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 2
공장 앞.
마준 어? 얘네들 빵도둑인가봐요!
한승재, 탁구를 일으켜 세운다. 동시에 우르르 쏟아지는 빵봉지들.
기만이와 엄씨, 완전 죽을상으로 겁에 질려 어쩔줄 몰라한다.
(insert> 숨어서 지켜보는 친구들도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으로 보면)
구일중 너. 저 안에서 이 빵들을 훔쳐나온거냐?
탁구 (본다)
구일중 훔쳐나온게 맞아?
탁구 (본다. 보더니 정직하게) 네. 맞심니더. (하고 보면)
구일중 (요 녀석 봐라? 하고 표정없이 쳐다보더니) 한비서.
한승재 네, 회장님.
구일중 경찰 불러.
탁구 ! (경찰? 놀란듯 구일중을 보면)
구일중 (그대로 찬바람나게 표정없이 돌아서서 공장쪽으로 들어간다)
마준 (깔보는듯한 시선으로 탁구를 보더니 이내 구일중의 뒤를 따른다)
그렇게 지나쳐가는 구일중과 마준의 뒷모습을 돌아보는 탁구.
그 옆으로 거의 울음을 터뜨리기 일보직전의 기만과 망연자실한 엄씨.
탁구, 이대로 물러설수 없다.
탁구 회장님요! (하면서 구일중 회장앞으로 달려가 길을 막는다)
걸어가던 구일중과 마준, 한승재 다시 걸음을 멈추고 탁구를 보면.
탁구, 구일중을 보더니 비장하게 그 앞에 턱하니 무릎을 꿇는다.
탁구 잘못했심더! 한번만 용서해주이소! (슬쩍 고개들어 보며) 안될까예?
구일중 (본다. 보더니) 왜.
탁구 예?
구일중 내가 왜 너를 용서해줘야 하는지 이유를 대란 말이다.
탁구 그게 그러니까.. (하더니 살짝 넉살좋게)
솔직히 경찰서에 끌려가기에 즈그들 나이가 너무 어리다 아입니꺼!
자라나는 어린 새싹이다 생각하시고 한번만 용서해주시믄 안될까예?
한번만 봐주시믄 두번 다시 이런짓 안하겠심더! 참말입니더!
지 어무이 이름을 걸고 맹세합니더!
구일중 한마디로, 도둑질할 용기는 있으면서
니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질 용기는 없다.. 그거냐?
탁구 !? (순간 뒷통수를 쿵! 맞은 느낌으로 구일중을 본다. 책임? 용기?)
구일중 그럴 용기조차 없는 녀석이라면 더더욱 용서해줄 가치가 없지.
(그러더니 냉정하게 돌아서서 가던 길 간다)
마준 (피식! 비웃으며 구일중을 따라간다)
한승재 (탁구를 한번 더 쓱 쳐다보는 눈빛. 그런뒤 걸음을 옮기면)
기만과 엄씨 하늘이 노래진 표정으로 탁구를 본다.
탁구, 부끄러움과 수치심으로
무릎위에 올려진 두 손으로 주먹을 꾹 쥔다. 시선에서
실비집. (선술집이자 유경이네 집)
지어온 한복을 유경모 앞으로 내미는 김미순,
한복에 요란한 화장을 한 유경모가 김미순이 지어온 한복을 들춰보며
유경모 저번때는 동정 단것두 영 시부덩찮구, 바느질이 거칠드만,
김미순 안케도 이번에는 음청 신경썼다 아입니꺼. 보이소, 깔끔하지예?
유경모 (심드렁하게 살펴본뒤 한쪽에 밀어넣고) 오늘은 반밖에 뭇줘.
김미순 오늘까정 사글세를 내야되서.. 그카지 말고 쪼매만 더 주이소.
유경모 장사가 되야 주든지 말든지 허지. (하면서 돈을 꺼내 세는데)
드륵 문이 열리는 소리. 김미순과 유경모 소리에 돌아보면
책가방 메고 안으로 들어오는 유경(12세).
유경, 두 여자를 흘끗 보더니 본척 만척 쓱 안쪽으로 들어가려는데
유경모 저노무 지지배 좀 봐 저거! 야! 사람을 봤으면 본체를 해얄거 아녀!
유경 (보더니) 학교 다녀왔습니다아.. (건성으로 인사한뒤 가던길 간다)
김미순 응, 그래애.. (하면서 유경의 들어가는 뒷모습 보다가 뭐지? 쳐다보면)
치마 밑으로 반쯤 흘러내린 반스타킹 밑으로 보이는 멍자국들..
김미순 아가 핵교서 다쳐왔는갑네예? (하는데)
유경모 (척! 돈을 내밀며) 냐! 갖구 가. 이백원 더 얹었으니께 군소리 말구.
김미순 예? (이내 반색하며) 아이고마! 고맙심더!
(얼른 돈을 세면서 속좋게 헤 웃는 표정에서)
탁구네 집 마당.
돈을 받아들고 기분좋게 안으로 들어서는 김미순,
바로 그 때 현관문을 열고 다급히 나오는 안주인이 보인다.
김미순 아이고, 마침 계셨네예, 안케도 이달 사글세 때문에.. (하는데)
안주인 (발을 동동구르며) 아이구 사글세고 뭐고! 지금 일났어 탁구엄마.
김미순 ? (본다. 시선에서)
파출소.
창문에 쪼르르 줄서서 안을 들여다보는 탁구의 친구들.
그 뒤로 헐레벌떡 달려오는 김미순과 안주인의 모습이 보인다.
두 여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면서 거의 동시에,
김미순 탁구야! (하면서 탁구한테 달려가고)
안주인 기만아!!! (하면서 기만이한테 달려간다)
동시에 한쪽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던 탁구와 기만,
두 엄마의 등장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며 동시에,
기만 엄마아... (엄마를 보자마자 울먹울먹)
탁구 어무이.. (김미순을 보며 살짝 당황한듯 쳐다보면)
김미순 대체 이게 무신 일이고? 와 니가 여 와 있나말이다!
탁구/기만 (둘 다 선뜻 대답 못한다)
안주인 말 못해! 무슨 일이냐니까! 뭔 잘못을 저지른거야 대체! (하는데)
순경1 (뒤에서) 그 두 녀석이 빵공장에서 빵을 훔치다 걸렸답니다.
안주인 예에에? (놀라서 돌아본다) 우리 기만이가요? 빵을 훔쳤다구요?
김미순 (역시 놀란다. 믿을수가 없는 표정으로 다시 고개돌려 탁구를 본다)
탁구 (엄마 볼 낯이 없다. 고개를 푹 수그리면)
안주인 어이구 내가 못살아 증마알!
(기만에게 달려들어 엉덩이를 두들겨 패기 시작하며)
대체 너 왜 그랬어? 거기 아부지 일하시는 직장인거 알아, 몰라!!
세상에 아버지 얼굴에 똥칠을 해도 유분수지, 하고 많은데 다 냅두구
어떻게 아버지 직장에 들어가 도둑질을 해, 이놈아!!!
기만 (싹싹 빌며) 잘못했어요 엄마! 난 진짜루 안할라 그랬는데...
탁구가 자꾸만 훔치라구 시켜서..
탁구 ! (멈칫! 놀라서 기만이를 본다)
김미순 ! (역시 놀란 표정으로 본다.)
기만 탁구가 빵이 먹구 싶다 그래서요...(하다가) 으어어엉! (울음을 터뜨리면)
안주인 (역시 놀란듯 매를 멈추고 보며 탁구를 홱! 째려본다)
니가 시킨거야? 우리 기만이한테 빵 훔쳐오라구 니가 시켰니?
탁구 (본다. 보다가 다시 기만이를 돌아보면)
기만 (흐느끼며 흘끗 탁구 눈치 한번 보더니 슬쩍 시선 외면하면)
안주인 허! (보더니) 어이구, 기가 막혀. 세상에.. 도둑은 따로 있었구만!
(하더니 경찰들을 보며) 들으셨죠? 내 아들이 아니랍니다.
이 애가! 김탁구가 시킨거래요!! (하고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김미순 와!
탁구 (흘끗 그 질문에 김미순을 본다)
김미순 (무섭게 쳐다보며) 와 그랬노!
와 기만이한테 빵을 훔치자켔노 말이다! 와아! (몰아부치자)
탁구 훔친게 아이고.. 하도 빵이 많이 있길래 먹어도 되는줄 알고...
김미순 (허..! 보다가) 그 빵이... 그 빵이 그래 묵고 싶드나?
탁구 (순간 창피함으로 눈물이 글썽한다. 안보여주려고 시선 돌리면)
김미순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으로 아들을 바라보는데)
안주인 탁구 너! 이제 어쩔거야! 이 사태를 어떻게 다 책임질거야?
깜빵에라도 들어갈거야 어쩔거야! 어?
탁구 (순간 놀라고 겁먹은 표정으로) 깜빵에예? (안주인을 보는데)
김미순 (OL) 걱정마이소! 지가 다 변상할기라예! 다 변상하믄 될거 아입니꺼!
안주인 이봐 탁구엄마! 도둑질한 아들을 그렇게 감싸고 돌면 못써!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 몰라? 회초리를 때려서라도.. (하는데)
김미순 글쎄 회초리로 때리든 손모가지를 분질러 놓든,
건 지가 알아서 할바고예!
(하더니 경찰1을 보며) 대체 다 을맵니꺼!
우리 탁구가 훔쳐묵은 빵값이 을맨지 거나 말씀해 보이소!
순경1 지금 빵값이 문제가 아녀요 탁구엄니.
얘네들이 도둑질하던 현장에 하필이면 회장님이 계셨답디다.
파출소에 넘기라구 회장님께서 직접 지시하셨대요.
김미순 (멈칫..! 하는 표정으로 보며) 회장님이라꼬예? 회장님이라카믄...
순경1 거 왜 있잖어요, 거성식품에 구일중 회장이라구..
김미순 ! (보는 위로 계속)
순경1 그 쪽에서 정식으로 고소하겠다구 나서면 우리도 쉽게 못풀어줘요.
안주인 어머머! 이를 어쩜 좋아! 어이구 어지러. (순간 어질..! 현기증 돈다)
탁구 (살짝 겁먹은 눈빛으로 미순을 올려다 본다)
김미순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꾸욱..! 쥐는데서)
공장가는 길.
억새풀이 바람에 흔들리며 쏴아!! 흔들리는 그 길을
두 주먹 꾹 쥔채, 어금니를 꾹 문채 성큼성큼 걸어가는 김미순,
화가 난것 같기도 하고, 뭔가 비장해보이기도 하는 그 모습 위로,
안주인E 가긴 어딜간다 그래! 회장님은 당신같은 여편네가
언감생심 얼굴도 쳐다볼수 없는 분이야, 알기나 해?
김미순 언감생심인지 아인지 가보믄 알 거 아이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성큼성큼 공장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에서)
공장 앞.
그 앞까지 기세좋게 오던 김미순, 공장앞에 와서야 걸음을 멈춰선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만큼 씩씩거리며 공장을 노려본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니 선뜻 그 안으로 들어서지질 않는다.
그 때 공장에서 나오는 구일중 일행이 보인다.
(그 뒤로 공장장을 비롯한 임원진과 마지막으로 엄씨의 모습도 보인다.)
미순, 순간 두근!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한쪽으로 몸을 숨긴다.
그러다 반쯤 얼굴만 내밀고 쳐다보면 시야에 들어오는 구일중의 얼굴.
무심하고 냉정했으나 첫남자였던 그의 얼굴에도 세월이 드리워져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위엄있고 그만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그런 그를 새삼 다시 보면서 여러가지 만감이 교차하는 김미순..
그 때 사람들에게 지시를 마친 구일중, 마준과 함께 차에 올라타려한다.
