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라수마나라 5
  [불안한 음악]   [영상 속 몸싸움 소리]
  [영상 속 남자1의 신음]
  [남자1의 괴로운 신음]
  [영상 속 남자1의 힘주는 신음]
  [영상 속 남자1의 힘겨운 신음]
  (영상 속 리을) 난 진짜야
  [영상 속 남자1의 힘겨운 신음]   [영상 속 리을의 힘주는 신음]
  진짜 마술사야
  [영상이 지직거린다]   [영상 속 남자1의 비명]
  [떨리는 숨소리]
  [아이의 놀란 숨소리]
  봤어?
  (하나) 아, 하필 그 중요한 순간에   카메라 배터리가 나가 가지고
  그다음에 어떻게 됐을 거 같아?
  어딜 찔렀을까?
  죽었을까?
  (일등) 재밌냐?
  (하나) 윤아이
  그래
  나 솔직히   너 되게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이 영상 보고 나서
  어쩌면 너도   피해자가 아닐까 싶더라고
  피해자라니?
  너 전에 유원지에서   막 뛰쳐나오는 거 봤어
  그 남자가 너 기다린다고
  막 전해 달라고 했던 것도   좀 그렇고
  뭔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너 혹시라도…
  야, 너 말이 좀…
  (아이) 야, 백하나
  나
  너 같은 애들 잘 알아
  [불안한 음악]
  남 걱정해 주는 척하면서   약점 들춰내고
  위로해 주는 척 상대방 무시하면서   우월감 느끼는 거
  그거 다 티 나거든
  - 뭐?   - (아이) 네가 어떻게 행동하든
  별로 관심 없어, 근데
  아저씨가 나한테 어떤 사람인지는
  그건 내가 판단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떠들지 마
  (하나) 야!
  [하나의 어이없는 숨소리]
  기껏 생각해 줬더니
  아, 되게 궁금하다
  대체 어떤 사람인데?
  네가 안다는 그 사람
  내가 보기엔
  그냥 미친 사람 같던데
  아저씨는
  진짜 마술사야
  [황당한 웃음]
  [헛웃음 치며] 야, 쟤 방금 뭐래?
  하, 너무 충격이 커서   정신이 회까닥한 거 아니야?
  너 말조심해라
  USB
  (일등) 신고하게?
  왜?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
  [헛웃음 치며] 아니
  (일등) 제일 먼저   이 영상 출처부터 확인할 텐데
  근데 이게 도촬이잖아?
  마술사 대신   네가 먼저 조사받을 수도 있어
  [USB가 잘그락거린다]   그 정도는 알고 하라고
  [멀어지는 발걸음]
  [헛웃음]
  쟤까지 완전 맛이 갔네
  진짜 마술사라고?
  (일등) 윤아이!
  잠깐만
  아, 윤아이!   [아이의 거친 숨소리]
  [일등의 거친 숨소리]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일등이 연신 헐떡인다]
  사실
  오늘 아침에 경찰이 아저씨랑   비슷한 사람 찾고 있는 거 봤어
  경찰이 무슨 일로?
  자세한 건 나도 몰라
  그래서 알아보려고   어떻게 된 일인지
  너 지금 그래서   유원지에 가겠다는 거야?
  [큰 목소리로] 만약에 진짜 사…
  [차분한 목소리로]   살인 사건이라도 난 거면?
  [떨리는 숨소리]
  나 당신이 사람 죽이는 거   본 거 같아요, 그러겠다고?
  - 그럴 리가 없잖아   - (일등) 어떻게 믿어?
  믿어서가 아니라
  믿고 싶어서
  [불안한 음악]
  (아이) 아저씨에 대해서
  적어도 하나랑 경찰보다   내가 더 잘 안다고 생각하니까
  [차 경적음]
  [일등의 옅은 한숨]
  (교사1) 특별 선행상   [교사와 학생들의 박수]
  2학년 1반
  나일등
  [박수가 계속된다]
  [담임의 멋쩍은 한숨]
  그러니까
  이제 너는 신경 꺼
  야, 야, 윤아이
  [차 경적음]
  (일등 모) 나일등!   빨리 타, 차 막혀
  [중얼거리며] 하, 씨, 진짜
  [스산한 새 울음]
  [바닥이 삐걱거린다]
  [쇳소리가 끼익 난다]   [아이1의 겁먹은 신음]
  (아이2) 어, 뭐 하는 거지?
  [아이3의 겁먹은 신음]
  (아이3) 어, 이게 뭐야
  (아이1) 몰라, 뭐야?   [놀란 신음]
  (아이4) 어? 뭐야?
  [아이들의 겁먹은 신음]
  [아이3이 울먹인다]   - (아이1) 아저씨   - (아이4) 뭐야?
  (아이1) 무서워요
  [아이2의 울음]
  그만하세요
  [아이2가 연신 무서워한다]
  [아이4의 놀란 신음]
  [아이들의 환호성]
  [아이들의 박수갈채]
  [아이들이 연신 환호한다]
  [부드러운 음악]   [아이들이 연신 웃는다]
  (리을) 여기서   [손가락을 딱 튕긴다]
  (아이4) 어, 뭐야?   [아이들의 의아한 신음]
  (리을) 넣고, 어? 여기
  [손가락을 딱 튕기며] 여기서도
  [아이들의 의아한 신음]
  [리을의 놀란 숨소리]   (아이3) 엥?
