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 3
거성家 파티 전경.
입구에 속속들이 도착하는 각계 인사들,
그 뒤로 비서관들이 선물꾸러미들을 산처럼 안아 들고
줄줄이 따라 들어서고 있는게 보인다.
그 안으로 화면 이동하면 정원에 빼곡히 들어선 초대객들.
사이 사이로 자리를 움직이며 인사중인 서인숙과 구일중의 모습.
한쪽에 서서 그 두 사람을 조용히 시선으로 쫓고 있는 한승재에서.
거성家 집 앞.
계속해서 도착하는 승용차들,
그 앞에서 이 큰 집을 올려다보고 있는 김미순과 탁구
탁구, 이 엄청난 집을 올려다보며 그만 입이 딱 벌어진다.
탁구 우와! 세상에 이래 큰집이 있었나? 진짜로 크네 우와아아!!! (보면)
김미순 (조용히 탁구의 손을 꼭 잡더니) 드가자.
탁구 누구네 집인데? 어무이 아는 사람 집이가?
김미순 (다시 한번 그 집을 올려다보며) 느그 아부지 사는 집이다.
탁구 (순간 김미순을 돌아본다. 아버지...?)
탁구에게 시선 주지 않은채 그 집만 바라보는 김미순,
그러더니 탁구의 손을 잡고 그 집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그런 엄마에게 손을 잡힌채 이끌려 오는 탁구.
탁구 어무이 잠깐만! 어무이이이!!!
바로 그 때 그 두사람의 앞을 가로막는 수행원1과 수행원2.
김미순과 탁구, 멈칫.. 걸음을 멈추고 수행원1을 보면.
수행원1 초대장을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탁구 (왠지 긴장되는 눈빛으로 수행원1을 본뒤 다시 김미순을 보면)
김미순 회장님을.. 만나러 왔는데예.
수행원1 (일단 행색을 한번 훑어보더니)
죄송합니다만 초대장이 없으면 들어가실수가 없습니다.
김미순 (그 말에 일순 표정이 굳더니, 일부러 등을 곧게 펴며)
가서 김미순이가 왔다꼬 전해주이소. 그라믄 알깁니더.
수행원1 (김미순...? 본다. 시선에서)
정원 일각.
한승재 (놀란듯 돌아보며) 누구라구?
수행원2 (살짝 난감한 표정으로) 김미순이라는 분입니다.
자꾸 회장님을 만나야겠다면서.. 아주 막무가냅니다. 한실장님
한승재 (순간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신다. 그러면서 파티장쪽을 돌아보면)
저쪽으로 사람들틈에 서서 인사를 나누는 서인숙과
그 옆으로 서 있는 구일중이 보인다.
그 옆으로 마준이가 두 부부옆에 서서 어른들께 인사중이다.
한승재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 여자 지금 어딨나.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쪽. (사람들 눈에 잘 안띄는 쪽으로)
탁구의 손을 꼭 잡은채 안으로 들어서려는 김미순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수행원1.
수행원1 이러시면 안됩니다. 함부로 들어가실수 없습니다!
김미순 글쎄 내가 함부로 들어가도 되는 사람인지 아인지
회장님 만나보믄 안다 아입니꺼! 비키소 마!
뿌리치듯 수행원1을 밀쳐내며 탁구 손을 잡고 들어서다 순간 멈칫!
걸음을 멈춘채 뚫어져라 정면을 바라본다.
탁구도 같이 멈춰선채 엄마가 쳐다보는쪽을 같이 보면
몇미터쯤 앞에 서 있는 한승재, 차갑게 가라앉은 무서운 눈빛으로
잠시 노려보더니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 김미순앞으로 다가선다.
순간 김미순, 긴장하면서 탁구의 손을 더 꼭 힘주어 잡으며 본다.
한승재 (바로 코 앞까지 다가와 멈춰서더니, 살벌하게, 그러나 나즉히)
자네..! 지금 여기서 뭐하는거야!
여기가 어디라구 함부로 찾아와! 미쳤어?
탁구 (살짝 무서운 표정으로 김미순을 돌아보면)
김미순 (두려움으로 긴장하는 그녀, 애써 안그런척 턱을 꼿꼿이 들며)
회장님을 만나뵈러 왔는데예. 안됩니꺼?
한승재 더 이상 문제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이 집에서 나가게.
좋은말로 할때 당장 나가! 당장!
김미순 (순간 고집스러운 눈빛으로) 안나갑니더.
한승재 (한쪽 눈썹 삐딱하게 치켜뜨며) 뭐야?
김미순 회장님을 뵙기전엔 어림없심더. 한발짝도 몬나갑니더.
지가 우리 탁구까지 데꼬 이 집 문을 넘어왔을땐
절대 그냥 심정으로 온게 아이라는것쯤은 알아채셔야지예.
한승재 그러다 자네 정말 나한테 끝장나는수가 있네.
김미순 해볼테면 해보시든가예. 지도 마 이자는 죽기살깁니더.
(하더니 그대로 탁구 손을 잡은채 한승재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간다)
한승재 ! (돌아본다. 보더니) 잡아!
동시에 수행원1과 수행원2, 계단을 올라서려는 김미순을 붙잡는다.
김미순 치소! 어데 함부로 손을 대는교! 저리 비키이소 마! (하는데)
수행원1 (김미순의 입을 틀어막으며 제압한다)
탁구 (놀라서 보며) 어무이! 어무이이이!!!
탁구, 재빨리 달려들어 수행원1과 2를 김미순으로부터 떼어놓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그만 완력에 밀려 그대로 바닥에 나뒹구라진다.
김미순, 탁구를 돌아보면서 계속 발버둥치지만 벗어나기엔 역부족.
탁구, 그런 김미순을 어쩔줄 모른채 보다가 홱! 고개 돌려 계단윗쪽을
올려다본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 쪽을 향해 냅다 달리기 시작한다.
탁구 살려주이소!!! 살려주이소오!!!!! (하면서 계단을 뛰어올라간다)
한승재 ! (젠장! 낭패감으로 탁구를 돌아본다)
수행원1/2 ! (돌아본다)
김미순 ! (입이 틀어막힌채 탁구를 돌아보면)
파티가 열리는 정원.
그 위로 뛰어올라오는 탁구, 절박하게.
탁구 살려주이소! 우리 어무이 좀 살려주이소오오!!!!! (하고 외치는 순간)
탁구, 지나가던 웨이터와 부딪혀 그만 바닥에 넘어지고 만다.
쨍그랑!!! 웨이터가 들고 있던 쟁반이 떨어지며 잔들이 산산조각 나면서
순식간에 파티의 소음이 일순간에 사라지면서 사람들 일제히 돌아본다.
서인숙, 구일중, 마준도 같이 그 쪽을 돌아보면
탁구, 부딪힌 충격에 아픈듯 으으으으..!!! 찡그리면서 고개 들다가 멈칫!
자기를 향해 있는 사람들의 시선과 마주친다.
순간 멍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탁구.
거기에는 탁구가 상상도 할수 없었던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잘 차려입은 사람들, 산더미같은 음식들, 얼음조각과 화려한 장식들..
그리고 한쪽에는 현악오중주팀들까지..
탁구, 그 풍경에 압도당한듯 잠시 할말을 잊은채 바라보는데,
마준이 제일 먼저 탁구의 얼굴을 알아본다. 뭐지? 왜 저 녀석이...?
구일중도 탁구의 얼굴을 알아본듯한 표정이 스친다.
바로 그 때 덥썩 탁구의 뒷덜미를 잡아채서 일으키는 한승재.
한승재 (얼른 사람들을 향해) 별 일 아닙니다 여러분! 신경쓰지 마십쇼.
(하더니 무서운 얼굴로 탁구를 노려보며) 가자! (끌고 가려는데)
구일중 잠깐만! 거기 멈추게!!!
한승재 (순간 멈칫..! 돌아본다)
탁구 (? 돌아본다)
서인숙 (? 구일중을 돌아보면)
구일중, 천천히 걸음을 옮겨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와
탁구앞으로 다가선다. 순간 한승재 긴장하는 눈빛으로 구일중을 본다.
탁구도 구일중의 얼굴을 알아본다. 뜻밖이라는듯 쳐다보며
탁구 어? 회장님예...!
구일중 (역시 그 당돌한 꼬마녀석이었구나.. 보더니, 시선들어 한승재에게)
무슨 일인가. 왜 이 아이가 여기 있는거야?
한승재 회장님께서는 모르셔도 되는 일입니다.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다급히 탁구를 끌고 가려는데)
탁구 (버티며) 우리 어무이 좀 살려주이소 회장님예!!
이 아저씨들이 우리 어무이를 잡아갈라캅니더!
한승재 입닥치지 못해! (위협하는데)
구일중 잠깐만! 거기 서게!
한승재 (멈칫... 구일중을 본다)
구일중 (한승재를 본다. 보더니 천천히 걸음을 옮겨 계단 아랫쪽을 내려다본다)
순간 저 아래로 수행원1과 2에게 잡혀 있는 김미순과 시선 마주친다.
구일중, 사실 첫눈에 김미순을 알아보지 못한듯 그저 빤히 보면
김미순, 자기를 붙잡고 있는 직원 두 사람의 손을 뿌리친다.
직원 두사람 재빨리 김미순을 다시 잡으려는데
구일중, 손을 들어 그들을 저지한다.
수행원 둘, 한승재의 눈치를 한번 본뒤 일단 뒤로 물러서면
김미순, 일단 머리와 옷매무새를 만지고는 한번 심호흡 한뒤
천천히 구일중쪽으로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노려보는 한승재를 똑바로 마주보며 계단을 올라오는 김미순,
그대로 한승재를 지나쳐 탁구 옆에 멈춰선다.
그리고 구일중을 향해 돌아선다.
순간 저 뒤에 서 있던 서인숙, 얼굴이 창백해지며 김미순을 본다.
말도 안돼! 하는 표정으로 빤히 본다.
김미순 (최대한 담담하고 차분한 표정으로)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더 회장님예. 그간 무고하셨심니꺼.
(그러면서 고개 숙여 정중히 구일중에게 인사한다)
구일중 (순간 그 얼굴을 알아본다. 흔들리는 눈빛... 그 위로)
김미순 탁구 니 뭐하노. 회장님께 인사드리지 않고.
한승재 (뒤에서 나즉히, 그러나 충분히 위협적으로)
자네.. 후회할짓은 하지 않는게 좋아!
탁구 (그 말을 들었다. 그 말에 다시 김미순을 돌아본다)
서인숙 (금방이라도 호흡곤란을 일으킬것같은 표정으로 바라보면)
김미순 (의연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구일중을 향한채)
어서 인사드리그라 탁구야. 이분이 바로... 느그 아부지시다.
탁구 ! (순간 놀란다)
한승재 ! (관자놀이의 힘줄이 튀어나올만큼 어금니를 꾹 물며 본다)
구일중 (동요하지 않는 표정으로 조용히 김미순을 보면)
동시에 주위로 아버지? 하면서 놀라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퍼지고.
그 광경에 서인숙, 순간 밀려오는 현기증을 느끼며
자기도 모르게 와인잔을 든 손을 힘없이 툭.. 내린다.
그 바람에 그녀의 손에 들린 와인잔에서 주르르르..
