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라수마나라 6
(기자1) 오늘 오전 7시경 성진동 미림저수지에서
두 달 전 실종된 고등학생 A양으로 추측되는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신원 확인을 위해
현장에서 채취한 유전자 시료 긴급 감정을
[카메라 셔터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는 한편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들린다]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힐 예정입니다
- (감식 요원1) 오셨어요? - (김 형사) 확인해 봤어?
(감식 요원1) 예, 글쎄, 뭐
DNA 검사 해 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겠지만
시신의 치아가 실종된 서하윤 치과 기록이랑 거의 일치해요
[무전 소리가 들린다] [김 형사의 한숨]
타살 흔적은?
(감식 요원1) 부패가 심해서 육안으로는 못 찾고요
정확한 사망 경위는 부검해 봐야 알 거 같아요
[김 형사의 한숨]
(박 형사) 선배님!
유원지 근처에서 찾았습니다 [무전 소리가 연신 들린다]
서하윤 유류품입니다
씨…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다]
(학생1) 야, 서하윤 때문에 경찰 떴나 봐
시신 찾았다고 뉴스 났잖아
- (소희) 응 - (학생2) 근데 여길 왜 와?
헉, 학교에서 뭐 조사할 거 있나?
[학생1의 의아한 신음] 조사?
(학생1) 왜, 왜? 아, 뭔데
아, 하나도 얼마 전에 큰일 날 뻔했거든
- (학생1) 하나가? - (소희) 응
유원지 마술사한테 목 졸려서 거의 죽을 뻔했다니까
[학생1의 겁먹은 숨소리]
(학생1) 진짜?
(학생2) 야, 가 보자 [학생1의 겁먹은 숨소리]
- (학생1) 진짜로? - (소희) 그래
[멀어지는 발걸음]
[하윤 모의 거친 숨소리]
(하윤 모) 내 딸 데려와
당장 우리 딸 살려내!
- (박 형사) 하윤 어머니 - (하윤 모) 살려내!
(박 형사) 일단 좀 진정하시고요 이러다 쓰러지십니다 [하윤 모의 오열]
아, 나…
아, 나 우리 딸 없이 못 살아
(하윤 모) 어떻게 살아
[하윤 모가 연신 오열한다]
하윤이 불쌍해서 어떡해
[거친 숨소리]
어떡할 거냐고!
- (김 형사) 어머니 - (하윤 모) 어떡할 거냐고 [하윤 모의 오열]
정말 면목 없습니다
(김 형사) 그렇지만 밤잠 못 자 가며
백방으로 하윤이 찾아다닌 저희도 [하윤 모가 연신 오열한다]
(하윤 모) [울며] 아이, 정말
진짜 열불 나고
가슴 아파요
(김 형사) 부검 결과 나오고
범죄 혐의점 발견되면
빈틈없이 수사해서
범인 꼭 잡을게요
[떨리는 숨소리]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야?
[하윤 모의 떨리는 숨소리]
(하윤 모) 죽기 전에
죽기 전에
제발 좀 찾아 달라고 그렇게
그렇게 애원했는데
그렇게! [하윤 모의 힘겨운 숨소리]
(박 형사) 어머니, 일단 좀 진정…
어머니! 어머니, 괜찮으세요? [하윤 모의 신음]
- (김 형사) 야, 야! - (박 형사) 여기, 여기! 물, 물!
어머니, 어머니, 정신 차리세요 [하윤 모의 힘겨운 신음]
- (하나) 증거가 다 있다니까요 - (순경1) 알았으니까
- 일단… - (하나) 아, 이거 놔요! [하나의 거친 숨소리]
- (순경1) 수고하십니다 - (박 형사) 어, 어
- (순경1) 폭행 신고가… - (하나) 아저씨!
폭행 아니라고요
- (하나) 살인 미수라니까요! - (순경1) 살인?
이거 봐요, 이걸 보고도 폭행이란 말이 나와요?
[불안한 음악] [하나가 씩씩거린다]
(교사1) '사회 현상과 그에 담긴 사회 문화적 맥락 이해하기'
'사회 문화 분야에서는'
'이처럼 어떤 사회 현상이나 제도, 역사적…'
'사회 문화의…'
[교사1이 계속 강의한다]
[주제곡]
[새가 지저귄다] [까마귀 울음]
(아이) 아저씨
어?
[아이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아저씨!
[아이의 힘주는 신음]
[아이의 힘주는 신음]
[입김을 후 분다]
[옅은 한숨]
[불안한 음악]
'그다음 저 레버를…'
[아이의 놀란 신음]
[아이의 놀란 숨소리]
[계단이 삐걱거린다]
[놀란 숨소리]
아저씨 맞죠?
[아이의 거친 숨소리]
[거친 숨소리]
아, 이런 데가 있는 줄도 모르고
엄청 걱정했다고요
[아이의 거친 숨소리]
경찰이 지금 아저씨 찾고 있거든요
빨리 다른 곳으로 피하셔야 돼요
[아이의 거친 숨소리]
(리을) 우리 미녀가
지금…
많이 아파
[놀란 숨소리]
[아이의 놀란 숨소리]
[앵무새의 힘없는 울음]
마, 마, 마, 많이 안 좋아요?
[다급한 숨소리]
(아이) 어, 어떻게 된 거예요?
쯧, 그냥
사고가 좀 있었어
(리을) 괜찮아
[한숨]
[숨을 들이켠다]
일단은 제가 병원에 데리고 갈게요
아저씨는 다른 곳으로 가서…
[리을이 훌쩍인다]
미녀야, 괜찮아?
[쓱쓱 쓰다듬는다]
[울먹이며] 내 목소리 들려?
[애잔한 음악]
[리을이 흐느낀다]
나 여기 있어
[훌쩍인다]
[앵무새가 힘없이 조잘거린다]
[리을이 연신 훌쩍인다]
미안해
미안해
[리을이 연신 흐느낀다]
미안해
(아이) 어릴 적
학교 앞에서 천 원에 샀던 병아리
[병아리가 삐악거린다]
이름을 붙여 주고 함께했던 기억이 있다
[병아리가 연신 삐악거린다]
얼마 못 가 병아리는 시름시름 앓다 죽었지만
[리을이 흐느낀다]
그땐 나도
슬프면 슬픈 만큼
(리을) 미녀야, 괜찮아?
(아이)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진짜 아이였는데
[울먹이며] 괜찮아
(아이) 세상을 다 잃은 듯한 [리을의 한숨]
지금의 아저씨처럼
저, 아저씨
일단은 제가 병원에 데리고 갈게요
안 돼, 병원은
네?
