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 6
[기계 조작음]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도경) 뭐야?
(해영) 나 생각해서 일찍일찍 좀 다녀 줘라
사랑은 바라지도 않는다
나 심심하다, 진짜!
[흐느낀다]
[오해영의 힘겨운 숨소리]
[오해영의 힘겨운 신음]
[문이 달칵 닫힌다]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괴로운 신음]
(행인) 어머, 아가씨, 아가씨, 왜 그래?
[행인의 당황한 신음]
여, 여기요
[주변이 분주하다]
(의사) 과호흡이 오기 전에 무슨 상황이 있었죠?
[애잔한 음악]
[타자기 소리가 타닥타닥 들린다]
(도경) 소리가 되게 귀족적이지 않냐?
그렇지?
소리가
너 닮았어
[웃음]
(오해영) 그 사람만 생각하면
꾹 눌러 뒀던 나의 억울함이 터져 나와요
[옅은 한숨]
[휴대 전화 조작음] 한 번도 말하지 못했던 억울함
내가 왜 그랬는지 이젠 다 말하고 싶은데
그 사람은 내 얘기를 들어 줄 마음이 없어요 [한숨]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린다]
해영이가 뭐가 모자라서 그딴 놈이랑 선을 봐?
(덕이) 해영이가 뭐, 쉬어 터져서 당장 갖다 버리게 생겼어?
그딴 놈이랑 선보게?
죽기 전에 모자란 자식 남의 손에 맡기는 것도 아니고
그 자리에서 그놈 입을 찢어 버리지
그거를 '알았다, 말해 보겠다' 그러고 들어와요?
[덕이의 어이없는 숨소리]
이 개자식... [경수의 한숨]
걱정 말라 그래요
우리 해영이 결혼 안 해도 돼
혼자 살아도 돼!
- (경수) 결혼은 해야지 - (덕이) 안 해도 돼
- 해야지 - (덕이) 안 해도 된다고
해야 돼
[그릇을 툭 던지며] 왜? 뭐 하러?
[경수의 깊은 한숨]
(경수) 날 생각하면 그래
내 인생에 당신 없었으면은
[애잔한 음악] [헛기침]
아무것도 아니지, 뭐
[문이 탁 닫힌다]
[버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덕이가 훌쩍인다]
(해영) 기사님!
[카드 인식음]
[버스 문이 쉭 닫힌다]
(덕이) 너는, 이년아 오늘 내 눈에 띄었으면 죽었어
집 안 꼬락서니 봐, 이거
너 내가 다음에 왔을 때도 이 꼬락서니면
확 다 불살라 버릴 줄 알아
[휴대 전화 조작음] [훌쩍인다]
(덕이) [울먹이며] 어휴, 자식새끼고 남편이고
아유, 짠한 것들
[덕이가 흐느낀다]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유리가 와장창 깨진다] [의미심장한 음악]
[해영의 울먹이는 숨소리]
[풀벌레 울음]
[흥얼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도경이 노크를 똑똑 한다]
[덕이의 신난 외침]
[덕이가 노래를 흥얼거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도경) 아침부터 신났다
출근 안 하나 보지?
나 좀 쉬어야 될 거 같은데
조용히 좀 해 주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나 없을 때 넘나들지 말고
[가구를 쓱쓱 미는 소리가 들린다]
요년 봐라?
(실장) 아유, 말도 마세요
'네가 나가라, 네가 나가라' 장난 아니었어요
그 집이 원래 한집이었는데
집주인이 1, 2층 따로 세놓고
2층에 있는 창고도 따로 세놓으면서
가운데 문을 슬쩍 밀어서 막아 놨으니...
(실장) 씁, 근데 그 집 공사 다 했을 텐데?
벽돌로 막는다 그랬는데
왜요? 따님이 다시 나간대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니, 아니요
그냥 어떤 분들인가 궁금해서요
이웃을 잘 만나야 되는데...
아유, 이웃사촌들로 그만한 사람들 없죠
(실장) 그, 1층에 사는 누나도 대기업 이사고
그, 2층의 총각도 무슨 회사 대표라던데?
[흥미로운 음악] 그 집이 원래 그 총각이
어려서부터 쭉 살던 집이라
이 동네 사람들이 다 알아요
그 자식들 성품을
(실장) 엄마는 조금 그랬는데
어유, 자식들은 잘 컸어
아니, 엄마가 홀딱 날려 먹은 집을 다시 찾겠다고 들어와서 사는 거 보면
자식들은 잘 컸어
[TV에서 방송이 흘러나온다]
(덕이) 여보, 우리가 해영이를 내다 버린 건
신의 한 수였소
위에 사는 오해영하고 그 오해영하고 한자리에서? [후루룩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진상) 아, 아, 나 또 쫄려
아, 씨, 아, 나 오줌 마려워
아, 씨...
[손뼉을 짝 치며] 야, 너 이민 가라, 어?
이건 답이 없어 이사로는 안 돼, 절대 안 돼
아, 근데 오해영 걔 뭐라냐? 왜 그랬대? 왜 사라진 거래?
몰라, 안 물어봤어
그 얘기 해 주려고 만나자는 거 아니었대?
얘기할 시간 없었어 그냥 내가 나와 버렸어
물어봤어야지, 병...
- 그런 걸 뭐 하러 물어보냐? - (진상) 궁금하잖아!
자기도 궁금하면서
(진상) 씁, 아, 머리에 총 맞지 않고서야
결혼 전날까지 아무렇지도 않다가, 어?
갑자기 결혼식 날 그렇게 잠수 탔을 리는 없고
아이, 그리고 위에 사는 오해영은 또 왜 그런다니?
여자가 생각이 있어, 없어?
