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미힐미 13
S#1 서태임의 저택 / 서재 (12부 59씬)
도현 저는....떠나지 않습니다, 회장님. 여기에....남습니다.
서태임 (피식) 떠나라고 하니 비로소 야망을 들키는구나.
도현 원하시는 대로 회사에선 떠나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 한국에 남습니다. 남아서 할 일을 하겠습니다.
서태임 니가 치료받는 거 말고 할 일이 뭐가 있어.
도현 바로 그걸 할 생각입니다. 제 마음이 왜 산산조각이 나야만 했는지,
그 조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찾을 생각입니다.
서태임 (서서히 굳어가는 표정)
S#2 서태임의 저택 / 와인창고 (12부 58씬 편집)
진열된 와인 중에서 쪽지에 적힌 와인을 찾고 있는 리진.
리진 찾았다!
목표했던 와인 병을 찾아 집어 드는 순간,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오르골 소리.
무심히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는 리진.
순간, 오르골 소리 점점 커지며, 빛바랜 영상처럼 퍼뜩 떠오르는,
(F.C) 도현의 꿈속과 같은 지하실...벽을 향해 무릎을 꿇고 앉아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여자 아이의 뒷모습!
웬지 모를 기시감에 충격으로 멍...해지는 리진.
도현 (E)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조각난 마음을 이어 붙이고,
어떤 그림이 완성되는지 지켜볼 겁니다.
S#3 서태임의 저택 / 서재 (12부 61씬)
도현 (붉어진 눈으로, 서태임을 보며) 저는 아버지의 대용품도 아니고,
승진가를 지키는 개도 아니고, 괴물도 아닙니다. 저는 그저,
(눈물 확 고이며) 차도현일 뿐입니다.
서태임 (동요되는 심정을 누르며 멍...하니 도현을 바라보고)
도현 (붉어진 눈이지만 결연한 의지로 빛나고) (12부 엔딩점)
S#4 서태임의 저택 / 와인창고 (12부 60씬)
충격으로 멍해진 리진의 표정에서.
S#5 서태임의 저택 / 거실 (낮)
도현 표정과 심정을 추스르며 서재 문을 열고 나온다.
‘갑시다. 오리진씨’ 하고 보면, 리진이 거실에 없다.
이때 주방에서 나오는 도우미.
도현 아주머니, 오비서는 어디 있습니까?
도우미 아, 제가 와인 창고 심부름을 부탁했는데, 너무 늦어서
제가 내려가 보려던 참이에요.
도현 와인 창고요? (순간 떠오르는)
# 인서트(5부 55씬)
리진 실은 제가요, 폐쇄, 광장, 고소, 대인, 이딴 거에는 공포증이 없는데
요, 불하고 지하실은 쬐금 무서워하거든요.
도현 !! (떠올리고는) 제가 가보겠습니다. (달리듯 가고)
S#6 서태임의 저택 / 와인 창고 (낮)
도현 창고 문을 열고 다급히 내려오다가, 멈칫 선다.
와인병을 품에 안은 채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리진.
도현 (달려와) 오리진씨, 괜찮습니까? 괜찮아요?
리진 괘...괜찮아요. 잠깐 현기증이 일어서...(하며 어지러운 머리를
감싸 쥐며,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짐짓 가볍게) 아...한 동안
괜찮았는데, 왜 또 이런대?
도현 일단 나가요. (리진을 부축하며) 일어날 수 있겠어요?
리진 네.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다가 휘청하더니, 그대로 도현
품에 안겨 눈을 감고)
도현 !!! 오리진씨! 오리진씨!
S#7 도현의 집 앞 (낮)
석호필의 차가 빠르게 달려와 도현의 집 앞에 멈춰선다.
차문을 열고 내리는 석호필. 왕진가방을 챙겨들고는
도현의 집을 향해 달려간다.
S#8 도현의 집 / 리진의 방 (낮)
침대 위에 누워 잠들어 있는 리진.
석호필이 리진의 팔에 꽂은 링거줄의 수액을 조절해주고 있다.
곁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서있는 도현.
석호필 과로와 스트레스가 겹친 거 같아. 영양제랑 안정제 놔줬으니까,
한 동안 푹 잘 거야.
도현 ......(미안한 심정으로 잠든 리진을 바라보는데서)
S#9 도현의 집 / 서재 (낮)
도현과 석호필, 찻잔을 앞에 두고 마주앉아 있다.
석호필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오선생이 그동안 무리를 하긴 했어.
나름 인격이 출연할 때마다 긴장도 많이 했을 테고, 부모님을
속인다는 부담감도 한몫 했겠지.
도현 (마음이 무겁고)
석호필 (웃으며) 자네 부담 주자고 하는 말이 아니야. 오선생이 일전에
그런 말을 하더군.
리진 (F.C-9부 53씬) 그동안 여러 사람 속이느라 힘들고, 찔렸었는데,
교수님 만나니까 왈칵 터질 거 같아서요.
석호필 (짠해져서 피식) 한 사람한테만 커밍아웃해도 숨구멍이 트이는데,
혼자 11년을 속여 온 차군은 얼마나 힘들었을까....그러는데...
순간 만감이 교차하더라고.
도현 ..... (짠해지고)
석호필 어쩌면 DID 그 자체보다도, 그걸 숨겨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자넬
더 힘들게 했던 건 아닐까....
도현 (쓰게 피식) 아무튼 이렇게 밝혀지고 나니 차라리 후련합니다.
석호필 (보다가) 실은....할머니께 자네의 증상에 대해 말씀드린 건 나야.
도현 (놀라서 보고) 박사님이....말입니까?
석호필 요 전날 병원에 찾아오셨어. 이미 알아볼 만큼 알아봤다고 하시더군.
도현 ! (할머니가? 보는 데서)
S#10 서태임의 저택 / 서재 (낮)
책상 앞에 굳은 듯이 앉아 있는 서태임. 그 위로,
서태임 (E) 제가 궁금한 건....완치 가능성이 있는지,
S#11 플래시백 (12부 47씬과 48씬에서 이어지는)
서태임 (OL) 치료기간은 얼마가 걸리는지,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가능한지
여붑니다.
석호필 ..... (보다가) 궁금하신 건....그것뿐입니까?
서태임 제가 뭘 더 궁금해 해야 합니까?
석호필 차군이 왜 스스로를 그렇게 조각조각 나눠야만 했는지,
얼마나 고통스러운 기억이었길래 그래야만 했는지,
자신의 장애를 가족에게조차 숨긴 채, 혼자 버텨낸 세월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지, 그런 건.....안 궁금하십니까?
서태임 ..... (보다가) 현실에서 도망치려는 나약한 정신력 때문이겠죠.
석호필 ..... (보다가, 깊은 한숨) 마음의 병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고,
그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치유를 해야만 합니다.
서태임 스스로 지워버릴 정도의 상처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굳이 떠올릴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석호필 상처가 되는 기억을 잃었다고 해서 깨끗이 지워지는 게 아닙니다.
기억 속에서 분리시켰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뇌 깊숙이 새겨진 상처는 언제나 그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미처 처리되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들은 그대로 남아 곪고 곪아서
결국 마음을 병들게 합니다.
S#12 서태임의 저택 / 서재 (낮)
여전히 굳은 듯 앉아 있는 서태임의 모습 위로,
석호필 (E) 이대로 과거의 상처를 방치한 채로 내버려둔다면,
차군은 영원히 이유도 모른 채, 고통을 겪어야만 합니다.
가족들의 관심과 도움 없이는 치료 자체가 불가능하단 말입니다.
서태임 ..... (동요되는 심정을 누르며, 두 눈 질끈 감는데서)
S#13 도현의 집 앞 (낮)
도현이 석호필을 배웅하고 있는 중이다.
도현 바쁘실 텐데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석호필 아니야....내 제자와 환자가 위기에 처하면 언제든 날아와야지.
도현 (피식 웃으며) 이 시대의 수퍼맨이시네요.
석호필 다음번엔 온실 말고 수족관에서 비밀접선 하는 건 어때?
요즘은 물고기가 좋아졌거든. 이제 그만 들어가 봐.
도현 (하하하, 웃고) 네.
석호필 아무리 괴로운 기억과 마주치더라도 지지 말고.
도현 (미소로) 네.
석호필 (보다가) 오선생을 잘 부탁하네.
도현 .....! (보면)
석호필 저래 봬도 마음이 여린 친구야. 예전에 환자에게 심하게
감정이입을 해서 많이 힘들어 했던 적도 있었고.
노파심 같지만, 저러고 있으니 왠지 마음이 쓰이는구만.
도현 .... (보다가) 네. 제가....잘 하겠습니다.
석호필 하하하, 이거 어째 꼭 사위한테 딸내미의 행복을 부탁하는
친정아버지가 된 심정이구만. 그만 가네. (쿨하게 돌아서고)
도현 .... (바라보며)
S#14 도현의 집 / 리진의 방 (낮)
리진의 방문을 조심히 열고 들어서는 도현인데,
언젠가의 도현처럼 악몽을 꾸는지 잠든 채 괴롭게 뒤척이는 리진!
놀라서 얼른 침대로 달려가는 도현.
도현 (리진을 들여다보며) 오리진씨! 괜찮아요, 오리진씨?!
리진 (식은땀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도현 (리진의 어깨를 살짝 흔들며) 오리진씨? 정신 좀 차려봐요, 오리진씨!
