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판사 2
(진주) 김 판, 뭐 해?
(요한) 수고 많았어, 김 판사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고 많았어요
(진주) 제가 한 게 뭐가 있나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 수고들 했는데 저녁이라도 같이 할까?
(진주) 좋아요
[재촉하는 신음]
(요한) 뭐, 안 내키면 말고
알겠습니다
[진주의 힘주는 신음]
(진주) 아, 살 거 같다
나 너무 긴장돼 가지고 오줌 마려워 죽을 뻔했잖아요
김 판, 김 판은 괜찮았어요?
아니, 막 사방에 조명 있고
카메라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나를 발가벗겨 놓고 길바닥에 세운 기분이었다니깐요
- 오 판사님 - (진주) 응?
(가온) 사람이 눈물 흘리면서 하품할 수도 있나요?
(진주) 씁, 글쎄
난 하품할 때마다 눈물이 나는 거 같긴 한데
그건 갑자기 왜요?
아닙니다
(진주) 근데, 아
아주 짜릿하지 않았어요?
온 국민이 나를 딱 쳐다보는 그 느낌
물론 내가 아닌 우리 부장님을 본 거긴 하겠지만
내가 아니라
오 판사님?
(진주) [웃으며] 아, 내가 아니라 너무 다행이라고
아, 만약에 나였으면 100% 사고 쳤을걸요?
엄청 떨어 가지고
근데
기대되지 않아요? 우리 밥 사 주신댔잖아
- (가온) 기대요? - (진주) 응
(진주) 우리 부장님 막 무슨 뭐, 엄청난 집안의 상속자라며요
그럼 분명 엄청난 미식가일 거예요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진주) 부장님 부장님은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
음, 뭐, 골프나 테니스?
사냥? [쓱쓱 칼질한다]
(진주) 사냥?
그, 총으로 탕 쏘고 토끼 탕 잡는 그 사냥이요?
(요한) 으음 그런 놈은 재미없어요
센 놈이 재밌지
[진주의 감탄] [요한의 옅은 웃음]
(진주) 맛있겠다
무슨 고기예요?
(셰프) 야생 멧돼지입니다 아주 큰 놈이죠
야생…
유해 조수 수렵 허가가 있습니다
대박
(요한) 아주 짜릿하죠
송곳니를 드러내면서 달려드는 놈의 두 눈 사이를 쏠 때
- (요한) 맛있어요? - (진주) 네?
- (요한) 이거 - 음, 맛이 되게 새로우면서도
풍미가 깊은 느낌?
부럽군요, 나는 맛을 잘 모릅니다
(요한) 음, 내게 음식이란 글쎄, 뭐랄까
음…
씹는 감각?
(진주) 씹는 감각이요?
(요한) 앞니로 잘근잘근 자르고 어금니로 우적우적 씹고
송곳니로 쭉쭉 찢어 내는 뭐, 그런?
이빨로 음식을 느낀다고나 할까요?
동물한테나 쓰는 말입니다 이빨이라는 말
씁, 인간도 동물 아닌가?
(가온) 사람은 보통 이라고 하죠
[어색하게 웃으며] 이나 이빨이나
(진주) 근데 맛을 모르시다니요
어릴 때부터 워낙 좋은 것만 드셔서 [무거운 음악]
맛에 무감각해지신 건 아니고요?
어릴 적부터라…
(가온) 부잣집 도련님이셨잖아요
태어나실 때부터
태어날 때부터라
[비가 솨 내린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진주) 제가 뭐, 말실수한 거죠?
아닙니다
(요한) 맞아요, 나 금수저입니다
근데 알아요?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
사채업자였어
2대째, 아주 악덕
(가온) 피도 눈물도 없는?
(진주) 김 판사
(요한) 역시 사채 핵심을 잘 아네, 응?
김 판사 빚 많은 집에서 컸지, 아마?
[한숨 쉬며] 배석 판사 뒷조사도 하십니까?
우린 한 재판부잖아 서로를 알아야지
(요한) 부친께서 전 재산을 사기당하고
자살하셨지?
[의미심장한 음악]
(요한) 어유, 이런, 미안해
아, 내가 말실수를 했어
피도 눈물도 없으면서 있는 척 연기하는 거
그게 사채업 핵심 아닙니까?
(진주) 김 판사 부장님이 일부러 그러신 게…
(요한) 역시 잘 아네
희망을 팔아서 공포로 갚게 하는 거거든
우리 아버지 꼬박꼬박 고해 성사 하러 가더라고
(요한) 채무자가 자살하는 날마다
(지상) '내 허물을 여호와께 자복하리라'
'주께 내 죄를 아뢰고 내 죄악을 숨기지 아니하였더니'
'곧 주께서 내 죄악을 사하셨나이다'
(요한) 왜? 그런 사람 밑에서 크는 거 상상이 안 되나?
(가온)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진주) 김 판사
[한숨]
(가온) 영 속이 안 좋네요
비위가 좀 약해서 말이죠
[컵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바이러스"
[리드미컬한 음악]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남자1) 야, 뭐 해?
(남자2) 사파리 중이야
또?
(남자1) 아, 인간아, 빨리 와
아, 세팅 다 해 놨어
좀만 더 놀고
[타이어 마찰음] [사람들이 놀란다]
[자동차 경적]
[남자2의 웃음]
거지새끼들
[사람들이 성낸다]
(남자3) 천벌받아라!
[타이어 마찰음]
[남자4의 놀란 신음]
[타이어 마찰음]
[남자4의 아파하는 신음]
(가온) 괜찮으세요?
(남자2) 아이고, 아이고
죄송합니다
[픽 웃으며] 아이, 조심 좀 하시지
[자동차 가속음] [리드미컬한 음악]
[남자4가 중얼거린다]
[웃음]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무거운 음악]
[한숨]
(요한) 피해자 마흔일곱 명에 대한 형량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금고!
235년을 선고한다
[방청객들의 환호성과 박수]
(경희) 재판이 장난도 아니고 235년?
