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소녀
(보라 부) 어유, 눈이 오네?
어유 [출입문 종소리]
[보라 부의 추워하는 탄성] [오토바이 소리가 들린다]
[다가오는 오토바이 엔진음]
[보라 부의 반기는 탄성] (집배원) 아이고
엄청 부지런햐, 꼭두새벽부터 [보라 부의 웃음]
(보라 부) 수고허네 [봉투가 부스럭거린다]
(집배원) 이거 서울 딸내미 거 아니여?
우리 보라?
(집배원) [웃으며] 아이고, 수고햐
응, 길 조심햐
[멀어지는 오토바이 엔진음]
[봉투가 부스럭거린다]
[새가 지저귄다] [풀잎이 바람에 사락거린다]
(보라) 바람과 함께 너를 느낀다
[신비로운 효과음] 바람의 여신
(피디) 오케이, 보라 씨 고생했어요, 식사하러 갑시다
(보라) 수고하셨습니다
(피디) 수고하셨습니다 식사하러 가시죠 [저마다 인사한다]
[휴대폰 진동음]
(보라) 응, 아빠
(보라 부) 조셉이 누구여?
(보라) 어? 누구?
(보라 부) 너 혹시 외국 놈 만나냐?
(보라) 아이, 뭐래, 뭔 소리여?
(보라 부)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금지된 사랑'?
[버럭 하며] 너 아직도 야한 비디오 보고 그러냐?
아, 뭐래, 아까부터 진짜?
내가 언제 야한 비디오 봤다 그래?
(보라 부) 아이고 아니면 아닌 거지
아버지한테, 저기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여
아, 난 또, 또 누구 있는 줄 알고 괜히 좋아했네
아, 저, 저, 저, 저, 저
너 이사할 때 내려오는 겨, 마는 겨? [말문을 뗀다]
아, 뭐, 바빠서 못 온다면 어쩔 수 없고 [한숨]
아, 괜찮어
노인네 둘이 뭐, 짐 나르다가 허리나 삐끗하겄지, 뭐
- 아니… - (보라 부) 자식들 바쁘다는데
어쩌겄어 [한숨]
알아서들 혀!
[통화 종료음] (보라) 응
[메신저 알림음]
[메시지 수신음]
[메시지 수신음]
[아련한 음악]
(보라) 야, 김연두 너 미쳤어?
[가쁜 숨소리]
어?
[보라의 가쁜 숨소리]
[한숨]
[힘주는 신음] 아니, 갑자기 미국을 왜 안 가?
너 심장 수술 안 할 겨?
수술이 무슨 소용이야?
(연두) 심장이 없는데
[답답한 한숨]
아, 또 뭔 소리여?
나
심장을 도둑맞았어
[출입문 종소리] [옅은 웃음]
(연두) 어서 오세요
[반짝이는 효과음]
아, 엄마 잠깐 나가셨는데요
[출입문 종소리] 저기!
저도 치수 잴 수 있는데요
잠시만요
[줄자를 달그락 집는다]
어?
[연두의 아파하는 신음]
[연두의 속상한 숨소리]
[연두가 숨을 씁 들이켠다]
[다가가는 발걸음]
[한숨]
[팔을 탁 잡는다]
[몽환적인 음악]
[두근대는 심장 소리]
[신비로운 효과음]
(연두) 생명을 위협하는 심장 떨림
느껴본 적 있니?
(보라) 그냥 심장이 아파서 그런 거 아니여?
[연두의 힘주는 신음]
(연두) 아니야, 확실히 달라
너 내가 이러는 거 본 적 있어?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때 반장 이재웅
중학교 1학년 때 육상부 최영수
중학교 2학년 때 미술 교생 쌤
(보라) 그리고 또 누가 있더라? 아, 그리고!
[탁 집는다] 야!
얼마 전까진 정재 오빠가 네 마지막 사랑이라며?
나 헛고생한 겨?
[부정하는 신음]
(연두) 나 이번엔 진짜 진짜 진짜야
그날 이후로 밤에 잠도 안 온다고
다시 못 볼까 두렵고 막…
음악만 들어도 눈물이 주룩 나고
나 진짜 심각해
아이, 그래도 안 돼!
(보라) 어여 짐 싸!
(연두) 야, 내가 괜히 이러는 줄 알아?
걔가 우암고 교복을 맞췄다고 우리랑 같은 학교!
근데 어떻게 가?
[한숨]
[경쾌한 음악]
(보라) 비밀번호는 '영원히 친구 사이'
이걸로 뭘 어떡해?
앞으로 넌 그 애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게 될 거야
같이 학교 다니는 것처럼
보라야
[감동한 신음]
그러니까 수술 잘 받고 돌아와 알았지?
응
[메일 수신음]
(연두) 보라에게, 미국 이모네 집 도착하자마자 메일 써
여기 완전 신세계야
미국은 땅도 넓고 건물도 엄청 커
그리고 영화에 나올 것 같은 사람들이
막 돌아다녀, 진짜로
아, 이 좋은 걸 두고 병원 신세라니
너랑 그냥 놀러 왔으면 짱 좋았을 텐데 [보라의 힘주는 신음]
그나저나 오늘이 드디어 입학식이구나
(보라 모) 누나 빨리 깨워!
[보라의 짜증 섞인 탄성] (연두) 설마 또 늦잠 자는 거 아니지?
나보라 일어났는데?
(보라 모) 웬일이래?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빨리 가서 밥 먹으라 그래 [현관문이 철컥 열린다]
[현관문이 탁 닫힌다]
뭐여, 간 겨?
(연두) 오늘이 바로 그 애를 만나는 중요한 날이라고
(보라 부) 어, 저…
[보라의 가쁜 숨소리] (연두) 생각만 해도 너무 떨려!
뭐여, 간 겨?
(연두) 그날 그 애가 아파트 단지 방향으로
사라지는 걸 봤거든?
우리 동네 버스 정류장 말고 럭키아파트로 달려가서
버스를 놓치지 않고 타면 [보라의 가쁜 숨소리]
그 애를 빨리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버스를 퉁퉁 두드린다]
아저씨, 저요! 저요, 저! 아저씨, 아저씨!
[브레이크 작동음]
[가쁜 숨소리]
아, 감사합니다
(보라)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버스 문이 삐걱 닫힌다]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사람들의 놀란 탄성] 어!
[보라의 놀란 신음]
헉! 죄송합니다!
[보라의 당황한 숨소리]
[엔진 가속음] 어!
[보라의 당황한 신음]
[당황한 신음] 아, 아저씨! 아, 좀 천천히 좀 가요!
(현진) 여기 앉아
또 넘어지지 말고 [보라의 당황한 신음]
(보라) 감사합니다
(연두) 기억해 그 애 이름은 백현진이야
(운호) 있다 매점 가자
그래
- (운호) 이번엔 네가 사라 - (현진) [피식하며] 왜?
(보라) 너구나? 백현진
[밝은 음악] [호루라기 소리]
[교정이 떠들썩하다]
(학주) 남자는 이짝 여자는 저짝이여
[호루라기 소리]
야, 이놈아, 복장이 이게 뭐여?
[호루라기 소리] [보라의 놀란 신음]
- 너 어디 가는 겨? - (보라) 예? 어어!
(학주) 여자가 이쪽 [보라의 아파하는 신음]
남자가 저짝이여, 빨리 들어가!
어? 조또?
[교실이 시끌벅적하다]
하, 씨, 조또
남녀공학 온다고 좋아했는데
이건 뭐, 여중이랑 다를 게 없네
(마님) 그렇다고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야
- 마님? - 마님?
[책을 탁 내려놓는다]
종소리가 울리면
굶주린 남녀가 뒤섞이는 바로 그곳
[종소리] [학생들이 아우성친다]
(매점 주인) 어휴, 천천히, 천천히
[저마다 마구 주문한다]
[보라의 힘겨운 탄성]
[경쾌한 음악]
(연두) 보라야
이제부터 네가 해 줄 게 있어
너만 믿는다?
[보라의 다급한 신음]
(보라) 키는 181
좋아하는 음료는 데미소다, 오렌지 맛
(연두) 신발 사이즈는?
(보라) 280
[학생들이 왁자지껄하다] 좋아하는 운동은 농구
(연두) 농구까지 잘하면 인기 엄청 많을 거 같은데…
(보라) 음, 적당히?
걱정할 정돈 아니야
(연두) 친구 관계는?
(운호) 농구 한 게임?
(연두) 혹시 여자 친구 있는 거 아니야? [운호와 현진이 대화한다]
(보라) 어, 그렇진 않고
항상 같이 다니는 단짝이 있어
같은 반 친구 풍운호
럭키아파트 304동 거주하고 등하교를 같이해
(연두) 근데 좀 더 다가갈 방법은 없을까?
(학주) 공동체 의식을…
(보라) 동아리? [학주가 계속 설명한다]
[보라의 한숨]
(학주) 자, 민주 시민의 생활 원칙 이것은 무엇이냐, 어?
자, 첫째
[탁탁 판서한다] 대화와 토론을 존중한다
(학생1) 운호, 운호!
(학생2) 헤이! 야, 이쪽, 이쪽!
(학주) 겨, 아녀?
(학생들) 겨요
(학주) 둘째는 양보와… [교정이 연신 소란하다]
[비명] (학주) 타…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뭐여?
(보라) 예?
아…
[체육 선생님이 말한다]
[아파하는 신음]
아우, 야, 아, 나 배 아파 [보라의 아파하는 신음]
아, 선생님, 제가 배가 너무 아파 가지고
아, 잠깐 양호실 좀… [보라의 아파하는 신음]
- (운호) 아프냐? - (현진) 안 아프거든
[운호와 현진이 속닥댄다]
[보건교사의 말소리가 들린다] [운호가 피식댄다]
어? 아…
(보건교사) 다음 친구
(보건교사) 다음 친구는 선생님 안 만나도 되나?
(보라) 네? 아, 예
[보라의 옅은 웃음]
[보라의 아파하는 신음]
아, 선생님, 저 배가 너무 아파 가지고, 생리통
아, 배가 아프구나?
[보라의 어색한 웃음]
[보건교사의 힘주는 신음] [약이 달그락댄다]
(보건교사) 자
[약통을 퐁 연다] [아파하는 신음]
[알약이 잘그락거린다]
[보라의 아파하는 신음] 손
아… [보건교사의 웃음]
(보건교사) 이거 먹고 좀 쉬었다 가
- (보라) 감사합니다 - (보건교사) 응 [보라의 아파하는 신음]
- 아프지 말아요 - (보라) 네
(보건교사) 다음
(운호) 현범이 태클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현진) 내버려 둬 내가 잘하나 보지
[보라의 힘주는 숨소리] (운호) 야, 동아리 결정은 했냐?
