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꼴리아 12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승유) 수학적 증명에는
'참'과
'참이 아닌 것'
두 가지만이 존재합니다
참을 참이 아니라 할 수 없고
참이 아닌 것을
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수학자는 거짓말을 못 하거든요
[사람들의 웃음]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선
참이 참이 아닌 것이 되기도 하고
참이 아닌 것이
참이 되기도 합니다
[무거운 음악]
(승유) 4년 전
아성영재학교의 전신인 아성고에서
바로 이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성고의 한 수학 교사와 남학생이
부적절한 관계라는 소문
한곡동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 스캔들은
빠르게 퍼지고 부풀려졌습니다
트루는 폴스가 되었고
폴스는
트루가 되었죠
당시 아성고 2학년이었던
그 부적절한 스캔들의 주인공이
바로 접니다
[사람들이 술렁인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옅은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시안) 선생님, 이거 보세요
[무거운 음악]
(영상 속 승유) 그 부적절한 스캔들의 주인공이
바로 접니다 [윤수의 놀란 숨소리]
[휴대전화를 탁 닫는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정아) 선생님
여기서 개인적인 스토리를 푸시면 곤란합니다
전 수학자로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수학에선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었죠
전 논리와
증명의 힘을 믿습니다
(승유) 지금 이 자리에서
여러분 앞에
제 새로운 증명 과제를 발표하려고 합니다
4년 전
아성고에서 일어난 스캔들
무엇이 참이고 참이 아니었는지
누가, 왜
어떤 목적을 위해서
트루를 폴스로
폴스를 트루로 만들었는지
그것을 증명하려고 합니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영상 소리가 흘러나온다]
[놀란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무거운 효과음]
[한숨] [고조되는 음악]
(기자1) 그 말은
스캔들이 누군가의 모함이었다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형도) 야, 백승유 저거 어쩌려고 저러냐?
미쳤네
(현재) 이러려고 이 학교로 온 건가?
(친구1) 근데 누가 모함했다는 거야?
(친구2) 아, 혹시 그때 지윤수 쌤이
예린이 부정행위 의혹 제기했던 거
- (친구2) 그거 말하는… - (규영) 야, 박소정
(규영) 확실한 것도 아닌데 말 함부로 하지 말자
(친구2) 뭐야? 야, 왜 나한테 그래!
- (현재) 쟨 또 왜 저래? - (형도) 쟤도 미쳤네
(정아) 내 행사를
다 망쳐 놨네요
망치긴요
아성수학예술영재학교
아성고등학교, 국립 수학 박물관
실시간을 장악했는데요
(승유) 홍보 효과 하나는 제대로 난 거 같습니다
[어두운 음악]
너
나랑 해보자는 거지?
거슬리는 게 있으면
교장 선생님도 정면 승부 하세요
저처럼
이제부턴 협박하고 겁주는 사람이 찔리는 쪽이 되는 겁니다
[기가 찬 숨소리]
아휴, 진짜
백승유 저거 미친 거 아니야, 어?
[혜미의 한숨]
예린아, 걱정하지 마
아빠가 교장 선생님이랑 다 알아서 처리해 주실 거야
(혜미) 알았지, 응? [어두운 음악]
아휴, 진짜
[혜미의 한숨]
(민준) 아, 우리도 기자 회견 하자고요
기자들 보내지 말고 지금 바로!
해서요?
'우리가 모함한 거 아니다 우리 얘기 아니다'
그럴까요?
정신 차려요
우리 얘기는 한마디도 안 했어요
걸고넘어지는 거 시간문제죠
그 대응 어떻게 할 거예요?
[날카로운 효과음]
(정아) 사과 씨앗은 과일일까요?
과일이 아닐까요?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씨앗은 과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심고 자라면
과일이 되죠
그럼
씨앗은 과일이면서
과일이 아닌 거네요?
도대체 무슨…
참이면서 참이 아닌 것이 왜 없어
(윤수) 정말 모르겠어?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모르면 안 돼
(윤수) 넌 선생님한테 할 말이 있어야 해
그래야만 해
선생님은 네가 할 말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
[한숨]
(혜미) 자 따듯하게 한 잔 마셔, 자
- 만약에 - (혜미) 응
내가 그때 잘못을 인정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네 잘못이라니? 무슨 잘못?
[한숨 쉬며] 알잖아
엄마가 빼돌린 답안대로 썼다가
지윤수 쌤한테 걸려서…
그게 왜 네 잘못이야
그럼 누구 잘못이야?
[혜미의 코웃음]
(혜미) 예린아
너 이럴 때일수록 정신 똑바로 차려야 돼
우린!
그 누구도 잘못한 사람 없어
엄마는 오직 너를 위해서…
아, 그 말 좀 그만해!
엄마가 나 위해서 해 준 일치고 뭐 하나 잘된 게 있어?
