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의 신부 2
(남식)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어떤 말로도 용서를 구할 수 없을 거야
나의 이 선택이
나의 처지를 변명할 순 없지만
이게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걸
이해해 주길 바라
그래서 내 방식대로 당신에게 용서를 구하려고 해
당신과 민지와 함께했던
행복한 순간들을 가슴에 안고 떠난다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우리 민지 잘 부탁해
[울음 섞인 숨소리]
[흐느낀다]
[흐느낀다]
[떨리는 숨소리]
[혜승의 다급한 숨소리]
(혜승) [격분한 목소리로] 그 사람 살려내, 다 네 모함이잖아
진실을 말하라고! [오프닝 음악]
[분한 숨소리]
이거 놔!
내 남편 살려내
[절규하며] 이거 놔!
(혜승)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은 두려움이 없다
"넷플릭스 시리즈"
[혜승의 당황한 숨소리]
[긴장감 흐르는 웅장한 배경음악]
[떨리는 숨소리]
[숨을 내쉰다]
(유선) 이사님
그냥 두세요
괜찮습니다
[혜승의 떨리는 숨소리]
다친 덴 없으세요?
- [작게] 네 - 상담받으러 오셨죠?
(유선) 고객님 응대하세요
그럼…
(성희) 괜찮으세요?
(성희) 우리 회원님 신고식 한번 거하게 치르셨네요
[성희의 옅은 웃음] [성희가 달그락거린다]
어유, 괜찮아요
따뜻하게 차 한잔하시면서 그냥 다 잊어버리세요
그래도 잘 생각하셨어요
어머님께서 잘해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셨어요
회원님
[성희의 옅은 웃음] 괜찮으세요
- 네 - 음, 그래요
이제 마음 가라앉히시고요
[성희의 감탄]
(성희) 학력이 아주 좋으시네요 대학에서 강의도 하셨고
학원 강사에 중학생 딸 하나
남편은 대기업 임원이셨고…
어머님께 듣기로는 사별이시라던데
건강이 안 좋으셨나 봐요
[불안한 배경음악]
(유희) 당신 남편은
더러운 성폭행범이야
진유희한테 속은 거야
자기가 저지른 짓을 덮으려고 [떨리는 숨소리]
[한숨 쉬며] 날 이용했어
(유선) 진유희 변호사님
아까 그 여자분
그런 사람은 어떤 조건의 남자를 원하나요?
아!
[당황한 웃음]
죄송해요 저희 다 프라이빗이에요
제 담당이 아니라서 잘 모르고요
(성희) 회원님 같은 경우에는 외모가 참 좋으신데
[안타까운 목소리로] 아유 나이도 있고 아이도 있으셔서
조건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에요
이거 한번 보시겠어요?
이게 밸류 표예요
남자 회원분들은
밸류별로 자산이나 학벌 직업 수준이 다 나와 있어요
여기 블랙 밸류는 자산 1,000억 이상이고
시크릿은 500억에서 1,000억인데
솔직히 지금 회원님하고는 어렵고요
보통은 플래티넘 밸류 정도 매칭이 되실 거예요
만약에 가입비 2천만 원 더 내시고
다이아몬드 밸류로 업그레이드하시면
500억대 자산가도 만나실 수 있어요
아까 그 여자는 저보다 등급이 높겠죠?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사람인지
그런 거 상관없이요
어, 혹시…
그분 아세요?
[한숨]
서혜승 씨?
(유희) 참 집요하고 뒤끝 있으시네요
내 뒷조사까지 하고 다니셨나 봐요?
근데
여긴 어쩐 일이에요?
설마
남편 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
애 생각은 안 해요?
진유희 씨 같은 사람도 오는데
내가 여기 못 올 이유가 뭐가 있어요?
- 뭐라고요? - (혜승) 아
여긴 가입비만 내면 과거 따위 문제 삼지 않는 곳이죠?
적반하장이라더니
나한테 사과를 해도 모자랄 것 같은데
그 사람이 죄가 참 많네
(혜승) 당신 같은 여자한테 속아서
돈도 뜯기고 비리도 감싸주고
가정까지 버렸던 어리석은 죄
그 사람은 그렇게 스스로 죗값을 치렀는데
당신은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해지고 싶나 보네요
여기 이 사람들도 당신의 그런 히스토리 알아요?
