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 7
[잔잔한 음악] [스위치가 달칵 켜진다]
[스위치가 달칵 꺼진다]
[스위치가 달칵 켜진다]
[스위치가 달칵 꺼진다]
[스위치가 달칵 켜진다]
[스위치가 달칵 꺼진다]
[스위치가 달칵 켜진다]
(도경) 시끄럽다
[스위치가 달칵 꺼진다]
[기계 조작음]
[의미심장한 음악]
따듯한데?
손
[피식 웃는다]
[풀벌레 울음]
[밝은 음악]
[스위치가 드르륵 켜진다]
[뼈가 우둑거린다] [힘겨운 신음]
[피곤한 한숨]
[해영의 옅은 신음]
[스위치가 달칵 켜진다]
[스위치가 달칵 꺼진다]
[스위치가 달칵 꺼진다]
[대문이 탁 닫힌다]
(해영) [현관문을 쾅쾅 두드리며] 문 좀 열라고!
- (해영) 엄마! - (덕이) 얘가 웬일이야, 이 시간에? [경수가 스위치를 달칵 켠다]
[현관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 (덕이) 뭐 하는 건데? - (해영) 나 도시락 싸야 돼
(덕이) 이 새벽에 갑자기 도시락은 왜?
(해영) 얻다 하지? 도시락...
[도경이 문을 달칵 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나 없을 때 넘나들지 말고
[설레는 음악]
(덕이) 여기다 해
(해영) 냄새 안 나?
[빨리 감기 효과음]
(해영) 앞치마, 앞치마
- (경수) 됐어 - (해영) 응
(경수) 홍두깨
[휙 하는 효과음]
[빨리 감기 효과음]
(해영) 나 갈게
- (덕이) 망가지지 않게 조심히 들어 - (해영) 어
- (덕이) 흔들지 말고 - (경수) 이것도, 이것도, 이것도 [해영의 호응하는 신음]
나 갈게 [덕이와 경수가 대답한다]
- (경수) 어여 가 - (해영) 응
- (경수) 자, 출발하세요 - (덕이) 어, 가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그, 1년에 청첩장 두 번 돌려도 되나?
욕먹지
해는 넘겨야지 [경수의 동조하는 신음]
[유쾌한 음악]
뭘 그렇게 놀라시나?
폭탄 아니에요, 도시락이에요
스탠드값
그리고 유리창 깬 값
이거로 퉁
[문이 드르륵 닫힌다]
[한숨]
(도경) 아이씨, 쯧 [경쾌한 음악]
몰라, 일단 실어만 놔
[기어 조작음] (도경) 몰라
[바람이 휭 부는 효과음]
[전화벨이 울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문이 덜겅 닫힌다]
(수경) 체크한 거
다시 봐
[익살스러운 음악] [해영의 놀란 신음]
[성진의 놀란 신음]
(성진) [떨리는 목소리로] 아나, 진짜...
야, 그만 좀 놀래라, 좀
[잠긴 목소리로] 아이, 죄송합니다
잠을 좀 못 자 가지고 [수경의 기가 찬 한숨]
(성진) 뭐, 뭐 했길...
이사도라 나갔어요?
[해영의 옅은 웃음]
나 좀 잘게요, 오면 깨워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휙 하는 효과음]
(해영) 아이씨, 안 왔잖아!
아, 목, 아, 목 따가워, 씨
[해영의 피곤한 신음]
[해영이 숨을 후 내뱉는다]
(수경) 나 있다, 뒤에 [신나는 음악]
[수경이 입바람을 후 분다]
[해영의 하품] (성진) 그러다 입 찢어지겠다
(해영) 아유, 제가 왕년에 입을 찢어 봤는데 이 정도로는 안 찢어집니다
팀장님은 어떻게 드실래요? 따뜻한 거?
(성진) 나는 쿨하게 아이스아메리카노
(해영) [익살스러운 말투로] 팀장님은 아이스, 나는 따듯한 거
[흥미로운 음악] [성진의 옅은 신음]
[해영이 콧노래를 부른다]
(찬주) 근데 어제 무슨 좋은 일 있으셨어요?
아니, 아무 일도 없었는데?
(찬주) 기분 되게 좋아 보이시는데?
커피가 맛있어서 그런가 보지 [어색한 웃음]
너도 마실래?
[밝은 음악]
[이준의 힘겨운 숨소리]
(도경) 컷! [저마다 가쁜 숨을 몰아쉰다]
(훈) 왜? [기태의 힘겨운 신음]
(도경) 너 또 발 안 맞았잖아!
(훈) 발이 보여야 맞추지
(도경) 어깨 움직이는 걸 봐라, 좀
다시 해
하나, 둘, 셋, 큐! [기계 조작음]
[신나는 음악] [이준의 힘겨운 신음]
[다가오는 비행기 엔진음]
- (상석) 컷! - (훈) 왜!
(상석) 저, 비행기요
[도경의 힘겨운 신음] (기태) 우리 제발 밥 먹고 합시다!
[가쁜 숨소리]
- (기태) 아, 지도 안 떠 - (이준) 제가 찾아볼게요 [휴대 전화 조작음]
(훈) 아이고, 죽겠다, 아이고, 죽겠네
(기태) 아, 뭐야, 이거 지도가...
(훈) 아이고, 삭신이야, 아이! [기태의 못마땅한 신음]
아무거나 다 하자고 해서 난 야한 거 하는 줄 알았다
이런 개고생하는 거나 잡아 오고 아이, 정말...
(이준) 10km나 가야지 순대국밥집 하나 있는데요
(기태) 아, 겁나 멀어
(상석) 시골에서 10km 금방이야, 야, 빨리 타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상석) 타세요 [차 문이 탁 닫힌다]
(훈) 뭐 해, 안 타고?
왜? 밥 안 먹어?
- 저기... - (훈) 순대국밥 싫어?
(도경) 차에
(훈) 차에 뭐?
- (도경) 차에 - (훈) 차에 뭐!
(도경) 아, 차에 도시락 있다고!
[흥미로운 음악] - (기태) 도시락? - (상석) 도, 도시락?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훈) 뭐야, 이거? [상석과 기태의 탄성]
[음향 기사들의 웃음] 이거 뭐야? 야, 이거...
