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 14
도입부.
1. 자취집 골목 앞. N. (13부 46씬)
유경,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그 골목에서 손에 쥔 봉투를 본다.
그 돈봉투의 로고. 거성식품이라고 찍혀있다.
힘없이 쪼그리고 주저앉는 유경, 있는 힘껏 그 돈봉투를 꽉! 쥐는 위로
서인숙E 나는 어느 누구도 니 그림자를 밟게 두지 않을거다. 명심해. (13부64씬)
2. 거성家 거실 (13부 64씬)
서인숙 니가 이 집안을 이끌어갈 후계자인 이상,
니 인생은 너만의 것이 아니라는 뜻이야! 알겠니?
마준 (순간 어금니를 꾹 문채 서인숙을 보면)
3. (13부 65씬)
천천히 그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유경의 발.
거성식품이라고 써진 그 회사를 도전적인 눈빛으로 올려다보는위로
탁구E 이대로 두번 다시 볼수 없으면 어떡하지...?
4. 병원 대기실.
앉아 있는 탁구, 그 뒤로 스쳐지나가는 김미순,
탁구E 더 이상 엄마를 찾을수 없으면 어떡하지....?
서로 스쳐지나가듯 진료실안으로 들어가는 김미순과
닫히는 문 뒤로 붕대시선의 탁구에서,
탁구E 이제 그런 걱정은 안하기로 했다.
5. 팔봉제빵점 옆.
탁구, 모자를 들어서 보면, 그 안에 글씨.. "제빵왕 김탁구"
탁구E 아직 나는.. 어떤 희망도 버리고 싶지 않으니까...
탁구, 그 모자를 휘리리 머리에 쓴뒤
밝은 표정으로 돌아서서 들어가는 모습에서,
6. 제빵실.
쿵! 가스폭발이 있었던 오븐을 들여다보는 조진구의 얼굴/
쿵! 가스 폭발이 있었던 오븐을 들여다보는 팔봉의 얼굴에서/
팔봉집, 팔봉의 방. (13부 22씬 연결)
양인목 (놀라며) 예에? 그럼 누군가 고의로 가스를 유출했다는뜻입니까?
하지만 왜 그런짓을...
팔봉 왜 그랬냐보다 누가 그랬냐를 밝혀내는것이 더 시급헌 일이다.
양인목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제빵실 식구들 전원을 불러다놓고
누가 그랬는지 명명백백히 밝혀내겠습니다. (하는데)
팔봉 일단 조용히 하거라.
양인목 이건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입니다.
어떻게 빵을 만드는 손으로 사람을 해하는짓을 할수가 있습니까.
제빵실 대장으로서 절대로 묵과할수 없는 일입니다.
팔봉 (보며) 이 모든게 다 내가 잘못 가르쳐 생긴 일!
양인목 (멈칫.. 보면)
팔봉 내게 생각이 있으니 당분간 이 일에 대해서는
함구토록 하거라. 알겠느냐?
양인목 ! (본다. 시선에서)
팔봉의 방 앞.
밖으로 나오는 양인목,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채로,
양인목E 대체 우리 제빵실에서 그런짓을 한 놈이 누구냐...
그러면서 시선 들어 거실쪽을 보면
거기에 허갑수하고 고재복, tv를 보면서 낄낄 웃고 있는중,
탁구 / 마준의 방.
반쯤 열린 방문뒤로 쓰윽 나타나면서 쳐다보는 양인목의 얼굴,
그 방안으로 마이마이 이어폰을 귀에 꽂은채 레시피노트를 들여다보고
있는 마준의 모습이 보인다.
마준 역시 일상과 다를바 없이 담담하고 조용한 모습...
양인목E 대체 어느놈이 그런짓을 한게야.
허갑수 / 조진구의 방.
이번에는 스륵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는 양인목,
그러나 그 방은 텅.. 빈채 아무도 없다. 바라보는 양인목의 시선에서,
병원 진료실.
치료실 일각에 나타나는 조진구, 한쪽을 돌아보면
혈액 투석중인 조진구의 여동생, 민서(20대 초반)의 얼굴이 보인다.
창백한 얼굴로 투석중인 그녀를 바라보는 조진구, 수심 가득한 얼굴에서
병원 수납창구.
조진구 죄송합니다. 이번달 입원비하고 치료빕니다. 입원비는 일주일치
정도가 좀 부족합니다, 다음달에는 꼭... (돈을 내미는데)
수납원1 조민서 환자 이미 수납 끝났는데요?
조진구 예? (하고 보면)
수납원1 좀 전에 저쪽에 계신 분이.. (하면서 가리키면)
조진구 (? 돌아보다가 멈칫..! 눈이 커지면서 보면)
거기에 앉아 잡지를 대충 들춰보고 있는 한승재의 모습이 보인다.
조진구, 그저 빤히 쳐다본다.
한승재, 턱! 잡지를 내려놓고 일어나 조진구 앞으로 오더니
한승재 고마워할거 없네. 그냥 인사치레라고 해두지.
조진구 나는 이미 그 쪽 제안 받아들일수 없다고 했을텐데.
한승재 여동생이 이틀마다 투석을 받아야한다고?
보통일이 아니겠구만, 정신적으로도... (보며) 경제적으로도.
조진구 (노려보듯 한승재를 보면)
한승재 자네가 원한다면.. 미국이나 일본쪽에 가서
치료를 받게 해줄수도 있는데 말이야.
물론 들어가는 비용은 전부 다 내쪽에서 해결해주는 조건일세.
조진구 ! (보면)
한승재 (쓱 옆으로 다가오더니 조용히)
가장 필요한 순간.. 딱 한번만 날 위해 움직이면 되네.
(보며) 잘 생각해보구 연락해. (하면서 그대로 지나쳐간다)
조진구 (울컥! 한승재를 돌아보며 뭔가 말하려는데 그 때 뒤에서)
조민서 오빠!
조진구 (순간 멈칫..! 뒤를 돌아보면)
조민서 (창백하고 기력없어 보이는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다가서서 안긴다)
언제 왔어?
조진구 어어.. 좀전에... (동생 얼굴을 내려다보며) 괜찮아? 안어지럽니?
조민서 (고개를 끄떡끄떡하며 다시 안긴다) 그나저나 이게 얼마만이야?
빵이 그렇게 좋아? 하나뿐인 동생두 나몰라라 하구...
조진구 미안해...
(그러면서 꼭 안아준다. 눈에 넣어도 안아플 동생... 가슴아픈 표정에서)
팔봉 제빵실 앞. N.
밖으로 나오는 양인목, 나즉이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돌리다가
무심히 팔봉제빵점 이층을 올려다본다. 불이 켜져 있다. 누구지?
불빛이 새어나오는 창문을 바라보면,
팔봉 제빵실 안. N.
들어서는 양인목의 시선으로 보이는 제빵실 안,
그 안으로 유경이가 준 모자를 쓰고 빵연습을 하고 있는 탁구의 모습.
양인목 (본다. 보더니 다가서며) 모자꼴이 그게 뭐냐?
탁구 (? 돌아보더니 씩 웃으며) 아! 이거요?
(하면서 홱! 모자를 벗어서 그 안쪽에 있는 제빵왕 김탁구를 보여준다)
하하하! 제빵왕! 들어는 보셨습니까 제빵왕?
이제 이게 앞으로 나아갈 제 인생의 목푭니다. 하하!
양인목 제빵인의 길은 니가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더 고되고 험난하다.
탁구 편하고 쉬운길로 갈것 같았으면 진작 그렇게 살수도 있었습니다.
양인목 웃으면서 시작했다가 울면서 끝날수도 있어.
탁구 그렇다면 저는 웃음으로 끝날수도 있다는걸 보여드리죠.
양인목 단돈 몇백원짜리 빵을 만드는 인생이라고 무시당할때도 많을거야.
탁구 누가 뭐라든 저는 이 제빵업계의 최고가 되보이고 말겁니다.
양인목 제빵 세계에 최고라는 호칭은 없다. 명장만이 있을뿐..
일등하는 인생을 원했다면 길을 잘못 짚었어.
탁구 나의 최고는 일등이 되는게 아닙니다.
누구도 따라할수 없을만큼 최선을 다 해보겠다는뜻입니다.
지금 제가 가장 잘할수 있는건... 최선밖에 없으니까요.
양인목 ... (조용히 본다)
탁구 (진심어린 눈빛으로 마주보면)
양인목 반죽은 모든 빵의 기본이다.
반죽과 발효에서 이미 빵의 모든것은 결정되기 때문이다.
탁구 ?
양인목 (소매를 걷으며) 따라오거라.
탁구 ! (본다. 보더니) 예! 대장! 따라가겠습니다! (씩 웃더니)
얼른 유경이가 준 모자를 머리에 쓴뒤
각오를 다짐하는 표정으로 그 모자를 홱! 돌려쓰며 양인목을 따라가면,
시작되는 탁구의 반죽 몽타쥬.
1. 돌아가는 반죽기, 재료를 쏟는 법을 설명하는 양인목.
시키는대로 밀가루 소금, 그리고 그 위로 어미반죽, 마지막에
버터를 넣고 차례로 넣고 반죽하는 탁구.
2. 턱! 밀가루를 뿌린뒤 반죽을 하는 양인목, 그 모습에서 dis. 되면
탁구가 그 반죽을 이어받아 하고 있는 모습/
완성된 반죽들마다 일일히 온도계를 꽂아 체크하는 모습 그 위로.
양인목E 반죽에는 왕도가 없다. 오로지 연습 또 연습,
반죽의 최적 상태를 니 몸으로 알 때까지 반죽하고 또 반죽해라.
3. 발효실.
부풀어오르는 반죽들, 반죽들, 반죽들..
그걸 일일히 양쪽으로 뜯어서 냄새를 맡보는 탁구, 어떤건 갸웃하고,
또 열어보더니, 아! 이것도 아니고...
또 열어보다가, 이건 좀 비슷하고, 그런 표정, 표정들 위로
양인목E 반죽은 이스트가 사는 집이다.