리진 (잠든 채 괴로워하는 위로, 겹쳐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S#15 리진의 꿈
화사한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 야외 공간.
흐릿한 화면 속에 어린 리진이 한 남자아이와 함께 뛰어놀고
있다(남자아이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해맑게 웃으며 햇살 속을
뛰어다니는 두 아이를 바라보는 듯한 정체모를 시선.
웃으며 달려가던 어린 리진,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뒤따라 달려오던 남자아이 그런 리진을 일으켜주려는데
이때 무릎을 짚고 일어나려는 어린 리진의 위로 드리워지는 그림자!
올려다보고 움찔, 겁에 질리는 어린 리진! 역시 움찔하는 남자아이!
검은 그림자가 두 아이를 완전히 덮치는 순간, 왈칵 공포에 질리며
주저앉는 어린 리진의 모습에서.
S#16 도현의 집 / 리진의 방 (낮)
두려움 가득한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뒤척이는 리진.
도현 (다급하게) 오리진씨....괜찮아요? 오리진씨, 정신 좀 차려봐요!!
(안되겠는지, 휴대폰을 꺼내 석호필의 번호를 화면에 띄우는데)
리진 (가느다란) 가지 마....
도현 (멈칫, 휴대폰을 내리며 보는)
리진 가지 마.... 나랑....놀자.... (하며 간절히 뭔가를 붙잡으려는 듯
허공으로 한 손을 뻗고)
도현 !!! (놀란 눈으로 보다가 내밀어진 그 손을 잡아주는)
리진 (아이처럼 그 손 꼭 쥐며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기고) 가지 마....
도현 (그런 리진을 바라보다가, 리진의 손을 감싸쥐며 침대에 걸터앉는)
안가요, 아무데도. 그러니까...안심해요. 아무리 무서운 악몽도...
언젠간 반드시 끝나요. 이번엔 내가 지켜줄 테니까...안심하고 자요.
리진 .... (어느 순간 안심한 듯 고른 숨을 내쉬며 잠이 들고)
도현 .... (그런 리진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프고)
S#17 쌍리 / 리온의 방 (밤)
헉! 하며 고개를 퍼뜩 드는 리온. 작업을 하다가 노트북을 켜놓은
채로 책상 위에 엎드려 잠들어 있던 리온이었고.
리온 (잠시 숨을 거칠게 몰아쉬다가, 허탈한 한숨 쉬고는 피식)
뭐야. 오리진...설마 너 또 악몽 꾸고 있냐?
얼굴을 쓸어내리다가 노트북 화면을 보면, 타이핑하다 만 연재소설
‘지하실의 아이’ 내용이 떠 있다. ‘마침내.......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기억의 봉인이 풀리기 시작했다....’에서 멈춘 채 커서가
깜빡이고 있는 화면.
리온 (보다가, 다시 타이핑하기 시작하는, E) 그리고.. 한 번 풀리기
시작한 기억의 실타래는 막다른 벽에 부딪칠 때까지 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고 굴러갈 것이다. 그 끝이 어디가 되었든....
S#18 도현의 집 / 리진의 방 (밤)
리진, 도현의 손을 붙잡은 채로 모로 누워 편안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고, 그런 리진의 곁을 지키고 있는 도현.
침대에 얼굴을 옆으로 기댄 채 잠든 리진의 얼굴을 바라보는....
리진의 방 어딘가에 그 모습을 지켜보듯 놓여 있는 곰인형.
그렇게 함께 밤을 보내는 두 사람의 모습 위로,
리온 (앞에서 이어지는, E) 불행과 슬픔, 절망, 탐욕, 질투, 죄책감....
그 모든 어둠에 잠식되더라도....부디 마지막만은 희망이기를,
그리고 행복이기를...소년은 빌고 또 빌었다......F.O
S#19 도현의 집 외경 (아침)
S#20 도현의 집 / 침실 (아침)
침대 위에 머리를 옆으로 누인 채 잠들어 있는 도현.
햇살에 부스스 눈을 뜨고 보면, 텅 비어 있는 리진의 침대!
순간 덜컹 불안해지는 도현. 얼른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간다.
S#21 도현의 집 / 거실 (아침)
이층 계단을 빠르게 내려오던 도현, 주방에서 들려오는
달그락 달그락 소리에 멈칫 했다가, 이내 주방 쪽으로 간다.
S#22 도현의 집 / 주방 (아침)
도현 들어서다가 멈칫 선다. 팔뚝에 꽂힌 링거줄로 이어진
링거대를 옆에 두고 서서 냉장고를 뒤지고 있는 리진!
도현 (황당해서) 오리진씨,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리진 (보며, 밝게) 어? 일어나셨네? 나이팅게일 촤 덕분에 원기 회복됐고,
배고파서 냉장고 뒤지고 있는 중이에요.
도현 (걱정스런 표정으로 다가오며) 정말 괜찮습니까? 밤새 악몽을 꾸는
거 같던데.
리진 아, 괜찮아요. 연중행사로 가끔 그래요. (웃고는 다시 냉장고
뒤적이다가, 혼잣말) 아, 엄마가 해준 오리백숙 먹고 싶다.
도현 ......(보다가) 죄송합니다.
리진 아니 뭐가? 오리백숙하고 차군이 무슨 상관이 있는데? 혈족인가?
도현 오리진씨가 미국에 있다고 거짓말 하게 된 건 순전히 저 때문이고,
덕분에 오리진씨는 가족들과 자유롭게 만날 수 없게 됐으며,
따라서 어머니가 해준 오리백숙을 먹을 수 없게 됐으니,
이 모든 게 저 때문입니다.
리진 (헐...) 기미독립선언서 낭독하는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 같아요.
근데 미안해서 어떡하나? 차도현씨 가출해있는 동안 이미 가족들한테
커밍아웃했는데?
도현 ! (진심으로 잘 됐다 싶어, 눈빛 반짝이며) 그래요? 그럼 잘 됐네요.
얼른 가시죠.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오리진씨 오늘부터 휴갑니다.
리진 (장풍 날리듯 양손바닥 보이며) 반납합니다. (링거줄 달린 팔뚝
들어 보이며) 이런 몰골로 등장하면, 더 걱정해요. 게다가 아직,
차도현씨 주치의란 건 밝히지 못했거든.
도현 ....
리진 죄송하죠? 그럼 나 맛있는 것 좀 사줘요. 그럼 너의 죄를 사해줄게.
(하며 링거줄 뽑으려는데)
도현 (기겁해서 말리며) 안 됩니다! 박사님이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리진 (OL) 잊으셨나본데, 나도 닥터예요. (짜잔~링거줄 뽑고는)
어머, 내 영양공급원이 끊겼네? (씩 웃는데서)
S#23 삼겹살집 (낮)
불판 위에 삼겹살이 지글지글 맛나게 구워지고 있고,
상추에 싸서 먹음직스럽게 한쌈 싸서 먹는 리진.
옆에 놓인 소주잔에 소주 따라서 한 잔 크~마시고.
리진 아우, 이제야 좀 살 거 같네.
도현 대체 무슨 악몽을 꾼 겁니까? 연중행사라면 가볍게 넘길 건
아닌 거 같은데.
리진 심각한 얘긴 면담 시간에 천천히 하기로 하고, 일단 먹어요.
도현 ......(보다가) 지하실....공포증 때문입니까?
리진 (불판 위의 고기 뒤집으며) 나중에 하자니까요. 차군도 그동안 신군이
벌여놓은 일 수습하느라 힘들었잖아요. 일단 회포부터 풀자고요.
도현 ......(나한테는 마음을 안 여는구나 싶어 서운한) 오리진씨.
리진 염려 말아요. 내 꿈 해몽해주는 사람 따로 있거든.
도현 그게 누굽니까?
리진 우리 오빠요. 내가 악몽을 꾸면, 작가적 입장에서 해몽을 해주거든요.
도현 (순간 떠오르는)
리온 (E) 사랑이었습니다.
# 인서트 (9부 60씬 편집)
리온 여자아이가 너무 무서워하니까, 자기도 무서운 척을 한 거죠.
여자아이 혼자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가슴 아파서....
# 인서트(5부 55씬)
리진 그래서 내가 심부름 갈 때마다 울 오빠를 꼬셨거든요. 같이 가자고.
근데 걔도 무서워해. 깔깔깔. 쌍둥이는 쌍둥인가 봐.
# 인서트(9부 60씬 편집)
리온 같이 무서운 척 해준 걸, 진짜 무서워했던 걸로 착각한 겁니다.
리온 그 마음이....사랑이었다는 걸 남자아인 훌쩍 자라서야 깨닫게 됩니다.
도현 ......(어쩐지 리온의 존재가 계속 가슴에 걸리는데)
리진 아, 오메가 작가 만났다면서요? (꾸벅 인사하며) 그동안 속여서
죄송합니다.
도현 리진씨는 좋은 오빠를 두신 거 같네요...
리진 리온이가 좋은 동생을 둔 덕이죠. 하하하.
도현 (짐짓 관심 없는 척, 고기 뒤집으며) 오리온씨는 어떤 사람입니까?
리진 아우, 나도 걔 잘 몰라요. 속에 능구렁이 이백육십칠 마리가 앉아서
꿈틀거리고 있으니까.