갑자기 너랑 연인인 척은 또 왜 하재?
[기가 찬 웃음]
아, 둘 다 미친 거야
오해영들은 하나같이 다 그렇게 미친 애들밖에 없다니?
이름에 마가 끼었나? 어?
아니, 둘이 한 회사 다니면은 둘이 별 얘기를 다 할 텐데
그러다 위에 사는 오해영이
네가 그 오해영한테 복수하려다가 자기가 엉뚱하게 당한 거 알면
아휴...
박수경 이 여자가 미친 거야
오해영을 왜 회사에 들여? [도어 록 작동음]
누나가 들였겠냐? 이사회에서 결정된 거겠지
[현관문이 달칵 열린다] 막았어야지, 어떻게든!
[도어 록 작동음] [현관문이 쾅 닫힌다]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진상) 아이고, 때맞춰 잘 들어오시네
(도경) 너 입 다물어
아, 근데 맨날 저렇게 취해서도
집에 잘 찾아 들어오는 거 보면 참 신기해
몸에 GPS 박아 놨니?
[수경이 흥얼거린다]
[수경의 옅은 신음]
[수경이 계속 흥얼거린다]
[휙 하는 효과음]
(진상) 이야, 동춘 서커스에 딱인데, 응?
따이, 따이! [익살스러운 효과음]
[진상의 기합] [익살스러운 효과음]
[수경의 트림] [수경이 숨을 하 내뱉는다]
[수경의 한숨]
- (수경) 하나만 묻자 - (진상) 들어가 주무세요
(수경) 외계인이 올 거 같니, 안 올 거 같니?
[진상의 귀찮은 한숨]
[수경의 다급한 신음]
묻잖아!
외계인이 올 거 같아, 안 올 거 같아? [의미심장한 효과음]
(진상) 아이, 와, 와, 와, 누나 잡으러 꼭 와 [익살스러운 효과음]
[수경의 벅찬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언제 온다냐?
[한숨 쉬며] 미안해, 누나 내가 아직 친한 외계인이 없어 가지고
(진상) 나중에 만나면 꼭 물어봐 줄게
만나면
(수경) 꼭 지구를 박살 내 달라고 전해 다오
장렬히 전사하고 싶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진상) [피식 웃으며] 전사는 누나 혼자 하면 안 될까?
난 아직 함께하고 싶은 여자가 많아 가지고...
[휙 하는 효과음] (수경) 혼자는 싫다!
다 같이 장렬히 전사하자
한 명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다!
[포효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진상아
외계인이랑
[반짝이는 효과음] 딱 한 잔만...
[한숨 쉬며] 미치겠다, 진짜
[낭만적인 음악]
(수경) 당신이 떠난 이후로
난 매일 술을 마십니다
당신과 같이 술을 마시던 집에 홀로 앉아
당신을 기다립니다
[프랑스어로 말한다]
(수경) 당신이 미치게 보고 싶다가도
(종업원) 어서 오세요
(수경) 이런 몰골을 들키면 어쩌나 싶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또 머리를 풀어 얼굴을 가립니다
보고 싶은데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보고 싶지 않고
그런 미친 마음으로 [익살스러운 효과음]
매일 이 자리에 앉아 있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당신, 어디서 뭘 하고 계실까요?
당신도 날 생각이나 할까요?
[요란한 폭격 소리가 들린다]
[어두운 음악] [사람들의 비명]
[사람들의 겁먹은 신음]
[수경의 신난 웃음] [종이 댕 울린다]
[낭만적인 음악]
[수경이 연신 웃는다] [요란한 폭격 소리가 들린다]
[종이 연신 댕 울린다]
외계인이 쳐들어왔다네요
이제 지구는 끝이에요
[수경의 웃음]
[수경의 설레는 웃음]
[휙 하는 효과음] 다시는
당신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아도 돼요 [남자의 당황한 신음]
[음산한 효과음] 그냥 죽으면 돼요
[남자의 겁먹은 신음] (수경) '캑'!
나도 죽고, 당신도 죽고
- (수경) 저기 - (남자) 수경아?
(수경) 똑똑똑 [익살스러운 효과음]
죽기 전에 우리 [남자의 당황한 신음]
딱 한 번만
[수경의 힘주는 신음] [남자의 겁먹은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남자의 질색하는 신음]
[남자의 힘겨운 신음] [수경의 옅은 웃음]
(수경) 한 번만, 한 번만
(남자) 수경아, 하지 마 [익살스러운 효과음]
[수경의 고함] [남자의 비명]
[흐느낀다] [애잔한 음악]
(수경) 외계인은 꼭 와야 합니다
지구는 박살 나야 합니다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문이 달칵 열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문이 탁 닫힌다]
[경수의 헛기침]
[경수의 헛기침] [덕이의 반가운 신음]
안녕하세요
[덕이의 옅은 웃음]
(덕이) 저번에 뵌 거 같은데
- (덕이) 그, 방범 창... - (도경) 아, 예, 예, 예
- (덕이) 고마웠어요 - (도경) 예 [경수의 헛기침]
(덕이) 오늘 우리 딸 생일이라...
[흥미로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서른둘이나 처먹도록 생일 챙겨 줄 놈 하나 없다니
어미라도 챙겨 줘야죠
그럼 이만...
[익살스러운 효과음]
[헛기침]
[경수의 헛기침]
[경수의 당황한 신음]
[슬리퍼를 탁탁 벗는 소리가 들린다]
(해영) 어휴, 아침부터 뭘 이리 거하게 먹어?
(덕이) 아, 생일인데 그럼 이 정도도 안 먹어?
