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판사 1
"서울"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자동차 경적]
(중세) 2년!
2년입니다, 여러분!
생각하기도 싫은 이 끔찍한 2년
듣도 보도 못한 역병이 전국을 휩쓰는 동안
(영상 속 중세) 기업은 무너지고 사람들은 길바닥에 나앉았습니다
가진 자들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선동 때문에
방화에 테러!
결국은…
네, 광화문 폭동!
[흥미로운 음악]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사람들의 비명]
[사이렌이 울린다]
(영상 속 중세) 경제 위기
[사람들이 시위한다] 이제 어제의 일입니다
이제 다 잊으십시오 제가 다 바꾸겠습니다
지긋지긋한 그놈의 역병
드디어! 드디어 잡았습니다
[사람들이 시위한다]
"바이러스"
(시위자) 생존권을 보장하라!
[카메라 셔터음]
[남자1의 힘겨운 신음]
"유토피아"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아기 울음]
(중세) 일자리
제가 다시 만들어 냅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 선택한
(중세) 바로 이 남자, 허중세가
이 나라 대한민국 다시 근사하게 폼 나게
반드시 다시 일으켜 세우겠습니다
(영상 속 중세) 제 목숨을 걸겠습니다!
[사람들의 환호성]
(선아) 슛 들어가면 오버하는 버릇
저건 영 고쳐지지가 않네요 선생님
(정학) 광대 출신이 어딜 가겠나
[정학의 웃음]
(중세) 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법질서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중세) 제가 통과시킨 강력한 사법 개혁
이제 시작됩니다
사상 최초로 전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재판입니다
죄인에게 가차 없기로 유명한 21세기 포청천
여기 강요한 판사가
여러분들이 그토록 원하던
제대로 된 재판 보여 드릴 겁니다
제가 해냈습니다 [카메라 셔터음]
저 허중세가 해냈습니다 [사람들의 웃음]
대한민국 토탈 체인지!
[기합] [사람들의 환호성과 박수]
[카메라 셔터음]
[기자들이 소란스럽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기자1) 한 말씀 해 주시죠 판사님 [사람들의 박수]
[사람들의 환호성]
안녕하십니까, 강요한입니다
[카메라 셔터음]
[사람들의 환호성]
(기자2) 강 판사님
이번 시범 재판 위헌 논란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자3) '반인권적이다' '보여 주기에 불과하다'
이런 비판은요?
(기자1) '강 판사님 역시 지나친 엄벌주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라는
우려가 있는데요
누가 사회적인 약자입니까?
- (기자1) 예? - (요한) 제가 재판한 피고인 중에
누가 사회적 약자입니까?
(기자1) 어, 일단 소년범이 있었고요
어, 그리고 노숙 생활 하는 극빈층
정신 질환자…
(요한) 동급생 강간범 퍽치기 강도
그리고 묻지 마 살인범
이들이 사회적 약자입니까? [무거운 음악]
(기자1) 그래도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 (기자1) 어느 정도… - (요한) 피고인일 뿐입니다
(요한) 저는 약자, 강자 따위에는 관심 없습니다
(기자2) 아, 그럼 이번 시범 재판 피고인도
엄벌하실 수 있겠습니까?
주일도 회장 인맥 막강하기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저 구름 위 권력층에서 압력이라도 내려오면…
제가 권력입니다
(요한) 제가, 제가, 제가!
제가 권력입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저는 주권자인
이 나라 대한민국 온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법권을 행사합니다
누가 국민 위에 있습니까?
국민 여러분이 권력입니다
(요한) 법정에서 뵙겠습니다
[사람들의 환호성과 박수] (기자1) 강 판사님
(기자3) 위헌 논란에 대해서 한 말씀 해 주시죠
[재경의 웃음]
(경희) 응
씁, 쟤 잘하네
그러게?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선아) 축하드려요 우리 스타 판사님
[두만의 웃음]
우리도 할까요?
섹시한 권력을 위해 [몽환적인 음악]
[흥미로운 음악]
(영상 속 요한) 저는 주권자인
이 나라 대한민국 온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법권을 행사합니다
누가 국민 위에 있습니까?
국민 여러분이 권력입니다
(군인1) 잠깐만
잠시만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오늘부로 여기 파견 근무 나왔습니다
(군인1) 아, 시범 재판부 판사님이시군요
들어가시죠
[사무실이 분주하다]
(정호) 예
(가온) [작은 목소리로] 교수님
아, 죄송해요, 대법관님
아직 이게 입에 붙질 않네요
(정호) 대법관은 얼어 죽을
집어치워, 인마 [정호의 웃음]
- 이야, 멋있는데요? - (정호) 응?
(정호) [웃으며] 자식
[무거운 음악]
신전 같네요?
신전이지
정의의 신전
(가온) 여기가 법정이라고요?
(정호) 생중계하겠다잖나, 재판을
[한숨]
강요한 판사 대체 왜 이렇게 판을 키우는 걸까요?
(정호) 판사?
그분을 어디 일개 판사라 할 수 있나
썩어 빠진 사법부를 바꿔 놓을 개혁계의 기수
망해 가는 헬조선에 나타난 희망
인기가 대단하긴 하더라고요
(정호) 난세에는 괴물이 나타나기 마련이지
그자가 통과시킨 그 말도 안 되는 법들
그건 법률가의 발상이 아니야
정치꾼의 발상이지
(가온) 그렇게 싫어하시면서
저를 굳이 이 재판부에 집어넣으신 거네요?
누군가는 있어야 되지 않겠나
(정호) 이 미친 바람 속에서도
눈 부릅뜨고 똑똑히 지켜볼 사람
여기엔 이 바람을 거스르려는 사람이 없어
(가온) 저한테
가룟 유다 역할을 시키는 겁니까?
(정호) 부탁하네
내가 수업 시간마다 입버릇처럼 하던 말 기억하나?
기억합니다
(정호) 인간 세상에 손쉬운 정의 따윈 없어
[노크 소리가 들린다]
(가온) 처음 뵙겠습니다
[무거운 음악]
[요한의 옅은 한숨]
왜 그러십니까?
아니야, 미안
(요한) 김가온 판사라고 했지?
- 네, 잘 부탁드립… - (요한) 환영해
전쟁터에 온 걸
[문이 달칵 닫힌다]
(요한) 닮았어
생각보다 더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달그락 소리가 난다]
(진주) 어? 김가온 판사?
반가워요, 난 오진주
반갑습니다, 오 판사님
좀 정신없죠?
미안, 내가 좀 멀리서 와서 짐이 좀 많아
(가온) 아, 아닙니다
근데 여기서 주무시게요?
(진주) 아, 아니, 매일은 아니고
뭐, 직장 생활의 기본이랄까
초반에 열심히 해서
눈도장 찍기
아, 네
(진주) 김 판사는 서울 초임이죠?
(가온) 네
(진주) 나는 판사 되고 내리 지방만 있다가
이번이 처음 서울 근무
솔직히 자주 오는 거 아니잖아요, 이런 기회
뭐야
낯 좀 가리는 성격이에요?