  [손가락을 딱 튕긴다]
  [아이4의 의아한 신음]
  - (아이3) 이게 어디서 나왔지?   - (리을) 그리고 어? 여기도 있다
  [아이들의 놀란 탄성]   (아이1) 어?   이게 어디서 나온 걸까?
  (리을) [손가락을 튕기며] 여기서   [아이들의 탄성]
  - (아이4) 왜 이렇게 많이 나와?   - (리을) 이렇게 넣으면
  어!   [아이3의 탄성]
  짜잔   [아이들의 환호성]
  (아이4) 귀여워!
  - (리을) 자, 선물이야   - (아이1) 와,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연신 환호한다]
  (아이4) 귀여워   [리을의 웃음]
  [아이들의 환호성]   [리을의 과장된 탄성]
  [아이들이 연신 즐거워한다]   [리을의 과장된 탄성]
  (리을) 와, 다 나왔다!   [아이들과 리을의 환호성]
  (아이) 묻고 싶은 게 참 많았는데
  왜 이미 대답을   들은 거 같은 기분일까
  [아이1의 탄성]
  (리을) 이야!   [아이들의 탄성]
  (아이3) 와, 잡아 보자   [아이들의 환호성]
  [풀벌레 울음]
  [새 울음]
  아…
  그때 마술 배운다던 학생?
  네
  저기
  실례가 안 된다면
  번호 좀 알려 줄래요?
  제 번호는 왜, 왜요?
  얘기 들었어요
  여기 자주 온다길래
  아…
  아, 별건 아니고
  [지수의 멋쩍은 한숨]
  (지수) 혹시 나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연락 좀 달라고요
  (아이) 무슨 일?
  그러면은
  그쪽 번호를 저한테 주시겠어요?
  아
  그러는 게 좋겠네요
  [휴대폰 조작음]
  부탁할게요
  나중에 또 봐요
  네
  [멀어지는 발걸음]
  [고양이 울음]
  [풀벌레 울음]
  [숨을 들이켠다]
  [영상 속 남자1의 신음]
  [영상 속 우당탕 소리]   (영상 속 리을) 난 진짜야   난 진짜 마술사야
  [영상 속 남자1의 비명]
  (유이) 노랑아, 많이 먹어
  [병아리가 삐악거린다]
  [물이 조르륵 흐른다]   (아이) 유이야
  (유이) 응?
  그때 우리 집에 왔던   마술사 아저씨 말이야
  네 눈에는 어때 보였어?   [물병 뚜껑을 달그락 닫는다]
  뭐, 괜찮게 생겼더라   [물병을 툭 내려놓는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헛웃음]
  아니, 그런 거 말고
  뭐, 이렇게
  좋은 사람 같았다던가
  범죄자 같았다던가
  아니면 진짜 마술사 같았다던가
  마술사?
  레알? 찐으로?
  응
  [고민하는 한숨]
  내 생각에는, 언니
  좀 쉬어야겠다
  공부가 많이 힘들지?
  [옅은 웃음]
  [숨을 씁 들이켠다]   음…
  열은 없는 거 같은데?
  [아이가 살짝 웃는다]
  [아이가 입소리를 쩝 낸다]
  [아이의 한숨]
  귀여워
  [병아리가 삐악거린다]
  [병아리가 연신 삐악거린다]
  [한숨]
  [옅은 한숨]
  [펜을 끄적거린다]
  (일등) 어떻게 믿어?
  [서글픈 음악]   믿어서가 아니라
  믿고 싶어서
  (아이) 그러니까
  이제 너는 신경 꺼
  [한숨]   [펜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한숨]
  [방문이 달칵 열린다]
  왜 그래?
  [다가오는 발걸음]   (일등 모) 또 머리 아파?
  - 별일 아니에요   - (일등 모) 봐 봐, 열은 없고?
  (일등) 괜찮…
  (일등 모) 만지지 마!
  [한숨]
  곧 시험이잖아
  [파편이 달그락거린다]
  가뜩이나 몸도 안 좋은데   컨디션 조절이나 신경 써
  엄마가 알아서 치울 테니까
  [달그락거리며 연신 치운다]
  [밤새 울음]   [풀벌레 울음]
  [바닥이 삐걱거린다]
  [바닥이 연신 삐걱거린다]
  깜짝이야, 씨
  [앵무새가 꾸르륵거린다]
  [작은 목소리로] 아이, 씨   뭐, 쟤는 머릿속에…
  [앵무새가 꾸르륵거린다]
  [스산한 효과음]
  [불안한 음악]   이거 핏자국 아니야?
  대박
  [다가오는 발걸음]
  [앵무새가 꽥꽥거린다]
  [속삭이며] 쉿, 조용히 해, 제발
  [앵무새가 꽥꽥거린다]   (하나) 제발, 제발…
  쉿, 쉿, 조용히 해, 제발
  [앵무새가 연신 운다]
  [발걸음이 가까워진다]
  [하나의 비명]
  [하나의 거친 숨소리]
  [앵무새가 조잘거린다]
  [하나의 멋쩍은 숨소리]
  아, 깜짝이야
  [어색한 웃음]
  저예요
  저 기억하시죠?
