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 12
11부 앤딩. N.
탁구 나... 앞으로 당분간 너.. 안본다.
지금부터 앞으로 2년동안은.. 무조건 빵을 배우는데 전념할거야.
유경 탁구야...
탁구 십이년두 떨어져 있었는데.. 2년쯤... 후딱 지나갈거야.
눈한번 깜빡하면.. 지나가 있을거야. 그러니까...
유경 대체 너 저 사람하고 무슨 약속한거야? 말해! 무슨 약속이야!
탁구 어무이가 없는 내 인생에서.. 내가 살아가는 오직 한가지 이유는...
바로 너다. 알았냐?
유경 (순간 울컥...! 두 눈에 눈물이 차오르면)
탁구 (그대로 홱 돌아서서 간다)
유경 (순간 알수 없는 두려움에) 탁구야아아!!! (외친다)
순간 탁구, 우뚝! 걸음을 멈춘다.
마준도 멈칫..! 하는 표정으로 유경을 본다.
유경, 그런 탁구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보는데, 갑자기 홱! 돌아서더니
왔던것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유경을 향해 다가오는 탁구.
그대로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더니 키스해버린다.
마준 !!! (놀란듯 바라보면)
탁구 (두 손으로 유경의 얼굴을 감싸며.. 소중하게, 길고 긴 입맞춤)
유경 (순간 그렁그렁한 그 눈에서 눈물이 툭! 떨어진다, 천천히 눈을 감으면)
탁구 (감은 그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있다)
바라보던 마준, 그대로 홱! 돌아선다.
알수 없는 불쾌함에 스스로도 혼란스러운 표정에서.
냉장실 일각. N.
선반위에 생크림케잌 5호를 올려놓는 미순,
마준이 준 레시피수첩을 한번 더 들여다본뒤 주머니에 넣으며,
미순 제발..! 너만은 나한테 성공의 기쁨을 안겨다오! 부탁한다 5호야!
(두 손 모아 기도하듯 인사를 한뒤)
팔봉제빵점 옆문 계단일각. N.
옆문으로 나오는 미순, 집쪽으로 가려다가 멈칫.. 보면
저 앞으로 벤치에 고개를 숙인채 우두커니 앉아 있는 탁구.
미순, ? 본다. 보다가 슬그머니 그 앞으로 쓱 지나친다.
탁구 ...
미순 (가다 말고 돌아본다. 다시 슬쩍 반대로 지나가본다)
탁구 ...
미순 (다시 멈춰서서 돌아본다. 어쭈? 완전 무시네? 흠흠! 일부러 헛기침!)
탁구 ...
미순 (좀 더 크게 흠흠흠! 헛기침을 하는데 그만 사래가 켁! 걸린다. 켁켁!
가슴을 툭툭 치며 겨우 참고는 흘끔 돌아본다)
탁구 (완전 무반응. 미동도 하지 않는다)
미순 (슬그머니 손을 들어 탁구의 눈앞으로 휘휘 저어본다, 반응 없자)
어이.. 김탁구.. 너 자냐? 어이...
(하면서 고개를 숙여 탁구와 시선을 마주치는 순간 멈칫..)
탁구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한 얼굴, 너무나 슬픈 눈빛..!)
미순 ! (보면)
11부 앤딩씬과 동장소. N.
한쪽에 멍하니 쪼그린채 앉아 있는 유경.
조금 거리를 둔채 택시를 세워놓은채 서 있는 마준, 유경을 돌아보더니
마준 (다가서며) 안갈래? 데려다 줄테니까 택시에 타.
유경 ...
마준 너.. 밤새 그러구 있을거냐구! (하는데)
유경 (표정없이 천천히 일어선다)
마준 (가려나보다 하는데)
유경 (마준과 반대방향으로 혼자 휘청거리며 걸어간다)
마준 (? 돌아본다. 보다가 쫓아가 유경을 잡으며) 데려다 준다니까.
유경 (잡히는것과 동시에 탁! 뿌리치며 돌아본다. 쏘아본다)
마준 (멈칫..! 그 눈빛에 찔린듯 보면)
유경 (그대로 쎄하게 돌아서서 가던길 간다. 휘청...)
마준 (본다. 보더니 그대로 홱! 돌아서서 택시에 올라탄다) 출발합시다.
출발하는 택시. 그 옆으로 걸어오는 유경을 지나쳐온다.
마준, 짐짓 반쯤 고개 돌려 창밖을 본다.
지나쳐오는 그 택시 뒤로 휘청휘청... 힘들게 걸어오는 유경.
마준,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린다. 잠시 그러고 있더니 결국 못참고,
마준 아저씨 잠깐 세워요.
끼익 멈춰서는 택시. 마준, 차문을 열고 유경을 향해 다가오더니
걷기조차 힘겨워보이는 유경의 팔을 탁! 나꿔챈다.
유경, 놀란듯 마준을 보면 마준, 그대로 유경을 끌고 택시쪽으로 간다.
유경 놔! 이거 놔!! (뿌리치지만)
마준 (아무말없이 그대로 유경을 끌고 택시앞으로 온다)
유경 놔아!! (그 택시 안타려고 끝까지 버티는데 그럴 힘조차 부쳐보이는)
마준 (완력으로 유경을 택시안으로 밀어넣더니, 그 옆으로 올라타고) 갑시다.
유경 (그런 마준을 쏘아본다. 동시에 부웅! 출발하는 택시)
유경이네 자취방. N.
벌컥! 문이 열리면서 안으로 들어서는 유경,
잠시 어질..! 한 표정으로 들어오면 반쯤 열린 그 문 뒤로
슬쩍 고개를 들이미는 마준, 문밖에서 일단 주위를 한번 둘러본다.
이런 달동네같은데서 살고 있었나...?
그러더니 손가락 두개만 사용해 (더럽다는듯) 문을 열고 들어선다.
조악한 부엌과 그 부엌에 연결된 한칸짜리 방이 눈에 들어온다.
마준, 손으로 살짝 코를 막으며 눈쌀을 찌푸리며 둘러보다가
방문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유경의 뒷모습을 본다.
마준 너.. 이런데서 살고 있었냐?
유경 ...
마준 (그런 유경을 본다. 보더니) 안되겠다. 나가자.
유경 ...
마준 밥은 먹어야할거 아냐? 보아하니 먹을것도 없어보이고,
뭘 해먹기에 별로 그렇게 위생적으로 보이지도 않고... (하는데)
유경 왜 그랬니?
마준 (? 본다)
유경 왜.. 그런 약속을 하게 했어? 탁구한테?
마준 (대답대신 살짝 짜증스러운 투로) 밥 안먹을거야?
유경 넌 이미 다 갖고 있잖아. 탁구보다 훨씬 더 많이 누리고 살잖아.
마준 나가서 밥이나 먹자구!
유경 (돌아보며) 재밌니?
마준 (멈칫.. 유경을 본다)
유경 없는 사람한테 빼앗고,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게.. 그렇게 재밌어?
너두 알거 아냐, 탁구한테 이제 아무것도 없는거! 아무도 안남은거!
마준 그래, 잘 알아. 그 자식 아무것도 없어, 쥐뿔도 없어.
근데 왜 너는 계속 그런 자식한테 그렇게 목을 메는건데? 이유가 뭐야?
유경 (OL) 나한텐 탁구밖에 없으니까!!
마준 ! (멈칫.. 본다)
유경 아버지도 못해줬던걸 그 아이가 해줬으니까!
내가 유일하게 마음 놓고 웃어도 되는 단 한사람이니까!
너한테 그 하나따위 옆에 있든 없든 무슨 상관이냐 싶겠지만,
나한텐... 그 하나가 전부니까...! (순간 눈물이 흐른다)
마준 (본다)
유경 그게 어떤 의민지... 넌 모르지? (씁쓸하게 웃으며) 모르겠지..
뭔가를 갖고 싶다고 생각도 하기전에, 이미 모든걸 다 가지고 태어난
너같은 애들이.. 어떻게 알겠니! 무슨 수로 알아?
마준 (보면)
유경 그만 가라. 너 같은거.. 꼴도 보기 싫어. (돌아서서 들어가려는데)
마준 (유경의 팔을 잡아 돌이켜세우며) 내가 해주면 되잖아.
유경 (멈칫...!)
마준 그 자식이 못해준거 내가 다 해줄께.
유경 이거 놔! (뿌리치는데)
마준 (더 거칠게 붙잡아 끌어당기며) 뭐가 필요해? 돈 필요해? 옷 필요해?
우선 이런 그지같은 집구석부터 바꿔버리자. 바꿔줄께.
좀 더 깨끗하고 너한테 어울리는 집으루, 그러니까..!
유경 이거 놔아!!! (하면서 뿌리치는것과 동시에)
마준 (두 손으로 더 유경의 두 팔을 거칠게 잡아채며) 너 내 여자 해라!
유경 (순간 쿵..! 그 말에 강하게 얻어맞은것처럼 마준을 본다)
마준 (정말로 빼앗고 싶고, 갖고 싶은 눈빛으로 똑바로 쳐다보며)
신유경 너.. 내 여자 해! (보며) 어때?
유경 ! (본다)
마준 (똑바로 보는데서)
팔봉빵집 옆 선술집. N.
탁구 내가.. 무슨짓을 한건지.. 모르겠다.
미순 (본다)
탁구 유경이만 나올수 있다면 무슨짓이든 하겠다고 큰소리 쳤는데...
앞으로 또 2년을 못봐야한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미칠것 같다.
미순 그러게 그런 약속을 뭐하러 해?
탁구 내가.. 할수 있는게 없었잖아. 그런 약속밖에는...
(그러더니 괴로운듯 소주를 따라 꿀꺽 마신다)
미순 그래서 이젠 어쩔건데?
탁구 (또 한잔을 따라서 꿀꺽 털어넣더니) 배워야지.
미순 (본다)
탁구 그리구.. 이겨버려야지.
미순 ?
탁구 서태조 그 자식하고 이왕 붙어보기로 한거.. 이겨버려야지.
(보며) 2년동안 죽자사자 배우면 뭐 어찌 안되겠냐?
미순 너.. 빵이 그렇게 만만해보이냐?
탁구 그래봤자 사람이 만드는건데.. 까짓거 해보면 되겠지 뭐.