[음향 기사들의 탄성]
(상석) 오, 산적 [음향 기사들의 탄성이 계속된다]
[음향 기사들의 환호성] [상석의 박수]
[훈의 탄성] (훈) 모형 아니지, 이거?
[만족스러운 신음] 맛있다
(기태) 아니, 혼자 바쁜 척은 다 하시더니
언제 여자 사람 만들었대요? 어? [함께 웃는다]
(이준) 지난번에 봤던 그 여자예요?
왜, 우리 앞에서 막 안고 막 돌고 막...
(훈) 여자가 약간 좀 느낌이 그랬는데 음식은 잘하네
뭐 하는 여자야? 어떻게 만났어?
그런 거 아니니까 그냥 조용히 먹어
[훈의 못마땅한 신음] (상석) 아, 같이 드세요, 맛있는데
됐어
(훈) 우리 형이 못 하는 게 딱 두 가지가 있어
하나는 생일날 고깔모자 쓰는 거
하나는 여친이 싸 준 도시락 먹는 거
대가리에 땀 난대, 쪽팔려 뒈진대
[익살스럽게 웃으며] 부끄럽지?
[음향 기사들의 장난스러운 웃음]
[도경의 못마땅한 신음] (훈) 일로 와서 빨리 먹어, 어?
도시락 어땠냐고 물어볼 텐데, 어? 맛은 봐야 될 거 아니야
(훈) 입 벌려! 아가리에 쑤셔 버리기 전에
[훈의 재촉하는 신음] (도경) 에이씨...
[음향 기사들의 웃음]
[음향 기사들의 장난스러운 웃음]
[놀리는 투로] 부끄럼쟁이
(기태) 여자가 밥을, 어떡해, 나는 몰라
[함께 웃는다]
[훈이 밥알을 푸 뱉는다] [흥미진진한 음악]
(기태) 아, 진짜 더럽다! [이준의 불쾌한 신음]
(상석) 야, 네가 더 더러워!
[상석과 이준의 못마땅한 신음]
[상석의 안타까운 신음]
[찬주와 예진의 탄성]
(찬주) 이걸 다 혼자 만드신 거예요?
엄마랑 아빠랑 같이
(해영) 먹어 [찬주의 감탄하는 웃음]
(성진) 우와
아침부터 이거 만드느라고 존 거야?
본인이 먹으려고 한 건 아닐 테고
뭐, 누구 주고 남은 것 좀 싸 왔어요
[흥미로운 음악]
저번에 회식 때 봤던 그놈?
왜 '놈'이래? 뭐, 언제 봤다고?
(성진) [한숨 쉬며] 결혼 엎은 지 얼마나 됐다고 그새 또
참 쉽다
(예진) 되게 잘생겼던데, 뭐 하는 남자예요?
(해영) 영화 일 해 [예진과 찬주의 호들갑스러운 신음]
(찬주) 영화 일 한대
(오해영) 와, 웬 거예요?
- (성진) 앉으세요 - (오해영) 아, 그럴까요? [성진의 옅은 웃음]
(성진) 아, 오 대리 부모님이 싸 주셨대요 [오해영의 호응하는 신음]
딸 시집 보내려고 새벽부터 부모님이 고생하시네
(찬주) 남친 도시락 같이 싸 주는 부모님 별로 없을걸요?
(성진) 어유, 시집 못 갈 거 같은가 보지
[애잔한 음악]
[놀란 신음]
(성진) 이거 보통 솜씨는 아니신데?
식당 하셨어? [해영의 옅은 웃음]
(오해영) 해영이 도시락 학교 때부터 엄청 유명했어요
더운밥 먹인다고 어머님께서 점심시간만 되면
도시락 들고 교문 앞에 서 계셨거든요
아버지가 계실 때도 많았고요 [오해영의 옅은 웃음]
어디, 나도 한번...
[감탄하는 신음]
(오해영) 맛있다 [오해영의 웃음]
너무 맛있는데요?
한번 드셔 보세요 [경쾌한 음악]
마지막은 도시락 주인이
(기태) 아유, 음, 잘 먹었습니다! [음향 기사들이 인사한다]
야, 해 지기 전에 얼른얼른 하자 [음향 기사들이 대답한다]
[무거운 음악]
[휴대 전화 작동음]
(지야) 들어라
안 듣고 결혼하면 평생 후회한다
[휴대 전화 조작음]
[터치 패드 조작음]
(안나) 오빠! [차 문이 달칵 열린다]
- (훈) 안나야! - (안나) 오빠!
[훈과 안나의 반가운 신음] (훈) 아이고, 우리 똥강아지
[헛웃음] 아이고, 잘 있었어?
아이고, 어유, 오빠 안 보고 싶었어?
- (훈) 어유, 어유, 그랬어? - (안나)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네!
(훈) 아이, 잠깐만, 잠깐, 잠깐... [안나가 뽀뽀를 쪽쪽 한다]
아이, 잠깐, 잠깐...
형, 잠깐만
어, 이거 가져가
어, 이따 들고 들어와
(훈) 아이, 잘 먹었다고 갖다줘야 될 거 아니야?
인증 숏도 안 날려 주고
여자 애탄다 도시락을 먹었는지, 버렸는지
이거 깨끗하게 씻어 가지고 얼른 갖다주고 와
- 대박, 아저씨 여자 있어요? - (훈) 있단다
불러요, 우리 더블데이트해요 같이 놀아요
(훈) 아, 야, 야, 야 내가 싫어, 어? 얼른 타, 빨리
(안나) 아, 왜, 궁금하잖아, 어떤 여자인지!
(훈) 타, 타, 타, 타, 타, 타
[차 문이 탁 닫힌다]
[설레는 음악]
- (해영) 줘요, 내가 들게요 - (도경) 됐어
- (해영) 내가 들게요 - (도경) 됐어
잘 먹었어
[숨을 씁 들이켠다]
맛있었어
그럼, 누가 만들었는데
[바람이 휭 부는 효과음] [반짝이는 효과음]
(해영) 어유, 씨...
어쩌자고 이렇게
아름답고 지랄이니, 눈물 나게, 진짜
왜 욕은 해?