[긴장되는 배경음악] 서혜승 씨
함부로 명예 훼손했다간 아주 재미없을 거예요
(유희) 아
이거 경고인 거 아시죠?
[고조되는 배경음악]
[거칠게 달리는 차 소리]
(남식) 진유희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너 뇌물 받은 거 다 덮어주고 같이 투자도 하고 그랬는데
나랑 같이 살고 싶다며 나 사랑한다며!
근데 어째서 그게 성폭행이야?
상무님이 위계 내세워서 나한테 강요했잖아
그걸로 협박했잖아요
[어이없는 숨소리]
(남식) 지금 네가 한 말
끝까지 기억해라
나도 그 말
내 심장에 꽂고 갈게
[화난 숨소리]
그런다고 죽어?
[휴대전화를 달그락 집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저예요, 매니저님
[옅은 웃음]
아까 깨진 거는 괜찮아요?
아, 다행이에요
아, 근데 아까 그분
좀 낯이 익던데
혹시 저에 대해서 뭐 이상한 얘기 하거나
그런 거는 없었어요?
(지선) 글쎄요
이사님이 상담하셨으니깐 제가 한번 확인해 볼게요
아…
네
[통화 종료음]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영서) 어떻게 거기서…
그거
미친년이네
큰소리는 치고 왔는데
어떻게 갚아줘야 할지 모르겠다
(영서) 결혼정보회사는 뭐가 됐든 시집보내려고 할 거야
과거가 구린 사람들 한두 명도 아닐 거고
폭로해 봐야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진실 같은 게 무슨 힘이 있겠어
그렇다고 가만히 있기는 억울하잖아
[옅은 한숨]
그, 저, 이사님
(지선) 아까 그 도자기 깬 회원 말이에요
(성희) 어, 서혜승 씨?
혹시 진유희 회원에 대해서 무슨 얘기 안 해요?
아니, 왜?
(혜승) 아까 그 여자는
저보다 등급이 높겠죠
[의아한 숨소리]
그러고 보니까 좀…
왜요?
둘이
아는 사이인가?
(지선) 제가 확인해 보니까
그분이 회원님 모르는 거 같던데요
별말씀 없으셨어요
그래요?
[한숨]
어쨌든 문제 생기면 법적 조치 취할 거니까
조심시켜 주세요
네, 걱정 마세요
네
[지선의 한숨]
(지선) 시끄러워지면 고소할 각인데요
그러니까
모르는 척해
대표님한테는요?
[오묘한 배경음악]
[격정적인 오페라 음악이 흐른다]
- (진수) 죽이지? - (성재) 야, 비주얼 좋다
- 한번 먹어 볼까? - (호찬) 음
아, 생큐, 생큐
[음미하며] 음
(호찬) 아, 야, 진짜 예술이다 [진수의 감탄]
(셰프) 마블링이 70%면 굉장히 이상적인데
이거는 90%나 되는
전국 1% 미만 소의 채끝 등심입니다
아, 여기 연말까지 예약 꽉 찼다면서요?
(셰프) 예, 연초에 이미 다 끝났습니다
(진수) 쩝, 그런데!
내가 우리 놀려고
프라이빗 룸 비워 놨으니까 언제든 괜찮아
[성재의 웃음] (호찬) [웃으며] 진심인데?
(형주) 아이고, 나의 진수성찬들 다 모였네
- (성재) 게임보이 - (호찬) 형주, 게임보이
(진수) 야, 배고프지
- 이거 먹어봐, 신의 살 방울 - (형주) 뭐?
어, 나 밥 먹었어 너희 집은 물이 제일 맛있어
물이 맛있지
아, 성재, 뭐 할 얘기 있다며
- 응, 잠깐 나가자 - (형주) 나가?
- (성재) 갈게 - (진수) 야, 어디 가?
(형주) 어쩌면 진수가 우리보다 돈 많을지도 몰라
[성재의 웃음]
할 얘기가 뭐야?
형주야, 우리 손 한번 잡아볼래? [라이터를 찰깍 켠다]
무슨 소리야? [성재가 라이터를 탁 닫는다]
우리 라이언소프트랑 너희 하이블이랑
우리가 투자를 하고 싶은데
[황당한 숨소리]
내가 너한테 투자를 왜 받냐?
