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 16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애잔한 음악]
[풀벌레 울음]
[떨리는 목소리로] 누가 이래 놨어?
누가 이래 놨어!
[흐느낀다]
(도경) 내가 솔직하게 다 말해도
우린 여전히 지금처럼 행복할 수 있을까? [도경의 힘겨운 신음]
[도경의 힘겨운 신음] 내가 죽는다는 걸 알아도
그녀는 지금처럼 내 앞에서 계속 웃어 줄 수 있을까?
죽기 전에
널 떠나는 일은 없어
89 아니야
100이야
(해영) 우리 모두 마음이 편했으면 좋겠습니다
[훌쩍인다]
[울먹이며] 아무도 마음 아픈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태진 씨도 나도 그 사람도 [흐느낀다]
[심장 박동 효과음] (도경) 아직은
그녀가 웃는 모습을 더 보고 싶고
그녀가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직은 더
[달려오는 자동차 엔진음]
[자동차 엔진 가속음]
[달려오는 자동차 엔진음]
[심장 박동 효과음]
[알람이 울린다]
[도경의 옅은 한숨]
[새가 짹짹 지저귄다]
[휴대 전화 조작음]
(도경) 회사까지 태워다 줄게
10분이라도 더 자
집 앞으로 갈게
[휴대 전화 진동음]
(해영)
[애잔한 음악]
[해영이 코를 훌쩍인다]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현관문이 덜컥 닫힌다]
[해영의 놀래는 탄성] [도경의 놀란 탄성]
[해영의 당황한 신음]
(해영) 어머, 미안, 미안, 미안, 미안해요 [도경의 힘겨운 신음]
어머, 어, 괜, 괜찮아요? 어떡해 [도경의 옅은 한숨]
어, 너무 세게 놀랬나 보다 강약 조절을 못 했다, 어, 미안해요
어, 아침부터 이러는 거 아닌데
아, 심장도 덜 깼는데
거기다가 놀랬으니, 미안해요
어, 감동 주려고 몰래 왔다가 진짜 이상하게 됐다
[도경의 옅은 웃음]
감동받아서 못 일어나는 거야
[해영의 옅은 웃음] [설레는 음악]
- 얼마나 기다렸어? - (해영) 한 10분?
(도경) 데리러 간다니까 왜 왔어?
(해영) 어제 골 부린 거 미안해서
이쁜 짓 좀 하려고 왔지
어제 일 신경 쓰지 마요
가끔 별거 아닌 일에도
혼자 훅 열받았다가 훅 가라앉았다 그래요
좋아할수록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좋아할수록 더 그래
미안해요
- 너 잘못한 거 없어 - (해영) 잘못했어
(해영) 자꾸 골 부리는 나한테 질려서 떠날까 봐
빨리 사과하는 거 아니에요
진짜 잘못한 거 같아서 사과하는 거예요
나 원래 내가 잘못한 거 같으면 빨리빨리 사과 잘해요
[피식 웃는다]
내가 어떻게 너 같은 여자를 만났는지 모르겠다
(해영) 내가 먼저 좋아했으니까 나한테 낚인 거예요
딴 사람들한테는 그렇게 얘기하지 말고
뭐, 내가 먼저 좋아한 거 사실인데
내가 첫눈에 반해서 딱 찍어 버리고 내 거 만들었는데 장하지
[피식 웃으며] 첫눈에 반해 줘서 고맙다
[해영과 도경의 옅은 웃음] (도경) 가자
(해영) 다시는 놀래는 거 하지 말아야겠다
너무 놀라서 내가 더 놀랐네
(도경) 여자한테는 하지 마, 위험해
특히 우리 누나한테는
(해영) 죽으려고 환장했어요? 이사님한테 그러게?
[해영의 옅은 웃음]
- (도경) 타 - 좋다, 이 액션
[도경과 해영의 옅은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수경의 지친 한숨]
[한숨]
[진상의 거친 숨소리]
[진상의 힘겨운 신음] [진상의 한숨]
[진상이 혀를 쯧 찬다]
[매혹적인 음악]
[당황한 신음] 아, 누나, 아, 잠깐만
아니, 아니, 나 아직...
아, 누나, 이거, 이거 아닌 거 같아
[훈이 입바람을 하 분다] 아, 아, 뭐야, 왜 이래, 이거? 이거 왜 이래?
(진상) 아, 누나, 진짜 이거 아닌 거 같아
(훈) 좋았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훈이 폭소한다] (진상) 아, 개훈, 씨!
아, 놀랐잖아!
어유, 씨...
(훈) 다 봤어, 누나랑 키스하는 거
생각보다 길게 하더라
그 입 다물어라
[숨을 하 내뱉으며] 집안에 법조인 탄생이라... 쩝
어깨에 힘 빡 들어간다, 매형
매형? 아, 너 진짜 뒈져 볼래?
키스했다며?
키스했으니까 결혼하는 거고 [진상의 한숨]
결혼하니까 매형 되는 거고
[한숨 쉬며] 아이, 뭐, 키스하면 다 결혼하냐?
그럼 난 뭐, 결혼을 천만번은 더 했게?
(진상) 이게 어디 고조선 때도 없던 악습을 디밀고 있어, 디밀긴?
뭐야? 그럼 결혼 안 해?
궁지에 몰린 사람 자꾸 더 궁지로 몰지 마라
그러다 큰일 난다
(진상) 나 지금 사시 공부 할 때보다도 더 머리 써 가면서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되나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 용쓰고 있는데
그렇게 자꾸 뚜껑 열리게 하면은
'에라, 나도 모르겠다 접시 물에 코 박고 죽자'
이딴 상황 나오게 만들지 말란 말이야!
- (훈) 어, 어, 변호사님, 워워 - (진상) 야, 너 빨리 꺼져 [애잔한 음악]
(진상) 아침부터 남의 방에 기어 쳐들어와 가지고
- (훈) 알,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 (진상) 진짜, 빨리 꺼져 [탁탁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
(진상) 꺼져, 씨! [진상의 못마땅한 한숨]
(훈) [흥얼거리며] 얼레리꼴레리!
