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판사 4
(가온) 강요한이 버려진 아이였다고요?
그래도 이삭이라는 형만은 강요한한테 잘해 줬다면서요
둘 사이도 좋았고, 아닌가요?
요한 도련님이 화재 사건의 생존자라는 얘기는
(영옥) 들어 보셨나요?
네
(영옥) 회장님이 돌아가신 지 겨우 한 달 만의 일입니다
그 사건으로 이삭 도련님이 돌아가셨고요
(피디) 오, 판사님!
오늘 진짜 최고였습니다!
시민 제보로 그, 반전 빡 일어날 때
야, 그때 순간 시청률 어, 데이터 뽑아 놨지?
- (피디) 그러니까… - (진주) 아유, 피디님
(진주) 혈압 오르겠어요
[피디의 웃음]
부장님 저 어제 합의서 들어왔을 때
다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부끄럽습니다, 판사로서
(요한) 부끄럽다니요
고개 들어요
우린 팀입니다
알죠? [잔잔한 음악]
(진주) 네, 부장님
(피디) '우린 팀입니다'
카,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완벽해, 어? [카메라 작동음]
방금 것도 찍었습니다
(영상 속 요한) 우린 팀입니다
(피디) 잘했어, 내 새끼 [영상 속 요한이 말한다]
(스태프1) 시청률 대박!
(피디) 가자, 가자! [함께 웃는다]
[씩씩거린다]
(영민) 너…
[영민의 답답한 신음]
(재경) 너무 걱정 말아 영민아, 응?
(영민) 아니, 지금 이거 어떻게 되는 거야, 응?
나 100년, 200년 때려 먹고 감옥 가는 거냐고
아이씨, 이 정도 일로
감히 법무부 장관 아들을 자기가 건드릴 수 있을 거 같아?
그 미친 판사 새끼가 지금 그런 거 신경 쓸 거 같아?
지금 평민들한테 박수 받으려고 환장한 새끼잖아
[재경의 한숨] (재경) 방법이 있을 거야, 방법이
다음 재판까진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그러니까 진정해, 영민아 제발, 응?
내가 엄마한테 전화해 볼게
야, 전화기!
[한숨]
(영민) 아유, 씨!
[영민이 씩씩거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요한) 오, 이거 참 의외네요, 장관님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요한) 그 말은 아드님께 물으셔야 될 거 같은데요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한 겁니까? 그 수많은 사람들한테
(경희) 그 아이도 나름 힘든 일을 겪은 애예요
순간 분을 못 참아서 그런 거지
천성이 나쁜 애는 아닙니다
검사 시절에도 그런 변명을 들어 주셨을지
궁금해지는데요, 장관님
(경희) 이거 봐요, 강 판사
(요한) 끊겠습니다
[책상을 탁 치며] 만납시다
(경희) 잠깐이면 됩니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경희) 와 줘서 고마워요
(요한) 아, 이거 누가 봐도 부적절한 만남 아닙니까?
무슨 용건이신지
(경희) 어떻게 하면 됩니까?
(요한) 뭘 말입니까?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내 아들을 놔주겠냐고요
아드님은 법의 심판을 받고 있을 뿐입니다만
거짓말하지 마
(경희) 처음부터 날 목표로 내 아들을 추적한 거잖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내게 원하는 게 뭐야?
(경희) 정의니 뭐니 뻔한 소리 하지 말고
힘이지? 권력
대중의 인기를 끌려고 이러고 있는 거잖아
내가 더 큰 먹잇감을 주면 어때?
재벌? 대통령?
19년 전 유망한 젊은 정치인을 수사한 적 있으시죠?
뇌물 수수로
- 그게 무슨… - (요한) 그때 장관님은
[무거운 음악] (요한) 그 정치인이 돈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수사를 해서 유죄를 만들어 냈어요
대단한 솜씨였죠
지시한 사람들도 다들 인정할 만큼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도덕성이 트레이드마크였던 그 양반
결국 자살했어요
중학생인 외동아들을 남겨 둔 채
(요한) 씁, 장관님
승승장구 달려온 19년 동안 그때 그 일
생각해 본 적 없으십니까 단 한 번이라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건 적법한 수사였어
(요한) 적법한 수사는 무슨
제 조건은 이겁니다
그 사건의 진실을 언론에 고백하십시오
그렇게 하시고 나면 아드님은 놔드리겠습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자동차 시동음]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야
(요한) 그렇지?
감사합니다
[차분한 음악]
[차 문이 달칵 여닫힌다]
[자동차 시동음]
[비밀스러운 음악]
[문을 철컥 연다]
나가
[엘리야의 떨리는 숨소리]
(가온) 미안
(엘리야) 나가!
[엘리야의 떨리는 숨소리]
[엘리야가 흐느낀다]
(요한) 집사
[AI 음성] 네, 주인님
(요한) 배고픈데 오늘 뭐 먹을 거 있어?
[AI 음성] 조리할 재료로는
(요한) 요리할 거 말고 그냥 간단히 데워 먹을 거
[AI 음성] 피자하고 소고기덮밥 있습니다
소고기덮밥 좋네
[AI 음성] 냉동실에 있습니다
(요한) 엘리야는 저녁 먹었나?
[AI 음성] 네 소고기덮밥 먹었습니다
[전자레인지 조작음]
(요한) 나랑 입맛이 비슷한가?
[전자레인지 알림음]
[요한이 후룩 먹는다]
(가온) 매일 그렇게 혼자 먹는 겁니까?
어, 같이 먹으면 뭐가 달라지나?
(가온) 이렇게 큰 집에 아무도 없이 혼자?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해로운 게 인간이거든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요한) 뭐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
아닙니다
(엘리야) 웬일이야?
(영옥) 무슨 말씀이십니까?
맛있더라, 토스트
(엘리야) 웬일로 그런 걸 해 놨어?
전 방금 출근했습니다만
(엘리야) 어?
[엘리야의 의아한 신음] (가온) 입맛에 맞았다니까 다행이네
[잔잔한 음악]
아, 진짜, 뭘 봐
(김 비서) 아무래도 그분 도움을 받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경희) 누구? 그 늙은이?
