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 15
[설레는 음악] [풀벌레 울음]
- (안나) 박훈! - (훈) 안나!
[안나의 장난스러운 신음] [훈의 힘주는 신음]
(훈) 으쌰
(안나) 자, 자, 스캔 들어갑니다
- (훈) 아, 잠깐, 나 힘들어 - (안나) 내리지 마, 내리지 마
(안나) 시선 피하지 말고 내 눈 똑바로 봐
- (훈) 아, 진짜... - (안나) 힘들면 빨리 끝내자고
(훈) 야, 봐, 봐
(안나) 촉이 옵니다
촉이 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촉이 옵니다
[해영의 옅은 웃음] 촉이 옵니다
[안나의 만족스러운 웃음]
그 여시 아줌마한테 안 넘어갔네 [훈의 헛웃음]
'굿 보이'
[훈을 토닥이며] 잘했어
(훈) 원래 나같이 양아치같이 생긴 애들이 양아치 짓 안 해, 뭘 몰라
[안나와 훈의 애교 섞인 신음]
(훈) 들어가자 [훈과 안나의 옅은 웃음]
[훈의 어색한 신음]
- 형 아직 안 들어왔나 봐요? - (해영) 네
꼭 새색시 같아요, 신랑 기다리는
[해영의 쑥스러운 웃음]
- (훈) 찌개는 끓여 놨고요? - (해영) 네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훈) 그냥 한 말인데 [까마귀 울음 효과음]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다가오는 발걸음]
[수경이 프랑스어로 흥얼거린다]
저 여자가 미쳤나
[수경이 계속 프랑스어로 흥얼거린다]
미쳤어? 어디서 술을 마셔? 막살기로 한 거야?
취한 척해 보려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수경) 몸이 심심해서
(훈) 아이고, 참
(안나) 안녕하세요
(해영) 안녕하세요
(수경) 들어가자
진상이 형은 뭐래?
[수경의 옅은 한숨]
(훈) 연락 없어?
[수경이 프랑스어로 흥얼거린다]
(수경) 비켜, 비켜!
이 인간 토낀 거야
[현관문이 철컥 열린다] 내 이럴 줄 알았어, 이씨
[현관문이 철컥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훈이 혀를 쯧 찬다]
[훈의 못마땅한 한숨]
[현관문이 철컥 열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현관문이 철컥 닫힌다]
[해영의 헛기침]
[진상의 고민스러운 한숨]
[진상의 벼르는 신음]
[괴로운 신음] (해영) 사고...
치셨나 봐요
엄청 큰 사고 치셨나 보다
[한숨]
진짜 크셨나 보네 [진상의 깊은 한숨]
(진상) 아이씨, 몰라, 씨
[진상의 괴로운 탄성]
[진상의 못마땅한 탄성]
[설레는 음악]
[차 문이 달칵 여닫힌다]
[도경의 놀래는 탄성] (해영) 아이, 깜짝이야, 아, 아, 깜짝이야
[해영의 놀란 숨소리] 아, 놀랐잖아!
[해영과 도경의 옅은 웃음]
- (해영) 밥 먹었어요? - (도경) 아직
(해영) [애교 섞인 말투로] 내가 찌개 끓여 놨는데
(해영) 우와
[해영의 감탄하는 웃음]
어때요?
아빠가 작업실로 쓰던 공간 자기가 쓰는 기분
[의미심장한 음악] (진상) 우와
아버지가 작업실로 쓰시던 공간을
아들이 작업실로 쓰는 기분
어떠냐?
[잔잔한 음악] (해영) 씁, 뭔가 되게 있어 보여
대를 잇는 명문가 느낌이랄까?
[해영의 옅은 웃음]
아빠 언제 돌아가셨는지 물어봐도 돼요?
여덟 살 때
되게 일찍 돌아가셨네?
(해영) 어디 아프셨어요?
(도경) 사고로
나랑 같이 소리 따러 갔다가
되게 충격이었겠다
(도경) 지금 생각해 보면 다행인 거 같아
그 자리에 내가 있었어서
혼자 가시게 두지 않아서 [기계 작동음]
죽더라도 누가 옆에서 손만 잡아 주면
겁먹지 않고 죽을 수 있지 않을까?
[잔잔한 연주가 흘러나온다] (녹음기 속 어린 도경) ♪ 이른 봄날에 꿈처럼 다가온 ♪
- (해영) 누가 부른 거야? - (도경) 나
(녹음기 속 어린 도경) ♪ 그대 영원할 줄 알았네 ♪
[어린 도경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도경) 나 여섯 살 때 아버지가 녹음해 준 거
피아노는 우리 누나
[해영의 옅은 웃음]
[잔잔한 연주가 흐른다] ♪ 떠나가도 좋소 나를 잊어도 좋소 ♪
♪ 내 마음 언제나 하나뿐 ♪
(해영) 어, 어떡해, 되게 이상해
[해영과 도경의 옅은 웃음] [잔잔한 연주가 계속 흘러나온다]
(녹음기 속 어린 도경) ♪ 더욱더 더 사랑 못 한 지난날들을 후회하오 ♪
[웃으며] 나 지금 얘 좋아하는 거야?
- 얘도 지금 살아 있는 거 같아 - (도경) 살아 있어 [어린 도경의 노랫소리가 계속 흐른다]
(도경) 여기
[도경과 해영의 옅은 웃음] (녹음기 속 어린 도경) ♪ 깨어날 수 없는 꿈, 백일몽 ♪
(해영) 어, 어떻게 해
뜻도 모르고 너무 용감하게 불러
(녹음기 속 어린 도경) ♪ 아직 그댈 사랑하오 영원히 사랑하오 ♪
♪ 그 여름 바닷가 행복했던 모래성 ♪
(순택) 아니, 처음엔 저도 긴가민가했어요
또 생긴 건 멀쩡하게 생겼어, 어?
근데 그게, 자꾸 뭐가 보인대, 어?
근데 그게 또 그대로 다 돼요, 어?
[손가락을 딱 튕기며] 아니야, 어, 보이면 또 다 되는 게 아니고
중간중간 또 안 되는 것도 있어 그게 더 문제야
(도경) 죽기 전에
그 여자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도경)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매 순간을 아쉬워하면서
왜 더
더 마음껏 주지 못했나
그 아쉬워하는 감정이 강렬해서
시간을 뚫고
현실로 흘러들어 온 것 아니었을까?