[한숨]
대통령님 그림입니까?
강요한 그 인간 노인네들 이름 부르면서 눈물 흘…
(중세) 아이, 그거, 그거 어려워요
내가 배우 시절에 많이 해 봐서 아는데
칼 타이밍에 즙 짜는 연기 그거 진짜 어려운데
씁, 강 판사 그거
그거 어떻게 했지? 안약도 안 쓰고
아, 티어 스틱 같은 걸 썼나?
씁, 내가 배우 시절에 다른 거는 다 되는데
눈물 연기, 그런 게 약해서 내가 주연을 못 해 봤다니까?
[웃음]
지금 원 없이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주연
(중세) 씁, 글쎄 [무거운 음악]
내가 주연 맞나?
워낙 센캐들이 줄줄이 줄줄이 계셔서들 말이야
나는 [중세가 픽 웃는다]
사실 아직 내 포지션을 잘 모르겠는데?
잘 아셔야 될 텐데
(경희) 당연하지 않습니까 주인이시죠
위태로운
이 나라의
근데 차 장관은
주 회장 잃은 게 대미지가 큰가 봐요, 그렇죠?
아니
뭐, 다른 재벌은 여럿 잡아넣던 양반이
(중세) 주 회장 하나 골로 갔다고
이렇게 흥분을 하시는 게 나는 좀…
씁, 뭐가 있나 싶어서
에이, 그냥 막 던진 거예요
상상력, 상상력 내가 상상력이 풍부하잖아요
나 배우 출신, 예술가 출신 [중세가 픽 웃는다]
근데 첫 재판은
차 장관 그림이었던 거잖아요, 그렇죠?
재단에서도 안 좋아할 텐데요
최고의 기부자 중의 하나를 이렇게…
(중세) 아니
서 선생 싫지 않으신 눈치던데?
[의미심장한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선아) 장관님
서 선생 계시지?
명상 중이십니다
(선아) 약속도 없이 이렇게 불쑥 오시면…
비켜, 어?
(경희) 어디서 비서 나부랭이가 감히, 쯧 [무거운 음악]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장관님
(경희) 뭐, 곤란?
당신들 지금 너무 기고만장한 거 아니야?
대통령이 '선생님, 선생님' 해 주니까
진짜 무슨 국가 원로라도 된 줄 알아?
알겠습니다
(경희) 얘기 좀 합시다
내 말 안 들립니까?
(정학) 뜻대로 되지 않아 노여우신가?
뭐요?
(정학) 왜 여기 와서
난데없이 행패신가
누가 할 소릴
다 된 판에 재 뿌린 게 누군데
나 몰래 뒤에서 강요한이랑 짜고 이렇게 내 뒤통수를 쳐?
도무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경희) 모른 척하시겠다?
[어두운 음악]
강 판사도 자기 입장이 있었겠지
(정학) 큰 건으로 대중을 사로잡는 거
길게 보면 나쁠 거 없어
그럼 허중세 그 인간 혼자서 강요한을 살살 구슬렸다는 겁니까?
성급히 판단하지 마시게
(경희) 생각 잘하세요
나 물 먹이고 허중세랑 손잡는 게 득이 될지
나도 가만히 안 있을 겁니다
할 말 다 하셨으면 돌아가 보시게
[한숨]
요사스러운 늙은이
(선아) 이번 재판 결과
꼭 부정적이기만 할까요?
(경희) 뭐야?
(선아) 17% 방금 나온 여론 조사예요 [무거운 음악]
여당 지지율이 17%나 올랐네요?
장관님이시잖아요 여당 차기 대권 후보
그리고 차기 후보한테 줄 대고 싶은 기업은 많을 텐데요
JU케미컬보다 훨씬 큰 데들도
뭐라고?
아, 죄송합니다
외람된 말씀이었네요
비서 나부랭이가
[가온의 가쁜 숨소리]
(가온) 교수님
몇 번을 보내십니까
(정호) 쏘리
[가온과 정호의 다급한 신음]
[정호의 다급한 신음]
[정호의 아쉬운 신음]
[정호의 아파하는 신음]
괜찮으세요?
[정호의 힘겨운 숨소리]
예스
[헛웃음]
와, 진짜 어이없네
어떻게 제자한테 사기를 치십니까?
일국의 대법관님께서
페이크, 사기가 아니고
[정호의 시원한 숨소리]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봐주기 재판이라고 생각했는데 외려…
놈들의 속셈을 밝혀내기가 더 힘들어졌어
대통령 지지율은 올라가고
뭔가 우리가 모르는 거래가 있는 게 틀림없어
그래도
결과적으론 잘된 거 같기도 하고
잘돼?
(정호) 재판이란 게 그런 거야? 결과만 마음에 들면 돼?
(가온) 아니죠 재판 갖고 장난치면 안 되죠
더 알아보겠습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미안하네, 김 판사
(가온) [픽 웃으며] 그건 상관없는데요
[정호를 흉내 내며] '김 판사'
아으, 이건 너무 닭살 돋아요
[정호를 흉내 내며] '야, 이 꼴통 새끼야 내 손에 한번 죽어 볼래?'
이럴 땐 언제시고
아, 그거야 비행 청소년 김가온 시절 얘기고
깡패 교수님 시절 얘기겠죠
뭐라 하셨지?
(가온) [정호를 흉내 내며] '빵 냄새가 고소해? 들어가고 싶냐?'
어유, 그게 그 불쌍한 애한테 할 소리였어요?
(정호) 어허, 일국의 대법관을 허위 사실로 음해해?
[함께 웃는다]
[비밀스러운 음악]
(녹음 속 요한) 준비는 다 됐지?
박사는 만났고?
(기현) 제가 별명이 안전 박사입니다
(가온) 이 '박사'가 유종백이 아니라 장기현이라면?