도현 ......(보다가, 용기 내어) 오리진씨.
리진 아, 오늘 참 질문 많네? 왜요?
도현 ......(보는 위로, E) 오리온씨가 정말 친오빠입니까, 아니면...
(남자입니까? 하려다가 말고, 말 돌리는)
도현 몸도 안 좋은데 그렇게 술 마셔도 됩니까?
리진 똥개가 똥을 끊지, 삼겹살에 소주는 못 끊지 내가. (맛나게 마시고)
도현 ......(피식 웃으며 보는데서)
S#24 거리 (낮)
식사를 마치고 함께 걸어오고 있는 도현과 리진.
리진 아, 잘 먹었다. 근데 이렇게 얻어먹어도 되나?
오늘부로 백수의 길로 접어드신 분한테?
도현 염려마세요. 그동안 세기가 사들인 물건들만 팔아도 이 년은
너끈히 먹고 삽니다.
리진 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살 생각이에요?
도현 일단 내일 회사에 가서 짐을 정리한 다음, 퍼즐을 맞춰봐야죠.
리진 어떤 조각부터 잡으실 건데요?
도현 아이죠. 지하실의 아이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만일 존재했다면,
그 아이는 어디서 왔고...어디로 사라졌는지....
리진 엑설런트!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그 자세, 좋아요, 아주 좋아요!
도현 (웃는데)
리진 어? (타로카드점집을 발견하고는) 타로 카드점이다!
(눈빛 반짝해서 도현을 보며) 한 셔플 땡겨볼래요?
도현 아니 무슨 의사가 저런 비과학적인 점성술에 혹합니까?
리진 또 알아요? 그 아이가 지금 어딨는지 물어보면, 점괘가 나올지?
도현 언제는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자세가
훌륭하다면서요?
리진 ! (찔끔해서, 눙치듯, 도현을 괜히 툭 치며) 걍 농담 한 번 해본
거예요. 정색하시기는. (하다가 퍼뜩 뭔가 떠오른 듯) 아, 내 휴대폰!
아우 씨, 또 식당에 두구 왔네. (하고는 도현에게) 미안하지만 먼저
가서 커피 좀 주문해주실래요? 나는 아메리카노 더블샷! 부탁해요!
(벌써 몸을 돌려 식당 쪽으로 뛰어가고)
도현 (카페 쪽으로 돌아서려다가 멈칫, 뒤를 돌아보면)
두둥! 도현을 유혹하듯 서있는 타로카드점집(*부스 형식)!
신비로운 음악과 함께, 휘이이잉—불어오는 바람이
부스 앞에 걸린 구술로 엮은 발을 하프처럼 훑고 지나가고,
그 위로 환청처럼 들려오는,
점술사 (Echo) 어서와~~~ 타로카드점은 처음이지? (feat. 이승철)
도현 (마력에 이끌리듯 부스를 향해 걸어가는데서)
S#25 타로점집 (낮)
집시풍의 점집. 도현 구슬로 엮인 발을 걷고 안으로 들어선다.
한쪽에서 화투 패를 떼보고 있던 점술사,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
화투 패를 얼른 담요 밑으로 숨겨버리고는 돌아앉는다.
점술사 어서 오세요.
도현 (어색하다) 저...찾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요,
점술사 (다 안다는 미소) 애정운을 보러 오셨군요.
도현 네? 그게 아니라,
점술사, 귓등으로도 안 듣고 현란한 솜씨로 카드를 섞더니
도현 앞에 부채꼴 모양으로 쫙 펼쳐 놓는다.
점술사 자, 긴장하지 말고, 좋아하는 분의 얼굴을 떠올리며,
왼손으로 세장, 오른손으로 세장 뽑아주세요.
도현 좋아하는 분.....?
(F.C-3부 64씬) 도현의 이름을 물어보며 미소 짓던 리진.
도현, 저도 모르게 떠올리고는, 본인도 퍼뜩 놀란다.
점술사 자, 어서. 내 영이 혼탁해지기 전에.
도현 (긴장된 표정으로 신중하게 카드를 뽑는)
점술사 (카드 짚어가며) 가운데가 당신, 오른쪽이 상대 여성, 그리고 왼쪽이
애정의 장애물을 뜻해요. (여 황제 카드를 짚으며) 여자 분 참
좋으시네.
도현 (자신이 칭찬을 받은 듯 미소)
점술사 따뜻하고 밝아. 사월에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처럼.
상대분이 손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손님은 꽃이
되셨네요. 좀 드센 데도 있긴 한데 본인을 편안하게 해주네. 맞죠?
도현 (미소로) ......맞습니다.
점술사 손님은 심판카드. 이건 본인도 인식하지 못한 순간부터 이미
상대분이 마음속에 들어왔는데, 손님 스스로 자신을 심판하며 계속
그 마음을 부정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도현 ......
점술사 (왼쪽 전차 카드를 손으로 짚으며) 음...장애물이 좀 쎄네...
(점점 흥분) 보통 센 게 아니야. 엄청 세. 사방이 장애물이야.
도현 (점점 빈정 상하며) 그래서 이루어집니까? 안 이루어집니까?
점술사 (다시 미소로) 자, 다시 한 장 뽑아 봐요. 라스트 카드.
도현 (진지한 표정으로 성의를 다해 카드를 뽑는)
점술사 뒤집어봐요.
도현 (뒤집으면, 운명의 수레바퀴 카드, 묻듯이 점술사를 보면) ?
점술사 (무거운 한숨)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나오네요. 아주 오랫동안
기다렸던 사람을 만났지만, 그 만남이 순탄치 않을 거라네요.
모든 과정이 고통과 시련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네요.
도현 ......(표정이 무거워지는데서)
S#26 타로점집 앞 (낮)
도현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 안에서 나온다.
잠시 있다가 타로점집을 한 번 쎄게 노려보고는 간다.
잠시 후. 리진이 나타난다. 주변을 슥슥 살펴보더니 안으로 들어간다.
S#27 타로점집 안 (낮)
리진 구슬로 엮인 발을 걷고 안으로 들어선다.
노트북으로 ‘오늘의 운세’를 보고 있던 점술사, 화들짝 놀라
얼른 노트북을 덮고는 돌아앉는다.
점술사 어서 오세요. 연애운을 보러오셨군요.
리진 (감탄하며 이미 굴복) 어머, 용하다.
컷 튀면>
이미 카드 여섯 장이 뽑아져 있는데, 전부 나쁜 카드고.
나라를 잃은 표정으로 점술사의 해석을 듣고 있는 리진.
점술사 (본인도 당황) 남자가 대체 몇 명이야....? 하나...둘...셋...
넷....(아직 더 남아있는데)
리진 (발끈해서,OL) 아니거든요! 사람을 뭘로 보고 진짜. 쯧. 됐어요.
대충 맞다 치고, 그래서요? 전 어떡하면 되는데요?
점술사 라스트 카드를 뽑아서 보여줘요.
리진 (신중하게 뽑아서, 뒤집어 보이면, 데쓰 카드다!) 데...쓰...죽음?
점술사 파멸이네. 당분간 사랑 따위 신경 끄고 하던 대로 그냥 열심히 살란
뜻이네. 지금 사랑은 포기하는 게 차라리 큰 불행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하네요.
리진 (끓어오르는) 아, 무슨 카드가 좋은 게 하나도 없대?
(하다가 카드 판을 전부 뒤집어 놓고서는) 봐봐...이럴 줄 알았어.
전부 우울하고, 칙칙하고...이건 무효야! 무효, 다시 패 돌려요!
점술사 (무섭고, 두려운) 아가씨 타짜야?
S#28 카페 (낮)
리진 시무룩한 표정으로 들어와 눈으로 도현을 찾는다.
도현 음료 시켜놓고 앉아 휴대폰으로 뭔가 열심히 검색해보고 있다.
리진 (E) 뭐 하세요?
도현 (화들짝 놀라, 얼른 휴대폰 테이블 위에 뒤집어 놓으며) 네?
아, 주식 좀 보느라고...휴대폰은 찾았습니까?
리진 (휴대폰 흔들어 보이며) 다행이요. (하고는, 도현이 방심한 틈을 타서
얼른 도현의 휴대폰을 뺏어서 보는)
도현 (뺏으려 하며) 뭐하시는 겁니까?
리진 (휴대폰 든 손을 요리조리 피하며) 타로카드 적중률,
타로카드 신빙성? 이딴 건 왜 검색해 보셨대?
도현 아, 주세요!
리진 일어나 휴대폰을 든 손을 높이 올린다.
도현 같이 일어나 공중에서 요리조리 피하는 리진의 손을 잡아채려
바둥거리다가, 결국 헛손질한 두 손이 리진의 어깨 위로 척 걸쳐지며,
가까이서 리진의 얼굴을 직면하게 된다.
리진 ! (심장 쿵) 지금 이 상황 의도한 거죠? 상당히 작위적인데.
도현 ! (역시 쿵) 아, 아닙니다. 앞뒤 맥락을 보면 상당히 개연성 있습니다.
리진 그래서 타로카드 적중률은 어떻대요?
도현 정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리진 (왠지 안심되며) 비과학적이네.
도현 (역시 안심되며) 신빙성이 없죠.
서로 마주보며 씩 웃다가, 순간 어색해져서
홱 떨어지는 두 사람에서.
