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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오해영 16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애잔한 음악]

 

[풀벌레 울음]

 

[떨리는 목소리로] 누가 이래 놨어?

 

누가 이래 놨어!

 

[흐느낀다]

 

(도경) 내가 솔직하게 다 말해도

 

우린 여전히 지금처럼 행복할 수 있을까? [도경의 힘겨운 신음]

 

[도경의 힘겨운 신음] 내가 죽는다는 걸 알아도

 

그녀는 지금처럼 내 앞에서 계속 웃어 줄 수 있을까?

 

죽기 전에

 

널 떠나는 일은 없어

 

89 아니야

 

100이야

 

(해영) 우리 모두 마음이 편했으면 좋겠습니다

 

[훌쩍인다]

 

[울먹이며] 아무도 마음 아픈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태진 씨도 나도 그 사람도 [흐느낀다]

 

[심장 박동 효과음] (도경) 아직은

 

그녀가 웃는 모습을 더 보고 싶고

 

그녀가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직은 더

 

[달려오는 자동차 엔진음]

 

[자동차 엔진 가속음]

 

[달려오는 자동차 엔진음]

 

[심장 박동 효과음]

 

[알람이 울린다]

 

[도경의 옅은 한숨]

 

[새가 짹짹 지저귄다]

 

[휴대 전화 조작음]

 

(도경) 회사까지 태워다 줄게

 

10분이라도 더 자

 

집 앞으로 갈게

 

[휴대 전화 진동음]

 

(해영)

 

[애잔한 음악]

 

[해영이 코를 훌쩍인다]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현관문이 덜컥 닫힌다]

 

[해영의 놀래는 탄성] [도경의 놀란 탄성]

 

[해영의 당황한 신음]

 

(해영) 어머, 미안, 미안, 미안, 미안해요 [도경의 힘겨운 신음]

 

어머, 어, 괜, 괜찮아요? 어떡해 [도경의 옅은 한숨]

 

어, 너무 세게 놀랬나 보다 강약 조절을 못 했다, 어, 미안해요

 

어, 아침부터 이러는 거 아닌데

 

아, 심장도 덜 깼는데

 

거기다가 놀랬으니, 미안해요

 

어, 감동 주려고 몰래 왔다가 진짜 이상하게 됐다

 

[도경의 옅은 웃음]

 

감동받아서 못 일어나는 거야

 

[해영의 옅은 웃음] [설레는 음악]

 

- 얼마나 기다렸어? - (해영) 한 10분?

 

(도경) 데리러 간다니까 왜 왔어?

 

(해영) 어제 골 부린 거 미안해서

 

이쁜 짓 좀 하려고 왔지

 

어제 일 신경 쓰지 마요

 

가끔 별거 아닌 일에도

 

혼자 훅 열받았다가 훅 가라앉았다 그래요

 

좋아할수록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좋아할수록 더 그래

 

미안해요

 

- 너 잘못한 거 없어 - (해영) 잘못했어

 

(해영) 자꾸 골 부리는 나한테 질려서 떠날까 봐

 

빨리 사과하는 거 아니에요

 

진짜 잘못한 거 같아서 사과하는 거예요

 

나 원래 내가 잘못한 거 같으면 빨리빨리 사과 잘해요

 

[피식 웃는다]

 

내가 어떻게 너 같은 여자를 만났는지 모르겠다

 

(해영) 내가 먼저 좋아했으니까 나한테 낚인 거예요

 

딴 사람들한테는 그렇게 얘기하지 말고

 

뭐, 내가 먼저 좋아한 거 사실인데

 

내가 첫눈에 반해서 딱 찍어 버리고 내 거 만들었는데 장하지

 

[피식 웃으며] 첫눈에 반해 줘서 고맙다

 

[해영과 도경의 옅은 웃음] (도경) 가자

 

(해영) 다시는 놀래는 거 하지 말아야겠다

 

너무 놀라서 내가 더 놀랐네

 

(도경) 여자한테는 하지 마, 위험해

 

특히 우리 누나한테는

 

(해영) 죽으려고 환장했어요? 이사님한테 그러게?

 

[해영의 옅은 웃음]

 

- (도경) 타 - 좋다, 이 액션

 

[도경과 해영의 옅은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수경의 지친 한숨]

 

[한숨]

 

[진상의 거친 숨소리]

 

[진상의 힘겨운 신음] [진상의 한숨]

 

[진상이 혀를 쯧 찬다]

 

[매혹적인 음악]

 

[당황한 신음] 아, 누나, 아, 잠깐만

 

아니, 아니, 나 아직...

 

아, 누나, 이거, 이거 아닌 거 같아

 

[훈이 입바람을 하 분다] 아, 아, 뭐야, 왜 이래, 이거? 이거 왜 이래?

 

(진상) 아, 누나, 진짜 이거 아닌 거 같아

 

(훈) 좋았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훈이 폭소한다] (진상) 아, 개훈, 씨!

 

아, 놀랐잖아!

 

어유, 씨...

 

(훈) 다 봤어, 누나랑 키스하는 거

 

생각보다 길게 하더라

 

그 입 다물어라

 

[숨을 하 내뱉으며] 집안에 법조인 탄생이라... 쩝

 

어깨에 힘 빡 들어간다, 매형

 

매형? 아, 너 진짜 뒈져 볼래?

 

키스했다며?

 

키스했으니까 결혼하는 거고 [진상의 한숨]

 

결혼하니까 매형 되는 거고

 

[한숨 쉬며] 아이, 뭐, 키스하면 다 결혼하냐?

 

그럼 난 뭐, 결혼을 천만번은 더 했게?

 

(진상) 이게 어디 고조선 때도 없던 악습을 디밀고 있어, 디밀긴?

 

뭐야? 그럼 결혼 안 해?

 

궁지에 몰린 사람 자꾸 더 궁지로 몰지 마라

 

그러다 큰일 난다

 

(진상) 나 지금 사시 공부 할 때보다도 더 머리 써 가면서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되나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 용쓰고 있는데

 

그렇게 자꾸 뚜껑 열리게 하면은

 

'에라, 나도 모르겠다 접시 물에 코 박고 죽자'

 

이딴 상황 나오게 만들지 말란 말이야!

 

- (훈) 어, 어, 변호사님, 워워 - (진상) 야, 너 빨리 꺼져 [애잔한 음악]

 

(진상) 아침부터 남의 방에 기어 쳐들어와 가지고

 

- (훈) 알,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 (진상) 진짜, 빨리 꺼져 [탁탁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

 

(진상) 꺼져, 씨! [진상의 못마땅한 한숨]

 

(훈) [흥얼거리며] 얼레리꼴레리!