예린아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이게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지
(혜미) 엄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거친 숨소리]
(윤수) 마지막으로 물을게
정말 없니?
[거친 숨소리]
[예린의 거친 숨소리] (혜미) 어머, 예린아
숨 쉬어 봐, 응? 진정해, 진정해, 응?
어머, 어머
저, 여기 그, 성, 성예린 학생 어디 있습니까?
어, 여보, 여기
(민준) 어
어떻게 된 거야?
얘가 쇼크 먹었나 봐 갑자기 숨을 잘 못 쉬더라고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혜미) 여보 잘 해결할 수 있는 거지?
노정아 쌤이 뭐래?
근데 그 일 진짜였어요?
(혜미) 응?
누나가 고등학교 때 부정행위 한 거
(혜미) 너 조용히 안 해? 미쳤나 봐
일로 와, 응? 일로…
[애잔한 음악]
[놀란 숨소리]
[마우스 조작음]
[떨리는 숨소리]
(윤수) 무슨 짓이야
네가 지금 어떤 일을 벌인 건지 알고 있어?
안다고 했잖아요
난 내가 왜 이러는지 잘 안다고
이건 아니야
이런 식으로 네 현재를 미래를 다 망칠 순 없어
이게 왜 망치는 거예요?
몰라서 물어?
네가 수학자로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어
[기가 찬 숨소리]
그런데 뭘 증명해
네가 수학자 이름 걸고
이따위 증명을 왜 해!
왜 없어요?
나한테 수학보다 중요한 게 왜 없어!
(승유) 내가 왜 수학을 하고 어떻게 수학자가 됐고
어떻게 루치펠 백승유가 됐는데!
내가 잘나서? 아니면
당신이 날 잘 가르쳐서?
[떨리는 숨소리] 천만에
[연우의 웃음] (영상 속 승유) 당시 아성고 2학년이었던
그 부적절한 스캔들의 주인공이
바로 접니다
(성재) 재밌어요?
(연우) 아 [연우의 웃음]
저 사람들 표정 좀 봐요
황당하고 화나고
근데 티는 못 내고
[성재의 코웃음]
대책 없는 놈
윤수가 백승유 빼겠다고 했다면서요?
빠질 의사 없는 거 확실하게 보여 줬네
그쪽에 과거 일 맡겨요
그사이에 우리는
현재 시점에서 칠 수 있는 쪽을 노리면 되잖아요
(연우) 어쨌든 백승유는
지윤수에 대해서
참으로 진심이네요
[코웃음]
지금 진심이면 어쩌자고
있는 감정도 접어야 할 판에
그렇게 재고 따지는 건 사랑이 아닌가 보죠
(연우) 백승유한테는
[코웃음] [애잔한 음악]
(승유) 지난 4년간
죽어라 하고 수학만 했어
나한테 남은 건 그거밖에 없었으니까
[큰 목소리로] 그거라도 해야!
버틸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제서야 당신을 찾았는데 왜…
왜 나한테 수학밖에 없다고 해요
나한테 수학보다 중요한 게 있으면 왜 안 되는데?
[떨리는 숨소리]
[한숨]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한숨]
[의미심장한 효과음]
[놀란 숨소리]
[승유의 거친 숨소리]
(윤수) 난
네 인생에 수학보다 중요한 존재가 되길 원한 적 없어 [의미심장한 음악]
앞으로도 그럴 거고
네가 오늘 하겠다고 선언한 증명
기하학 한 줄보다 아름답지도
가치 있지도 않아
[놀란 숨소리]
[포커스 조절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떨리는 숨소리]
(정아) 그 아이는 망가뜨리기엔 너무 아깝지 않아?
[윤수의 놀란 숨소리] 뭘 그렇게 놀라?
제주 공항 사진
학습 효과가 그렇게 없니?
[힘겨운 숨소리]
[통화 연결음]
(정아) 일찍 나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학교장으로서 어제 일에 대해서 해명드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말씀 드릴 것이 있어서요
어제 백승유 선생님의 행동과 발언에 대해선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입니다
근데 아성고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거
사실인가요?
[혜미의 헛웃음]
[헛웃음]
왜 날 봐요?
무슨 얘길 들은 거야?
다 근거 없는 얘기를
근거가 없긴 내가 없는 얘기 하나? [학부모들이 웅성거린다]
(정아) 어머님들
여긴 아성고가 아니라 아성수학영재학교입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곧 중간고사가 있죠
아이비리그 진학에 있어
가장 잘 준비해야 하는 것이 내신 성적입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업계 최고의 컨설턴트와의 미팅을 준비했어요
그분이 아이비리그
입학 사정관 네트워크를 통해 입수한 가장 최신의 정보와
내신 대비 사항에 대해서 알려 드릴 겁니다
미팅 장소로 가시죠
[무거운 음악]
(정아) 이번 중간고사
글로벌 인재반 특별 관리 들어갈 겁니다
[고민하는 숨소리]
왜요?