S#29 도현의 집 / 거실 (낮)
도현과 리진 들어온다.
리진 (어색해서) 그럼, 필요하면 2층에 있을 테니까 부르세요.
(피하듯 2층으로 가려는데)
도현 ......(보다가, 가만히) 오리진씨.
리진 (계단 중간쯤에 멈춰 서서 돌아보며) 네?
도현 (보다가) 왜 꼭....제가 필요할 때만 불러야 합니까?
리진 무슨 말씀이신지 잘....
도현 (다가와 리진의 앞, 층계 아래 서서, 리진을 올려다보며)
오리진씨가 저를 필요로 할 때는 없습니까?
리진 ......!
도현 오리진씨는...제가 필요한 적이 없습니까?
리진 ......!
도현 저는 그저...(차마 입이 안 떨어지지만) 오리진씨의 환자일 뿐입니까?
리진 아니요, 그게 아니라, (변명하려는데)
도현 남자일 가능성은 없습니까?
리진 ......!
도현 ......(대답을 기다리듯이 정시하는데)
리진 ......(멍하니 보다가 느닷없이) 눈꽃 열차 타러 갈래요?
도현 (황당해서) 예?
리진 눈꽃열차 타고 여행하면서, 수다 떨다보면 나에 대해 대따 많이
알게 될 텐데. 그럼 되게 친해질 텐데. 일단 친해져봐야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을 텐데.
도현 ......!
리진 콜?
도현 코,코....콜!!
리진 그럼, 30분 후에 여기서 다시 만나요.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휘릭- 몸을 돌려 각자의 공간으로
흩어지는 두 사람에서.
S#30 도현의 집 / 드레스룸 (낮)
조금 들뜬 표정으로 들어와 이 옷 저 옷을 꺼내 몸에 대보는 도현.
이때 울리는 휴대폰. 확인해보면, 채연이고. 표정 가라앉는 도현.
도현 ......(무거운 심정으로 보다가, 받으며) 여보세요.
채연 (F) 잠깐 나와. 할 말 있어.
도현 ? (목소리 감지하고는) 술 마셨니?
S#31 호텔 바(Bar) (낮)
바텐더 앞 테이블에 앉아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채연.
채연 (취해서 비식) 내가 뭘 마시든 니가 무슨 상관이야? 궁금하긴 해?
(서늘해지며) 그렇게 궁금하면 나와 확인해보면 될 거 아냐.
S#32 도현의 집 드레스룸 + 호텔 바(Bar) (낮)
도현 미안하지만 못 나가겠다. 너도 그만 들어가. 많이 취했다.
(끊으려는데)
채연 그래? 그럼 기준이 오빠 부르지 뭐. 오빠 불러서, 그날 밤 니가
나 유혹했다는 사실 다 밝히고, 파혼하지 뭐.
도현 (굳으며) 채연아!
채연 (OL) 회장님 만나 당신 손자가 어떤 망종인지 실체 밝혀드리고,
가십신문, 경제신문에 이 한 몸 희생해서 먹잇감 던져줄 생각이야.
다 같이 신나게 뜯겨보자구 한 번. 나 혼잔 안 죽어. 알아?
도현 (한 손으로 머리 감싸 쥐며 괴롭고)
S#33 도현의 집 / 거실 (낮)
스포티한 차림에 배낭 둘러매고 2층에서 발랄하게 뛰어내려오는
리진. 막 드레스룸 문을 열고 나오는 도현을 발견하고는,
리진 어? 눈꽃 열차 타는데 그 옷 스타일이 뭐래?
도현 죄송합니다. 오리진씨.
리진 (쿨하게) 뭐 괜찮아요. 본인만 편하면 됐죠. 가요 얼른.
도현 그게 아니라,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여행은 나중으로 미뤄야
될 것 같습니다.
리진 (덜컹해서) 왜요? 회장님이 또 본가로 들어오래요?
도현 그게 아니라 채연이가...세기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는 거 같아요.
아무래도 제가 가서 마음을 잡아줘야 될 거 같습니다.
리진 ......
도현 세기가 저지른 일이지만, 제가 책임져야만 합니다.
리진 가서....어떻게 책임질 건데요?
도현 모르겠습니다. 더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위악을 부리든,
설득을 해보든 일단 가봐야죠. (하고는 슬쩍) 괜찮겠습니까?
리진 (퍼뜩) 네? (섭섭하지만, 티 안내고) 어우, 물론이죠.
얼른 가보세요. 얼른.
도현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현관으로 향하고)
리진 ......(보다가 매고 있던 배낭, 양쪽 어깨 흔들어 털어내는데서)
S#34 호텔 바(Bar) (낮)
바에 앉아 홀로 술을 마시고 있는 채연, 이미 상당히 취해 있다.
언제 왔는지 그런 채연의 팔을 잡아 일으키는 도현.
도현 일어나. 여자 혼자 이런 데서 술 마시는 거 아니야.
채연 (안 일어나고, 취한) 아우, 마침내 왕림을 해주셨네?
(스트레이트잔에 술 따르며) 앉아, 한 잔 해야지.
도현 (술잔 들어 얼음통에 쏟아버리고, 술병 한 쪽으로 치우며)
취했어 너. 밝은 데서 얘기 해.
채연 (노려보는) 뭐 하는 짓이야?
도현 불려서 나오는 거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음번엔 파혼을 하든
회장님을 찾아뵙든 그 어떤 협박을 해도 안 나와.
채연 (노려보는 채로) 손목을 그으면 나올래 그럼?
도현 (질색하며) 한채연!
채연 왜 나만 혼자 죄짓는 심정이어야 돼! 야합하자 먼저 손 내민 건 넌데!
왜 나만 뻘밭에 빠진 기분이어야 하냐구 왜!
도현 (무거운 한숨 쉬고, 앉으며)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때 내 상황이
제 정신일 수가 없는 상황이라, 잠깐 핀이 나갔었어. 이제 돌아왔어.
제정신이 되고 보니까, 이건 아니지 싶어. 그러니까 너두 돌아와, 응?
채연 (눈물 고이며, 아프게) 나는, 니가 핀이 나갔을 때 나는, 이성이
돌아왔어. 내 마음이 누굴 향하고 있는지 이제야 알았어.
도현 (미치겠는) 채연아.
채연 (가엾게 울먹이며) 내 손에 약혼반지 끼워주고 싶었다고 했잖아.
도현 ! (몰랐던 일이다)
채연 (울음 터지며) 나한테 선택권을 준다고 했잖아아--
도현 (세기 때문에 미치겠고, 채연이 때문에 마음 아픈) 일어나.
집에 데려다줄게. 다른 날 맑은 정신으로 얘기하자.
엉엉 불쌍하게 울음이 터진 채연을 부축해서 데리고 나가는 도현.
마음이 아프고, 미치겠고, 막막한 심정.
S#35 호텔 엘리베이터 안 (낮)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고 있는 윤자경과 백진숙.
백진숙 (기분 좋은) 얘, 좋다, 응? 여기 호텔 스파가 좋아. 마사지두 어찌나
맘에 쏙 들게 잘 누르던지, 팔다리가 어디 붙었는지 모르게
정신이 핑핑 가 아주.
윤자경 얘, 백진숙아. 대체 누가 널 대사관 사모님으로 보겠니.
한대사님 체면도 있는데 품위 좀 지켜라.
백진숙 암튼 덕분에 호강했다?
윤자경 또 데려와 달라는 말로 들린다?
백진숙 말귀도 잘 통하고. 우리 사둔 이뻐 죽겠다 아주. 흐흐흐.
윤자경 담에 나 브라질 가면 니가 두 배루 갚는 거다?
백진숙 알았다. 알았어.
S#36 엘리베이터 앞 + 호텔 로비 (낮)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로비로 걸어나오는 두 여자.
윤자경 식사는 그때 거기 어때?
백진숙 어, 거기 괜찮드라. 얘, 근데 나 잠깐. (주변 둘러보며, 화장실
찾는) 팔다리가 어디 붙었는지는 몰라도, 오줌통이 어딨는지는
알겠다. (화장실 표시 발견하고는 그리로 가고)
윤자경 아이구. 저 입을 누가 막어. (하고는 휴대폰 꺼내 단축키 누르고)
차 대기시키고, 삼청동에 예약 좀 해둬요.
끊고, 휴대폰 백에 넣으려다가 멈칫, 뭔가를 보고는 표정이
굳어버린다. 보면, 저 멀리, 비틀거리는 채연을 거의 안듯이 해서
부축해 나가고 있는 도현의 모습! 입 벌어지며 경악하는
윤자경의 표정에서.
S#37 채연의 집 / 침실 (낮)
도현 술에 취한 채연을 침대 위에 눕히고 있다.
눈물에 젖은 얼굴로 괴로운 듯 몸을 뒤척이는 채연.
도현, 바라보며 또다시 괴롭고, 마음이 아프고, 막막하고.
S#38 도현의 집 / 거실 (낮)
리진, 소파 밑에 양반 다리를 하고 앉아 캔맥주를 마시고 있다.