집을 어떻게 지어주느냐에 따라 빵의 풍미와 깊이가 달라진다.
4. 그러다가 양인목이 자신이 만든 식빵의 중종거죽을 쭉 열어주면
그 안으로 겹겹이 드러나는 반죽의 결들..
들여다보면서 우와! 감탄하는 탁구, 흐음.!!! 코로 그 숙성된 향을
들이킨다. 눈물이 왈칵 날만큼 향기롭고 기분좋은 냄새에서.
미순E 아버지는 반죽에서 빵의 모든게 결정난다지만!!!
탁구의 성형 몽타쥬.
1. 제빵실.
척! 하니 탁구앞에 선생님처럼 서 있는 미순.
미순 내 생각은 쫌 달라. 보기 좋은 빵이 먹기도 좋다고,
맛없어 보이는 빵은 아예 손님들한테 간택조차 안된다는거!
고로! 눈으로 즐기는 빵을 무시하면 큰코 다친단 얘기지.
탁구 오호.. (하면서 자신의 코를 쓱 한번 만지면)
미순 (계란을 척! 탁구의 손에 쥐어주더니) 돌려.
탁구 돌려?
미순 (손으로 돌리는 시늉 시범 보이면)
탁구 (손끝으로 계란을 돌린다) 오오오....!
(스스로 신기하면서 놀라다가 순간 탁! 떨어뜨려 깨뜨린다)
미순 (쯧쯧쯧... 하는 표정에서)
2. 팔봉집, 거실.
다같이 식사를 하고 있는 중에도
탁구는 왼손으로 계속 계란을 돌리면서 오른손으로 밥을 먹는다.
(마준, 그런 탁구를 흘끗 한번 본다) //
다같이 TV를 보며 웃고 있다. 탁구도 같이 웃고 있는 그 와중에도
그의 손에서는 계속 계란이 돌아가고 있다.
(양인목, 그런 탁구를 한번 돌아본다. 녀석... 살짝 기특한듯 보면)//
3. 탁구 / 마준의 방.
제빵관련 책들을 보며 열심히 적어가며 공부중인 탁구,
그러다 한쪽에 신주단지처럼 놓여져 있는 유경의 선물 모자를 본다.
모자만 봐도 좋은듯 빙긋 웃는 탁구,
그 와중에도 왼손으로는 계속 계란을 돌리고 있다. 그 손에서 dis.
3. 제빵실.
앞씬의 그 돌리던 손에 반죽이 들어가 있고,
거기에 앙꼬를 넣고 돌리는 탁구의 손, 너무나 능수능란해져 있다.
옆에서 보던 미순, 탁구의 어깨를 턱! 치면서 좋아라 웃는 얼굴위로,
탁구E 어무이.. 잘 있나? 내도.. 잘 있다.
(3부 어린 탁구의 편지 말투에 최대한 가깝게)
세월 몽타쥬.
1.. insert> 자료 화면,
6.29 / 노태우 대통령 취임 / 88올림픽 / 청문회 화면 짧게 지나가고,
2. 성형대 앞.
탁구와 마준, 마주 서서 단팥빵을 만들고 있다.
서로 경쟁하듯이 서로 누가 빨리 만드나.. 속도전이 붙었다. 그 위로
탁구E 내느은 지금 여그 팔봉 빵집이란데서 빵을 배우는 중이다.
단팥빵도 배우고, 크림빵도 배우고, 소보루도 배우고....
마준은 탁구쪽은 신경도 안쓰는데
탁구 혼자만 마준한테 괜히 경쟁의식 붙어서 속도를 내본다.
탁구, 속넣고 돌리고, 철판위에 올려놓고,
마준, 속넣고 돌리고, 철판위에 올려놓고,
두 사람 경쟁하듯 점점 속도가 붙다가, 어느 순간 탁!
마준이가 먼저 끝낸다. 쓱 비웃는 표정으로 철판들고 가버리면.
탁구, 아..! 허탈해지는 표정에서,
3 insert> 자료 화면,
정주영 북한 방문 (89년 1월 24일)/
강수연, 아제아제바라아제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수상 (7월 14일)/
탁구E 근데 어무이 거 아나? 이 세상에는.. 삼만개가 넘는 빵이 있다칸다.
그 중에 내가 맹글수 있는 빵은 아직 몇개 안되지만서도....
5. 제빵실.
부풀어 오르는 반죽들의 냄새를 맡고, 행복에 겨운 탁구의 얼굴,
이젠 제법 양인목, 허갑수, 고재복, 조진구, 마준, 미순과
호흡이 척척 맞아가면서 제 역할을 해내는 탁구의 모습들.
(그러다 실수로 누군가 탁구 모자 건드려 바닥에 툭! 떨어지면
탁구, 만사 제쳐놓고 그 모자 집어들어 툭툭 털고 후후! 불고 하는 위로)
탁구E 그래도 내는 요즘...
참말로 이래도 되나아 싶을만큼 행복하다.
6. 제빵실.
또 다시 마준과 경쟁이 붙은 탁구,
거의 비슷한 속도로 철판위에 놓여지는 단팥빵.
마준, 흘끗 신경 쓰이는듯, 점점 속도가 빨라진다.
탁구, 끝까지 다 해서 먼저 탁! 끝낸다. 아하! 기분좋게 마준을 보면
마준, 턱으로 한쪽을 가리킨다.
탁구, ? 내려다보면 앙꼬빵 서너개가 터져있다. 이런 젠장..!
머리를 긁적거리지만 얼굴에선 즐거운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그 위로
탁구E 혼자가 아니어서 행복하고 그라고... 빵이 있어가 행복하다..
7. 탁구 / 마준의 방.
스윽 화면위로 나타나는 탁구의 통장,
적은 액수들이지만 십몇만원씩 꾸준히 저축되어 있는 숫자들.
그 통장을 덮으면 그 위로 각오처럼 써 있는 글씨 <목표금액 200만원>.
탁구E 그러니까 어무이는 내 걱정 하지 말고..
밥 잘 챙기 묵고, 잠도 잘 자야 한데이, 알긋나?
탁구, 서랍에 넣고 모자를 정성스럽게 책상위에 올려놓은 다음
불을 탁.. 끄고 드러눕는다. 행복한 얼굴위로
의사2E 한쪽 망막이 완전히 시력을 잃은것 같습니다.
진료실.
의사2 다른쪽 눈도 상태가 그렇게 좋다고 볼수 없구요.
김미순 그 말씀은 지가... 이래 가다 눈이 멀수도 있다... 그 말씀이십니꺼?
의사2 일단 계속 치료를 받아봅시다. 각막기증자가 나타날때까지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벌면서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김미순 ... (초연하고 담담한 표정, 그러나 눈빛은... 왠지 슬픈...)
윤닥터 (그 뒤에서 그런 김미순을 보면)
김미순의 집.
(마당이 내다보이는 절대 화려하지 않은 단촐한 느낌의 깨끗한 한옥집)
바람이 부는 마루 한가운데 앉아 바느질 중인 김미순, 그 옆에서
윤닥터 한승재 그 사람이 계속해서 청산과 그 일대에 사람들을 풀어 샅샅이
뒤지고 다니는 모양입니다.
김미순 (순간 바느질하던 손가락 멈춘다... 조용한 목소리로)
지를.. 찾겄다고 말입니꺼?
윤닥터 그런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집요합니다.
김미순 (다시 바느질을 하면서 나즉히, 그러나 쎄하게)
함 찾아보라 그라이소. 사람 하나 찾기가 그래 쉬우모.. 우리 탁구...
(하는데 순간 멈칫..)
윤닥터 (그런 김미순을 보면)
김미순, 그저 탁구 이름을 입에 올리는것만으로도 가슴이 아리다.
그대로 바느질 하던 손 내리며 고개 돌려 바깥쪽을 내다보면,
윤닥터 바느질은 이제 그만해요, 눈이 쉽게 피로해집니다.
김미순 (잠시 물끄러미 보더니) 딱.. 이 계절이었지예..
우리 탁구하고 냇가에 나가 물장구 치고 멱감고 등물해주고...
수박이며 참외며 찬물에 담가뒀다 깨묵고...
윤닥터 (그 말에 잠시 바라보더니) 나사장쪽 일은 잘 진행이 돼간답니다.
나머지 일들도 계획대로 밀어부칩시다.
김미순 ....
윤닥터 (보며) 식사.. 거르지 말아요. (하더니 일어나 나가면)
혼자 덩그라니 남겨진 그녀, 눈물조차 메마른 그녀의 눈에
온통 탁구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차 있다.
김미순 (나즈막히) 탁구야... (애잔한 눈빛에서)
팔봉집, 팔봉의 방.
팔봉 그래, 탁구는 요즘 진도가 어떠하냐?
양인목 손도 민첩하고, 체력도 좋고, 따라오는 속도도 생각보다 빠릅니다.
무엇보다.. 배우는걸 너무 재밌어합니다.
팔봉 원래 천재가 노력하는 놈 못 이기고,
노력하는 놈이 즐기는 놈 못이긴다고 했지, 허허.. (웃고는)
허면.. 이제 슬슬 경합준비를 해도 되겠느냐?
양인목 그게... 말입니다 아버님.
팔봉 왜?
양인목 사실은 탁구한테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팔봉 ?
회상> 제빵실.
조진구, 빵들이 들어 있는 철판을 들고 오븐앞으로 간다.
마침, 그 오븐 앞으로 지나던 탁구, 무심코 돌아보다가
조진구가 오븐을 여는걸 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으어어어어!!! 하면서
한쪽팔로 눈을 가리며 고개를 돌린다. 조진구, ? 돌아본다.
양인목, 허갑수, 고재복, 일제히 돌아본다. 미순과 마준도 돌아본다.
탁구, 순간 모두의 시선을 느낀듯..
얼굴 가린 팔위로 쓰윽 눈만 내밀고 모두를 보더니, 갑자기 멎적은듯.