(성재) 생각해 봐
너랑 나랑 대학원 다니면서
같이 의기투합해서 하이블을 만들었지만
서로 추구하는 게 달라서 다른 길을 걸었어
난 PC 게임, 넌 모바일 게임
서로 분야가 달라 시장을 나눠 먹고 있다고
근데 우리끼리의 신사협정은 의미가 없어졌어
이미 중국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커져서
그 빅 매치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끼리의 경쟁도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냐?
그 빅 매치를
너하고 나 둘이서 제로섬 게임 없이
윈윈으로 이길 수 있다니까
어떻게?
너 미국의 액블 매각설 나오는 거 알지?
먹고 싶지 않냐?
[헛웃음]
야, 게임업계의 공룡이야 코끼리가 공룡을 삼키자고?
그러니까
코끼리끼리 합쳐서 몸집을 불리자는 거야
그럼 우리가 인수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겨
야, 무슨 소리야?
(성재) 걱정 마
하이블 경영엔 눈곱만큼도 관심 없으니까
너 나 못 믿어?
[크게 숨을 내쉰다]
액블이라…
구체적인 플랜 있으면 한번 줘 봐 내가 한번 검토해 볼게
오케바리
들어가자, 애들 기다린다
신의 살 방울 맛있냐?
(혜승) 네 [문이 드르륵 닫힌다]
아, 얼마나…
[놀란 숨소리]
그건 좀 부담되는데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다음에 꼭 올려 드릴게요
(집주인) [짜증 섞인 목소리로] 시세라는 게 있는데
지금까지 싸게 사셨잖아요
그거 올려봐야 다른 데보다 비싸지도 않아요
죄송해요 조금만 양보해 주시면…
(집주인) 아무튼 그렇게 하세요 [통화 종료음]
사모님
[한숨]
[긴 한숨]
[한숨]
[한숨]
[숨을 내쉰다]
[한숨]
[의미심장한 배경음악]
[기가 찬 한숨]
[한숨]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가쁜 숨소리] [심전도계 비프음]
선생님
[석진의 가쁜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문이 드르륵 닫힌다]
[느리고 슬픈 배경음악]
엄마
[힘겨운 숨소리]
엄마, 괜찮아?
[힘겨운 목소리로] 석진아…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힘겨운 목소리로] 아버지한테 가
네 거
다시 찾아
[울먹이며] 뺏기면 안 돼
[석진 모의 힘겨운 숨소리]
[물건이 덜그럭 떨어진다] (용환) [거친 말투로] 이리 나와!
(석진 모) [흐느끼며] 여보, 여보, 왜 이래, 정말 [용환이 성질낸다]
(용환) [철썩 때리며] 이런 건방진 게! [석진 모가 아파한다]
(용환) 어? [흐느낀다]
네가 뭐라고, 진짜 이, 쌍
(용환) 날 뭘로 보고! [석진 모의 아파하는 비명]
(어린 영진) 아빠 엄마 때리지 마세요!
아빠, 때리지 마세요!
(용환) 저리 가! [석진 모의 울음]
이런 씨… 이게! [어린 석진이 계속 운다]
[석진 모의 비명과 울음] [용환이 퍽퍽 때린다]
(용환) 이거 안 놔?
[석진 모의 비명]
최유선이라고 합니다
차용환 회장님의…
아버지는 안 오십니까?
아버님께서는 바쁜 일정이 있으셔서
(유선) 깊은 위로의 말씀을 대신하셨습니다
최유선 대표님
조심히 가십시오
(용환) 어
석진이는?
아비가 보고 싶단다고 했어?
네, 그럼요
근데 좀 많이 바쁜 거 같더라고요
제 어미 가는 길 지켜봤다니 그거 다행이구먼
[휴대전화 조작음]
(성희) 총 5명을 추려 봤는데요
(유선) 김윤식 장관 딸이네요?
(성희) 네, 재력보다는 외모와 학력 위주로 뽑았습니다
좋습니다, 이사님
(유선) 다 의사시고 좋네요
(유선) 부친이 안 계시네요?
대신 모친이 고위공직자세요 청와대에 계신대요
(유선) 아나운서 백재희?