붉은 술이 바닥으로 쏟아져 내린다.
insert> 계단쪽. 마침 계단을 올라오던 자경,
걸음을 멈춘채 그 광경을 빤히 올려다본다.
다시 정원>
마준, 충격으로 얼어붙은듯 구일중을 쳐다보고 있다.
구일중, 천천히 시선을 내려 탁구를 본다.
탁구 역시 얼떨떨한 표정으로 구일중을 올려다본다.
뭐라꼬? 이 분이.. 내 아부지라꼬? 점점 커지는 두 눈에서.
탁구네 교실. (점심 시간)
와글와글 떠드는 학생들, 교실 이리저리 뛰어다는 가운데
한쪽에 앉아 있던 유경, 옆 분단 탁구의 빈책상을 돌아본다. 그 위로
친구1 근데 기만아! 탁구는 왜 결석이야? 어디 아프대냐?
기만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아침 일찍참에 걔네 엄마랑 서울 갔대.
친구들 (와! 부러운듯) 서우울?
유경 (서울...? 하면서 얘기 나누는 친구들쪽을 본다. 무슨일일까 싶은데)
누군가 선생님 오신다!
소리에 일제히 일사불란하게 책상앞에 앉는다.
그 뒤로 선생님 들어오면서 뒤늦게 자리로 가는 학생들 머리를
막대기로 통통 치면서 교탁으로 들어선다.
"자 다들 국어책 98쪽 펴라!" 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아이들 후다닥 책을 펼치는 가운데
유경, 한번 더 탁구의 빈자리를 본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에서.
홍여사의 방.
홍여사 지금 그게 무슨 말인가? 누가 돌아왔다구?
공주댁 미순이요, 큰 사모님! 시방 밖에 미순이가 와있다니께유!
홍여사 ! (보더니) 미순이...! 우리집에 있던 그 아이 말인가?
공주댁 예에, 근디 혼자 온게 아니구유, 옆에다 하나 달구 왔구만유.
(누가 엿듣는것도 아닌데 한톤 낮추며 속삭이듯) 사내아이여유.
홍여사 (본다. 순간 알수 없는 묘한 반가움으로 바깥쪽을 내다보는 시선에서)
거성家 거실.
완전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탁구, 쓱 눈동자만 굴려 쳐다보면
맞은편에 서인숙이 독기 오른 고양이처럼 김미순을 노려보고 있다.
(그 옆으로 마준은 잔뜩 불쾌한 표정으로,
그 뒷쪽으로 자림은 뭔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자경은 딱딱하게 굳어 있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중)
그리고 탁구 옆에는 그저 죄인처럼 시선을 떨군 김미순이 앉아 있다.
서로, 어느 누구도 말한마디 하지 않은채
그저 불편한 정적과 팽팽한 긴장만이 맴도는 가운데,
그 때 뒷쪽에서 문이 열리며 홍여사가 밖으로 나온다.
그러자 김미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홍여사를 본다.
탁구, 김미순을 한번 올려다 본뒤 슬그머니 따라 일어서면
홍여사 그 두사람앞으로 다가서서 멈춰선다.
김미순 (황송한듯 인사하며) 그간 옥체만강하셨는교, 큰사모님예.
홍여사 (깊은 시선으로 미순을 본다. 보다가 천천히 시선 돌려 탁구를 본다)
탁구 (도무지 영문을 모르는 눈빛으로 보더니, 일단 같이 꾸뻑 인사를 한다)
홍여사 (탁구의 얼굴을 보는 순간 잔잔히 떠오르는 묘한 표정...)
서인숙 (입을 꾹 다문채 점점 분노지수가 올라가는 표정으로 노려본다)
구일중E 설명해보게.
거성家 서재.
마주 서 있는 구일중과 한승재.
구일중 나한테 분명히 동명이인이라고 하지 않았나?
한승재 그랬습니다.
구일중 헌데 왜! 왜 나한테 거짓 보고를 올렸나?
한승재 (대답 못하면)
구일중 집사람이 그렇게 하라 시키든가?
한승재 (멈칫.. 그 말에 고개들어 구일중을 본다)
구일중 언제부턴가. 대체 어디서부터 이 일에 자네가 개입돼 있는게야!
한승재 (이내 시선 떨구더니) 저는 그저 회장님 가족의 화목과 평화를
지켜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뿐입니다.
구일중 (순간 버럭) 내 가족의 화목과 평화를 지키는 일은 내가 알아서 결정해!
그러니 주제넘게 내 가족일에 끼어들지 말게!
나는 자네의 충성심을 원하지 자네의 생각을 원하는게 아니야!
자넨 그저 내가 시키는 일만 따르면 되는거야! 알겠나!
한승재 (그 말에 쎄해지는 표정으로)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회장님.
구일중 (불쾌함 역력한 눈빛으로)
나한테 뭔가를 숨길거라면 제대로 숨기게.
그러지 못할거라면 아예 시도도 하지 않는게 좋아.
만약 내 집안 일에 또 다시 사사로이 끼어들거나 날 기만하면 그 땐!
(본다. 알수 없는 분노로 잠시 보더니)
아무리 자네라고 해도 절대 그냥 넘어가진 않을걸세.
한승재 (그 말에 다시 구일중을 본다. 의미깊은 시선으로 보다가 시선 떨구며)
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
구일중 (불쾌함으로 쏘아본다)
한승재 (속을 알수 없는 무표정함으로 내리깔은 시선에서)
다시 거성家 거실.
홍여사 아주.. 쏙 빼닮았구나.
탁구, 고개 들어 상석에 앉아 있는 홍여사를 본다.
홍여사 느이 아버지 어린 시절을 아주 그대로 빼다박았어.
서인숙 (그 말에 입을 꾹 다문채 불안한 시선으로 홍여사와 탁구를 노려본다)
홍여사 (시종일관 탁구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그래, 이름이 무어냐?
탁구 (선뜻 대답 못한채 홍여사를 보면)
김미순 (조용히) 뭐하노, 어른이 물어보시는데 퍼뜩 대답안하고.
탁구 (김미순을 한번 보더니 다시 홍여사를 보며) 김탁구라캅니더.
홍여사 탁구?
탁구 예, 탁구요. 탁구를 잘해가 김탁구가 아이고,
높을탁에 구할구를 써서 김탁굽니더.
자림 (순간 그 이름이 웃긴지 풉! 웃는다)
자경 (찌릿! 엄한 눈짓을 보내면)
자림 (이내 웃음을 거두며 머슥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린다)
마준 (시종일관 못마땅한 눈빛으로 탁구를 노려보면)
김미순 회장님께서 직접 지어주신 이름입니더.. 성은.. 지 성을 갖다 붙였고예.
홍여사 그래애, 높을탁에 구할구자를 써서 탁구라.. 그렇구나.
서인숙 그래서.
김미순 ? (멈칫.. 고개 돌려 서인숙을 보면)
서인숙 아이까지 앞세워 이렇게 난데없이 불쾌하게 불쑥 나타난 이유가 뭐야?
뭘 바라고 이렇게 극적인 등장을 한거니?
홍여사 이유라니! 아들이 애비집에 찾아오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
서인숙 아들이요? 누가요? 지금 누가 그이 아들이라는건가요 어머니?
구일중E 언성 높이지 말아요!
서인숙 (순간 멈칫.. 돌아본다)
김미순과 탁구의 시선도 소리나는쪽으로 향하면.
서재쪽에서 나오는 구일중의 모습이 보인다.
(그 뒤로 간격을 두고 따라나오는 한승재, 서인숙을 한번 본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세 여자 사이에 멈춰선 구일중,
표정없이 잠시 탁구를 내려다본다. 탁구도 고개 들어 구일중을 마주본다.
그렇게 구일중과 탁구, 아주 짧은 시선 주고 받더니,
구일중 (자경, 자림, 마준에게) 너희들은 올라가 있거라.
자경, 자림, 마준, 일제히 구일중을 보면
구일중, 아이들쪽으로 시선을 준다. 어서 올라가! 하는 눈빛.
아이들, 일제히 돌아서서 이층으로 올라간다.
구일중, 다시 고개 돌려 이번엔 김미순을 본다. 보더니
구일중 말해보게. 자네가 원하는게 뭔가.
김미순 (짐짓 시선들어 구일중을 한번 본다)
구일중 (그녀에 대한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시선으로)
이렇게 막무가내로 찾아온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거 아닌가.
무언가? 돈인가?
김미순 아입니더! 돈은 아입니더.
구일중 그렇다면 대체 뭘 원하고 찾아온겐가!
한승재 (뒤에서 서늘하고 조용한 눈빛으로 김미순을 노려보면)
김미순 (짐짓 시선을 떨군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듯)
탁구를... 그러니까 우리 탁구를 회, 회장님의 아들로 키워주시면..
안되겠심꺼?
탁구 ! (순간 이게 무슨 소리지? 놀라는 표정으로 김미순을 보며) 어무이..!
서인숙 ! (허..! 기막힌듯 김미순을 본다)
한승재 (입을 꾹 다문채 노려본다)
insert> 올라가는 계단 모퉁이에 나란히 서서 엿듣고 있던
자경, 자림, 마준도 역시 놀란듯한 표정으로 서로 시선이 마주치면
구일중 (조용한 눈빛으로 보며) 원하는게 단지 그것뿐인가?
김미순 (그저 고개만 두어번 힘주어 끄덕이면)
홍여사 암, 그래야지. 아이는 당연히 우리가 키워야지! (하는데)
서인숙 (OL) 전 그럴수 없어요!
일제히 (서인숙을 보면)
서인숙 엄연히 이 집에는 제가 있고 우리 애들이 있어요.
태생부터 천박한 저 아일 한집에 들일순 없는 일이예요! 절대 못들여요!
탁구 ! (천하다구? 불끈하는 표정으로 서인숙을 보는데 그 위로)
홍여사 왜 못들여! 탁구는 엄연히 아범 아들이다. 구씨 가문 핏줄이야!
서인숙 아범한테 아들은 우리 마준이뿐이예요!
다른 어느 누구도 인정할수 없어요! 내가 인정못해요!
홍여사 인정못하면! 아범더러 두집 살림이라도 해라 그 뜻이냐 지금?
서인숙 ! (순간 멈칫.. 하는 표정으로 홍여사를 본다)
김미순 (시선 떨군채 멈칫..! 한다)
한승재 (역시 멈칫하는 시선으로 홍여사를 본뒤, 이내 서인숙의 기색을 살핀다)
구일중 (말없이 불편한 표정...)
탁구 (왠지 이 모든것들이 낯설고 무서운듯 어른들을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홍여사 니가 정 그렇게 탁구를 못받아들이겠다면 달리 방법이 없잖니,
아범이 두집 살림하는 수밖에.
허기사 그리 되면 니가 굳이 탁구를 안맡아도 되긴 하겠구나.
어쩔테냐? 그 지경까지 한번 가볼 셈이냐? 진심으로 그러길 원해?
서인숙 (입술을 꾹 문채 홍여사를 노려본다, 분함에 눈시울이 붉어져온다)
한승재 (그런 서인숙을 보다못해 자책하듯 시선 떨군다)
insert> 계단 일각.
자경, 자림 마준, 완전 쎄한 표정으로 엿듣는 모습에서,
구일중 그만 고정하세요 어머님.