(현진) 글쎄, 너는?
(운호) 난 방송반
(현진) 그럼 나도 거기
(운호) 하, 뭐 하는 덴 줄은 아냐? [숨죽인 웃음]
(현진) 뭐, 몰라, 뭐 하는 데냐?
(운호) 야, 오디션도 있어 [흐뭇한 웃음]
(운호) 잠깐만 [보라의 놀란 신음]
[털썩 내려간다]
(현진) 왜?
(운호) 그냥
(현진) 야
근데 방송반 오디션 뭘 보는데?
[보라의 떨리는 숨소리] (운호) 열정적인 목소리? 뭐, 그런 거 본다는데?
(연두) 열정적인 목소리? [옅은 웃음]
그걸 어떻게 보여줘?
[경쾌한 음악]
(학생3) 빨리 가자, 빨리 가자 빨리 가자
[학생들의 박수와 환호성] (동욱) 네, 수고하셨어요
자, 다음 3번, 나보라 [학생4의 환호성]
[기합]
[학생들의 탄성]
[보라의 힘주는 신음]
[보라의 힘주는 신음]
[학생들의 탄성]
[기합]
[보라의 힘주는 신음]
[학생들의 탄성]
[학생들의 박수와 환호성]
- (학생5) 붙겠다, 붙겠어 - (학생6) 나보라야?
(동욱) 네, 수고하셨어요
자, 다음 4번 백현진
선배님, 죄송합니다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저런 멋진 친구들을 위해
저는 이 오디션 기권하겠습니다
[학생들의 탄성] [경쾌한 음악]
(동욱) 자, 앞에 연간 운영 계획표 다들 보이지? [학생들이 대답한다]
(보라) 붙어 버렸다
(동욱) 자세한 내용은…
(보라) 백현진 없는 방송반에
(동욱) 너희들은 우리 방송반의 미래야
앞으로 1년 동안 우리 열심히 한번 해 보자
- (함께) 네! - (학생7) 열심히 하겠습니다! [동욱이 호응한다]
(보라) 하지만 걱정 마 [동욱이 말한다]
(동욱) 2인 1조로 움직이도록 한다
(보라) 좋은 방법이 있어 [수상한 음악]
(동욱) 싸우지들 말고 사이좋게 지내고 [학생들이 대답한다]
(보라) 어? 운호야!
저기, 우리 같은 조인데 잘 지내보자
어
어? 아, 저기…
[멀어지는 발걸음]
'어'?
[교정이 왁자지껄하다]
[무선호출기 알림음]
(보라) 어? 삐삐?
어?
[반기는 숨소리]
[보라의 가쁜 숨소리]
(보라) 012…
[흥미로운 음악]
6…
[보라의 긴장한 숨소리]
0…
[브레이크 효과음]
- (운호) 이것만 하고 매점 가자 - (보라) 어?
(현진) 기다려 봐, 확인 중이라고
[초조한 숨소리] (운호) 알았어, 빨리해
아이씨
[숫자판을 삑삑 누른다]
[보라의 헛기침] [통화 연결음]
[긴장한 숨소리]
[동전이 짤그랑 내려간다] (여자1) 여보세요
백현진 학생 부탁합니다
(여자1) 네? 그런 사람 없어요
[통화 종료음] 아, 저…
[실망한 한숨]
[통화 연결음]
[동전이 짤그랑 내려간다] 백현진 학생 부탁합니다
- (남자1) 이 집 아니여 - 예
[경쾌한 음악] [숫자판을 삑삑 누른다]
[통화 종료음]
[통화 종료음]
[보라의 긴장한 숨소리]
[보라의 떨리는 숨소리]
[보라의 긴장한 숨소리]
[발신음]
[통화 연결음] [목을 가다듬는다]
[떨리는 한숨]
(보라) 제발…
[보라의 긴장한 숨소리]
[동전이 짤그랑 내려간다]
(남자2) 여보세요
(보라) 백현진 학생 부탁합니다
(남자2) 누구시죠?
[흥미로운 음악]
[놀란 숨소리]
[숨을 내뱉는다]
리서치 기관 '예스 오어 노'입니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대중가요는 무엇입니까?
삐 소리가 나면 말씀해 주세요
삐
(남자2) 토이, '거짓말 같은 시간'
[기쁜 숨소리] [발을 동동 구른다]
설문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삐 소리가 나면 삐삐 번호를 불러 주세요
(보라) 삐
[보라의 옅은 웃음] (남자2) 나보라?
[익살스러운 음악] [보라의 놀란 숨소리]
[놀란 신음]
[보라의 다급한 숨소리]
(보라) 아! 아이씨
[보라의 다급한 신음]
[문이 달칵 닫힌다]
[테이프가 달그락거린다]
(운호) 어제
너 맞지?
아닌데?
[다가오는 발걸음]
아…
뭐가?
현진이 삐삐 번호 알고 싶어?
(보라) 어? 백현진?
아, 내가 왜 걔 삐삐 번호를 알고 싶어?
너 맞네
'예스 오어 노'
[CD가 달그락거린다]
아, 너 뭐야!
야, 너!
너 왜 백현진도 아니면서 백현진인 척하고
막, 막 걔네 집 전화를 막 받고 그래, 어?
난 현진이라고 한 적 없는데?
몰라!
씨
그래서 알려 줄 거야?
에이, 말아, 말아! [쾅 내리친다]
어차피 알려 주지도 않을 거면서…
보고 싶은 영화가 하나 있는데
빌려주면 생각해 볼게
(운호) 너희 집 비디오 가게 한다며
무슨 영화?
[멀리서 개가 짖는다] [다가오는 발걸음]
[달려가는 발걸음]
(학주) 이놈이…
[조또가 중얼댄다] (학주) 나가셔
- (조또) 아, 나가요, 나가요 - (학주) 나가
(조또) 아, 근데 아, 잠깐만, 이것만
(학주) 다음
뭐야?
가방 안 열어?
예…
씁, 안 열어! [학생들의 놀란 신음]
(보라) 어, 어
(학주) 쯧! [가방 지퍼를 직 연다]
[어색한 신음]
이래도 되는 겨?
[익살스러운 음악] [교내가 소란하다]
[한숨]
- (학생8) 아, 뭐? - (학생9) 똑바로 들어 [학생8이 투덜거린다]
[학생8이 연신 투덜거린다]
(학생9) 그걸 누가 통째로 가져오냐?
(학생8) 너는, 너나 잘해
[한숨] [학생8과 학생9가 티격태격한다]
(학생9) 조용히 해, 짜증 나
[멀어지는 발걸음]
[보라의 헛웃음]
[보라의 분한 고함]
[씩씩거린다]
부숴 버릴 거야
[분한 숨소리]
[보라의 음미하는 신음]
[출입문 종소리] (보라) 음? 어서 오세…
[문이 닫힌다] [출입문 종소리]
(운호) 얘 내 친구인데
가입하면 할인해 주는 거지?
응, 응, 응, 잠깐만, 잠깐만
아유
여기 이름이랑 그, 생년월일이랑 그…
아, 여긴 삐삐 번호 적으면 비디오 하나 서비스래
(현진) 아, 그래?
[글씨를 쓱쓱 끄적인다]
[볼펜을 딸깍인다]
[볼펜을 툭 내려놓는다]
(녹음 속 현진) 안녕하세요 백현진입니다
[옅은 웃음] 삐 소리가 나면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삐 소리가 난다]
♪ 오직 너만을 생각한 밤이 있었어 ♪
['시작'이 이어서 흐른다] (방송 속 보라) '우암 멜로디' 진행을 맡은 WBC 나보라
인사드립니다 [교정이 떠들썩하다]
오늘부터 무심천 벚꽃 축제가 시작된다고 하네요
방과 후 교실을 떠나
무심천으로 꽃 나들이 가 보는 건 어떨까요?
♪ 사랑인가 봐 ♪
♪ 처음 본 순간 ♪
[전투기 비행음]
♪ 나는 느꼈어 ♪
♪ 내가 기다리던 사람이 바로 너란 걸 ♪
♪ 난 네게… ♪
[학생들의 환호성]
[보라의 웃음]
(학생10) 너 밥 먹었어?
밥 같이 먹으면 되겠다! [학생들이 즐겁게 대화한다]
여자 친구 있어?
(운호) 아니
(보라) 그러면 어떤 스타일 좋아해?
(운호) 글쎄…
심은하?
(보라) 아…
씁, 완전 청순가련형?
흠 [수첩을 턱 꺼낸다]
딱이네 [수첩을 팔락팔락 넘긴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운호) '아마겟돈'
(보라) 어? 나도인데
[중얼대며] '아마겟돈'
가고 싶은 학과
(운호) 연영과나 신방과
(보라) [중얼대며] '연영과'
역시, 좀 생겨서 연예인에 뜻이 있는 건가?
(운호) 아니
카메라 만지는 게 좋아서
(보라) '카메라 만지는…'
- 야! - (운호) 아
누가 너 물어봤냐? 어?
아, 백현진 말이야!
아, 다시 써야 되잖아
야 [보라가 투덜거린다]
놀지만 말고 너도 좀 찍어 봐
내가 왜?
(운호) 너도 방송반이잖아 할 줄은 알아야지
[보라의 한숨]
(보라) 뭐, 어떻게 하는 건데?
자
(운호) 여기다가 눈 대고
[풋풋한 음악]
손
이게 줌인
이게 줌아웃
아이, 너무 누르지 말고
(운호) 보이지?
(보라)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할게, 너 가
망가트리지 마라
(보라) 씨
[전투기 비행음]
[강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학생11) 대박 - (학생12) 와, 진짜 빨라!
[학생들이 연신 감탄한다]
(학생13) 얘들아!
싸움 났다, 싸움!
- 파라다이스 - (학생14) 야, 진짜?
(학생13) 어, 구경 가자, 구경 구경!
(조또) 야, 야, 싸움 났대 싸움 났대, 보러 가자…
네가 내 여자 꼬셨냐?
(복순) 진짜 그만해!
복순아, 너는 가만있어 [현진이 피식 웃는다]
너 내가 누군지 알면은 그렇게 못 하지
나 본정통 불주먹 민홍기여
감히 내 여자를 넘봐?
[학생들의 놀란 신음] 너 오늘 뒤졌어
(복순) 아이씨, 진짜! 나 혼자 좋아한 거라고!
