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판사 3
(요한) 이걸 찾는 건가?
(가온) 역시 알고 있었네요?
대체 왜 이런 일들을 하는 겁니까?
(요한) 왜 이런 일들을 하는 거냐고?
네
할 수 있으니까
네?
가능성은 마약과도 같은 거야
[삐 소리가 울린다]
(가온) 피해요!
[삐 소리가 울린다]
(엘리야) 죽었어?
아니
(엘리야) 요한이 죽인 거야?
(요한) 아니라니까
[가온의 옅은 신음]
(엘리야) 뭐야, 안 죽었잖아
진짜 재미없어
(요한) 뭐가 재미없어, 재미없긴
[요한의 한숨]
[가온의 힘겨운 숨소리]
어디입니까? 여기
(요한) 천국은 아니야
[힘겨운 신음]
나라면 무리하지 않겠어
[가온의 힘겨운 숨소리]
[문이 달칵 닫힌다] [긴장되는 음악]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무전 소리가 흘러나온다]
판사실 폭발물 테러 사건으로 전국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기자1) 강요한 판사의 신변 안전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기자2) 경찰은 해당 사건을 접수하고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해
대법원 내 CCTV와 출입 명부를 확보했다고 전했습니다
- (기자3) 강요한이다! - (기자2) 강요한, 강요한이다
[기자들이 소란스럽다]
(기자4) 어? 나온다, 나온다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기자5) 강 판사님 부상이 심하십니까?
(기자6) 현재 상태 어떻습니까?
(기자7) 몸은 괜찮으십니까?
(기자5) 강 판사님 무사하십니까?
국민 여러분께서 걱정해 주신 덕분입니다
(기자5) 부상은 심하지 않으시고요?
견딜 만합니다
(기자2) 아, 누구의 소행입니까?
아직 밝혀진 바 없습니다
(기자1) 시범 재판에 불만을 품은
다른 세력의 테러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죠
(기자2) 재판은 일단 중지되는 겁니까?
국민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요한) 누군가가 바짝 겁을 먹은 것 같은데
비겁한 테러 따위로 국민의 심판을 멈출 순 없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재판은 예정대로 진행될 겁니다
그럼 이 재판은 어떤 사건입니까?
약자에 대한 갑질과 폭행을 반복한
권력층 자제에 대한 재판입니다
(요한) 피고인은 중원 F&B 이영민 부사장입니다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기자2) 이영민 부사장이라면
혹시 차경희 법무부 장관 자제 아닙니까?
(경희) 지금 뭐라는 거야?
(TV 속 요한) 네, 맞습니다
(TV 속 기자2) 현직 법무부 장관 자제를
공개 법정에 세우시면
검찰 조직이 가만히 있을까요?
(TV 속 요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합니다
저한텐 누구든 똑같은 피고인일 뿐입니다
[경희의 성난 숨소리]
(경희) 강요한 이 새끼
[책상을 쿵 친다]
(TV 속 기자2) 그래도 여러 가지 저항이 있을 거 같은데요
똥개가 짖어 대도 기차는 갑니다
(경희) 똥개?
[TV 속 기자들의 박수와 환호성]
(TV 속 기자2) 판사님 응원하겠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사람들의 환호성]
영민아
(김 비서) 장관님
장관님
[기자들이 저마다 말한다]
[수현의 가쁜 숨소리]
(수현) 저 경찰입니다
판사님!
저, 김가온 판사 무사합니까?
누구신지
이번 사건 맡게 된 광수대 윤수현입니다
(요한) 그러시군요
잘 부탁합니다
김가온 판사 무사합니까?
(요한) 네, 무사합니다
김 판사하고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신지
혹시 사귀는 사이?
아닙니다, 친구입니다
김 판사한테 형사 친구분이 있을 줄 몰랐군요
가온이 지금 어디 있습니까?
죄송합니다만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네?
(요한) 지금 김 판사는 안전이 최우선이에요
후속 공격이 있을 수도 있으니
안전한 곳에서 치료에 전념하는 게 낫습니다
(수현) 저, 어디 있습니까? 만나게 해 주십시오
윤수현 경위
(수현) 죄송합니다, 판사님
범인이나 잡아 와요
김 판사는 내게 맡기고
[당황한 숨소리]
누구시죠?
[헛기침]
죄송합니다
왜 그렇게 놀라신 거죠?
요한 도련님이 아무 말씀 안 하시던가요?
무슨 말씀 말이시죠?
[헛기침]
(영옥) 그럼 저는 드릴 말씀 없습니다
드실 건 다시 가져오겠습니다
[가온의 힘겨운 숨소리]
'도련님'?
[헛웃음 치며] 부자들이란
[문이 탁 닫힌다]
[힘주는 신음]
[아파하는 신음]
[한숨]
[차분한 음악]
되게 오래되어 보이는데 얼마나 된 거야?
- (엘리야) 국보야, 그거 - 네? [가온의 놀란 신음]
[가온의 힘겨운 신음]
(엘리야) 뻥이야, 진짜 멍청하긴
들쑤시고 다니지 말고
자빠져 있어
(가온) 근데 넌 누군데 아까부터 반말이야?
[한숨]
엘리야
엘리? 그게 이름이야?
엘리야라고, 멍청아
(엘리야) 너 성경도 안 읽어 봤니?
(가온) 그래, 엘리야
엘리야 [헛기침]
근데 내가 너한테 뭐 잘못한 거라도 있니?
[의미심장한 음악] - (엘리야) 얼굴 - 뭐?
네 얼굴이 맘에 안 들어
감히
'감히'
아니, 남의 얼굴 갖고 지금 뭐라는…
(엘리야) 요한은 이딴 걸 왜 주워 온 거야
짝퉁을
잠깐만, 잠깐만!
(가온) 야
[한숨]
이 집 도대체 뭐지?
(영민) 아, 아빠, 나 어떡해, 응?
아이,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날 인민재판에 세워 그 미친 새끼가, 씨
(재경) 그러게 완전 미친놈이더구먼
무슨 판사가 그따위야?
걱정 마, 영민아
엄마가 다 막아 주실 거야
어디 제까짓 게 감히 우리 아들을
[성난 숨소리]
[한숨]
(영민) 아빠
내가 아빠한테 말 못 한 게 있는데
(재경) 응
그 강요한 미친 새끼
계획적으로 날 노리고 있는 거 같아
무슨 소리야?
아이, 그러니까 그게… [문이 탁 닫힌다]
영민아
(경희) 영민아
(재경) 응, 여보
[재경의 옅은 웃음]
아, 엄마
(경희) 너 이렇게 엄마 실망시킬 거야!