병원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지 않대, 미녀가 [앵무새의 힘없는 울음]
[리을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당황한 숨소리]
(리을) 죽는 건 두렵지 않지만
외로운 건 싫댔어
그렇지? [앵무새의 힘없는 울음]
내가 원하는 거 다…
다 하게 해 줄 거야
[아이의 놀란 숨소리]
왜 그래요, 아저씨 지금 무슨 말씀하시…
[팔을 탁 잡으며] 겨, 경찰이 여기로 곧 들이닥칠 거라니까요
[아이의 거친 숨소리] [불안한 음악]
경찰?
(아이) 네
[아이의 떨리는 숨소리]
경찰이 왜 나를 찾는데?
[떨리는 숨소리]
[아이가 코를 훌쩍인다]
(아이) 비 오던 날 밤 강도 사건
범인이 아저씨인 거 같다고
그냥 그거 말고도 여러 가지로 아저씨 의심하고 있는 거 같아요
(리을) 전혀 나랑 상관없는 얘기야
정말이에요?
(리을) 응
그러니까 내가 피할 이유… [리을이 숨을 내뱉는다]
없어
아무도
아무도 믿어 주지 않으면요?
- 아무도? - (아이) 네
아저씨가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숨을 들이켠다]
진짜 아무도 믿어 주지 않으면 그땐 어떻게 하실 거예요?
그럼 너는?
[차분한 음악]
너도
너도 나를 못 믿어?
[당황한 숨소리]
응?
말해 봐
[리을이 숨을 내뱉는다]
정말 너도 나를 못 믿어?
[숨을 들이켠다]
[떨리는 숨소리] 아, 아, 아저씨…
[무전기 조작음] (순경2) 저, 여기 여기 좀 와 보세요
여기 뭐 있는 거 같습니다 [다급한 발걸음]
[무전기 조작음] 예, 예, 예
예, 아, 여기 1층 무대 쪽이거든요 [아이의 떨리는 숨소리]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무전기 조작음] [한숨]
[무전 소리가 들린다]
[까마귀 울음]
[다가오는 발걸음]
(김 형사) 류민혁 씨?
강도, 폭행, 살해 등의 혐의로 조사할 게 있으니
잠시 서로 가 주시죠
[걸어가는 발걸음]
[아이의 놀란 숨소리]
(리을) 놔
내가 피할 이유 없다고 했지?
잠깐이면 돼
(김 형사) 류민혁 씨는 변호사 선임할 수 있고
불리한 진술 안 할 수 있어요
체포 적부심 법원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벨크로 떼는 소리가 난다]
[수갑이 찰그랑거린다]
(아이) 아, 안 돼요
(김 형사) 학생 지금 뭐 하는 거야?
[거친 숨소리]
그날 밤에 저희 반 나일등이 같이 있었다고 말했잖아요
아저씨가 범인이라는 확실한 증거 어디 있어요?
[헛웃음]
학생
범죄 혐의점이 충분히 의심되니까
(김 형사) 조사를 하겠다는 거잖아
거짓말
그냥 이미 범인이라고 다 정해 놓으신 거 아니에요?
[아이의 거친 숨소리]
유원지 마술사가 누군지
제대로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 말만 들었잖아요
아니에요? [리을이 팔을 탁 잡는다]
[아이의 거친 숨소리] (리을) 아이야
[거친 숨소리]
(김 형사) 류민혁 씨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고
[종이가 부스럭거린다] 주거가 일정치 않아
피의자 신병 확보에 어려움이 있으니
부득이하게
구속 수사합니다
영장, 절차대로
됐죠?
(아이) 안 돼요, 안 돼요
- 하지 마세요 - (김 형사) 학생!
계속 이러면 공무 집행 방해로 학생도 연행이야!
아이야 [아이의 떨리는 숨소리]
그만
[아이의 떨리는 숨소리] 이제 그만하자
[잔잔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내가 아니라고 했잖아
나는
그 누가 뭐래도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나한테 말해 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나를 믿어 줄 수 있는 사람
응
그거면 돼
[울먹이며] 아저씨
그리고 나 금방 나올 건데?
그러니까
그동안 우리 미녀 좀…
돌봐 줄래? 내가
너 말고는 부탁할 사람이 없어
[차분한 숨소리]
[아이의 떨리는 숨소리]
[수갑이 찰그랑거린다] [리을의 옅은 한숨]
[수갑이 철컥거린다]
이봐, 학생
[떨리는 숨소리]
아니, 대체 무슨 관계야?
(김 형사) 저 사람에 대해서 진짜 잘 아는 거 맞아?
[성난 숨소리] [김 형사가 팔을 탁 잡는다]
어떤 사람인지 알려 줘?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불안한 음악]
[김 형사의 한숨]
'이름 류민혁'
'나이 30세, 서울 출생'
'고등학교 중퇴'
[수첩이 부스럭거린다]
'10년 전'
[무거운 음악]
'정신병원에서 치료 도중 실종'
[아이들이 경찰에 항의한다] 3년 전 성미동 초등학생 실종 사건 당시에도
용의자로 두 차례나 조사받았어
이 외에도 비슷한 건으로
여러 차례 경찰서를 들락거린 사람이야
대체 저런 사람 뭘 믿고 어울리는 거야, 어? [떨리는 숨소리]
같은 반 친구가 그렇게 험한 일을 당한 걸 보고도
무섭지도 않아?
얼른 집에 가
(하나) 대체 어떤 사람인데?
네가 안다는 그 사람
내가 보기엔
그냥 미친 사람 같던데
갑자기 나를 확! 어?
(두식) 난간 밑으로 밀어 버렸다고요, 글쎄!