점술사 (E) 파멸이네. 지금 사랑은 포기하는 게 차라리 큰 불행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하네요
리진 (멍...하니 있다가) 돌팔이. (입술 삐질삐질) 나 내일부터 새벽기도
나갈 거야. 성당에 나갈 거야. (울음 터지려는 순간, 거짓말처럼
싹 거두고는 휴대폰을 꺼내드는데서)
S#39 생맥주집 (낮)
하하하하하하! 유쾌한 웃음이 터지는 가운데 싱그러운 여대생들과
2(남):3(여) 미팅(즉석만남)을 하고 있는 리온. 여대생들 모두
리온에게 호감을 보이고 있는 중.
여대생1 레알 동안이시다. 난 기껏해야 우리보다 한두 학년 위로 봤어요.
리온 (한 손 휘저으며) 아우, 무슨. 별명이 트와일라잇이긴 해요.
여대생2 근데 휘 오빤 무슨 일 해요?
리온 음...내가 무슨 일을 하냐면,
친구1 (OL, 리온에게 쏠린 시선 못마땅하게 보며 오징어 다리 씹고 있다가)
얘, 부모님 식당 물려받는다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장작만 패요.
리온 (상반신을 쭈욱 빼서 친구를 막고, 턱을 괴고는, 친구 앞에 앉아있던
여대생3에게) 왜 자꾸 날 불러요?
여대생3 네? 아니요? 안 불렀는데요?
리온 그쪽이 날 불렀잖아.
여대생3 제가요? 언제요?
리온 아주 아주 오래 전부터.
여대생들 아아아아악--- (손을 오그리며 웃음 터지고)
리온 우하하하 웃으며 호쾌하게 호프잔을 들어 막 한 모금
마시려는데, 울리는 휴대폰. 리진이고.
리온 아---분위기 한참 좋은데 얘는 암튼. (쯧! 받으며) 왜, 뭐!
리진 (F) 리온아 나 좀 데리러 와라. 집에 너무너무 가고 싶은데,
술을 마셔서 운전을 못하겠다, 내가.
리온 이 자식이! 오빠 지금 비즈니스 중이라 바빠! (끊으려는데)
리진 (F) 나 또 악몽 꿨단 말이야.
리온 ! (순간 멈칫)
리진 (F) 이번엔 기절까지 했단 말이야. 그러니까 니가 해몽을 해줘야지.
악몽도 길몽으로 각색 잘 해주잖아, 너.
리온 ! (순간, 굳은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며) 너 어디야, 지금! (에서)
S#40 도현의 집 / 거실 (밤)
현관문이 열리고 심란한 표정의 도현이 들어선다.
불 꺼진 거실을 보고 뭔가 이상한 도현. 서둘러 불을 켜고
거실을 둘러보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메모를 발견한다.
(INS/E) 아까 반납했던 휴가 다시 접수합니다. 절대 눈꽃 열차
못 타서 삐진 거 아님. 오해하면 안 됨.
미안한 심정에 얼굴을 쓸어내리는 도현에서.
S#41 쌍리 홀 (밤)
리온과 함께 홀로 들어오는 리진.
손님이 나간 테이블 위를 치우고 있다가 돌아보는 오대오와 지순영.
리진 (다가와 안으며 어리광) 엄마, 아빠~~!
오대오 너 얼굴이 왜 이렇게 핼쑥해. 실연이라도 당한 얼굴인데?
지순영 (걱정스러운) 혹시 너 또 악몽 꾼 거 아냐?
리진 (고개 끄덕끄덕 어리광) 응.
오대오 (킁킁 리온 냄새 맡으며) 넌 또 향수냄새 나는 거 보니까,
헌팅하다 왔구만?
리온 아우, 우리 집은 비밀이 없어 암튼, 비밀이!
지순영 ......(리진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표정에서)
S#42 쌍리 뜰 (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머그잔을 하나씩 들고, 무릎 담요를
덮은 채, 모닥불 앞에 나란히 앉아있는 리진과 리온.
리진 (모닥불을 바라보는 채로) 리온아. 너 내 첫사랑 기억나?
리온 니 첫사랑? 그게 누군데?
리진 왜 고등학교 때 그 싸가지 있잖아. 여친 따로 있으면서,
내 노트에 눈멀어 나한테 잘해줬던 애. 여친이랑 함께 있는 거
못 보게 하려고 니가 내 눈 가려줬었잖아.
리온 ! (마시다가 멈칫, 보며) 알고....있었어?
리진 (웃으며) 내가 바보냐? 실은 너보다 내가 먼저 발견했는데
모른 척 했어. 고마워서. 덕분에 실연이 하나도 안 아팠어.
역시 너밖에 없다 싶었지.
리온 (진지하게) 나 잠깐 닭살 좀 돋아도 되냐?
리진 (OL) 또, 그래줄 수 있어?
리온 ! (멈칫 보면)
리진 내가 또 그딴 바보 같은 실수하면...이번에도 니가 내 눈 가려줄 수
있냐고.
리온 ! (보다가) 너 혹시... 그 사람 좋아하냐?
리진 (그 대답은 않고, 보다가, 불쑥) 남자들한테 첫사랑은 어떤 의미야?
리온 ......! (표 안 나게 긴장) 뭐?
리진 (보며) 쉽게 접히지 않는 거야? 접었다가도 다시 펼쳐보고 싶은
거야? 접힌 자국이 있는데도 상관없어?
리온 ......(아픈 마음 숨기고, 짐짓 가볍게, 그러다 점점 아프게)
경우에 따라 다르지 뭐. 한 번에 접히면, 땡큐고.
한 번 더 펼쳐보면 미련이고, 두 번 펼쳐보면 슬픔이고,
세 번 펼쳐보면 아픔이고.. 그렇게 자꾸자꾸 펼쳐보다
너덜너덜해지면....그렇게 마음이 찢어지는 거고.
찢어지면 또 무뎌질 때까지 견디는 거고. 그런 거지 뭐.
리진 그런 거구나....(무릎 의자 위로 올려, 고개 옆으로 누이며)
있잖아 리온아. 나 요즘...내가 뭐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리온 (보며) 뭐가.
리진 그 사람한테 전이 된 걸까? 자꾸 악몽을 꾸고, 기시감을 느끼고,
혼란스럽고, 프로답지 못한 감정도 생기고...
리온 (긴장된 표정으로 리진을 보고)
리진 나는 의사니까, 그 사람이 나보다 백배는 더 힘드니까 나는,
내 힘든 얘기까지 들어 달라 할 수도 없고.
S#43 쌍리 뜰 일각 (밤)
언제부터인지 리진과 리온의 대화를 들으며 서있는 도현!
채연을 이야기함을 알겠고.
S#44 쌍리 뜰 (밤)
리진 나 가끔은 병원 생활이 그리워진다? 그땐 정말 너무너무 바빠서
딴 생각할 시간이 없었거든. 일만 하면 됐거든. 단순했거든.
리온 ......(쓰린 심정으로, 시선 거두다가, 멈칫, 도현을 발견하고) !
도현 (리진을 바라보며 서있고)
리진 혼란스러울 필요가 없었거든.(고개 일으키고 보며) 나 마이 약해졌지?
하는 순간 무릎에 덮고 있던 담요를 휙---날려
리진의 얼굴을 덮어버리는 리온.
리진 (뒤집어 쓴 채) 야, 너 뭐하는 짓이야.
리온 시끄럽다고. 약한 소리 할 거면 그 속에서 하라고.
(하고 다시 보면, 이미 사라지고 없는 도현) .
리진 (담요 확 내리며) 암튼 넌 진지함이 10분 이상을 못가, 10분 이상을!
리온 (도현이 사라진 쪽을 보고 있다가....리진을 보며)......
S#45 달리는 도현의 차 안 (밤)
아픈 심정으로 운전을 하고 있는 도현. 그 위로,
리진 (E) 나는 의사니까, 그 사람이 나보다 백배는 더 힘드니까 나는,
내 힘든 얘기까지 들어 달라 할 수도 없고.
리진 (E) 눈꽃열차 타고 여행하면서, 수다 떨다보면 나에 대해
대따 많이 알게 될 텐데.
도현 ......(울컥 미안해지는 위로, 떠오르는)
S#46 몽타주 (도현을 위해 고군분투해주던 리진)
-(7부 33씬) 요섭을 구해놓고 피투성이가 되어 아이처럼
엉엉 울던 리진.
-(7부 65씬) 도현을 위해 눈사람과 Heal me라는 문자를
그려줬던 리진.
-(7부 75씬) 비밀주치의를 수락하며 손을 내밀던 리진.
-(8부 48씬) 전조증상을 느끼는 도현을 데리고 나가던 리진.
-(8부 58씬) 봉두난발을 하고 전철역에 앉아있던 리진.
-(12부 30씬) 다시 차군으로 돌아온 도현을 보며 울던 리진.
S#47 달리는 도현의 차 안 (밤)
도현 ......(생각해보니, 받기만 하고, 준 적이 없는 것만 같은, 미안하고,
아프고, 괴로운 심정에, 눈가 붉어지는데서) ......F.O
S#48 고급 한정식집 앞뜰 (낮)
고급스런 승용차들이 여러 대 서있다.
차영표의 차가 주차되면, 기사 내려서 차영표 쪽의 문을 열어주고.
다른 쪽 문으로 내리는 기준.
때마침 안으로 들어가려던 이사들 대여섯과 만난다.
이사들 (다가와 각기 차영표에게 목례를 하며) 사장님 오셨습니까.
차영표 (미소로 적당히 응해주고)
기준 (이사들에게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며) 오셨습니까?