얼른 와 앉아
[익살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경수의 헛기침]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희란) 어, 여기! - (해영) 어
(희란) [콧소리 내며] 미안해
나 이따 지방 내려가, 촬영지 답사
어휴, 또라이들 아, 어제까지 아무 말 없다가...
괜찮아, 신경 쓰지 마
(해영) 야, 나이가 몇인데 생일 가지고 유난이니?
됐어
(희란) 박도경은 너 생일인 거 몰라?
어떻게 알아? 그 사람이
내가 슬쩍 찔러봐 줄까?
하지 마
진짜 하지 마!
너한테 괜히 말했나 보다 그 사람 얘기
신경 쓰지 마, 나 접을 거야
[피식 웃으며] 괜히 그런다
- 진짜야 - (희란) 아, 왜 접어?
오해영이랑 사귀었잖아
(희란) [코웃음 치며] 아, 그게 뭐?
사랑 안 해 본 사람이 어디 있니?
싫어, 오해영이랑 사귄 남자는
[잔잔한 음악]
[노크 소리가 들린다]
누구세요?
생일이라며?
생일 주는 마셔야지
[경쾌한 음악]
차리고 있어, 건너갈게
[빠른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방향제를 칙칙 뿌린다]
[킁킁거린다] [휙휙 하는 효과음]
(해영) 아
[가구를 드르륵 미는 소리가 들린다]
[설레는 음악]
[도경의 옅은 신음]
내 생일은 어떻게 알고?
희란이가 말했나?
아침에 어머님 봤어
아, 주책
(해영) 다 큰 딸년 생일은 왜 떠들고 다녀
[해영이 피식 웃는다]
(해영) 케이크 사는 건 오버 같고
그렇다고 그냥 지나가기는 그렇고?
고민의 흔적이 딱 보인다
[캔 뚜껑이 칙 열린다]
[해영의 옅은 웃음]
[설레는 음악] [도경의 쑥스러운 신음]
- 뭐예요? - (도경) 있던 거야
[도경의 멋쩍은 한숨]
그 이상한 웃음소리 내는 거 그만 좀 들으라고
저번에 준 콩나물국밥값이야
의미 부여할까 봐 되게 겁내시네
알아요, 요런 거 같은 거
(해영) 있던 거
[해영이 태엽을 드르륵 감는다]
[맑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옅은 한숨]
[해영의 옅은 웃음]
예쁘다, 소리
[휴대 전화 진동음]
어, 왜?
먹었어
(해영) [웃으며] 집이지, 어디긴 어디야?
혼자 있지, 그럼
[문이 달칵 열린다]
[휴대 전화 진동음] [문이 달칵 닫힌다]
(도경) 어, 왜?
차는 뭐 하게? [기계 작동음]
[기계 작동음] 어, 나가 있어, 던져 줄게
[문이 탁 닫힌다]
(훈) 던져
생큐, 잘 쓸게
(안나) 드라이브만 할 거예요, 딴짓 안 해요
(훈) [웃으며] 가자!
[훈과 안나의 신난 외침] [헛웃음]
(훈) 자, 달리자! [훈의 웃음]
[안나의 신난 탄성] [차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녹음기 속 해영) [힘주며] 이건 언제까지 이렇게 막아 놓을 건데?
내가 덮칠까 봐 겁나니?
[녹음기 속 해영이 울먹인다] [애잔한 음악]
옆집 남자 좋아하니까 좋은 거 하나 있네
집에 일찍 들어오고 싶어진다는 거
맨날 술에 취해 뻗기 전까지는 들어오기 싫었는데
나 생각해서 일찍일찍 좀 다녀 줘라
사랑은 바라지도 않는다
나 심심하다, 진짜!
[녹음기 속 해영이 흐느낀다]
(녹음기 속 해영) [흐느끼며] 어유, 씨...
아, 아직 해도 안 졌는데 어떡할 거야, 이거?
[해영이 버튼을 달칵달칵 누른다] 아, 진짜...
[녹음기 속 해영의 소리가 멎는다]
[애잔한 음악]
여태 녹음했니, 내가 무슨 짓 하나?
그냥 습관이야
(도경) 음향 기사들은 이것저것 다 녹음해
나 없을 때 내 공간에서 어떤 소리가 나나
아침에 출근할 때 녹음기 켜 놓고 나가는 음향 기사들 많아, 별 뜻 없어
내가 이사 온 뒤로는 하지 말았어야지
(도경) 녹음해도 안 듣고 지워 버리는 게 대부분이야
12시간짜리를 어떻게 다 들어?
너 여기 들어오고 나서 한 번도 안 들었어
그냥 술 취해서 한 말이야
(해영) 나 취하면 좀 들이대 아무나 막 찔러봐
그냥 찔러본 거야
[옅은 한숨]
(도경) 술 끊어, 아무한테나 들이대지 말고
나 같은 놈한테 들이대지도 말고
정신 차리고 좀 일어나
못난 여자처럼 자학하는 것도 그만 좀 하고
왜 이렇게 펄쩍 뛰는데?
너만 찔러보는 거 아니야
내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 가면서 마음속으로 찔러보는 남자가
회사에서만 네다섯이야
그러니까 사람 기분 나쁘게 그렇게 겁먹고 펄쩍 뛰지 말라고
[초인종이 울린다]
(오해영) 낮에 빈방에서 났던 소리 녹음한 거 듣는 거
그거 정말 좋았는데
야채 장수 소리, 사람들 싸우는 소리
별 소리는 아니었는데 참 좋았어
시간을 되돌려 보는 거 같고
나도 집에서 따라 해 봤는데...
할 말만 하고 가
그럼 밤샐 텐데?
[애잔한 음악]
피곤해 보이네
(오해영) 아, 좀...