어머님 뜻이 그렇다면 아일 맡겠습니다.
서인숙 (이번엔 구일중을 노려본다. 쓰라린 분노와 배신감으로 노려보면)
구일중 (서인숙을 보며) 그렇게 합시다. 더 이상 골치아프게 왈가왈부 말아요.
어머니 뜻에 따르는걸로 이 문제는 여기서 끝내자구.
서인숙 여보!!!
구일중 (그 말을 막듯 홍여사에게) 이만 전 나가봐야겠습니다 어머님.
홍여사 그러시게. 어쨌든 자네 생일인데..
객 불러다놓고 쥔이 너무 오래 자릴 비우는것도 예의가 아니지.
구일중 그럼.. (그리고는 다시 한번 탁구쪽으로 짧게 시선을 준다)
탁구 (구일중을 보면)
구일중 (그대로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나간다)
서인숙 (나가는 구일중의 뒷모습을 야속한듯 노려본다)
한승재 (서인숙을 한번 본 뒤 조용히 구일중을 뒤따라 나가면)
서인숙, 남편의 야속한 결정에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툭..! 떨어진다.
분하고 화가 난다. 그대로 벌떡 일어나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집이 무너져라 있는 힘껏 쿵! 소리를 내며
거칠게 문을 닫아버리는 서인숙.
탁구, 그 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움찔하며 돌아본다.
그 소리에 죄인처럼 고개를 떨구는 김미순.
홍여사 (나즉히 한숨을 내쉰뒤) 미순이 너는...
(하다가 탁구를 의식하고) 탁구 어멈은 나 좀 잠깐 보자. (일어선다)
김미순 (보더니, 따라일어서면)
탁구 (자동으로 같이 따라 일어서는데)
홍여사 탁구는 예서 기다리고 있거라. (그러더니) 공주댁!
공주댁 (득달같이 나오면) 예, 큰사모님.
홍여사 이 아이 간식이라도 좀 내오게... (하더니 안으로 들어간다)
김미순 (탁구에게 시선으로 있으라고 한뒤 따라 들어간다)
그렇게 홍여사와 김미순, 방으로 퇴장하면.
홀로 남은 탁구, 그제서야 천천히 시선을 돌려 집안을 휘 둘러보는데,
그때 저쪽 계단쪽으로 나타나는 자경, 자림, 마준과 시선이 마주친다.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눈빛들.. 아! 완전 가시방석이다!
(오로지 자림만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탁구를 보고 있다.)
그렇게 탁구과 그 세남매의 대면에서.
홍여사의 방.
자리에 앉는 홍여사, 그 맞은편에 서는 김미순,
김미순 아까는 경황이 엄써가 인사도 지대로 몬드리고...
우선 절부터 받으이소 큰사모님예. (두 손을 눈썹까지 올려 큰절 올린다)
홍여사 (조용히 본다)
김미순 (절을 한뒤 그 앞에 무릎꿇고 앉더니)
지송함니더. 이제와 염치없이 아를 맡아달라케서...
홍여사 아니다. 이제라도 와줬으니 됐다.
김미순 사실은... 더 이상 도망칠데가 엄써서예.. 그래서 델고 왔심더.
홍여사 그랬구나. 잘했다. 니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아주 잘 한일이야.
김미순 (그 말에 고개들어 홍여사를 본다. 흔들리는 눈빛..)
홍여사 (보며) 그래, 안다. 말 안해도 알어.
그 긴 세월.. 혼자 아이 낳고 기르면서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꼬.
굽이굽이 그 사연 듣지 않아도 짐작이 가는구나.
김미순 (순간 울컥..!) 큰사모님예에...
(하더니 그만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만다)
홍여사 (나즈막히 한숨을 내쉬며 바라본다)
김미순 (소리도 내지 못한채, 입술을 깨물며 눈물만 뚝.. 뚝.. 흘리는데서)
거실 일각.
과일을 테이블위에 올려놓는 공주댁, 탁구를 유심히 쳐다보며
공주댁 가까이서 보니께 똘망똘망허니 깍아놓은 밤톨마냥 아주 잘생겼네 이?
탁구 (어색한듯 공주댁을 한번 보면)
공주댁 참말로 회장님을 꼭 빼닮은것 같으다아, 그자? (하는데)
자경 아줌마! 그만하구 가서 아줌마 일이나 보세요. (제법 카리스마 있다)
공주댁 이? 이이.. 그려. (하면서 가면)
탁구 (슬쩍 자경의 눈치를 한번 보는데)
자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탁구라고 했지? 근데 얘, 너 몇살이니?
탁구 (자림을 본다) 열두살인데요.
자림 그래? 우리 마준이랑 동갑이네? 생일이 언젠데?
탁구 5월.. 인데요.
자림 마준인 9월인데. 그럼 니가 마준이보다 형이네?
마준 웃기지 마! 저딴 자식이 왜 내 형이야!
자림 너보다 생일이 빠르잖아. 그러니까 너보다 형이지.
마준 난 저런 그지같은 자식 형으로 둔 적 없어.
탁구 (그 말에 살짝 삐딱해지며)
봐라! 내 그지같은 자슥 아이거든? 우리 어무이 자슥이거든?
마준 뭐가 됐든 우리집에서 당장 꺼져! 재수 없으니까, 이 그지 새끼야!
탁구 (순간 빈정 확 상한다) 뭐라꼬?
마준 맞잖아 너, 그지새끼! 더럽구 냄새나구 촌스럽구...
자경 (OL, 엄하게) 마준아! (만류하는데도 불구하고)
마준 괜히 사람 기분나쁘게 만드는 똥파리같은 그지새끼!
탁구 (순간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면서 노려보는데)
바로 그 때 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나오는 김미순.
자경, 자림, 문소리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 쪽을 돌아본다.
마준만 탁구에게 시선 고정한채 노려보면.
탁구, 마준을 같이 노려보다가 벌떡 일어나 김미순앞으로 다가선다.
탁구 (완전 열받은듯) 볼 일 다 봤나? 다 봤으모 고마 집에 가자! 퍼뜩 가자!
김미순 (탁구를 본다. 보더니 그대로 지나쳐 서인숙의 방문앞쪽에 선다)
탁구 (? 돌아본다)
세아이들 (? 보면)
김미순 (닫힌문을 향해) 사모님예, 지 고마 가보겠심더.
insert> 거성家, 서인숙의 침실.
집기들이 이리저리 던져진채 엉망이 돼버린 방안.
그 한쪽 소파에 앉아 있는 서인숙, 살벌한 표정 위로
김미순E 이래 폐만 끼치가.. 참말로 송구하고 면목이 없네예.
다시 거실.
김미순 (닫힌 문을 보며 계속) 이런 말씀 드리는거 참말로 염치없지만서도...
그래도 마 우리 탁구.. 잘 부탁합니데이.
탁구 어무이 지금 뭐하노! (너무 싫다!)
김미순 이 놈아는 먹는거 입는거 안까다롭고 수탈하고예,
유별나게 가리는것도 없심더.
탁구 차라! 시끼럽다!
김미순 잔병치레도 잘 엄꼬예, 그라고 또.. 그라고 또... (잘 생각이 안나는데)
탁구 듣기싫다! 고마하고 퍼뜩 집에 가자! 퍼뜩! (하는데)
김미순 (돌아보며) 가긴 어델 가노! 느그 집은 오늘부터 여긴데!
탁구 싫다! 미칬나! 와 여가 내 집이고!
김미순 아부지 사는 집이니까네 니 집도 된다.
오늘부터 여기서 밥묵고, 여기서 잠자고, 핵교도 여서 댕기고..
탁구 (OL) 싫다카는데 와 자꾸 그랬쌌노! 내는 안성 집에서 살기다!
밥도 그 집에서 묵고, 잠도 그 집에서 자고,
핵교도 그 집에서 다닐란다 내는!
김미순 봐라 탁구야!
탁구 싫다! 싫다카는데 왜 자꾸 날 떼놀라카노! 내가 그래 밉나!
김미순 누가 니 미워서 떼놓나! 잘되라꼬 떼놓지!
탁구 ! (보면)
김미순 니이.. 회장님처럼 훌륭한 사람 되고잡다메!
여기서 살모 니도 그래 훌륭한 사람 될수 있다!
회장님이... (순간 목이 메이지만) 느그 아부지가 그래 맹글어줄기다!
탁구 차라! 내 훌륭한 사람 안되도 괘않다! 기양 어무이 아들로 살란다.
(하더니 울먹거리며 사정하듯) 내 앞으로 더 잘하께!
기마이하고 쌈박질도 안할기고, 빵도 안훔쳐묵을께!
요에다가 대동여지도도 안그리께! (순간 눈물이 뚝..! 떨어지며)
나 떼놓고 가지 마라 어무이! 나 떼놓고 가지 말란말이다!
(하더니 흐으....! 하고 쉰소리를 내며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김미순 (동시에 울컥..! 하면서 같이 치밀어 오르는 눈물..,)
한쪽에서 마준, 자경, 자림, 낯선듯 그런 탁구와 김미순을 보고 있고,
그 뒤로 나온 홍여사와 공주댁도 안타깝게 그 모습을 보고 있다.
김미순 (탁구의 어깨를 두 손으로 꼭 감싸듯 잡더니, 조용히 타이르듯)
탁구야. 낼 좀 봐라.
탁구 (흐으.. 섧게 흐느끼는 소리를 내며 김미순을 올려다 보면)
김미순 니이.. 싸나이제?
탁구 (고개를 한번 끄덕인다. 그 위로 계속 눈물이 주르르 떨어진다)
김미순 자고로 싸나이는 큰 물에서 놀아야한다 아이가.
이래 어무이 치마폭에 쌓여있으모 난중에 우째 큰사람 될래? 응?
내는 우리 아들이.. 난중에 큰 사람이 되는것 쫌 보는게 소원인데..
(하면서 탁구의 까까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며 따뜻하게)
우짤기고? 엄마 핑생 소원인데.. 한번 들어줄기고?
탁구 (계속해서 솟구치는 눈물, 얼른 소매끝으로 닦아내도 계속 흐른다)
김미순 응?
탁구 (본다. 너무 싫지만.. 정말 싫지만.. 마지못해 고개를 한번 끄떡하면)
김미순 (순간 눈물이 핑그르.. 돈다. 그래도 꾹 눌러 참으며)
그래.. 그럴줄 알았다. 역시 우리 아들뿌이 읎네.
탁구 (그런데 점점 더 눈물이 복받쳐 오른다)
홍여사 (뒤에서 조용히 김미순이 탁구를 타이르는 모습을 바라보면)
김미순 밥굶지 말고, 기죽지 말고.. 응?
탁구 (입을 꾹 다문채 고개를 끄덕인다)
김미순 힘든 일이 있어도 싸나이답게 웃어넘기고 털어삐라. 응?
탁구 (서러운 울음으로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며 겨우 고개를 끄덕이면)
김미순 (순간 그런 탁구를 보며 미칠것처럼 가슴이 에여온다.)
그래.. 됐다...
(하더니 순간 눈물이 터지면서 그대로 홱! 돌아서서 가버린다)
탁구 ! (놀라서 보더니) 어무이! 어무이이이!!! (하고 따라나가는걸)
홍여사 공주댁! (그러자)
공주댁 (얼른 탁구를 잡는다)
탁구 어무이이!!! 어무이이이!!!!
