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 13
도입부.
1. 거성家, 안방 침실. N (12부 68씬 연결 씬 있음)
순간 헉! 하면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앉는 서인숙,
가슴이 답답한듯 숨을 몰아쉬며 돌아본다. 그 불안한 눈빛에서
서인숙E 편지는... 알아봤어?
플랫쉬-백> (12부 56씬)
한승재 (본다. 보더니) 청산..이었습니다.
서인숙 그 말은.. 탁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는거야?
다시 현재> (12부 68씬 연결씬)
서인숙 그럴리가 없어..
(그러나 불안하게 눈빛 흔들리며 혼잣말로...)
그 때 그 일을 아는건.. 나하구 한실장뿐이야.
우리 둘만 아는 사실이라구.
(하면서도 그 때 그 일을 떠올릴때마다 습관적으로 손목으로 손이 가면)
2. 거성家, 마준의 방. (12부 59씬)
책갑을 거꾸로 흔들면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서인숙의 팔찌.
그 팔찌를 손에 든채 조용히 내려다보는 마준, 시선에서.
플랫쉬-백> (12부 57씬)
마준이 절을 하는데 홍여사의 영정이 뒤로 넘어가면서 깨진다.
제삿상 밑으로 절을 하던 마준의 시선과
사진속의 홍여사의 시선이 서로 부딪히는 위로.
공주댁E 어이구 불길혀... 집안에 또 뭔 우환이 생길라고 저런 일이 일어난대..
3. 팔봉 제빵실.
탁구 (조진구를 돌아보며) 잠깐만요!!!!
조진구 (? 돌아본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동시에 화르르 불이 붙는것과 동시에)
탁구 비켜요오!!! (본능적으로 조진구를 향해 몸을 날린다. 순간 펑..!!!!!)
4. 팔봉집 거실.
팔봉, 양인목, 오영자, 허갑수, 고재복, 미순, 일제히 돌아보면.
거성家, 거실. N.
구일중 공주댁! 공주댁!
공주댁 (주방쪽에서 재빨리 뛰어나오며) 예 회장님.
구일중 오늘 제삿상에 어머님 영정사진 공주댁이 놨소?
공주댁 예에, 지가 놨는디유.
구일중 사진 놓을때 이상한 점 같은거.. 발견못했소?
공주댁 아니유, 지가 사진놓을때까지만 혀도 벨일 없었는디유...
왜유? 혹시 지가 뭐래두 잘못헌게 있남유? (걱정스럽게 쳐다보면)
구일중 (본다. 보더니) 아니... 아니예요. (하면서 시선 돌린다)
공주댁 (? 보면)
거성家, 홍여사의 방. N
안으로 들어오는 구일중,
인위적으로 부러진것처럼 보이는 사진 받침을 다시 한번 들어서 본다.
대체 어떻게 된걸까... 하는 시선에서.
거성家 앞, 차 안. N
거성가를 바라보던 그녀, 천천히 고개 돌려 앞을 보면,
나타나는 김미순의 얼굴. 차분한 눈빛으로.
김미순 이자 됐심니더. 고마 가입시더.
팔봉 제빵실. N.
동시에 쿵! 문을 열고 그리로 뛰어들어서는 팔봉선생과 양인목,
그 뒤로 허갑수와 고재복, 오영자, 그리고 미순.
연기로 실내가 자욱하다 일제히 코와 입을 막으며 연기를 몰아낸다.
미순, 한쪽에 조진구를 감싼채 쓰러져 있는 탁구를 본다.
미순 탁구야...! (보더니 재빨리 그 앞으로 달려간다)
일제히 (돌아본다. 다같이 우르르 그 쪽으로 다가서서 탁구를 본다)
미순 (무릎꿇고 살피며) 탁구야... 탁구야아아!!!
팔봉 ! (탁구를 본다)
양인목 ! (보면)
미순 김탁구우우우우!!! (외치는 소리와 함께)
탁구 (그대로 기절한채 정신을 잃은 얼굴 길게 주다가)
병원 응급실. N.
쿵! 문을 밀고 들어서는 조진구, 기절한 탁구를 등에 업고 있다.
그 뒤로 양인목과 미순이 따라 들어온다.
양인목 의사아! 의사아아아아!!!! (특유의 큰 목청으로 절박하게 외쳐부르면)
간호사 한명과 의사 한명이 이동침대를 끌고 나온다.
조진구, 그 침대에 탁구를 눕힌다.
의사와 간호사, 그대로 이동침대를 끌고 처치실로 달려들어간다.
뒤에 남겨진 조진구와 양인목, 미순, 숨을 몰아쉬며 본다.
조진구, 역시 여기저기 얼굴에 잔상처자국와 함께 온통 땀투성이인채로
충격과 겁에 질린 표정으로 탁구가 들어간 처치실쪽을 응시하면.
양인목 그런 조진구를 보더니 그의 어깨를 잡아준다.
미순, 그 둘을 보다가 다시 탁구가 사라진 처치실쪽을 본다.
걱정어린 시선에서.
팔봉 제빵실. N.
오영자, 허갑수, 고재복, 빗자루와 마대를 들고 엉망이 된
제빵실을 청소하고 있는 중이다.
그 앞으로 오븐안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는 팔봉. 그 뒤에서.
오영자 아니 어떻게 다른 사람두 아니구 진구씨가 이런 실수를 다했대?
우리 제빵점에서 제일 찬찬한 사람이...
허갑수 그래두 워쨌든 저만허길 천만다행인겨어.
걍 첨이 소리났을적이는 누구 하나 죽었구나.. 싶었다니께 나는.
고재복 그러니까요..
허갑수 암튼, 김탁구 저것이 애물단지긴 애물단지여.
저 놈이 들어오구나서부텀은 걍 사고가 끊이질 않는구머언.
이자부턴 김탁구가 아니라 김사고딴지루 불러야겄어. 김사고딴지.
오영자 그나저나 오븐을 바꿀라면 또 돈이 얼마나 들어야 하는거야...
팔봉 흐음...
하면서 시선을 돌리던 팔봉, 순간 멈칫하면서 한곳에 눈길이 멈춘다.
순간 쿵! 하는 느낌으로 놀라는 팔봉의 눈빛.
(가스 밸브가 떨어져있거나, 가스 연결고리같은게 느슨하게 열려있거나,
암튼 일부러 누군가 고의로 가스 누수한 흔적이 보이는 상황으로)
팔봉, 어떻게 이런일이! 하고 놀란듯 뚫어지게 그걸 쳐다보면.
오영자 (돌아보며) 아부지! 거기서 뭐하세요? 예?
허갑수 (멈칫... 돌아본다)
고재복 (역시 멈칫.. 하는 눈빛으로 돌아보면)
팔봉 ...! (대체 누가 이런짓을...! 하는 엄한 눈빛에서)
처치실 앞. N
조진구 다.. 제 불찰입니다.
미순과 양인목, 한쪽에 나란히 앉아 있다가 조진구를 돌아보면.
조진구 언제나 가스 냄새부터 확인을 했었는데.. 오늘따라 방심했던게 그만...
양인목 너무 자책할거 없어. 원래 사고라는게 그런거다.
백번 조심하다 한번 방심할때.. 그럴 때 꼭 터지는거야.
조진구 (나즈막한 한숨... 별일 없어야 할텐데 하는 초조한 기색이다)
미순 (그런 조진구를 보는데)
문을 열고 나오는 의사1, 그 앞에서 기다리던 미순, 양인목, 조진구.
동시에 벌떡 일어나 의사1을 본다.
양인목 선생님! 우리 탁구는 좀 어떻습니까?
의사1 일단 환자는 깨어났습니다.
다행히 화상정도도 경미해서 이주정도면 아물것 같구요.
세사람 (미순, 양인목, 조진구, 일제히 다행이다! 한숨을 내쉬는데)
의사1 그런데 문제는 화상이 아니라 눈입니다.
양인목 예? 눈이라뇨?
미순/진구 (순간 긴장해서 쳐다보는 위로)
의사1 폭발사고때 아무래도 눈을 다친것 같습니다.
화상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정말로 망막손상을 입은건지..
일단 서울에 있는 큰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셔야겠습니다.
순간 양인목, 조진구, 미순... 세사람 모두 쿵...!
커다랏 바윗돌이 머리에 떨어진 기분으로 빤히 쳐다본다. 시선에서.
처치실 안.
그 안으로 들어서는 미순, 그 뒤로 양인목과 조진구.. 들어서면
반쯤 일으켜진 침대에 혼자 덩그라니 누워있는 탁구,
그 눈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다.
미순, 그리고 양인목과 조진구 정말 기가 막힌 표정으로 탁구를 보면.
탁구, 사람들의 기척을 느끼고 짐짓 고개를 돌리더니.
탁구 선생님..(인가?) 이 붕대는 언제까지 하고 있으면 됩니까...?
세사람 ...! (본다)
탁구 눈을 가리고 있으니까 좀 답답해서요.. 흐흐.. (머슥하게 웃으며)
이거 오늘안으로는 풀수 있는거죠? (대답이 없자) 선생님...?
미순 (순간 울컥..! 눈물이 고인다)
인목/진구 (그저 짠하게 탁구를 보면)
탁구 (선생님이.. 아닌가..? 하다가) 옥떨메.. 너냐?
미순 (본다. 보다가 겨우 가다듬고 갈라진 음성으로 겨우) 어.
탁구 아아.. 난 또.. (피식 웃더니, 붕대감은 눈 가리키며) 너 지금 이거 보구
놀랬구나? 괜찮아 놀래지마. 이거 그냥 일시적으루다 그런거야. (웃는데)
미순 (용기를 내서 말을 해줘야한다. 다가서더니) 저기... 탁구야...
탁구 (순간 멈칫... 왠지 불길한 기분이 전해지는듯) 왜...?
미순 (본다. 보더니) 내일.. 같이 큰병원에 가보자.
탁구 ....! (일순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
양인목 (본다)
조진구 (보는 위로)
미순 가서 정밀검사를 좀 받아봐야 할것 같대.
단순 화상인지 아니면 망막에 손상이 온건지... (하는데)
탁구 (갑자기 미순의 말을 막듯)
아, 근데 의사선생님은 금방 온대놓구건 왜 아직 함흥차사야?
눈을 이래 칭칭 감아놓으니까 상당히 답답하구만 이거..
미순 탁구야. 내 말 좀 들어.. (하는데)
탁구 (갑자기 끙..!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며)
걱정두 팔자다! 큰병원은 무슨.. 정밀검사는 무슨..! (픽 웃으며)
나 김탁구야, 이런걸로 끄떡없거든? 진짠지 아닌지 함 볼래?
