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꼴리아 1
(규영 모) 일로 와 언니, 안녕하세요
(혜미) 어, 안녕
규영이 안녕 [혜미의 웃음]
(학부모1) 혜미 언니
(혜미) 어, 안녕, 안녕
[신비로운 음악]
[지나가는 자동차 엔진음]
[박수 소리]
[사람들의 환호성]
(정아) 귀한 걸음 하신
아성고 학부모, 학생 여러분께
먼저 송구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최근에 기사 보고 많이들 놀라셨을 텐데요
우리 아성고를
특혜 백화점이라고 하더군요
[혜미의 헛웃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특혜라…
요즘엔 찬스라고 하죠
엄마 찬스, 아빠 찬스
조부모 찬스, 학교장 찬스
네, 맞습니다
우리 아성고 아이들
그 찬스에 힘입어 좋은 성과 내고 있는 거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입시 경쟁은 역사가 아주 깁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먼 옛날 청나라에도
과거 시험에 번번이 낙방한 한 선비가 있었습니다
목을 매려다 억울한 마음이 든 선비는
죽기 전 옥황상제에게 따져 보기로 했죠
'난 흰 수염이 나도록 죽어라 노력했는데'
'왜 안 되는 겁니까?'
'나보다 노력도 실력도 부족한 자들은'
'왜 되는 겁니까?'
그 말에 옥황상제는 2명의 신을 불렀습니다
(정아) 노력의 신과
운명의 신
둘을 불러 술 시합을 시켰죠
(정아)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운명의 신은 7잔을 마셨고
노력의 신은 석 잔밖에 마시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죠
'운칠기삼'
'그 어떠한 노력도'
'타고난 운명을 이기지 못한다'
개소리
(정아) 우리 아성고 학생들이 타고난 운을
사람들은 특혜라고 합니다
그 사람들한테 이렇게 물으면 뭐라고 답할까요?
노력과 운, 둘 중에서 고를 수 있다면
무엇을 갖고 싶냐고
[사람들의 웃음]
운이 노력을 이기는 시대입니다
헛소리
세상은 이미 운을 타고난 자들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윤수) 미친 개헛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 (학부모2) 어머 - (학부모3) 뭐야?
(학부모4) 뭐야? 저 여자
(규영 모) 무슨 낯짝으로 와? 어머, 웬일이야
이야기를 날조하지 마시죠
교무부장님
운명의 신과 술 시합을 했던 건
노력의 신이 아닙니다
[자전거 주행 소리]
(윤수) 운명의 신과 술 시합을 했던 건
정의의 신
따라서 운칠기삼의 진의는
'세상일엔 운이 따르기는 하나'
'정의가 행해지고 있으니'
'운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 계신 교사, 학부모님들은
이 말을 듣지 않으셔도 할 수 없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하지만
학생들만은
우리 아이들만은
이 말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정아) 많은 이들이 그렇게 말을 하죠
러키한 운발도
정의를 실현할 용기도 없는
수많은 루저들이
경찰 조사 받는 날 아닌가요?
안녕히 가세요
지윤수 선생님
- (성한) 끌어내 - (보안 팀장) 끌어내
(성한) 빨리빨리
여기가 어디라고, 쯧
[긴장되는 음악]
[사이렌이 울린다]
(승유) 이씨
선생님!
(성한) 막아
[가쁜 숨소리]
증명할게요
[승유의 가쁜 숨소리]
증명해 낼게요, 제가
(보안 팀장) 인계해
[차 문이 탁 닫힌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사이렌이 울린다]
좋은 선생님이었어요
(형사) 좋은 선생님이요?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이 세상 많은 일들은 [잔잔한 음악]
잘 감추고 드러내지만 않아도
문제 될 것이 없어요
그런데
감추질 못했던 거죠
우리 지윤수 선생님이
(학부모5) 선생이야, 네가? 어! [학부모들이 소란스럽다]
어? 부끄럽지도 않아?
- (학부모6) 어머, 어머 - (학부모7) 반성을 안 하네, 정말
(규영 모) 어머, 승유 엄마
[학부모들이 놀란다]
[희승의 가쁜 숨소리]
(정아) 그 아이에 대한 각별한 애정
특별한 감정
그런 넘치는 마음들을
그래서 결국 이런 일이 생긴 거예요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형사) 지윤수 씨
하, 잤어요?
잤냐고
이 남학생이랑
[형사의 헛웃음]
아성고 2학년
백승유
[차분한 음악]
[심호흡]
[오토바이 가속음]
[오토바이 타이어 마찰음] [여자1의 비명]
(여자1) 어머, 어떡해?
[여자1의 당황한 탄성]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남자1) 여기 청주역 앞인데요
예, 뺑소니 사고입니다
오토바이가 어떤 아주머니를 치고 도망갔어요
번호판이요?
[신비로운 음악]
번호판 보신 분 있어요?
(승유) 충북 청주 차 2418이요
오토바이 번호판이요
010-891-0276
배달 통에 전화번호도 있었어요
(아이1) 아이씨
야,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니잖아
줘 봐, 줘 봐
[아이2의 못마땅한 신음] 아이, 줘 봐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될 텐데?
(아이2) 아, 형이 나보다 못하잖아!