  [한숨]
  또 무슨 일이야?
  아시잖아요   저 오빠한테 관심 되게 많은 거
  (하나) 아니   제가 요즘 부쩍 마술에
  관심이 되게 많아졌거든요
  그래 가지고   마술 좀 배워 볼까 하는데
  아, 윤아이도 여기 다닌다던데
  [한숨]
  다음에 와
  [멀어지는 발걸음]   [어색한 웃음]
  에이, 또 다음이야?
  오늘도 날이 아닌가 보네
  (하나) 그럼 저 다음에   다시 올게요
  [숨을 후 내뱉는다]
  (리을) 근데
  [불안한 음악]
  정말 내 마술 맞아?
  네가 진짜 알고 싶고
  보고 싶은 게?
  [당황한 숨소리]
  내가 저번에 분명히 얘기했는데
  몰래 훔쳐보는 건
  [위태로운 음악]
  마술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하나) 저 사실
  마술에 대한 별 관심 없어요
  그리고 뭐, 마술이 정 보고 싶으면
  돈을 내고 공연장에 가지, 뭐
  이런 데를 오겠어요?
  그럼 이런 데까지 직접 방문해 준
  [다가오는 발걸음]
  진짜 이유는?
  (리을) 응?
  증거 잡으러요
  대체 이런 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하나) 다른 사람한테도 좀
  알려야 될 것 같아서요
  [영상 속 남자1의 거친 숨소리]
  [불안한 음악]   [영상 속 남자1의 힘겨운 신음]
  [리을이 숨을 씁 들이켠다]
  [영상 속 남자1의 힘주는 신음]
  이 사람 어떻게 됐어요?
  [한숨]
  (하나) 제가 오해한 거면   아니라고 말해 봐요
  내가 굳이 대답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네 마음대로 생각해
  둘 중의 하나겠지   내가 죄가 없거나
  (리을) 아니면 죄가 있어도   나를 잡을 수가 없거나
  [하나의 신음]
  [앵무새가 울며 푸드덕거린다]
  [하나가 숨을 내뱉는다]
  [헛웃음]
  내 생각엔 둘 중 하나인 거 같은데
  마술사인 척하는 사기꾼이거나
  아니면
  (하나) 자기가   진짜 마술사라고 착각하는
  사이코거나
  [헛웃음]
  [헛웃음]
  [놀란 숨소리]
  나를 진짜로 미쳤다고   생각해도 좋아, 근데
  근데 내 마술은, 어?
  내 마술은 진짜야
  [하나의 당황한 숨소리]   그러니까 내 물건에   함부로 손대지 마
  [하나의 힘주는 신음]
  (하나) 아, 맘대로 해요!
  [피식 웃는다]
  여기 이 영상
  자동 저장되고 있다는 건   알고 계시죠?
  내놔
  내놔!
  뭐 하시는 거예요!
  (하나) 아, 왜 이래요!
  아, 뭐 하시는 거예요!
  [앵무새가 거칠게 운다]
  [하나의 놀란 신음]   [앵무새가 꽥꽥거린다]
  [거친 숨소리]   [하나의 놀란 숨소리]
  [앵무새가 힘없이 운다]
  [떨리는 숨소리]
  [하나의 놀란 숨소리]
  [리을의 거친 숨소리]
  [앵무새가 힘없이 운다]   [불안한 음악]
  [놀란 신음]
  내가 더 이상
  [하나의 힘겨운 신음]   (리을) 너한테 뭘 더 보여 줄까?
  [힘겨운 신음]
  [리을의 거친 숨소리]   [하나의 힘겨운 신음]
  내가 무슨 말을 해 줘?
  [하나의 힘겨운 신음]
  나한테 뭘 원하는데
  (하나) 아, 이거 놔…
  (리을)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 줄게   [힘주는 신음]
  [리을의 힘주는 신음]   [하나의 힘겨운 숨소리]
  [앵무새 울음]
  [새장이 철컹거린다]
  [앵무새가 울며 푸드덕거린다]
  [리을의 다급한 숨소리]   [앵무새가 연신 운다]
  (리을) 미녀야
  [새장이 철컹거린다]   미녀야!
  [가쁜 숨소리]
  [힘주는 신음]   [앵무새가 연신 운다]
  [리을의 울먹이는 숨소리]   [새장이 연신 철컹거린다]
  [하나의 힘주는 신음]
  [앵무새가 연신 운다]
  [리을의 다급한 숨소리]
  [리을의 힘주는 신음]   [새장이 연신 철컹거린다]
  [하나의 아파하는 신음]
  [비명]
  [하나의 겁먹은 숨소리]   [밤새 울음]
  [하나가 연신 헐떡인다]
  야, 백하나
  [하나의 거친 숨소리]
  너 왜 그래?
  (일등) 괜찮아?
  [울먹인다]
  (일등) [한숨 쉬며] 씨, 진짜
  [하나의 떨리는 숨소리]
  (하나) [떨면서] 생각할수록   소름 끼쳐
  이상한 소문이   괜히 나도는 게 아니었어
  당장 경찰에 신고하고 싶은데   괜찮겠지?