[순택의 한숨]
죽는 순간에 득도한다는 말 들어 봤나?
(순택 선배) 모든 사람은 죽는 순간에 분명히 알게 돼
두려울 건 아무것도 없었다는 거
그때 알았지?
(도경) 네
(순택 선배) 인간의 감정은 딱 두 가지로 수렴돼
두려움 아니면 사랑
하나는 가짜, 하나는 진짜
자네는 진짜를 알아 버렸고
그래서 사랑으로 아낌없이 돌아섰을 때 상황은 바뀌었던 거고
근데 왜 주춤해?
아, 왜 이렇게 빨리 끝나요?
(순택) 최면이라도 걸어 봤어야지
필요 없어 자기 갈 길 알고 있는 놈이야
(순택 선배) 잠깐 겁나서 온 거지, 걱정 마
다시 갈 거야
(순택) 아이, 그래도 그렇지 좀...
아, 여기까지 왜 찾아왔겠어요, 내가?
(순택 선배) 딴 데 가, 그러면 [순택의 못마땅한 신음]
(녹음기 속 어린 도경) ♪ 더욱더 더 사랑 못 한 ♪ [잔잔한 반주가 흘러나온다]
[옅은 웃음] ♪ 지난날들을 후회하오 ♪
(해영) 한 번만 더 듣자
- (도경) 딴거 듣자 - (해영) 한 번만 더
[기계 조작음]
(해영) 어, 왜?
[슬픈 연주가 흘러나온다] (녹음기 속 어린 수경) ♪ 엄마야 누나야 ♪
[해영의 의아한 신음] ♪ 강변 살자 ♪
- (해영) 설마... - (도경) 맞아, 누나
(녹음기 속 어린 수경) ♪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 [해영의 웃음]
(해영) 우와...
(녹음기 속 어린 수경) ♪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
(해영) 어유, 이 쪼끄만 게
(녹음기 속 어린 수경) ♪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수경) 짱 귀여웠던 박수경
[애잔한 음악]
넌 어디로 날아갔니?
어디로 날아갔니?
[낭만적인 음악]
[카메라 셔터음]
[진상의 당황한 신음] (수경) 웃어, 웃으라고
[진상의 어색한 웃음] 어, 이쁘다
쭉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수경이 흥얼거린다]
[수경과 진상의 힘겨운 신음] (진상) 아, 죄송합니다
[진상의 당황한 신음] [수경의 행복한 웃음]
(수경) 뽀뽀 [진상의 어색한 웃음]
[시끌벅적하다] (진상) 자, 저희 집들이에 환영합니다
(문학) 아유, 축하드립니다 [손님들이 환호한다]
(진상) 저희 집들이에 환영합니다, 짠 하시죠
[저마다 건배한다]
[문소리가 달칵 난다]
(기태) 여기, 여기 화장실 깨끗하고 좋네 [저마다 호응한다]
- (문학) 화장실 어디예요? - (기태) 아, 저쪽이야, 아이, 깨끗해
(기태) 아이, 뭐야? 지금 뭐야? 짠 한 거야? 왜...
(진상) 아, 이 동태찌개 진짜 맛있어
[저마다 말한다]
[탕 소리가 난다] [훈의 놀란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익살스러운 효과음] (수경) 앉아서 쌉니다
[휙 하는 효과음] [철컥거리는 효과음]
흘리면 죽습니다
[휙 하는 효과음] 조심해
[철컥거리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진상의 당황한 헛기침]
[고풍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수경의 긴장한 숨소리]
[휙 하는 효과음] [수경의 웃음]
(수경) 이렇게 할 거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수경의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수경) 짜자잔 [익살스러운 효과음]
까꿍, 까꿍, 까꿍, 까꿍, 까꿍
[당황한 신음] 짜자잔
[수경이 뽀뽀를 쪽 한다] [진상의 당황한 신음]
[질색하는 신음] 자기야, 너무 이뻐
[수경이 진상을 어른다] [거친 숨소리]
[퍽 때리는 효과음] [진상과 수경의 당황한 신음]
[놀란 숨소리]
[절망하는 한숨]
[진상이 흐느낀다]
어, 씨, 아, 놀랐잖아, 인마!
[진상의 한숨] 토꼈을 줄 알았더니 웬일이래?
(훈) 집에 다 기어들어 오고, 응? [진상의 답답한 한숨]
생각보다 책임감 있으셔? 아유, 쯧
역시 핏줄이 끊기는 힘든 거야, 그렇지?
[진상의 못마땅한 한숨]
(훈) 야! 너, 이씨 [진상의 성가신 신음]
이 개짐승, 너 어쩌다가 둘이 이렇게 한 거냐, 응?
[훈의 장난스러운 웃음] (진상) 내가 그걸 알면 기억이 있다는 거고
기억이 있을 정도의 정신에 그랬다면
나 완전 미친놈인 거고
쓰읍, 이 형 알고 보면
이런 식으로 여기저기 막 사고 치고 돌아다니는 거 아니야?
그만해라 나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다
(훈) 진지는 개뿔
내가 형을 몰라? 적당히 뭉개다 토낄 거면서
[익살스러운 음악] (진상) 토껴?
(훈) 괜찮아, 괜찮아, 다 이해해
나 이런 상황에서 막 내 식구 편들고 막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니야
형 마음 다 알아, 쯧
한창나이에 박수경으로 종신형 때려 맞기는 좀 그렇지
어떻게든 항소라도 하고 봐야지
그냥 적당히 치고 빠져, 응
뭐? 치고 빠져?
우리 누나도 꽉 막힌 사람 아니라
(훈) 받을 거 받고 쿨하게 보내 줄 거야
(진상) [헛웃음 치며] 나 이 자식 말하는 싸가지 봐라, 지금?
야, 받긴 뭘 받아? 애가 뭐, 물건이냐? 계산하고 말고 하게?
너 지금 너희 누나 일을 그렇게 양아치처럼 말하고 싶냐?
양아치...
이씨... [흥미진진한 음악]
(훈) 이 개진상 이거 웃기네?