좋으니까
[다가오는 발걸음]
[수경이 프랑스어로 말한다]
[경쾌한 음악]
- (해영) 왜요? - (도경) 누나
[수경이 계속 프랑스어로 말한다]
[수경의 옅은 신음]
[수경이 계속 프랑스어로 말한다]
[다가오는 오토바이 엔진음]
[감성적인 음악]
[수경이 계속 프랑스어로 말한다] [수경이 창문을 똑똑 두드린다]
[수경의 웃음]
[멀어지는 발걸음]
[해영의 쑥스러운 신음]
따듯한데?
(해영) 손
따듯한데? 손
찰 줄 알았는데
근데
우리 왜 숨었어요?
(해영) 뭔 짓 했나?
[진상의 멋쩍은 숨소리]
- (진상) 저, 저기... - (해영) 어, 깜짝...
(진상) 저, 잠깐만...
저기...
[멋쩍은 신음]
아이, 내가 오줌이 급해 가지고 저기 있다가...
[애잔한 음악]
[진상의 당황한 신음]
(진상) 아이참...
[진상의 기가 찬 웃음]
(진상) 아나, 진짜...
와, 씨...
[옅은 한숨]
[현관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진상) 야, 박도경, 야
아, 이거 완전 미친놈 아니야, 이거?
아나, 진짜...
오버하지 마, 흥분할 거 없어, 어?
그딴 짓 한 적 없어
아까 거기서 둘이 붙어서 뭐 한 건데?
누나 때문에 숨은 거야
숨어? 왜 숨어? 둘이 뭔 짓 했길래 숨어?
[도경의 못마땅한 신음] [무거운 음악]
(진상) 아, 그리고 그 도시락은 또 뭐야?
둘이 어디 뭐 손잡고 꽃놀이라도 다녀오셨어요?
(도경) [한숨 쉬며] 그 여자가 실수로 내 방 유리창 깼고
그래서 도시락으로 대신한 거고
너 지금 그게 말이니? 어?
(진상) 어이구, 치사빤스 같은 새끼 속일 걸 속여
사람 기운 빤해, 너희들 보여, 너희들
벌써 배 탔어, 통통배 탔어
[진상의 한숨]
(진상) 내가 아무리 난잡하게 놀아도
너처럼 개사이코 같은 짓은 안 한다, 어?
둘이 뭐, 지금 '아찔한 동거', '금지된 사랑'
뭐, '적과의 동침' 이딴 거 찍니?
아니면 뭐, 너 때문에 인생 망친 여자라서 안됐으니까
뭘 해 줘도 막 미안하고 불쌍하고 그래서
한 번 웃어 줄 거 두 번 웃어 주고 뭐, 그러는 거야?
아니면 이 자식 이거 뭐, 오해영이라는 이름에 흥분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
미쳤나, 이게, 씨...
(진상) 아니면 어떻게 또 오해영이야?
너 지금 감방에서 너 죽이겠다고 이 갈고 있는 한태진 그 자식 생각해
결혼 파투 낸 것도 모자라 가지고
자기 와이프 될 여자까지 꼬드긴 거 알면
너 그 자리에서 능지처참이야!
[진상의 기가 찬 웃음]
(진상) 야, 저 여자도 진짜 웃긴 여자네, 어?
결혼 파투 난 지 얼마나 됐다고
하트 뿅뿅 해 가지고 옆집 남자 때문에 도시락을 싸고 있어, 도시락을?
(도경) 그만하라고!
[진상의 한숨]
너 저 여자 좋아하니?
아이고...
정신 차려, 박도경
한태진 무혐의로 나와!
(진상) 저 여자랑 결혼할 뻔했던 놈 좀 있으면 나온다고, 이 자식아!
[애잔한 음악]
[스위치가 달칵 꺼진다]
[스위치가 달칵 켜진다]
[풀벌레 울음]
[스위치가 달칵 켜진다]
[스위치가 달칵 꺼진다]
[한숨]
[스위치가 달칵 켜진다]
[스위치가 달칵 꺼진다]
[맑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잘 자요
[스위치가 달칵 꺼진다]
[옅은 숨소리]
[발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옅은 웃음]
[헛기침]
아이고, 이사 간다더니?
뭐, 좀 더 지켜보고 [희란의 기가 찬 웃음]
야, 박도경 되게 잰다?
뭐 주면서 다 있던 거래
오르골도 있던 거, 스탠드도 있던 거
(희란) 아이, 그 사람 의외로 순진하네?
응, 그런 거 같아
아니, 오해영하고 사귀었으면 보통 아닐 줄 알았는데
(희란) 하긴, 원래 여우 같은 애들이
남자는 또 두리뭉실한 사람 고르니까 요리하기 편하게
그만하지, 오해영 얘기는?
[애잔한 음악]
[한숨]
(오해영) 아마 한참 고민했겠지?
이 메일을 열어 보기까지
나도 그래 [도경의 한숨]
오래 고민하다가 쓰는 글이야
어머님이 보내 주신 이 녹음 파일 들은 그날
(녹음 속 도경) 내가 사랑을 어떻게 알아?
사랑을 받아 봤어야 사랑을 알지!
(녹음 속 지야) 그러니까
적어도 한쪽은 사랑받고 큰 애여야 될 거 아니야!
걔 일곱 살 때부터 제 할머니 손에 컸어
그 뒤로 걔네 부모랑 찍은 사진 한 장도 없어
[힘겨운 숨소리] 그런 애랑 잘 살아질 거 같아?
(녹음 속 도경) 나 걔 불쌍해서 못 버려
자기네 부모한테 그렇게 버림받고 나한테까지 버림받아야 돼?
걔 사람들한테 엄청 상냥해
미움받지 않고 버림받지 않으려고 강아지처럼 살랑살랑, 알아?
웃으면서도 눈동자는 떨려
자기 싫어할까 봐, 버림받을까 봐
그런 애를 어떻게 버려!
(녹음 속 지야) 그게 사랑이야? 측은지심이지
(녹음 속 도경) 측은지심이어도 된다고!