차영표 자 자, 어서 들어가십시다. (앞서고)
기준 (그 뒤를 따르는 위로)
이사1 (E) 서태임 회장이 차도현 부사장을 해고했다면서요.
S#49 고급 한정식집 별실 (낮)
차영표와 기준, 이사들과 둘러앉아 식후 차를 마시는 중이다.
차영표 그랬다더군요. (짐짓 난처하다는듯) 직접 묻자니, 남의 집 가정사
캔다 오해받기 십상이고, 그냥 넘어가자니 당숙 된 도리가 아닌 거
같고, 대략 난감해요. 내가.
이사2 주총을 두 달 앞두고 당신 후계자를 내치다니... 서회장의 총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게 여지없이 증명된 셈 아닙니까.
이사1 그런 의미에서 차기준 사장 같이 능력 있는 자제가 아래서 든든히
받혀주고 있는 사장님은 얼마나 든든하십니까, 그래.
기준 (예의 바르게)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이사2 뿐입니까. 이제 곧 백회장님 댁 손녀와 아드님이 부부의 연을 맺게
될 테고, 그럼 이번 주총에서 사장님께서 회장에 오르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봐야죠.
차영표 (여유로운 미소로 응하는데)
이때 차영표의 비서가 조용히 다가와 뭔가 귓속말을 하더니,
비밀회선 휴대폰을 건넨다.
차영표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일어나며 기준에게 작게) 배울 것이 많은
분들이니 말씀에 경청하고, 예의 갖춰 잘 모시거라.
기준 네, 아버지.
차영표 나가면, 찻주전자 들어 이사에게 차를 올리는 기준에서.
S#50 고급 한정식집 일각 (낮)
후미진 곳에서 은밀하게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 차영표.
차영표 (멈칫 표정) 방금...뭐라고 했나. 아일 찾고 있는 사람이 누구라고?
(사이) 확실한가? (사이) 알았어. 서둘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무조건 우리 쪽에서 먼저 그 아일 찾아야 돼. 알아듣겠나?
(끊고는, 흥미로운 표정) 그렇다면...민서연한테 애가 있었다는 건
소문이 아니라 사실임이 분명하다는 애긴데...대체 신화란 그 여인은
그 아이를 왜 찾는 거지? 대체 무슨 목적이 있어서....
(의혹이 깃든 의미심장한 눈빛에서)
S#51 도현의 사무실 (낮)
책상 위에는 도현의 소지품들이 담긴 상자가 놓여있고,
소파에 앉아 노트북으로 작성된 문서를 확인하는 도현.
안실장 (들어오며) 짐정리는 다, (하다 도현을 발견하고) 뭐 하시는 겁니까?
도현 (노트북에 시선을 둔 채로) 올 사업 추진 현안을 살펴보던 중에
제천 야외세트 건립과 관련 예산이 초과된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아, 다 됐네요.
안실장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도현을 무거운 심정으로 보며)......
도현 (보며) 수정방안 페이퍼를 한번 만들어 봤는데, 안실장님이 빠진 자료
첨부해서 재정팀에 어필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노트북을 건네주면)
안실장 ......(받아들고 보더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노트북 접어들고)
도현 (웃어주고, 책상으로 가서 명패를 상자 안에 집어넣다가, 문득
시선 들어 사무실을 한 번 빙 둘러보며) ......
S#52 승진그룹 / 로비 (낮)
짐 박스를 나눠들고 나란히 걸어오고 있는 도현과 안실장.
안실장 조만간 회장님께서 다시 부르실 겁니다. 잠시 숨고르기 하신다
그렇게 생각하십시오.
도현 안실장님.
안실장 네, 부사장님.
도현 (미소로) 저 기다리지 마시고 좋은 기회가 오면 잡으세요.
안실장 좋은 기회를 쥔 쪽에는 알아서 사람들이 꼬이는 법입니다.
줄이 길면 대기 시간도 길어지는 법 아니겠습니까.
저는 짧은 줄에 서겠습니다. 그러니까 언제든 돌아오세요.
도현 ......(찡해지는데)
기준 (E) 방은 천천히 빼도 되는데.
도,안 (보면)
기준 (다가오며) 너무 서두는 거 아냐?
도현 갈 사람은 빨리 가줘야지. 잘 지내, 형. 그동안 고마웠어.
기준 인마 해준 것도 없는데, 뭐가 고마워. 그나저나 미국은 언제 가냐?
도현 안 가.
기준 (의외다) 안 가?
도현 어, 여기 남기로 했어. 아직 할 일이 좀 있어서.
기준 (비식) 그래. 그럼 잘 가라. (도현의 귀에 대고 작게) 충고하는데,
다신 내 회사, 내 여자 앞에 얼씬거리지 마. 한 번만 더 기웃거리다
내 눈에 띄면....(살벌하게) 죽는다.
도현 (그저 담담히)......
기준 (몸 떼고, 미소로) 퇴직파티 못해줘서 어쩌냐? 우리 회사 규정상
최소 일 년 이상 몸담고 일한 직원에 한해서만 인정이 돼서 말야.
도현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 (안실장에게) 가시죠. (앞장서고)
기준 (여유 있는 미소로 바라보는데서)
S#53 승진그룹 / 주차장 (낮)
도현과 안실장이 차 트렁크에 짐을 싣고 있다.
이때 울리는 안실장의 휴대폰.
안실장 (확인해보고는,!!!, 얼른 받으며) 네, 사모님.
도현 ! (순간 보고)
신화란 (F, 퍼붓듯이 앙칼지게) 우리 도현이가 회사에서 쫓겨났다니,
이게 대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동안 안실장 당신은 뭐 했어 대체!!!
도현 (서둘러 안실장의 휴대폰을 뺏어 귀에 갖다 대는)
신화란 (F) 나 일본에 가만히 코 박구 있으려다가 이 소식 듣고 경기
한바탕 일으키구, 지금 막 비행기에서 내린 참이야.
말해봐.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대체!!!
도현 (단호한 말투) 어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 (에서)
S#54 고급 레스토랑 (낮)
도현과 신화란이 마주 앉아있다.
세기의 일 이후로 도현을 정면으로 보지 못하는 신화란.
신화란 승진가의 주인이 되겠다면서? 엄마가 외국에 나가 있어주는 게
널 도와주는 거라면서? 그럼 버텨야지, 어떻게든 버텼어야지,
왜 바보 같이 쫓겨 나? 응?
도현 ......! (이제야 세기가 뭐라고 했음을 알겠고)
신화란 증말 증말 독하다. 니가 괜히 그래? 손주라고 고운 눈길 한 번을
주나, 잘했다 칭찬 한번을 해주나....그러니까 순한 양 같은 너도
뿔 딱지가 나서는.. (차마 차준표 얘긴 못 꺼내겠고) 세상 사람들이
다 손가락질해도 엄만 너 이해해. 괜찮아.
도현 (보다가) 어머니, 지금부터 제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진실만
말씀해주신다고 약속해주세요.
신화란 (뭔가 느낌이 쎄하지만) 나, 나야 늘 너무 솔직해서 탈이지, 뭐.
뭔데? 뭐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도현 (단단한 눈빛으로) 예전에 승진가 저택에 제 또래 아이가 있었나요?
신화란 (급 당황) 뭐? 아, 아이? (눈빛이 흔들리며) 그 집에 아이는 너
하나였어. 다른 아이가 어떻게 있어.
도현 (OL) 어머니께서 그 아이를 찾고 있다는 거 다 알고 왔습니다.
신화란 !!! (경악하는 위로)
도현 대체 그 아이가 누구의 아입니까?
신화란 (하얗게 질린 채로) 나, 나는 모른다니까?
도현 그럼, 아버지가 저를 학대한 이유는 뭡니까?
신화란 !!! (경악) 무, 무슨 소리야? (펄쩍 뛰며) 얘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아빠가 널 얼마나 애지중지했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도현 (OL) 그럼 제가 아닌 그 아이한테는요? 친절하셨나요?
신화란 (얼른) 물론이지! 걔한테도 무지 잘했지! 워낙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어, 니 아빠가. (갑자기 휴대폰 보더니) 어머, 내 정신 좀 봐.
중요한 약속을 깜빡했네. (일어나며) 도현아, 미안. 엄마가 전화할게.
(서둘러 나가는 기색이 역력하고)
도현 ......(그런 엄마를 관찰하듯이 보며, 마음의 소리, E) 저택엔 나 말고
다른 아이는 없었는데....아버지는 그 아이한테 친절했다....?
어머니....대체 왜 제게 거짓말을 하시는 겁니까?
어머니가 덮고자 하는 진실은 대체....무엇입니까?
괴로운 표정이 되어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는데,
울리는 휴대폰. 꺼내서 확인해보면, 오메가 작가.
멈칫, 바라보는 도현의 표정에서.
S#55 카페 (낮)
도현과 리온이 음료대기 진동 차임벨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리온은 너무 정색할 필요 없고, 짐짓 여유롭게)
리온 어제 쌍리에 오셨었죠?
도현 ......(보다가, 담담히) 그렇습니다.
리온 환대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실은....부모님이 아직 모르시거든요.
리진이가 맡고 있는 환자가...차도현씨라는 걸.
도현 (환자라는 말이 걸리지만....)
리온 애지중지 키운 딸이, 동거까지 해가며 젊은 남자 병수발 들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되면, 환영할 부모가 몇이나 되겠어요.