(김 비서) 네
(경희) 이 판국에 지금 그게 무슨 소용이야
(김 비서) 장관님
이 폭동 전야 같은 대한민국에서
최근 신뢰도 90%를 넘긴 곳이 딱 두 군데가 있습니다
[무거운 음악] (경희) '사회적 책임 재단'
씁, 돈 나눠 준다는데 싫어할 놈들 없지
거지 근성하고는
(김 비서) 또 한 군데는 시범 재판부입니다
이런 개돼지들 같으니라고
(김 비서) 외람됩니다만
현재 저희 검찰 신뢰도는 12%입니다
[한숨]
[서류를 사락 넘긴다]
[휴대전화 진동음]
[숨을 씁 들이켠다]
네, 장관님
아, 어쩌죠?
(선아) 지금 명상 중이셔서 아무 연락도 안 받으시는데
다음에 다시 연락 주시겠어요?
네?
아…
그러면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 제가 전해 드릴게요
네, 알죠
그게 엄마 마음이죠
왜 모르겠어요
[한숨]
네 [무거운 음악]
장관님, 바로잡아요, 우리 같이
네
아, 귀 아파
아유, 1절만 하지, 좀, 쯧
[숨을 씁 들이켠다]
아무래도 우리 좀 만나야 되겠다, 판사님
(가온) 다쳤니?
미안해
[가온의 힘주는 신음]
[입바람을 후 분다] [고양이 울음]
(엘리야) 의외네
너 말고
걔 낯선 사람들한테 절대 안 가는데
이래 봬도 나 길냥이들한테 인기 최고야
(가온)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거지, 그렇지?
(엘리야) 웃기시네
둔한 녀석은 잘 못 알아봐
뭐? [가온의 옅은 웃음]
고양이 말이야, 고양이
걔도 길냥이야
얘도?
(가온) 오, 진짜 비싸 보이는데?
(엘리야) 요한이 주워 왔어
안 어울리게 저런 건 자꾸 주워 온단 말이야
왜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너 설마 TV에서 떠드는 것처럼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엘리야) '약자를 사랑하는 정의의 사도'
'우리의 강요한 판사님'
아닌가?
하, 역시 바보구나, 너
[고양이 울음]
(엘리야) 얘 먹이를 매일 주는데도 쥐를 잡아 와
왜 그럴 것 같아?
- (가온) 글쎄 - 재밌으니까
(엘리야) 그냥 재미로 그러는 거야
심심해서
요한이 어떻게 이 집 주인이 됐다고 생각해?
[의미심장한 음악]
그게 무슨 소리야?
(엘리야) 난
그것만 생각해
매일
(가온) 어, 수현아
10년 전 그 화재 사건 수사했던 분을 좀 만날 수 있나?
어, 그게… [문이 달칵 열린다]
(요한) 뭐야, 중요한 전화라도 하고 있었나?
(가온) 하, 남의 방에 들어올 땐
보통 노크라는 걸 하는 거 아닙니까?
잊고 있나 본데 여긴 내 집이야, 응?
(요한)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지?
(가온) 그, 며칠만 안정을 좀 취하다 가겠습니다
어지러울 때가 있어 가지고
[가온의 힘주는 신음] (요한) 집 안은 잘 돌아다니는 것 같던데
뭐, 궁금한 거나
찾고 싶은 거라도 있는 건가?
남의 일에 그렇게 관심 많은 편이 아니라서요
(요한) 오, 그래?
뭐 그렇다 치고 옷이나 좀 고를까?
갑자기 옷요?
나랑 같이 갈 데가 좀 있어서 말이야
따라와
이거 어때?
(요한) 그리고 보타이
셔츠는 아래쪽
이거
이건 왜…
이제부터는 나와 같은 시간에 살아야 되니까
[흥미로운 음악]
뭘 기다리지?
내가 입혀 줘야 되나?
(가온) 혼자 입을 수 있습니다
[헛기침]
뭐?
하, 별…
상처는 아물었네
이것도요?
(요한) 입어
의외로 잘 어울리네, 의외로
누구와는 달리 젊으니까요
누구와는 달리
뭐?
(엘리야) 어이, 아저씨
(요한) '아저씨'?
(가온) 엘리야, 밥 먹었어?
[헛웃음]
어디가 아저씨야
[리드미컬한 음악]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운전할 줄 알지?
(가온) 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요한) 뭐 해? 안 타고
[요한이 안전띠를 달칵 잠근다]
[자동차 시동음]
(직원1) 오셨습니까?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여자1) 안녕하세요, 판사님
(여자2) 안녕하세요, 판사님 [여자1의 탄성]
[여자들의 웃음] - (여자1) 아, 진짜 멋지다 - (여자3) 안녕하세요
- (여자4) 진짜 멋지다 - (여자5) 안녕하세요
(남자1) 아, 판사님
(요한) 잠시만
[헛기침]
(선아) 처음 뵙겠습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회적 책임 재단에서 서정학 이사장님 모시고 있는
정선아라고 해요
반갑습니다, 김가온입니다
네 [향미의 웃음]
(향미) 어머, 어쩜!
배우 하셔도 되겠어요, 판사님
[상숙의 웃음] (가온) 감사합니다
(향미) 데뷔하시죠 저희 방송국에서 모실게요
(상숙) 판사님 놀라시겠다
[상숙과 향미의 웃음] (향미) 시범 재판 저희 방송국에서 중계하고 있잖아요
아, 네
(선아) 아, 이분은 사람미디어그룹
박두만 회장님 사모님이시고요
민보그룹 민용식 회장님 사모님이세요
(상숙) 상숙 킴
(향미) 피향미
[향미와 상숙의 웃음] (가온) 김가온입니다
[상숙이 호응한다] (향미) 요즘 완전히 스타시던데
우리 셀카나 한번 같이 찍을까요?
(상숙) 아, 굿, 굿
[여자들이 저마다 말한다]
(향미) 어, 그래그래, 모여, 모여
자, 여신들, 포즈, 하트 [상숙의 웃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오케이
하트, 오케이
[여자들의 웃음]
(향미) 이, 헤어를 이마를 조금 더 드러내면
훨씬 더 스타일리시해 보일 거 같지 않아?