지윤수 선생이
우리 일 다 알 거 같아서요?
물론 보안 철저히 했습니다만
앙심 품은 사람을 옆에 뒀던지라
찜찜하네요
(정아) 경우민 장관
민국당 성민준 의원
손승연 한국대 법학과 교수
김연준 명지일보 회장
글로벌 인재반 아이들 부모가
무려 이런 분들이에요
그럼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긴다 해도
[살짝 웃는다]
원장님과 내 뒤에
이분들이 계시는데
뭐가 걱정이세요?
[노크 소리] 네
(직원) 아성영재학교 학부모님들 오셨습니다
(형빈) 음
당시 아성고 2학년이었던 [TV 속 카메라 셔터음]
[TV 속 승유가 계속 말한다] (희승) 여보 이게 무슨 일이야? 응?
우리 승유가 갑자기 왜 왜 저러는 거야?
[도어 록 조작음]
[문이 달칵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어, 승유야 [도어 록 작동음]
어떻게 된 거야?
많이 놀라셨죠?
일단 앉으세요 드릴 말씀이 있어요
(혜미) [한숨 쉬며] 선생님
어떻게 할까요?
제가 도울 방법은 없을까요?
[한숨]
(혜미) 하, 정말
지윤수 이 앙큼한 게
한곡동에서 유명한 클리닉 강사였더라고요
아니, 우리 유찬이도 거기 보낼 뻔했는데
정말 생각만 해도 소름이에요
[혜미의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혜미) 이따가 끝나고 봬요 [혜미의 웃음]
아니, 이거 당신이 이태리에서 사다 준 거잖아
노정아 쌤 가방에도 똑같은 거 달려 있더라고
(민준) 그거, 뭐
비슷한 거겠지
[한숨] (정아) 어제 잠을 좀 설쳤더니
얼굴이 말이 아니네요
[어이없는 숨소리]
예린이는 어때요?
네? 아…
예린이도 얼굴이 반쪽이 됐어요
예린이가 그동안 맘고생 많았죠
그동안이라니요?
못 들으셨어요?
지윤수 선생이랑 백승유 관계
안 지 꽤 됐는데
알다니요?
우리 예린이한테 무슨 일 있었어요?
[무거운 음악]
(희승) 그러면 [희승의 한숨]
그게 다 사실이었던 거야?
성민준 의원 딸
부정행위 덮으려고
너랑 지윤수 선생님 헛소문 터뜨린 거?
네
(민식) 관둬라
그때 기소도 못 하고 넘어갔어
이제 와서 들춘다고 될 거 같아?
그러니까 더 늦기 전에 해결해야죠
(민식) [버럭 하며] 글쎄, 관둬!
그 학교 당장 나와
- 아버지 - (민식) 왜 가만 못 살아?
왜 자꾸 네 팔자를 꼬냔 말이야
(민식) 지금이 네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데
얼마나 할 일이 많은데!
꼬는 게 아니라 푸는 거예요 제가 해결 못 한 문제를
그 여자
아직도 만나냐?
대답해
만나?
생각하시는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면 뭔데?
[한숨 쉬며] 차차 말씀드릴게요
저 출근해야 돼서 또 올게요
(민식) 이러려고 그랬어?
이렇게 저지르려고
논문도 보내고 집에 와서 밥도 먹고
우리 맘 달래 놓은 거였냐고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아버지
그럼 약속해
그 여자랑 다신 안 얽힌다고!
(민식) '옛날에 아무 사이 아니었다'
그거 밝히려는 놈이
지금도 가깝게 지내면 그 말을 누가 믿어 주겠어!
내 말이 틀려?
그 여자 다시 만나면
이번엔 우리가 널 안 볼 거다
부모 연 끊을 생각이면
네 마음대로 해
[희승의 한숨]
(희승) 이, 저 인간이 정말
아휴, 애를…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아빠 말 신경 쓰지 말고, 응? [승유의 한숨]
괜찮아요
또 올게요
[답답한 숨소리]
[문이 달칵 여닫힌다]
(희승) 아유, 정말 이 인간이, 정말!
(유찬) 억울하긴, 개뿔
야,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그 둘이 완전 장난 아니었대
- (제니) 어떻게? - (수영) 왜?
- (유찬) 학교서 둘이 야밤에 - (수영) 야밤에?
(유찬과 수영) - 빈 교실에서… - 빈 교실, 미친 거 아니야?
함부로 얘기하지 마
(시안) 너희가 뭘 알아?
직접 본 것도 아니면서
뭐래
그럼 넌 뭘 아는데?
적어도 너희들보단 잘 알아
[코웃음]
너도 그 학원 다녔다 이거지?