(보며) 너두 나 도와줄거지?
미순 (이거이거 안되겠구만) 아..! (머리를 긁적긁적하면서 답답해지더니
갑자기 탁구앞에 있던 소주잔에 소주를 따라 꿀꺽 마신다)
탁구 ? (보면)
미순 크으으으으으!!!! (진짜 쓰다, 찡그리더니 탁! 잔을 내려놓는다. 놓고)
내가 충고하나 할까? (보며) 너어.. 못이겨.
탁구 (멈칫..! 본다)
미순 니가 아무리 천재적인 후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안돼.
빵 만드는걸 배울수는 있어도 할아버지한테 인정받는 빵을 만들기에
2년으로는 택도 없고, 절대 서태조를 이길수도 없어.
그게 현실이고, 2년뒤에 내려질 결론이야, 알겠니?
탁구 그래서 나 안도와준다구?
미순 글쎄 2년안엔 어림없다구. (그리고는 냉정하게 일어나는걸)
탁구 (얼른 미순의 팔을 잡으며) 정말 방법이 없어?
미순 없어.
탁구 기적이 일어날 확률도 없냐?
미순 (본다. 보며) 응. 없어. 결코 없어, 절대 없어.
탁구 ! (본다, 시선에서)
팔봉제빵점 앞. N.
저벅! 그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탁구의 발.
그 앞에 멈춰서서 팔봉제빵점을 한번 쓱 올려다본다.
불꺼진 팔봉제빵점이 탁구를 내려다보고 있다.
탁구, 말없는 팔봉빵집을 물끄러미 올려다본다. 올려다보며.
탁구 그래두 이기구 싶은데.. (보며) 어쩌냐 유경아...? (시선에서)
유경의 자취방. N.
혼자 방안에 무릎을 끌어안은채 앉아 있는 유경, 그 위로.
마준E 잘 생각해.
플랫쉬-백> 6씬 연결상황.
마준 너도 니 인생, 이렇게 냄새나고 초라한 누더기같은 자취방에서
끝내고 싶진 않을거 아냐. 안그래?
유경 ! (보면)
마준 내가 널.. 끌어올려 주겠다구.
이런 구질구질한 밑바닥 인생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구!
플랫쉬 백> 11부. 심문실 씬.
형사1 세상을 바꿀라구 하지마. (중략) 니가 가진자가 되고, 있는자가 되면
그럼 세상도 너를 따라 자연히 바뀌게 돼있어. 이치가 그래.
다시 현재>
유경, 왠지 으슬으슬 온몸이 떨려온다.
더욱 더 무릎을 꼭 끌어안으며 몸을 움크리는데서 fade-out.
거성家 전경. D.
거성家, 서재.
탁..! 테이블위에 편지봉투를 내려놓는 서인숙의 손.
앞에 서 있던 한승재, 보더니 봉투를 집어들어서 본다.
주소와 함께 써져 있는 "작은사모님" 이라는 글씨.
한승재, 고개들어 서인숙을 본다.
서인숙, 표정없이 쎄한 눈빛으로 그 편지봉투를 보고 있다.
한승재, 그 편지봉투를 집어들어 본다.
그리고 그 내용을 열어서 보면 "殺人者"라는 글씨.
한승재, 놀라는 눈빛위로
서인숙 아무래도 탁구.. 그 아이짓인것 같아.
한승재 (? 서인숙을 보면)
서인숙 그 아이가 돌아왔다는 얘길 들었을때부터 뭔가...
불길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했었는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뭔가 계속 불안한 느낌으로...)
보나마나 길바닥에서 굴러먹다 머리가 크고 보니 돈 생각이 났겠지.
즈이 엄마 실종된 분풀이로 협박편지라도 써서 한몫 뜯어내보겠다,
뭐 그런 천한 속셈 아니겠어?
한승재 일단 진위 파악부터 해보겠습니다. (하는데)
서인숙 만약 탁구가 아니라면..
한승재 (그 말에 멈칫... 서인숙을 보면)
서인숙 혹시라도 그 날 일을 누군가 알고 그런 편지를 보냈을리는...
(불안한 눈빛으로) 없는거잖아. 그치?
한승재 그럴리 없어요. 그날 밤 그곳에 있었던건 당신하고 나뿐이었어요.
그날밤 일을 아는것도 당신하고 나뿐이구요.
서인숙 왠지 기분이 영 안좋아.
하필 어머님 기일을 앞두고 그런 편지가 온것두 그렇구.. (하는데)
한승재 (OL) 예민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그렇게 확대해석할 일 아니예요.
서인숙 그렇겠지? 그날일은 우리 말고 아무도 모르겠지? (하는데)
한승재 (순간 쉿...! 얼른 손을 들어 서인숙에게 말을 멈추라는 신호)
서인숙 (? 멈칫... 본다)
한승재 (그 말에 고개 돌려 방문쪽을 본다, 뭔가 들린듯한 느낌)
서인숙 걱정마. 공주댁은 내가 심부름을 내보냈어. (하는데)
한승재 (아무래도 걸린다. 그대로 문쪽으로 다가가더니)
거성家 거실.
벌컥!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한승재, 주위를 둘러본다.
보는데 저쪽 입구쪽으로 서 있는 윤닥터의 모습이 보인다.
한승재 (멈칫... 저 사람이 왜...? 하고 쳐다보면)
서인숙 (뒤에서 따라나오다가 같이 보더니, 나즉히) 자림이 때문에 온거야.
(그리고는 현관쪽으로 나가 윤닥터를 맞이하듯) 닥터윤, 왔어요?
윤닥터 (돌아보며) 아, 사모님. 계셨군요.
집에 아무도 없는줄 알고 그냥 가야하나 어쩌나 했습니다.
서인숙 자림이는 방에 있어요.
윤닥터 네, 그럼 올라가보겠습니다.
(인사한뒤 뒷쪽의 한승재에게도 눈빛으로 일별하고 계단을 오른다)
한승재 (그런 윤닥터의 뒷모습을 살짝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쫓는다)
서인숙 주원장이 직접 추천해준 사람이야, 믿을만 해.
한승재 (그 말에 서인숙을 보면)
서인숙 (돌아보며) 당신은 아까 그 편지건부터 확실하게 출처확인부터 해줘.
정말로 내 추측이 맞다면 이번엔 제대로 철저히 단속해.
돈을 주고 그 아이 입을 막든가, 아니면...
한승재 알았어요. 내가 알아서 해요. 목소리 낮춰요.
서인숙 (서늘하리만치 단호한 목소리로)
당신 목숨을 걸고서라도 막으라고 했던 말... 허투루 흘려듣지 마. 알지?
한승재 걱정말아요, 이미 그 쪽은 손을 써뒀으니까.
서인숙 (본다)
한승재 (보면)
그 두 사람의 모습에서, 화면 쭉 이층쪽으로 넘어오면,
아랫층에서는 보이지 않는 한쪽에 서 있던 윤닥터,
조용한 시선으로 자림의 방을 향해 프레임-아웃 되면.
허갑수 / 조진구 / 고재복의 방.
동생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조진구, 나즉히 한숨을 내쉬는 위로
한승재E 아픈 여동생까지 돌보면서 꽤 눈물겨운 시절을 보낸것 같든데..
11부 54씬 연결. 어느 약속장소 일각. N.
조진구 나한테 뭘 원하는겁니까.
한승재 우선 김탁구 그 녀석 얘기부터 해볼까?
조진구 ! (보면)
한승재 우선 그 녀석이 팔봉빵집에서 뭘 하는지, 누굴 만나는지..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해줄 사람이 필요하네.
때에 따라선 내 지시에 따라 그 녀석의 행동반경을 제한해주는 역할도
필요하지. (보며) 나는 자네가 그 일을 기꺼이 해줄거라고 생각하는데.
조진구 내가 왜 그런 일을 기꺼이 할거라고 생각합니까! (불쾌해지는데)
한승재 그렇게만 해주면 자네 여동생은 훨씬 더 나은 조건에서
치료를 받을수 있을테니까.
조진구 ! (표정없이 빤히 쳐다본다. 시선에서)
다시 허갑수 / 조진구 / 고재복의 방.
힘없이 동생의 사진을 가슴에 얹으며 생각에 잠기는 조진구, 그 때
방문이 벌컥 열리며 안으로 들어서는 허갑수와 고재복.
허갑수 어이구 별 떡을헐 놈! (들어와 한쪽에 앉으면)
조진구 (얼른 사진을 집어넣으며 아무일도 없는척 하는 가운데)
허갑수 대체 갑자기 뭔놈에 빵바람이 불어가지구 저랬쌌는디야?
고재복 그러게 말입니다. 암튼 탁구 저 놈은 하는짓마다 아주 꼴통입니다.
조진구 탁구가.. 또 왜요? 무슨 일 있었습니까?
허갑수 글쎄 뭔바람이 불었나 이번이는 본격적으루다 빵을 배우시겄단다.
고재복 게다가 2년뒤에 스승님한테 인정서까지 받아내겠답니다.
허갑수 허이구 별 미친놈.. 그게 워떤건디 감히 지가 함부루 받네 마네여?
살다살다 이젠 아주 별 구겨진 식빵같은 소릴 다듣겄구먼.
조진구 (? 본다. 보다가 방문바깥쪽으로 시선 돌리면)
팔봉의 방.
양인목 너 지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팔봉선생앞에서 무릎꿇고 앉아 있는 탁구.
그 가운데 앉아 있는 양인목, 어이없으면서도 기막힌듯.
양인목 빵에 대한거라고는 기초고 기술이고 아무것도 없는 놈이 뭘 받아?
탁구 스승님의 인정서요.
팔봉 (보는 위로)
양인목 (기막혀) 너..! 낮술 마셨냐?
탁구 (양인목 보며) 아닙니다. 정신 말짱합니다.
양인목 헌데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구 있어?
탁구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기술 배우고,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양인목 빵이 기술만 익힌다고 되는줄 알아?
탁구 기술 말고 그럼 또 뭐가 필요한데요?
말씀만 해주십쇼! 다 해보이겠습니다.
팔봉 (흐음..! 대답없이 계속 부채만 타닥타닥 부치고 있는 위로)
양인목 시끄럽다. 너같은 놈은 앞으로 삼년동안 설거지만 해도
수양이 부족할 놈이야! 당장 니 방으로 올라가.