(상숙) 아니야, 워낙 얼굴 디자인이 잘 빠져 가지고 [향미의 탄성]
오히려 이 옷 말이야
[상숙이 말한다] (향미) 그래그래, 좀 올드하다 이거 어디 거야?
(상숙) 할아버지 거 같다 잠깐 벗어 봐요
- (향미) 잠깐만, 이거 어디 거야? - (상숙) 잠깐만 벗어 봐요
(상숙) 잠깐 벗어 봐 아이, 잠깐만 벗어 봐, 내가…
- (상숙) 좀 벗어 봐요 - (요한)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사람들의 웃음]
(요한) 이 친구 오늘 인사드릴 분들이 많아서
잠시 빌려 가겠습니다
(향미) 네
바이 [여자들이 인사한다]
[향미의 웃음]
(향미) 완전히 애인데? 응?
(상숙) 강요한이 밑에서 배겨 낼 수 있을까 몰라
[여자들의 웃음] - (향미) 귀엽다 - (상숙) 그렇지?
(향미) 좋아, 그렇지?
음, 보호자가 오셨네?
(가온) 필요 없습니다 보호자 따윈
(요한) 암사자 떼에 포위된 새끼 사슴 같던데?
- (가온) 제가 왜 새끼… - (요한) 오셨습니까?
(두만) 아유, 눈부셔 이게 누구야?
[어두운 음악] 아유, 강 판사
[두만의 웃음]
일로 앉아요
아유, 요즘 꽃미남 판사님들 덕분에
우리 방송국이 먹고살아요
박두만입니다
(용식) 광고 판매가 쏠쏠한 모양입니다
(두만) 쏠쏠하지, 아이, 쏠쏠하지
그래야지 기부도 더 많이 할 거 아닙니까
천박하긴
(두만) 지금 나한테 씨불이고 있는 이 사람은 민보그룹이라고
응, 요만한 점방인데 거기 민용식 회장
(가온) 김가온입니다
요즘 유명하신 김 판사님이군요
(용식) 공부 모임에 좀 나오시죠
공부 모임이시라면
나라 걱정하는 모임이죠
(용식) 재계, 정계, 학계의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세상 흐름에 대한 공부도 하고
석학들 모셔서 강연도 듣고
뭐, 그러고 놀고들 있습니다
(두만) 아유, 나같이 무식한 응? 장사꾼은
머리에 쥐만 나던데 말이야 [요한과 두만의 웃음]
(용식) 우리 박 회장 자기가 무식한 줄도 알고
똑똑하네
[두만의 웃음]
(두만) 어?
대통령님!
(중세) 까불고 있네
(요한) [가온을 툭 치며] 가자
(두만) 나도 절로 가야지 [두만의 웃음]
(선아) 꿈터전 사업에 참여해 주신
영예로운 기부자분들을 모시겠습니다
먼저 1억 원을 기부해 주신 분들
[차분한 음악]
[사람들의 박수]
다음은 10억 원을 기부해 주신 분들
일어나 주시겠어요?
[사람들이 대화한다]
자, 그리고 정말 큰 사랑이죠
100억 원을 내놓으신 분이 계십니다
어디 계신가요?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서정학 이사장님을 모시겠습니다
인!
국난을 극복한 힘은
(정학) 결국 '어질 인' 이 한 글자예요
사람이라면 마땅히 가지고 있는 인간의 본성!
'맹자' 공손추 편에 나오는 사단의 으뜸!
측은지심
[사람들의 웃음] [무거운 음악]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야!
그 마음이 우리 재단의 근본임을 [사람들의 웃음]
잊으면 안 돼!
[사람들의 웃음] [박수 소리가 들려온다]
(향미) 어쩜 이렇게 잘해
포도 줄게 일로 와, 포도 하나 먹어 봐
(두만) 이사장님은 기부 좀 했을까?
(상숙) 몰라
[정학의 피곤한 신음]
(두만) 아유, 오셨다
[사람들의 환호성] (향미) 오, 이사장님
오, 역시
연설 너무 좋았어
[정학의 한숨]
(중세) 선생님, 오늘 말씀도 정말 감명 깊었습니다
'측은지심'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우리가 국민을 측은히 여겨야 나라가 잘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꿈터전 사업
제가 제 영과 육을 바쳐서
팍팍팍, 팍팍! 막 밀어드리겠습니다, 예 [정학의 웃음]
- (정학) 고맙습니다, 대통령님 - (중세) 아이, 천만에요
(용식) 대통령님, 오늘은 어째 완전 다른 분 같으십니다
(중세) 왜요?
나야 원래 자나 깨나
♪ 앉으나 서나 ♪
[중세의 웃음]
사랑하고 존경하는 우리 국민 여러분들을 위해서
나라 걱정뿐인데?
[용식과 중세의 웃음]
(두만) 자, 자, 나라 걱정은 밥 먹고 합시다
이제 밥 줘!
[향미의 웃음]
[사람들이 대화한다]
(가온) 감사합니다
(선아) 고맙습니다
(연정) 감사합니다
(용식) 씁, 자, 드시죠
[당황한 신음]
[직원2의 놀란 신음] (정학) 아유
(직원2) 죄, 죄송합니다
(정학) 천천히 하세요, 네
(향미) 음, 맛있는데?
(정학) 천천히 하세요, 괜찮습니다
천천히
[긴장되는 음악]
천천히
[선아의 헛기침]
(선아) 이사장님
(정학) 아, 왜?
죄송합니다 급한 연락이 와 있습니다
그래?
[정학의 웃음]
(정학) 먼저 실례 좀 하겠소이다
[정학의 웃음]
드세요
[한숨]
[떨리는 숨소리]
(정학) 저기, 그게 말이죠
[정학의 비명]
[선아의 아파하는 신음]
아이씨
[당황한 신음]
(정학)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이, 이 늙은 몸뚱어리가 아, 아직도 죄를 짓고
영감 [선아의 한숨]
(정학) 아, 예
[정학의 힘주는 신음]
(선아) 너는 대체 단 한 시간을 조신하게 못 있니?