아, 아닙니다
(가온) 잘 부탁드려요
아, 웃으니까 느낌 확 다르네
(진주) 역시 이번 시범 재판부 선발 기준을 알겠다
선발 기준이라면…
어, 씁, 굳이 말로 하자면
이미지?
(가온) 아 [흥미로운 음악]
근데 그게 판사 업무랑 관련이 있을까요?
(진주) 있죠, 잘 생각해 봐요
우리는 전 국민 앞에 서는 시범 재판부잖아요
근데 사람들은 옳은 말보다는
이, 마음에 드는 사람 말을 더 믿거든
매력이 권력이지
- 권력이요? - (진주) 응?
[웃음]
(진주) 신경 쓰지 마요 담아 듣지 마
내가 지금 기분이 되게 좋아 가지고
이,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말들이 막 나오고 있거든
사실 나
강요한 부장님의 찐팬이에요
여기 온 것만으로도 난 성덕이다
성공했다, 오진주야
열심히 하자
[진주의 한숨]
(대법원장) JU케미컬 주일도 회장 사건을
첫 사건으로 하는 거
재고해 봤습니까?
(요한) 그 사건이 가장 적절합니다
좀 더 단순하고 쉬운 사건들도 있을 텐데 굳이…
복잡할 거 없습니다
법대로만 하면 됩니다
[한숨]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들을 동원할 텐데
그렇겠죠
사법 신뢰도가 10%대까지 떨어진 건 알고 있지요?
네
이, 국민감정과 법적 결론이 동떨어지기 쉬운
(대법원장) 씁, 이런 어려운 사건을 굳이 공개적으로…
대법원장님
시범 재판은 인민재판이 아닙니다
투명한 재판일 뿐이죠 온 국민 앞에
[비밀스러운 음악]
그거면 족합니다
(가온) 저 먼저 퇴근해 보겠습니다
(진주) 네, 내일 봬요
(가온) 네
[신호등 알림음] (교사) 건널게요 우리 오른손 들고
옳지, 선생님 따라서 이쪽으로 붙으세요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무거운 음악]
[군인들의 당황한 신음] [무전기 작동음]
개새끼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군인2) 사격 준비
(무전기 속 군인3) 차 차단로로 돌진합니다, 돌진합니다
(무전기 속 군인4) 상황실, 상황실
200m 전방 버스 한 대 정문으로 돌진 중
운전자 신원 불명 어떻게 할지 응답 바람, 이상
(교사) 어? 뭐야?
어, 얘들아, 빨리 건너, 건너 [신호등 경고음]
건너, 건너 [아이들의 비명]
[아이1의 아파하는 신음]
[긴장되는 음악]
[자동차 경적]
[총성]
[긴박한 음악]
[당황한 신음]
[타이어 마찰음] [총성]
[남자2의 힘주는 신음]
[남자2의 힘겨운 신음]
[포효하는 효과음]
[가온의 놀란 숨소리]
[버스가 삐걱거린다]
(가온) 괜찮니?
[걱정스러운 숨소리]
[무전 소리가 흘러나온다] [무거운 음악]
총은 쏘라고 지급된 겁니다
(군인5) 죄송합니다, 판사님
[떨리는 숨소리]
[폭발음] [사람들의 놀란 신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남자2의 힘겨운 신음]
[가온의 힘주는 숨소리] [남자2의 힘겨운 신음]
[사람들의 비명]
[의미심장한 음악]
(가온) 아저씨, 괜찮으세요?
[사람들의 비명]
[거친 숨소리]
(TV 속 기자4) 오늘 오전 대법원 앞에서
유치원 버스 폭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JU케미컬 주일도 회장의 구속 영장이 기각된 사실에
불만을 품은 유치원 버스 운전기사가…
(중세) 이거는 또 뭐야? [뉴스가 계속된다]
주일도 회장 영장 기각됐다고 저러는 건가?
(경희) 공권력에 대한 도전일 뿐입니다
(선아) 외람됩니다만
도전이라기보다 비명 아닐까요?
(경희) 비명은 또 뭐야?
(선아) 쥐도 좁은 데 가둬 놓고 굶기면
머리를 벽에 부딪치면서 발악합니다
사람이라고 다를까요
(중세) 서 선생님 먹고사는 게 문제입니다 [무거운 음악]
재단에서 도와주셔야 됩니다
역병은 간신히 잡았는데
백수 천지라 세금 걷힐 데가 없습니다
가뭄이 길면 민란이 나는 법이지
(중세) 그렇죠?
- (중세) 박 회장님 - (두만) 네?
(중세) 시범 재판 준비 잘되시죠?
네, 걱정하지 마세요 대박 날 거예요
(중세) 준비 잘하셔야 되는데
우리 차 장관께서 각별히 관심이 많은 사건이거든
개인 사정상
[용식과 중세의 웃음]
[한숨]
[중세의 헛기침]
[감성적인 음악]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안내 음성] 안전한 대한민국 사회적 책임 재단…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문이 쾅 닫힌다] [수현의 웃음]
(수현) 무슨 정글 만들 일 있냐?
(가온) 왔어?
(수현) 대법원 정문에서 테러 사건 있었다며?
벌써 알았어?
역시 광수대 윤수현 경위님
넌 안 다쳤지?
(수현과 가온) - 너 또 앞뒤 안 가리고, 어? - 또
(가온) 걱정 마, 나 무서워서 한참 뒤쪽에 숨어 있었다
완전 남자답게
(수현) 잘했네, 이제야 철들었네
올라가자
(가온) 올라가 계세요 요놈만 마무리하고요
(수현) 아, 좀 그만하고 올라가자, 어? [가온의 웃음]
(가온) 아이, 왜 또 화내
(수현) 빨리, 빨리, 빨리
[캔이 달칵 열린다] [수현의 힘주는 신음]
(수현) 짠
[가온이 숨을 카 내뱉는다]
밥 안 사냐?
- (가온) 내가 왜? - 너 방송 탄다며
(수현) 근데 너 강요한같이 스타 되면
뵙기 힘들어지겠다?
스타 좋지
너 왜 삐딱해?
(가온) 짠
술이나 마셔
뭐, 강요한 같은 스타하고 있으면 너도 손해 볼 건 없어 [가온이 캔을 툭 내려놓는다]
(수현) 사람 자체가 스토리가 있잖아
막대한 자산의 상속자
비극적 사고의 생존자
사람들은 그런 데 미치니까
[가온이 픽 웃는다]
그래
나랑은 많이 다른 스토리지
(수현) 네가 뭐?
[한숨]
야, 너 고생해서 판사씩이나 됐으면
너도 좀 좋은 동네로 옮겨
(가온) 여기가 어때서?
(수현) 너무 많이 변했잖아 옛날이랑
이제 여기뿐이잖아
뭐가?
엄마, 아버지를 기억할 게 [잔잔한 음악]
- (가온) 밥해 줄게, 먹고 가 - (수현) 밥?