개진상이랑 박수경이랑 키스했대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수경) 박훈, 나와
(훈) 개기지 않았어
별말 안 했지, 나?
(수경) 나와!
[진상의 멋쩍은 헛기침]
(수경) 접시 물에 코 박고 죽기 힘들다
[진상의 멋쩍은 헛기침] 천천히 고민해라
난 고민 끝냈다
너도 고민 끝나면
그때 서로 같이 얘기하자
(진상) 어떻게 결정했는데?
네가 결정 내리면 그때 얘기하자
(진상) 아이, 그러니까, 어떻게 결정했는데?
먼저 말 좀 해 주면 안 돼?
[답답한 한숨]
아, 이거 결정 못 나
안 나, 이거
누가 대신 좀 내 줘라, 좀, 제발
그냥 그 여자한테 솔직하게 다 말해, 어?
[의미심장한 음악] (순택) 죽는 순간까지 이미 다 봤다, 응?
죽는 순간까지 널 그리워하는 마음이 너무 강해서
그 마음이 시간을 뚫고 흘러들어 왔다, 어?
그래서 널 실제로 만나기 전부터 난 이미 널 알고 있었다, 응?
아이, 못 믿겠다 하면 내가 말해 줄게, 어?
안 믿기겠지만 사실이다 뭐, 이런 사람 종종 있다
내가 다 말해 줄게
그리고
그 여자랑 둘이 작전 회의를 하는 거야
한태진이라는 사람이 열받아서 날 죽이려고 하는데 어떡하면 좋겠냐
내가 살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다
헤어진 척하자
그럼 그 사람이 날 죽일 이유가 없지 않겠냐? [문이 끼익 열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헤어진 척하고 나중에 다시 만나자
(순택 선배) 뭐라고 그러는 거야! [순택의 당황한 신음]
(순택) 아, 아, 일단 일단 살고는 봐야 되니까...
(순택 선배) 앞뒤가 맞는 말을 해
지금 보이는 영상은 그 여자랑 사귀지 않고
그냥 헤어졌을 때 영상인데
안 사귀었어도 그 사람은 그랬을 거라는 거 아니야
- (순택) 그런가? - (순택 선배) 나가 있어
(순택) [한숨 쉬며] 어렵다
에이씨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나도 진짜
[순택의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순택 선배) 마음은 어때? [문이 탁 닫힌다]
편해요 이렇게 편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순택 선배) 맞게 가고 있네
긴장하지 마
긴장하면 두려워한다는 거야
지금 자네 앞에 닥친 상황은 다 자네가 이전에 불러온 거야
두려움과 긴장으로 꽉 차서 벌였던 행동의 결과가 지금 닥치고 있는 거지
이런 상황은 자네가 사랑으로 돌아설 때까지 반복적으로 펼쳐져
(순택 선배) 사랑으로 돌아서면 배워야 할 걸 배웠기 때문에
자네 인생 시나리오에서 그런 비슷한 상황들은 알아서 삭제되고
그래서 시나리오가 변하는 거야
변하는 거 한 번 봤잖아?
[애잔한 음악]
어디 가?
(해영) 길 가다 마주치면 알은척하지 말랬잖아
(도경) 신발 바꿔 신어
발소리 불편하게 들려
너 안고 뒹굴고 싶은 거 참느라 병났다
(도경) 미안해
근데 이게 본심이야
[순택 선배의 옅은 한숨]
두려움으로 상대해서는 시나리오는 안 변해
마음 편히 먹고 끝까지 가 봐
(순택 선배) 나도 자네 끝이 궁금하다
[옅은 한숨]
[순택의 한숨]
- (도경) 또 뵙겠습니다 - (순택 선배) 응
잘 가고 있는 사람한테 왜 애먼 짓 해?
드리프트 소리는 화면하고 정확하게 맞아?
금방 가니까 내가 들어가서 볼게
(도경) 그래
(꽃집 주인) 주문하신 상품 나왔습니다
[잔잔한 음악]
네, 감사합니다
(오해영) 꽃다발 들고 다니는 거 창피하다더니...
얼굴 왜 그래? 괜찮아?
별일 아니야 [오해영의 옅은 한숨]
[오해영이 입소리를 쩝 낸다]
(오해영) 우는 여자도 싫다더니
해영이 엄청 우는데
[한숨 쉬며] 뭔지 알아
다른 거 알아
오빠한테는 해영이처럼 겁 없이 솔직한 여자가 맞아
창피한 거 모르고 펄펄거리면서 좋아해 주는 여자
그런 여자가 맞아
잘 만났어
- (오해영) 축하해 - (도경) 고맙다
나 이거 착한 여자로라도 남고 싶어서 억지로 쿨한 척하는 거야
농담이야, 올라가자
(성진) 야, 너희들 근데 요즘 오 대리 되게 예뻐진 거 같지 않냐?
[직원들이 저마다 말한다] (문학) 에이...
오 대리가 그렇게 이쁜 건 아니다
[직원들이 소란스럽다] (해영) 아이, 왜 또 말을 그렇게 해? 섭섭하게
(문학) 아, 이만큼 이쁜데, 이쁜데...
- (해영) 누가 이뻐, 누가 이뻐? - (문학) 아이, 뭐, 찬주도...
- (성진) 오 대리가 이쁘지 - (문학) 에이, 이렇게 또, 에이...
(문학) 넌 밥이나 사, 맨날 밥을 안 사 [도경의 옅은 웃음]
[옅은 웃음] (해영) 자기는 안 사면서 맨날 사래?
[직원들의 미심쩍은 숨소리]
(성진) 웬 플라워?
(해영) 아, 이거 함부로 설레도 되나요?
아, 내가 원래 어, 책상 위에 꽃이 있으면
'또 잘못 왔군, 오해영 팀장한테 갔어야 되는 건데' 이랬는데
이거는 뭔가 내 거 같은 느낌?
[창도가 피식 웃는다] [성진의 한숨]
[해영의 놀란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해영) 카드도 없어
꽃 배달부가 두고 간 거면 카드는 있어야 되는 건데 [찬주의 호응하는 신음]
[해영의 벅찬 웃음]
이거, 이거, 음, 만약에
만약에 그 사람이 두고 간 거면 내가 오늘 못 할 짓이 없다!