[의미심장한 음악]
그 클리닉 강사가 지윤수라며
엄마한테 다 들었어
(제니) 그래서 비밀 유지니 뭐니 그 유난을 떨었나 봐
구린 과거가 많으니까 [수영의 웃음]
(지나) 어차피 쫓겨났잖아
백승유도 그 여자도
다시는 이 동네 얼씬도 못 하게 해야 돼 [학교 종이 울린다]
그딴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네가 뭔데
(진희) 다들 조용!
자리에 앉아
백승유 선생님 수업 자습으로 대체할 거야
(진희) 공부 시작해
[무거운 음악]
(정아) 선생님은 오늘부터 직위 해제입니다
수업을 포함 모든 업무에서 손 떼세요
교원으로서의 직무상 의무 위반
품위 손상이 이유입니다
읽어 보시고 서명하세요
곧 징계 위원회가 열릴 거예요
(승유) 절 내보낸다고
제가 할 일 못 하진 않습니다
알고 계시죠?
(정아) 사랑한다는 걸
수학으로 증명할 수 있나요?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요?
수식과 논리로
증명 가능해요?
좋은 도전이에요
어쩌면 선생님 인생에
가장 풀기 힘든 난제가 될 수도 있겠어요
무슨 말씀이시죠?
선생님이 증명하려는 건
모함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랑에 관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얘기예요
(지나) 백승유 학교 관둘지도 모른대
아
관두는 게 아니라 쫓겨나는 건가?
넌 네 편 하나 없어져서 어쩌냐?
야, 김지나
(시안) 내가 예전에 너 무섭다고 한 적 있지?
[의미심장한 음악]
그 말 취소야
- 너 불쌍해 - (지나) 뭐?
(시안) 넌 이 학교 교장 선생님이 너희 엄마고
그래
나한텐 없는 든든한 백이 있는데
뭐가 쫄려서 맨날 시비야?
하긴
너 엄마 별로 안 좋아하지?
그러면서 너희 엄마 덕에 얻는 혜택은 다 누리고
너 진짜 이중적이다
[헛웃음]
[초인종 소리]
(혜미) [문을 두드리며] 야 빨리 나와, 어서!
야, 빨리 나와, 어서!
[어두운 음악] [한숨]
너 여기 사는 거 다 알아, 어?
정말 뻔뻔하게
너희들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어릴 때 그렇게 홀려 놓고서
앞길 창창한 애를
그런 애를 또 꼬드겨?
[문을 두드리며] 안 열어?
열어, 어서!
안 열어!
(여자1) 뭐야?
[혜미의 당황한 숨소리] 뭐 하는 거야?
양심도 없는 거
너 각오해
죗값 단단히 치를 줄 알아
(성한) 학교로 와라
교장 선생님께서 보자고 하신다
[의미심장한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무슨 일로 보자고 하셨어요?
앉아
너하고 공유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거
네 마음대로 해
[긴장되는 음악]
(정아) 보답이야
네가 예전에 제주 공항 사진 공유해 준 일에 대한
많은 사진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걸로 골랐는데
유용하게 쓰렴
[휴대전화 진동음]
- 여보세요 - (규영) 어디냐?
[문이 드르륵 열린다]
[문이 드르륵 닫힌다]
(민준) 아, 뭔데 갑자기 보자고 해?
바쁜데 이따 집에서 얘기하면 되지
나 오늘 지윤수 찾아갔었어
만났어?
아니, 허탕 쳤어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한숨]
거, 노정아 교장이 알아서 할 거니까
당신은 신경 꺼
어떻게 신경을 꺼
당신이 나서서
여태까지 뭐 하나라도 좋았던 적 있어?
(민준) 그, 이번에도 함부로 행동할 생각 말고 조심해
당신은 노정아 교장 아니면 아무것도 못 하지?
뭐?
(녹음 속 민준) 들어가요
[의미심장한 음악] 감사 끝나면 우리도 같이 이 와인 따자고요
이거 뭐야?
당신, 노정아랑 뭐 있는 거야?
당신이야말로 이거 뭐야?
어디서 이런 짓을 해! [민준의 아파하는 신음]
당장 말 안 해?
어?
노정아랑 뭐야?
[한숨]
거래하는 사이지
뭐? 거래?
무슨 말인지 몰라?
우리 예린이, 유찬이
다 노정아 교장 덕에 혜택 많이 누렸잖아
(민준) 당연히 난 그 여자 비위 맞추면서
온갖 정보 다 빼내 주고
- 그런 사이인 거 몰랐어? - (혜미) 아
정보도 주고 정도 주고
그런 사이인가 보지?
[버럭 하며] 야, 유혜미!
깜짝…
지금 우리가 이럴 때니?
정신 똑바로 차려
너 그딴 염탐 할 시간에
예린이나 잘 살펴
[혜미의 어이없는 숨소리]
[문이 드르륵 열린다] [헛웃음]
[무거운 음악] [문이 드르륵 닫힌다]
지윤수 걘 아직도 그 어린놈이랑 붙어먹는 거냐?
