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 4
도입부. (3부 앤딩)
아래채 작업실.
손을 내밀며 공기를 가르고 있는 구일중/
빵을 만들기 시작하는 구일중의 모습/
구일중의 빵만드는 모습을 보며 와아! 설레여하는 탁구얼굴에서/
동시에 탁구의 입을 틀어막으며 어두운 정원쪽으로 끌고가는 한승재.
그러자 탁구, 마치 개구리가 팔딱거리듯 온몸을 비틀고 흔들며 완강하게
저항한다. 그 바람에 한승재, 탁구를 놓친다.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탁구,
어둠속에서 멈칫.. 하는 한승재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재빨리 후다닥 일어나 있는 힘껏 구일중의 작업실을 향해 뛰어간다.
필사의 힘을 다해 있는 힘껏 그 작업실을 향해 도망치는 탁구, 그 위로
자림E 웬만하면 아래채 작업실엔 내려가지마.
아버진 방해받는거 엄청 싫어하시거든.
동시에 문을 박차고 뛰어든 순간!
무언가 발에 걸려 몸의 균형을 잃고 마는 탁구, 그대로 넘어진다.
그 바람에 한쪽에 있던 빵도구들이 우르르 같이 넘어지며
탁구위로 덮친다. 아아아!!!! 외치며 두 팔로 머리를 감싸는 탁구.
마지막으로 땡! 하고 빵틀이 탁구의 머리위로 떨어지면.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는 구일중, 대체 뭐지? 하고 쳐다본다.
머리에 빵틀을 뒤집어쓴채 천천히 고개를 드는 탁구,
온통 흙투성이에, 땀투성이에, 숨을 헉헉! 거리며 구일중을 올려다본다.
순간 내려다보는 구일중의 엄한 눈빛과 마주친다. 그 위로
자림E 괜히 잘못 했다 방해라도 하는 날엔...
정말 그 땐 무슨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라. 알았지?
탁구 (아.. 어떡하지? 완전 낭패감에 휩싸인 탁구의 표정에서)
김미순의 방. 안성. (새벽)
김미순 탁구야!
자고 있던 김미순, 벌떡 일어나며 허공을 본다.
무언가 나쁜꿈을 꾼듯, 재빨리 돌아보면
그 옆으로 비어있는 탁구의 이부자리가 보인다.
그제야 또 다시 탁구의 부재를 느끼는 그녀, 나즉히 한숨을 내쉬면
다시 거성家, 아래채 작업실.
쓰윽 탁구앞으로 다가서는 구일중, 엄한 눈빛으로 내려다본다.
구일중 일어나거라.
탁구, 머리에 대롱대롱 걸린 빵틀을 벗어들고 천천히 일어선다.
살짝 겁도 나고, 난처한 기분으로 구일중을 쓱 올려다보면
구일중 (표정 딱딱하게 굳은채) 설명해보거라.
탁구 예?
구일중 왜 니가 지금 이 시간에 여기로 뛰어들어와
이 난장판을 벌인건지 설명해보란 말이다.
탁구 그게.. 그게 말입니더. (하면서 흘끔 한번 쳐다본다)
구일중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탁구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중)
탁구 (식은땀 난다. 빵틀을 잡은 손가락만 꼼지락꼼지락...)
구일중 (엄한 표정으로) 어서 말해보래두!
탁구 (흠짓! 하며) 그러니까 그게요, (하고 막 입을 열려는데)
한승재E 제 불찰입니다, 회장님.
탁구 (순간 멈칫..! 말을 멈추고 홱! 돌아본다)
어느새 문 앞에 떡! 하니 버티고 서 있는 한승재.
탁구, 순간 놀란듯 자기도 모르게 두어걸음 뒷걸음질 친다.
한승재를 바라보는 탁구의 눈빛에 스치는 경계와 긴장감...
구일중, 그런 탁구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본다.
한승재 이 아이가 창문너머로 몰래 작업실을 훔쳐보고 있길래,
혹여라도 회장님께 방해될까 싶어 조용히 데려간다는것이 그만..