(정옥) 백재희 회원은 재혼이지만 무출산이고 인지도도 높고
외모도 상위권이라 성혼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들이 재혼하면서 시끄럽게 이슈 만들진 않겠죠?
진유희 회원은 어떠세요?
(지선) 집안은 평범하지만 변호사고 비주얼 좋고 미혼이세요
회원님이 워낙 매력적이어서 성혼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시크릿에 부모님은 이혼에
(유선) 모친은 베이커리 운영이라
그래도 우리 지선 매니저님 애쓰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지선) [작게] 네
(유선) 이사님
중요한 회원입니다
좀 더 보완하셔서 신경 써 주세요
네, 대표님
수고하셨습니다
[오묘한 배경음악]
(직원) 안녕하세요, 회원님
(혜승) 저…
(혜승) 지난번 일로
저, 부족하지만 조금 넣었어요
(직원) 아…
네, 일단 총무팀에 전달할게요
그리고…
(혜승) 담당 매니저를 김지선 매니저로
바꾸고 싶은데요
네, 말씀드려 볼게요
(직원) 회원님
김지선 매니저님은
지금 관리하는 회원이 너무 많아서 안 되시고요
원하시면 다른 매니저로 바꿔 드릴 수는 있다고 하세요
바꿔 드릴까요?
아니요, 그럼 됐어요
[의미심장한 배경음악]
[통화 연결음]
결정됐어요?
저로선 최선을 다했는데 좀 어려울 것 같아요
뭐가 문제인데요?
대표님이 집안 좋은 회원들 위주로 추리셨어요
(지선) 아참
아까 서혜승 씨가 담당 매니저를 바꿔 달라고 했대요
- 왜요? - 글쎄요
잘 모르지만 저만 고집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요?
티오가 없다고 했더니 그냥 원래대로 하기로 했대요
저 대표님 좀 만나게 해주세요
죄송해요
대표님은 블랙 회원 아니면 안 만나세요
그러니까
방법을 찾아 달라고 하는 거잖아요
(유선)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이런 말 많이 들어보셨죠?
결혼도 선택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는 언제나 결과가 따르죠
(유선) 성공이냐, 실패냐
저는 오늘 그 실패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합니다
여러분
이혼이 정말 실패일까요?
아니면 후회뿐인 결혼을 계속 유지하는 게
진정한 실패일까요?
이혼은 결코 실패가 아닙니다
이혼은 기회입니다
승리로 향하는 기회
그리고 그 기회는
성공적인 재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랑만이 전부였던 순수한 선택의 결혼이 아닌
성공적인 내 인생 2막을 위한
비즈니스적인 선택 말입니다
결혼은 비즈니스입니다
- (여자1) 대표님 - 네
재혼은 사랑보다 재력이 더 중요하단 말씀이신가요?
(여자2) 아무리 그래도
재혼도 사랑이란 감정이 우선 아닐까요?
(유선) 사랑, 네, 중요하죠
아주 중요합니다
단,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조건을 찾지 마시고
조건이 좋은 사람에게서 사랑을 찾으십시오
그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며
승리로 향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이어지는 박수 소리]
[우아한 음악이 흐른다]
아…
지난번은 죄송했어요
변상해 주셨다고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조금밖에 못 드렸어요
환불은 취소하셨다고요
현명한 결정이세요
저희 렉스에서 좋은 인연 만나게 되실 겁니다
(유선) 그럼 이만
(혜승) 대표님
어떤 사람을 이기고 싶어요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그 사람이 미워요
[의미심장한 배경음악]
어떻게 하면 되나요?
두려운 존재가 되시면 됩니다
그 두려움은 어디서 오나요?
돈이요
부자가 되세요
전 그럴 능력이 없어요
그럼 사랑해 보세요
당신의 그 욕망과
탐욕을
또 뵙죠
(유희) 아, 대표님
[유희의 옅은 웃음]
무슨 일이시죠?
대표님 시간 괜찮으시면 저랑 얘기 좀 할 수…
죄송합니다 제가 바로 다음 일정이 있어서
필요하시면 담당 매니저와 말씀 나눠 보시겠어요?
(유희) 자주 보네요
최유선 대표랑은 또 무슨 얘기를 한 거예요?