안 그래도 차여서 쪽팔려 죽겠는데
(현진) 누나, 미안해요
근데…
이 형은 만나지 마요
더 좋은 남자 만나
응
(홍기) 너 방금 뭐라 그랬냐?
어라? 저 새끼가, 야
[학생들이 술렁인다]
(홍기) 야!
[강렬한 음악]
[학생들의 비명] [홍기의 신음]
[보라의 가쁜 숨소리] (홍기) 어떤 새끼여!
당장 저 새끼 잡아! [병을 쉭 딴다]
[놀란 신음] [병뚜껑이 땡그랑 떨어진다]
[학생들의 놀란 비명]
[홍기의 성난 고함]
(운호) 뛰어! 뛰어, 뛰어! 뛰어, 뛰어, 뛰어!
(홍기) 잡아! 야, 잡아!
[홍기 일당의 고함]
(홍기 일당) 야, 잡아!
[홍기 일당이 고함친다]
야, 잡아!
[보라의 비명]
[홍기 일당이 연신 고함친다]
[보라의 가쁜 숨소리]
(홍기) 이리 와! [경찰 무전기 작동음]
- 왜, 왜, 왜, 왜, 왜? - (일당1) 경찰, 경찰
(경찰1) 선생님, 제발 좀 타세요 [홍기의 분한 신음]
(홍기) 어, 그려 다음에 한번 보자 [저마다 숨을 몰아쉰다]
아, 이 새끼 웃네?
[경찰들이 취객과 실랑이한다] [보라의 가쁜 숨소리]
- (취객) 아니라고요, 나 - (경찰1) 아휴, 참
- (취객) 내가 잘못한 거 없다고요 - (경찰1) 아휴
[보라의 헛기침]
[보라의 가쁜 숨소리]
야, 너 미쳤냐?
(보라) 저 선배 파라다이스라고, 파라!
아, 좀 몸 좀 사려 그러다 목숨이 남아나겠냐?
[가쁜 숨소리]
너 괜찮냐?
[당황한 숨소리]
[사이렌이 들린다]
[두런거리는 말소리]
(보라 부) 괜찮아?
아이고, 제 한 몸 지키라고 태권도 가르쳐 놨더니만
허구한 날 사내놈들이랑 싸움박질이나 하고
그래 가지고 어느 놈이 너 좋다고 하겄냐?
나 좋다는 남자 쌔고 쌨거든?
(보라 부) 아이고, 지랄
아무튼 너 집에 가서
싸움박질하다 다쳤다 그러지 말어
너희 엄마 걱정햐
가뜩이나 마음 약한 사람인디
(보라) 남자애들이 다 아빠 같았으면 좋겠네
(보라 부) [웃으며] 아이고, 또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아이고
(보라) [웃으며] 쳇! [보라 부가 껄껄 웃는다]
[교내 방송이 들린다] (보라) 어제 엄청 습했는데…
- (조또) 야, 야 - 아!
저 앞에 새로 생긴 PC방 있잖아
거기 오빠가 겁나 잘생겼대, 어?
- 보러 가자, 보러 가자! - (마님) 진짜? [조또의 웃음]
너희들끼리 가 나는 방송반 가야 돼
- (마님) 에? - (조또) 아, 왜! 같이 가자!
아, 너희들끼리 가 인사하려고 기다린 거야
- 간다 - (조또) 구경이나 가
[조또와 마님이 칭얼거린다]
[다가오는 오토바이 엔진음]
[오토바이 시동이 꺼진다]
[숨을 하 내뱉는다]
나보라, 타
(마님) 이야!
- (조또) 너 타래, 너 타래 - (마님) 가자, 가자
- 가자, 가자, '컴 온' - (보라) 아, 나 왜!
어, 야, 어디 가는 거야 우회전해야지!
(현진) 우회전할 줄 몰라
어?
아이
(보라) 야, 어디까지 가는 겨 유턴, 유턴!
(현진) 유턴도 할 줄 모르지
(보라) 뭐? 아이, 씨
(보라) 야!
너 무슨 운전을 그렇게 하냐? 어?
(현진) 미안, 아직 배우는 중이라
그래도 특별히 아는 형한테 빌린 거야
너 태워 주려고 [가쁜 숨소리]
날 왜?
나 때문에 다쳤으니까
[잔잔한 음악]
왜 그랬어?
그게…
(보라) 네가 다치면 슬퍼할 사람이 있거든
내가 걱정됐구나?
[곤란한 한숨]
아니, 뭐, 그럼 사람이 맞아 죽게 생겼는데
그걸 그냥 내버려 두냐, 어?
그리고 너
아무한테나 함부로 웃어 주고 잘해 주지 마
그럼 옆에 있는 사람 피곤해져
(현진) 고백?
(보라) 어?
[보라의 헛웃음] 뭐?
[헛웃음 치며] 아, 내, 내가? 아니, 누, 뭐, 뭐, 누구한테?
[어이없는 한숨]
그, 쓰잘데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다시 데려다줘
방송반 가야 돼
[피식한다]
(현진) 알았어
타
[오토바이가 탈탈거린다] (현진) 어?
[오토바이가 탈탈거린다] [피식한다]
시동이 안 걸리네?
뭐?
야!
(현진) 잠깐만, 잠깐만, 아, 야
[현진의 당황한 웃음]
할 수 있어, 야
이게 뭐, 그, 어, 그렇게 어려워?
[보라의 한숨]
[배가 꼬르륵거린다]
[피식한다]
밥이나 먹자
[보라의 헛기침]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현진) 풍운호, 언제 왔냐?
(운호) 좀 전에
(현진) 손 씻고 올게, 앉아 있어
[멀어지는 발걸음]
어, 혹시 기다렸어?
(보라) 미안
[보라의 기대하는 신음]
[보라가 후루룩거린다]
(현진) 사귀자
어?
[옅은 한숨] 네가 좋아
[캑캑거린다]
[보라가 연신 캑캑거린다]
(현진) 야, 야, 야, 마셔, 마셔
[쿡쿡거린다]
[숨을 몰아쉰다]
[탁 짚으며] 내가 좋아?
- 응 - 왜?
아, 안 되는데? 아닌데, 어
야, 나 피자 두 판 먹어 감당 안 될걸?
지금도 네 거 뺏어 먹고 싶어서 환장할 거 같아
이거 봐 봐 나 진짜 짱 많이 먹는다?
[만족하는 신음]
으음!
[코를 훌쩍인다] 잘됐다
(현진) 길 건너 피자집 있지?
거기도 우리 아버지 가게야
[난감한 웃음]
- 그래? - (현진) 응
나 잘 안 씻어
(보라) 이거 봐라? 기름 보이지?
나 이거 이틀째 안 감은 거야 나 비듬도 짱 많아
그리고 공부도 더럽게 못해
수학은 3번으로만 찍고 나 성격도 짱 더러워
우리 아빠가 나 누가 데려갈까 불쌍하대
그리고 또 나…
나 방귀로 '학교 종이 땡땡땡'도 쳐!
[보라의 당황한 신음]
미안
나 먼저 갈게
[보라의 다급한 신음]
[멀어지는 발걸음]
[가쁜 숨소리]
[한숨]
[거리가 떠들썩하다]
[한숨]
뭐여
(뻥튀기 아저씨) 뻥이요!
[뻥 터지는 소리]
[밝은 음악]
(운호) 근데 너…
현진이 좋아하는 거 아니었냐?
아니거든
그냥 관심인 거지
그게 그거 아닌가…
완전 달라
관심은 그냥 관심이고
좋아하는 건…
[부드러운 음악]
좋아하는 건?
됐어
(운호) 일어나 봐
발목은 한 번 다치면 계속 다쳐
다음엔 주먹 써라
간다
[멀어지는 발걸음]
[떨리는 숨소리]
(보라) 연두야
나도 심장이 좀 이상한 거 같아
[두근대는 심장 소리]
아니야, 여긴 내가 해결할게
[경쾌한 음악] [학생들의 환호성]
- 아, 됐어? 야, 야, 야 - (조또) 됐지?
(마님) 하나, 둘 [카메라 셔터음]
[마님의 힘주는 신음] (보라) 우와!
(사진사) 자, 자, 자, 자 찡그리면 더 못 나와
어, 자, 웃으시고
아이, 폭탄 머리 언니 너무 뒷사람 안 보이잖아
양옆 다, 다, 다, 조금만 더 숙여 어,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
자, 하나, 둘, 셋!
하면 찍을 거예요
[학생들이 야유한다]
(상인) 자, 경주 최고의 특산품 꾸지뽕 엑기스
만성피로, 고혈압, 암, 치매 [보라의 장난치는 신음]
심지어 심장에 아주 좋은
최고의 효도 상품입니다
(보라) 야, 너 그거 먹고 있어 봐
- (보라) 이거 하나에 얼마예요? - (상인) 3만 원
여기 2만 원이랑요
일단 받, 받으세요, 잠깐만요
- 야, 너희 3천 원… - (현진) 여기요
[지폐를 부스럭 받는다]
뭐야?
역시 남달라 [보라의 당황한 신음]
근데 우리 사귀면
'학교 종이 땡땡땡' 방귀로 들려주는 거야?
[웃음]
너 따라와, 씨!
[보라의 힘주는 신음] (현진) 어, 야
야, 너 미쳤냐?
그, 사람들 보는 앞에서?
[보라의 한숨]
[보라의 속상한 숨소리]
1010235
어?
(현진) 네가 나 열렬히 사모한다며
내 삐삐 번호 가족이랑 운호밖에 몰라
그리고 너, 보라 비디오
아이, 치!
아이, 열렬히 사모든 뭐든!
(보라) 난 모르는 일이니까 생사람 잡지 말고
가던 길 가세요, 네?
이거 줘!
그냥 가라고?
안 사귀고?
[한숨]
(보라) 진짜 미치겠네
아, 너 귓구녕 막힌 겨? 어?
나는 내 목에 칼이 들어오는 한이 있어도
절대 너랑 안 사귀어, 알았어?
아니
뭘 그렇게 살벌하게 말하냐, 무섭게
너랑 나는 그…
그, 같은 학교, 뭐여, 그…
동급생! 그 이상 그 이하도 될 수 없어
알았어?
알았어, 동급생 해
줘, 그거
- 싫은데? - 야!
- 내 거… - (현진) [놀리는 말투로] 싫은데?
(보라) 너 까불지 마! 우리 집에 큰 개 있어!
(현진) 크, 큰, 큰 개 있어?