 

개진상이랑 박수경이랑 키스했대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수경) 박훈, 나와

 

(훈) 개기지 않았어

 

별말 안 했지, 나?

 

(수경) 나와!

 

[진상의 멋쩍은 헛기침]

 

(수경) 접시 물에 코 박고 죽기 힘들다

 

[진상의 멋쩍은 헛기침] 천천히 고민해라

 

난 고민 끝냈다

 

너도 고민 끝나면

 

그때 서로 같이 얘기하자

 

(진상) 어떻게 결정했는데?

 

네가 결정 내리면 그때 얘기하자

 

(진상) 아이, 그러니까, 어떻게 결정했는데?

 

먼저 말 좀 해 주면 안 돼?

 

[답답한 한숨]

 

아, 이거 결정 못 나

 

안 나, 이거

 

누가 대신 좀 내 줘라, 좀, 제발

 

그냥 그 여자한테 솔직하게 다 말해, 어?

 

[의미심장한 음악] (순택) 죽는 순간까지 이미 다 봤다, 응?

 

죽는 순간까지 널 그리워하는 마음이 너무 강해서

 

그 마음이 시간을 뚫고 흘러들어 왔다, 어?

 

그래서 널 실제로 만나기 전부터 난 이미 널 알고 있었다, 응?

 

아이, 못 믿겠다 하면 내가 말해 줄게, 어?

 

안 믿기겠지만 사실이다 뭐, 이런 사람 종종 있다

 

내가 다 말해 줄게

 

그리고

 

그 여자랑 둘이 작전 회의를 하는 거야

 

한태진이라는 사람이 열받아서 날 죽이려고 하는데 어떡하면 좋겠냐

 

내가 살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다

 

헤어진 척하자

 

그럼 그 사람이 날 죽일 이유가 없지 않겠냐? [문이 끼익 열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헤어진 척하고 나중에 다시 만나자

 

(순택 선배) 뭐라고 그러는 거야! [순택의 당황한 신음]

 

(순택) 아, 아, 일단 일단 살고는 봐야 되니까...

 

(순택 선배) 앞뒤가 맞는 말을 해

 

지금 보이는 영상은 그 여자랑 사귀지 않고

 

그냥 헤어졌을 때 영상인데

 

안 사귀었어도 그 사람은 그랬을 거라는 거 아니야

 

- (순택) 그런가? - (순택 선배) 나가 있어

 

(순택) [한숨 쉬며] 어렵다

 

에이씨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나도 진짜

 

[순택의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순택 선배) 마음은 어때? [문이 탁 닫힌다]

 

편해요 이렇게 편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순택 선배) 맞게 가고 있네

 

긴장하지 마

 

긴장하면 두려워한다는 거야

 

지금 자네 앞에 닥친 상황은 다 자네가 이전에 불러온 거야

 

두려움과 긴장으로 꽉 차서 벌였던 행동의 결과가 지금 닥치고 있는 거지

 

이런 상황은 자네가 사랑으로 돌아설 때까지 반복적으로 펼쳐져

 

(순택 선배) 사랑으로 돌아서면 배워야 할 걸 배웠기 때문에

 

자네 인생 시나리오에서 그런 비슷한 상황들은 알아서 삭제되고

 

그래서 시나리오가 변하는 거야

 

변하는 거 한 번 봤잖아?

 

[애잔한 음악]

 

어디 가?

 

(해영) 길 가다 마주치면 알은척하지 말랬잖아

 

(도경) 신발 바꿔 신어

 

발소리 불편하게 들려

 

너 안고 뒹굴고 싶은 거 참느라 병났다

 

(도경) 미안해

 

근데 이게 본심이야

 

[순택 선배의 옅은 한숨]

 

두려움으로 상대해서는 시나리오는 안 변해

 

마음 편히 먹고 끝까지 가 봐

 

(순택 선배) 나도 자네 끝이 궁금하다

 

[옅은 한숨]

 

[순택의 한숨]

 

- (도경) 또 뵙겠습니다 - (순택 선배) 응

 

잘 가고 있는 사람한테 왜 애먼 짓 해?

 

드리프트 소리는 화면하고 정확하게 맞아?

 

금방 가니까 내가 들어가서 볼게

 

(도경) 그래

 

(꽃집 주인) 주문하신 상품 나왔습니다

 

[잔잔한 음악]

 

네, 감사합니다

 

(오해영) 꽃다발 들고 다니는 거 창피하다더니...

 

얼굴 왜 그래? 괜찮아?

 

별일 아니야 [오해영의 옅은 한숨]

 

[오해영이 입소리를 쩝 낸다]

 

(오해영) 우는 여자도 싫다더니

 

해영이 엄청 우는데

 

[한숨 쉬며] 뭔지 알아

 

다른 거 알아

 

오빠한테는 해영이처럼 겁 없이 솔직한 여자가 맞아

 

창피한 거 모르고 펄펄거리면서 좋아해 주는 여자

 

그런 여자가 맞아

 

잘 만났어

 

- (오해영) 축하해 - (도경) 고맙다

 

나 이거 착한 여자로라도 남고 싶어서 억지로 쿨한 척하는 거야

 

농담이야, 올라가자

 

(성진) 야, 너희들 근데 요즘 오 대리 되게 예뻐진 거 같지 않냐?

 

[직원들이 저마다 말한다] (문학) 에이...

 

오 대리가 그렇게 이쁜 건 아니다

 

[직원들이 소란스럽다] (해영) 아이, 왜 또 말을 그렇게 해? 섭섭하게

 

(문학) 아, 이만큼 이쁜데, 이쁜데...

 

- (해영) 누가 이뻐, 누가 이뻐? - (문학) 아이, 뭐, 찬주도...

 

- (성진) 오 대리가 이쁘지 - (문학) 에이, 이렇게 또, 에이...

 

(문학) 넌 밥이나 사, 맨날 밥을 안 사 [도경의 옅은 웃음]

 

[옅은 웃음] (해영) 자기는 안 사면서 맨날 사래?

 

[직원들의 미심쩍은 숨소리]

 

(성진) 웬 플라워?

 

(해영) 아, 이거 함부로 설레도 되나요?

 

아, 내가 원래 어, 책상 위에 꽃이 있으면

 

'또 잘못 왔군, 오해영 팀장한테 갔어야 되는 건데' 이랬는데

 

이거는 뭔가 내 거 같은 느낌?

 

[창도가 피식 웃는다] [성진의 한숨]

 

[해영의 놀란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해영) 카드도 없어

 

꽃 배달부가 두고 간 거면 카드는 있어야 되는 건데 [찬주의 호응하는 신음]

 

[해영의 벅찬 웃음]

 

이거, 이거, 음, 만약에

 

만약에 그 사람이 두고 간 거면 내가 오늘 못 할 짓이 없다!