(아이1) 아, 자기도 못하면서
씨, 아, 그걸 여기 위로… 여기, 좀만, 좀만 더, 좀만 더
[자동차 경적] (여자2) 얘들아
(아이2) 어, 엄마 왔다, 엄마 왔다
(아이1) 빨리 와
[신비로운 음악]
잘 챙긴 거 맞지?
아, 내 큐브! [아이들의 탄식]
(아이1) 아, 잘 챙겼어야지
[의미심장한 효과음]
뭐야?
야, 이거 왜 다 맞춰졌냐?
[웅장한 음악]
[경쾌한 음악]
(학부모8) 언니
[학부모들이 인사한다]
들어가요, 언니 [학부모8의 웃음]
[타이어 마찰음]
- (지배인) 오셨습니까? - (혜미) 하여튼 유난들 떨긴
(혜미) 아유
잘 부탁해요
저것들하고 헷갈리지 않게
(지배인) 네, 알겠습니다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학부모들이 웅성거린다]
[테이블을 톡톡 치며] 승유 엄마
- (규영 모) 일어나 - (희승) 왜요?
여기 자리 있어요
누구? [학부모들의 환호성]
(규영 모) 어? 언니!
[규영 모의 웃음] (혜미) 안녕
어머
승유 엄마, 오랜만?
그러네요, 예린 엄마
(학부모9) 세상에, '예린 엄마'래 [학부모들이 웅성거린다]
(혜미) 승유 엄마가 오랜만에 와서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여기 자리 정해져 있어
(희승) 어머, 자리가 있어?
뭐, 이름 안 쓰여 있는데?
자리를 정하는 건 우리 이름이 아니지
그럼?
애들 이름이지
[흥미로운 음악] (혜미) 정확히는
애들 이름이 전교 석차 어디쯤에 있느냐에 따라서
라고나 할까? [규영 모의 웃음]
[혜미의 웃음]
아, 내 생각에 승유 자리는…
어, 저기쯤인 거 같은데?
[학부모들의 웃음]
앉고 싶으면 앉아
[혜미의 웃음] [학부모들이 웅성거린다]
(규영 모) 아, 머리가 나쁘면
눈치라도 있어야 되는데
언니, 여기
후, 여기 앉아, 빨리요
- (혜미) 그래 - (규영 모) 빨리
(혜미) 생큐
(학부모10) 언니 자리 [함께 웃는다]
(혜미) 잘 있었어?
[떨리는 숨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예
[흥미로운 음악] (민식) 응
도착했어?
(희승) 들어왔어요
(민식) 끊지 말고 그대로 켜 놔
[입바람을 하 분다]
(희승) 응
(규영 모) [놀라며] 어, 오셨다
(학부모10) 어머, 오셨다, 진짜
(학부모들) 안녕하세요
[정아의 옅은 웃음] [학부모들이 인사한다]
[우아한 음악 연주] (정아) 아니
웬일들이세요?
학부모 모임이라도 하시나?
(학부모들) 랍스터 먹으러 왔어요
[학부모들의 웃음]
[학부모들이 웅성거린다]
(학부모11) 지나 너무 예쁘다
[땡땡땡땡]
(혜미) 자, 여러분
오늘 우리 아성고 학부모님들이
이렇게 모여서 식사를 하게 됐어요
근데 마침
아주 우연찮게도
노정아 교무부장님께서 생신이라고 하네요
[학부모들의 환호성] [혜미의 웃음]
자, 우리 다 같이 건배할까요?
(학부모들) 네
선생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학부모들) 생신 축하드려요
- (희승) 축하드려요 - (학부모12) 만수무강하세요
[학부모들의 웃음]
[정아가 살짝 웃는다]
선생님, 한 말씀 해 주시죠?
[살짝 웃는다]
(정아) 아…
우선 축하 감사드립니다
이제 곧 2학기가 시작되니
아성고 교무부장으로서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흥미로운 음악]
요즘 자꾸 변화하는 교육 정책 때문에
걱정들이 많으시죠?
뉴스 한 줄에도 심장이 덜컹하실 겁니다
'자사고 없앤다'
'수시 줄인다'
'고교 평준화한다'
결국
하향 평준화 시키겠다는 얘기죠
[혜미의 한숨]
하지만
우리 아성고 학생들은
평준화한다고 평범해지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특별해요
그 특별함에 맞는 더욱 차별화된 교육을 할 겁니다
(규영 모) 저, 근데
정책과 방향이 너무 달라도 괜찮을까요?
[혜미의 어색한 웃음] [정아의 웃음]
(정아) 물론 안 되죠
해서 우리 아성고는 이번 학기부터
교육부의 새 정책
고교 학점제 시범 운영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학부모들이 웅성거린다]
[규영 모가 속삭인다]
[혜미가 대답한다] (정아) 단
우리 아성고식으로
아주 특별하게
[풍경 소리]
[새가 지저귄다]
[풀벌레 울음]
[잔잔한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새가 지저귄다]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작동음]
[카메라 작동음]
[카메라 셔터음]
[풍경 소리]
(정아) 수학
대한민국 많은 학생들에게 [밝은 음악]
공포와 절망의 교과목이죠
하지만
대입에 가장 큰 변별력이 되는 것도
바로 수학입니다
우리 아성고는 보다 차별화된
고급 수학반을 만들 겁니다
또한 이에 걸맞게
아주 특별한 교사 한 분을 초빙했습니다
올림피아드를 비롯
각종 수학 대회에서 수상자를 다수 배출한
수학 선생님을
우리 아성고에 모실 예정입니다
(강사) 이름 지윤수
아성고 출신입니다 [카메라 셔터음]
2005년 졸업
[카메라 셔터음] 한국대 수학 교육과를 나왔고
2012년부터 청주 청암고에서 근무
최근 몇 년 동안
올림피아드 수상자 다수 배출
특이점은
상을 받은 아이들이 사교육을 받지 않았으며
오로지 교내 수학 수업으로
오로지 교내 수학 수업으로
이 대회를 준비했다는 겁니다
하, 진짜요?