도현 (병수발이라는 말이 걸리지만...)
리온 뭐, 저도, 남매사기단이 돼서 함께 부모님을 속이는 입장이지만,
저는 의사로서의 리진이를 믿거든요. (도현을 보며) 절대 사적인
감정으로 환자를 대할 애가 아니라는 걸.
도현 (보고)......
리온 (보며).....
S#56 쌍리 / 주방 (낮)
지순영, 가래떡을 칼로 가지런히 썰고 있다. 그 옆에서 검정콩을
골라내고 있는 오대오와 리진 아까부터 지겨워 죽을 지경이다.
리진 (눈치 살피며) 두부는 그냥 마트에서 사다 먹으면 안 될까.
아니면 두부전문점 같은 덴 검정콩 두부도 팔던데.
오대오 (조심스럽게) 여보. 요즘 추세가 그래. 명절이 휴일 된지 오래야.
지순영 (여전히 칼로 떡을 썰며) 그런 사람들도 있고, 나 같은 사람도 있어.
오대,리진 (실망한 눈빛으로 서로를 보는 위로)
지순영 (E) 예전엔 돈이 없어 걱정이고, 만들 가족이 없어 걱정이었지,
지금은 뭐가 걱정이야.
지순영 어차피 만들어놓으면 다 내 식구 입으로 들어갈 텐데.
리진 엄마가 너무 힘들까봐 그러지.
지순영 나 힘든 거 걱정 말고 빨리 콩이나 가려. 두부 만들어 놓으면 제일
많이 먹을 거면서 어디서 꾀를 부려. 당신도.
오대오 (손동작 빨리 하며) 그러엄. 난 벌써 아주 열심히 하고 있어, 여보.
리진, 지순영이 썰어놓은 떡국 떡을 집어 먹다가 모양을 비교해본다.
크기나 모양이 거의 똑같다. 신기해서 떡국 떡을 한움큼 집어서
대보면 역시나 똑같은 크기 모양이다.
리진 (좀 놀라) 우와, 울 엄마 완전 대박. 전생에 한석봉 엄마였나봐.
지순영 뭐가 어려워서. 정성만 쏟으면 되고. 신경만 쓰면 다 돼.
리진 (고개 끄덕) 아, 정성과 관심 그게 비법이었네.
지순영 (웃으며, 싫지 않은) 떡 써는데 무슨 비법이 따루 있어?
리진 떡 써는 비법이 아니라, 리온이랑 나를 똑같이 사랑해준 비법 말이야.
지순영 (떡 썰던 손이 멈칫 정지되고)
오대오 (멈칫, 아내를 보는)
리진 (콩 골라내며, 짐짓 평상심으로) 친자식이라도 양쪽 모두에게
이렇게 공평한 사랑을 주진 못했을 거야.
오,지 (서로를 봤다가, 리진을 보며) ......
리진 저울에 달아보고, 또 달아 보구, 몇 번을 확인해본 후에 나누었대도
이보다 더 정확하고, 공평하고, 감동적인 사랑은 없을걸?
오대오 리, 리진아,
리진 (아빠 입에 떡 하나 물리며) 그냥 그렇다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구요. 너무너무 감사드린다구요.
오,지 (찡...해지는데)
도현 (E) 작가라 그러신지 단어 선택에 의중이 잘 드러나네요.
S#57 카페 (낮)
도현 의사...환자...병수발...(좀 웃으며) 제 약점을 건드려, 확실한 선을
긋겠다는 의도셨다면, (보며) 성공하셨습니다.
리온 긋는 김에 한 줄 더 긋겠습니다.
도현 (보면)
리온 2개월 후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들었습니다.
도현 (순간 충격처럼, 찌잉--머리가 아프고)
리온 저, 그 단서 하나 믿구 사기단에 가입했고, 그때까지만
방관하겠습니다. 그 다음엔...리진와 더 이상 인연을 만들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도현 (또다시 찌이잉—두통이 이는데)
이때, 테이블 위에서 드르륵 울리는 진동차임벨.
리온, 진동차임벨을 들고는 주문대로 간다.
혼자 남은 도현, 두통을 참으며 괴로워한다.
음료를 들고 오던 리온, 그런 도현을 발견한다.
리온 ! (놀라, 음료 쟁반을 내려놓고는) 차도현씨! 괜찮습니까?
도현 (이마를 감싸 쥐며 괴로워하다가, 어느 순간 고개가 푹 꺾인다)
리온 ! (덜컹해서, 도현의 어깨를 흔들며) 차도현씨! 차도현씨!!
잠시 침묵. 긴장하는 리온. 잠시 후..고개를 팍! 드는,
요나 이런 씨(발, 삐—처리), 힘들 때만 날 내보내고 지랄이야, 진짜.
리온 ! (움찔)
요나 눈깔을 뽑아다가 깍둑썰기를 해서 깍두기를 담아 버릴까부다,
존나 짜증나, 진짜. (*적당선에서 삐-처리해주세요)
하며, 고개를 들다가, 헉!!해서 보고 있는 리온과 눈이 딱 마주친다!
순간, 어디선가 불어오는 꽃바람! 두 사람의 머리카락이
순정만화처럼 바람에 휘날린다.
요나 (환해지며) 오빠아아아----!!!
리온 (눈, 코, 입, 얼굴에 있는 모든 구멍이 다 커지며, 경악하는 표정에서)
S#58 쌍리 뜰 (낮)
리나에게 사료를 주며 ‘우리 리나도 새해 복 많이 받아’하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리진 (받으며) 야, 오리온! 너 명절음식 안 하고 어디 처박혀있어!
리온 (F, 거의 울고 있다) 야, 니가 말한 인격이 혹시 요나냐?
리진 !!! (순간 벌떡 일어나며) 니가 요나를 어떻게 알아? (하다가 퍼뜩)
만났어, 설마?!!! (경악하는데서)
S#59 카페 (낮)
휴대폰 통화 중인 리온의 팔을 붙잡고 케이크 진열대 앞에서
발랄을 떨며, 케이크를 고르고 있는 요나.
리온 살려줘, 씨스털. 제발 살려줘. 앞으로 잘 할게. 죽어서도 잘 할게.
요나 오빠, (케이크 하나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요나 이거 먹고 싶어요.
리온 (버럭) 왜 내가 니 오빠야!
요나 잘 생기면 다 오빠야. (리온 팔 잡고 흔들며) 나 이거 사줘.
사줘요. 사주세요오오오.
리온 (절규처럼 휴대폰에 대고) 플리즈 씨스터어어어얼-----!!!!!
S#60 쌍리뜰 + 오대오의 봉고 안 (낮)
휴대폰 귀에 붙인 채 엄청난 속도로 차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리진.
리진 진정해. 내가 지금 거기루 갈테니까 김연아 마인드로 버텨!
(오대오의 차문 열고 운전석에 오르며) 절대 놓쳐선 안 돼!
만일 걔 놓치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거야.
(안전벨트 매며) 자극하지 말고, 원하는 대로 해줘.
그래, 원하는 대로 전부 다! (강하게 오더 내리는 데서)
S#61 카페 (낮)
화면 시작되면, 망식이 인형을 품에 안은 채 깜찍하게 아—입을
벌리는 요나이고, 스푼으로 뜬 케이크를 요나의 입을 향해
부들부들 가져가고 있는 리온. 가져가다가....
리온 크흑! (도저히 못하겠어서, 스푼 내리고, 한 손으로 두 눈을
가린 채로 흐느끼는)
요나 (순간 양어깨와 다리에 셰이킹주며 앙탈) 아으으으. 빨리 줘.
배고파 뒤지겠단 말이야! 안 그러면 나 여기서 춤춘다?
리온 (헉! 해서) 아, 알았어. 먹자? 먹자아?
다시 용기 내어 스푼으로 뜬 케이크를 부들부들 요나의 입을
향해 가져가는데,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돌아보면, 카페 안에
앉아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리온과 요나에게 쏠려 있는!
리온 !!!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양손으로 손을 흔들며)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하다가, 아편쟁이처럼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단축키를 누르며) 모..못해. 이건 도저히 못해. (착신되면,
절규처럼) 못 하겠어, 나 도저히 못 하겠어, 씨스털!!!!!
하다가 보면, 요나가 없어졌고, 헉!!!해서, 휴대폰 귀에 붙인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리온!
S#62 거리 + 달리는 오대오의 봉고 안 (낮)
운전하며 핸즈프리로 통화 중인 리진.
리진 (운전하며 핸즈프리로 통화 중) 왜 그래? 놓쳤어? 놓친 거야?
너 미쳤어어어---! (창밖을 둘러보며) 나 다 와 가니까,
어떻게든 잡아! 어떻겠든,
하다가 멈칫, 창밖으로 추격전을 벌이고 있는 요나와 리온을
발견!!! 순간 끼이이익---차를 멈춰 세우는 리진!!
리진 (안전벨트 풀며) 야, 나 너 봤어! 뛰어! 좀 더 뛰라고!
리온 (F) 아, 봤다며! 나 지금 열라 뛰고 있는 거 안 보여?!!!
리진 (차 밖으로 뛰어내리며) 잡으면, 7번 기술 들어가!