 

[휴대 전화 진동음] [해영의 설레는 탄성]

 

(해영) 어?

 

(도경)

 

[해영의 설레는 탄성]

 

(해영) 여기까지 와 놓고 얼굴도 안 보여 주고 그냥 가냐, 이씨

 

(도경)

 

(도경)

 

(해영) 백번 낫지 [해영의 설레는 신음]

 

[설레는 음악]

 

이 꽃 내 거 맞아

 

[직원들의 어색한 웃음]

 

[해영의 옅은 웃음] (예진) 좋겠다

 

[해영의 의아한 신음] (도경)

 

[웃음]

 

(해영) 아이, 진짜

 

[해영의 설레는 탄성]

 

[숨을 하 내뱉는다]

 

[해영의 행복한 신음] [찬주의 옅은 웃음]

 

[해영의 아파하는 신음] [직원들의 새어 나오는 웃음]

 

- (찬주) 괜찮아요? - (예진) 괜찮아요?

 

(해영) 잠깐만

 

지금이 제일 아파

 

[문학의 새어 나오는 웃음] 원래 7초가 제일 아픈 거 알지?

 

[해영의 힘겨운 신음]

 

와, 땀이 훅 나네

 

[옅은 웃음]

 

[감탄하며] 다 저리 가

 

나 혼자만 즐길래 [문학의 기가 찬 웃음]

 

- (문학) 가자, 그냥 가 - (성진) 가

 

[우성이 말한다] - (찬주) 부럽다 - (예진) 부럽다

 

[숨을 하 내뱉는다]

 

[해영의 새어 나오는 웃음]

 

[자동차 엔진 시동음]

 

[기어 조작음]

 

녹음실 건물은 오늘내일 압류될 겁니다

 

(장 회장) 그리고?

 

아, 그리고 뭐 또 없어?

 

아니, 건물 하나 뺏고 끝이야?

 

집은 아직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무거운 음악] [장 회장의 어이없는 웃음]

 

(장 회장) 이야, 쿨하다

 

자네 대표 이사 자리 뺏기고 그 회사 대박 났다며?

 

그 동업자 친구만 좋은 일 시키고 고작 건물 하나 뺏고 끝?

 

[장 회장의 기가 찬 웃음]

 

야, 쿨하다, 그럼 됐어

 

아, 이제 나도 자네한테 그만 미안해도 되는 거지?

 

[장 회장의 웃음]

 

박도경 말만 믿고 내가 투자금 안 뺐으면

 

쓰읍, 자네는 지금쯤 세단 몰고

 

보좌관 대동하고 다니면서 폼 나게 사는 건데

 

괜히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 가지고 내가 미안해서 그런 건데

 

자네가 됐다면 나도 됐어

 

이야, 통 크다, 응?

 

- (태진) 더 알아보겠습니다 - 아니야, 하기 싫으면 하지 마

 

자네 마음이 다 풀렸으면 됐지, 뭐

 

[장 회장의 웃음]

 

더 찾아보겠습니다

 

(장 회장) 이봐

 

사나이가 공격할 때는 무조건 케이오시켜야 돼, 잽은 안 돼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빡!

 

[입소리를 쯧 낸다]

 

가, 나 쉬어야겠어

 

[장 회장의 피곤한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무거운 효과음]

 

[문이 끼익 여닫힌다] [장 회장의 힘주는 신음]

 

[의미심장한 음악]

 

(장 회장) 너 똑바로 알아들어

 

난 네가 구린 짓 해서 투자금 뺀 거 아니야

 

박도경 그놈 부탁으로 뺀 거야

 

감사합니다

 

(장 회장) 야, 이봐, 얼빵아

 

지금 나가면 한태진이랑 부딪치잖아!

 

[찬수의 초조한 숨소리]

 

[혀를 쯧 찬다]

 

저 새끼 저거 사업하기는 글러 먹었어

 

간이 저렇게 작아서야, 쯧쯧

 

너 빨리 챙겨 들고 튀어

 

(장 회장) 남들이 대박으로 알 때 튀어 [장 회장의 헛기침]

 

[떨리는 숨소리]

 

[TV에서 방송이 흘러나온다]

 

[현관문이 철컥 여닫힌다] (해영) 다녀왔습니다!

 

[도어 록 작동음] [해영의 다급한 신음]

 

아하, 밥 있고

 

[밥솥을 탁 닫으며] 당근, 당근

 

아, 당근 있고 멸치볶음이 있었던 거 같은데

 

아, 있다

 

우엉, 우엉... 엄마, 우엉 없어? 절인 우엉?

 

어, 우엉 있어야 되는데, 어? [익살스러운 음악]

 

아, 김자반 있고

 

아이, 왜 집에 우엉이 없어? 이해를 못 하겠네

 

참기름, 참기름 참기름 어디, 어, 참기름

 

[해영이 중얼거린다] 아, 참기름, 참기름, 참기름 있고

 

볼, 볼, 아, 여기 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이상하다 집에 우엉이 없냐?

 

[현관문이 철컥 열린다] 이해를 할 수가 없네

 

[헛기침] [현관문이 탁 닫힌다]

 

[애잔한 음악] (덕이) 1985년 5월 22일

 

이 동네에 여자아이가 하나 태어났죠

 

성은 '미'요, 이름은 '친년'이

 

나를 닮아서 미웠고

 

나를 닮아서 애틋했습니다

 

왜 정 많은 것들은 죄다 슬픈지

 

(덕이) 얼마예요?

 

(덕이) 정이 많아 [슈퍼 주인이 대답한다]

 

내가 겪은 모든 슬픔을 친년이도 겪을 거라고 생각하니

 

- (슈퍼 주인) 안녕히 가세요 - (덕이) 네

 

(덕이) 그래서 미웠고

 

그래서 애틋했습니다

 

차고 오던 깡통도 버리지 못하고

 

집구석으로 주워 들고 들어오는 친년이를 보면서

 

울화통이 터졌다가

 

또 그 마음이 이뻤다가

 

[현관문이 철컥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해영) 응?

 

엄마! 엄마 [애교 섞인 신음]

 

[해영이 도마질을 탁탁 한다]

 

[헛기침]

 

[해영이 연신 도마질을 탁탁 한다]

 

(덕이) 어떤 놈한테 또 정신 팔려 간, 쓸개 다 빼 주고 있는 친년이

 

그게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응원하는 사람이 돼 주면 그래도 덜 슬프려나?

 

그딴 짓 하지 말라고 잡아채 주저앉히는 사람이 아니라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래도 좀 덜 슬프려나?