유원지 마술사한테 목 졸려서 거의 죽을 뻔했다니까
[거친 숨소리]
[차 문이 탁 닫힌다]
[차 문이 탁탁 닫힌다]
[경찰차 사이렌이 요란하다]
[아이의 떨리는 숨소리]
[숨을 내뱉는다]
[숨을 길게 내뱉는다]
[떨리는 숨소리]
[부드러운 음악]
♪ 믿고 싶단 마음이 아닌 ♪
♪ 믿고 있다 하고픈데 ♪
(아이) ♪ 아직도 난 ♪
♪ 겁이 너무 많아 ♪
♪ 아니, 난 ♪
♪ 욕심이 많아 ♪
♪ 날고 싶단 ♪
♪ 마음 아래 ♪
♪ 날 수 없는 나를 아는 나 ♪
♪ 어른과 아이 ♪
♪ 사이 어디엔가 ♪
♪ 웅크린 바보 같은 나 ♪
[코를 훌쩍인다]
♪ 그댄 날 틀림없이 ♪
♪ 행복하게 하는데 ♪
[옅은 한숨]
♪ 어쩌면 잠시 난 숨고 싶어 ♪
♪ 꿈 같은 ♪
♪ 마술의 그늘 아래서 ♪
♪ 어디도 ♪
♪ 발을 디디지 못한 채 ♪ [거센 바람 소리]
♪ 흔들거리고만 있는 ♪
♪ 내가 ♪
♪ 싫어 ♪
[숨을 들이켠다]
[파도 소리]
[갈매기가 끼룩거린다]
[아이와 어린 아이의 기쁜 탄성]
(아이) ♪ 어쩌면 잠시 난 잊고 싶어 ♪
♪ 꿈 같은 ♪
♪ 거짓말 같은 모든 것 ♪
♪ 어디도 맘을 정하지 못한 채 ♪
♪ 휘청거리고만 있는 ♪
♪ 내가 ♪
[숨을 들이켠다]
♪ 미워 ♪
[떨리는 숨소리]
[한숨]
[한숨]
[코를 훌쩍인다] [한숨]
[한숨]
[코를 훌쩍인다]
[새 울음] [숨을 들이켠다]
[멀리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가 숨을 내뱉는다]
(일등) 아이야!
[달려오는 발걸음]
[일등의 거친 숨소리]
아저씨는?
좀 전에 경찰들이 와서 데려갔어
[한숨] 역시 그거였구나
[입을 쩝 뗀다]
곧 다 밝혀질 거야
[한숨]
경찰이 아저씨에 대해 조사를 했다는데
정말 미친 사람인 걸까?
(아이) 진짜 정말…
[숨을 들이켠다]
아주 위험한 사람이면 어떡해?
그럼 네 마음은 어떤데?
[한숨]
나도 모르겠어
[아이가 숨을 들이켠다]
내가 아저씨를 못 믿는 건지
아저씨를 믿는데
내 생각이 틀렸을까 봐 두려운 건지
[떨리는 숨소리]
(아이) 모두 다 아니라고 하니까
[입을 쩝 뗀다] 자꾸만 자신이 없어져
(일등) 나 있잖아
[부드러운 음악]
너도 믿고
나도 믿어
그러면 된 거 아니야?
(리을) 나는
그 누가 뭐래도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나한테 말해 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나를 믿어 줄 수 있는 사람
응
그거면 돼
응
[놀란 숨소리]
꼭 만나야 될 사람이 있어
(아이) 지난번에 하신 말씀이 떠올라서
연락 드렸어요
알려 줘서 고마워요
나도 뭔가 도울 방법을 찾아볼게요
[거센 빗소리]
근데
두 분은 어떤 사이세요?
친구예요
민혁이하고 고등학교 동창
'류민혁, 서른 살'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그러던데
벌써
십 년이 넘은 얘기네요 [컵이 달그락거린다]
[밝은 음악]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지수) 민혁이는
대단한 아이였어요 [새가 지저귄다]
옆 학교에서도 다 알 만큼
중학교 때부터 항상 전교 1등에
똑똑하고 잘생기고
부모님은 TV에도 자주 나오는 유명한 대학교수
형제들도 모두 엘리트였거든요
(어린 지수) 야, 이거 누가 너한테 주래
걔가 너 되게 좋아한다 그러더라
완전 궁금하지?
누군지
알려 줄까?
아니, 안 들을래
(어린 지수) 왜… 왜, 왜?
걔한테 전해 줘
나 이 선물 준 사람 누군지 모르니까 안 받았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고
[한숨]
(어린 지수) 혼자 멋있는 척은…
넌 나중에 뭐 하고 싶어? 진로는 정했어?
글쎄? 그런 건 아직 생각 안 해 봤는데
그럼 왜 그렇게 미친 듯이 공부만 해?
성적이 좋으면 부모님이 기뻐하시니까
어?
(어린 지수) 야
방금 그거 농담한 거지?
와, 진짜 소름
(지수) 백지처럼 순수하달까?
어쩌면
진짜 마술사였는지도 몰라요
첫사랑한테 차인 기억이
이렇게 아름답게 남아 있는 걸 보면
아무튼 1학년을 마치고
3학년 때 다시 같은 반이 됐는데
그 사이 민혁이는 조금 달라져 있었어요
[교실이 소란스럽다]
[불안한 음악]
민혁아
(어린 지수) 민혁아
어, 안녕
우리 또 같은 반 됐네?
(지수) 무슨 이유에선지
성적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고요
[학생들이 즐겁게 대화한다]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날카로운 소음이 울린다]
[날카로운 소음이 점점 커진다]
[학생3의 비명]
(학생4) 야, 야, 야, 야!
- (학생5) 야, 민혁아! - (학생3) 민혁아
- (학생6) 야 - (학생3) 민혁아! [저마다 연신 소리 지른다]
(어린 지수) 야, 류민혁
[어린 리을이 중얼거린다]
(어린 리을) [중얼대며] 플러스 a 제곱 플러스…
[어린 리을이 연신 중얼거린다]
스트레스, 과로에 영양실조라는 애가 또 책만 봐?
[펜을 끄적거린다] (어린 리을) 제곱 4 플러스 1…
(어린 지수) 야!
너 진짜 왜 그래!
이리 줘
너 이렇게까지 공부해서 대체 뭐 하려고 그러는데?
[펜을 연신 끄적인다] 그냥 잘하고 싶어
너 이미 넘치게 잘해
네 성적이면 의대, 법대 원하는 데 다 갈 수 있잖아
아니, 아직 부족해
우리 형, 누나처럼 난 영재가 아니니까
[한숨]
(어린 리을) 자꾸자꾸 틀리는 문제가 생겨
[떨리는 숨소리] [펜을 연신 끄적인다]
부모님 실망하시는 거
정말 싫은데
[한숨] 민혁아
[불안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부모님 말고
(어린 지수) [울먹이며] 지금 네 얼굴 좀 봐!
(지수) 명문대 교수 집안의 엘리트 아들
그 그럴듯한 포장지가 민혁이에겐
보이지 않는 감옥 같았던 게 아닐까요?
그러다…
[교정이 떠들썩하다] [신비로운 음악]
모의고사가 얼마 안 남은 날이었는데
[서정적인 음악]
예쁘다
- (학생7) 야, 야, 야, 야! - (학생8) 어, 야
- (학생9) 민혁아 - (학생7) 야!
- 야! - (학생9) 너 뭐 해?