탁구 (팔봉 보며)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스승님?
양인목 어허! (하는데)
팔봉 이유가 뭐냐!
양인목 (멈칫.. 팔봉을 본다)
탁구 (? 팔봉을 보면)
팔봉 너한테 갑자기 내 인정서가 필요한 이유가 뭐냐 말이다.
탁구 서태조하고 약속을 했습니다. 2년뒤에 스승님의 시험을 같이 치자구요.
팔봉 (순간 부치던 부채가 딱... 멈춘다)
뭐라? 니가 지금 태조와 경합을 하겠다.. 그 말이냐? (보며) 니가아?
양인목 (이 녀석이? 동시에 한쪽 눈썹이 하늘끝까지 치솟으며 노려본다)
탁구 네. 경합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구... 이기고 싶습니다.
(전혀 분위기 파악 못한채 결의찬 시선을 쏘아대는것과 동시에)
팔봉집, 거실.
벌컥! 문이 열리면서 양인목에 의해 거의 던져지다시피
거실로 내동댕이쳐지는 탁구, 그대로 바닥에 쿵! 구른다. 아프닷!!!
양인목 (무섭게 쏘아보더니) 모자란 놈!
탁구 잠깐만요 대장님! (하는데)
양인목 (그대로 탁구의 코앞에서 쿵! 문을 닫는다)
탁구 (본다. 보더니 순간 으아! 아프다.... 무릎을 쓱쓱쓱 비비다 멈칫 보면)
마준 (계단 중간에 서서 내려다보고 있다) 날.. 이기겠다구?
탁구 (순간 머슥... 시선 돌리면)
마준 (흥..! 깔보는 눈빛으로 본뒤 계단을 올라가버리면)
탁구 (쓱! 잰눈으로 흘겨보며 입모양만 꿍얼꿍얼하는데서)
팔봉집, 팔봉의 방.
팔봉 허허허.. (웃으며) 그 놈 참.
양인목 그렇게 웃어넘기실 일이 아닙니다.
저 녀석은 하는짓 하는말마다 전부 다 대형사고감입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알수가 없습니다.
팔봉 열두살 어린나이부터 길거리에서 지 힘으로 혼자 살아온 놈이다.
오로지 머릿속에는 즈이 어머니를 찾을 생각밖에 없던 놈이야.
논리라는것이 있을리 없고, 하는짓마다 상식을 벗어나는것 투성이겠지.
양인목 그래도 아버님, 너무 오냐오냐만 하실 일이 아닌것 같습니다.
팔봉 어쩌겠느냐. 니가 채찍을 들었으니 나는 당근을 들수밖에.
양인목 아버님...!
팔봉 즈이 에미를 잃은뒤로 평생 내쳐지기만 했던 인생 아니더냐.
누구 하나 보듬어 준 이가 없는 고단한 인생 아니더냐.
양인목 (그 말에 멈칫.. 보더니) 하지만 이기기 위해 빵을 만들겠다지 않습니까.
그런 녀석을 어찌 그대로 두란 말씀이십니까?
팔봉 허면 너에게 묻겠다. 너는 어찌 저 아이를 다시 제빵실로 들인것이냐.
양인목 예?
팔봉 저 녀석이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을때.. 왜 다시 받아줬느냐 그 말이다.
양인목 (순간 멈칫... 시선에서)
탁구E 아이들이 먹을거라면서요!
짧은 플랫쉬 백>
탁구 아까 그랬잖아요. 소아병동에서 주문한거라구.
거깄는 애들 전부 다 빵이 오기만 목빼구 기다릴텐데.. 그래두 돼요?
다시 현재>
양인목 (순간 입을 다문다, 그 위로)
팔봉 그 날 니가 봤던 저 아이의 마음을 한번 믿어보거라.
그 마음밭에 믿음을 심어준다면, 틀림없이 크게 자랄것이야.
양인목 설마 아버님.., 정말루 저 녀석하고 태조를 같이
경합에 붙이실 생각이십니까?
팔봉 (살짝 신난듯) 그러면야 나야 재밌겄지.. (하다가 인목을 보는데)
양인목 (아버님!!! 하는 엄한눈빛으로 보고있다)
팔봉 ...만서두. (살짝 말끝 흐리다가) 일단 그 판단은 너한테 맡겨두마.
양인목 ? (본다)
팔봉 (빙긋 웃는 표정으로 쳐다보면)
양인목 (심난해지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데서)
팔봉 제빵실.
양인목 위치로!!!
일제히 (허갑수, 조진구, 고재복, 양미순, 서태조, 그리고 탁구까지 자리에 서면)
양인목 오늘 제빵목록이다.
(차례로 레시피를 나눠주기 시작한다. 그러다 탁구앞에 멈춰서더니)
그리구 김탁구 너! 철판에 물기는 왜 안닦은거냐!
탁구 예? (돌아보면)
양인목 요즘같은 날씨에 물기가 남아있으면 상할수도 있다는 몰라?
이런 기본도 안돼있는 놈이 뭐? 스승님의 인정서를 받겠다구?
탁구 (얼른) 다시 닦아놓겠습니다!
양인목 철판밑에 그을음까지 겉과안의 색깔이 같을정도로 빡빡 닦아놔!
탁구 네! 알겠습니다!
양인목 니 얼굴이 비칠정도로 번쩍번쩍 광이 나도록!
탁구 제 얼굴이 비칠정도로 번쩍번쩍! 알겠습니다!
양인목 (찌릿! 노려본다)
탁구 (지지않고 쳐다보면)
일제히 (슬쩍 탁구와 양인목 사이에 찌리릿! 하는 기운을 번갈아 보는데서)
팔봉 제빵점. 개수대 앞.
수백장의 철판을 옆에 쌓아놓고 마른 행주로 닦고 또 닦는 탁구,
그러다 다 닦아놓은 철판을 한쪽으로 옮기는데 그만 우르르!
실수로 무너뜨린다. 탁구, 허걱! 하는데 그 앞으로 나타나는 양인목.
양인목 (떨어진 철판들을 돌아보더니) 처음부터 다시 닦아! (하고 지나가버린다)
탁구 아...! (앞머리 훅! 날리며 힘들다)
(점프)
닦아놓은 철판을 앞뒤로 돌려보더니
양인목 다시!
탁구 아.. 예.. (훅! 날린다)
(점프) 개수대에 첨펑! 철판을 집어는 양인목.
양인목 다시! (그리고 나가버리면)
탁구 (으으으으! 끓는다. 끓지만) 예... 다시! (하면서 훅! 날리는데)
마준E 그래서 어디 되겠어?
탁구 (철판을 닦다 말고 멈칫.. 돌아보면)
마준 (그 옆으로 쓱 다가서며) 이렇게 맨날 철판만 닦고 있다가는
날 이기는건 고사하고 2년뒤에 경합자리에도 못나오는거 아니냐구.
탁구 (툭.. 손을 털고 마준을 돌아보더니) 나 싸나이 김탁구.
내 입으로 한 약속은 꼭 지킨다,
기필코 2년뒤에 정정당당히 너랑 붙어줄테니까 걱정붙들어 매라구! 어?
마준 (흥..! 비웃는 웃음으로 보더니) 정정당당히 하지마.
탁구 ?
마준 정정당당히.. 그런걸로는 너! 절대로 날 이길수 없어.
수단 방법 가리지 마. 죽을힘을 다해서 밀어부치는게 좋을거야, 왜냐면!
(본다. 보더니) 나는 그렇게 할거거든.
탁구 (오호! 이 녀석!!! 불끈 승부근성이 발동하게 만드는데! 강한 눈빛,)
마준 (얼마든지! 덤벼! 라는 자신만만한 눈빛으로 마주본다)
그렇게 쿵! 쿵! 임펙트있게 탁구와 마준의 눈빛 서로 교차하다가,
오영자E 탁구야!
탁구 (? 돌아본다)
오영자 (얼굴 들이밀고) 밖에 손님이 와계신데?
탁구 손님요? 저한테요?
오영자 응. 어떤 양복입은 남자분이시든데.
탁구 (양복입은 남자?)
마준 (? 돌아 본다. 시선에서)
팔봉집 앞.
탁구, 밖으로 나와서 보면 저 앞으로 세단 하나가 세워져 있고
그 앞으로 양복차림의 수행원1이 서 있는게 보인다.
수행원1, 탁구를 보더니 차의 뒷문을 열어놓고 서 있는다.
그 앞으로 다가서는 탁구, 그 뒷좌석쪽을 들여다보면
한승재가 거기 앉아 있다.
탁구 ...! (멈칫본다... 시선에서)
근처 어느 일각. N
세단을 한쪽에 세워둔채 그 이만치에 마주선 탁구와 한승재.
탁구 무슨 일이십니까, 여기까지.
한승재 (돌아보며) 그래, 빵집에서 일은 할만하고?
탁구 그게 궁금하셔서 여기까지 직접 찾아오셨습니까?
왜요? 이번에도 깡패들을 한번 풀어보시죠.
지하창고같은데는 또 안끌고 가십니까? 더 해보시죠, 왜요!
한승재 그래서 그런 협박편지를 보낸거냐?
탁구 협박편지라뇨?
한승재 거성가 사모님한테 니가 보낸 그 협박편지 말이다.
그 때의 그 분풀이를 하자고 그런걸 보냈어?
탁구 이보십쇼 한실장님! 무슨 소릴 하는겁니까!
한승재 아니면! 혹시 돈푼이라도 뜯어낼 마음으로 그런거냐?
그렇다면 말해봐라. 얼마가 필요허냐? 얼마정도를 채워줘야 니가
거성가와의 인연을 끊겠다고 약속을 하겠냔 말이다.
탁구 공갈협박으로 안되니.. 이젠 돈입니까? 돈으로 쳐발라 보시겠다구요?
한승재 말해봐. 원하는 액수가 얼마야!
탁구 (순간 정말 분하고 화가나고 열 받은듯 자기도 모르게 툭 사투리로)
보십쇼 한실장님요! 지는 마 이자 거성가하고 연을 끊었다 아입니꺼!
한승재 (보는 위로 계속)
탁구 십이년전 그 날밤 그 집 대문을 나서믄서,
두번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입니꺼!
