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꼴리아 10
(윤수) 어떻게 된 거야?
노정아 교장이랑 식사하러 왔어요
성민준 의원도 와 있고
어떻게 알았는지
그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길래
(민준)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장관님
(승재) 아이고, 오래 기다리셨죠? [승재의 웃음]
(교수) 오랜만에 뵙습니다
(승재) 반가워요, 차 교수
발족식에 참석하려고 했는데 일정이 생겨서
(교수) 아유 [승재의 웃음]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앉으시죠
(승재) 네
(교수) 아유, 장관님이 힘 많이 써 주셔서
오늘 발족식까지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승재의 웃음] (매니저) 식사 준비할까요?
아, 네
(민준) 근데 이거 우리 교장 선생님은
길을 못 찾아서 어디 다른 방으로 잘못 들어가셨나
[사람들의 웃음]
[놀란 숨소리]
[당황한 숨소리]
[날카로운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잠깐만 이대로 있어요
[윤수의 떨리는 숨소리]
[윤수의 긴장한 숨소리]
[윤수의 긴장한 숨소리]
(매니저) 여기 계셨어요?
네? [무거운 음악]
- 의원님이 찾으세요 - (정아) 아, 네
[휴대전화 진동음]
- (정아) 네 - (민준) 어디예요?
(민준) 장관님 오셨어요
알았어요, 내려갈게요
[통화 종료음]
[윤수의 거친 숨소리]
괜찮아요?
(윤수) 하, 됐어
가요
먼저 가
- 자리로 돌아가 - (승유) 안 가도 돼요
같이 나갈 수 없잖아
[휴대전화 진동음]
(민준) 아
- (민준) 장관님 오셨어요 - (승유) 네
백승유 아성영재학교 수학 교사입니다
잘 알죠
수학자 올림픽 때부터 인연 아닙니까
- (승재) 반가워요 - (승유) 네
- 자, 앉아요 - (승유) 네
- (승재) 자, 다들 드시죠 - (민준) 네, 네, 드시죠 [승재의 웃음]
(승재) 들어요
[힘겨운 숨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윤수) 원장님, 죄송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타이어 마찰음]
[윤수의 놀란 숨소리] [자동차 경적]
(민준) 진작 마테마티콘 같은 수학 박물관이
우리나라에도 있었어야 되는 거죠
그랬으면은
우리 백승유 선생님 같은
저명한 수학자가 더 많이 나왔을 거 아닙니까
(승재) 그런 의미에서 우리 백 선생님이 정말 대단해요
국가적인 지원이나 특별한 서포트 없이
혼자 이뤄 낸 성취잖아요
(교수) 그러니까요, 이거 엄청나죠
아, 저, 비결이 뭡니까?
고등학교 때 만난
수학 선생님이요
[무거운 음악]
(교수) 역시!
이 출중한 인물 뒤에는
훌륭한 선생이 있기 마련이죠
이런 제자를 두신 은사님은 그래
얼마나 자랑스러우실까요? [교수의 웃음]
(승유) 글쎄요
그분 학교에서 쫓겨났습니다
(교수) 예? 아니, 왜?
학교, 학부모, 학생
다들 마음에 안 들어 했거든요
[멋쩍은 웃음]
저, 얘기가 잠깐 딴 쪽으로 샌 거 같은데
(민준) 자, 우리 다 같이 다시 한번…
왜 그렇게 싫어했을까요?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 선생님 같은 분 난 본 적이 없는데
[헛기침하며] 그, 뭐, 듣고 보니까
그, 얼핏 기억이 나는데
(민준) 그 교사가 아마 조금
좀 튀었었죠?
[민준의 웃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좀 튀는 선생님들이 오래 버티기가 좀 힘이 들어요
그건…
그만하시죠
(성재) 불명예스럽게 학교를 관둔 선생님이
이렇게 본인 얘기 오르내리는 거
원할까요?
[민준의 옅은 한숨]
[안전벨트 조작음]
[힘겨운 숨소리]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윤수의 긴장한 숨소리]
[무거운 효과음]
[화분이 쨍그랑 깨진다]
[윤수의 힘겨운 숨소리]
[가쁜 숨소리]
[삐 소리가 울린다] [힘겨운 신음]
(승유) 수학의 발전을 얘기하셨죠?
저도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아르키메데스는 왜 목욕을 하다 말고 뛰쳐나갔을까요?