[휴대 전화 진동음] [해영의 설레는 탄성]
(해영) 어?
(도경)
[해영의 설레는 탄성]
(해영) 여기까지 와 놓고 얼굴도 안 보여 주고 그냥 가냐, 이씨
(도경)
(도경)
(해영) 백번 낫지 [해영의 설레는 신음]
[설레는 음악]
이 꽃 내 거 맞아
[직원들의 어색한 웃음]
[해영의 옅은 웃음] (예진) 좋겠다
[해영의 의아한 신음] (도경)
[웃음]
(해영) 아이, 진짜
[해영의 설레는 탄성]
[숨을 하 내뱉는다]
[해영의 행복한 신음] [찬주의 옅은 웃음]
[해영의 아파하는 신음] [직원들의 새어 나오는 웃음]
- (찬주) 괜찮아요? - (예진) 괜찮아요?
(해영) 잠깐만
지금이 제일 아파
[문학의 새어 나오는 웃음] 원래 7초가 제일 아픈 거 알지?
[해영의 힘겨운 신음]
와, 땀이 훅 나네
[옅은 웃음]
[감탄하며] 다 저리 가
나 혼자만 즐길래 [문학의 기가 찬 웃음]
- (문학) 가자, 그냥 가 - (성진) 가
[우성이 말한다] - (찬주) 부럽다 - (예진) 부럽다
[숨을 하 내뱉는다]
[해영의 새어 나오는 웃음]
[자동차 엔진 시동음]
[기어 조작음]
녹음실 건물은 오늘내일 압류될 겁니다
(장 회장) 그리고?
아, 그리고 뭐 또 없어?
아니, 건물 하나 뺏고 끝이야?
집은 아직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무거운 음악] [장 회장의 어이없는 웃음]
(장 회장) 이야, 쿨하다
자네 대표 이사 자리 뺏기고 그 회사 대박 났다며?
그 동업자 친구만 좋은 일 시키고 고작 건물 하나 뺏고 끝?
[장 회장의 기가 찬 웃음]
야, 쿨하다, 그럼 됐어
아, 이제 나도 자네한테 그만 미안해도 되는 거지?
[장 회장의 웃음]
박도경 말만 믿고 내가 투자금 안 뺐으면
쓰읍, 자네는 지금쯤 세단 몰고
보좌관 대동하고 다니면서 폼 나게 사는 건데
괜히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 가지고 내가 미안해서 그런 건데
자네가 됐다면 나도 됐어
이야, 통 크다, 응?
- (태진) 더 알아보겠습니다 - 아니야, 하기 싫으면 하지 마
자네 마음이 다 풀렸으면 됐지, 뭐
[장 회장의 웃음]
더 찾아보겠습니다
(장 회장) 이봐
사나이가 공격할 때는 무조건 케이오시켜야 돼, 잽은 안 돼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빡!
[입소리를 쯧 낸다]
가, 나 쉬어야겠어
[장 회장의 피곤한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무거운 효과음]
[문이 끼익 여닫힌다] [장 회장의 힘주는 신음]
[의미심장한 음악]
(장 회장) 너 똑바로 알아들어
난 네가 구린 짓 해서 투자금 뺀 거 아니야
박도경 그놈 부탁으로 뺀 거야
감사합니다
(장 회장) 야, 이봐, 얼빵아
지금 나가면 한태진이랑 부딪치잖아!
[찬수의 초조한 숨소리]
[혀를 쯧 찬다]
저 새끼 저거 사업하기는 글러 먹었어
간이 저렇게 작아서야, 쯧쯧
너 빨리 챙겨 들고 튀어
(장 회장) 남들이 대박으로 알 때 튀어 [장 회장의 헛기침]
[떨리는 숨소리]
[TV에서 방송이 흘러나온다]
[현관문이 철컥 여닫힌다] (해영) 다녀왔습니다!
[도어 록 작동음] [해영의 다급한 신음]
아하, 밥 있고
[밥솥을 탁 닫으며] 당근, 당근
아, 당근 있고 멸치볶음이 있었던 거 같은데
아, 있다
우엉, 우엉... 엄마, 우엉 없어? 절인 우엉?
어, 우엉 있어야 되는데, 어? [익살스러운 음악]
아, 김자반 있고
아이, 왜 집에 우엉이 없어? 이해를 못 하겠네
참기름, 참기름 참기름 어디, 어, 참기름
[해영이 중얼거린다] 아, 참기름, 참기름, 참기름 있고
볼, 볼, 아, 여기 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이상하다 집에 우엉이 없냐?
[현관문이 철컥 열린다] 이해를 할 수가 없네
[헛기침] [현관문이 탁 닫힌다]
[애잔한 음악] (덕이) 1985년 5월 22일
이 동네에 여자아이가 하나 태어났죠
성은 '미'요, 이름은 '친년'이
나를 닮아서 미웠고
나를 닮아서 애틋했습니다
왜 정 많은 것들은 죄다 슬픈지
(덕이) 얼마예요?
(덕이) 정이 많아 [슈퍼 주인이 대답한다]
내가 겪은 모든 슬픔을 친년이도 겪을 거라고 생각하니
- (슈퍼 주인) 안녕히 가세요 - (덕이) 네
(덕이) 그래서 미웠고
그래서 애틋했습니다
차고 오던 깡통도 버리지 못하고
집구석으로 주워 들고 들어오는 친년이를 보면서
울화통이 터졌다가
또 그 마음이 이뻤다가
[현관문이 철컥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해영) 응?
엄마! 엄마 [애교 섞인 신음]
[해영이 도마질을 탁탁 한다]
[헛기침]
[해영이 연신 도마질을 탁탁 한다]
(덕이) 어떤 놈한테 또 정신 팔려 간, 쓸개 다 빼 주고 있는 친년이
그게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응원하는 사람이 돼 주면 그래도 덜 슬프려나?
그딴 짓 하지 말라고 잡아채 주저앉히는 사람이 아니라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래도 좀 덜 슬프려나?