(보라) 그게 나다! 뭐, 왜!
(현진) 야, 야, 동급생, 같이 가!
(학주) 안 자는 놈들 내 귀에 다 들려
어?
(조또) [속삭이며] 야
[학생들이 속닥거린다]
(학주) 아이고, 참
[신발을 툭 놓는다]
[중얼거리며] 신발을 좀 정리 좀 해 놓고 자지
애들이 지저분하게 그냥, 아휴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린다]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학생들이 속닥거린다]
[밝은 음악]
(함께) 짠!
[저마다 캑캑거린다]
- (마님) 아유, 써 - (조또) 어유, 너무 맛없어 [다들 투덜댄다]
[조또의 질색하는 신음]
(마님) 어? 야, 저거 타 볼까? 저거, 저거
- (조또) 야, 좋아, 좋아 - (보라) 아, 안 돼!
이거 연두 선물이야! 심장에 좋은 꾸지뽕
- (조또) 어? 아, 줘 봐 - (보라) 꾸지뽕이라고, 꾸지뽕!
어, 알았어, 조또 티도 안 나 아휴, 진짜, 응?
- (조또) 물 조금만 타면 되지 - 아니, 그거 심장에 좋은 건데…
맛있어, 맛있어
[저마다 환호한다]
(조또) 야, 진짜 맛있다니까
[보라의 말리는 신음] (학생15) 와, 진짜 맛있어!
(함께) 짠! [그릇이 탁탁 부딪친다]
[조또의 아파하는 신음] (함께) 인디언 밥!
[거나한 신음]
[숨을 푸르르 내뱉는다]
[긴 한숨]
[취한 목소리로] 아이, 조또
땅 꺼져 [보라의 한숨]
아까부터 왜 계속 한숨 쉬고 지랄? [보라가 연신 한숨 쉰다]
[취한 목소리로] 너희들이 사랑을 알아?
치, 아휴 [멀리서 개가 짖는다]
[술병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보라) 어?
[술병이 연신 달그락거린다] 어?
아, 저것들이 미쳤나, 씨!
(보라) 아잇, 야, 야, 잠깐만
(학생16) 잘 먹을게 [보라의 분한 신음]
- (조또) 어? - (보라) 저것들이, 씨!
(보라) [탁탁 치며] 야, 기다려 봐
- (조또) 아이, 뭘… - (보라) 내가 해결해
(조또) 아니…
딱 기다려!
[보라의 성난 숨소리] (보라) 문 열어
[속삭이며] 아니 거기 아니고 옆방이잖여
아이씨, 너 가, 내가 해결한다고
[보라의 취한 숨소리]
문!
[보라의 취한 숨소리]
확, 씨!
[보라의 취한 숨소리]
[달려오는 발걸음] 야, 학주 떴다, 학주!
[도망가는 발걸음] [다급한 숨소리]
[보라의 취한 딸꾹질]
(학주) 누구여! 잠 안 자고 시끄럽게!
이놈들, 그냥!
시끄럽게 잠 안 자고 떠드는 놈들이 누구여, 응?
잠 안 자는 소리가 나한테 다 들려, 아주!
내가 분명히 얘기했어
일찍 일찍 자란 말이여
얼마나 고단햐, 응? [보라의 딸꾹질]
하루 종일 저, 돌았는데 [학주가 혀를 쯧 찬다]
차분하게 일과를 정리하고
자! [숨을 들이켠다]
[보라의 숨죽인 숨소리]
[부드러운 음악]
[숨을 내뱉는다]
[멀어지는 발걸음]
[운호의 한숨]
[안도하는 한숨]
[보라의 취한 신음]
(운호) 너
[소리가 울린다] 술 마셨냐?
[숨을 들이켠다]
[보라가 숨을 들이켠다]
[새가 지저귄다]
[학주가 혀를 쯧쯧 찬다]
왜유?
꿀물이라도 타 드려유?
(학주) 으이구, 으이구
정신 차리고 빨리 저, 로비로 집합햐!
[찌뿌둥한 신음]
[피곤한 신음]
(교사1) 아이고, 아이고 [학생17이 쿨럭거린다]
학생들이 잘하는 짓이다, 어? [학생18의 괴로운 신음]
자라는 잠은 안 자고 수학여행 와서 술을 그냥… [보라의 괴로운 숨소리]
(교사1) 자, 봉지 하나씩 꽉 채워서 쓰레기 줍는다, 실시
거기, 쓰레기, 거, 거, 거, 거…
[저마다 떠든다]
[비닐봉지가 부스럭거린다]
[거센 파도 소리] [학생들이 연신 떠든다]
[멀어지는 발걸음]
[보라의 힘주는 신음]
[카메라 셔터음]
동급생 [보라의 놀란 신음]
그런 거였어?
뭐?
(보라) 아, 뭐가!
[카메라 셔터음]
(현진) 야!
같이 찍자!
조금만 왼쪽으로
아, 붙지 마
(현진) 붙을 건데? [보라의 짜증 섞인 신음]
- 뭐? - (보라) 아이!
- (현진) 야, 웃어라 - 내가 알아서 해
(운호) 저기
하나, 둘, 셋
[보라의 기대에 찬 숨소리]
[부드러운 음악]
[웃음]
(보라) 수술 끝나면 가장 먼저 보라고 이 사진 보내
그리고 돌아오면 너한테 해 줄 이야기도 있어
내일부턴 여름방학이 시작됩니다
알찬 여름방학을 보내고 2학기에 다시 만나요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조작음]
나 내일부터 저기서 일해
내일 보자
[보라의 옅은 숨소리]
[운호가 인사한다]
(운호) 아, 네
[운호가 손님에게 말한다]
[멀리서 개가 짖는다]
(보라) 야, 너 아이스크림 먹고 싶으면 똑바로 쳐
빨리빨리, 빨리
어, 이제 가는 거야?
(운호) 응, 동생? [보라의 옅은 웃음]
어, 요새 꼬맹이랑 배드민턴 치거든
야, 인사해, 바다
(바다) 안녕하세요
- 안녕 - (보라) 해
[셔틀콕이 툭 떨어진다]
[운호가 피식 웃는다]
야, 너희들 거기서 뭐 해? 안 들어오고?
(보라) 아, 우리 그, 운동하잖아
아휴, 무슨 평소에 안 하던 걸 하고 그래?
(보라 모) 빨리 들어와
(보라 부) 왜 그려?
아, 얘네 안 들어오고 지금 저러고 있잖아
(보라 모) 아, 빨리 자야지
안녕하세요
어, 어, 그려, 보라 친구여?
어, 그래, 놀아, 놀아
(보라 모) 어휴, 놀긴 뭘 놀아?
- 야, 빨리 들어와, 잘 시간인데 - (보라 부) 당신 나 봐 봐
오이 마사지 해 줄까?
[보라 모가 재촉한다] (보라 부) 들어와 봐 내가 시원하게 해 줄게
(보라 모) 아, 오이 없어!
(보라 부) 아, 내가 사다 놨어 이리 와
(보라 모) 오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아휴, 진짜
[어색한 웃음]
[비닐봉지가 부스럭거린다]
[쩝쩝 먹는 소리가 난다]
(운호) 자, 형 거 먹어
- (바다) 진짜? - (운호) 응
(바다) 앗싸!
(운호) 또 먹고 싶으면 형 가게로 놀러 와
(보라) 야
그만 먹고 들어가지?
(바다) 잘 먹었습니다
[운호가 피식한다]
(운호) 또 사 줄게
(보라) 어휴, 진짜
(운호) 왜? 더 먹으라고 하지
[보라의 한숨]
넌 동생이 없어서 그래 얼마나 성가시게 구는데
나도 있어, 남동생
- 진짜로? - (운호) 응
몇 살?
이제 다섯 살
[보라의 웃음]
- (보라) 완전 막둥이네 - (운호) 응
(보라) 궁금해, 보고 싶다
나도 보고 싶다
응?
너
자두 좋아해?
[부드러운 음악]
(보라) 근데 여긴 어디야?
(운호) 어릴 때 살던 집
(보라) 진짜로? 몇 살 때?
(운호) 태어나서 뉴질랜드 가기 전까지
(보라) 너 뉴질랜드 갔었어?
어
부모님 이혼하시면서
나만 아빠 따라 한국에 왔어
동생은 엄마랑 뉴질랜드에 있고
(보라) 그랬구나
보고 싶겠다
[운호가 흥 웃는다]
[보라의 놀란 숨소리]
(보라) [웃으며] 우와
[보라의 웃음]
진짜 자두가 있네?
[웃으며] 야, 엄청 많아!
(운호) 어릴 때 아빠랑 같이 심은 거야
봄에는 꽃도 피어
꽃은 맛없잖아, 자두가 짱이지
[후루룩 먹는 소리]
야, 진짜 맛있어
너도 먹어 봐
[보라의 웃음소리]
[풀벌레 울음]
(보라) 아, 배부르다
아휴
[운호의 옅은 웃음]
[운호의 한숨]
아무튼 넌 좋겠다
잘하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확실해서
[카메라 작동음] 난 딱히 없거든
(운호) 너 그거 잘하잖아
'예스 오어 노'
'삐' [운호의 웃음]
야! [운호가 연신 웃는다]
- 또 놀리냐? 진짜 - (운호) 아!
이, 씨!
(운호) 예뻐, 너 목소리
[부드러운 음악]
[헛기침]
[카메라 종료음]
뭐?
(운호) 그냥
좋아서
아!
[함께 웃는다]
괜찮아?
(보라) 야, 네가 그랬지? [운호의 아파하는 신음]
(운호) [웃으며] 나 안 했어
- (보라) 네가 그랬잖아! - (운호) 아니야
[운호가 연신 웃는다] [보라의 아파하는 신음]
괜찮아?
(운호) 음
(보라) [작은 목소리로] 아…
저기…
주말에 같이 영화 볼래?
[풀벌레 울음]
싫으면 말고
들어갈게
(운호) 보라야
[설레는 음악]
주말에 보자
간다
[보라의 한숨]
(보라) 연두야 네가 전에 그랬었지?
누군가를 좋아하면 밤에 잠이 오질 않고
밥도 맛없고 음악만 들어도 눈물이 주룩주룩 난다고
나는 사실 잠도 잘 자고
밥은 유난히 더 맛있고
음악만 들으면 춤이 절로 나와
근데 이상하게
그 애만 생각하면 가슴 한쪽이 쿡쿡 쑤셔
이런 것도 사랑이라면
나도 사랑에 빠진 것 같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웃음]
(보라) 어?