[교사와 학생들이 저마다 말린다]
- (학생10) 하지 마! - (학생11) 뭐 해!
(교사2) 뒤로! 뒤로!
[교사와 학생들이 연신 외친다]
민혁아!
(어린 지수) 민혁아 너 뭐 하는 거야, 빨리 내려와!
민혁아!
민혁아, 얼른 내려와, 어?
빨리 내려와, 민혁아, 빨리… [어린 지수가 흐느낀다]
[울먹이며] 아, 제발 빨리 내려와 민혁아
내려와, 빨리, 어?
[나비의 날갯짓 소리]
민혁아
[어두운 음악] 민혁아, 좀 내려와
하지 마, 하지 마, 민혁아!
[어린 지수의 비명] [교사와 학생들의 비명]
[쿵 소리가 울린다]
[일등의 한숨]
(지수)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게 내가 본 민혁이의 마지막 모습이었어요
다행히
겨우 목숨은 구했는데
그 이후에 정신과 치료 병행하면서
요양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 들었고요
그리고
최근에 다시 만나신 건가요?
네
10년 만에 우연히
처음엔 많이 놀랐죠
그렇게 현실을 걱정하던 애가
[웃으며] 마술사라니
[지수가 숨을 들이켠다]
(지수) 한편으로는
진짜 류민혁답다
싶기도 했고요
[한숨]
그렇지만 민혁이는
강도, 살인,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김 형사) 이래도 본인이 아니에요? [무거운 음악]
서하윤을 모른다고?
[김 형사의 헛웃음]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한숨 쉬며] 잠깐 쉬었다 합시다
[걸어가는 발걸음]
[진술 녹화실 문이 덜컹 열린다]
[진술 녹화실 문이 달칵 닫힌다]
[진술 녹화실 옆방 문이 열린다]
[김 형사의 한숨]
(박 형사) 유원지에서 류민혁 지문 묻은 칼
확보했습니다
피해자가 진술한 범행 도구와 크기, 모양
[숨을 들이켠다] 거의 다 일치하고요
[비닐이 부스럭거린다]
아, 이 영상 좀 보시죠
백하나 학생이 가져온 영상인데
[영상 속 남자1의 거친 숨소리]
[영상 속 남자1의 신음] [영상 속 우당탕 소리]
무대 뒤쪽에서 몸싸움이 있었습니다
[영상 속 남자1의 힘겨운 신음]
[영상 속 남자1이 연신 신음한다]
[키보드 조작음]
여기서도 [박 형사가 숨을 들이켠다]
이 칼을 사용한 거 같습니다
[김 형사의 한숨]
(김 형사) 무대 뒤쪽에 혈흔도 있었다며?
결과 나왔어? [키보드 조작음]
두 명의 DNA가 나왔는데
한 명은 류민혁 게 맞고요
다른…
(박 형사) 이 한 명은
[숨을 씁 들이켠다] 아직 못 찾았습니다
근데
이 남자
죽은 걸까요? 아니면… [숨을 씁 들이켠다]
살았는데 신고를 안 한 걸까요?
[김 형사가 입을 쩝 뗀다]
[김 형사의 한숨]
[다급한 발걸음]
[진술 녹화실 문이 덜컥 열린다] [무거운 음악]
[김 형사의 당황한 숨소리]
(지수) 옛날에도 지금도
민혁이가 미쳤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코를 훌쩍인다]
(지수) 돌이켜 보면
그때의 민혁이는…
도와 달라는 말을 하고 있었는데
아무도 듣지 못했던 거죠
[애잔한 음악]
[풀벌레 울음] 제가 궁금한 게 있는데
[밤새 울음] 응
(아이) 어제 그 언덕에는 어떻게 오신 거예요?
도와 달라고 외쳤었잖아 마음속으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던 거 같아요
(지수) 모두가 훌륭하다고 말하는
부모님, 선생님
자신을 옭아매던 그 어른이 되는 게
너무 싫고 무서워서
그냥
아이로 남으려 했던 건 아닐까요?
(지수) 진짜 마술을 믿는
아이처럼
[휴대폰 벨 소리]
[아이가 훌쩍인다] [휴대폰 진동음]
네, 여보세요
아, 네, 맞아요
뭐라고요?
[불안한 음악]
아, 아니요, 저, 전혀요
[아이의 떨리는 숨소리]
저기… [통화 종료음]
[아이의 놀란 숨소리]
[놀란 숨소리]
경찰서에서 조사받다가 아저씨가 사라졌대
뭐?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신비로운 음악]
- (일등) 괜찮아? - (아이) 어
(일등) 좀 쉴까?
(아이) [헐떡이며] 아니야, 괜찮아
[아이의 거친 숨소리]
[거친 숨소리] (리을) 아이였구나, 네 이름
와, 너는 어른이 돼서도 그럼 계속 아이겠다, 그렇지?
[아이의 거친 숨소리가 울린다]
(리을) 하고 싶은 일만 하라는 게 아니야
하기 싫은 일도 하는 만큼
네가 하고 싶은 일도 하라는 거지
[거친 숨소리가 울린다]
난 진짜 마술사야
[힘주는 신음]
말해 봐
정말 너도 나를 못 믿어?
[거친 숨소리가 연신 울린다]
(지수) 민혁이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던 거 같아요
[아이의 거친 숨소리]
[거친 숨소리]
(아이) 그럴 수밖에요 [숨을 들이켠다]
언제부터인가 이곳은
아저씨 같은 사람들은 살 수 없는 곳이 돼 버렸어요
정해진 기준에 맞추지 못하면
낙오자 취급을 받으니까요
[새가 지저귄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아저씨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도망치며 살고 있는 거라고
근데요
저 이제 조금은
알 거 같아요
언제부터 이 세상은
꿈도 규격에 맞추어 꿔야 하는 곳이 되었을까요?
인정받는 어른이 되려면
대체 어떤 자격이 필요할까요?
나는 그냥 나다워야 되는데
우리는 왜 다른 사람과의 평균치를 벗어나지 않으려
애를 쓸까요?
[아이의 가쁜 숨소리]
(일등) 먼저 유원지 가 있을래?
난 학교에서 가방 챙겨 가지고 다른 곳도 둘러보고 올게
[가쁜 숨을 내쉬며] 어
어, 알겠어
[달려가는 발걸음]
[숨을 들이켠다]
(아이) 아저씨
[한숨]
보고 싶어요
대체 어디… [아이의 한숨]
계세요?
[까치 울음]
(학생12) 인터넷으로 주문했지, 카 [학생13의 웃음]
어때? 어울리냐?