[노크 소리가 들린다] (요한) 네
수고하셨습니다
(남자5) 가 보겠습니다
(요한) 어, 김 판사
반납하러 왔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오늘은 낮에 왔네? [문이 달칵 닫힌다]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는데요
그래? 걸리는 게 있으면 안 되지
(요한) 내 왼쪽에 앉는 소중한 들러리신데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앉아서 얘기하지
[가온의 한숨]
그래, 걸리는 게?
이번 재판 때 장기현 증인 있지 않습니까?
- 응, 그 안전 박사님? - (가온) 네
- (요한) 그 증인이 왜? - 믿을 만하시던가요?
그게 무슨 소리지?
(가온) 그렇게 술술 자발적으로 중요한 진술을 번복하는 증인
본 적이 없어서 말이죠
양심의 가책을 받았나 보지
[픽 웃으며] 양심의 가책이요?
(요한) 왜?
김 판사는 인간의 양심 같은 거 안 믿나?
글쎄요
감동은 못 받겠던데요? 의도가 보여서
의도?
(가온) 피고인한테 살인에 고의가 있었던 것처럼
몰아갔잖습니까
부장님은 대놓고 맞장구치시고요
(요한) 대놓고?
(가온) 그때 처음으로 적극적인 리액션 하시던데요?
재판 내내 가만히 계시다가
(기현) 마을 노인분들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하냐 그랬더니
그랬더니? [무거운 음악]
(기현) 회장님이 살 만큼 산 노인네들
뭐, 좀 어떠냐고 [요한의 헛웃음]
설마 그런 얘길 했단 말입니까?
(기현) 그때 제가 속으로 '이건 살인 아닌가'
살인이라…
(요한) 나만 쳐다보고 있었나 보네, 김 판사
아닌데요
우리가 살인의 고의를 인정했나?
[한숨]
- 그건 아니지만… - (요한) 그럼 뭐가 문제지?
(가온) 그 증언 때문에 피고인이 진술을 번복해서
업무상 과실을 인정했고
그럼 잘된 거 아니야
결론만 맞으면 잘된 겁니까?
과정도 정의로워야 된다?
물론이죠 그게 법치주의고 재판이니까요
(요한) 법치주의라…
김 판사
재판의 목적은 정의일까?
정의가 아니면요?
재판은 게임이야
입증 못 하면 지는 게임
(요한) 그런데 애초에 공정한 게임이 아니야
조작하고 은폐하고 수사 기관을 매수하고
힘 있는 놈들은 무슨 짓이든 해
반대편엔 그저 분노하고 울부짖는 수많은 군중들이 있을 뿐이지
(일도) 증거도 없이
애국하는 기업인을 살인자로 몰다니요
이 경제 위기에
저 때문에 먹고사는 사람이 몇 명인 줄 아십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요한) 슬프지만 현실엔 정의 따위는 없어
게임만 있을 뿐이지
지독하게 불공정한
닮았어
너무 닮았어
[휴대전화 벨 소리]
(수현) 어, 가온아
아니야, 괜찮아, 얘기해
아, 만나자고?
나 좀 바쁜데
아니, 아니, 그럴 것까진 아니고
어, 잠깐 시간 내 볼게
어
(남자6) 데이트 가시나 봐요?
(수현) 넌 조용히 하시고요
(남자6) 예
(녹음 속 요한) 박사는 만났고?
그래, 수고했어
변호사는 오늘 내가 만나지
[이어폰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이 얘기 하자고 만나자는 거였구나?
(가온) 응
너 잠복근무 나가?
어, 아주 나쁜 놈의 새끼 잡으러 간다, 왜?
(가온) 음, 잘 어울려서
(수현) 뭔들 안 어울리겠니, 내가?
아무튼 그래 뭐, 그때 얘기한 바람피운 애인이
너희 부장이었다 이거지?
어유, 취향 참, 어유 [가온의 옅은 웃음]
(가온) 그걸 또 그렇게 갖다 붙이셔?
(수현) 그거 네가 갖다 댔던 핑계야
아저씨 통화나 엿듣고, 아유
(가온) 의심할 만한 이유 설명했거든요?
아무튼 너 진짜 안 이상했어?
그 증인으로 나왔던 공장 현장 관리자
씁, 너도 피의자 조사 많이 하잖아
사람들이 갑자기 비밀을 털어놓을 때 어떤 때야? [비밀스러운 음악]
(기현) 정말 죽고 싶습니다 재판장님
(수현) 그냥 뭐, 인간이라는 게
가끔은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이 있고
(가온) 장난치지 말고
자기가 살려고 부는 거지, 뭐
(수현) 알면서 뭘 물어?
부장 통화에 나오는 박사 그게 그 증인이라면?
너 지금 너희 부장이 증언 조작이라도 했다는 거야?
글쎄
그 사람이라면?
(수현) 야, 그 양반 지금 국민적 영웅이야
국민 판사라고
너 어디서 그런 소리 하지 마, 칼 맞는다 [한숨]
[리드미컬한 음악]
[자동차 경적]
아, 걸리적거리긴, 씨 [타이어 마찰음]
(남자2) 씨
- (직원) 어, 네, 감사합니다 - (남자7) 수고하세요
(직원) 여러분들의 따뜻한 손길이 많은 이들에겐 큰 희망이 됩니다
(여자) 네가 항상 지현이가 싫다는 행동을 하니까
지현이가 너한테 싸움 거는 거 아니야
도대체 몇 번째야, 몇 번째
[자동차 경적]
엄마! [여자의 비명]
[여자의 비명] [타이어 마찰음]
[쿵 소리가 난다]
아, 양보 운전을 해야지, 씨 [여자의 놀란 숨소리]
[여자의 다급한 숨소리]
(남자8) 야, 인마! 운전 똑바로 안 해? [자동차 가속음]
(직원) 괜찮으세요?
[타이어 마찰음]
나 저 차 본 적 있어
(남자2) 그러니까 왜 걸리적거리게 운전을 해, 이씨
(수현) 이씨
[타이어 마찰음]
(여자) 야! 저런 미친!