(교수) 아, 그거야
아, 질량과 부피의 관계를 깨닫고
네
우리나라 학생들 보통 다 그렇게 답하죠 [의미심장한 음악]
(승유) 아르키메데스가 그걸 깨닫기까지 느꼈을
몰두의 즐거움
탐구의 고통
발견의 희열에 대해선 아무도 얘기 안 해요
'유레카'를 외칠 수밖에 없는
수학적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하게 해 주면
억지로 공부 안 시켜도 됩니다
뭐, 박물관, 국가적 지원
다 필요 없어요
고등학교 때 그걸 배운 게
제 비결입니다
전 그럼 이만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문이 드르륵 닫힌다]
루첸빌 오피스텔로 가 주세요
[통화 연결음]
[힘겨운 숨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안내 음성]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 사서함…
[통화 연결음]
여보세요
[힘겨운 숨소리]
왜 그래요, 괜찮아요?
숨, 숨이…
숨이 안 쉬어져
[차분한 음악] 몇 호예요?
[힘겨운 숨소리]
[승유의 다급한 숨소리]
[초인종 소리]
저예요
[초인종 소리]
[놀란 숨소리]
(승유) 괜찮아요?
[힘겨운 숨소리]
좀 참아요
제발
가까운 응급실이요
[의미심장한 효과음]
[애잔한 음악] (승유) 조금만 참아요
조금만
[승유의 다급한 숨소리]
(의사) 자, 환자분 숨 좀 크게 쉬어 볼게요
[윤수의 힘겨운 숨소리]
(승유) 숨을 잘 못 쉬고요
식은땀 나고 몸에 열이 좀 있습니다
(의사) 평소 기저 질환이나 지병은 없고요?
네, 없을 거예요
아, 근데 좀 전에 크게 놀란 일이 있어서요
일단 진정제 넣고 살펴볼게요
(간호사1) 보호자분 이거 한번 작성 부탁드릴게요
(의사) 자, 환자분
숨 한번 편하게 쉬어 볼게요 어디가 가장 많이 불편하세요?
네, 천천히
[한숨]
[교수가 말한다] (승재) 교육청 감사 건은 별문제 없겠죠?
(정아) 그럼요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승재) 그럼 다음에 또 뵙죠
(민준) 네, 들어가십시오, 장관님
(승재)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의원님
[차 문이 탁 닫힌다]
(성재) 가 보겠습니다
(교수) 아, 저희도 가시죠
(민준) 아, 예, 먼저, 예 [민준의 웃음]
아까 그 자식 왜 그런 거 같아요?
낮에 발족식에서 무슨 옷 입었어요?
백승유? 그건 왜?
아니에요, 들어가세요
[차 문이 탁 닫힌다]
[어두운 음악]
[사람들의 말소리]
(연우) 백승유 간 크네
다 있는 자리에서 지윤수 얘기를 해요?
[한숨]
[무거운 음악] (승유) 왜 그렇게 싫어했을까요?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 선생님 같은 분 난 그 후로 본 적이 없는데
옛날에 윤수도 그랬어
옳다고 생각하면 장소, 사람 가리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말은 다 했지
(연우) 잘 알죠
난 그래서 윤수가 불편했어요
[살짝 웃는다]
나만 잘못된 일에 눈감는 사람 되는 거 같아서?
맞아
[웃음]
딱 그거야
(성재) 주변 사람들 마음 불편한 건
하나도 신경 안 쓰고
옛날 일 뭐 하러 곱씹어요
윤수가 그런 사람이니까
처음부터 성재 씨랑 갈 길이 달랐던 거예요
그래
우린 달랐던 거야
내가 틀린 게 아니고
달랐던 거야
[살짝 웃는다]
난 그런 표정 싫은데
[성재의 한숨]
[어두운 음악]
[무거운 효과음]
[놀란 숨소리]
(교사1) 세상에, 수업 거부요?
(명진) 교과실에 애들이 붙여 놓은 거 봤어?
장난 아니야
(교사1) 안 봐도 알 거 같아요
엄마들도 난리 났잖아요
(명진) 이 사달을 내 놓고 언제까지 버틸 건지
[명진의 못마땅한 탄성] (교사2) 그러게요
(학부모) 나왔다, 지윤수
[학부모들이 항의한다]
[무거운 효과음]
[떨리는 숨소리]
(승유) 눈 떠 봐요
눈 좀 떠 봐요
괜찮아요? 일어나 봐요 [놀란 숨소리]
[안도하는 한숨]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병원이에요, 좀 어때요?
머리 아프거나 어지럽진 않아요?
괜찮아
(승유) 잠깐만요
[한숨]
다행히 열은 내렸네
이거 다 맞고 가야 돼요
하, 답답해
바람 좀 쐬고 싶어
(윤수) 별일 없었어?
없었어요
벌써 이러면 어떡해요
이제 시작인데
그 여자하고 마주치는 상상을
수도 없이 했었어
[처연한 음악] (윤수) 근데 막상 보니까
[한숨]
두렵더라
(승유) 그럴 수 있어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피해자는 가해자를 만나면 바로 어제 일처럼 느껴지니까
정작 가해자는 다 잊고 잘 사는데
다시 만나면 무슨 말 하고 싶어요?