이것저것 신경 쓸 게 좀 많네
내일 아침에 데리러 올게
아니야, 그냥 내가 알아서 갈게
그냥 미용실에서 만나
- 푹 자 - (오해영) 오빠도
(도경) 그게 마지막이었어
생각해 봤어,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용서할 수 있는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었어
죽을병에 걸려서
정 떼려고 그랬던 거다
(도경) 그거면 용서될 수 있겠다 싶었어
그럼 사람들한테 네 얘기도 할 수 있고
'걔 죽었대 죽을병 걸려서 그랬던 거래'
그렇게 내 자존심도 회복하고 너도 추모하고
(도경) 말해 봐
죽을병이었어?
죽을 고비 넘기고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 거냐고
(오해영) 아니
넌 죽었어야 됐어
[무거운 음악] (도경) 너무 멀쩡한 얼굴로
내 눈앞에 나타난 게 그게 더 돌아 버려
[옅은 웃음]
웃지 마
[옅은 웃음] (도경) 웃지 말라고
(오해영) 버릇이잖아, 울면서도 웃는 거
우는 여자 끔찍하다고
그래서 오빠가 나 끔찍해할까 봐
서러워서 눈물 나도 웃는 거 몰랐어?
끝까지 남 탓이지?
(도경) 여기 다신 오지 마
더 정 떨어지려고 하니까
왜 하필 걔야?
해영이
(오해영) 나랑 같은 이름이라서 끌린 건가?
그따위로 말하지 마
(오해영) 나랑 같은 이름에 같은 학교 동창
우연이 너무 겹치잖아
내가 널 못 잊어서
너랑 비슷한 여자를 만난다는 거야?
학교 때 그런 일 많았어
(오해영) 해영이를 타고 나한테 넘어오려는 남자들
- (도경) 야 - 이거 해영이 걔한테 못 할 짓이야
[돌이 데구루루 굴러떨어진다]
[의미심장한 음악]
[해영의 울먹이는 숨소리]
[애잔한 음악]
[흐느낀다]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자전거가 철커덕 쓰러진다]
[도어 록 작동음]
(희란) 아, 너 이 시간에 웬일이야?
어, 미안해 전화해 보고 왔어야 했는데
- 나 갈게 - (희란) 아니야, 괜찮아
잠깐만 기다려
[도어 록 작동음]
(희란) 잘 가!
[희란의 옅은 한숨]
(희란) 너 초딩이니? 유리창 깨게?
그리고 네가 왜 나가? 알아서 왜 피해 줘?
나 같으면 그냥 문 열어 주고
'우리 둘이 이러고 살아 넌 웬일이니?'
완전 벼락을 때려 줬겠구먼
아유, 싸움을 할 줄을 몰라!
내가 오해영 앞에서 쪼그라드는 게 하루 이틀이야?
(희란) 아, 그만하라고
학교 때는 어려서 그랬다 쳐
나이 서른둘에 뭐가 무서워 쪼그라들어?
걔가 너 잡아먹니?
그리고 냉정하게 말해서 현재 스코어 네가 오해영보다 우위야
야, 남녀 사이에 문짝 하나 놓고 아슬아슬하게 붙어사는 너를
걔가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 이사 갈 거야 - (희란) 아, 답답이, 진짜!
(희란) 그냥 확 덮치라고 엎어지면 덮치겠구먼
내가 좋아하는 거 그 사람한테 들켜 버렸단 말이야!
[애잔한 음악]
[답답한 한숨]
(해영) [울먹이며] 녹음하고 있었어
아침에 녹음기 켜 놓고 나가는 게 습관이래
자기 없을 때 낮에 무슨 소리 나나
아유, 나는 그것도 모르고
'왜 안 들어오냐, 언제 들어오냐'
'나 심심하다, 너 좋다' 바보같이 주저리주저리...
내가 너 맨날 혼잣말할 때 일 치를 줄 알았다
쪽팔려, 누구 좋아하는 거
쪽팔려, 화나
[안타까운 한숨]
(희란) 내가 널 안다면 아는데
이렇게 훅 맛 가게 누구 좋아하고 그럴 타입 아닌데
솔직히 결혼 엎을 때부터 이상했다
얘가 바람이 들었나 갑자기 정신을 놨나
감을 못 잡게 이리 튀고 저리 튀는데
내가 알던 네가 아니란 말이지
박도경한테 목매는 지금도 그렇고
그 사람의 뭐가 네 마음에 불을 댕겼는지
진짜 궁금하다
그냥
보자마자
대뜸 속을 깠어
(희란) 뭘 깠는데?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한 거
[아련한 음악]
(해영) 전
결혼 전날 차였어요
날
평생 사랑할 자신이 없어졌대요
그리고
[울음 섞인 웃음]
내가 밥 먹는 게 꼴 보기 싫어졌대요
이상하게 그 사람한테만 다 말하게 돼
(해영) 반장 선거 하는데
나 한 표 나왔는데
나 나 찍었어요
한 표도 안 나올까 봐 걱정돼서
한번 까니까 겁 없이 다 까게 되는 건가
(희란) 단박에 알아봤네
박도경이 네가 비벼 댈 구석이라는 거
원래 남녀 사이가 그래
10년 된 동성 친구한테도 말 못 하는 거
내가 비벼도 될 구석이다 싶으면
만난 지 1분도 안 된 남자한테는 할 수 있어
- 왜 그럴까? - (희란) 남녀니까
남녀 사이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어
(희란) 내가 아무리 너랑 친하다고 해도
나도 너한테 말 안 하는 거 많아
근데 남자한테는 까게 돼
10년 된 동성 친구보다는
한 달 된 남자가 심적으로 더 편해
그게 남녀 사이야
[옅은 웃음]
[옅은 신음]
[휴대 전화 진동음]
[휴대 전화 조작음]
(도경)
[메시지 알림음]
(도경)
[설레는 음악] [도어 록 작동음]
[현관문 종이 딸랑거린다]
[도어 록 작동음]
(희란) 야, 그냥 자고 가, 늦었어!