생각해서 말해 줬더니 얻다가 덤터기?
왜? 놀랐냐? 내가 네 생각 너무 딱딱 말해 가지고?
[한숨 쉬며] 이게 진짜, 가뜩이나 열받는데
너 진짜 아침부터 한판 떠 볼래?
그래, 어, 떠 어디 한번 떠 봐, 이 새끼야
[요란하게 싸운다]
(진상) 일로 와, 일로 와, 너 이 새끼 [훈의 아파하는 탄성]
- (훈) 야, 야, 너 일로 와, 씨 - 이 자식이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진상) 야, 이 자식아 [깨무는 효과음]
[진상의 아파하는 탄성]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
[휙 하는 효과음]
[훈의 힘주는 신음] [진상의 아파하는 탄성]
(수경) 박훈!
[진상의 당황한 신음] 너
내가 진상이한테 한 번만 더 개기는 순간 죽는댔지?
(훈) [헐떡이며] 아니, 형이 나보고 양아치라고...
자, 잘못했어
(수경) 너 [휙 하는 효과음]
나이대접 똑바로 받고 살랬지? [진상의 한숨]
너, 너!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 (수경) 오늘 이 자식 죽인다 - (진상) 응?
(수경) 개길 땐 죽이는 거야
설잡으면 다시 기어올라!
다시 기어오르기 전에 확실하게 죽여! [수경이 방망이로 옷장을 쾅 친다]
이 자식을 죽이기 전엔
이 방에서 못 나간다
[휙 하는 효과음]
확실하게 죽여
[진상의 난처한 한숨]
[진상의 옅은 한숨] (훈) 다이...
매형, 잘못했어
(진상) 매...
[한숨]
[진상의 못마땅한 신음]
매형 아니라고! 이씨 [요란한 효과음]
[훈의 비명] [콰르릉하는 효과음]
- (진상) 그냥 형이라고 해 - (훈) 아, 매형!
[훈의 비명]
[방망이가 떼구루루 구른다] [진상의 서러운 신음]
[훈의 괴로운 신음]
[괴로운 탄성]
[진상의 한숨]
(수경) 너만 어색하고 끔찍한 거 아니야
나도 그래
심각해질 거 없어
너랑 나 부부 사이 절대 안 되는 거
너도 알고 나도 알아 [진상의 한숨]
[애잔한 음악] 20년 동안 넌 동생이었고 난 누나였어
난 이민 갈 거고
넌 그냥 지금처럼 자유롭게 살면 돼
그러니까 괜히 미적거리지 말고
짐 싸서 나가
그냥 나가, 괜찮아
[한숨]
(진상) 내 애잖아
(수경) 너 [진상이 침을 꼴깍 삼킨다]
[음산한 음악]
나랑
키스할 수 있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진상의 힘겨운 숨소리]
[애잔한 음악]
(수경) 하루 준다
나랑 키스할 수 있는지 없는지 생각해 봐
그럼
답 나온다
[문이 쾅 닫힌다]
[힘겨운 숨소리]
[기계 작동음]
[기태가 헛구역질한다]
[지글거리는 소리가 난다] [주변이 어수선하다]
[수증기가 쉭 뿜어 나온다]
[벨이 요란하게 울린다]
[기계 작동음]
[개가 왈왈 짖는 소리가 들린다]
[훈이 과자를 바삭거린다]
[기계 작동음]
[삐 소리가 울린다]
[뻥 하는 소리가 울린다] [훈의 놀란 탄성]
[훈의 힘겨운 신음]
- (기태) 아, 피곤해 - (이준) 화장실, 화장실 [기태의 힘겨운 신음]
(훈) 꺼져, 이씨! 아, 똥 마려워, 씨
(기태) 뭐야, 뭐, 둘 다 똥 마려운 거야, 뭐야?
- (상석) 조심해라, 넘어진다 - (기태) 아, 더러워, 진짜, 으
[저마다 숨을 하 내뱉는다]
얘는 왜 안 나오냐?
만들어서 싸냐!
(기태) 아이, 더러워, 진짜, 뭘 먹은 거야?
[상석의 못마땅한 신음]
[애잔한 음악]
(남자) 아, 저...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남자의 멋쩍은 웃음]
아, 이렇게 진짜 나와 주실 줄 몰랐어요
그냥 예의상 하신 말씀인 줄 알았는데 [남자와 오해영의 옅은 웃음]
아, 근데 이 상황은 진짜...
- 사람 한 번 보고 어떻게 알아요? - (남자) 감사합니다
아, 제가 지금 뭘 감사하냐면요
쓰읍...
아, 정말 이뻐 주셔서... [남자와 오해영의 옅은 웃음]
아, 제 눈에만 그런 거죠? 죄송합니다
[메시지 수신음]
(도경)
[놀라며] 어, 아, 죄송해요 핸드폰 보는 거 아닌데
아, 아니요, 아니요 편하게, 편하게 하세요, 예
아, 끌까요?
예, 편하게, 꺼 주시면 좋고요 [남자의 웃음]
[웃으며] 끌게요
[휴대 전화 종료음] 고맙습니다
[옅은 웃음]
- (훈) 어휴, 시원하다 - (기태) 야, 박훈, 내가 운전해?
(훈) 어, 네가 하지, 누가 하냐? 나 2종 오토야
아, 빨리빨리 와
[차 문이 드르륵 닫힌다]
[휴대 전화 조작음] (해영) 내일이면 결혼이네, 어때?
(서희) 이런 말 뭐하지만 우리 엄마 아빠 다 초긴장
(서희)
(해영) 치
(해영) 말은 바로 하자
내가 파투 낸 거 아니다, 당한 거다
(서희)
(해영)
[서희의 답답한 신음]
(서희)
(서희)
[헛기침]
(해영)
[경쾌한 음악] (서희) 응? 진짜?
(서희)
(해영)
(서희)
(서희)
(해영)
(정숙)
(해영) 네, 왜요?
(정숙) 아니, 난 너 불편할까 봐
(해영) 불편할 게 뭐 있어요?
(정숙)
(해영) 여기서 결론은 제 결혼을 깬 그 남자랑
제가 사귄다는 거죠 [쿵 하는 효과음]
[정숙의 놀란 숨소리] (서희) 진짜?