[남자2의 환호성]
(남자2) 아이씨!
[무거운 음악] [여자와 남자2가 실랑이한다]
[사이렌이 울린다]
(남자2) 조심해!
[타이어 마찰음]
[남자2의 비웃음]
조금만 더
(가온과 수현) - 놓칠 거 같은데? - 야, 이걸 어떻게 따라잡아
[웃음]
[의미심장한 음악]
(수현) 뭐야, 저거?
(남자2) 뭐야?
(수현) 뭐야?
(남자2) 미친 새끼
[자동차 가속음]
(아이1) 부르릉
우아!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흥미로운 음악]
[요한의 웃음]
[버튼 조작음] [요한의 환호성]
(남자2) 미친 새끼가, 씨
야, 미친 새끼야, 씨
꺼져! 씨
[웃음] [남자2가 씩씩거린다]
[자동차 가속음]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남자2의 놀란 신음]
(남자2) 아유! 씨
아아, 아이씨
[차 문이 탁 닫힌다]
이씨
야, 이 미친 새끼야! 씨
죽고 싶어 환장했어? 어?
(가온) 저기 있다 일단 한번 세워 봐 [수현이 호응한다]
(남자2) 아, 죽고 싶냐고!
아, 저거 또라이 아니야, 저거
야! 아! [차 문이 탁 닫힌다]
또라이 같은…
야, 야
너 뭐 하는 새끼야, 응?
야
[남자2가 소리친다] (수현) 저 사람 그 사람 맞지? 강요한
(가온) 어
이 새끼 완전 또라이 아니야, 이거
(남자2) 뭐, 뭐, 뭐 하냐 뭐 하냐, 지금, 응?
[흥미로운 음악]
[수현의 놀란 신음]
뭐, 뭐야, 너
뭐, 야, 너 뭐 하는 새끼야?
가, 가까이 오지 마, 씨
오지, 오지, 오지 마! 씨
응, 내, 내려놔, 내려놔
오지 마! 씨, 야! 씨
이 새끼가 이거 뭐 하는 새끼야, 이거
야, 에이
아! 이씨
[남자2의 놀란 숨소리]
[힘주는 신음]
저 또라이 같은 새끼
[힘주는 신음]
[가쁜 숨소리]
너, 너 그 TV 나온 판사지, 어?
나한테 왜, 왜 왜 이러는 거야, 어?
걸리적거려서
(남자2) 허, 뭐? [요한이 망치를 툭 내려놓는다]
아, 이 새끼
이씨, 판사 주제에, 이씨 어딜 감히, 이씨
너 내가 누군 줄 알아, 어?
너 가만 안 둘 줄 알아 [요한의 가쁜 숨소리]
너 딱 기다려
어, 야, 그…
야
어, 내가 놓은 거 아닌데, 이거
어, 어디서 났어? 내 거 아니야, 이거
(요한) 중요한 건 내가 네 차에서 이걸 발견했다는 거지
이건 지문도 있고
이건 압수다, 그리고
능력 안 되면 지하철 타
[요한이 남자2를 툭 친다]
어, 뭐야
[차 문이 달칵 열린다] [남자2의 기가 찬 숨소리]
(남자2) 야 [차 문이 달칵 닫힌다]
야! [자동차 시동음]
저, 야…
야! 씨
아! 씨
[멀어지는 자동차 엔진음]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이제 내 말이 좀 믿어져?
[스위치 조작음]
왔어요?
- 밤새우신 거예요? - (진주) 예
(진주) 실력이 부족하면 열심히라도 해야지, 뭐
아, 무슨 그런 말씀을
(진주) 치, 나도 알거든요
나 외모로 뽑힌 거
그래도 사람들이 기대해 주시잖아요
나 진짜 잘해 보고 싶거든요
[휴대전화 벨 소리]
[진주의 한숨]
(가온) 여보세요?
(수현) 어, 나 지금 그 증인 집 가고 있어
장기현 부장 [무거운 음악]
- 왜? - (수현) '왜'?
(수현) 증언 경위를 찾아봐야지 뭐가 있는지 [한숨]
네 일 아니잖아, 내가 알아서 할게
(수현) 얘 또 정 없이 이런다
나 광수대 에이스 윤수현입니다
반칙하는 판사 그런 거 안 참아요
(수현) 잘못 걸렸어, 강요한
안녕하세요
(기현) 누구시죠?
(수현) 저 광수대에서 왔습니다 윤수현 경위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기현) 내부 고발 했다가 잘린 사람
일자리라도 알아봐 주러 왔습니까?
(수현과 기현) - 예? - 그런 거 아니면 돌아가세요
그놈의 양심 찾다가 식구들 다 굶기게 생겼으니까
[문이 철컥 열린다] (수현) 저, 장기현 씨…
[무거운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장기현을 찾아왔습니다
(K) 예상하신 대로
(요한) 김가온이 날 찾아왔었어
장기현이 의심스럽다면서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요즘 세상에 그렇게 용기 있는 증인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요한) 깜짝 놀랐지, 나도
(수현) 물이요?
그래
그 물에 분명히 뭔가 있었다니까 [종백이 콜록거린다]
[무거운 음악] (종백) 아이, 미친 듯이 기침 나고 어지럽고
내가 그것 때문에 교통사고까지 날 뻔했는데
근데 지금은 아무 이상 없으시다는 말씀이시죠?
뭐, 좀 지나니깐 말짱해지더라고
(종백) 내가 혹시나 싶어서 피 뽑아서 검사까지 해 봤는데
아무것도 안 나와
씁, 이, 분명히 이상했었는데
(요한) 뭐, 증인끼리야 입장이 다를 수도 있는 거고
크게 문제 될 건 없어
겁먹고 패를 던진 건 주일도니까
(요한) 뭐라도 해야지
이 지독하게 불공정한 게임에서
응, 수고했어, 수현아
(수현) 오, 이거 뭐야?
