의 한숨]
꼬리부터 잘라야죠
[무거운 음악]
(중세) 이번 사태는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일부 현장 인력들의 과잉 의욕과
실적 경쟁이 낳은 안타까운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고인과 유족분들에게 정부를 대표해서
사죄드립니다
그러나
이를 기회로 근거 없는 음모론을 유포하면서
긴급 방역 및 긴급 구호 조치를 비방하는
어떠한 일이 있어서도 안 되겠습니다
만에 하나 이번 재판 과정에서
그러한 일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엄연한
명백한 국가에 대한 반역입니다!
[문이 탁 닫힌다] 수고하셨습니다
(중세) 문제는
노인네를 때려죽인 게 아니야
핵심은 바이러스인데
준비를 해 두는 게 좋겠어
준비라고 하시면?
(중세) 뭐, 바이러스가 있네, 없네 말들이 많은데
뭐, 까짓것 주지
[무거운 음악] 바이러스 발견되면 되는 거 아니야
엄청 못사는 변두리 지역에서
바이러스 나오면 되는 거 아니야, 어?
설마
바이러스를 유포하실 생각입니까?
필요하면 해야지
(중세) 응
지도자라는 게 말이야
때로는 대를 위해서
피눈물을 머금고 소를 희생시키는
그런 고독한 결단의 순간이
나에게도 다가올 수 있는 거라고
왜, 할리우드 영화 보면 이렇게 기도하면서
뉴클리어 밤 그냥 버튼을 팍 누르고
[중세의 웃음]
[헛웃음]
아니, 뭐가 이상해? 불만 있어?
아닙니다, 감동해서요
씁, 정 이사장 삐딱해
(중세) 이번 일 영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인데
왜, 발 빼시겠어?
그럼 반칙이야, 반칙 그럼 안 되지!
[중세의 헛웃음]
아니다, 뭐
강요한 걔한테 미련이라도 남았어?
[웃음]
(선아) 강요한은 제가 어떻게든 할 거니까
대통령님은 그 친구 입이나 좀 막아 주시죠
(중세) 누구?
노인네 때려죽여서 이 사달을 만들고 만
(선아) 대통령님 팬클럽 회장
죽창
설마
미련이라도 남은 거 아니시죠?
일단 재판까지 끌고 갔으니
(요한) 어떻게든 법정에서 밝혀야 돼
(가온) 바이러스가 있지도 않았다는 것까지
밝혀내야 될 텐데 가능하겠습니까?
고인국 변호사가
비상 대책 본부 연구원 한 분을 접촉하고 있는데
이따 만나기로 했어
같이 만날까?
네, 그러시죠
[가온의 한숨]
(요한) 저, 잠깐만
저녁은 먹었나?
아, 생각이 없어서요
(요한) 잠깐만
(가온) 네?
내가 출출해서 그러는데
라면을 하나 끓일 거야
하나 더 끓일까?
[살짝 웃으며] 고맙습니다
(가온) 근데 오늘 말고 다음에요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엘리야) 가온
왔어?
뭐 들어?
그냥
음악
밝은 거로 좀 들어
(엘리야) 우중충하게 그러고 있지 말고
밥
먹었어?
라면이라도 하나 끓일까 하는데
둘이 닮았네
무슨 소리야? 누구랑?
너희 삼촌
뭐야, 내가 어디를 그런 아저씨랑 닮아?
위로하는 게 서툰 거
위로는 무슨
(엘리야) 그냥 꼴 보기 싫어서 그렇지
세상 다 산 사람같이
재미없어
근데 위로가 된다
[차분한 음악] 서툴러서
고마워, 엘리야
뭐래
[한숨]
(녹음 속 수현) 아, 아, 음
나랑 결혼할래? [옅은 웃음]
사랑한다
아니야, 뻥이야, 이 새끼야
[살짝 웃으며] 그냥 조금 사랑해
(녹음 속 수현) 아, 아, 음
나랑 결혼할래?