되려 겁을 주고 말았나 봅니다. (그러면서 쓱 탁구를 보면)
탁구 (왠지 그 말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듯 경계를 풀지 않고 보는데)
구일중 (다시 탁구를 보며) 왜 내 작업실을 훔쳐보고 있던게냐?
탁구 (보더니) 그게요.. 실은 지도 우째 된일인지 잘 모르겠심니더.
구일중 몰라?
탁구 그러니까 지가예, 분명히 잠을 자고 있었그든예. 그랬는데..
구일중 (자르듯, 엄하게) 그랬는데.
탁구 어데서 맛난 냄새가 폴폴 풍겨와가..
구일중 (맛난 냄새...?)
탁구 정신을 차리고 보이까네 지가 여기까지 와 있었심니더.
그랬는데 회장님이 저 밖에서 고마 손을 이래이래...
(손으로 어설픈 흉내내가며) 이래이래 젓고 계시드라꼬예. 이래이래예.
구일중 (순간 살짝 흥미로운 표정이 스치는데)
한승재 제 불찰입니다. 아래채 작업실쪽엔 가까이 오면 안된다고 재차
주의를 줬어야 했는데... (탁구를 보며) 이제 그만 나가자. 어서!
탁구 (그 말에 다시 한승재를 본다. 왠지 싫은 눈빛)
구일중 (그런 탁구의 표정을 읽는다)
한승재 (엄하게) 회장님 일하시는데 계속 그렇게 방해하고 있을셈이냐?
탁구 (그제야 이내 풀이 죽으며) 예에... 갑니더.
(힘없이 고개를 떨군채 한승재쪽으로 다가선다)
한승재 (표정없이 탁구의 어깨를 잡은뒤 데리고 문을 막 나서려는데)
구일중 됐네.
승재/탁구 ? (동시에 돌아보면)
구일중 자넨 그만 가서 일 봐. 그 아인 놔두고.
한승재 ! (멈칫하는 눈빛으로 본다)
탁구 (반대로 얼굴에 화색이 돌며 구일중을 보면)
한승재 지금 이 아이를.. 두고 가라셨습니까?
구일중 그래.
한승재 회장님 작업실에 말입니까?
구일중 그렇대두. 그만 가봐.
(그리고는 무심하게 돌아서서 빵만드는 작업을 계속한다)
한승재 (그런 구일중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본다)
탁구 (기분째지는 표정으로 한승재를 흘끗 올려다본다, 승자의 미소를 짓는데)
구일중 거기서는 빵 만드는게 잘 안보인다.
탁구 예? (하고 구일중을 돌아보면)
구일중 (돌아보지 않은채 계속 빵을 만들며) 이 옆으로 와서 보란 말이다.
탁구 (순간 표정 환해지며) 예에! (쪼르르 그 옆으로 달려가서 선다)
구일중 (흘끗 보더니) 너무 가깝다. 뒤로 이보.
탁구 예! (그러더니 한걸음, 두걸음 뒤로 물러선다)
그리고 그 자리에 꼼짝않고 서서 (여전히 손에 빵틀을 들고 선 채)
완전 설레는 표정으로 구일중의 빵만드는 모습을 쳐다보는 탁구.
구일중, 그런 탁구를 곁눈질로 한번 쳐다보더니
일부러 보란듯이 손을 현란하게 움직여 단 한번에 빵모양을 낸다.
탁구, 마치 대단한 마술이라도 보는듯 와아..!!! 입이 떡 벌어진다.
그 모습에 구일중, 입가에 보일듯말듯한 미소가 스친다.
그렇게 자신의 빵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구일중과
그 모습을 두근두근거리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탁구의 모습.. 그 위로
마준E 난.. 태어나서 한번도 아버지의 그런 얼굴을 본적이 없었어.
그런데 그 촌놈은 그렇게 했어.
그 뒤에서 그 두 사람을 지켜보던 한승재,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그대로 홱 돌아서서 나간다.