그래서 오늘도 친년이 옆에 앉아 이 짓을 합니다 [해영이 흥얼거린다]
다 왔어
[설레는 음악] [이어셋 조작음]
[문소리가 철컥 난다]
[해영의 옅은 웃음]
[해영의 애교 섞인 신음]
회사까지 왔으면 얼굴 좀 보여 주고 가지
더럽게 비싸게 굴어
아침에 봤으면서 뭘 또 봐?
[옅은 웃음] [휴대 전화 진동음]
[이어셋 조작음] 어, 왜?
언제 와?
- (도경) 왜? - (진상) 같이 들어가게
- (도경) 늦어 - (해영) 금방 도착하는데 왜요?
같이 먹으려고 도시락 많이 쌌는데
다 들었어, 지금, 다 들렸어, 씨
1층에 둘 테니까 들어와서 먹어
올라오지는 말고
(진상) 아이고, 그냥 둘이 배 터지게 처드세요, 쳇
야, 좋겠다, 이 개!
[휴대 전화 조작음] [진상의 성난 숨소리]
[투둑투둑 소리가 난다]
[콰르릉거리는 소리가 난다]
[휴대 전화 진동음] (훈)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 (훈) 어, 왜? - (진상) 언제 들어와?
누나랑 단둘이 있기 불편해서 그래?
[한숨] (훈) 서로 키스한 사이에 왜 그러냐?
세상 여자라면 환장을 하는 형이 왜?
우리 누나 그렇게 대접하면 내가 슬프다
[진상의 난처한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그냥 편의점에서 소주 한 병 까고 들어가
(진상) 아니... [통화 종료음]
[한숨]
(훈) 다시 하자
[훈의 옅은 웃음]
자, 가자
- (이준) 완성된 건 아니고요 - (희란) 그래도 한번 보죠
(이준) 이쪽으로 오세요
- (훈) 안녕하세요 - (희란) 네
(안나) 이 언니야? [문소리가 달칵 난다]
이 언니 맞네
(희란) 뭐랬길래 이래요?
얘, 그렇게 안 쳐다봐도 돼
나 네 남자한테 관심 없어
언니가 꼬셨다던데? [훈의 당황한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희란의 기가 찬 웃음]
이거 어디 겁나서 시나리오 작업 하자고 하겠나? [훈의 난처한 신음]
(안나) 발끈하는 거 보니까 맞네
- 너 몇 살이니? - (훈) 아, 아, 잠깐만
(훈) 여, 여보, 여보세요, 예, 예, 사장님
[문이 벌컥 열린다]
나이 까서 좋을 거 없는 건 언니 아니에요?
[옅은 웃음]
너 말 되게 잘한다? 더 해 봐
시나리오 작업 여기서 그만두시면 언니만 웃겨지는 거 아시죠?
[희란이 피식 웃는다]
뭐, 남자가 없어서 우리 오빠한테 그런 거 같지는 않고
일은 프로답게 하실 거라고 믿어요 [희란의 기가 찬 웃음]
(안나) 아, 혹시 우리 오빠 못 믿겠으면
나 커피숍 알바 하니까 거기 와서 작업하세요
말하는 거 보니까 남친보다 낫다, 너
[놀라며] 우리 오빠 잘 모르시나 본데
(안나) 우리 오빠 존잘남이거든요
[희란의 기가 찬 웃음]
헐이네, 진짜
흠, 애인 하나 잘 뒀네
커피숍에서 봬요
[안나의 애교 섞인 신음]
(안나) 가자 [안나의 옅은 웃음]
어이구, 가자, 가자, 가자, 가자
[풀벌레 울음]
[멀리서 감성적인 음악이 들려온다] [태진의 깊은 한숨]
[태진이 숨을 하 내뱉는다]
[취한 목소리로] 일은 저지르고 있는데
신이 안 난다
밀어주는 사람 있으니까 가게는 잘되는데
신이 안 나네? [헛웃음]
누구 망하게 하는데 신나는 사람이 어디 있냐?
[옅은 한숨]
그렇게 마음에 걸리면 그만하든가
[헛웃음]
알 만한 사람 다 안다
[어두운 음악]
내가 박도경 그 새끼 때문에 구치소 갔다 와
갔다가 나오니까 내 여자까지 뺏겨
(태진) 다들 내가 어떤 액션 취할지 눈여겨보고 있는데
내가 여기서 그만두면은
[헛웃음]
전 국민 투표에 부쳐 보고 싶다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
난 그만두라에 한 표
[옅은 한숨]
[숨을 하 내뱉는다]
[한숨]
(해영) 아, 배불러 [해영의 한숨]
[해영이 코를 훌쩍인다] (도경) 잘 먹었어, 맛있었어
(해영) 좀 둬요, 바로 치우면 정 없대
참, 스탠드하고 오르골
(도경) 저기, 쇼핑백 그대로 있어
유치했지? 받은 거 돌려주는 거
[해영의 멋쩍은 웃음]
(해영) 아, 이만큼 화났다는 표시였어
눈에 보이면 생각도 날까 봐 그랬고
낮에 사무실 근처에 왔었어요?
아침에 봤으면서 웬 꽃?
꽃 보니까 갑자기 네 생각 나서
[설레는 음악]
[해영의 옅은 웃음]
박도경 봇물 터졌네
그렇게 좋은 거 그동안 어떻게 참았대?
[도경과 해영의 옅은 웃음]
이 닦아야지
(해영) 이 닦아야지 [도경의 옅은 웃음]
[해영의 설레는 웃음]
이 닦아야지, 이 닦아야지
퇴근하는데 사무실의 꽃이 자꾸 눈에 밟혀서 혼났네
그쪽 두고 오는 거 같아서
(해영) 불 꺼진 사무실에 혼자 있을 거 생각하니까
꼭 그쪽이 어두운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는 거 같아서
그거 시들어 가는 건 어떻게 보려 그래?
어, 생각만 해도 벌써 마음이 무너진다
너무 깊이 들어가진 마
(해영) 그래야지
근데 자꾸 그쪽이라 그러네?