그런 거까지 내가 보고를 해야 되나요? [휴지 뽑는 소리]
(유희) 대학에 계신 것 같던데
교수님 남편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긴장감 흐르는 배경음악]
학교가 알아도 되나?
[떨리는 숨소리]
피차 피 보지 말자고요
[날카로운 효과음]
그 사람이 당신한테 간다고 했을 때
참 한심했지만
그게 진심이라면
보내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
근데
겨우 당신 같은 사람을 사랑했다니
[헛웃음]
'사랑'이라니요?
내 몸을 사랑했겠죠
강남식은 성범죄자라고요
범죄자가
두려움에 떨면서 그 높은 데서 뛰어내리니?
[철렁하는 효과음]
[긴장감 흐르는 배경음악]
(유희) 아, 대표님
[유희의 옅은 웃음]
(기자1)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손필영 전 의원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경쾌한 음악이 흐른다]
손 전 의원이 최근 출간한 시집 출판 기념회에 [필영과 의원이 인사한다]
여당 중진 의원들이 대거 참석을 하면서
정계 복귀 신호탄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필영) 네, 감사합니다
[필영의 옅은 웃음]
안녕하십니까, 의원님
차용환 회장님이 보내셔서 왔습니다
아, 아, 예, 예
- 안사람입니다 - (필영) 아이고, 예
회장님 건강은 어떠십니까?
- (유선) 늘 그만하십니다 - 아휴
빨리 쾌차하셔야죠
감사하다고 전해 주세요
- 네 - (필영) 네
(필영) 아이고, 국장님
- (필영) 아이, 죄송합니다 - (국장) 아니, 아니에요
(필영) 고맙습니다
(국장) 예, 축하드립니다
(의원) 어유
이게 누군가?
최 대표님 아니십니까?
- 잘 지내셨어요, 의원님? - (의원) 나야 뭐, 늘 그렇죠
그런데 우리 딸
재벌가랑 어떻게 안 될까요?
스펙을 어떻게 만들면 돼요?
아이비리그 보내서 석박사 따면 될랑가?
아이비리그도 석박사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의원님
아니, 왜요?
재벌가의 시어머니들은
며느리가 본인보다 상위 학벌인 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세요
어렸을 때 결혼시켜서
외국으로 유학 보내는 걸 선호하시죠
[깨달은 신음] 그럼 어떻게 하면 돼요?
따님 외모에 투자해 주세요
(유선) 피부과나 성형외과 필라테스나 발레
그런 부분에 공을 들여 주시면 훨씬 좋으실 겁니다
아, 그렇군요! [웃음]
[웃음]
(건영) 아이고 축하드립니다, 의원님
실세가 오셨네 [필영이 인사한다]
[카메라 셔터음] (건영) 대통령님께서 시집을 읽으시고
아주 감동받으셨다고 하십니다
(필영) 아이고 이렇게 고마울 데가
박건영 민정수석님이시네요?
민정수고 말고
옆의 고애란 민정 비서관이요
[미스터리한 배경음악] [사람들의 웃음]
(의원) 손 의원 최측근이란 말이 있거든요 [건영과 애란이 대화한다]
[건영이 감탄한다] 사모님하고 고향 언니 동생 사이래
[카메라 셔터음이 계속 울린다] (건영) 보기 좋습니다, 어
[피곤한 숨소리]
(혜승) 범죄자가
두려움에 떨면서 그 높은 데서 뛰어내리니?
[날카로운 효과음]
[TV 전원음]
(TV 속 기자2) 하지만 손 전 의원은
여전히 아내 최은주 여사의 간병에 전념하겠다며
정계 복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아이고, 정치라니요? 아내가 많이 아픕니다
(TV 속 필영) 지금은 아무 계획이 없습니다
(기자3) 아, 의원님 한 말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번 대선 유력하다는 소문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기자4) 향후 계획에 대해서… - (기자5) 라이벌에 대해서도…
[심전도계 비프음]
(필영) 시집 아이디어는 아주 좋았어
나도 보람도 있고
[애란이 피식 웃는다]
(애란) 꽤 잘 쓰셨던데요
(필영) 다 애란이 덕분이지, 뭐
나한테 영감을 주는 사람이니까
듣기 좋네요, 그 말
[옅은 웃음]
애란이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해
[휴대전화 조작음]
[의미심장한 배경음악]
(TV 속 필영) 제 아내가 많이 아픕니다
제가 지금까지 정치를 30년 가까이 했는데 어쩌면…
[TV 속 필영이 계속 말한다] 아저씨 세상이 되면
엄마 세상도 오는 건가?