김미순, 끝까지 돌아보지 않은채 현관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쿵..! 닫히는 현관문.
탁구, 그 자리에 서서 흐으으으! 섧게 울어버린다.
탁구 어무이이이!!!
홍여사, 쯧쯧쯔.. 나즈막히 혀를 차며 마음이 안좋은듯 시선 돌린다.
자경, 보다못해 그대로 이층으로 올라가버리면
자림, 탁구를 한번 보더니 그대로 쪼르르 자경을 따라 올라간다.
마준, 끝까지 그 자리에 서서 탁구를 노려본다.
서인숙의 침실.
그 위로 탁구의 슬픈 흐느낌소리가 들려온다.
서인숙, 짜증이 밀려온다. 듣기 싫은 표정으로 꼬냑을 들이키는 모습.
거성家 정원.
밖으로 나와 현관문앞에 잠시 기대 서 있는 김미순, 가슴이 찢어진다.
어쩔줄 모른채 있다가 다시 돌아서서 들어가려고 문고리를 잡다가 멈칫!
아니다! 이러면 안된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돌아서는 그녀,
안떨어지는 발걸음을 옮기며 그 자리를 뜨려다가 한쪽을 돌아본다.
여전히 파티가 한참중인 그 곳.
구일중도 와인잔을 든 채 사람들과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얘기중이다.
김미순, 무심한 구일중을 바라본다.
구일중, 김미순의 시선을 느낀듯 흘끗 한번 돌아보면
김미순, 그를 향해 고개 숙여 목례한다. 잘 부탁드립니데이..!
구일중, 조용히 바라보는데 그 앞으로 다가서는 손님1,
구일중 얼른 손님1의 인사를 받으며 시선을 돌린다.
고개를 들어 그런 구일중을 바라보는 김미순,
왠지 야속한 기분으로 입을 꾹 다문채 계단을 내려가는데
그 앞으로 한승재가 떡 버티고 서 있는게 보인다.
김미순, 한승재를 보더니 무시하려는듯 그대로 지나쳐가는데
한승재 이러면 무사할거라고 생각했나?
김미순 (멈춰선다. 서더니) 궁지에 몰리면 쥐도 문다카지요?
한승재 그렇다고 호랑이굴로 지 새끼를 들이밀어?
김미순 (그 말에 돌아본다, 보더니)
호랑이 새끼헌테 젤로 안전한곳은 호랑이 굴 아이겠심꺼?
한승재 ! (본다)
김미순 (아들까지 떼어놓고 온 어미다. 무서울게 없는 심정으로 마주보면)
한승재 틀림없이 오늘을 후회하게 될걸세.
내가 그렇게 만들어주고 말겠어.
김미순 (그 말에도 전혀 위축됨 없이) 보이소 한실장님예.
에미라카는건 즈그 새끼를 위해서라면 무슨짓이든 합니더.
기름통 들쒀쓰고 불섶이라도 뛰어듭니더. 생살도 베어낼수 있심더!
우리 탁구.. 손끝 하나라도 건들기만 해보이소.
그 땐 지도 목숨 겁니더. 절대 가만 안있을깁니더!
(그러더니 입을 꾹 다문채 찬바람 나게 지나쳐간다)
표정 싸늘해지는 한승재의 뒤로 당당히 걸어나가는 김미순의 뒷모습.
수행원1과 수행원2를 지나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쿵..! 대문이 닫히면
그제서야 돌아보는 한승재, 닫힌 대문을 돌아본다. 시선에서.
거성家 대문 앞 길.
천천히 걸어나오는 김미순, 양쪽 주먹을 꾹 쥔채 걸어온다.
그러다 점점 그 걸음걸이가 비틀비틀..
두 다리에 힘이 쭉 빠진듯.. 한쪽벽에 기대서는 그녀,
순간 극심한 현기증으로 김미순, 그대로 눈을 꼭 감는다.
벽을 짚은 손이 덜덜덜 떨리고 있다.
핼쓱한 모습으로 다시 한번 거성家를 돌아본다. 애절한 눈빛에서.
거실.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서럽고 구슬프게 눈물을 흘리는 탁구.
홍여사, 그 옆에서 달래듯 손수건으로 탁구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홍여사 그만 울어라. 니가 그리 자꾸 울면 니 에미 가슴만 찢어진다.
탁구 흐으으으...! (그러나 쉽게 그 울음이 멈추질 않는다)
서인숙의 침실.
꼬냑을 연거푸 들이키는 서인숙,
그 위로 계속 탁구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거슬린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더 이상 참을수 없는 기분으로 홱! 돌아본다.
다시 거실.
쿵!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서인숙, 다짜고짜 탁구앞으로 다가간다.
혼자 거실에 남아있던 마준, 서인숙을 본다. 왜 저러지? 쳐다보면
서인숙 (탁구앞에 서서) 시끄러! 그만 울어!
탁구 (멈칫.. 서인숙을 올려다본다. 하지만 흐느낌이 금방 멈춰지지 않고)
서인숙 (순간 탁구의 흐느낌이 거슬린다. 참지 못한듯 폭발하며)
그만 울라니까!!!!
(하면서 그대로 짝! 탁구의 뺨을 날려버린다)
탁구 !!! (맞은 뺨을 감싸며 놀란듯 올려다본다)
홍여사 (놀라며) 어멈아!!!
마준 ! (역시 놀란듯 쳐다보면)
서인숙 시끄러워! 징징짜지 마! 우는 소리 내지말란 말야!
탁구 (완전 얼어붙은듯 놀라서 쳐다보면)
홍여사 (기 막힌듯) 어, 어멈 너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냐!
서인숙 (홍여사에게) 왜요? 안되나요?
어머님은 뭐든지 어머님 뜻대로 다 하시잖아요.
그년한테 아일 갖게 하셨구,
그년한테서 태어난 아일 기어코 이 집안에 들이셨구,
하나부터 열까지 뭐든 다 어머님 뜻대로 하시면서..
왜요? 전 이 아이한테 제 맘대로 하면 안되는건가요?
홍여사 너.. 술 취한거냐? 지금 주사 부리는게야 이 시에미 앞에서?
서인숙 네! 취했어요! 술에 취하지 않고는 도저히 이 상황을 견딜수가 없잖아요!
왜요? 그것두 역시 안되는건가요?
홍여사 (노기 띤 눈빛으로 서인숙을 쳐다보더니) 공주댁!
어멈 데리고 들어가 재우게. 아무래도 제 정신이 아닌것 같구먼.
공주댁 예, 큰 사모님, (하더니 서인숙에게) 그만 들어가세유 (하고 팔을 잡는데)
서인숙 (탁! 공주댁의 손을 뿌리치며)
내가 이 아이한테 어떻게 대하는지.. 두고 두고 지켜 보셔야할거예요!
어머님이 자초하신 댓가가 어떤건지 조만간 알게 해드리죠.
(그러더니 싸늘하게 홍여사와 탁구를 지나쳐 나가버린다)
홍여사 ! (입을 꾹 다문채 나가는 서인숙을 노려본다)
탁구 ! (말못할 먹먹함으로 그저 서 있으면)
마준 (혼자만 저 뒷쪽에서 혼자만 아는 웃음을 피식 웃는다. 시선에서)
정원.
파티장쪽으로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서인숙,
사람들, 서인숙의 흐트러진듯한 모습을 보고 하나 둘 길을 열어준다.
그 뒤로 저만치 서서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구일중이 보인다.
서인숙, 눈이 뵈는게 없는듯 구일중을 노려보며 그 앞으로 다가선다.
구일중, ? 돌아보는 순간 그녀에게서 코를 찌르는 술냄새가 풍겨온다.
살짝 찡그리며 쳐다보면
서인숙 어머니 뜻에 따르자구요? (허..! 비웃듯)
좋아요! 그렇게해요. 우리가 그 아일 맡자구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구일중 (표정없이 보면)
서인숙 호적은 절대 안돼요. (아주아주 단호하게)
만에 하나 저 아일 당신 호적에까지 올리겠다 그러면,
그 땐 나두 가만 있지 않겠어요.
내 회사 지분 상대 회사에 다 팔아버리고,
그런 다음 당신하고도 끝이예요. 그렇게 알아요.
구일중 ! (보면)
서인숙 (지나가던 웨이터의 쟁반에서 술을 집어들어 끝까지 꿀꺽꿀꺽 마신다)
구일중 (그런 서인숙을 살짝 못마땅한 눈빛으로 바라보면)
서인숙 (그대로 잔을 툭..! 바닥에 집어던진뒤 싸늘한 눈빛으로 보며)
아 참..! 생일 축하해요. 여보.
그리고는 냉랭한 표정으로 돌아서다가 그제야 사람들의 시선 의식하는
서인숙,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그대로 사람들을 헤치고 가버린다.
주변 사람들 흘끔흘끔 구일중과 서인숙을 번갈아 보는 가운데
구일중, 말없이 서인숙이 가버린쪽을 본다.
그러더니 그녀가 던지고 간 빈 잔을 집어들어 옆테이블에 올려놓는다.
그러면서 표 안나게 내쉬는 한숨.. 심기가 영 불편한 표정에서.
정문 앞.
휘청휘청 계단을 걸어내려오는 서인숙,
한쪽에 서 있는 한승재를 무시한채 수행원1에게
서인숙 차 준비 해! 청평으로 갈거야!
한승재 (서인숙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며) 사모님..
서인숙 (한승재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은채 그대로 나가버린다)
한승재 (돌아본다. 따라가지도 못한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시선에서)
집안 일각
그 곳에 혼자 쭈그리고 앉아 있는 탁구,
창문에 이마를 기댄채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울지 않는다.
그저 두 무릎을 감싸안은채 창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긴 모습에서.
홍여사의 방안.
기력 없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홍여사,
그녀앞에 놓여 있는 반상위로 두툼한 돈봉투가 보인다. 그 위로.
홍여사E 받거라.
짧은 회상> 그러면서 김미순앞으로 내미는 그 돈봉투.
홍여사 너 그동안 애쓰고 고생한거 내가 다 보상해주마.
일단 오늘은 이 정도만 넣어둬.
조만간 니 거처하고 니 살길도 내 다 마련해주마.
김미순 (그 돈을 보더니, 시선들어 홍여사를 보며)
기냥 일년에 한 두번.. 아 얼굴만 보여주이소. 그라믄 됩니다.
홍여사 글쎄 넣어두래두.
김미순 지가예, 세상 온갖 사람들헌테 비비적대고 굽신거리메 살았어도
딱 한사람.. 우리 탁구한테만큼은 떳떳하게 살았다 아입니꺼.
그란데 이제 와가 이 돈을 받아묵으모 우예 됩니꺼?
지는 참말로 나쁜년 된다 아입니꺼.
돈 바라고 아들 낳아도다케도 할 말이 없다 아입니꺼.
에미가 되가 세상 사람들한테 그런 손가락질 받아가믄서
무신낯으로 아 얼굴을 볼수 있겠심꺼, 예?
홍여사 (! 보면)
김미순 안됩니더. 지는 이 돈.. 절대 몬받아예.
다시 현재> 길고 나즉한 한숨을 내뱉는 홍여사.