시간이 없다. 만나려면 지금 가야한다.
김미순, 잠시 망설이다가 결심한듯 그 쪽으로 막 걸음을 옮기려는데
그 때! 뒷모습만 보이던 사내가 돌아서서 조수석 문을 여는게 보인다.
바로... 한승재다. 순간 멈칫하는 김미순의 얼굴위로.
한승재E 두번 다시 거성가에 나타나지 말게.
Flash-back> 1부 44씬.
한승재 죽을때까지 평생 꽁꽁 숨어서 살겠다구 약속해.
만에 하나 이 약속을 어기고 또 다시 내 눈에 띄면..
그 땐 자네도 죽고, 아이두 죽어. 알겠나?
다시 현재>
순간 재빨리 다시 벽 뒤로 몸을 숨기는 김미순.
거의 동시에 한승재, 그녀가 서 있던 입구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방금 뭐였지?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면.
벽뒤에 몸을 숨긴채 마주잡은 두 손을 덜덜 떨기 시작하는 김미순.
오래된 공포가 또 다시 그녀를 엄습해오고 있었다.
저 남자.. 아직도 회장님 옆에 붙어있었다니...!!! 가슴이 벌렁거리는데.
바로 그 뒤로 공장을 빠져나오는 구일중의 세단이 보인다.
조수석에 탄 한승재와 그 뒷좌석의 구일중, 그리고 마준의 얼굴이
그녀의 등뒤로 스쳐지나가고.
(insert> 차 안의 한승재, 사이드 밀러로 뒷쪽을 보면
돌아선 초라한 한 여인의 뒷모습이 그 밀러안으로 보인다.
뭐지? 하고 보다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시선 앞으로 돌리면)
김미순, 차가 아득히 멀어질때까지 꼼짝도 못한채 서서 떨고 있다.
갑자기 두 눈에 눈물이 점점 그렁그렁해져온다.
가슴 저 밑에 누르고 참아왔던 서글픔이 한꺼번에 밀려오는데, 그 때.
엄씨 탁구 어머니?
김미순 (소리에 멈칫.. 얼른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쳐낸다)
엄씨 탁구 어머니.. 맞으시죠?
김미순 (울던 모습 들키지 않으려 반쯤 돌아보며) 아, 예에.. 기만 아부지예..
엄씨 탁구땜에 걱정되서 찾아오셨군요?
김미순 (조아리며) 즈그 아들이 큰 폐를 끼쳤네예. 참말로 면목없게 됐심니더.
엄씨 애들 크다 보면 이런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죠.
다행히 회장님께서도 별 다른 말씀 없으셨구 해서
공장장님이 훈방조치 해달라고 파출소에 전화 넣으실겁니다.
김미순 (그 말에 엄씨를 한번 보더니, 고마움에 구십도 각도로 구부려 인사하며)
지송합니더! 참말로 지송합니더..!
엄씨 아이구 아닙니다, 탁구 어머님.
김미순 (계속 그렇게 구십도 각도로 인사하는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혀온다)
파출소 앞.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오는 김미순,
그 때 저 앞으로 파출소에서 기만이 손 잡고 나오는 안주인이 보인다.
김미순을 흘끗 보더니 흥! 하는 표정으로 서둘러 가버리면
그 뒤로 고개 푹 숙인채 밖으로 나오는 탁구가 보인다.
탁구 (풀이 죽은채 함숨을 푹 내쉬다가 김미순과 시선이 마주친다) 어무이...
김미순 (본다. 보더니 힘없이) 가자.
(기운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집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탁구, 그런 어머니를 미안한 눈빛으로 보다가 천천히 그 뒤를 따라간다.
힘없이 가는 김미순과 그 뒤를 죄인처럼 따라가는 탁구의 뒷모습에서.
거리.
걸어오던 김미순, 어느 순간 한곳을 돌아보며 걸음을 멈춘다.
그 뒤로 죄인처럼 고개 숙이고 따라오던 탁구, 같이 걸음을 멈춘뒤
김미순이 쳐다보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거기에 제빵점이 보인다.
(1부에서 탁구가 곰보빵 부스러기 얻어먹으려고 했던 그 빵집)
김미순 따라온나. (하더니 그 빵집으로 들어간다)
탁구 ...! (본다. 시선에서)
제빵집 안.
테이블위로 소보루와 단팥빵이 수북하게 올라온 접시가 놓여진다.
그 양쪽으로 마주앉아 있는 김미순과 탁구.
김미순 (주인을 돌아보며) 여기 엽차도 좀 갖다주이소.
탁구 (그런 엄마를 빤히 쳐다본다)
김미순 (탁구를 보며) 뭐하노? 퍼뜩 안묵고.
탁구 (그러나 쉽사리 손이 뻗어지지 않는다)
김미순 (그러자 빵 하나를 집어들어 탁구의 손에 쥐어준다)
탁구 (김미순을 본다. 보더니 받는다. 천천히 한입 두입 베물어먹기 시작한다)
김미순 (물끄러미 바라본다)
탁구 (베어물긴 하지만 목으로 넘어가지 않고, 점점 볼만 미어져오는데)
김미순 탁구야.
탁구 (양쪽 볼 가득히 빵을 문채 김미순을 보면)
김미순 내가 니한테.. 참말로 미안타.
탁구 ? (본다)
김미순 이래 니가 좋아하는 빵도 잘 몬사주고..
그저 먹고 사는게 바빠가 이래 허덕거리다 보이..
니한테 몬해준게 참 많다. 그래서 참말로 미안태이.
탁구 (순간 가슴 한켠이 싸하게 아파온다. 양볼 가득 문채 바라보면)
김미순 그래도 니 그거 아나?
(먹먹해져오는 목소리로) 니는 내한테 금쪽같은 아들이다.
탁구 (순간 울컥! 하면서 핑그르르 눈물이 도는걸 꾹 누르더니) 안다.
김미순 이 세상에 그 어떤것을 다 준다케도 나는 니하구 안바꾼다.
탁구 (점점 더 가슴이 미어져 오며) 안다.
김미순 (같이 미어져 오며) 이 세상에서 내한텐... 니 밖에 엄따.
탁구 것도 안다. (하는 순간 참고 참았던 눈물이 툭...! 떨어진다)
얼른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는 탁구,
싸나이 체면에 눈물 보이기 싫은데
이 놈에 야속한 눈물이 자꾸만 눈에서 계속 뚝! 뚝! 떨어진다.
그럴때마다 꼬질꼬질한 손등으로 연신 닦아내는 탁구.
그런 아들을 짠하게 바라보는 어머니..
그 때 주인이 엽차주전자와 갈색 사기컵 두개를 갖다놓고 간다.
김미순, 훌쩍..! 콧물소리를 한번 내더니 엽차를 따라 탁구앞에 놔주며
김미순 아나, 목멕힐라. 마셔가메 무으라.
탁구 응. (받아서 꿀꺽꿀꺽 마신다. 입안에 있던 빵을 그제야 넘기면)
김미순 (빵을 또 하나 집어서 탁구한테 준다) 자..
탁구, 콧물을 훌쩍거리며 그 빵을 받아들고는 다시 먹기 시작한다.
베어물고, 또 한입 베어물고, 하지만 목이 메어 빵은 넘어가질 않고,
어머니가 따라준 엽차 한모금, 빵 한입 번갈아 씹어가며,
그렇게 눈물 젖은 빵을 넘기는 탁구.
그런 탁구에게 말못할 사연으로 하염없이 바라보는 김미순.
그 母子의 모습에서.
거성家 전경. N
거성家 거실. N
돋보기를 쓴채 석간신문을 읽고 있는 홍여사.
그 때 저쪽으로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한승재와 마준.
마준 (들어오며) 다녀왔습니다.
서인숙 (주방쪽에서 쥬스잔 들고 나오다가 마준을 보며)
어! 지금 오니, 우리 아들? 다녀오느라고 피곤했지?
홍여사 (돋보기 너머로 흘끗 보며) 헌데 왜 마준이 혼자야? 아범은?
한승재 예정에 없던 창원공장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요.
오늘은 그 쪽에서 주무시고 내일 본사로 직접 출근하신답니다.
홍여사 그래? (고개를 끄덕이더니, 돋보기를 내려놓으며) 거 잘됐구만.
마준이 너 핼미 좀 보자. (끙! 자리에서 일어나 방쪽으로 들어간다)
서인숙 (? 본다)
마준 (? 할머니 가는쪽을 돌아보는데서)
홍여사의 방. N
방 한가운데 놓여지는 회초리 하나.
그 회초리를 가운데 두고 엄한 얼굴의 홍여사와
잔뜩 짜증스럽고 불만스러운 표정의 마준이 서로 마주 앉아 있다.
홍여사 마준이 너, 이게 무슨 뜻인지 알지?
마준 (본다. 알고 있다)
홍여사 너두 이제 열두살이다.
그 나이에 느이 아버진 동트기 전에 일어나 물부터 길어다놓기 바빴다.
학교 파하고 집에 오면 책보따리 내려놓고 그 길루 지게 이고 나가
땔감나무를 몇지게씩 져다 날렀구, 밤이 되서야 호롱불 켜놓고 공부했어.
그래도 매년 전교 일등을 놓친적이 없었다.
마준 알아요 저두, 그 얘기라면 천만번두 더 하신 얘기잖아요.
홍여사 천만번이나 했는데도 니 마음에 깨달음이 없으니 그게 문제지!!!
마준 (쳇..! 하는 표정으로 다시 시선 돌리면)
홍여사 제 손으로 이루지 않은건 절대 자기것이 될수 없어.
느이 아버지가 아무리 차고 넘치게 물려준다 해도
니가 받을만한 그릇이 못되면 종국엔 다 잃고 마는 법이다. 알겠니?
마준 (대꾸없이 계속 시선 외면하면)
홍여사 그래, 몇대나 맞을테냐?
마준 (여전히 시선 외면한채로 대꾸하지 않으면)
홍여사 오늘 잘못한 일에 대해 몇대를 맞았으면 좋겠냐고 묻잖니.
마준 맘대로 때리세요.
홍여사 무어야?
마준 솔직히 한대도 안맞고 싶지만 그렇다고 안때리실거 아니잖아요.
어차피 할머니 맘대로 할거면서 묻지 마시라구요.
홍여사 (허! 기막힌 표정으로 마준을 보며)
점점 하는 짓이며 말버릇이며 아주 느이 애밀 쏙 빼다박는구나.
그래 오냐, 알았다. 어서 걷어라!
마준 (입이 댓발은 나오면서 벌떡 일어나 바지를 걷고 돌아선다)
홍여사 니 스스로 잘못했다고 반성할때까지 백대든 천대든 쳐주마.
마준 ! (백대? 천대? 그 말에 놀라서 돌아보는 순간)
찰싹! 회초리가 날아간다.
마준 아야!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내고 만다)
홍여사 이제 겨우 한대 시작이다! 호들갑 떨지 말어!
(하면서 가차없이 회초리를 휘두른다. 찰싹!)
마준 (젠장! 어금니를 꽉! 문다. 자존심이 상해 소리도 못내겠는 표정에서)
거성家 거실. N
문앞쪽에 서서 그 종아리 맞는 소리를 듣고 있는 한승재와
응접실 소파에 앉아서 역시 그 회초리 맞는 소릴 듣고 있는 서인숙.
마준의 회초리 때리는 소리가 찰싹! 찰싹! 계속되는 가운데
서인숙, 참다 못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홍여사 방쪽으로 간다.
순간 한승재, 서인숙의 팔을 잡는다.
한승재 (나즉히) 그만둬요.
서인숙 그만두면! 내 아들이 밤새도록 회초리를 맞는 소릴
그냥 두 손 놓고 앉아 듣고만 있으란 거예요? 난 그렇게 못해요!