어머, 진짜 말이 안 되는 게
그럼 저, 과학고나
(규영 모) 영재고 애들이 다 휩쓰는 올림피아들을
일반 고등학생들이 석권했다는 거 아니에요, 지금
맞습니다
그 비결이 바로
(강사) 여기에 있습니다
"칼쿨루스"
(윤수)
(성재)
[윤수의 놀란 탄성] [쿵]
(남자2) 죄송합니다 [윤수의 놀란 숨소리]
(윤수) 어?
[잔잔한 음악]
"칼쿨루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호루라기 소리]
(윤수) 아, 실례합니다
[호루라기 소리]
[경고음이 울린다] [기차 문이 쉭 닫힌다]
몇 살?
6살?
(아이3) 응
[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윤수의 놀란 숨소리]
[문이 탁 닫힌다]
[휴대전화를 탁 놓는다] [물소리]
[수도꼭지를 탁 잠근다]
[휴대전화 진동음]
(윤수) 안녕하세요
[흥미로운 음악] (여자3)
(남자3)
(윤수) 네
[휴대전화 조작음] (윤수)
(윤수)
(윤수) 지구별에 사는 6살 소녀가
기차를 타고 집에서 1km 남쪽으로 갔다가 [기차 경적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곰을 발견하고
쫓아서 동쪽으로 1km 갔다가 [웃음소리 효과음]
다시 북쪽으로 1km 갔더니
도로 집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윤수의 한숨]
(윤수)
[메시지 수신음] (여자3)
(남자3)
(남자3)
[긴장되는 음악]
[흥미진진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윤수)
(남자3)
(여자3)
(남자4)
[놀란 숨소리]
정답
[노크 소리가 들린다]
(여자4) 빨리 좀 나오세요! [아이4의 다급한 탄성]
[여자4의 한숨]
죄송합니다 [차분한 음악]
[여자4의 한숨]
(여자3)
(남자3)
[피식 웃는다]
(윤수)
(윤수)
(윤수)
(윤수)
(여자3)
[살짝 웃는다] (윤수) 맞아요
이렇게 1km
또 1km
다시 1km
북극이니까 하얀색 북극곰
[한숨]
[잔잔한 음악]
"칼쿨루스 영원하자"
[윤수의 놀란 탄성] [탁]
[부드러운 음악]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철로 마찰음]
(안내 방송 속 차장) 우리 열차 서울역에 도착했습니다
잊으신 물건 없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놀란 숨소리] 아, 맞다!
어, 저,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윤수) 잠시만요 잠시만, 죄송합니다
아,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죄송해요
[기차 문이 쉭 열린다]
[윤수의 힘주는 숨소리]
[힘주는 숨소리] 어?
아, 감사합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어, 방금 도착했어
(성재) 어서 와
[성재가 살짝 웃는다]
아휴, 힘들었지?
데리러 못 가서 미안해
일이 어찌나 많은지 이제 끝났어, 나
괜찮아
기차 타니까 좋네
나도
(윤수) 응?
지윤수 보니까 좋네, 나도
[윤수가 피식 웃는다]
[안전벨트가 탁 걸린다] [성재의 힘겨운 숨소리]
[함께 웃는다]
(성재) 아유, 이걸 못 안게 하네
갑시다
뭐 놓고 온 거 없지?
(윤수) 응 [안전벨트 조작음]
[문이 탁 닫힌다] (성재) 아, 어두우니까 조심하고
여기 서 있어
하나, 둘, 셋
[스위치 조작음]
짠! [성재의 웃음]
그 노래 해야 되나? 그…
♪ 따라… ♪
안 할게 그, 올라온 짐은 여기, 저기
이것저것 많던데
정리를 좀 해야겠더라 [윤수의 한숨]
근데
가구가 다 들어왔네?
(성재) 어
어머니가
결혼 준비 다른 것도 신경 쓸 것 많잖아
(윤수) 응
(성재) 쯧
왜? 마음에 안 들어?
(윤수) 그렇다기보단
시작부터 풀 세팅이라
(성재) 풀 세팅?
저기 열어 보잖아?
안에 아무것도 없어
작은 살림은 우리가 다 채워 넣어야 돼
[윤수가 피식 웃는다] [성재의 웃음]
알았어, 그건 내가 할게
(성재) 아성고
자기 커리어에도 도움 될 거야
그 학교 곧 수학예술영재 학교로
전환도 될 거고
예술 영재 학교라…
이름 참 거창해
어?
(성재) 왜, 또?
뭐 없어?
[의미심장한 음악]
[힘주는 숨소리] 어?
(윤수) 아, 감사합니다
그 1729?