(가온) 너 살 빠졌거든? 너 또 굶었지?
(수현) 야
[캔을 툭 내려놓으며] 너 이러면 나 또 고백하는 수가 있어
[수현의 웃음] [캔을 툭 내려놓는다]
비록 유치원 때부터 다섯 번이나 까였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가온) 불알친구 잃고 싶지 않다 밥 먹고 가
- (가온) 이거 다 먹었지? - (수현) 응
(수현) 무정한 새끼
사랑한다!
[웃음]
[수현이 코를 훌쩍인다]
(변호사1) 주일도 회장님은 폐수 유출의 경위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부인하는 게 핵심이야
불가항력적 사고였다고
재판 중에 국민 투표가 심판원 쪽으로 흘러가게 될 경우에
우리 대응책은 뭐지?
(변호사2) 야산 축대가 무너져서 정화 시설이 손상된 걸 강조해야죠
시의 관리 부주의로 일어난 어쩔 수 없는…
(인국) 회장님
(일도) 어, 고 변
이거 여론이 너무 시끄러운 거 아니야?
배은망덕한 것들
내 덕을 빌어먹고 사는 떨거지들이 몇만 명인데
(인국) 어차피 이런 환경 사건은 명백한 증거가 나올 게 없어요
기업주가 어떻게 공장 폐수 성분까지 알겠습니까
무죄로 밀어붙일 거고요
만에 하나 잘못되어 봤자
업무상 과실 치사입니다
(일도) 업무상 과실 치사라
그건 형이 얼만데?
법정 최고형이 5년이요
5년?
(인국) 뭐, 이번에 특별법이 이거저거 생기긴 했는데
법원이라는 데가 워낙에 보수적이어서
갑자기 그렇게 형량을 팍 올리지는 못할 거예요
난 허리 제대로 받쳐 주는 침대 아니면
잠도 못 자는 거 몰라?
아이고, 회장님
한 1년 독서하고 명상하시면
가석방으로 빼 드리겠습니다
(인국) 건강 더 좋아져서 나오십니다 [한숨]
틀림없겠지?
정 불안하시면
[무거운 음악] [작은 목소리로] 그분이 계시지 않습니까
[한숨]
그래, 그렇지
[다가오는 발걸음]
(가온) 부장님
어제는 감사했습니다, 구해 주셔서
별말씀을
(가온) 주저 없이 쏘시던데요
그랬나?
운전자를 죽일 생각이셨습니까?
- 필요했다면 - (가온) '필요'라고요?
(요한) 운전사가 즉사해도
버스는 그대로 직진할 가능성이 많았어
총을 쏴서 본능적으로 핸들을 돌리게 한 거네요? [타이어 마찰음]
[남자2의 힘주는 신음] (가온) 들이박고 죽더라도 혼자 죽도록
그게 산수 아닌가?
(요한) 2보다는 1이 작은 수잖아
그렇군요
(정호) 그래, 강요한
만나 보니 어떻든?
글쎄요
(가온) 덕분에 살았습니다
천만에
(가온) 작은 수가 되지 말아야겠네요, 부장님 앞에선
그러든지
(정호) 강요한이 시범 재판 첫 피고인을
왜 굳이 주일도 회장으로 잡았을지
요즘 가장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라서 아닌가요?
그야 그렇지, 그렇긴 한데
(정호) 주일도 회장은 사회적 책임 재단
최고의 기부자 중의 하나야
강요한표 사법 개혁은
차경희 법무부 장관하고 사회적 책임 재단이
밀어줘서 가능했던 거고
[헛웃음 치며] 그러니까
입장 곤란해서 일부러 피했을 만한 사건을
굳이 하겠다고 한 거네요?
뭔가 딴 속셈이 있는 게 아닌지
[정호의 한숨]
(대법원장) 강 부장 어제 그 유치원 버스 기사 말이야
일단 불구속으로 해 놓고
나중에 재판에 돌리면 어떨까?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대법원장) 시범 재판도 얼마 안 남았는데
불미스러운 일로 주목받을 필요가 있나 싶네
어제 자네가 한 일도 있고
이, 첫인상이라는 게 중요하지 않나?
[웃음]
(요한) 테러리스트한테 온정을 베풀라 그 말씀입니까?
[대법원장의 웃음]
온정이 아니라
모양새를 말하는 거야
(요한) 모양이라면 나쁠 거 없습니다
시끄러울수록 관심은 올라가겠죠
노이즈 마케팅도 하는 판인데
이 정도 사건이면 구속하는 게 형평에 맞습니다
(가온) 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 버스 기사의 세 살짜리 딸이
JU케미컬 사건의 사망자 중 한 명입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외할머니는
그 일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고요
그래서? [무거운 음악]
하, 그런데도 주일도 회장은 영장 기각하고
(가온) 그 버스 기사는 구속한다는 게
형평에 맞을지 좀 걱정됩니다
(진주) 김 판사
(요한) 주일도는 재판을 해 봐야 유무죄를 알 수 있는 피고인이고
버스 기사는 현행범이야
그 정도도 모르는 건가?
하지만 동기에 어느 정도 참작할 점이…
(요한) 자기가 피해자면 남 해칠 권리가 생기나?
그건 아니지만 현재 부상 중이고…
구치소에도 의사는 있어
원칙대로 하시죠
[대법원장의 한숨]
(TV 속 앵커) JU케미컬 공장의 독성 폐수 유출 사고로
[TV 속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입원 치료를 받던 피해자 유 모 어린이가 사망하자
이를 비관한 외할머니 김 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이로써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총 열한 명
치료 중인 분들을 포함한 피해자 수는
무려 마흔일곱 명에 이릅니다
해당 사건의 전말은 현재 조사 중에 있으며
추후 주일도 회장은 재판을… [리모컨 조작음]
미안, 보기가 좀 힘드네
(진주) 나 살던 데 생각나 가지고요
내가 촌년이거든요
좀 보기와는 다르게
(가온) 전 서울 남자입니다 보기와 같이
달동네
- 티 나요? - (진주) 응 [진주의 웃음]
(진주) 흙수저 눈에는 흙수저가 보이는 법인가 봐요
일종의 레이다같이?
그럼 강 부장님한텐 뭐가 보여요?
우리 강 부장님?
글쎄
[진주의 생각하는 신음]
(진주)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직장 생활의 기본
상사에 대한 쓸데없는 관심은 금물
- (진주) 일이나 합시다 - 네
[가온이 숨을 후 내뱉는다] (진주) 아
시행 법령 있으니까 읽어 봐요
시행 법령이요?
(진주) 응 우리 시범 재판 시행 법령
조금 짜증 날 수도 있어요
[마우스 조작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새가 지저귄다]
(가온) 부장님, 숫자 놀이를 너무 좋아하시는 거 아닙니까?
시청자들이 스마트폰 앱을 눌러 대면
그 숫자 보고 판결하자…
(요한) 자넨 그걸 숫자 놀이라고 부르나?