그냥 섞어 쓸게요
(해영) 오빠가 없어 봐서 오빠가...
어, 오글거려
[휴대 전화 조작음]
(태진)
(해영) 누구?
(도경) 대리 [해영의 옅은 웃음]
일로 와 봐
(해영) 1번, 2번, 3번?
(도경) 해 봐
(해영) 1번
2번
[애틋한 음악]
기기를 잘 만지는 남자는 항상 멋져
나한테 왜 첫눈에 반했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몰라요, 나도
(해영) 내가 사랑할 사람은 그냥 알아본다잖아
그 사람이 나한테 뭘 되게 잘해 줘서
그런 이유로 사랑하는 게 아니고
그냥 첫눈에
알아보는 거라잖아
보자마자 그쪽 마음속으로 훅 쳐들어가
퍼질러 앉아 있고 싶었어
그쪽 불행하게 하는 것들 싹 다 치워 버리고
뜨끈하게 불 지피고
나 혼자 앉아 있고 싶었어
- 내가 불행해 보였어? - (해영) 응, 엄청 불행해 보였어
(해영)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그냥 두고 갈 수 없게
- 깡통이야? - (해영) 깡통은 불쌍한 거고
그쪽은 불행해 보였다니까?
첫눈에 반한 이유가 불행해 보여서네?
나도 불행했나 보지
(해영) '나도 불행하다 내가 행복하게 해 줄게'
'같이 행복하자'
근데 너무 튕겼지, 나한테
잘생긴 것들은 원래 이렇게 튕기나?
[도경의 옅은 웃음] 또, 또 잘생김이 폭발한다
[해영의 다정한 웃음]
그쪽이
빨리 늙어 꼬부랑 할아버지가 됐으면 좋겠어
박도경을 매력적으로 봐 주는 여자가
이 세상에 나 하나밖에 없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게
(도경) 너는 확 뚱뚱해져 버리고 [해영의 옅은 웃음]
그럴까, 우리?
나는 확 살쪄 버리고 그쪽은 빨리 늙어 버리고?
[도경과 해영의 옅은 웃음]
[도경이 훌쩍인다]
(해영) 울어?
(도경) 아니
[감성적인 연주가 흘러나온다]
[휴대 전화 벨 소리]
[휴대 전화 조작음]
(상석) 왜?
뭐?
[못마땅한 신음]
[무거운 음악]
(이준) 형, 왜 그러는데요?
[문이 탁 닫힌다] [상석의 다급한 숨소리]
[상석과 이준의 가쁜 숨소리]
[상석과 이준의 가쁜 숨소리]
(상석)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된 거냐고! 씨
야
야
(훈) 형
- (도경) 통화 중이야, 나가 - (훈) 형!
나가라고!
[기태의 한숨]
[문이 탁 닫힌다]
[거친 숨소리]
(상석) 야, 대표님은 알고 있었던 거야?
(기태) 분위기가 딱 그런데, 뭐 도경이는 알고 있었네
[훈의 못마땅한 숨소리]
네 명 다 받아 다들 폴리 잘해, 믹싱도 잘하고
그냥 네 명 다 받아 줘라
기기 다 넘길게 대신 월급은 깎으면 안 되고
그래, 고맙다
사무직은 필요 없어?
[문소리가 탁 난다]
[지야의 다급한 숨소리]
(훈) 엄마죠?
[어두운 음악]
[지야의 떨리는 숨소리]
[훈의 한숨]
[기태의 못마땅한 한숨]
[기태의 한숨] [지야의 떨리는 숨소리]
(지야) 야!
[지야가 씩씩거린다]
너 나랑 하루 이틀 거래해?
내가 이자 한두 번 밀렸어?
그래도 안 준 적은 없잖아
갑자기 왜 이래, 너?
아, 누님, 돈놀이하는 놈이 돈 더 준다는데
(사채업자) 거, 안 팔 놈이 어디 있어?
내 빚을 팔았어?
누구한테? 누구한테 팔았어?
(사채업자) 아, 왜, 그, 아드님한테 열받은 놈이 비싼 돈 얹어 주고 사 갔어
(지야) 아, 그게 누군데!
[놀란 신음]
- 장 회장이야? - (사채업자) 아니, 왜, 그...
잘나가던 젊은 사업가 있잖아요
(사채업자) 한 방에 훅 가서 얼마 전에 구치소에 갔다 온
거, 아드님이 그렇게 만들었다면서요? 여자 때문에
그, 얼마 전에 라디오에서 터졌다던데?
그, 오해영이라고...
오해영?
[지야의 기가 찬 신음]
[기태의 한숨]
(기태) 오셨어요? 야, 박훈
야, 동산 압류까지 걸었냐?
한태진 이거 덩치에 안 맞게 쪼잔하게 플레이하네?
(훈) 형 좀 어떻게 해 봐, 손 놓고 있어
[옅은 한숨]
(진상) 압류 판결에 대해서 불복 신청 하고
시간 끄는 동안에 어떻게든 돈 좀 마련해 보자
(도경) 됐어, 다 뺏기는 게 맞아
- (진상) 야! - 내가 한 짓이 있잖아
(진상) 그래도 해볼 때까지는 해봐야 될 거 아니야
장 회장이랑 한태진이랑 붙은 거 같아
(도경) 네 법보다 장 회장 백이 더 세 그러니까 괜히 손쓸 생각 마
[답답한 한숨]
[진상의 한숨]
(진상) 내가 죽일 놈이다
그때 한태진한테 복수하라고 너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되는 거 아니었는데
내가 진짜 죽일 놈이야
[한숨 쉬며] 미안하다
면목이 없다, 내가
그때 네가 부추기지 않았으면
지금 해영이도 못 만났다
[피식 웃는다]
말이라도 그렇게 해 주니까 고맙네
저, 근데
다트는 네가 던졌다
[도경이 피식 웃는다]
[진상이 피식 웃는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웬일로 나 밥을 다 사 줘?
뭐, 그냥
13년간 내 편지 보관해 줘서 고맙다고
나 그동안 이리저리 꽤 이사 다닌 거 알지?