(해영)
(해영) 제가 받겠습니다, 작은엄마 [반짝이는 효과음]
[서희의 웃음] [정숙의 당황한 숨소리]
(서희) 대박,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해영) 좋았어
내가 내일 결혼식에 데리고 간다 [해영의 웃음]
(해영)
(해영)
(해영) 어유, 씨, 생각하니까 또 보고 싶다
(정숙) 형님, 해영이 얘기 진짜예요?
진짜 그 남자랑 사귀어요?
읽었는데 왜 반응이 없어요? 형님!
[문이 쾅 울린다] (해영) 깜짝이야
어딜 데리고 와? 누굴 데리고 와?
- (해영) 왜? - 몰라서 물어?
(덕이) 그놈이랑 사귀는 너도 미친년이라고 욕먹기 딱인데
둘이 쌍으로 붙어 다니면서
무슨 욕을 처먹으려고 집안 잔치에 데리고 와?
그냥 편 돼 주면 안 돼?
누가 뭐라고 안 그래도 지금 그 사람 마음이 제일 불편해
그냥 '괜찮다, 잘 견뎌라' 어깨 두드려 주면 안 돼?
(해영) 그 사람한테 보여 주고 싶다고
'우리 집에선 너 뭐라고 안 그런다 그러니까 기죽지 마라, 괜찮다'
조용히 사귀다 말아
[애잔한 음악]
(해영) 사귀다 말 거 아니라고
[타이어 마찰음] [쾅 하는 소리가 난다]
[의미심장한 음악] [도경의 힘겨운 신음]
[뼈가 우두둑거린다] [힘겨운 신음]
[한숨]
[자동차 엔진 가속음] [타이어 마찰음]
[놀란 숨소리]
[자동차 엔진 가속음]
(태진) [취한 목소리로] 야, 이씨
뭐? '밥 먹는 게 꼴 보기 싫어졌어'? [멀리서 신나는 음악이 들려온다]
야, 이 새끼야 [종업원의 힘겨운 신음]
그게 여자한테 할 말이냐, 어?
(종업원) 혀, 형님...
(태진) 어떻게 여자한테 그런 말을 하게 할 수 있어, 이 새끼야!
[종업원의 힘겨운 신음] 솔직하게 말하라 그랬어야지!
[종업원의 힘주는 신음] 아이씨...
[종업원의 가쁜 숨소리] [태진의 힘겨운 신음]
(종업원) 아유, 씨
아, 그래서 그 여자 떨어졌다며요? 그럼 성공한 거잖아요
- (태진) 너, 이씨, 일로 와 - 왜요?
(태진) 일로 와, 이 새끼야
- (태진) 너 죽었어, 이씨 - 왜요?
(태진) 일로 와, 이씨, 아!
아, 이 새끼야
[태진의 힘겨운 신음]
내가, 씨, 제대로 씌었지
너 같은 놈 말을 듣고, 씨
(종업원) [한숨 쉬며] 왜요?
뭐, 차고 나니까 아쉬워요? [태진의 한숨]
아니면 이 마음이 막 '아' 이렇게 막 아려요?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에이씨, 박도경
(태진) 내가 너를 어떻게 해야 되냐?
어떻게 해야 되냐, 너를? [한숨]
[초인종이 울린다]
[옅은 한숨]
(덕이) 해영이 전화 왔었나?
- (덕이) 결혼식 같이 가자고 - 안 왔습니다
내일 해영이 사촌 동생 결혼식이야
자네 데리고 간다고 난리야
(덕이) 그거 팔푼이라 사귀면 다 결혼하는 줄 알아
안 그렇잖아, 요즘 것들은?
별짓 다 해도 결혼이랑은 별개잖아
우리 해영이 벌써 앞뒤 재지 않고 자네하고 결혼 생각해
자네, 재
그렇지?
해영이 좋아합니다
뒷말이 없잖아
'결혼하겠습니다'
[애잔한 음악]
[한숨 쉬며] 미안하네, 구식이라
(덕이) 집안 잔치에서 어른들한테 인사시키면 결혼하는 거야
그런 자리에서 인사하고 헤어졌다고 하면
결혼 깨진 거랑 같아
어른들한테는 그래
해영이가 그냥 가서 밥 한 끼 먹고 오자고 해도
자네는 그런 생각으로 오면 안 돼
죽었다 깨나도 우리 해영이하고 결혼하겠다 싶으면 내일 오고
아니면 오지 마
조금이라도 걸리는 거 있으면 오지 마
우리 해영이 벌써 결혼 한 번 깨졌고
그딴 식으로 또 깨지는 거 못 봐
[문이 달칵 여닫힌다]
[대문이 철컥 닫힌다] [풀벌레 울음]
(경수) 아, 뭐래?
(덕이) 저놈 아니야
[경수의 당황한 신음]
[휴대 전화 진동음]
- (도경) 어 - (해영) 왜 이렇게 늦게 받아요?
(도경) 씻었어
'씻었어' [쑥스러운 신음]
[새어 나오는 웃음]
(해영) 미안
내일 뭐 해요?
지방에 녹음 있어서 오후에나 오는데
어, 그래요?
나는 내일 사촌 여동생 결혼식이 있어서
저녁때 집에서 보자 맛있는 거 해 줄게
우와, 진짜? 요리도 할 줄 알아요? [발랄한 음악]
잘해, 결혼식에서 적당히 먹고 와
(해영) [웃으며] 알았어요
- 뭐 좋아하는데? - (해영) 다
(해영) 뭐, 특별히 좋아하고 싫어하고 그런 거 없어요
내일 술도 한잔할까?
(해영) 술 마신 지 되게 오래된 거 같아
열흘은 된 거 같아
내가 왜 그렇게 술을 마셔 댔는지 알았어
행복하지 않아서야
(해영) 요즘은 술을 안 마셔도 술 마신 것처럼 기분이 좋아
- (도경) 고맙다 - (해영) 음, 내가 더 고맙지
[해영의 옅은 웃음]
[문이 달칵 여닫힌다] [해영이 코를 훌쩍인다]
(해영) 어, 깜짝, 어유, 깜짝이야
어유, 안 자고 뭐 해?