탁구 아.. 눈이야, 눈에 뭐가 들어갔나? (괜히 딴청 피우면서 자리를 피하면)
조진구 (본다. 보다가 양인목을 쳐다본다)
양인목 (탁구가 사라진쪽을 돌아보는 눈빛에서)
홱! 탁구의 뒷덜미를 잡아챈채 오븐앞으로 끌고오는 양인목,
오븐앞에 서자마자 탁구, 긴장하는 눈빛 역력하다.
그 뒤로 지켜보는 허갑수, 조진구, 고재복, 미순, 마준.. 일제히 보면.
삐이! 삐이! 빵이 다 구워졌다는 신호가 들린다.
탁구 ! (그 오븐을 뚫어져라 보면)
양인목 열어보거라.
탁구 예? 제.. 제가요?
양인목 빵이 다됐잖니! 어서 열어보래두!
탁구 아... 예. (오븐을 돌아본다, 보더니 용기를 내서 그 앞으로 다가간다)
일제히 (탁구의 하는것을 보면)
겨우 손을 뻗어 손잡이에 손을 대긴 댄다.
그러나 얼굴은 이미 옆으로 돌아간채 두 눈까지 질끈 감겨져 있다.
양인목, 그런 탁구를 본다. 왜 이러지, 이 녀석..? 하고 보면.
탁구, 그 손잡이를 잡은채 있는 힘껏 힘을 준다. 주지만..!
결국 오븐을 열지 못한채 그 손을 힘없이 내린다.
양인목 ? (보면)
탁구 (살짝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죄송합니다.. 못 열겠습니다.
일제히 (멈칫.. 하는 표정으로 본다. 조진구가 가장 놀란듯.. 탁구를 보면)
양인목 ...! (본다. 시선에서)
다시 현재> 팔봉의 방.
양인목 아무래도 그 때 눈 부상을 당했을때의 기억을 정신적으로
극복하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설령 극복해낸다고 해도
굽기를 배우는데까지만 앞으로 몇달은 더 걸릴테고...
(보며) 아무래도 이번 경합은 좀 무리지 싶습니다, 아버님.
팔봉 흐음... 그래애. (하면서 살짝 걱정스러운 눈빛이 스치는데서)
팔봉집 제빵실. N.
오븐을 바라보고 서 있는 탁구, 손을 뻗어 손잡이를 한번 더 잡아본다.
눈을 질끈 감고 손에 힘을 넣어본다. 순간.
상상> 쿵! 하고 오븐이 터지는듯한 장면이 탁구 머릿속에 스친다.
헉! 재빨리 놀라면서 뒤로 후다닥 물러서는 탁구, 오븐을 빤히 쳐다보면
아무런 폭발도 일어나지 않은채 말짱한 오븐.
아...! 젠장...! 오븐앞에서 고개를 숙인채 낙담하는 탁구.
그 뒤로 조용히 나타나는 팔봉선생, 탁구를 바라본다.
흐음..! 하면서 바라보는 그 시선에서.
탁구 / 마준의 방. N.
화면에 나타나는 마준의 레시피 노트.
쭉 넘기며 학습을 하다가 다시 한군데서 멈춘다.
"봉빵"이라는 이름밑으로 어떤 레시피도 적혀있지 않은 백지.
마준, 바라보는 위로,
구일중E 딱 한번 그 빵을 먹어본 적이 있었다.
회상> 오래전 팔봉빵집. (모노톤으로)
15년쯤 전, (1973~4년정도),
팔봉선생이 맞은편에 앉은 구일중앞으로 내미는 두개의 빵.
팔봉 먹어보거라. 이번에 내가 새로 개발한 발효종빵이다.
구일중 아, 예에.. (하면서 다시 빵을 보는 위로)
구일중E 겉으로 보기엔 그저 일반 빵과 별반 다를게 없어보였다.
구일중, 그 빵을 반으로 자른다. 순간 풍겨오는 냄새에 구일중, 멈칫..
코끝으로 냄새를 한번 맡은뒤 그 한쪽을 손으로 떼서 먹어본다.
구일중의 표정위로 그 향과 맛이 번진다.
구일중 (감동으로 구일중을 보며) 선생님... 설마 이 발효종은...
팔봉 (빙긋 웃더니) 그래 맞다. 내가 가장 즐겨먹던 놈한테서 뽑아낸것이다.
구일중 이런 향이 날줄은 몰랐습니다.
(하면서 다시 한번 감탄의 눈빛으로 빵의 향을 맡는다)
팔봉 (흐뭇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위로)
구일중E 그건 이제껏 내가 먹어본 빵중에 가장 풍미가 깊은 맛이었다.
다시 탁구 / 마준의 방. N.
마준 팔봉선생이 즐겨 먹던 놈이라... 대체 그게 뭐야? (하는데 그 때)
"국민체조오! 시자악!!!" 하는 소리가 들린다.
마준, 뭐지..? 하는 눈빛으로 돌아보면.
팔봉 제빵점 옆 계단.. N.
헛둘셋넷! 하면서 국민체조 음악에 맞춰 국민체조를 하고 있는 미순,
그 뒤로 주머니에 손을 넣은채 뭐하나? 하는 표정으로 나와보는 마준.
양미순 (라디오에서 나오는 구령에 맞춰) 뜀뛰기! (뜀뛰기 하면서)
핫둘셋넷! 다서여서 일곱 여덟! 둘둘 셋넷 다서여서 일곱 여덟
팔다리! (팔다리 쭉쭉 벌려가면서) 헛둘셋넷.. 다서여서 일곱여덟...
마준 아직도 그런 국민체조같은걸 해요? (하는 소리에)
양미순 (엇! 태조다! 얼른 후다닥 얼른 라디오를 끈다. 쓰윽! 돌아보며)
아, 그냥요... 심심하기도 하고 간만에 몸 좀 풀까하구...
마준 그렇게 심심하면 나랑 한잔 할래요?
양미순 예? (살짝 난감해하며) 아... 어쩌죠? 저는 술은 안마시는데.
제가요, 보기보다 좀 예민해서요, 특히 미각쪽으로는 쫌 유별나서
술이나 담배, 자극적인 음식은 되도록 피하고 있습니다. 하하.. (웃는데)
마준 그럼 자극적인 키스도 잘 안하겠네요?
양미순 그거야 뭐 별로 해볼 기회도 없고...
(하다가 멈칫.. 키스? 하면서 마준을 본다)
마준 (쓰윽 미순앞으로 다가서며) 게다가 절대미각이라면..
한번 먹어본건 왠만해선 그 맛을 잊지도 않을거구, 그렇죠?
양미순 (살짝 손으로 어정쩡하게 입술을 가리며 뒷걸음) 네, 뭐 그렇죠...
마준 (쓱 다가서며) 그럼 혹시.. 팔봉선생님의 봉빵맛도 기억하고 있어요?
양미순 (순간 멈칫.. 걸음을 멈추고 마준을 보면)
마준 할아버지가 만든빵인데 먹어본적은 있을거 아니예요.
무슨 맛이었어요? 어떤 맛인지 혹시 나한테 설명해줄수 있어요?
양미순 하두 어렸을때 먹었던거라 잘 기억이 안나는데요...
마준 그럼 혹시 팔봉선생님이 즐겨드시는게 뭔지는 말해줄수 있어요?
양미순 뭐.. 그거야 할아버지한테 직접 여쭤보시는게 좋겠네요.
그게 좋겠네요... 그럼.. 흐흐...
(웃더니 마준을 피해 라디오를 집어들고 그대로 쓱 돌아서서 가버리면)
마준 쯧..! (김샜다. 이런 방법으론 안되나? 싶은 표정에서)
팔봉집, 대문앞 N.
라디오를 들고 집쪽으로 오던 미순, 멈춰서서 홱! 돌아보더니
미순 쟤, 너무 소심한거 아냐? 뭔 걸핏하면 봉빵타령이야...?
아니 키스를 하고 싶으면 하고 싶다고 말을 하면 될거 아냐? 참나...!
다시 팔봉제빵점, 계단옆. N
털썩 벤치에 앉는 마준, 시선 돌려 팔봉집쪽을 보며
마준 차라리 정면돌파를 해봐...? (시선에서)
팔봉집, 팔봉의 방. N.
양반다리를 한채 흐음...! 생각에 잠겨 있는 팔봉선생,
조용히 눈을 뜬다. 그 눈빛에서.
청평 별장.
서인숙 다음달 이사회에 마준이 안건 올리기로한건 어떻게 되고 있어?
한승재 일단 우리한테 필요한 37%중에 26%까지는 지지를 확보했어요.
물밑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니 이달안으로 우리한테 필요한
12%의 주주들을 우리편으로 만들수 있을거예요.
서인숙 절대 차질이 있거나 해서는 안돼.
이번 이사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하면 장기전이 될지도 모르니까.
한승재 알고 있어요.
서인숙 (한숨 돌리듯) 그나저나 아직 실마리도 못잡은거야?
한승재 (? 보면)
서인숙 그 협박편지 말이야.
한승재 계속 찾고는 있어요. (하는데)
서인숙 2년이야! 2년동안 매번 어머님 기일만 가까워지면
나는 또 노심초사, 혹여라도 그 편지가 또 오지는 않을까,
혹여라도 그 편지가 그이 손에 들어가지는 않을까..
들어오는 우편물마다 검사하고 또 검사하고.. (한승재를 보며)
헌데 그 짓을 내가 올해도 또 다시 반복해야한다는거야?
한승재 미안해요, 계속 끈을 놓지 않고 수소문 중이니까... (하는데)
서인숙 미안하다는 말 집어치워! (짜증이 아닌, 카리스마적인 눈빛과 말투로)
한승재 (멈칫.. 보면)
서인숙 정말로, 진심으로 나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거든
누가 그랬는지 그 당사자를 찾아내란 말이야! 알겠어?
(그러면서 쎄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백을 집어들고 나가는데)
한승재 가끔은 나한테두...! 따뜻한 말 한마디 정돈 해줄수 없나?
서인숙 (멈칫.. 멈춰선다. 살짝 놀란 표정으로 한승재를 돌아본다)
한승재 (일어나 서인숙을 보며) 나도 애를 쓰고 있어!