  [하나의 떨리는 숨소리]
  막 복수하겠다고 찾아오고   그러면 어떡해?
  정말 그 마술사가 확실해?
  너 다른 사람을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너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그러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같은 사람이라는 게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서
  [성난 숨소리]
  (하나) 야, 똑똑히 봐
  그 아저씨가 한 짓 맞아
  완전히 눈이 뒤집어져 가지고
  날 목 졸라 죽이려고 했다고
  아, 이걸 보고도   그럴 리 없다고 할래?
  [한숨]
  [헛웃음]
  말해 봐
  [불안한 음악]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거야?
  아, 말해 보라니까!
  나도 모르겠어
  나도 모르겠다고
  [어이없는 한숨]
  [일등의 한숨]
  너랑 윤아이
  진짜 단단히 미쳤구나?
  그래
  너희들도 당해 봐, 어디
  백하나는 아파서 결석이고
  (교사2) [입을 쩝 떼며]   나머지는 다 왔지?
  - (학생들) 네   - (교사2) 어
  [작은 목소리로] 어
  [저마다 시험지를 사락거린다]
  [불안한 음악]   [일등의 떨리는 숨소리]
  [한숨]
  [일등의 떨리는 숨소리]
  [날카로운 소음이 울린다]
  [날카로운 소음이 연신 울린다]
  [일등의 힘겨운 숨소리]
  [거친 숨소리]
  [숨소리가 울린다]
  [시험지 사락대는 소리가 울린다]
  [일등의 힘겨운 숨소리가 울린다]
  [일등의 숨소리가 울린다]
  [일등의 거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가 울린다]
  [일등의 힘겨운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가 울린다]
  [날카로운 소음이 커진다]
  [일등이 숨을 내뱉는다]
  (교사2) 무슨 일이야?
  그…
  두통이 너무 심해서요
  [답안지가 팔락거린다]
  [걸어가는 발걸음]
  나가도 될까요?
  괜찮겠어?
  네
  쯧, 그래
  [멀어지는 발걸음]
  [새가 지저귄다]   [교정이 떠들썩하다]
  [한숨]
  [일등의 한숨]
  두통은 좀 어때?
  이제 괜찮아
  어제 백하나가…
  (아이) 어, 등교할 때   소희한테 들었어
  백하나 유원지에서   안 좋은 일 있었다며?
  그거 진짜야?
  그런 거 같아
  (일등) 너도 당분간 유원지에   안 가는 게 좋을 거 같다
  상관없어
  알아
  남들 눈에 내가   얼마나 이상해 보일지
  (일등) 아, 자꾸   안 좋은 일 생기는데
  무작정 마술사를 믿는다는 게
  [한숨]   아, 좀 이해하기 어렵잖아
  그래서 상관없다고
  나 이해해 주는 사람
  어차피 예전에도 없었으니까
  [잔잔한 음악]
  [한숨]
  (아이) 우리 어릴 때
  산타 할아버지   기다리던 거 생각나?
  난 원망한 적 되게 많거든
  [입소리를 쩝 낸다]
  친구들 집엔 다 갔다는데
  왜 나한테만 와 주지 않았을까?
  크리스마스 때마다   엄청 섭섭하고 속상했던 기억
  [숨을 내뱉으며] 나는
  그냥 하나가   거짓말하는 거면 좋겠어
  경찰이 아저씨를 찾는 것도
  [웃으며] 그냥 다   별일 아니었으면 좋겠고
  나 정말
  정말 믿고 싶거든
  조금 늦었지만
  나한테도
  진짜 산타가 찾아온 거라고
  [휘파람 소리]
  [앵무새 울음]   미녀야
  [앵무새가 조잘거린다]
  [서늘한 음악]
  [쇳소리가 연신 끼익 울린다]
  아들
  [동영상 강의가 흘러나온다]
  반도 못 푼 답지 냈다는 게   무슨 소리야?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죄송해요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시험 도중에 갑자기?
  너 어디가? 얼마나?
  두통이요
  더 버티면 쓰러질 거 같아서   [일등 모의 한숨]
  차라리 쓰러지지!
  [책상을 탁탁 친다]   안 그러면 재시험 기회라도   얻었을 거 아니야!
  (진만) 애가 아프다는데   그게 할 소리야?
  [일등 모의 속상한 한숨]
  (일등 모) 몸이 문제가   아닌 거 같으니까 이러지
  (진만) 왜 그래? 당신답지 않게
  [일등 모의 한숨]
  [일등 모의 거친 숨소리]
  [수납장을 탁 연다]
  (일등 모) 내 이럴 줄 알았어   [불안한 음악]
  - 이게 다 뭐야?   - (일등 모) 내가
  한 번은 그냥 웃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모자를 탁 집는다]   너 이유나 좀 알자
  너 이따위 한심한 거에   집착하는 이유가 뭐야? 어?
  그냥 좋아서요
  하, 이까짓 게 뭔데!
  너 엄마 속 뒤집어지는 거
  그거 구경하는 거   좋아서 그러는 거지, 너
  그럼 어떻게 해야 돼요?