홍여사 배움도 짧은것이 어찌 그리 속이 깊누..
어멈이 그것 반에 반만 닮았어도...
(그러면서 왠지 김미순에 대해 짠한 마음으로 한번 더 한숨을 내쉬면)
안성, 빵집앞 일각.
혼자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오는 김미순,
한쪽으로 책가방 메고 하교하던 유경, 김미순을 발견한다.
어? 보는데 그런데.. 탁구가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거지? 싶은데
옆으로 지나쳐가는 김미순, 넋나간 사람처럼 멍한 표정으로 터벅터벅..
유경, 멈춰서서 돌아본다. 어딘지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보면.
탁구네 집 마당.
현관문 밖으로 나오는 안주인과 엄씨.
안주인 (엄씨 어깨를 툭툭 털어줘가며)
숙직이라구 날밤새지 말고 눈 좀 붙여가며 요령껏 해요, 몸상하니까. 응?
엄씨 내가 알아서 해. (하고 나가는데)
그 때 반쯤 넋나간 김미순이 안으로 터벅터벅 들어온다.
안주인 어? 탁구 엄마. 그새 와?
김미순 (그 말에 천천히 걸음을 멈춘다. 멈추고 돌아본다, 멍한 표정)
안주인 (다가서며) 아니 얼굴이 왜 이래? 무슨 일 있었어? 어디 아퍼?
엄씨 (뒤에서 ? 보면)
안주인 탁구는? 탁구는 어쩌구 혼자와?
김미순 (힘없이) 두고 왔심더.
안주인 두고오다니이? 아니 애를 어따 두고와?
김미순 즈그 아부지한테 두고 왔심더... (하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져 온다)
안주인 아부지? 아니 탁구 아부지가 서울에 있었어? (하는데)
김미순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린듯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는다)
안주인 탁구 엄마! (하면서 같이 앉아 부축하는데)
김미순 (갑자기 끅.. 끅...! 울음이 솟구치며 가슴팍을 쥐어뜯으며)
아이고 가심이야.. 우째 여가 이래 아프노...
누가 지 목구멍으로 손을 쑤셔넣어가 심장을 다 쥐어뜯는갑네예.
아이고 가심이야.. 아이고 이 놈에 가심이 왜 이리 아프노, 아이고..!
(가슴을 퍽! 퍽! 치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마는데서)
탁구네 집 대문앞.
대문옆에서 엿듣고 있던 유경, 조용히 한걸음 뒤로 물러선다.
그랬구나.. 탁구가 가버렸구나. 유경,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떨군다.
서운한 감정.. 나즉히 한숨을 내쉬는데.
그 때 턱! 하니 유경의 어깨를 잡는 손.
유경, 화들짝 놀라서 돌아보면 신씨다.
신씨 여기냐?
유경 ?
신씨 여기가 그 놈이 사는 집이냐구! 내 머리 이렇게 만든놈!
(하면서 반창고 붙인데 가리키면)
유경 (얼른 완강하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니예요, 그 애 여기 안살아요!
(하더니 그대로 신씨 손을 뿌리치며 후다닥 도망친다)
신씨 (도망치는 유경을 보더니 쓱 탁구네 집 마당을 들여다본다)
그 마당안으로 울고 있는 김미순과 달래는 안주인,
그리고 한쪽에 서서 쳐다보고 있는 엄씨가 보인다.
일단 사람들이 많아 선뜻 그 집에 쳐들어가지는 못한채
퉤! 침 한번 뱉으며 몸을 숨긴채 들여다보기만 한다. 시선에서.
insert> 거성家 전경. (저녁)
땅거미가 내리고, 파티가 끝나는 분위기.
출장직원들, 펼쳐진 테이블과 의자들을 치우고 있는중이다.
구일중의 서재 앞 복도. N
피곤한 표정으로 한쪽으로 걸어온다. 서재문을 열려다가 멈칫..
고개 돌려 한쪽을 보면, 서재복도 끝쪽으로 나 있는 창가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는 탁구의 모습이 보인다.
(거실쪽에서는 잘 안보이는 공간)
구일중, 그 자리에 멈춰선 채 탁구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플랫쉬-백1> 1부. 앤딩.
빵을 훔치다 붙잡힌 탁구의 모습.
플랫쉬-백2> 2부.
구일중앞에 고물 판 돈을 내밀던 탁구,
탁구 저와 즈그 어무이의 명예회복을 위해
지난 주 내내 고물을 팔아가 빵값을 맹글어 왔다 아입니꺼.
지가요, 배고픈건 참아도 쪽팔린건 몬참는 성미라서요.
(묵직한 동전봉투를 두 손으로 내밀면)
구일중 대체 니 정체가 뭐냐?
탁구 지로 말씀드릴거 같으면 동신국민핵교 5학년 2반 49번 김탁구라캅니더!
플랫쉬-백3> 1부. 47씬.
미순 탁구요?
구일중 그래. 탁구. 높을탁에 구할구.
미순 아아.. 높을탁에 구할구...
(하면서 한손으로 아랫배를 만져보며 왠지 그 이름이 설렌다)
구일중, 무심히 내려놓는 신문에
<卓球, 제7회 아시아선수권 대회 서울 개최!> 에서.
다시 현재>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는 탁구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그러더니 어린것이 땅이 꺼져라 후우...! 한숨을 내쉬더니.
탁구 그래도 그렇지.. 이래 내를 달랑 떨궈놓고 가믄 우짜노.
참말로 무책임하게꾸로.. (그러면서 한번 더 한숨 내쉬는데)
구일중E 거기서 혼자 뭐하는거냐?
탁구 (? 화들짝 놀라서 돌아보더니 벌떡 일어선다. 차렷자세로)
회... 회장님요!
구일중 (조용한 시선으로 탁구를 보며) 뭐하구 있었어?
탁구 (사나에 체면에 울고 있었다는 말은 못하겠다, 슬쩍 시선 피하며)
기양.. 생각 좀 하고 있었심니더.
구일중 생각?
탁구 그게.. (잠시 머뭇거리더니)
지도 알고 보면 우리 어무이한테 뒷통수를 맞았다 아입니꺼.
이래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맹키로 어무이랑 떨어져삤는데..
앞으로 우째 살아갈긴지 생각 좀 해봐야 않겠심니꺼?
구일중 (왠지 탁구의 말투에 피식 웃음이 나올뻔한다, 허나 웃지 않은채)
쓸데없이 이런 저런 생각할 필요 없다.
넌 이제부터 이 집에서 제공하는 모든것들을 그저 누리고 살면 돼.
이미 그러기로 어른들끼리 결정을 내린 일이야.
탁구 그래도 지는 쫌 이상합니더.
이자부터 회장님이 즈그 아부지가 되는것도 그렇고..
앞으로 회장님을 우째 불러야 할지도 잘 모리겠고..
구일중 (그 말에 그저 조용히 바라보는데 그 때)
마준E 아버지.
부르는 소리에 구일중, 돌아본다.
탁구도 구일중의 뒷쪽으로 시선을 주면 그 뒤로 서 있는 마준.
마준 (구일중을 보며) 할머니가 저녁 식사 하시래요.
구일중 그래.. 알았다.
(그리고는 탁구를 한번 보더니 아무말 없이 돌아서서 주방쪽으로 간다)
탁구 (그런 구일중의 뒷모습을 시선으로 쫓는데)
마준 꿈도 꾸지마.
탁구 (? 마준을 본다)
마준 우리 아버지야! 그리고 여긴 우리집이야.
절대 니네 아버지두 니네 집두 될수 없으니까 당장 이 집에서 꺼져!
니네 집으루 가라구 이 그지 자식아!
탁구 ! (다시 슬쩍 인상이 구겨진다)
마준 (쓱 탁구앞으로 다가서더니 비웃듯 나즉히)
만약 여기서 더 버티면 너.. 죽을지도 몰라.
왜냐면 우리 엄마가 널 절대로 그냥 안둘거거든.
여차하기전에 얼른 니네 엄마 치마속으로 도망가 꽁꽁 숨는게 좋을걸?
탁구 !!! (순간 자기도 모르게 다시 주먹을 꾹 쥐고 노려보는데)
공주댁 (뒤에서) 둘이 거기서 뭐해? 저녁 안먹구!
회장님이랑 큰사모님 기다리셔!
마준 (씩 웃더니 이내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서서 가버린다)
탁구 (마준의 뒷모습을 본다. 멀어지는 마준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알수 없는 모욕감이 밀려오는 탁구, 두 주먹 꾹 쥔채 바라보는 시선에서.
거성家 주방. N
상석에 앉은 구일중, 그 오른편으로 홍여사가 앉아 있고,
왼쪽옆자리(서인숙의 자리)는 비어있다.
홍여사의 옆으로 자리 하나 비워둔 채 자림이가 앉았고
비어있는 서인숙의 옆으로 마준과 자경이가 각각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그 뒤로 들어서는 탁구, 잠시 머뭇거리며 서 있으면
홍여사 탁구는 핼미옆으루 와 앉거라.
탁구 (본다. 보더니 홍여사의 옆으로 가서 앉는다)
자경, 자림, 마준, 세 남매의 시선이 탁구의 동선대로 따라움직이면
홍여사 (서인숙의 빈자리를 보며) 어멈은?
자경 (얼른) 청평이요 할머니. 거기서 머리 좀 식히고 내일 오신댔어요.
홍여사 (순간 스치는 못마땅함)
구일중 드시죠 어머니.
홍여사 (이내 구일중을 돌아보더니) 그래, 어여 드시게. (숟가락을 들면)
구일중을 비롯해 온가족이 따라서 숟가락을 든다.
그 때부터 일체의 어떤 소리도 없이 밥을 먹기 시작하는 그들.
탁구, 앞에 놓인 밥을 본다. 물끄러미 바라본다. 보다가
문득 테이블 건너편 마준과 시선이 마주친다.
마준, 잔뜩 못마땅한 표정으로 탁구를 노려보고 있다. 그 위로
마준E 꺼져! 니네 집으루 가라구 이 그지 자식아!!!
탁구 (이번엔 시선을 옮겨 자경을 보면)
자경 (차가운 눈빛으로 탁구를 보더니 무시하듯 외면한다.)
탁구 (이번엔 다시 서인숙의 빈자리로 시선을 옮기면)
짧은 플랫쉬-백>
짝! 탁구의 뺨을 날리는 서인숙, "시끄럽다 그랬잖아!!"
다시 현재>
탁구,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인다.
주눅드는 표정인데 그 때 그 위로,
김미순E 밥굶지 말고, 기죽지 말고... 응?
insert> 탁구네 집 부엌.
혼자 우두커니 불꺼진 부엌에 앉아 있는 김미순.
(부뚜막에 솥만 하나 달랑 걸쳐 있는 아주 조악한 부엌안)
김미순, 불을 뗄 생각도 하지 않은채 빈 밥그릇만 쳐다보더니 힘없이
김미순 밥 굶지 말고, 기죽지 말고..
다시 거성家 주방. N
여전히 숟가락을 들지 못한채 식탁을 올려다보는 탁구, 그 위로
김미순E 힘든 일이 있어도 싸나이답게 웃어넘기고 털어삐라. 응?
탁구, 잠시 간격을 두고 앉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러더니 숟가락을 집어든다.