한승재 정말로 니가 그 편지를 안보냈단 말이냐?
탁구 싸나이가 되가 그런 쪽팔린짓 안합니더 지는요!
한승재 (본다. 탁구의 눈빛과 말이 사실임을 느낀다. 그럼 누구지...? 하는데)
탁구 이제 지발 그만 좀 하입시더 한실장님요, 낼 좀 가만 냅두란 말입니더!
자꾸 이래 지 건드맀싸믄... 그 땐 지도 참말로 어찌 나올지 모릅니더!
고마 확! 회장님한테 찾아가삐릴수도 있다 그 말입니더!
한승재 ! (멈칫.. 보면)
탁구 한번만 더 나타나보이소, 그 땐 지도 마, 안참심니더! 아셨습니꺼?
(그러더니 그대로 주먹을 꾹 누른채 홱! 돌아서서 성큼성큼 가버린다)
한승재 (가는 모습을 본다. 시선에서)
그 일각>
마준, 멀리서 그 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한승재의 모습을 바라보는 마준, 완전히 화가 머리끝까지 난 표정에서.
팔봉집, 제빵실.
미순, 케잌 5호를 앞에 둔채 칼을 들고 조심조심 한조각을 떼어낸다.
미순 제발! 5호야! 내 머릿속에 그리던 그 맛이길 바란다! 제바알....
(하면서 막 한입 베어물려고 있는 힘껏 입을 쩍! 벌리는데)
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탁구.
그 바람에 화들짝 놀라며 케잌조각을 떨어뜨리는 미순,
이러언! 하는 표정으로 홱! 돌아보면
탁구, 완전히 열받은 표정으로 왔다갔다 어쩔줄을 모른다.
미순 (? 보면)
탁구 (순간) 어우우우우!!! (하면서 주먹을 들어올려 무언가를 치려다가 멈칫)
탁구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미순의 눈빛과 마주친다.
탁구, 허공에 든 주먹을 잠시 부들부들 떤다.
미순, 그런 탁구를 빤히 쳐다보면.
탁구, 그대로 천천히 주먹을 내린다, 내리더니
갑자기 쿵! 닉킥으로 무언가를 들이받는다.
미순 (헉! 놀라서 보면) 야! 김탁구 너... (하는데)
탁구 (미순쪽으로 주먹을 들어보이며) 나 주먹 안썼다! 무릎썼다!
약속 지켰어! (하더니 그대로 쿵! 밖으로 나가버린다)
미순 (허..! 본다. 보다가) 왜 저래? (하는 시선에서)
제빵점 옆 야외 계단.
내려오다가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씩씩거리는 표정위로.
그러다 이내 자괴감으로 고개를 푹..! 숙인다.
그러다 쿵! 머리로 벽을 한번 박는데서.
다시 근처 일각.
차에 올라타는 한승재, 그러자 수행원1 시동을 거는데
바로 그 때 한승재가 앉은 반대편 문이 열리면서 올라타는 마준.
한승재 (놀란다) 마준아!
마준 (잔뜩 화가 난채 쳐다보지도 않고 앞만 보고 앉아있다)
한승재 (본다. 보다가 수행원에게) 출발하게.
출발하는 차에서.
카페 (또는 공원같은곳도 좋다)
두 사람앞에 음료가 놓이고 종업원 멀어진다.
한승재 마시거라. (하는데)
마준 (다짜고짜) 아무것도 하지 말랬죠.
한승재 (멈칫.. 본다)
마준 그 자식한테 아무짓 하지 말라고 한 말 잊었어요?
고꾸라뜨려도 내가 고꾸라뜨린다고, 건들지 말라구 그랬잖아요 내가!
끼어들지 말라구요 좀! (하는데)
한승재 (조용히 보며) 좀.. 야윈것 같구나.
마준 (순간 멈칫..! 본다)
한승재 밥은 제때 챙겨먹어가며 일하는거냐?
마준 (본다. 보더니 이내 불끈! 자기도 모르게 화가 치민다)
주제넘게 그런걸 왜 아저씨가 걱정해요? 아저씨가 내 아버지라두 돼요!!!
한승재 ...! (본다, 보다가 그래도 짐짓 미소로)
그래두 언제까지 거기 있을 계획인지는 알려줘야지.
느이 엄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하루에도 몇번씩 너 어딨는지 찾아내라고 성화신데...
마준 (짐짓 시선 돌리며) 앞으로 2년은 더 있을계획이니까 그렇게 아세요.
한승재 (멈칫..) 2년? 그렇게 오래 있을 생각인거냐?
마준 (OL) 오래 걸려두 기다리고 버텨볼거예요, 그래서..
아버지가 원하는 그 인정서 꼭 받아낼거예요. (다시 한승재 보며)
그렇게 아시구 두번 다시 팔봉 빵집에 찾아오지 마세요. "아저씨"
한승재 (그 아버지와 아저씨라는 말이 왠지 뼈아픈 기분이다)
마준 (그 기분 알면서도 일부러 더 차갑게 일어서는데)
한승재 (따라 일어서서 돌아보며) 느이 엄마한테 안부전화라도 드리거라. 어?
마준 (멈춰선다. 서더니 다시 돌아와 한승재앞에 바싹 다가서며)
자꾸 느이 엄마, 느이 엄마 하지 마세요.
아저씨한텐 하늘같은 사모님이잖아요.
아무리 한식구처럼 오래 살았어두.. 아래위는 분간하셔야죠, 한실장님!
한승재 ...! (멈칫.. 본다. 잠시 바라보더니) 그래.. 그렇구나. 앞으로는 조심하마.
마준 (젠장..! 보더니)
그대로 차갑게 돌아서는 마준, 순간 아주 짧게 눈빛이 흔들린다.
그러나 이내 다시 냉정을 되찾고 나가버린다.
뒤에 남겨진 한승재, 쓸쓸한 눈빛으로 멀어지는 마준을 본다. 시선에서.
거리 일각. (석양, 저녁이 되는 거리)
터벅터벅 걸어오는 마준, 수많은 인파속에서 걸어오다가
걸음을 멈춘다. 딱히 갈곳 잃은 사람처럼 그렇게 멍하니 서 있는...
그러다 한쪽을 돌아본다. 그 시선에서 dis. 되면,
유경의 방. N.
방 한가운데 이불도 깔지 않은채 움크린채 누워있는 유경.
유경, 열이 오르는 듯.. 온통 얼굴에 식은땀 투성이.. 병색이 완연한채,
유경 (헛소리 하듯..) 아버지.... 잘못했어요...
(플랫쉬-백> 꿈> 유경을 때리는 신씨)
(계속 헛소리 하듯...) 아버지... 잘못했어요.. 때리지 마세요...
(플랫쉬-백> 심문실> 고문비슷한걸 당하는 이미지...)
(계속 괴로운듯) 아버지... 때리지 마세요... (하는데)
플랫쉬-백> 꿈> 11부 26씬에서
"유경이.. 절대루 몬데려갑니다!!!" 가로막는 탁구의 모습/
"때리지 마이소! 유경이 때리지 마이소" 하던 어린탁구의 모습/
신씨한테 얻어맞는 탁구에서/
유경 (순간 벌떡 일어나며) 탁구야아!!! (하면서 주위를 돌아본다)
습하고 어두컴컴한 방안... 유경, 두렵고 무섭고 어쩔줄을 모르겠다.
그대로 잠시 있더니 덜덜 떨리는 몸을 겨우 가누며
휘적거리며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자취방 골목. N.
끼익! 대문을 열고 비틀거리며 나오는 유경,
막 골목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멈칫.. 멈춰서서 보면.
그 앞에 벽에 기대서서 땅을 발로 톡톡 차고 서 있는 마준.
마준도 유경이가 나오는 기척에 고개들어 보다가 멈칫.. 한다.
유경 (? 본다)
마준 (얼른 자세롤 바로한뒤 잠시 뻘쭘하게 보다가)
너 만나러 온거 아냐.. 난 그냥...
(젠장..! 왠지 잘못하다 들킨것처럼 살짝 당황하는데)
유경 (그대로 마준을 쓱 지나쳐 간다)
마준 (멈칫...! 하다가 돌아보며) 어디가는거야?
유경 (그 말에 잠시 멈춘다. 멈추더니) 탁구한테...
마준 ...!
유경 탁구한테.. 갈래.. 나.... (그러더니 다시 걸음을 옮긴다)
마준 (제길! 하는 눈빛으로 보는데 순간)
유경 (그대로 풀썩..! 쓰러져버리고 만다)
마준 ! (놀라서 본다) 야..!
유경 (움직이지 않는다)
마준 !!! (보는데서)
병원입원실(특실). N.
윤닥터 영양실조다.
링거를 꽂은채 침대위에 누워있는 유경, 창백한 얼굴...
그 옆에 서서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는 마준, 그 옆에서.
윤닥터 거기다 여기저기 타박상으로 보이는 외상도 좀 있고..
마준 (시선 유경한테 고정한채) 영양실조..라구요?
윤닥터 음. 영양불균형이 좀 심각해.
한 일주일정도 병원에서 요양을 하는게 좋을것 같은데 말야.
마준 (여전히 시선 유경한테 고정한채)
그렇게 하세요. 병원비는 제 앞으루 두시구요.
윤닥터 (그런 마준과 유경을 번갈아 한번 보더니) 그러지. (나가면)
마준 (유경을 본다, 보며 말을 건네듯)
4년 내내 과수석에 잘 나가는 운동권 여대생.. 거기에 영양실조라..
(보며) 신유경. 대체 너란 애의 정체가 뭐야..?
이런꼴로 살면서.. 왜 그렇게 나한텐 잘난척한건데..?
유경 (곤히 잠들어 있는)
마준, 유경을 본다. 보다가 천천히 손을 들어
그녀의 링거 꽂은 손에 자신의 손등을 살며시 갖다댄다.
천천히 그녀의 손을 따라.. 손등으로 스윽... 쓰다듬어본다.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채 깊은잠에 빠져 있는 유경....
마준, 말없이 유경을 바라본다. 깊은 시선에서.
거성家, 서재. N.
책상앞에 앉아 집무중인 구일중, 그 위로 똑똑똑 노크소리.
구일중 들어와.
