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연가 16
[방송대본] 겨울연가 16회
1.노점 (밤) - 전회 연결
캔커피 두 개를 사가지고 돌아서는 유진. 호호불며 준상을 향해 달려간다.
등을 돌린 채 멍하게 선 준상의 모습.
유진 준상....아..
하는데.... 천천히 몸을 돌려 유진을 돌아보는 준상. 눈에 눈물이 고여 있다.
유진 (놀라) ......준.....상아....!
준상 우리... 여기서 만나기로 했던 거지...?
유진 (놀라고)
준상 12월 31일날.... 내가... 죽었다고 생각한 날......
유진 (눈물이 글썽해지는데)
준상 생각났어... 그날 내가 하고 싶었던 말.....
유진 (표정)
준상 (목이 메이는) 유진아.... 사랑해. (전회연결)
준상 유진아, 사랑해....
2. 거리 외경 (밤)
3. 거리 일각 (밤)
거리 벤치 같은곳에.
유진과 준상 손을 꼭 잡고 앉아 있는. 눈물 글썽해진 유진.
유진 나도... 말하고 싶었어. 그말 못한게 내내 걸렸어.
얼마나... 말하고 싶었는데. 사랑...한다구.
준상 ....(보다가 안아준다)
유진 다른것도 기억나?
준상 (끄덕) 응.... 학교에서의 기억 많이 떠올라. 선생님한테 벌 받던 기억...
전학와서 첫날 너하고 다른 버스 정류장에 내렸던일...
아이들과 산장 갔던거...
유진 애들 기억나? 용국이 진숙이.. 채린이 기억나?
준상 (끄덕 글썽) 응.... 나 참 못됐었던 것도... 너 속상하게 한것도...
폴라리스.... 도...
유진 (글썽)
준상 니가... 왜 회사 이름을 폴라리스라고 했는지.... 이제 알겠어.
그렇게 나 하나도 못잊고 살면서...
...(유진 얼굴 만지며) 그 세월 동안.... 너 얼마나 가슴 아팠니.
유진 괜찮아. 괜찮아. 너만 기억하면 돼. 너만 있으면 돼.
이렇게... 다시 못볼줄 알았던 니가 내 옆에 있는데 뭐...
길 잃지 않고 이렇게 찾아와 줬는데 뭐,
(씩씩하게) 내일 서울 가자. 얼른 서울 올라가서 병원 가자.
기억 돌아오기 시작하면 금방이라고 했으니까
병원가서 남은 기억들 전부 다 기억해내자.
준상 (짐짓 웃는) 그러다가 혹시 나쁜 기억이 떠오르면 어쩌냐.
유진 나쁜 기억 없어. 나쁜 기억 같은거 이제 없어.
4. 버스 (밤)
버스 타고 오는길에 유진 준상 어깨 베고 잠들어 있는데
준상 유진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갑자기. 번쩍
강의를 하고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
미희와 아버지가 누구죠 싸우는 비젼 소리는 아니고.
상혁을 미움으로 바라보던 준상.
유진의 집에서 뛰쳐 나오는 준상.
뛰는 준상의 모습이 기억난다.
불안한 기억 준상을 고개를 흔드는데.
5. 유진의 집 앞 (밤)
유진의 집 앞으로 걸어오는 유진과 준상,
유진 이제 가...
준상 응....
두사람 아쉬워서 마주 보고 있는데 그러다 준상 쿡 웃는다. 유진 눈 동그레져서 보는
유진 ?
준상 (짐짓 웃으며) 너 이제 거짓말한 거 다 들통났다.
유진 (눈 동그래져서) 내가 뭐?
준상 내가 불량학생이었다면 말괄량이에 지각대장 정유진은 어떻하지.....? 맨날 버스에서 잠이나 자던 정유진 말야....
유진 (피식 웃으며 툭 친다) 야아! 넌 기억을 해도 하필 그런 거만 기억하냐...
푸하하 웃는 두 사람. 집 앞에 멈춰서는 준상과 유진. 집을 올려다보는 준상. 옛날 생각난다.
준상 여기서 니가 벙어리장갑을 끼워줬었지?
유진 (끄덕) 응. 그때 너 우리집에 들어오기도 했었는데.....
준상 .....내가?
유진 응. 저녁 먹으러 왔었어.
#. 짧은 준상의 비전- 유진의 집에서 뛰쳐나와 달리는 모습.
준상 (인상 굳는다) 그래.... 맞아.... 근데 왜 내가 갑자기 너희 집에서 뛰쳐나왔 지? 무슨 일이 있었니....?
유진 아니. 저녁 다 차려놨는데 니가 없어진 거였어. 그게 너 본 거 마지막이였고..... 왜 그랬는지 생각 안나.....?
준상 (생각 안난다)
유진 .... 그건 생각이 안나는구나 (하는데)
유진모(소리) 유진아...!
돌아보면 서울에서 돌아오는 유진모. 엄마...! 준상, 정중하게 인사한다. 엄마를 반기는 유진.
유진모 (준상과 유진보며) 어쩐 일이니?
유진 어.... 잠깐... 그냥 내려왔어.
준상 잘 지내셨어요?
유진모 네.... (준상 향해) 몸은.... 괜찮아요?
준상 네 괜찮습니다. 날씨도 추운데 어서 들어가세요. (유진 향해) 내일 아침에 데리러 올테니까 얼른 어머니 모시고 들어가.
유진 그래.... 알았어.
아쉽게 작별하고 헤어진다. 엄마와 함께 들어가는 유진.
준상, 돌아서 길을 가다가 다시 한 번 유진의 집을 돌아본다. 뭔가 석연치않은 느낌.
6. 유진의 집 거실 (밤)
거실에 앉은 유진과 엄마. 빨래를 개거나... 뭔가 간단한 일을 하면서.... 힘이 없는 엄마.
엄마 저 준상이라는 청년..... 기억은 많이 돌아왔다니?
유진 .....몇가지 빼고는 이제 거의다 기억하는 것 같아. 나도... 친구들도....
엄마 다행이구나. 그래도....많이 힘들거야.... 사람이라는게 기억할게 없어도 힘들고, 많아도 힘든 법이다. ....새로 알게 되는 옛날 기억들이 다 좋은것만 있는건 아닐테니까...... 잘 도와줘.
유진 엄마 근데 서울에서 무슨 일 있었어? 왜 얼굴이 이렇게 안좋은거야?
엄마 (표정 감추며) 무슨 일은.... 그냥 상혁이 만나서 예물 돌려주고... 그러구 왔지......
유진 (얼굴 표정 어두워지는) 그랬구나.... 상혁이는...... 어때?.....
엄마 (일 손 놓고 유진의 표정 살피고) ......상혁이... 니 약혼자이기 전에 너한테 친구고 가족이었던 거... 잊지 않았지?
유진 (씁쓸하다) 네에...
엄마 (걱정스럽다) 너희들.... 아예 연락도 안하고 안만나니?
유진 (착잡하다) .... 내가 어떻게 먼저 보자고 할 수 있겠어....
엄마 (속상한 듯) 참.... 이제부터.... 더 잘 하면 돼.... 아침 일찍 올라가려면 피곤할텐데 그만 들어가서 자라...
유진 네.....
유진, 씁쓸한 표정으로 일어나 들어가고 유진의 뒷모습을 보는 엄마.
유진엄마, 가만히 있는데 미희를 만났던 장면이 생각난다.
#. 방송국에서 만난 미희의 비젼.
7.미희의 호텔방/준상의 춘천집 (밤)
유진모와의 만남을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미희.
(플래시백)
-강미희와 유진모의 만남.
-상혁과의 대화 : 저 분을 어떻게 알죠? 정유진... 아시죠 정유진 어머님이세요.
-떠오르는 유진과 준상의 모습.
안되겠는지 전화를 들고 준상에게 전화를 건다.
미희 여보세요... 어디니?
준상 잠깐... 춘천에 내려왔어요.