[해영의 옅은 한숨]
신경 쓰지 마, 그 사람 결혼식 안 와
(해영) 어차피 못 왔어, 일 있대
[애잔한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다가오는 발걸음]
(수경) 나 찾았니? [익살스러운 음악]
[진상의 놀란 탄성] 준비됐니?
(진상) 아, 어, 아니, 아니, 그게...
- (수경) 키스할까? - 아, 그, 아니, 그, 그, 그
(진상) 그, 그래 가지고 뭐, 저기, 기웃댄 게 아니라
그런 거 아니야, 절대 그런 거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준비되면 말해
자신 없으면 포기하고
[휙 하는 효과음]
[진상의 힘겨운 숨소리]
아이, 뭘 준비해? [문소리가 달칵 난다]
어떻게 준비해?
이미 아닌데
[힘겨운 숨소리]
[한숨]
되겠냐고
(사진사) 자, 신부님, 높이 던져 주시면 됩니다
자, 던지세요!
[강조되는 효과음]
[카메라 셔터음] [경쾌한 음악]
나이스 캐치 [하객들이 환호한다]
[경수의 한숨]
(해영 조모) 쟤 또 결혼해?
(경수) 이제, 저기, 이제... 또는 아니고요
[경수의 헛기침]
아, 그때 안 했잖아요
(해영 조모) 그럼 그놈이랑 다시 하는 거야?
[경수의 헛기침] (정숙) 어머니
이따 제가 집에 가서 아주 소상히 말씀드릴게요
[정숙의 놀란 숨소리] [경수의 헛기침]
[정숙의 헛기침]
(하객) [작은 소리로] 쟤 또 결혼하는 거야?
(정숙) 아유, 이따 얘기해 줄게
(사진사) 자, 한 번 더 갈게요
자, 이번엔 이쁘게 살짝 살짝 던져 주시면 됩니다
자, 던지세요!
[카메라 셔터음]
[하객들의 환호와 박수]
[서희의 옅은 웃음]
[하객들이 수군댄다]
[경수의 헛기침]
아유, 짜, 난 뷔페만 먹으면 입이 짜
[해영의 권하는 신음] (덕이) 됐어
(해영) 나는 결혼식장에서 진짜 이쁜 신부를 못 본 거 같아
그냥 예의상 '이쁘다, 이쁘다' 그러는 거지
나중에 나 결혼할 때 누가 이쁘다 그래도
절대 속지 말아야지
[헛기침]
[마트가 시끌벅적하다]
(도경) 그냥 집에 있지 뭐 하러 따라 나와?
(진상) 집에는 그분이 계시잖니
(도경) 뜸 들이지 말고 빨리 결정해
어떻게 결정하든 누나나 나나 너 원망 안 해
(진상) 도경아, 넌 너희 누나랑 키스할 수 있겠니?
- (도경) 미쳤나, 씨 - 내 마음이 지금 그 마음이야
이제 이해 좀 되니?
(진상) 키스할 수 있는지 없는지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는데
아, 이미 답은 나온 거 같은데
그래도 어떻게든 뭔가 해 보기는 해 봐야 될 거 같은데
[한숨 쉬며] 진짜로 답이 안 보인다, 이거
[옅은 한숨]
(진상) 왜? 오해영 투한테 요리해 주게?
에이씨, 이름 똑바로 못 부르냐? 씨
아니, 이름이 같으니까
만난 순서대로 오해영 원, 오해영 투
미안해
미안하다고
(진상) 아니, 그리고 넌, 인마, 어?
여자한테 요리할 거면은
이 형한테 먼저 물어봤어야지
이딴 걸 왜 사니? 이딴 걸?
[익살스러운 음악] 내가 또
스탠퍼드 여성 요리학과 나왔잖니, 어?
자, 남자가 여자한테 요리해 줄 때는 메뉴가 중요한 게 아니야
무조건 요리하는 액션이 멋져 보이는 메뉴로 골라야 되는 거지, 어?
예를 들어서 이 후추 그라인더
아, 이렇게 싹싹 돌리는 거 요거, 착착 이거
요 액션에 또 여자들이 뻑뻑 간단 말이야, 어?
또, 어, 레몬즙 짤 때 한 손으로
레몬 한 손으로 쥐고 꽉 짤 때
이, 팔의 근육하고 힘줄 쫀쫀하게 나오는 거
이거에 또 여자들이 뻑 간다, 어?
소금 뿌리는 거?
씁, 아, 이거는 요즘 약간 식상해
괜히 따라 한다고 욕먹을 수도 있고
그러니까 이 레몬즙 짜는 거랑
후추 그라인더 쓸 수 있는 메뉴로 골라야 되는 거지
그래서 언제나 정답은
[손가락을 딱 튕기며] 파스타라는 거!
[진상의 웃음] (도경) 해영이 한식 좋아해
나 방금 봤니?
여자 얘기 할 때 엄청 신나 하는 거?
나 왜 이렇게 안됐니?
(도경) 야
누나 멜론 좋아해
너 나 먹이니?
(진상) 집에 간장 있더라
(수경) 나 찾았니? [익살스러운 음악]
[진상의 헛기침]
- (수경) 준비됐니? - (진상) 아니...
- (수경) 키스할까? - (진상) 아이, 저...
[수경의 힘주는 신음]
준비되면 말해!
[수경의 힘겨운 신음]
(수경) 비켜!
[진상의 힘겨운 숨소리]
[진상의 괴로운 신음]
[진상의 힘겨운 신음]
(해영) 어유, 비주얼은 일단 합격
응? 각 안 나오네
- (도경) 그냥 먹어 - 어, 있어 봐요
(해영) 아, 나도 원래 이런 거 잘 안 찍는데
그쪽이 해 준 밥 처음 얻어먹는 건데 기념으로 남겨 둬야지
[설레는 음악]
[놀라며] 됐다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응, 잘 나왔어
[도경의 옅은 웃음] - 먹어 - (해영) 응
(해영) 쓰읍, 어디
오... 제대로인데?
[도경이 피식 웃는다] 국물도 따로 냈나 봐
씁, 대단한걸?
[해영의 헛기침]
[해영이 입바람을 후 분다]
[해영이 손뼉을 짝짝 친다]
[도경이 피식 웃는다] 못하는 게 뭐예요?