 

그래서 오늘도 친년이 옆에 앉아 이 짓을 합니다 [해영이 흥얼거린다]

 

다 왔어

 

[설레는 음악] [이어셋 조작음]

 

[문소리가 철컥 난다]

 

[해영의 옅은 웃음]

 

[해영의 애교 섞인 신음]

 

회사까지 왔으면 얼굴 좀 보여 주고 가지

 

더럽게 비싸게 굴어

 

아침에 봤으면서 뭘 또 봐?

 

[옅은 웃음] [휴대 전화 진동음]

 

[이어셋 조작음] 어, 왜?

 

언제 와?

 

- (도경) 왜? - (진상) 같이 들어가게

 

- (도경) 늦어 - (해영) 금방 도착하는데 왜요?

 

같이 먹으려고 도시락 많이 쌌는데

 

다 들었어, 지금, 다 들렸어, 씨

 

1층에 둘 테니까 들어와서 먹어

 

올라오지는 말고

 

(진상) 아이고, 그냥 둘이 배 터지게 처드세요, 쳇

 

야, 좋겠다, 이 개!

 

[휴대 전화 조작음] [진상의 성난 숨소리]

 

[투둑투둑 소리가 난다]

 

[콰르릉거리는 소리가 난다]

 

[휴대 전화 진동음] (훈)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 (훈) 어, 왜? - (진상) 언제 들어와?

 

누나랑 단둘이 있기 불편해서 그래?

 

[한숨] (훈) 서로 키스한 사이에 왜 그러냐?

 

세상 여자라면 환장을 하는 형이 왜?

 

우리 누나 그렇게 대접하면 내가 슬프다

 

[진상의 난처한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그냥 편의점에서 소주 한 병 까고 들어가

 

(진상) 아니... [통화 종료음]

 

[한숨]

 

(훈) 다시 하자

 

[훈의 옅은 웃음]

 

자, 가자

 

- (이준) 완성된 건 아니고요 - (희란) 그래도 한번 보죠

 

(이준) 이쪽으로 오세요

 

- (훈) 안녕하세요 - (희란) 네

 

(안나) 이 언니야? [문소리가 달칵 난다]

 

이 언니 맞네

 

(희란) 뭐랬길래 이래요?

 

얘, 그렇게 안 쳐다봐도 돼

 

나 네 남자한테 관심 없어

 

언니가 꼬셨다던데? [훈의 당황한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희란의 기가 찬 웃음]

 

이거 어디 겁나서 시나리오 작업 하자고 하겠나? [훈의 난처한 신음]

 

(안나) 발끈하는 거 보니까 맞네

 

- 너 몇 살이니? - (훈) 아, 아, 잠깐만

 

(훈) 여, 여보, 여보세요, 예, 예, 사장님

 

[문이 벌컥 열린다]

 

나이 까서 좋을 거 없는 건 언니 아니에요?

 

[옅은 웃음]

 

너 말 되게 잘한다? 더 해 봐

 

시나리오 작업 여기서 그만두시면 언니만 웃겨지는 거 아시죠?

 

[희란이 피식 웃는다]

 

뭐, 남자가 없어서 우리 오빠한테 그런 거 같지는 않고

 

일은 프로답게 하실 거라고 믿어요 [희란의 기가 찬 웃음]

 

(안나) 아, 혹시 우리 오빠 못 믿겠으면

 

나 커피숍 알바 하니까 거기 와서 작업하세요

 

말하는 거 보니까 남친보다 낫다, 너

 

[놀라며] 우리 오빠 잘 모르시나 본데

 

(안나) 우리 오빠 존잘남이거든요

 

[희란의 기가 찬 웃음]

 

헐이네, 진짜

 

흠, 애인 하나 잘 뒀네

 

커피숍에서 봬요

 

[안나의 애교 섞인 신음]

 

(안나) 가자 [안나의 옅은 웃음]

 

어이구, 가자, 가자, 가자, 가자

 

[풀벌레 울음]

 

[멀리서 감성적인 음악이 들려온다] [태진의 깊은 한숨]

 

[태진이 숨을 하 내뱉는다]

 

[취한 목소리로] 일은 저지르고 있는데

 

신이 안 난다

 

밀어주는 사람 있으니까 가게는 잘되는데

 

신이 안 나네? [헛웃음]

 

누구 망하게 하는데 신나는 사람이 어디 있냐?

 

[옅은 한숨]

 

그렇게 마음에 걸리면 그만하든가

 

[헛웃음]

 

알 만한 사람 다 안다

 

[어두운 음악]

 

내가 박도경 그 새끼 때문에 구치소 갔다 와

 

갔다가 나오니까 내 여자까지 뺏겨

 

(태진) 다들 내가 어떤 액션 취할지 눈여겨보고 있는데

 

내가 여기서 그만두면은

 

[헛웃음]

 

전 국민 투표에 부쳐 보고 싶다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

 

난 그만두라에 한 표

 

[옅은 한숨]

 

[숨을 하 내뱉는다]

 

[한숨]

 

(해영) 아, 배불러 [해영의 한숨]

 

[해영이 코를 훌쩍인다] (도경) 잘 먹었어, 맛있었어

 

(해영) 좀 둬요, 바로 치우면 정 없대

 

참, 스탠드하고 오르골

 

(도경) 저기, 쇼핑백 그대로 있어

 

유치했지? 받은 거 돌려주는 거

 

[해영의 멋쩍은 웃음]

 

(해영) 아, 이만큼 화났다는 표시였어

 

눈에 보이면 생각도 날까 봐 그랬고

 

낮에 사무실 근처에 왔었어요?

 

아침에 봤으면서 웬 꽃?

 

꽃 보니까 갑자기 네 생각 나서

 

[설레는 음악]

 

[해영의 옅은 웃음]

 

박도경 봇물 터졌네

 

그렇게 좋은 거 그동안 어떻게 참았대?

 

[도경과 해영의 옅은 웃음]

 

이 닦아야지

 

(해영) 이 닦아야지 [도경의 옅은 웃음]

 

[해영의 설레는 웃음]

 

이 닦아야지, 이 닦아야지

 

퇴근하는데 사무실의 꽃이 자꾸 눈에 밟혀서 혼났네

 

그쪽 두고 오는 거 같아서

 

(해영) 불 꺼진 사무실에 혼자 있을 거 생각하니까

 

꼭 그쪽이 어두운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는 거 같아서

 

그거 시들어 가는 건 어떻게 보려 그래?

 

어, 생각만 해도 벌써 마음이 무너진다

 

너무 깊이 들어가진 마

 

(해영) 그래야지

 

근데 자꾸 그쪽이라 그러네?

 

그냥 섞어 쓸게요

 

(해영) 오빠가 없어 봐서 오빠가...