[반가운 숨소리]
[보라의 웃음]
[보라의 신난 탄성]
(바다) 왜 저래? [보라가 연신 웃는다]
[보라가 흥얼거린다]
[보라의 웃음]
[한숨]
아, 엄마!
나 옷이 왜 다 이따구여!
(보라 모) 그거 다 네가 고른 거야
- 아휴, 얘는 왜 갑자기… - (보라) 아, 내가 언제!
(보라 모) 아, 쟤는 왜 갑자기 옷 타령이야 [보라가 짜증 낸다]
아휴, 참 나
(현진) 동급생!
[다가오는 발걸음]
[매미 울음] 뭘 그렇게 샀냐?
데이트라도 해?
(보라) 어?
(현진) 뭐야, 진짜인가 보네
[보라의 부정하는 신음]
- (현진) 뭔데? 보여줘 봐 - 아, 안 돼, 내 거야
- (현진) 아, 보여줘 봐 - 안 된다고!
(현진) 아, 안녕하세요
- (보라) 앗! - 아이스크림이나 먹자
야!
아니, 아이스…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치!
야
[운호의 헛기침]
[운호의 옅은 웃음]
[피식한다]
[울먹인다]
김연두?
[울먹이며] 보라 저기 있다
[보라가 훌쩍인다]
- (보라) 연두야! - (연두) 보라야!
[보라와 연두의 울음]
연두야
[함께 엉엉 운다]
(연두) [울면서] 보고 싶었어
[함께 연신 운다]
(보라) [훌쩍이며] 얘는 내 제일 친한 친구
김연두야, 인사해
[보라가 연신 운다]
안녕?
[세찬 심장 소리] [기쁜 웃음]
야, 진짜 크게 들려!
(연두) 그렇지? 완전 새로 태어난 기분이야
[보라의 기특한 신음] (보라) 고생했어
(연두) 너무 보고 싶었어 [보라의 웃음]
[웃음]
- 근데 - (보라) 응
하, 나 심장 날아가는 줄
생각도 못 했어 오자마자 현진이 볼 거라고는 [보라의 웃음]
(연두) 하, 진짜
아이스크림 가게 유니폼이 그렇게 멋질 일인가?
- 유니폼? - (연두) 응
근데 언제부터 알바한 거야? 왜 말 안 해 줬어?
걔는 풍운호고
백현진은 회색 티 입고 있었잖아
무슨 소리야 유니폼 입은 사람이 현진이지
- 어? - (연두) 어?
[차분한 음악]
기다려 봐
봐 봐
[연두의 웃음]
어…
[웃음]
[바람 소리 효과음]
[바람 소리 효과음]
(보라)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
[연두의 어이없는 웃음]
아니, 잠깐만, 그러면
[웃으며] 그동안 잘못 조사해 왔던 거야?
[연두의 웃음]
(연두) 아이고, 그러면 잠깐만
운호, 운호, 현진이
백현진, 풍운호
[숨을 하 내뱉는다]
[긴 한숨]
[보라의 긴 한숨] [보라의 심란한 신음]
(연두) 안 그래도 너희 집 가려고 했는데
[연두의 웃음]
아휴, 인터넷 다시 설치하는 데 며칠 걸린대
아, 근데 진짜
아무리 다시 생각해도 너무 웃긴 거 있지?
[연두의 웃음]
아, 우리 그동안 뭐 한 거야, 진짜?
백현진이 운호 절친이어서 다행이지
- (연두) 안 그랬으면… - 연두야
나 할 말 있어
어, 할 말?
(연두) 뭔데?
[잔잔한 음악]
[풀벌레 울음]
[키보드 조작음]
(연두) 운호야!
[다가오는 발걸음]
[가쁜 숨소리]
놀랐지?
보라가 급한 일이 생겼는데
연락할 방법이 없대서 대신 왔어
무슨 일인데?
(연두) 아, 그, 마님네 아버지가 다치셔서
급하게 농장일 도와 달라고 연락이 왔나 봐
보라가 의리가 좀 남다르잖아
저기…
그땐 고마웠어
다시 못 볼 줄 알았는데
다시 만나서 정말로 반갑다
[새가 지저귄다]
이게 재밌는 일이냐? 사기꾼아
(보라) 잔말 말고 포도나 따
나한테 차인 거 애들한테 소문내기 전에 [달칵 가위질한다]
[포도를 툭 내려놓는다]
[매미 울음]
[현진의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현진) [작은 목소리로] 야
[분한 한숨]
내가 한때 널 좋아했다고 해서
날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야 [달칵 가위질한다]
내가 얼마나 귀한 집 자식인지 네가 몰라…
[포도알이 투두둑 떨어진다]
[차분한 음악]
아이, 씻지도 않은 포도를…
[달칵 가위질한다]
너 나한테 숨기는 거 있지?
어?
[어색한 웃음] 뭐를?
너 백현진이랑 뭐야? 수상해
[연두의 웃음]
야, 우리 이러다 나중에 더블데이트하는 거 아니야?
[연두의 웃음] 아, 그런 거 아니라니까
(연두) 근데 운호
원래 그렇게 다정한가?
내 얘기도 잘 들어주고
밥도 사 주고
[벅찬 숨소리] 나 보고 웃어 줬어!
[연두의 웃음]
[벅찬 숨소리]
이거 꿈 아니지?
그랬어?
응! [웃음]
(연두) 야
운호 어떤 애야?
어…
글쎄?
딱히…
야, 같은 방송반인데 너무했다
너 친구한테 관심도 좀 갖고 그래, 어?
(연두) 아, 나랑 잘되게 해 준다고 약속했잖아, 빨리
생각 좀 해 봐, 생각
음, 뭘 좋아하는지?
음…
뭐가 있더라?
[무선호출기 알림음]
(보라) 잠깐만
[안내 음성] 한 개의 메시지가 있습니다
확인은 1번… [버튼음]
[삐 소리가 난다]
(녹음 속 운호) 나야, 풍운호 이쪽으로 전화해 줘
[놀란 숨소리] [전화기를 철컥 내려놓는다]
[다가오는 발걸음] (연두) 누구야?
어?
아…
아, 이거 잘못 온 거 같아
(연두) 아… [어색한 웃음]
알았어, 빨리 들어와
[멀어지는 발걸음]
[숨을 몰아쉰다]
[멀리서 개가 짖는다]
[풀벌레 울음]
[동전을 잘그락 넣는다]
[발신음]
[숫자판을 삑삑 누른다]
[통화 연결음]
[동전이 철컥 내려간다] (운호) 여보세요
[부드러운 음악]
나 보라
(운호) 왜 이제 전화해?
아까부터 계속 호출했는데
(보라) 아, 그게…
근데 이거 무슨 번호야?
[동전이 달그락 내려간다]
(운호) 너 지금…
공중전화야?
(보라) 어?
(운호) 너희 집 앞에?
어
(보라) 왜?
(운호) 지금부터 열까지 세 봐
- 열까지? - (운호) 응
갑자기?
(운호) 아, 빨리
(보라) 하나, 둘, 셋, 넷
(운호) [웃으며] 너무 빨라 천천히
(보라)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달려오는 발걸음]
[운호의 가쁜 숨소리]
열
[숨을 몰아쉰다]
다음엔 거기로 연락해
(운호) 괜히 친구 고생시키지 말고
제일 친한 친구라며
근데 너 어릴 때부터
남자애들 발차기로 쌍코피 터트리고 다녔더라?
그때부터 손보다 발이 먼저였어?
난 지금 만난 게 다행인 건가?
운호야 [잔잔한 음악]
나 오늘 일부러 안 나간 거야
어?
[보라의 한숨]
미안해
(보라) 내가 실수한 거 같아
난 너를 그렇게 생각한 적 없는데
오해하게 했다면 미안
(운호) 나보라
(보라) 나 먼저 들어갈게
[멀어지는 발걸음]
[한숨]
[낙심한 숨소리]
[터벅터벅 걷는 소리]
(운호) 나야, 운호
얼굴 보면 말 못 할 것 같아서 편지를 쓴다
[출입문 종소리]
[부드러운 음악]
너를 처음 본 건 올해 겨울
청주에 도착하자마자 널 만났어
[피식하며] 아마 넌 기억 못 하겠지
[출입문이 닫힌다] [출입문 종소리]
[코를 드르렁 곤다]
[달그락거리는 소리]
[보라의 힘주는 신음]
[연신 달그락 소리가 난다]
(보라) 감사합니다!
[달려가는 발걸음]
(보라) 아! [보라 부의 놀란 신음]
(보라 부) 보라야 [출입문 종소리]
- 야, 너 왜… - (보라) 아니야, 아니야!
[웃음] (보라 부) 왜, 뭔 일 있어?
(운호) 어찌나 빨리 뛰어가던지 그 영화가 궁금해지더라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나는 좀처럼 웃을 일이 없었거든
(현진) 야, 잘 맞네
중학교 졸업 전까지 내 거 입으면 되겠다
[새가 지저귄다] 야, 이거 해 봐
생큐
(보라) 아저씨, 아저씨, 저요! 저 못 탔어요!
(운호) 그런데… [보라가 연신 외친다]
너를 다시 본 거야
아저씨, 여기 못 탄 애 있어요!
[피식한다]
(운호) 종잡을 수 없는 너의 행동이
언제부턴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어
(동욱) 아이고 우리 태권 소녀 오셨네?
- 격파하다가 늦은 거야? - (학생19) 안녕
너 태권도 진짜 잘하더라 [보라의 웃음]
- 무슨 띠야? - (보라) 나?
나는 돼지띠지
(학생20) 그런 거 말고 [학생19의 웃음]
(운호) 그러면서 알았어
널 보면 항상 내가 웃고 있더라
토이, '거짓말 같은 시간'
(보라) 설문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삐 소리가 나면 삐삐 번호를 불러 주세요
삐
나보라?
[통화 종료음]
(현진) 누구야?
[키보드 조작음] 아니야
(운호) 하지만 너의 관심은 온통…
현진이에게 쏠려 있어서
괜히 질투도 하고
혼자 서운해하기도 했어
너는 그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취한 목소리로] 넌 눈도 예쁘고
(보라) 코도 예쁘고
입도 예쁘네
[보라의 취한 숨소리]
큰일이다
네가 좋아서
[보라의 옅은 신음]
(운호) 그런 엄청난 말을 해 놓고
마치 없던 일처럼
기억을 못 하더라
정말 나였을까?
(보라) 뭐가!