한번 해 봐요
내가 그 여자다 생각하고
[한숨]
사과해
아이들이 내 수업을 거부하고
동료 교사들이 등을 돌리고
학부모들이 돌을 던졌던
그 모든 일에 대해서
또요
(윤수) 자기 잘못 남한테 뒤집어씌우고
남의 인생
짓밟은 거
[떨리는 숨소리]
잘한다, 또
[한숨]
잘 웃던 사람 얼굴에 그늘지게 하고
아무 잘못 없는 사람 눈에 눈물 나게 한 거
(승유) 사정이 있었겠지 [잔잔한 음악]
아무 이유도 없이 네가 그런 짓 했을 거라곤 생각 안 해
(승유)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오랜만에
다시 보니까 더 좋은 사람
[윤수가 훌쩍인다]
(승유) 괜찮아요?
(윤수) 응
[휴대전화 진동음]
(예린)
성예린은요?
사과받아야죠
예린이한테도
[휴대전화 진동음]
(승유)
(예린)
푹 자요
아무 생각 하지 말고
[한숨]
[사이렌이 울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 여보세요 - (윤아) 선생님
(윤아) 됐어요
오늘 검찰에서 나갈 거예요
알겠습니다, 연락드릴게요
[통화 종료음]
[전화벨이 울린다]
- (승유) 가게요? - (윤수) 응, 가야지
(승유) 이거 가져가서 먹어요
꼭 먹어야 돼요
난 출근할 테니까 이따가 통화해요
좋은 소식 있어요
(제니) 백승유 쌤 숙제 다 한 사람?
(유찬) 야, 겁나 어렵던데?
(수영) 이거 푼 사람 있을까? [유찬의 한숨]
(제니) 아니, 이거 애초에 풀라고 낸 문젠 맞아?
[의미심장한 음악] 아니, 무슨 이런 문제를 내?
아이씨, 진짜 짜증 나
너무 어렵잖아
- (지나) 풀었냐? - (시안) 내놔
[코웃음]
너도 못 푸는 문제가 있기는 있네?
아참
(지나) 너 이런 사진 있더라?
(유찬) 헐, 뭐야?
- (수영) 뭔데? - (유찬) 야, 언제 찍었냐?
- (제니) 뭔데? - (수영) 왜? [수영의 놀란 숨소리]
선생님 강연 가서 찍은 건데
- (수영) 둘이 뭐야? - (지나) 너 백승유 좋아하냐?
(시안) 응
좋아해, 왜?
- (유찬) 뭐? - (수영) 뭐야? 진심?
진짜 좋아해?
너 진짜 어이없다
내가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는 수학자야
백승유 선생님은
그게 뭐 잘못됐어?
[시안이 노트를 사락 집는다]
[코웃음]
(제니) 좋아하나 봐, 진짜
(수사관) 한명진 선생님 가시죠
(명진) 아니 내가 검찰에 왜 갑니까? [교사들이 웅성거린다]
할 말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수사관) 그러니까 확인을 위해서 같이 가시자고요
지금 안 가시면 나중에는 체포 영장 가지고 옵니다
(명진) 내가!
가긴 가는데
분명히 말하지만 [무거운 음악]
억울해요
분명히 뭔가 착오가 있을 겁니다
(성한) 합격을 조건으로 금품을 받았답니다
하, 이것만 없었으면
감사 무사히 끝날 수 있었는데…
시끄럽게 하지 말고 조용히 가서 조사받으라고 하세요
그리고
한명진 선생 징계 위원회 소집하세요
(명진) 아이, 진짜 미치겠네
아니, 이제 한명진 선생님 어떻게 되는 거예요?
(교사3) 글쎄요?
아니, 그러게 왜 뒷돈을 받아 가지고 진짜, 어휴
(윤아) 성민준 의원 딸 특혜 보도가 나가고 얼마 후에
아성고에서 실무사로 일했었다는 사람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실무사요?
자기가 억울하게 쫓겨났다면서
이런 얘기를 했어요
'난 한명진 교사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그래서요?
(윤아) 할 얘기가 있다고 해서 만나기로 했는데
안 나타났어요
연락도 두절됐고요
근데 이번에 입학 비리 관련해서
한명진이라는 이름을 다시 들었어요
어디서요?
한명진 교사한테
합격 보장을 조건으로 뒷돈을 줬다는 학부모요
(윤아) 근데 신분이 노출되는 게 부담스러워서
고발은 못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학부모 연락돼요?