 

어, 오글거려

 

[휴대 전화 조작음]

 

(태진)

 

(해영) 누구?

 

(도경) 대리 [해영의 옅은 웃음]

 

일로 와 봐

 

(해영) 1번, 2번, 3번?

 

(도경) 해 봐

 

(해영) 1번

 

2번

 

[애틋한 음악]

 

기기를 잘 만지는 남자는 항상 멋져

 

나한테 왜 첫눈에 반했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몰라요, 나도

 

(해영) 내가 사랑할 사람은 그냥 알아본다잖아

 

그 사람이 나한테 뭘 되게 잘해 줘서

 

그런 이유로 사랑하는 게 아니고

 

그냥 첫눈에

 

알아보는 거라잖아

 

보자마자 그쪽 마음속으로 훅 쳐들어가

 

퍼질러 앉아 있고 싶었어

 

그쪽 불행하게 하는 것들 싹 다 치워 버리고

 

뜨끈하게 불 지피고

 

나 혼자 앉아 있고 싶었어

 

- 내가 불행해 보였어? - (해영) 응, 엄청 불행해 보였어

 

(해영)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그냥 두고 갈 수 없게

 

- 깡통이야? - (해영) 깡통은 불쌍한 거고

 

그쪽은 불행해 보였다니까?

 

첫눈에 반한 이유가 불행해 보여서네?

 

나도 불행했나 보지

 

(해영) '나도 불행하다 내가 행복하게 해 줄게'

 

'같이 행복하자'

 

근데 너무 튕겼지, 나한테

 

잘생긴 것들은 원래 이렇게 튕기나?

 

[도경의 옅은 웃음] 또, 또 잘생김이 폭발한다

 

[해영의 다정한 웃음]

 

그쪽이

 

빨리 늙어 꼬부랑 할아버지가 됐으면 좋겠어

 

박도경을 매력적으로 봐 주는 여자가

 

이 세상에 나 하나밖에 없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게

 

(도경) 너는 확 뚱뚱해져 버리고 [해영의 옅은 웃음]

 

그럴까, 우리?

 

나는 확 살쪄 버리고 그쪽은 빨리 늙어 버리고?

 

[도경과 해영의 옅은 웃음]

 

[도경이 훌쩍인다]

 

(해영) 울어?

 

(도경) 아니

 

[감성적인 연주가 흘러나온다]

 

[휴대 전화 벨 소리]

 

[휴대 전화 조작음]

 

(상석) 왜?

 

뭐?

 

[못마땅한 신음]

 

[무거운 음악]

 

(이준) 형, 왜 그러는데요?

 

[문이 탁 닫힌다] [상석의 다급한 숨소리]

 

[상석과 이준의 가쁜 숨소리]

 

[상석과 이준의 가쁜 숨소리]

 

(상석)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된 거냐고! 씨

 

야

 

야

 

(훈) 형

 

- (도경) 통화 중이야, 나가 - (훈) 형!

 

나가라고!

 

[기태의 한숨]

 

[문이 탁 닫힌다]

 

[거친 숨소리]

 

(상석) 야, 대표님은 알고 있었던 거야?

 

(기태) 분위기가 딱 그런데, 뭐 도경이는 알고 있었네

 

[훈의 못마땅한 숨소리]

 

네 명 다 받아 다들 폴리 잘해, 믹싱도 잘하고

 

그냥 네 명 다 받아 줘라

 

기기 다 넘길게 대신 월급은 깎으면 안 되고

 

그래, 고맙다

 

사무직은 필요 없어?

 

[문소리가 탁 난다]

 

[지야의 다급한 숨소리]

 

(훈) 엄마죠?

 

[어두운 음악]

 

[지야의 떨리는 숨소리]

 

[훈의 한숨]

 

[기태의 못마땅한 한숨]

 

[기태의 한숨] [지야의 떨리는 숨소리]

 

(지야) 야!

 

[지야가 씩씩거린다]

 

너 나랑 하루 이틀 거래해?

 

내가 이자 한두 번 밀렸어?

 

그래도 안 준 적은 없잖아

 

갑자기 왜 이래, 너?

 

아, 누님, 돈놀이하는 놈이 돈 더 준다는데

 

(사채업자) 거, 안 팔 놈이 어디 있어?

 

내 빚을 팔았어?

 

누구한테? 누구한테 팔았어?

 

(사채업자) 아, 왜, 그, 아드님한테 열받은 놈이 비싼 돈 얹어 주고 사 갔어

 

(지야) 아, 그게 누군데!

 

[놀란 신음]

 

- 장 회장이야? - (사채업자) 아니, 왜, 그...

 

잘나가던 젊은 사업가 있잖아요

 

(사채업자) 한 방에 훅 가서 얼마 전에 구치소에 갔다 온

 

거, 아드님이 그렇게 만들었다면서요? 여자 때문에

 

그, 얼마 전에 라디오에서 터졌다던데?

 

그, 오해영이라고...

 

오해영?

 

[지야의 기가 찬 신음]

 

[기태의 한숨]

 

(기태) 오셨어요? 야, 박훈

 

야, 동산 압류까지 걸었냐?

 

한태진 이거 덩치에 안 맞게 쪼잔하게 플레이하네?

 

(훈) 형 좀 어떻게 해 봐, 손 놓고 있어

 

[옅은 한숨]

 

(진상) 압류 판결에 대해서 불복 신청 하고

 

시간 끄는 동안에 어떻게든 돈 좀 마련해 보자

 

(도경) 됐어, 다 뺏기는 게 맞아

 

- (진상) 야! - 내가 한 짓이 있잖아

 

(진상) 그래도 해볼 때까지는 해봐야 될 거 아니야

 

장 회장이랑 한태진이랑 붙은 거 같아

 

(도경) 네 법보다 장 회장 백이 더 세 그러니까 괜히 손쓸 생각 마

 

[답답한 한숨]

 

[진상의 한숨]

 

(진상) 내가 죽일 놈이다

 

그때 한태진한테 복수하라고 너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되는 거 아니었는데

 

내가 진짜 죽일 놈이야

 

[한숨 쉬며] 미안하다

 

면목이 없다, 내가

 

그때 네가 부추기지 않았으면

 

지금 해영이도 못 만났다

 

[피식 웃는다]

 

말이라도 그렇게 해 주니까 고맙네

 

저, 근데

 

다트는 네가 던졌다

 

[도경이 피식 웃는다]

 

[진상이 피식 웃는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웬일로 나 밥을 다 사 줘?

 

뭐, 그냥

 

13년간 내 편지 보관해 줘서 고맙다고

 

나 그동안 이리저리 꽤 이사 다닌 거 알지?

 

해외에도 나가 있고

 

나 그때마다 그 편지 들고 다녔다? [함께 웃는다]

 

(해영) 고마워

 

미안해

 

뭐가?