[영민의 떨리는 숨소리] 어?
[버럭 하며] 어?
(영민) 잘못했어요
(경희) 너 내 눈 똑바로 쳐다봐 봐
빨리, 어?
봐 봐, 빨리, 봐 봐
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아무 일도
알았어?
(영민) 응
[한숨]
[경희의 못마땅한 신음]
(재경) 저, 여보 정말 괜찮은 거지?
당신은 그동안 뭐 한 거야 애가 이 지경이 되도록
(재경) 아니, 문제 안 되게 다 잘 처리했는데
그, 딱 한 건이
아휴, 꼬이는 바람에
괜찮겠지?
[한숨 쉬며] 걱정하지 마
[의미심장한 음악]
그 재판 절대로 안 열려
가만 놔둘 겁니까?
어, 왔어요? [문이 탁 닫힌다]
오셨습니까, 장관님
(중세) 씁, 근데 그게 무슨 소리지?
가만 놔둘 거냐니, 누구를? [중세가 픽 웃는다]
(요한) 저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중세) 아, 벌써?
(요한) 제 직책상 아무래도 부적절한 만남 아니겠습니까
피고인 가족하고 접촉하는 거
개인적인 감정은 없습니다, 장관님
공은 공이고 사는 사 아니겠습니까
(경희) 나도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앞으로 내가 무슨 일을 하든
(선아) 강 판사님?
(요한) 정 이사님?
재단에서 전할 말이라도 들고 오셨습니까?
전할 말이야 많죠, 여기저기
(선아) 그나저나 괜찮으세요?
다치신 데는 없고요?
이번 테러 참 묘하던데요
(선아) 네?
(요한) 사람이 죽어 나갈 정도는 아닌데
무시할 수는 없을 정도 [긴장되는 음악]
절묘하게 딱 그만큼만 날렸더라고요
마치 누군가에게 경고라도 하는 것처럼
어머, 그거 참 묘하네요, 진짜로
제 상상력이 과한 건지도 모르죠
(선아) 하긴, 세상엔 경고를 잘 알아듣는 사람들이 있고
잘 못 알아듣고는 뒤늦게 후회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것 같기는 해요, 판사님
동감입니다
경고를 잘 못 알아듣는 사람들이 있죠, 세상에는
(선아) 재단 후원자분들이 걱정이 많으세요
꿈터전 사업 발표 직전인데
괜히 서민들을 자극하는 거 아닌가 하고요
죄송해요, 장관님
특권층 갑질
이런 거에 워낙 예민하잖아요, 여론이
그러니까
(중세) 이렇게 예민한 시기인데 단속을 잘하셨어야죠
자제분이 감정 컨트롤이 원래 잘 안되나?
업 앤드 다운이 심해요, 원래?
씁, 엄마가 너무 세서 그런가?
그래서 애가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막 너무…
우리 차 장관은 내가 전부터 얘기를 할까 했는데
진짜 눈빛이 사실 너무 좀 세, 너무 세
여자가 눈빛이 너무 센 거 그거 사실 안 좋아요, 별로
말씀이 너무 과하십니다
아, 일단 이번 시범 재판은 다른 사건으로
백만이 넘었던데요, 뭐
국민 청원
'우리 강요한 판사님을 공격한 배후를 밝혀 주세요'
무시무시하지 않아요?
(중세) 하루 만이라고 단 하루 만에 백만
강요한 잘못 건드렸다가는
진짜 폭동이라도 일어날 분위기라고
[숨을 들이켜며] 알겠습니다
(경희) 뭐, 정권 차원에서 부담이 된다면
제가 알아서 하지요
[옅은 신음]
지금 뭐 하는 겁니까?
[가온의 힘겨운 신음]
뭐 하는 거 같은데?
(가온) 제가 하겠습니다
(요한) 나도 하고 싶어서 하는 거 아니야
얌전히 있어
(가온) 제가 해도 된다고…
얌전히 있으라고
[의미심장한 음악]
(요한) 자, 일어나 봐
[요한의 힘주는 신음]
[가온의 힘겨운 신음] (요한) 괜찮아?
(가온) 예
[가온의 헛기침]
아까 그 아주머니는요?
누구? 유모?
(요한) 퇴근했어 [요한이 달그락거린다]
유모요?
이건 뭐지?
아, 철없던 시절에 한 겁니다
[코웃음 치며] 의외인데?
- (가온) 꼰대입니까? - 뭐?
(가온) 자기 맘대로 남 판단하는 거
꼰대들의 특징이죠
[가온의 아파하는 신음]
(가온) 진짜 아파, 씨
어린애들의 특징이지 엄살 부리는 거
뭐, 엄살…
[가온의 아파하는 신음]
(영상 속 진주) 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범 재판부 오진주 판사입니다
얼마 전 있었던 대법원 테러 사건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들께서 많은 걱정 하실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우리 강요한 재판장님께서는
이런 협박에 절대로 굴하시지 않을 것입니다
[울먹이며]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우리 강요한 재판장님은
아주 강하신 분이시거든요
그러니 강요한 판사님과 김가온 판사님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여러분이 많이 응원해 주셨…
(엘리야) 이 여자는 뭐야?
오 판사
(요한) 나랑 같이 일하는 판사인데
- 사귀어? - (요한) 뭔 소리야
(요한) 그게 아니라 내 배석 판사라서
- (엘리야) 사귀어? - 아니라니까, 어?
아, 그냥 오버가 심하고 눈물도 많고 그냥 그래
- (엘리야) 안 사귀어? - 어
진짜 안 사귀어?
(요한) 어
재미없어 [휠체어 잠금장치를 달칵 푼다]
[엘리야의 옅은 한숨]
저 방에 저거 왜 주워 왔어?
누구?
가온?
이름도 거지 같네
(엘리야) 빨리 내보내
왜, 신경 쓰이니?
빨리 안 내보내면 내가 죽여 버린다
그 다리로?
(요한) 네 다리로 걷게 되면 나부터 죽인다며
한 가지씩 하지 그래
차근차근, 응?
[엘리베이터 작동음]
넌 안 따라가냐, 응?
[고양이 울음]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요한) 얌전히 있어 아무 데나 돌아다니지 말고
남이 보면 안 될 거라도 있나 보죠?
호기심이 지나치게 많아서 좋을 건 없지
뭐, 이제 됐으니까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요한) 여기가 안전해
아직 테러범도 못 잡았고
(가온) 근데 재판은 어떻게 하려는 겁니까?