자경 (서류를 들고 들어와 구일중앞에 서서)
이번에 프랑스에서 기술도입건에 대한 마켓팅전략이예요. (내밀면)
구일중 (? 보더니) 회사에서 주지 않구, 어쩐일루 니가 직접 들구 들어와?
자경 제가 실장님께 그러겠다고 했어요, 아버지한테 따로 드릴 말씀두 있구.
구일중 (받는다) 무슨 할 말이냐?
자경 할머니 기일날... 산소에 저두 같이 가요 아버지.
구일중 그럴거 없어. 여자애가 그런데까지 따라다닐 필요 없다.
자경 저 우리집 장녀예요.
명색일뿐이지만 틀림없는 아버지 제일 큰딸이라구요.
그러니까 저한테도 기회를 좀 주세요.
구일중 자경아.
자경 잘할수 있어요. 실망시켜드리지 않을께요, 예?
구일중 (본다. 보더니) 서류는 검토한뒤에 내일 한실장 통해 내려보내마.
(그러면서 한쪽에 내려놓고 먼저 보던 서류를 펼쳐든다)
자경 ...! (본다. 보더니 실망감이 스치는 표정으로) 네... (돌아서는데)
구일중 (서류에 시선 둔채) 토요일 아침 일찍 출발할거다.
늦어도 일곱시에는 출발할거니까 늦지 않게 나오도록 해.
자경 (그 말에 빤히 쳐다보면)
구일중 나가봐.
자경 (본다. 보더니) 네! (짐짓 기쁜 표정을 감추며 돌아서서 나가면)
구일중 (자경이 나간문을 한번 본다. 흠... 시선에서)
아랫채 작업실.
한쪽으로 프레임-인 되는 구일중. 휘 한번 둘러보다가
문득 고개 돌려 테이블쪽을 돌아본다.
언젠가 탁구와 마주앉아 빵을 먹었던 그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4부 6씬. 어린 탁구가 거기서 빵을 먹으며 웃던 모습, 사르르 사라진다)
바라보던 구일중의 입가에 자기도 모르게 엷은 미소가 스친다.
그러다가 나즉한 한숨과 함께,
구일중 탁구야.. 대체 넌 어디 있는거냐. (그리운 시선에서)
팔봉 제빵실. N.
(8부에서 팔봉이 빵을 내주었던 그 테이블위로)
쿵! 무거운 책을 내려놓는 탁구.
냉장실에서 나오던 미순, ? 쳐다본다. 보더니 맞은편으로 다가서며
미순 뭐하냐?
탁구 뭐하긴. 아무도 안가르쳐주니! 독학이라두 해야될거 아냐!
미순 독학?
탁구 그래. 독! 학!(하면서 어수선하게 책장만 넘기며 볼펜을 달칵달칵한다)
어디 보자... 어디... 보.... 자.... (하는 순간 멈칫...)
온갖, 모르는 단어들의 나열, 숫자들의 나열, 그람과 파운드의 나열....
미순, 그런 탁구를 어이없다는듯 빤히 본다.
탁구, 흘끗 그런 미순이 눈치를 한번 보더니 다시 쓱 책장을 넘긴다.
여전히 모르겠는 단어들만 주르르르! 또 넘기고 또 넘겨도.... 모르겠다.
살짝... 낙담하는 표정이 탁구 얼굴에 스친다.
미순 (스윽 탁구앞에 얼굴을 스윽 내밀며)
너어, 이 세상에 빵의 종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냐?
대충 어림잡아도 삼만개가 넘어. 그런걸 니가 무슨수로 독학을 해서
그 오묘하고 복잡한 빵의 세계를 알아내겠냐!
절대 어림없다. 무리라구, (하는데)
탁구 그래, 나 부족해. 나 헛껍데기야, 나 아무것도 할줄 몰라.
미순 (? 본다)
탁구 국민학교 중퇴라 머리에 든것도 별로 없어. 나 무식해!
빵에 대해서도 모르고, 어떻게 하면 서태조 그 자식을 이길수 있는지
방법도 몰라. 십이년만에 겨우 아버지를 찾아갔으면서도.. (본다. 보며)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나온 바보같은 놈이라구 내가!
날 특별한 아이라고 불러준 그 분한테...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럽구 창피해서. 그런 내가 너무 자신없고 죄송해서..
미순 어이.. 김탁구... (하는데)
탁구 (OL) 그래서 이젠 그렇게 안살겠다구.
그게 빵이든, 서태조를 이기는거든..
뭐래두 지푸라기처럼 목표로 삼고 한번 살아보겠다구 이제부턴.
그래야 이 다음에 내가 우리 어무이를 만나든 누굴 만나든
'안녕하십니까, 제가 바로 당신 아들 김탁굽니다!'
쪽팔리지 않게, 조금은 떳떳하게 인사 할수 있을거 아냐.
미순 탁구야...
탁구 (OL) 그러니까... 미리 안된다고 못박지 말라구.
내가 한번 해보겠다잖아.
아무리 나같은 놈이래두.. 꿈은 꿔볼수 있는거잖아.
미순 (빤히 본다)
탁구 (보더니, 그대로 탁..! 덮으며 그대로 책을 들고 돌아서려는데)
미순 가장 기본이 되는건 네가지야.
탁구 (멈칫.. 돌아본다)
미순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 그게 빵을 만드는 가장 기본이라구.
탁구 (? 보는 위로)
미순 우리 할아버지께서 그러셨어.
자고로 먼곳을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곳에서 시작하고,
높은곳에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곳에서 시작해야 한다.
탁구 옥떨메..
미순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 거기서부터.
탁구 ! (본다. 시선에서)
탁구의 열심 몽타쥬.
1. 제빵실 성형대 앞.
앞에 차례로 놓이는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
탁구, 습관처럼 구일중의 습도 체크를 손동작을 따라한뒤,
밀가루를 촥! 한번 뿌린다음 반죽을 시작한다.
(점프) 다 만든 반죽을 손가락을 한번 찔러보는 양미순,
미순 너.. 만두피 만드냐? (쯧쯧쯔... 쓱 지나가버린다)
탁구 (후우..! 한숨을 내쉰뒤에, 다시 재료들을 양푼에 담아 반죽하는데서)
2. 팔봉집 거실.
방문을 열고 나오던 양인목, 나오다 말고 흠짓! 놀라서 보면
교실청소처럼 걸레로 마루바닥을 밀고 있던 탁구, 올려다보더니
탁구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대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인사하면)
양인목 (? 본다. 시선에서)
3. 재료실.
퍽! 쌓이는 밀가루 포대. 그 옆으로 곡물포대.
탁구가 갖다 던져놓는대로 쭉쭉쭉 쌓이고, 땀을 쓱! 닦은뒤 돌아보며.
4. 제빵실.
개수대 가득한 철판(빵얹어놓는철판)들을 열심히 닦는중인 탁구,
탁구, 진심으로 열심히 그릇을 박박박 닦아내고 있는중.
한쪽에서 허갑수, 고재복, 조진구 그렇게 열심히 하는 탁구를 돌아본다.
마준도 그런 탁구의 모습에 살짝 생경한 표정으로 보면.
그 뒤에서 미순만 혼자 아는 미소 씩 짓는다.
5. 제빵실. (그리고 밤이 되면)
혼자서 반죽 연습을 하는 탁구.
미순, 옆에서 온도계로 반죽을 한번 쑥 찔러본다.
쯧쯧쯧 고개를 가로젓는다. 탁구, 후우! 또 한숨을 내쉰다. 또 실팬가?
6. 제빵실. (다른 날)
양인목 힘만 좋다고 반죽을 잘하는게 아냐!
봐라, 오버믹싱이 되서 반죽이 늘어지잖아!
고재복 예! (쩔쩔매는)
양인목 다시 해! (하면서 돌아서다가 흠짓! 놀라서 보면)
탁구 (바로 뒤에 서서 수첩에 적고 있다가 시선 마주치자 씩 웃는다)
양인목 (흠흠! 안놀란척! 그대로 지나가버리면)
7. 팔봉집, 거실 일각.
한쪽에 앉아서 두꺼운 제빵책을 펼쳐놓고 오버믹싱을 찾는 탁구.
탁구 오바미싱이라... (찾는데)
미순 미싱이 아니라 오버믹싱! 반죽을 너무 지나치게 했다는 뜻이야.
탁구 (? 보면)
미순 원래 반죽이 덜되면 오므라들구, 반죽이 지나치면 축 쳐지거든.
탁구 아... 그래? 거 오묘하구만. (하면서 수첩에 적힌 다른걸 읽으며)
그럼, 이 생지라는 말은 무슨뜻이냐?
미순 (썰렁해지며) 반죽이라는 뜻이다!
탁구 오오오 반죽! 반죽이 생지, 생지가 곧 반죽이라. (신나서)
역시 미순이 넌 모르는게 없구나. 대단한걸..!
미순 (허! 어이없게 웃으면)
그 뒤로 현관으로 들어서던 양인목, 멈칫.. 멈춰서서 그 둘을 본다.
탁구, 이것저것 수첩에 적어놓은것들을 미순이한테 물어보고 있다.
미순, 일일히 설명해주고 있고. 그 설명을 듣는 탁구의 표정, 진지하다.
양인목, 쳐다보는 시선에서.
8. 다시 제빵실. N.
탁구, 밀가루 반죽을 만들고, 또 만들고, 섞고 또 만들고,
온도계를 꽂아 체크한 다음, 숙성냉장고 안으로 반죽을 넣는 탁구.
미순E 우리들이 만드는 반죽은... 그냥 밀가루 덩어리가 아니야.
그 안에서 숙성된 반죽이 점점 예쁘게 부풀어 오른다. 그 위로.
미순E 그건... 살아있는 생명체야.
탁구, 경이로운 표정으로 그 반죽이 살아나는것을 본다.
점점 진심어린 감탄으로 눈이 반짝거리면서.
탁구 와아...! 멋지다...! (완전 감동한 표정으로 본다)
문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양인목, 조용히 문을 닫는데서.
가족묘지. (또는 공원묘지)
산소앞에 프레임-인 되는 구일중의 얼굴.
그 뒤로 자경의 모습, 따라 같이 나타나면.
(한승재는 되도록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는 느낌으로)
자경, 할머니 산소앞에 소담스럽게 놓여있는 노란국화꽃을 본다.