 

오랫동안 너 미워한 거

 

생각해 보면 네가 진짜로 나한테 잘못한 건 없는 거 같아

 

이름이 같다는 걸 빌미로

 

너 추켜세우려고 날 깔아뭉갠 남자애들이 잘못한 거지

 

우리 만약에 다른 이름이었으면 엄청 친했을 거야

 

안 친했어 이쁜 애들은 이쁜 애들끼리 친하잖아

 

[헛웃음 치며] 야, 너 엄청 이쁘거든?

 

아유, 너는 그래서 미워

 

(해영) 먹어 [오해영의 기가 찬 웃음]

 

- (해영) 응, 베이컨 - 잘 먹을게

 

[함께 웃는다]

 

(해영) 이런 구두는 어디서 사니? 이것도 명품이지?

 

(오해영) 어, 아니야, 이거 인터넷에서 엄청 싸게 파는 건데

 

- (오해영) 사이트 주소 알려 줄까? - (해영) 어

 

(오해영) 그래 [함께 웃는다]

 

내가 이따가 톡으로 보내 줄게

 

[오해영과 해영의 놀란 탄성] [무거운 음악]

 

(지야) 이 미친...

 

네가 지금 웃고 다닐 때야? 어? [오해영의 아파하는 신음]

 

남의 아들 인생 망쳐 놓고 생글생글 웃고 다녀? [해영의 놀란 탄성]

 

(해영) 어, 그만하세요! 뭐 하시는 거예요! 경찰 부르기 전에...

 

(지야) 불러! 어? 이년 그냥 확 얻다 처넣어 버리게

 

[지야의 못마땅한 탄성]

 

한 번 떨어졌으면 그만이지

 

왜 또 우리 도경이한테 들러붙어서 인생 망쳐? 어?

 

[지야의 못마땅한 신음]

 

너, 너랑 결혼할 뻔했던 놈이

 

(지야) 우리 도경이 인생 망치고 있는 거 알아, 몰라? 어?

 

알아, 몰라?

 

- (오해영) 가, 그냥 가 - (지야) 어딜 가?

 

(해영) 그만하세요, 그건 얘 아니에요

 

(오해영) 그냥 가

 

- (지야) 이 계집애가 진짜! - (해영) 아, 그만하시라고요!

 

- (지야) 넌 뭔데? - (해영) 그거 얘 아니에요, 저예요

 

(지야) [코웃음 치며] 뭐래?

 

[지야가 중얼거린다] [무거운 음악]

 

(지야) 얘가, 어, 얘인 줄 알고...

 

아, 그래서

 

현재 누구랑 누가 좋아하는 거야?

 

(해영) 저랑

 

여기...

 

[지야의 헛웃음]

 

[지야의 당황한 웃음]

 

(지야) 아, 그럼 얘랑 얘는 무슨 사이고?

 

아무 사이 아니에요

 

(지야) [한숨 쉬며] 이해 끝

 

아이고야... [지야의 황당한 웃음]

 

도경이 얘 왜 이러니?

 

어떻게 갈수록 보는 눈이...

 

[지야의 한숨]

 

보아하니 그렇게 사는 집 애는 아닌 거 같고

 

학교 때 공부는 좀 했니?

 

[기가 찬 웃음]

 

너, 흥분했구나

 

들떴어

 

남자 둘이 자기 좋다니까 정신을 못 차리는 거야, 그렇지?

 

아유, 아유, 참

 

어쩜 좋니, 너를?

 

너

 

놀던 동네에서 노셔야죠

 

주제 모르고 함부로 남의 동네에서 노셨다간 큰코다치세요

 

[애잔한 음악] [지야의 비웃음]

 

너 지금 남의 동네에서 노는 거야

 

아니? 무슨 말인지?

 

쳇, 길게 말할 것도 없겠다

 

딱 보니까 여러 사람 불편하게 할 물건은 못 돼

 

그러니까 괜히 질질 끌지 말고

 

너 결혼하려던 남자한테 다시 가

 

그럼 상황 깔끔하게 정리되는 거야

 

왜 대답이 없어?

 

어유, 진짜! 얘 또 답답이인가 보네

 

야, 네가 정말 도경이를 생각한다면

 

조용히 나가떨어지는 게 맞는 거지

 

우리 도경이 죽는 꼴 보려고 너 옆에 붙어 있어? 어?

 

[지야의 답답한 한숨]

 

너

 

남자가 아무 말 안 해도, 응?

 

'사랑하니까 괜찮다 옆에 있어 달라' 그래도

 

이럴 땐 여자가 알아서 현명하게 먼저

 

'굿바이, 마이 러브, 아디오스' 해야지

 

넌 영화도 안 보니?

 

그게 사랑이다, 너?

 

[지야의 답답한 한숨]

 

너 그놈한테 전화해

 

도경이한테 떨어졌다고 다시 돌아가겠다고

 

전화해

 

해라!

 

전화해

 

- (지야) 뭘 봐? - 이제 그만하실 때도 되지 않았어요?

 

[코웃음 치며] 넌 낄 데가 아니잖아?

 

흘러간 물이 왜 껴?

 

세상에서 오빠처럼 착한 남자는 없는 거 같아요

 

다른 남자들 같았으면 진작 어머니 버렸어요

 

[무거운 음악] (지야) 미친것

 

야, 누누이 말하지만

 

피는 물보다 진해

 

그리고 넌 양심의 가책도 안 느끼니?

 

이게 다 너 때문에 시작된 일이잖아!

 

저 때문 반 어머니 때문에 반이죠

 

[코웃음 치며] 반반이냐?

 

(지야) 확 그냥...

 

[지야의 못마땅한 탄성]

 

어디 가서 굿을 하든가 해야지

 

뭔 놈의 오해영들이 이렇게 꼬여? 어유!

 

(훈) 엄마가 또 형 몰래 사채 썼지? 형 보증인으로 세우고?

 

엄마 잘못 아니야

 

(훈) 갑자기 왜 이래?

 

갑자기 엄마 편은 왜 들어?

 

진짜 엄마 잘못 아니야

 

(도경) 소리사운드에 얘기해 뒀어 하던 영화 마무리 잘하고

 

너희들 넷 다 그쪽으로 넘어가 [기태의 한숨]

 

[상석의 헛웃음]

 

- (훈) 씨, 진짜 너무하네! 쯧 - (도경) 이게, 씨...

 

우리가 어디 갈 데가 없어서 이러는 줄 아십니까?

 

(상석) 저희라고 괴팍하고 깐깐한 대표님 마냥 좋아서 있었는 줄 아세요?

 

박도경이니까!