닭살 돋는 거 못 하죠?
내 볼 꼬집고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이런 거 못 하지? 그렇지?
이따가 해 줄게
빨리 먹자 [해영의 설레는 웃음]
천천히 먹어
(해영) 먹는 거 이쁘다는 말 오늘은 안 해 주나?
시켜서 들으면 기분 좋나?
이뻐
[도경의 옅은 웃음] [해영의 탄성]
(해영) 오해영 오늘 계 탔다!
[해영과 도경의 웃음]
(진상) [한숨 쉬며] 누나
24시간 지났다, 가라
아, 누나, 좀
(수경) 알았잖아
너랑 나는 키스도 힘들다는 거
근데 한 이불 덮고 부부 생활을 어떻게 하겠니?
안 되는 거야! [진상의 한숨]
미적거리지 말고 깨끗하게 나가
아, 어떻게 깨끗하게 나가?
(진상) 깨끗하게가 돼? 애가 있는데?
괜찮아, 부담 갖지 마
(수경) 네 책임만은 아니잖아
[진상의 한숨] 애는 내가 잘 키울게
그리고 내가 이민 가기 전까지는 여기 오지 마라
누나는 나랑 키스할 수 있어?
[애잔한 음악]
할 수 있어
(진상) 진짜?
할 수 있어
[한숨]
[설레는 음악] (진상) 저기, 저기, 저기...
덮치기 없기
(수경) 아, 아, 아, 알았다
[진상의 긴장한 숨소리] 진상아
[수경의 당황한 신음]
[어색한 웃음]
[다가오는 발걸음]
- (도경) 자 - (해영) 응
(해영) 짠
고3 때 어떤 남자애가 나한테 쓴 편지인데
이거 되게 귀엽다?
오늘 편지 정리하다 발견했는데 얘 되게 귀여워
- (해영) 들어 봐요 - 나 고등학생 질투 안 한다
들어 봐요
'하굣길에 소리 내어 엉엉 울며 가는 너를 봤다'
[잔잔한 음악] '우는 널 보며 내 마음은 덩달아 무너졌다'
(해영) '위로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우는 널 방해할 수 없었다'
'난 그냥 네 뒤를 졸졸 따라갔다'
'행여 울다 쓰러지면'
'널 안아 줘야 했으니까'
(도경) 이거 뭐, 어떤 놈이야? [해영의 웃음]
(해영) '무슨 일일까? 무슨 일인데 저렇게 통곡을 할까?'
'장국영이 죽어서라고 했을 때'
'난 내 사랑하는 여자를 울리는'
'국영이 형이 미웠고 국영이 형이 부러웠고'
'국영이 형이 되고 싶었다'
(도경) 도경이 형이 좀 보자 한다고 해라
[해영의 옅은 웃음]
(해영) '집에 들어와 장국영 사진을 다 찢어 버렸다'
'난 분노했다' [도경이 피식 웃는다]
귀엽지?
왜? 귀여운데?
(해영) 뭔데?
(오해영) 고등학교 때 너한테 왔던 연애편지
[감성적인 음악]
(오해영) 읽어 보자마자 너한테 갔어야 되는 편지라는 걸 알았지만
주기 싫었어
[피식 웃으며] 주기 싫었어
(덕이) 괜찮아! 공부가 뭐 대수라고
(오해영) 따뜻한 부모님 사랑 속에서 평온하게 살아온 너한테
한 남자애의 애정까지 보태 주기 싫었어
뺏기는 기분이었어
살면서 모든 편지를 다 버렸지만 이것만은 버리지 못했어
내 게 아니었으니까
[옅은 한숨]
'언젠가 웃으면서 이 편지를 돌려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너를 부러워했다고 고백할 수 있을 정도로 내가 괜찮아지면'
'이 편지를 돌려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날이 오길 바라면서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거 같아
괜찮아지지는 않았지만 지금 돌려줘야 될 거 같아
돌려주고 괜찮아져야 될 거 같아
나 해 보려고
가 보려고
이 편지가 네 손에 들어가는 데 13년이나 걸렸다
[살짝 웃으며] 미안해
그 편지 쓴 남자애한테도 미안하네
(해영) 난 내가 그 애를 붙들고 산다고 생각했다
그 애는 날 붙들고 살았다고 한다
그걸 안 지금 난 행복한가?
위로가 되는가?
왜 우울한 걸까?
나쁜 년, 잘 먹고 잘 살아라! [현관문이 쾅 열린다]
(해영) 어쩌면 그때 우리 집 창문에 돌을 던졌던 남자애도
[도어 록 작동음] (해영) 야!
(해영) 정말 나를 좋아했던 건 아니었을까?
(희란) 어
- 이강용? - (해영) 응, 이강용
[희란의 옅은 신음] (해영) 7반 아니면 8반이었던 거 같은데
어, 여기 있다
걔 사진 좀 찍어서 보내 봐
(희란) 어
[휴대 전화 조작음]
[휴대 전화 조작음]
[유쾌한 음악]
- (도경) 봐 봐 - 아니야, 안 봐도 돼
- (도경) 봐 봐, 어떤 놈인지 - 아, 됐어, 안 봐도 돼
- (도경) 줘 봐, 보게 - 아, 봐서 뭐 하게?
(해영)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 (도경) 줘, 봐 봐 - (해영) 하지 마 [해영의 웃음]
[휴대 전화 진동음] (해영) 안 봐도 돼, 잠깐만,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
[휴대 전화 조작음] 어, 왜?
- (덕이) 어디야? - (해영) 희란이네
(해영) 어, 나 오늘 자고 갈 거야
진짜 희란이네야
바꿔 봐, 희란이
바꿔 봐, 희란이
(해영) 아씨...
내가 나이가 몇인데 일찍 들어오라 마라야?
줘 버렸으면서 왜 그래? 이 사람보고 나 가지라며?
내가 지금 거기 가?
끌려 나오기 전에 들어와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종료음] [휴대 전화 조작음]
[TV에서 방송이 흘러나온다]
[현관문이 쾅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발을 쿵쿵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해영) 통금 시간만 지키게 하면 장땡인 줄 알지?
[TV 리모컨 작동음] 일찍 들어오게 한다고 할 짓 못 하는 줄 알아?