(경인) 어떻게 그 일이 또 불거져
어머니
(경인) 노인형 이사장 둘째 연우랑
혼사 빨리 진행해라
[성재의 한숨] 이런저런 말 더 돌기 전에
우리라도 깔끔하게 해야지
괜히 헛소문에 불똥 튀면 어쩔 거야?
제가 알아서 할게요
알아서?
부모 반대하는 여자 못 놓고 있다 그 꼴을 당해 놓고
(경인) 알아서 한단 말이 아직도 나와?
두말할 거 없고, 서둘러
[포스 작동음] (종업원1) 서명 부탁드릴게요
(성재) 안녕히 계세요
- (성재) 가시죠 - 어, 그래
[휴대전화 진동음]
(경인)
(연우)
[노크 소리]
어서 와
- (연우) 식사 준비해 주세요 - (종업원2) 네
[문이 드르륵 닫힌다]
[의미심장한 음악]
이번 이사회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거야
우선 주주 명부부터 확인해 봐
그럴게
딱 내가 원하는 카드야
(연우) 여기에다 노정아가 재단 수익 빼돌려
자기 주머니 채웠다는 걸 증명하면
확실하게 끌어내릴 수 있어
서둘러 줘
실권을 잃으면 백승유 씨 쪽에서도
대응하기 한결 수월해질 거야
참, 나도 너한테 선물이 있어
(연우) 너만 괜찮다면 추천해 줄게
생각 있으면 얘기해
[노크 소리]
어서 와요
같이 점심 하자고 불렀는데 두 사람 다
괜찮지?
앉아요
[연우의 헛기침]
어머님 뵀다면서요?
연락 주셨더라고요
결혼 준비 서두르라고
우리 결혼해
인연이라는 게 참 묘하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가 없으니까 말이야
너랑 백승유 씨 인연도 그렇고
[무거운 음악]
윤수야
두 사람 얘기 다 끝났어?
가 볼게
(연우) 축하 안 해 주니?
축하해
두 사람 다
지윤수 앞에서 나한테 그렇게 열받은 얼굴 하면 안 되죠
표정 관리가 그렇게 안 돼요?
지금 배려 얘기를 하는 건가?
나에 대한 배려는 있었고?
난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
'결혼, 난 아직 정한 바 없다' 그런 얘긴 안 했으니까
(성재) 지윤수로 내 신경 건드리는 거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할 거예요
진짜 나하고 결혼까지 갈 생각 있다면
윤수한테 중요한 파일 받았어요
(연우) 노정아는
절대 아성재단 이사장이 될 수 없을 거예요
계산기 잘 두드려 보고
말이든 행동이든 하는 게 좋겠어요
그러니까
피차 계산기 두드리는 사이에 이런 쓸데없는 감정 소모를…
왜 하지?
깜박하는 건 여전하네
[사람들의 말소리]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형도) 어, 백승유!
(현재) 어, 여기, 여기
(형도) 아, 나 진짜, 어제 너
나 다리 풀려 가지고 나 넘어질 뻔했어, 진짜
왔냐?
(형도) 괜찮냐? 후폭풍이 장난 아닐 텐데
(승유) 징계 먹었지, 뭐
야
나 찐으로 궁금해서 묻는 건데
너 지윤수 선생님이랑 뭐냐?
좋아해?
(형도) 아, 갑자기 뭔 소리?
(규영) 너 옛날에 지윤수 선생님한테 진심이었잖아
지금도 좋아해?
[차분한 음악]
(형도) 뭐야? '지금도'라니
너 지윤수 쌤 만났어?
(규영) 만난 정도냐?
보통 사이가 아니던데
- 진짜야? - (현재) 야, 그거는 아니지
그럼 안 되지
- (승유) 왜 안 되는데? - (현재) 어?
- (현재) 아니… - (형도) 아니, 아, 아, 잠깐만
(형도) 너, 너 억울하다며
둘이 이상한 사이 아닌데 스캔들로 몰아가서 억울하다며
근데 이제 와서 사귄다고?
뭐냐, 그게? 설마 쌍방이냐?
야, 그만하자
- (형도) 야, 야, 야! - (현재) 야, 야, 백승유, 야…
미친놈
(현재) 성예린?
(형도) 뭐야, 쟤 왜… 왜 저기 있냐?
(현재) 쟤 언제부터 와 있어?
(예린) 백승유!
나…
너 좋아해
네가 좋아
좋아한다니까?
왜 듣고만 있어?
넌
내 고백이 아니라 자백이 필요했던 거지?
그래서 내 마음 이용했던 거지?
네가 솔직하게 말해 주길 바랐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무거운 음악] [떨리는 숨소리]
너 좋아해서 그랬어
질투가 나서
너랑 지윤수 선생님 갈라놓고 싶어서
좋아한다면서 왜 울고 악을 써?
좋아하면 그 사람 때문에 웃고 행복해지잖아
그 사람도 웃고 행복하길 바라게 되잖아
넌 날 좋아하는 게 아니야
그럼?