사랑한다
[옅은 웃음] 아니야, 뻥이야, 이 새끼야
[살짝 웃으며] 그냥 조금 사랑해
[흐느낀다]
[가온의 한숨]
(중세) 바이러스가 있네, 없네 말들이 많은데
[무거운 음악] 뭐, 까짓것 주지
엄청 못사는 변두리 지역에서
바이러스 나오면 되는 거 아니야, 어?
[한숨]
(선아) 미친 광대 새끼
[통화 연결음]
(재희) 어, 언니
너 옛날에 나 살던 동네 알지?
거기도 긴급 방역 지역인가?
(재희) 그럴걸? 거기 완전 빈민 동네잖아
[어두운 음악]
그래, 그렇겠지
어, 전에 멘토 하러 갔던 청소년 복지원 있잖아
혹시 거기도…
(재희) 에이, 거긴 재단 부속 복지원이잖아
거긴 뺐을 거야
확인해 줘?
어? 아니야, 그냥
(선아) 우리 엄마는 이게 소원이었나 봐요
내가 평범하고 착하게 크는 거
(선아) 근데 왜 그랬을까?
그런 사람이 왜 술만 먹으면
나를 그렇게 때렸을까?
(학생) 저희 엄마도 그러셨어요
그래요?
(학생) 평소에는 천사같이 착하신데
술만 드시면 갑자기 막
울다가… [한숨]
[재희의 헛웃음] (재희) 와, 적응 안 돼
언니, 갱년기야?
남 걱정을 다 하네
야, 내가 네 걱정을 얼마나 하는데
(재희) 아유, 맨날 위험한 일 다 시키면서 걱정은 무슨
언니, 우린 비즈니스 관계잖아
위험 수당이나 잘 챙겨 줘
매정하고 버릇없는 년
끊어
[통화 종료음]
[한숨]
(선아)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어쩌겠어, 이미 와 버렸는데
[한숨]
[긴장되는 음악]
(요한) 잘 찾아오셨습니다, 박사님
(윤 박사) 강 판사님
(가온) 김가온입니다
반갑습니다, 김 판사님
(요한)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습니다
변종된 바이러스 발견된 게 사실입니까?
최소한 저는
아무런 과학적 증거도 본 적이 없습니다
3년째 전염병 대응 팀 연구원으로 계셨지 않습니까
(요한) 그런 박사님께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셨단 말입니까?
한 달 전부터 갑자기
청와대가 연구원들을 바꿔 버렸어요
(윤 박사) 핵심 자료는 전부 극비로 분류해 놓고
보여 주지도 않습니다
비상 대책 본부 지금 완전히 공포 분위기예요
무장한 군인들이 모든 걸 통제하고 있습니다
(가온) 검출된 바이러스의 샘플을
보신 적이 없다는 말씀이시죠?
네
겨우 사망자 부검 데이터만 훔쳐봤는데
증상에 유의미한 공통점이 없어요
(윤 박사) 단일 바이러스로 그렇게 다양한 증상이 생기긴 어렵습니다
유일한 공통점이 있다면
[윤 박사의 한숨]
그게 뭡니까?
영양실조입니다
영양실조요?
사망자들은 거의 다
노숙자, 걸인 방치된 노인들이에요
(윤 박사) 지금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난리 치는 곳들은
전부 극빈층 집단 거주 지역이고
이들을 죽인 것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가난입니다
영양실조와 위생 불량 상태에서
각종 만성 질병에 시달리던 분들이
다양한 이유로 사망하고 있어요
이걸 특정 지역에서 [흥미진진한 음악]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돌고 있는 것으로 둔갑시켜
인간 청소를 하고 있는 거
그게 이번 사태의 본질입니다
박사님, 지금 말씀하신 내용을
법정에서 증언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판사님
위험한 일입니다, 알고 계시죠?
각오하고 있습니다
(TV 속 기자2) 감염병 확산 방지를 이유로
대법원에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가운데
이번 사건의 변호인으로
현역 대령인 대통령 직속의 비상 대책 본부
법무실장이 선임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번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대령) 이번 일은 대단히 불행한 사고입니다
(요한) 방금 사고라고 했습니까 변호인?
(영상 속 죽창) 강요한! [영상 속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내려와!
내려와!