[통화 연결음] [달그락거리는 소리]
[도어 록 조작음]
(희승) 어, 왔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승유야
(민식) 너 어디 갔다 이제 와?
전화는 왜 안 받고?
오늘 상담도 제쳤다며?
대답 안 해?
어디 있었어?
청주요
청주?
청주는 왜?
기일이라
[희승의 놀란 숨소리]
(민식) 아, 네가 거길 왜 가!
그때가 언제인데 아직도 거길 가!
너 여기 좀 앉아 봐
(희승) 아, 저, 승유야
잠깐만 앉아 봐, 응?
[승유를 토닥이며] 응 중요한 얘기가 있어
응, 잠깐 앉아
여보
저, 언성 높이지 말고
[희승이 살짝 웃는다]
8년 만에 기회가 찾아왔다
다시 시작하자
(윤수) [한숨 쉬며] 그래요?
혹시 연락 오면
제 전화번호 좀 꼭 전해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통화 종료음]
유실물 센터에 맡긴 거 없대?
응, 연락도 없었대
(성재) 아휴
웬일로 우리 덤벙이가 흘린 거 없나 했다
왜 그렇게 자기 물건을 못 챙길까?
아휴, 그 안에 노트북이랑
수업 자료 다 있는데 어떡하지?
- (윤수) 아, 그건 왜 꺼내? - (성재) 어?
(성재) 뭐라도 있나 보게
사진이 뭐 죄다 이래?
잠깐만
(성재) 응?
메르센수네
무슨 수?
메르센수
2의 거듭제곱에서 1이 모자란 수를 말하는데
선생님, 모자란 그 수 1은 전 모르는 일입니다
아, 저 수학 울렁증이 있어서 전 이만
[성재의 힘주는 숨소리]
[잔잔한 음악]
수학 하는 사람인가?
[스위치 조작음]
[승유의 옅은 한숨]
[힘주는 숨소리] 어?
아, 감사합니다
[한숨]
[메시지 수신음]
[놀란 탄성] (승유)
[흥미로운 음악] (윤수)
(승유)
[안도하는 숨소리]
(윤수)
(윤수) 번거롭게 돼서
(윤수)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승유)
[사람들의 말소리]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학생들의 말소리]
[다가오는 발걸음]
(정아) [웃으며] 좀 올드하죠?
아성학원 이사장님
그러니까 저희 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취미거든요
드세요
[정아가 차를 졸졸 따른다]
(윤수) 감사합니다
(정아) 칼쿨루스
우리 학교에서도 하실 거죠?
(윤수) 그러려고요
이 아이들 데리고 해 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정아) 우리 아성고에서도
우수한 학생들이에요
테스트를
좀 하고 싶은데요
아, 레벨 테스트요?
그럼요, 하세요
변별해서 뽑아야죠
(정아) 우리 아성고가
영재 학교로 전환 준비 중인 거 아시죠?
선생님께서도
기대가 많으실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
융합 교육이 대세잖아요
수학에 인문, 예술
창의적 교육을 접목하는 시도를 하려는 거죠
선생님 커리큘럼과도
같은 맥락 아닌가요?
제 방식과는 맞지만
우리나라 교육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면이 있어서요
언제까지 수포자 만들 수 있나요
변화를 이끌어 줄 선생님 역할
기대가 큽니다
잘 마셨습니다
그럼
[문이 탁 닫힌다] [긴장되는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놀란 숨소리] (승유)
[잔잔한 음악]
(윤수)
(윤수)
(승유)
(윤수)
(윤수)
(승유)
[학생들의 말소리] (현재) 씁, 어허
아니, 수학 동아리 따위가
우리 댄스 동아리를 위협하다니 [흥미로운 음악]
잠깐만, 그렇지만 말이야
내가 춤은 실컷 췄고, 그렇지?
그럼 춤을 향한 나의 이 열정은
이제 후배들에게 물려줘야겠지
오케이!
- 콜? - (형도) 놉
씁, 내 신성한 동아리 활동을
그런 수학 따위와 할 수 없지
나는 댄스, 댄스, 댄스
(형도) 가져갈 수 있도록
(현재) 함께하자
"칼쿨루스"
신청서 다 썼으면 내
[학생들이 소란스럽다]
[현재의 다급한 탄성]
[긴장되는 음악]
[카메라 셔터음]
(예린) 쌤, 수학 동아리 선발 문제예요
이따 과외 시간 때 풀어 주세요
(명진) 예린아
(예린) 아, 안녕하세요 [명진이 살짝 웃는다]
(명진) 아유, 우리 예린이
공부하랴 회장 하랴
고생이 많지?
[명진의 웃음] (예린) [살짝 웃으며] 고생은요
근데 이번에는 선생님 수업 안 듣더라? [학교 종이 울린다]
(명진) 어, 가
잘하는 애들은 다 가고 [한숨]
[잔잔한 음악]
쭈그리들만 남는구나
나 이번에 고급 수학반 수강 못 했잖아
동아리 활동은 꼭 해야 돼, 응?
[탁 떨어지는 소리] (규영) 꺼져라
(현재) '영 벡터가 아닌 세 공간 벡터 a, b, c가'
'모든 실수 x, y, z에 대하여'
'절댓값 xa+yb+zc가'
'절댓값 xa+절댓값 yb보다 크거나 같다를 만족할 때'
'ab, bc, ca가 서로 수직임을 증명하라'!