대직할 판사 데리고 올 거야 걱정 마
[문이 탁 닫힌다] 대직?
(요한) 여기는 정인석 판사
김 판사가 완쾌할 때까지 대직을 해 주기로 했습니다
(인석) 반갑습니다, 오 판사님
(진주) 와, 너무 판사다
[옅은 웃음]
예?
음? 아니에요
반가워요
[인석의 놀란 신음]
- (인석) 예 - (진주) 고마워요
이런 위기에 용기 있게 도와줘서
(인석) 아닙니다, 시범 재판부의 일원이 되어 영광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든든합니다
그럼
[문이 탁 닫힌다]
열심히 해야죠
예?
열심히
아하
[인석의 힘주는 신음]
(진주) 어어? 아, 잠깐만
거기 김 판사 자리인데
그러면 어디…
여기, 여기 앉으면 되겠다
아, 예
(진주) 생방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일합시다, 일
(인석) 예
[의미심장한 음악]
(영옥) 요한 도련님이 얌전히 누워 있으라고 했을 텐데요
지겨워서 더는 못 누워 있겠던데요
'잠자는 숲속의 공주'도 아니고
(영옥) 원하시면 계속 주무시게 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뭐라고요?
농담입니다
아니, 무슨 농담이 그렇게 살벌해요?
[한숨]
이 집 사람들은 도대체 사람 말을 듣질 않아
[마우스 조작음]
(직원1) 저희가 다 찾아봤는데 외부인 없었다니까요
아유, 형사님 참 집요하시네
아무리 봐도 외부인은 안 보이는데
그, 막 내부에 범인이 있고 그럴 수가 있나?
내부에?
[긴장되는 음악]
그럴지도 몰라
(형사) 그렇지?
강요한 판사만 너무 잘나가
불만을 품은 판사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수현) 폭탄
벽에 걸린 그림 쪽에서 터진 거잖아
그렇지
누가 와서 설치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림 내부에 설치되어 있던 거라면?
(형사) 아예 처음부터?
저, 시범 재판부 인테리어 담당한 업체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죠?
(K) 윤수현 형사 뭔가 단서를 찾은 거 같습니다
놓치지 마
알지? 경찰보다 먼저 찾아야 돼
[무거운 음악]
(수현) 잠시 말씀 좀 나누시죠
(형사) 저기요
[놀란 탄성]
[총성] [형사의 겁먹은 신음]
(수현) 그 손 놓으십시오
(남자1) 어디서 오신 분들이십니까?
광수대에서 왔습니다
[형사의 당황한 신음]
(수현) 시범 재판부 판사실 내부 집기 일체
납품하신 거 맞습니까?
글쎄요
(수현) 거래 장부부터 봅시다
저기입니까, 사무실?
영장부터 보여 주시죠
(남자1) [웃으며] 아이고 많이 바쁘셨나 봅니다
챙길 거 챙겨서 다시 오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차분한 음악]
[남자1의 휘파람]
[피곤한 신음]
(요한) 기분 좋은가 봐?
(남자1) 뭐야, 이씨
(요한) 여기 재밌는 곳이네
요즘 가구 공장에서는
이런 소형 폭탄도 취급하나?
이런, 씨
[긴장되는 음악] [남자1의 신음]
[헛웃음]
하마터면 진짜 죽을 뻔했잖아
[남자1의 힘주는 신음]
(남자1) 이게 죽으려고
[웃음]
[남자1의 아파하는 신음]
[남자1의 힘겨운 신음] [어두운 음악]
[요한의 힘주는 신음]
[요한의 가쁜 숨소리] [남자1의 힘겨운 신음]
(남자1) 살려 줘, 뭐든 말할게
그런데 어쩌나 내가 너한테 궁금한 게 없는데
말할게, 다 말할게
아, 거참, 말 많네
[불길이 화르르 타오른다] [남자1의 겁먹은 신음]
[남자1의 힘겨운 신음]
(남자1) [울먹이며] 살려 줘 다 말할게
재, 재단, 재단 쪽 사람이 시켰어
겁만 좀 주라고 [남자1의 힘겨운 신음]
그만하시죠
[남자1의 고통스러운 신음] [요한의 못마땅한 신음]
판사님
[요한의 가쁜 숨소리]
네 주인한테 가서 말해
직접 오는 게 좋을 거라고
[무거운 음악]
(K) 김가온 판사 때문에 그러십니까?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시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요한) 얌전히 있었네?
얌전히 있었으니 선물
[요한의 옅은 한숨]
다쳤네요
별거 아니야
이영민 재판 준비 잘돼 갑니까?
(요한) 무슨 준비
간단한 사건이잖아
준비를 철저히 하시는 거로 알고 있는데요
(가온) 여러 가지로
글쎄
나는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네
(가온) 현실엔 정의 따윈 없다고 하셨죠?
지독하게 불공정한 게임만 있을 뿐이라고
그래서?
그 지독하게 불공정한 게임에
굳이 뛰어든 이유가 뭡니까?
이유라…
(요한) 음
이유가 꼭 있어야 되나?
뭔가 바로잡고 싶은 거라도 있는 겁니까?
(가온) 후회하는 거라든지
- 너 꼰대냐? - (가온) 네?
(요한) 자기 마음대로 남을 판단하는 거
꼰대들 특징이라며
- 아니, 그게 아니라 - (요한) 빨리 낫기나 해
(요한) 불필요한 하소연 그만하고
[아파하는 신음]
[가온이 콜록거린다]
[수현이 키보드를 탁탁 친다]
[휴대전화 진동음]
(수현) 어, 가온아!
[가온의 웃음]
나 귀는 아직 괜찮거든
야, 너 지금 그딴 소… [한숨]
너 괜찮아?
(수현) 다친 데는? 사지는 멀쩡해?
씁, 뭐, 팔 둘, 다리 둘이면 맞는 거였나?
(수현) 머리에 충격 있었나 보다
너 얼굴은 괜찮아?
성격도 더러운 애가 봐 줄 게 얼굴 하나인데
- (가온) 수현아 - 응
(가온) 나 괜찮아 걱정 많이 했지?
수현아, 괜찮아?
[코를 훌쩍인다]
너 지금 어디 있어?
- (가온) 강요한 집 - 뭐?