(운호) 아니면 현진이라고 착각한 걸까?
수없이 물어보고 싶었지만
(현진) 야, 풍운호!
(운호) 그럴 수 없었어
왜?
(운호) 상처받고 싶지 않았거든
너도 먹어 봐 [운호가 피식한다]
(운호) 이제야 네 마음을 알았는데
나는 곧 뉴질랜드로 돌아가야 돼
하지만 꼭 다시 돌아올게
좋아한다, 나보라
[새가 지저귄다]
[보라와 연두의 웃음]
(연두) 허, 운호야!
- 잘 지냈어? - (운호) 응
- (연두) 방학 동안 뭐 했어? - (운호) 아르바이트하고
- (연두) 응 - (운호) 그러고 지냈지
(현진) 야, 동급생
- 좀 있다 매점 갈래? - (운호) 응
(동욱) 각 조별로 영상 잘들 마무리해 주고
오늘 수고 많았다
- (학생21) 수고하셨습니다 - (동욱) 해산
(학생들) 수고하셨습니다
[멀어지는 발걸음]
불편하면 조 바꿔 달라고 할게
신경 쓸 거 없어
(마님) 안타깝지만
[교정이 떠들썩하다] 21세기엔 세상이 멸망해 있을지도 몰라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틀린 적이 없거든
아유, 뭐여! [마님의 놀란 신음]
(조또) 그럼 나 대학 때 미팅도 못 하는 겨?
야! 넌 미팅하려고 대학 가냐?
(조또) 어!
- '어'? - (조또) 어
- '어'? - (조또) 어
(보라) 저기
저, 그냥 좀 하지?
(보라) 수고했어
이제 다 끝난 거야?
- (운호) 응, 편집만 하면 - (연두) 아…
근데 우리 학교 편집기가 너무 오래돼서
걱정이다
(연두) 아… [달그락 정리하는 소리]
어? 나 서울 방송국에 아는 사람 있는데
물어볼까?
[경쾌한 음악]
네, 들어가세요
네
(연두) 어? 안녕
(보라) 너는 왜 왔어?
서울 지리는 내가 제일 잘 알지
[연두가 피식한다]
(연두 삼촌) 자, 두 개 커트를 이렇게 버튼으로 바꿔 주는 거고
디졸브 시킬 때는
이 바를 아래로 내리는 거야 이렇게 부드럽게
우와 [웃음]
(연두 삼촌) 이 디졸브는 겹치는 거기 때문에
부드럽게 할수록 효과가 더 좋아
[자판기 음료가 덜그럭 나온다]
(연두) 나 오늘 운호한테 고백하려고
- 오, 오늘? - (연두) 응
짠, 삼촌이 줬다? 서울랜드 티켓 [연두의 웃음]
나 서울랜드 가면 둘만 있게 좀 해 줘
[옅은 숨소리]
[캔 음료를 달칵 딴다] (보라) 음
- 마셔 - (연두) 응
[경쾌한 음악]
[연두와 보라의 웃음]
[카메라 셔터음] (보라) 너 이리 와
- (현진) 왜? - (보라) 아, 와 봐
(보라) 야, 둘이 붙어, 하나, 둘 [카메라 셔터음]
[사람들의 비명]
[보라의 웃음]
[사람들이 연신 비명 지른다]
[놀이기구 작동음]
(보라) 야, 우리 다른 거 타자
(현진) 아, 왜, 나 이거 타고 싶어
(보라) 아, 빨리 와, 빨리 와 [현진의 떼쓰는 신음]
빨리, 연두야, 가자
왜?
(현진) 아, 저거 재미없다고
(보라) 아, 재밌다니까!
[연두의 웃음]
(현진) 야, 재밌다!
(연두) 재밌다, 그렇지?
(현진) 이거 봐 [현진의 웃음]
너 이거 타 봤어, 운호야?
(운호) 나도 처음 타 봐 [웃음]
(연두) 재밌다
(현진) 이야, 이랴! [보라의 웃음]
(보라) 야, 하지 말라고!
(현진) 왜? [보라의 웃음]
(보라) 연두야, 하나, 둘 [카메라 셔터음]
(현진) 우와!
[보라와 현진의 웃음]
[서늘한 음악]
[사람들의 비명]
[보라와 현진의 웃음]
[시끌벅적하다] (보라) 연두야, 가자 다른 거 타자
- (보라) 야, 이리 와 - (현진) 어, 가, 가, 갈게
- (보라) 뭐 탈까? - (연두) 미안, 계속 나 때문에
아니야, 괜찮아, 왜 너 때문이야?
그냥 너희 타고 싶은 거 타고 와
나 구경하고 있을게
(현진) 그럼 그럴까?
롤러코스터 탈 사람? [연두의 웃음]
(보라) 야!
- (현진) [작은 목소리로] 왜? - (보라) 넌 눈치가 없냐?
보라야
(연두) 같이 다녀와
너 롤러코스터 엄청 타고 싶다고 했잖아
나 여기서 기다릴게
아, 그럴까? 그럴래?
야, 롤러코스터 타러 가자
그럼 너희 둘이 앉아서 여기 쉬고 있어
(보라) 이리 와, 가자
(현진) 뭐야? 이랬다저랬다
- (보라) 싫다는 거야? - (현진) 앗싸뵹
[연두의 헛기침]
(연두) 여기 앉을까?
(운호) 응
[연두의 헛기침]
어, 우리…
저기 구경이라도 할까?
연두야
(운호) 미안한데
나도 롤러코스터 타고 싶어
(현진) 하, 재밌겠다, 그렇지?
(보라) 응 [달려오는 발걸음]
[가쁜 숨소리]
내가 탈게
(현진) 지나갑니다
(연두) 너는 왜 나와?
운호가 보라랑 할 말 있대서
[현진이 숨을 씁 들이켠다]
근데 괜찮을까?
뭐가?
운호 고소공포증 있거든
뭐?
그럼 왜…
둘이…
좋아하잖아
[서정적인 음악]
[롤러코스터가 천천히 올라간다]
[운호의 긴장한 숨소리]
[운호가 연신 숨을 몰아쉰다]
[운호의 긴장한 신음] (보라) 너 왜 그래?
[떨리는 숨소리]
[헐떡이며] 나…
고소공포증 있어
[연신 숨을 몰아쉰다]
(보라) 어?
[보라의 걱정하는 신음]
[운호의 힘겨운 숨소리]
아니, 아, 근데 왜 탔어?
(운호) 너랑
같이 있으려고
[운호가 연신 힘겨워한다]
[보라의 놀란 숨소리]
[운호가 연신 숨을 몰아쉰다]
나보라! 좋아한다!
[운호의 비명]
[사람들의 비명]
[사람들이 연신 비명 지른다]
[운호가 숨을 후 내뱉는다]
[운호의 가쁜 숨소리]
[운호의 가쁜 숨소리] 내가 물이라도 좀 사 올게
(운호) 나보라
떠나기 전에 말하고 싶었어
떠나?
나 곧 뉴질랜드로 돌아가
[애잔한 음악]
잘됐네
정말…
그렇게 생각해?
동생 보고 싶다고 했었잖아
나 떠난다고…
서운해할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그동안 고마웠다
나보라
[풀벌레 울음]
오늘 많이 힘들었지?
배 안 고파?
우리 집에 가서 뭐 같이…
왜 그래? 어디 아파?
나한테 할 말 없어?
어?
너 풍운호 좋아하지?
(연두) 아니야?
[놀란 숨소리]
어, 왜 말 안 했어?
너, 너 돌아오기 전에
아, 그냥…
[당황한 숨소리] 아주 조금…
(보라) 그…
지금은 아니야, 연두야
내가 그걸 어떻게 믿어?
[울먹이며] 지금까지 감쪽같이 나 속였잖아
왜 말을 그렇게 해?
나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 다 너를 위해서… - (연두) 날 위해서?
[애잔한 음악]
[헛웃음]
너 진짜 뻔뻔하다, 나보라
나 이렇게 바보로 만들어 놓고 날 위해서라고?
너 그냥 너만 편하려고 그런 거 아니야?
[보라의 당황한 숨소리] (보라) 연두야
[보라의 당황한 숨소리]
그럼 내가 뭘 어떻게 했어야 돼?
네가 미국 갈 때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나 알고
어떤 마음으로 갔는지도 알고
네가 걔 얼마나 좋아했는지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내가 다 아는데
[울먹이며] 내가 그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해?
내가 고작 내 마음 하나 때문에
걔 하나 때문에 우리 사이 이렇게 힘들게 만들…
(연두) 고작 걔 하나 때문에!
[흐느낀다]
상황 이렇게 만든 건 너잖아
[흐느낀다]
진짜…
[연두가 연신 흐느낀다]
나 풍운호를 정말 좋아해
근데 걔가 우리 사이 갈라놓는다고 하면
나 백 번도 천 번도 포기할 수 있어
나한테도 제일 소중한 건 너였다고
[떨리는 숨소리]
(연두) 내가 아파서
네가 나 신경 써 주는 거 알아
그렇지만 난 네 친구지
네가 돌봐야 할 환자가 아니야
[보라의 속상한 신음]
[보라가 훌쩍인다]
[연신 훌쩍인다]
[보라가 연신 흐느낀다]
[휴대폰 벨 소리]
[휴대폰 조작음]
네, 아빠
(운호 부) 아빠 오늘도 늦어
짐은? 다 쌌어?
아직요
(운호 부) 다음 주에 가려면
미리미리 싸 두지
(운호) 아빠
후회 안 하세요?
(운호 부) 뉴질랜드 가면
엄마 말 잘 듣고
동생 잘 챙기고
미안하다
[통화 종료음]
(연두 모) 보라야, 어쩌지?
연두가 지금 좀 피곤한가 봐 전화를 안 받겠다네?
혹시 싸웠니?
아, 아니에요 저 나중에 다시 걸게요
(연두 모) 그래
[키보드 조작음]
[차분한 음악]
[마우스 조작음]
(보라)
[마우스 조작음] (보라)
[떨리는 숨소리]
(보라) PS. 너에게 가장 먼저
내 마음을 말할 수 있어서 기뻐 [흐느낀다]
어쩌면 우정과 사랑은
닮아있는지도 모르겠어 [연신 흐느낀다]
내 마음속 1순위는 늘 연두 너라는 거 [엉엉 운다]
절대 잊지 마
[연두가 연신 엉엉 운다]
(연두) 운호야
[새가 지저귄다]
나 너 많이 좋아했어
연두야
[피식한다]
고백하면서 할 말은 아니지만
보라도 너 정말 많이 좋아해
그게 무슨 말이야?