(하면서 붕대를 풀기 시작한다)
미순 야! 뭐하는거야! 그걸 풀면 어떡해! (하고 탁구의 손을 막는데)
탁구 글쎄 비켜봐봐, 나 괜찮다니까? (하면서 억지로 계속 붕대를 푼다)
양인목 (다가서며) 탁구야! 그만두거라. 어? (하면서 말리려는데)
탁구 글쎄 좀 가만 있어보라니까요!
(하면서 억지로 붕대를 머리위로 홱! 풀어버린다. 순간)
찌잉..! 눈이 시려서 아무것도 볼수가 없다.
으앗! 외마디 소리와 함께 두 손으로 눈을 감싸는 탁구, 비틀..!
미순 탁구야! (순간 놀라면서 얼른 부축한다)
조진구 ! (보면)
양인목 (재빨리 휘청이는 탁구를 잡으며)
야 이놈아! 그러게 니 맘대로 붕댈 풀면 어떡해!!!
탁구 으으으... (시리고 아프다. 그래도 한번 더 눈을 떠보려고 시도하지만)
다시 찌잉..! 눈이 시어서 뜰수가 없다.
으으으으!!!! 신음소리와 함께 탁구, 두 손으로 눈을 감싸며 괴로워한다.
양인목 (다급하게) 선생님! 선생니임!!!
멍하니 탁구를 바라보며 서 있는 조진구 그 옆으로 후다닥 뛰어들어오는 의사1과 간호사, 우선 탁구부터 침대에 다시 눕힌다.
탁구, 눈이 많이 아픈듯.. 으으으으!!!! 꾹 눌러 참는 신음소리와 함께.
탁구 선생님... 내 눈이.. 왜 이래요? 예?
의사1 일단 진정하시고 가만 있으세요.
탁구 내 눈이 왜 이러냐구요오!!!! (지르면)
의사1 저희로서는 현재 응급조치만 할수 있습니다.
큰병원으로 가셔서 정밀검사를 받아보셔야 이유를 알수 있습니다.
탁구 !
의사1 이간호사! 여기 진통소염제하고 항생제 주사 부탁해요!
(그러면서 재빨리 탁구를 안정시키고 다시 붕대를 감아주며 처치한다)
탁구 (젠장! 괴로운듯 어금니를 꾹 문다. 양 주먹을 꾹 쥔채 참는 모습)
미순 (울컥! 두 손으로 입을 가린채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한다)
조진구 (더 이상 볼수가 없다. 그대로 돌아서서 밖으로 나간다)
양인목 (탁구를 보다가 나가는 조진구를 본다)
처치실 앞. 복도.
밖으로 나온 조진구, 뭐라 말할수 없는 상실감과 죄책감에
그대로 벽에 머리를 기대고 선다. 어떡하나...! 그 시선에서.
비서실. N.
때르르르릉! 울리는 전화벨, 그 수화기를 집어드는 손. 한승재다.
한승재 여보세요.. 음. 그래.. (듣다가) 그렇군..
알았네. 돈은 약속대로 입금될걸세. 수고했어.
그러더니 달칵!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천천히 창밖을 향해 돌아선다. 어두운 창밖을 내다보는 표정에서.
서인숙E (10부 30씬) 당신 목숨을 걸어.
당신 목숨을 걸구서라두 그 아이 막아내라구! 알겠어?
한승재 (창밖을 보며) 난 이미 모든걸 걸었어. 내 인생, 내 자부심..
모두 다 던졌어. 마준이를 위해.. 그리고 당신을 위해. (시선에서)
거성家, 안방침실. N
소파에 꼿꼿한 느낌으로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서인숙.
플랫쉬-백> "殺人者"라는 글씨...
플랫쉬-백> 쿵..! 떨어지는 홍여사의 영정사진에서.
서인숙, 오기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거성家, 거실. N.
바 앞에서 술잔에 술을 따르는 마준의 손. 집어들어 막 마시려는데,
그 때 문소리가 들린다. 마준, ? 돌아보면 서인숙이 홍여사의 방쪽으로
가는게 보인다. 뭐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마준에서.
거성家, 홍여사의 방. N.
쿵..!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서는 서인숙의 뒷모습.
밀려오는 두려움을 눌러참으며 양 주먹을 꾹 쥔채,
홍여사의 영정사진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선다. 멈춰선다.
(일단 받침대는 테잎같은걸로 임시 붙여진채 세워져있다)
서인숙 (그 사진앞에 멈춰서서 노려보더니)
이런 걸로 제가 겁먹을거라고 생각하셨어요?
무서워서 벌벌 떨줄 아셨어요 어머니? 허..! 천만에요...!
홍여사영정 ....
서인숙 죄송하지만 어머님은 돌아가셨구 나는 아직 살아있어요.
그리고 여기까지 왔어요... 이제와 물러설 마음같은거 없습니다.
나는 무슨일이 있어도 기필코! 우리 마준일 그이의 후계자로
만들고 말겠어요. 두고보세요.. 어머니!
홍여사영정 (서인숙을 그저 노려보고만 있을뿐)
서인숙 (왠지 몸이 바들바들 떨려오면서도 끝까지 지지않으려고 노려보면)
그렇게 문이 열린 방안에 서 있는 서인숙의 뒷모습에서,
그 이편으로 화면 쭉 이동하면 술잔을 든채 그 자리에 서 있는 마준.
거실, 바 앞. N.
탁! 소리나도록 놓여지는 술잔과 동시에
그 뒤로 밖으로 나가는 마준의 뒷모습이 보인다.
유경의 방. N.
혼자 벽에 기대 앉아 있는 유경, 복잡한 심정으로 나즉히 한숨 내쉬는데
쿵쿵쿵!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돌아보면
주인댁E 유경학생! 유경학새앵!
유경 (멈칫.. 하는 표정에서)
자취집 마당. N.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보는 유경, 그 앞에 서 있는 주인댁.
유경 아..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주인댁 이달치 방세두 또 넘어가는건가?
유경 아... (익숙한 미안함에 시선 떨구면)
주인댁 이달까지 밀리면 벌써 석달째야. 이젠 까먹을 보증금두 안남었다구.
학생이라 봐주는것두 하루이틀이지... 이러면 나두 곤란해.
유경 죄송해요 아줌마. 일주일만 더 시간을 주시면 꼭 맞춰드릴께요.
주인댁 진짜 해두해두 너무하네...
나두 방세루 먹구 사는 사람인데.. 이러다 나까지 굶어죽겠어.
(하더니 에이..! 하면서 돌아서서 들어가버린다)
유경 (땅이 꺼지는 한숨.. 힘없이 돌아서다가 멈칫! 대문쪽을 돌아본다)
그 앞에 서서 바라보고 있는 마준.
유경 ...! (보면)
마준 나가서.. 같이 한잔 할래?
유경 (본다. 표정없이 빤히 쳐다보는 시선에서)
재즈바. (87년도 분위기) N.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마준, 그 뒤로 따라오던 유경은 멈칫.. 보면
한마디로 있는집 자제들이 출입하는 고급 재즈바다.
마준, 선뜻 들어서지 못한채 서 있는 유경을 잡고 안으로 쭉 들어간다.
(유경만 유일하게 수수하고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
클럽안의 시선들 흘끗흘끗 마준과 유경을 관심있게 돌아본다.
(그들 모두 마준이가 누군지 익숙히 아는 표정들로)
마준, 유경이를 홀 중앙에 있는 바앞으로 데려가더니.
마준 (자리에 앉으며) 여기 맥주 두개.
유경 (본다)
마준 (돌아보며) 뭐해? 앉아.
유경 (본다. 보다가 일단 마준옆에 앉는다)
마준 (나오는 맥주 하나를 잡아서 마신다, 눈치 한번 본뒤 불쑥 남얘기하듯)
병원에서 우리 엄마 만났었다며?
유경 집안 내력이니? 뭐든지 뜻대로 안되면 돈으루 해결할라 그러는거?
마준 (그 말에 유경을 한번 돌아본다. 보더니 씁쓸하게) 뭐 쫌...
유경 (일단 맥주를 한모금 마신다. 마시고 뭔가 결정을 내린 눈빛으로)
그래서. 넌 뭐부터 해줄건데?
마준 ? (본다)
유경 돈부터 해줄래, 옷부터 해줄래.. 아니면 당장 방세부터 내줄래?
(돌아보며) 뭐부터 해줄수 있니?
마준 (살짝 당황하는 눈빛이 스친다) 너 무슨...
유경 (OL) 나한테 다 해주겠다며. 니가 그랬잖아.
마준 (이것봐라? 본다. 보다가 일순 쎄한 표정으로 바뀌며)
그야 니가 어디부터 하느냐에 달렸겠지.
키스부터 시작하느냐 아니면 화끈하게 하룻밤부터 시작하느냐.
유경 (씁쓸하고 어이없고, 정말 기가막힌 표정으로 씩.. 한번 웃더니)
그런거면 되는거니? 너랑 키스하고 하룻밤 같이 자고..?
(보며) 겨우 그런걸로 니 여자가 될수 있는거였니?
마준 (? 보면)
유경 생각보다 쉽네. 그래 좋아.
마준 (살짝 눈썹이 삐딱해지며) 뭐?
유경 키스쯤, 하룻밤쯤.. 그런건 얼마든지 줄수 있어.
대신 널 좋아하라느니, 너만 바라보라느니 그런건 바라지 마.
내 마음에 누굴 두든 누굴 그리워하든 간섭할 생각도 하지마.
그런 군더더기 갖다 붙이기 시작하면 피곤해지니까.
마준 (살짝 기분 더러워지는 위로)
유경 (보며) 어떡할래? 뭐부터 시작할까? 키스? 아니면.. (하는데)
마준 (OL) 너!
유경 (본다)
마준 (완전 기분 잡친 눈빛으로) 생각보다 재미없다.
유경 ...! (보면)
마준 (맥주값을 꺼내, 바 위에 올려놓은뒤 그대로 일어나 가버린다)
뒤에 남겨진 유경, 잠시 그렇게 돌아보지 않은채 있더니,
나즈막히 안도의 한숨을 후우...! 내쉰다.
자기도 모르게 맥주를 꽉 잡고 있던 손에서 천천히 힘을 뺀다.
생각보다 쉽게 끝나 다행이라는 표정.
그런 유경을 뒤로한채 쭉 걸어나오던 마준, 갑자기 발을 딱! 멈춘다.
멈추고 다시 유경쪽을 돌아본다. 살짝 삐딱해지는 눈썹....