[경수의 당황한 신음] 대낮에도 다 해!
[해영과 경수의 놀란 신음] (덕이) 연애를 하려면 좀 조용히 하든가!
[해영의 못마땅한 신음] 세상 사람이 다 알게 칠렐레팔렐레
쓸개 빠진 년
너 그놈 집에 들락거리면서 밥해 주는 거 걸리는 날엔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해영) 차려 준 밥 먹고 왔어
(덕이) 왜 그놈이 차려 주는 밥을 먹어?
만나다 말 놈이 차려 주는 밥을 왜 처먹어?
집구석에 밥이 없어?
만나다 말 사이인지 아닌지 엄마가 어떻게 알아?
저기, 하, 하지 마, 응?
(경수) 씁, 에이, 저기... [경수의 난감한 신음]
내가 그놈한테 그랬어
죽었다 깨나도 너랑 결혼할 맘 있으면 서희 결혼식에 오고
아니면 오지 말라고
안 왔잖아, 그놈!
[애잔한 음악]
(경수) 아, 일이 있었겄지 [덕이의 한숨]
[경수의 헛기침] (덕이) 너 이미 사돈의 팔촌까지 소문 다 났어
더는 안 돼
그런 줄 알고 만나려면 조용히 만나
(경수) 씁, 아이, 저...
아이, 저, 저...
[문이 드르륵 여닫힌다] [경수가 혀를 쯧 찬다]
[해영이 훌쩍인다]
[해영이 계속 훌쩍인다]
(해영) 그런 얘긴 뭐 하러 해!
왜 사람 부담 주고 그래?
결혼 안 해도 된다고!
안 할 건데 잔치에는 왜 데리고 와?
오늘 결혼식장에서 엄마 아빠 불쌍할까 봐 그랬어
(해영) 나 가지고 수군대는 거 뻔히 알면서
아무 말 못 하고 고개 숙이고 있을까 봐 그랬어!
[흐느끼며] 그 사람 오면 고개 숙이고 있지 않았어도 됐잖아!
[문이 쾅 닫힌다]
[울먹이는 신음]
[휴대 전화 벨 소리]
[떨리는 목소리로] 여보세요
목소리 왜 그래?
울었어
왜? [해영이 훌쩍인다]
(해영) 그냥 엄마한테 맞았어
희란이네라고 뻥쳤다고
아씨, 맨날 때려, 내가 나이가 몇인데
[서러운 신음]
[해영이 계속 흐느낀다]
울지 마 [애잔한 음악]
울지 마
엄마가 또 째려봐, 끊으래
이따 전화할게
[휴대 전화 조작음]
[흐느낀다]
[통화 종료음]
(해영) 죽는 순간에
이 타이밍을 돌아본다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아끼지 말고 가자
[진상의 힘겨운 신음]
[진상의 힘겨운 신음]
[진상의 힘겨운 숨소리] [수경의 힘겨운 신음]
[수경과 진상의 힘겨운 숨소리] [뼈가 우두둑거린다]
[진상과 수경의 힘겨운 신음]
[수경과 진상의 한숨]
[뼈가 우두둑거린다] [진상의 힘겨운 한숨]
[수경의 힘겨운 숨소리]
[수경의 힘겨운 신음] (진상) 어, 누나, 어, 괜찮아?
(수경) 아, 됐다, 그만해라
[수경의 힘겨운 숨소리] [진상의 옅은 한숨]
(진상) 누나, 진짜 미안해
내가 수없이 많은 여자들이랑 키스해 봤지만
[답답한 한숨]
아, 솔직히 진짜 누나랑은...
(수경) 알았다
가라
애썼다 [진상의 속상한 숨소리]
아, 근데 내 애인데 어떻게 그냥 가냐고
[잔잔한 음악]
[수경의 힘겨운 숨소리]
[수경의 지친 한숨]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덕이의 힘겨운 신음]
[기계 작동음]
춤만 춰 봐 [비장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현관문이 철컥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현관문이 철컥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발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한숨]
- (희란) 여기 피처 하나 더 주세요 - (주인) 예
(희란) 아유
동네에 이런 치킨집이 다 있었네?
대낮에 웬 치맥?
[해영의 옅은 한숨] 세상 다 가진 것처럼 신나 하더니 그새 또?
난 왜 맨날 사랑만 하면 비굴해지는 거 같을까?
발로 차일 때까지 사랑하자고 했는데
(해영) 더 많이 좋아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 마음이 또 안 그러네 - (희란) 아직도 그 얘기니?
(희란) 아유...
난 솔직히
박도경이 너랑 당연히 결혼할 거라고 생각한 네가 더 이해 안 가
그런 건 괜찮은 사람인가 아닌가
좀 더 사귀어 보고 판단해야 되는 거 아니니?
사랑의 감정은 한 번에 뭉텅이로 훅 들어오지
그렇게 쪼개 쪼개 순차적으로 들어오지 않지 않나?
'손잡고 싶다, 이제 자고 싶다 이제 결혼하고 싶다'
그렇게 단계별로 밟아 가지 않던데, 난?
(해영) 사랑하는 순간 이미 머릿속으로는
같이 뒹굴고 결혼 생활 하고 있어 나만 그래?
(희란) 어, 너만 그래
응, 그렇구나? [헛웃음]
[옅은 한숨] [휴대 전화 진동음]
- (희란) 왜 안 받아? - 나도 한번 튕겨 보려고
[기가 찬 웃음]
[안내 음성]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
[도경의 한숨]
[무거운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지야의 놀란 숨소리]
(지야) 너 혹시...
[지야의 놀란 숨소리]
아, 신경 쓰지 마
사채야? [지야의 당황한 신음]
얘 나랑 하루 이틀 거래한 애 아니고
(지야) 아, 괜히 그러는 거야
아, 나, 나 이자 밀려도 한 번도 뭐라고 그러는 애 아니야
금방 풀어 줄 거야
신경 쓰지 마
그거 막으려고 딴 데서 돈 끌어다 쓸 생각 하지 말고 그냥 둬
[당황한 신음]
걱정 마, 엄마가 해결해, 응?