원하면 뭐든 가질 수 있었는데 못 가지니까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불행하길 바란 거겠지, 아니야?
(규영) 따라와
[예린의 놀란 숨소리]
[멀어지는 발걸음]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흐느낀다]
[잔잔한 음악]
(윤수) 가 볼게
[한숨]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음이 연신 울린다]
[통화 연결음]
(성재) 여보세요
지윤수 씨 핸드폰 아닌가요?
나 류성재입니다
(승유) 왜 핸드폰을 그쪽이 갖고 있어요?
어제 그 폭탄 발언
윤수가 동의한 건가?
[한숨]
그 증명 만약 실패하면 제일 타격 입을 사람이 누굴까?
(성재) 당신은 잘나가는 수학자고 돌아갈 곳이 있겠지만
윤수는 그렇지 못해, 알아?
(승유)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윤수가 원하지 않으면 물러나서 기다리기도 하고
원하는 건 뭔지
물어도 보고
(성재) 억지로 끌어당기기만 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방식만 강요하지 말고
(승유) 충고예요?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무거운 음악]
후회 겸 넋두리
(성재) 아, 응원하는 마음 같은 거 없으니까 착각하지 말고
(승유) 내 증명이 실패로 끝난다고 해도
제일 상처받는 사람이 지윤수가 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내가 그렇게 안 둘 거니까
(성재) 그거 알아?
제일 큰 상처는
제일 가까운 사람이 주는 법이야
[옅은 한숨]
[멀리서 들리는 오토바이 엔진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놀란 숨소리]
[엘리베이터 도착음]
어디 가요?
밖에 널 따라온 차가 있어
지금?
사진도 찍었어
내색하지 말고 일단 가
(승유) 들어가 있어요
이걸 어떻게…
류성재 씨한테
연락할게요, 일단 들어가요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멀리서 들리는 오토바이 시동음]
[통화 연결음]
수상한 차가 있어서 신고하려고요
[오토바이 가속음]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남자) 아이씨
놔!
[남자의 힘주는 소리] (승유) 당신 뭐야?
- (승유) 누가 시켰어? - (남자) 이씨
[승유의 아파하는 신음]
[남자의 놀란 숨소리]
[남자의 아파하는 신음]
- (남자) 놔, 이씨! - (승유) 아이씨
(승유) 당신 누구야!
[남자와 승유의 힘주는 소리]
[승유의 힘주는 소리]
(남자) 아이씨!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승유의 힘주는 소리]
[남자의 힘주는 소리]
[무거운 효과음]
[무거운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뛰어오는 발걸음]
(경찰) 저기요, 괜찮으세요?
정신 좀 차려 보세요
[애잔한 음악]
백승유 씨요
(간호사1) 2번 침대에서 처치받고 계세요
[윤수의 놀란 숨소리]
승유야!
(의사) 보호자 되세요?
많이 다쳤어요?
가벼운 뇌진탕인 것 같습니다
CT 결과 큰 이상은 없고요
(의사) 그래도 좀 지켜볼게요
일어나시면 바로 부르세요
(윤수) 네, 감사합니다
[걱정하는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윤수가 훌쩍인다]
[놀란 숨소리]
정신이 들어?
(윤수) 선생님 불러올게
[부드러운 음악] [승유의 힘겨운 숨소리]
(승유) 괜찮아요
잠깐만요
정말 괜찮아?
머리 아프지는 않아?
[심호흡]
(윤수) 차는 대포 차량이었고
운전자는 찾고 있대
카메라는요?
갖고 도망친 것 같아
[승유의 한숨]
(승유) 언제부터 감시하고 있었던 거지?
들어가
어디 안 좋으면
바로 병원 가고
힘들게 안 해야 되는데
[잔잔한 음악]
안 하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
지금이라도 다
멈출까요?
들어가
일단 쉬어
잠도 좀 자고
조심히 가요
[안전벨트 조작음]
[옅은 한숨]
[어두운 음악]
(기자2) 재밌는 사진이네요
이걸 기사화시켜 달라는 말씀인가요?
아직은 아니고요
적절한 타이밍을 드릴 테니
그때 공론화를 해 달라는 말씀입니다
[살짝 웃는다]
(성한) 그 노정아 교장 선생님께서
우리 박 기자님께만 드리는
특별한 부탁이라고 하셨습니다
(기자2) 아이고 [기자2와 성한의 웃음]
(성한) 아, 저, 그리고
부탁하신 거
안녕하세요, 선생님
(승유) 4년 전에 아성고에서 일했던
박혜영 실무사님 만났습니다
[헛웃음]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고 누구의 지시였는지
증언하기로 했고요
그래서요?
같이 진실을 말할 수도 있고
[무거운 음악]
(승유) 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상관없이
전 그 당시 일을 밝혀낼 겁니다
(명진) 학교에서 쫓겨나고
검찰 조사 받고 있는 날 찾아와서
협박하시는 거예요?