한승재 (한번 더 강하게 그 팔을 잡아 돌이켜 세우며)
당신까지 끼어들면 사태만 더 악화될뿐이라는거 몰라요?
서인숙 더 이상 악화될것도 없어요! 이거 놔요!
(하면서 손을 뿌리치고 홍여사방쪽으로 들어가려는데)
한승재 (그 손 다시 잡더니) 들어가도 내가 들어가요.
서인숙 (한승재를 본다. 그제야 한풀 기세가 꺾인듯 보면)
홍여사의 방. N
철썩! 철썩! 계속 이어지는 회초리.
마준의 종아리는 수십개의 회초리 자국으로 피멍이 맺혀가고 있고,
꾹 다문 입술위로 눈물 콧물을 뚝! 뚝! 흘리고 있다.
홍여사 역시 슬슬 체력에 무리가 오는듯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홍여사 아직두 니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게냐?
마준 (눈물만 뚝..! 뚝..! 흘릴뿐 더 고집스럽게 입을 다문다)
홍여사 니가 이 핼미를 이겨보겠다고 작정을 한 모양인데,
내 아무리 힘없는 노구지만 아직 너 하나 정돈 거뜬하다 이 눔아!
(하더니 다시 있는 힘껏! 철썩! 회초리를 날린다)
아직두 잘못했단 소릴 안허지! (한대 더 때리며) 아직두!
마준 (너무나 아프다! 하지만 입을 꾹 다문채 점점 오기어린 눈빛이 되는데)
그 때 똑똑똑 노크소리가 들린다.
홍여사 누구야!
한승재E 한승잽니다. 잠시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그러면서 문이 열리고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서는 한승재,
순간 눈앞에 펼쳐진 마준과 홍여사의 모습에 멈칫..
마준뿐만 아니라 홍여사도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한승재 (보더니 얼른 홍여사옆으로 가 앉으며) 이제 그만 고정하십쇼 큰사모님!
홍여사 (마준이를 노려보며) 마준이 편 들려고 들어온거라면 당장 나가게!
한승재 이러다 큰사모님 몸살이라도 앓을까 걱정돼 그럽니다. 고정하세요.
홍여사 고연놈..! (노여움으로 마준을 올려다보면서도 숨차하는 기색 역력하다)
한승재 (마준을 돌아보며) 마준이 너두 그만 고집 피우구
어서 할머님께 잘못했다 용서빌거라.
마준 (어금니를 꾹 문채 오기로 울음을 겨우 꾹 눌러참고 있는 중)
한승재 어서!
홍여사 저리 비키게! 이 녀석이 아직 혼이 덜 나 이모양일세!
(하면서 다시 회초리 집어드는데)
한승재 (그 손 말리며) 마준아! (한번 더 엄하게 부르는 순간)
갑자기 우아아아아앙!!!! 하고 참고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마준,
홍여사, 순간 멈칫.. 회초리 들던 손을 멈추고 마준을 올려다본다.
한승재, 역시 멈칫하는 표정으로 마준을 보면
마준, 아이처럼 서럽고 폭폭하게 엉엉 소리내 운다.
바로 그 때 방문을 박차듯 안으로 들어와버리고 마는 서인숙.
서인숙 (엉엉 울고 있는 마준을 보더니) 마준이, 넌 그만 니 방으로 올라가.
홍여사 (? 보며) 어멈! 너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냐!
서인숙 엄마가 올라가라는 말 안들려! 어서 니 방으로 올라가!
마준 (보더니 으아아앙!!! 소리내 울며 밖으로 뛰쳐나가버리면)
홍여사 이런 고연...! 니가 지금 누구앞에서 니 멋대루.. (하는데)
서인숙 (OL, 버럭) 이제 제발 그만 좀 하세요 어머니!
홍여사 ! (순간 멈칫! 서인숙의 대꾸에 놀라서 올려다본다)
한승재 (같이 서인숙을 돌아보면)
서인숙 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이세요?
홍여사 무어야?
서인숙 그렇게 어머니가 원하시던 아들이잖아요!
그 아들을 낳아드렸는데 왜 그렇게 못살게 구시냐구요!
홍여사 낳아놓기만 하면 뭘해! 교육을 똑바루 시켜야지!
에미 니가 똑바로 했어봐! 왜 이런 사단이 났겠나!
서인숙 허..! (헛웃음 한번 치더니)
솔직하게 진심을 말씀해보세요 어머님!
어머님은 그냥 제가 미우신거잖아요. 못마땅하신거잖아요!
그 옛날 미순이 일땜에 아직도 절 원망하고 계시잖아요! 아니예요?
홍여사 뭐라구? (기막히는데)
서인숙 왜요? 혹시라도 그 기집애가 어디가서 아들이라도 낳았을까봐
여전히 미련이 남으신거예요?
그래서 그 기집애 쫓아낸 제가 그렇게 밉고 야속하세요?
그래서 이렇게 사사건건 매사에 사람 숨통 막히구 질리게
만드시는거예요? 그런거예요 어머니? (무섭게 쏟아대는데)
홍여사 어멈 니가 지금 돌았구나! 니가 지금 눈에 뵈는게 읎어!
서인숙 네에!!! 저 돌았어요! 저 지금 뵈는거 없어요 어머니!
지 자식이 이유도 없이 피 멍들게 얻어맞는데
어느 에미가 눈이 안뒤집히겠냐구요!
홍여사 허...! (그저 기막히고 어이없어 본다)
한승재 (난감한 시선으로 두 여자를 번갈아 보는데)
홍여사 나가거라! 당장 내방에서 나가아!!!
(있는 기력을 다해 고함치며 며느리를 노려본다)
서인숙 (물러서지 않은채 무서운 눈빛으로 시어머니를 노려보는데서)
미니 바. (거실 일각, 또는 주방 일각) N
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서인숙
열불이 나는듯 왔다갔다 하다가 바에서 꼬냑 한병을 꺼내 따라마신다.
가슴에서 천불이 나는듯 그렇게 연거푸 꼬냑을 따라 마신 뒤 탁...!
잔을 내려놓는 그녀, 여전히 열이 가시지 않는 표정으로 돌아보면
홍여사의 방. N.
한손으로 이마를 짚은채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듯 앉아 있는 홍여사,
아무리 생각해도 괴씸하고 기가 막힌듯 고개를 가로젓더니.
홍여사 내가 너무 오래 살았지.. 너무 오래 살았어. 허..!
(기막힌듯 한번 더 긴 한숨을 내쉰다. 그 시름에서)
마준의 방. N
침대에 엎드려 있는 마준,
여전히 울음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채로 간간히 흐느끼고 있고.
그 옆에 앉아 회초리 맞은 마준의 다리에 약을 발라주고 있는 한승재.
마준, 약을 바를때마다 따끔대는지 움찔움찔한다.
한승재 왜 그렇게 미련해? 그냥 잘못했다 말 한마디면 될걸.
이렇게 꼭 집안을 발칵 뒤집어놔야 속이 시원하니?
마준 (분해죽겠다) 할머니같은거 없어져버렸으면 좋겠어..
한승재 (그 말에 마준을 보더니) 할머니는 너의 상대가 아니다 마준아.
마준 (그 말에 흘끗 한승재쪽으로 시선을 주면)
한승재 니가 어른이 되면 할머니는 너한테 더 이상 아무런 영향력도
끼치지 못해. 그런 쓸데없는 상대한테 니 감정을 소모하지말거라.
마준 (그 말에 벌떡 일어나 앉으며) 그래두 할머닌 나만 미워하잖아 나만!
한승재 (그 말에 마준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그런일로 속상해하지 말래두.
너는 더 큰 걸 생각하고 더 큰 걸 꿈꿔야 한다.
마준 (? 보면)
한승재 (손을 들어 마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즈막히)
넌 니 아버지보다 더 큰 사람이 될거다. 내가 그렇게 만들어줄거야.
마준 (쳇! 무시하듯) 아저씨가 뭔데? 실장 주제에 어떻게 날 그렇게 만들어줘?
순간 한승재, 갑자기 마준의 얼굴앞으로 바싹 자기 얼굴을 들이댄다.
질식할것같은 무게감과 진지함으로 마준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더니
서늘하리만치 나즉한 목소리로,
한승재 나는.. 널 위해 죽을수도 있는 사람이다. 기억해 두거라.
마준 ! (순간 그 말이, 그의 눈빛이 가슴 한쪽에 칼처럼 스쳐지나간다. 보면)
한승재 (본다. 보다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며 다정한 미소를 짓는다)
마준 (그런 한승재를 빤히 쳐다보는 시선에서 dis)
탁구네 집 단칸방. N
팔베개를 하고 누운채 생각에 잠긴 탁구의 얼굴. 그 위로
구일중E 도둑질할 용기는 있으면서
니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질 용기는 없다 그거냐?
플랫쉬 백>
구일중 그럴 용기조차 없는 녀석이라면 더더욱 용서해줄 가치가 없겠구나.
다시 현재> 순간, 자기도 모르게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앉는 탁구.
탁구 내를 뭘로 보고...! (하는데)
김미순 (저만치 따로 요를 깔고 돌아누운채) 안자고 뭐하노?
탁구 (멈칫.. 돌아보더니) 암것도 아이다! 잔다! (하면서 도로 드러눕는다)
김미순 (? 돌아보면)
탁구 (자존심 가득한 얼굴로 돌아보는 표정에서)
탁구네 집, 마당. (아침)
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나오는 탁구와 김미순.
거의 동시에 안채 문이 열리면서 안주인과 기만이도 나온다.
탁구와 기만이 시선이 부딪히고, 김미순과 안주인의 시선이 부딪힌 순간
아주 짧게 잠시 흐르는 어색한 정적.
김미순 (먼저 활짝 웃으며) 아이고, 안녕히 주무셨으예?
안주인 (인사도 안받고 괜히 기만에게) 아, 뭐하구 섰어! 빨랑 학교 가지 않구!
기만 (흘끗 김미순과 탁구 눈치 한번 본뒤) 다녀오겠습니다. (나가면)
탁구 지도 다녀오겠심다! (엄마와 안주인한테 꾸뻑 인사한뒤 나간다)
마당에 둘만 남은 안주인과 김미순,
김미순 안주인의 눈치를 보며 먼저 자리를 슬쩍 피하려는데.
안주인 탁구엄마, 나 좀 잠깐 봅시다.
김미순 (멈칫.. 돌아본다. 왠지 불길한 시선으로 보며) 예?
대문 앞.
밖으로 나온 탁구, 몇걸음 걸어오다가 걸음을 멈춘다.
그 뒤로 따라나오던 기만, 괜히 혼자 화들짝! 놀라 걸음을 따라 멈추면
탁구, 말없이 기만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선다.
동시에 기만, 맞을까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듯 움츠리며
기만 잘못했어 탁구야! 첨부터 너한테 뒤집어 씌울라 그런게 아니라 (하는데)
탁구 (신경도 안쓰는 듯 기만옆으로 쓱 지나쳐버린다)
기만 (? 돌아보면)
탁구 (대문옆에 멈춰서서 집쪽을 돌아본다. 시선에서)
탁구네 집 마당.
안주인 방 빼.
김미순 예? (놀라서 본다) 방을.. 빼라꼬예?
안주인 이달안으루 빼줘, 탁구 엄마.
김미순 (잠시 난감한 눈빛으로 보다가 얼른 생각난듯)
아! 맞다! 사글세! 사글세를 또 깜빡했지요 지가.
(하더니 허리춤에서 돈을 꺼내 급하게 안주인한테 내밀며 넉살좋게)
지송합니다. 지가 또 하루를 넘겨삤네예,
이번에는 꼭 날짜 맞춰드릴라켔는데, 아, 이 놈에 까막통 머리..