다 나 때문에 보라가 거짓말한 거야
(연두) 보라는 그런 애야
원래 혼자서 피자 두 판 먹는 애인데
나랑 먹을 땐 두 조각만 먹는다?
더 먹으라고 해도 안 먹어 배부르대
피자에서 눈이 안 떨어지는데
그리고 자긴 핑클 좋아하면서
내 앞에선 SES 팬인 척한 거 있지?
내가 SES 왕팬이라 말 못 한 거지
아, 그리고 또 있다
소풍 때
내가 개구리를 보고 놀라서 쓰러졌는데
보라가 나를 업고 우암산을 막 뛰어 내려가는 거야
그때가 겨우 12살이었거든?
아무리 씩씩해도 자기가 얼마나 무겁겠어, 근데…
[피식하며] 자기는 괜찮대
뭐가 괜찮아
[피식한다]
바보 아니냐?
[비디오테이프가 달그락거린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보라의 놀란 신음]
(보라) 바다야, 바다야!
- (사람들) 자, 하나, 둘 - (보라) 바다야
아, 바다야, 어떡해
[구급차 시동음]
엄마 [보라의 떨리는 신음]
- (구급대원1) 천천히, 천천히 - (보라 부) 자!
[사람들이 연신 웅성거린다]
(보라 모) 아, 여보, 여보 우리 바다
- 아이고, 쫓아와 - (보라 모) 우리 바다, 우리 바다
- (보라) 엄마, 이리 와 - (구급대원2) 문 닫겠습니다
[보라 모의 걱정하는 신음] [잔잔한 음악]
[사이렌이 울린다]
[가쁜 숨소리]
(보라 모) 바다야
[가쁜 숨소리]
나보라!
나야, 운호
나 내일 떠나
만나서 줄 게 있어
집 앞에서 기다릴게
(의사) 큰 이상은 없고
하루 정도 경과를 지켜보고 퇴원하면 될 거 같습니다
- (보라 모) 정말이죠? - (보라 부) 아휴
(보라 모) 그럼 이제 다 괜찮은 거죠?
(의사) 네, 정말 괜찮습니다 [무선호출기 진동음]
(보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보라 부의 안도하는 한숨]
(보라 부) 너 이제 집에 가서 자 여긴 엄마 아빠가 있으면 돼
아이, 싫어
깼는데 나만 없다고 서운해하면 어떡해
(보라 부) 아이고 맨날 피 터지게 싸우더니만
그래도 누나라고, 아유
아휴
[새가 지저귄다]
[애잔한 음악]
(학생22) 야, 야, 야, 빨리 가자
- (학생23) 아, 졸려 - (학생22) 아, 빨리! [학생23의 신음]
가자, 가자, 가자
[복도가 시끌벅적하다]
(조또) 나보라 [조또의 걱정하는 신음]
- (마님) 야, 야 - (조또) 야, 바다는? 괜찮대?
- (마님) 밥은 먹었어? - (조또) 아, 먹었겠냐?
야, 우리 그거 간식 사 온 거 있잖아, 그거 먹자
(마님) 어, 그래
(학생24) 뭐야, 어떡해! [저마다 놀란다]
- 어떡해! - (보라) 연두야!
연두야, 연두야!
연두야, 잡아 줘!
[보라의 다급한 신음] (마님) 내가 허리 잡았어
(보라) 연두야!
연두야, 정신 좀 차려 봐! 연두야!
[울먹이는 숨소리]
연두야, 조금만 참아
[보라가 울먹인다]
(연두) 나보라, 이 바보야! [보라의 가쁜 숨소리]
내려줘, 나 멀쩡해 [보라가 숨을 몰아쉰다]
(보라) 어?
[보라의 아파하는 신음]
[보라의 다급한 신음]
연두야, 너 괜찮아?
하, 연기하다 죽을 뻔했네
나 심장 수술한 거 잊었냐?
[연두의 가쁜 숨소리]
뭐야? 왜 그랬어? [연두가 숨을 몰아쉰다]
운호 그냥 보낼 거야?
[부드러운 음악]
[옅은 웃음]
밖에서 현진이 기다려
나 괜찮아, 빨리 가
[뛰는 발걸음]
[달려오는 발걸음]
아무리 봐도 내가 주인공인데
(현진) 운전기사 노릇이라니
영광인 줄 알아
[피식한다]
타
[오토바이 시동음] [엔진 가속음]
(보라) 고마워
[달려가는 발걸음]
[다급한 숨소리]
[연신 헐떡인다]
[안내 방송 알림음] (보라) 어?
운호야!
[안내 방송] 잠시 후 서울 가는
무궁화호 열차가 도착합니다 [보라의 다급한 숨소리]
[안내 방송이 연신 흘러나온다]
[가쁜 숨소리]
[연신 숨을 몰아쉰다]
[보라의 다급한 신음]
[가쁜 숨소리]
풍운호!
[서정적인 음악]
[가쁜 숨소리]
[보라가 숨을 헐떡인다]
[보라의 가쁜 숨소리]
[훌쩍인다]
미안해
뭐가?
[연신 훌쩍인다]
[울먹이며] 내가 영화 보자고 해 놓고
안 나간 거 미안해
(보라) 너 촬영하는데 맨날 딴짓만 하고
내가 자두도 너무 많이 먹어서 미안해
너 떠난다고 했을 때
나 사실 너무 슬펐는데
내가 괜찮은 척해서 미안해, 운호야
[훌쩍인다]
내 마음은 그게 아니거든
[끅끅거리며] 근데 너 안 좋아한다고
내가 거짓말한 것도
내가 미안해
[보라가 연신 운다]
[피식한다]
[운호가 연신 웃는다]
왜 웃어?
(운호) 뭐가 그렇게 미안하냐?
그냥 좋아한다고 말하면 되잖아
[훌쩍인다]
지금 여기서 그런 말을 어떻게 하냐! 부끄럽게
여기 공공장소인데…
[보라가 훌쩍인다] 난 행복했어
(운호)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좋아한다, 나보라
[다가오는 기차 소리]
[중얼거리며] 나도
[기차 경적음]
(운호) 뭐라고?
안 들려!
[기차가 쉭 선다]
좋아한다고!
(보라) 나도 네가 좋아!
진짜 많이 많이 좋다고!
[연신 훌쩍인다]
[작게 훌쩍인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연신 작게 훌쩍인다]
(운호) 조금만 기다려
곧 다시 돌아올게
[훌쩍인다]
[안내 방송이 연신 흘러나온다]
나 가야 돼, 갈게
울지 말고 [연신 훌쩍인다]
응?
[기차 경적음]
[보라가 연신 훌쩍인다]
[목멘 신음]
[열차 문이 쉭 닫힌다]
[보라가 연신 흐느낀다]
[운호가 흐느낀다]
[서럽게 운다]
[운호가 연신 흐느낀다]
[보라가 연신 운다]
(보라)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떠들썩하다]
(진행자1과 진행자2) 제27회 우암제를 시작합니다!
[밝은 음악] [학생들의 박수갈채]
[학생들이 연신 환호한다]
[교실이 떠들썩하다]
[키보드 조작음]
(운호) 나야, 운호 [반가운 웃음]
여기 생활은 뭐, 나름 재밌어
주로 동생이랑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어
2000년 새해에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다면 [웃음]
가장 먼저 너에게 메일을 보낼게
- (연두) 네가 사, 동급생 - (현진) 싫은데?
(운호) 추신, 현진이랑 연두는 잘 있지?
[보라가 캑캑거린다]
(연두와 현진) 여기 데미소다 하나…
(주인) 무슨 맛?
- (연두) 오렌지 - (현진) 오렌지 [보라가 연신 캑캑댄다]
(보라) 말도 마 네가 이 모습을 봐야 하는데
[TV 속 앵커가 말한다] (보라 부) 10! 9!
(TV 속 앵커)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습니다! [보라 부가 카운트다운한다]
- (보라 부) 7! 6! - (보라 모) 같이 봐야지!
(함께) 5!
4! 3! 2! 1! [함께 환호한다]
(TV 속 앵커)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대!
200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운호)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음
여긴 4시간 전에 이미 새해였거든
[피식한다]
2000년에 온 걸 환영한다
[웃음]
(보라) 네 말대로 자두나무에 꽃이 폈어
[새가 지저귄다] [보라의 기쁜 숨소리]
그래도 꽃보단 자두지
(운호) 나 서울에 있는 신방과 지원할 거야
내년에 한국에서 같이 대학 다니면 좋겠다
[휴대폰 알림음]
[연두의 놀란 신음] (연두) 야, 합격이다, 합격!
[연두의 탄성]
보라 합격했대요!
(보라 모) 진짜?
[보라 모의 다급한 신음]
- (보라 모) 어, 진짜 붙었네? - (보라 부) 뭐야?
(보라 모) 어, 여보, 여보 우리 보라 합격했대!
(보라 부) 합격했어?
[키보드 조작음] (보라) 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답장 기다릴게
[통화 연결음]
[거센 바람 소리]
[한숨]
[동전이 달칵 내려간다] (녹음 속 운호)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용건이 있으면 메시지를 남겨 주세요
[삐 소리가 난다]
[애잔한 음악]
[통화 종료음]
[동전이 달그락 들어간다]
[통화 연결음]
(보라) 계속 기다렸지만
다시는 운호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보라 모) 비상약 다 넣은 거야?
- (보라 부) 넣었어, 그거! - (보라 모) 소화제랑 그거
- 어느 가방이야? - (보라 부) 소화제…
- (보라 모) 어느 가방에 넣었어? - (보라 부) 아, 요 밑에다 넣었어
그 밑에다 넣은 거 아까 확인했잖여
(보라) 나 이제 간다?
(보라 부) 어, 가, 가, 가, 가, 가 어, 됐어
- (보라) 들어가 - (보라 부) 가, 가, 응
너 가는 거 보고 갈게
- (보라) 아, 가 - 가, 가
- (보라 모) 아유, 가, 가 - (보라) 아, 진짜
가! 아휴
가
- (보라 부) 가, 가 - (보라) 들어가, 얼른
- (보라 모) 가면 연락해 - (보라) 어, 갈게
[보라 모의 한숨]
- (친구) 보라 - (연두) 보라야
나보라! [보라의 웃음]
끝났어?
(친구) 미안, 늦어서 [연두의 웃음]
(연두) 많이 기다렸지?
- (친구) 배고프지? - (연두) 뭐 먹을까?