미희 (괜히 기분 나쁜) 몸도 안좋은애가 거기까지 뭐하러 갔어?
준상 그냥..... 찾을게 좀 있어서요. 근데 왠일이세요?
미희 (참고) 내일 오전 중으로 바로 올라올거지?
준상 무슨 일 있으세요? (하다가) 아, 맞다. 내일 일본 가신다고 했죠? 어머니 떠나시기 전에 도착하도록 할게요.
미희 그래 알았다. 얘기할게 좀 있으니까 도착하는 대로 전화해라.
8.준상의 춘천집 (밤)
준상 네... 알겠어요...
준상, 전화를 끊고는 생각에 잠긴다.
유진(소리) 너 갑자기 우리집에서 나가버렸어. ... 왜 그랬는지 기억 안나.....?
준상, 답답한 듯 후 한숨 쉬고... 피아노 앞에 앉아 생각에 잠긴다.
9.버스 터미널 (오전)
시계를 보며 기다리고 있는 준상, 주위를 둘러보다가 얼굴이 밝아진다.
저 멀리서 뛰어오고 있는 유진. 준상, 손을 흔들어준다. 여기야!
유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많이 기다렸니?
준상 (대뜸) 응!
유진 (어쭈구리! 올려다보면)
준상 정유진! 지각 대장 확실하구나!
유진 뭐야?!
유진, 준상 잡으려하면 피해서 버스를 향해 달려가는 준상.
티격태격하면서 버스에 오른다.
10. 버스 안 (오전)
맨 뒷자리에 앉은 두 사람의 표정. 유진이 졸고 있다. 준상, 유진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해준다. 잠든 유진의 얼굴을 웃으며 바라보는 준상.
11. 미희의 호텔 로비 (오전)
미희가 비서와 이야기하면서 걸어온다.
비서 저번에도 스케줄을 미루셨기 때문에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이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미희 알겠어요. 어쨌든 최대한 노력해줘요. 참, 아직 준상이한테서는 연락 없나요?
하는데 유진과 준상이 저쪽에서 달려온다. 얼굴 표정이 굳어지는 미희.
미희 (시선은 유진에게 둔 채) 늦었구나.
준상 (숨 몰아쉬며) 차가 좀 밀려서요. 어머니 짐 어딨어요?
둘러보고 뒤쪽에 있는 짐을 가지러 가는 준상. 유진, 미희에게 인사를 한다.
미희 (차갑게 탐색하는 눈빛) 오랜만이네요 유진씨.
유진 잘 지내셨어요?
미희 (바라보며) .... 아버지, 많이 닮았군요.
유진 (무슨 말인가) 네에?
미희 (당황해서) 아, 아뇨. 아버지 많이 닮았냐구요....
유진 (웃으며) 네에... 많이 닮았다는 소리 들어요.
미희 (회한에 젖는 표정)
준상 (짐을 끌고 오며) 어머니, 차 어디있어요?
미희 (유진에게서 시선 거두고) 앞에 있을거야. 가자.
앞장서 걷는 미희. 유진, 괜히 기분이 이상하지만 따라간다.
12. 호텔 앞 (오전)
트렁크에 짐을 실어주는 준상.
미희 (차에 타려고 하며) 돌아오는대로 연락하마.
준상 참, 어머니! 어제 하실 말씀이라는게....
미희 (유진 보고 망설이다가) 갔다와서 얘기하자.
유진이 인사하는데 받지 않고 쌩-하니 출발해버리는 미희의 차.
유진, 괜히 어색한 기분으로 준상을 쳐다본다. 멋적게 바라보고 웃는 두 사람.
13. 마르시안 외경 (오후)
14. 준상의 사무실 (오후)
준상과 김차장이 일하고 있다. 서류를 보면서 얘기하는 두 사람.
김차장 아마 다음주에 완공식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준상 음.... 그럼 선배는 오늘 스키장으로 다시 들어가야겠네요.
김차장 그래야겠지... 완공식 땐 너도 올 수 있지?
준상 그럼요. 가서 확인해봐야죠.
김차장 (툭 치며) 좋았어. 그럼 난 지금 출발한다.
준상 수고하세요. (갑자기 생각난 듯) 참, 선배!
김차장 (돌아본다) 왜?
준상 내일은 서울에 있죠?
김차장 .... 그럴 걸? 내일 오전에 태영쪽하고 미팅 있어서 오늘밤에 올거야.
준상 잘됐네요. 내일 저녁은 시간 비우세요.
김차장 무슨 좋은 일 있나 부지?
준상 (서류보며) 그냥 저희 집에서 같이 저녁이나 해요.
김차장 오우.... 집들이하는 가 부지?
준상 (웃으며)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밥이나 같이 먹자구요.
김차장 이거 왜 이래... 새 집에, 집들이에..... 이젠 결혼식만 남았다 이거 아냐? “예행연습”하는 거잖아.... 안그래?
김차장, 익살스럽게 웃으면서 나가고 준상은 “예행연습?”하면서 혼자 웃는다.
15. 폴라리스 (오후)
전화 받고 있는 유진.
유진 같이 시장 보자구? 알았어. 그럼 이따 봐....
정아 (유진 보며) 이이사 낼 무슨 날이야?
유진 아뇨. 별 일 없는데요....
정아 근데 무슨 시장을 같이 보자구 그래? 뭔 일이라도 치를 사람처럼...?
유진 (웃으며) 이사한지 얼마 안되서 필요한 게 많아서 그럴 거에요.
승룡 근데 이민형 이사, 다른 사람 이었다는거 정말이야?
유진 ........어? 어......
승룡 (고심) 그럼 이제 우린 뭐라고 불러야 되는거야?
정아 (유진 표정 살피고) 뭐라고 부르긴 이사님이라고 부르면 되지.
승룡 (삐죽거리는데)
유진 (걱정되는)..... 아직 기억 안나는 부분도 있고 본인이 좀 혼란스러워 해요.그러니까 주변에서는 모르는 척 해줬으면 좋겠어요. (승룡 향해) 그냥 부르던 대로 이민형 이사라고 불러.
승룡 (끄덕끄덕) 그려그려... 말단 직원 주제에 이름은 무슨.... 그냥 이사님이라고 부르면 되지뭐.
픽 웃는 정아. 유진도 따라 웃긴 하지만 걱정되는 표정.
16. 준상의 사무실 (오후)
퍼즐을 맞추고 있는 준상. 한조각.. 한조각.. 맞추다가 멈춘다. 후- 한숨이 나온다.
복잡한 생각에 잠긴 얼굴.
플래시백
-전학온 날, 상혁의 모습과 노려보는 준상
-초점이 맞지않는 진우와 준상의 모습. 연구실에서 이야기하는...
-상혁이 멱살을 쥐고 있는 모습
-초점이 맞지않는 진우와 미희의 불탄 흑백사진.
-유진의 집에서 뛰쳐나오는 자신의 모습
유진(소리) 준상아 뭐해?!
17. 대형 수퍼마켙 (오후)
멍하게 생각에 잠겨 있던 준상, 얼른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면 유진이 자신을 보고 있다.
유진 무슨 생각을 하길래 불러도 대답을 안하는 거야?
준상 (정신 차리고) 어? 어.....그냥... (물건 담는다)
유진 (놀라며) 야아...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사면 언제 다 먹으려구 그래? (덜어내며) 쪼금씩만 사. 쪼금씩만!
준상 (계속 담으며) 걱정마. 내가 다 먹을거야.
유진, 의아하게 준상을 보다가 피식 웃으며 내버려둔다. 준상도 그냥 웃는다.
수레를 준상에게 맡기고 부지런히 과일코너 같은 곳을 기웃거리는 유진.
준상, 기분이 좋은 듯 수레를 밀고 유진의 뒤를 따라간다.
신혼부부처럼 다정하게 이것저것을 고르는 모습들.
18. 준상의 집 (밤)
힘겹게 쇼핑한 짐을 테이블에 올려놓는 유진과 준상.