(가온) 증인들 만나느라 수고했다고
(수현) 야, 너 이런 것도 할 줄 아냐?
찌개 아니면 제육 이런 거 아니었냐?
- 응, 먹지 마 - (수현) 어, 어, 어
(수현) 야, 커피도 있고 제대로다
오! 장가가도 되겠다, 가온이, 오
누구한테 장가갈 거야, 근데?
(가온) 가자, 얼른 가자, 얼른
- 누구한테 장가갈 거… - (가온) 야, 식어, 식어, 식어
(수현) 네
[수현의 웃음]
(수현) 아, 그래도 역시 뭔가 수상하긴 해
강요한 그 사람을 더 파 봐야겠어
뭐, 일단 검색할 수 있는 거 다 검색해 보고 있는데…
- 수현아 - (수현) 어?
(가온) 얼마 전에 우연히 마주친 분들이 있는데 말이야
[사람들이 감사 인사를 한다]
[잔잔한 음악] (가온) 모든 분들이 내 두 손을 꼭 잡아 주시더라
이번 재판 정말 고맙다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생겨 행복하다고
그래서?
(수현) 그렇다고 판사가
강요한처럼 이상한 짓 하면 안 되지
네가 듣고 본 것들만 해도 충분히 이상해
반칙은 반칙이야
그것도 범죄라고
그래, 네 말이 맞다
(가온) 뭐든 나오는 게 있으면 좀 알려 줘라
(수현) 어
먹여 준 값은 해야지
근데 가온아 [수현의 헛기침]
파 보는 건 나한테 맡기고
넌 안 나섰으면 좋겠다
- 왜? - (수현) 왜긴
너 얼마나 힘들게 여기까지 왔어?
(수현) 그래, 민 교수님은 네 평생의 은인인 건 맞아, 맞는데
그래도 너한테 무리한 일 시키시는 거 같아
판사가 도청하고 뒷조사하고
그게 뭐냐
아이, 꼭 교수님 때문만은 아니야
그래도
[한숨]
(남자2) 이게…
이게 최선이야?
(윤 이사) 예, 소송 감수하고 핵심 인력 스카우트까지 해서…
그러니까 그, 소송 감수하고
(남자2) 핵심 인력 뭐 어쩌고저쩌고해 가지고 한 게 이게
[어두운 음악] 겨우 이거야, 응?
(윤 이사) 죄송합니다
(임원들) 죄송합니다
(남자2) 아이 그 맛이 안 나잖아, 응?
내가 먹던 그 가게 맛! 씨
아이, 내 돈 써 가면서
왜 그거 하나 못 따라 하는 거야, 왜, 어?
아, 이래 가지고 업계 석권할 수 있겠어요? 응?
(윤 이사) 거의 재현했다는 게 저희들 판단입니다만…
(남자2) 응, 응? 거의? 응? 거의?
한 방은 이 디테일에 있다고 내가 몇 번을 얘기해, 이씨
어유, 씨
[남자2가 씩씩거린다]
[남자2의 재촉하는 신음] [임원의 다급한 신음]
(임원) 여기 있습니다
(남자2) 먹어
(윤 이사) 예?
아, 먹으라고, 응?
(남자2) 너희 팀이 개발한 거 네가 다 처먹으라고
이거 누가 먹겠어, 이걸
윤 이사는 아시다시피 요즘 그, 당뇨병 증…
[남자2의 웃음]
(남자2) 아이, 다, 다, 당뇨? 응?
아이, 그럼 나가든가 나가서 굶어 뒈지든가
아닙니다, 먹겠습니다
[힘겨운 신음]
(남자2) 이거, 이거, 이거 다
다 처먹어, 응?
아유! 씨
[남자2가 씩씩거린다]
(남자2) 아유, 그 미친 판사 새끼 때문에
머리 아파 죽겠는데, 씨
어유, 머저리 같은 인간들, 씨
[짜증 섞인 숨소리]
어유
[분한 신음]
아유, 씨
응?
[의미심장한 음악] [남자2의 떨리는 숨소리]
어, 내가 놓은 거 아닌데, 이거
[한숨]
[전화기 조작음]
(비서) 네, 부사장님
(남자2) 어
그, 엄마 어디 있어?
(비서) 지금 잠깐 자리 비우셨습니다 [전화기 조작음]
아유! 씨
(남자2) 아유, 씨
아, 이거 엄마한테도 말 못 하는 건데, 씨
아유! 씨
(남자2) 저 미친 [어두운 음악]
[남자2의 한숨] [훌쩍인다]
아나, 미친, 가지가지 하네, 씨
(남자1) 야, 애를 왜 자꾸 때리냐?
사람이 마실 수 있는 걸 만들어야지
(남자2) 구정물도 아니고, 이씨
야!
[남자2가 숨을 하 내뱉는다] (매니저) 예, 부사장님
일로 가까이 와 봐
(남자2) 일로 가까이 와, 가까이 너 더 와, 더 와
마실 수 있는 걸 만들어야지, 씨
너 직원 교육을 어떻게 하는 거예요, 응?
(매니저) 죄송합니다
그, 내가 교육 좀 시킨다고 뛰쳐나가?
아주 돈 벌기가 쉬워
아닙니다, 바로 다른 바텐더 데려오겠습니다
(남자2) 됐고
이거 네가 다 처먹으세요, 예?
술맛 떨어지게, 이씨
비켜, 이씨
- (매니저) 들어가십시오 - (남자2) 아, 그리고
그, 아까 걔는 잘라
(매니저) 예
(남자1) 어디 가는데?
매니저님, 미안해요
(매니저) 아, 아닙니다 [통화 연결음]
[엘리베이터 도착음]
[자동차 시동음]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경고음]
에이씨
짜증 나게, 진짜
(남자2) 야, 문 열어 봐
야!
[버튼 조작음]
(요한) 교통 카드는 어쩌고
[당황한 신음]
(남자2) 너 나 혹시 따라다녀?