와우, 이게 뭔 소리임?
너 혹시 힙합 동아리 들어갔니?
딜리버리가 훌륭하구나?
- 미적분학이라고! - 미적분학 얘기 좀 그만해라
토할 것 같으니까!
(현재) 춤도 못 추는 게 말이 많아
[부드러운 음악]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학생1) 뭐야?
(학생2) 저게 뭐야?
안녕?
(학생들) 안녕하세요
(학생3) 선생님, 이게 뭐예요?
(윤수) 그러게
이 그림들은 뭘까?
수학이랑 무슨 상관일까?
이제부터 그걸 알아내 보자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난 지윤수야
반갑다
그리고 고마워
이름도 무시무시한 고급 수학반 수강해 줘서
[학생들의 웃음]
(규영) 선생님
수학 동아리 문제 다 풀었는데 지금 내도 되죠?
어? 벌써?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긴장되는 음악]
(윤수) 자, 수업 시작할까?
(학생들) 네
교재 6쪽을 펴 보자
(학생들) 네
[책장 넘기는 소리]
(윤수) 수열의 수렴, 발산에 대한 내용은
배워서 알고 있지?
- 뭐야, 저건? - (학생들) 네
[풀벌레 울음]
(과외 선생) '따라서 벡터 a랑 c'
'벡터 b랑 c를 내적하면 0이 되고'
'마찬가지로 벡터 a랑 b를 내적해도 0이 되므로'
'벡터 a, b, c는 각각 수직이다'
이렇게 해서 답이 나왔어
이해돼?
(예린) 네
(과외 선생) 응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고
(예린) 네
[혜미의 가쁜 숨소리]
[민준의 힘겨운 탄성]
신경 쓰지 마세요 자주 있는 일이에요
[혜미의 가쁜 숨소리] [민준의 힘겨운 탄성]
[익살스러운 음악]
[민준의 힘겨운 탄성]
(혜미) 당신이
고급 수학반 만들자고
[힘겨운 탄성]
학원위에 추천했다며?
[민준의 힘겨운 탄성] [혜미의 가쁜 숨소리]
왜 그랬어?
예린이 수학 약한 거 알면서
우리 예린이
[힘주며] 포트폴리오에
대통령 표창
꽝
(혜미) 어? 뭐?
대, 대통령? [민준의 힘겨운 탄성]
[혜미의 가쁜 숨소리]
아니, 뭐라고?
응? 대통령 표창 뭐라고 하는 거야, 지금?
[힘겨운 목소리로] 여보 나 이거 좀
(혜미) 어, 어, 그래
[혜미의 기합] [민준의 힘주는 신음]
[혜미의 가쁜 숨소리] [민준의 힘겨운 탄성]
말해 봐, 응? [민준이 숨을 후 내쉰다]
대통령 표창 뭐야?
응?
(민준) 딱 기다려
이 국회 의원 성민준이
우리 딸 포트폴리오에 대통령 표창
꽝 박아 줄 테니까
대통령 표창?
[벅찬 숨소리]
[휴대전화 벨 소리] [혜미가 중얼거린다]
[혜미의 벅찬 탄성]
(혜미) 어
(민준)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혜미의 벅찬 숨소리] 어, 무슨 일이야?
도착했어요?
어, 나도 지금 바로 갈게요
네
[통화 종료음] [긴장되는 음악]
(정아) 어떻게 돼 가고 있어요 수학자 올림픽?
중고등부 대회 만드는 거 긍정적이에요
[정아가 공을 탁 친다] (민준) 수학회, 교육부 공동 주관으로
[탁]
새로운 수학 교사는 어떤 거 같아요?
협조 잘할 거 같아요?
(정아) 글쎄요, 내 생각에는 별로?
(민준) [웃으며] 왜?
콕 집어서
[탁]
필요하다더니?
대회 세팅부터 마쳐요
(정아) 그다음 스텝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탁]
[민준의 휘파람]
굿 샷
[시끌벅적하다]
[의미심장한 음악]
(윤수) 다들 선발 문제 열심히 풀었더라
[새가 지저귄다]
그런데
답을 맞힌 사람은 없었어
(규영) 저도 틀렸어요?
그럴 리가 없는데
여기 고급 수학반뿐 아니라
2학년 전체를 통틀어 맞힌 사람이 없었어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윤수) 그래서 한 번 더 기회를 줄까 해
내일 아침 8시 반까지
다시 풀어서 제출
질문 있니?
(학생3) 힌트 좀 주시면 안 돼요?
힌트?
(윤수) 음…
[잔잔한 음악]
'직선 밖의 한 점을 지나'
'이 직선에 평행한 직선은 단 하나밖에 없다'
유클리드의 이 평행선 공리를
이천 년 넘게 의심한 수학자는 없었어
그런데 19세기
한 청년이 의문을 가졌지
'이게 과연 자명한 이치인 걸까?'
청년의 아버지는
평행선 연구에 몰두하는 아들을 말렸지만
그는 이렇게 답했어
[펄럭]
(윤수) '아버지'
'저는 무에서 시작해'
'전혀 다른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 청년이 바로
야노시 보여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그렇게 시작됐어
[밝은 음악]
'원점으로 돌아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생각해 보는 것'
그게 힌트야
그럼 수업 시작할까?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학생4) 야, 이거 봐
야, 이리 와 봐, 이거 봐
(학생3) 예린아, 이것 봐
[의미심장한 음악]
- (학생3) 선생님! - (윤수) 응?