그 인간을 어떻게 믿고 거기 있어
안전해 보이긴 해
(가온) 온갖 보안 장치가 다 돼 있나 봐
야, 집주인이 제일 위험한데 무슨 개소리야
(수현) 폭발 사건도 자작극일 수가 있어
[차분한 음악] 하긴
(가온)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겁주기는 하더라
너 당장 거기서 나와
[입소리를 쩝 낸다]
[다리를 탁 치며] 뭐, 호랑이 굴에 들어온 김에 뭐 좀 캐 봐야지
(가온) 강요한에 대해 알려진 게 너무 없잖아
집안 배경, 성장 과정 뭐, 그런 거
가온아
(수현) 내가 다 알아볼게 내가 다 알아볼 테니까
넌 아무것도 하지 마
(가온) 또 또 엄마같이 군다, 윤수현
아니, 그게 아니라
(가온) 근데 [가온의 한숨]
몸이 놀랐는지 종일 졸리긴 해
그래도 뭐, 잠만 잘 수 있겠어?
조심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긴장되는 음악]
(정학) 언제까지 우리의 이웃들을
길거리에 내버려 두시겠습니까
[아기 울음]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서려면
가장 낮은 곳에 먼저 빛을 비추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웃음]
(정학) 저희 사회적 책임 재단은
서울 외곽에 병들고 지친 이들을 위한
삼만 세대 규모의 꿈터전 마을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무상 의료, 무상 거주를 제공하는 재활 공동체입니다
(정학) 우리 모두가 힘을 더한다면
이 아름다운 꿈은 현실이 됩니다
[아이의 웃음] 고맙습니다
[중세의 탄성]
[두만의 웃음] (중세) 저렇게 탁 나오는 거지, 응?
(용식) 브라보! 좋아!
(중세) 멋진데?
(두만) 내가 말한 게 바로 저거라고
(용식) 그렇지!
(두만) 내가 말한 게 바로 저런 그림이야
(중세) 카, 기가 막히네
[사람들의 박수와 웃음] 와, 근사한데요?
(용식) 아이, 대체 저런 생각은 누가 한 거야?
[두만의 탄성]
(두만) 서 선생님 아, 저 감동했잖아요
이번에 정말 큰일 하신 거예요 [용식의 웃음]
아니, 이 정도면 올해는
스웨덴에서 뭐 좋은 소식 하나 와야 되는 거 아니야?
(용식) 아이, 그럼! [두만의 탄성]
(정학) 쯧쯧, 속되기는
내가 그깟 노벨상이나 받자고 이러겠습니까?
다 나라를 위한 일 아니겠어요
[멋쩍은 신음]
[용식의 웃음]
(용식) 용서하십시오
박 회장이 경박했습니다
맞습니다, 나라를 위한 일이죠
그런 의미에서 드리는 말씀인데
씁, 이제 힘든 분들을
어서 꿈터전 마을로 옮겨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두만) 예, 맞아요
명동이고 강남역이고 아유, 노숙자에 거지에
힘든 분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아휴
그래서 박 회장님네 호텔 적자가 심각하죠?
(중세) 외국인 관광객도 다 끊겼고, 그렇죠?
(두만) 아, 뭐 심각한 거로만 따지면
민 회장이나 차경희 장관만 하겠어요?
면세점 적자에 차경희 장관님은
지금 아들이 재판장에 서게 생겼는데
아무튼 서울이 옛날 모습을 다시 되찾아야
국격도 올라가고 외국인 투자도 다시 돌아올 거예요
(중세) 왜 아니시겠습니까
그래야 두 분 재산도 다시 돌아올 거고, 그렇죠?
대통령님 지지율도 돌아오겠죠
[긴장되는 음악]
(두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님
꿈터전 사업의 관련 부처 협조가 영 늦어지는 것 같아요
다들 뭐, 대통령님 말을 잘 안 듣나 봐?
[두만의 웃음]
(용식) 이제 겨우 1차 단지 하나 끝냈습니다
할 일이 산더미인데 행정이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나?
(두만) 응
워낙 원하시는 게 많으시겠죠
(중세) 그린벨트도 다 풀어야 돼
사업 부지에 있는 판자촌 주민들 집도
싸그리 뭉개고 다 내쫓아야 돼
[웃으며] 그렇죠?
(용식) 아니, 그거야 다 합의된 거 아닙니까? 쯧
나라 살리자는 사업인데
말장난하지 마세요
(중세) 무슨 나라 살리는 사업입니까, 그게!
그리고 볼륨을 왜 높이세요?
저요, 서민들 지지로 대통령 된 사람이에요
판자촌 주민들도 소중한 다 내 국민이라고요!
- (연정) 여보, 그만해요 - (중세) 아이, 진짜, 야!
(중세) 네가 왜 나서, 어?
어디서 끼… [중세의 놀란 탄성]
아, 뭐야!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선아) 제가 그만 실수로
(중세) 정 이사, 미쳤어?
아, 축축해, 이거 뭐야! 씨
(선아) 죄송합니다
(중세) 아이씨
이거 빤쓰까지 다 젖은 거 같은데, 여보
- (연정) 어, 냅킨이 어디 갔지? - (중세) 아이씨
[중세의 성난 탄성]
아이씨, 진짜!
[중세가 씩씩거린다]
(중세) 아휴, 씨!
아, 짜증 나, 진짜!
이것들은 왜 이렇게 까불지?
내가 옛날의 그 허중세가 아니잖아!
나 군 통수권자잖아
무슨 군 통수권자가 핫바지야?
장사꾼 새끼들, 진짜, 아이씨
[중세의 아파하는 신음] (연정) 자기 괜찮아?
안 괜찮아
(연정) 자기 지금 너무 흥분한 거 같으니까
경락 좀 풀고 좀 쉬고 와
아이씨, 그럴까?
응
아이, 진짜, 씨
[중세가 드르렁거린다]
(선아) 어머 목이 많이 뭉치셨어요
(중세) 정 이사? 아…
(선아) 잠시만요
우선 막힌 데 좀 풀고 말씀드릴게요 [의미심장한 음악]
(중세) 아니, 이 시간에 정 이사가 여길 어떻게
아, 근데 뭐, 도수 치료나 수기 요법
이런 거에 대해서 뭘 좀 알아요?
저 똥수저 출신이거든요
(선아) 서 선생님 만나기 전까지는 안 해 본 일이 없어요
경락 치료로도 한동안 먹고살았죠
(중세) 아휴, 알 수가 없네, 진짜
(선아) 아깐 감동했습니다
힘없는 서민들, 철거민들 헤아려 주시는 그 마음
[중세의 멋쩍은 웃음]
뭘, 당연한 걸 가지고
[중세의 웃음]
꿈터전 사업 수익의 10%면 달라지실까요, 그 마음?