유경, 조금은 가뿐해진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가려고 돌아서는데 바로 그 때 그 앞으로 돌진하듯 다가서는 마준,
그대로 유경에게 키스해버린다.
쿵! 바에 등을 부딪히며 마준에게 덥쳐지듯 키스당하는 유경.
순간 주변 사람들 우오오오!!! 놀란듯 돌아본다.
유경 ...! (놀라고 당황한듯 있는 힘껏 마준을 밀쳐내며 반항한다)
마준 (그 손을 잡아채며 집요하게 키스한다)
유경 (끝까지 반항한다)
마준 (끝까지 집요하게 유경을 괴롭힌다. 그의 손 유경의 허리를 감싸는 순간)
유경 (있는 힘껏 마준을 밀쳐내며 짝! 뺨을 날려버린다)
동시에 음악, 소음, 모든 움직임... 일순 정지!
유경, 머리며 옷무매가 흐트러진채 당혹감으로 숨을 몰아쉬며 본다.
마준, 쓰윽.. 맞은 뺨을 손등으로 한번 문지르더니 씩 웃는다.
마준 이럴줄 알았어.
유경 ?
마준 하마터면 깜빡 속아넘어갈뻔했네.
유경 ...! (보면)
마준 (쓰윽! 유경의 얼굴앞에 바싹 다가서며)
너 이런거 쉽다며? 정말 쉬운거 맞아?
유경 (순간 울컥..! 두눈에 눈물이 고인채 마준을 본다)
마준 그러니까 다음부터 날 거절할땐 좀 더 그럴듯하게 둘러대봐.
시도는 좋았지만... 너무 금방 들통나버리니까 시시하잖아. 응? (하는데)
유경 나쁜 자식...! (동시에 툭...! 눈물이 떨어진다)
마준 (순간 멈칫.. 그 눈물에 눈빛이 살짝 흔들리는)
유경 (재빨리 손등으로 눈물이며 입술을 닦아낸뒤 그대로 나가버린다)
동시에 구경하던 젊은재벌家 아이들 우오오오오!!! 하면서 휘파람까지!
마준, 나가는 유경의 뒷모습을 말없이 돌아본다. 표정이 어두워진다.
대체 나는 뭘 확인하고 싶었던걸까.... 시선에서.
거리 일각. N.
흘러내리는 눈물을 계속 손등으로 훔쳐 닦으며 걸어오는 유경,
빨간불이 켜져있는 횡단보도앞에 멈춰선다. 계속 눈물을 닦아내다가
문득 한쪽 길옆에서 리어카에서 모자를 파는 행상을 본다.
그 앞에서 아버지처럼 보이는 남자가 다정한 얼굴로
딸아이와 아들에게 모자를 사주고 있다.
유경, 물끄러미 그들을 바라본다. 시선에서.
팔봉제빵점 전경. D
<손님 여러분 죄송합니다.
가게 사정으로 인하여 내일까지 휴점합니다>
팻말이 또 붙은 가운데 닫혀있는 문 위로 딸랑딸랑.. 풍경소리만.
팔봉 제빵실.
쿵! 폭발이 있었던 오븐.
쿵! 그 오븐을 들여다보는 조진구의 얼굴, 심상치 않은 그 눈빛에서.
팔봉집, 팔봉의 방.
양인목 (놀라며) 예에?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버님.
그럼 누군가 고의로 가스를 유출했다는뜻입니까?
팔봉 조용히 하거라.
양인목 (짐짓 목소리를 낮추며) 하지만 왜 그런짓을...
팔봉 왜 그랬냐보다 누가 그랬나를 밝혀내는것이 더 시급헌 일이다.
우리 제빵점에서 그런 불미스러운 짓을 저지른 놈이 누군지..
그 놈만 밝혀내면 왜 그랬는지도 알수 있겠지.
양인목 ... (대체 어떤 놈이.. 하는 눈빛으로 시선 돌리는 위로)
팔봉 우선은 탁구의 눈을 치료하는것이 먼저다.
거기부터 신경을 쓰도록 하고 그런 다음 이 문제는 다시 상의하자꾸나.
양인목 예에 아버님. 알겠습니다.
팔봉 (흐음...! 무언가 우려되는 눈빛으로 시선 돌리는데서)
그 팔봉의 방앞.
오호! 그랬었구만! 엿듣고 있던 허갑수의 눈빛에서.
팔봉제빵점 안.
프레임-인 되는 마준.
마준 그럼 누군가 일부러 그랬단 말씀입니까?
허갑수 그렇다니께! 스승님이 그렇게 말씀허셨다니께에!
오영자 옴마야... 아니 대체 누가아? (놀란다)
고재복 말두 안됩니다. 그렇다면 그 말씀은 우리중에 누군가 범인이란뜻인데..
오영자 (OL) 어우 말두 안돼, 있을수도 없는 일이지이.
허갑수 암! 생각두 하기 싫은 일이지이,
여튼 내 생각은 그렇다. 이 모든 사건의 핵심은 탁구란 놈이고,
그 놈이 이 모든 재앙의 씨앗이라는것은 분명헌 사실이라는거여.
(오영자 보며) 안그런감?
오영자 (한숨으로 어이구..! 하면)
허갑수 안그러냐? (재복을 보면)
고재복 (역시 대답대신 한숨..!)
마준 그래서. 지금 탁구는 어딨습니까?
허갑수 이? (마준을 보더니) 그러니께 그 부분이 영 미스터린디.
애가 쫌 이상해졌다니께?
마준 (? 보면)
팔봉집, 주방.
탁구, 식탁앞에 앉아서 혼자 우걱우걱 밥을 먹고 있다.
볼이 미어져라 밥을 퍼넣고 숟가락을 쭉 내밀면,
미순, 본다. 보다가 반찬을 올려준다.
탁구, 넙죽받아 입안에 집어넣는다. 우걱우걱...
미순 맛있냐?
탁구 음.. 맛있지! (손으로 더듬더듬 그릇을 찾아 국물도 떠먹고)
미순 그럼 그 밥만 먹구 서울에 있는 큰병원으로 가자. 응?
탁구 (대꾸없이 밥그릇을 아예 입에 대고 싹싹 비운다)
미순 탁구야,
탁구 (턱! 내려놓고) 아! 배부르다! (미순쪽 보며) 잘 먹었다 옥떨매.
(씩 웃어준뒤 일어나 나간다. 나가다 쿵..! 부딪힌다)
미순 (아우 아프겠다 보면)
탁구 어우우우..! (진짜 아픈듯 이마를 문지르며 더듬더듬 밖으로 나간다)
미순 (쟤 진짜 왜 저러지? 하는 표정으로 보면)
탁구 / 마준의 방안.
창문앞에 서서 흐음...! 냄새를 맡고 있는 탁구.
그 뒤로 드륵! 문을 열고 나타나는 미순, 뒤로 척! 하니 다가서며
미순 이제 그만 고집부리고 서울 큰병원으루 가자니까! 응?
탁구 (킁킁거리더니) 오늘은 빵 안만드나?
미순 김탁구!
탁구 아 맞다! 오븐때문에 빵은 만들기 힘들겠구나.
미순 오븐은 새걸로 교체했구, 그것보단 제빵실에 탄내가 배서 그래서
내일까지는 빵 안만들고 쉬는거야. 그러니까 너두 오늘 내일
서울에 가서 검사부터 받아보자. 밑져야 본전이잖아.
탁구 그게 어떻게 본전이야, 밑지면 밑지는거지.
나는 그런 쓸데없는데다 돈낭비하기 싫다. 그럴 돈두 없구.
(하면서 한쪽에 털썩 자리깔고 앉는데)
양인목E 누가 너보구 그런 돈걱정 하랬냐.
미순 (멈칫.. 돌아본다)
탁구 (멈칫.. 반쯤 고개 돌리면)
양인목 (탁구 옆으로 다가서며) 그만 어리광부리고 일어나거라. 어서!
탁구 글쎄 안간다니까요!
양인목 (엄하게) 정말 안일어날래!
탁구 나는 싸우다 다리가 부러져도 병원 한번 가본적 없었구요,
쓰레기 주워먹고 배탈나 죽을뻔했어도 병원 문턱 한번
넘어본적이 없던 놈입니다.
병원, 그런데 안가도 나을거면 지가 알아서 다 낫드라구요, (하는데)
양인목 이노무 자식!!! (하더니 다가가 번쩍 탁구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며)
탁구 너 왜 이리 똥고집이야!
그러다 잘못되서 장님이라도 되면 어쩔라구 그래 너!!!
탁구 ! (순간 멈칫 보면)
미순 (놀라서 양인목을 본다) 아부지!!!
양인목 (순간 말해놓고도 멈칫.. 미순을 흘끗 보더니 그래도 끝까지)
그만 고집부리고 당장 따라나서! 가서 검사부터 받아보잔 말이다! 어?
탁구 (OL) 가서 검사 받으면요? 그래서 그 다음엔 어쩔건데요.
백에 하나 만에 하나... 정말루 영영 앞을 못본다고 그럼 어쩔건데요!
두번 다시 우리 엄마 얼굴 못보게 된다 그럼 어쩔건데요!
양인목 (멈칫.. 본다)
미순 ! (보면)
양인목 너... 지금 그래서 안가겠다는거냐? 그런 소리 들을까봐 무서워서?
탁구 그래요, 나 무서워요! 무서워 죽겠어요!!!
insert> 이층 복도. (탁구 / 마준의 방 앞)
방쪽으로 다가서던 마준, 멈칫.. 발길을 멈춰선다. 방쪽을 보면,
다시 탁구 / 마준의 방안>
탁구 나는... 자신이 없어요...
이제 겨우 나두 무언가 해볼맘이 생겼는데...
난생 처음으루 꿈이라는걸... 희망이라는걸.. 갖게 됐는데...
근데 두번 다시 앞을 못본다 그럼... (울컥..!)
그렇게 또 다시 모든걸 잃은채로.. 나는 살아갈 자신이 없다구요.
양인목 ! (본다)
미순 ! (탁구를 보면)
탁구 그러니까 절 좀 가만 냅두세요..!
내가 나한테 괜찮다구 믿을수 있을때까지... 제발 좀 냅두라구요!
그러더니 그대로 양인목의 팔을 뿌리친채 문쪽으로 돌아선다.
돌아서다가 다시 쿵..! 부딪힌다.
미순 (놀라며) 탁구야..! (하는데)
탁구 (그대로 화가 난듯 쿵! 문을 열어제낀뒤 더듬더듬 나간다)
미순 ...! (보면)
양인목 (본다. 보다가 후우..! 마음이 안좋은듯 한숨을 내쉰다, 저 녀석...)