(학생3) 이거 봐요
이거 누가 한 거니?
(학생3) 어, 저는 아니에요
(학생5) 저도 아니에요
[신비로운 음악] (학생3) 야, 야 네가 일빠로 나갔잖아
(학생4) 나 아니야
이거, 나왔는데 이게 붙어 있었어요
진짜예요
(학생3) 그럼 누가 장난친 거야?
[의미심장한 효과음]
[웃음]
장난 아닌데?
(규영) 그럼 이게…
(윤수) 응
이게 바로 정답이야
[학생들의 의아한 탄성] (학생6) 뭐라고요?
(규영) '전제 오류'가 답이라고요?
(윤수) 응
(규영) 전 풀었는데요?
(윤수) 이 문제를 풀었다면
전제를 잘못 이해한 거야
아까 선생님이 말했던 힌트 기억나지?
근데 이거 누가 한 거니?
진짜 너희들 중에 없어?
[학생6이 말한다] (윤수) 누가 썼는지 본 사람도 없고?
(학생7) 아, 전 못 봤어요
네가 했어?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명진) 뭐야?
(학생들) 안녕하세요
(규영) 선생님, 이게 답 맞아요?
(명진) 뭔데?
[긴장되는 음악]
"아성고등학교"
(경비) 거긴 찍힌 게 없는데요, 선생님
아, 네
(정아) 아, 앉으세요
[정아의 한숨]
여기 적힌 게
답이 맞나요, 선생님?
네, 맞습니다
[헛웃음]
'전제 오류'가 정답이라…
(정아) 장난을 좀 치셨네요
장난이요?
페이크 쓴 거잖아요 뻔한 문제 싫어서
(명진) 새로 오셔서 잘 모르시나 본데
우리 아성고 애들 진지하고 순진합니다
그런 애들 상대로 왜 이런 장난질을…
이게 뭐, 뭐, 뭐
이게 재미가 있어요? 응?
아니면 이게 뭐 공부에 도움이 돼요? 응?
전 그만 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두 분 말씀 나누십시오
다시 내시죠
우리 아성고엔 안 어울리는 문제네요
안 어울린다는 게 어떤…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답하는 건
문제 자체를 부정하는 거잖아요
우리 아성고 아이들은
이런 답 쓰지 않아요
정해진 답을 맞히는 건
이미 아이들이 잘하는 거잖아요?
때로는
전제가 틀리거나
답이 없는 문제들도 경험해 보면 좋겠어요
[긴장되는 음악] (정아) 음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있다는 걸
우리 아이들이
알아야 할까요?
네?
우리 아성고 아이들은 그런 걸 알 필요도
그럴 시간도 없어요
왜 그런진
[한숨] 차차 아시게 될 겁니다
(윤수) 정답을 맞힌 학생이 누군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이게 정답인지 어떻게 알죠?
허세로 그냥 끄적여 놓은 걸 수도 있잖아요
허세요?
하, 그렇잖아요
뭐가 오류인지 단 한 줄도 안 써 놨는데
[놀란 숨소리]
고맙습니다, 교무부장님
덕분에 이 아이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린) 백승유!
너야?
아까 그 문제, 전제 오류
너냐고
너 맞지?
수학 동아리는 왜 지원했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예린) 아, 그럼 이건?
이것도 몰라?
너 보라고 쓴 거 같은데?
[의미심장한 음악]
'허세'?
(정아) 이게
무슨 소리예요?
(명진) 이건 말이죠
페르마의 정리라는 유명한 난제에 관한 얘기입니다
페르마라는 수학자가 정리 하나를 써 놓고
이 증명 방법을 안 적었어요
여백이 부족해 설명은 생략한다는 유명한 메모만 남겼죠
(명진) 무려 350년 후에야 이 문제가 풀리자
'페르마가 진짜 증명 방법을 알고 있었을까?'라는 의문에
아니었을 거란 의견이 대다수였어요
(윤수) 페르마의 정리는 20세기 수학을 총동원해
겨우 증명되었음
17세기 수학자 페르마는
증명하지 못했을 거라는 썰
따라서
페르마를 인용하는 건
이 문제의 오류가 무엇인지 모르면서
페르마처럼 허세를 부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음
[신비로운 음악]
[반짝이는 효과음]
[학생들이 인사한다]
(학생8) 안녕히 계세요
(학생9)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놀란 숨소리]
너였니?
(윤수) 잘했다
[잔잔한 음악]
그래, 이게 맞아
정말 잘했어
예린이구나, 성예린
아까는 왜 말 안 했니?
네가 했다고
그게…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선생님이 내신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윤수) 그래,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앞으로는
얼마든지 이런 답 써도 돼
선생님은 환영이야
네, 선생님
그럼 가 볼게요
[감탄]
[살짝 웃는다]
(승유)
[휴대전화 진동음]
[놀란 숨소리] 아, 맞다
[부드러운 음악]
어?
[자전거 타이어 마찰음]
또 1729네요
지난번엔 모자, 오늘은…
[달그락거리는 소리]
(윤수) '세제곱수 두 쌍의 합이 같을 때'
'그중 합이 제일 작은 수' [헬멧 조작음]
라고 했거든요
1729가 밋밋한 수라는 하디한테
라마누잔이
그런 눈으로 보면
이 세상 그 어떤 수도 의미 없지 않아요
그렇죠?