 

처음엔 더럽게 힘들어도

 

박도경이니까! 뭔가 더 배우겠지

 

하나라도 더 배우겠지!

 

[울먹이며] 나중엔 그냥 인간 박도경이 좋아서 있었던 건데

 

(도경) 울어야 되냐, 나?

 

(기태) 울든 말든 [훈이 술을 쪼르르 따른다]

 

우리가 대표님을 생각하는 것만큼

 

대표님은 우리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거 아닙니까!

 

(훈) 그냥 지하 같은 데 세 얻어서 다시 시작하면 되잖아

 

나 당분간 일 못 할 거야

 

[훈과 상석의 답답한 한숨]

 

못 하는 거야, 안 하는 거야?

 

[도경이 숨을 하 내뱉는다]

 

[의미심장한 음악]

 

(기태) 야, 넌 군대나 가

 

[훈이 낄낄거린다] (이준) 작년에 전역했잖아요

 

- (기태) 너 작년에 전역했어? - (이준) 네

 

[훈의 웃음] (이준) 작년에 전역했잖아요

 

[기가 찬 웃음]

 

웃네?

 

[훈과 상석의 웃음]

 

- (훈) 그냥 대놓고 까네 - (상석) 뭘 까? 대놓고 까?

 

(기태) 너 내, 너 내 성격 몰라? [음향 기사들의 웃음]

 

어디서 건방 떨고 있어? 한 대 맞으려고 [태진이 피식 웃는다]

 

[음향 기사들이 떠든다]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엔진 가속음]

 

[음향 기사들의 웃음]

 

[태진의 옅은 한숨] (기태) 아, 아이, 미친놈 진짜...

 

[음향 기사들이 연신 떠든다]

 

[훈이 숨을 카 내뱉는다]

 

(태진) 저 테이블 얼마 나왔어요?

 

(종업원) 7만 8천 원입니다

 

(태진) 30만 원 긁어 줘요

 

[포스 조작음]

 

[영수증 인쇄음]

 

술값 내 주려고 [태진이 술을 쪼르르 따른다]

 

돈도 없을 텐데

 

많이들 들어요

 

(기태) 아이, 거참, 그...

 

- (기태) 잘 먹겠습니다! - (상석) 감사합니다! [이준이 인사한다]

 

- (훈) 누구야? - (기태) 상석이 형 [상석이 대답한다]

 

(기태) 저번에 녹음실에 왔던 사람 아니야?

 

- (상석) 그러네 - (기태) 와, 느낌 싸하다 [자동차 엔진 시동음]

 

[기어 조작음]

 

- (도경) 어디야? - (해영) 아직 회사

 

나 오늘 야근이라 좀 늦을 거 같은데

 

끝나면 전화해, 데리러 갈게

 

(해영) 알았어요, 이따 봐요

 

[통화 종료음] [휴대 전화 조작음]

 

[애잔한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진상이 숨을 후 내뱉는다]

 

[도어 록 작동음]

 

(수경) 늦었구나

 

(진상) 어... [어색한 웃음]

 

아, 일이 좀 있어서 이것저것 알아보느라고

 

도경이 녹음실 건물이...

 

알아, 도경이 전화 왔었어

 

(수경) 와 앉아라

 

(진상) [한숨 쉬며] 저...

 

나 아직 결정...

 

[한숨]

 

내일 얘기하면 안 될까?

 

내가 내일 말할게

 

내일은

 

꼭 말할게

 

네 결정과 상관없이

 

내 결정을 말하마

 

(수경) 앉아라

 

한 번도 키스를 안 한 남녀 사이는 있어도

 

한 번만 한 남녀 사이는 없다

 

[애잔한 음악]

 

한 번의 벽을 깬 남녀는 줄곧 해 댄다

 

그러나

 

우리는

 

그날 밤 이후로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한 번만 한 사이

 

그건

 

아닌 사이라는 얘기다

 

[옅은 한숨]

 

[멋쩍게 웃으며] 나 역시 처음엔 어떻게 했으나

 

두 번은 안 되겠더라

 

아닌 거다

 

[한숨]

 

[울먹이며] 이제 그만 집에 가라

 

[난처한 한숨]

 

일어나라

 

[진상의 한숨]

 

[한숨] [문소리가 달칵 난다]

 

[풀벌레 울음]

 

(수경) 내 평생 너 담배 피우는 건 딱 두 번 봤다

 

영장 나왔을 때, 그리고 어제

 

이 상황은 남자이기 때문에 네가 억지로 감당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억지로 감당하지 않아도 돼, 괜찮아

 

너 모르게 나 혼자 키울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네가 알게 된 거고

 

그러니까 너 하나도 부담 가질 필요 없어

 

[진상의 한숨]

 

(진상) 누나

 

오랜 세월 가족처럼 살아온 우리가

 

하룻밤의 실수로 남녀 사이가 된다는 건

 

(수경)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진상의 한숨]

 

자, 이 시간부로

 

나는 너를 책임감과 의무에서 해방시킨다

 

그러니까 돌아보지 말고 가라

 

[진상의 난처한 한숨] 돌아보면 죽는다

 

- (진상) 아, 누나 - 너 할 만큼 했어

 

(수경) 나도 할 만큼 했고

 

이쯤 했으면 됐어

 

괜찮아, 가

 

돌아보지 말고

 

자, 가라

 

[한숨]

 

돌아보면 죽는댔다?

 

[떨리는 숨소리]

 

앞만 보고 어서 가라!

 

[수경의 힘겨운 숨소리]

 

[울먹이는 한숨]

 

자, 괜찮아

 

가, 가, 가! 얼른!

 

[진상을 짝 치며] 가!

 

(진상) [흐느끼며] 누나, 내가 진짜...

 

정말 미안해 [애잔한 음악]

 

내가 미안해

 

(수경) 발걸음이 그게 뭔가?

 

씩씩하게 걷는다

 

[발을 탁탁 구르며] 왼발, 왼발!

 

얼른! 왼발!

 

왼발!

 

왼발! 잘한다! [진상의 울먹이는 숨소리]

 

왼발, 왼발, 왼발!

 

[진상이 흐느낀다] 맞춰 걸어!

 

왼발

 

잘한다

 

발 바꿔 가!

 

왼발, 왼발, 왼발!

 

발맞춰 가!

 

왼발, 왼발! 왼발!

 

[진상이 흐느낀다]

 

[진상이 계속 흐느낀다]

 

(수경) 왼발, 왼발, 왼발

 

왼발, 왼발

 

왼발

 

왼발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해영) 할 말 있어

 

(태진) 들어와

 

아니, 밖에서

 

내가 너 잡아먹을까 봐 그러냐?