당신하고 마준이 위해 숨이 턱에 닿도록 노력하구 있다구.
그런 내 마음도 가끔은.. 알아줬으면 좋겠군.
서인숙 (본다. 이 사람 왜 이러지? 싶은 눈빛으로 보다가 일단 수습하듯)
내가 모른다구 생각해?
조금만 더 힘을 내달라는 뜻이잖아.
만에 하나 정말로 그이가 그 협박편지건에 대해 알게 되면
그 땐 당신도 나도 끝이야. 우리 둘다 끝이라구, 알아?
한승재 날 아직도 십몇년전의 한승재로 생각하지마!
서인숙 (멈칫.. 보는 위로)
한승재 자존심도 없고, 치사한게 뭔지도 모르고!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겨도.. 그 여자가 수모를 겪고 있어도
어쩔수 없이 보고만 있던 그 한승재가!!! 이젠 아니라구.
서인숙 ! (눈빛에 당황스러움이 역력한채) 승재씨.. (하는데)
한승재 그러니까 더 이상 날.. (본다. 보며) 과소평가하지 마라. 인숙아.
(하더니 그대로 서인숙을 지나쳐 나간다)
서인숙 ...! (잠시 그대로 서 있다가 돌아본다)
별장 앞.
탁! 운전석에 올라타 차문을 닫는 한승재, 살짝 화가 나있는듯.
그대로 시동걸고 출발하면 그 뒤로 나타나는 서인숙, 멀어지는 한승재의
차를 본다. 나즉히 한숨을 내쉬며 바라보는 서인숙의 시선에서.
거성가, 안방침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공주댁, 서인숙앞으로 온 우편물을
테이블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나간다.
거성가, 서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공주댁, 구회장앞으로 온 우편물들도
테이블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나간다.
공주댁, 돌아서서 나간뒤 문을 닫으면
우편물들이 스르르 옆으로 쓰러지면서 나타나는 봉투.
집 주소와 함께 받는이에 “작은 사모님”이라고 써 있는데서.
팔봉집 전경.
팔봉집, 거실.
일제히 (완전 놀라는 표정으로) 예에에에에?
양인목(은 예상하고 있었던듯)을 제외한 허갑수, 고재복, 오영자는 물론,
그 옆으로 탁구와 마준, 조진구, 미순이까지 일제히 놀라서
맞은편에 앉은 팔봉을 보고 있다.
오영자 아니, 경합을 시작허신다구요 아부지?
허갑수 어이구 왜 그런 갑작스런 결정을 내리신겁니까요 스승님?
팔봉 갑작스럽기는! 2년전부터 이미 내가 예고하지 않았느냐.
올해안에 내 인정서를 받을수 있는 시험을 치게 해주겠다구.
해서, 그 경합대회를 일주일뒤에 열겠다 그 말이다.
일제히 (술렁술렁하는 가운데)
마준 (본다. 드디어! 입가에 스치는 자신감)
탁구 (본다. 어쩌지? 순간 얼굴에 스치는 걱정)
조진구 (그런 탁구를 보면)
양인목 허면 참가자 자격요건은 어찌 됩니까 아버님.
팔봉 원하는 놈은 누구든 참가할수 있다.
양인목 예? (본다)
일제히 (탁구, 마준, 미순, 고재복, 조진구까지 모두가 뜻밖이라는듯 보면)
허갑수 허이구 스승님! 오늘 떨어뜨리는 말씀마다 워쩜 이렇게 다
원자폭탄급 발언이시래유? 원하는 놈은 누구든지라니유,
그리 되면 벨벨 으댕이뜨댕들이 다 참가헐텐디...
어이고! 경합의 품격이 한참 떨어질까 저으기 심려됩니다유 스승님!
탁구 (그 말에 찔리는듯 흘끗 허갑수를 보는데)
팔봉 누구나 참가할수 있다고 누구나 통과할수 있는게 아니다!
시험은 1차, 2차 3차! 총! 세단계에 걸쳐 나뉘어진다.
실력없는 놈, 자격미달인 놈들은 다음 단계로 넘어갈것도 없이
1차에서 가차없이 탈락시킬것이니 그리 알거라!
마준 ! (자신감)
탁구 ! (긴장감)
미순 오호! 생각보다 재밌겠는걸?
팔봉 이 경합에 참가하고자 하는 놈들은
앞으로 일주일 뒤, 바로 이 시간! 제빵실로 나오면 된다! 이상!
(하면서 일어서려는데)
마준 감히 외람되지만 선생님!
팔봉 (? 본다)
탁구 (? 마준을 본다)
일제히 (마준을 보면)
마준 (도전의 눈빛으로 팔봉을 바라보며)
3차까지 선생님의 시험을 통과하게 됐을때 선생님의 자필 인정서와 함께
감히 한가지만 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팔봉 말해보거라.
마준 (본다, 잠시 간격을 두더니) 선생님의 봉빵 레시피를 전수받고 싶습니다.
팔봉 ! (쿵..! 본인도 살짝 놀란듯 마준을 본다)
양인목, 허갑수, 오영자, 미순, 조진구까지 일제히 놀란듯 돌아본다.
탁구만, 봉빵? 그게 뭐지? 하는 표정으로 보는 위로.
마준 선생님의 봉빵을 먹어본 분이 계십니다.
이제까지 그 어떤 빵맛보다 풍미가 강하고 부드러우며,
한국인의 체질에 맞도록 소화력도 아주 좋다고 들었습니다.
팔봉 (조용히 본다)
마준 무슨 이유로 더 이상 그 빵을 안만드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 빵의 레시피를 얻고 싶습니다. 전수해주십쇼.
(하면서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춘다)
미순 (역시 조금은 놀란듯 마준을 보는 위로)
양인목 그만하게 태조군! 그 빵은.. (하는데)
팔봉 (말을 자르듯) 그리도 자신이 있더냐?
양인목 (멈칫.. 팔봉을 돌아본다)
마준 (팔봉을 보며 당당하게) 저는 이미 2년전부터 자신이 있었습니다.
팔봉 그래애...? (흐음! 하는 꿰뚫어보는듯한 눈빛으로 본다)
마준 (지지않는 눈빛으로 마주본다)
탁구 (대체 뭔말인지 하고 그 둘을 번갈아 쳐다보는 가운데)
팔봉제빵점 옆 계단.
탁구 봉빵? 그게 뭐야?
미순 있어. 한때 나라의 대통령까지 그 빵맛때문에
할아버지 가게에 들렀었다는 아주아주 유명한 빵.
탁구 그래? 근데 그렇게 유명한 빵을 왜 지금은 안만들어?
미순 뭐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진짜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몰라.
그 빵을 좋아하셨던 분이 돌아가셔서라고도 하고,
그 빵의 발효종에 뭔가 문제가 있어서 안만들게 됐다고도 하고...
탁구 아아... 그래애... (고개를 끄덕이면)
미순 그나저나 넌 지금 그 봉빵에 대해 궁금해할 상황이 아닌듯 싶은데?
탁구 왜?
미순 너.. 아직두 오븐근처에 가지도 못한다며?
탁구 오븐근처에는 가거든? (쓱 시선 돌리며) 못열어서 그렇지.
미순 일주일뒤에 경합인데 아직 오븐도 못열면 어떡하니? 참 안됐다.
그래서 어디 서태조를 이겨보기는 커녕 1차통과라도 할수 있겠니?
탁구 (허..! 웃더니 그 말에 쓱 미순을 빤히 보더니)
너는 그러고 보면 참 내 걱정 많이 해, 그치?
미순 (순간 멈칫..) 누... 누가? 내가? 내가 언제?
탁구 눈 다쳤을때도 내 걱정, 빵을 배울때도 내 걱정, 사사건건 내 걱정..
지금은 또 경합때문에 내 걱정... (슬쩍 떠보듯) 혹시 너 나 좋아하냐?
미순 뭐어? (허..!) 넌 그러고 보면 참 상상력이 언제나 과하드라?
내가 왜 널 좋아해? 절대 아니그든?
탁구 그래, 뭐 그렇게 말은 해도 다 안다 니 마음. 그런데 어쩌냐?
이미 내 마음속엔 다른 여자가 있으니.
미순 어쭈쭈? 오버하지 말아줄래? 나두 남자 있거든?
것두 나를 아주 무지무지 좋아해주는 남자?
탁구 (무시하듯) 그래? 그게 누군데?
미순 서태조!
탁구 서태조? (하는 순간은 잠시 의외라는듯 본다. 보다가 순간 풉! 웃는다)
미순 왜 이래? 왜 웃어?
탁구 어디서 그런 가당치도 않은 오해를! 떽! 못써!
미순 오해라니? 오해 아니거든? 걔가 나한테 이런거..
(하면서 탁구 입술을 쓱 문지른뒤 쪽! 자기 입술에 빨아먹는 시늉하면서)
이런것두 하구 막.. 그리구 케잌 레시피두 주구 막.. (생각하다가)
아! 맞다! 내가 무거운거 들구 갈때마다 꼭 같이 들어주구,
얼굴 마주칠때마다 밥 먹었냐 어쩌냐 꼭꼭 챙겨서 물어봐주구.
탁구 (순간 한숨과 함께 턱! 하니 미순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미순아! 있지, 남자의 흑심과 진심을 혼동하면 진짜 클난다 너?
그러다 마음 다쳐요, 알았냐?
미순 시끄럽고! 너는 가서 오븐여는 연습이나 하시지? 굽기도 못하는 주제에!
(하면서 툭! 탁구의 팔을 떨치며 일어서서 가려는데)
탁구 어이 옥떨메!
미순 아, 왜! (하면서 돌아보면)
탁구 (쓱 일어나 미순앞으로 다가오더니)
너.. 내가 이제껏 만난 여자중에 세번째로 괜찮은 여자야.
미순 (멈칫..! 보면)
탁구 그러니까 서태조같은 놈 말구, 쫌 더 좋은 남자 만나라. 어?