- (윤아) 네 - (승유) 방법이 있어요
신분 노출되지 않고 고발할 방법
[전화벨이 울린다]
(승유) 네 아성수학예술영재학교입니다
(민식) 어…
아빠다
저, 논문 잘 받았다
하, 고생 많았다
[희승이 속삭인다]
어, 만나자
얼굴 좀 보자
저 수업 가 봐야 돼서요
연락드릴게요
[한숨]
[통화 종료음] 뭐래요?
어, 연락 준대
[민식과 희승의 한숨]
(희승) 전화받았네, 그래도
나 좀 바꿔 주지, 응?
그걸 또 봐요?
어휴, 대체 며칠째야
[마우스 조작음]
[의미심장한 음악]
아니, 이게 뭐야?
(TV 속 앵커) 입시 비리 의혹으로 교육청 감사를 받고 있는
아성수학예술영재학교의 한 교사가
합격을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고발이 접수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뭐야?
뇌물 수수로 고발된 한 모 씨는
아성영재학교의 전신인 아성고에서부터
(TV 속 앵커) 근무한 수학 교사입니다
[TV 속 앵커가 계속 말한다] 설마…
한명진? 어머, 엄마!
[혜미의 아파하는 신음]
(TV 속 앵커)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아성영재학교는 고위층 자녀 입시 비리 의혹으로
교육청 감사 중이었습니다
(혜미) 여보!
(TV 속 앵커) 한 모 교사의 고발 사실과
현재 진행 중인 감사와의…
[TV 속 앵커가 계속 말한다] 저거 한명진 맞지? 응?
잡혀가면 어떻게 되는 거야?
(혜미) 저 인간 우리 옛날 일 다 불어 버리는 거 아니야?
조용히 좀 해 큰 소리로 떠들 일이야?
(혜미) 당신이 손 좀 써 봐!
조사받게 놔두면 안 되잖아
- (예린) 왜 그래? - (혜미) 아휴
(혜미) 어?
아… [리모컨 조작음]
우리 예린이
예쁘게 입었네, 어디 가니?
저녁 약속 있어, 다녀올게
응, 그래, 맛있는 거 많이 먹고
(혜미) 생일 축하한다, 예린아 [혜미의 웃음]
- (민준) 잘 다녀와 - (예린) 응
[리모컨 조작음]
[TV 속 앵커가 말한다] 어떻게 할 거야!
[무거운 음악] (TV 속 앵커) 그 결과에 따른 여파가…
[옅은 한숨]
(승유) 생일 축하한다
어떻게 알았어?
네 SNS
(승유) 뭐 먹을래?
[어두운 음악]
[마우스 조작음]
[노크 소리] 네
[문이 달칵 열린다] 원장님 오셨어요
[노크 소리] (형빈) 네
- (윤수) 원장님 - (형빈) 어젠 잘 들어가셨어요?
(윤수) 네, 죄송해요
갑자기 일이 좀 생겨서
괜찮습니다
그날 저한테 하실 말씀 있다고
네
제가 사업 규모를 키워 보려고 합니다
여러 변동 사항이 있을 거예요
변동이라면 어떤…
국내 말고 해외 입시 전담 컨설팅이요
(형빈) 씁, 이, 아무래도 제 전문 분야라
제안받고 솔깃하더라고요
방향 전환하게 되면 교재나 클리닉도
아이비리그 공략으로 맞춰야 할 겁니다
네
(형빈) 조만간 업무 협약 마무리하고
자세한 얘기 나누시죠
제 사업 파트너랑 인사도 하시고요
알겠습니다
"생일 축하해"
[카메라 셔터음]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예린) 나 사실
너한테 사과하고 싶어
그날은
네가 갑자기 제주도 사진 얘기를 해서
당황하는 바람에 미처 말을 못 했어
미안해
일이 그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
정말이야
더구나
그 사진을 지윤수 선생님 결혼식장에…
[옅은 한숨]
그럼 누가 그랬을까?
[의미심장한 음악]
(승유) 네가 아니면
누가 사진을 뿌리고
일을 키웠을까
추궁하는 거 아니고
항상 궁금했거든
누가
왜
노정아 선생님
그 사진
우리 부모님한테도 안 보여 드렸어
그 선생님 말고는
아무한테도
너도 많이 힘들었겠다
(승유) 이용당한 거잖아
네가 그 사진을 그런 의도로 쓸 생각 없었는데
자기 마음대로 해 버린 거잖아
그 뒤로 넌 많이 괴로웠을 거고
[떨리는 숨소리]
고마워
[예린이 훌쩍인다]
[통화 연결음]
(예린) 여보세요
(규영) 어디냐?
(예린) 나 집 가는 중
잠깐 멈춰 봐
응? 왜?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예린) 너 여기서 뭐 해? [차 문이 탁 닫힌다]
지나다 들렀어
생일 축하한다
생큐
생파 했냐?