[힘겨운 신음]
[힘겨운 신음]
[힘겨운 신음이 계속된다] (오해영) 그날 처음으로 과호흡이 왔어
가장 들키기 싫은 사람한테 가장 큰 치부를 들킨 느낌
사랑받고 큰 척 흠 없이 기운 짱짱하게 큰 척
저질스러운 부모가 아니라 자유로운 부모를 둔 척
[힘겹게 흐느낀다] 상처라고는 하나도 없는 것처럼
내가 얼마나 악착같이 쌩글거리면서 살아왔는데
근데 그 긴장을 다 꿰뚫어 보고 있었다니
피곤해 보이네
(오해영) 어? 아, 좀...
이것저것 신경 쓸 게 좀 많네
내일 아침에 데리러 올게
아니야, 그냥 내가 알아서 갈게
그냥 미용실에서 만나
- 푹 자 - (오해영) 오빠도
(오해영) 그렇게 떠나 버리고
밤에는 치욕에 이가 갈리다가도
아침엔 보고 싶어서 울었어
[도경의 힘겨운 숨소리] 1년을 그렇게 보냈어
끔찍하게 사랑했던 사람을
끔찍하게 치욕스러운 기억으로 떠올리는 거
근데 이제 더 이상은 못 하겠어
(직원1) 팀장님, 메뉴들 선호도 조사표입니다
(오해영) 어, 생큐 [오해영의 옅은 웃음]
- (해영) 안녕하세요 - (상인) 예, 어서 와요
- (해영) 요거 얼마예요? - (상인) 두 개 오천 원
- 오천 원? - (상인) 어
- 어, 주세요 - (상인) 그랴, 그랴, 아이고, 그려
(상인) 그려
(해영) 요거는 얼마예요?
(상인) 아, 이거 도라지 이거 참 좋은 거지
이거, 요거까지 다 해서 오천 원 줄게
- 그럼 그냥 이거 다 주세요 - (상인) 이거를 다?
(상인) 아이고, 다 가져가면 나야 좋지 [해영의 웃음]
복 받겠수
[살짝 웃는다] [다가오는 발걸음]
(공기태) 혹시 시간 있으세요?
- (해영) 예? - (공기태) 저랑 같이 밥 먹을래요?
[익살스러운 음악]
- (해영) 왜요? - 같이 먹고 싶어요
- (해영) 왜요? - (공기태) 제 스타일이에요
저 도 안 믿어요, 믿는 거 따로 있어요
(공기태) 어, 저기, 어, 저, 저 그런, 그런 거, 그런 거 아니에요
어, 잠시만요, 아이고...
자, 자, 자, 여기 전화해 보세요 제 명함이거든요 [공기태의 재촉하는 신음]
정 의심 가시면 변호사 협회에 전화해서 직접 확인하셔도 되고요
사진도 보내 달라고 하고, 예
밥 먹죠, 우리
뭐 좋아하세요?
[지글거리는 소리가 난다]
[해영의 옅은 웃음]
(해영) 저 오늘 집에 가서 일기 써야 될 거 같아요
길 가다 헌팅당해 본 게 난생 처음이라서요
[옅은 웃음] (해영) 원래 그렇게 길 가다가
마음에 드는 여자 보면 막 대시하고 그런 타입이세요?
[공기태의 쑥스러운 웃음] 그럼 여자들이 막 넘어와요?
(해영) 씁, 아, 하긴 변호사시니까 쉽게 넘어오겠네요
(공기태) 아이...
처음이에요, 저, 헌팅해 본 거
우와...
그 처음을 제가?
[흥미로운 음악] (해영) 처음의 영광을 저한테?
[공기태의 쑥스러운 신음]
[신난 웃음]
(해영) 저, 제가 어디가 좋았어요?
어...
[고민스러운 숨소리]
그, 뭔가 통한다고나 할까?
(공기태) 대개 누군가한테 그, 반할 때 말이죠
저랑 비슷한 그, 정서적 결?
아니면 뭐, 분위기랄까?
그런 걸 먼저 알아보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렇죠
그런 걸 알아보죠
그래서 바로 속을 다 까도 부담 없고
(공기태) [웃으며] 예, 그렇죠
자, 한잔하시죠
(해영) 아니요 [공기태의 당황한 신음]
제가 또 한 잔으로 끝내는 여자가 못 돼서
오케이, 오케이 아, 그럼 한 병씩 하시죠
(해영) [웃으며] 아니요
아, 그냥 밥만 먹고 일어날게요
아, 정말 감사한데
아, 진짜로 빈말이 아니라
우와, 이렇게 감동적일 수가 내가 헌팅을 당하다니
그것도 변호사님한테
아이참...
(해영) 아, 그런데요
제가요, 오늘은 빨리 집에 들어가 봐야 돼서요 [공기태가 술을 쪼르륵 따른다]
요즘 집에 수컷 한 마리 키우고 있거든요
아, 저, 그런 거 없다고 들었는데, 저는?
아, 네, 없었는데요
[까마귀 울음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공기태가 술을 꼴깍 삼킨다]
헌팅이 아니네요
[공기태가 입을 쩝쩝 다신다] 그렇죠?
[기가 찬 웃음]
아, 누구니? 응?
이 돼도 않는 상황극 시킨 놈이?
잘 마셨습니다
누구냐고!
[공기태가 입소리를 쩝 낸다]
[공기태의 한숨] (진상) 아, 왜 벌써 들어와?
오늘 둘이 끝까지 가랬잖아
[익살스러운 음악]
[공기태의 못마땅한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진상) 아, 녹차를 좀 드려야 되나?
아니면은 따끈한 다방 커피를 시켜 드려야 되나? [진상의 초조한 숨소리]
(해영) 변호사셨나 봐요?
- (진상) 네 - 그렇게 안 생겼는데
아, 변호사처럼 생겼다는 말 많이 듣는데...
얼굴에 글이 없는데
[익살스러운 음악] [당황한 웃음]
글은 머리
(해영) 변호사씩이나 돼서 그딴 유치한 짓은 왜 하셨을까?
왜 그랬어요?
아...
아, 외로워 보이셔 가지고...
(해영) 자선 사업 하세요?
(진상) 보시다시피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변호하고
또 국익을 위해서 제 한 몸...