내려와, 내려와!
내려와, 내려와, 내려와, 내려와!
(요한) 다시 한번 대답해 보세요
이게 사고입니까, 변호인?
(대령) 네, 사고입니다
[무거운 음악] 사건의 전후 맥락 다 따져 봐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래, 도대체 무슨 맥락에서 70대 노인네를
쇠 파이프로 내려쳐서 살해한 건지
한번 얘기해 보시죠, 변호인
(대령) 지금 대한민국은 전시 상황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치명적인 변종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현장 요원들은 목숨을 걸고
위험한 현장으로 투입돼 있습니다
이 사건은 주민들이 긴급 대피 명령에
순응하지 않고 반발하는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고
우발적인 사고에 불과합니다
[영상 속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기계 조작음] (요한) 이게 방금 말씀하신
정상적인 공무 집행입니까, 변호인?
반복하지만 전시 상황입니다
(대령) 한가하게 인권이니 절차니 따지다가
전국적으로 바이러스가 퍼지면 그 책임
누가 집니까?
재판장님이 지실 겁니까?
(요한) 좋습니다
그럼 먼저 변호인께서 그렇게 강조하시는
전시 상황이 맞는지부터 확인해 보도록 하죠
이번에 발견되었다는 그 변종 바이러스에 대해
재판부의 직권으로
증인을 불러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시죠
윤명진 증인
(요한) 윤명진 증인
[긴장한 신음]
[긴장되는 음악]
윤명진 증인
윤명진 증인
(대령) 혹시 저희 비상 대책 본부 소속
윤명진 박사를 찾는 거라면
유감스럽게도 오늘 오전 돌아가셨습니다
[새어 나오는 웃음]
변종 바이러스 환자를 치료하시다가
감염되어서 12시간 만에
[피식 웃는다]
(남자1)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대령) 윤 박사의 숭고한 희생이 바로
지금 현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단적으로 보여 주는 증거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웃음]
(중세) 역시 법정 영화의 묘미는
살 떨리고
피비린내 나고 반전이 있어야 묘미지, 이렇게
안 그래요들?
[무거운 음악]
수현이를 죽인 놈들이 윤 박사님도 죽인 겁니다
[가온의 떨리는 숨소리]
진정해, 김 판사
(진주) 부장님, 어떡해요?
이렇게 된 이상 죽창이 입을 열게 만드는 것밖엔
방법이 없는 것 같은데
열게 만들어야지, 어떻게든
내가 준비한 게 좀 있어
지켜보기만 해, 아무 말 말고
(진주) 네?
좋습니다
그래서 변호인은 어떤 처벌이 적절하다는 겁니까?
(대령) 긴박한 상황에서 발생한 우발적인 범행인 점
그리고 피고인이 일자리도 없이 어려운 환경에서
힘겹게 살아온 청년인 점
무엇보다도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고 있는 점을 참작해서
최대한 관대한 형에 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요한) 검찰 측 의견은요?
제반 정상을 참작하여
징역 7년을 구형합니다
(요한) 그렇군요
양측 의견 잘 들었습니다
이젠 피고인에게 묻겠습니다
피고인
아, 예
(영상 속 중세) 이거 쟤 좀 쟤 좀 비춰 줘 봐 [영상 속 죽창의 당황한 신음]
저 찌질이 상판 좀 [흥미로운 음악]
웃을 수 있을 때 실컷 웃어 둬라, 인마 [영상 속 죽창의 웃음]
(요한) 허중세 대통령이
정치 인터넷 방송인 시절에 촬영 스태프였죠?
팬클럽 회장이기도 했고
[콜록거린다]
(TV 속 대령) 판사님 그게 지금 이 재판하고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대선 때 비공식 선거 운동원도 했었죠, 맞습니까?
아니요, 모르는 일입니다
(요한) 아, 본인 일인데 모릅니까?
(죽창) 네
재밌네요
(요한) 그때도 쇠 파이프 꽤나 휘둘렀었죠?
동료들과 함께 평화 시위 현장에 끼어들어서
폭력을 행사하고 상점을 약탈하지 않았습니까
강력한 법질서로 사회를 안정시킨다는
허중세 대통령 당선에 나름 기여한 것 같은데
아닙니까?