(애란) 설욕의 시간이 시작되겠지
설욕 정도로 돼?
몇 배로 갚아줘야지
그러니까
네가 블랙의 신부가 돼야 돼
(애란) 나는 권력을 쥐고
너는 재력을 쥐고
그래야 상원 그룹을 되찾지
첫 번째 상대는 아직 선별 중이라고?
근데 나는 핸디캡이 있잖아
양친 부모 다 있는 조건이
아무래도 우선순위일 테고
네 아빠 자리 채우려고
나도 정말 독하게 살았는데
(미진) 뭐가 됐든
내가 첫 번째 매칭 상대가 돼야 돼
그렇게만 되면
나한테 반하게 할 자신 있어
[옅은 웃음]
[우아한 오페라 음악이 흐른다]
(용환) 그, 손필영이 만나 봤어?
뭐래?
건강 어떠시냐고요
얘기도 많이 못 나눴어요
줄이 어찌나 긴지 대세는 대세더라고요
날 기억은 해?
돈 나올 데 기억 못 하는 정치인 보셨어요?
[용환의 웃음]
출마 안 한다더니 출판기념회는 참 자주 여네요
선거가 코앞이잖아
합법적으로 현금 걷으려면 그거만큼 좋은 게 어디 있어?
[노크] [문이 달칵 열린다]
(도우미) 회장님, 손님 오셨습니다
[달그락거린다]
(용환) 그래
네 엄마는 잘 모셨냐?
(석진) 네
애썼다
건강은 좀 어떠세요?
(용환) 그, 여기저기 고장 날 때가 됐지
내일 죽어도 이상할 게 없어
(석진) 그런 말씀 마세요
아버지
저 이제 들어와 살게요
(용환) 아니, 이제 철드는 거냐?
아, 이제 나이 먹으니까 세상을 좀 알겠어?
[용환의 기분 좋은 웃음]
아, 얘가 여기 들어와 살겠대 [기분 좋은 웃음]
(유선) 잘됐네요
요즘 부쩍 아드님 생각 많이 하셨는데
근데 괜찮겠어요?
혼자 자유롭게 있다가 같이 지내면 불편할 텐데
괜찮습니다
어머니도 안 계신데
저라도 아버지 옆에 있어야죠
(용환) [웃으며] 오, 그래 고맙구나
아, 이제 좀 뭔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아
[용환의 껄껄 웃음]
[피식 웃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네, 여보세요?
네, 그렇습니다만
[미스터리한 배경음악]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카로운 효과음]
(애란) 고애란이에요
땅이 참 좋네요
청와대에 계시니 뒷조사도 자유로우시네요
그린벨트라 그런지
(애란) 공기도 좋고 서울에서도 가깝고
택지 지구로 개발된다면 참 좋겠어요
제가 찾아온 이유
아시죠?
따님이 아주 미모의 재원이시더군요
그린벨트 풀어드릴게요
[날카로운 효과음]
제 딸 밀어주세요
비서관님의 권한이 막강하시다는 건 알지만
거대 개발 사업
정부 정책 방향과는 정반대 아닌가요?
(애란) 차기 정부는 다를 겁니다
제가 약속드리죠
손필영 의원님께서도
우리 미진이 이뻐하세요
친딸처럼
[휴대전화 진동음]
네, 교수님
(학과장) 어, 서 선생 그, 오늘 시간 어때?
[노크]
(학과장) 예
(혜승) 아…
어서 와, 서 선생, 여기 앉아
(혜승) 네 [학과장의 웃음]
[학과장의 내뱉는 숨소리]
(학과장) 읏차
그날은 잘 들어갔어?
예
그날은 미안해 내가 너무 많이 취해서
[학과장의 멋쩍은 웃음] (학과장) 그날
내가 별소릴 다 했지?