이층 복도.
밖으로 나온 탁구, 더듬더듬 복도를 따라 걸어오다가 멈칫..
바로 앞으로 누군가 서 있는걸 느낀다. 바로 마준이다.
탁구, 그대로 더듬거리며 지나치려하는데
마준 그래서. 포기하는거냐?
탁구 (멈칫.. 멈춰서면)
마준 이렇게 시시하게 시작도 못한채 끝내버릴거면.. 지금 얘기하든가.
탁구, 마준쪽으로 고개를 돌려 본다. 보더니
그대로 어금니 꾹 문채 다시 고개 앞으로 돌린다.
더듬더듬 거리며 지나쳐 가버리면.
마준 ... (돌아본다. 왠지 그렇게 말해놓고도 기분이 별루다. 시선에서)
내려오는 계단.
난간을 잡고 내려오던 탁구, 내려오다가 천천히 주저앉는다.
잠시 그러고 있더니 난간을 두 손으로 꼭 잡으면서 머리를 기댄다.
어딘가 풀이 죽고, 좀 안됐고, 슬픈듯한 느낌으로...
입을 꾹 다문채 자꾸 밀려오는 울음을 꾹 눌러 참는데서.
지하주차장 차안.
한승재 알아보라는건 어찌 됐나?
사내1 죄송합니다. 전혀 어떤 실마리도 잡히지가 않습니다.
한승재 (나즉히 한숨)
사내1 그 편지를 보낼만한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좀 더 풀어주신다면..
그럼 훨씬 더 수월하겠습니다만.
한승재 (편지봉투를 한번 더 쳐다본다)
"작은 사모님" 작은 사모님이라....
한승재, 잠시 복잡한 눈빛으로 그 글씨를 본다. 보는데
똑똑똑! 창문을 두드리는 손. 한승재, 창문을 반쯤 내리고 내다보면
수행원1 회장님 미팅 끝나가신답니다. 올라가셔야겠습니다.
한승재 알았어. 금방 가지. (그러더니 사내1을 보며) 김미순이..
사내1 예?
한승재 그 탁구라는 놈 에미 말이야.
십이년전에 갑자기 행방불명된 그 여자를 찾아봐.
살아있는지 어떤지... 살아있다면 어디에 숨어 살고 있는지. 알았나?
사내1 김미순이라고 하셨습니까?
한승재 그래. 최대한 신속히 움직이도록 해.
사내1 알겠습니다.
한승재 (차에서 내린다. 쿵! 문닫고 걸어오는데서)
호텔 전경 / 그 앞.
그 앞으로 들어와 스르르르 멈춰서는 고급 세단.
호텔직원이 와서 뒷문을 열어주면 내려서는 고급구두.
화면 천천히- 틸업하다가 클러치를 들고 있는 쌍가락지 낀 손가락에서
멈춘다. 또각또각 걸어서 화면밖으로 프레임-아웃 되면.
호텔로비 일각.
한쪽에서 미팅을 끝내고 나오는듯한 구일중과 비서진 두어명.
그리고 미팅상대인듯한 나사장(40대 중후반, 男)과 그 일행들이 보인다.
가까스로 맞춰 도착한 한승재, 재빨리 구일중 뒤로 다가선다.
구일중 (나사장을 돌아보며) 모쪼록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사장 구회장님처럼 소신있는 기업인에게 투자할수 있어서
저희야말로 영광입니다.
구일중 그럼.. 조만간 또 뵙겠습니다.
나사장 조심히 들어가십쇼. (인사하면)
구일중 (나사장과 가볍게 일별한뒤 돌아서서 걸어온다)
한승재 (전혀 아무일 없었다는듯 옆으로 따라붙으며)
곧바로 스카이라운지에서 성일유업 대표님과 미팅입니다.
구일중 그래, 올라가지. (하면서 엘리베이터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엘리베이터 앞.
땡..! 문이 열리면서 안으로 올라타는 구일중과 한승재, 그리고 비서두명.
한승재, 돌아서서 맨 윗층 버튼을 두르고 닫힘 버튼을 누른뒤,
구일중쪽을 향해 옆으로 돌아선다.
구일중, 고개 들어 앞을 바라보는데 바로 그 순간! 멈칫...!
엘리베이터 밖 지나가는 사람들 너머로 나타나는 여인이 눈에 들어온다.
구일중 ...! (순간 쿵...! 자기 눈을 믿을수가 없는듯 본다. 설마....? 하는데)
단아하고, 다소곳한 느낌으로 아주 느릿하게..
구일중의 눈앞으로 지나쳐가는 그녀, 바로 김미순이다.
거의 동시에 지나쳐가는 그녀앞으로 엘리베이터 문은 닫히고,
구일중 잠깐 멈춰!!! 어서 문 열게!!!
한승재 (멈칫.. 구일중을 돌아보면)
구일중 (재빨리 열림버튼을 세차게 두드리듯 누른다)
한승재 (놀라서 구일중을 보면)
거의 닫혔던 문이 가까스로 열리면
밖으로 뛰쳐나오는 구일중, 그녀가 사라진쪽을 돌아보더니
재빨리 그 쪽으로 뛰어간다.
그 뒤로 따라뛰어나오는 한승재와 비서진 두명.
구일중, 로비일각으로 뛰어나오는것과 동시에
이리저리 오가는 사람들로 가득한 그곳.
구일중, 그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그녀의 모습을
찾는다. 대체 어디로 간거지? 하면서 돌아보면 그 뒤로 따라오는 한승재
한승재 회장님, 왜 그러십니까?
구일중 (돌아본다. 보더니 혼잣말처럼 ) 설마... 그럴리가 없는데...
한승재 예?
구일중 (돌아보며) 자넨 못봤나?
한승 누굴 말입니까?
구일중 (순간 멈칫... 한승재를 본다)
한승재 (? 왜 이러지? 하는 눈빛으로 빤히 보면)
구일중 아니야... 아닐세.. (시선돌리며 나즈막히) 그 사람일리가 없겠지...
하면서도 순간 가슴 가득 아련한 슬픔과 그리움이 밀려온다.
한승재, 그런 구일중을 의아한듯 본다.
구일중, 한번 더 그녀를 찾기 위해 돌아보는 그 눈빛에서.
호텔, 일식집 룸안.
(진짜 정통 일식집처럼 다다미처럼 되어 있는 방안)
문이 열리면서 나타나는 나사장. 그 뒤로 문이 닫히면
나사장, 테이블앞에 앉는다.
그 맞은편으로 앉아 있는 사람의 뒷모습... (윤닥터다)
나사장 일단 우리쪽 투자를 받겠답니다. (하고 보면)
윤닥터 (뒷모습으로) 투자하는 대신 지분보유를 원한다는 내용에도 합의했구요?
나사장 처음에는 강하게 거부감을 보였는데
일단 저희쪽에서 내민 조건이 나쁘지 않은터라...
게다가 거성식품이 이번에 프랑스에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면서
전국에 있는 공장시스템을 새로 완전히 바꿀 계획이랍니다. 해서,
당분간은 자금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쪽으로 방향선회를 한것같습니다.
윤닥터 (그제야 조용히 시선을 들어 보며)
그러면, 우리가 원하는 지분을 확보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겠습니까?
나사장 짧게는 일년.. 길게는 이년에서 삼년이면...
원하시는 지분확보가 가능할것 같습니다.
(하면서 슬쩍 고개를 옆으로 빼서 윤닥터의 그 뒷쪽으로 시선을 주면)
윤닥터의 뒤로 칸막이 문이 반쯤 열려있고,
그 뒤로 누군가 앉아 있는게 보인다.
(그 문위로 발같은게 쳐 있어도 좋을듯 하다)
윤닥터 (주의주듯 작게 헛기침 흠...! 하면)
나사장 (흠짓.. 얼른 시선 거두고 민망한듯 윤닥터를 보면)
윤닥터 수고하셨습니다 나사장님.
나사장 예, 그럼.. (하면서 일별한뒤 나가면)
반쯤 열린 칸막이 문 이쪽편>
김미순 이년에서 삼년이라...
윤닥터 (반즘 고개 돌려 김미순쪽을 돌아보면)
김미순 그 때까지 제 눈이 버텨줄라는가.. 모리겠네예.
윤닥터 (완전히 고개 돌려 김미순을 보면)
김미순 (나즉히 한숨으로 손을 들어 앞에 있는 컵을 잡으려는데)
컵보다 조금 못미친데서 허공을 쥔다... 촛점이 잘 안맞은듯...
윤닥터, 그 손을 본다. 보다가 다시 김미순의 얼굴을 보면.
김미순, 다시 천천히 손을 뻗어 그 컵을 잘 잡는다.
나즉히 한숨으로 그 컵을 두 손에 감싸며 내려다보는 시선.
차분하고, 초연한듯 하면서도... 깊은 슬픔이 깔려있는 그 눈빛에서.
거성家, 거실.
쓰윽! 화면에 프레임-인 되는 서인숙의 강렬하고도 단호한 얼굴.
서인숙 (이층을 올려다보며) 자림아! 자림아?
자림 (잠시 뒤 이층에서 나타나며) 네 엄마.
서인숙 좀 내려와봐. (하면서 소파쪽으로 간다)
자림 (? 보면)
소파에 앉아 있는 서인숙, 건너편에 앉는 자림을 보며.
서인숙 그래, 컨디션은 좀 어때?
자림 응.. 뭐 그렇지.
서인숙 이번 학기 휴학계 내고 어디 외국 나가 바람이라도 좀 쐬고 와.
자림 그럴 정도 아니예요 엄마. 괜찮아.
서인숙 엄마 말 들어 글쎄. 그리구..
(보며) 그 신유경이라는 애 말이다. 니 대학동기.
자림 (멈칫.. 보며) 어.. 걔가 왜?
서인숙 사는데가 어디야?
자림 (? 보며) 엄마가 그건 알아 뭐하려구? 설마 엄마 나 때문에.. (하는데)
서인숙 너 때문만은 아니야. 마준이 때문이기도 해.
자림 마준이가 왜? (하다가) 에이 설마..! 마준이하구 유경이가..?
서인숙 직접 만나보니 아주 무서운 아이더구나. 결코 만만한 애가 아니야.
그냥 넘어갈까도 생각해봤다만.. 계속 그 아이의 눈이 마음에 걸려.
자림 그럴리가 없는데.. 마준이는 유경이가 좋아할 타입이 절대 아닌데..