어?
그냥 저녁 먹었어
누구랑?
승유
너 그 자식이랑 사귀어?
아니
근데 너 왜 말을 그런 식으로 해?
백승유 조심해라
뭐?
나 지윤수 봤어
나랑 같은 오피스텔 살아
[의미심장한 음악]
(시안) 선생님
선생님
어?
다 했어요
그래
오늘은 이만하자
(윤수) 요즘 학교는 어때?
어수선해요
오늘은 한명진 선생님 잡혀가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너는 다른 거 신경 쓰지 말고
공부에만 집중해
(윤수) 그 학교에서 얻어 낼 수 있는 거
다 얻어 내, 알았지?
네
근데요
지현욱 교수님이 선생님 아버지시라면서요?
어떻게 알았어?
두 분 성이 같아서
혹시나 하고 백승유 선생님한테 여쭤봤더니
(시안) 맞다 그러시더라고요
저 교수님이랑 체스 하러 또 가려고요
그래도 되죠?
그래
좋아요
(시안) 아, 맞다, 선생님
이거요
백승유 선생님이 내 주신 문제인데요
아, 진짜 대박 어려워요
이거 문제 한 번만 봐 주세요
저 갈게요
안녕히 계세요
[문이 탁 닫힌다]
[부드러운 음악]
(현욱) 그런 때가
찾아오지
어떤 문제를 봐도
가슴이 뛰지 않고
즐겁지 않고
풀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
그런 때가
모든 수학자는
그런 시간을 겪는다
그런 시간을 겪지 않는 수학자는
다음 문제를 풀 수가 없어
[한숨]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몸은 좀 어때요?
괜찮아졌어요?
(윤수) 응
잠깐 어디 가서 얘기 좀 할까요?
타
[어두운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규영) 나 지윤수 봤어
나랑 같은 오피스텔 살아
언제부터?
이사 오면서 봤어
근데
그걸 백승유가 알까? 모를까?
[떨리는 숨소리]
(윤수) 기사 봤어
어떻게 하려고?
(승유) 그 사람들 혼내 주려고요
[무거운 음악]
두 발 뻗고 잠 못 자게 할 거예요
(정아) 박정원 검사요?
(민준) 작년 국감 때 내가 좀 귀찮게 했던
[칙칙 물 뿌리는 소리] 담당이래요
상황 체크가 쉽지 않아요
[분무기를 탁 내려놓는다]
언젠가
한명진 그 친구가 큰 사고 칠 줄 알았지, 내가
[정아가 가지를 싹둑 자른다]
아, 그러게 진작 내보냈어야죠
지금 내 탓 하는 거예요?
한명진이랑 답안 빼돌리고 거래했던 건
의원님 와이프였어요
- 기억 안 나요? - (민준) 아니, 그러니까
(민준) 이번 기회에 깔끔하게
그, 잘라 낼 건 잘라 내자는 거죠
그렇지, 그렇게
[칙칙 물 뿌리는 소리] 한명진 그 친구 예전부터…
(예린) [노크하며] 선생님
저 성예린이에요
[문이 달칵 열린다]
이 시간에 웬일이니?
늦게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앉아
뭔데?
너도 혹시 한명진 선생님 때문에?
한명진 선생님이요? 왜요?
기사 못 봤니?
온종일 떠들썩했는데
아이씨
그 일 아니면 왜?
지윤수 선생님이 돌아왔어요
한곡동에 [컵을 탁 내려놓는다]
[무거운 음악]
봤어?
본 사람이 있어요
어디 사는지도 알고요
(승유) 노정아
성예린
성민준
한명진, 최성한
(승유) 내가 아는 건 이 정도예요
그 사람들을 흔들어 놓을 거예요
흔들면 흔들수록
서로 버리고 배신하고 협박하겠죠
(정아) 그래서?
알고 계셔야 될 것 같아서요
[가지를 싹둑 자른다]
너 아직도 백승유 좋아하니?
(정아) 너 예전에도 질투심에 눈이 멀어서
나한테 그 사진 갖다 바쳤잖아
아직도 백승유 하나 어쩌지를 못하고
지윤수가 이 동네에 있다는 말 한마디에
날 찾아와?
지윤수 선생님 돌아온 게 저만 거슬리는 일이에요?
넌 항상 이런 식이지
(정아) 네 손 안 더럽히고
남 시켜서 네가 원하는 거 얻어 내고
제가 시켜요?
전 그 사진이 그렇게 이용될 줄 꿈에도 몰랐어요
'이용'?
너 방금
'이용'이라 그랬니?