(보라) 나는 오늘 양식 당긴다
- (연두) 양식? - (친구) 야, 그럼 파스타 어때?
- (보라) 오, 좋지 - (연두) 파스타?
(친구) 야, 여기 앞에 파스타 집 엄청 맛있는 데 생겼어
- (연두) 오, 언제? - (보라) 진짜?
(친구) 야, 거기 완전 웨이팅 길단 말이야, 빨리 가자
(대학생1) 먼저 그러면 몇 학년
학과 어떻게 되시는지 소개부터 해 주세요
(우리) 아, 안녕하세요
저는 생물학과 4학년 방우리라고 합니다
(연두) 보라야
[인터뷰 소리가 들린다]
- 빨리 가자, 시간 없어 - (보라) 어
(연두) 가자
(보라) 그리고 운호는 내 일상에서 조금씩 희미해져 갔다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연두) 너 이번에 제대로 좀 만나 봐
애프터 거절하지 말고
[피식한다] 알았지?
알았어, 이따 연락할게
[통화 종료음]
[서두르는 발걸음]
(소개팅남) 어, 안녕하세요
(보라) 아, 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팅 맞으시죠?
(보라) 네
(소개팅남) 제가 조금 늦었어요 죄송해요
(보라) 아, 괜찮아요
아…
아, 저는 02학번 나보라예요
(소개팅남) 아, 보라 이름 참 예쁘시네요
[함께 멋쩍게 웃는다]
아, 제 이름은
운호라고 해요, 정운호
[서정적인 음악]
아…
이, 이런 자리가 좀 어색하죠?
저도 소개팅이 처음이라
아, 제 친구가 하도 나가 보라고 해서
이렇게 나왔는데 이렇게 이쁘실…
[울먹이는 신음]
어? 보라 씨
[흐느낀다]
[엉엉 운다]
[보라가 연신 엉엉 운다]
저, 보라 씨
(소개팅남)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저기, 제, 제가 그런 게 아닌데…
죄송합니다
저, 보라 씨
보라 씨, 울지 마세요
보라 씨 이거 물, 물, 물 드세요, 물
[보라가 훌쩍인다]
[끅끅거린다]
[보라의 훌쩍이는 숨소리]
[보라의 목멘 신음]
[숫자판을 삑삑 누른다]
[영어] [안내 음성]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니…
[한국어] 나 이제 진짜 너 잊을 거야
[통화 종료음]
너 안 기다려
[삐 소리가 난다]
나 그냥 너 죽었다고 생각할 거야!
[흐느끼는 숨소리]
나중에 나 보고 싶다고 찾아와도
내가 절대 안 만나줄 거야!
나도 너 안 보고 싶거든!
[엉엉 운다]
잘 먹고 잘 살아라 나쁜 개자식아!
[속상한 신음]
[엉엉 운다]
[보라가 연신 엉엉 운다]
[통화 에러음이 뚜뚜 들린다]
[시동이 꺼진다]
[출입문 종소리]
엄마
아빠?
아휴
[보라가 부스럭 일어난다]
[피식한다]
[카드가 툭 떨어진다]
[잔잔한 음악]
[옅은 웃음]
[지직대는 소리가 난다]
[피식한다]
[옅은 웃음]
[발걸음이 울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조셉) 집 이사를 하면서
형이 숨겨 놓은 소포를 하나 발견했어요
형이 세상을 떠난 지 15년도 넘었을 때였거든요
처음엔 뭘 이런 비디오를 숨겨 놨나 했는데
그냥 비디오가 아니더라고요
꼭 보내야 할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제 마음대로 연락드리고 이렇게 전시회까지 열어서
혹시나 마음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초대해 줘서 고마워요
아니었으면 아마…
평생…
원망만 했을 거예요
[피식한다]
사실 저…
누나 엄청 싫어했었어요
누나 때문에
형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거 같아서
근데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형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그 시선의 끝엔
언제나 누나가 있더라고요
[서정적인 음악]
형이 누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무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형이 느꼈던 감정을
꼭 누나에게 전달해 드리고 싶었어요
사실 이번에 알게 됐어요
형의 짧은 생애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누나와 같이 있었던 때라는 걸
고마워요
형에게 좋은 추억 남겨 줘서
그리고 기억해 줘서
제가 운호를
어떻게 잊겠어요?
[보라 부의 힘주는 신음]
[꾸러미를 툭 내려놓는다]
[보라 부의 힘주는 신음]
[보라 부의 한숨]
(보라 부) 아이고
얘들 팔자도 참…
예전엔 서로들 보겠다고 아주 난리였는디
너도 옛날에 가끔
그, 야한 비디오 몰래 빼 가고 그랬잖어
(보라) 잉? 내가 언제?
아이고, 친구들 올 때마다, 뭐
몰래 빼가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 내가 그냥 눈감아 준 거지 - 잉? 아니거든?
(보라 부) 아이고 내가 다 알았어, 아이고
아, 근데 엄마는 이사 가는 집이 그렇게 좋대?
(보라 부) 네가 이해햐
여 처음 왔을 때 엄마한테 돈 많이 벌어 갖고
좋은 집으로 이사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입소리를 쯧 낸다] [다가오는 발걸음]
참 오래도 살았다
야야, 그건 냅 둬, 냅 둬
왜?
너희 엄마랑 연애할 때 봤던 영화들이여
나중에 구하지도 못해, 그런 거
아빤 엄마가 아직도 그렇게 좋아?
[웃음] [보라의 탄성]
세상 모든 남자가 다 아빠 같으면 좋겠다
네가 참 보는 눈은 있어, 이?
(보라 부) 가자
- (보라) 아빠 - (보라 부) 응?
우리 비디오 플레이어 남는 거 있나?
[힘주는 신음]
[질색하는 신음]
[피식한다]
[비디오 플레이어 작동음]
[기대하는 한숨]
[숨을 흠 내뱉는다]
[잔잔한 기타 반주가 들린다] (영상 속 현진) ♪ 괜찮은 거니 어떻게 지내는 거야 ♪
♪ 나 없다고 ♪
♪ 또 울고 그러진 않니 ♪ [보라의 웃음]
♪ 찾아와 재잘대던 너 ♪
♪ 요즘은 왜 ♪
- (영상 속 운호) 아이씨 - ♪ 보이지… ♪
[영상 속 지저귀는 새소리]
(영상 속 바다) 기다려 봐 우정이랑 나 좀 하자
[영상 속 개 짖는 소리]
[부드러운 음악]
(영상 속 보라) 아, 예쁘다
[바람이 쉭쉭 뿜어져 나온다]
아, 아! [입소리를 부르르 낸다]
만약 딱 한 번의 기회… [영상 속 운호가 피식한다]
[영상 속 운호가 피식댄다] 이, 씨
[영상 속 운호가 연신 피식댄다]
(영상 속 운호) 나보라!
야!
(영상 속 보라) 파도야, 와라! [영상 속 보라의 놀란 비명]
[영상 속 운호가 피식한다] 하지 말라고!
야! 또 놀리냐? [영상 속 운호가 피식거린다]
- 이, 씨 - (영상 속 운호) 아!
[영상 속 운호의 옅은 웃음]
[영상 속 보라가 흥얼거린다]
[웃음]
[영상 속 보라가 흥얼거린다]
우암고 학생 여러분, 사랑해요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탁 잡는다] 그런, 그런 서로가 되자
머리가 뭐야, 이게, 너는!
(영상 속 조또) 아, 왜요! 맨날 저한테만 뭐라 그래
(학주) 이게! 빨리 교실로 가 있어!
지구가 멸망한다고 다 죽으라는 법은 없어
너는 꼭 잘생긴 남자를 만나야 돼
넌 여전히 멋있구나?
그럴 줄 알았어
과연 내 첫사랑이 이루어졌을까?
[옅은 웃음]
어, 엄마랑 아빠는 건강하셨으면 좋겠고
바다는 말 좀 잘 듣고
그리고…
연두는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고
조또랑 마님은 욕이랑 잔소리 좀 그만하고
그리고…
21세기에는
조금 더 솔직해졌으면 좋겠어
[지직거린다]
(영상 속 운호) 조셉
[영상 속 지저귀는 새소리]
야, 조셉
풍준호, 말 안 들을 거야? 응? [영상 속 어린 조셉이 보챈다]
왜 이렇게 왜 장난쳐? [영상 속 어린 조셉이 보챈다]
(영상 속 어린 조셉) 싫어 싫다고!
나보라한테 가지 마!
(영상 속 운호) 보라가 네 친구야? 누나라고 불러야지
(영상 속 어린 조셉) 한국 갈 거잖아
(영상 속 운호) 형 자주 올 거야, 응?
(영상 속 어린 조셉) 힝…
(영상 속 운호) 올 때마다 게임팩 하나씩 사 줄게
- (영상 속 어린 조셉) 진짜? - (영상 속 운호) 어, 좋지?
(영상 속 어린 조셉) 오케이
(영상 속 운호) 자, 그럼, 음
카메라 똑바로 보고
(영상 속 어린 조셉) 보라 누나 '하이'
(영상 속 운호) '하이'가 뭐냐? 새해인데
[영상 속 어린 조셉의 한숨]
(영상 속 어린 조셉) '해피 뉴 이어'
(영상 속 운호) 한국말로 해야지
[속삭이며] '보라 누나' [영상 속 어린 조셉의 웃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알겠지?
(영상 속 어린 조셉) 아, 알았어 오케이
(영상 속 운호) 자, 그럼 다시 웃으면서
[웃음]
(영상 속 어린 조셉) 새해 복 많이 받아, 나보라 누나
[영상 속 운호의 웃음]
(영상 속 운호) 잘했어 [웃음]
[영어] 있잖아요
[한국어] 우리 형이랑 알바한 누나 엄청 예뻐요
- 야! - (영상 속 어린 조셉) 근데…
[영상 속 운호의 웃음] (영상 속 어린 조셉) 맞잖아!
[달려가는 발걸음]
아, 쓸데없는 소리를 하네
[어색한 웃음]
아휴
잠깐만
[카메라가 덜그럭거린다]
이렇게 하면…
보이지?
이제 21세기 새해야
[서정적인 음악]
너 이거 보여 주려고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영상 속 운호) 어, 한국은 지금 새벽 2시니까
[영상 속 운호가 피식한다]
아마 넌 자고 있겠지?
[훌쩍인다]
(영상 속 운호) 조금만 기다려 곧 만나러 갈게
[떨리는 숨소리]
보고 싶어
21세기의 네가
.20세기 소녀↲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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