나는 민주주의라고 부르는데 말이야
(가온) 그렇게 민주적인 재판 하실 거면
저희는 왜 필요한 겁니까?
(요한) 읽어 봤나 보네, 시행 법령
(가온) 그게 재판입니까?
배석들이 아무리 의견 내도
결국 최종 결정은 부장님이 투표 숫자 보고 하시면
저희는 진짜 왜 필요한 겁니까?
(요한) 비상 시기에는 비상수단이 필요하기 마련인지
그리고 그림이 안 나오잖아
그림이요?
(요한) 내 좌우에 뭐가 없으면 그림이 허전해서 말이야
방송인데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가온) 저예요 해 주실 게 좀 있습니다 [무거운 음악]
(정호) 음, 뭔데?
(가온) 대법원 기록 창고 스페어 키요
쯧, 야, 인마, 그게 어디 쉬운 일인 줄 아냐?
그 정도도 못 하시면
대법관 때려치우는 걸 추천드립니다
(가온) 여보세요?
여기로 끌어들이신 게 누구였더라
사건 기록 훼손하면 징역이다
공범은 안 불겠습니다, 대법관님
[덜그럭 소리가 난다]
[흥미로운 음악]
찾았다, 술래
[정호가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징한 놈
(정호) 20년 전 기록을 뒤진 거냐?
(가온) 사랑도
첫사랑이 애틋한 거 아니겠어요?
(정호) 첫사랑?
주일도 회장 사업 처음 확장하다 사고 쳤을 때 봐준 게
서울에서 내려온 엘리트 검사 차경희였어요
[무거운 음악] (가온)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세 번을 봐줬더라고요?
표 안 나게
물론 공짜는 아니었겠죠
차경희가 처음 국회 의원 출마했을 때
후원회장이 누구였을까요?
(정호) 주일도?
[헛웃음]
정리해 보면
주일도는 차경희 법무부 장관 검사 시절 스폰서다
차경희는 정권의 실세이자 그동안 강요한을 밀어준 사람이다
근데 강요한은
굳이 주일도를 재판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차경희는 아무 반대 없이
지켜보고 있다
(가온) 죄를 밝히기 위한 재판일까요? 아니면
그 반대일까요?
문제는 이게 다 추측에 불과하다는 건데
[입소리를 쩝 낸다]
캐 봐야죠, 어떻게든
(가온) 제 앞길 제 손으로 막는 거 같긴 한데
[한숨]
돌아가기에 늦은 거 같습니다
[한숨]
애틋한 첫사랑이라…
수현이는 잘 있지?
[캑캑거린다]
(수현) 어, 가온아
괜찮아, 얘기해
도청기? 네가 그게 왜 필요한데?
[비명 소리가 들린다]
- (학생) 아, 살려 주세요! - (남자3) 야, 가만히 있어
가온아, 내가 이따 전화할게
[학생이 소리친다]
(수현) 멈춰!
[학생이 흐느낀다]
경찰이다
뒤로 물러서
(학생) 아, 살려 주세요
(남자3) 아, 동생이에요, 동생
(수현) 벽으로 붙어
[남자들의 어색한 웃음]
(남자3) 아, 동생이라니까, 어?
- 괜찮니? - (학생) 네
[학생의 비명] [어두운 음악]
[수현의 힘주는 신음]
[남자3의 힘겨운 신음]
[소란스럽게 싸운다]
[수현의 거친 숨소리]
[남자3의 힘겨운 신음]
(남자3) 놔 봐, 놔 [수갑을 잘그랑거린다]
[남자3의 힘겨운 신음]
[수현의 거친 숨소리]
[학생이 흐느낀다]
(수현) 아, 괜찮아
괜찮아요, 경찰이에요
[통화 대기음]
[전화기 조작음]
(김 비서) 장관님 사회적 책임 재단에서
정선아 이사가 찾아왔습니다
- 들어오라고 해 - (김 비서) 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안녕하세요, 장관님 [문이 달칵 닫힌다]
(선아) 서 선생님 심부름으로 왔습니다
용건이 뭔가?
아, 죄송하지만
앉아서 말씀드려도 될까요?
고맙습니다
서 선생님도 그렇고 저희 재단 후원자분들도 그렇고
이번 재판에 대해 우려가 좀 많으신 거 같아요
뭐가 걱정이지?
(선아) 아, 죄송하지만
직설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잡범들 때려잡아서 시민들 분풀이나 시키자'
이게 이번 시범 재판 만든 취지잖습니까?
그래서?
(선아) '근데 굳이 기업인들 사건을'
'올릴 필요가 있나'
'혹시 중형이라도 나오면'
'기업인들 전체에 나쁜 선례가 될 텐데'
이렇게 걱정들 하십니다
강요한이 실수하는 거 본 적 있나?
(선아) 그렇긴 합니다만 '1호 재판은'
'좀 더 무난한 사건으로 가도 좋을 거 같은데'
'장관님께서 왜 그리 이 사건을 고집하시는지…'
[펜을 탁 내려놓으며] 고집이라고 했나?
아, 죄송합니다
(선아) 저는 있는 그대로 말씀을 전하느라…
(경희) 사회 복지 사업 하는 재단 분들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재벌 연합회 분들이
왜 이렇게 나랏일에 시시콜콜 관심이 많으실까
분명히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을 텐데
건방지게
[무거운 음악]
죄송합니다, 장관님
(선아)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감히
주제넘은 말씀 한마디만 더 드려도 될까요?
장관님이 앉아 계신 그 의자, 책상
벽에 걸린 그림에 출퇴근 때 타시는 차량
전부 저희 재단 지원금으로 마련된 거 알고 계십니까?
올해 법무부 예산이 부족해서요
교도소도 부족해서
저희가 사설 교도소를 지어야 될 상황인데요
궁금합니다, 장관님
나랏일을 하고 있는 게
과연 누구일까요?
[달그락 소리가 난다]
(가온) 왜?
(수현) 근데 판사가 도청기가 왜 필요해?
너 바람피우는 애인이라도 생겼냐?
(가온) 그게 납득이 잘되는 이유면 그걸로 하자
(수현) 납득은 되는데 용서가 안 돼
(가온) 용서가 안 돼도 그걸로 하자
(수현) 장난치지 말고 너 이거 얻다 쓸 건데?
(가온) 씁, 쯧, 너 다친다 많이 알려고 하면
(수현) 아, 김가온 똥고집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아주
아, 테스트나 해 보자 옥상 나가 봐
- 옥상? - (수현) 응
(수현) 야, 이건 달고 가야지
[잔잔한 음악]
뭘 봐
뭐, 혼자 하나 할 줄을 몰라 빨리 나가 봐 [가온이 픽 웃는다]
(가온) 유단자는 민간인 패는 거 아닙니다, 형사님
[가온이 신발을 탁탁 신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수현) 아, 아, 들립니까? 김가온 판사
나랑 결혼할래?