아, 진짜 어떡하지, 이거?
(정학)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학의 가쁜 숨소리]
참회
(정학) 참회
참회!
참회! 참회!
참회! 참회!
[힘겨운 숨소리]
네가 누구지?
전 개새끼입니다
(선아) 아유, 무슨 말씀을
노벨 평화상 후보에도 오른 빈민 운동가시잖아
아닙니다, 전 그냥 개입니다
국가 원로이신 대철학자께서 웬 겸손을 떨고 지랄?
아, 아, 아닙니다 전 평생 세상을 속이고
(정학) 더러운 육욕을 채워 온 그냥 개쓰레기입니다
저기요
(선아) 대통령도 무시 못 하는 숨은 실세 서 선생 아니세요?
전 제 헛된 이름 뒤에 숨어서 힘없는 여인들을 더럽혀 온…
[정학의 당황한 신음]
(정학)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죽여 주십시오
(선아) 영감
네
자기가 착각하는 게 있어
(선아) 개가 사람을 문다고
사람이
더럽혀
지겠니?
개 따위가 감히?
어?
맞습니다
(정학) 그렇습니다
[선아의 한숨]
(선아) 참회하자
이번엔 한 달쯤으로 하지, 뭐
또 나라를 위한 금식 기도 중이라고 해 둘게
예
아팠니?
(두만) 근데 강 판사님
재판 아주 시원하게 잘하시데요, 응?
[두만의 웃음]
우린 그냥 감개무량할 뿐이에요
10년 전에 그 큰일을 당하시고도 이렇게 훌륭하게 대성을 하셨어
[사람들의 웃음]
(요한) 아유, 별말씀을요 다 덕분입니다
(중세) 그래, 강 판사 볼 때마다 짠한 게 있어
특히 우린 진짜 그렇지
[중세의 옅은 웃음] [연정이 호응한다]
(두만) 음, 그런데 이번 재판 끝나고 나서 주변에서
나 말고, 주변에서 걱정들을 많이 하데?
(용식) 그렇지 않아도 민심이 흉흉한데
굳이 뭐, 그 정도 일로 이렇게 요란하게
[두만의 웃음]
(연정) 영민이 우리 애 동창이라 저도 잘 아는데
어릴 땐 참 예쁘고 착했는데
안됐어요
(가온) 죄송합니다만
지금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서 말씀하시면…
[중세의 웃음] (두만) 그러니까 '사법 독립 침해다'
지금 그런 얘기 하는 거 아니에요
나라가 지금 이 지경인데
나라 걱정부터 해야 되는 거 아니야?
[향미의 웃음] (용식) 재단 이사분들 불만이 많습니다
'시범 재판이 당초 취지대로 되는 거 맞냐'
'자꾸 서민들 자극해서 무슨 일이라도 나면'
'강요한 판사님이 책임이라도 질 거냐'
(가온) 이보세요 지금 무슨 말씀들을 하시는 거예…
[가온의 당황한 신음]
[가온의 놀란 신음]
(중세) 똥오줌 못 가리네, 저 친구
[사람들의 웃음]
꼭 차경희라야 되는 겁니까?
[긴장되는 음악]
(용식) 아니, 그게 무슨…
[요한의 한숨]
(요한) 다들 잘 아시지 않습니까
차경희는 적도 많고 흠도 많은 사람입니다
그래도 여러분들의 재산 지켜 줄 사람이
꼭 차경희여야 되는 겁니까?
[중세의 웃음]
- (연정) 여보 - (중세) 잠깐, 잠깐만
아, 잠깐만
(중세) 씁, 와, 강 판사 진짜 강력하다
못 당하겠다 완전히 창의적인 또라이야
[사람들의 웃음]
[요한의 웃음] 창조적인 미친놈이야
[중세의 웃음]
맞아, 그래
꼭 차경희일 필요가 없지
차기 대권 말이야, 그렇죠?
서민들한테 인기 많고
스토리 확실히 탄탄한 그런 인물
시대에는 그런 애들이 요즘에 먹힌다고
내가 그러다가 대통령까지 된 거 아니야, 그래서!
[사람들의 웃음]
(두만) 장사꾼 입장에서야
살아남는 놈한테 베팅하면 낫긴 합니다
누가 살아남을진 모르겠지만
[향미의 웃음]
(중세) '살아남는 놈'?
아니, 박 회장님 그렇게 얘기하시면
듣는 놈 너무 기분 나쁜 놈 만드는
그런 놈 되는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의 웃음]
아, 나 라임 된 거 같아 '놈', '놈', '놈'
야, 랩 해도 되겠는데?
(용식) 랩 해도 되겠는데, 어? [사람들의 웃음]
(중세) 여기 진짜 라임 있어, 라임!
[사람들의 웃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중세가 말한다]
[한숨]
[한숨]
[물이 솨 흘러나온다]
[수도꼭지를 탁 잠근다]
[물기를 탁탁 턴다]
[한숨]
[문이 탁 닫힌다]
(선아) 속이 좀 안 좋으신가 보다
정 이사님
(선아) 여기서 본 강 판사님 모습 낯설지 않으세요?
아, 무슨 말씀이시죠?
저야 이사장님 심부름이나 하는 처지지만
(선아) 어쩔 수 없이 보고 듣게 되는 것들이 있어서요
바깥세상에 알려진 그분 이미지하고는 영 달라서
저한테 해 주실 말씀 있으십니까?
아휴
(가온) 비밀 보장은 해 드리겠습니다
10년 전 성당 화재 사고는 알고 계시죠?
네
(선아) 언론에 보도는 안 됐는데 실은 그날 거기서
강 판사님 형님분이 저희 재단에
전 재산을 기부하기로 하는 협약식 행사가 열리고 있었어요
강이삭 씨가요?
(선아) 하필 그날 큰불이 나 버린 거죠
낡은 건물이라 다 무너지고 사람 매몰되고
강이삭 씨 부부도 그때 돌아가셨어요
[차분한 음악] 근데 기적적으로 발견된 강 판사님이
퇴원 후에 제일 처음 한 일이
뭐였죠?