진짜로 진심으로 널 좋아해주구, 너 아니면 죽고 못사는 그런 놈.
서태조 걔는 아니야. 알았지?
미순 허..! 남이사! (완전 뾰로퉁해져서 보면)
탁구 으이구우..!
(귀엽다는듯 미순의 앞머리 헝클어뜨린뒤 웃으며 빵집안으로 들어간다)
미순 (헝클어진 머리채로 흘깃 노려본다. 시선에서)
팔봉집, 주방. N
쿵쿵! 발소리나게 들어와 물을 따라서 벌컥벌컥 마시는 미순,
탁..! 컵을 내려놓는다. 놓더니
미순 세번째라구...? 두번째두 아니구.. 세번째애? (기막힌 표정인데)
오영자 뭐가 세번째 두번째야? (하면서 들어오면)
미순 (돌아보더니) 엄마! 엄마는 아버지한테 몇번째 여자야?
오영자 뭐? 그야... (씩 웃으며) 첫사랑이지. 첫번째 여자.
열여섯에 첨 만난 순간부터 결혼할때까지 니 아버진 나밖에 없었지이.
미순 (씨이..! 괜히 심통나는데)
오영자 근데 그건 왜?
미순 암것두 아니예요!
오영자 암것두 아닌데 괜히 입내밀구 툴툴거리지마. 가뜩이나 집안 어수선한데.
미순 (? 보며) 집안이 왜 어수선해?
오영자 왜겠니, 그 놈에 경합바람이 불어서 그렇지. (하면서 설거지 시작하면)
미순 (? 경합.. 바람? 쳐다보는 시선에서)
허갑수 / 조진구 / 고재복의 방.
허갑수 뭐여? 너두 경합을 나가겄다구우?
고재복 예! 한번 나가보려구요.
조진구 (? 고재복을 보면)
허갑수 (얼른 고재복의 이마부터 짚어본다) 열은 없는디? 왠 헛소리냐?
고재복 김탁구도 하겠다는데, 저라고 못할거 있습니까?
더군다나 저는 그 녀석보다 기수도 일년 반이나 앞서는데요?
허갑수 허이고, 김탁구 그 놈이 사람 여럿 베려놓는구나. 이? (보며)
그래서! 니가 지금 스승님의 인정서를 받아 뭐할건디?
니 이름으루다 가게라도 차릴라 그러냐?
고재복 뭐.. 그러면 안됩니까? (하면서 흘끔 눈치를 보면)
허갑수 이 놈아! 니가 그럴 돈은 있구?
고재복 (본다. 보다가 쓰윽 시선 피하며) 있을지 누가 압니까...
허갑수 뭐여?
조진구 (그 말에 찌릿..! 뭔가 이상한 눈빛으로 고재복을 보면)
고재복 암튼 저는 이번 경합에 꼭 나가고 싶습니다. (고집스러운 표정에서)
허갑수 (허! 본다)
조진구 (본다. 시선에서)
탁구 / 마준의 방.
양인목 그 말 철회하게. (보며) 아무리 그 레시피가 갖고 싶어도 그렇지,
어떻게 선생님앞에서 당돌하게 그런 조건을 내걸수가 있나!
마준 그러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양인목 이것봐 태조군, 그 빵은 말일세.. (하면서 뭔가 말하려다 멈칫..)
마준 뭡니까? 그 빵에 무슨 사연이라도 있습니까?
양인목 (본다. 보더니) 아무튼 그 요구는 철회해주게. 알겠나?
마준 죄송합니다. 팔봉선생님께서 안된다고 말씀하시지 않는 이상,
제 쪽에서 먼저 철회할 생각은 없습니다.
양인목 ! (노려본다)
마준 (본다. 시선에서)
팔봉집, 팔봉의 방.
스륵.. 서랍을 여는 팔봉의 손.
그 안으로 여러가지 노트 가장 밑에서 아주 오래된 서책느낌의
책을 한권 꺼낸다. 거기에는 "醱酵日誌"(발효일지) 라고 써져 있다.
팔봉 (그 책을 보며) 자... 이제 어쩐다...?
그러면서 책위에 손을 얹는다. 그 얹은 손위로
접어올린 소매밑부분에 드러나는 팔봉의 흉터끝자락에서.
제빵실 안. N.
오븐을 노려보고 있는 탁구. 그 위로
팔봉E 탁구야.. 이제 너는 어찌하겠느냐...?
탁구, 긴장되는 표정으로 그저 오븐을 노려보고만 있다.
그 뒤로 조진구, 그런 탁구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데서.
거성家 전경. N
거성家, 거실. N.
안으로 들어서는 구일중의 모습.
공주댁 회장님 오셨어유.
구일중 (보며) 안사람은?
공주댁 사모님두 출타하셨다가 좀전이 막 돌아오셨구만유.
구일중 (그렇군) 내일 새벽 출장이 있으니 그리 알아요. (곧장 서재로 가면)
서인숙 (안방침실쪽에서 방금 옷을 갈아입은듯 옷매무새 만지며 나오는)
그이 퇴근했어요?
공주댁 (돌아보며) 예에, 내일 새벽 출장 있으시다네유.
서인숙 (? 서재쪽을 본다)
거성家, 서재 안. N.
안으로 들어온 구일중, 외투 벗어 한쪽에 걸어놓고 책상앞으로 간다.
그 책상위 한쪽으로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편지봉투들.
구일중, 별 생각없이 집어들어 하나씩 확인해가기 시작한다.
그러다 순간 멈칫.. 하나의 편지봉투에서 손이 멈춘채 빤히 본다.
화면 안 가득 "작은 사모님"이라고 써져 있는 편지봉투.
구일중, 뭐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그 뒤로 똑똑똑! 노크소리. 잠시 간격을 두고 들어서는 서인숙.
구일중의 뒷모습을 보더니 뒤로 다가서며
서인숙 내일 새벽참에 또 출장이라구요?
당신 요즘 너무 무리하는거 아니예요? 이틀이 멀다하구 계속...
구일중 (OL)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지가 얼마 안되서 당분간은
상황들을 점검해둬야 해서... (그러다가) 그런데...
서인숙 (? 보면)
구일중 아무래도 당신한테 온 편지가 나한테 잘못 들어온것 같군.
(하면서 들고 있던 편지를 서인숙에게 내민다)
서인숙 ....! (편지를 보는 순간 안색 창백해진다)
구일중 (놓치지 않고 그 표정을 보면)
서인숙 (재빨리 나꿔채듯 그 편지를 가져오며)
이게 왜 당신 우편에 들어가 있어요?
구일중 (서인숙을 빤히 보며) 글쎄. 공주댁이 실수를 한 모양인게지.
서인숙 (혼잣말처럼) 대체 공주댁은 집안일을 어떻게 이따위로 하는거야!
(하는데 왠지 그 편지를 꾹 잡은 손이 미세하게 떨려온다)
구일중 그 정도 실수는 할수도 있지. 그게 그렇게 화낼일은 아니잖소.
서인숙 이것뿐만이 아니니까 그래요.
요즘 공주댁이 일하는꼴이 영 맘에 안들어죽겠다구요.
나이를 먹어 그러나 맨 실수투성이에 말도 오락가락하고...
구일중 헌데..
서인숙 (멈칫.. 보면)
구일중 아직도 당신을 작은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소?
서인숙 (순간 표정이 굳는 위로 계속)
구일중 아직도 당신을 그리 부르는 사람이 있다니 좀.. 의외라서..
어머님 돌아가신지 벌써 14년이나 지났는데 말이오.
서인숙 (짐짓 애써 미소로, 그러나 한켠으로는 쎄하게)
그러게 말이예요. 그 14년이 흘렀는데두
어머님의 그늘이 영 안지워지네요.
구일중 ... (조용한 시선으로 서인숙을 보면)
서인숙 어서 씻으세요, 저녁 준비하라 이를께요. (쿨하게 돌아서서 나가면)
구일중 (본다. 대체 무슨 편질까... 궁금한 눈빛에서)
거성家, 주방. N
서인숙 공주댁! 공주댁!!!
공주댁 (부엌쪽에서 나온다) 예, 즉은... (하다가 얼른 정정하듯) 예, 사모님.
서인숙 당신! 일 이 따위로 할거야?
공주댁 예에?
서인숙 이 편지가 왜 그이 서재에 들어가 있는거야? 도대체! 어째서! 왜!
공주댁 (놀라며) 그게 회장님 서재에 들어가 있었남유?
어이구 이 놈에 정신바가지! 암만해도 지가 헷갈렸나보네유.
서인숙 이런거 하나 구별못할만큼 오락가락 정신이 헷갈릴 정도면
이제 공주댁도 우리집 일을 그만할때가 됐나보군. 그렇지?
공주댁 예에? 아이구 사모님 어떻게 그런 섭한 말씀을 하신데유,
그래두 지는 사모님 시집오기전부터 이집 사람이었구먼유.
서인숙 그러게 그런 섭섭한 소리 듣기 싫으면 똑바로 하란 말이야! 똑바루!
공주댁 (보면)
서인숙 한번만 더 이런 실수로 내 비위 건드리면 아무리 공주댁이라도
안봐줘. 그 땐 이 집에서 나갈 각오하는게 좋을거야.
(그러더니 그대로 홱! 돌아서서 나가버린다)
공주댁 (본다. 보다가 표안나게 후우...! 나즈막히 가슴을 쓸어내린다. 표정에서)
거성家, 안방. N
쿵! 거칠게 문을 닫으며 안으로 들어서는 서인숙,
손에 있는 힘껏 쥔 그 편지봉투를 본다.
거칠게 찢어서 그 내용을 확인한다. 하는 순간 멈칫..!
띵...! 무언가 강한 현기증같은 음이 서인숙의 귀를 스치는듯...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그 종이 위로
<운명은.. 이제 더 이상 당신편이 아닙니다>
서인숙 ...? (본다. 뭐지?)
(아직 그 날 김미순한테 했던 그 말을 기억하지 못한채...)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그 편지를 바라본다. 시선에서.