구일중 올해도 또 이 꽃을 놓고 갔구나.
자경 누군데요?
구일중 글쎄다.. 나도 누군지는 잘 모르겠다만 벌써 십여년이 되어가는구나.
할머님 기일마다 이 꽃이 놓여진지가.
자경 (그 말에 다시 그 꽃을 보더니)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꽃이네요.
구일중 아마 할머니 생전에 친분이 두터웠던 분이겠지.
자경 그래도 누군지 궁금하네요. 이렇게 오랜 세월 한결같은 사람이...
구일중 (그 역시 궁금하다. 끄덕이더니) 자, 할머니께 인사드리자.
자경 네.
한승재 (불편한 표정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 지켜보는데 그 때)
홍여사E 승재 너!
한승재 (순간 흠짓..! 하는 느낌으로 홍여자의 산소를 보면)
홍여사 (4부 앤딩씬) 대체 우리 집에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이런 천인공로할
짓을 꾸민게야!! (중략) 어떻게 이리도 모질게 배신을 해!
한승재 (홍여사의 산소를 보는 시선 위로)
홍여사E 내.. 내 너희 두 년놈들을 절대 그냥 두지 않겠다!
절대 그냥 두지 않을게야아아아!!!
순간, 한승재, 자기도 모르게 홱! 고개 돌린다. 식은땀...
갑자기 알수 없는 불쾌감이 배꼽에서부터 올라오는 느낌...
언제나 이 자리에 서면 그런 느낌때문에 괴로웠던 그다. 시선 돌리는데,
그 때! 저 아랫쪽으로 검은색 승용차 한대가 서 있는게 보인다.
한승재, 그 낯선 승용차를 무심코 바라보는데.
바로 그 때 살짝 열려있는듯했던 뒷좌석 창문이 쓰윽.. 올라간다.
분명히 그 안에서 누군가 이쪽을 보고 있는듯한 느낌이었는데...?
그러자 천천히 출발하는 그 검은세단.
구일중 (돌아보며) 한실장.
한승재 (들리지 않는다. 온통 그 검은세단에 신경이 가 있는듯)
구일중 한실장!
한승재 (그제야 구일중을 본다) 예, 회장님? (살짝 안색이 안좋다)
구일중, 왜 저러지? 하고 보다가,
한승재가 내려다보던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로
그들 앞쪽으로 지나쳐가는 검은색 승용차가 보인다.
구일중, 뭐지? 하는 눈빛으로 그 차를 보면
INSERT>그 차안.
검은색 옷을 입고 조용히 앉아 있는 여인...
스카프를 머리부터 쓴채 깔끔하게 목에 둘렀고.
거기에 썬글라스까지 쓰고 있다. (재클린 스타일로)
클러치를 조용히 잡고 있는 그녀의 손에 끼워져 있는 옥 쌍가락지..
그 창문 밖 저 윗쪽으로 그 차를 내려다보는 구일중의 모습이 보인다.
(아직 김미순인지 얼굴은 보여주지 않은채 그 쌍가락지에서 느낌으로만)
다시 홍여사의 산소앞>
구일중, 멀어지는 그 차를 보다가 다시 한승재를 보며
구일중 아는 차량인가?
한승재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역시 왠지 걸리는 표정으로 그 차를 바라본다)
자경 (왜 저러지? 하는 표정으로 한승재를 보면)
구일중 (역시 그런 한승재의 표정이 마음에 걸리는듯 본다. 시선에서)
거성家 전경. D
자림의 방.
침대에 앉아있는 자림의 팔에서 혈압기를 풀고 있는 윤닥터.
자림, 상태가 많이 좋아져 있다.
윤닥터 많이 좋아졌는데?
자림 그럼 이제 외출같은거 해두 되요?
윤닥터 간단한 쇼핑같은건 괜찮지만 무리한 약속은 피하는게 좋아.
자림 네..
윤닥터 (웃으면)
거성가 거실.
계단을 내려오는 윤닥터,
서인숙, 소파에 앉아 잡지를 넘기다가 돌아보더니
서인숙 치료는 이제 다 끝났나요?
윤닥터 네. 내일부터는 제가 안와봐도 되겠습니다.
그리구 제가 신경정신과 선생님을 한분 소개해드릴테니까
일주일에 한번은 그 쪽에 가서 상담치료를 받게 하는게 좋겠습니다.
서인숙 그래요, 그렇게 합시다. 수고하셨어요 닥터윤.
윤닥터 아닙니다. (웃더니) 그나저나 여자친구가 미인이시던데요?
서인숙 (? 본다) 네?
윤닥터 마준군 여자친구 말입니다.
서인숙 (순간 표정 굳는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윤닥터 (살짝 난처한척 하며) 아... 모르고 계셨습니까?
서인숙 (? 본다. 쎄해지는 표정에서)
병원, 입원실.
창가에 서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유경,
(한쪽팔에 링거를 꽂은채, 이동식 링거대를 옆에 세워두고 있다)
그 옆에서 간호사 침대 시트를 갈아주면서,
간호사1 좋으시겠어요, 그렇게 든든한 분이 애인이셔서.
유경 (? 돌아보면)
간호사1 여자친구 아프다구 이런 특실까지 잡아주구...
세상에 그런 애인이 어딨어요, 정말 좋겠다아.
유경 (그닥 기쁘지는 않은 표정으로 시선 돌린다)
깨끗한 병실안. 그녀의 자취방보다 두세배는 더 커보인다.
냉장고며, TV(87년도 산)며, 소파며, 예쁜꽃병까지....
이제까지 단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호사다.
그러나 유경, 왠지 기쁘다는 기분이 안든다. 그 때 울리는 전화벨.
간호사1 (받아든다) 네, 1209홉니다. (하다가) 아아.. 예에.
(수화기 막고 유경을 보며 목소리 낮춰) 애인분이세요.
유경 (본다. 보다가 링거걸이를 밀며 전화기 옆으로 온다, 수화기 받으면)
간호사1 (돌아서서 눈인사한뒤 밖으로 나간다)
유경 (혼자가 되자 수화기를 귀에 댄다) 여보세요.
제빵점이 보이는 동네 공중전화.
마준 (다짜고짜) 몸은 좀 어때? 괜찮아졌니?
병원 입원실.
유경 뭐하러 이런데까지 데리고 왔어?
마준 (INSERT> 공중전화, 순간 피식.. 웃는다)
유경 나한텐 좀 부담스럽다... 병실을 옮기든지 아니면 퇴원하든지.. (하는데)
마준 (INSERT> OL) 역시. 곧 죽어도 고맙단 소린 안하는구나.
유경 (멈칫.. 그 말에 말을 멈추면)
마준 (INSERT>) 뭐.. 괜찮아. 기대도 안했으니까.
그 때 똑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달칵.. 문이 열린다.
유경, ? 수화기를 귀에 댄채 돌아본다. 순간 굳어지는 얼굴로 보면
그 문안으로 천천히 나타나는 서인숙의 모습.
유경 ...! (보는 위로 흘러나오는 마준의 목소리)
마준F 오늘 집에 일이 있어서 외박 허가 받았어. 조금 있다가 그리로 갈거니까
그 때까지 아무소리 하지 말구 그냥 거기서 쉬구 있어.
서인숙 (엄격하고 표정없는 얼굴로 유경을 본다. 시선에서)
공중전화부스.
마준 여보세요? 내 말 듣고 있어? 야! 신유경! (하는데)
서인숙F 엄마다 마준아.
마준 (순간 멈칫..! 표정이 싹 굳는다)
다시 병실 안.
전화기(마준이)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선 서인숙과 유경.
서인숙 (수화기를 귀에 댄채 시선 유경에게 고정)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아이가... 요즘 니가 새로 만나는 애니?
유경 (그 말에 표정 굳은채 고개들어 서인숙을 본다)
마준 (INSERT> 완전히 얼어버린 표정으로 아무말도 못한채... 그저) 엄마..
서인숙 그래, 일단 알았다. 마준이 너하고는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꾸나.
여기 일은 엄마가 알아서 해결할테니까 그리 알아.
(그러면서 가차없이 탁..! 끊어버린다. 그리고는 다시 유경을 본다)
유경 (그런 서인숙을 바라보면)
공중전화부스.
뚜우... 신호가 끊긴 수화기를 멍하니 들고 있는 마준,
덜컥!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젠장! 하면서 돌아보는 시선에서.
다시 병실 안.
서인숙 (소파에 앉으며) 그러니까 얘기가 그렇게 된거구나.
니가 자림이한테 초청받아 창립파티에 온 날 우리 마준이를 만났구..
(보며) 지금까지 그 사이가 계속되어져왔다.. 그거지?
유경 (그 자리에 선채로 서인숙을 보면)
서인숙 내 딸한테는 운동권에 들게 해 그 곤욕을 치루게 하더니...
내 아들을 상대로는 단물 빼먹듯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었던거니?
머리가 좋다고 하더니만 역시 꽤 용의주도하구나.
유경 말씀이 좀 지나치십니다.
서인숙 (흥..! 보더니) 그래, 어디까지 진도가 나간거니 우리 마준이하고?
유경 (? 본다)
서인숙 돈으로 해결할만큼 진행된 사이니?
아니면 그냥 이 정도 충고로 끝나도 되는 사이니?
유경 (허...! 기가막힌듯 보면)
서인숙 나는 그 동안 마준이 옆에 꼬여드는 너같은 애들.. 수도 없이 치뤘다.
그리고 항상 비슷한 패턴으로 끝이 났지. 그래 넌 얼말 원하니? (하는데)
유경 이미 충분합니다.
서인숙 (? 보면)
유경 무슨 말씀이신지 이미 충분히 알아들었으니까..
이제 그만하셔두 될것 같네요.
(그러더니 서인숙이 보는 앞에서 링거주사바늘을 뺀다)
서인숙 (순간 멈칫.. 놀라서 보면)
유경, 자리에서 일어나 옷장쪽으로 간다. 옷장문을 열더니
그 앞에서 단추를 풀러 입원복을 벗어던진다.
서인숙 (허! 기막히고 황당함으로 노려본다, 뭐 저런...! 하는 눈빛에서)
돌아서서 옷을 꺼내드는 유경, 두 눈시울이 붉어져온다.