(학생13) [웃으며] 뭐야
아, 치워, 새끼야 왜 그딴 걸 돈 주고 사?
(학생12) 마술사 모자를 쓴 살인마 쓱!
졸라 멋있잖아 [웃음]
- (학생13) [웃으며] 뭐야 - (학생12) 아, 야
이럴 줄 알았으면
그 새끼 잡히기 전에 유원지 구경이라도 가는 건데
(학생13) 씁, 야 졸라 궁금하긴 하다
- 1반에 윤아이 걔 있잖아 - (학생12) 어
(학생13) 걔도 유원지 존나게 들락날락거렸거든?
- (학생12) 어 - (학생13) 왜 그랬지?
걔도 변태였나 보지
[학생12의 웃음]
야
거, 비 오는 날에 이러고 다니면 누가 누군지 어떻게 알아?
뭔 짓을 해도 모르지
당신은
마술을
믿습니까? [학생12의 웃음]
[학생12의 신음] [탁 밀친다]
[쾅 부딪힌다] [학생12의 힘겨운 신음]
(일등) 입 달렸다고 함부로 지껄이지 마, 이 개새끼야
[일등의 성난 숨소리] 야, 나일등 너 돌았냐?
[학생12의 힘주는 신음]
(학생12) 이 새끼가
- 이 새끼가 진짜, 씨! - (학생13) 하지 마! 야!
야, 야, 야! 그만!
[새가 지저귄다] [아이의 거친 숨소리]
[까마귀가 깍깍 운다]
[거친 숨소리]
[아이의 떨리는 숨소리]
[떨리는 숨을 몰아쉰다]
(김 형사) 류민혁 씨
이봐요, 류민혁 씨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아니, 왜 이렇게 일을 번거롭게 만들어요?
조사에 협조 안 하면
가중 처벌 받을 수 있어요
협조?
내가 뭘 더 어떻게 협조하라는 거지?
난 다 얘기했는데, 아…
씁, 내가 하지 않았던 걸 했다고 얘기를 해야 끝나는 건가?
[놀란 숨소리]
[김 형사의 한숨]
[입소리를 쩝 낸다]
자, 우리 좋게 갑시다
이전에 치료 중단했던 기록도 있고 하니까
정상 참작 될 수도 있어요
[불안한 음악]
[리을의 한숨]
정신병원, 감옥
뭐
이런 데 나 가둬 봐야 아무 소용 없는데
(리을) 왜냐면
[리을의 서성이는 발걸음]
내가 제일 잘하는 게
[다가오는 발걸음] 탈출 마술이거든
[상자가 탁 부딪친다]
[김 형사가 숨을 들이켠다] (김 형사) 류민혁 씨 가족분들과도 연락이 됐어요
변호사 선임 비용, 치료비
적극 협조하시겠답니다
[떨리는 숨소리]
치료?
[한숨]
[다가서는 발걸음]
[떨리는 숨소리]
어떻게 할까요?
[한숨]
강제 연행해 [총이 철컥거린다]
[위태로운 음악]
(박 형사) 자, 자
흥분하지 마시고
일단 서로 가시죠
[다가오는 발걸음]
아, 아저씨!
[떨리는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계단을 내려오는 발걸음]
[칼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김 형사) 이봐, 학생!
저, 잠깐이면 돼요
제가 꼭 해야 될 얘기가 있어서 그래요
[한숨]
(지수) 그때 민혁이는
도와 달라는 말을 하고 있었는데
아무도 듣지 못했던 거죠
(리을) 그럼 넌?
너도 나를 못 믿어?
[다가오는 발걸음]
[신비로운 효과음]
[몽환적인 음악]
이건 또 뭐야?
(박 형사) 이거 누, 눈 아닙니까?
(순경3) 여기 시, 실내잖아
(학생12) 야, 이 새끼야!
[일등의 힘주는 신음]
이 미친 새끼가! [일등의 힘겨운 신음]
[일등이 연신 씩씩거린다] [학생12의 힘주는 신음]
[학생12의 힘주는 신음] 너희들이 뭘 알아?
모르면 닥치라고!
(학생12) 아유, 씨! 미친 놈의 새끼가!
어?
[일등의 힘겨운 신음]
네가 뭘 아는데?
- (학생13) 야 - (학생12) 뭘 아는데!
미친 새끼야! [일등의 힘겨운 신음]
네가! [일등의 신음]
뭔데!
- (학생13) 그만 좀 해, 아, 야 - (학생12) 새끼야!
- (학생13) 야! - (학생12) 놔, 이 새끼야
놔! 놓으라고 이 새끼야!
- (학생13) 야! - (학생12) 아, 놓으라니까!
- (학생13) 아, 누가 보고 갔어 - (학생12) 아, 진짜!
- (학생13) 하지 마, 하지 마 - (학생12) 아, 재수 더럽게 없네 [학생12가 씩씩거린다]
아, 저 새끼 아까부터 지금 뭐라는 거야! [힘겨운 신음]
(학생13) 아이, 뭐, 누명 썼대 마술사가 누명 썼대
(학생12) 아주 영웅 나셨다 이 개새끼야! [콜록거린다]
- (학생13) 그만 좀 해, 아이 - (학생12) 아이, 놔!
아, 존나 어이없네!
[학생12의 성난 탄성]
[일등의 힘겨운 신음]
[숨을 연신 몰아쉰다]
[신비로운 음악]
[의아한 숨소리]
[바람 소리가 거세다]
(김 형사) 어디서 뿌리는 거야 이거?
아무도 없는데?
[피식피식 웃는다]
[부드러운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아이) ♪ 내게 나타나 준 게 아닌 것 같아 ♪
♪ 기다리다가 알아본 거야 ♪
♪ 그건 마법에 가까웠지 ♪
♪ 내가 세상을 한 번 더 믿는단 건 ♪
♪ 고개를 떨구면서 체념한 척할 때 ♪
[나비의 날갯짓 소리가 울린다]
♪ 내 발끝에 맺혀 있던 말 ♪
♪ 아주 어쩌면 혹시 내게 ♪ [신비로운 효과음]
♪ 거짓말 같은 일이 생길지 몰라 ♪
♪ 어쩌면 ♪
♪ 어떤 우연은 오랜 기다림이야 ♪
(아이와 리을) ♪ 간절한 마음이 ♪
♪ 소리가 되어서 ♪
♪ 멀리에 닿아 돌아와 ♪
♪ 오늘을 다시 ♪
♪ 밝혀주네 ♪
♪ 간절한 믿음이 ♪
♪ 모양이 되어서 ♪
♪ 내 손에 ♪
♪ 꼭 쥐어질 때 ♪
♪ 세상은 다시 ♪
♪ 내 편이 돼 주네 ♪
♪ 간절한 믿음이 ♪
♪ 바람이 되어서 ♪
(아이) ♪ 내 품에 ♪
(리을) ♪ 나의 곁에 ♪
- (아이) ♪ 불어와 줄 때 ♪ - (리을) ♪ 와 줄 때 ♪
(아이와 리을) ♪ 혼자가 아닌 나란 걸 ♪
♪ 느껴 ♪ [어린 아이의 웃음]
(아이) ♪ 이만큼 자라난 ♪
♪ 내가 보여 ♪
[온화한 숨소리]
아저씨
아저씨는 진짜 마술사예요
내가 마술을
정말 믿게 만들어 줬으니까
[숨을 들이켠다] 고마워
(리을) 내 마술이
성공할 수 있게 도와줘서
자
자, 그리고 이건
내 선물
자, 이걸 쓰고 주문을 외우면
네 머릿속에 있는 그 무언가가
꼭
이루어질 거야
[웃음]
(김 형사) 류민혁 씨!