글쎄
[남자2의 어이없는 숨소리]
어, 내가 당신 사냥감인가 본데
(남자2) 나 만만한 사람 아니야, 응?
나 건들면 가만 안 있어
그러니까 우, 우리 보지 말자, 응? 응?
보지 말자, 응?
이씨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아유, 씨, 미친 새끼
[타이어 마찰음]
(요한) 사냥감?
넌 그냥 미끼야
싱싱한
이상하구먼
(가온) 왜요?
(진주) 우리 다음 재판 특경법 사건이었잖아
(가온) 네
부장님이 그건 일반 재판부로 보내고
이걸 하면 어떻겠냬
기껏 날 새우면서 그 복잡한 거 다 검토해 놨는데
어떤 사건인데요?
이것은요
겨우 벌금 100만 원짜리 사건입니다
100만 원이요?
검찰이 약식 명령 청구한 잡범
(진주) 젊은 놈이 술 처먹고 주먹질한 거
진단도 안 나온 단순 폭행
누군데요? 한번 봐도 돼요?
(진주) 28세, 무직
뭐, 별 특징도 없어
별 특징이 없으니까
검찰이 바로 약식으로 돌린 걸 텐데
우리 부장님은 왜 굳이
왜 이 건을 하시려는 걸까?
(가온) 음, 이거 좀 특이한데요 봐 봐요
이, 초범인데 조사받은 경력은 이렇게나 화려해요 [무거운 음악]
사고 칠 때마다 피해자랑 합의했다는 소리인데
(진주) 그러네
단순 폭행 전문가네
이 친구 상당히 주먹이 섬세한가 보다
어떻게 이렇게 딱 진단 안 나올 만큼만 때리지?
잠깐만, 보자
응? 이번엔 합의를 안 했네?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게 아닐까요?
(진주) 응?
피해자들이랑 연락이 안 된다든가
그러고 보면 무직인 것도 이상해
이렇게 다 합의하려면 돈 꽤나 필요할 텐데 말이야
그렇죠
(진주) 아, 하긴 경찰이 봐주고 싶을 땐
직업을 곧이곧대로 적진 않겠죠
그렇지?
그래 봤자, 어? 그래 봤자 단순 폭행이야
(진주) 우리 시범 재판부 가오가 있지
이런 건을 하면 되겠니 안 되겠니?
- 안 되죠 - (진주) 그렇지
아, 우리 부장님 실망이네
(진주) 상당히 소심하신 편인가 봐
어떻게 우리 딱 겨우 딱 한 건을 하고 바로… [휴대전화 벨 소리]
[진주의 비명]
(가온) 아, 죄송해요
그, 통화 좀 하고 올게요
[진주의 놀란 숨소리]
[문이 덜컹 열린다]
[문이 덜컹 닫힌다] (가온) 뭘 찾았다고?
[어두운 음악] (수현) 강요한의 흔적
무슨 소리야?
(형사) 아,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우리 쪽 인원 부족해서 못 보낸다니까요
(수현) 강요한 관련 기사를 다 찾아봤거든
찬양 댓글이 아주 난리 났더라 거의 교주님이셔
근데 어떤 커뮤니티에 묘한 댓글이 하나 달렸더라고
강요한을 잘 안다는 사람이야
쪽지 보내고 어쩌고 해서 겨우 연락처 알아냈어
댓글 내용이 뭔데?
(수현) '강요한 그 인간은'
'악마예요'
(진주) 김 판
뭐 해?
(가온) 아
(진주) 부장님이 오라셔
[노크 소리가 들린다] (요한) 네
부장님, 부르셨어요?
(피디)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판사님들
(진주) 안녕하세요, 피디님
(피디) 아니, 방송 나간 후에 완전 난리 났습니다, 지금
왜요?
(피디) 아, 우리 부장님이야 원래 유명하셨지만
지금 두 분이 완전 빵 터지셨다니까
- (진주) 저희도요? - (피디) 예
(피디) 그, 판결 선고할 때
오 판사님 그, 눈시울 싹 빨개지다가
살짝 눈물 닦으셨잖아
그 명장면이 대박
시청자들이 '아, 인간적인 판사가 나타났다'
막 이러면서 댓글을 막…
(진주) 아, 그게 카메라에 잡혔어요?
나 그거 판사가 운다고 욕먹을까 봐
몰래 닦은 거긴 한데
(피디) 그러니까 방송 체질이시라니까, 본능적으로
무슨 일로 오셨나요?
이야, 역시 우리 김 판사님, 응?
'도도하고 시크한 냉미남의 표본' 이러면서
(피디) 여학생들이 지금 막…
(가온) 무슨 일로 오셨나요?
(요한) 우리를 초대하신다는데
(진주) 초대요? 어디에요?
(피디) 저희 방송이랑 사회적 책임 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자선 패션쇼입니다
- 패션쇼? - (피디) 예
그 왜, 있지 않습니까
(피디) 몇억, 몇십억씩 이렇게 기부하시는 사람들의 모임 [무거운 음악]
(진주) 알죠, 알죠
그, 거기 이사장님이 엄청 유명한 분이시잖아요
그, 철학 하시는
국가 원로시죠 [진주가 호응한다]
(가온) 전 싫습니다
판사가 그런 데를 왜 갑니까?
(피디) [한숨 쉬며] 그, 요즘 사회 분위기가 있지 않습니까?
뭔가 희망을 드리는 이벤트 같은 게 좀 있어야죠
판사님들이 참여해 주시면
시청자들이 진짜 힘을 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좋은 취지면 저 정말 가고 싶은데
그런데 뭐 입고 가야 돼요?
마땅히 입고 갈 만한 번듯한 옷이 없네
(요한)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요
(진주) 부장님이요?
원한다면
저야 감사하죠
(요한) 김 판사는?
(진주) 가자, 어?