해외에도 나가 있고
나 그때마다 그 편지 들고 다녔다? [함께 웃는다]
(해영) 고마워
미안해
뭐가?
오랫동안 너 미워한 거
생각해 보면 네가 진짜로 나한테 잘못한 건 없는 거 같아
이름이 같다는 걸 빌미로
너 추켜세우려고 날 깔아뭉갠 남자애들이 잘못한 거지
우리 만약에 다른 이름이었으면 엄청 친했을 거야
안 친했어 이쁜 애들은 이쁜 애들끼리 친하잖아
[헛웃음 치며] 야, 너 엄청 이쁘거든?
아유, 너는 그래서 미워
(해영) 먹어 [오해영의 기가 찬 웃음]
- (해영) 응, 베이컨 - 잘 먹을게
[함께 웃는다]
(해영) 이런 구두는 어디서 사니? 이것도 명품이지?
(오해영) 어, 아니야, 이거 인터넷에서 엄청 싸게 파는 건데
- (오해영) 사이트 주소 알려 줄까? - (해영) 어
(오해영) 그래 [함께 웃는다]
내가 이따가 톡으로 보내 줄게
[오해영과 해영의 놀란 탄성] [무거운 음악]
(지야) 이 미친...
네가 지금 웃고 다닐 때야? 어? [오해영의 아파하는 신음]
남의 아들 인생 망쳐 놓고 생글생글 웃고 다녀? [해영의 놀란 탄성]
(해영) 어, 그만하세요! 뭐 하시는 거예요! 경찰 부르기 전에...
(지야) 불러! 어? 이년 그냥 확 얻다 처넣어 버리게
[지야의 못마땅한 탄성]
한 번 떨어졌으면 그만이지
왜 또 우리 도경이한테 들러붙어서 인생 망쳐? 어?
[지야의 못마땅한 신음]
너, 너랑 결혼할 뻔했던 놈이
(지야) 우리 도경이 인생 망치고 있는 거 알아, 몰라? 어?
알아, 몰라?
- (오해영) 가, 그냥 가 - (지야) 어딜 가?
(해영) 그만하세요, 그건 얘 아니에요
(오해영) 그냥 가
- (지야) 이 계집애가 진짜! - (해영) 아, 그만하시라고요!
- (지야) 넌 뭔데? - (해영) 그거 얘 아니에요, 저예요
(지야) [코웃음 치며] 뭐래?
[지야가 중얼거린다] [무거운 음악]
(지야) 얘가, 어, 얘인 줄 알고...
아, 그래서
현재 누구랑 누가 좋아하는 거야?
(해영) 저랑
여기...
[지야의 헛웃음]
[지야의 당황한 웃음]
(지야) 아, 그럼 얘랑 얘는 무슨 사이고?
아무 사이 아니에요
(지야) [한숨 쉬며] 이해 끝
아이고야... [지야의 황당한 웃음]
도경이 얘 왜 이러니?
어떻게 갈수록 보는 눈이...
[지야의 한숨]
보아하니 그렇게 사는 집 애는 아닌 거 같고
학교 때 공부는 좀 했니?
[기가 찬 웃음]
너, 흥분했구나
들떴어
남자 둘이 자기 좋다니까 정신을 못 차리는 거야, 그렇지?
아유, 아유, 참
어쩜 좋니, 너를?
너
놀던 동네에서 노셔야죠
주제 모르고 함부로 남의 동네에서 노셨다간 큰코다치세요
[애잔한 음악] [지야의 비웃음]
너 지금 남의 동네에서 노는 거야
아니? 무슨 말인지?
쳇, 길게 말할 것도 없겠다
딱 보니까 여러 사람 불편하게 할 물건은 못 돼
그러니까 괜히 질질 끌지 말고
너 결혼하려던 남자한테 다시 가
그럼 상황 깔끔하게 정리되는 거야
왜 대답이 없어?
어유, 진짜! 얘 또 답답이인가 보네
야, 네가 정말 도경이를 생각한다면
조용히 나가떨어지는 게 맞는 거지
우리 도경이 죽는 꼴 보려고 너 옆에 붙어 있어? 어?
[지야의 답답한 한숨]
너
남자가 아무 말 안 해도, 응?
'사랑하니까 괜찮다 옆에 있어 달라' 그래도
이럴 땐 여자가 알아서 현명하게 먼저
'굿바이, 마이 러브, 아디오스' 해야지
넌 영화도 안 보니?
그게 사랑이다, 너?
[지야의 답답한 한숨]
너 그놈한테 전화해
도경이한테 떨어졌다고 다시 돌아가겠다고
전화해
해라!
전화해
- (지야) 뭘 봐? - 이제 그만하실 때도 되지 않았어요?
[코웃음 치며] 넌 낄 데가 아니잖아?
흘러간 물이 왜 껴?
세상에서 오빠처럼 착한 남자는 없는 거 같아요
다른 남자들 같았으면 진작 어머니 버렸어요
[무거운 음악] (지야) 미친것
야, 누누이 말하지만
피는 물보다 진해
그리고 넌 양심의 가책도 안 느끼니?
이게 다 너 때문에 시작된 일이잖아!
저 때문 반 어머니 때문에 반이죠
[코웃음 치며] 반반이냐?
(지야) 확 그냥...
[지야의 못마땅한 탄성]
어디 가서 굿을 하든가 해야지
뭔 놈의 오해영들이 이렇게 꼬여? 어유!
(훈) 엄마가 또 형 몰래 사채 썼지? 형 보증인으로 세우고?
엄마 잘못 아니야
(훈) 갑자기 왜 이래?
갑자기 엄마 편은 왜 들어?
진짜 엄마 잘못 아니야
(도경) 소리사운드에 얘기해 뒀어 하던 영화 마무리 잘하고
너희들 넷 다 그쪽으로 넘어가 [기태의 한숨]
[상석의 헛웃음]
- (훈) 씨, 진짜 너무하네! 쯧 - (도경) 이게, 씨...
우리가 어디 갈 데가 없어서 이러는 줄 아십니까?
(상석) 저희라고 괴팍하고 깐깐한 대표님 마냥 좋아서 있었는 줄 아세요?