(두만) 지금 저거 판 키우자는 거 맞지?
지금 저거, 어?
(용식) 노인네 죽은 건은 핑계고
정권을 뒤엎겠다는 겁니다, 이게!
(중세) 아이, 징그러운 새끼! 진짜, 씨
아닙니다, 그거 판결 난 건데 술김에 실수였다고
(요한) 그래요?
그럼 이번에 긴급 구호 현장에 쇠 파이프를 소지한 것도
우연한 실수입니까?
아니면
누군가가 지시했습니까?
닥치는 대로 끌어내라고
지시받은 적 없습니다
제 판단으로 한 일입니다
피고인도 인기 있는 인터넷 방송인이었죠?
네
(요한) 피고인의 팬인
일자리 없고 가난한 청년들을 모아서
이번 현장에 투입시켰는데 그건 누구 짓이었습니까?
[무거운 음악] (죽창) 지시받은 적 없습니다
그냥 제가 그 친구들 처지가 어려워 보여서
돈 벌게 해 주려고…
사랑하고 존경하는 우리 애국자 여러분
(영상 속 중세) 안전한 대한민국 누가 만들 거야?
경찰만 믿으니까 안 되지
우리가 주인이 돼서 안전한 대한민국
[영상 속 중세가 말한다] 허중세 대통령의 이 방송 직후에
피고인은 일자리 없는 청년들을 모아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폭력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청년들이 이번 현장에도 투입됐고요
그런데 아무 지시 받은 바 없다?
(죽창) 네
제가 나라를 사랑해서 한 일입니다, 재판장님
어디까지나 한 명의 국민으로서
대통령님의 국정 철학에 깊이 공감해서
떨쳐 일어선 것뿐입니다!
죄입니까, 그게?
[악쓰며] 그게 어떻게 죄가 됩니까, 예?
그래서 모두 본인이 한 일이다?
네
본인 판단이고 본인 책임이다?
[죽창의 떨리는 숨소리]
(죽창) 네
[긴장되는 음악] 좋습니다
(요한) 변호인 변호인께서도 피고인처럼
대통령 국정 철학에 찬성하십니까?
물론입니다
위기일수록 지도자에게 힘을 실어 드려야 합니다
(요한) 그럼 이미 답은 나왔네요
피고인에 대한 적절한 처벌
대통령께서 이미 답을 알고 계십니다
(영상 속 중세) 이 나라 대한민국을
강력한 제대로 된 국가로 거듭나게 하려면
뭐가 있어야 돼?
응, 사자성어
사형 집행
♪ 빠라밤 빰빠밤 ♪
사형 집행
[무거운 음악] 개버러지 같은 범죄자 애들을
도대체 왜 국민의 피 같은 세금으로
먹여 주고 재워 줘야 되는 거냐고
이게 다 인권이다, 뭐다
설레발 까는 위선자 애들 때문인 거야
아니, 사람을 죽인 애들을 달랑 징역 10년, 20년
이게, 이게, 이게 말이나 돼?
허중세의 '개사이다'에서는
절대 이거 용납이 안 돼
잘 들어
사람 목숨값은 목숨으로 갚아야지, 응?
뭔 말인지 알지? 언더스탠드?
눈눈이이
오늘의 두 번째 사자성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리고 무슨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학대받은 트라우마 때문이다'
이렇게 싸구려 감성팔이 하는 변호사 걔네들
그냥 싹 다 잡아 처넣어야 돼
강력한 법질서, 강력한 국가!
적의 칼로 적을 친다
[영상 속 중세가 말한다] (선아) 강요한이 진짜 노리는 건
[영상 속 중세의 환호]
(영상 속 죽창) 내려와, 내려와! [영상 속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내려와, 내려와, 내려와!
내려와, 내려와, 내려와, 내려와!
'모든 게 다 본인 판단이다'
(요한) '지시받은 바 없다'
혼자 책임지는 게 소원이라면 그렇게 하십시오
다만
목숨값은 목숨으로!