(해영) 오늘 나한테 왜 그랬냐고요
오늘 일 그 사람하고 같이 짠 일이에요?
아니면 혼자 벌인 일이에요?
(진상) 같이 했다라기 보다는...
(해영) 머리 굴리지 말고 똑바로 말해요
(진상) 혼자서 벌인 일입니다
(해영) 왜요? 왜 그랬어요?
(진상) 전 그냥 도경이를 오랫동안 쭉 지켜봐 온 죽마고우로서
어, 도경이는 당신이랑은 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충분히 매력 있고 아름다우신 여성이라서
더 매력 있고 좋은 남자를 소개시켜 드리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이지...
(해영) 앞뒤가 맞는 말을 해
근데 왜 소개팅이 아니고 헌팅이야?
[진상의 옅은 신음]
수작 부리는 거잖아
원나이트를 하든 뭘 하든 나한테 기스 내서 박도경한테 떼어 내려고
아, 노, 노, 노, 노, 노! 절대 그런 의도 결코 없었습니다
(진상) 그냥 소개팅보다는 헌팅이 더 극적이지 않을까
어떤 두 분의 첫 만남을 설정을 해 드리고 싶어 가지고
[어이없는 웃음]
변호사씩이나 돼서
진짜 설득력 1도 없다
[진상의 멋쩍은 헛기침] (해영) 내가 그렇게 아니니?
아이, 근데 말씀이 점점 짧아지십니다
(해영) 내가 그렇게 잘나지는 않았지만
진짜 이렇게까지 허름한 여자 취급 받아 본 적도 없거든?
박도경이 무슨 재벌가 아들도 아니고 왕족도 아니고
내가 무슨 천민도 아니고! [진상의 헛기침]
유치하게 왜들 이러지? 뭐 얼마나 잘났다고, 자기들은?
저, 우리 더 이상 감정 상하지 말고 이쯤에서 끝냅시다
어차피 도경이는 댁이랑은 될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도 내가 박도경이 좋다면?
- 안 됩니다 - (해영) 왜 안 되는데?
- 아이, 안 된다고 - (해영) 왜!
안 되면 좀 안 되는 줄 알아, 이 여자야!
(진상) 도경이가 결혼하려고 했던 여자 이름이 오해영이라고요
그쪽이랑 같은 이름
뭐 감 오는 게 없어요?
[애잔한 음악] [무거운 효과음]
[진상의 한숨]
(진상) 그 자식 그 여자 못 잊어서 그쪽 만나는 거라고요
댁 같은 여자 쳐다볼 리가 없는데
댁 같은 여자랑 엮일 일이 없는데
사랑했던 사람이랑 이름이 같으니까
근데 그 여자가 다시 나타났어
이제 댁이랑 끝이라고요
그러니까 더 이상 상처받지 말고 여기서 끝내라고요, 좀
[해영의 날카로운 외침]
[해영의 거친 숨소리]
[답답한 외침]
[못마땅한 한숨]
[해영의 울음 섞인 웃음]
[기가 찬 웃음]
[기가 찬 웃음]
오해영 전화번호는 왜?
[풀벌레 울음]
[휴대 전화 진동음]
[한숨]
[휴대 전화 진동음]
[휴대 전화 조작음]
왜?
여보세요?
만나지 마요
(해영) 오해영
[애잔한 음악] [한숨]
다시 만나지 마요
네가 무슨 상관이야?
(해영) 싫어, 내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여자랑 그쪽이 만나는 거
그쪽도 저주할 거 같아
둘이 사귀었던 것도 화나
그러니까 만나지 마
(도경) 네가 싫어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도 다 같이 싫어해 줘야 되는 거야?
무슨 유치한 논리야?
(해영) 난 그쪽이 싫어하는 사람 같이 싫어해 줄 거야
엄청 증오해 줄 거야
뭐 하러? 누가 그래 달래?
내가 좋아하니까
좋아하면 그러는 거야
[차 문이 달칵 열린다] [통화 종료음]
[도경의 한숨]
아무한테나 함부로 들이대지 말랬지?
아무한테나 아니야, 함부로 아니야
사귈 가능성이 있는 놈한테 들이대라고
(도경) 내가 변태야?
이 오해영 사귀다가 저 오해영 사귀게?
이름이 달랐으면 나랑 사귀었나? 내가 이름 바꾸면?
세상의 남자들한테 물어봐라
(도경) 자기랑 결혼할 뻔했던 여자랑
더럽게 깊게 얽힌 여자랑 사귈 남자 있나
서로 얼굴 보면 생각날 사람 뻔한데 그거 견뎌 가면서 사귈 남자 있나
근데 왜 나한테 잘해 줬어?
[애잔한 음악]
잘해 줬잖아!
짠해서 그랬다
(도경) 결혼 전날 바보같이 차이고
자기가 찼다 그러면서 깔깔거리고 돌아다니는 거
그거 못 보겠어서
그래서 좀 챙겨 줬다, 죄냐?
됐어, 그거면
(해영) 오해영이랑 같은 이름이라서
나 보면서 오해영 생각나서 잘해 준 거 아니면
됐어
짠해서
불쌍해서 잘해 준 거면 됐어
그것도 감정 있는 거니까
사람 말귀를 못 알아듣네
아니라고, 너 안 좋아한다고!
[도경의 떨리는 숨소리]
바보
감정 불구
(해영) 언젠가 나 때문에 울 거야
울길 바라
언젠가 나 때문에 울 거야
울길 바라
[도경의 옅은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도경의 놀란 신음]
[자동차 경적]
[다가오는 발걸음]
[당황한 숨소리] [멀어지는 발걸음]
[힘겨운 신음]
[거친 숨을 몰아쉰다]
(도경) 야, 야!
너 뭐야?
너 뭔데 자꾸 보여? 뭔데!
아, 왜 자꾸 보이냐고!
- 너, 너 이사 가 - (해영) 안 가
- 이사 가! - (해영) 안 가
(도경) 그럼 내가 이사 가? 내가 가?
(해영) 하, 유치한 놈
치사한 놈
[애잔한 음악]
(도경) 미친...
[짜증 섞인 신음]
(도경) 아휴, 씨
[지친 신음]
언젠가 나 때문에 울 거야
(해영) 울길 바라
(도경) 아유! 씨...