유진, 분주하게 물건들을 정리해서 챙겨넣는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는 준상.
준상 (웃으며) 결혼한 거 같애.
유진 (못 듣고 멀뚱 돌아보는) 뭐라구?
준상 (씨익 웃는) ..... 결혼한 거 같다구..... 너랑 이러구 있으니까.... 친구들 불러서... 신혼집 자랑하고.... 축하받고.... 꼭 그래야 될 것 같은 느낌이야...
유진 (픽 웃으며 계속 채소등을 넣으며) 그나저나 이거 언제 다 먹으려구..... 분명히 상해서 다 버릴 거야. (휙 준상보며) 그러기만 해봐라. 가만 안둔다.
준상 (웃는다) 내일 다 먹을거야.
유진 내일.....? 이 많은 걸 내일 다 먹겠다구?
준상 ..... 응.
유진 (기가 막힌지 웃는다)
준상 내 생일이야.
유진 (음식 정리하다가 멈춘다) .... 뭐라구?
준상 (쓸쓸하게 웃으며) 내일 내 생일이라구.....
유진 (놀란 얼굴) 준.상.아.....
준상 (다가와서 음식 정리하며) 뭘 그렇게 놀래....? 우리, 이거.... 내일 다 해서 먹자. 우리, 십년 동안 서로 생일 모르고 살았잖아. 그 생일상까지 다 차리는 거야. 난 김선배 오라고 했어.... 괜찮지?
유진 (슬프게) 친구들 부르고 싶은 거구나.... 그치? 그래서 이렇게 많이 사자고 한 거지?
준상 (표정) 그런거 아냐 (시계보며) 어, 시간됐다...
하면서 준상은 라디오를 켠다. 클래식 음악이 나온다.
준상 (웃으며) 상혁이가 선곡 실력이 좋더라.... 우연히 한번 들었는데 계속 듣게 돼....
유진, 명랑한 척하며 물건을 정리하는 준상을 슬프게 바라본다.
15. 거리 (밤)
번화한 거리에 혼자 서 있는 상혁. 상혁 앞으로 무수하게 지나가는 사람들.
멍하게 앞만 보고 있던 상혁의 눈이 갑자기 빛난다.
보면, 사람들 틈으로 유진이 지나가고 있다. 화들짝 놀라 몇 걸음 다가가는데 고개돌리는 여자는 머리모양과 옷스타일만 비슷한 다른 여자다.
상혁, 굳은 듯 그 자리에 멈춰 서는데, 툭 상혁의 어깨를 치는 용국.
늦어서 미안! 하는데도 멍하게 여자가 사라진 쪽만 보는 상혁.
용국, 의아하게 상혁을 보는데도 여전하다.
16. 술집 (밤)
술을 마시는 용국과 상혁. 걱정스럽게 상혁을 살피는 용국.
용국 너, 괜찮니?
상혁 (끄덕)
용국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회사도 잘 나가고.... 그러는거야?
상혁 (끄덕)
용국 (술잔 비워서 내밀며) 그럼 됐다. (따라 주는데)
상혁 ......너무 괜찮아서..... 문제야.
용국 (표정)
상혁 (짐짓 웃는) ....잘 실감이 안나나봐..... 모르겠어. 유진이가 옆에 있는건지 없는건지..... 떨어져 있어도 늘 같이 있는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군대가서 휴가 나올 때까지 6개월을 안 본 적도 있었으니까.... 이정도 못 본 거.... 떨어져 있다는 생각도 안드나봐.
용국 ........
상혁 근데..... 보고 싶은가봐..... 정말로.... (용국 보며) 나 아까 유진이 닮은 여자 보고 막 뒤쫓아갈뻔했다? (혼자 픽 웃는) 웃기지?
용국 야 임마....
상혁 유진이가..... 준상이 닮은 사람 보고 길거리를 헤매다닐 때..... 그때 심정이 이랬을까? ....그 바보는 내가 아픈 것보다 더 많이 아팠겠지? ....그랬겠지?
용국 .......
상혁 (짐짓 웃는) 나, 유진이랑 같이 하고 싶은 거 되게 많았다? (허탈하게 웃는) 근데 하나도 못해봤네.....
용국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야....
상혁 얼마나? .......얼마나 지나면 괜찮아질까? 내가 유진이랑 같이 지내온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이 지나면 괜찮아지는 걸까?
용국 .......
상혁 (용국을 보는 표정) 나, 이런 말하면 바보같을 거라는 거 아는데..... 준상이녀석이 왜 이렇게 부럽지?
17. 유진의 집 근처 (밤)
걷고 있는 유진과 준상.
준상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
유진 .......
준상 옛날에..... 나하고 상혁이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지?
유진 (보면)
준상 상혁이가 그랬어. 내가 자기를 싫어했다고.
유진 (표정)
준상 (유진 보며) .......난 기억이 잘 안나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유진 (걸음 멈추고) .....기억 나지 않아서 많이 답답하니?
준상 ....조금..... 그냥.... 자꾸 상혁이가 떠올라.... 내 기억 속에서 상혁이는 뭐였을까?
유진 (가만히)
준상 그뒤에... 상혁이 한테.. 연락 한번도 못했지?
유진 (끄덕 끄덕)
준상 .... 미안해. .. 많이 궁금하니?
유진 아니.. 아니야.... 아냐. (짐짓) 아니야.
준상 (그런 유진이 안쓰럽다)
준상의 차안 (밤)
준상 망설이다가 전화를 건다
18. 거리 (밤)
술에 조금 취한 상혁, 흔들거리며 거리를 걷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하는데 표정
굳어지는.
19. 한강변 (밤)
준상이 차에 기대서서 생각에 잠겨서 앉아 있는데 상혁이 앞에 나타난다.
준상 ......오래간만이다.
상혁 .....왜 날 보자고 했니?
준상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상혁 (슬픈) 뭐가 물어보고 싶은데? (자조적인) 설마 내가 유진이 완전히 포기한 건지 아닌지... 그게 궁금한 건 아니겠지?
준상 (이게 아닌데....) 그냥.... 고등학교 친구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에 관해서 물어보고 싶기도 하고... 또 하고 싶은
말도 있고.
상혁 (씁쓸한 표정) 글쎄.... 너랑 별로 얘기한 기억이 없는데.... 내가 도움이 될까....?
준상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내가 내 생각만 했구나. 넌 아직 나 만나고 싶지 않을텐데....... 미안하다.
상혁 (대뜸) ....유진인 잘 지내니?
준상 (걸음을 멈춘다)
상혁 (슬픈) 실은 나도....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나온 거야..... 유진인.....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준상 (상혁을 보는 표정) ....
20. 고수부지 (밤)
강물을 바라보며 떨어져 앉은 두 사람.
상혁 (피식 웃으며) 이렇게 연적이 될 운명이라는걸 미리 알고 그랬던 걸까? (준상 보며) ......니가 왜 날 싫어했는지....그건 내가 더 궁금해....
준상 너도.... 내가 싫었니?
상혁 (생각한다) ......나는.... 유진이가 너를 좋아하는게.... 싫었어.
준상 그랬구나.... 근데.... 이상한 건 ......난 널 싫어한 기억이 없다는 거야. 오히려 널 무척...... 부러워했던 느낌만 생각나.....
상혁 (준상을 보는) ......그럴 리가.... (슬픈) 부러운건 난데.....?
준상 사실은 기억은 핑계였어... 유진이도... 너 많이 보고 싶어해..
유진이가 궁금해해서.. 이런말.... 너한테는 너무 뻔뻔하게 들리겠지만.
상혁 (잠시 그러다가) 아니야 뻔뻔하단 생각 안한다.. 유진이가... 나를 (갈라지며) 궁금해한다는데 보고 싶어한다는데
.... 기뻐... 기쁘다..
준상 (잠시 그러다가) ......내가 왜 널 미워했을까....
상혁 .......
준상 친구가 되었으면 좋았을텐데.....