[흥미로운 음악]
저는 이번 사건에 가장 적절한 형벌로
사형을 제안합니다
(검사) [책상을 쾅 치며] 재판장님!
(대령) 말도 안 됩니다
관행상 한 명 죽은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한 적은 없습니다
한 명으로 부족합니까?
(요한) 피고인이 두 명, 세 명, 네 명 죽일 때까지
기다려야 됩니까?
피해자 목숨값보다
살인자 목숨값이 훨씬 더 비싼 겁니까?
(대령) 피고인은 어려운 환경에서…
싸구려 감성팔이라면 집어치우십시오
환경이 어렵다고 다 죄짓진 않습니다
(요한) 이 법정에선 모든 죄인을 평등하게 대할 것입니다
인간은 책임을 지기 때문에 존엄한 것입니다
값싼 동정은 인간에 대한 모욕입니다
[긴장한 신음]
국민 여러분
살인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무엇입니까?
피해자가 흘린 피는 무엇으로 갚아야 됩니까?
[겁먹은 신음]
[놀란 신음]
[죽창의 떨리는 숨소리]
(요한) 잘 봤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정의에 대한 열망
정의는 말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집행되지 않은 형벌은 정의가 아니라 사기입니다
저는 정의 실현을 요구합니다
[긴장되는 음악]
[헛웃음]
전기의자…
[흐느낀다]
지금으로부터 24시간 후 사형이 집행될 것입니다
바로 이 자리에서
[흐느끼며] 잘못했…
(요한) 국민 여러분의 손으로
직접 정의를 실현해 주십시오
여러분이 더 많은 버튼을 누를수록
사형수 몸에는 더 많은 전류가 흐르게 될 것입니다
백만 명 이상 버튼을 눌러야 사형수는 사망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겁먹은 신음]
재판장님, 재…
(죽창) 재판…
재판장님, 재판장님! [문이 달칵 열린다]
저기요, 재판장님
재판장님!
[문이 탁 닫힌다] [겁먹은 숨소리]
(용식) [테이블을 쿵 치며] 법정을 도살장으로 만들겠다는 거야, 뭐야
[성난 탄성]
(두만) 이게 뭐 하자는 거야, 지금!
(선아) 강요한이 진짜 원하는 건 저겁니다
공포
24시간을 준 것도 그것 때문이고요
저 친구가 겁에 질려서 모든 걸 불게 만들려는 겁니다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두만) 와, 저 저 잔인한 새끼, 저거
사람 인두겁을 쓰고 어떻게
[말을 더듬거리며] 아이, 씨
[코웃음]
[긴장되는 음악] 어쩌실래요, 대통령님?
(선아) 저 친구 입을 막으셔야 될 텐데?
[힘겨운 신음] (두만) 지금이라도 없애 버려야 됩니다
구치소에 사람 보내서…
(용식) 야, 박두만!
아예 우리가 지시를 했다고 광고를 해, 광고를!
어쩌자고, 그러면!
내가
내가 입을 막을게, 응
(두만) 뭐, 어떻게요?
(중세) 저런 새끼들은 내가 진짜 잘 알아
걱정하지 마, 나, 나 허중세야
[테이블을 쾅 친다]
나야, 나
나 믿어요
내가 해결할게요
(진주) 부장님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에요, 부장님
그럼 어떡하자는 거지?
다른 대안이라도 있나?
이렇게까지 해서 죽창 입을 열자고요?
(진주) 전기의자에 앉혀서 그것도 국민을 이용해서요?
난 질문을 했을 뿐이고 대답은 국민이 했다
(요한) 압도적 다수가 찬성하는 거 봤잖아
그게 민주주의 아닌가?
그럼 부장님이 허중세와 뭐가 달라요?
정 반대하고 싶다면
재판부에서 나가
(진주) 부장님
김 판사도 뭐라고 좀 해 봐
[달려오는 발걸음]
김 판사, 뉴스 봤어?