  (일등) 내가 좋으면 엄마가 괴롭고
  - 엄마가 좋으면 내가 괴로운데   - (일등 모) 뭐!
  (진만) 그만해, 둘 다!   [일등 모의 한숨]
  일등이 앉아, 당신 그만해
  [힘겨운 숨소리]
  [물건들을 발로 툭 찬다]
  (진만) 그래, 뭐   정 견디기 힘들면
  숨 좀 돌려야지, 뭐, 응?
  [어깨를 툭 치며] 일등아
  너 어릴 때 네가 그랬다
  아빠 보면서
  법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내가 그 말 듣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기억나?
  [숨을 내뱉는다]
  - (일등) 네   - (진만) 그래
  어린 네 눈엔 이 아빠가   뭐가 그렇게 좋아 보이던?
  어디를 가든
  [일등이 숨을 내뱉는다]
  아빠한테 잘 보이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일등이 숨을 들이켠다]
  참 대단해 보였어요
  옆에 있으면 나도 덩달아
  뭐라도 된 거처럼
  (진만) 바로 그거야
  응?
  지금 힘들어도   좀 참아야 하는 이유
  나와 내 가족이   평생 이 정도로 누리고 사는데
  그럴 만한 가치는 있지 않겠니?   응?
  대답해
  네
  [어깨를 툭툭 다독인다]
  [진만이 살짝 웃는다]
  [멀어지는 발걸음]
  근데 만약에요
  돈도 못 벌고
  남들한테 인정도 못 받지만
  저한테만은   가치 있는 일을 찾는다면요?
  아들
  그건 그냥 허세지
  내세울 게 없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
  꼭 내세울 거 없으면 어때요?
  [불안한 음악]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한데
  있더라고요, 그런 사람이
  (일등 모) 어디? 누가 그런데?
  [한숨]
  어떤 마술사요
  마술사?   [일등 모의 한숨]
  얘가 지금 뭐라는 거야?
  (일등 모) 너 진짜 왜 그래!
  [일등 모의 속상한 숨소리]
  아휴, 그래서
  판검사 아니라   진짜 마술사가 되겠다는 거야?
  돈, 명예 이런 거 필요 없어?
  너 그럼 뭘 위해서 살 건데?
  대체 마술을 하면은   [손바닥을 탁탁 친다]
  네 인생 뭐가 남냐고!
  꼭 뭐가 남아야 되는데요?
  엄마
  투자한 만큼
  뭐라도 남기려고   저 낳아서 키우시는 거예요?
  (진만) [뺨을 철썩 갈기며]   이 자식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이게!   [물건들을 퍽 찬다]
  아니
  이 한심한 놈이
  나와, 당신, 나와!
  (일등 모) 가만있어 봐
  [일등 모의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엄마 절대로 포기 안 해
  내일부터 등하교, 학원, 과외   다 엄마 차로 다녀
  너 단 1분도
  네 맘대로 쓸 생각 하지 마
  [코를 훌쩍인다]
  [멀어지는 발걸음]
  [방문이 쾅 닫힌다]
  [훌쩍인다]
  [연신 훌쩍인다]
  [밤새 울음]
  [날카로운 소음이 울린다]
  [날카로운 소음이 쨍 울린다]   [일등의 신음]
  [날카로운 소음이 연신 울린다]
  [불안한 음악]
  (남자2) '위 학생은'
  [카메라 셔터음]   '전국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하였기에'   [카메라 셔터음]
  '이 상장을 드립니다'
  (어린 일등) 난 행운아다
  [사람들의 박수]
  나는 아스팔트가 깔린
  곧고 평평한 길을
  매우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
  더러운 흙길
  [어린 일등이 계속 말한다]   (일등) 구불구불하게 꼬인 길을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들은
  절대 나를 이길 수 없다
  그래서 나는 항상 일등이다   [엔진 가속음]
  나는 아스팔트 길을   축복이라 믿으며 걸어왔다
  부모님이 닦아 놓은   이 길만 계속 잘 따라간다면
  분명 좋은 대학교를 거쳐   좋은 직장에까지
  안전하게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엔진 가속음]
  [불안한 음악 소리가 커진다]
  하지만
  마술사를 만나고 난 뒤
  문득 든 의문 하나
  난 지금 내 의지대로 달리고 있나?
  이 길은 너무 빨라서
  주위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
  끝이 어딘지도 모른 채
  언제까지 앞만 보고 달릴 순 없어
  [엔진 가속음이 요란하다]
  [엔진 소리가 작아진다]
  [거친 숨소리]
  [일등의 놀란 숨소리]
  [새가 지저귄다]
  [안전벨트를 툭 끄른다]
  [차 문을 달칵 연다]
  [새가 연신 지저귄다]
  [바람이 사르륵 분다]
  [일등의 놀란 숨소리]
  [리을과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신비로운 음악]
  (리을) 해 봐
  - (아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리을) 응
  - (아이) 하나, 자, 하나   - (리을) 어
  (아이) 자, 하나, 하나   [리을의 웃음]
  (리을) 잘한다
  (아이) 하나, 하나
  (리을) 잘하네
  (일등) 어떤 어른이 되길 꿈꿨지?