아니야, 뻥이야, 이 새끼야
사랑해, 아이씨
[가온이 숨을 하 내뱉는다]
(가온) 목소리는 좋네
(수현) 잘 들렸어?
(가온) 엄청
(수현) 대답은?
원래 도청은 들은 척하면 안 되는 거잖아
그래서 대답을 안 하시겠다?
(수현) 그래 바람피운 애인부터 잡아라 [휴대전화 진동음]
야, 나 호출이다
아, 나 연락할게
- (가온) 또? - 어, 아이고
- 빠이빠이 - (가온) 어, 어
조심히 가
[수현이 구시렁거린다]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녹음 속 수현) 나랑 결혼할래?
아니야, 뻥이야, 이 새끼야 사랑해
나랑 결혼할래?
아니야, 뻥이야, 이 새끼야 사랑해
[한숨]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무거운 음악]
[남자4의 힘겨운 신음]
[남자4의 힘겨운 신음]
[요한의 한숨]
(남자5) 어이
[힘겨운 신음]
[남자5가 캑캑거린다]
[스탠드 조작음] [무거운 음악]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수고하십시오
[다가오는 발걸음]
김 판사?
부장님, 일찍 오셨네요?
재판이 코앞이니
근데 무슨 일이지?
도서실이 잠겨 있어서요
불도 안 켜고
제가 밤눈이 밝거든요, 네
(요한) 으흠 [비밀스러운 음악]
[헛기침]
그럼
(가온) 예?
자취한다며?
(가온) 네?
힘들지?
(요한) 셔츠가 많이 구겨졌네
(가온) 다림질할 시간이 안 나네요
[요한이 픽 웃는다]
그래
(요한) 수고해
[문이 달칵 열린다]
[픽 웃는다] [문이 달칵 닫힌다]
재밌는 녀석이네
[진주가 부스럭거린다]
[힘주는 숨소리]
[헛기침]
[버튼 조작음]
[흥미로운 음악] (요한) 네, 장관님
(경희) 어, 강 판사
그 시범 재판 말인데
나는 강 판사만 믿습니다
(요한) 걱정 마십시오
법대로 될 겁니다
(요한) 국민이 그렇게 어리석지는 않겠죠
나야, 준비는 다 됐지?
박사는 만났고?
그래서 뭐라고 했지?
잘됐네, 그래, 수고했어
변호사는 오늘 내가 만나지
[타이어 마찰음]
[가온의 가쁜 숨소리]
주일도의 변호인인데
[카메라 셔터음]
(종업원) 예약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인국) 강요한이요
[가쁜 숨소리]
(가온) 씨
[숨을 후 내뱉는다]
[정호가 손가락을 딱 튀긴다]
재판 직전에 재판장이 변호인과 만나고
(정호) 피고인 비호 세력으로 의심되는 장관과 통화했다?
박사는 또 누구고?
의심스럽긴 한데
이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 못 한다는 거
아시잖아요
(가온) 변호인하고 만나는 거는 절차 협의라고 둘러대면 그만이고
장관한테 한 말은
법대로 될 거란 소리뿐이니까요 [무거운 음악]
[정호의 한숨]
재판이 바로 내일인데
법정에서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죠
(직원) 전기 충전소 등 신기술 관련 시설이
도심 내 입지할 수 있도록
건축물 용도 체계를 개선하고
건축 도면 정보를 공개하며
[휴대전화 진동음] 건축 허브 구축 및 건축 BIM
로드 맵 수립 등을 추진하며
이를 통해 건축 정보를 활용한… [흥미로운 음악]
[직원들이 웅성거린다]
아이, 계속하세요, 계속
전 오늘 꼭 뭐 봐야 될 게 있어서
우리 강요한 판사님
어디 실력 좀 볼까요?
(요한)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피디) 자, 30초 남았습니다
(피디와 스태프1) - 자, 인서트 화면 준비하고 - 예
(피디) 자, 사운드 체크
(TV 속 여자1) 일반 국민들도 [사람들이 대화한다]
재판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되게 설레고
어, 국민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는 거니까
그게 되게 좋은 거 같아요
(남자6) 사람이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 사람이 재벌이든 뭐든 상관없이 [중세가 흥얼거린다]
공평하게 전 국민한테 투표를 받는다니까 [웃음]
이제야 좀 제대로 된 재판을 보나 싶네요
재밌겠다
(TV 속 기자5) 시범 재판부의 첫 재판이 오늘 열립니다
사법부 신뢰도가 낮아진 현재
대한민국에서 시범 재판부가 이런 현실을 바꿀 수 있을까요?
만인이 법 앞에서 평등하기를 바라는 국민들이
두 손 모아 첫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강요한 판사를 비롯한 시범 재판부가
그 기대에 부응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방청객들의 박수] [흥미로운 음악]
(진행자)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역사적인 순간 대법원에서 생방송으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사법 역사상 최초로
전 국민이 참여하는 시범 재판이
(영상 속 진행자)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정의의 여신 DIKE 앱을 먼저 설치하시고 난 뒤에
여신상을 터치하시면
지금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의 모습이 보이실 겁니다
엄마!
(여자2) 어, 규빈아, 와서 귤 먹어
(TV 속 진행자) 그리고 그 아래에는
두 개의 버튼을 확인하실 수 있을 텐데요
재판을 지켜보시다가
'엄벌에 처해야 할 것 같다'
라는 판단이 들면
붉은색 버튼을
(영상 속 진행자) 그렇지 않으면
그 반대편의 버튼을 눌러 주시면 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의견은 취합돼서
그래프화돼 바로 이곳 재판부로 넘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재판부가
(진행자) 그 국민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직접 보고 판단을 하게 됩니다
자, 그럼 오늘 이 재판을 주재할
여러분
강요한 판사를 소개합니다!
(요한) 국민 여러분
이제
여러분의 법정이 시작됩니다 [흥미로운 음악]
[방청객들의 환호성]
(영상 속 요한) 더 이상 국민의 상식을 외면하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재판은 없을 것입니다
재판의 모든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의 의견을 경청할 것입니다
법에 따라 재판하되
국민의 뜻을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법정의 주인은 바로
주권자인 여러분입니다
[방청객들의 환호성]
(피디) 준비하고, 준비하고
(요한) 자, 그럼
아, 오늘 우리가 함께 다룰 사건을 만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검찰 측, 설명해 주시죠
[한숨]
젊은이들이 모두 떠난 마을이 있습니다
[버튼 조작음] [무거운 음악]
총인구 마흔일곱 명
평균 연령 72세
(검사) 이 중 열한 명이 사망했고
[의료 기기 작동음] 스물세 명은 아직도 중환자실에 있고
열세 명은 겨우 퇴원했지만
중증 호흡 장애 신경 장애를 포함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려야 합니다
사망자 중 한 명은 이제 겨우 세 살 된 아이이고
또 한 명은 그 아이의 외할머니입니다
서울로 일하러 간 딸이 맡겨 놓은 금쪽같은 외손녀를 잃고
스스로 목을 맨 것입니다
외손녀는 이 마을에 단 한 명 있던 어린이였습니다
이 비극의 주범이 바로 저기 앉아 있습니다
피고인이 운영하는 JU케미컬 제4공장은
이 마을에서 겨우 5km 떨어져 있습니다
(검사) 그런 곳에서!