전 괜찮습니다, 할 일도 있고요
그래요, 좋을 대로
(진주) 신데렐라가 된 거 같아요
이 디자이너 드레스 셀럽들도 입어 보기 힘든 거래요
너무 감사합니다
오늘 조심히 입고 고대로 돌려드릴게요
(요한) 필요 없습니다
- 네? - (요한) 돌려줄 필요
이 옷 엄청 비싼 건데도요?
어차피 그거 입을 사람 없어요
그냥 쓰세요
아, 그래도 어떻게…
(요한) 버려도 됩니다
네?
[진주의 웃음] [흥미로운 음악]
(사회자) '어두운 곳에 빛을'
사람미디어그룹과 사회적 책임 재단이
공동 주최 합니다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자선 패션쇼가 그 화려한 막을 올렸습니다 [카메라 셔터음]
아, 정말 많은 귀빈 여러분들께서 입장을 하고 계신데요
그리고, 어? 저기 지금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시범 재판부의 강요한 판사가
지금 입장을 하고 있습니다 [차 문이 탁 닫힌다]
(기자1) 강요한 판사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판사님, 이쪽 좀 봐 주세요
[기자들이 소란스럽다]
(기자2) 판사님, 너무 멋져요
(기자3) 네, 손 한번 흔들어 주세요
(사회자) 아
네, 시범 재판부의
아, 두 스타 판사분과 좀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잠시 자리해 주실까요?
아, 오진주 판사님
아, 정말 오늘
완전히 지금 뭐 변신하신 거 같은데요 [진주의 웃음]
(진주) 근데 저 이런 데 와도 되는 거 맞나요?
(기자4) 이쪽 포즈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카메라 셔터음]
(기자3) 여기도 한번 봐 주세요
(사회자) 아, 완전 이거 방송인이시네요
아, 일단 오 판사님 걱정은 안 해도 될 거 같고
강요한 판사님한테 좀 여쭤보겠습니다
워낙 지금 국민분들이 지지하고 계시고
지켜보고 계십니다
지켜보시는 국민 여러분께 한 말씀 해 주신다면요
격려와 지지 감사합니다
응원해 주시는 여러분들의 마음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요한) 어떤 벽을 만나더라도
정의가 살아 숨 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워 나가겠습니다 제 모든 것을 걸고
(사회자) 아, 강요한 판사님이었습니다, 네
[진주의 감탄]
(요한) 먼저 좀 돌아보고 있어요 인사드릴 분이 있어서
(선아) 안녕하세요, 판사님
(요한) 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무거운 음악]
(선아) 사회적 책임 재단에서 일하는
정선아라고 해요
아, 네, 안녕하세요
행사 빛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 오늘 여신 같으세요
아! 아, 여신이라니요
저 돌 맞아요
(선아) 제가 본 시범 재판 속에서는요
판사님이 제일 빛났어요
(진주) [살짝 웃으며] 그럴 리가
어, 저희 이사장님하고 인사하시죠
(정학) 어, 정 이사
(선아) 이사장님, 시범 재판부의 오진주 판사님이십니다
서정학 이사장님이세요
(진주)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정학) 아
상이 나쁘지 않은 처자구먼
판사님이세요
나도 봤어요, 그 재판
(정학) 난세에는 말이지
법가가 득세하기 마련이지
근데 잠깐이야
결국엔 '어질 인'으로 돌아가야
인심이 순치가 돼
[웃으며] 네 명심하겠습니다, 선생님
잘할 거 같아
[못마땅한 신음] [정학의 웃음]
(신부) 요한이는 많이 다른 아이였습니다
학교에 나온 첫날부터
[무거운 음악]
(가온) 어떻게 달랐나요? [신부가 라이터를 탁 켠다]
(신부) 표정도 어둡고
말수도 적었지요
(교사) 자기소개 할 거 없니?
친구들이 너에 대해 알고 싶을 텐데?
[교사의 어색한 웃음]
그래, 그럼
요한이랑 짝할 사람?
세인아, 네가 짝해 줄래?
네, 좋아요, 선생님
(교사) 직사각형 둘레 길이 구할 거야
장난치지 말고 잘 받아 적어
첫 번째
[칠판에 글씨를 탁탁 쓰며] 가로 더하기 가로 더하기
세로 더하기 세로 더하기
- (교사) 두 번째 - (아이2) 어, 새다!
(교사) 더하기… [아이들이 소란스럽다]
얘들아, 얘들아, 얘들아, 조용
[아이들의 놀란 신음]
[탁상을 탁탁 치며] 얘들아 조용히 해!
조용히 해, 앉아
[아이들의 놀란 신음] 얘들아!
[아이3의 겁먹은 숨소리]
[아이들의 비명]
(아이2) 대체 왜 죽여?
[어두운 음악] [아이들이 소란스럽다]
미쳤어? 왜 죽이냐고!
아니, 아, 왜 죽였어? 얜 대체
(신부) 그때부터 아이들은
요한이를 괴물이라고 불렀습니다
말도 걸지 않았죠
[시끌벅적하다]
(신부) 투명 인간 취급 했달까요?
그랬군요
그래서 그런 댓글을 쓰신 건가요? 악마라고
아닙니다
(신부) 그건 나중에 벌어질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죠
(신부) 그때 저희 학교엔 윗동네 애들과 아랫동네 애들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윗동네 애들은 부유했고
아랫동네 애들은 가난했죠
공통점은 있었습니다
(신부) 요한이를 괴물 취급 했다는 거
(아이4) 머리 쏴야지, 머리 쏴야지
[의미심장한 음악]
- (아이5) 에이, 뭐야 - (아이4) 야
[아이들의 웃음]
(아이4) 야, 야, 야 야, 눈, 야, 눈, 눈 맞혀
[아이들의 웃음]
(아이4) 나이스
야, 야, 야, 표정…
[아이들이 수군거린다]
(요한) 장관님 [카메라 셔터음]
[요한의 웃음]
(경희) 아이고 축하합니다, 강 판사 [무거운 음악]
귀한 걸음 해 주셨습니다
(경희)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 주셨습니다
아주 훌륭하십니다
(요한) 고맙습니다
- 근데 좀 놀랐어, 강 판 - (요한) 별말씀을요
(기자5) 저, 포즈 한번 취해 주시죠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경희의 헛기침]
근데 또 그럴 건가?