(정아) 예린아
너 기억이 안 나는 모양이구나
널 위해서였잖아
선생님이
예린이 널 위해서
[예린의 떨리는 숨소리]
너랑 네 엄마랑
한명진 선생님 통해서 답안 얻어 내고
그걸 지윤수가 알게 되고
그런데
그때 내가 그 사진 안 썼으면 어떻게 됐을까?
응?
예린아, 대답해 봐
그런데 '이용'?
[떨리는 숨소리]
아니지 [긴장되는 음악]
넌 나한테 도움을 받은 거야
그러니까 이번엔 네가
방법을 한번 찾아 봐
백승유랑 연결돼 있는지도 한번 알아봐
그걸 제일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너잖아
[어두운 음악]
그러죠
대신
이번엔 제주 공항 사진 같은 거 바라지 마세요
아무것도 공유해 드리지 않을 거예요
[정아의 웃음]
[문이 달칵 열린다]
다 들었죠?
지윤수가 돌아왔다네요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어요?
(정아) 그럼 뭐라고 할까요
이번에도 선생님이 네 아빠랑 손잡고
뭐든지 다 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손 놓고 있을 것도 아니잖아요
교육청 감사
한명진 고발
그 뒤에 지윤수가 있는 거 아니에요?
그걸 지윤수가 혼자서 다?
그럼
백승유랑…
그 사람들이 싸울 때
(승유) 우린 같이해요
[옅은 한숨]
승유야
(윤수) 난 네가 걱정돼
그러다가
지금까지 이룬 것들
다 잃을까 봐
[숨을 들이켠다]
뭐, 그리 대단히 이룬 것도 없지만
그런 건 다시 하면 돼요
그런데
두 번 다신 잃고 싶지 않은 게 있어요
[잔잔한 음악]
나 믿어요?
다신 숨게 하지 않을 거고
두려워하는 일도
(승유) 악몽 꾸는 일도 없게 할 거예요
예전처럼 웃게 해 주고 싶어요
내가 바라는 건 그게 다예요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들어가요
오토바이 안 위험해?
헬멧 잘 쓰고 안전 운전 하면 전혀
(승유) 타 봤어요?
한번 타 볼래요?
스트레스 확 풀리는데
[당황한 숨소리]
[부드러운 음악]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옅은 한숨]
(윤수) 승유야
난 네가 걱정돼
[부드러운 음악]
[숨을 후 내뱉는다]
[흥미로운 음악]
(정아) 특별히 너희들을 위해서
업계 최고의 컨설턴트와 제휴를 맺고 만든 교재야
안타깝게도 다른 아이들은
이 혜택을 누릴 수가 없어
그 아이들이 박탈감 느끼지 않도록
너희들이 배려를 해 줘야겠지?
- (학생들) 네 - (정아) 응
(정아) 그렇다고 죄책감 느낄 필요는 없어
대신에 너희들은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이 나라의 리더가 돼야 하니까
장관, 국회 의원
기업 대표
너희 부모들의 지위와 명예를
이어 가야 하니까
[코웃음]
나가들 봐, 열심히들 하고
(학생들) 네
(정아) 김지나
넌 남아
(교사4) 한명진 쌤 해고됐대요 [의미심장한 음악]
- 해고요? - (교사4) 응
하루아침에?
긴급 징계 위원회 열었다잖아요
거기서 결정된 모양인데
(진희) 아이…
[자동차 경적]
- (진희) 뭐야? - (교사3) 어? 뭐지?
어머, 저거
저거 한 선생님 차 아니에요?
(교사4) 오, 오, 맞는 거 같아요
[타이어 마찰음]
(명진) 이씨
[분한 숨소리]
(진희)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교사3) 다시 오시는 거예요?
왜요?
말씀하세요
넌 도대체 뭐가 문제니?
(정아) 내가 너처럼 집안, 머리, 외모
뭐 하나 빠지지 않게 태어났으면 나 너처럼 안 살아
어리석게 반항하느니
지혜롭게 순종하면서 누리고 살지
꼰대
뭐야?
(지나) 엄마는 엄마가 되게 좋은 엄마인 줄 알죠?
왜 맨날 감사할 줄 모르냐 뭐가 문제냐 그러는데
그걸 모르는 게 좋은 엄마예요?
[당황한 신음]
할 말 다 하셨으면 가 볼게요
[멀어지는 발걸음] [기가 찬 숨소리]
[어두운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어디 가십니까?
교장 선생님 뵈러요
"보안"
뭐 해? 밖으로 모셔
(명진) 이 사람들이 어딜 잡아?
놔, 안 놔?
놓으라고, 놔! [소란스럽다]
뭐 하는 거야, 어?
(학생1) 뭐야, 뭐야? 와, 와, 대박 [명진이 소리친다]
(명진) 놔!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성한) 들어가서 수업 준비들 해!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학생2) 대박이다, 진짜
네가 어떻게 그 책을 가지고 있어?