서인숙 있는 집 남자한테 꼬리치는 주제에 니 타입 내 타입이 어딨어?
자림 하지만 유경이 걔는 진짜 그런 애 아니예요,
엄마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거여, 유경인요..., (하는데)
서인숙 (OL) 가만히 두면 마준이 상투잡고 올라설 아이야.
자림 (멈칫.. 보면)
서인숙 걸리적거리는건 싹수부터 없애야하는 법..
(자림을 보며) 어서 말해. 그 애 사는데가 어디야!
자림 엄마.. (난감한 표정으로 본다)
서인숙 (한치의 물러섬 없이) 어디냐니까! (단호하게 묻는데서)
팔봉빵집 앞. N.
천천히 그 앞으로 나타나는 유경의 뒷모습.
(손에는 작은 선물봉투가 들려져 있다)
불꺼진 팔봉빵집안을 기웃거리며 들여다본다.
역시나 사람의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유경, 팔봉집쪽을 한번 돌아본다. 그 쪽도 전부 불이 다 꺼져있다.
유경, 나즉히 한숨을 내쉬며 손에 든 선물봉투를 본다. 시선에서.
팔봉집, 탁구/ 마준의 방. N
불꺼진 방에 누워있는 탁구의 붕대감은 얼굴.
붕대시선으로 짐짓 마준쪽을 돌아보면, 마준 잠이 든 숨결이다.
탁구, 천천히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고 일어선다.
손을 더듬더듬하더니 한쪽에서 자신의 가방을 집어든다.
그 안에서 엄마와 찍은 사진을 꺼내 한번 확인한뒤 도로 집어넣고
그 가방을 어깨에 어슷 멘다.
그리고 문쪽을 향해 더듬더듬 다가가더니 최대한 소리 안나게 나간다.
그러나 마준, 문소리에 짐짓.. 잠에서 깬다. 뭐지..? 하고 돌아보면.
이층 복도. N.
밖으로 나와 더듬더듬 문을 따라 복도를 걸어가는 탁구.
더듬더듬거리면서 허갑수 / 조진구의 방앞으로 지나간다.
insert> 허갑수, 조진구, 고재복의 방안 >
다들 잠이 들어있는 가운데,
허갑수, 끙..! 하면서 돌아눕다가 짐짓 눈을 뜨고 문쪽을 본다.
보다가 어이구! 하고 놀라는 눈빛..
문밖으로 탁구가 지나가는 그림자가 보인다.
허갑수 (? 보더니 손을 뻗어 옆에 있는 조진구를 깨우며) 야, 진구야.. 진구야.
조진구 (멈칫.. 눈을 뜨고 돌아본다)
허갑수 쟤.... 탁구 아니냐?
조진구 (? 문쪽을 보면)
그 방문앞으로 완전히 지나가버리는 탁구의 그림자.
다시 이층 복도>
가방을 가로 멘채 천천히 이층아래로 사라지는 탁구의 뒷자락,
그 뒤로 스르르 문을 열고 내다보는 조진구,
그 옆으로 허갑수와 졸린 눈을 비비며 내다보는 고재복이 나타난다.
마준도 그 옆문으로 얼굴을 내밀고 본다.
마침, 방에서 수건을 두르고 나오던 미순, 멈칫.. 돌아본다.
방마다 문을 열고 내다보는 그들을 본다. 뭐지? 하는 표정에서.
아랫층. N.
난간을 잡고 조심스럽게 조심조심 내려오는 탁구,
거의 다 내려왔을때 그만 발을 헛디뎌 쿵..! 바닥에 떨어진다.
insert> 팔봉의 방.
잠들었던 팔봉, 짐짓.. 눈을 뜬다. 바깥쪽을 돌아본다.
다시 아랫층 거실>
탁구,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며 아파 죽겠는데 소리는 내지 못하고.
아픈 다리를 쓱쓱 문지른다.
그러더니 다시 더듬더듬하면서 현관쪽으로 간다.
그 뒤로 문을 열고 나와보는 양인목, 내다보다가
현관밖으로 사라지는 탁구의 뒷자락을 본다. 뭐지? 쳐다보면.
그 뒤로 계단위에 일제히 고개를 내밀고 쳐다보는
허갑수, 조진구, 고재복, 양미순, 그리고 마준의 얼굴이 쪼르르 나타난다.
팔봉제빵점 앞. N.
밖으로 더듬더듬 나오는 탁구, 잠시 어느쪽일까 가늠한다.
그러면서 한쪽으로 천천히 손을 뻗어 간다. 가다가 갑자기 우뚝..
걸음을 멈춘다. 멈추더니 마지 자석에 이끌리듯 팔봉빵집 쪽을 돌아본다.
팔봉빵집.. 탁구를 내려다보고 있다.
탁구, 붕대시선으로 그 팔봉빵집을 올려다본다. 모습에서.
그 일각> 팔봉제빵점 옆, 벤치 자리>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유경.
옆에 놔둔 선물봉지를 잠시 내려다본다. 보다가 막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팔봉빵집에 불이 탁..! 켜진다.
유경, 멈칫.. 고개들어 본다. 보다가 얼른 선물봉투를 집어들고
얼른 일어서서 가게 앞쪽으로 가서 유리창문안으로 불켜진 가게안을
들여다보면 그 안으로 양인목과 허갑수, 조진구와 미순, 그리고 고재복이
쪼르르 이층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 마지막으로 나타나는 마준, 계단앞에 잠시 멈춰서서 올려다보더니
살짝 귀찮은 표정으로 따라올라간다.
유경 ...? (본다. 시선에서)
팔봉 제빵실. N.
더듬더듬 안으로 들어오는 탁구, 그가 이리저리 더듬거리며
겨우겨우 찾아간곳은 바로 숙성냉장고 앞.
문을 여는 순간 탁구, 흐음! 하면서 숨을 들이쉰다.
아... 냄새 좋다! 그제야 처음으로 탁구 입가에 빙긋 미소가 돈다.
탁구 (나즈막히) 얘들아... 잘있었냐?
그러더니 가방을 어깨에서 내려 한쪽에 내려놓더니
손을 조심스럽게 뻗어 가장 밑에 칸에 있는 숙성된 반죽덩어리 하나를
조심조심 꺼낸다.
그 뒷쪽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서는 양인목과 허갑수, 조진구와 고재복,
그리고 미순까지 모두 다 소리 죽인채 입구에 서서 탁구를 본다.
맨 마지막에 들어선 마준, 탁구를 본다. 뭐하는거지? 하고 보면.
탁구, 성형대 위에 2차숙성된 반죽쟁반을 올려놓는다.
잠시 무언가 간절히 기도하는 심정으로 있더니
탁구, 그 중에 하나를 더듬더듬 집어든다. 들고는 성형을 하기 시작한다.
언젠가 구일중이 했던것처럼, 팔봉선생앞에서 했던것처럼..
그렇게 손놀림 가볍게 빵을 만드는 그의 손...
순간!!! 양인목, 멈칫.. 조금은 놀란 눈빛으로 그 손을 본다.
미순도 멈칫.. 본다. 꽤 능숙해보이는 탁구의 손동작.
허갑수, 조진구, 고재복까지 다들 어? 하는 표정으로 본다. 그 위로.
탁구E 제가요, 그 분의 빵만드는 모습을 본건 딱 한번 뿐이었는데 말입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근사해보이든지... 잊을수가 없었습니다.
플랫쉬-백> 10부. 38씬.
만두가게, 밀가루 남은걸로 구일중이 했던 빵모양을 따라해보는 탁구/
도축장에서 비게같은걸로 빵모양을 만들어 살짝 올려놓는 탁구/
팔봉선생앞으로 같은 모양의 빵모양을 올려놓는 탁구/ 그 위로.
팔봉E 이걸.. 지난 십이년동안 손버릇처럼 만들어왔단 얘기냐?
다시 현재> 눈을 붕대로 가린채 손버릇처럼 만드는 탁구 위로,
팔봉E 빵이 죽도록 싫었다면서?
탁구E 제가 만든건 빵이 아니었습니다. 그 분과의.. 추억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마지막 빵성형 한것을 한쪽에 내려놓는 탁구,
(철판위에 놓여진 빵들.. 가지런히가 아니라 여기저기 산만하게..)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양인목과 허갑수, 조진구, 고재복, 미순..
다들 믿지 못하는 눈빛으로 보는데.. 갑자기 훌쩍..!
그 소리에 일제히 시선들어 탁구를 보면.
탁구 됐어... 이걸루 됐어... (한번 더 훌쩍..! 눈물을 참으면)
순간 허갑수, 조진구, 고재복, 미순.. 짠해져서 본다. 눈물이 그렁그렁..
마준도 표정없이 그런 탁구를 보면.
탁구, 더듬더듬 한쪽에서 가방을 찾아 다시 어깨에 메더니..
고개 숙여 제빵실에 허공에 대고 꾸뻑! 인사하면서.
탁구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리고는 혼잣말처럼) 이젠... 정말 됐어..
(그러면서 돌아서는데)
양인목 (불쑥) 되긴 뭐가 됐다는거냐.
탁구 (순간 멈칫.. 소리나는쪽을 돌아본다)
일제히 (허갑수, 조진구, 고재복, 미순 놀라서 양인목을 쳐다보면)
양인목 (탁구앞으로 다가서서 성형된 빵들을 보더니)
손기술 하구는.. 하나하나 모양도 안맞고 다 제멋대로구만..
탁구 대.. 대장. (양인목쪽을 보며) 사실은 이거 어제 만들어놓은 반죽이라..
제가 안만들어주면 그대로 버려질거 같아서.. 그래서 말입니다, (하는데)
양인목 그래서 몰래 제빵실에 숨어들어와 니 멋대로 빵을 만들었다 그거냐?
탁구 (본다. 보더니) 죄송합니다.
양인목 쯧쯧쯧... 모자란 놈! (그러더니) 진구야!
탁구 (멈칫... 진구? 돌아보면)
조진구 (얼른 옆으로 가서) 예, 대장.
양인목 오븐 예열해라.
조진구 (보더니) 예, 대장. (하면서 얼른 오븐쪽으로 가면)
양인목 미순아.
탁구 (미순이두? 하고 보면)
미순 네 대장님! (얼른 다가와 서면)
양인목 가져다 발효실에 집어넣도록 하고.
미순 예! (탁구가 만든 빵이 든 철판을 들어 발효실안에 집어넣는다)
탁구 대장...
양인목 (돌아보며) 반죽으로 빵모양 좀 낸다고 다 빵이 되는게 아니다.