  어떤 어른이
  좋은 어른일까?
  실패 없이
  잘 짜여진   삶의 계획표대로 나아가는
  그런 게 성공일까?
  성공하면
  행복해질까?
  [일등의 한숨]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나도 저 넓은 꽃밭을
  달리고 싶다
  [일등의 거친 숨소리]
  [일등의 놀란 신음]
  [거친 숨소리]
  [일등이 거친 숨을 몰아쉰다]
  어떻게 하면
  그곳에 닿을 수 있을까?
  [천둥이 우르릉거린다]
  [빗소리가 들린다]
  [안경을 탁 집는다]
  [안경이 달그락거린다]   [한숨]
  [천둥이 우르릉거린다]
  [신비로운 음악]
  [천둥이 쾅 친다]
  [비가 세차게 쏟아진다]
  [천둥이 쾅 친다]
  [음산한 효과음]
  [노인의 놀란 신음]
  아이고
  아이고, 놀라라
  누, 누, 누구세요?
  (남자3) 당신…
  마술을 믿습니까?   [천둥이 쾅 친다]
  뭘 믿어요?
  나, 원, 별 미친놈 다 보겠네
  [서늘한 음악]
  헉! 아이고
  [천둥이 쾅 친다]   [노인의 비명]
  [노인의 겁먹은 신음]
  (노인) 아휴
  살려 주세요
  내가 잘못했어요!   [노인의 떨리는 숨소리]
  살, 살려 주세요
  예? 아이고, 아이고
  아유, 아유, 아유
  [노인의 겁먹은 신음]
  아유, 목숨만 살려 주세요
  [천둥이 연신 친다]   [노인의 겁먹은 신음]
  아이고
  [노인의 떨리는 신음]   [경찰차 사이렌]
  [풀벌레 울음]
  [바닥이 삐걱거린다]
  (박 형사) 계십니까?
  (김 형사) 실례합니다
  [바람 소리가 들린다]
  [인기척이 들린다]
  [바람이 휭 분다]
  [쇳소리가 연신 끼익 울린다]
  [교실이 소란하다]   - (소희) 야, 빨리 와   - (학생1) 어
  윤아이, 담임이 상담실로 오래
  [필기구를 달그락 정리한다]
  [멀어지는 발걸음]
  (김 형사) 학생
  어젯밤 이 근처에서   강도 사건이 있었어
  강, 강도요?
  응   [입소리를 쩝 낸다]
  (김 형사) 이 동네   유원지에 사는 마술사
  [사진을 내려놓고 쓱 민다]
  알지?
  [불안한 음악]
  [사진을 스륵 집는다]
  그 마술사한테 당했다는   피해자 진술이 있어서
  학생이 평소에 그 사람이랑   자주 어울렸다던데
  혹시 어제도 거기 있었니?
  아, 아, 아니요
  저, 저기
  강도라면 무슨 일을…
  [김 형사가 입을 쩝 뗀다]
  (김 형사) 행인을 칼로 위협하고   핸드백을 강탈했어요
  처음에, 뭐라더라?
  [숨을 씁 들이켠다]
  '당신'
  '마술을 믿습니까?'
  [헛웃음]   뭐, 아무튼
  그런 이상한 소리를 하면서   접근했다는데
  아, 아니, 아닐 거예요
  아저씨 절대 그럴 사람 아니에요
  아이, 네가 이 사람 어떻게 알아?
  그거야 조사를 해 보면   알게 되겠지요
  [숨을 내뱉는다]
  (김 형사) 아, 참고인 중에
  너를 꼭 만나야겠단 분이 있었는데
  곧 오실 거다
  [발걸음이 쿵쿵 울린다]
  [노크 소리가 똑똑 난다]
  [문이 연신 끼익 열린다]
  [발걸음이 쿵쿵 울린다]
  (남자4) 수고하십니다
  [놀란 숨소리]
  (남자4) 아이고
  반가워라
  드디어 만났네?
  [놀란 숨소리]
  (두식) 먹고 싶은 거 없어?
  응? 편하게 다 얘기해   [아이의 떨리는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아이고, 이렇게 어린 것이   [겁먹은 숨소리]
  이 험한 세상을   [훌쩍인다]
  [아이의 겁먹은 신음]
  [놀란 숨소리]
  아는 분 맞니?
  [아이의 떨리는 숨소리]
  아, 네
  [두식의 웃음]
  (두식) 아이고   뭐, 알다 뿐이겠습니까?
  응? 야   [두식이 입소리를 씁 낸다]
  얼굴 좀 보자, 응?
  [아이의 겁먹은 숨소리]   그 새끼 지금 어딨어?
  그 마술사 지금 어딨는지 아니?
  (김 형사) 짐작 가는 곳이라든가
  [떨리는 숨소리]   아, 아니요, 저는
  유원지 말고는 아무것도 몰라요   [두식의 웃음]
  그렇겠지, 응?
  알아도 모르겠지
  (두식) 응!
  요, 요, 요 두 놈이 한패입니다
  - 한패요?   - (두식) 예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에요, 야!
  내가 그때
  너희들 때문에   얼마나 개고생했는지 알아?   [불안한 음악]
  잠시만요
  - '그때'?   - (두식) 예!