[피식 웃는다]
씁, 센스 있단 말이야 우리 정 이사
(선아) 으음
저야 심부름꾼일 뿐인데요
서 선생님이 다 안배하셨죠
(중세) 누가 이렇게 심부름을 센스 있게 할 수 있겠어요
정 이사 진짜 대단한 거 같아
나는 정 이사 볼 때마다
[중세의 답답한 신음]
[중세의 힘겨운 신음]
좋니?
[힘겨운 숨소리]
방금 뭐라 그랬어요, 나한테?
안면 경락도 풀어 드려야 되는데
아, 얼굴 경락?
(중세) 아, 그럴까요?
씁, 아, 근데 말이에요
여기 진짜 정 이사가 어떻게 들어온 거지?
여기를…
[중세의 힘겨운 숨소리]
여기가 그렇게 아무나 들…
[중세의 힘겨운 숨소리]
들어올 수 있는 데가 아닌… [중세의 힘겨운 숨소리]
[중세의 힘겨운 신음]
[열쇠를 잘그랑거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영옥이 흐느낀다]
(영옥) 도련님 제가 지켜 드릴게요
불쌍한 도련님
'도련님'?
강요한은 지금 집에 없는데
[영옥이 훌쩍인다]
이 집은 도련님 것인데
그 애 것이 아닌데
[가온의 긴장한 숨소리]
[문이 탁 닫힌다]
[한숨]
(인석) 피의자 이영민은 피해자 이지훈의 주차 요청에
볼을 때리고 복부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이영민 이 사람 분노 조절 장애인가요?
아, 왜 식당에서 이런 짓을
[진주의 코웃음]
(진주) 조절할 필요가 없이 살았나 보죠, 뭐
굳이 왜 조절하겠어요
(지훈) 김연희 님!
네, 감사합니다
[지훈의 추워하는 숨소리]
[영민의 한숨] [카메라 셔터음]
지저분하게 이런 데는 왜 온 거야
오빠, 여기 방송에 골목길 맛집으로 나와서
(여자) 완전 유명한 데야
나름 핫플이라고, 여기
[헛웃음 치며] 네, 너 많이 드세요
(지훈) 아, 여기에 차 대시면 안 되는데
0615 차주분 계세요?
0615 차주분 계세요?
- (지훈) 0615 차주분 되세요? - (손님) 아니요
(지훈) 죄송합니다
- (지훈) 0615 차주분 되세요? - (여자) 우리 차인데
(지훈) 아…
(여자) 오빠 우리 차
(지훈) 혹시 가게 앞의 차량 차주분 되세요?
근데?
(지훈) 죄송한데 차 좀 이동해 주시겠어요?
왜?
(지훈) 거기에 세워 두시면 통행에 방해가 돼서
민원이 들어오거든요
죄송합니다
(영민) 자, 자
[술을 조르르 따르며] 네가 옮겨
- (지훈) 네? - 아, 차 키 줬잖아
네가 옮기라고
아, 제가 손님 차를 함부로 운전할 수가 없…
(영민) 야, 나 지금 술 먹는 거 안 보여? 응?
음주 걸리면 네가 책임질 거야?
아이, 그럼 여성분이…
(영민) 아이씨
[긴장되는 음악] 야, 장난해, 지금?
요즘 발렛이 안 되는 곳이 어디 있어, 응?
이런 거지 같은 데가 장사를 하니까
내가 기분이 더럽잖아!
[손님들의 놀란 탄성]
(여자) 하지 말라고, 좀!
- (사장) 아유, 손님 - (영민) 놔! 이씨
(사장) 손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성훈) 손님 사람을 치면 어떡합니까?
아, 안 돼? 응?
(사장)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성훈) 아유, 이씨
(사장) 자네 이러면 안 돼!
손님 칠 수 있어, 어? [성훈의 성난 탄성]
(영민) 쳐 봐, 이 새끼야
(인석) 피해자 중에 주방장분이 폭력 전과가 있었네요
(진주) 그래서 죽어라 참은 거죠, 뭐
(종업원) 이러지 마세요 이러지 마세요
(영민) 왜, 응? 너도 돈 필요하구나, 응?
그럼 맞아야지
[종업원의 비명] [사장의 놀란 탄성]
(지훈) 아, 그만 좀 하시라고요!
뭐야! 씨
(영민) 왜 그만해, 응?
야, 왜 자꾸 그만하라고 그래, 씨
지금 재미있잖아, 응? 안 그래?
야, 재미없어? 재미있잖아
(사장) 아유! 이 깡패 놈 같으니라고
(진주) 근데 어찌나 분했던지 몇 번 합의 시도도 했었는데
다 거절했대요 절대 합의 안 하겠대
피해자 세 명이 아주 똘똘 뭉쳤더라고
(김 비서) 네, 장관님
[문이 달칵 여닫힌다]
[경희의 한숨] [통화 연결음]
아, 예, 대법원장님
[무거운 음악]
[테이블을 달그락 정리한다]
[휴대전화 진동음]
- (성훈) 여보세요 - (남자2) 김성훈 씨 되시죠?
(성훈) 네, 그런데요
(남자2) 여기 검찰청입니다
한 번 좀 나오셔야겠는데요?
뭐 때문에요?
(남자2) 전에 한 번 폭행 사건으로 조사받으신 적 있으시죠?
(성훈) 그거 처벌 다 받고 끝났는데요
(남자2) 글쎄, 끝났는지 아닌지는 우리가 결정하는 거고요
예?
(남자2) 그때 수사가 미진했다는 제보가 있어서 그러니까
나오세요, 아시겠죠?
(수현) 강요한의 가족 관계 증명서?
응, 분명히 뭔가 있어, 지금
(가온) 좀 알아봐 줄래?
어, 글쎄
당장 무슨 범죄 혐의가 있는 건 아니어서
(수현) 가능할지 모르겠네?
그렇지?
(수현) 뭐, 그래도 한번 알아볼게
고마워, 수현아
(수현) 어
(가온) 응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를 탁 놓는다]
[아파하는 신음]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힘주는 신음]
(직원2) 서류 왔습니다
(진주) 고마워요
[멀어지는 발걸음]
[문이 달칵 여닫힌다] 뭐야, 또야?
합의서가 또 들어왔어요?
(인석) 어제는 종업원 총각 게 들어오더니
오늘은 알바 여학생도 합의했네
'원만히 해결하였고'
'가해자의 형사 처벌을 원하지 않습니다'
어?
이 사람 이영민 엄벌해 달라고 탄원서까지 냈던 사람이잖아요
근데 그랬던 사람이 재판 전날에 합의서를 냈다?