상혁 (표정)
상혁, 씁쓸하게 웃으며 일어선다.
상혁 ......갈게. 도움이 많이 못돼서 미안하다.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준상 김상혁!
상혁 (돌아보면)
준상 내일..... 저녁에.... (하다가 차마 말 못한다) 아냐....
상혁 (가만히 서있다가 씁쓸하게 웃고 간다)
준상, 상혁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21. 유진의 집 (오전)
유진, 진숙과 아침 먹는다. 진숙은 말이 많다.
유진 요즘도 많이 바뻐? 매일 늦게 퇴근하잖아, 너.
진숙 말도 마라. 채린이가 아주 일에 미쳤어. 하루에도 서너번은 매장을 들었다 엎었다.... 밑에 있는 우리들만 죽어나지...원. (눈치없이) 아, 저도 준상이땜에 맘이 괴로우니까 그럴 테지만.... (했다가 얼른 입 다문다)
유진 (씁쓸하게 웃으며) 채린이가 그렇게 지내는구나....
진숙 (결심한 듯) 유진아, 우리 둘이니까 하는 말인데.... 우리 친구들, 언제까지 이렇게 모른척 하고 살아야 하냐.... 물론 저번엔 용국이가 좀 심했지만.... 난 아주 속터져 못살겠어. 너랑 준상이랑 죄인처럼 그러는 것도 싫구....
유진 참.....진숙아... 준상이....
진숙 (보면)
유진 준상이... 너희들 기억한다?
진숙 뭐? 정말?
유진 옛날과 비슷한 상황이 되거나..... 떠오르게 하는 뭔가를 보면.... 조금씩... 조금씩... 기억이 돌아오나봐. (웃으며) 너희들... 기억난데....
진숙 (부르르) 유진아!! 우리, 그냥 다 같이 한번 뭉치자. 싸우든, 말든.... 일단 한번 부딪쳐보자구.
유진 (슬프게 웃는다) 진숙아....
진숙 시간 장소는 나랑 용국이랑 같이 잡을게. 용국이도 너랑 준상이한테 좀 미안한 눈치야....
유진 진숙아.... 그렇게 애쓸 필요 없어.... 상혁이랑 채린이... 아직 힘들텐데.... 우리 때문에 부담주고 싶지 않아...
진숙 유진아....!
유진 친구들 만나는건 나중에... 아주 나중에... 시간 많이 지나서 하고.... 우선 너나 오늘 준상이 집에 놀러와라.
진숙 준상이.... 집에? 왜?
유진 (멋적게 웃으며) 준상이 오늘... 생일이래...
22. 채린의 가게/동물병원 (오후)
다시 예전처럼 쌀쌀맞게 일하는 채린의 모습. ‘라인이 이게 뭐야! 똑바로 못해!’하며 열심히 직원들 닥달하며 일하는 채린. 진숙, 구석에서 전화를 하고 있다. 조심조심
진숙 여보세요? ....용국이니?
용국 어, 그래 퇴근 안하냐?
진숙 ....너 오늘 어떡할거냐? ......갈거야? 말거야?
용국 오늘 뭐?
진숙 야아, 오늘 준상이 생일이라고 했잖아.
(채린, 일하다가 순간 멈칫한다. 진숙, 그것도 모르고)
용국 아.... 그거.. 근데 너, 채린이한테는 말했어?
진숙 아직..... 말하기가 좀.... 그래서..... 넌 상혁이한테 말했어?
용국 ......하긴 했는데.... 잘 한 건지 모르겠다....
진숙 야, 암튼 너랑 나랑 만이라도 가는 거다. 유진이 섭섭할거야....
용국 가도 배신, 안가도 배신이네.... 정말.
진숙 몰라.... 아우 난 괜히 큰소리 땅땅 쳤는데.. 어쨌든 끝나고 만나자. 가면 같이 가고 안가면 같이 안가는거다?
용국 알았어.
전화 끊은 진숙, 쭈뼛거리며 돌아서는데
채린 가...
진숙 (표정)
채린 (표정 그러다가 싸늘하게) 보내줄 때 빨리 가?!
진숙, 이게 아닌데..... 채린을 안쓰럽게 보다가 말 못하고 그냥 나간다.
아무렇지 않게 일하는척 하다가 맥이 탁 풀리는 채린, 어두운 표정.
23. 방송국 스튜디오 (밤)
상혁이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는데 그 위로 용국의 목소리가 들린다.
용국(소리) .... 너한테 이런 말, 잘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암튼 오늘이 준상이 생일이란다. 준상이랑 유진이랑은 우리 오는 줄 모르는가봐. 진숙이 말로는 유진이가 우리들 때문에 많이 힘들어한단다.
상혁, 머리를 쓸어넘긴다. 갈등에 빠진 상혁의 눈빛. 이때 어제 만난 준상의 비젼.
#. 준상 내일..... 저녁에.... (하다가 차마 말 못한다) 아냐....
#. 준상 내가 널 왜 미워했을까.....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상혁, 두 손으로 얼굴을 거칠게 쓸어내린다.
24. 준상의 집 부엌 (밤)
식탁위에는 진수성찬과 케잌이 화려하게 펼쳐져 있다. 유진과 준상, 그것들을 바라본다.
유진 (만들어놓은 음식 보며 짐짓 밝게) 좀 많이 하긴 했다..... 그치?
준상 (시계보며) 김선배 올 시간 다 되가....
유진 내가 정아언니랑 승룡이도 불렀다.... 괜찮지?
준상 그럼. (물끄러미 유진 보다가) 혹시 아무도 안와도 이거 내가 다 먹을 수 있어. 걱정하지마.
유진 (눈물이 핑 돈다) 생일 축하해. 준상아....
준상 .... 고마워...
준상, 웃어주는데 딩동 벨 소리가 들린다. 얼굴 마주보는 유진과 준상.
25. 준상의 집 현관 (밤)
준상이 문을 여는데 상혁이다. 상혁, 꽃을 들고 서있다.
유진 (놀라는) 상혁아....!
상혁 (유진에게 밝게 웃어준다) 잘 지냈니? (꽃을 내밀며) 생일 축하한다, 강준상.
유진/준상 (표정)
26. 준상의 집 거실 (밤)
마주 앉은 유진과 상혁, 그리고 준상.
준상 (명랑하게) 커피 마실거지? 내가 커피 타올게.
유진 내가 할게 (일어서는데)
준상 (유진의 어깨 눌러 앉히며 웃는) 내가 할테니까 앉아있어.
준상, 자리를 피해준다. 머쓱하게 앉은 유진과 상혁.
상혁 (담담하게) ....좋아 보인다.....
유진 .....넌... 어때? ....새프로 맡았다면서.....?
상혁 어떻게 알았어.....?
유진 (컵만 만진다) ... 준상이가 니 프로 좋다고 하더라...
상혁 (밝은 척) 그래, 새프로 시작했어. 유선배 알지? 그 선배랑 같이 하는데.... 재밌어.
유진 (마음 아픈) .....많이 말랐다....
상혁 (짐짓 밝게) 어쩐지..... 우리 작가들이 요즘 나 보고 자꾸 멋있어 보인다고 하더라.
유진 (눈물 날 것 같은데 애써 밝게) 너 또 귀찮다고 밥 안먹고 컵라면만 먹었구나?
상혁 (눈물 핑 도는) ....그래 정유진, 넌 또 잔소리하고 싶어졌구나?
유진 (아무말 할 수 없는데)
상혁 .......유진아..... 행복한거지?
유진 (눈물)
27. 부엌 (밤)
다 끓인 세 잔의 커피를 내려다보고만 있는 준상의 표정.
28. 준상의 집 현관 (밤)
상혁이 나서고 배웅하는 유진과 준상.
상혁 (밝게) 야, 낙지볶음 냄새 나는데 못 먹고 가서 서운하다. 유진이 그거 제일 맛있게 하는데.....