한숟가락 가득 흰밥을 퍼서 입안 가득 집어넣는다. 씹는다.
반찬도 한젓가락 웅큼 집어서 한입 가득 집어넣는다. 우걱우걱 씹는다.
자경, 시선들어 탁구를 본다. 마준도 자림도 하나 둘 탁구를 쳐다본다.
표정없던 구일중도 고개를 들어 탁구를 본다.
탁구, 양볼이 미어터져라 우걱우걱 쑤셔넣고는 열심히 씹어먹는다.
마준 그지 자식... (비아냥대는데)
자경 (표안나게 마준을 쿡! 찌른다)
마준 (밥맛 떨어진다는 표정으로 탁구를 노려보면)
홍여사 (왠지 탁구를 딱한 눈빛으로 보다가 아이들에게)
뭘 그렇게 쳐다보구들 있어! 어여 식사들 안허구!
그러자, 마준과 자경, 자림 얼른 시선을 거두고 식사를 한다.
자림은 여전히 그러면서도 흘끔 흘끔 탁구를 곁눈질 한다.
홍여사, 말없이 자기앞에 있던 반찬을 탁구앞쪽에 놔주면
탁구, 또 한젓가락 집어다 한입 가득 쑤셔넣는다.
우걱우걱 밥을 입안에 쳐넣듯 먹고 있는 탁구의 두 눈에
보일듯말듯 눈물이 맺혀온다. 또 한입 가득 퍼넣는 그 모습위로
김미순E 밥 굶지 말고, 기죽지 말고... 응?
다시 탁구네 집 부엌. N.
긴 한숨을 내뱉는 김미순, 그대로 무릎위로 얼굴을 묻는다.
소리없이 또 다시 가늘게 흐느끼는 그녀의 어깨...
그 모습 길게 주는 위로
희미하게 “탁구야...” 하는 그녀의 흐느낌 소리에서.
청평별장. N
콜콜콜... 술잔에 와인이 넘치도록 쏟아붓고 있는 서인숙.
그 와인잔을 들어 쭉 들이키더니 탁! 내려놓더니.
서인숙 왜 그 년이 내 앞에 다시 나타나게 해!
왜 그 년 아들이 내 집에 발을 들여놓게 해!
왜 나한테 이런 꼴을 당하게 해!
한승재 (조용히 서서 보면)
서인숙 (돌아보며) 당신 입 없어? 말해보라니까!
대체 그 아일 왜 살려뒀어? 왜 태어나게 그냥 뒀어! 왜애애!!!
한승재 (그 말에 서인숙을 보더니)
핏덩이를 안고 있었어.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애원하는데...
도저히 어찌해볼수가 없었어..
서인숙 그래서? 불쌍해서 보내줬어? 딱하구 안돼서 그냥 보내줬어?
한승재 그 정도면 충분히 겁을 먹었을거라고.. 알아들었을거라고 생각했어.
두번 다시 나타나지 않을거라고...
순간 서인숙 들고 있던 술병을 있는 힘껏 한승재를 향해 던진다.
퍽! 뒷쪽의 벽을 맞고 깨지는 술병,
동시에 한승재, 한손으로 볼을 감싼다. 파편을 맞은듯...
벽을 타고 줄줄 흐르는 술...
분노로 숨을 몰아쉬며 노려보는 서인숙,
그런 서인숙을 조용히 바라보는 한승재, 천천히 손을 내리면
한쪽 볼에 가늘게 베인 상처위로 피가 맺혀 있다.
그 모습을 보더니 서인숙, 순간 두 눈에 눈물이 고여오며
그대로 힘없이 소파에 주저앉더니 흐느끼기 시작한다.
서인숙 우리 아들이잖아...
한승재 ...
서인숙 우리 아들을... 위해서잖아!
한승재, 미안함과 죄책감과 안타까움으로 바라보더니
옆으로 다가와 뒤에서 그녀를 조용히 안아준다.
한승재 미안해... 다 내 잘못이다.
서인숙 (그 말에 천천히 돌아보더니 눈물어린 목소리로)
이 세상에 아무도 내 편이 없어.
아무도 날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어... 당신 말고는... 알아?
한승재 (본다. 정말 미안하고 괴로운 심정으로 서인숙을 꼭 안아주더니)
미안해. 두번 다시 이런 일로 마음 아프게 안할께... 약속해.
서인숙 (무너지듯 안긴다. 눈물 흘리는....)
한승재 (위로하듯 꼭 안아주는 그의 시선, 미안함과 결심으로 굳어진다)
홍여사의 방. N
상념에 잠겼던 듯 감은 눈을 조용히 뜨는 홍여사,
무언가 마음에 잔뜩 걸리는듯 낮은 시름으로 나즉히 한숨을 내쉬면.
거성家 서재. N
책상앞에 앉아 서류를 펼쳐놓은채
딴 생각에 잠겨 있는 구일중의 시선에서.
안성. 탁구네 집 방. N.
탁구의 이부자리를 펴놓은채 그 옆에 팔베개를 하고 누운 김미순,
손으로 탁구가 베던 배개를 조용히 만져본다.
김미순 우리 탁구.. 잘 자그래이.
거성家 집안 일각. N.
서서 창밖을 내다보는 탁구의 얼굴에서 fade-out.
안성> 탁구네 마을 전경. (오전)
자전거 탄 우체부 아저씨가 쭉 달려오는 모습.
안주인E 탁구 엄마! 탁구 엄마 나와봐!!
탁구네 집 앞.
김미순 (별로 의욕 없는 모습으로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면)
안주인 (편지를 들고 다가서며) 편지야! 탁구한테서 온 편지!
김미순 ! (본다. 순간 뛰쳐나와 안주인이 들고 있는 편지를 받아든다, 펼쳐본다)
탁구E 어무이 잘 있나? 내도 잘 있다!
김미순 (순간 왈칵! 반가움이 솟구치며)
탁구야...!
(그러더니 마음 급하게 읽어내려간다)
안주인 (그 옆에 서서 같이 읽어내려가는 위로)
탁구E 내는 밥도 잘 묵고, 잠도 잘 자고,
새로 전학 간 핵교도 잘 댕기고 있다.
편지 몽타쥬.
1. 새학급.
선생님의 소개로 인사하는 탁구의 모습이 보인다.
인사 끝나고 빈자리에 앉는 탁구.
그러자 옆 짝꿍 슬쩍 공책과 자기 물건들을 쓱 피하듯 가져간다.
탁구, 낯설음에 주위 친구들을 돌아본다.
정갈하고 깨끗하지만 어딘지 까칠하고 새침한 서울 친구들의 모습에서.
(INSERT> 같이 고물 줍던 정겨운 안성 친구들의 얼굴, 짧게 스친다.)
탁구, 표안나는 한숨 나즉히 내쉬는위로.
탁구E 슨상님도 친절하고, 같은 반 친구들도 모두 모두 친절하다.
2. 거실.
안으로 책가방 메고 들어서는 탁구 위로,
탁구 핵교 댕겨왔심더! (아무도 대답이 없자 더 크게) 핵교 댕겨왔심더어!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텅빈 거실을 둘러보는 위로)
탁구E 여기 서울 식구들하고도 이자 마이 친해졌다.
3. 자경의 방.
비스듬히 열린 문틈으로 슬그머니 들여다보는 탁구,
안에서 자경, 두꺼운 정석책을 펼쳐놓고 수학을 풀고 있는 중. 그 위로
탁구E 자경이 누부는 맨날맨날 내한테 공부도 잘 갈켜주고,
4. 2층 거실.
전화기를 붙잡고 수다중인 자림.
그 옆으로 슬쩍 지나치면서 쳐다보는 탁구 위로
탁구E 자림이 누부는 내한테 맨날맨날 재밌는 얘기도 잘 해준다.
5. 정원.
마준, 친구들과 자기들끼리 축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 먼발치에서 그저 쳐다만 보고 있는 탁구, 그 위로
탁구E 내랑 동갑인 마준이는 맨날 맨날 축구 하자고 어찌나 졸라댔쌌는지
마, 이자는 귀찮아 죽을지경이다. 그라고...
6. 주방 앞.
안으로 들어서던 탁구, 순간 안에서 나오던 서인숙과 마주친다.
탁구, 순간 멈칫.. 놀란듯 본다.
서인숙, 거슬리는 눈빛으로 탁구를 내려다본다.
탁구 아... 안녕하십니꺼. 목이 말라가 물 쫌 마실라꼬예..
서인숙 (살짝 짜증스러운듯 내려다보더니 쯧! 싸늘하게 지나쳐가버린다)
탁구 (자기도 모르게 맞았던 뺨으로 손을 가져가며 돌아보는 위로)
탁구E 그라고 사모님도 겉으로 표현은 잘 안하지만서도
내한테 신경 마이 써주시는거 같다.
다시 탁구네 집 (안성)
김미순 (편지를 읽어내려가며) 그러니까 어무이는 내 걱정 하지 말고..
밥 잘 챙겨 묵고, 잠도 잘 자야 한데이, 알긋나?
그럼 내 또 편지하께. 어무이 아들.. 탁구 올림...
안주인 (옆에서 같이 보다가) 아이구, 거봐. 잘 있을거라구 했잖여어.
애들은 빨라서 금방금방 적응한다니까는.
김미순 그러게예.. (마치 편지지가 탁구인양 소중하게 보고 또 보는 표정에서)
거성家, 이층 거실.
똑똑똑! 똑똑똑똑! 화난듯 노크하는 자경의 손.
잠시 후 문을 열고 나타나는 탁구의 얼굴, 문밖으로 쳐다보면
자경, 자림, 마준이 거기 서 있다.
탁구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면)
자경 니가 내 책상위에 있던 샤프펜슬 가져갔니?
탁구 예? 샤프.. 뭐요? 그게 뭔데예?
자림 아빠가 일본출장 갔다오면서 선물로 사다주신거야.
볼펜처럼 생긴 연필인데 그게 없어졌대.
탁구 그래요? 내는 몬봤는데 그런거...
마준 거짓말.
탁구 (? 탁구를 보면)
마준 니가 아까 누나방앞에서 기웃대는거 내가 똑똑히 봤거든?
탁구 아, 그건 산수숙제 쫌 물어볼라다가 큰누부가 바쁜것 같아서
기양 돌아나온긴데..
마준 거짓말!
탁구 거짓말 아이다! 흰밥 묵고 뭐하러 거짓말을 하겠노 내가!
자경 잠깐 니 방에 들어가봐도 되겠니?
탁구 (? 그 말에 자경을 보면)
자경 (그대로 탁구의 방으로 밀고 들어선다)
침대 하나, 책상 하나, 옷장에 책장까지 골고루 갖춰진 방.
자경, 곧장 책상앞으로 다가서서 여기저기 뭔가를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찾지 못한듯 찾던 손을 멈춘다. 없나...? 하는데.
지켜보던 마준, 갑자기 앞으로 나서더니
단번에 탁구의 두번째 책상서랍을 열고 뒤지는척 하다가
뭔가를 발견한다. 집어들면 바로 자경이가 찾던 샤프연필이다.
마준 찾았다! 이거 맞지 누나! 누나가 잃어버렸다는 샤프연필.