(진주) 아휴
[진주가 리모컨을 달그락 집는다]
(TV 속 기자3) 강요한 판사가 요구한
전 국민 사형 집행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민정호 대법관이 방금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TV 속 정호) 이것은 형벌이 아니라 야만입니다
[TV 속 카메라 셔터음] 저는 미친 선동가에 의해 더럽혀진 이곳!
대법원을 떠나겠습니다
[TV 속 기자들이 소란스럽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교수님
(정호) 가온아
막아야 한다
이런 짓을 용납해선 안 돼
강요한 그 인간은
악마야
온 국민을 살인자로 만들고 있다고
[정호의 헛웃음]
부장님은 아마도 죽창의 입을 열게 만들려고 일부러…
그래서?
(정호) 국민들 손으로 전기 고문을 한다?
그것도 신성한 대법원에서?
그자의 말을 믿지 마라
그 뱀 같은 자는 사람들의 가장 약한 구석을 이용해서
세상을 희롱하고 있어
하지만 교수님
(가온) 권력자들이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고 있어요
수현이도 그놈들 손에…
(정호) 확실하냐?
[의미심장한 음악] 예?
수현이를 누가 죽였는지
확실하냐는 말이다
저희 재판부를 저격하려던 게 누구겠습니까?
(가온) 당시 상황을 생각해 보면…
그래
(정호)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근데 말이다
계속 이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었어
얼마 전에 수현이가 날 찾아왔었다
그때 수현이는
무슨 일 있냐?
가온이 일이냐?
[훌쩍인다]
(정호) 네가 강요한한테 속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수현이는 전부터 강요한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정호) 그 정도가 아니야 수현이는
강요한의 과거를 추적하고 있었다
그 성당 화재 사건에 대해서
그 사건을요?
(정호) 너도 수현이 끈질긴 거 잘 알지 않냐?
틈만 나면 그 동네에 찾아가서
성당과 관련된 사람들을 수소문하고 다녔다더라
그런데 딱 한 사람
요셉이란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는 거야
마치 누군가 작정하고 빼돌린 것처럼
어떤 사람입니까?
성당에서 먹고 자고 온갖 잡일을 다 하던 사람
(정호) 그 사람의 일 중에는
CCTV 관리도 있었다더라
수현이는 그 사람을 쫓고 있었어
근데 만약
수현이가 결국 그 사람을 찾았다면? 그리고
강요한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가온) 그래도 그건 가정일 뿐이잖아요
강요한이 자기 친형을 죽였다고요?
그 일 때문에 강요한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아십니까?
그건
절대로 꾸며 낼 수 없는 그런 끔찍한 고통이었어요
그 고통이
죄책감 때문이라면?
(정호) 그래서 필사적으로 과거를 숨기려 하고 있었다면?
근데
수현이가 그걸 파고들고 있었다면?
그만하십시오
그만 가 보겠습니다
(정호) 한 가지만 묻자
강요한 옆에서
사람을 전기로 지져 죽이고 있는 널
수현이가 본다면
뭐라고 할 것 같냐?
[차분한 음악]
(수현) 그렇다고 판사가
강요한처럼 이상한 짓 하면 안 되지
네가 듣고 본 것들만 해도 충분히 이상해
반칙은 반칙이야
그것도 범죄라고
(수현) 그리고 너 착각하면 안 돼
(가온) 착각?
(수현) 강요한한테 사정이 있든 없든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사정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렇다고 누구나 다 법을 어기는 건 아니잖아
(정호) 강요한 옆에서
사람을 전기로 지져 죽이고 있는 널
수현이가 본다면
뭐라고 할 것 같냐?
[놀란 숨소리]
(수현) 김가온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네가 여기 왜 있어?
- 수현아 - (수현) 너 지금 뭐 하는 거냐고
(수현) 내가 너 때문에 무슨 짓을 한 줄 알아?
[흐느끼며] 증거를 인멸했어 증거를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런 꼴을 보여?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런 꼴을 보여?
[한숨]
(죽창) [흐느끼며] 어떡해
우리 할머니 어떡해
나 진짜 이렇게 죽을지 몰랐단 말이야
아니야, 구해 주실 거야 [훌쩍인다]
나를 얼마나 아끼시는데
이대로 보내시지 않을 거야
이대로 보내시지 않을 거야 [달려오는 발걸음]
[문이 달칵 열린다]
[긴장되는 음악] (죽창) 뭐야? 뭐야?