유독성 화합물을 제대로 정화하지도 않은 채
하천에 방류한 것입니다
주민들이 마시고 씻고 빨래하고 농사짓는
그 물에 말입니다
여러분
이것은 살인입니다
뭐, 벌써?
- 야, 띄워, 띄워, 띄워 - (스태프2) 네, 네
[흥미로운 음악]
[한숨]
[일도와 인국의 한숨]
(인국) 검찰 측의 변론 네, 잘 봤고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변론이 아니라
선동 아주 잘 봤습니다
- (검사) 말씀 조심하세요 - (인국) 우리는 방금
(인국) 미디어 재판의 위험성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재판은 영화가 아닙니다
쇼는 더욱더 아닙니다, 재판은
오로지 객관적 증거에 의해 입증하는 절차입니다
[헛웃음 치며] 방금 살인이라고 했는데
대체 어떤 미친 기업가가 고의적으로 주민들을 살해합니까?
(검사)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
독성 폐수를 방류한 이상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입니다
(방청객1) 그렇지, 그렇지
(인국) 자, 이걸 한번 봐 주시겠어요?
보시면 공장 뒤쪽 야산 축대가 무너져서
정화 시설을 손상한 모습입니다
검사님, 제가 공부할 때는
이런 축대 관리는 지자체 책임인 걸로 배웠는데
제 기억이 틀렸는지 모르겠네요
[한숨] 이 바람에 화학 물질이 일부 유출된 거는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공장을 즉시 멈추고 긴급 수리를 했기 때문에
유출된 시간은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습니다
재판장님
저희가 이 이상 뭘 더 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건 불가항력입니다
(검사) 그 전부터 계속 낡은 시설 때문에
누출이 있었던 거 아닙니까?
[무거운 음악] 증거 있어요?
(검사) 긴급 수리를 핑계로
문제가 있는 부분을 전부 교체, 폐기해 놓고는
증거가 있냐고 묻는 겁니까?
(인국) 음, 증거가 없다는 말씀이시네요
네, 잘 알겠습니다
자, 지금 입증된 것은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인한 잠시 동안의 유출뿐입니다
그 이전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증이 없습니다
(검사) 감정 기관의 추정에 따르면
한 시간 정도의 유출로는
이런 규모의 참사가 발생할 수가 없다…
(인국) 추정이요?
씁, 어, 제가 지금 잘못 들은 거 같은데
추정 그게 객관적인 입증입니까?
(일도) 맞습니다
[일도의 한숨]
증거도 없이
애국하는 기업인을 살인자로 몰다니요
이 경제 위기에
저 때문에 먹고사는 사람이 몇 명인 줄 아십니까?
저희 JU케미컬 임직원만 해도 17,400명
그 가족 그리고 협력 업체까지 합하면
10여만 명의 생계가 달려 있습니다
이런 여론 재판으로…
(검사) [탁자를 탁 치며] 말씀 조심하세요, 피고인!
저한테도 발언할 권리가 있습니다!
(요한) 피고인!
왜 아무 말도 안 해? 왜 저래?
(피디) 야, 이씨, 방송 사고
야, 저기, 광고 영상 준비해
변호인은 자리로 들어가세요
(인국) 네
(피디) 잠깐, 잠, 잠, 잠 잠깐만, 잠깐만
[무거운 음악]
피고인?
예
자리에 앉으시죠
(일도) 아, 예
[숨을 후 내뱉는다]
[당황한 신음]
[일도가 숨을 하 내뱉는다]
(요한) 변호인 측 모두 진술 다 하신 겁니까?
(인국) 네, 이상입니다
(요한) 자, 그럼 잠시 쉬었다가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
화장실도 다녀오시고 [요한이 픽 웃는다]
[숨을 하 내뱉는다]
[한숨]
(진주) 재판장님 제가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그러시죠
[진주의 헛기침]
(진주) 말씀하신 축대 붕괴 사고는
사건 초기 최초 사망자가 발생한
바로 다음 날 밤에 발생했네요?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그거참 대단한 우연인 것 같네요
(진주) 어떻게 사망자가 나오자마자
그런 사고가 생기고
증거를 싹 쓸어버릴 수가 있는 거죠?
(인국) 죄송합니다만 판사님
최초 사망자의 사인은 불명확해서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것이 저희 측의 입장입니다
진단서에 따르면
현기증, 두통, 경련, 의식 상실
(진주) 다른 피해자들과 다르지 않은
증세들이 나타났는데도요?
추정에 불과합니다
(인국) 그 사망자는 부검도 안 했어요
독성 화합물이 검출되었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습니다, 판사님
재판장님
(요한) 말씀하시죠
(인국) 보다 객관적인 의견을 듣기 위해
중금속 중독에 관한 최고 권위자
유종백 박사를 증인으로 신청하겠습니다
(요한) 네, 좋습니다 [무거운 음악]
(요한) 준비는 다 됐지? 박사는 만났고?
[가온의 옅은 한숨]
(인국) 우선 이렇게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출석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리고요
별말씀을요
(인국) 증거로 제출된 하천수 샘플
아, 저기 있네요
분석해 보셨죠?
전문가로서의 좀 소견은 어떠십니까?
(종백) 어, 피해자 중에 중금속 중독 증세를 보이는 분들이
이제 많기는 합니다만
폐수 누출만이 원인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입니다
흔히들 중금속 하면 이제 공장처럼
이, 특수한 환경에서 누출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모든 일상에 존재합니다
오염된 땅에서 재배된 식재료 뭐, 화장품
우리가 이거 늘 접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종백) 특히 이 지역은
중금속 함유 미세 먼지의 영향을 제일 먼저 받는 곳입니다
농촌 지역이라
화학 비료와 제초제의 영향도 좀 심각하고요
아, 그에 비하면
하천에 이 정도 농도의 오염 물질이 섞였다?
[전기 포트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TV 속 종백) 글쎄요
(TV 속 가온) 증인, 저도 한 가지 질문드리겠습니다
(TV 속 종백) 네, 그러세요
방금 '하천에 이 정도 농도의 오염 물질이 좀 섞였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오염 물질이 구체적으로 뭐죠?
어, 여러 가지 화합물이 혼재돼 있었는데요
(가온) 그중 가장 많이 검출된 게 뭔가요?
아, 그게
포타슘 사이아나이드라는 건데…
알기 쉽게 말씀해 주시죠 [버튼 조작음]
(가온) 시안화 칼륨
흔히 부르는 명칭으론 뭐죠?