안주인 (흘끗 본다. 보더니 일단 받아서 장수를 세며)
사글세도 사글세지만 내가 어제 일 때문에 밤새 한숨도 못잤어, 알아?
김미순 안케도 탁구 그 노무 자식, 지가 먼지 나게 패줬다 아입니꺼.
이자는 두번 다시 그런 일 없을깁니다. 안심 붙들어 메이소!
안주인 글쎄 안심이고 등심이고간에 나는 더 이상.. (하는데)
김미순 (안채 마루쪽을 보며) 아이고마! 이불빨래 할라고 내놓으셨는갑네예?
안주인 응? (하고 보면)
김미순 (쪼르르 달려가 마루에 산더미처럼 내놓은 이불 빨래를 집어들더니)
안케도 신경쓰실 일이 많을긴데 이런건 기양 지한테 맽겨주시지...
안주인 아니 탁구 엄마, 그건...
김미순 가만 있어 보자! 이런건 집에서 빠는것 보다 냇가에서
빨아갖고 오는게 낫겠지예?
안주인 그야 그렇지만, 아니 근데 탁구 엄마.. (하는데)
김미순 아이고 괘않심니더! 괘않심니더!
(빨간 고무 대야에 집어넣고 머리에 이더니)
지가 후딱 가서 빨아 올께예. 햇빛에 잘 말리가 풀까지 빳빳하게
멕여놓을테이까네 기만 어무이는 가서 바쁜 일 보이소, 그럼...
(하면서 후다닥 대문밖으로 나가다가 다시 돌아보며)
어제 일은 참말로 지송하게 됐심더! 한번만 더 그런일 있으모 그 땐
지가 믄저 짐싸들고 나갈께예, 한번만 곱게 봐주이소.. 그럼.
(그러면서 서둘러 나가면)
안주인 (허! 본다. 시선에서)
탁구네 집, 대문 앞.
이불빨래 그릇을 머리에 이고 밖으로 나오는 김미순,
후유..! 하고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막 걸음을 옮기는데
그 앞에 서 있는 탁구와 딱 맞닥드린다.
김미순 (살짝 당황하며 보면) 탁구야.. 니 아직 안갔나?
탁구 (엄마 머리에 인 빨래그릇을 빤히 올려다보면)
김미순 (아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일부러 모르는척)
뭘 그래 뚱하니 보고 섰노!! 퍼뜩 핵교 안가고!
그러다 지각헐라, 퍼뜩 가라!
탁구 알았다. 간다! (하더니 돌아서서 가면)
좀 더 떨어진 곳에 서서 보고 있던 기만,
탁구가 자기 앞을 지나쳐 가자, 간격을 두고 뒤를 따라간다.
김미순, 그렇게 서서 멀어지는 아들을 본다. 작은 한숨에서
등교길.
"고무울 삽니다! 고물! 찢어진 고무신이나 빈병, 구멍난 양재기!
바람난 언니 속빤쓰까지 전부 다 엿이나 수세미로 바꿔드립니다!
고물이요오!!"
고물장사 아저씨의 외침에 고물 들고 모여드는 사람들
엿으로 바꿔가고, 수세미로 바꿔가고, 돈으로 바꿔가는 사람도 보인다.
그 옆으로 쭉 걸어오는 탁구와 그 뒤를 졸졸 따라오는 기만,
탁구, 생각에 잠겨 걸어오는 얼굴에서,
냇가.
혼자 작은 체구로 억척스럽게 이불빨래를 혼자 하고 있는 김미순,
김미순 괘않다. 이깟 이불빨래가 뭔 대수겠노?
니를 위해서라면 이보다 더한거라도 할수 있다 내는.
(이불빨래를 대야안에 넣고 발로 밟으며 땀을 닦아내는데서)
다시 등교길.
순간, 우뚝!!! 걸음을 멈추는 탁구, 고개 돌려 고물장수쪽을 돌아본다.
뒤 따라오던 기만, 같이 멈추고 보면
탁구, 갑자기 그 고물장수앞으로 다가서더니
탁구 고물 갖고 오면 돈도 줍니꺼?
고물장수 (? 탁구를 돌아본다)
기만 (? 본다. 시선에서)
탁구의 고물수집 몽타쥬.
1. 뚝방길.
한쪽에 버려진 빈병을 발견하더니 책가방을 열고 그 안에 빈병을 담는
탁구. 그의 가방안에는 이미 빈병 서너개가 들어있다.
2. 고물장수 리어카.
돈으로 바꾸는 탁구, 그러나 생각보다 돈의 액수가 작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다시 달려가는 탁구.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기만, 뭘 하려는거지? 하고 보는데서
3. 비오는 날.
동네 헛간같은데며 동네 구멍가게 주변을 맴돌며
빈병이나 버려진 고물같은것들을 찾아다니는 탁구.
책가방속에 계속 고물들을 담는 모습들,
4. 학교 교실 안.
책을 펼쳐든채 꾸벅꾸벅 조는 탁구.
선생님 지나가면서 사랑봉으로 탁구의 머리를 탁! 치며 지나가면
탁구, 놀라서 벌떡 일어나 책을 읽는다.
아이들 하하하 웃으면 탁구, 겸연쩍게 뒷통수를 긁적거리는.
그런 탁구를 바라보는 기만.
5. 탁구네 집.
탁구 들어오자마자 책가방만 내려놓고 휑! 하니 다시 뛰어나간다.
김미순, 고구마 들고 나오다가 ? 쳐다본다. 시선에서.
6. 동네 일각.
이리저리 고물들을 찾아다니는 탁구, 하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는데
그 때 탁구 앞으로 번쩍번쩍 대는 스탠양푼을 내미는 기만.
탁구, ? 보면, 그 옆으로 다가서는 친구들, 각자 빈병이며 폐지며 구멍난
양은 냄비 같은걸 하나씩 내민다.
친구1 기만이한테 얘기 들었어, 너 고물 모은다며?
탁구 ? (기만이에게로 시선을 돌리면)
기만 (미안함으로 겸연쩍은듯 베시시 웃더니 스탠양푼을 한번 더 내민다)
탁구 (본다. 보다가 피식 웃으며 스탠양푼을 받는 위로)
7. 고물장수 리어커.
이번엔 제법 많은 돈을 탁구에게 쥐어주는 고물 장수.
옆에서 기만과 친구들도 와! 좋아한다.
탁구도 기분좋게 우와! 하면서 그 돈을 쳐다본다.
8. 탁구네 마당.
안주인, 이리저리 둘러보며
"이상하네 엊그제 새로 산 스탠양푼이 어디갔지?" 갸웃하며 찾는데서.
9. 고물 리어커를 끌고 가는 고물장수,
"고무울 삽니다! 고물! 찢어진 고무신이나 빈병, 구멍난 양재기!
바람난 언니 속빤쓰까지 전부 다 엿이나 수세미로 바꿔드립니다!"
그 리어커 위에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CG)"하는 새 스탠양푼에서.
동네 일각.
촤르르 각자 받아온 동전들을 한곳에 전부 내놓는다. 제법 되는..
기만이와 친구들, 와아! 좋아서 쳐다보면
탁구, 그 동전들을 전부 다 누런 편지봉투에 담는다.
탁구 이 정도면 됐다! 고마 가볼까?
기만 근데 탁구야. 고물 팔은 돈은 어따 갖다 쓸라 그러는데?
탁구 나와 내 어무이의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기 위해 쓸라 그런다.
그런걸 유식한 말로다 명예회복이라카지.
친구들 명예회보옥? (하고 보면)
탁구 응. 그런게 있다! (하면서 앞장서서 돌아서는데)
탁구,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한곳을 빤히 쳐다본다.
친구들, 일제히 탁구가 쳐다보는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저쪽에서 책가방 메고 하교중인 유경이가 보인다.
탁구, 허둥거리며 어쩔줄 몰라하더니 재빨리 기만과 친구들 뒤로 숨는다.
기만 (돌아보며) 탁구야, 너 왜 그래?
탁구 쉿! 조용히 해! (하면서 다리 사이로 내다보면)
바로 그 앞으로 지나가는 유경.
전혀 그들의 행동에 신경도 안쓰는듯 딴생각에 잠겨 지나가버린다.
친구들의 시선 일제히 유경이 지나가는대로 따라가면
기만 (유경이가 가는쪽을 보며) 뭐야? 쟤 실비집 딸이잖아.
탁구 실비집딸 아이고, 신유경이다.
니는 한반 살믄서 친구 이름도 모리나.
기만 근데 왜 숨어? 너 쟤한테 뭐 잘못한거 있어?
친구1 너 몰랐냐? 김탁구가 신유경한테 얼레리 꼴레리 반한거?
친구들 (동시에 키득키득 자기들끼리 뭐가 좋은지 웃는다)
탁구 (그래도 좋다고 넋놓고 멀어지는 유경만 바라보고 있다)
기만 진짜야? 쟤네 아버지 술주정뱅이래든데? 쟤네 엄마는 술집작부구..
우리 엄마가 절대로 그런 집 애랑 놀면 안된댔는데? (하는데)
탁구 (순간 턱! 하니 기만이 어깨를 잡으며)
봐라 기만아. 사랑에는 국경도 엄다는 말 니는 몬들어봤나?
친구들 오오오!! (하면서 반은 놀리듯 옆에서 일부러 소리를 내주면)
탁구 싸나이한테 배경따윈 중요치 않아. 순정이 중요하제.
친구들 (한층 더 크게) 오오오오!!! (소리를 내주면)
탁구 (돌아보며) 시끼럽다! 느그들이 사랑에 대해 뭘 안다꼬!
친구들 (한층 더 크게) 오오오오오!!! (장난처럼 소리를 질러주면)
탁구 자슥들! 자꾸 그럴래!!! (하면서 장난처럼 달려들면)
친구들 (우와와와!!! 동시에 후다닥 흩어지면서 내달리는데서)
실비집.
드륵! 문을 열고 들어서는 유경, "다녀왔습니다!"하는데
유경모, 손님들과 어울려 거나하게 취한채 깔깔거리느라 신경도 안쓴다.
실비집, 단칸방.
드륵..! 문을 열고 들어서던 유경, 순간 멈칫..! 멈춰서서 보면.
안쪽에 대자로 뻗어 잠이 들어있는 신씨.
그 옆으로는 술병들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다.
유경, 천천히 도로 소리 안나게 최대한 숨을 죽여 문을 도로 닫는데
신씨 야이씨..!!!
유경 !! (순간 기겁하는 표정으로 돌아본다)
신씨 (잠꼬대중이다) 다.. 죽여버릴거야 이씨...!
유경 (완전 바싹 긴장한 표정으로 얼어붙은채 서서 빤히 쳐다보다가)
천천히 문을 닫고 한쪽에 쭈그리고 앉는다.
군데 군데 옷깃 사이나 소매사이로 보이는 멍자국..
유경, 표정없이 시선 들어 먼곳을 바라보는데서.
빵공장 입구 일각.
회장님의 세단이 공장안으로 들어오면,
한쪽에 나와 기다리고 있는 공장장과 조장들(엄씨 포함)이 서 있고.
그 앞으로 와서 차가 멈춰서면,
안에서 구일중과 마준, 그리고 한승재가 내려선다.
공장장 어서오십쇼, 회장님!
구일중 이번주부터 생산 시간을 한시간 늘렸다구?
공장장 군부대쪽 납품때문에 주문량이 밀려서 말입니다.
구일중 들어가지. (그대로 공장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는데)
그 때 기다렸다는듯 그 앞으로 불쑥 나타나는 탁구.
구일중을 비롯해 한승재와 공장사람들 모두 걸음을 멈추고 본다.