미친, 씨, 자기가 잘난 줄 알아, 씨...
(해영) 나는 쪽팔리지 않습니다
나는 쪽팔리지 않습니다
사랑은 쪽팔려 하지 않습니다
더 많이 사랑하는 건 자랑스러운 겁니다
나는 자랑스럽습니다
[울먹이며] 개뿔...
망신
개망신
[해영이 훌쩍인다]
[떨리는 숨소리]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들은 다...
해영이는 들어왔는데
(경수) 옆집 총각은 아직이네
(덕이) 먹다 보면 들어오겠지
들어가
[해영이 훌쩍인다]
[해영이 씩씩거린다]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현관문이 달칵 열린다]
[해영이 문을 딸깍 잠근다] [현관문이 달칵 닫힌다]
누구세요?
[도어 록 작동음] [경수가 중얼거린다]
(덕이) 누구긴 누구야? 엄마지
- (해영) 씨, 놀랐잖아! - (덕이) 놀라기는
(해영) 남의 집에 들어올 때 벨은 눌러야 될 거 아니야
(덕이) 벨이 어디 있어서?
(해영) 두드리기라도 하지, 사람 놀라게, 씨
(덕이) 얼른 옷 갈아입고 앉아
(해영) 씨...
[해영의 못마땅한 신음]
(해영) 아, 지금이 몇 시인데 삼겹살을 먹어?
(덕이) 아침에 눈뜨자마자 삼겹살 구워 먹는 년이 밤에는 왜 못 먹어?
좀 전에 고기 먹고 들어왔단 말이야
아, 먹던 김에 더 먹으면 되겠네
(덕이) 딸랑 하나 있는 딸자식하고
적어도 일주일에 한 끼는 같이 먹어야 될 거 아니야
오려면 연락을 하고 오든가
(덕이) 그럼 네가 곱게 '오세요' 그래?
(해영) 어디 갔다 왔대? 차려입고?
갔다 오기는...
화장도 했는데?
두 분이 어디 모텔이라도 다녀오셨나?
[익살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퍽 때리는 효과음] [해영의 아파하는 신음]
- (덕이) 으이구... - (해영) 아! [경수의 헛기침]
(덕이) 나이를 처먹었으면, 년아
부모한테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지, 이년아
어디 뚫어진 입이라고 그냥 감히, 아유...
[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지글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못마땅한 한숨]
[기가 찬 웃음]
[못마땅한 한숨]
[덕이의 놀란 신음] (도경) 너!
[익살스러운 효과음] 너!
너!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침을 꼴깍 삼킨다]
- (도경) 죄송합니다 - (덕이) 저, 일로 와요
(덕이) 앉아요, 같이 먹어요
(도경) 아니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덕이) 아유, 괜찮아요, 앉아요, 같이 먹어요 [경수가 호응한다]
[흥미로운 음악] (경수) 아이고, 참
아이, 괜찮다니까
[경수의 재촉하는 신음]
[경수의 힘주는 신음] (해영) 어, 뭐 하는 건데?
그냥 옆집 사람이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가요, 가, 가, 빨리 가 [경수의 재촉하는 신음]
(덕이) [숟가락으로 식탁을 탁 치며] 너!
내가 그렇게 가르쳤어?
어디 음식을 앞에 놓고 사람을 그냥 보내?
음식을 할 때는, 응? 딱 내 식구 먹을 것만 하지 말고
아랫집, 윗집, 옆집 다 나눠 주고 남을 만큼 하고
찬물에 밥 말아 먹다가도 누가 오면 한 수저 드시라고 주라고 했지?
어디 싸가지 없이 먹을 거 앞에 놓고 사람을 그냥 보내?
괜찮아요, 들어요
우리는 원래 이렇게 먹어요
(덕이) 택배 아저씨도 끼니때 오면 밥 먹여 보내고
곗돈 들고 튄 여편네랑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다가도
끼니때가 되면 마주 앉아서 같이 밥 먹고 그다음에 또 싸워요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말고 먹어요
아, 사는 데 먹는 거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어?
[경수의 웃음] 소금, 쌈장, 뭐로 해요?
(경수) 소금 [흥미로운 음악]
- (덕이) 기름은? - (도경) 아니요, 괜찮습니다
(덕이) 딱 우리 집 식성이네
우리도 다 맨소금에 먹는데 [경수의 옅은 웃음]
뭐?
아, 그냥 한 말이야 이 정도 말도 못 해?
[덕이의 어색한 웃음]
(덕이) 원래는 한집이었는데
주인이 날림으로 공사해서 세놓는 바람에
이렇게 됐다는 말 들었어요
지난번에 방범 창도 고마웠고
진작에 밥 한 끼 대접했어야 됐는데 [경수의 옅은 웃음]
인사가 늦었어요, 들어요 [경수의 헛기침]
(도경) 네
(덕이) 아휴, 처음 혼자 나가 사는 거
어디 가서 어떻게 사나 불안했는데
옆집에 이렇게 듬직한 남자가 있으니 마음이 놓이네요
- 고마워요 - (도경) 아닙니다, 별말씀을
아, 우리야 여자니까 이왕이면 오피스텔로 갔으면 했지
(덕이) 보안도 잘되고 깨끗한 데로
아, 그런데 이게 굳이 이렇게 좁은 방에...
누가 보면 없어서 이런 데 사는 줄 알아 [경수의 헛기침]
(경수) 그러니까 [경수의 헛기침]
(해영) 없잖아, 우리 [댕 하는 효과음]
있어
(덕이) 엄마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있어, 많아
(해영) 집구석에 오백은 있어?
- 더 있어 - (해영) 육백?
(경수) 아, 칠백, 쯧 [휙 하는 효과음]
(해영) 그만하라고, 좀 쓸데없이 왜 있는 척은 해?
[덕이의 어색한 웃음]
쟤가 오늘 기분이 별로인가 보네요
(덕이) 신경 쓰지 마시고 드세요
(경수) 저, 술?
저, 아니요, 괜찮습니다
아유, 한 잔만 받아요, 정인데 [경수의 옅은 웃음]
(경수) [웃으며] 자, 아이고...