S#63 거리 (낮)
리온 !!! (경악해서 멈춰서며) 7번 기술? 여자한테 너무 과한 기술,
(하다, 진저리치며) 나 좀 봐라, 여자란다. 암튼 너무 과한 거 아냐?
리진 (휴대폰 통화하며, 리온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야, 너 멈추면
어떡해! 뛰어! 잡어! 7번 기술 들어가란 말이야!
순간,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하는 리온!
냐하하하~ 발랄을 떨며 도망가고 있는 요나의 뒤를 맹추격하는 리온!
손을 뻗어 잡힐 듯 말 듯 안 잡히는 요나의 뒷덜미를 마침내
잡아채는 순간, 그대로 땅바닥에 엎어치기하는 리온!
아아악—비명 지르며 기절하는 요나! 때 맞춰 도착하는 리진!
또다시 휴대폰을 꺼내들고 촬영을 시도하는 관중들!
리진, 리온 !!! (본능적으로 도현 앞을 경호원들처럼 가로막아 서며)
찍지 마세요!!!! (소리치는 데서)
S#64 쌍리 / 리온의 방 (밤)
팟! 눈을 뜨는 도현.
보면, 도현을 내려다보고 있는 리온.
서로를 보고 놀라 아아아악---소리를 지르는 두 사람!
도현 (벌떡 일어나 앉으며, 혼란스러운)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제가 직접 온 겁니까, 아, 아니면 오리온씨가,
리온 그게 뭐 중요해요? 집에 떨궈줄까 하다가 그럼 자동적으로
리진이도 거기 놔두고 와야 되고...쨌든! 얘기하자면 깁니다.
도현 !!! (퍼뜩해서) 호...혹시, 제가...(교대인격을 봤냐고 물으려고 하는데)
리온 (OL) 일단 나가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천천히 설명해줄테니까.
(옷장을 뒤지며, 혼잣말로) 아, 뭔 놈의 여자애가 에너지가,
에너지가... 어우, 장난 아냐.
도현 (헉! 해서, 마음의 소리, E) 여자애면... 설마 요나...?
리온 (편안한 옷 내 주며) 이거 오빠가 가장 아끼는 옷, (하다, 질색하며)
나 좀 봐, 오빠란다, (진저리 치고는) 내가 제일 아끼는 옷입니다?
갈아입고 내려와요. (먼저 나가고)
도현 요나가 나왔던 거 맞네....(두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데서)
S#65 쌍리 / 홀 (밤)
리온이 준 옷으로 갈아입은 도현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홀 안으로 들어선다.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는 분주한 쌍리 안.
오대오와 지순영이 손님들 속을 누비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고.
사방을 둘러봐도, 리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
이때, 도현을 거세게 홱 잡아끄는 누군가의 손!!
부지불식중에 홱! 딸려가게 되는 도현!!
S#66 쌍리 / 뒤뜰 (밤)
어둠 속. 도현의 손을 잡고 걸어오고 있는 리진!
도현 오리진씨, 그냥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말하고 나가면 안 되는
겁니까? 왜 꼭 늘 이렇게 보쌈해가듯이,
리진 미리 입을 맞춰놔야 할 게 있으니까, 잔말 말고 조심해서 잘
따라와요. 괜히 어둡다고 버벅대다가 뭐에 걸려 넘어지지 말고,
하다, 앞에 세워져있던 드럼통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리진!
도현 (놀라서) 괘, 괜찮습니까? 오리진씨. 다친 데 없어요?
리진 (쪽팔려서 얼른 발딱 일어나며) 전혀요. 괜찮아요.
(하고는, 화풀이 하듯 넘어진 드럼통을 발로 한 번 뻥 찬다)
도현 (피식 웃는)
카메라 팬 하면, 넘어져 있는 드럼통에서 빠져나온 재속에
타다 만 민서연의 사진 CU!! (*12부 11씬에서 리온이 태웠던)
S#67 차준표의 병실 (밤)
신화란, 차준표의 침상 옆에 앉아 남편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고 있다.
신화란 당신...도현이 때문에 많이 놀랐다며? 이해해줘. 그럴 애가
아니라는 거 당신이 제일 잘 알잖아. 오죽했으면 그랬겠어.
오죽 숨통이 트일 데가 없었으면...
문득 사이드 테이블 위에 놓인 오래된 시집 한 권이 눈에
들어오는 신화란. 아련한 미소가 생긴다.
신화란 (가져다가 보며) 당신이 좋아하던 시집이네? 간병인이 읽어줬어?
예전에는 내가 한 번씩 읽어주구 그랬는데....
아련한 미소로 책장을 드르륵 넘겨보다가, 멈칫하는 신화란.
안쪽 커버에 종이가 붙어있고, 그 끝이 낡아 약간 들려있다.
호기심에 살살 뜯어보는 신화란. 책 커버와 벗겨지는 종이
사이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낡은 민서연의 사진!
질투와 분노로 서서히 가라앉는 신화란의 표정.
(*여기까지는 아직 종이가 반만 벗겨져서 민서연의 모습만 보이고)
S#68 쌍리 / 뒤뜰 (밤)
마주보고 서있는 도현과 리진.
리진 (브리핑하듯, 사무적으로) 전번에 요나가 리온이 사진에 침을 발랐었
거든요. 그때 이미 예정된 일이었던 거죠.
도현 (괴로운) 그럼 이제 오리온씨도 제가 다중인격이란 사실을 알게
된 거군요.
리진 아, 요나 때문만은 아니에요. 실은 리온이가 신군을 만났었거든요.
도현 (놀라).....세기를요?
리진 워낙 이 방면에 촉이 발달한 앤데... 차군이랑 신군을 하루 간격으로
봤다면 게임 끝난 거죠. 암튼 차군의 약점을 이용해 자기 사리사욕
채울 앤 아니니까, 안심해도 될 거에요. (하고는) 여기까지.
계약서 4조 2항 이행 종료∼그럼 이만. (쌩 돌아서는)
도현 (가만 보기만)......
리진 (안 붙잡아? 다시 쌩 돌아서서 새침하게) 아참, 당분간 우리 집에선
페리박인 걸로. 울 엄마 아빠 엄청 헷갈리실 테니까. (다시 쌩
돌아서는데)
도현 (가만 바라보기만).....
리진 (또 안 붙잡아? 다시 쌩 돌아보며) 아, 전 주방에 있을 테니까,
제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부르세요. (다시 쌩 돌아서는데)
도현 ......(바라보고 있다가, 그제야 가만히) 오리진씨.
리진 (멈추며, 그제야 흡족하게 씩 웃고는, 다시 새침하게 돌아보며) 왜요?
도현 2개월 동안만....남은 2개월 동안만 제가...
리진 ......?
도현 남자면 안 되겠습니까?
리진 ......! (심장 쿵! 해서 바라보는데서)
S#69 차준표의 병실 (밤)
여전히 차준표의 침상 앞에 서있는 신화란.
신화란 (책 속에서 찾아낸 낡은 사진을 보는 채로) 당신....이 여자...
정말 많이 사랑했구나. 매일매일 보던 시집 속에 숨겨둘 만큼.
(쿨한척 사이드 테이블 위에 사진 내려놓으며/ 사진은 아직
보여주지 말고) 실은 나 다 알고 있었어. 당신이 이 여자
증오한 게 아니라, 사랑했다는 거. 이혼도 당신 진심 아니었다는 거.
(피식) 그거 알면서도 잡았어 당신. 시궁창 같은 내 인생 구해줄,
동아줄로 보였거든 당신이. 그래서 말인데 여보....(표정 서늘해지며)
나, 이 여자 아이 찾을 거야. 우리 도현이가 기억을 떠올리기 전에
내가 먼저 찾아서, 우리 도현이 앞에서 치워버릴 거야.
애증과 집념으로 서늘해지는 눈빛에서 카메라 팬하면,
사이드테이블 위에 놓인 민서연의 사진!
사진 속. 민서연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는 어린 리진!!!
S#70 쌍리 / 뒤뜰 (밤)
긴장된 표정으로 도현을 바라보고 있는 리진이고,
진지한 표정으로 리진을 바라보고 있는 도현.
리진 (긴장된 숨을 꿀꺽 삼키고) 계약서 1조 1항,
을은 갑을 비롯한 다른 인격들과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도현 (리진을 향해 다가오며) 그럼 명시된 위약금을 지불하고,
제가 계약을 위반하겠습니다.
리진 (떨려서 뒷걸음치며) 뭐....뭐하려는 거예요?
도현 (다가가며) 미리 입을 맞춰놔야 한다면서요.
리진 (떨려서 뒷걸음치며) 아니, 그건, 그런 뜻이 아니지, 내 말은,
도현 (다가가다가 어쩐 일인지 멈칫 선다)
리진 ? (해서 도현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면)
바닥에 떨어져 있는 타다 만 민서연의 사진!
도현 (주저앉아 사진을 주워서 보고는 충격으로 멍해지는 표정)
리진 왜....그래요?
도현 이 사진이....이 사진이 대체 왜 여기에....
리진 왜요? 아는 사람이에요?
도현 (멍....한 채로) 제 호적상의 어머니이십니다.
리진 !!! (보고)
의문과 혼란으로 흔들리는 도현과 옆에 서서 도현을 바라보는 리진!
채 연인이 되기도 전에 두 사람에게 닥칠 과거의 그림자에서!!
-<킬미 힐미> 13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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