박사님? [한숨]
[헛기침]
청산가리라고 합니다
(방청객들) 청산가리? [의미심장한 음악]
[방청객들이 술렁인다]
(피디) 7번, 7번, 7번
[버튼 조작음]
(인국) 아아, 아, 그게 뭐, 이렇게 단어 자체가
무시무시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시안 화합물이라는 게 원래 좀 이렇게 흔합니다
(종백) 예, 알고 보면 정말 흔합니다 [인국이 호응한다]
아몬드에도 들어 있고
사과씨, 살구씨, 체리씨, 은행씨
복숭아씨에도 들어 있습니다
이게 무조건 위험한 게 아니라
농도, 그 농도가 문제죠
(가온) 박사님
[가온의 한숨]
바로 인근에 주민 대부분이 고령자인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과연 검출된 농도가 별게 아니었을까요?
죄송합니다만 판사님들
(종백) 저, 판사님
법은 판사님이 잘 아시겠습니다만
이 분야는 제가 조금 더 잘 알지 않겠습니까?
과학은 팩트라는 거지
이게 국민의 정서라는 게 아니라서 말씀이죠
증인
(요한) 김 판사님
그 정도면 됐습니다, 그만하세요
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종백) 예
(인국) 들어가시죠
(요한) 장시간 증언하시느라 많이 힘드셨을 텐데
물이라도 좀 드시죠
- 부장님 - (요한) 실무관, 물 좀 드리세요
[가온의 한숨]
(종백) 고마워요
잠깐, 그 물
(요한) 저, 아까 하천 물 샘플하고 바뀐 거 아닙니까?
[무거운 음악] [종백이 캑캑거린다]
뭐 했어, 진짜! 그, 그…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 (종백) 아유 - (실무관) 재판장님, 아닙니다
(실무관) 증거물은 여기에 보관돼 있습니다
(요한) 아유
어, 얼핏 비슷해 보이길래
아, 저도 모르게 실수를 했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박사님
(방청객2) 뭐, 괜찮다며, 어?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아, 민망하네요
끝나셨으면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박사님
[종백의 헛기침]
아유, 씨, 안 할걸
이게 무슨 개망신이야
아나, 저 주 회장 때문에 정말
[콜록거린다]
아, 왜 이래, 이거?
[콜록거리며] 어어?
에이씨
[콜록거린다]
[긴장되는 음악]
[자동차 경적]
[종백의 놀란 신음]
[타이어 마찰음]
(인국) 재판장님, 다음 증인인 이 사건 공장의 현장 관리자
장기현 부장에 대한 신문을 진행하겠습니다
증인
증인께서는 이 공장에서 12년째 일하고 계시는데
축대 붕괴 사고 전에는
폐수 정화 시설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죠?
증인?
수사 기관에서 이미 그렇게 진술하지 않았습니까?
왜 답변을 안 하시죠?
(기현) 아, 예 저, 그, 그, 그게…
제가 생각이 좀 많네요
(인국과 일도) - 증인 - [탁자를 탁 치며] 장 부장!
(요한) 피고인?
- (일도) 예? - (요한) 자리에 앉으세요
(일도) 죄송합니다
계속하시죠, 증인
네, 재판장님
(기현) 사실은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인국) 저기 저 무슨, 무슨 말씀을…
(기현) 폐수는 전부터 [무거운 음악]
유출되고 있었습니다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30년 동안 멀쩡하던 축대가 그날 밤 왜 갑자기 무너졌는지
전 아직도 이해가 안 갑니다만
확실한 건 폐수는 그 전에 이미 유출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워낙 중요한 사안이라
회장님께 보고도 드렸습니다
(인국) 증인!
(요한) 변호인
자리에 들어가시죠
증인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기현) 설비 노후가 심각하다
즉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말씀드렸는데
회장님은
내년이면 동남아로 공장 이전할 건데
왜 헛돈을 쓰냐
사소한 일로 호들갑 떤다
장 부장!
(요한) 그래, 그 말을 듣고 증인은 뭐라고 얘기했습니까?
마을 노인분들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하냐 그랬더니
- 그랬더니? - (기현) 회장님이
살 만큼 산 노인네들
뭐, 좀 어떠냐고
(일도) 장 부장 내가 언제 그런 소릴…
[헛웃음]
(요한) '살 만큼 살았는데 어떠냐'
아, 설마 그런 얘길 했단 말입니까?
그때 제가 속으로
'이건 살인 아닌가'
(기현) '사람의 탈을 쓰고 이래도 되나'
아니야, 진짜 아니야
(일도) 재판장님 저 진짜 저런 말 한 적 없습니다
살인이라…
(기현) 제가 별명이
안전 박사입니다
안전 매뉴얼대로 한 치 오차 없이 관리하면서
평생 일했는데
저 정말 죽고 싶습니다, 재판장님 [의미심장한 음악]
(요한) 준비는 다 됐지? 박사는 만났고?
(인국) 유종백 박사를 증인으로 신청하겠습니다
(기현) 제가 별명이 안전 박사입니다
- (남자7) 에이씨 - (남자8) 와
(남자9) 이 새끼 봐라 완전 쓰레기네, 안 그러냐?
(남자8) 아, 더 볼 것도 없어 사형이야
- (남자7) 뻔뻔한 거 보소 - (남자9) 누르자
(남자8) 사형, 사형, 사형, 씨
(일도) 재판장님, 억울합니다
진짜, 진짜 아닙니다
저런 말을 한 적 없습니다
살 만큼 산 노인네들이라니요
제가 왜 그런 소리를 하겠습니까?
[무거운 음악] 저런 말은 한 적이 없다?
그럼 무슨 말을 했습니까?
(일도) 예?
(요한) 증인 자체를 만난 건 부인하지 않는군요
공장 현장 관리자를 만나서 그럼 무슨 말을 했습니까?
(일도) 아, 그게, 그, 그게…
(요한) 피고인
답변하세요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제가, 제가 챙기는 업무가 워낙 많다 보니 [요한이 픽 웃는다]
(일도) 대화 내용까지 기억하진 못합니다, 재판장님
(영상 속 일도) 아니야 진짜 아니야
재판장님, 저 진짜 저런 말 한 적 없습니다
아니야, 진짜 아니야 [놀란 숨소리]
[영상 속 일도가 말한다] (요한) 지금 국민을 바보 취급 하는 겁니까?
(일도) 그, 그게 아니라
(요한) '살 만큼 산 노인네들 뭐, 좀 어떠냐'
그게 무슨 뜻입니까, 피고인?
(일도) 아닙니다
(요한) 내 돈벌이에 눈이 멀어 남은 죽어도 상관없다
그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까?
(인국) [작은 목소리로] 회장님 [일도의 놀란 숨소리]
[무거운 음악]
(인국) 무죄로 밀어붙일 거고요
만에 하나 잘못되어 봤자
업무상 과실 치사입니다
(요한) 알고 있습니까? 피고인!
[흐느끼며] 죄송합니다 [무거운 음악]
(일도) 보고를 받은 건
사실입니다
(요한) 누출 사실 보고받은 거 인정하는 겁니까?
그러고도 인근 주민들이 죽어도 상관없다?
(일도) 그건 진짜 아닙니다
그러면!