아, 이번엔 피고인이 진짜 반성했나 보네요
(인석) 얼마나 정성껏 사죄를 했으면
이, 마음을 돌렸겠어요
[인석의 웃음]
- 저기요, 도련님 - (인석) 네?
자기는 이 세상이 다 꽃밭으로 보여요?
아이, 그게 무슨 말씀…
힘 있는 사람은 반성 안 해요
힘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게 반성이지
[차분한 음악] (진주) 알아요?
[멋쩍은 숨소리]
(인석) 네
[한숨]
(지훈) 죄송합니다
(종업원) 죄송합니다
아이다, 너희가 뭐 죄송하노
(성훈) 내가 알아서 할게
(종업원) 내일 재판 나가실 거예요?
그래야지
(성훈) [한숨 쉬며] 솔직히
내 그놈아 한 대 시원하게 때리기라도 해 줬으면
이래 억울하진 안 하지
만일 그랬으면 내 깔끔하게 포기한다
근데 이대로는 못 산다
화병 나가 죽을지도 모른다
(지훈) 아이, 주방장님
(성훈) 아휴, 됐다 너희가 뭔 잘못이고
(지훈) 아, 주방장님!
[지훈의 한숨]
(대법원장) 강 판사가 걱정돼서 하는 얘기입니다
요즘 같은 상황에
검찰하고 정면으로 각을 세우는 건…
(요한) 대법원장님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고 믿으십니까?
[코웃음]
글쎄요
아이, 그건 왜 묻는 겁니까?
(요한) 전 안 믿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산타가 온다는 것처럼
아주 깜찍한 얘기죠
하지만
가끔은 그런 깜찍한 얘기 믿고 싶어지지 않습니까?
이거 봐요, 강 판사
(요한) 이번 재판은 그냥
크리스마스 특집 영화 같은 거로 생각해 주십시오
아, 그리고
제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전해 주십시오
[문이 탁 닫힌다]
[무거운 음악]
[약봉지를 바스락거린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헛웃음]
웬일로 일찍 일어났지?
매일 대낮까지 자는 것 같던데
(가온) 오늘 이영민 재판이죠?
(요한) 응원이라도 해 주는 건가?
(가온) 증거가 부족한 사건일 텐데
혹시 뭐라도 증인이 지금 필요하시면
(요한) 뭐 본 거라도 있나?
위협 운전을 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
다른 건 혹시 못 봤고?
[흥미로운 음악] (영민) 야!
야, 야! 아이씨
(요한) 재판 걱정은 접어 두고 몸조리나 해, 얌전히
[헛웃음]
[방청객들의 박수와 환호성]
[흥미진진한 음악]
국민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연기됐던 시범 재판이 다시 열렸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속 시원한 재판을 우리에게 보여 줄지
(영상 속 사회자) 기대가 되는데요
그럼 본격적으로 두 번째 시범 재판을
(사회자) 여러분의 박수와 함께 시작합니다!
[방청객들의 박수와 환호성]
[한숨]
(영상 속 요한) 이 재판을 시작하기에 앞서
국민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김가온 판사님께서
[쿨럭거린다] 오늘 재판에
[흥미로운 음악] 함께하지 못하시게 되었습니다
(가온) [쿨럭거리며] 뭐야, 저거?
(영상 속 요한) 김 판사님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실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아, 왜 이렇게 오버하고 그래
(요한) 이 재판이 계속되는 걸
누군가는 원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중에는 힘 있는 사람들도 많겠죠
저희를 지켜 줄 수 있는 건 오직
국민 여러분뿐입니다
(방청객) 강 판사님,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방청객들이 격려한다]
[한숨]
(요한) 자, 그럼
오늘의 재판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피고인은 식당 종업원 및 주방장 아르바이트생을 향해
폭언 및 무차별 폭행을 가해
폭행죄로 기소되었습니다
[입바람을 후 분다] 이영민 피고인
앞으로 나와 주세요
이영민 피고인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앞으로 나와 주시죠
(영민) 아…
왜, 왜요?
[방청객들이 술렁인다] [헛웃음]
[무거운 음악]
(검사) 재판장님
(요한) 네, 검사님
(검사) 공판 시작 전에
먼저 정리할 사항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요한) 그렇습니까? 말씀하십시오
(검사) 아시다시피 이번 사건은 단순 폭행입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죠
만약 피해자들 전원이 합의서를 제출한다면
검찰은 공소를 취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합의하지 않은 피해자가 한 명 남아 있지 않습니까?
저분 말씀입니까?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검사) 증인석으로 앉으시죠
앉으시죠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성훈)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습니다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어두운 음악]
김성훈 씨
네
(요한) 피고인을 엄벌해 달라고 여러 번 탄원서를 내셨죠?
네
마음이 바뀐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냥
쯧, 그만하고 싶었어요
왜죠?
(성훈) 사장님
그, 저한테 못 할 얘기가 뭐 있어요?
말씀해 보세요
무슨 일 있는 거죠?
건물이 팔렸대
- 네? - (사장) 이 건물이
몽땅 팔렸대
어떤 회사한테
아니, 이 변두리에 있는 낡은 건물을 갑자기 왜요?
- 부순대 - (성훈) 네?
아니, 뭐 새 건물이라도 올린대요?
(사장) 그냥 부순대
땅은 뭐, 그냥 놀릴 건가 봐
아휴, 계약 만료 때까지 집을 비워 달라네
아, 그럼 권리금도 하나 못 받고 쫓겨나는 거잖아요
[성훈의 안타까운 신음]
(성훈) 아, 이거 혹시 그…
(사장) 아휴, 우연이겠지, 뭐
[성훈의 한숨]
(성훈) 마, 사는 게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거 아이겠습니까
어데 다친 것도 아인데 없던 일로 할라고요
그렇습니까?
[성훈의 한숨]
(검사) 피해자들 전원이 처벌을 원치 않기 때문에
검찰은 공소를 취소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가온의 성난 신음]
재판장님
[한숨]
(영민) 아, 그, 재판장님? 예
그, 잠시 시간을 좀, 예
아, 그, 씁
그, 그…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죄송합니다, 예
[성훈의 분한 숨소리]
[무거운 음악]
(영상 속 영민) 죄송합니다, 예
[한숨]
[타이어 마찰음]
[노인의 힘겨운 신음]
(영민) 아유, 어떡해
죄송합니다
[한숨]
(영상 속 검사) 그럼 이걸로 재판을 종결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숨]
- (요한) 검사님? - 네
[숨을 들이켠다]
(요한) 사람이 같은 일을 반복하는 걸 뭐라고 하죠?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요한) 습관적으로 같은 범죄를 반복하는 경우에 대해
로스쿨에서 안 가르치던가요?