유진 (마음 아프다) 많이 바쁜거 아니면..... 먹고가....
상혁 아니야.... 녹음 있어서 가봐야돼. 다음에.... (마음 아픈) 또 보자. (유진 보며) 갈게.
유진 (표정)
상혁, 웃으며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준상이 따라나선다.
29. 준상의 집 앞 (밤)
나란히 계단을 내려오는 준상과 상혁. 멈춰서는 두 사람, 마주보는 표정.
상혁 유진이..... 저런 표정, 나랑 있으면선 한번도 못봤던 표정이야. 나, 기분 좋다... 잘.... 지켜줘. 울지 않게..... 맘 아프지 않게......
준상 (가만히 바라보다가 끄덕하는)
상혁 ... 그리고 생일 축하한다.
준상 정말 고맙다, 상혁아.
상혁 .......갈께. (돌아서다가) 참, 너희 어머니 강미희씨.... 우리 프로에서 인터뷰했는데... 멋진 분이시더라.
준상 ... 그래....?
상혁 우리 아버지랑 고교 동창이시기도 하더라구.... 재밌는 인연이지 않냐? 너랑 나처럼.....? 간다.
준상, 상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몸을 돌려 집으로 향하다가 일순간 멈춘다.
#. 스키장에서 진우가 강준상을 보며 “자넨 내 연구실에 찾아왔던....” (9부)
준상, 이상한 듯 다시 상혁이 걸어간 쪽을 뒤돌아보다가 그냥 다시 안으로 향한다.
30. 준상의 집 (밤)
멍하게 앉아있는 유진.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지는데
조용히 옆에 앉는 준상. 손을 내밀어 유진의 눈물을 닦아준다. 슬프게 웃어주는 표정.
31. 준상의 집 근처 (밤)
준상의 집 근처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진숙과 용국.
용국 아.... 발이 안떨어진다.
진숙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
용국 준상이 자식한테 사과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아무리 생각해도 상혁이한테 미안해서.....
진숙 그래도 그렇지..... (하는데)
상혁(소리) (명랑한) 얌마, 거기서 왜 내 핑계를 대냐?
진숙/용국 (놀라 돌아보면 상혁이 서 있다)
진숙 상혁아....!
상혁 난 일있어서 먼저 나오는 길이야. 유진이가 맛있는 거 엄청 해놓고 기다리고 있더라. 얼른가봐.
진숙/용국 (쭈뼛거리며 상혁의 얼굴만 보는데)
상혁 애들 기다려. 어서!
진숙/용국 (표정)
32. 준상의 집 (밤)
거실에 다 차려진 상 앞에 마주 앉은 준상과 유진.
유진 김차장님이랑은 좀 늦는다고 했지? (애써 밝게) 우리끼리 먼저 먹을까?
준상 (맘아파 보는 표정) 그래....
유진 (웃고) 이거.... 데워와야겠다. (일어서는데)
잠그지 않은 현관문으로 삐죽이 고개를 내밀고 들여다보는 진숙과 용국.
발견한 유진의 표정.
유진 (눈물이 핑돈다) ....진숙아...! .....용국아...!
진숙 (쭈뼛거리며) 저기.... 채린이는... 오늘 일이 너무너무 많아서.... (준상이한테) 채린이가 전해주라구....
준상 (선물 받는데 감회어린 표정)
유진 (표정)
용국 (유진에게) 앞으론 이런 일 있으면 소문 좀 내라.... 친구들은 뭐 장식이냐? 부르지도 않고 이게 뭐야?
유진 (너무 좋아서 눈물 그렁그렁)
진숙 (다른 선물 내밀며) 그리고 이건 내 선물. 생일축하해, 준상아....
준상 ......고맙다, 진숙아.
용국 강준상....... 오랜만이다! 생일 축하한다. 선물은 이거다. (어색하지만 따뜻하게 악수를 청하는)
준상 (손 잡으며) ..... 고맙다, 권용국!
서로 보고 따뜻하게 웃어주는 표정들.
#. 노래 제비꽃이 나오기 시작한다.
33. 방송국 (밤)
어두운 스튜디오에 혼자서서 제비꽃을 듣는 상혁. 그 노래 위로 몽타주되는 친구들의 모습.
-정아와 김차장, 승룡이 선물보따리를 들고 시끌벅적하게 들어온다.
-유진이 음식접시들을 하나씩 내려놓고 좋아하는 사람들.
-준상에게 잔을 내미는 용국. 준상, 기쁘게 잔을 받고.... 보는 유진과 진숙의 표정.....친구들 좋은데 괜히 눈물 날것 같기도 하고....
-김차장, 뭔가 너스레를 떨고.....
-사람들 다같이 즐거운데.... 상혁과 채린이 마음에 걸리는 유진과 준상의 표정들...
-스튜디오에 서있는 상혁의 얼굴.
-어두운 부띠끄에 혼자 앉은 채린의 모습 교차.
34. 준상의 집 앞 (밤)
사람들이 우루루 나왔다. 왁자지껄 헤어지는 분위기. 진숙, “유진아 저 밑에 있을게” 자리피해주고.... 잠시 마주 선 유진과 준상.
준상 오늘 너무 고마웠어. 친구들을 찾아줘서.....
유진 (고개 가로젓는) 내가 찾아준 거 아니야.... 친구들이 널 찾은 거야.
준상 ....그렇구나....
유진 이제 한 명 남았네....?
준상 (보면)
유진 찾지 못한 친구...... (짐짓 밝게) 채린이..... 찾아가봐..... 너 몸은 괜찮은지.... 생일은 어떻게 보냈는지... 많이 궁금해할거야.
준상 (유진의 마음이 고맙다) 그래.
유진 갈게. (가다가 말고) 아차! 깜빡 잊을 뻔 했네. (다시 척척척 돌아오더니 준상에게 키스를 한다) 생일선물!
유진, 챙피한 듯 돌아서 다다다다 뛰어간다. 바라보는 준상의 표정.
35. 채린의 부띠끄 전경 (밤)
준상, 차에서 내린다. 채린의 부띠끄로 들어가는 준상.
36. 부띠끄 안 (밤)
준상이 들어가면 채린이 어두운 책상 앞에 혼자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준상 채린아....
채린 (돌아본다)
준상 ....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있었구나....
채린 뭐하러 찾아왔어?
준상 ... 선물까지 보낼 거였으면 왜 안왔니..... 바보같이....
채린 (준상을 본다)
준상 ... 내가 너한테 잘못한 게 많아. 준상이로서나.... 민형이로서나.....
채린 (눈물 고인다) ... 그래서?
준상 나, 용서해줄 수 있니? 내가 너한테 제일 받고 싶은 선물은 니가 나, 용서해주는 거였어.
채린 좋아. 용서해줄게. 대신 조건이 있어.
준상 (채린 본다)
채린 (독하게) 나한테 다시 돌아와.
준상 (이건 아니다) 채린아....
채린 나... 준상이는 옛날에 잊었지만 민형씬 잊지 않았어. 다시 돌아와 민형씨....
준상 (채린 보며 씁쓸하게 웃는) 채린아... 그건 안돼.... 난 강준상으로도 이민형으로도.... 널 사랑할 수 없어. 미안하다....
채린 (벌떡 일어난다) 그럼 뭐하러 왔어? 그냥 내버려두지 뭐하러 나 만나러 온거야? 유진이가 민형씨더러 가보래? 불쌍하니까 가서 동정 해주래?
준상 .....친구를 찾고 싶어서 왔어. 오채린이라는 친구....
채린 친구? (피식 웃는다) 민형씨, 내가 생일선물 왜 보냈는지 알아? 그거 민형씨 포기한다는 뜻으로 보낸 거 아냐.... 민형씨, 절대 놓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낸 거야. 알겠어....?
준상, 채린을 바라본다. 채린은 눈물어려서 독기어린 시선.
준상 (한숨을 쉬더니) 내가 너무 빨리 찾아왔나 보구나.