  그때!
  [아이의 겁먹은 신음]   (두식) 안 와?
  [오토바이 소리]   [불안한 음악]
  [오토바이가 멀어진다]
  [놀란 숨소리]
  당신…
  마술을
  믿습니까?
  뭐, 뭘 믿어?
  (두식) 씁, 이 새끼가   저리 안 가?
  어?
  (두식) 기억나지?
  너랑 그 미친 새끼가   날 언덕에서 밀었을 때…   [아이의 놀란 비명]
  (담임) 뭐 하세요, 지금!   놓고 말해, 놓고!   [아이의 놀란 신음]
  (담임) 이 사람이, 진짜!
  (두식) 알았어요, 잠깐만, 잠깐만
  (두식) [헐떡이며] 아니!   얘가 먼저
  알바로 우리 가게에 들어와서는
  가불을 해 달라더니 나를 그…
  언덕 꼭대기!
  유원지 언덕 꼭대기로   유인을 했다고!
  그러고 나서 내가 돈을 주니까   돈을 받자마자
  갑자기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 미친놈이 나타나더니!
  안나라
  수마나라
  [당황한 신음]
  [두식의 비명]
  (두식) 갑자기 나를 확!
  난간 밑으로   밀어버렸다고요, 글쎄!
  [두식의 힘겨운 숨소리]
  [두식의 신음]
  [떨리는 숨소리]
  거짓말!
  (두식) 거짓말? 거짓말?   하! 나, 이거!   [아이의 거친 숨소리]
  야, 야!   이게, 이게, 이게 거짓말이야?
  내가 거기서 떨어져 가지고   얼굴 이렇게 되고!
  허리 다치고!
  너 내가 장사 못 한 거 그거   어떻게 보상할 거야, 어!
  [아이의 당황한 숨소리]
  (아이) 하, 그럴 리 없어
  (두식) 야, 진짜 내가…
  - (아이) 분명 사라졌었는데   - (두식) 운동신경이 좋아 가지고
  [아이의 떨리는 숨소리]   (두식) 기적적으로 이렇게   사지 멀쩡하게 살아난 거지
  그거는 그냥 폭행이 아니라
  살인미수였다고요, 살인미수!
  응? 근데 뭐?
  야, 이제는 하다 하다   강도 짓까지 했다며?
  지나가는 노인네한테   이렇게 칼을 들이대…
  아유, 이, 확!
  [두식이 거칠게 지껄인다]   (담임) 어허, 또! 그만! 또, 쯧!
  [두식의 성난 숨소리]   [아이의 거친 숨소리]
  이분 말이 사실이니?
  [떨리는 숨소리]   아, 아니에요
  그날 아저씨는 저를 도와주려고요
  이거, 이거   이놈 빨리 잡아야 됩니다   [아이의 떨리는 숨소리]
  이거 정상 아니에요, 이거
  (두식) 이거   아주 위험한 놈이라고요!
  [탁자를 치며] 아니, 대한민국   경찰들은 도대체 뭐 하는 겁니까!
  (두식) 어? 이런 벌건 대낮에   이렇게 망토 두르고
  (두식) 이런 미친 짓   하고 다니는 놈을
  그냥 둬요, 여태?
  이것 보세요!
  학교입니다!
  - 소란 피우지 마세요!   - (아이) 그거 다 거짓말이에요
  아니, 그냥 잡아넣으라고요   둘 다!
  얘도 공범이라고, 이거!
  [아이의 분한 숨소리]   (일등) 마술사는 아니에요!
  [들어서는 발걸음]
  일등이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어젯밤에 제가 유원지에   같이 있었어요
  [불안한 음악]   - (두식) 응?   - (담임) 뭐?
  (김 형사) 학생이?
  그게 몇 시쯤인데?
  밤 11시쯤이요
  피해자 신고 시각이 언제인데요?
  11시 15분
  그럼 확실해요
  그 마술사가 둘이 아니라면
  [숨을 씁 들이켠다]
  [두식이 숨을 씁 들이켠다]
  (두식) 이거 또   이거 한 패거리 아니야, 이거?
  - 어?   - (담임) 아이참   [김 형사가 저지한다]
  학생도 그 사람 잘 알아?
  네
  근데
  학생은 그 늦은 시간에   거긴 왜 갔어?
  그건…
  (두식) 거봐, 이거, 이거, 말…
  대답 못 하는 거 봐, 이거, 어?
  왜 갔냐고, 어?
  왜 갔냐니까?
  왜 갔냐고 묻잖아! 쯧!
  [새가 지저귄다]
  (아이) 일등아
  너 정말 어제 거기 간 거 맞아?
  응
  아저씨도 만났어, 그럼?
  [다가오는 발걸음]
  [밤새 울음]
  [안경을 달그락거린다]
  [안경을 툭 내려놓는다]   [멀어지는 발걸음]
  만났어
  [일등의 한숨]   이게 뭐냐?
  그 마술사 만나고 나서
  나 완전 엉망진창 됐다
  [잔잔한 음악]
  (일등) 쯧   [일등의 옅은 한숨]
  진짜 웃긴 건 뭔 줄 아냐?