구일중의 옆에 서 있던 마준도 뭐지? 하고 탁구를 보면.
보무도 당당하게 성큼성큼 걸어 구일중앞에 마주서는 탁구.
탁구 (정중히 구십도 각도로 배꼽 인사를 하며) 안녕하셨심니꺼! 회장님요!
엄씨 탁구야! (당황하며 탁구와 구일중을 번갈아 보면)
구일중 (보더니) 너는 지난주에 빵을 훔친 꼬마도둑 아니냐?
탁구 꼬마도둑이 아이고 김탁굽니다.
구일중 (처음엔 그 이름 그저 흘려듣는다. 그저 보면)
엄씨 (구일중의 눈치를 한번 보더니) 니가 여긴 뭐하러 또 온거냐? 어?
탁구 회장님한테 볼 일이 있어가 왔는데예.
구일중 (한쪽 눈썹이 삐딱하게 올라가면)
공장장 (급히 구일중에게 고개 숙이며) 아이구 정말 민구헙니다 회장님!
(탁구를 돌아보며) 인석! 너 얼른 썩 비키지 못해! (하는데)
구일중 (손을 들어 공장장을 말린다. 다시 탁구를 보며)
그래, 나한테 무슨 볼일이냐?
탁구 (본다. 보더니 주머니에서 불룩해진 노란 편지봉투를 꺼내 척! 내민다)
구일중 (? 본다)
한승재와 마준은 물론, 엄씨외의 공장 사람들도 같이 쳐다보면
구일중 그게 무어냐?
탁구 뭐긴 뭡니까, 빵값이지예.
구일중 (빵값?)
일제히 (빵값...? 하는 표정으로 술렁이면)
탁구 회장님께서 지한테 말씀하셨지예?
도둑질할 용기는 있으면서 즈그 잘못에 대해 책임질 용기는 없느냐!
솔직히 그 말 듣고 지가 억수로 챙피했다 아입니까.
명색이 지도 싸나인데.. 그런 말을 듣고 어데 잠이 와야지요.
더군다나 지만 믿고 사시는 우리 어무이한테도 뵐낯이 없고예.
구일중 (이 녀석 봐라?) 그래서?
탁구 그래서 저와 즈그 어무이의 명예회복을 위해
지난 주 내내 고물을 팔아가 빵값을 맹글어 왔다 아입니꺼.
지가요, 배고픈건 참아도 쪽팔린건 몬참는 성미라서요.
(하면서 묵직한 동전봉투를 두 손으로 내밀며) 여깄심더! 받으이소 빵값!
사람들 (구일중의 눈치를 보며 탁구와 번갈아 쳐다보며 안절부절하는 가운데)
구일중 (탁구를 빤히 본다)
한승재 (탁구를 유심히 본다)
마준 (이 자식 완전 꼴통이구만! 하고 무시하듯 쳐다보는 그 때)
구일중 (갑자기 큰소리로 웃기 시작한다) 하하하하하하!!!!
공장 사람들은 물론, 한승재와 마준도
갑작스런 구일중의 박장대소에 놀란듯 일제히 고개 돌려 구일중을 본다.
탁구, 어? 왜 웃지? 하는 표정으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면.
구일중, 정말로 재밌다는 듯 껄껄껄껄 웃더니,
구일중 너 정말 재미난 녀석이구나. 허허허허!!!
탁구 웃길라꼬 드린 말씀이 아이고, 심각하게 드린 말씀인데예?
구일중 허허허허! (여전히 웃음이 그치지 않으며) 그래, 대체 니 정체가 뭐냐?
탁구 지로 말씀드릴거 같으면 동신국민핵교 5학년 2반 49번
김탁구라캅니더!
구일중 탁구?
탁구 예, 탁구요. 탁구를 잘해가 김탁구가 아이고,
높을탁 구할구자를 써서 김탁굽니더.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지으면)
구일중 (순간 멈칫... 그 이름에 탁구를 빤히 본다. 보더니 그 동전봉투 받으며)
그래애... 알았다. 이 빵값은 내가 접수하마.
마준 (뭐? 하면서 구일중을 흘끗 쳐다본다)
탁구 그라믄 용기없는 놈이라고 말씀하신것도 철수해주시는깁니까?
구일중 (그 말에 다시 허허 웃더니) 철수가 아니라 철회라고 말하는거다.
탁구 아..! 철회... (그렇구나. 철회였구나.. 고개를 끄덕이는데)
구일중 알았다. 내가 했던 말도 철회하마.
너는 니 행동에 책임을 지는 용감한 사내아이다. 이제 됐냐?
마준 (그 말에 완전 삐딱한 표정으로 구일중과 탁구를 번갈아 보면)
탁구 (그 말에 구회장을 보며 순간 기분좋게 다시 헤.. 웃더니)
마, 이제 됐심니더! 이것으로 오늘 협상은 아주 대만족입니더!
이자 지 볼일은 끝났심더! 회장님도 고마 일보고 가이소!
(하더니 배꼽에 손 얹고 구십도 각도로 꾸뻑 인사한뒤 제 갈길 간다)
구일중 (왠지 기분이 좋아져서) 저 녀석.. 아주 물건이구만.
한승재 (? 그 말에 구일중을 보면)
구일중 이봐요, 공장장.
공장장 예? 아, 예 회장님. (하고 얼른 옆으로 다가서면)
구일중 월요일에 저 아이가 다닌다는 학급에 크림빵 서너상자 갖다줘.
수신인은 김탁구 앞으로 하고. (그리고는 돌아서서 가면)
사람들 (뒤를 따른다)
마준, 그 말에 참을수 없는 불쾌함으로 흘끗 구일중을 본 뒤
고개 돌려 탁구가 간쪽을 돌아본다.
저만치 공장밖으로 나가는 탁구의 뒷모습이 보인다.
한쪽에 숨어서 기다리고 있던 기만이와 친구들이 탁구쪽으로
우르르 몰려나온다. "어떻게 됐냐?" "안혼났어?" 등등등 물어보자,
탁구, 엄지 손가락을 척! 하니 들어보이면
기만과 친구들, 우와와와!!! 좋아하며 탁구를 격려해주고 있다.
그 때 저만치 가던 구일중, 다시 걸음을 멈추고 한번 더
탁구를 돌아본다. 아무래도 그 이름이 신경쓰이는듯.. 쳐다보면.
한승재, 그런 구일중을 본다. 왜 저러지? 마음이 쓰이는 눈빛에서.
탁구네 학급.
아이들, 와아아! 신나라 하면서
배달되어온 빵상자에서 빵을 두개씩 가져간다.
선생님1 거성제빵 회장님께서 김탁구어린이 앞으로 보내온 선물이예요.
여러분 모두 사이좋게 지내라고 보내준거니까 감사히 먹읍시다!
아이들 네에에!!!!
탁구 (기분좋게 거들먹거리며 기만과 친구들을 향해)
봤나? 내가 이런 사람이다!
기만과 친구들, 어이구 짜슥! 하면서 머리고 어깨고 툭툭 쳐준다.
탁구, 기분좋게 씩 웃으면서 저쪽 줄 건너편 창가쪽을 돌아본다.
그 자리에서 빵 두개를 받아든 유경의 모습이 보인다.
유경, 고개 돌려 탁구를 쳐다본다.
시선 마주치자마자 얼른 홱! 돌아앉는 탁구,
순간 얼굴이 발그레해지면서 바보같이 흐뭇하게 흐으! 웃는다. 표정에서
거성家 정원. N.
마준 재수 없어! 그 촌놈 자식! (하면서 돌멩이를 툭! 툭! 던지는)
한승재 (? 돌아보면)
마준 대체 그런 촌놈 자식한테 뭐가 좋다고 빵까지 보낸거야, 아버지는?
한승재 그런 촌놈한테 넌 왜 그렇게 신경을 쓰는건데?
마준 (다시 툭! 툭! 돌멩이같은걸 던지다가 멈추더니)
난.. 태어나서 한번도 아버지의 그런 얼굴을 본적이 없었어.
단 한번도 아버지랑 그렇게 웃으면서 얘길 나눠본적이 없었다구!
그런데 그 촌놈은 그렇게 했잖아. 내가 하지 못한걸 그 녀석이 했잖아!
한승재 (보면)
마준 그 따위 촌놈 자식! 진짜 재수 없어! (들고 있던 돌맹이들을 쫙! 던지면)
한승재 (그런 마준을 보다가 생각에 잠긴다. 사실 그도 신경이 쓰이는 눈빛에서)
탁구네 집, 단칸방 안. N.
김미순 뭐라꼬? 회장님을 또 만나러 갔어어? 뭐할라꼬 거길 또 갔드노!
탁구 이대로 물러서는건 싸나이로서 영 체면이 안서가..
그래서 고물 팔아다 빵값 맹글어 회장님께 갖다드맀지 모.
김미순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빤히 본다. 보다가) 그랬더니? 뭐라카드노?
탁구 낼더러 용감한 사내아이라카드라.
김미순 ...! (그 말에 탁구를 빤히 쳐다본다. 그 위로 계속)
탁구 그라고 오늘은 우리 학급으로 빵까지 보내줬다.
한사람앞에 두개씩 돌아가가 다들 배터지게 무읏다 아이가.
(가방에서 빵을 두 개 꺼내 보여주며)
내는 어무이랑 묵을라꼬 꾹 참고 갖고 왔다! 자! (하면서 하나를 내민다)
김미순 (순간 뭔가 알수 없는 감정이 턱! 밀려올라오며 그 빵을 본다)
탁구 뭐하노! 받아라, 자아! (하면서 엄마손에 쥐어주면)
김미순 (손에 쥔 그 빵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떨리는 음성으로)
참말.. 참말 회장님이 니한테 용감한 사내라카드나?
탁구 (봉지를 까서 맛있게 베어먹으며) 응. 그랬다.
김미순 느그 핵교로 이 빵도 보내주셨드나?
탁구 응, 그랬다니까는! (히 웃으며)
첨에는 호랭인줄 알았는데 알고보이 좋은분 같드라.
김미순 그래애.. 그랬구나.. (하는데 점점 목이 메어온다)
한승재E 죽을때까지 평생 꽁꽁 숨어서 살겠다구 약속해.
탁구 (엄마를 보며 베시시 웃는 얼굴위로)
한승재E 만에 하나 이 약속을 어기고 또 다시 내 눈에 띄면..
그 땐 자네도 죽고, 아이두 죽어.
순간, 김미순 자꾸만 눈물이 나올것같아 얼른 빵을 내려놓고
돌아앉아 바느질거리를 집어든다.
탁구 (? 보며) 와? 빵 안묵나?
김미순 벨로 생각 읎다. 니나 무으라. (하면서 바느질 하는 척)
탁구 어무이랑 같이 묵을라꼬 갖고 온긴데..?
김미순 내는 빵 벨로 안좋아한다. 니 무으라.
탁구 참말이지? 후회 안하지?
김미순 참말이다. 후회 안헌다. 니 무으라.
탁구 (씩 웃으며 마저 빵봉지 뜯어서 먹으면)
김미순 (돌아보지 않은채 계속 바느질 하는척하며)
그라고 탁구야. 암만 그래도 빵공장에 자꾸 가고 그러지 마라.
큰 일 하시는 분인데.. 자꾸 가가 걸치적대싸믄 안된다.
탁구 응. 안다. (맛있게 먹으면)
김미순 (돌아앉은채..) 고마 숙제해라.
탁구 응. (하더니 책가방에서 책과 공책을 꺼내더니 펴들며) 어무이.
김미순 와.
탁구 나도 나중에 크면 회장님맹키로 훌륭한 싸나이가 될기다.