준상, 돌아서서 가려는데 채린이 갑자기 달려들어서 준상의 등을 와락 안는다.
채린 (울먹이며) 민형씨.... 다시 한번 생각해봐. 한때 날 사랑하기도 했잖아. 그건 사실이잖아.... 우리, 다시 돌아가자. 민형씨.... 그때로 다시 돌아가자.
준상 (채린의 팔을 풀더니).... 그럴 수 없다는 거 잘 알잖아. 이러지마, 채린아.
채린 두고봐. 나한테 돌아올거야. 내가 돌아오게 만들거야...
준상, 채린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다 나간다.
37. 준상의 집 전경 (밤)
38. 준상의 집 안 (밤)
준상, 집 안으로 들어온다. 창가로 다가서는 준상. 준상, 답답한 듯 창밖을 보다가 휙 돌아서
는데 순간 휘청한다. 준상, 머리를 만지면서 바닥에 주저앉는다.
39. 준상의 집 앞 (오후)
유진이 벨을 누른다. 잠시후 준상이 문을 연다. 준상은 얼굴이 좀 창백하다.
준상 (웃으며) 어서 와....
40. 준상의 집 안 (오후)
유진, 들어서더니 코트를 벗어서 의자 위에 걸치며 말한다.
유진 너, 꾀병이지? 나 보고 싶어서 꾀병 부린 거지?
준상 (웃으며) 어떻게 알았어?
유진 너어.... (소매 걷어부치며) 난 진짠 아픈 줄 알고 정아언니 눈치보면서 나왔단 말야! (갈 것처럼) 나, 갈래. 일하다 말고 왔단 말야.
준상 (손 잡으며) 정말 머리 아팠어.... (웃으며) 쪼금.
유진 어디 봐봐. (이마를 만지고는 곱게 눈흘긴다) 열도 없는데....? (하다가 갑자기) ... 혹시 사고 때문에 아픈 거 아닐까.....? 응?
준상 ... 아냐. 그냥 두통이야...
유진 (걱정되서) 야아... 사고 후유증 같은 걸지도 몰라... 같이 병원 갈까? 응?
준상 (볼 만지며) 그런 거 아니래두. 내가 알아.
유진 (그래도 여전히 걱정된다) 준상아....
준상 (안심시키듯 어깨 손 얹고) 너 보니까 하나도 안아파. 괜찮아.
유진, 피식 웃더니 돌아서서 조리대 쪽으로 간다. 유진이 “밥 먹었어?” 하는데 준상은 유진
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미소 짓다가 정말 머리가 좀 아픈 듯 관자놀이를 만진다.
시간경과.
맛있게 만들어진 하얀 죽이 보인다. 준상은 앞에 앉아 있고 유진도 앉는다.
유진 먹어. 입맛 없을 땐 이런 것도 괜찮아. 어서...
준상 (수저를 들어서 먹는다)
유진 .... 어제 채린이는 잘 만났어?
준상 ... 그냥.... 채린이가 원래 고집이 세잖아. (덤덤) 걱정마. 잘 될거야.
유진 (표정)
준상 (수저를 놓고) ... 나, 참 재밌는 생각했다...
유진 ?
준상 ... 내가 상혁이한테 부러워한 게 뭐였나...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너 때문이었던 것 같아. 너랑 상혁이랑 친했던 거.... 나, 많이 부러워했었어.
유진 (웃는다)
준상 근데.... 내가 왜 춘천에 갔는지를 모르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
유진 ... (조심스럽게) 내가 하나 말해줘도 될까?
준상 응?
유진 너... 옛날에 내가 왜 전학왔냐고 물었더니 아버지 찾아서 왔다고 말했었어. 기억 안나지?
준상 ... 내가 그랬니?
유진 응.
준상 (웃는다) 우리 아버지 돌아가신 분인데.... 뭘 알고 싶어서 간 걸까.....? 정말 모르겠다... 기억날 것 같으면서도 하나도 모르겠어....
준상, 다시 생각에 잠긴 표정이고 유진은 그런 준상을 보며 속상한 얼굴. 유진, 명랑한척
유진 (수저 쥐어주며) 너, 왜 머리 아픈지 알겠어.... 자꾸 기억 찾으려고 고민하니까 그런 거잖아. 생각날 때 되면 자연스럽게 생각날 테니까.... 고민하지말고 어서 먹어. 먹는 거 다 보고 갈 거야. 어서...
준상 (웃으며 다시 먹는다)
유진 (안쓰러운 표정)
43. 상혁의 집 거실 (밤)
테이블에 쑥 들어오는 여자의 사진. 지영이 상혁 앞에 사진을 내민 것이다.
지영 이 아가씨도 유학준비 하고 있다고 하더라. 집안도 괜찮고 너랑 잘 어울릴 것 같으니까 한번 만나보렴.
상혁 ... 저, 당분간 여자 만날 생각 없어요.
지영 (눈빛반짝) 안돼. 유진이땜에 너, 어깨 축 쳐져서 술마시고 다니는 거 더는 못본다. 미련갖지 말고.... 다른 사람 만나서 보란 듯이 결혼하란 말이야.
상혁 (좀 강하게) 어머니.
지영 내가 이러는 게 싫으면 니가 알아서 사람 데리고 오든지.....
상혁 ...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께요. 어머니가 이러시면 저 더 힘들어요...
지영 상혁아.... 다른 사람 만나는 것도 나쁜 거 아냐.... 한번 만나나 보렴.
상혁 .... 죄송해요, 어머니. 못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하고 일어선다)
지영 상혁아!
상혁, 계단을 올라간다. 방에 있던 진우가 나온다.
지영 (상혁 등에 대고) 상혁아! 상혁아!!
진우 (사진 보더니) 당신, 또 헛수고 했구만.... 자기 아들을 그렇게 몰라?
지영 당신은! 우리 상혁이 저러고 다니는 거 불쌍하지도 않아요? 난 속상해 죽겠는데....
진우 자기가 알아서 결정한 거야. (사진 건네며) 이런 거 다 소용없는 짓이에요.
지영, 속상한 듯 일어나서 사라지고 진우는 상혁이 올라간 2층을 올려다본다.
44. 상혁의 방 (밤)
상혁이 창가에 서있는데 노크소리가 들리고 진우가 들어온다.
상혁 아, 아버지....
진우 (침대에 앉으며) ...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상혁 (입가 만지며 웃는다) ...그,그럼요....
진우 상혁아.
상혁 (표정)
진우 (웃으며) 너, 힘들지.....? 힘들거야..... 말은 안해도 사랑하는 사람, 보내는 게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테니까....
상혁 .... 아버지.... 전 운명이란 거 안믿었었는데.... 있긴 있나봐요.
진우 ....
상혁 이민형씨.... 아시죠? 준상이랑 닮은 사람이요.... 실은 준상이가 이민형씨였어요.
진우 (놀란다)
상혁 (자기 얘기만) 우린 다 사고로 죽은 줄 알았었는데.... 기억을 잃어버린 거였어요. 준상이랑 유진이랑,
진우 (하는데 듣지도 않고) 그럼 강준상이 살아 있단 말이냐....? 그때 스키장에서 만난 이민형이란 사람이....
상혁 네에.... 그 사람이 준상이에요... 참, 준상이 어머니가 강미희씨인 건 아시죠?
진우 (놀란다)
상혁 (웃으며) 며칠 전에 준상이하고도 얘기했는데.... 참 재밌는 인연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제서야 진우보고) 아버지.....? 아버지.....?
진우 어어....
상혁 어디 편찮으세요?
진우 아, 아니다. (일어나며) 피곤할텐데... 쉬어라.
진우, 상혁의 방을 나온다. 상혁, 진우가 나간 문을 의아하게 바라본다.
45. 진우의 서재 (밤)
진우, 책상에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다.
46. 준상의 집 (밤)
준상, 창가에 서서 생각에 잠겨 있다. 그 위로 유진과 미희, 상혁의 소리가 들린다.