그러는 넌?
이 책은 뭔데?
알 거 없어
- (지나) 넌 그거 훔쳤냐? - (시안) 뭐?
[코웃음 치며] 훔쳐?
그거 수학 클리닉 교재 맞지?
나도 겨우 들어갔는데 너 따위가 거길 다닐 리는 없고
그거 어디서 났냐고
(유찬) 너희 뭐 하냐?
클리닉 비밀 유지 조항 몰라?
그거 어기면 너 쫓겨나
그러니까 조용히 해
[어이없는 숨소리]
저게 진짜 다니는 모양이네
(명진) 놔, 이씨
갑자기 해임이라니요
아직 조사도 안 끝났는데
20년 세월을 바쳤습니다, 이씨
어떻게
어떻게
하루아침에 사람을 내쫓아요
놔, 이 새끼들아!
[명진의 거친 숨소리]
두고 봐
내가 이대로 물러나나
이 망할 놈의 학교, 이씨
[차 문이 탁 닫힌다]
(성한) 죄송합니다
미리 단속을 했어야 하는데
(정아) 부탁드린 일은 어떻게 됐죠?
(성한) 바로 조치했습니다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잔잔한 음악]
퇴근하냐?
[새가 지저귄다]
(민식) 뉴스에 학교 기사 오르내리던데
너한텐 별일 없는 거냐?
네, 괜찮아요
유찬이 엄마 말이 맞네
남자 다 됐네
(민식) 어, 논문 읽어 봤다
그걸 다 읽으셨어요?
읽으라고 보낸 거잖아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내용인데
그래, 진짜 어렵더라
책도 뒤져 보고 검색도 해 보고
오랜만에 밤도 새우고 했는데
단 한 줄도 이해 못 했다
그 논문이 딱 너 같더라
[잔잔한 음악]
내 피 섞인 내 자식이지만
넌 나랑은 너무 달라서
타고나길 남달라서
어떻게 키워야 할지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늘 어려웠고 헤맸다
(민식) 아, 네 논문을 단 한 줄이라도 이해하면
널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눈이 빠지도록 봤는데 안 되더라
엄마는
잘 계세요?
그럼, 잘 있지
집에 한번 와라, 엄마 밥 먹으러
트로피 방도 정리했다
그걸 다 어쩌셨어요?
네가 집에 없는데 그것들만 덩그러니 있으니까
헛껍데기 같더라고
그래서 다 버리셨다고요?
상자에 넣어서 베란다에 내놨다
[함께 웃는다]
(승유) 주말에 갈게요
그래, 꼭 와
[새가 지저귄다]
(간호사2) 점심 식사 안 하셨다면서요?
요즘 자꾸 끼니 거르시는데
그러다 큰일 나요
아니
방으로 식사 보내 드릴 테니까 꼭 드세요
제가 이따 가서 볼 거예요
(현욱) 에이
[기침한다]
(시안) 교수님!
안녕하셨어요?
저 숙제하러 왔어요
하, 진짜 엄청 어려운 숙제가 있거든요?
저 한 번만 도와주시면 안 돼요?
요 문제예요, 교수님
[잔잔한 음악]
[한숨]
(예린) 선생님?
지윤수 선생님
[한숨]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예린) 예전이랑 달라 보이세요
[윤수가 컵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언제부터 이 동네 계셨어요?
그게 왜 궁금해?
돌아오실 줄 몰랐는데
의외였어요
왜 오셨어요?
대답해야 되니?
[코웃음]
별로 어려운 질문 아닌데
지금부터 드릴 질문에 비하면
승유랑 같이 계신 거 봤어요
승유랑
뭐 하시는 거예요?
[의미심장한 음악]
(예린)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뭘 그러면 안 돼?
물론
선생님 입장에서
승유가 필요할 수도 있죠
(예린) 지금 뭐 하고 사시는지 모르겠지만
승유 같은 세계적인 수학자를 키워 낸 경력
어딜 가나 써먹을 수 있을 거고
근데 그러지 마세요
선생님 인생 망했다고 잘나가는 승유 앞길까지 막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거 아세요?
그땐
승유가 정말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 같아 보였어요
두 사람 잘 어울리기까지 했고요
[옅은 한숨]
근데 지금은 아니에요
승유가
그때랑 지금이랑 같은 마음일까요?