[흥미로운 음악]
[술을 꿀꺽 마신다]
[반짝이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도경의 민망한 웃음]
관상의 9할은 눈빛인데
(덕이) 눈빛이 참 좋네요
(도경) 감사합니다
결혼은 한 번도 안 했죠?
(해영) 그만하라고, 좀!
아니라고
이 사람 나 안 좋아한다고
하나도 안 좋아한다고!
[애잔한 음악]
[경수의 헛기침]
너는 좋아하고?
- (경수) 아이고... - (해영) 아
(덕이) 이 사람은 안 좋아하는데 너는 왜 좋아해?
- 이런 등... - (경수) 아이, 씁...
(덕이) 자네, 왜 우리 해영이 안 좋아해?
[흥미진진한 음악] (덕이) 왜, 우리 해영이가 어디가 어때서?
말해 봐, 말해 봐 [경수의 말리는 신음]
왜 우리 해영이 안 좋아해? 어?
우리 해영이 왜 안 좋아하는 거야? 어?
우리 해영이가 어디가 어때서?
- 말해 봐! - (경수) 가만있어, 좀! 에이...
(덕이) 놔 봐, 놔 봐, 놔 봐 놔, 놔 봐, 놔 봐, 좀
[덕이가 웅얼거린다] [경수의 난감한 신음]
[덕이가 연신 웅얼거린다]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그 문짝 시멘트로 확 발라 버려, 이년아
(덕이) 왜 아무것도 아닌 놈하고 그러고 살아?
너 그놈한테 목매는 거 내 눈에 띄기만 해 봐, 그냥
그 자리에서 죽을 줄 알아
[휴대 전화 조작음] [덕이가 옅은 숨을 후 내뱉는다]
[경수의 헛기침]
[덕이의 답답한 숨소리] [경수의 난처한 숨소리]
[팡 터지는 효과음] [휭 날아가는 효과음]
[폭발음 효과음]
[덕이의 거친 숨소리]
(덕이) 줍지 마! 버릴 거야
[애잔한 음악]
[경수의 헛기침]
[경수의 헛기침]
[도경의 옅은 한숨]
[어이없는 웃음]
(도경) 진짜 가지가지 한다
원래 헛다리 짚는 게 집안 내력인가?
[문이 쾅 여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한숨]
쯧, 씨...
[풀벌레 울음]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해영의 놀란 신음]
(진상) 아, 괜찮으세요?
아, 죄송합니다 [해영이 숨을 하 내뱉는다]
아깝다, 죽일 수 있었는데, 그렇죠?
[헛웃음 치며] 아이, 뭐, 그럴 의도는 전혀...
[해영의 옅은 한숨]
(해영) 오늘 나 헌팅당한 거 박도경한테는 말하지 말아 줄래요?
그것까지 까지면 나 너무 쪽팔릴 거 같은데
(진상)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애잔한 음악] 조심히 타세요!
[한숨]
[혀를 쯧 찬다]
♪ 눈을 감으면 문득 ♪
♪ 그리운 날의 기억 ♪
♪ 아직까지도 ♪
(해영) ♪ 마음이 저려 오는 건 ♪
♪ 그건 아마 사람도 ♪
♪ 피고 지는 꽃처럼 ♪
♪ 아름다워서 ♪
(해영) 세상의 여자들은 다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해영이 계속 노래한다] 세상에 여자는
나 하나였으면 좋겠어
[개구리 울음] [풀벌레 울음]
[의미심장한 음악]
결혼할 뻔했던 남자 봤어요
[진상의 피곤한 신음]
[진상의 하품] [문이 달칵 열린다]
[수경의 놀란 신음] (진상) 좋은 아침
(수경) 누구 마음대로 좋은 아침? 아휴
누구 마음대로 팬티 입고 돌아다니래? 아휴
(진상) 아유, 팬티 아니야, 잠옷이야
[웃으며] 누가 이딴 거 입고 여자 앞에서 바지 벗는다고, 참...
(수경) 얘!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나도 잠옷이야
[진상의 질색하는 신음] (수경) 어때?
(진상) 미안하다, 미안해, 진짜
- (수경) 보라고! - (수경) 아, 씨!
- (수경) 보라고, 일로 와, 일로 와! - (진상) 안 봐! 씨
(진상) 아, 아침부터 눈 버리게 진짜, 씨!
(수경) 또 까불고 있어, 씨
[진상의 힘겨운 신음]
(진상) 아이고, 나도 좀 줘
- 한태진 나왔나 알아봐 줘 - (진상) 왜?
- 나온 거 같아 - (진상) 너한테 뭐 전화 왔니?
- (도경) 한번 알아봐 줘 - (훈) 누군데?
어, 넌 몰라도 돼
(훈) 아, 아침마다 바나나 토할 거 같다, 진짜
형, 그 여자한테 도시락 한 번 더 싸 달라 그래라
아, 진짜 그 도시락 감동이었는데
(수경) 뭔 도시락?
형 여자 있어, 요리 끝내주게 잘해
(수경) 오해영이야?
[흥미로운 음악]
- 오해영이야, 아니야? - (진상) 어?
(진상) [어색하게 웃으며] 아...
- (진상) 어? - (수경) 어?
- 뭐, 뭐, 왜? - (수경) 어라?
[한숨 쉬며] 기라고 할 수도 없고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정말...
[수경의 미심쩍은 신음]
[엘리베이터 도착음]
[해영의 힘겨운 신음]
(경비원) 오해영 씨
택배요 [해영의 옅은 신음]
아...
- (해영) 감사합니다 - (경비원) 네
(최 이사) 거, 이런 거 회사로 택배 시키면은 눈치 보이지 않나?
근무 시간에 매일 이거 뜯어 보고 반품하고, 그래서 업무가 되겠어?
제 거 아닌데요
[흥미로운 음악] [오해영의 놀란 숨소리]
죄송합니다
(최 이사) 그, 오 팀장은 혼자 살지?