김미순 (눈물이 앞을 가려 바늘에 실이 잘 꿰어지지 않는다)
탁구 그래서 돈도 마이 벌어가 어무이 호강시켜드릴기다.
김미순 (점점 감정이 복받쳐 오르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아 참..! 빨래 걷는걸 깜빡했고마. (하면서 일어나 나간다)
탁구 (? 돌아보더니 엎드려서 연필심에 침묻혀가며 글씨를 쓰기 시작한다)
탁구네 집, 마당. N
밖으로 나오는 김미순, 툇마루에 걸터앉는다.
눈물이 복받쳐 오르는걸 얼른 앞치마로 찍어내더니 후우..! 하면서
감정을 추스리듯 빨랫줄에 걸린 빨래를 걷어들이기 시작한다.
담너머 일각> 담너머로 안쪽을 살피고 있는 한승재,
충격어린 눈빛으로 김미순의 얼굴을 확인하는 그 위로.
구일중E 알아보라는건 어찌 됐나?
구일중의 집무실.
한승재 (짐짓 고개 들어 구일중을 보더니)
시키신대로 그 탁구라는 아이의 어미되는 사람을 찾아가봤습니다만..
구일중 (조심스레) 그 사람이든가?
한승재 (본다. 보더니) 아니었습니다.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구일중 (표 안나게 실망감이 스치고... 잠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혼잣말처럼)
그렇군... 하기사 그리 우연히 만나질리가 없겠지.
탁구라는 이름 때문에 혹시나 했는데 말일세...
한승재 (그런 구일중을 보면)
구일중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사무적인 모습으로 되돌아와 서류 내밀며)
수고했네. 나가봐.
한승재 (받아든다, 목례한뒤 나간다)
구일중의 집무실 옆 비서실.
문을 닫고 밖으로 나오는 한승재, 아무래도 안되겠다는듯, 시선 드는데서
울목재. (옆에 냇가가 있는.. 뚝방길)
책가방 메고 뭐가 혼자 즐거운지 기분좋게 걸어오던 탁구,
갑자기 멈춰서서 개다리춤을 춰가면서,
탁구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곱푸 없이는 못마십니다!
(하더니 이번에는 이기동 흉내를 내며)
쿵따라닷다 삐약삐약! 쿵따라닷다 삐약삐약!
(하면서 혼자 좋아 다시 걸음을 옮기다가 멈칫.. 한쪽을 내려다보면)
저만치 시냇가에 혼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유경이의 모습이 보인다.
탁구, 유경과 눈이 마주친것도 아닌데 허둥거리며 숨을 곳을 찾다가
이내 몸을 길바닥에 납작 숙여 몸을 숨긴다.
그러다 다시 고개만 빠꼼히 내밀어 유경을 보다가
어? 뭐지? 하고 쳐다보는 표정에서.
시냇가.
뚝.. 뚝.. 시냇물위로 떨어지는 코피.
유경, 시냇물로 코피를 닦아내고 있다.
소매를 걷어부친 그녀의 팔 여기저기에 검게 피멍자국이 보인다.
유경, 코피를 다 닦아낸 다음 거즈손수건을 꺼내 코를 막으며
고개를 뒤로 젖힌다. 하늘이 파랗다. 구름이.. 하얗다.
바로 그 때 그 파란하늘을 가리며 불쑥 나타나는 얼굴.
유경,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쳐다보면 탁구다.
탁구, 유경이의 흰블라우스에 여기저기 난 코피자국과
걷어올린 소매 밑으로 드러난 팔 여기저기의 멍자국을 본다.
유경, 당황한듯 얼른 블라우스 소매를 내리며 돌아서는데
탁구 누꼬?
유경 (멈칫.. 멈춰서면)
탁구 누가 니한테 이래 손찌검을 했나 말이다! 내한테 말해바라! 누꼬!
유경 (돌아보지 않은채 그대로 가버린다)
탁구 (? 본다. 보다가 한쪽에 놓여져 있는 유경의 책가방을 본다)
시장터 일각.
한쪽으로 쭉 걸어오는 유경과 뒤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쫓아오는 탁구.
유경, 탁구가 쫓아오고 있는걸 알고는 걸음을 멈추고 홱! 돌아본다.
탁구 (멈칫.. 보더니 변명하듯 얼른 유경의 가방을 쓱 들어보이며)
니이.. 이거 놓고 갔다.
유경 (본다. 보더니 그 앞으로 다가가 턱! 가방을 잡아드는데 멈칫..!)
탁구, 가방 잡은 손을 놓지 않은채 꼭 붙잡고 있다.
유경, 조금 더 힘을 줘서 가방을 가져오려는데
탁구 그 가방을 잡은채 놔주질 않는다.
유경 이거 놔.
탁구 먼저 말해라. 니한테 그렇게 한 자슥이 누꼬?
유경 말하면? 니가 어떻게 할건데?
탁구 우째 해주면 좋겠노? 말해봐라. 니가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께.
가서 한대 팍 쎄리삤까? 아니면 두 대? 세 대?
유경 (본다. 보더니) 죽여줄수 있어?
탁구 (순간 멈칫..! 본다)
유경 나한테 이렇게 한 사람.. 죽여줄수 있냐구!
탁구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보면서 틈을 보인 사이)
유경 (홱! 가방을 뺏어오더니) 바보! (하고는 돌아서서 가버린다)
탁구 (본다. 보다가 갑자기 후다닥 달려가 유경앞을 가로막아 선다)
유경 (멈칫.. 다시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면)
탁구 미안하다. 솔직히 내가 사람 직이는건 몬하겠고.
대신 웃겨 직일수는 있는데, 함 볼래?
(그러더니 뚝방길에서 했던 개다리춤과 함께)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곱푸 없이는 못마십니더!
꿍따라닷다 삐약삐약 꿍따라닷다 삐약삐약!
(이기동 흉내까지 내면서 슬쩍 유경의 반응을 살친다)
유경 (그저 빤히 쳐다보면)
탁구 니이 살살이 서영춘이랑 땅따리 이기동 모리나?
유경 몰라.
탁구 아... 그러나? 미안하다. (순간 풀이 죽은듯 돌아서서 간다)
유경 ... (? 보는데)
탁구 (두어걸음 가는가 싶더니 갑자기 한쪽발을 쓱 올리며 뿡! 방귀를 뀐다.)
유경 (순간 멈칫..! 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풉!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다)
탁구 (얼른 홱! 돌아서서 유경을 보며) 니 웃었지!
유경 (이내 안웃은척 시치미, 그러나 입가에 웃음이 삐질삐질 새나오는 중)
탁구 내 눈은 몬속이는데? (하더니 또 한쪽발을 쓱 올리며 뿡! 뀐다)
유경 (참지 못하고 다시 픽..! 작게 웃음을 터뜨리면)
탁구 봐라 봐라! 니 지금 웃었다 아이가!
유경 (왠지 겸연쩍은듯 시선 돌리면)
탁구 니하고 한반 된지 반년두 넘었는데 웃는 얼굴은 첨본다.
앞으로 마이 웃어라 니. 훨 보기 좋다.
유경 (그 말에 다시 고개 돌려 탁구를 보면)
탁구 간다! (하더니 유경을 지나쳐서 오던길 도로 되돌아간다)
유경 (그대로 서 있다가 잠시 후, 탁구가 가는쪽을 돌아보면)
탁구 (가다가 또 한발을 쓱 올리며 뿡! 낀다)
유경 (웃는다. 웃으면서 바라보다가 집쪽으로 돌아서는데 순간 멈칫!)
유경앞으로 갑자기 쓱 나타나는 사내의 뒷모습.
신씨 이런! 헤픈년! 어린년이 벌써부터 남자새끼들을 꼬득여?
유경 (순간 얼굴에 번지는 공포...) 아.. 아버지..!
신씨 이노무 기집애! 너 일루와!!! (하면서 멱살을 확! 잡아당긴다)
유경, 고개를 가로저으며 얼른 신씨의 손을 잡으며 완강하게 저항한다.
그 바람에 탁..! 책가방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저만치 가던 탁구, 기분 좋은 표정으로 유경쪽을 한번 돌아보다가 멈칫!
유경이를 억지로 끌고 가려는 신씨와
끝까지 고개를 가로저으며 완강이 버티는 유경의 모습이 보인다.
탁구 유경아...?
신씨한테 붙잡힌채 후미진 골목으로 질질 끌려들어가는 유경.
완전 시야에서 사라지자
탁구 유경아!!! (큰소리로 부르며 맹렬하게 달려온다)
골목뒷길.
아! 소리를 내며 한쪽에 쓰러지는 유경, 얼른 올려다보더니
유경 아버지! 잘못했어요! 아버지이이!!!! (울기 시작한다)
신씨 시끄러! 입 안다물어? (하면서 위협!)
유경 (소리를 안내려고 입을 다물지만 울음소리가 새나오고)
신씨 (주머니에서 소주를 꺼내 꿀꺽꿀꺽 마시며)
머리에 피두 안마른것이 벌써부텀! 누가 즈이 엄마 딸 아니랠까봐
싹수 노랗게시리 화냥질이여? 화냥질이! 에이 승질나!
(하면서 소주병 집어던지더니) 오늘 기분두 드러운디 너 죽고 나 죽고여!
(하면서 유경이를 때리려는듯 유경의 옷깃을 잡아채는데)
탁구 그만 하이소!!! (하면서 다짜고짜 달려들어 신씨의 허리를 붙잡는다)
신씨 (돌아보며) 어쭈? 넌 누구여! 뭔 놈이여!!!
유경 (놀라서 같이 쳐다보면)
탁구 (신씨의 허리를 꼭 붙든채) 어른이 되가 아를 패믄 우짭니꺼!!
것도 여자 아를예! 때리지 마이소!!! 때리지 마이소!!!!
신씨 이런 시러베 자식놈을 봤나! 이거놔 이놈아!! 이거 놓지 못해!
유경 아버지 그만하세요! 아버지이이!!!
(울음을 터뜨리며 실랑이하는 신씨와 탁구를 본다. 어쩔줄 몰라하는)
신씨 이거 놓으라니까!!!!
거칠게 뿌리치다가 그만 제 발에 걸려 몸의 균형을 잃고 만다.
그러다 바닥에 널부러진 물건중 하나에 발이 걸리고,
그대로 비틀거리다 한쪽으로 쿵! 넘어지면서 한쪽에 쌓아놓은
벽돌더미와 부딪히면서 함께 우르르 넘어간다.
그 바람에 허리를 붙잡은 탁구까지 같이 넘어진다. 우르르!
그리고 몇초간의 정적...
유경 ! (본다)
탁구 (여기저기 얼굴이 까진채 천천히 고개들어 보면)
신씨, 죽은듯 꿈쩍도 하지 않은채 누워있다.
순간 덜컥! 겁먹은 탁구, 재빨리 몸을 일으켜 옆으로 다가앉더니.
탁구 아저씨예! 아저씨예! 정신 차리이소! 예? 아저씨예!!!
(흔들더니 유경을 돌아보며) 뭐하노! 퍼뜩 가서 사람들 불러온나!
느그 아부지 병원으로 빨리 옮겨야한대이!
유경 (탁구를 본다, 고개를 가로젓는다)
탁구 뭐하노! 퍼뜩 사람들 안불러오나!!! (소리치는데서)
유경 가자..
탁구 유경아!
유경 죽었어! 죽은거야! 그러니까 도망가자구우!!! 응? (울부짖다시피) 얼르은!!
탁구 ! (본다. 보다가 신씨를 돌아본다)
신씨 (이마에서 소량의 피가 흘러나온채 죽은듯 꼼짝도 안하고 있다.)