뭐야, 놔, 이씨
놔, 이씨
[죽창의 겁먹은 신음]
[전기 충격기 작동음]
[죽창의 힘없는 신음]
[죽창의 긴장한 신음]
[죽창의 놀란 신음]
각하
[다가오는 발걸음]
정말 강행하실 겁니까?
멈춰야 될 이유가 있나?
죄지은 건 악인들인데
왜 죄 없는 시민들에게 벌을 주려는 겁니까?
벌이라고?
백주 대낮에 자기 손으로 사람을 죽이도록 만드는 게
(가온) 벌이 아니란 말입니까?
남의 손으로 죽이면 괜찮은 건가?
(요한) 방구석에 편안히 앉아 말로만 외치는 싸구려 정의 따위
난 믿지 않는다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누군가에게 '나 대신 악과 싸워 달라'
그건 공범일 뿐이야
세상엔 죄 없는 인간 따위는 없다
(가온) 아니요, 아닙니다
나서서 싸우진 못하지만 남한테 해치지 않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세상에 훨씬 많고
그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 누군가가 목숨을 거는 겁니다
윤명진 박사님 같은 분이
그리고
[한숨]
그리고 수현이 같은 경찰이
모두의 손에 피를 묻히는 세상은 지옥일 뿐입니다
부장님은 지금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내가 태어난 세상은 언제나 지옥이었어
제발 멈춰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전 부장님이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가는 걸
보고 싶지 않습니다
(가온) 네?
[차분한 음악] 나한텐
다른 선택지가 없다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뭐지?
강제 이주 현장으로 나갈 때
주민들이 죽창 부대와 충돌하면 희생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거
알고 계셨죠?
(요한) 여러분의 이웃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보고만 계실 겁니까?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남자2) 이거나 맞아라!
부장님
(노인) 판사님이 돌에 맞으셨소
아유, 판사님
야, 이 천벌을 받을 놈아, 응?
[노인의 신음]
[사람들의 겁먹은 신음]
강요한!
내려와!
(죽창) 내려와!
[노인을 퍽퍽 내려치며] 내려와, 내려와, 내려와!
(가온) 사실은 그걸 계획하셨던 거 아닙니까?
사람들을 싸우게 만들려면
희생자의 피가 필요해서?
그런 겁니까, 진짜로?
질문할 시간 있으면 행동이나 해
[한숨]
[긴장되는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무거운 음악]
(요한) 이제 예고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준비해 주십시오
정말 모든 걸 혼자 책임지시겠습니까?
누구의 지시를 받지 않은 게 맞습니까?
(죽창) 맞다니까 왜 자꾸 물어봐?
이 악마 새끼야
좋습니다, 국민 여러분
형을 집행해 주십시오
[헛웃음]
넌 이게 재밌냐? 어?
(죽창) 나 안 죽어, 내가 왜 죽어?
나는 잘못한 거 없어
[무거운 음악] (중세) 네가 진짜 찐 애국자인데
이게 무슨 고생이냐?
고생 너무 많아, 너 진짜 [죽창이 흐느낀다]
앉아, 앉아, 어
야, 사내새끼가 왜 울고 지랄이야?
내가 너 버릴 줄 알았어? 나야, 나, 허중세
아닙니다
저는 철석같이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
너는 나만 믿으면 돼
너 나 끝까지 한번 믿어 줘라
(중세) 내일 너 그 의자에 좀 앉아 줘야겠어
네?
(중세) 걔 강요한 걔 쇼하는 거야, 그 새끼
네 입에서 내 이름 나올 때까지 협박 쇼 하는 거라고
(죽창) 그, 그래도 저보고 죽으라고 하, 하시면
쫄지 마, 쫄지 마, 쫄지 마
(중세) 그냥 버티기만 하면 돼
정말로 만에 하나 이러다 위험하겠다 싶으면
내가 멈춰 줄게
대법원 전기 내가 다 끊어서라도
너 구해 줄게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이게 다 국가를 위한 일이야
네 평생소원
내가 수십 번, 수백 번 얘기했잖아
내가 들어줄게, 진짜로!