 

여기서 얘기해

 

[무거운 음악]

 

[도어 록 작동음] [문이 철컥 열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태진의 옅은 한숨]

 

(태진) 물밖에 없다

 

(해영) 결혼 전날

 

밥 먹는 게 꼴 보기 싫어져서 나랑 결혼 못 하겠다고 했을 때

 

그날

 

태진 씨는 나한테 사망 선고 내린 거야

 

나한테 그 말은

 

넌 그냥 죽어야 된다는 말이랑 같은 말이었어

 

아침에 눈뜨기도 싫었어

 

죽고 싶었어 [애잔한 음악]

 

'어떻게 죽어야 될까?'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사고사여야 되는데'

 

'내가 왜 죽었는지 아무도 몰라야 되는데'

 

그랬다가 내 장례식장에 태진 씨가 와서 다 말해 버릴까 봐

 

그럼 또 죽어서도 창피할까 봐

 

별별 생각 다 해 가면서 죽지 않고 버텼어

 

마음은 무너져 죽겠는데

 

누가 알까 무서워서 아무렇지 않게 웃고 떠들고 다니는 게

 

얼마나 힘든 건 줄 알아?

 

[떨리는 목소리로] 심장이 녹아서

 

사라져 없어지는 거 같았어

 

숨이 쉬어지지 않았어

 

억지로 심호흡을 해야지 간신히 숨이 쉬어졌어

 

근데 그게 날 위해서 한 짓이야?

 

[태진의 옅은 한숨]

 

(태진) 너 분명히 나 기다린다 그랬을 거야

 

(해영) 어, 그랬을 거야

 

길게 가면 분명히 지쳤을 거야

 

차라리 지쳐서 나가떨어지게 하고 말지

 

그렇게 아픈 말로 사람 죽고 싶게 만들어?

 

너 고생시키고 부담 주고 싶지 않았다고

 

부담은 못 주겠는데 상처는 줘?

 

그게 사랑이니?

 

부담 주기 싫어서 상처 주는 게

 

그게 사랑이니?

 

(해영) 남자들 사이에선 그게 사랑이야?

 

어디서들 사랑을 배웠길래 그래?

 

남자한테 치욕스러운 말 듣고

 

결혼 전날 차이는 거랑 망한 남자 기다리는 거랑

 

여자한테 어떤 게 더 힘들 거 같아? 그런 계산도 안 해 봤어?

 

태진 씨 구치소에 있었다는 말 듣고

 

나 엄청 다행이다 싶었어

 

나 그렇게 구질구질한 여자는 아니구나

 

구제받는 느낌이었어

 

사랑하는 여자 뺏겨서 그 사람한테 복수하는 거란 말 하지 마

 

사랑한 거 아니야, 그거

 

내가 그렇게 힘들었을 때

 

그 사람이 챙겨 줬어

 

그 사람 때문에 버텼어

 

나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거 그 사람 덕분이야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전후 사정 똑바로 챙겨

 

그 새끼가 지은 죄가 있어서 너 건사한 거지

 

네가 좋아서 건사한 거야?

 

(해영) 그래도, 그래도 그 사람 때문에 버텼고

 

내가 먼저 좋아했어

 

내가 좋아해 달라고 사정했어

 

태진 씨 망하게 한 거 그 사람인 거 알고도

 

괜찮다고 한 거 나야

 

[애잔한 음악]

 

[헛웃음]

 

미쳤구나?

 

(태진) 여기 왜 왔니?

 

왜 왔니, 너?

 

[떨리는 목소리로] 그만 못 둬, 나

 

망하게 해도 돼

 

거지 만들어도 돼

 

그런 건 다 해도 돼

 

때리지만 마

 

부탁이야

 

때리지만 마

 

[울먹이며] 나 마음이 아파서 못 살겠어

 

[헛웃음]

 

참...

 

사람 참 형편없는 놈 만든다

 

미안해, 부탁이야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태진) 넌

 

오늘 여기 오지 말았어야 됐다

 

[상석이 훌쩍인다]

 

[기태의 힘겨운 신음]

 

(기태) [울먹이며] 내가 겨우겨우

 

[비가 쏴 내린다] 박도경 지랄하는 거에 정붙이니까

 

이제 헤어지잔다

 

나보고 꺼지란다

 

못 가 [기태가 흐느낀다]

 

(상석) 이러는 거 아닙니다 서운합니다, 진짜!

 

(훈) 다들 박도경 구 남친이냐? 왜 이렇게 질척대?

 

[음향 기사들이 오열한다]

 

- (훈) 시끄러워! - (도경) 먼저 일어난다

 

- (기태) 어디 가? - (상석) 어디 갑니까?

 

[기태가 외친다]

 

[감성적인 음악]

 

[휴대 전화 진동음]

 

[휴대 전화 조작음]

 

(도경)

 

(도경)

 

아저씨, 정문 말고 후문 쪽으로 가 주세요

 

[당황한 신음]

 

(해영) 아저씨, 아저씨, 문 좀 열어 주세요!

 

어, 안 돼요, 안 돼요 저 이리로 들어가야 돼요

 

좀 열어 주세요

 

어, 아저씨, 이 문, 이 문

 

한 번만 열어 주세요, 한 번만, 아저씨

 

(해영)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해영) 왔으면 왔다고 말을 하지 그럼 일찍 나왔잖아요

 

(도경) 자

 

[애잔한 음악]

 

[기가 찬 웃음]

 

(해영) 치

 

센스, 개센스

 

우산을 두 개 들고 왔어요

 

[해영의 지친 신음]

 

나 야근해서 힘도 없는데 진짜 패 버리고 싶다

 

[옅은 웃음]

 

각자 쓰니까 좋네!

 

비도 하나도 안 맞고, 어깨도 안 젖어!

 

[도경이 말한다] (노인) 아유, 고맙습니다

 

(해영) 아까 그 할아버지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그냥 각자 쭉 쓰고 가는 거였나?

 

그럼 그쪽 오늘 우산으로 나한테 맞았어

 

(도경) 그만 좀 하지

 

사람이 둘이라고 우산을 두 개 갖고 오냐?

 

(해영) 하긴 서해에서 그 야밤에 대리 기사 부를 때부터 내가 알아봤다

 

나도 말 좀 하게 좀 조용히 해라

 

알았어요, 말해요

 

(해영) 해요

 

할 말도 없으면서

 

(도경) 사랑해

 

[심장 박동 효과음]

 

[빗소리가 아득해진다]

 

[빗소리가 쏴 난다]

 

[애틋한 음악]

 

(해영) 어유, 씨, 기분 째진다

 

(해영) 우리의 끝은 해피 엔딩입니다

 

우리의 끝은 해피 엔딩입니다

 

(도경) 조금만 더 행복하자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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