허갑수 그렇지이, 빵이라는건 굽기까지 다 끝나야 비로서 빵이라고 할수 있지이
(하더니) 아이구, 어질러진것 좀 봐라. 재복아 뭐허냐? 여기 좀 치워라.
고재복 아, 예! (하면서 탁구 주변의 어질러진것들을 치운다)
허갑수 무겁게, 넌 왜 이걸 여태 들고 섰냐아! (하면서 가방까지 뺏어 치운다)
탁구 아... (살짝 당황스러운 기분으로 쳐다본다)
마준 (그런 탁구를 표정없이 보면)
팔봉 제빵점. N.
가게안으로 들어와 천천히 계단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유경.
무슨 일일까 하는 기분으로 계단윗쪽을 올려다본다. 시선에서.
다시 팔봉 제빵실. N.
땡..! 소리와 함께 조진구, 오븐을 열면.
그 안에 탁구가 만든 빵들이 들어있다.
조진구, 빵이 구워진 철판을 꺼내 한쪽에 놓으면
미순, 접시에 담아 탁구와 양인목, 허갑수와 고재복, 그리고 마준이
서 있는쪽으로 가져온다. 그 접시 하나를 두고 모두가 빙 둘러선 상태로
양인목 신입이 처음 혼자서 만든 빵이다.
언제나 그랬던것처럼 모두들 가차없이 냉정하게 평가해주도록..
탁구 (살짝 긴장하는 느낌....)
그 말이 떨어지자 양인목과 허갑수, 고재복, 조진구, 미순, 마준,
일제히 탁구의 빵을 집어들어 먹어본다. 순간 다들 표정이 이상하다.
탁구, 긴장한 표정으로 그들의 반응을 기다리는듯 두리번 두리번..
허갑수 (제일먼저 툭.. 빵을 던지며) 이거 원.. 풀죽이여, 빵죽이여?
왜 이렇게 진뜩거리는겨, 어이구 입천장이 다 달라붙었네..
(손가락까지 넣어서 떼는 시늉)
탁구 아...! (실망한듯.. 허갑수쪽 보는 위로)
고재복 반죽단계에서 오버믹싱된것 같습니다.
탁구 아... 오버믹싱.. (고재복쪽으로 고개 돌리면)
미순 간두 하나두 안맞구 밍밍한데요.
탁구 간두..? (하고 미순이쪽 보면)
마준 빵색깔도 전체적으로 연해빠졌고 빵속에 기공도 거칠고 두껍습니다.
탁구 아.. 기공... (완전 낙담하는 표정으로 마준쪽을 보면)
조진구 잼이나 크림을 바르면 좀... (하면서 머뭇하는데)
양인목 그러니까 한마디로 아주 형편없다는 뜻이지? 나도 거기에 동의한다.
탁구 아... 예... (하면서 실망하는데)
양인목 이런 엉망진창인 실력으로 2년뒤 경합에 나가려면, 두 눈 부릅뜨고
두 손에 땀이 나도록 연습하고 쫓아와도 될까말까야, 알겠냐?
탁구 예에... (하다가 멈칫...) 예? (하고 놀라서 다시 양인목을 본다)
마준 (역시 멈칫.. 하는 표정으로 양인목을 본다)
허갑수 (역시 놀란듯) 아니 인목아, 너 지금 그게 무슨 말이냐? 경합이라니?
너 설마...
미순 지금 탁구한테 경합을 허락하시겠단 뜻입니까? (살짝 반갑게)
탁구 그런.. 뜻입니까 대장? (하고 조심스럽게 양인목쪽을 보면)
양인목 (보며) 그러니까 당장 내일 서울 큰병원으로 가서 눈부터 치료하자.
눈이 보여야 연습을 하든 경합을 하든 할거 아니냐.
탁구 ! (붕대시선으로 본다)
일제히 (놀란듯 양인목을 바라보면)
양인목 니 말대로 백에 하나 만에 하나.. 영영 못보게 된단 결과가 나온다면...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하면 돼.
우선은 먼저 검사부터 하고 치료부터 받자.
해보기도 전에 지레 겁먹고 자포자기 하지 말란 말이다.
탁구 (순간 울컥..! 무언가 뜨거운것이 목을 밀고 올라오는 기분)
조진구 (살짝 감동으로 그런 탁구를 보면)
양인목 어떠냐? 내 말대로 할테냐?
미순 탁구야... (얼른 동의하라는듯)
탁구 (순간 감동으로 울먹울먹... 거리며)
죄송합니다.. 이럴땐... 제가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잘 몰라서요...
양인목 (따뜻하게) 그냥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대장! 그거면 된다.
탁구 (순간 울컥! 하더니)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대장..!!!
(그러더니 그대로 구십도 각도로 허리를 굽힌다)
양인목 (순간 안도의 한숨으로 본다)
미순 (역시 안도의 눈물이 울컥..! 솟는다)
조진구 (짐짓 미소로 탁구의 빵을 마저 입에 넣고 씹으면)
갑수/재복 (감동스럽긴한데, 잘된건지 어떤건지... 살짝 기분이 애매한 가운데)
마준 (표정없이 탁구를 본다)
그렇게 모두에게 둘러싸여 있는 탁구의 모습...
그 모습 감동스럽게 충분히 길게 주다가.
그 문뒤 일각>
문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유경, 두 눈에 눈물이 고인채 돌아선다.
insert> 팔봉집, 이층 창문 앞. N
흐음..! 냄새를 한번 들이마시는 팔봉, 끄떡끄덕하더니.
팔봉 탁구야.. 오늘을 꼭 기억해두거라. (흐뭇한 미소에서)
다시 팔봉 제빵점. N
미순, 왠지 이런 장면 너무 좋다. 훌쩍! 눈물을 훔치며 돌아서다가 멈칫..
저쪽 문뒤로 돌아서 있는 유경의 뒷모습을 본다.
미순, ? 본다. 보다가 얼른 탁구와 마준이쪽을 한번 살핀뒤
다시 문바깥쪽을 돌아보면 이미 그 자리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어? 하고 쳐다보는데서.
팔봉제빵집, 앞. N
밖으로 쭉 걸어나오는 유경,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듯 마음 아프다.
그 뒤로 쫓아나오는 미순, 유경이 가는 모습을 보더니
미순 유경씨! 유경씨이! (하면서 뒤로 쫓아온다)
유경, 미순이가 부르는 소리에 천천히 걸음을 멈춘다.
어쩌지? 눈에 고인 눈물을 들키지 싫은 그녀, 얼른 마음을 가다듬는다.
미순 (그 뒤로 다가와 서며) 유경씨 맞죠?
유경 (심호흡 한번 하더니 돌아선다.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미순씨..
미순 여기까지 오셔놓구 왜 그냥 가세요? 탁구는 보고 가셔야죠.
(하다가) 저기.. 제가 다른 사람 모르게 불러다 드릴까요?
유경 아니요, 됐어요, 그러지 마세요.
미순 그래두 탁구 그 녀석 유경씨 만나면 되게 좋아할텐데.
그 녀석이 지금 눈을 좀 다쳐서요. 많이 힘들거든요.
유경 탁구... 괜찮을거예요.
미순 (? 보면)
유경 탁구한테 눈까지 가져가시면.. 신이 너무 불공평한거잖아요.
나는 아직 신을 믿고 싶어요. 그러니까.. 탁구도 괜찮을거예요.
미순 유경씨... (보면)
유경 (들고 있던 선물봉투를 미순앞으로 내밀며)
대신.. 탁구한테 이것 좀 전해줄래요?
미순 (? 보면)
유경 나중에 눈 다 나으면... 그 때 전해주세요.
미순 (일단 받는다. 받아놓고) 정말 탁구 안보고 가셔도 되겠어요?
유경 그러는게.. 탁구도 마음이 편할거예요.
눈 그렇게 된걸 내가 알게 되면.. 그것 때문에 또 마음 아파할 친구예요.
(보며) 그렇게까지 탁구한테 짐이 되고 싶진 않아요.
미순 (보면)
유경 탁구.. 병원 다녀올때 즈음해서 제가 미순씨한테 다시 연락드릴께요.
부탁해요.. 그럼. (짐짓 웃어보인뒤 돌아선다)
돌아서는 순간 울컥..! 유경의 두 눈에 고이는 눈물.
괜찮은척 쭉 걸어오는 그녀, 두 눈에 눈물 가득한 채 프레임-아웃 되면.
그 뒤로 서 있는 미순, 유경이 주고 간 선물봉투를 한번 내려다본뒤
다시 멀어지는 유경을 본다. 보는데 툭... 투둑!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미순, 어? 하면서 얼른 머리를 가리며 처마밑으로 뛰어간다.
그러면서 다시 멀어지는 유경을 바라본다.
미순 아... 비 다 맞겠네에? 괜찮을려나...? (보는데서)
자취집 골목. N.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그 골목으로
힘없이 걸어들어오는 유경, 걸어오다가 천천히 걸음을 멈추고 보면
그 대문앞에 쌓여있는 짐짝들... 눈에 익은 짐들이다.
유경, 순간 걸음을 빨리해서 그 앞으로 다가가서 보면
바로 유경의 책들과 가방, 유경의 살림도구들이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 기가 막히고 어이없이 내려다보는데.
그 앞으로 또 하나의 유경의 짐들을 내오던 주인댁, 유경을 보다 멈칫!
놀란다. 유경, 그 주인댁을 본다.
유경 아줌마... 대체 이게 다 뭐예요? 뭐하시는거예요?
주인댁 아우 미안해. 근데 나두 어쩔수가 없네. 새로 들어온다는 사람이
방값을 두배로 올려준데다가 것두 일년치를 한꺼번에 준다잖어.
나두 이걸루 먹구 사는 사람이라 돈은 급하구 어떡해...
유경 그래두.. 일주일은 시간 주신댔잖아요.
주인댁 유경학생두 내 사정 좀 이해해줘.
유경 아줌마!
주인댁 그리구 자, 이거... (주머니에서 봉투 꺼내 유경 손에 쥐어준다)
유경 (? 보면)
주인댁 그 방을 얻는 사람이 유경학생한테 전해주랬어... 그러면 알거라든데..
유경 무슨 소리예요?
주인댁 아유, 나도 몰라. 정말 돈이 웬수다, 돈이 웬수야.. 미안해!
(하면서 그대로 들어가 쿵! 대문을 닫아버린다)
유경 ....! (본다. 손에 돈봉투를 쥔채 멍하니 닫힌 대문을 본다 보다가)
손에 쥔 봉투를 본다. 순간 멈칫..! 한다.