[어색한 숨소리]
좋은 소식이 있어
겸임 자리 해 놨으니까 다음 학기부터 해
교수님
아, 내가 해준다고 했잖아
그, 나 한입 가지고, 저 두말하는 사람 아니야
[옅은 웃음]
감사합니다, 교수님
그, 저, 이번에 기업체 지원 프로젝트를 땄거든
서 교수가 대학원 강의하면서
원생들 데리고 그 프로젝트를 맡아줬으면 좋겠어
아, 예
[노크] 네
교수님
[불안한 배경음악]
(학과장) 아이고 어서 와요, 진 변호사님
[학과장의 웃음]
(학과장) 아, 이쪽은
저, 이번에 프로젝트를 진행할 서혜승 교수
[탄성]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유희가 부스럭거린다]
진유희라고 합니다
(학과장) 하, 이번에 진 변호사님 덕분에
우리 과에 아주 큰 프로젝트가 생겼지 뭐야 [유희의 옅은 웃음]
아, 나 그거 연구 실적 때문에 그냥 고민 엄청 많이 했었거든
아유, 무슨요
저희야 교수님이 해주시면 완전 감지덕지죠
[학과장과 유희의 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학과장이 숨을 씁 들이켠다]
(학과장) 어?
아, 예, 학장님
예?
예, 예, 예!
아, 그거요, 예!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또 뵙네요, 서혜승 교수님
나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했네요
(유희) '연구'라니요
도와드리려고 하는 건데
어, 마침 회사랑 접점도 있었고
같은 값이면 서혜승 씨가 하면 좋겠다 했을 뿐인데요?
[유희가 뚜껑을 달칵 연다]
왜요?
회사에서 퇴직금 한 푼 못 받고 질질 짜면서 가셨다는데
먹고살 만하신 거예요?
남의 선의를 그렇게 왜곡하실 만큼?
[혜승의 헛웃음]
'선의'?
당신 같은 사람한테도 선의가 있다니
[혜승의 어이없는 숨소리]
이래야 할 만큼 내가 당신 인생에 많이 방해가 되나 봐?
[유희의 코웃음]
(유희) 당신 따위가 방해가 될 만큼
나 그렇게 허술한 여잔 아닌데요
천하의 요조숙녀께서 신랑감을 찾고 계신가 본데
[어이없는 숨소리]
얼마나 대단한 남자를 노리는지 궁금하네요
[혜승의 헛웃음]
혹시 재벌급?
[코웃음] 이를 어쩌나?
그런 집안에선 당신의 요란했던 스캔들
절대 용납 못 할 텐데
그래도 큰소리치는 거 보니까 아직 세상 무섭지가 않나 보네
[고조되는 음악]
허세보다는 당장 밥 한 끼가 소중하실 텐데
네가 내 목줄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나 본데
착각하지 마
이번엔 내가 네 목숨 줄을 쥐고 있는 거야
[문이 열린다]
(학과장) 어, 어유, 미안해
[웃으며] 그, 통화가 길어졌네 [문이 탁 닫힌다]
[웃음]
그러셨어요?
[문 열리는 소리]
[문이 탁 닫힌다]
[분한 숨소리]
[혜승의 떨리는 숨소리]
[우아한 음악이 흐른다]
혜승아…
(유선) 회장님
하남에 있는 그 땅 한번 개발해 볼까요?
(용환) 음, 아니
그린벨트에 묶여 있는 걸 어떻게 풀어?
석진이 때나 풀릴까
잘하면
손자 때까지 넘어갈 텐데
손자까지 물려주시게요?
벌써 계획이 다 있으셨어요?
뭐, 계획이나 마나
나라에서 묶어 놓은 걸 난들 어떡하나?
제가 풀면요?
(용환) 응?
당신이?
[용환이 허허허 웃는다]
재주 있으면 풀어 보든가
대신 그 땅을 개발하는 회사의 지분 50%는
저를 주시는 거예요
(유선) 어차피 회장님은
막대한 개발 이득을 얻으시니 좋으시고
제게 50%를 주셔도
아들한테 물려줄 건 충분하시잖아요
좋지
[용환의 기분 좋은 웃음] [옅은 웃음]
[통화 연결음]
[노크]
[또각또각 발소리]
(유선) 무슨 일이시죠?
대표님께 드릴 게 있어서요
진유희 씨
자꾸 선을 넘으시네요
(유선) 이게 뭐죠?