허, 그럴 리가요
[요한의 웃음]
- (기자5) 앞 좀 봐 주시죠 - (요한) 네
[요한의 웃음]
(피디)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 밤 조금은 특별한 순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손가락을 딱 튀긴다]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요한) 시작되는 거 같습니다
어, 마음껏 즐기시게
네, 이따 뵙겠습니다
(경희) 또 보게
(정학) 이기심을 버리고 어진 마음밖에 없다는 걸…
(요한) 오랜만입니다, 이사장님
- (정학) 아 - (요한) 실례하겠습니다
[정학의 옅은 웃음]
(요한) 손 이렇게 하고
엄지손가락끼리 만나는 거예요
그리고 이쪽 손은 살포시
자
잘하는데?
[요한의 웃음]
(선아) 잠깐 교대해도 될까요?
정 이사님
(신부) 그러던 어느 날
그 일이 시작됐지요
(아이3) 어? 어디 갔지?
[아이3의 한숨]
저기, 혹시 내 필통 못 봤어?
모르겠는데?
(아이3) 하, 우리 아빠가 미국에서 사다 주신 건데
어디로 간 거야, 도대체
[무거운 음악]
(신부) 처음에는 그냥 그렇게 지나갔죠 [아이3이 구시렁거린다]
화근은
윗동네 애들과 아랫동네 애들이
짝인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서로 화합하라는 선생님의 뜻이었죠
[아이6의 한숨]
(아이7) 뭘 쳐다봐?
왜 쳐다보는 건데?
[아이6의 울음]
아, 야, 너 왜 울어?
(신부) 그런데
아랫동네 아이와 짝인 윗동네 아이의 물건만
차례로 없어지기 시작한 겁니다
아, 맞다, 나 신발 새로 샀다?
(아이들) 오
짠!
(아이들) 오!
(아이4) 어? 찢어졌어
[아이5의 놀란 신음] 에이씨
[문이 드르륵 열린다]
야, 네가 찢었지?
나 아니야
(아이8) 거짓말 치지 마
(아이9) 나 진짜 아니라고
(아이8) 네가 얘 짝꿍이잖아
(아이9) 짝꿍이라고 내가 왜 찢는데
(신부) 그러다 결국 그날이 왔습니다
[몽환적인 음악] (선아) 첫 재판 잘 봤어요, 판사님
(요한) 재밌었나요?
(선아) 음, 재미라니요
장르가 달라
감동적이던데요? 눈물도 찔끔 나고
좋게 보셨다니 다행이군요, 정 이사님
근데 말이죠
재단의 후원자분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반전이더라고요
[요한이 픽 웃는다]
(선아) 영감들이 그렇잖아
뻔한 거, 예측 가능한 거 좋아하더라고요
가진 게 많을수록
(요한) 뭐, 취향이라는 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요?
혼자만 즐기는 남자 매력 없던데
(선아) 쓸모도 없고
(요한) 그거 유감이네
난 지금
아주 즐거운데 말이야
[격정적인 음악] (아이8) 아이씨
어디 갔지? 내 게임기
왜 쳐다봐?
야, 너 가방 좀 보자
(아이5) 아, 왜?
(아이8) 좀 보자니까
(아이5) 내놔, 아, 내놔
아, 좀 내놔, 내놓으라고!
[아이5의 힘주는 신음]
응? 아닌데, 진짜 아닌데
(아이8) 이래서 내가 거지들하고 짝하는 게 아닌데
뭐, 이 자식아? 네가 넣었지? 네가 일부러 넣은 거지?
[아이들이 다툰다]
(경희) 강 판사
자, 오늘은 내 식솔들도 왔으니 인사나 나눕시다
- 여보? 여보 - (재경) 네?
(재경) 아이고, 강 판사님 [재경의 웃음]
오셨습니까, 이재경 대표님
(재경) 아, 얘, 얘, 얘, 아들 영민아, 영민아
아, 인사드려야지
[재경의 웃음]
(영민) 어? 어…
[영민의 당황한 신음]
뭐야
(요한) 처음 뵙겠습니다 이영민 부사장님
(영민) 누구…
[난처한 신음]
(신부) 그 아이는
악마였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요한)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
사채업자였어
(요한) 2대째, 아주 악덕
[아이들의 웃음] (신부) 그때부터 아이들은 요한이를 괴물이라고 불렀습니다
(요한) 왜? 그런 사람 밑에서 크는 거 상상이 안 되나?
선생님
(정학) 그래
길이 덜 들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문이 달칵 닫힌다]
[가온의 다급한 숨소리]
(요한) 이걸 찾는 건가?
[어두운 음악]
(가온) 역시 알고 있었네요?
[가온의 한숨]
대체 왜 이런 일들을 하는 겁니까?
(요한) 왜 이런 일들을 하는 거냐고?
네
할 수 있으니까
네?
가능성은 마약과도 같은 거야
[삐 소리가 울린다]
(가온) 피해요!
[삐 소리가 울린다]
[몽환적인 음악]
(요한) 저희를 지켜 줄 수 있는 건
오직 국민 여러분뿐입니다 [방청객들의 환호성과 박수]
이것 때문이었어
(선아) 세상엔 경고를 잘 못 알아듣고는
뒤늦게 후회하는 사람들이 있고
(수현) 벽에 걸린 그림 쪽에서 터진 거잖아
처음부터 그림 내부에 설치되어 있던 거라면?
(요한) 경찰보다 먼저 찾아야 돼
(경희) 나도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요한) 네 주인한테 가서 말해
직접 오는 게 좋을 거라고
(선아) 우리 좀 만나야 되겠다, 판사님
(가온) 제가 의심하는 건
강요한입니다
.악마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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