탁구 주.. 죽었다꼬? (하면서 두려운듯 바라보더니 한번 더 조심스럽게)
아저씨.. 아저씨예.. (하면서 흔들어보는데)
순간 턱! 하니 탁구의 팔목을 잡는 신씨의 손!
동시에 으아아아아!!!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는 탁구와 유경.
신씨 너 이자시익!!!! (아픈듯 찡그리며 노려보면)
탁구 으아아아아!!!! (소리치며 신씨의 손을 뿌리치는데 안된다. 순간)
유경 (신씨의 팔을 콱! 물어버린다)
신씨 아아아아악!! (그 바람에 잡았던 탁구의 손을 놓쳐버리면)
유경 도망쳐!!! (일어나 달린다)
탁구 (동시에 일어나 후다닥 도망치는 그 뒤에서)
신씨 거기서어어어어!!!!! (외치는데서)
동네 골목 어귀.
머리에 일거리를 잔뜩 올려 인채
한손에는 조기 한마리 짚으로 엮은걸 들고 오는 김미순,
기분좋은듯 조기를 한번 들여다보며 막 코너를 도는데
바로 그 앞으로 다가와 멈춰서는 세단.
김미순, 별로 신경쓰지 않고 그 옆을 지나치려는데
운전석 문이 열리면서 그녀가 지나가는 길을 막는다.
김미순, ? 멈춰서서 보면 그 차에서 누군가 천천히 내려선다.
쳐다보던 김미순, 순간 헉...! 숨이 막히는 표정으로
들고 있던 조기꾸러미를 툭..! 떨어뜨리고 만다. 덜덜 떨리는 손끝...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싸늘한 한승재의 눈빛! 그 위로.
한승재E 오랜만이구만.
다른 외진 일각.
김미순 (겁에 질린 얼굴을 들어 한승재를 본다)
한승재 아이가 이제 열두살인가?
김미순 (마른 침을 한번 삼키며) 예.. 예에..
한승재 똘망똘망하고 시원시원하게 잘 컸더구만.
(돌아보더니) 그래, 언제부터 그런 계획을 치밀하게 세운건가?
김미순 (겁이 나 말도 잘 나오지 않는듯) 계.. 계획이라니예? 무신 계획을..
한승재 그렇게 우연을 가장해 회장님과 자네 아이를 마주치게 한것 말일세!
김미순 (놀라며) 그건 오햅니더! 계획적이라니.. 참말로 천부당만부당입니더!
한승재 그럼.. 그 모든게 다 우연이었다 그건가?
김미순 예, 우연이었심더! 참말입니더!
한승재 자네가 빵공장 근처에 터를 잡은것도,
하필이면 자네 살고 있는 집주인이 빵공장에 다니는것도?
김미순 (멈칫.. 본다)
한승재 자네 아들이 빵공장에 와 빵을 훔친것도,
다시 회장님을 찾아와 빵값을 돌려준것도 다 우연이었다 그 말이지?
김미순 (본다. 보다가) 지, 지도 우리 탁구가 그 분을 그래 만날줄은
꿈에도 몰랐심더! 그 말은 참말입니더! (하는데)
한승재 (덥썩 김미순의 멱살을 쥐어잡으며 위협적으로)
두번 다시 내 눈에 띄지 말라 그랬지! 꽁꽁 숨어살라 그랬지!
김미순 (턱! 숨이 막혀오며) 하.. 한실장님예...!
한승재 혹시라도 내가 어떻게 나오나 시험해보는겐가? 간을 보는게야?
김미순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듯 강하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한승재 헌데 왜 내 눈앞에 나타난거야! 왜애!!!
김미순 당장 사라지겠습니더! 지금 당장 짐싸서 여길 뜨겠심니더!
두번 다시 눈에 안띄는곳으로 가서 꽁꽁 숨어살겠심더!
제발 우리 모자.. 한번만 살려주이소! 한번만....
한승재 (핏발서린 눈빛으로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노려보면)
김미순 지발 한번만 살려주이소 한실장님예..!! (간절하게 바라본다)
한스재 (본다. 보더니 그대로 밀치듯 턱..! 잡은 멱살을 놔버린다)
김미순 (순간 다리가 후덜거려 그대로 주저앉는다)
한승재 나는 이제 어떤 약속도, 어떤 보장도 해줄수가 없네.
자네하고 자네 아들한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내 원망은 말게.
모든건 다 자네가 자초한 일이야. (하더니 싸늘하게 돌아서서 간다)
김미순 ! (돌아본다) 한실장님! 한실장님예!!!!
한승재,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그대로 차에 타고 부웅! 떠난다.
김미순 이를 우야노..! 이를 우야믄 좋노..!!!
우리 탁구.. 우리 탁구...! (하더니 그제야 정신이 번쩍 난듯)
후덜덜 떨리는 다리로 겨우겨우 일어선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방향감각마저 잃은채 우왕좌왕하다가
집쪽으로 방향을 잡고 걷기 시작한다.
걸음이 점점 빨라지면서 정신없이 휘적휘적 집을 향해 달려간다.
탁구네 집 마당.
안채 문을 열고 나오는 안주인.
잔뜩 꽃단장하고 양산까지 척! 하니 펼쳐드는데
그 앞으로 완전 땀범벅이 된채 허겁지겁 뛰어들어오는 김미순.
안주인 어, 탁구엄마 마침 들어오는구나.. (하는데)
김미순 (아는척도 안하고 그대로 휑! 하니 지나쳐 아랫채로 간다)
안주인 (? 돌아보면)
탁구네 집 단칸방.
벌컥! 문이 열리면서 안을 들여다보는 김미순,
텅빈 방안. 탁구는 물론 보이질 않고, 왔다 간 흔적도 안보인다.
문 닫고 도로 돌아서며
탁구네 집 마당.
김미순 (안주인앞으로 다가서며) 우리 탁구.. 못보셨으예?
안주인 못봤는데. (보며) 근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하는데)
기만 (들어서며) 학교 다녀왔습니다!
안주인 어, 기만아. (돌아보는데)
김미순 (얼른 같이 돌아보더니)
기만아! 탁구는? 니 탁구하고 오늘 같이 안있었나?
기만 안그래두 오늘 뒷산에서 개구리 잡기루 했었는데요,
탁구가 안와서 그냥 오는 길인데요? 탁구 집에 아직 안왔어요?
김미순 (순간 눈앞이 아득해진다)
안주인 대체 무슨 일이냐니까 탁구 엄마! 탁구가 뭔 일 또 저지른거야? 응?
김미순 (넋나간 사람처럼) 탁구야.. 탁구야..! (하더니 그대로 달려나간다)
안주인 아니 저 여편네 또 왜 저래애? (하면서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본다)
기만 (같이 고개를 쭉 빼고 보면)
동네 어귀.
"탁구야! 탁구야아아아!!!" 이름을 부르며 여기저기 찾는 김미순.
지나가는 또래 애들이나 동네사람들에게 물어보며 이리저리 찾는다.
김미순 탁구야! 내 아들....! 탁구야!!! 김탁구우우!!! (미친듯 외치는데서)
굴다리밑 일각. (또는 아이들이 숨을만한 곳 일각) N.
하늘에는 별들이 슬프도록 아름답게 반짝거리고.
초승달은 갸날프게 그 하늘 한쪽에 걸려 있고,
여기저기 반딧불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하고.
그 한쪽에 나란히 앉아 있는 탁구와 유경.
둘 다 지나가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릴때마다 긴장했다가
그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면 다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탁구 (유경을 보며) 니 배 안고프나?
유경 (보더니 고개를 가로젓는다) 너는?
탁구 내는 마 끄떡엄따! (하자마자그 위로 E. 꼬르르르르 소리 우렁차게)
유경 (멈칫.. 탁구의 배를 본 뒤 다시 탁구를 보면)
탁구 뱃속이 미칬나.. 왜 이카노 참말로.
(애써 태연한척 웃는데 다시 E. 꼬르르르르 소리 우렁차게 울린다)
유경 (순간 피식.. 웃는다)
탁구 이 소리는 내 뜻과 다르다! 참말로 내는 배 한개도 안고프다! (하는데)
유경 (툭툭 털고 일어서더니) 그만 들어가자. 니네 엄마 걱정하시겠다.
탁구 (얼른 따라 일어서며) 니는? 니는 우짤긴데?
유경 나두.. 집에 들어가야지.
탁구 그러다 느그 아버지한테 또 맞으믄 우짤라꼬.
유경 (대답없다)
탁구 그라지 말고 나랑 같이 우리집으로 가자.
우리 어무이한테 얘기 잘하면 오늘 하룻밤은 재워줄수 있을기다.
유경 (그 말에 본다. 보더니) 있지, 사실은 아까 너 웃겼다?
탁구 응? (보면)
유경 아까 그거 말야, 장터에서 첨에 했던거.. 인천 앞바다에.. 그거.
탁구 아, 그거.. (하더니 반자동으로 개다리 춤 추며)
인천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곱푸 없이는 못마십니다!
쿵따라닷따 삐약삐약! 쿵따라닷따 삐약삐약!
유경 (나즉히 웃는다)
탁구 헤헤. (겸연쩍은듯 같이 웃으며 뒷통수 긁적거리면)
유경 김탁구, 오늘 고마웠어. 잘가.
탁구 니 참말로 괘않겠나?
유경 걱정마. 아버지두 지금쯤 술먹구 잠들었을 시간이니까.
내일.. 학교에서 보자. (그리고는 일별한뒤 집쪽으로 가는데)
탁구 유경아!
유경 (? 가다가 돌아보면)
탁구 내는 니 얘기 아무헌테도 말 안할기다! 맹세한다!
유경 (본다, 옅게 웃어준뒤 돌아서서 간다)
탁구 (본다. 보면서 씩 웃더니) 가스나. 웃으니까 참말 이뿌네.
(그러면서 쓱! 코 한번 문지른뒤 멀어지는 유경을 바라보는데서)
파출소 앞. N
힘없이 터벅터벅 그 앞을 지나가던 유경, 천천히 걸음을 멈춘다.
고개 돌려 파출소를 본다. 어쩔까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역시 들어가지 못한채 한숨 내쉬며 돌아서는데
그 때 턱! 하니 유경의 어깨를 잡는 손.
유경, 허걱! 놀라서 올려다보면 아버지 신씨다.
(다친 이마에 보기 흉한 반창고가 떡! 하니 붙어 있고)
유경 (순간 완전 얼어붙은것 마냥 겁에 질려 올려다보면)
신씨 이런 맹랑한 기집애! 감히 니가 날 이꼴로 만들고 내빼여?
유경 자.. 자.. 잘못했어요 아버지.. (하면서 흘끗 파출소쪽을 본다)
신씨 (순간 홱! 유경의 어깨를 자기쪽으로 돌려세우며) 그 놈 누구여!
유경 네? (덜덜 떨며 본다)
신씨 너하구 작당해서 날 이렇게 만든 그 놈! 누군지 대란 말여! 누구여!
유경 모.. 몰라요 나는...
신씨 니가 시방 나헌티 죽고싶지? 그치! (하면서 광기어린 눈빛으로 노려본다)
유경 ! (본다. 완전 기가 질린듯 두려운 시선으로 쳐다보는데서)
장터 일각. N.
장사치들이 하나둘 좌판을 접고 들어가는 분위기.
그 한쪽으로 걸어오던 탁구, 이리저리 자리를 접는 장사치들 너머로
엄마처럼 보이는 여자가 완전히 넋을 잃은채 앉아 있는게 보인다.
쭈그리고 앉은채 무릎위로 쭉 뻗어 늘어진 두 팔..
힘없이 떨군 창백한 표정위로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힌 그녀..
바로 탁구의 엄마 김미순이다.
탁구 (놀라서) 어무이!
김미순 (순간 짐짓 고개를 든다. 이 목소리는...?)