구일중의 서재. N
구일중, 말없이 돌아본다. 시선에서.
김미순의 거처. N.
혼자 조용히 찻잔을 두 손에 쥐고 앉아 있는 김미순,
시선을 드는 그녀의 눈빛... 깊이 가라앉아있는 모습에서.
팔봉제빵실.
"제빵왕 김탁구"라고 써 있는 모자의 글씨.
탁구, 그 글씨를 내려다보면서 손끝으로 가만히 그 글씨를 만져본다.
그러더니 각오어린 눈빛으로 척! 그 모자를 쓰더니
다시 한번 오븐과 마주선다. 노려보면서 마치 주문을 걸듯이.
탁구 열수 있다! 열수 있다! 나는 기필코 이 놈을 열어서 빵을 구워낼것이다!
(하면서 다시 오븐에 손을 척! 얹는다. 얹다가가 도로 손을 떼더니)
괜찮다! 나는 열수 있어! 나는.. 할수 있어. 나는.. 해낼수 있어...!
하면서 다시 오븐을 잡는다. 힘줄이 튀어나오도록 그 손에 힘을 주면서
그 오븐을 노려본다. 노려보고 또 노려보고, 또 노려보다가!
결국, 안되겠는지 그대로 손에서 힘을 탁..! 푼다. 아! 미치겠다!
그러더니 힘없이 그 손을 천천히 내리는데
바로 그 때 탁구의 손을 탁! 잡아채는 조진구의 손.
탁구, 멈칫.. 고개 돌려 보면
조진구 (오븐쪽으로 손을 가져가며 엄하게) 잡아라!
탁구 (손을 빼려고 하며) 놔요 이거.
조진구 다시 잡아봐!
탁구 뭐하는거예요! 놓으라니까!
하면서 잡아빼려는 탁구와 그 팔목을 잡은채 끌어당기는 조진구,
덜덜덜 손이 떨릴만큼 서로 힘을 주고 있는 두 사람,
마치 팔씨름이라도 하는것처럼 서로 힘겨루기를 하면서,
조진구 빵은 구워지기전까지는 그저 발효된 반죽에 불과하다.
니가 정말로 제빵사가 되고 싶다면,
이 오븐을 열고 빵을 넣고, 구워내야만 해!
탁구 누가 그걸 몰라서 이래요! 나두 다 안다구요! 그러니까 이 손 놔요!
오븐을 열든 빵을 굽든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상관말라구!!! (하는데)
조진구 (버럭) 어떻게 상관을 안해!!!!
탁구 (멈칫.. 본다)
조진구 내가 니 인생을 이리도 건드려놨는데...
내가 어떻게 모른척 해! 내가 어떻게 상관을 안해!
탁구 이제와 그런다구 내가 당신한테 감동할줄 알아요?
용서해줄줄 알아요? 웃기지 말아요! 나요! 아직두 당신이 미워요!
죽이고 싶을만큼 증오한다구요! 아시겠어요!!! (하는데)
조진구 그럼 그 땐 왜 그랬던거냐.
탁구 (멈칫)
조진구 내가 죽든말든 내버려 둘일이지 왜 뛰어들어 날 구해줬냔 말이다!
탁구 ! (시선에서)
플랫쉬 백> “비켜요오!” 하면서 조진구를 감싼채 넘어지는 탁구에서.
다시 현재>
탁구 (보다가 그대로 홱! 시선 돌려버린다. 왜그랬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조진구 더 이상.. 너한테 빚진 마음으로 살수가 없다.
그러니 부탁이다 탁구야. (보며) 제발.. 널 돕게 해다오.
탁구 (그 말에 다시 조진구를 본다. 노려보는 눈이 아닌... 망설이는 눈빛)
조진구 (흔들림없는 눈빛으로 탁구를 보고 있다)
탁구 (바라보면)
조진구 (천천히 탁구의 손을 오븐으로 가져간다)
탁구 (아까보다는 저항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힘을 다 빼지도 않은)
조진구, 척! 탁구의 손을 오븐대에 올린다.
그리고 과감하게 버튼을 누른다. 예열되는 오븐.
탁구, 무섭고 긴장하는 눈빛으로 오븐을 본다. 보는데..
조진구 (오븐을 향해 시선 둔채) 두번 다시.. 널 다치게 하지 않을거다.
탁구 ...! (순간 멈칫... 고개 돌려 조진구를 본다)
조진구 (여전히 탁구는 보지 않은채 오븐쪽만 보고 있다, 진정 그런 결심인듯)
탁구 (왠지 그의 표정에 믿음이 간다)
다시 천천히 오븐을 본다. 한번 더 심호흡을 한다. 그러더니
마치 몇톤짜리 문이라도 열듯이 있는 힘껏 당긴다!
순간 열린다. 열린다. 열리고... 열린다!!!
그렇게 쿵.. 탁구의 눈앞에서 드디어 열려버리는 그 오븐의 문...
탁구, 순간적으로 질끈 눈을 감는다.
그 안에서 예열되었던 열풍이 후욱.. 탁구의 얼굴로 날라온다.
탁구, 피하지 않은채 잠시 그대로 서 있는다 서 있다가 천천히 눈을
뜨고 오븐을 본다. 열었다! 하고 쳐다본다.
조진구, 그런 탁구를 본다. 짐짓 미소로 보더니 오븐에 손을 넣는데,
탁구 어 잠깐만요! (놀라서 얼른 조진구의 손을 잡으면)
조진구 건열에는 손이 데이지 않는다. 넣어봐. (하면서 손을 넣는다)
탁구 (? 본다. 보다가 조심스럽게 따라서 그 안에 손을 넣어본다)
조진구 이 온도를 손에 익혀둬라. 빵을 굽기에 아주 좋은 온도다.
탁구, 조진구를 흘끗 한번 본뒤 그 안에서 다시 손을 저어본다.
따뜻하다. 손으로 그 온도를 기억하려는듯... 저으면,
조진구 이제 빵을 구워야지. (하면서 탁구를 보면)
탁구 예? 아.. 예.. (얼른 뒷쪽에 있는 철판을 가져와 넣는다)
그리고 오븐 문을 닫는다. 후유..! 한고비 넘긴 한숨을 내쉬는데,
바로 그 때...! 살며시 탁구의 머리위로 올라오는 조진구의 손.
탁구 ...! (순간 멈칫... 그대로 앞만 쳐다본채 가만히 있으면)
조진구 (진심으로) 잘했다. (한번 씩 웃고는 그대로 돌아서서 가면)
탁구, 멎적음으로 쓱 고개를 떨군다.
고개 숙인 그의 표정, 그러나 사실은 울컥..! 눈물이 고인채 웃고 있다.
조진구의 잘했다.. 그 칭찬 한마디가 왠지 마음을 울리고 있다.
처음으로 듣는 칭찬이다.
괜히 훌쩍! 코를 한번 쓱 문지르며 베식.. 웃는 미소에서.
거성식품 비서실.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는 여비서의 뒷모습,
여비서 실장님, 이번에 저희 부서로 발령받은 신입들입니다.
한승재 어, 들어오라 그래.
여비서 (돌아보며 들어오라는 눈짓을 하면)
안으로 들어서는 남비서 한승재에게 목례한뒤 가운데로 온다.
한승재, 보면.
그 뒤로 따라들어서는 구두..
단정한 옷에 뒤로 정갈하게 묶은 그녀, 한승재를 향해 목례한뒤
고개를 들어올리면 바로 신유경이다. 유경, 남비서옆으로 와서 서면,
여비서 한승재 비서실장님이십니다. 인사드리세요.
남비서 안녕하십니까 실장님! 남일우라고 합니다.
실장님밑에서 일을 배우게 돼 영광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승재 그래, (하면서 그 옆쪽으로 시선 돌리면)
유경 (인사한뒤) 안녕하십니까 신유경입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하겠습니다.
한승재 (유경을 보는 위로)
여비서 참고로 신유경씨는 작년에 수석으로 입사한뒤 총무실에서
일년동안 수습 인턴과정을 최고의 성적으로 수료한 재원입니다.
한승재 그렇군, (흘끗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보다시피 여기는 회사 전반에 걸친 기획및 실무전략분석과
회장님을 보필하는 업무를 동시에 맡고 있어.
자네들의 한걸음이 우리 회사의 초석이 될걸세. 열심히들 해.
유경/남비서(둘다 동시에) 네 알겠습니다 (대답하면서)
유경 (한승재를 본다)
한승재 (유경을 한번 더 본다)
유경 (얼른 짐짓 시선을 거두면)
비서실.
여비서 여기가 앞으로 두 사람이 쓸 책상이예요.
남비서 감사합니다. (하면서 얼른 책상앞에 앉아본다)
유경 (자신의 책상을 손으로 한번 만져보는 위로)
여비서 오늘은 인사드려야할곳도 많고, 업무 배정이랑
여러가지 일정이 빡빡하니까 책상정리는 차차 하도록 하구.
남비서 네 알겠습니다.
유경 네. (하는데)
소리 회장님 나오십니다!
여비서 따라와요. (앞서 가면)
여비서를 따라 회장실 문앞쪽으로 나란히 서는 유경과 남비서.
다른 비서들도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면
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나오는 구일중과 한승재.
그러자 비서진들 일제히 배웅하듯 가볍게 목례하는 가운데
구일중, 멈춰서서 여비서 뒷쪽으로 서 있는 유경과 남비서를 본다.
구일중 못보던 얼굴들이구만.
한승재 오늘부로 비서실에 발령받은 새내기들입니다.
구일중 그래. (돌아보며) 모쪼록 열심히 해주길 바래요.
남비서 (꾸뻑 인사하며) 영광입니다 회장님!
유경 (그저 예를 갖춰 목례하는 정도로 인사하면)
구일중 가지! (하고는 돌아서서 급한 걸음으로 나간다)
한승재 예. (따라 나가면)
유경, 그제야 고개들어 한승재와 함께 나서는 구일중의 뒷모습을 보면.
여비서 신유경씨?