쟤 제대로 미쳤네?
[신난 웃음]
[문이 탁 닫힌다]
(해영) 아, 씨 너무 신나게 달려왔어, 바보
[발을 쿵쿵 구른다] [스위치를 달칵 켠다]
(도경) 그냥 자
오해영은 왜 왔대?
또 올 건가?
(도경) 안 와, 올 일 없어
다시 한번 말하는데 아까 그 녹음된 거 신경 쓰지 마
나 원래 좀 쉬워
그리고 사람이 혼자 있을 때 못 할 말이 뭐야?
괜히...
혼자 오버해서 부담 갖고 그러지 말라고
그거 사람 되게 웃기게 만드는 거니까
(도경) 알았으니까 그만 자라고
(해영) 그리고...
방에서 다시 녹음 같은 거 하지 마
하지 말라고!
(도경) 안 해
[못마땅한 신음] [애잔한 음악]
[스위치를 달칵 끈다]
[퍽 부딪는다] [아파하는 신음]
(해영) 아유, 씨, 진짜
[해영의 한숨]
[해영의 옅은 신음]
유리창값은
줄게요
- (도경) 됐어 - 줄 거예요
[의미심장한 음악]
따듯한데?
손
[피식 웃는다]
[오해영의 힘겨운 숨소리]
[오해영의 힘겨운 신음]
[오해영의 가쁜 숨소리]
[오해영의 힘주는 신음]
(해영) '사랑한다, 결혼하자'
[무거운 음악] 그런 말 하기 전까지는
다 썸 타는 사이 아닌가?
(해영) 난 결혼을 약속하기 전까지는 그냥 썸 타는 사이라 그래
[오해영의 힘겨운 신음]
[오해영의 힘겨운 숨소리]
(오해영) 왜 하필 걔야?
해영이
나랑 같은 이름이라서 끌린 건가?
내가 널 못 잊어서
(도경) 너랑 비슷한 여자를 만난다는 거야?
[오해영의 힘주는 신음]
(도경) 용서할 수 있는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었어
죽을병에 걸려서 정 떼려고 그랬던 거다
[오해영의 힘겨운 신음]
넌 죽었어야 됐어
[오해영의 옅은 웃음]
너무 멀쩡한 얼굴로 내 눈앞에 나타난 게, 그게 더 돌아 버려
[힘겨운 숨소리]
[오해영의 힘겨운 신음]
[오해영의 힘주는 신음]
[오해영의 놀란 신음] [로프가 쉭 풀린다]
[오해영의 힘겨운 신음]
[오해영의 힘겨운 숨소리]
어쩜, 이렇게 갈수록 물이 오르니?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지야와 장 회장의 옅은 웃음] (지야) 풍기는 포스가 배우라고 해도 믿겠어
[장 회장의 웃음] 이런 자리 좀 자주 마련해 주세요
셋이 오붓하니 얼마나 좋아요?
- 난 그짝이 불편할까 봐 - (지야) 불편하기는요
불편하셔야죠 [무거운 음악]
(영지) 아빠 돌아가시면 다 내 재산인데
내 재산 뺏어 보겠다고 들러붙으신 분이
너무 편하게 나오시면 내가 열받죠
[지야의 당황한 웃음] [장 회장의 웃음]
아빠 아직 안 죽었어, 인마 [장 회장의 웃음]
(영지) 아빠가 결혼했던 여자 중에
제일 늙었고
제일 교양 없고
배경도 제일 후졌는데
[비웃으며] 무슨 기술로 오르셨는지 모르겠네
- (지야) 너... - 참으세요
돈 그렇게 쉽게 벌리는 거 아니잖아요
[분한 숨소리] (장 회장) 너는 매번 왜 그러냐? 쯧
참아, 응? [장 회장의 옅은 웃음]
- (장 회장) 왜 벌써 일어나? - (영지) 수술 있어요
[장 회장의 당황한 신음]
[지야의 분한 숨소리] [장 회장의 헛기침]
(장 회장) 열받지 마
말만 세지, 심성은 착해 [문이 달칵 열린다]
[지야의 답답한 숨소리]
[문이 달칵 닫힌다] 나 쟤랑은 한집에서 못 살아요
(오해영) 어머, 언니!
[오해영의 웃음]
- 오랜만이다? - (오해영) 반가워요
그렇지 않아도 한번 보고 싶어서 연락할까 말까 했었는데
- 잘 지내시죠? - (영지) 응
아빠도 잘 지내시죠?
(영지) 저기 계셔, 또 결혼하실 건가 봐
[오해영의 옅은 웃음]
(오해영) 뭐, 우리 엄마가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영지) 그래도 아빠가 결혼했던 여자 중에
너희 엄마가 제일 나름 순수했던 거 같아
돈은 안 보셨잖아
엄마는 잘 지내시니?
네, 잘 지내시겠죠 [옅은 웃음]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장 회장) 참아, 응? - (지야) 몰라요
[지야의 속상한 신음] (장 회장) 아이고...
[장 회장과 지야의 옅은 웃음] 에이그...
[장 회장의 반가운 신음] [오해영의 옅은 웃음]
(장 회장) 야, 아, 이게 누구야?