괜찮다고, 그냥 두라고
[문이 달칵 여닫힌다]
[깡통이 데구루루 굴러간다]
[깡통을 툭 찬다]
[깡통이 데구루루 굴러간다]
[옅은 한숨]
[깡통을 툭 찬다]
[감성적인 음악]
(해영) 어려서 학교 끝나고 깡통 차면서 집에 오다 보면
깡통에 정이 들어 그냥 두고 집에 못 들어갔어
[깡통이 데구루루 굴러간다]
'그냥 깡통이다, 깡통일 뿐이다' 그러고 들어갔다가도
다시 나와서 [한숨]
[깡통을 툭 차며] 주워 들고 들어갔어
(도경) 이뻤다
왜 전화 안 받아?
- (해영) 화나서 - 왜?
(해영) 우리 서로 대따 좋아 죽는 줄 알았는데 나 혼자만 대따인 거 같아서
100만큼 좋은 건 아니다 89만큼 좋은 거다
그런 거면 말해요 내가 89로 맞춰 줄게
그쪽도 100인 줄 알았는데 89로 느껴질 때마다 내가...
좀 기분이 그래
그러니까 맞춰 줄게, 말해
(도경) 100이야
그쪽이 말하는 100이랑 내가 말하는 100이랑 다른 거 같다
(도경) 진짜 100이야
[옅은 웃음]
화났다고 나 다시 '그쪽' 된 거야?
- (해영) 가요 - 한번 안고 헤어지자
그냥 헤어지면 기운 빠질 거 같아
나도 화날 거 같아
(해영) 가요
[도어 록 조작음]
[현관문이 철컥 열린다]
[문소리가 철컥 난다]
다 뺏겨 줄게
완전히 망해 줄게
팔 하나 달라면 줄게
다리 하나 내놓으라면 내놓을게
살려만 줘라
(태진) 들어와, 거기 CCTV 찍혀
[문이 달칵 닫힌다]
[태진의 한숨]
[도경의 아파하는 신음] [무거운 음악]
[태진의 깊은 한숨]
[숨을 내쉰다] [태진의 힘겨운 신음]
(태진) 어느 햇살 좋은 날
내가 아끼는 양복을 쫙 빼입고 걸어가고 있었는데
아이, 갑자기 어떤 새끼가 이유 없이 무르팍을 빡! 까는 거야
[태진의 아파하는 신음]
그래서 물어봤어 '대체 왜 그러십니까?'
근데 이 새끼가 뭐라는 줄 알아?
[어이없는 웃음]
실수였대
아니, 사람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어 놓고 실수였대
근데 이게 끝이 아니야
가만 보니까 이 새끼가 내가 아끼던 그 양복을 입고 있네?
실수로 무르팍 걷어차
양복까지 뺏어
너라면 이 상황에서 어떡하겠냐?
[침을 꿀꺽 삼킨다]
살려만 줘라
[도경의 힘겨운 신음]
[도경을 주먹으로 퍽 친다] [도경의 힘겨운 신음]
[거친 숨소리]
[도경의 힘겨운 신음]
[훌쩍인다]
[해영이 훌쩍인다]
[통화 연결음]
[달칵 소리가 새어 나온다]
미안해
잠이 안 와
화나
보고 싶어
(해영) 와
[울먹이며] 와, 이건 89여도 와야 되는 거야
와
못 가
너 70이었니?
[애잔한 음악]
(도경) 나는 죽기 직전
그녀를 마음껏 사랑하지 못했다는 걸 후회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선택했고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이렇게 죽으면
이 순간을 후회하겠지
솔직하지 못해서
솔직할 수 없어서
그녀를 오해하게 하고 마음 아프게 한 이 순간들을
한태진 그가 솔직하지 못한 말로 그녀를 힘들게 했던 것처럼
나도 지금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건가?
지금 솔직하게 다 말해야 하는 건가?
나는 죽을지도 모른다고
(도경) 내가 솔직하게 다 말해도
우린 여전히 지금처럼 행복할 수 있을까?
내가 죽는다는 걸 알아도
그녀는 지금처럼 내 앞에서
계속 웃어 줄 수 있을까?
[떨리는 목소리로] 누가 이래 놨어?
누가 이래 놨어!
[흐느낀다]
[해영이 계속 흐느낀다]
(도경) 이 정도 맞을 거 몰랐어?
난 알고 있었는데
[해영이 훌쩍인다]
[애잔한 음악]
내가 한 짓에 비하면 뭐...
망해 주고 맞아 주고 다 해야지
[도경의 옅은 웃음]
괜찮아
행여나 그놈 찾아가는 짓은 하지 마라
[계속 훌쩍인다]
결혼식에 못 가서 미안해
사정이 있었어
(도경) 죽기 전에
널 떠나는 일은 없어
89 아니야
100이야
[흐느낀다]
(해영) 태진 씨 마음의 상처가 아물었으면 좋겠습니다
[힘겨운 한숨] 우리 모두 마음이 편했으면 좋겠습니다
[떨리는 숨소리] [한숨]
[울먹이며] 아무도 마음 아픈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태진 씨도 나도
그 사람도
[흐느낀다]
(도경) 아직은 그녀가 웃는 모습을 더 보고 싶고
그녀가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직은 더
[심장 박동 효과음]
[달려오는 자동차 엔진음]
[심장 박동 효과음]
[달려오는 자동차 엔진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심장 박동 효과음]
[애틋한 음악]
[자동차 엔진 가속음]
[심장 박동 효과음]
[자동차 엔진 가속음]
[심장 박동 효과음]
(순택) 그냥 그 여자한테 솔직하게 다 말해
한태진이라는 사람이 열받아서 날 죽이려고 하는데 어떡하면 좋겠냐
(태진) 녹음실 건물은 오늘내일 압류될 겁니다
(진상) 한태진 이거 덩치에 안 맞게 쪼잔하게 플레이하네?
(해영) 아, 이거 함부로 설레도 되나요?
(수경) 이제 그만 집에 가라
(지야) 어디 가서 굿을 하든가 해야지 [오해영과 해영의 놀란 탄성]
뭔 놈의 오해영들이 이렇게 꼬여? 어유!
(순택 선배) 마음 편히 먹고 가 봐
나도 자네 끝이 궁금하다
.또! 오해영↲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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