형님이 하신 기부 약정 취소시키셨어요
'형이 신경 쇠약으로 의사 능력이 없었다'
진단서까지 제출해서
[헛웃음]
(선아) 그게 일반적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일까요?
형과 형수가 그렇게 비참하게 돌아가신 직후에?
전 시범 재판 볼 때마다 자꾸만 그 생각이 나서
가슴이 좀 먹먹해져서요
표정이 왜 그래?
[요한의 옅은 웃음]
귀도 어두워졌나?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경적]
[요한의 웃음]
[자동차 경적] (가온) 뭐 하는 겁니까, 지금?
[요한의 웃음]
(요한) 그러게 대답을 하지 그랬어, 어?
왜?
세상의 진짜 모습을 보니까 실망스러운가?
부자들의 진짜 모습이겠죠
[요한의 옅은 웃음]
(요한) 가난한 자들이라고 다를 거 같아?
인간은 평등해
탐욕 앞에선
[한숨]
(영상 속 앵커) 검찰은 아직도 이영민 씨의 폭행 사건에 대한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고 있습니다
[성난 숨소리] 공정성을 내세운 시범 재판에서
현직 법무부 장관 자제에 대한
봐주기가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차경희 법무부 장관 측에서는 아무런 의사 표현이 없으며
(경희) 꺼
(영상 속 앵커) 조만간 어떤 입장을…
[시위자들이 구호를 외친다]
(시위자1) 법무부 장관 사퇴하라!
(시위자들) 사퇴하라, 사퇴하라!
(시위자1) 이영민을 처벌하라!
(시위자들) 처벌하라, 처벌하라!
(시위자1) 법무부 장관 사퇴하라!
(시위자들) 사퇴하라, 사퇴하라! [비밀스러운 음악]
(시위자1) 이영민을 처벌하라!
- (시위자2) 사퇴하라! - (시위자3) 사퇴하라!
(시위자2) 사퇴하라! 법무부 장관은 물러가라!
[직원들이 저지한다] 법무부 장관은 물러가라!
- (시위자3) 물러가라! - (시위자2) 놔, 놔, 놔!
(시위자3) 법무부 장관은 물러가라!
(시위자2) 법무부 장관은 물러가라!
- (시위자3) 물러가라! - (시위자2) 놔!
(시위자2) 법무부 장관은 물러가라! 놔!
[시위자들이 구호를 외친다]
미친 새끼들
(경희) 뭐요?
알겠습니다
[경희의 한숨]
(김 비서) 저기, 재단에서 뭐라고 합니까?
이런 능구렁이 같은 놈들
알아서 하라고 발을 빼는 분위기야
(김 비서) 아, 큰일입니다, 장관님
(요한) 제 조건은 이겁니다
그 사건의 진실을 언론에 고백하십시오
그렇게 하시고 나면 아드님은 놔드리겠습니다
(재경) 도대체 강요한이 뭘 요구한 거야?
만나 준 거 보면 뭔가 바라는 게 있는 거잖아
그냥 우리 회사 다 팔아서 넘겨줘도 좋으니까
영민이 지킵시다
애가 저렇게 된 것도 다 우리 책임이잖아
어릴 때부터 애 혼자 내버려 놓고
우리 둘 다 밖으로만 나돌았잖아
애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도 모르고
[흐느끼며] 애가 약 먹었던 날 기억해?
그냥 죽어 버리겠다고
(경희) 그 얘긴 또 왜 꺼내는 거야!
나 정말로 그거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여보
(재경) 돈이고 지위고 뭐가 중요해
우리 새끼 지킵시다
[한숨] 응?
쟤 감옥 들어가면 하루도 못 견뎌
아유, 아유, 불쌍한 것
그래, 자식보다 귀한 게 어디 있겠어
[숨을 씁 들이켠다]
(경희) 여보
영민이 내가 구해 낼게
내가 희생해서라도
(진주) 아, 벌써 내일 재판이네
뭐, 별일 없겠지?
[휴대전화 진동음] (인석) 어?
(진주) 왜, 왜?
차경희 장관 긴급 기자 회견 있다는데요?
(진주) 뭐?
(TV 속 경희) 국민 여러분 [TV 속 카메라 셔터음]
저는 오늘 한없이 죄스러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 못난 자식의 불찰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이 사죄드립니다
모두 자식을 잘못 가르친 제 불찰이고 잘못입니다
[긴장되는 음악]
(경희) 검찰은 오늘 이영민 피고인에 대해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상습 폭행으로 죄명도 변경하고
추가로 밝혀진 범죄 사실도 모두 포함시켰습니다
뭐야?
(재경) 저게 무슨 소리야?
(TV 속 경희) 내일 법정에서 엄정한 처벌이 내려지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영민) 엄, 엄마, 엄마
감히 용서를 구하진 않겠습니다 [요한의 탄성]
정치적 야심이 모성애를 이긴 건가?
아, 아빠 이, 이게 아닌 거잖아요, 응?
[재경의 당황한 신음] 아, 나랑, 나랑 얘기했던 거랑 다른 거잖아
- (재경) 영민아 - (영민) 이, 이게 아닌 거잖아
(영민) 저게 뭐예요, 저게
[영민의 힘겨운 신음] (재경) 영민아, 진정해 영민아, 어?
왜, 왜, 왜, 왜?
[영민의 고통스러운 신음] 머리, 머리 아파? 어?
약, 약, 약, 약
[재경의 당황한 신음]
[영민이 흐느낀다]
자, 자, 약 먹어
(TV 속 경희) 죄를 지은 자 그 누구든
[영민의 가쁜 숨소리] (재경) 숨 쉬어
(TV 속 경희)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는
제 소신엔 변함이 없습니다
그것이 제가 꿈꾸는 대한민국입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희생 없이 얻는 영광은 없어
[통화 연결음]
어, 수현아
[무거운 음악]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변호사) 피고인은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다만 피고인에게도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음을
알아주십시오
(요한) 어떠한 사정이 있습니까, 변호인?