이건 뭐야? 이거, 강요한 이 자식
(경희) 지금 이게 뭐 하는 수작이야?
(김 비서) 고정하십시오, 장관님
강 판사도 뭔가 생각이 있을 겁니다
생각은 무슨 생각?
(TV 속 일도) 그저
설마 했던 겁니다
(일도) 그땐 누출량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설마 이렇게까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살인이라니요
그건 정말 말도 안 됩니다
(요한) 그럼 피고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부인하지만'
'업무상 과실은 인정한다'
이겁니까?
(정호) 주일도는 차경희 법무부 장관 [의미심장한 음악]
검사 시절 스폰서다
차경희는 정권의 실세이자 그동안 강요한을 밀어준 사람이다
(요한) 준비는 다 됐지? 박사는 만났고?
변호사는 오늘 내가 만나지
(일도)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설마 하는 어리석은 마음에…
[일도가 흐느낀다]
(요한) 어차피 곧 이전할 공장이었군, 그렇죠?
(일도)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픽 웃는다] (요한) 네, 장관님, 걱정 마십시오 법대로 될 겁니다
국민이 그렇게 어리석지는 않겠죠
(경희) 나는 강 판사만 믿습니다
[경희의 한숨]
업무상 과실 치사로 몰겠다?
(인국) 재판장님
증인의 거짓말 한두 마디로 살인죄를 인정한다면
이 재판은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겁니다
철저히 법치주의에 입각한 판결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변호인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요한) 잠시 휴식 후에 판결을 선고하겠습니다
(인국) 네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일도의 분한 숨소리]
[무거운 음악]
5년이랬지? 업무상 과실
걱정 마세요
가석방은 저 판사가 아니라
법무부 권한이에요
(일도) 살인이라니, 씨
장기현이 저놈 도대체 왜 그런 거짓말을…
(피디) 판사님! 대박입니다, 대박
우리 평균 시청률 11.4에
분당 최고 14.7까지 찍었습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2049 시청률도 무려
6%를 넘겼습니다, 판사님
[피디의 웃음]
(진주) 저희 대박 난 거죠?
(피디) 그럼요 [진주의 웃음과 박수]
(가온) 재판이 예능입니까?
(피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지금 지대하다는 말씀입니다, 판사님
원래 좀 까칠해요
- 잘 부탁드립니다 - (피디) 아, 예, 예
우리가 이거 독점 중계권 따내려고
씨, 돈을 얼마나 꼬라박았는데, 쯧
[탄성]
우리 회장님 입이 찢어지시겠구나
(두만) 기분 좋다고 막 그렇게 티 내면 안 돼, 응?
알았어, 소고기 먹어
응
[두만의 환호성] [사람들의 웃음]
(용식) 밥 사
(두만) 세상 모든 밥을 사 주마!
[사람들의 환호성]
(상숙) 돈 많이 버셨네
자
판결을 선고하겠습니다
(TV 속 요한) 재판을 지켜보시는 국민 여러분의 의견 [경희의 긴장한 숨소리]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고심했습니다만
현재 제출된 증거만으로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는 건 무리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무거운 음악]
- (방청객3) 말도 안 돼 - (요한) 다만
피고인이 인정한 대로
예비적 공소 사실인 업무상 과실 치사 및 치상은
유죄로 인정됩니다
(요한) 업무상 과실 치사상의 법정 최대 형량은 5년이고요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안도하는 한숨]
다만
작년에 통과된 사법 개혁 법안 중에는
피해자별 형량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선고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설마? [의미심장한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김순자 씨
[방청객들이 흐느낀다] (요한) 박명순 씨
이정로 씨 [차분한 음악]
배명재 씨
- (방청객4) 그렇지 - (방청객5) 불쌍한 것
그리고 유소영 어린이
[요한의 한숨]
[일도의 한숨]
이갑근 씨
[의료 기기 작동음] (TV 속 요한) 김동재 씨
박용순 씨
황인찬 씨
강전일 씨
구종옥 씨 [한숨]
(요한) 김유춘 씨
정권아 씨
황말자 씨
[여자2가 훌쩍인다] (TV 속 요한) 선우윤정 씨
[웃음] 윤영숙 씨
이야, 완전 선수네, 진짜
(TV 속 요한) 이석규 씨
원영선 씨
어리석은 탐욕 때문에
죄 없는 이들의 생명을 앗아 가고
(요한) 남은 이들도
평생 고통 속에 살도록 만든 피고인에게
(TV 속 요한) 피해자 마흔일곱 명에 대한 형량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금고!
235년을 선고한다
[방청객들의 환호성과 박수]
야, 잠깐 차 좀 세워 봐
[사람들의 환호성]
[사람들의 환호성]
[아이2의 환호성]
[여자2의 감격한 숨소리]
(상숙) 이게 지금 가능한 건가?
[향미의 헛웃음]
[한숨]
저, 씨
[TV 속 방청객들의 박수와 환호성]
[픽 웃는다]
[방청객들의 환호성]
[놀란 숨소리]
장수하십시오, 부디
[방청객들의 환호성]
(일도) 고, 고 변, 5년이랬잖아
5년
[일도의 떨리는 숨소리]
[방청객들의 환호성]
(여자3) 판, 판사님, 판사님
아, 고맙습니다, 판사님
판사님, 고맙습니다
[흐느끼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판사님
고맙습니다, 판사님
어유, 판사님, 고맙습니다, 판사님
판사님, 고맙습니다, 판사님
- (여자3) 판사님, 고맙습니다 - (요한) 일어나십시오
(요한) 일어나세요
(여자3) 이 늙은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판사님
금쪽같은 외손녀를 잃고 목을 맨 김순자가
제 동생입니다
저도 따라 죽으려고 몇 번을 해 봤는데
명줄이라는 게 어찌나 질긴지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여자3이 흐느낀다]
[비밀스러운 음악] (여자3) 판사님, 고맙습니다
(요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부인하지만'
'업무상 과실은 인정한다'
(요한) 사진을 틀어 주시면
제가 한 분, 한 분 호명하도록 할게요
(피디) 아, 예, 알겠습니다, 네
(요한) 배명재 씨
이석규 씨
그리고 유소영 어린이
[의미심장한 음악]
[흥미로운 음악]
(선아) 감동적이던데요? 눈물도 찔끔 나고
(요한) 법치주의라
재판의 목적이 정의일까?
(가온) 피도 눈물도 없으면서 있는 척 연기하는 거
[카메라 셔터음] (요한) 희망을 팔아서 공포로 갚게 하는 거거든
(경희) 내게 원하는 게 뭐야?
(요한) 사냥감?
(선아) 혼자만 즐기는 남자 매력 없던데
쓸모도 없고
(가온) 대체 왜 이런 일들을 하는 겁니까?
(요한) 넌 그냥 미끼야, 싱싱한
(선아) 길이 덜 들었는지도 모르겠네요
[타이어 마찰음] (경희) 이런 미친 새끼!
[요한의 웃음]
.악마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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