(오해영)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장 회장의 탄성] [오해영의 옅은 웃음]
(장 회장) 난 너희 엄마가 들어오는 줄 알았다
[감탄하며] 갈수록 엄마 닮아 가
[오해영과 장 회장의 웃음]
아니, 근데 여기는 어쩐 일이야? [무거운 효과음]
(오해영) 아, 약속 있어서 왔다가요
로비에서 영지 언니 봤어요 [장 회장의 호응하는 신음]
아, 안녕하세요
(장 회장) 어, 저, 어, 인사해 [무거운 음악]
에, 이짝은 나의... [무거운 효과음]
씁, 뭐라고 소개해야 되나? [지야의 불편한 신음]
(오해영) 딸
- 딸이었죠 - (장 회장) 응, 전처 딸
(장 회장) 에, 그리고 이짝은...
씁, 또 뭐라고 소개해야 되나?
영지 언니한테 들었어요
결혼하실 분이시라고
(장 회장) [피식 웃으며] 아직 날도 안 잡았는데, 뭐
언제 영지랑, 어?
[익살스러운 말투로] 라운딩 나가자
[장 회장의 웃음]
(오해영) 데려다주지도 않으시나 봐요
딸 팔자 제 어미 따라간다고
남자 수도 없이 바꿔 댈 거라고 저한테 그렇게 말씀하신 분이
[오해영의 헛웃음]
어이없네요
우리 엄마가 갈아 치운 남자들 중의 한 분한테 그렇게 목을 매시는 게
우리 엄마가 네 번째 와이프
이번에 결혼하시면 다섯 번째 와이프 되시는 건데
창피하지 않나요? 여자로서 다섯 번째는
그래서 뭐?
[헛웃음]
(지야) 지금 칼자루 쥔 것 같아서 신나?
왜? 내 결혼이라도 깨게?
(오해영) 깨고 싶어요
나랑 똑같이
깨 주고 싶어요 [엘리베이터 도착음]
네 결혼 네가 깼지, 내가 깼어? [엘리베이터 문이 드르륵 열린다]
[휴대 전화 벨 소리]
[옅은 한숨]
[휴대 전화 조작음]
[오해영의 놀란 신음] [무거운 음악]
(지야) 어디 싸가지 없이 전화를 제멋대로 끊어?
네 부모가 그렇게 가르치던?
[비웃으며] 하긴 언제 부모를 만났어야지 배우든지 말든지 하지
(지야) 엄마 아빠 둘 다 교수라길래 내 그런가 보다 했는데
허, 한 대학에서 아빠는 제자랑 바람나
엄마는 동료 교수랑 바람나
스캔들로 학교 완전 뒤집어져서 둘 다 쫓겨나고
오빠도 다 알아요
저 숨기는 거 없어요
그리고 두 분 다 여전히 다른 대학교에서
교수직으로 계신 것도 맞고요
(지야) 야, 그 뒤가 더 있잖아!
[기가 찬 웃음]
두 분이 아주 누가 누가 더 결혼 많이 하나 경쟁 붙으셨다니?
[놀라며] 어쩜 그렇게 붙었다, 찢어졌다
붙었다, 찢어졌다...
[지야의 질색하는 신음]
[지야의 못마땅한 한숨]
배다르고 씨 다른 자식들이 줄줄이
[헛웃음]
너 마지막으로 너희 부모 얼굴 본 건 언제니?
[놀라며] 아니
네가 있다는 건 아시니?
[노크 소리가 쿵쿵 난다]
(지야) [씩씩거리며] 문 열어!
너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열어
열어, 얼른! [지야가 문을 쾅쾅 두드린다]
[애잔한 음악]
(지야) 나 내일 너희들 결혼식 안 간다
- 안 오셔도 돼요 - (지야) 이런 싸가지...
(지야) 야!
[지야의 비웃음]
피는 물보다 진해
녹음한 거 보냈는데 들어 봤니?
안 들을 건데요
들어라
안 듣고 결혼하면 평생 후회한다
사랑인 줄 알지?
(지야) 도경이 걔, 너 사랑하는 거 아니야
어 [반가운 웃음]
[다가오는 발걸음]
(오해영) 야, 너 왜 그래? 사람 미안해지게
그렇게 인사하지 마
갈게
(오해영) 저, 해영아
오늘 우리 둘이 술 마실래?
나 오늘 한잔하고 싶은데
아니, 엄청 마시고 싶은데
나 약속 있는데
그래?
그럼 혼자 먹지, 뭐 [옅은 웃음]
[애잔한 음악]
[옅은 한숨]
[휴대 전화 작동음]
[휴대 전화 조작음]
(지야) 들어라
안 듣고 결혼하면 평생 후회한다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지야의 초조한 신음]
받아라, 진짜, 받아...
[안내 음성] 전화를 받을 수 없어...
[휴대 전화 조작음] 아휴, 진짜 나쁜 새끼
[못마땅한 신음]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지야) 아유, 쌍놈의 새끼
(수경) 어이! 허지야 여사
[익살스러운 효과음]
[지야의 놀란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이리 오세요
[지야의 겁먹은 신음]
이리 오라고!
[지야의 다급한 신음]
[지야의 비명]
[지야의 다급한 신음]
[지야의 겁먹은 신음]
[지야의 당황한 신음] (수경) 내가 이 근처는 얼씬도 말랬지?
내 눈에 띄는 날에는 무슨 날이랬어?
왜? 또 도경이 주머니 털어 가려고?
(지야) [울먹이며] 오해영이 나타났어
[지야의 힘겨운 신음]
그래서? [지야의 답답한 신음]
걔가 장 회장 전처 딸이래
[지야가 울먹인다]
아, 걔네 엄마가
장 회장이랑 결혼했던 여자 중의 한 명이라고
[지야의 못마땅한 신음]
(지야) 염병할 영감탱이
뭔 결혼을 그렇게 많이 해서 이렇게 꼬이게 만들어?