(변호사) 피고인은 어려서부터
유난히 예민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습니다
이맘때 아이들은 누구나
부모 사랑을 듬뿍 받으며 크는 거 아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안 그런 애들이 있겠습니까
(변호사) 그렇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피고인은
피고인의 부모를 이 사회에 양보해야만 했습니다
모친은 공직자로서 부친은 산업 역군으로서
이 나라를 위해 봉사하느라
피고인 곁에 있어 주지를 못했던 겁니다
(요한) 저런, 많이 힘들었겠군요
(재경) 저기, 강 판사
아, 재판장님
이 모든 게 다 모자란 부모의 불찰입니다
제발 선처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변호사) 그렇습니다 그래서 피고인은 그 큰 집에서
가정부와 함께 외롭게 컸습니다
(요한) 정확히 하자면 가정부 두 명, 요리사 한 명
정원사 한 명이네요
뭐, 중요한 건 아니지만
(변호사) 아, 네
게다가 피고인은 어려서부터 몇 번이나
가정부들이 집 안 물건을 좀도둑질하는 것을 봐야 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피고인에게 피해 강박과 공격성이 형성된 이유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명한 아동 심리학자들과
정신과 의사들이 작성한 소견서를 제출하니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참조해 주십시오
(방청객1) 가짜인 거 같은데
(수현) 힘드시죠?
아, 힘들긴요
형사질이 훨씬 힘들었지
(박 형사) 윤 형사님이 더 잘 아실 텐데
(수현) [웃으며] 네
(박 형사) 아, 근데 그 옛날 일은 왜 새삼스럽게?
(가온) 법원도 별수가 없어요
(박 형사) 네?
아, 대법원에서 난리예요
우리 부장님 홍보할 거리 좀 찾아오라고
(가온)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이거죠
(박 형사) 아휴, 쯧쯧쯧쯧
거기도 막내는 고생이네요
하긴 '끔찍한 화재 현장에서 살아 돌아온 생존자'
먹히는 얘기긴 하지
(수현) 그, 성당이었다면서요?
예
부친 때부터 다니던 데였나 봐요
근데 알아보니까 그날 미사 있는 날도 아니더라고요
무슨 기부 행사였던 것 같은데
(수현) 참석자 파악도 안 되어 있는 것 같고
(박 형사) 씁, 글쎄
그게 홍보랑은 무슨 상관이오?
(가온) 아, 그냥 미담거리 없나 해서요
인터뷰 딸 일이 있을 수도 있고
그나저나
화재 원인은 끝내 안 밝혀졌다면서요
네
그게 옛날 초등학교를 개조한 성당이라
그, 목조 건물이었거든
(박 형사) 근데 뭐 홀랑 다 타 버리고 무너져서
남은 게 있어야지
쯧, 담뱃불이 커튼에라도 옮겨붙은 건지
아니면 뭐가 합선된 건지
강요한 판사 진술은 들으신 거죠?
(수현) 혹시 뭐 본 거 없다고 하던가요?
아이, 뭐, 병실에는 한번 가 봤지
근데 별로 기억하는 게 없으시더라고
(박 형사) 그러지 않겠어?
지붕이 무너지고 깔려서 생난리가 났는데
아!
그러고 보니 오늘도 강 판사님 재판 중계한다며
저거나 좀 보고 합시다
[박 형사의 다급한 탄성]
(TV 속 변호사) 물론 그렇다고 해서
피고인의 잘못이 모두 정당화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 아닙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아이가 삐뚤어졌다고 해서
무조건 이 아이를 그 사회와 격리하는 것이 능사일까요?
(재경) 예, 우리 아들은 아직 어리고
사회 경험이 전혀 없어서
아무것도 모르고 한 짓입니다
(변호사) 부모가 미처 보살피지 못한 아이입니다
사랑의 매 한번 맞지 못했겠군요?
그렇습니다
(변호사) 한 아이들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성장기에 부모의 사랑과 훈육을 받지 못한
이 피고인의 일탈을
우리가 좀 더 넉넉한 마음으로 품어 줄 수는 없는 걸까요?
아휴, 영민아!
(재경) [흐느끼며] 불쌍한 우리 아들
이 아비가 미안하다, 응?
(변호사) 사실 이런 건으로 피고인을 장기간 교도소에 가둔다
[재경이 훌쩍인다] 감정적인 포퓰리즘 아니고 이게 뭐겠습니까?
하긴 교도소도 공짜는 아니죠
(변호사) 그렇습니다 그게 다 국민의 혈세입니다
이런 건 그냥 피해자들한테 충분히 금전적으로
보상이나 하도록 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아니 할 말로
이 사람 하나 감옥에 가둔다고 해서
피해자들한테 쌀이 나옵니까? 밥이 나옵니까?
다들 먹고살기 힘든 세상 아닙니까
명변론이네요
(요한) 잘 들었습니다, 변호인
(변호사) 다소 지나쳤다면 죄송합니다, 재판장님
아, 아닙니다
(요한) 논리적이에요 아주 논리적인 변론입니다
저도 공감합니다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변호인의 주장을 듣다 보니
이번 사건에 가장 잘 맞는 합리적인 처벌이 있긴 합니다
국민의 혈세 부담도 없고
피고인을 장기간 사회와 격리시키지도 않으면서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잘못에 합당한 고통만을 가하고 끝내는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형벌
[요한의 옅은 웃음]
태형입니다
[강렬한 음악] 네?
(남자2) 태형?
[놀란 탄성]
[박 형사의 환호성과 웃음]
[박 형사의 탄성]
[박 형사가 감탄한다] (TV 속 요한) 변호인 말씀대로
부모의 사랑과 훈육을 받지 못한 피고인에게
우리 사회가 사랑의 매를 드는 것입니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 태형? - (스태프2) 태형?
- (피디) 야, 야 - (스태프3) 네?
(피디) 태형 자료 좀 검색해서 띄워 봐 [스태프3이 대답한다]
(변호사) 이, 이건 말, 말도 안 됩니다
21세기에 사람을 묶어 놓고 때리다니요
그건 너무 야만적입니다
(요한) 그건 지금도 이 형벌을 시행하고 있는
많은 훌륭한 나라들에 대한 모독인 것 같은데요
게다가 바로 여기 피고인의 모친
차경희 법무부 장관께서 추진하시는
법질서 강화 특별법에 근거도 하고 있고 말이죠
안 그렇습니까?