(검사) 혹시 상습범 말씀이십니까?
(요한) 단순 폭행은 합의하면 처벌 못 하죠
그런데 상습 폭행도 그렇습니까?
아, 그건 아니지만
(검사) 그렇다고 피고인 이영민을
상습범으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요한) 사람을 때리고는 합의해서 불기소 처리 된 게 몇 건이죠?
네, 총 열두 건입니다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검사) 근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한가요?
(요한) 요즘 검찰은 인권 보장에 아주 충실하시네요
[흥미로운 음악] [영민의 헛웃음]
아주 훌륭합니다
들어가시죠
(요한) 그럼 국민 여러분께 한번 여쭤보죠
(검사) 네?
(요한) 지금 이 재판을 함께하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
혹시 피고인의 얼굴이 낯익지 않으십니까?
(피디) 이영민 타이트하게, 고
더, 더
(검사) 판사님 지금 대체 뭐라시는 건지?
(요한) 여러분께서 다운받으신 DIKE 앱을 보시면
영상 전송 버튼이 있습니다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피고인의 얼굴이 낯익은 분들은 말씀해 주십시오
(고물상) 에이 만 원 쳐줄게, 만 원
잘 쳐준 거야, 수고했어 [노인이 인사한다]
- (고물상) 아, 오셨어요? - (노인) 아, 그래, 그래, 그래
(고물상) 네, 조심하세요 조심하세요, 무게 좀 잴게요
- (노인) 그래, 그래, 그래 - (남자3) 아, 오셨어요?
(노인) 아이고 아, 고마워, 고마워
[노인의 웃음] (남자3) 좀 쉬세요
(노인) 그래그래
아니?
아, 저…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영민) 야, 뭐야, 이거?
(변호사) 내가 알아서 할게
(스태프) 피디님 제보 영상 들어왔습니다
- (스태프) 연결할까요? - 오케이, 고
어? 연결됐다
(영상 속 제보자1) 뭐야 이거 진짜 전국에 나가는 거임?
(요한) 네, 아주 잘 나오고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아, 안녕하세요, 판사님
아, 저 진짜 팬이에요
(영상 속 제보자1) 아, 진짜 너무 멋있으세요
제 친구들도 다 난리예요
아, 감사합니다
(요한) 음, 그래서
피고인의 얼굴이 낯이 익으신가요?
(영상 속 제보자1) 알죠 저 미친 새…
아, 아, 이거 방송이지
저 인간 완전 사이코예요
제가 백화점 주차장 알바를 했거든요?
이거
네, 그런데요?
(영상 속 제보자1) 근데 글쎄, 저 인간이
주차장 안에 차 밀린다고 내려서 막 지랄을 하더니
주차 요원을 발로 걷어차는 거예요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너무 놀라서 갔더니
[흥미로운 음악] 넌 또 뭐냐고 제 귀싸대기를 때리는데
아휴
근데 회사에서는 VVIP 고객이라고
무조건 참으라 그러고
아, 저 진짜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영상 속 제보자1이 흐느낀다] (영민) 야, 너, 씨, 미친
지금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 괜찮겠습니까?
(영상 속 제보자1) 네, 괜찮아요 저 어차피 잘렸어요
(변호사) 이의 있습니다
이건 정식으로 수사된 건도 아니고
(요한) 수사 기관에도 그때 있었던 일들을
전부 다 말씀하실 수 있으신가요?
(영상 속 제보자1) 그럼요 안 그래도 분해 죽겠는데 잘됐어요
꼭 좀 처벌해 주세요, 제발요
[영상 속 제보자2의 한숨]
(영상 속 제보자2) 저 사람 저희 집 단골인데
아주 올 때마다 사람을 쳐요
웨이터, 바텐더, 주차 아저씨
아주 그냥 자기한테 만만하기만 하면 때리고 패고
아, 그건 아니잖아요, 게다가
이제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여자 신입인데
하, 진짜 그, 우는데 내가 그거 달래는데 내가 진짜…
와, 이렇게까지 일해야 돼요?
아, 그리고 뭐 하나 마음에 안 들면
마음에 안 들 때마다 맨날 때리고
여기 때리고 저기 때리고
아, 치료비나 주냐고 보험이나 돼 있냐고
저 잘려도 되거든요?
다 말할게요
[TV 속 제보자2가 계속 말한다]
[못마땅한 신음]
(노인) 새끼가 아주 그냥
[한숨] (TV 속 제보자2) 그분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 아세요?
자기 같은 아들이 있을 거야
그냥 막 정강이 까고 주차 하나 그거 못했다고
아니, 긁었으면 말도 안 해
지난달에 저희 매장에 와서 화면을 바꾸라고 억지를 부리길래
제가 안 된다고 했더니
다짜고짜 저를 밀치고 밟으려고 했습니다
(영상 속 제보자3) 제가 놀라서 안 된다고 하자
갑자기 저희 매장 화면을 모두 부수기 시작했습니다
네깟 게 뭔데 나를 막냐고
[영상 속 제보자들이 말한다]
이것 때문이었어
공개 재판에 회부한 거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무슨 개수작이세요
[강렬한 음악]
크리스마스트리 같군요
(영상 속 요한) 국민 여러분
이런 사람을 어떻게 처벌하면 좋겠습니까?
[흥미진진한 음악]
(요한) 재판은 게임이야
입증 못 하면 지는 게임
(피디) 컷, 컷
아싸! 삼백만! 됐다! [스태프들의 환호성]
됐어, 됐어!
(요한) 아직도 부족합니까?
상습성을 인정할 증거
본 재판부는 검찰에게 공소장 변경을 요구합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 폭행이 아니라 상습 폭행입니다
공소장 변경을 위해 재판을 속행합니다
서두르시는 게 좋을 겁니다
너무 늦어지면 이 분노가
검찰을 향할지도 모르니까
김성훈 씨
네
(요한) 상습 폭행은 피해자와 합의해도
처벌이 가능합니다
김성훈 씨에 대한 사건도 심판됩니다
(성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요한이 숨을 들이켠다]
그 어느 사건도 그대로 묻히게 두지 않을 겁니다
(요한) 정의는
[손가락을 딱 튕기며]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방청객들의 박수와 환호성]
(피디) 좀 더 객석 리액션, 리액션!
(가온) 그 지독하게 불공정한 게임에
굳이 뛰어든 이유가 뭡니까?
(요한) 이유라…
이유가 꼭 있어야 되나?
[의미심장한 음악]
(가온) 뭔가 바로잡고 싶은 거라도 있는 겁니까?