조언이고
부탁드리는 겁니다
[헛웃음]
(승유) 사실대로 증언한다면
정상 참작이 될 거고
끝까지 부정하다가 아성고에서
모든 걸 선생님 잘못으로 만들어 버리면
지금보다 상황은 더 나빠지시겠죠
이번 영재 학교 입시 비리로
재판받게 된 것도 선생님뿐이잖아요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 (희승) 고맙습니다, 네 - (여자2) 수고하세요
(혜미) 언니
나랑 얘기 좀 해요
- (희승) 나가 - (혜미) 네?
언니고 나발이고 나가라고!
- (희승) 나가, 내 말 안 들려? - (혜미) 어머
(희승) 나가!
나 얘기 다 들었어
그 집 딸내미 때문에 우리 아들 모함한 거라며?
그러니까 나가
(혜미) 아니, 왜 나한테 화를 내?
내 말 잘 들어요
지금 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언니랑 나랑 힘을 합쳐서
그 여자를 지금 내쫓아도 모자랄 판에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둘이 너무 좋아서 죽고 못 산다잖아
(혜미) 승유가 맨날 그 여자 찾아가고 난리도 아니에요
뭐, 뭐?
이 동네 산대!
- (민식) 나가요 - (희승) 뭐가 어째? [혜미의 놀란 탄성]
- (민식) 가요, 빨리! - (혜미) 어머, 왜 이래
[혜미의 못마땅한 숨소리]
아니…
(민식) 가라고요!
(혜미) 아니, 나한테 이럴 게 아니라고요
아, 진짜, 거짓말 아니라니까?
어디예요, 그 여자 사는 데가?
[의미심장한 음악]
(승유) 넌 날 좋아하는 게 아니야
원하면 뭐든 가질 수 있었는데 못 가지니까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불행하길 바란 거겠지, 아니야?
[떨리는 숨소리]
(정아) 유용하게 쓰렴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아니라 그랬지?
(예린) 너도
지윤수 선생님 사랑하는 거 아니야
죄책감 때문에 못 놓는 거야
[승유의 한숨]
나 내일 고발하러 가
노정아 교장
너희 아버지 상대로 아성고 학사 비리 고발한다고
(승유) 정신 차려, 지금 나나 지윤수 선생님이 문제야?
너야말로 정신 차려
그 여자가 너 이용하는 거야
- 네 죄책감 이용하는 거라고! - (승유) [버럭 하며] 성예린!
(승유) [한숨 쉬며] 너 지금 누구 같은지 알아?
노정아 교장
[무거운 음악]
자기가 원하는 걸 위해서라면 남을 세뇌하고 이용하잖아
너 그 인간처럼 되고 싶어?
지금이라도 안 늦었어
- 넌 다를 수 있다고 - (예린) 만났었어
뭐?
(예린) 지윤수한테 너 놓으라고 했었어
근데 안 놓더라?
오히려 네 뒤에 숨어서 아주 철저하게 잘 이용해 먹더라
그러니까 정신 차려 바보같이 당하지 말고!
야, 경고하는데
[승유의 한숨]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마
이용 아님 뭔데?
그 여자가 너 사랑한대?
(예린) 이용당해도 상관없어?
네가 지윤수 선생님 사랑하니까?
어
내가 사랑하는 거야
[오토바이 시동음]
[멀어지는 오토바이 엔진음]
[초인종 소리]
(시안) 안녕하세요
(윤수) 안녕, 들어와
많이 춥지?
(시안) 아, 괜찮아요 [도어 록 작동음]
많이 놀랐지?
요즘 놀랄 일투성이네
전 괜찮아요
선생님이 걱정이죠
아
(윤수) 이거
어? 직접 만드신 거예요?
응, 중간고사 대비
와, 감사합니다, 쌤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간호사2) 지현욱 환자분 보호자 맞으시죠?
네, 전데요
[잔잔한 음악]
[타이어 마찰음]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시안) 선생님, 큰일 났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윤수의 다급한 숨소리]
(윤수) 아버지
아버지…
어떻게 된 거예요?
(간호사3) 저혈당 쇼크가 왔었어요
요즘 식사를 잘 안 하셨거든요
영양 상태가 안 좋으니 폐렴도 악화되고
[윤수의 한숨]
점점 더 매달리세요
쉴 새 없이 쓰고 읽고…
그러세요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현욱의 힘겨운 숨소리]
(윤수) 아버지, 아버지! [윤수의 다급한 숨소리]
왜 이러세요
[윤수의 다급한 숨소리] [현욱의 힘주는 숨소리]
아버지, 아버지
[현욱이 기침한다]
아버지…
아, 아버지
[현욱이 기침한다]
[한숨] [현욱이 기침한다]
왜 밥을 안 드세요?
왜 맨날…
이것만 붙들고 계세요?