#. 유진(소리) 너... 옛날에 내가 왜 전학왔냐고 물었더니 아버지 찾아서 왔다고 말했었어.
#. 미희 (소리) 내가 정말 사랑한 사람이었어.... 그 사람은 날 버렸고, 날 잊었어. 그리고... 죽었어..... 죽었어.....
#. 상혁(소리) 너희 어머니 강미희씨..... 우리 아버지랑 고교 동창이시더라구....
준상,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듯 복잡한 표정이다. 멈춰서서 한숨을 쉬는 준상.
47. 공연기획사 건물 앞 (오후)
진우가 연습실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다. 안으로 향하는 진우.
48. 공연기획실 앞 (오후)
준상이 데스크에서 직원과 얘기하고 있다.
준상 .... 제가 강미희씨 아들인데 오늘 들어오신다고 알고 왔는데....
직원 아, 스케쥴이 연장되서 모레 들어오신다고 아침에 연락이 왔어요...
준상 그래요? (하고 곰곰이 생각하는 얼굴)
직원 전할 말씀이라도 있으시면...
진우 (문을 밀고 들어오다가 준상을 보고는 멈춘다)
준상 아뇨. 그럼...
하고 돌아서는데 진우와 마주친다. 진우도, 준상이도 서로 놀라는 얼굴.
49. 찻집 (오후)
진우와 준상이 나란히 앉아 있다. 차를 마시는 준상. 진우는 준상의 얼굴을 계속 바라본다.
준상 저희 어머니랑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상혁이한테 들었습니다.
진우 어어.... 그렇게 되지.... 근데... 자네, 정말 강준상인 거 맞나....?
준상 네에... 그렇잖아도... 한번 찾아 뵙고 싶었습니다. 저번에 스키장에서 저한테 그러셨죠? 연구실로 제가 찾아왔었다구요.....
진우 (끄덕이며) 그,그랬지...
준상 제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요.... 교수님과 정확히 어떤 얘길 했는지... 궁금합니다.
진우 나랑 한 얘기들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단 말인가....?
준상 ... 죄송합니다. 제가 혹시 저의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하진 않았나요?
진우 (놀란 표정)
준상 처음엔 제가 왜 교수님을 찾아갔을까.... 이해가 안됐는데.... 저희 어머니랑 동창이란 얘기를 듣고 나니까 이해가 되더군요. 혹시 제가 돌아가신 제 아버지에 대해서 교수님께 묻지 않았나요?
진우 (놀라며) 도,돌아가신 아버지라니....?
준상 저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 비젼 진우가 현수가 죽었다고 했을 때 미희가 당황하고 놀라던 표정(11부)
진우 (찻잔 만지는 손 떨리며) 자, 자네 아버지가 도,돌아가셨나....?
준상 네. 교수님은 모르고 계셨습니까?
진우 모,몰랐네.... 자네 어머니하고도 워낙 오랜만에 만난 거라서......
준상 그러시군요....
진우 자네 어머니한테 직접 물어보지 그러나.....
준상 (웃는다) 어머님이 자세한 말씀은 하고 싶어하지 않으신 것 같아서요...
진우 그럼 자넨 지금 아버지를 찾고 있는 중인가?
준상 아뇨. 그런 건 아니고... 기억이 안나는 게 있어서.... 아무래도 아버지에 관련된 기억일 것 같은데.... 답답해서요.
진우 .... 내가 이런 말 하는 게 맞는진 모르겠지만.... 어머니가 말하지 않았다면 굳이 알려하지 말게. 어머니한테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 나중에 정리가 되면 다 말해주시겠지....
준상 (씁쓸한 표정) 네에...
준상은 그러면서도 뭔가 마음에 걸리는 표정이고 진우는 그런 준상을 바라본다.
50. 진우의 연구실 (밤)
진우,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다. 미희와 현수, 자신이 함께 찍은 사진.
진우 ... 현수 아들이었다니....
진우, 여전히 믿기지 않은 얼굴이다.
51. 민형의 사무실 (밤)
준상이 창밖을 보고 서있는데 그 위로 진우의 목소리가 들린다.
진우(소리) 어머니가 말하지 않았다면 너무 알려하지 말게. 어머니한테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
이때 김차장이 들어온다. 민형, 뒤돌아본다.
김차장 이거 아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이구만.... 언제 들어왔어?
준상 ... (웃는다)
김차장 일을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응?
준상 ... 미안해요, 선배...
김차장 도대체 방황하는 이유가 뭐야? 기억 찾았겠다... 애인 찾았겠다.... 도대체 찾을 게 또 남았어?
준상 ... 아버지요.
김차장 뭐라구?
준상 사춘기 소년도 아닌데.... 왜 갑자기 아버지가 궁금해진 걸까요...? 뭔가 답답한 게 (가슴을 누르며) 여길 누르고 있는 기분이에요.
김차장 (픽 웃으며) 그 가슴 아픈 거... 치료 방법 알려줄까?
준상 (진지하게 바라본다)
김차장 니가 직접 아버지가 되보면 저절로 치료될거야. 너, 지금 장가가고 싶어서 그런 거야....
준상 (좀 언잖다) 선배,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잖아요.
김차장 (진지하고 쿨하게) 아빠 찾아 삼만리는 이민형한텐 어울리지 않아. 것보다는 정유진씨 계속 전화왔었다. 들고 다닐 거 아니면 핸드폰은 장식이냐? 너 걱정하더라. 연락이라도 해줘.
김차장은 나간다. 준상, 여전히 생각이 많은 얼굴이다.
52. 공항 앞 (밤)
미희가 공항에서 나와서 승용차에 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비서가 “피곤하시죠, 선생님” 하면
서 차문을 열어준다. 미희, 올라탄다.
53. 미희의 차 안 (밤)
비서 (고개 돌리며) 어제 아드님이 연습실로 찾아왔었습니다. 도착하시면 연락달라고 하던데요....
미희 (곰곰히 생각)
비서 어떻게... 곧장 호텔로 갈까요?
미희 (결심한 듯) 아뇨. 춘천으로 가주세요. 들릴 데가 있어요.
54. 유진의 집 (밤)
진숙과 유진이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다. 유진은 걱정이 많은 얼굴이고 진숙은 위로한다.
진숙 그래서... 준상이가 기억 때문에 힘들어한단 말야....?
유진 힘들다고 말은 안하지만.... 내가 볼땐 그런 것 같애.
진숙 ...불쌍하다, 준상이....
유진 내가 해줄 게 없다는 게.... 너무 속상해. 진숙아, 좋은 방법 없을까....? 준상이 도와줄 수 있는?
진숙 (손잡고) 유진아... 잘 될거야... 그래도 퇴원할 때보다 많이 찾았잖아. 니가 옆에서 도와주고 같이 기다리주면 다 찾게 될거야... 만약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말해. 나도 도울 수 있는 건 도울께....
유진 ... (웃는다) 고마워... 진숙아...
진숙 얘는!!! 준상이, 내 친구기도 하잖아...
유진 (웃어준다)
하는데 유진의 전화가 울린다. 유진, 전화를 받는다.
유진 네에... (하더니 유진의 얼굴이 환해진다)
55. 유진의 집 앞 (밤)
유진이 후닥닥 나온다. 유진, 옷깃을 여미며 두리번거리는데 저 앞에 준상이가 보인다.
두 사람, 마주보고 웃는다. 천천히 다가가는 두 사람.
유진 (한대 툭 때린다)
준상 왜....
유진 전화도 안받고.... 회사도 안나가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어?
준상 그래서 이렇게 왔잖아....
유진 (곱게 눈 흘기며) 뭐하고 다녔어?
준상 (유진 손 잡으며) ... 좀 걷자.
준상, 유진의 손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는다. 두 사람, 동네를 걷기 시작한다.
56. 텅빈 골목길 (밤)
아무도 없는 텅 빈 길을 걷는 두 사람. 주택가는 모두 고요하다.