후회하는 거라든지
[침을 꿀꺽 삼킨다]
[문이 철컥 열린다]
[버튼 조작음]
[버튼 조작음]
[무거운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영옥) 호기심이 많은 공주님이시군요
이 사람 누구입니까?
누구입니까
[차분한 음악] 이삭 도련님입니다
이삭?
(영옥) 요한 도련님의 형
이삭 도련님입니다
이 저택의 정당한 상속자
강요한의 형이라고요?
(가온) 그럼 이 사람이 이 지하실에서 살았단 말입니까?
아닙니다
그럼요?
(영옥) 여기는
여기는 요한 도련님의 방입니다
예?
[무거운 음악]
(영옥) 요한 도련님은 버려진 아이였습니다
아무도 원치 않는 아이였어요
(가온) 강요한이 버려진 아이였다고요?
그럼 이 집 핏줄이 아니라는 겁니까?
자세히 좀 얘기해 봐요, 네?
제가 의심하는 건 강요한입니다
강요한이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
알고 있어요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대단한 일을 벌였던데요?
(영옥) 아, 역시 단순한 호기심은 아니었군요
그럼 직접 더 알아보시든가요
(영옥) 이 집은 도련님 것인데
그 애 것이 아닌데
(가온) 이삭이라는 사람이 뭔가 부족했겠죠
(영옥) 뭐라고요?
(가온) 이런 집안에서
자기 핏줄도 아닌 사람한테 전 재산을 물려줬을 리는 없고
강요한 쪽이 더 자격이 있었던 거 아닙니까?
(영옥) 당신이 뭘 알아!
[영옥의 떨리는 숨소리]
미안합니다
[어두운 음악]
힘든 얘기라면 안 하셔도 됩니다
많이 닮으셨네요
(영옥) 특히 눈이
[영옥의 한숨]
이삭 도련님은 어머님을 일찍 잃으셨습니다
사모님을 잃고
오랫동안 집에만 처박혀 있던 강 회장님을
친구분들이 술집으로 끌어낸 게 화근이었죠
만취해서 인사불성인 회장님과 [아기 요한의 울음]
하룻밤을 보낸 술집 여자가
아이를 가진 채 저택을 찾아와서는 돈을 요구했습니다
[심호흡] 거절당한 그 여자는
[울먹이며] 아빠
[아기 요한의 울음]
[차분한 음악]
아빠
[아기 요한이 칭얼거린다]
[버튼 조작음]
[다급한 숨소리]
[문이 탁 닫힌다]
[떨리는 숨소리]
[안도하는 한숨]
[천둥이 콰르릉 친다]
[문이 달칵 닫힌다]
[지상이 우산을 툭 던진다]
[지상의 한숨]
[한숨]
[떨리는 숨소리]
[지상의 심호흡]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어린 요한의 겁먹은 신음] (어린 이삭) 아버지!
[지상의 당황한 신음]
[무거운 음악]
[지상의 한숨]
[지상이 매를 탁 던진다]
[어린 요한의 한숨] (영옥) 회장님
요한 도련님을 왜 그리 미워하십니까?
[지상의 한숨]
절 쫓아내도 좋습니다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지상) 닮았으니까
그놈은 날 너무 닮았어
[지상의 한숨]
그런데 이삭이는
이삭이는 달라
(지상) 요한이 그놈은 언젠가
자기 형을 잡아먹고 말 거야
(가온) 그런데 왜 아주머니도 강요한을 의심하시는 거죠?
무슨 말씀이신지…
(가온) 이삭 도련님이 정당한 상속자다 그러셨잖아요
그건 강요한이 그 자리를
부당하게 빼앗았다는 얘기 아닙니까?
무슨 증거라도 있는 겁니까? 강요한을 의심할
그런 건 없습니다
아주머니 말씀대로라면
강요한은 아버지한테 학대받은 피해자일 뿐이잖아요
(영옥) 제가 젖을 먹여 키운 아이기도 하죠
하지만 요한 도련님은 이미 그전부터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는 아이였습니다
아까 말씀하셨듯이
(가온) 그러니까 도대체 왜…
(영옥) 도련님을 좋아하던 하녀를 2층에서 뛰어내리게 만들고
회장님이 애지중지하던 사냥개에게 제초제를 먹였습니다
[사이드 브레이크 조작음]
[라디오 소리가 흘러나온다]
[어두운 음악] (라디오 속 정학) 병들고 지친 이들을 위해
삼만 세대 규모의 꿈터전 마을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가온) 혹시 무슨 이유라도 있었나요?
(영옥) 뭔가가 거슬렸을 수도 있고
단지 장난이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어떤 아이가 그렇게까지 할 수 있죠?
아무 망설임 없이?
누구신지?
오랜만이네
[의아한 신음]
[긴장되는 음악]
(요한) 나 기억 안 나?
다, 다, 당신…
(남자4) 그, 그…
성당
화재…
[남자4의 다급한 신음]
[어두운 음악]
[남자4의 다급한 신음]
[남자4의 비명]
[남자4의 다급한 신음]
(가온) 그래도 이삭이라는 형만은
강요한한테 잘해 줬다면서요
둘 사이도 좋았고, 아닌가요?
요한 도련님이 화재 사건의 생존자라는 얘기는
(남자4) 오지 말라니까
(영옥) 들어 보셨나요?
(가온) 네
(영옥) 회장님이 돌아가신 지 겨우 한 달 만의 일입니다
그 사건으로 이삭 도련님이 돌아가셨고요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겁먹은 탄성]
[남자4의 비명]
[남자4의 힘겨운 신음]
[콜록거린다]
(요한) 이건 안 팔았네
마음에 들었었나?
(남자4) 사, 사, 사, 살려줘
[남자4의 힘겨운 신음]
[강렬한 음악]
(요한) 꼭 차경희라야 되는 겁니까?
[중세의 웃음]
(중세) 차기 대권 말이야
(가온) 지금 무슨 말씀들을 하시는…
(가온) 말해요, 대체 이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엘리야) 요한이 어떻게 이 집 주인이 됐다고 생각해?
(선아) 10년 전 성당 화재 사고는 알고 계시죠?
(수현) 아, 김가온 너 뭘 알아낸 거야?
(경희) 내게 원하는 게 뭐야?
힘이지? 권력
[남자5의 비명] (가온) 이게 무슨 잔인한 짓입니까?
(요한) 재미있잖아
당신 형도 그래서 죽인 거야?
[가온의 신음] (요한) 다시 말해 봐
다시 말해 봐!
.악마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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