아, 걔 뭔 사달 낼 거 같아
아, 걔가 난리 치면
나 장 회장이랑 결혼도 물 건너가고
도경이도 나한테서 등 돌릴 거고
어, 그럼 나 완전 돈줄 막혀 [괴로운 신음]
[수경의 비웃음]
인정하는구먼
도경이한테서 오해영 떼어 낸 거 엄마라는 거
내가 감은 있었어
야!
(지야) 길 가는 사람을 막고 물어봐
그런 집구석 딸내미랑 결혼시킬 어미가 어디 있나
결혼을 밥 먹듯이 하고 이혼을 숟가락 놓듯이 하는
그런 부모 밑에서 걔가 뭘 보고 배웠겠니?
엄마는요?
장 회장이랑 결혼하면 엄마도 세 번째예요
(지야) 세 번은 쨉도 안 돼, 걔네 엄마한테는
걔네 엄마는 안 가렸어
별놈 다 있었어 [수경의 한숨]
[지야의 코웃음]
새끼한테는 관심도 없고
새끼가 있는 줄도 모르는 여자처럼
그저 남자, 남자, 남자... [지야의 코웃음]
정신 줄 놓은 여자야
걔네 엄마 핑계 대지 마!
그런 이유로 도경이랑 결혼 막은 거 아닌 거
엄마도 알고 나도 알고 세상 사람들 다 알아!
[애달픈 음악] [수경의 거친 숨소리]
(수경) 돈주머니 뺏길까 봐 그랬지?
제 남편 주머니 탈탈 털어 가도
아무 말 못 하는 그런 맹탕 같은 애였어야 되는데
오해영이 너무 똑 부러졌지?
내 돈주머니 저 계집애가 꿰차 가는 건 아닌가 겁났지?
그래서 자기 아들 홀아비 만들어서라도 평생 돈 뽑아 먹을 작정이었지?
(수경) 아이, 너!
이보세요
개거지 깡패도 천륜은 지켜
(수경) 걔, 엄마가 그렇게 괴롭혀도
도경이한테 한마디도 안 했어
자기 엄마랑 분란 일으키는 여자이고 싶지 않다고
한마디도 안 했어
(수경) 걔 그 정도로 도경이 사랑했어
그런 걔한테 뭘 했길래 결혼 전날 잠수 타?
뭘 했길래!
뭘 했길래!
[거친 숨소리]
[겁먹은 신음]
(수경) 한 번만 더 여기 얼씬거리기만 해 봐!
[거친 숨소리]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밝은 음악]
[훈의 힘겨운 신음]
[훈과 기태의 힘겨운 신음]
[기태의 힘겨운 신음] (훈) 에이씨!
[훈과 기태의 힘겨운 신음]
너무 고와
(도경) 체에 걸러서 자갈 뿌려
수준 따지지 말고 쉽게 쉽게 가자며
(훈) 녹음실에 짱박혀서 19금 영화 음향 까는 게 쉬운 거지
이게, 이게, 이게 쉬운 거냐?
(도경) 해 떨어지기 전에 빨리빨리 해
(훈) [한숨 쉬며] 아, 씨
[도경이 스위치를 탁 켠다]
[도경이 선을 달칵 꽂는다]
[뛰는 소리가 들린다]
(기태) 대표님, 얘 죽어요, 쉬었다 하죠
[힘겨운 숨소리]
(도경) 야, 박훈!
(기태) 박훈
- (훈) 종 쳤어? - (도경) 자, 자
(훈) [한숨 쉬며] 밥 먹어?
넌 자러 왔냐?
[새 울음]
[기태와 이준의 힘주는 신음] (훈) 그렇지, 그렇지, 그렇지, 그렇지!
준이 승! [기태의 아파하는 신음]
(훈) 야, 네가 커피 쏴, 잘했어 [이준의 탄성]
[기태의 아파하는 신음] [터치 패드 조작음]
- (훈) 일어나, 빨리 - (기태) 허리 아파!
- (훈) 뻥치지 마 - (기태) 앗, 다 뻥이지롱 [터치 패드 조작음]
[훈의 웃음]
(해영) 다시 한번 말하는데 [애잔한 음악]
아까 그 녹음된 거 신경 쓰지 마
그리고 다신 방에서 녹음 같은 거 하지 마
하지 말라고!
[돌이 물에 퐁당 빠진다]
[지직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녹음 속 해영의 옅은 웃음]
[호로록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녹음 속 해영) 아유, 저게 말이 되니? [와삭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녹음 속 해영의 웃음]
[웃으며] 아, 씨...
젠장
아, 씨
이렇게 어려운 거였나?
[달칵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어이구, 화장실
[해영이 방귀를 뿡 뀐다] [해영의 힘겨운 신음]
[해영의 다급한 신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 (해영) 누구세요? - (배달원1) 택배요
(해영) 여보, 택배 왔어!
- (배달원1) 오해영 씨 맞죠? - (해영) 네, 네
(해영)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여보
여보 [옅은 웃음]
(해영) [신난 목소리로] 왔네, 왔어
치
에이그, 문짝 하나 있을 뿐인데
든든하네
근데 막상 정말 위급할 때는 못 넘어간다는 거
어유, 남녀가 바꿔 돼도 너무 바꿔 된 거지
내가 이쪽에서 막아 놔야 되는 거 아니야?
어떻게 자기가 막아 놔?
[스위치를 달칵 끈다]
[퍽 부딪는다] [아파하는 신음]
[해영의 아파하는 신음]
(해영) 아유, 아유, 죽겠다, 아유, 죽겠다
(녹음 속 해영) 아유... 남아나질 않네
세상 사람들 살피시느라 바쁘신 하느님, 부처님
저보다 힘든 사람들을 살피시느라 바...