이제 갑시다
[다가오는 발걸음]
[잔잔한 음악]
[발걸음 소리가 울린다]
(아이) 아저씨의 마술이
내 모든 불행을 사라지게 해 주진 못했지만
나는 안다
그가 보여 준 마술의 힘을
[숨을 들이켠다] 잠깐만요
[코를 훌쩍인다]
아저씨
마술을
믿으세요?
[신비로운 음악]
(아이) 마술은
기적을 만드는 게 아니라
기적을 발견하게 해 주는 것이기에
안나라
수마나라
[바람 소리 효과음]
[기쁜 숨소리]
(박 형사) 어디 갔지?
(김 형사) 어디 갔어?
뭐 해? 찾아!
(박 형사) 예, 알겠습니다 [순경들이 호응한다]
(아이)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
수많은 어른들의 답이 있다
철이 들지 않는 아이는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까?
그 답은
과연 틀린 답일까?
[새가 지저귄다] [까마귀 울음]
[부스럭 소리가 난다]
(아이) 아저씨가 사라지고 얼마 후
미녀도 우리를 떠나갔다
마지막 순간까지 나와 유이는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미녀의 곁을 지켰다
죽는 것보다
외로움을 걱정했던 미녀를 위해
- (김 형사) 왜, 뭔데? - (박 형사) 선배님
이것 좀 확인해 보시죠
[박 형사가 숨을 내뱉는다]
류민혁 사라진 날짜 영상은 아닌데
유원지 근처 자료 뒤지다가
좀 이상한 걸 발견해서요
[책상을 툭 짚는다]
[수상한 음악] 그 유원지
관리 안 하고 방치된 지 꽤 돼서
아시다시피 제대로 작동되는 CCTV가 없잖아요
근데
두 달 전에 딱 4, 5분 정도?
카메라 하나가 돌았던 흔적이 있더라고요
[긴장되는 음악]
[짜증스러운 한숨]
아니
(두식) 도대체 몇 번을 말합니까!
저 아니라고요!
쯧, 아, 씨발, 진짜 못 해 먹겠네 정말, 씨
[헛웃음]
[노트북을 탁 잡는다]
일단 이 영상 확인하고
다시 얘기하죠
뭔데? 이게 [키보드 조작음]
[한숨]
[서늘한 음악]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금전함이 철컹 닫힌다]
(두식) 뭐 하니, 지금?
[불안한 음악]
(두식) 이딴 식으로 뒤통수를 치니까
내가 고딩들 안 쓰는 거라고
야
사정이 딱해 보여 가지고 일자리 줬더니만, 씨발
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게 현금에 손을 대?
담배를 빼돌려?
- (하윤) 다음부터… - (두식) 확, 씨발, 그냥
어?
어떻게, 지금 바로 경찰서 갈까?
아니요, 사장님, 잘못했어요 저 다신 안 그럴게요
- (하윤) 한 번만 봐주세요 - (두식) 지랄하네, 아주, 씨
너 같으면 믿겠니, 그 말을?
아주 발랑 까져 가지고, 이게, 씨
(하윤) 사장님, 잘못했어요 저 진짜로 안 그럴게요
[두식의 한숨]
한 번만 봐주세요, 네?
진짜 다, 다신 안 그럴게요 사장님
(두식) 봐주면
말 잘 들을 거야?
네
저 진짜 열심히 일할게요
(하윤) 한 번만 믿어 주세요
(두식) 어떻게?
어떻게 열심히 일할 건데?
얘기해 봐
응?
어떻게 잘할 건데?
응?
잘못했지?
응?
아니, 돈이 필요하면 필요하다고
얘기를 하든가, 차라리
이렇게 나쁜 짓을 하고 그러면은… [하윤이 쿡쿡 웃는다]
[하윤이 연신 쿡쿡거린다]
어? 어쭈 [하윤의 웃음]
[하윤이 깔깔 웃는다]
어쭈?
(영상 속 두식) 어떻게 잘할 건데?
- (하윤) 사장님 - (영상 속 두식) 잘못했지?
제가 가져간 담배랑 돈 이걸로 퉁칠까요?
(두식) 이게, 너 일로 와! [하윤의 놀리는 신음]
[하윤의 거친 숨소리]
아, 참, 나 고딩이지?
너무 싼가? [두식의 헛웃음]
[웃으며] 한 백만 원 더 받아야겠다
- 야 - (하윤) 오지 마요
나 이거 바로 올려요
[하윤의 웃음]
존나 징그럽게 생겨 가지고
[헛웃음]
[하윤의 웃음]
[풀벌레 울음]
(하윤) 씨발, 뭐야, 여기?
(두식) 야, 돈 찾아서 갈 테니까
한 시간 뒤에 핸드폰 가지고 언덕 위에 있는 유원지로 와
- (하윤) 그 망한 유원지요? - 그래
그럼, 뭐, 사람 많은 데서 동네방네 떠들면서 거래할까?
어? 야
나도 너한테 두 번 당할 순 없잖아
[풀벌레 울음] (하윤) 하, 씨발
어디 있다는 거야?
[밤새 울음]
[긴장되는 음악]
[하윤의 비명]
[하윤의 겁먹은 신음]
[하윤의 힘주는 신음]
[하윤의 힘겨운 신음]
[하윤이 연신 신음한다] [폭죽이 피융 솟구친다]
[두식의 힘주는 신음] [하윤의 힘겨운 신음]
[폭죽 폭발음] [하윤의 힘겨운 신음]
[하윤이 콜록거린다]
[키보드 조작음]
다시 한번 물을게요, 김두식 씨
[거친 숨소리]
서하윤 살해 및 시신 유기 혐의 인정하십니까?