믿을수 없는 눈빛으로 그 봉투를 빤히 쳐다보면,
그녀의 시야에 들어오는 그 돈봉투의 로고. 거성식품이부라고 찍혀있다.
그 돈을 누가 보냈는지, 그 방을 누가 빼게 했는지 순간
모든게 다 이해되버리는 유경, 힘없이 털썩 짐앞에 쪼그리고 주저앉는다.
유경 어떻게... 어떻게..!
(이럴수가..! 하는 표정으로 허...! 기막힌 눈빛에서)
거성家, 거실. N.
두 손에 찻잔을 받쳐든채 비가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서인숙,
조용히 한모금 차를 마시며 그 비를 감상중이다.
서인숙, 권위자의 표정으로 기분좋게 빙긋이 웃으며,
서인숙 그 정도면.. 알아들어야지. (하면서 차를 한모금 마시면)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자림, 그런 서인숙을 본다.
왠지 마음이 그닥 좋지 않은 표정으로 돌아선다.
아..! 마음이 편치 않은듯 한숨에서.
자취집 앞. N.
대문앞에 내다버려진 유경의 짐짝들..
그 앞에 쪼그리고 앉은채 오들오들 떨면서 함께 버려진 유경.
그녀의 손에는 거성가의 로고가 박힌 돈봉투가
있는 힘껏 꽉! 쥐어져 있다. 그렇게 비는 내리고....
유경은 그렇게 이를 악문채 그 밤을 버틴다. 길게 주다가 fade-out.
거성가 전경. (아침)
거성가, 주방.
아침식사 중인 구일중, 서인숙, 자경, 그리고 자림.
서인숙 올 여름 휴가는, 마준이도 한국에 나와있으니 우리 가족 오랜만에
하와이라도 나갔다 오는게 어때요 여보?
구일중 (? 본다)
자경 (같이 ? 보며) 엄마. 마준이 한국에 있는거 알고 있어요?
자림 (흘끗 서인숙을 보면)
서인숙 팔봉선생님댁에 가 있다드라. (구일중 보며) 당신두 알고 있었다면서요?
구일중 한실장이 그러든가?
서인숙 마준이가요, 저번 어머님 기일때 얘기 들었어요.
구일중 (그렇군...)
서인숙 정말 기특하지 않아요?
즈이 아버지 덕보는거 싫어 이름까지 바꿔서 들어갔다지 뭐예요?
자림 (보며) 이름두 바꿨대요?
자경 그래서.. 언제까지 거기 있는대요?
서인숙 글쎄.. 나는 뭐 그리 오래 안있었으면 좋겠다만,
일단 그 부분은 마준이한테 맡기기로 했다. 지가 알아서 하겠지.
그래서 말인데 (구일중을 보며) 마준이 회사로 불러들이는 문제
말이예요 여보.. (하는데)
구일중 식사합시다. 식사시간이잖소.
서인숙 (그러거나 말거나) 슬슬 이사회에 안건 올려 준비시켰으면 하는데요.
구일중 (멈칫.. 서인숙을 본다)
자경/자림 (역시 멈칫.. 서인숙을 보면)
서인숙 마준이가 저렇게까지 당신한테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는데,
당신도 마준일 위해 미리 길을 닦아놔줘야하는거 아닌가 해서요.
안그래요?
구일중 (그대로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더니)
미안하지만 나는 당신과 회사에 관한 얘기는 안하고 싶소.
마준이를 회사에 들이는 문제 역시 시기상조인것 같구.
서인숙 (찌릿.. 그 말에 구일중을 보면)
구일중 먼저 일어나리다. (하면서 일어서는데)
서인숙 나도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에미로서, 그리고 지분을 행사하는 주주로서...
(보며) 당신한테 정식으로 요청하는거예요. 아셨어요?
구일중 (본다. 보더니) 그렇다면 나 역시 정식으로 거절하겠소.
서인숙 (멈칫.. 본다)
자경/자림 ! (구일중을 보면)
구일중 그토록 주주로서 권리행사가 하고 싶다면
이사회에 직접 이의를 제기하든지.. 그건 당신 좋을대로 해.
(하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나간다)
서인숙 ! (돌아본다. 쎄하게 보면)
자경 아침부터 그렇게까지 아버질 몰아부쳐야 속이 시원해요?
서인숙 이제 시작일뿐이야.
자경 엄마!
서인숙 느이 아버지하고는 갈길이.. 아주 멀것 같구나. (보더니) 식사들 해.
(하면서 꼿꼿한 자세 그대로 조용히 국물을 떠먹는다)
자경 (맘에 들지 않는 눈빛으로 본다)
자림 (그런 서인숙과 자경을 번갈아 보는데서)
구일중의 서재.
털썩..! 피곤한듯 의자에 앉는 구일중, 눈을 감는다.
손가락으로 미간을 지긋이 누르며 낮은 한숨을 내뱉는다. 모습에서.
짧은 플랫쉬 백>
엘리베이터 앞을 지나치는 김미순, 그 위로.
조진구F 사고가 있었습니다...
FLASH-BACK> 6부 41씬.
조진구 밤새 찾아봤지만... 아무래도 급류에 떠내려간것 같습니다.
다시 거실> 다시 눈을 뜨는 구일중,
구일중 대체 어떻게 된거요... 정말.. 당신인거요?
(그러면서 내심 심난한 눈빛으로 고개 돌리는데서)
종합 병원 앞.
스르르르 다가와 멈춰서는 고급세단.
그 뒷좌석에 앉아 있는 김미순의 얼굴이 화면에 들어온다.
김미순, 도착한걸 알고 조용히 고개를 들어 보면,
그 밖으로 보이는 병원 전경에서.
그 병원, 안과 검사하는 곳.
눈에서 스르르 붕대가 풀려나가면서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는
탁구의 눈. 그 눈위로 불빛을 비춰보는 의사2.
의사2 불빛이 보이십니까?
탁구의 시야로 보이는 불빛.. 가운데는 까맣고, 형태만 아련하게..
탁구 아뇨... 흐릿한데요...
insert> 병원 로비 일각.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서는 김미순, 그 옆으로 윤닥터도 함께다.
탁구E 이대로 두번 다시 볼수 없으면 어떡하지...?
다시 검사하는 곳>
또 다른 기구에서 눈검사를 하고 있는 탁구의 모습.
두 눈에 점점 눈물이 고이며,
탁구E 더 이상 엄마를 찾을수 없으면 어떡하지....?
진료실.
의사2앞에 나란히 앉아 있는 양인목과 미순,
의사2 화상으로 인한 각막손상이 있는거 같습니다... (목소리 fade-out 되고)
인목/미순 (조금은 긴장한 표정으로 듣는 위로)
탁구E 나... 이제 그런 걱정은 안하기로 했다.
환자 대기실.
넓은 복도 한켠에 환자들이 앉아 기다릴수 있도록 의자가 많은 대기실.
그 한쪽에 앉아 있는 탁구, (붕대로 눈을 가린채) 그 위로,
탁구E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라는걸 알았으니까...
insert> 병원 복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그 한쪽으로 계속 걸어오고 있는 김미순의 발..
김미순의 얼굴...
다시 대기실> 혼자 기다리고 있는 탁구, 그 위로
탁구E 나한테는 여전히 내일이 있고...
그 내일속에서 나는... 틀림없이 엄마도 찾을수 있을테니까...
라는 말이 끝나는것과 동시에...
앉아 있는 탁구의 뒤로 또각또각 지나쳐 가는 김미순의 모습...!
순간 모든 화면이 느릿해지면서... 모든 소음들이 가라앉는다.
오로지 또각또각.. 지나가는 김미순의 발자국 소리와,
그리고 소리없이 붕대를 감은채 앉아 있는 탁구의 시선뿐.
그렇게 탁구와 김미순의 첫... 스침...!!!
(그 한순간을 위해 주위의 모든것들이 다 사라져버리는듯
고요함속으로 파묻히는 느낌으로)
윤닥터 (김미순에게) 잠깐만 기다려요... (하면서 한쪽으로 가면)
김미순, 탁구가 앉아 있는 대기실 의자 맨끝쪽으로 앉는다.
(서로 등진 방향으로..
그러나 고개를 돌리면 서로의 얼굴은 볼수 있는 그런 각도로)
김미순, 무심히 고개를 돌려 대기실안을 휘 둘러본다.
같은 의자 저 맨끝으로 붕대를 감고 앉아 있는 청년(탁구)을 본다.
잠시 그 곳에 시선이 머무는가 싶은...
탁구도 미순이와 양인목을 기다리는듯 고개를 반쯤 돌린다.
무슨 끌림같은게 있는듯.. 그렇게 서로의 얼굴을 모른채 서로를 향해
시선을 보내는 탁구와 그리고 김미순... 그 뒤로 다가서는 윤닥터
윤닥터 들어가죠.
김미순 (윤닥터를 돌아보며) 예에.. (하면서 일어나 따라가면)
거의 엇갈려서 진료실에서 나오는 양미순과 양인목.
(양미순이는 김미순의 얼굴을 못본채 곧장 탁구쪽으로 가고)
그렇게 서로 엇갈려 김미순은 진료실로 들어가고,
양미순과 양인목은 탁구를 향해 다가온다.
그렇게 김미순은 진료실 문안으로 사라지고,
닫히는 그 문 뒤로 탁구, 반쯤 고개 돌려 쳐다본다. 그 붕대 시선위로,
탁구E 아직 나는.. 어떤 희망도 버리고 싶지 않으니까...
쿵... 탁구의 얼굴위로 닫히는 문에서.
팔봉집 거실.
무릎꿇고 앉아 있는 탁구, 그 옆에서 붕대를 풀기 시작하는 미순.
팔봉, 양인목, 오영자, 허갑수, 고재복, 조진구까지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한꺼풀 또 한꺼풀 붕대가 풀려나간다.
마지막 거풀이 스르르 풀려나가면서 나타나는 탁구의 감은 두 눈.
팔봉식구들, 다같이 조금은 긴장한 표정으로 쓰윽 탁구를 본다.
미순 자 됐다. 만 하루가 지나면 붕대를 풀러도 됐댔으니까... 이제 눈떠봐.
탁구 (짐짓.. 천천히 눈을 떠본다)
팔봉을 비롯한 팔봉식구들, 일제히 고개를 쑥 빼고 탁구의 눈을 본다.
미순도, 살짝 긴장하는 표정으로 탁구를 본다.
탁구, 천천히 눈을 떠서 주위를 돌아본다.
아직은 흐릿하고 촛점이 잘 안맞춰지는...