정말요, 각하?
(중세) 네가 평생 꿈꿔 오던 거
한강 뷰 아파트
공기업 정규직
내가 덤으로 비트코인 그냥 팍팍팍
어? [흐느낀다]
(죽창) 각하!
감사합니다!
아유, 새끼
용감한 새끼, 이거 [죽창이 오열한다]
어, 어, 어, 어…
네가 뭔데 날 죽여?
어디 해 봐, 한번
[코웃음]
[차분한 음악]
(요한) 국민 여러분
여러분이 이 나라의 주인입니다
주인은 스스로 책임을 지는 존재입니다
스스로 책임을 지기 때문에 주인인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이 나라의 주인이 되어 주십시오
[웃음]
[요한을 흉내 내며] '이 나라의 주인이 돼…'
[비웃음]
웃기는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씨
(여자1) 이런 놈을 가만 내버려 둘 거야?
(여자2) 아무리 그래도 아유, 너무 끔찍하잖아
(여자3) 어떻게
내 손으로 생사람을 잡아요? [휴대전화를 탁 놓는다]
(여자1) 한 번 사람 죽인 놈이 또 안 죽이겠어?
전부터 온갖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니던 놈이잖아
눌러야 돼, 어? 아, 누릅시다, 다들
- (여자1) 눌러요 - (여자2) 누를까?
[전류가 지지직 흐른다] [당황한 신음]
(죽창) [웃으며] 아유, 진짜
오, 오, 진짜 오네?
(남자3) 어? 진짜 되네?
(남자4) 돼요? 아저씨가 눌러서 방금 이거 된 거죠?
(남자3) 네, 이게 진짜 되네요 설마 했는데
(남자4) 그래요? 나도 한번 해 볼까?
씨, 나쁜 새끼, 씨
(남자5) 그래, 법은 법이지
(여자4) 누르는 게 맞아
야, 이게 근데 되긴 된다
신기하네
[죽창의 힘겨운 신음]
(죽창) 에이, 견딜 만해, 응
[죽창의 힘겨운 신음]
아니야, 괜찮아
버티라고 하셨거든
[죽창의 탄성]
[힘겨운 신음]
(남자6) 야, 눌러, 눌러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죽창) 버텨, 버텨야 돼 버텨야 돼
버텨야 돼
[힘겨운 신음]
(중세) 오, 버텨 주는데?
오케이, 오케이!
[죽창의 힘겨운 신음]
[죽창의 고통스러운 신음]
[문이 탁 닫힌다]
(아이2) 야, 야, 전기, 전기!
[아이들의 신난 탄성]
(여자1) 얘들아
(아이2) 눌러 [여자1의 놀란 신음]
(여자1) 어머 안 돼, 안 돼, 안 돼!
오, 안 돼
[아이2의 의아한 신음] 어?
[한숨]
아유, 어머나
[여자1의 한숨] [무거운 음악]
[고통스러운 신음]
버티라고 하셨어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죽창의 비명]
(직원) 판사님
방금 법무부에서
긴급 형 집행 정지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누구 짓입니까?
(직원) 김가온 판사님이 조금 전에 기자 회견을 하셨는데
[영상 속 카메라 셔터음] [웅장한 음악]
(영상 속 가온) 시범 재판은
모두
조작되어 왔습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요한) 저는 죄인입니다
내가 무서운가?
나 같은 괴물 따위 되고 싶지 않아?
(선아) 너는 그냥 내가 허수아비로 앉힌 어릿광대야
(남자7) 강요한을 대통령으로!
(용식) 이거 어떻게 해?
운도 좋아
(정호) 수현이 마지막 유품이다
(선아) 이제 진실을 알 때가 됐지
(가온) 내가 똑똑히 봤어
요셉을 만난 거야?
(선아) 이게 도련님이 필사적으로 숨기려던 거야
(요한) 넌 후회하게 될 거야
평생
(선아) 이제 좀 외로워 보이네?
.악마판사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