[탁자를 쾅 친다]
(두식) 아니, 아니, 이거는!
앉아
(두식) 아니, 저, 그게…
아, 얘가 도둑질을 해 가지고
내가, 내가 버릇 좀 고쳐 주려고
예? 겁 좀 주려고 여기 데리고 간, 간 건데
내가 죽였다는 증거가 없잖아! [증거물을 탁 내려놓는다]
범행에 사용한 칼에 류민혁이 지문 묻히고
유원지 언덕에 묻었잖아!
(김 형사) 흙 살짝 덮어서 대충
경찰이 못 찾으면 안 되니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두식의 힘주는 신음]
[두식의 당황한 신음]
[영상 속 두식의 힘겨운 신음]
[영상 속 두식이 헐떡인다]
[두식의 힘겨운 신음] [힘주는 신음]
[두식의 힘겨운 신음]
[두식의 힘겨운 신음]
[탁자에 물건을 탁 올린다]
이거 김두식 씨 집 지하 창고에서 발견된 물건입니다
(두식) 뭐? [두식의 당황한 신음]
[천둥이 우르릉거린다]
[거센 빗소리] (노인) 살려 주세요, 예?
아이고, 아유
[천둥이 쾅 친다]
(김 형사) 이거 입고
강도, 살인, 시신 유기까지
마법처럼 감쪽같은 완전 범죄를 꿈꿨나 본데
어, 이 새끼야!
저, 자… [당황한 신음]
아니야, 아니야, 씨
- (두식) 씨발 - 채워
(두식) 진짜, 씨
[두식의 당황한 신음]
- 잠깐만, 잠깐만! - (박 형사) 앉아, 이 새끼야
- 이 새끼가! - (두식) 나 아니야!
- (김 형사) 김두식! - (박 형사) 가만히 계세요!
(영상 속 두식) 씨발! 내가 서하윤 죽인 게 아니야!
아니라고, 씨발 새끼들아! 아니라고!
(두식) 놔! 씨발, 진짜, 씨발! [형사들의 힘주는 신음]
아니라고! 난 아니야, 개새끼들아!
(김 형사) 바로잡아야 할 게 있다고?
[경찰서가 분주하다] 네
정식으로 신고하려고요
편의점 사장님한테
성추행과 협박 피해를 받았습니다
[한숨]
이렇게 해야
저를 도와준 분한테 조금은 덜 미안할 거 같아서요
[한숨]
아니, 그것보다
벌은 잘못한 사람이 받아야 맞는 거잖아요
물론이지
잠깐만
여성청소년과 담당자랑 연결해 줄게
(김 형사) 아, 여청과 수아 씨 좀 내려보내 줘
[수화기를 달칵 내려놓는다]
아, 학생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
아, 네
두 달 전쯤, 어…
정확한 날짜는 3월 11일 늦은 밤인데
(김 형사) 유원지에서 좀 이상한 일이 있어서 말이야
어, 어, 어떤 일인데요?
[멋쩍은 웃음] 아니
망가진 채로 몇 년째 방치돼 있던 CCTV 카메라가
갑자기 한 4분 정도 작동을 했단 말이야
(김 형사) 근데 그 화면 속에
엄청 화려한 불빛 같은 게 보이더라고
유원지에서 뭔 일이 있었던 건지 도무지 확인이 안 되네
혹시 그날 거기 갔거나
아니면 뭐 짚이는 거 없을까?
어…
그, 글쎄요, 저는 잘…
학생도 잘 모르는구나
[멋쩍은 웃음] 그럼 됐어
(김 형사) 좀만 기다려
[멀어지는 발걸음]
[중얼거리며] 3월
[음료수를 툭 내려놓는다]
(아이) 3월 11일이면…
[휴대폰 조작음] 개학하고 며칠 뒤인데
늦은 밤이었다고? [신비로운 음악]
(리을) 안나라 [놀란 숨소리]
수마나라
[폭죽이 피융 솟구친다]
[신비로운 효과음]
[전원이 탁 켜진다]
[아이가 숨을 내뱉는다]
[가방 지퍼를 직 닫는다]
(담임) 야, 나일등
[한숨]
너…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모의고사 한번 삐끗한 게 뭐라고 너 지금…
[종이가 팔락거린다] [담임의 한숨]
흔들릴수록 마음 단단히 먹어야지
어?
[청소하는 소리가 난다]
저…
[작은 목소리로] 지난번 일도 뭐, 아버님 덕분에 마무리 잘됐고
너 지금 하던 대로만 하면 수시 합격 무난한데
왜 이제 와서 굳이…
험한 길을 가려 그래, 어?
가 보고 싶어졌어요
그 험한 길
뭐?
[잔잔한 음악] 몰랐는데요
꽃은
잘 닦인 아스팔트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흙에서 피는 거더라고요
(일등)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담임) 야, 일등아
나일등
[발소리가 쿵쿵 울린다]
[새가 지저귄다] [까치가 깍깍거린다]
[부드러운 음악] (아이) 마법처럼 눈이 내리던 늦은 봄날이 지나고
나는 그렇게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가고 있었다
[아이의 한숨]
(아이) 아저씨
잘 지내고 계세요?
[강아지가 낑낑거린다] [아이가 숨을 들이켠다]
벌써 또 겨울이 왔어요
날씨가 너무 추운데
감기는 안 걸리셨는지 모르겠네요 [유이가 강아지를 부른다]
[강아지가 낑낑거린다]
(유이) 자
(아이) 기억하시죠? 제 동생
유이는 이제 곧 중학생이 돼요
[유이의 힘주는 신음] [닭이 꼭꼭거린다]
(유이) 꼬미야 오늘은 이거밖에 안 낳았어? [닭 울음]
내일은 꼭 두 개 낳아
(유이) 아, 밥 먹으라고, 밥
해 뜬 지가 언제인데
으이구, 대학생이 공부는 안 하고
대체 알바를 몇 개를 하는 거야?
(아이) 애가 잔소리를 얼마나 하는지
이제는 아예 자기가 언니인 줄 안다니까요 [아이의 옅은 웃음]
(아이) 와
맛있겠다
- 이거 네가 다 한 거야? - (유이) 그럼 누가 했겠어?
[웃음] (아이) 치
역시 다 키운 보람이 있네
[웃음]
[휴대폰 진동음] 응?
아빠다
응, 아빠
응, 우린 괜찮아
거기는? 거긴 안 추워?