(경희) 이런 미친 새끼!
재, 재판장님
(영민) 제가 그, 사과드리겠습니다, 예
죄송합니다, 재판장님
제가 그, 피해자분들한테 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자랐습니다
제가,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저 한 번만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
[방청객들이 야유한다] 제가 진짜 죄송합니다, 예
[영민의 긴장한 신음] (요한) 자, 그럼 국민 여러분의 뜻을 한번 여쭤볼까요?
어떻습니까?
이것이 피고인에 대한 합당한 형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재판장님
(시위자4) 이영민을 처벌하라!
[흥미진진한 음악] (시위자들) 처벌하라, 처벌하라!
(시위자4) 법무부 장관 사퇴하라!
(종업원) 전 눌렀어요
(지훈) 나도
잘되겠지?
[성난 숨소리]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영민의 짜증 섞인 신음]
[영민이 책상을 탕탕 친다]
(영민) 아이씨, 너희들은 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응? [방청객들이 술렁인다]
[영민의 성난 신음]
[무거운 음악] (재경) 야, 야, 영민아, 진정해
(영민) 놔!
(재경) 영민아! 영민아
(영민) 너희들은 뭐가 그렇게 대단한데
너희들은 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너희들은 나랑 뭐가 달라? 응?
너희들은 그렇게 깨끗해? 응?
영민아
(영민) 이게, 씨
이게,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응?
(피디) 1번 카메라
이영민 잘 잡아 봐, 응?
계속 팔로우해 [스태프4가 대답한다]
3번 카메라
저, 이영민 아버지 바스트로 잡고
내가 너희들보다 못한 게 뭐야?
(영민) 내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너희들도 똑같잖아, 응?
너, 응, 응?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너, 너, 너
너, 너, 너 다…
나랑 다른 게 뭔데?
(방청객2) 아유! 나, 이씨
그런 너희들이 뭔데, 씨!
날 판단해
(영민) 내가 사과한다고 했잖아
내가 잘못했다고 내가 그렇게까지
내가…
판, 판사, 판사님
제가 무릎 꿇고 제가 판사님 앞에서 사과드리겠습니다
제가 진짜 잘못했습니다, 판사님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재판장님 진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살려 주십시오, 재판장님!
제가 진짜 잘못했으니까 한 번만 용서해 주시고
그냥 좀 놔주십시오, 제발
[흐느낀다]
제가 진짜 잘못했습니다
판사님,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요한) 본 재판부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피고인에게 태형
삼십 대를 선고합니다
판, 판사님
(요한) 피고인이 행한 여러 범행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최소한의 인도적인 처벌이라고 봅니다
국민의 뜻에 따라 이루어진 처벌인 만큼
그 집행 또한 온 국민이 지켜볼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하는 것이 합당할 것입니다
형 집행을 담당하는 법무부는 유념해 주십시오
[방청객들의 환호성과 박수]
[박 형사의 탄성]
(박 형사) 역시 화끈하시네
저런 개망나니들은 그냥 개 패듯이 패는 게 맞는데, 어?
저런 분이 대통령이 돼야 되는데 말이야
쓰레기들 그냥 아주 싹 다 쓸어버리게
[박 형사의 웃음]
강 판사가 퇴원한 후에
(가온) 형이 했던 기부 약정을
취소한 건 알고 계십니까?
(박 형사) 이 양반이 무슨 엉뚱한 소릴…
(가온) 아, 엉뚱하다?
범행 동기가 될 수 있는 일을
엉뚱하다?
뭐야? 당신
미쳤어?
(박 형사) 지금 저 양반 음해하는 거야?
당신 그러다 돌 맞아 죽어!
이 개같은 세상에 강 판사님 보는 맛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수현) 그만하시죠
일단 가자
아, 박 형사님
이 가게 어떻게 차리셨죠?
어떻게는 어떻게야 퇴직금으로 차렸지
희한하네요
제가 알아본 바로는 빚이 많으셨던데
도박 빚
(수현) 원인 불명으로 사건 종결하고
두 달 만에 갑자기 퇴직
도박 빚은 없어지고 목 좋은 곳에 가게 오픈
퇴직금이 엄청나셨나 봐요?
박 형사님
[문이 달칵 열린다]
[차분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한숨]
(김 비서) 장관님, 힘드시겠지만
형 집행장에 사인해 주셔야 됩니다
[한숨]
이제 와서 물러서시면
[문이 철컥 열린다]
[흐느낀다]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영민) 저, 저, 저, 저
저, 저, 저…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재경) [흐느끼며] 영민아!
[영민의 긴장한 신음] 영민아!
- (영민) 아, 아, 아빠 - (교도관1) 진정하시죠
[영민의 겁먹은 신음]
(영민) 잠깐, 잠깐, 잠깐만
[재경이 흐느낀다]
[떨리는 숨소리]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교도관2) 형 집행하겠습니다
시작하시죠
(영민) 잠시, 잠시만
[겁먹은 신음]
[아파하는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사람들의 놀란 탄성]
[고통스러운 신음]
(재경) 여, 영민아!
[영민의 비명] [사람들의 놀란 탄성]
[고통스러운 신음]
(직원3) 회장님, 어? 회장님 [재경의 힘겨운 신음]
회장님!
회장님! [카메라 셔터음]
[영민의 비명]
[남자들의 환호성]
[남자들의 환호성]
[교도관2의 한숨]
뭐, 다음 주로 속행할까요?
네, 충분히 치료하고 다시 하시죠
[못마땅한 신음]
[한숨]
[남자들의 환호성] (남자들) ♪ 동해물과 백두산… ♪
[한숨]
만족합니까?
(요한) 만족 못 할 이유는 또 뭐지?
이게 무슨 잔인한 짓입니까?
잔인?
(요한) 난 국민 다수의 뜻을 따랐을 뿐이야
그게 민주주의 아닌가?