유진 (소리내서 웃는다)
준상 왜 웃어....?
유진 그냥 우리 엄마 아빠 생각나서... 우리 부모님도 연애할 때 이렇게 데이트하셨데.
준상 (유진을 본다) 그냥 이렇게 걸으셨다구?
유진 응. 그땐 돈도 없었고.... 헤어지기는 싫고.... 그러면 계속 이렇게 동네를 빙글빙글 계속 걸으셨데.... 아마 걸은 길이로 따지면 지구를 열바퀴는 더 도셨을걸? (두 사람, 웃는다)
준상 .... 너희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어?
유진 .... 다정한 분이셨어. 너처럼.....
준상 내가 다정하니?
유진 응.... (떠올리듯) 나.... 열한살 때 첫눈 온 날 기억난다. 그때가 새벽이었거든? 그때 눈길을 걷는데.... 희진이는 엄마가 업고.... 난 아빠 등에 업혔었다. (준상 보며) 아빠 등이 그렇게 넓고 따뜻한 거란 거.... 그때 처음 알았어.
준상 (쓸쓸하게) .... 아버지란 존재가 그런 거구나....
유진 (준상 본다) 아버지 때문이었구나.
준상 ....
유진 .... 그래서 요즘 힘들어한 거였지? 그런 거지?
준상 (웃으며) 아냐. 가자. 우리도 지구 반바퀴는 돌아야 되지 않겠어?
두 사람, 행복한지 나란히 걷는다. 손을 잡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
57. 성당 앞 거리 (밤)
두 사람, 다정하게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걷는다.
준상을 보던 유진, 갑자기 눈을 감고 준상의 팔짱을 꼭 끼고 걷는다. 준상, 의아하게 본다.
준상 왜 눈 감았어?
유진 .... 너가 요즘 어떤 심정인지 알고 싶어서....
준상 무슨 말이야?
유진 준상이, 너 요즘 어둠 속에 혼자 있는 기분일 거 같아서.... 기억나지 않는 거 때문에 많이 답답해하잖아....
준상 (멈추고 유진 본다)
유진 근데 정말 겁나고 답답하다.... 너가 옆에서 손잡아 주지 않았다면 아마 나 한발자국도 꼼짝 못했을거야....
준상 내가 너 맘아프게 했구나.... 그렇지? 그런 거지, 유진아....
유진 (눈 뜨고) 아니, 나야말로 니 마음을 잘 몰랐던 것 같아... 니가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지 생각 못했어....
하는데 준상, 유진을 와락 안는다. 유진, 깜짝 놀란다.
준상 미안해.... 유진아.... 니가 이렇게 옆에 있는데.... 너만 있어도 충분한데...내가 자꾸 괜한 생각하고.... 미안해.... 미안해....
유진, 가만히 준상의 등을 토닥여준다. 다시 걷기 시작하는 두 사람.
준상, “다시 아프지? 돌아갈까?” 유진, “아냐. 밤새도록 걸을 수 있어....” 하면서 두런두런 거
리는데 성당 앞에 다다른다. 성당 안에서 성가소리가 들린다. 성당을 올려다보는 두 사람.
58. 성당 안 (밤)
촛불과 은은한 조명이 켜진 아담한 성당에서는 성가연습이 진행되는 가운데 내일 결혼하는
신랑신부의 예행연습이 진행되고 있다. 준상과 유진, 두리번거리며 자리에 가서 앉는다.
앞자리에는 신랑신부 친구들이 뜨문뜨문 앉아 있고 신랑신부는 차례를 연습중이다.
유진 ... 내일 결혼할 사람들인가봐....
준상 ..... 부러운데...?
유진 (준상을 툭 친다)
준상 (웃어주고)
결혼식을 연습하는 신랑신부. 단 위에 무릎을 대고 앉았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결혼식을 지켜보는 유진과 준상의 표정, 간간이 들어간다.
사제역할 신랑 신부 일어나서 마주 보십시오.
신랑/신부 (일어나서 서로 마주본다)
사제역할 김우진 군은 결혼서약을 해 주십시요.
신랑 (신부를 보며) 나, 김호영은 신부 한레지나양를 평생 사랑할 것을 주님 앞에 서약합니다.
사제역할 신부 한레지나양은 결혼서약을 해 주십시오.
신부 나, 한레지나는 김우진을 영원히 사랑할 것을 주님 앞에 서약합니다.
사제역할 그럼 두분.... 서로 반지를 교환하겠습니다, 는 시간관계상 생략하겠고.... (친구들 웃는다) 다음은 축가 순서입니다. 도 시간관계상 생략하고.... 이걸로 결혼식을 마치겠습니다.
준상과 유진, 괜히 박수를 쳐준다. 친구들과 신랑신부, 준상과 유진을 이상하다는 듯 돌아보
고 준상과 유진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서로 웃는다.
시간경과.
은은한 오르간 소리가 들리고 결혼식 준비를 하던 사람들은 다 나가고 없다. 텅빈 성당안.
준상과 유진은 괜히 결혼식 연단을 기웃거리고 서약서를 넘기고 그런다.
서약서의 내용이 보인다.
“나, ...은 ... 를 신부로 맞이하여 평생 사랑할 것임을.... 주님 앞에서 서약합니다.”
준상, 그 내용을 웃으면서 유심히 바라본다. 유진은 것도 모르고-
유진 (연단 앞에 무릎 끓으며 기도하는척)
준상 유진아, 뭐해?
유진 기도하고 있어.
준상 무슨 기도?
유진 오늘 너무 감사하다구.... 그리고.... 지금 이렇게 너랑 같이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구.... (눈 살짝 뜨고는) 너도 기도해. 어서....
준상, 웃으면서 유진이 시키는 대로 옆의 연단에 무릎을 끓는다.
유진 뭐해.... 빨리 기도해....
준상 (눈 감으며) 속으로 하고 있어.
유진 (시익 웃으며 다시 눈감는다)
준상 ..... (한참후 진실하게) 한 여자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유진 (눈 살며시 뜬다)
준상 그 여자랑 머리 하얀 노인이 될 때까지 함께 살고 싶습니다. 그 여자의 눈을 닮은 아이들도 낳아서 아버지가 되주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여자와 내 아이들에게 따스한 손이 되주고 싶고... 튼튼한 다리가 되주고 싶습니다.
유진 (눈감은 준상을 보는데 눈물이 그렁 고인다)
준상 (살며시 눈을 떠서 유진을 본다) .... 사랑합니다.
58. 춘천 유진의 집 앞 (밤)
미희의 차가 와서 멈춘다. 나오는 미희. 유진의 집으로 올라간다. 미희, 벨을 누른다.
잠시후 유진모가 나온다. 유진모, 문을 열고는 미희를 보자 얼굴빛이 싹 변한다.
미희 안녕하셨어요?
59. 유진의 집 (밤)
미희, 앉아서 현수의 영정사진을 보더니 얼굴색이 싹 변한다. 유진모, 차를 가지고 나온다.
미희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유진모 그래도 우리 유진이 아버님 손님인데... 그럴 순 없습니다. 드세요...
미희 감사합니다.
차를 마시는 미희. 유진모, 미희를 바라보고 있다.
미희 제가 왜 찾아왔을 것 같나요?
유진모 ... 글쎄요....
미희 따님 이름이... 정유진... 맞죠?
유진모 네.
미희 그럼 강준상이란 이름도 들어보셨겠죠?
유진모 .....!
미희 (찻잔 내려놓으며 싸늘하게) 준상이.... 내 아들이에요.
유진모 (표정)
60. 성당 안 (오후)
예행연습을 하던 신랑신부 자리에 가서 서 있는 두 사람.
유진의 목에 걸어지는 목걸이. 준상, 별모양을 바로 잡아준다. 두 사람, 서로 마주본다.
준상 나랑.... 결혼해 줄래?
유진 (조용히 끄덕)
준상, 유진의 얼굴을 안고 가만히 키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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