아빠
이번 주말에 올 수 있어?
(아이) 작년부터 아빠는
지방에 일자리를 얻으셔서 주말마다 올라오세요 [아이가 계속 통화한다]
(아이) 유이 바꿔줄게
(아이) 아직 빚은 많이 남아 있지만 저도 도우면서
[유이가 통화한다] 조금씩 갚아 나가고 있어요
[까마귀 울음]
[서정적인 음악]
[새가 지저귄다]
세상은 많이 변했지만
이곳 유원지랑 공연장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바람 소리가 거세다] 아직 그대로 있고요
[바닥이 삐걱거린다]
[아이의 차분한 숨소리]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시간 날 때마다 편지도 쓰고 있어요 [숨을 내뱉는다]
엄마한테도, 미녀한테도 그리고…
아저씨한테도
누구에게도 주소는 쓸 수 없지만
다 받아 볼 수 있겠죠?
이건 마법의 우체통이잖아요
[아이의 웃음]
[숨을 헉 들이켠다]
아저씨
전 그냥 이렇게 살고 있어요
시시한 어른이 되어 버린 거 같아요
[아이의 다급한 숨소리] [경쾌한 캐럴이 흘러나온다]
(매니저)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맛있게 먹어
- (아이) 안녕하세요 - (매니저) 어, 아이 씨
- (매니저) 차 많이 막히지? -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 아니야, 괜찮아
생일상이 C1 테이블이니까 그거부터 빨리 준비해 줘
네, 얼른 준비하겠습니다
- (여자1) 선물이야, 생일 축하해 - (남자1) 어머나
(꼬마1) 감사합니다
(아이) 안녕하세요
- (여자1) 안녕하세요 - 마술사 언니다
(꼬마2) 마술사 누나다
우리 친구들 식사는 맛있게 하셨어요?
- (꼬마1) 네 - (꼬마2) 네
그럼 언니가 진짜 신기한 마술 하나 보여 줄게요
궁금하죠?
(아이) 여기 장미꽃이 하나 있네요?
(아이) 아저씨가 떠나고 난 뒤 깨달았어요
하나
(아이) 세상 모두가 믿는 마술사가 될 순 없겠지만
(아이) 둘! [부드러운 음악]
(아이) 단 한 사람을 위한 마술사는
- 나비다 - (아이1) 우아!
(아이) 될 수 있다는 거
자, 이거는 우리 꼬마 친구한테 줄게요
(꼬마2)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비는
(아이) 헉, 사라졌다!
어? [꼬마들의 놀란 탄성]
(꼬마1) 우아, 이게 왜 여기 있지?
[아이의 웃음]
(아이) 자, 이 나비는
행복을 가져다주는 나비예요
(아이) 저요
날아가 버리지 않게 꼭 쥘 수 있겠죠?
(아이) 계속 노력할 거예요
아저씨가 저한테 그랬듯 [아이가 말한다]
누군가에게 작은 기적을 선물하는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
어떤 행복이 찾아올지 궁금하죠?
네
(아이) 그러니까 조금은 칭찬해 주세요 [아이가 연신 말한다]
언니가 질문 하나만 할게요
(아이) 잘하고 있다고
잘 해낼 거라고
당신
- 마술을 - (리을) 마술을
믿습니까?
[찬란한 음악]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의 박수갈채]
[웃음]
[사람들이 연신 환호한다]
♪ 어릴 적 꿈의 나래를 펼치며 ♪ [사람들의 환호성]
♪ 신이 나 가슴이 소리치곤 했었잖니 ♪
♪ 근데 왜 ♪
(아이와 일등) ♪ 지금의 네 꿈들엔 ♪ [사람들의 환호성]
♪ 지레 선을 그어 버리곤 고개를 ♪
(아이) ♪ 떨군 거니 ♪ [사람들의 환호성]
[아이의 웃음]
♪ 실없는 얘기라고 ♪
(소희) ♪ 강하게 저항할수록 ♪ [사람들의 환호성]
(하나) ♪ 맘은 더욱 크게 울려와 ♪
(하나와 소희) ♪ 오 ♪
♪ 거봐, 방금 설렜어 ♪
(담임과 하윤) ♪ MAKE YOUR OWN FANTASY ♪ [사람들의 환호성]
- (담임) ♪ 꾸깃하게 접어 둔 ♪ - (하윤) ♪ 접어 둔 ♪
(하윤) ♪ 해진 너의 바람들을 ♪ [사람들의 환호성]
(하윤과 담임) ♪ 펼쳐 내 봐 ♪
(두식) ♪ SINCERELY SINCERELY ♪ [사람들의 환호성]
♪ 내가 나를 믿을 때에 ♪
(함께) ♪ 알게 되지 ♪
- (아이) ♪ 그 모든 마법들의 ♪ - (두식) 어! 안 돼! 안 돼!
(아이) ♪ 비밀을 ♪
♪ 운명이란 단어의 ♪ [사람들의 환호성]
(리을) ♪ 틀을 넘어서면 ♪
(아이와 리을) ♪ 너만의 세상이 ♪
♪ 있어 ♪ [사람들의 환호성]
(함께) ♪ MAKE YOUR OWN FANTASY ♪
♪ 꾸깃하게 접어 둔 ♪
♪ 해진 너의 바람들을 펼쳐 내 봐 ♪
♪ SINCERELY, SINCERELY ♪ [사람들의 환호성]
♪ 내가 나를 믿을 때에 ♪
♪ 알게 되지 ♪
(아이와 일등) ♪ 사실은 지금 모든 순간이 ♪ [두식과 담임의 추임새]
[두식의 탄성] (함께) ♪ MAKE YOUR OWN FANTASY ♪
[담임과 두식이 투덜거린다]
♪ 꾸깃하게 접어 둔 ♪
♪ 해진 너의 바람들을 펼쳐 내 봐 ♪
♪ SINCERELY, SINCERELY ♪
♪ 내가 나를 믿을 때에 ♪
♪ 알게 되지 ♪ [사람들의 환호성]
♪ 사실은 지금 모든 순간이 ♪
♪ MAKE YOUR OWN MELODY ♪
♪ 다른 누구도 아닌 ♪
♪ 오직 너만의 노래를 듣고 싶어 ♪
♪ SINCERELY, SINCERELY ♪
♪ 내가 나를 믿을 때에 ♪
♪ 알게 되지 ♪
(리을) ♪ 사실은 지금 모든 순간이5 ♪ [사람들의 환호성]
♪ FANTASY ♪ [사람들이 연신 환호한다]
(리을)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감사합니다
(두식) 오, 마이 갓!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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