자경 ...! (멈칫... 그 샤프연필을 본뒤 시선을 옮겨 마준을 본다)
탁구 (어? 저게 왜 거깄지? 하는 표정으로 보면)
마준 내가 뭐랬어? 이 녀석이 훔쳤을거라 그랬잖아.
탁구 모함하지 마라! 내가 훔친거 아니다!
(자경을 보며) 참말입니더! 믿어주이소!
마준 니가 훔치지도 않았는데 왜 이게 니 책상서랍에 들어가 있냐구!
탁구 나도 모른다! 내가 안그랬는데 우째 알겠노!
아 참! 속을 디비가 보여줄수도 엄꼬! 참말로 미치고 팔짝뛰겠네!
마준 미치고 팔짝 뛰어봤자
우리중에 니가 하는 말 믿어줄 사람 하나도 없거든?
자경 (그 말에 다시 마준을 쳐다본다. 뭔가 걸리는듯 마준을 보면)
마준 더군다나 넌 원래부터 훔치기 대장이었잖아!
맨처음 안성공장에서 봤을때도 빵훔쳐먹다 걸렸었잖아! 아냐?
탁구 (순간 말문이 막히는데)
마준 하기사, 첩년 아들이 도둑질말고 할줄 아는게 뭐가 있겠어?
탁구 (멈칫..! 고개들어 본다) 뭐라꼬?
마준 우리 엄마가 그러드라 니네 엄만 첩년이라구.
첩년이라두 해서 팔자 한번 고쳐볼 생각으루 널 낳은거라구.
그러니까 한마디루 넌 어쩌다 생긴 불량품 쓰레기라구!
탁구 ! (본다)
자경/자림 (역시 마준이 지나치다는걸 알지만 쉽게 다른 말을 못하는 가운데)
마준 처음엔 빵, 그 다음엔 큰누나 샤프연필, 다음엔 뭐냐?
다음엔 뭘 또 훔칠건데? 설마 너.. 내 자리까지 훔치고 싶은건 아니지?
탁구 (순간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꾹 쥐는 위로 계속)
마준 (얄밉게) 안됐지만 니 주제에 그건 좀 무리겠다.
아무리 기를 써도 넌 첩년한테서 태어난 쓰레기잖아. 그치? (순간)
탁구 (마준의 멱살 나꿔채듯 잡아채며) 니 주딩이 몬닥칠래!
자꾸 니 그래 몬되게 씨부렸싸믄 주딩이 확 비벼삔다!
자경/자림 (놀라서 본다)
마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표정으로) 못닥치겠다면! 어쩔건데?
탁구 이 짜슥이 참말로! (하면서 주먹을 휘두르려는데 바로 그 때)
홍여사E 지금 둘 다 뭐하는 짓이냐!
순간 탁구의 주먹이 멈칫! 멈춘다.
마준도 멈칫 돌아본다. 자경과 자림도 역시 돌아보면.
안으로 들어서는 홍여사, 안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돌아본다.
탁구, 홍여사를 본다.
홍여사, 엄한 눈빛으로 탁구를 본다.
탁구, 본다. 보다가 천천히 잡았던 멱살을 놓으며 마준을 노려보면
마준, 탁구만 알아보는 빈정거림으로 씩 웃는 표정에서.
홍여사의 방.
홍여사, 바로 앞에 회초리를 갖다 놓은채 앉아 있고,
그 맞은편에 탁구와 마준 똑같이 무릎꿇고 앉아 있다.
그 뒷쪽으로 자경과 자림도 같이 무릎꿇고 앉아 있다.
홍여사 누가 먼저 시작한거냐?
아무도 대답을 못한다. 아니.. 안하고 있다.
홍여사 아무도 대답을 안하면 너희 네 녀석 모두 회초리를 맞게 된다.
그래도 대답을 안할참이냐?
(그래도 아무도 말을 하지 않자) 어허!! (위협하자)
마준 탁구가 큰누나 샤프연필을 훔쳤어요!
홍여사 (멈칫.. 그 말에 마준을 본다. 그리고 탁구를 보면) 훔쳐?
탁구 지는 절대 훔치지 않았심더! 결백합니더! 맹세할수도 있심더!
마준 제가 제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요! 틀림없었어요!
홍여사 확실히 탁구가 훔치는걸 본게 맞는거냐?
마준 그럼 제가 거짓말이라도 하고 있단 말씀이세요?
자경 (그 말에 시선 들어 마준을 본다)
마준 할머니도 보셨잖아요! 이 녀석이 저 때릴려구 그랬던거!
누나들한테 거짓말하다 들통나니까 주먹으루 덤빈거라니까요!
그런데도 할머닌 이 녀석 편을 드시는거예요? 예?
탁구 (그렇게 말하는 마준을 분하다는듯 노려보면)
홍여사 (조용한 시선으로 탁구와 마준을 본다. 그러더니 자경과 자림을 보며)
너희들도 정말 탁구가 훔쳤다고 생각하는거냐?
자림 (난처한듯 자경의 눈치를 보면)
자경 (잠시 마준을 본다. 보다가 홍여사쪽으로 시선 돌리더니 또박또박)
탁구가 훔쳤다고 단정지어 말할순 없지만..
잃어버린 제 샤프연필이 탁구 서랍에서 나온건 사실이예요 할머니.
탁구 (멈칫.. 자경을 본다)
홍여사 (다시 탁구를 보며) 사실이냐?
탁구 (홍여사를 보며) 예, 사실입니더. 하지만...
(자경을 보며) 그게 우째 거기 들어갔는지 지는 모르는 일입니더!
참말입니더! 믿어주이소! (진심으로 보면)
자경 (끝까지 탁구의 시선 외면한다)
마준 (쌤통이라는 표정으로 탁구를 보며 씩 웃으면)
홍여사 (그저 조용히 그 네명의 아이들을 차례로 본다. 보더니)
알았다. 탁구만 남고 다들 나가보거라.
그 말에 자경, 자림, 홍여사를 한번 보더니 일어나 나간다.
마준도 입가에 씩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홍여사와 탁구, 둘만 남는다. 그러자,
홍여사 걷어라.
탁구 (고개들어 본다)
홍여사 (엄한 시선으로 쳐다보며) 걷으래두.
탁구 (본다. 보더니 입을 꾹 다문채 종아리를 걷는다. 돌아서면)
홍여사 (너무나 순순히 걷는 탁구를 올려다본다)
지금부터 다섯대를 때리겠다. 어금니 꾹 물거라.
탁구 (어금니 꾹 문다)
홍여사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린다)
탁구 (순간 종아리에 불이 붙는것처럼 아프다! 하지만 소리는 내지 않는다)
찰싹! 찰싹! 계속 회초리를 휘두르는 홍여사와
맞으면서 어금니 꾹 문채 참는 탁구의 표정에서.
거실.
안에서 회초리 맞는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자림, 왠지 안타까운 표정으로 홍여사의 방쪽을 보고 있고,
마준은 혼자만 아는 미소 씩 지으며 돌아서서 계단쪽으로 올라가는데,
자경 구마준.
마준 (? 돌아본다) 왜?
자경 너 이런 짓.. 두번 다시 하지마.
마준 (뜨끔한 표정으로) 이런짓이라니? 뭐가?
자림 (? 아직 무슨 소린지 모르는듯 그 두사람을 쳐다보면)
자경 나는 이런식으로 유치하게 사람 골탕먹이는거.. 재미없거든?
마준 골탕이라니? 진짜루 저 녀석이 훔친거라니까?
자경 나두 처음엔 그런줄 알았어.
마준 지금 무슨 소리야! 기껏 잃어버린 샤프연필 찾아줬더니!
자경 내 말이 그 말이야! 어떻게 너는 잃어버린 내 샤프연필이
두번째 서랍에 들어있는걸 단번에 알아냈을까?
난 아까부터 그게 계속 궁금했거든?
마준 (순간 뜨끔! 하는 표정으로 보면)
자경 나두 쟤가 싫어. 하지만 이런 유치한 짓은 더 싫어.
니가 내 동생이라 한번은 봐주는거야.
한번만 더 이런짓 꾸미면 구마준 너,
할머니한테까지 갈것도 없이 나한테 먼저 혼날줄 알아!
(그러더니 엄격한 시선으로 본뒤 그대로 마준을 지나쳐 올라간다)
마준 (살짝 주눅 든 표정으로 보면)
자림 못됐다 구마준 너!
마준 무슨 상관이야! (쳇! 하더니 돌아서서 올라가버리면)
자림 (허! 기막혀 쳐다보는데서)
마준의 방.
털썩 책상앞에 앉는 마준, 잠시 그러고 있다가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두 주먹으로 쿵! 책상을 내리치는데서.
다시 홍여사의 방.
홍여사 억울하냐? 분하냐?
한쪽에 회초리를 내려놓는 홍여사와
바지를 걷은채 그 앞에 무릎꿇고 마주앉은 탁구.
억울하고 분한 표정으로 무릎위에 올려놓은 주먹을 꾹 쥔다.
홍여사 (보더니) 앞으로 살다보면 이런일은 얼마든지 있다.
니가 하지 않은일도 했다고 오해받을때가 있을게고,
너의 선의가 악의로 모함받을때도 있을게다.
세상에는 너를 좋게 보려는 사람보다 깍아내리려는 사람이 더 많을게야.
그런 일을 겪을때마다 억울하고 분하겠지. 화도 나겠지.
허나 화를 내서 해결되는건 아무것도 없다는걸 알아야한다.
주먹을 쓰는건 더더욱 니 인생에 도움이 되질 않아.
탁구 화를 내도 안되고, 주먹을 써도 안되믄... 절더러 우짜란 말입니까?
홍여사 흔들리지 말아야지.
탁구 ? (본다)
홍여사 너에게 단 한치의 거짓도 없다면 절대 흔들리지 말거라.
어떤 오해도, 어떤 모함도.. 견디거라.
틀림없이 진심은 통하게 돼있다. 암 언젠가는 꼭 통하게 돼있지.
탁구 지는.. 참말로 암훔쳤심더.
홍여사 그래, 안다.
탁구 그란데 왜 저만 혼내십니꺼?
홍여사 아직도 모르겠니? 나는 널 혼내는게 아니다. 널 가르치는중이야.
탁구 예?
홍여사 내가 너의 편을 들어주었더라면
아마 너는 이 집에서 더더욱 혼자가 됐을게다.
탁구 (순간 멈칫.. 그럼...? 일부러...?)
홍여사 무슨일이 생길때마다 내가 너를 감쌀수는 없는 일이다.
니 스스로 참고, 니 스스로 이겨야한다.
나는 너한테 지금 그걸 가르치는 중이란다. 알겠니?
탁구 ...? (알것도 같고, 모를것도 같은 눈빛으로 빤히 쳐다보는데서)
정원 일각.
나무밑에 앉아 있는 탁구, 회초리 맞은 자국을 후후! 입으로 분다.
그 앞으로 쓱 연고를 내미는 손. 자림이다.
탁구 (? 보면)
자림 발러. 쓰라린거 금방 가실거야.
탁구 고맙심더. (받더니 약으로 회초리 맞은곳을 바르는데)
자림 결국 할머니한테 설득당하고 나온거니?
탁구 예? (돌아보면)
자림 실컷 회초리 때려놓고, 나는 널 혼내는게 아니다 가르치는중이다,
그렇게 감동시키는게 우리 할머니 주특기거든.