미안함, 죄책감, 그런 마음이겠죠 선생님에 대해서
"수학의 원리 확률과 통계적 추론"
[도어 록 작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시안)
(시안)
(승유)
[휴대전화 진동음]
(시안)
[통화 연결음]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진동음]
(예린) 제 말 잘 알아들으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승유한테 피해 가지 않게 해 주세요
부탁드릴게요
[한숨]
맞아
내 인생 망했어
인정하기 어려웠는데
내 입으로 말하게 해 줘서 고마워
(윤수) 그런데 난
내 인생이 부끄럽지는 않아
지금의 내가 부끄럽지는 않아
난 아무 잘못이 없거든
예전에도 지금도
[못마땅한 숨소리]
제 탓이라고 말하고 싶으신 모양이네요?
[무거운 음악]
음, 물론
유감이라고 생각해요
[코웃음]
왜 웃으세요?
[옅은 한숨]
넌 참
예견한 대로 자랐다
(윤수) 그래도 사과 한마디는 제대로 할 줄 아는
어른이 되길 바랐는데
예린아
유감이 아니야
사람이 사람에게 잘못을 하고
아프게 하고
그 사람 인생을 망쳤을 때는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거야
잘못했다고 해야 하는 거야
알아
그래도 바뀌는 건 없지
그런데
'유감'이라는 말은
많은 걸 바꿀 수 있어
네가 그 말을 내뱉기 전과 후는
아마 많은 게 달라질 거야
사실 넌 나한테
논외였거든
똑똑한 아이니까 잘 알아들었겠지
[고조되는 음악]
(정아) 그동안 지윤수 행방 살피고 있었던 거 아니에요?
(성한) 지방의
수학 학원 강사로 있던 것까지는 확인했습니다만
최근 1년은
파악을 못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백승유 학교 들어오고 나서 수상한 점은요?
특별한 것은 없었는데요
혹시
이번 감사와 백 선생이
(성한)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요?
그러면 애초에
의도를 가지고 우리 학교에?
백승유
교내뿐 아니라 모든 동선 파악해서
면밀히 살피고 보고하세요
[옅은 한숨] [컵을 탁 내려놓는다]
[의미심장한 음악]
(예린) 그거 아세요?
그땐
승유가 정말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 같아 보였어요
(예린) 두 사람
잘 어울리기까지 했고요
근데 지금은 아니에요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안전벨트 조작음]
[자동차 시동음]
[안전벨트 조작음]
[차 문이 탁 닫힌다]
[타이어 마찰음]
[휴대전화 진동음]
[어두운 음악]
[윤수의 다급한 숨소리]
"정보 & 검색 안내"
[떨리는 숨소리]
이걸 왜…
[놀란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윤수) 내놔
[윤수의 다급한 숨소리]
(승유) 못 풀었어요?
못 풀었냐고요
(윤수) 그래, 못 풀었어
그런데 뭐?
내가 이딴 문제 풀어야 돼?
풀어서 뭐 하게
왜 그렇게 화가 났어요?
[분한 숨소리]
[잔잔한 음악]
창피해요?
그런 문제도 못 풀어서?
(승유) 그런데 왜 답을 먼저 봐요?
풀릴 때까지 풀었어야지
예전에는 안 그랬잖아요
답 같은 거 보지 않고 풀었을 때 느껴지는 기쁨
안 풀렸을 때의 고통
[떨리는 숨소리]
푸는 동안에 느껴지는 불안과 떨림까지 다 즐겼잖아요
나 이제 그런 거 없어
수학 문제 풀고 못 푸는 게
내 인생이랑 무슨 상관이야?
그런다고 뭐가 달라져?
수학 따위가 뭐라고
(승유) 풀고 싶었잖아!
그래서 쓰고 또 쓰다가
답이 알고 싶어서 여기로 달려온 거잖아요!
생각 안 하려고 해도 생각나고
보지 않으려고 해도 보이고
내 머리가, 내 손이
제멋대로 쓰고 또 쓰고
[울먹인다]
결국 한밤중에 학교로 달려가서
밤새도록 풀고 즐겼잖아요 우리 둘이
[떨리는 숨소리]
(승유) 그래, 수학 따위가 [울먹인다]
수학 따위가 뭐라고
[흐느낀다]
[잔잔한 음악]
[윤수가 연신 흐느낀다]
[숨을 하 내뱉는다]
[윤수가 훌쩍인다]
[감성적인 음악]
(승유) 제 마음은 참이에요
한 치의 오차도
모순도 없는
(정아) 재단 이사회에 공석이 생겼어요
최시안이요?
(진희) 근데 뭘 베꼈다는 거예요?
(여자) 무슨 논문을 보고 푼 거 같은데…
(정아) 혼자서 고결한 척
나랑은 다른 척하더니
이제 우리가 다를 게 뭐야?
(승유) 그냥 나 좀 믿고 맡기면 안 돼요?
(윤수) 너 뭘 쥐고 있어?
(정아) 잘 참으시네요? 하고 싶은 말이 많을 텐데
(승유) 참는 거로 보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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