신유경 (얼른 돌아보며) 네! (아무렇지도 않은듯 짐짓 미소 짓는데서)
팔봉제빵실.
땡..! 오븐타이머 끝나는 소리와 함께 조심스럽게 오븐을 여는 탁구,
그 안에서 구워진 식빵을 꺼내 미순앞으로 내민다.
탁구 어떠냐, 이 오라버니 솜씨가. 허허허.. (자신만만하게 웃는데)
순간 쑤욱... 아래로 꺼지는 식빵.
탁구 어? (본다)
미순 (보더니) 꼭 꺼진 식빵같은 솜씨구만.
탁구 ??? (이러언..! 보면)
(경과)
땡! 오븐 타이머 끝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오븐을 여는 탁구,
그 안에서 잘 구워진 식빵 하나를 또 꺼낸다.
미순앞으로 가져간다. 이번엔 꺼지지 않는다.
탁구 봤냐? 이번엔 안꺼지지?
미순 (보더니 그 식빵을 들어서 툭.. 한번 던져본다. 돌덩이다)
식빵이 아니라 초대형 건빵이구만.
탁구 에에...! (이럴수가 완전 실망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면)
(경과) 탁구, 빵을 꺼낸다. 속이 안익어서 또 무너진다.
(경과) 탁구, 연기가 풀풀나는 오븐안에서 꺼내면 완전 까매진 빵...
탁구, 왜 이러지? 하는 표정으로 보는데,
미순 (그 뒤로 지나가면서 쓱 보더니)
이거이거... 빵이 아니라 숯을 만드셨구만.
빵쟁이가 아니라 숯쟁이로 나가셔야겠어, 어? (하면서 쓱 지나가면)
탁구 아, 진짜! (앞머리 훅..! 날리는데서)
팔봉제빵점 옆, 계단.
밖으로 나오는 탁구, 허리에 손을 올린채 왔다갔다 한다.
대체 왜 안되는거지...? 아 머리를 긁적거리며 왔다갔다하는데
마준 왜 뭐가 잘 안돼?
탁구 (얼른 아무렇지도 않은척) 아니! 그런거 없는데. 왜?
마준 그렇다면 다행이네. 1차 경합이 바로 내일인데,
혹시라도 니가 준비가 안된 상태면 어쩌나 했거든.
(보며) 2년전 너하고 했던 약속에 차질은 없는거겠지?
탁구 어허! 몇번을 말씀 해드려야 알겠냐! 나 싸나이 김탁구!
내 입으로 한번 뱉은 약속은 무슨일이 있어도 지킨다 그랬지!
마준 (씩 웃더니) 그래. 그럼 내일 보자. (그리고는 돌아서서 가버리면)
탁구 (본다. 노려보다가 순간..!) 아... 진짜 미치겠네에...
(자신없어지는 표정이 스치다가 돌아보는데서)
팔봉의 방.
양인목 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 경합을 미뤄달라니.
팔봉 (? 보면)
탁구 한달만, 안되면 열흘만... 아니.. 일주일만이라도
저한테 시간을 좀 더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그러면 어떻게든 굽기를 완성해보이겠습니다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하면서 넙죽 고개 숙여 절을 올리면)
양인목 얼빠진 놈! 너 하나 봐주자고 경합대회를 번복하라는 뜻이냐?
탁구 번복이 아니라 쫌만 늦춰달라는건데요? 안됩니까?
양인목 안됐다만 너한테만 그런 특혜를 줄수는 없는 일이다.
경합날짜는 내일로 정해진 일이고, 그 날짜는 절대 번복되지 않는다.
실력이 안되거나 자신이 없으면 경합에 안나오면 되는거야.
탁구 그럴순 없습니다! 저한테 이 경합이 어떤 의민지 아시잖아요!
이것때문에 지난 2년을 죽기살기로 준비해왔단 말입니다.
무슨일이 있어도 저는 이 경합에 나가야한다구요! (하는데)
팔봉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라.
(자막, 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가는 법이지.
탁구 예?
팔봉 니가 이 경합에 대한 뜻이 그리 간절하다면...
틀림없이 해결해나갈 방법도 찾아질거란 뜻이다.
탁구 하지만 스승님!!
팔봉 너는 니 자신을 좀 더 믿어주거라 탁구야.
탁구 (멈칫...! 보면)
팔봉 내가 널 보는만큼만 너도 니 자신을 볼수 있으면 좋겠구나.
탁구 스승니임..! (본다)
양인목 (그 말에 팔봉을 보다가 다시 탁구를 보면)
탁구 (팔봉선생이 보는 나란.. 대체 뭐지...? 하는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면)
거성家 앞.
현관앞으로 와서 멈춰서는 세단.
여비서가 내리고, 반대편에서 유경이가 내려선다.
여비서 가끔 거성 본가쪽으로 심부름 올 일이 있어.
아주 중요한건 내가 하겠지만 왠만한건 미스신이 맡게 될거야.
유경 네, 선배님.
여비서 사모님한테 미리 인사도 할겸 오늘은 견습차 데려온거니까
너무 긴장하진 말구. 들어가자. (앞장서서 들어간다)
유경 (거성가를 올려다 본다. 여기가.. 거성가구나. 살짝 긴장되는 표정에서)
거성家 현관.
안으로 들어오는 여비서와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유경.
유경,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그 규모와 화려함에 멈칫.. 한다.
여비서의 뒤를 따라 복도를 쭉 걸어 들어가다가
어느 순간 시야에 들어오는 거실.
순간 유경, 놀라움이 눈빛에 스친다. 이 정도의 집이 있을수 있다니...
유경 걸음을 멈춘채 집을 한번 둘러본다.
높은 천장, 샹들리에, 계단, 거실.. 대리석바닥에 대리석 기둥들...!
유경, 조금은 이 집의 규모에 기가 질리는 기분에서.
거성家, 안방침실.
앞에 놓여있는 편지.. <운명은.. 이제 더 이상 당신편이 아닙니다>
서인숙 기억이 안나... 대체 이게 무슨 말이지....
(그러면서 술을 한모금 들이키는데. E 똑또똑 노크소리) 누구야!
공주댁 (문을 열고) 회사에서 여비서님 왔구먼유.
서인숙 (? 돌아보면)
다시 거성家, 거실.
서인숙 어! 미스 여 왔어?
유경 (순간 멈칫.. 돌아보면)
여비서 (서인숙을 돌아보며) 안녕하세요 사모님.
우선 이거 부탁하신 자료들입니다. (서인숙에게 서류봉투를 내밀면)
서인숙 (받아들어 봉투안의 내용물을 한번 꺼내본다) 어, 그래. 수고했어.
여비서 그리고, 앞으로 본댁 일을 맡아줄 신입을 데려왔습니다.
(돌아보며) 미스 신.
서인숙 (? 본다. 보면)
여비서의 뒷쪽에서 천천히 앞으로 나오는 유경,
순간 미소를 머금었던 서인숙의 얼굴이 순간 싹! 굳어진다.
유경, 고개들어 서인숙을 본다. 보더니 정중하게 인사한다.
유경 안녕하십니까 사모님. 신유경입니다.
서인숙 ! (보는 위로)
여비서 수석입사에 인턴과정도 최고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한 재원입니다.
앞으로 사모님 업무도 맡아서 도와주게 될겁니다.
유경 (똑바로 보며) 부족한게 많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번 더 목례를 하는데)
서인숙 (완전히 열받은 표정으로) 니가 어떻게...
여비서 (? 본다)
유경 (목례하다 말고 멈칫...)
서인숙 감히 니가 어떻게 여길 기어들어와!
유경 (그 말에 고개들어 서인숙을 본다. 전혀 기죽지 않은 눈빛으로 보면)
서인숙 이런 당돌한것..! (하더니) 미스신! 저 아이 데리고 당장 여기서 나가!
여비서 예? 하지만 사모님...
서인숙 당장 나가라는 말 안들려!!!
유경 ! (본다. 시선에서)
거성家 안방침실.
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서인숙,
한쪽으로 와서 수화기를 집어든다. 번호를 누른다.
(앉지도 못한채 서성이며 신호를 기다리는데서)
달리는 차안.
구일중, 서류를 들여다보며 앉아 있는 그 앞으로
조수석에는 한승재가 앉아 있다, 그 때 카폰이 울린다.
한승재 네! 한승잽니다.
서인숙 (insert> 안방침실, 버럭!) 당신 무슨 일을 이렇게 형편없이 처리해!!!
한승재 (멈칫.. 수화기쪽을 살짝 손으로 막은채 뒷쪽으로 시선 주면)
구일중 (역시 멈칫..!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서인숙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모른척 일단 서류를 넘기면)
한승재 (일단 다시 수화기에 대고) 무슨..일이십니까.
거성家, 안방침실.
서인숙 그렇게 회사에 인재가 없어?
어떻게 하고 많은 사람중에 그런 애를 비서실에 들이는거야!
한승재 (insert> 차 안)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 말씀이십니까?
서인숙 그 애..! 그 여자애가 누군지 알아? 신유경이라는 애야!
자림이 친구인척 꾀어내 그 사단 만들구,
마준이까지 홀려서 지 실속 차리던 애라구! 알아?
한승재 (insert> 차 안) 지금 회장님과 이동중입니다.
나중에 다시 말씀 듣겠습니다.
서인숙 나중에 다시 말 들을것도 없어! 그 아이 당장 잘라!
그런 불쾌하고 당돌한 기집애, 당장 비서실에서 치워버리라구!
(하면서 탁! 전화를 끊어버린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구 함부루...! (하면서 돌아보면)
거성가 앞.
여비서 (밖으로 나오면서) 어떻게 된거야? 미스신 사모님이랑 아는 사이였어?
유경 그냥요.. 예전에 제가 폐를 좀 끼친적이 있었습니다.
여비서 아우 간떨어지는줄 알았다. (하면서 차쪽으로 가면)
유경 (걸음을 멈추고 다시 한번 더 그 집을 본다. 어딘가 냉랭한 시선위로)
한승재E 오늘 새로 온 신입여비서가 맘에 안드신 모양입니다.