박도경이니까!
처음엔 더럽게 힘들어도
박도경이니까! 뭔가 더 배우겠지
하나라도 더 배우겠지!
[울먹이며] 나중엔 그냥 인간 박도경이 좋아서 있었던 건데
(도경) 울어야 되냐, 나?
(기태) 울든 말든 [훈이 술을 쪼르르 따른다]
우리가 대표님을 생각하는 것만큼
대표님은 우리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거 아닙니까!
(훈) 그냥 지하 같은 데 세 얻어서 다시 시작하면 되잖아
나 당분간 일 못 할 거야
[훈과 상석의 답답한 한숨]
못 하는 거야, 안 하는 거야?
[도경이 숨을 하 내뱉는다]
[의미심장한 음악]
(기태) 야, 넌 군대나 가
[훈이 낄낄거린다] (이준) 작년에 전역했잖아요
- (기태) 너 작년에 전역했어? - (이준) 네
[훈의 웃음] (이준) 작년에 전역했잖아요
[기가 찬 웃음]
웃네?
[훈과 상석의 웃음]
- (훈) 그냥 대놓고 까네 - (상석) 뭘 까? 대놓고 까?
(기태) 너 내, 너 내 성격 몰라? [음향 기사들의 웃음]
어디서 건방 떨고 있어? 한 대 맞으려고 [태진이 피식 웃는다]
[음향 기사들이 떠든다]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엔진 가속음]
[음향 기사들의 웃음]
[태진의 옅은 한숨] (기태) 아, 아이, 미친놈 진짜...
[음향 기사들이 연신 떠든다]
[훈이 숨을 카 내뱉는다]
(태진) 저 테이블 얼마 나왔어요?
(종업원) 7만 8천 원입니다
(태진) 30만 원 긁어 줘요
[포스 조작음]
[영수증 인쇄음]
술값 내 주려고 [태진이 술을 쪼르르 따른다]
돈도 없을 텐데
많이들 들어요
(기태) 아이, 거참, 그...
- (기태) 잘 먹겠습니다! - (상석) 감사합니다! [이준이 인사한다]
- (훈) 누구야? - (기태) 상석이 형 [상석이 대답한다]
(기태) 저번에 녹음실에 왔던 사람 아니야?
- (상석) 그러네 - (기태) 와, 느낌 싸하다 [자동차 엔진 시동음]
[기어 조작음]
- (도경) 어디야? - (해영) 아직 회사
나 오늘 야근이라 좀 늦을 거 같은데
끝나면 전화해, 데리러 갈게
(해영) 알았어요, 이따 봐요
[통화 종료음] [휴대 전화 조작음]
[애잔한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진상이 숨을 후 내뱉는다]
[도어 록 작동음]
(수경) 늦었구나
(진상) 어... [어색한 웃음]
아, 일이 좀 있어서 이것저것 알아보느라고
도경이 녹음실 건물이...
알아, 도경이 전화 왔었어
(수경) 와 앉아라
(진상) [한숨 쉬며] 저...
나 아직 결정...
[한숨]
내일 얘기하면 안 될까?
내가 내일 말할게
내일은
꼭 말할게
네 결정과 상관없이
내 결정을 말하마
(수경) 앉아라
한 번도 키스를 안 한 남녀 사이는 있어도
한 번만 한 남녀 사이는 없다
[애잔한 음악]
한 번의 벽을 깬 남녀는 줄곧 해 댄다
그러나
우리는
그날 밤 이후로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한 번만 한 사이
그건
아닌 사이라는 얘기다
[옅은 한숨]
[멋쩍게 웃으며] 나 역시 처음엔 어떻게 했으나
두 번은 안 되겠더라
아닌 거다
[한숨]
[울먹이며] 이제 그만 집에 가라
[난처한 한숨]
일어나라
[진상의 한숨]
[한숨] [문소리가 달칵 난다]
[풀벌레 울음]
(수경) 내 평생 너 담배 피우는 건 딱 두 번 봤다
영장 나왔을 때, 그리고 어제
이 상황은 남자이기 때문에 네가 억지로 감당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억지로 감당하지 않아도 돼, 괜찮아
너 모르게 나 혼자 키울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네가 알게 된 거고
그러니까 너 하나도 부담 가질 필요 없어
[진상의 한숨]
(진상) 누나
오랜 세월 가족처럼 살아온 우리가
하룻밤의 실수로 남녀 사이가 된다는 건
(수경)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진상의 한숨]
자, 이 시간부로
나는 너를 책임감과 의무에서 해방시킨다
그러니까 돌아보지 말고 가라
[진상의 난처한 한숨] 돌아보면 죽는다
- (진상) 아, 누나 - 너 할 만큼 했어
(수경) 나도 할 만큼 했고
이쯤 했으면 됐어
괜찮아, 가
돌아보지 말고
자, 가라
[한숨]
돌아보면 죽는댔다?
[떨리는 숨소리]
앞만 보고 어서 가라!
[수경의 힘겨운 숨소리]
[울먹이는 한숨]
자, 괜찮아
가, 가, 가! 얼른!
[진상을 짝 치며] 가!
(진상) [흐느끼며] 누나, 내가 진짜...
정말 미안해 [애잔한 음악]
내가 미안해
(수경) 발걸음이 그게 뭔가?
씩씩하게 걷는다
[발을 탁탁 구르며] 왼발, 왼발!
얼른! 왼발!
왼발!
왼발! 잘한다! [진상의 울먹이는 숨소리]
왼발, 왼발, 왼발!
[진상이 흐느낀다] 맞춰 걸어!
왼발
잘한다
발 바꿔 가!
왼발, 왼발, 왼발!
발맞춰 가!
왼발, 왼발! 왼발!
[진상이 흐느낀다]
[진상이 계속 흐느낀다]
(수경) 왼발, 왼발, 왼발
왼발, 왼발
왼발
왼발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해영) 할 말 있어
(태진) 들어와
아니, 밖에서
내가 너 잡아먹을까 봐 그러냐?