[봉투를 쓱 집는다]
(유선) 손필영 의원
이 사진을 나한테 보여주는 이유가
뭔가요?
절 블랙의 신부로 만들어 주세요
[의미심장한 배경음악]
(유희) 전 손필영 의원의 숨겨진 딸입니다
대표님에게 칼을 드리는 거예요
그 칼로 누구를 찌르느냐는
대표님의 선택이죠
(유선) 첫 번째 매칭 상대는
없습니다
대신 파티를 진행하겠습니다
남성 회원은 상위 밸류 20명
여성 회원도 그 5명 포함 상위 밸류 20명
초이스는 자유롭고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제공됩니다
대표님, 잘 아시겠지만 거기 올 만한 회원들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는 걸 극도로 싫어하잖아요
특히 블랙은 더한데 가능할까요?
(유선) 신분은 드러내지 않습니다
시크릿 파티로 익명이고 모두 가면을 착용합니다
[흥미로운 배경음악]
모든 순서가 끝난 후
가면을 벗고 신분을 드러내겠지만
그때까지 이 파티에 대해 발설 시
우리 렉스에서 영구 제명됩니다
이 사실을 명확하게 전달해 주세요
준비들 하시죠
[흥미로운 배경음악] (유희) 그래요?
(지선) 정말 다행이에요
사실 워낙 경쟁자가 세서 가망이 없었는데
이제 완전 공평해졌으니까요
가셔서 회원님 매력 맘껏 뽐내 주세요
제가 봤을 땐 회원님이 제일 인기 많으실 거예요
혹시 거기 그 여자도 오나요?
서혜승 씨요?
[피식 웃는다]
말도 안 되죠
(지선) 그런 조건은 올 수가 없는 파티예요
[옅은 웃음]
알겠습니다
어휴, 정말요?
다행이다, 돌싱이라 떨어질 줄 알았는데
그럼요, 그날 제가 제일 예쁘게 하고 가야죠
[웃음]
네
(애란) '가면 파티'?
너만 단독으로 선보는 거 아니고?
괜찮아, 만나는 게 중요하니까
(미진) 걱정 마, 엄마
나 정미진이야
죄송하지만 전 못 갈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파티
대표님을 위해서 기획했습니다
(유선) 제가 추천드리는 것도 좋지만
직접 오셔서
마음에 드는 상대를 충분히 살펴보실 수 있도록요
근데 저 이런 자리 너무 불편해서요
남들 보는 눈도 있고
보안 유지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근데 그 가면 파티라는 게 좀 우습지 않아요?
솔직히 전
인간은 다 가면을 쓰고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기묘한 배경음악]
거기에 한 꺼풀의 가면을 더 씌우게 되면
오히려 우리는 자신을 다 감췄다고 생각하고
진실을 드러내게 되죠
가면을 씀으로써 오히려 가면을 벗는다고나 할까요?
(유선) 대표님은 어디서든 독보적인 대우를 받으시죠?
그게 진심일까요?
어떠한 타이틀도 조건도 모두 가린 채
진실한 마음으로 대하는 사람
만나고 싶지 않으세요?
[가곡이 흐른다]
[용환의 헛기침]
내가 대학만 갔어도
교수나 장관 자리라도 했을 텐데
(용환) 응? [용환의 웃음]
얘가 그, 내 머릴 닮았어
[용환의 웃음] (유선) 네
네가 올해 몇이냐?
- 마흔둘이요 - (용환) 아니, 벌써?
그동안 장가도 안 가고 뭐 했어?
사귀는 여자는 있어, 없어?
아직이요
[용환이 혀를 찬다]
(용환) 빨리 장가가야 손주를 안겨줄 거 아니야
씨종자는 너 하난데
네, 얼른 드세요
[용환의 불만스러운 숨소리]
(용환) 당신이 알아서 보내
응? 전문가잖아
네
(용환) 아, 그리고
지금부터 이 사람한테 어머니라고 불러라
[용환의 헛기침]
4살 차이인데요, 회장님
어, 4살이라도 어머니는 어머니지
[위태로운 분위기의 배경음악]
(용환) 들어
(지선) 제우스가 그분이에요
(혜승) 어,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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