위선 떨지 마
(가온) 당신 그냥 재미로 이러는 거잖아
당신은 그냥 냉혹한 괴물이야
재미로 사냥하고 방해되면 제거하고
형도
당신 형도 그래서 죽인 거야? [무거운 음악]
(요한) 다시 말해 봐
형도 죽인 거냐고
다시 말해 봐
당신을
(가온) 그렇게 아끼고 사랑했던 형을 [요한의 성난 숨소리]
다시 말해 봐
다시 말해 봐!
[가온의 힘겨운 신음]
[가온이 콜록거린다]
잔인?
(요한) [버럭 하며] 잔인?
진짜 잔인이 뭔 줄 알아?
[웃음]
[요한의 거친 숨소리]
[거친 숨소리]
[종소리가 울린다]
(요한) 아버지란 인간이 죽고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성]
형은 전 재산을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했어
[카메라 셔터 효과음]
[사람들이 축하한다]
[카메라 셔터 효과음]
[카메라 셔터 효과음]
재단은 형의 기부에 감동이라도 한 것처럼
성당에서 성대한 파티를 열어 줬지
(정학) 정말 어려운 결정 해 주셨습니다
아닙니다, 이사님
존경합니다
(두만) 쉬운 일이 아닌데
(경희) 나눔과 비움, 사랑의 실천
이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입니까, 그렇죠?
어머나, 아유, 얘 네가 엘리야구나
아유, 귀여워라
얘, 너희 아버지가 얼마나 훌륭한 분인 줄 아니?
성자나 다름없으신 분이야
아, 그, 성자라니요, 아유
(경희) 너무 대단하세요, 정말
(중세) [놀라며] 이게 사람이야, 요정이야
왜, 왜 이렇게 예뻐요? [중세의 웃음]
야, 너 아저씨 회사랑 계약할래? 어?
(연정) 애한테 왜 그래, 어머…
(중세) 야, 야, 야!
이리 와 봐!
(희진) 어, 뛰지 말고
(중세) 야!
쟤…
왜 나왔어?
가자
삼촌도 금방 들어갈 테니까
(요한) 먼저 들어가서 아빠 옆에 있어, 알았지?
삼촌도 빨리 와야 돼
(요한) 응
(중세) 야!
[연정의 웃음]
[연정의 탄성] 너 계약하러 오냐, 요놈아
[중세의 힘주는 신음]
- (중세) 너무 예쁘네요, 진짜 - (연정) 너무 이쁘게 생겼다
[차분한 피아노 연주]
(연정) [작은 목소리로] 저게 얼마래?
(중세) [작은 목소리로] 몰라, 뭐 어마어마하겠지, 뭐
(향미) 하라는 것도 많고 정말 유난스럽네요
(두만) 두어 시간 후면 재단에 수백억이 들어와요
조금만 참아요
(신부1) 강이삭 이삭과
유희진 세실리아가 바치는 이 봉헌을
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기꺼이 받아 주시도록 기도합시다
(신도들) 아멘
(신부2) 그리스도의 몸
(희진) 엘리야 봤어?
(신부2) 그리스도의 몸
그리스도의 몸
그리스도의 몸
그리스도의 몸
그리스도의 몸
그리스도의 몸
[신부3의 비명] [무거운 음악]
[놀란 숨소리]
엄마!
[사람들의 비명]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경희) 여보, 여보, 여보!
[재경의 힘겨운 신음]
엄마!
[사람들의 비명] [어두운 음악]
[희진의 다급한 신음]
[사람들의 비명]
[폭발음]
[희진의 당황한 신음] - (이삭) 엘리야! - (희진) 엘리야!
- (희진) 엘리야! - (이삭) 엘리야!
(경희) 비켜, 비켜, 비키랬지
비켜… [경희의 비명]
[어린 엘리야의 울음]
[경희의 힘겨운 신음] 저 미친 새끼, 저
[가쁜 숨소리]
(어린 엘리야) [울먹이며] 엄마, 엄마
너 뭐야? [유리창이 쨍그랑 깨진다]
[경희의 비명]
(어린 엘리야) 엄마, 엄마, 엄마…
[어린 엘리야의 울음]
엄마!
- 엘리야! - (어린 엘리야) 엄마!
(희진) 엘리야!
엘리야
- (희진) 엘리야 - (이삭) 엄마랑 아빠랑 가자
(중세) 아, 진짜!
비켜!
죽을 거야?
[가쁜 숨소리]
[차분한 음악]
[거친 숨소리]
(이삭) 요한아
[어린 엘리야의 비명]
[무거운 음악]
(이삭) [힘겨운 목소리로] 엘리야
엘리야…
[요한의 힘주는 신음]
엘리야… [요한의 힘주는 신음]
[이삭의 힘겨운 신음]
요한아
가
가
내가 금방 다시 올게
[다가오는 발걸음]
(요한) 형
[소방관의 놀란 신음]
[요한의 힘겨운 신음]
[힘겨운 목소리로] 뭐 하는 거야?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소방관의 다급한 신음]
(요한) 뭐야
형
[차분한 음악]
[사이렌이 울린다]
(기자1) 어? 누가 나온다!
저, 한 말씀만 해 주시죠
(기자2) 지금 심정이 어떠십니까?
(남자3) 시장님 오십니다!
(시장) 아이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시장의 멋쩍은 신음]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미안합니다
(가온) 제가 지나쳤습니다
[요한의 떨리는 숨소리] [감성적인 음악]
[한숨]
아, 역시 인간들이란
쯧,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단 말이야
(가온) 사냥꾼은 철저히 자기 냄새를 숨기죠
때가 무르익을 그날까지
(선아) 재밌겠다
(요한) 난 내 앞을 막아서는 것들을 치우는 데
아무런 망설임이 없어
(선아) 숙제를 한번 내는 거죠 강요한한테
(요한) 차경희 뒤에 누가 있는지 알아봐야겠어
몸통부터 치자
(가온) 이 세상 아무도 이해 못 해도
전 이해합니다
그 감정만큼은
분노
(요한) 선택하지
내 앞을 막아설지, 내 곁에 설지
.악마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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