달리는 차안.
구일중 일일히 설명할거 없네.
한승재 (멈칫.. 보면)
구일중 (서류에 시선 둔채)
언제나 그 사람의 사소한 불만불평은 자네가 알아서 잘 해결해왔잖나.
굳이 새삼스럽게 나한테 보고하지 않아도 돼.
한승재 (뭐지..? 이 느낌은.. 살짝 걸리는 표정으로 보며) 예... (하는데)
구일중 (탁..! 서류를 덮으며) 차 돌리게.
한승재 (? 돌아본다)
구일중 바람 좀 쐬고 싶군. 인천으로 가지. (하면서 창밖으로 고개 돌리면)
한승재 (멈칫..) 인천이면... 팔봉빵집 말씀이십니까?
구일중 왜.. 이젠 내가 선생님댁에 가는것도 참견할셈인가?
한승재 아뇨, 그런뜻이 아니라...
구일중 차 돌리게. (하면서 단호히 시선 돌린다)
한승재 알겠습니다. (하면서 시선 앞으로 돌리는 표정, 굳어버리는데서)
거성家, 안방침실.
끝까지 술을 마신뒤 턱! 빈잔을 내려놓는 서인숙,
앞에 놓여 있는 편지가 눈에 들어온다.
서인숙, 그대로 쫙쫙! 찢어버린뒤 손에 움켜쥐고는.
서인숙 맘에 안들어! 전부 다 맘에 안들어!
(하면서 쿵..! 움켜쥔 손으로 소파 팔걸이를 한번 내리치는데서)
팔봉 제빵점 앞. N.
스르르 그 앞으로 도착하는 세단.
한승재,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팔봉빵집을 한번 올려다보더니
차에서 내린다. 그 뒷문을 열어주면 내려서는 구일중,
구일중 자네는 여기서 기다리게.. 잠깐 제빵점부터 들렸다 갈거니까.
(하면서 제빵점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한승재 (불안한 눈빛으로 본다. 시선에서)
팔봉 제빵점 안. N.
문을 열고 들어서는 구일중, 가게안을 한번 둘러본다.
구석구석 깨끗하게 손질이 잘 되어 있는 실내.
주인의 정성과 빵의 향기로 가득한 제빵점 안.
구일중, 조금은 편안한 표정으로 들어서서 돌아보는데
한쪽에서 빵먹은 빈접시를 들고 카운터로 오던 오영자와 맞닥드린다.
오영자 어머! 일중 오라버니!
구일중 (돌아본다) 어, 그래.
오영자 어이구, 어쩐일이래요? 미리 기별이라두 좀 주시지.
구일중 그냥.. 갑자기 시간이 되서 와봤다. 선생님은?
오영자 어쩌죠? 지금 집에 안계시는데...
내일이 경합 시작하는 날이거든요.
아시잖아요, 울 아버지 생각하실게 많으면 산보 나가시는거.
구일중 경합이라구?
오영자 네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들어온지 2년차밖에 안되는 애들한테
갑자기 경합을 붙이시겠다구 그러시네요.
구일중 그래애..? (그렇군.. 하는 표정으로 보면)
오영자 어떻게 그이라도 좀 불러다 드릴까요?
구일중 그래주겠니?
오영자 알았어요, 잠깐만요, 아이구 내 정신! 음료수라도 빨리 내드려야할텐데...
일단 잠깐만 앉아계세요. 그이 데리고 금방 갔다올께요오
(하면서 정신없이 후다닥 뛰어나간다)
구일중 (입가에 미소를 띈채 보면서 쟈켓단추를 푼다. 좀 편안한 표정)
그러다가 문득 빵을 굽는 냄새가 나는듯하다.
구일중, 계단윗쪽을 올려다본다. 시선에서.
팔봉 제빵실, 재료창고 안.
배합재료들을 양푼에 담고 있는 탁구, 그러다 손을 놓는다. 그 위로
팔봉E 내가 널 보는만큼만 너도 니 자신을 볼수 있으면 좋겠구나.
탁구 아니 그러니까 그게 뭐냐구. 나두 알구 싶다구..
아.. 진짜 어렵네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데서)
팔봉 제빵실.
천천히 안으로 들어와보는 구일중, 안을 한번 휘 둘러본다.
한쪽 오븐에서는 빵이 구워지고 있고,
제빵실 한쪽에는 빵을 만들던 흔적들이 하나 둘 보인다.
구일중, 천천히 제빵실을 둘러보면서 한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INSERT> 재료실..
재합 배료를 섞다가 순간 킁킁..!
탁구 어? 탄내다..! (아! 젠장) 또 타는거 아냐? (돌아보면)
다시 팔봉제빵실>
동시에 뒤에서 타이머 종료 버튼 소리가 들린다.
구일중, ? 돌아본다. 거의 동시에
재료실에서 배합양푼 들고 후다닥 뛰어나오는 탁구.
구일중 ? (본다)
탁구, 구일중이 뒤에 있는지도 모른채 오븐을 여는 순간
훅! 하고 연기가 밀려나온다.
탁구 (콜록! 콜록!) 어우우! 이것봐 이럴줄 알았어! 또 탔네, 또 탔어!!!
구일중 (?? 서서 탁구의 뒷모습을 본다)
오븐 주위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탁구, 서둘러서 탄빵들이 담긴 철판을 들고 돌아서다가 그만,
탁구 앗 뜨거!!! (하면서 철판을 놓쳐버린다) 아! 진짜!
(하면서 얼른 구부리고 앉아 뜨거운 빵들을 잡다가) 엇 뜨뜨뜨!!!!!
(하면서 쿵! 테이블에 부딪히면서 올려놓은 배합재료양푼이
탁구 어깨위로 쏟아진다)
구일중 !!! (자기도 모르게 어이쿠! 하는 표정으로 보면)
오븐앞 테이블 너머로 풀풀 밀가루 먼지가 날리는게 보인다.
구일중, 조금은 걱정스러운듯 그 앞으로 다가서면.
테이블 뒤로 쿨럭쿨럭.. 거리면서 툭툭 털고 일어서는 탁구..
머리와 어깨와 얼굴의 한 삼분의 일쯤이 밀가루로 범벅이 되서...
떨어진 양푼을 주워든채 얼굴이며 어깨며 계속 털고 있는데 그 때,
구일중 괜찮은가?
탁구 아 예 뭐.. 괜찮습니다!! 하하하
(시원스럽게 웃으며 돌아보다가 순간)
쿵...! 탁구 순간 모든것이 얼어붙은것마냥 바라본다.
심장이 멎은것처럼, 지구가 멈춰버린것처럼...!
그런 충격으로 그저 빤히 구일중을 바라보는 탁구의 눈빛...!!!!
구일중, 그런 탁구를 본다. 왜 저러지? 하는 표정으로 보는데서.
제빵점 앞. N.
멈칫.. 차 앞에서 서 있던 한승재, 뭔가 불길한듯 제빵점쪽을 돌아본다.
그 뒤로 귀에 이어폰을 끼고 산책을 다녀오던 마준이 나타난다.
걸어오던 마준, 한승재를 보고 멈칫.. 하더니
그 뒤로 천천히 다가사 멈춰선다.
마준 (보더니) 여긴 또 어쩐일이세요?
한승재 (멈칫.. 돌아보며) 어.. 마준아.
마준 왜 또 오셨냐구요! 두번 다시 나타나지 말라고 했을텐데요!
한승재 회장님이 와 계신다.
마준 (순간 멈칫..!) 아버지가요?
한승재 그래.. (본다. 보더니) 지금 안에 계셔.
마준 ...! (본다. 제빵점 쪽으로 시선을 홱! 돌리면)
제빵점 안. N.
오영자 (돌아보며) 어어? 어디가셨대? 일중 오라버니! 일중 오라버니?
양인목 진짜 일중이 형님이 온게 틀림없는거야?
오영자 틀림없지 그럼, 내가 멀쩡한 정신에 헛도깨빌 봤을까봐?
이상하네, 여기서 분명히 기다린댔는데? (하는데)
반대편 옆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마준.
오영자 어어, 태조군 왔어? 혹시 들어오다가 그쪽에서 어떤 신사분 못봤어?
양복입구, 잘생기구, 중후하구, 세련되구... 그런 분 못봤어?
양인목 (그 말에 찌릿..! 거슬리는듯 한번 보면)
마준 아뇨, 아무도 못봤는데요, 밖에.. 차가 한대 서 있는건 봤습니다만.
오영자 거봐요, 일중오라버니 차라니까요, 아니 근데 대체 어딜 가신거야?
여기서 기다리신댔는데...?
양인목 제빵실에 올라가셨나?
오영자 제빵실?
마준 (순간 멈칫..! 왠지 불길한 느낌으로 윗층을 올려다본다. 시선에서)
다시 제빵실 안.
여전히 시계가 멈춘듯 멍하니 구일중을 바라보고 있는 탁구,
그런 탁구를 바라보는 구일중.
구일중 괜찮은가...?
탁구 .... (움직이지도 대답하지도 못한채 계속 멍하니 구일중만 보고 있다)
구일중 (왜 저러나? 싶은 표정으로 보며) 이보게... (하는데)
탁구, 그대로 힘없이 툭... 들고 있던 양푼을 놓쳐버리고 만다.
동시에 땡그랑.. 바닥에 나뒹구는 양푼.
구일중 (멈칫.. 떨어진 양푼쪽으로 시선 주다가 다시 탁구를 본다)
탁구 (두 눈에 눈물이 울컥..! 고인다)
구일중 (? 본다. 뭐지....? 하는 표정으로)
자네에...? (하면서 쳐다보는 순간)
더 이상 참지 못한채 홱! 고개를 돌리는 탁구..
누르고 눌렀던 눈물이 툭..! 떨어지는 얼굴에서 스틸.
이상한듯 쳐다보는 구일중의 얼굴에서 스틸.
그 두 부자의 얼굴 사진속으로 박히면서.
<14부 끝>
.제빵왕 김탁구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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