[달그락거리는 소리]
여기, 가방
돌려드릴 수 있는 방법이 있나 해서
카메라를 봤어요
재밌는 사진이 많던데
혹시
수학 좋아하세요?
아닌데요 [풀벌레 울음]
(윤수) 아, 감사합니다
어…
여기 달려 있던 배지 못 보셨어요?
요만한 거
네, 못 봤는데요
아, 네
(윤수) 그럼
[윤수의 한숨]
[철컹거리는 소리]
[잔잔한 음악]
아…
[문이 탁 열린다]
[윤수가 입바람을 후 분다]
[윤수가 입바람을 후 분다]
[윤수가 입바람을 후 분다]
[살짝 웃는다]
다시 봐도 예쁘네?
[휴대전화 진동음]
(윤수) 여보세요?
(성재) 아까 비 왔는데 퇴근은 잘했어?
(윤수) 응?
아, 응
아, 가방은 바꿨고?
(윤수) 응
돌려주고 돌려받았지
- 근데 있잖아 - (성재) 응
우리 학교에 라마누잔이 있는 거 같아
누구?
[내비게이션 음성이 흘러나온다] 저기, 윤수야, 미안한데
나 약속 장소 도착한 거 같거든?
내가 이따 끝나고 전화할게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열리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세계 수학자 올림픽에
교육부가 참여하게 됐는데요
[민준의 웃음]
이번 올림픽 행사들 중엔
중고등부 대회가 제일 이슈 될 겁니다
아성고
이번에 고교 학점제 시범 학교 선정되고
예산도 받았을 겁니다
(민준) 음… [긴장되는 음악]
아성고가 선정된 건
심사에 통과해서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나요?
예?
[멋쩍은 웃음]
아, 물론, 물론 그렇죠
교육위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없어야죠
뭐,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지만
아이 교육에 관해서만큼은
정말 투명하고 공정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승재) 역시
선대인을 그대로 닮으셨네요
청와대 계실 적에
누구보다 강직하고 청렴하시지 않았습니까?
[노크 소리]
(웨이터) 일행분 오셨습니다
(성재) 고맙습니다
[옅은 웃음]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차관님, 의원님
[의미심장한 음악]
[펜을 딸깍 누르는 소리]
[승유가 가방을 탁 든다]
[한숨]
[노크 소리가 들린다]
(혜미) 예쁜아
[혜미의 웃음]
간식 먹어
수학 과외 쌤 바꿔 줘
(혜미) 응? 왜?
실력 별로야
그래?
[한숨]
알았어, 엄마가 알아볼게
[혜미의 한숨]
저기, 있잖아
[혜미의 한숨]
[웃으며] 아빠가 말하지 말라고 그랬는데
[머뭇거리는 숨소리]
(혜미) 너 대통령상 받을 수도 있다?
그거 있잖아, 그, 아…
수, 수학자 월드컵
거, 그거, 다음 달에 하는 거
월드컵이 아니라 올림픽
월드컵이나 올림픽이나
근데 무슨 대통령상?
[학생들의 말소리]
[우아한 피아노 연주]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예린) 부르셨어요?
너니?
네?
동아리 반 선발 문제
정답 쓴 사람
너야?
그게…
너여야지
새로운 수학 교사 지윤수 선생님은
한명진 선생님하곤 달라
(정아) 너만 특별 대우 해 주거나 편의 봐주는 일
없을 거야
그러니까 그 선생님한테 이쁨받으려면
네가 잘해야 되겠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숨]
예린아 [무거운 음악]
넌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애가
왜 그렇게 매사에 자신감이 없니?
(정아) 고개 들고
어깨 펴고
그러다 들킬라
네 능력에 비해
과분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
나가 봐
[문이 탁 닫힌다]
[한숨]
(승유) 왜?
그동안 잘 속였네?
(예린) 아니라며?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며?
말해 봐, 무슨 생각이냐고!
왜 네가 난리인데?
몰라서 물어?
내가 너랑 경쟁해야 되는지 묻는 거잖아
그럴 일 없어
(예린) 그럼
왜 그랬어?
그 문제
왜 풀었냐고
나도 몰라
뭐?
알려 줘
뭐를?
그 문제 어떻게 풀었는지
부탁이야
[잔잔한 음악]
(예린) MIT에서 무슨 일 있었던 거야?
한국 온 뒤로 너 완전 바보 됐었잖아
이렇게 잘할 수 있는데 왜 아닌 척했던 거야?
네가 궁금한 게 이 문제 풀이야 아니면
내 스토리야?
[한숨 쉬며] 그동안
재밌었겠다?
(예린) 너한텐
아무것도 아닌 이런 문제들로
우리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는 거 보면서
우월감 느끼지 않았어?
나도 궁금하다
네가 왜 이렇게 됐는지
기억 안 나?
(예린) 나 어릴 때
항상 네 앞에서 비교당하면서 혼났어
너 따라잡으려고 허덕이다 보면
넌 어느샌가 저만치 가 있고
그럴 때마다
나 주저앉고 싶었어
그게 내 탓이라는 거야?