울지 말자. 울지 말자... 그런데도 점점 눈물이 고여온다.
입을 꾹 다문에 웃옷을 머리에 끼워 입는데서,
병원 앞.
도착하는 택시, 그 안에서 내려서는 마준, 병원안으로 뛰어들어간다.
병실안.
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마준,
그러나 이미 병실은 텅 비어있다. 아..! 젠장! 하는데서.
유경의 자취방앞 골목.
천천히 힘없는 걸음걸이로 걸어오는 유경, 오다가 멈칫.. 멈춰서서 보면
저 앞으로 자취집 문앞에 서성이며 안쪽을 기웃거리는 자림.
자림 (걱정스러운 한숨으로 돌아서다가 멈칫..! 유경을 본다, 헉! 놀라는)
유경 (그런 자림을 보면)
자림 유경아! (그러다가 이내 반갑게 얼른 다가서며)
유경아! 너 무사히 나왔구나! 언제 나왔어? 어떻게 나왔어?
몸은 괜찮니? 어디 다친데 없어? 어? (하는데)
유경 (그대로 표정없이 쓱 지나친다)
자림 (돌아보며) 미안해 유경아.
유경 (다시 멈칫...)
자림 너한테 나쁘게 할 맘으루 그런게 아니라... 그냥 내가 너무 무서워서..
유경 괜찮아. (차갑다) 있는 집 애들.. 다 그렇지 뭐.
자림 (? 본다)
유경 (돌아보더니) 친구나 의리.. 원래 그런거 안중에도 없잖아 너같은 애들.
자림 얘.. 유경아.
유경 됐어. 괜찮다구. 서로 비겼다 치자.
자림 (순간 멈칫... 보면) 뭐?
유경 너... 특별히 의식있어 학보사 활동한거 아니잖아.
그냥 겉멋들어 취미생활 하듯 한번 해본거잖아. 나두 마찬가지야.
너같이 부자로 태어나 부자로 자란 애들은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살까..
그게 궁금해서 너랑 한번 놀아본거야.
자림 (표정 굳는다) 유경이 너... 대체 무슨 말이 그래?
좀 심하잖아. 그래두 우린 친구사인데..
유경 (OL) 친구사이인척.. 한것뿐이야.
자림 ! (보면)
유경 가. 그리구 왠만하면 두번 다시 보지 말자.
(그리고는 돌아서서 문을 열고 들어가버린다, 쿵! 문이 닫힌다)
자림 ...! (쿵! 마음의 문이 같이 닫힌다. 닫힌 그 문을 빤히 쳐다보는데서)
유경의 자취방.
안으로 들어오는 유경, 방문틀에 힘없이 걸터앉는다.
자림이한테 그렇게 말한게 또 다시 그녀의 마음을 찌른다.
툭... 떨어지는 눈물, 얼른 손등으로 훔쳐닦아낸다.
강해지자. 강해져야 해 유경아. 입을 꾹 다문채 결심하는 시선에서.
거성家, 거실.
안으로 들어서는 마준, 거실까지 쭉 걸어들어오면
공주댁 아이구! 마준이 아니여? 오랜만에 얼굴 보니께 반갑네,
할머니 기일이라 온거구먼?
마준 엄마는요?
서인숙E 엄마 여깄다!
마준 (돌아보면)
서인숙 (안방침실문앞으로 나와서며 기분좋게) 왔니 아들?
마준 (그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서더니) 병원에는 왜 갔었어요?
서인숙 오랜만에 보는 엄마한테 첫마디가 그거니?
마준 그 애.. 정말루 아파요. 아픈 애라구요.
서인숙 여자가 남자한테 환심 사기 딱 좋은 핑계지.
어쨌든 두번 다시 그 애 만나지마, 아주 못쓰겠더라. (도로 들어간다)
거성家, 안방 침실.
마준 (쫓아 들어오며) 엄마야말루 이제 그만 좀 하세요.
대체 언제까지 쫓아다니면서 내 생활에 간섭하실건데요.
엄마 아들 이제 스물 넷이라구요!
서인숙 스물넷이면 뭐해? 여자보는 눈은 여전히 그것밖에 안되는걸.
마준 엄마!
서인숙 됐어. 그만하자! 어차피 니 짝은 내가 알아서 골라줄거니까.
마준 엄마아!!
서인숙 우리랑 가장 잘 어울리는 집안에 기품있고 교양있구, 널 하늘처럼
떠받들어줄 그런 아이로 말이다. (보며) 내 며느리는 그런 애여야 해.
마준 ! (도저히 뚫리지 않는 벽같다. 바라보면)
서인숙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화제를 돌리며)
그나저나 마준이 넌 지금 어디서 지내고 있는거야?
마준 모르셔두 돼요. (하면서 시선 돌려버리면)
서인숙 너 정말 엄마가 작정하구 니 뒤를 캐구 다니길 바라는거니?
마준 (그 말에 보며) 그러기만 해보세요! 저 진짜루 꽁꽁 숨어버릴테니까!
서인숙 그러니까 니 입으루 말하라구. 지금까지 널 믿고 기다려줬으면
너두 이쯤에서 엄마한테 힌트라도 좀 주는게 도리 아냐?
그래야 나두 걱정을 안하지! 어디야 너 지금 있는데가?
마준 (본더. 보더니 결국 이기지 못하고 눈을 한번 질끈 감으며)
팔봉선생님밑에 있어요.
서인숙 (? 보더니) 아버지 스승이라는 분 말이니?
마준 맞아요.
서인숙 (살짝 의아한듯...) 니가 어떻게 거기에 들어갈 생각을...
마준 어쩔수 없잖아요, 아버지 마음을 움직이려면..
팔봉선생님밑에서 인정을 받는게 가장 빠르니까요.
서인숙 (순간 기특한 표정으로) 우리 아들.. 거기까지 생각을 하고 있었니?
마준 이제 내 앞가림정도는 내가 알아서 해요, 그러니까 엄만,
서인숙 알았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더 이상 아는척 하지 않을께. 간섭안한다구
솔직히 엄만 니가 경영수업에 더 치중했으면 좋겠지만.. (하다가 보며)
그런데 니 생각도 나쁘진 않겠구나.
마준 (그런 엄마를 보며) 이제.. 마음이 좀 놓이세요?
서인숙 놓이다뿐이겠니? 니 노력이 너무 고맙기까지 한걸.
(그러면서 기특한듯 꼭 안아주며) 내 아들...
마준 ... (그러나 왠지 별로 기쁘지 않은 표정이다. 시선에서)
팔봉 제빵실.
고재복, 한쪽에서 마대로 쓱쓱 문지르고 있고. 그 뒤로, 숙성냉장고 문안으로 쓱 나타나는 탁구, 2차 숙성을 시킨 빵쟁반을
꺼낸다. (그 쟁반안에 대충 동글동글하게 말아진 반죽덩어리들이
쭉 놓여져 있다) 그것들을 미순앞에 내려놓는 탁구.
탁구 어때? 이번엔 좀 제대루 된것 같지?
미순 (그 중에 하나를 일단 손으로 만져보더니) 일단 구워봐야겠다.
구워봐야 뭐가 문젠지 피부로 실감할수 있으니까.
탁구 구워보라구? (하면서 쓰윽.. 시선을 돌려 오븐쪽을 보면)
조진구 (수문장처럼 오븐앞에 떡 버티고 서서 오븐을 청소중이다, 그 위로)
미순 대신에 오븐을 쓸때는 진구형님한테 꼭 허락받구 해라.
본인 허락없이 오븐 만지는거.. 아주 질색하시거든.
탁구 그래? (아.. 어쩐다.. 조진구한테 말을 걸기는 싫고)
미순 뭐, 진구형님이야 워낙에 너한텐 관대하니까, 잘 도와주실거야.
탁구 됐거든? 누가 저런 사람한테 도움을 받는대?
미순 빵은 굽지 않으면 절대 완성되지 않는거야. 그리고..!
니가 빵을 굽기 위해선 절대적으로 진구형님의 도움이 필요해.
(툭툭 어깨 두드리며) 잘해봐! 난 이만 퇴근! (돌아서서 나가면)
탁구 (혼자 남겨지자 왠지 썰렁..해지면서 쓰윽 고개 돌려 조진구쪽을 본다)
조진구 (시선 의식한듯 흘끗 탁구를 돌아본다)
탁구 (재빨리 안본척 시선 돌리며 애꿎은 반죽만 만지작...)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분위기.
조진구, 그대로 쿵! 오븐을 닫고 돌아서서 철판을 정리한다.
탁구, 그런 조진구를 한번 다시 돌아본다.
아! 난공불락같은 느낌.. 어떻게 안될까? 긁적긁적 쳐다본다. 시선에서
거성家, 홍여사의 방. N.
양쪽문이 열리면 그 안으로 보여지는 홍여사의 영정과 제삿상.
그 앞으로 들어서는 구일중과 마준의 뒷모습.
잠시 간격을 두고 그 뒤를 따라들어서는 자경과 자림의 뒷모습.
(모두 다 검은색 정장들을 입고 있다) 그리고 시작되는 제사 의식.
마준이가 제사를 진행하고, 상주인 구일중이 술잔을 올리고 절을 한다.
그 뒤로 조금 떨어진곳에서 제사를 바라보는 자경과 자림.
그리고 그 문 밖으로 서서 방안의 제사의식을 바라보는 서인숙,
말없이 돌아서서 거실쪽으로 간다.
거성家, 거실. N.
현관쪽 바옆에 서 있던 한승재앞을 지나쳐 바앞으로 다가서는 서인숙,
술잔을 내려놓고 술을 따른다. 한모금 마시는 그녀,
서인숙 (피식 웃더니 나즉히.. 거의 혼잣말처럼) 복두 많으시지.
돌아가신지 그리 됐는데도 저렇게 기일만 되면 온가족이 다 모여주니..
어찌보면 나보다 더 행복한 양반이셔. (한승재를 보며) 안그래?
한승재 (습관적으로 일단 주위 시선부터 살피는)
서인숙 (그러거나 말거나, 또 한모금 마시더니) 그 편지는.. 알아봤어?
한승재 우표에 찍힌 소인을 알아봤어요.
서인숙 (술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어딘데?