[기침하며] 아니야…
[현욱의 힘겨운 숨소리] [한숨]
[힘겨운 숨소리]
(현욱) 문제는 풀었나?
풀어야지
풀고 싶지 않아도
겁이 나요
[애잔한 음악]
그 문제를
사랑하게 된 것 같아서
어떤 문제는
사랑해야만 풀린다
미치지 않고서는
풀 수 없는 문제도 있지
그 문제만이
날 파괴할 자격이 있지
그 문제에
전제 오류가 있다면요?
전제를 잘라 내야지
오류가 있는 걸 알면서도 계속 풀면
언젠가 막힌다
(현욱) 하지만
답을 찾아 헤매는 것 또한
수학자의 삶이지
꼭 정답을 찾아야만 하는 건
아니야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승유의 거친 숨소리]
(승유) 교수님, 괜찮으세요?
저건 왜…
얘기할게
[윤수의 놀란 숨소리]
[부드러운 음악]
조금만 기다려요
빨리 끝낼게요
(승유) 우릴 힘들게 했던 사람들 다 대가 치르게 하고
우릴 향한 오해도 다 지우고
우리도 서로에 대해서
미안함, 죄책감 그런 거 없이
지윤수, 백승유만 남게 할게요
백지부터 다시 시작해요, 우리
[윤수의 옅은 한숨]
[윤수의 옅은 한숨]
우리가
백지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사랑이 아니었다'가 전제인데
결론은 사랑이 될 수 있을까?
참이잖아요
우리 마음
그런데 어떻게 아니라고 해요
아니
이건
참을 참이 아니라고 말하는 문제가 아니야
전제 오류가 생긴 거야
너의 증명은
늘 아름다웠어
선명하고
깨끗했어
이런 오류투성이 증명은
너한테는 어울리지 않아
[감성적인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윤수) 주무세요
식사도 잘하시고요
또 올게요
[잔잔한 음악]
수학은
무해하고
당당한 거야
그 자체로
선하고
목적을 갖지 않아
끝없이 뛰노는
아이 같아
[힘겨운 숨소리]
도무지…
[현욱의 힘겨운 숨소리]
[어두운 음악]
아주 좋은 걸 가져왔구나?
[울먹인다]
우니?
(정아) 하, 저런
왜 울어?
네 손으로 잘 마무리하는 건데
[혀를 쯧쯧 찬다]
과연 지금쯤
백승유가 널 위해 단 한 순간이라도 마음 아파할까?
[정아의 헛웃음]
자기들 사랑만 고결하고 완전무결하다지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
[떨리는 숨소리]
네가 그걸 증명해 내는 거야
그런 건 없다는 걸
장담컨대
사람들은 네 증명을 훨씬 더 좋아할 거다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긴장되는 음악]
(사회자) 2021학년도
학교 법인 아성학원 4차 이사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개회 전 추가할 보고 사항이 있습니다
(연우) 재단의 법인 재산권 침해가 의심되는 심각한 내용입니다, 또한
노정아 교장의 해임
파면의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는
긴급 안건이기도 합니다
[임원들이 술렁인다]
(기자3) 어, 백승유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기자4) 백승유 씨, 백승유 씨
아성고 학사 비리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러 오신 겁니까?
(승유) 네, 그렇습니다
(기자3) 과거 스캔들이 학사 비리를 덮기 위한 모함이라는
(기자3과 승유) - 입장에 대해서는 여전하십니까? - 네
(기자2) '아성고 수학 교사였던 여성분과는 아무 사이가 아니다'
'두 분은 결백하다'는 얘기죠?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그럼 이건 뭘까요?
저한테 제보가 하나 들어와서요
[무거운 음악]
(녹음 속 예린) 상관없어? 네가 지윤수 선생님 사랑하니까?
(녹음 속 승유) 어
내가 사랑하는 거야 [기자들이 저마다 놀란다]
(기자2) 백승유 씨 어느 쪽입니까?
두 분 사랑하는 사이입니까? 아닙니까? [무거운 효과음]
[기자들이 저마다 질문한다]
(윤수) 이건
참을 참이 아니라고 말하는 문제가 아니야
전제 오류가 생긴 거야
[무거운 효과음] [떨리는 숨소리]
[부드러운 음악]
안녕하셨어요?
(승유) 사과를 받게 해 주고 싶었는데
지윤수!
(승유) 망쳤어요 당신을 사랑해 버리는 바람에
[자동차 가속음] (정아) 넌 언제쯤 돼야 내가 안 무섭겠니?
[타이어 마찰음] (연우) 무서운 게 아니라 혐오스러운 거야
어울리지도 않는 판에 처음부터 멤버였던 것마냥
악착같이 붙어 있는 그 꼴이
(윤수) 처음 널 만난 이후로 일어난 모든 일들
단 하나도 후회하지 않아
(승유) 우리 갈래요?
어디든
(윤수) 그래, 가자
어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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