팔봉식구들, 좀 더 고개를 빼고 탁구를 지켜본다.
허갑수 어떠냐? 좀 눈에 뵈는게 있냐?
오영자 보여? 보이니 탁구야?
조진구 (조금은 긴장한 눈빛으로 본다)
양인목 (그런 탁구를 본다)
팔봉 (역시 조용한 눈빛으로 지켜보면)
탁구의 시야로 보이는 그들, 조금씩.. 조금씩 촛점이 맞춰져서
시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순간 탁구의 두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미순 왜 그래? 잘 안보여?
탁구 (순간 툭...! 눈물이 떨어지는걸 쓱 문질러 닦으며 미순을 본다)
미순 (? 본다)
식구들 (일제히 ?? 보면)
탁구 근데 너.. 안보는 사이에 볼살 좀 붙었다?
미순 (순간 멈칫.. ??? 본다)
일제히 (??? 본다. 보다가)
미순 보여? 정말 보여?
탁구 그래! 다 보인다. 니 이빨에 낀 고추가루까지 다 보인다!
미순 (순간 허걱! 하면서 얼른 손으로 입을 가린다 가리다가)
근데 이 자식이!!! (하면서 턱! 뒷통수를 때리면)
탁구 아야! 어우 이 옥떨메! (하면서 쓱 노려본다. 보더니 씩 웃으며) 고맙다.
미순 (멈칫.. 본다)
탁구 (빙긋 웃으며 모두를 향해 돌아보더니)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제가.. 다시 살았습니다. 정말.. 백골난망입니다!
(하면서 큰절올리듯 구부린다)
팔봉 (본다. 순간 얼굴에 번지는 미소)
양인목도, 허갑수도, 고재복도, 조진구도 다행이다! 번지는 안도감.
오영자도, 미순도, 아우 잘됐다 하는 표정으로 보면,
팔봉 그래.. 잘됐다. 잘됐어.. (끄덕인다)
미순 어이구.. (하면서 툭.. 치면)
탁구 (흐르는 눈물 계속 손등으로 닦아내면서 헤... 웃는다)
그렇게 팔봉집 거실에 웃음이 다시 찾아오고....
탁구 / 마준의 방.
그 웃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마준,
팔베개를 한채 누워서 이어폰을 꽂은채 마이마이를 듣고 있다가
이어폰 밖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듣고는 조용히 눈을 뜬다.
그러더니 말없이 음악의 볼륨을 더 키워버린다. 돌아눕는데서,
팔봉제빵점 옆 계단.
화면위로 쓰윽 올라오는 유경의 선물 봉투.
탁구 (? 보면)
미순 유경씨가 주고 간거야. 너.. 눈 다 나으면 전해주랬어.
탁구 ! (본다. 보다가 얼른 안에 있는걸 꺼내 보면)
모자다.
(*** 앞으로 탁구가 제빵을 할때 꼭 쓰게 되는 모자다.
뉴스보이모자같은 걸로... 뒤집어써도 좋고, 바로 써도 좋고..
암튼! 좀.. 제빵왕 김탁구를 상징하는 그런 모자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들어있는 쪽지 하나.
"너한테 이 모자가 행운을 가져다 줄거야" (유경E)
탁구, 그 쪽지를 본다. 보다가 다시 모자를 들어서 보면
그 모자 안쪽으로 써 있는 글씨. <제빵왕 김탁구>
(신유경의 행운의 모자안에 써 있는 사회학과 신유경 같은 느낌으로)
탁구, 순간 울컥.. 하는 감동으로 그 모자를 바라본다.
미순, 옆에서 그런 탁구를 본다. 보다가 슬쩍 시선을 돌려준다.
탁구, 말없이 그 모자를 바라보는 모습에서.
팔봉제빵점.
계단에서 내려오는 마준, ? 쳐다보면.
오영자 어, 태조군! (하더니 한쪽을 가리키며) 저쪽에...
마준 (? 돌아보다가 멈칫..! 놀라서 보면)
자림, 한쪽에 서서 안을 휘 둘러보다가 마준을 발견한다. 빙긋 웃으면
마준, 표정 싹 굳어지는데서.
근처 공원 일각.
자림 서태조라구? 어디서 그런 이름은 갖다붙였어?
마준 여긴 어떻게 알구 왔어?
자림 니가 엄마한테 얘기했다며. 엄마가 너에 대해 뭔가를 아는 순간
그건 더 이상 우리집에서 비밀이 아니잖아.
마준 (그 말에 짐짓 시선 돌리면)
자림 그래도 좀 의외다. 니가 어떻게 이런데서 일할 생각을 다했니?
마준 찾아온 용건이나 말해. 그냥 심심해서 여기까지 온건 아니잖아.
자림 (본다. 보다가) 너 유경이랑 사귄다며?
마준 (멈칫.. 자림을 돌아보면)
자림 말했잖아. 엄마가 너에 대해 뭔가를 아는 순간
그건 더 이상 우리집에서 비밀이 아니라구.
마준 엄마가... 뭐랬는데?
자림 엄마가 유경이 사는델 묻더라.
마준 그래서! 설마 엄마한테 알려드린거 아니지?
자림 너 엄마 몰라? 한번 알아내겠다고 작정한건 절대 포기 안하시는거?
마준 미쳤어? 그렇다구 그걸 엄마한테 말하면 어떡해!
자림 마준아... (하는데)
마준 (그대로 벌떡 일어나 가버린다)
자림 (돌아보더니) 저 녀석.. 뭐야? 진심이야? (살짝 당황한 눈빛에서)
자취집 앞 골목.
쿵쿵쿵쿵! 쿵쿵쿵쿵! 유경의 자취집 대문을 두드리는 마준.
안에서 "누구세요!" 하는 소리와 함께 주인댁, 문을 열면
마준 그대로 쿵! 밀고 안으로 들어선다. "엄마야!" 놀라는 주인댁.
자취방.
벌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면 깨끗이 비워져 있는 내부..
마준, 아무도 없는 방을 확인하는 모습,
주인댁 (그 뒤로 따라들어오며) 아니, 누구신데 이래요? 예?
마준 (돌아보며) 여기 살던 여학생 어디루 갔어요?
주인댁 (멈칫...) 그게... 그 학생이 방세를 못내서 다른데루 이사갔는데.
마준 다른데 어디루 갔냐구요!!!
주인댁 글쎄 나두 그것까지야...
마준 (아! 미치겠다! 빈방을 돌아보는 시선에서)
학교 일각.
학생1 아, 유경이요.. 저두 쫌 전에 들었는데 오늘 오전에
휴학계를 냈다고 그러든데요?
마준 휴학계요?
학생1 시국도 어수선하구.. 또 그런일까지 겪었으니까요...
마준 혹시 어디로 연락하면 만날수 있는지 모릅니까?
학생1 (살짝 경계하듯) 글쎄.. 그것까지는.. (그러더니 그대로 지나쳐 가버리면)
덩그라니 혼자 남겨진 마준, 잠시 그대로 서 있다가 주위를 돌아본다.
수많은 학생들이 그 주변으로 돌아다니고 있는데...
그러나 유경은 볼수가 없다. 힘없이 계단에 털썩.. 주저앉는다.
젠장...! 대체 이 기분은 뭐냐..! 하는 표정에서.
거성家, 거실.
마준 그렇게까지 하셨어야 했어요 엄마?
서인숙 (소파에 앉아 무심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며)
그렇게 해둬야 두번 다시 널 넘보지 못할거 아니니.
마준 신유경 그 앤 그저 일개 여대생일뿐이예요!
그런 앨 상대로 엄마가 그렇게까지 할게 아니었다구요! (하는데)
서인숙 (순간 찻잔을 탁! 차받침위에 소리나게 내려놓으며)
그래, 일개 여대생일뿐이지,
(하면서 아예 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일어나 마준을 보더니)
헌데 그 애가 너한테 하고 있는걸 좀 봐라.
니가 언제 여자 문제로 이렇게까지 엄마한테 대든적 있었니?
마준 (본다)
서인숙 니가 언제 여자 문제로 이렇게까지 핏대 올린적 있었어?
마준 엄마! (하는데)
서인숙 (버럭) 정신 똑바로 차려 구마준!!!
마준 (멈칫.. 보면)
서인숙 느이 아버지한테 인정받기 위해 팔봉선생한테까지 찾아갔으면,
딴생각 하지 말구 거기에 전념해!
볼썽사납게 되도 않는 여자애때문에 갈팡질팡하지 말란 말이야!
마준 갈팡질팡하게 만드는건 유경이가 아니라 엄마예요! 모르시겠어요?
서인숙 뭐라구?
마준 나한테도 생각이라는게 있고, 나한테도 계획이라는게 있어요.
그 모든걸 다 엄마한테 맞춰서, 엄마 뜻대로 움직이려고 하지 마세요!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요, 그러니까 참견말라구요!
서인숙 그래서 넌 아직 멀었다는거야!
마준 ! (본다)
서인숙 너의 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나를 비롯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을 들이고 헌신하는지.. 너는 알아야 해.
(보며) 니가 이 집안을 이끌어갈 후계자인 이상,
니 인생은 너만의 것이 아니라는 뜻이야! 알겠니?
마준 (순간 어금니를 꾹 문채 서인숙을 보면)
서인숙 나는.. 어느 누구도 니 그림자를 밟게 두지 않을거다. 명심해.
마준 ! (본다. 거의 노려보는 수준으로 서인숙을 본다. 스틸.)
서인숙 (역시 지지 않는 카리스마로 아들을 다스린다. 그 눈빛에서 스틸.)
거성식품 회사 앞.
천천히 그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유경의 발.
틸업하면 조금은 수척해져 보이는 유경의 얼굴이 나타난다.
유경, 그 자리에 멈춰서서 고개를 들어 거성식품이라고 써진 그 회사를
올려다본다. 표정없이 한참을 그렇게 올려다보는 눈빛,
어딘가 도전적인 눈빛으로 올려보는 유경의 얼굴에서 스틸.
팔봉 제빵점 옆 계단.
모자안의 "제빵왕 김탁구"라는 글씨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탁구,
그대로 휘리릭 그 모자를 가볍게 돌려 머리에 쓴 뒤 홱! 뒤로 돌리더니
밝은 웃음으로 팔봉제빵점으로 향한다. 그 얼굴에서 스틸되면서.
앞씬의 거성식품을 향해 도전적인 유경의 얼굴과
희망을 향해 돌아서는 탁구의 웃는 얼굴이 쿵! 사진속으로 박히면서.
<13부 끝>
.제빵왕 김탁구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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