여기서 얘기해
[무거운 음악]
[도어 록 작동음] [문이 철컥 열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태진의 옅은 한숨]
(태진) 물밖에 없다
(해영) 결혼 전날
밥 먹는 게 꼴 보기 싫어져서 나랑 결혼 못 하겠다고 했을 때
그날
태진 씨는 나한테 사망 선고 내린 거야
나한테 그 말은
넌 그냥 죽어야 된다는 말이랑 같은 말이었어
아침에 눈뜨기도 싫었어
죽고 싶었어 [애잔한 음악]
'어떻게 죽어야 될까?'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사고사여야 되는데'
'내가 왜 죽었는지 아무도 몰라야 되는데'
그랬다가 내 장례식장에 태진 씨가 와서 다 말해 버릴까 봐
그럼 또 죽어서도 창피할까 봐
별별 생각 다 해 가면서 죽지 않고 버텼어
마음은 무너져 죽겠는데
누가 알까 무서워서 아무렇지 않게 웃고 떠들고 다니는 게
얼마나 힘든 건 줄 알아?
[떨리는 목소리로] 심장이 녹아서
사라져 없어지는 거 같았어
숨이 쉬어지지 않았어
억지로 심호흡을 해야지 간신히 숨이 쉬어졌어
근데 그게 날 위해서 한 짓이야?
[태진의 옅은 한숨]
(태진) 너 분명히 나 기다린다 그랬을 거야
(해영) 어, 그랬을 거야
길게 가면 분명히 지쳤을 거야
차라리 지쳐서 나가떨어지게 하고 말지
그렇게 아픈 말로 사람 죽고 싶게 만들어?
너 고생시키고 부담 주고 싶지 않았다고
부담은 못 주겠는데 상처는 줘?
그게 사랑이니?
부담 주기 싫어서 상처 주는 게
그게 사랑이니?
(해영) 남자들 사이에선 그게 사랑이야?
어디서들 사랑을 배웠길래 그래?
남자한테 치욕스러운 말 듣고
결혼 전날 차이는 거랑 망한 남자 기다리는 거랑
여자한테 어떤 게 더 힘들 거 같아? 그런 계산도 안 해 봤어?
태진 씨 구치소에 있었다는 말 듣고
나 엄청 다행이다 싶었어
나 그렇게 구질구질한 여자는 아니구나
구제받는 느낌이었어
사랑하는 여자 뺏겨서 그 사람한테 복수하는 거란 말 하지 마
사랑한 거 아니야, 그거
내가 그렇게 힘들었을 때
그 사람이 챙겨 줬어
그 사람 때문에 버텼어
나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거 그 사람 덕분이야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전후 사정 똑바로 챙겨
그 새끼가 지은 죄가 있어서 너 건사한 거지
네가 좋아서 건사한 거야?
(해영) 그래도, 그래도 그 사람 때문에 버텼고
내가 먼저 좋아했어
내가 좋아해 달라고 사정했어
태진 씨 망하게 한 거 그 사람인 거 알고도
괜찮다고 한 거 나야
[애잔한 음악]
[헛웃음]
미쳤구나?
(태진) 여기 왜 왔니?
왜 왔니, 너?
[떨리는 목소리로] 그만 못 둬, 나
망하게 해도 돼
거지 만들어도 돼
그런 건 다 해도 돼
때리지만 마
부탁이야
때리지만 마
[울먹이며] 나 마음이 아파서 못 살겠어
[헛웃음]
참...
사람 참 형편없는 놈 만든다
미안해, 부탁이야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태진) 넌
오늘 여기 오지 말았어야 됐다
[상석이 훌쩍인다]
[기태의 힘겨운 신음]
(기태) [울먹이며] 내가 겨우겨우
[비가 쏴 내린다] 박도경 지랄하는 거에 정붙이니까
이제 헤어지잔다
나보고 꺼지란다
못 가 [기태가 흐느낀다]
(상석) 이러는 거 아닙니다 서운합니다, 진짜!
(훈) 다들 박도경 구 남친이냐? 왜 이렇게 질척대?
[음향 기사들이 오열한다]
- (훈) 시끄러워! - (도경) 먼저 일어난다
- (기태) 어디 가? - (상석) 어디 갑니까?
[기태가 외친다]
[감성적인 음악]
[휴대 전화 진동음]
[휴대 전화 조작음]
(도경)
(도경)
아저씨, 정문 말고 후문 쪽으로 가 주세요
[당황한 신음]
(해영) 아저씨, 아저씨, 문 좀 열어 주세요!
어, 안 돼요, 안 돼요 저 이리로 들어가야 돼요
좀 열어 주세요
어, 아저씨, 이 문, 이 문
한 번만 열어 주세요, 한 번만, 아저씨
(해영)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해영) 왔으면 왔다고 말을 하지 그럼 일찍 나왔잖아요
(도경) 자
[애잔한 음악]
[기가 찬 웃음]
(해영) 치
센스, 개센스
우산을 두 개 들고 왔어요
[해영의 지친 신음]
나 야근해서 힘도 없는데 진짜 패 버리고 싶다
[옅은 웃음]
각자 쓰니까 좋네!
비도 하나도 안 맞고, 어깨도 안 젖어!
[도경이 말한다] (노인) 아유, 고맙습니다
(해영) 아까 그 할아버지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그냥 각자 쭉 쓰고 가는 거였나?
그럼 그쪽 오늘 우산으로 나한테 맞았어
(도경) 그만 좀 하지
사람이 둘이라고 우산을 두 개 갖고 오냐?
(해영) 하긴 서해에서 그 야밤에 대리 기사 부를 때부터 내가 알아봤다
나도 말 좀 하게 좀 조용히 해라
알았어요, 말해요
(해영) 해요
할 말도 없으면서
(도경) 사랑해
[심장 박동 효과음]
[빗소리가 아득해진다]
[빗소리가 쏴 난다]
[애틋한 음악]
(해영) 어유, 씨, 기분 째진다
(해영) 우리의 끝은 해피 엔딩입니다
우리의 끝은 해피 엔딩입니다
(도경) 조금만 더 행복하자
조금만 더
.또! 오해영↲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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