(씩 웃으며) 물론 나나 마준이한텐 그게 잘 안먹히지만...
탁구 예에.. (그렇구나..)
자림 근데 내가 볼때 너는 껌뻑 넘어갈 스타일이라서 말야.
어때? 완전히 할머니편 하기루 마음 굳히고 나온거니?
탁구 (살짝 어색한 미소로) 한 집안 식구들끼리 니편 내편이 어딨슴니꺼?
자림 우리집은 그래.
탁구 (? 본다)
자림 아버지는 할머니편, 마준이는 엄마편. 자경언니는 자기 자신편.
탁구 그러는 작은 누부는 누구편인데예?
자림 나? 나는 영세 중립국. 편가르기에 별로 취미가 없어서 말야.
그래서 나는 엄마한테두 할머니한테도 별로 이쁨받지 못하는 쪽이야.
탁구 (왠지 이상한듯 빤히 보면)
자림 음... 그래도 영세중립국자로서 너한테 충고 하나 하자면,
웬만하면 그런 골치아픈 싸움에 휘말리지 않는게 좋아.
내가 볼땐 엄마나 할머니나 별로 다르지 않거든.
자식들을 사랑하는게 아니라 서로 힘겨루기에 이용한다고나 할까?
근데 말야. 솔직히 그런건.. 쫌 이상한거잖아.
탁구 (왠지 그런 자림에게 조금 마음이 가는듯 바라보더니) 근데요..
자림 (? 보면)
탁구 와.. 지한테 그런 얘길 해주시는긴데예?
자림 사실은 너 아까 마준이한테 덤빌때 쫌 멋졌거든.
난 멋진애가 좋더라. 그래서. (악의없이 씩 웃으면)
탁구 (본다. 피식 웃더니 연고 내밀며) 고맙심더.
자림 (받아들며) 나한텐 존댓말 안해두 돼.
탁구 (살짝 겸연쩍게 웃더니) 고맙다 누부야.
자림 (씩 웃으며 일어서며) 안들어갈거니?
탁구 바람 쪼매 더 쐬고...
자림 웬만하면 아랫채 작업실쪽엔 가까이 가지마.
거긴 아버지만 들어갈수 있어. 아버진 방해받는거 굉장히 싫어하시거든.
괜히 잘못 갔다 걸리는 날엔..
정말 그 땐 무슨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라. 알았지?
(그러더니 씩 웃으며 가버린다)
탁구 (본다. 보다가 나즈막한 한숨 길게 내뱉으며 아랫채쪽을 본다)
대체 이 집은.. 머가 이래 복잡하고 안되는게 많노...
(하면서 정원 건너편 저 아랫채쪽을 쳐다본다)
저 아래로 보이는 아랫채 풍경..
적막하고 뭔가 범접할수 없는 묘한 느낌이 풍겨온다.
탁구, 왠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면
그 뒤로 일각>
혼자 앉아 있는 탁구를 바라보는 한승재,
그늘지고 어두운 눈빛으로 탁구를 노려보는 시선에서.
거성家 전경. (새벽)
아직 여명도 밝아오지 않은 이른 새벽.
정원 건너편 아랫채쪽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탁구의 방. (새벽)
침대위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화면, 그 옆으로 쭉 이동하면 그 밑으로 방바닥에 이불만 둘둘 말고
헤..! 입벌리고 잠이 든 탁구의 모습이 보인다.
그렇게 세상 모르고 자다가 갑자기 코가 킁킁.. 냄새를 맡는다.
그러다 졸린눈이 떠진다. 미게 무신 냄새고?
다시 한번 킁킁..! 냄새를 맡는다. 아...! 빵냄새다..!
탁구, 순간 자기도 모르게 스르르 일어나면,
거실. (새벽)
계단으로 내려오는 탁구,
아직 잠에서 덜 깬듯 부시시한 모습으로 이리저리 빵냄새를 쫓는다.
일단 주방쪽으로 들어가본다. 아무도 없다.
킁킁..! 어디서 나는거지 이 냄새는? 바깥쪽을 돌아보면
정원. (새벽)
계속 냄새를 쫓아 아직 어두컴컴한 밖으로 나오는 탁구,
신발도 신지 않은채 맨발로 정원을 가로질러 오다가
저 앞으로 보이는 아랫채를 보며 걸음을 멈춘다.
그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게 보인다.
저기서 냄새가 나는것이다. 순간 그 쪽으로 발길을 옮기려는데
자림E 웬만하면 아랫채 작업실쪽엔 가까이 가지마.
괜히 잘못 갔다 걸리는 날엔..
정말 그 땐 무슨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라. 알았지?
잠시 망설이던 탁구, 그러나 냄새를 이기지 못한채
이끌리듯 그 아랫채쪽으로 다가선다.
아랫채 작업실. (새벽)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인채 그 쪽으로 다가서는 탁구,
대체 여기가 뭐하는 곳인데 이렇게 빵냄새가 진동을 할까...
그러면서 창문앞까지 다가가 주위를 한번 살핀뒤
천천히 고개를 내밀고 안을 들여다본다. 순간..!!!
두 눈에 휘둥그래지는 탁구.
그 곳은 바로 아버지 구일중의 빵작업실이었던 것.
한쪽벽에 어마어마하게 큰 화덕 오븐과,
다른 한쪽에 빵을 만들때 쓰는 밀가루와 재료들이 즐비하고,
이것저것 빵틀과 빵만드는 도구들이 가지런히 정리가 되어있다.
(탁구의 눈엔 동화의 나라 그 이상으로 환상적으로 보인다)
탁구,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이기지 못한채
다시 살금살금 문쪽으로 다가선다. 그러다 멈칫!
후다닥 모퉁이 뒤에 몸을 숨긴다. 그리고 다시 빠꼼히 눈만 내밀고 보면
문앞에 서 있는 구일중의 모습이 보인다.
제빵옷에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구일중의 모습을 처음 보는 탁구,
왠지 가슴 한켠이 두근두근 하며 감동으로 떨려옴을 느낀다.
구일중, 두 눈을 감은채 소매 걷은 팔을 허공에 쓱 내민다.
물살을 가르듯.. 천천히 그 손으로 공기를 가르기 시작한다.
마치 아주 중요한 의식을 치루듯 경건해보이기까지 한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멋지다...! 는 그런 느낌으로 바라보는 탁구.
그렇게 수초동안 손으로 공기를 가르던 구일중, 조용히 두 눈을 뜨더니
돌아서서 작업실 안으로 들어간다.
탁구, 쪼르르 그 문앞으로 다가와 열린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본다.
구일중, 작업대앞에 서서 조용히 밀가루와 물, 우유등등을 섞더니
반죽을 시작한다.
반죽하는 그의 손, 너무나 능숙하고 민첩하게 움직인다.
탁구, 와아...! 감동으로 입을 딱 벌린채 바라본다.
그리고! 반죽이 끝난뒤 그의 손에서 빚어져 나오기 시작하는 빵들.
오븐에 넣어지고, 구워진 뒤 다시 오븐에서 나오는 빵들, 빵들, 빵들...
그 찬란한 빛깔과 먹음직스러운 향기!
우와!!!! 탁구, 도저히 시선을 떼지 못한채 바라본다.
탁구와 빵의 운명적 첫만남이다. 그렇게 넋을 놓고 바라보는 그 때,
insert> 뒷쪽 어둠속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구둣발.
탁구, 조금씩 조금씩 열린 문틈 사이로 다가서면,
insert> 조금씩 조금씩 더 탁구의 뒤로 다가서는 구둣발.
천천히 화면 틸-업하면 한승재다.
탁구, 빵냄새에 이끌리듯 자기도 모르게 손을 들어 문을 잡는 그 뒤로
한승재의 시커먼 그림자가 점점 더 다가선다.
탁구, 최대한 소리 나지 않게 문을 미는것과 동시에
턱! 하고 탁구의 뒷덜미를 나꿔채는 한승재의 손.
순간 허걱! 놀라며 돌아보는 탁구.
작업실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에 번뜩이는 한승재의 눈과 마주친다.
탁구 ! (알수 없는 두려움이 휩싸이며 그를 본다)
한승재 (아주 짧은 순간 표정없이 무서운 눈빛으로 탁구를 내려다보더니)
재빨리 탁구의 입을 손으로 막은채 그대로 뒷덜미를 잡아 끌고 간다.
구일중, 기척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면 이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뭐였지? 무심한 표정에서.
정원 일각. (새벽)
맨발인채로 질질 끌려가다시피 가는 탁구의 발.
탁구의 입을 틀어막은채 억센 힘으로 탁구를 끌고 가는 한승재.
탁구, 두려움으로 한승재를 올려다보다가 뒤를 돌아본다.
따뜻한 냄새와 따뜻한 불빛이 흘러나오는 그 작업실이 점점 멀어진다.
insert> 작업실 안.
다시 빵만드는 작업에 완전 몰두한 구일중의 뒷모습.
다시 정원>
그 작업실과 점점 더 멀어지는 탁구.
순간 그 작업실과 멀어지고 싶지 않다는 기분에 강하게 사로잡힌다.
저항한다. 안끌려가려고 버둥대기 시작한다.
한승재, 더 강력하게 탁구를 잡아당긴다.
탁구, 두 발로 완강하게 버틴다.
한승재, 그대로 탁구를 한쪽팔로 안아올리려는데
탁구, 마치 개구리가 팔딱거리듯 온몸을 비틀고 흔들며 완강하게
저항한다. 그 바람에 한승재, 탁구를 들어올리려다 그만 놓친다.
동시에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탁구,
어둠속에서 멈칫.. 하는 한승재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재빨리 후다닥 일어나 있는 힘껏 구일중의 작업실을 향해 뛰어간다.
자림E 아랫채 작업실쪽엔 가까이 가지마.
탁구 (달리고 또 달리는 위로)
자림E 아버진 방해받는거 굉장히 싫어하시거든.
탁구 필사의 힘을 다해 있는 힘껏 그 작업실을 향해 도망친다.
문을 박차고 뛰어든 순간!
아랫채 작업실 (새벽)
무언가 발에 걸려 몸의 균형을 잃고 마는 탁구,
우당탕! 요란한 소리를 내며 넘어진다.
그 바람에 한쪽에 있던 빵도구들이 우르르 같이 넘어지며
탁구위로 덮친다. 아아아!!!! 두 팔로 머리를 감싸는 탁구.
마지막으로 땡! 하고 빵틀이 탁구의 머리위로 떨어지면.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는 구일중, 대체 뭐지? 하고 쳐다보면
머리에 빵틀을 뒤집어쓴채 천천히 고개를 드는 탁구,
온통 흙투성이에, 땀투성이에, 숨을 헉헉! 거리며 구일중을 올려다본다.
구일중 ! (본다)
탁구 (구일중의 시선과 마주친 표정위로)
자림E 괜히 잘못 갔다 걸리는 날엔...
정말 그 땐 무슨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라. 알았지?
구일중 (순간 표정이 굳어지며 엄한 눈빛으로 탁구를 본다)
탁구 ...! (아...! 어떡하지?)
완전 낭패감에 휩싸인 탁구의 표정에서 스틸.
<3부 끝>
.제빵왕 김탁구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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