네 탓이지
내가 못해서가 아니라
네가 특별하게 잘해서였으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진호) 넌 특별해
역시 넌 정말 특별해
[무거운 효과음]
[드르륵 의자 밀리는 소리]
그냥 가면 어떡해
야, 백승유!
[승유의 거친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가쁜 숨소리]
[힘겨운 탄성]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가쁜 숨소리]
[승유의 가쁜 숨소리]
(윤수) 안녕
(학생들) 안녕하세요
(윤수) 먼저 수학 동아리 얘기부터 할게
알다시피
처음 냈던 문제는 정답이 나왔어
'전제 오류'
딱 떨어지는 답이 없는 수학 문제가
익숙하지 않다는 거 알아
하지만 우리 삶에 더 밀접하지
세상은 오류투성이에다
이해할 수 없고
안 풀리는 문제들로 가득하니까
그럼 선발 문제로 또 그런 문제 내실 거예요?
그건 고민 중
근데 참
정답을 맞힌 사람이 우리 반에 있었어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학생3) 진짜요?
(윤수) 예린아
친구들한테 설명 좀 해 줄래?
그 문제가 왜 전제 오류인지
[학생들의 탄성] (학생10) 오, 성예린
(학생3) 뭐야? 대박이다
[긴장되는 음악] [긴장한 숨소리]
[쓱쓱 글씨 쓰는 소리]
[예린의 긴장한 숨소리]
(윤수) 예린아
[옅은 한숨]
잘 기억이 안 나는구나?
네
죄송해요
갑자기 쓰려니까
(윤수) 들어가
그럼
선생님이 설명해 줄게
[잔잔한 음악]
[쓱쓱 글씨 쓰는 소리]
[떨리는 숨소리]
[학생들의 말소리]
어떻게 된 거야?
예린아
'잘했다'
한 번도
그런 소리 들어 본 적 없어요
'네 답은 틀렸다'라는 말을
더 많이 듣고 자랐어요
수학을 배우고부터
죄송합니다, 거짓말해서
그럼 넌 누구니?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형도) 야!
자, 텐션!
[학생들의 기합] (현재) 오케이
- (형도) 눈빛! - (현재) 헤이, 헤이
[형도의 추임새]
(현재) 더블, 더블, 더블
[현재와 형도의 추임새]
원
[형도의 추임새] (형도) 어, 쌤, 왓츠 업!
[학생들의 놀란 탄성] (현재) 어, 쌤
(현재와 형도) 안녕하십니까? [학생들이 인사한다]
- (현재) 저희는 프로젝트 - (학생들) D!
(형도) 입니다
쌤도 오늘 영상에 출연하셨으니
오늘부터 프로젝트 D의 멤버가 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학생11의 환호]
쌤, 영상 한번 보시겠습니까?
[영상 소리가 흘러나온다] (현재) 아, 이 댄스라는 게
기술보다는 느낌이거든요, 필
이 표정을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
(현재) 호!
(형도) 아, 살아 있네, 표정
(현재) 이거 저희 UCC 대회 준비하는 건데
(현재와 형도) - 이렇게 항상 연습하고 있습니다 - 다른 것도 보여 드려야지
[의미심장한 효과음]
어, 잠깐
이거 언제부터 찍었니?
[학생들의 말소리]
(규영) 자율 활동 시간에 뭐 해?
(예린) 왜?
(규영) 너랑 포트폴리오 겹치기 싫어서
(예린) 수학 캠프 준비반은 아니야
걱정 마
(규영) 아까 그 문제
네가 푼 거 아니지?
평소 네 실력은 턱도 없는데
그럼 누구야? 씨
[영상 소리가 흘러나온다] (현재) 바운스, 딱
프레스, 프레스 업, 프레스, 업 [학생들의 말소리]
프레스, 업
(형도) 되게 진지하게 보신다
(현재) 우리가 멋있게 나오니까
(윤수) 또 1729네요? [잔잔한 음악]
[학생들의 말소리]
혹시 수학 좋아하세요?
(현재) 바운스, 헤이
헤이, 헤이, 헤…
아, 쌤, 신청서 작성하세요
(체육 교사) 이렇게 하고 아래로 하나, 둘, 셋, 넷
[학생들의 말소리]
(학생들) 안녕하세요
[학생들의 말소리]
[학생들의 환호성] [호루라기 소리]
[의아한 숨소리]
[웃음]
[천둥소리]
[천둥소리] [거센 바람 소리]
[무거운 음악]
[우르릉거리는 소리]
[종이가 부스럭거리는 소리] [천둥소리]
[바람이 휭 분다]
[천둥소리]
(윤수) 백승유 [말소리가 울린다]
백승유
백승유
[삐 소리가 울린다]
[살짝 웃는다]
찾았다
[잔잔한 음악]
(정아) 백승유요?
(윤수) 지난 학기 학생 기록부 볼 수 있을까요?
(정아) 그래도 너 잘해야 돼
아니면 나 너 버릴 거야
(성재) 세계 수학자 올림픽에
중고등부 대회가 생길 거야
(성한) 같이 밤을 보냈습니다
지윤수 선생이랑 그 학생이요
(승유) 싫어요, 안 해요, 그런 거!
(민식) 다시 채워!
채워 넣기 전에 네 마음대로 아무것도 못 해
(윤수) 나도 알고 너도 알잖아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 그 순간
.멜랑꼴리아↲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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