[힘주는 신음]
찾아다니시면서 위로하시느라 바쁘시겠지만
그래도 시간이 조금 남으시면
저 오해영에게 들르시어
이쁜 오해영이랑 헷갈리지 마시고
쩝, 평창동 쪽방에 살고 있는 그냥 오해영에게 들르시어
기 좀... [방귀를 뿡 뀐다]
[힘주는 신음]
[힘주며] 빵빵하게 충전시켜 주시고
(녹음 속 해영) 그래도 시간이 조금 남으시면
이왕 오신 김에
눈동자는 착해 빠져 가지고
불행하게 살기로 작정한 옆집 남자에게도 들르시어
제정신이 돌아오게 하소서
[녹음 속 해영의 옅은 신음]
[스위치를 달칵 끄는 소리가 흐른다]
[녹음 속 해영의 아파하는 신음]
[녹음 속 해영의 아파하는 신음]
(녹음 속 해영) 나 생각해서 일찍일찍 좀 다녀 줘라
사랑은 바라지도 않는다
나 심심하다, 진짜! [녹음 속 해영이 흐느낀다]
(정숙) 줘 보세요, 형님, 응? [TV에서 방송이 흘러나온다]
(덕이) 자
(정숙) 음, 맛있어, 맛있어 [정숙의 웃음]
그렇지 않아도 서희 아빠가 간자미 철인데
왜 형님이 간자미무침 안 하나 그러던데
열무김치도 익었어, 가져가
음, 고마워요, 형님 [웃음]
(정숙) 저, 근데
해영이 우리 서희 결혼식에 온대요?
(덕이) 왜? 오면 안 돼?
아니요, 오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고요
(정숙) 해영이가 불편할까 봐 [정숙의 옅은 웃음]
[덕이의 한숨]
그 사달 내고 친척들 처음 보는 자리인데
좀 그렇잖아요
다들 대놓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결혼 엎은 사유에 대해서 말들이 많아요, 응?
(정숙) 인륜지대사를 그것도 하루 전날, 응?
호떡 뒤집듯이 확 뒤집을 때는 뭔가 큰 사달이 있는 게 아닌가
막말로 누가 알아요?
해영이가 차이고 자기가 찼다고 뻥치는 건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쿵 하는 효과음] [정숙의 놀란 신음]
[흥미로운 음악]
(경수) 아이고, 당신... [정숙의 겁먹은 신음]
[깨갱거리는 효과음] [경수의 당황한 신음]
(정숙) 아, 아, 아니, 형님 제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아니고요
이, 사람들이...
[퍽 하는 효과음] [비명]
[정숙의 겁먹은 숨소리] (경수) 아이, 아, 이 사람아, 안 돼, 안 돼
[경수의 당황한 신음] [정숙의 겁먹은 신음]
아유, 참...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
[정숙과 경수의 안도하는 한숨]
우리 해영이 서희 결혼식에 남자랑 갈지도 몰라
(덕이) 근데 그 남자가 좀 빛이 나네?
서희 신랑 확 오징어 만들어 버릴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오지 말라 그래?
씁, 그래도 한식구 될 사람인데 얼굴은 봐야겠지?
해영이 남자 있어요?
[경수의 헛기침]
(덕이) 평창동 살아
어디 대표라지?
[해영의 옅은 신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해영) 누구세요?
- (배달원2) 피자요 - (해영) 어, 네
[해영의 옅은 신음]
(해영) 자기야, 피자 왔어, 나와서 먹어
- (해영) 얼마예요? - (배달원2) 이만 이천 원요
(해영) 아, 잠시만요
자기야, 피자 왔다고!
[익살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도경) 계산 안 해?
[경쾌한 음악] [해영의 당황한 신음]
(해영) 여, 여기요
- (배달원2) 네, 감사합니다 - (해영) 네
[놀란 숨소리]
(해영) 어, 언제 들어왔대?
아, 저기, 혼자 사는 거 티 안 내려고
남자 있는 척 그냥 혼자 쇼한 거예요
저, 괜히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문 앞의 가구
치워 둘게
(도경) 이상한 놈 들어오면 튈 구석은 있어야 될 거 아니야?
이쪽에서 걸쇠를 달든 뭐, 알아서 해
[도경이 문을 달칵 닫는다]
침대 머리맡에 놔
맨날 불 끄고 침대로 가다 부딪치지 말고
시끄럽게
[잔잔한 음악]
(도경) 있던 거야
[문이 달칵 닫힌다]
피자 안 먹을래요?
(도경) 안 먹어
네
[스위치가 달칵 켜진다]
[스위치가 달칵 꺼진다]
[스위치가 달칵 켜진다]
[스위치가 달칵 꺼진다]
[스위치가 달칵 켜진다]
[스위치가 달칵 꺼진다]
[스위치가 달칵 켜진다]
(도경) 시끄럽다
[스위치가 달칵 꺼진다]
[애잔한 음악] (해영) 박도경 되게 잰다?
오르골도 있던 거, 스탠드도 있던 거
(진상) 결혼 파투 낸 것도 모자라 가지고
자기 와이프 될 여자까지 꼬드긴 거 알면...
(도경) 그렇게 버림받고
[기가 찬 웃음] 나한테까지 버림받아야 돼?
(해영) 그쪽도 저주할 거 같아 그러니까 만나지 마
(지야) 그게 사랑이야?
(해영) 어쩌자고 이렇게 아름답고 지랄이니?
(진상) 너 저 여자 좋아하니?
(도경) 내가 변태야? 이 오해영 사귀다가 저 오해영 사귀게?
울길 바라
언젠가 나 때문에 울 거야
.또! 오해영↲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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