한승재 (본다. 잠시 머뭇하다가) 청산..이었습니다.
서인숙 (순간 술잔을 흔들던 손이 딱! 멈춘다. 돌아본다) 어디라구? 청산..?
한승재 (쉿.. 하며) 목소리가 커요. 좀 낮춰요.
서인숙 (상관없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 말은... 그 편지를 보낸 사람이
탁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는거야? 대체 누가... (하는데)
한승재 (말을 막듯) 정확한건 아무것도 몰라요.
자세한 상황을 좀 더 알아본 다음.. 나중에 얘기해요.
서인숙 ...! (본다. 보다가 짐짓 홍여사의 방쪽으로 시선 돌리면)
다시 홍여사의 방. N.
홍여사의 영정이 노려보고 있는듯 서 있는 제삿상.
그 앞에서 이번에는 마준이 술잔을 올리고 절을 하고 있다.
한번... 그리고 두번째 절을 올리는데 바로 그 때
툭..! 홍여사의 영정이 갑자기 뒤로 넘어가 방바닥으로 떨어진다.
쨍그랑..! 영정사진이 깨지는 소리.
순간 절을 하려고 고개를 숙였던 마준, 멈칫... 고개를 든다.
옆에 서 있던 구일중도 멈칫... 돌아본다.
뒤에 서 있던 자경과 자림도 다같이 놀란듯 본다.
그 문 뒤로 서인숙과 한승재도 무슨 일인가 싶어 다급히 들어선다.
구일중, 대체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보면.
절을 하던 그 자세 그대로 고개를 들어 한곳을 뚫어져라 보는 마준,
그의 시선은 제삿상 밑으로 떨어진 영정사진 (병풍과 제삿상사이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홍여사의 사진)속의 홍여사를 보고 있다.
그 깨진 유리 너머 홍여사의 눈이 마준을 노려보고 있다.
마준, 뼛속까지 차가운 전기가 찌르르 흐르는것같은 느낌으로 보면.
그 뒤에서 지켜보던 서인숙, 순간적인 스트레스를 참지 못한채
그대로 기절한다. 한승재, 순간적으로 서인숙을 받쳐주듯 안으며
한승재 사모님!!!
자경/자림 (돌아본다)
구일중 (돌아본다) ...! (보면)
거성家, 안방침실. N.
누워있는 서인숙, 그 옆에서 안정제를 놔주고 있는 윤닥터.
그 뒤로 자경, 자림이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눈을 감은채 누워있는 창백한 서인숙의 얼굴에서.
마준의 방. N.
주머니에 손을 꽂은채 창밖을 내다보던 마준, 책장쪽을 쓱.. 돌아본다.
책장에서 책(양장본으로 책마다 두꺼운 갑이 있는 책)을 꺼내는 손.
책갑에서 책을 꺼내 내려놓더니, 그 갑을 거꾸로 흔들면 툭..
흘러나오는 엄마의 팔찌.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 팔찌...
마준, 손안에 있는 그 팔찌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꾹 잡는다. 시선에서.
거성家, 거실. N
밖으로 나오는 윤닥터, 기다리고 있던 한승재 다가선다.
한승재 사모님은 좀 어떻습니까?
윤닥터 안정제를 놔드렸으니 한숨 푹 주무시면 괜찮으실겁니다.
한승재 그래요? (하면서 걱정스럽게 안방침실쪽을 본다)
윤닥터 (그런 한승재를 본다. 보다가 그 뒤로 보이는 공주댁쪽을 보면)
공주댁 (주방쪽에서 내다보다가 흠짓..! 숨듯이 재빨리 주방쪽으로 사라진다)
윤닥터 (본다. 시선에서)
홍여사의 방. N
홍여사의 영정을 수습하고 있는 구일중, 마음이 별로 안좋은듯...
깨진 액자의 유리들을 치우다가 멈칫.. 한쪽에 떨어진걸 주워들어 본다.
사진을 받쳐주는 받침대가 약간 인위적인 느낌으로 부러져있다.
구일중, 뭐지...? 하는 느낌으로 본다. 시선위로.
공주댁E 어이구, 불길혀, 불길혀어...
거성家, 주방안.
제수음식을 치우는 공주댁, 그 옆으로 자경, 자림에게
공주댁 집안에 또 뭔 우환이 생길라고 저런 일이 일어난대.. (하는데)
자경 아줌마! 말조심해요.
공주댁 (짐짓 눈치 한번 보더니) 어이구 싱숭생숭혀...
(하면서 제수음식쟁반을 들고 부엌쪽으로 사라지면)
자림 별 일.. 없겠지 언니?
자경 (대답없이 시선 돌린다. 그녀 역시 기분이 좋지 않은듯한 표정에서)
팔봉 제빵실. N.
쓰윽.. 나타나는 탁구의 얼굴, 제빵실에 아무도 안남은걸 확인하더니
숙성냉장고에서 자신의 반죽을 꺼내 조심스럽게 오븐쪽으로 다가선다.
살피듯 오븐을 들여다 보는데 그 때 묘한 냄새가 탁구의 코를 찌른다.
탁구, 뭐지? 벌름벌름거리는데 바로 그 때 턱! 탁구의 어깨를 잡는 손.
탁구 (허걱! 놀라서 돌아보면)
조진구 (내려다보고 있다)
탁구 (순간 벙찐..! 표정으로 보더니) 아니, 저기... 난 그냥... (하는데)
조진구 (탁구 손에 들려있는 반죽들을 척! 받아들더니) 구우면 되는거냐?
탁구 아니 뭐... 내가 나중에 알아서 하면 됩니다. (하고 도로 가져오려는데)
조진구 빵이란 굽기전까지는 그저 발효된 반죽일뿐이다.
구워봐야.. 니가 무슨 빵을 만들었는지 제대로 알지.
(그러면서 탁구의 반죽들을 들고 오븐앞으로 가져가는데)
탁구 저기이...
조진구 (? 돌아보면)
탁구 거 빵 한번 구워줬다구 나 그쪽한테 마음 안풀립니다.
난 그냥... 거 뭐냐... (하는데)
조진구 알고 있다. 그냥 난 지금 선배로서 널 도와주는것뿐이야. 됐냐?
탁구 (본다, 살짝 겸연쩍어지는 표정으로 쓱 시선 돌리면)
조진구 (짐짓 옅은 미소를 짓더니, 그대로 오븐을 연다)
탁구 (순간 코를 찌르는 냄새 어....? 이거 뭐지 싶은 순간 멈칫)
조진구 (그대로 오븐에 불을 붙이려고 불을 당기는것과 동시에)
탁구 (조진구를 돌아보며) 잠깐만요!!!!
조진구 (? 돌아본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동시에 화르르 불이 붙는것과 동시에)
탁구 비켜요오!!! (본능적으로 조진구를 향해 몸을 날린다. 순간 펑..!!!!!)
으아아아아!!!! 하면서 폭발과 함께
조진구를 끌어안으며 한쪽으로 쓰러지는 탁구에서.
팔봉집 거실. N.
거실에 있던 양인목과 오영자, 그리고 미순, 일제히 놀라서 돌아본다.
허갑수와 고재복도 계단으로 뛰어내려오고
팔봉도 방에서 벌컥! 문을 열고 뛰어나온다.
팔봉 아니 이게.. 무슨 소리냐! 제빵실쪽에서 난 소리가 아니냐!
허갑수 글쎄유, 뭐가 터진거같은디유 스승님?
미순 ! (본다. 제빵실쪽을 돌아보면)
일제히 (놀란 표정으로 제빵실쪽을 돌아보는것과 동시에)
거성家, 현관 앞. N.
밖으로 나오는 윤닥터,
쭉 걸어와 한쪽에 세워놓은 차에 올라탄다.
운전석에 올라탄 그, 잠시 앞을 보더니
윤닥터 이만 출발하죠.
뒷좌석 ... (조용히 손수건을 꾹 쥐는 손, 그 손에 쌍가락지)
윤닥터 (빽밀러로 뒷좌석을 본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괜찮겠어요? (보면)
그 쌍가락지 낀 손에서부터 화면, 천천히 틸-업하면
드디어 나타나는 창밖의 거성가를 바라보던 그녀의 뒷모습...
윤닥터, 고개 돌려 조용한 시선으로 그녀를 보면.
그제야 천천히 앞으로 고개를 돌리는 그녀, 순간 쿵..!
하는 느낌으로 나타나는 얼굴!!! 바로 김미순이다. 그 차분한 표정에서.
거성家, 안방 침실. N
순간 헉! 하면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앉는 서인숙,
가슴이 답답한듯 숨을 몰아쉬며 돌아본다. 그 불안한 눈빛에서 스틸!
홍여사의 방. N.
부러진 액자 받침을 손에 들고 있는 구일중,
그 역시 뭔가 불길한 눈빛에서 스틸!
팔봉 제빵실. N.
동시에 쿵! 문을 열고 그리로 뛰어들어서는 팔봉선생과 양인목,
그 뒤로 허갑수와 고재복, 오영자, 그리고 미순, 들어서자마자 쿨럭쿨럭!
기침을 한다. 폭발때문에 생긴 연기로 실내가 자욱하다.
일제히 코와 입을 막으며 연기를 몰아낸다.
창문을 열고 부채질을 하는 가운데
미순, 한쪽에 조진구를 감싼채 쓰러져 있는 탁구를 본다.
미순 탁구야...! (보더니 재빨리 그 앞으로 달려간다)
일제히 (돌아본다. 다같이 우르르 그 쪽으로 다가서서 탁구를 본다)
미순 (무릎꿇고 살피며) 탁구야... 탁구야아아!!!
팔봉 ! (탁구를 본다)
양인목 ! (보면)
미순 김탁구우우우우!!! (외치는 소리와 함께)
탁구 (그대로 기절한채 정신을 잃은 얼굴 길게 주다가)
다시 거성가, 현관 앞. 세워둔 차안. N
김미순 (쓰윽... 얼굴을 정면으로 들어올리며)
이자 됐심니더. 고마 가입시더.
표정없이 차분히 가라앉은 눈빛으로 앞을 쳐다보는
김미순의 얼굴에서 스틸!
앞씬의 기절한 탁구의 얼굴과 양분되면서 사진속으로...!
<12부 끝>
.제빵왕 김탁구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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