  그 마술사 때문에
  나 엉망진창 된 건 맞는데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아
  [휴대폰 진동음]
  [담임의 멋쩍은 신음]
  (담임) 연락 드리자마자   이렇게 바로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심려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선생님
  아유, 아닙니다, 아닙니다   아이, 별말씀을요
  예
  [노크 소리가 들린다]
  (담임) 예
  어, 그래, 일등아
  응, 이쪽으로   [문이 탁 닫힌다]
  앉아
  아, 저, 그럼   편하게 말씀 나누십시오
  - 예   - (담임) 예   [걸어가는 발걸음]
  [발걸음이 멀어진다]
  [문이 철컥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야
  일등이 너
  너 제정신이니?
  (일등 모) 너 어쩌자고   경찰 앞에서
  [탁자를 치며] 그런 거짓말을 해!
  거짓말 아니에요
  (일등 모) 거짓말 아니면?
  그럼
  너 진짜 강도랑 어울렸다는 거야?
  [옅은 한숨]
  강도 아니에요
  제가 증인이라니까요
  더 이상 나서지 마라
  제가 직접 봤다니까요
  제가 직접 본 걸 그냥 사실대로…
  (진만) 봤어도
  봤다고 말하지 말란 뜻이야
  그냥 지나가면요?
  [불안한 음악]
  무고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리는데요?
  무고?
  [한숨]   [진만의 힘주는 신음]
  [한숨]
  무고가 아니지
  유원지 불법 점유에
  직업도 없고
  복장, 말투, 행동
  뭐 하나 수상하지 않은 게 없다며
  (진만)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   책임이 있으니 당연히
  수사를 받아야지
  네가 그랬지?
  돈, 명예
  사람들의 인정 따윈   다 필요 없다고
  두고 봐
  그 마술사가 아무리 떠들어댄들
  과연 믿어줄 사람이 있을까?
  그게 바로!
  '사회적 낙인'이라는 거다
  그 결과가 얼마나 비참할지도   똑똑히 보게 될 거야
  네가 나선다고
  뭐가 달라질 거라 믿었다면   천만에!
  너도!
  이 나진만 아들이라는   울타리가 없다면 아무것도 아니야!
  (진만) 그래서!
  모두가 인정할 만한   어른이 돼야 하는 거야
  알겠냐?
  [진만의 한숨]
  [위태로운 음악]
  [비질 소리가 들린다]
  (학생2) 나일등   너 진짜 마술사랑 같이 있었어?
  (학생3) 네가 왜   그런 사람이랑 어울려?
  (학생4) 야, 그거밖에 안 되냐?
  [학생들의 목소리가 울린다]   - (학생5) 그 사람 강도라며?   - (학생6) 어쩐지 수상하더라
  (학생7) 윤아이 때문에   뻥치는 거지?
  (학생8) 이상한 소문 도는 거   못 들은 거 아니야?
  (학생9) 많은 사람들이   색안경 끼고 보는 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야
  (학생10) 멀쩡하게 생긴 애가   더 그렇다니까
  (학생11) 그래   나도 그럴 줄 알았어
  (학생12) 참, 안타깝다
  (일등) 이제 알았다
  이 세상에 미친 사람은 없어
  사회가 정한 규격에 맞지 않으면
  점점 미친 사람으로
  만들어지는 것일 뿐
  [날카로운 소음이 울린다]
  [날카로운 소음이 윙윙 울린다]
  [학생들의 놀란 탄성]
  [날카로운 소음이 연신 울린다]
  [일등의 힘주는 신음]   [학생들의 놀란 비명]
  (진만) 왜 자꾸 엇나가!
  그냥 가라는 아스팔트 길로만   가란 말이야!
  [일등의 힘주는 고함]
  [학생들의 놀란 비명]
  [놀란 신음]   [파편이 와장창 떨어진다]
  [아이의 놀란 숨소리]   [일등의 힘겨운 숨소리]
  [아이의 놀란 숨소리]
  [놀란 숨소리]   [일등의 거친 숨소리]
  어떡해
  [일등의 힘겨운 신음]   [학생들의 놀란 숨소리]
  [일등의 힘겨운 신음]
  [학생들이 수군거린다]
  [아이의 떨리는 숨소리]   - (학생13) 가 봐   - (학생14) 괜찮아?
  [학생들이 연신 수군거린다]
  [놀란 숨소리]
  [일등의 힘겨운 숨소리]
  [비장한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일등의 놀란 숨소리]
  [일등의 놀란 숨소리]
  [거친 숨소리]
  (일등) 아저씨
  아저씨가 진짜 마술사라면
  내가 걸린   이 아스팔트의 저주도   [떨리는 숨소리]
  풀어줄 수 있어요?
  나도 언젠가
  이 차가운 길에서 벗어나
  당신처럼 넓은 꽃밭을
  달릴 수 있을까요?
  [풀벌레 울음]   [물소리가 들린다]
  [불안한 음악]
  [비명]   [놀란 숨소리]
  [여자1의 겁먹은 신음]
  [고조되는 음악]
  [흐느낀다]
  [여자1이 연신 흐느낀다]
  (여자1) [흐느끼며] 신고, 제발…
.안나라수마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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