택배 받아 줄 사람도 없고
[엘리베이터 도착음] (해영) 저도 혼자 사는데요
[안내 음성] 문이 열립니다
[최 이사의 못마땅한 헛기침]
[옅은 한숨]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오해영) '소리'
[엘리베이터 문이 드르륵 닫힌다]
(오해영) 좋은 아침
- (직원2) 팀장님, 안녕하세요 - (오해영) 네, 좋은 아침입니다 [저마다 인사한다]
팀장님 고객 만족도 리서치 나왔습니다 [오해영의 호응하는 신음]
(직원2) 시장 트렌드 분석도 올려놨습니다
(오해영) 그건 벌써 확인했죠 [오해영의 웃음]
[마우스 조작음]
[아련한 음악]
[지야의 놀란 숨소리] [상석의 신난 신음]
(지야) [작은 소리로] 상석아
(상석) 어, 안녕하세요
- 도경이는? - (상석) 아, 예, 오늘은 계세요
- 불러다 드릴까요? - (지야) 아니야, 아니야
- 요즘 도경이 어때? - (상석) 예?
아이, 도경이 기분 어떠냐고
(지야) 맨날 지랄하던 수준이야? 아니면 더 하는 수준이야?
쓰읍, 한동안 좀 편하고 좋았어요
분위기 좋았어요
- 그래? - (상석) 예
[지야의 놀란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기태) 아, 진짜, 씨, 한동안 조용하더니 또 지랄이야, 박도경, 거지 같은, 진짜
어, 깜짝이야 어, 어, 어머니, 안녕하세요?
갑자기 왜 또 지랄하는데? 알아?
아, 그러니까 좀 제가 아는 게 별로 없...
죄송합니다, 어머니 [지야의 다급한 신음]
[파도 소리가 흘러나온다]
진짜 미친놈, 이거...
(도경) 저거 동해야, 서해야?
[버럭 하며] 동해야, 서해야?
- (훈) 동해 - (도경) 근데
파도 소리 따 오라니까 을왕리 가서 따 와?
이게 어디서 개수작을, 씨...
(도경) 동해 바닷소리하고 서해 바닷소리는 일반인도 알아, 인마!
을왕리 가서 안나랑 조개구이 먹고 왔니?
[흥미로운 음악] 어? 출장비는 동해로 받아 가 놓고?
[훈의 겁먹은 외침]
[겁먹은 숨소리]
다시 따 와 [훈의 안도하는 숨소리]
이번엔 출장비 없어
(훈) 예
[지야의 놀란 숨소리]
[기태와 훈의 힘겨운 신음]
(훈) 귀신, 저거... [휴대 전화 조작음]
을왕리에서 따 온 건 알 수 있다 쳐
안나랑 조개구이까지 먹고 온 건 어떻게 알아냈대?
너 좀만 있으면 시나리오 쓰고 있는 것도 걸려, 인마
(훈) 일러라, 또
[기태가 손가락으로 뽁 소리를 낸다] [훈이 혀를 쯧 찬다]
[휴대 전화 조작음]
안나 걔는 입만 열면 대사야 [기계 조작음]
7년 묵혔던 시나리오 걔 때문에 풀었다
이래서 감독들이 '뮤즈, 뮤즈' 해 대는 건가 봐
(훈) 쓰읍, 안나 걔는
꼭 파리에서 온 여자 같아
한국 여자 같지가 않아, 재는 게 없어 [설레는 음악]
(안나) 오빠!
[익살스러운 효과음] [안나의 신난 외침]
(훈) 어, 야, 야, 야, 야, 야!
[안나와 훈의 신난 외침]
[훈의 행복한 웃음]
(훈) 날 너무 대놓고 좋아해
날 이렇게 대놓고 좋아해 준 여자는
쫄랑이 빼고 처음이야
- 쪼, 누구? - (훈) 쫄랑이
- 옛날에 키우던 강아지 - (기태) 병, 어유...
[설레는 신음]
강아지하고 하는 짓이 똑같아
나만 보면은 방방 뛰고
막 핥고 비비고...
[훈의 행복한 웃음] [기태의 옅은 웃음]
[휴대 전화 진동음]
[휴대 전화 조작음]
(오해영) 메일 확인했던데 어떻게 전화 한 통 없어?
나 여전히 죽었어야 했나?
[무거운 음악] 내가 사랑을 어떻게 알아?
사랑을 받아 봤어야 사랑을 알지!
그러니까 적어도 한쪽은 사랑받고 큰 애여야 될 거 아니야!
(지야) 걔 일곱 살 때부터 제 할머니 손에 컸어
그 뒤로 걔네 부모랑 찍은 사진 한 장도 없어
그런 애랑 잘 살아질 거 같아?
나 걔 불쌍해서 못 버려
[한숨]
(도경) 자기네 부모한테 그렇게 버림받고 나한테까지 버림받아야 돼?
걔 사람들한테 엄청 상냥해
미움받지 않고 버림받지 않으려고 강아지처럼 살랑살랑, 알아?
[헛웃음] 웃으면서도 눈동자는 떨려
자기 싫어할까 봐, 버림받을까 봐
그런 애를 어떻게 버려! [헛웃음]
그게 사랑이야?
측은지심이지
측은지심이어도 된다고!
[거친 숨소리]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아련한 음악]
[버스 엔진음이 들린다]
(덕이) 이 사람은 안 좋아하는데 너는 왜 좋아해?
자네, 왜 우리 해영이 안 좋아해?
우리 해영이가 어디가 어때서, 말해 봐!
진짜 가지가지 한다 원래 헛다리 짚는 게 집안 내력인가?
[해영의 짜증 섞인 탄성]
[애잔한 음악]
(해영) [취한 목소리로] 밥 먹는 게 꼴 보기 싫다고 찬 놈이
나보고 밥 먹재요
(진상) 야, 한태진 진짜로 나왔대
(오해영) 우리 마지막을 다시 만들자
(도경) 약 먹고 자
(덕이) 애초에 흠잡힌 결혼, 안 하는 게 나아
(오해영) 당분간 좀 만날까 해, 괜찮지?
(해영) 안 괜찮아
(순택) 여태까진 그 여자랑 관련된 것만 보였잖아요
[도경의 힘겨운 신음] (도경) 이건 그 여자랑 관련된 게 아니고
[도경의 거친 숨소리] 내 얘기 같아요
.또! 오해영↲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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