탁구 (다가서며) 어무이 여서 뭐하노?
김미순 (고개들어 본다. 보다가 벌떡 일어나 탁구를 본다) 탁구야.
탁구 어데 아프나? (하는데)
김미순 (실성한 사람처럼 다짜고짜 탁구의 팔이며 다리며 여기저기를 만져본다)
탁구 와 이카는데? (흐흐 웃으며) 간지러버 죽겠다! 와 이카노! 응?
김미순 (다시 탁구와 시선 마주치며) 니이.. 괘않나? 아픈데는? 다친데는?
탁구 없다. 와? 무신 일 있었나?
김미순 (순간 와락! 탁구를 끌어안는다)
탁구 (? 보면)
김미순 (어떻게든 이 아이를 안전하게 지켜야한다. 덜덜 떠는 눈빛에서)
일각> 차를 세워둔 채 운전석에 앉아 김미순과 탁구를 보는 한승재.
탁구를 데리고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나는 김미순을 본다.
한승재 서늘한 눈빛으로 보는데서.
탁구네 집 단칸방. N
벌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김미순,
그녀에게 이끌려 방안으로 같이 들어서는 탁구.
안에 들어오자마자 김미순, 가방을 끌어내리고 보자기를 풀어
짐을 싸기 시작한다. 옷도 싸고, 탁구 책도 싸고...
탁구 (본다. 보더니) 뭐하노?
김미순 (대답대신 짐 싸느라 분주하기만 한채) 짐싸는거 안보이나?
탁구 글쎄 뭐할라꼬 짐을 싸냐 말이다! 날도 어두벘는데!
김미순 내일 아침 첫차 타고 떠날기다.
탁구 (순간 멈칫..! 하는 표정으로 보더니) 어무이.. 또 병 도짓나!
툭하면 짐싸들고 야반도주하는 그 병.. 또 도진기가!
김미순 (계속 짐싸며) 이번엔 진짜다! 진짜로 그 사람이 나타났다 그 말이다!
탁구 대체 그 사람이 누군데! 내도 좀 알자!!
김미순 지금 말해줘봤자 니는 이해몬한다.
쪼매만 더 크면 그 때 다 알려줄기구마.
탁구 쪼매만 더 크면 쪼매만 더 크면.. 언제부터 그 말 했는지 아나!
김미순 글쎄 잔소리 고마하고 퍼뜩 짐부터 싸그레이! (계속 분주히 짐싸는데)
탁구 싫다! 내는 암데도 안갈란다!
김미순 (그 말에 돌아보며) 뭐라꼬?
탁구 내는 여서 살기다. 여 학교도 좋고, 친구들도 좋다.
이제 전학 댕기는것도 지겹다!
친구 쫌 사귈만 하믄 즌학가고, 사귈만 하믄 즌학가고!
김미순 탁구야!
탁구 대체 은제까지 이래 살아야하노!
내한테도 생활이라는게 있고 인생이 있다 아이가!
와 만날 어무이 맘대로 툭하면 짐싸들고 도망쳐 댕기야하는데!
김미순 탁구야...
탁구 돈 띠묵었으면 갚으면 될기 아이가!
내도 열심히 고물 팔아가 돈맹글어 갖다 주께!
김미순 그런게 아이다! 그런게 아이고...
탁구 아니면 뭐꼬! 대체 무슨 죽을죄를 졌길래 이래 도망만 댕기나 말이다!
김미순 (대답못한다. 그런 탁구를 멍하니 본다)
탁구 싫다! 이래 맨날 몰래 도망치듯이 사는거 이제 안할란다 내는!
죽어도 고마 여기서 죽을란다! (하더니 그대로 방문 열고 나가버린다)
김미순 ...! (멍하니 탁구가 나간쪽을 보다가 힘없이 주저앉는다. 시선에서)
방문 앞 쪽마루. N.
문을 박차고는 나왔지만 막상 멀리 가지도 못한채
방문앞 쪽마루에 걸터앉아 있는 탁구,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본다.
저녁때 유경이와 함께 올려다봤던 그 달과 별들이 거기 있었다.
실비집 일각. N
앞씬과 디졸브 되면서 그 하늘에서 다시 틸-다운 하면
그 하늘을 똑같이 올려다보고 있는 유경,
아버지 신씨한테 된통 깨진듯 머리채는 흐트러져 있고,
얼굴까지 멍이 든 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그 위로 남자들에게 술과 웃음을 팔고 있는 엄마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신씨는 건너방에서 빈술병을 낀채 코를 골며 잠들어 있다.
여전히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하늘을 보는 유경, 조용히 읊어본다.
유경 (멍한 표정에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사이다가 떴어도...
(생각이 잘 안나는데)
다시 탁구네 방앞 쪽마루. N
탁구 (앞의 유경이의 리듬을 받은듯..) 곱푸 없이는 못마십니다.
꿍따라닷따 삐약삐약.. 꿍따라닷따 삐약삐약...
(그러다 이내 재미없는듯 나즉히 한숨을 내쉬며 방쪽을 돌아보면)
탁구의 집, 방안. N
방안 가득이 어질러진 옷가지들.. 짐들... 가방들...
멍하니 앉아 있는 김미순, 깊은 시름으로 긴 한숨을 내쉰다. 시선에서
거성家 다이닝 룸. N
고풍스러운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중인 구일중의 식구들.
구일중을 가운데로 오른쪽에 홍여사와 자경, 자림이 앉아 있고,
맞은편으로 서인숙과 마준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그렇게 많은 식구가 식사를 하는데도 말 한마디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심지어 구일중은 석간신문을 보며 식사를 하고 있다)
그러다 홍여사 심기가 편치 않은듯 숟가락을 먼저 놓으면
구일중 (그제야 시선들어 홍여사를 보며) 왜.. 그만 드시게요?
홍여사 어, 영 소화가 안되서 말이다.
구일중 (서인숙 보며) 죽이라도 좀 끓어올려드려. (하는데)
홍여사 그럴거 읎네. 이러다 말겠지. 먼저 일어남세. (일어나 밖으로 나가면)
자경 (할머니 그러시는게 영 신경 쓰이는듯 보는데)
서인숙 (시어머니가 그러거나 말거나)
내일 당신 생일파티는 집에서 하기로 했어요.
오전 11시부터 가든파티로 하기로 했으니 그렇게 아세요.
구일중 ... (잠시 간격을 두더니, 대꾸 없이 다시 신문 집어들어 보면)
자림 엄마, 그럼 우리 내일 학교 안가도 되는거예요?
자경 어차피 토요일이라 일찍 끝날텐데 뭐. 수업 끝내고 와도 안늦어.
자림 그래두우! (서인숙 보며) 학교 안가도 돼요 엄마? 응?
서인숙 그렇게 하렴. 학교에다는 연락해 둘테니까.
자림 (좋아서 귀엽게) 만세! (하는데)
서인숙 내일 입을 옷들은 각자 방에다 사다뒀으니까 입도록 하구.
자림 (신나서) 네에!!! (하는데)
구일중 (턱.. 한쪽에 신문 내려놓으며) 내 생일보다 어머님한테나 신경 좀 써요.
(하더니 그대로 일어나 나간다)
서인숙 ...! (구일중을 본다. 순간 살짝 빈정이 상하는)
자경 (그렇게 나가는 구일중을 본다. 역시 신경이 쓰인다)
자림 (왠지 머슥해지면서) 난 내일 입을 옷이나 봐야겠다. (하면서 일어난다)
마준 저두 먼저 일어날께요. (하면서 따라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서인숙 (보다가 낮은 한숨으로) 진짜 재미없네.. (심드렁하게 물을 마신다)
자경 (그런 엄마를 본다. 시선에서)
탁구네 집 단칸방. N
입을 헤 벌리고 잠들어 있는 탁구.
그 옆에 앉아 한숨 못자고 있는 김미순, 바라보는 표정에서.
플랫쉬 백>
탁구 나도 나중에 크면 회장님맹키로 훌륭한 싸나이가 될기다.
그래서 돈도 마이 벌어가 어무이 호강시켜드릴기다.
플랫쉬 백>
탁구 이래 맨날 몰래 도망치듯이 사는거 이제 안할란다 내는!
대체 은제까지 이래 살아야하노!
내한테도 생활이라는게 있고 인생이 있다 아이가!
다시 현재>
김미순 (본다. 보면서) 그래.. 니한테도 인생이 있지.. 맞는 말이다...
끄덕이다가 탁구가 차내버린 이불을 끌어다 덮어주며 다시 본다.
그렇게 깊은 한숨과 복잡한 심정으로 탁구를 쳐다보는데서. fade-out.
탁구네 집 전경. (아침)
째째째째.. 새소리와 함께 아침이 열리고.
탁구네 집 단칸방안.
거울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김미순의 얼굴.
이제와는 전혀 다르게 단아하고, 곱게 단장을 한 모습이다.
옷도 낡았지만 가장 정갈하게 깨끗한 양장투피스로 입고 있는 그녀,
거울을 보며 한번 더 마음의 다짐을 한듯 돌아앉는다.
여전히 이불속에서 입을 헤.. 벌린채 잠들어 있는 탁구.
김미순 탁구야. 탁구야 고마 일나라. 응? (조용히 타이르듯 깨우면)
탁구 (눈을 비비며 졸린 눈으로 꿈틀거리다가 엄마를 본다. 순간 멈칫..!)
어무이.. (하면서 후다닥 일어나 앉아 엄마의 새로운 모습을 빤히 보면)
김미순 어서 일나라. 오늘 내하고 같이 갈데가 쫌 있다.
탁구 어데.. 가는데에? (걱정스럽게 보면)
김미순 걱정마라. 도망가는거 아이다. 인사드릴러 간다.
탁구 ? (왠지 다른때와 전혀 다른 진지한 엄마의 모습에 빤히 쳐다보면)
거성家 파티 전경.
속속들이 도착하는 고급 승용차들,
거기서 내려서는 각계 인사들, 그 뒤로 비서관들이 선물꾸러미들을
산처럼 들고 줄줄이 따라 들어서는 모습들,
그 안으로 화면 이동하면 정원에 빼곡히 들어선 손님들.
사이 사이로 자리를 움직이며 인사중인 서인숙과 구일중의 모습.
그 한쪽에 그림자처럼 서 있는 한승재의 모습에서.
홍여사의 방.
밖의 소음이 들리는 가운데 혼자 책을 들여다보던 홍여사,
가슴이 이상하게 뻐근한듯 지그시 한번 누르더니
홍여사 왜 이리 가슴이 답답하고 싱숭생숭한고.. 어젯밤 꿈자리 때문인가...
(하면서 소음이 들리는 바깥쪽을 한번 돌아보면)
거성家 집 앞.
계속해서 도착하는 승용차들,
화면, 천천히 한쪽으로 이동하면 탁구의 손을 잡고 서 있는 김미순.
탁구, 이 엄청난 집을 올려다보며 그만 입이 딱 벌어진다.
탁구 우와..!! 세상에 이래 큰집이 있었나? 진짜로 크네 우와아아!!! (보면)
김미순 (조용히 탁구의 손을 꼭 잡더니) 드가자.
탁구 누구네 집인데? 어무이 아는 사람 집이가?
김미순 (그 집을 올려다본다. 보더니) 느그 아부지 사는 집이다.
탁구 ...!!! (순간 김미순을 돌아본다. 아버지...???)
탁구에게 시선 주지 않은채 그 집만 바라보는 김미순,
그러더니 탁구의 손을 잡고 그 집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그런 엄마에게 손을 잡힌채 이끌려 오는 탁구.
탁구 어무이 잠깐만! 어무이이이!!! (그 당황하는 얼굴에서 스틸..!)
<2부 끝>
.제빵왕 김탁구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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