아래채 작업실 앞.
밖으로 나온 한승재, 잠시 멈춰서서 한번 더 작업실을 돌아본다.
작업실을 쳐다보는 한승재, 한층 더 어둡고 무서워진 눈빛으로 보는데서.
거성家 이층. (새벽)
아직 여명이 없는 어두컴컴한 새벽.
방에서 잠옷 차림으로 나오는 자경, 화장실쪽으로 가려다가
문득 탁구의 방문이 열려있는것을 본다.
자경, 의아한 표정으로 그 앞으로 다가가 열린 방문안을 본다.
탁구의 방이 비어있다. 어떻게 된거지? 돌아보는 자경의 얼굴에서.
다시 작업실 안.
땡! 오븐의 타이머소리와 함께 오븐을 열면
잘 익은 빵들이 먹음직스럽게 나타난다.
그 빵들을 꺼내는 구일중, 그 위에 한번 더 버터를 바르면
반짝반짝 윤기가 흐르면서 먹음직스러운 향기를 뿜는다.
탁구, 여전히 입을 와아! 벌린채 그 모든 과정들을 지켜보고 있다.
탁구 저기 그란데요 회장님.. (하고 말을 시키는데)
구일중 빵을 만들때 잡담은 절대 금지다.
탁구 아, 예에. (하더니 얼른 입을 꾹 다문다)
바로 그 때 꼬르르르르르! 하고 길게 배고픈 소리가 울린다.
순간 마무리하고 있던 구일중의 손이 멈칫.. 탁구를 본다.
탁구, 얼른 두 손으로 배를 감싼다.
그러자 다시 한번 꼬르르르르륵!!! 하고 우렁차게 배고픈 소리를 낸다.
탁구, 완전 얼굴이 벌개져서 두 팔로 배를 더 꼭 감싸안는다.
아.. 쪽팔려! 시선을 딴데로 돌리며 일부러 딴청을 피우는데
순간 그 모습에 구일중, 또 다시 웃음이 나올뻔한걸 꾹 누르더니
일부러 화난 사람처럼 턱! 소리나게 도구를 내려놓더니.
구일중 이리 오너라. (하면서 돌아서서 한쪽으로 간다)
탁구 (화가 나셨나? 살짝 기가 죽어 따라가는데)
테이블위로 놓여지는 크림빵 접시.
탁구, 멈칫..! 멈춰서서 그 빵을 본다. 구일중을 올려다보면
구일중 먹어봐. 금방 만들어서 맛이 좋을거다.
탁구 (황송한 기분으로 그저 바라만 보면)
구일중 왜? 크림빵 싫어하냐?
탁구 아입니더! 싫기는예! 말도 안됩니더! 지는 이런거 엄써서 못먹심더!
그러더니 후다닥 테이블앞에 앉아 크림빵을 두 손으로 집어든다.
탁구, 손에 든 빵을 감격스러운 기분으로 잠시 바라보더니
설레는 표정으로 입을 최대한 쩍! 벌리고 한입 가득 빵을 베어문다.
순간 빵사이로 쭈우욱 베어나오는 크림!
탁구의 양 입가에 그 하얀크림이 묻어난다.
순간 얼굴 가득 행복한 표정이 번지는 탁구.
탁구 우와! 쥑이네예! 지 평생 먹어본 빵중에 젤로 맛납니더!
구일중 (평생? 그 말에 피식..! 아주 엷게 웃더니)
내 스승님한테 처음으로 칭찬을 들었던 빵이다.
내가 처음으로 양산을 시작했던 빵이기도 하지.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빵이기도 하다.
탁구 진짭니꺼? 와! 지도 크림빵을 젤로 좋아하는데..
(겸연쩍게 씩 웃더니)
근데요 회장님은 맨날 새벽마다 여기서 빵을 맹그십니꺼?
구일중 예전에는 매일 새벽마다 만들었었지. 하지만 요즘은 그렇질 못해.
회사 경영이라는게 빵만 만든다고 되는게 아니거든.
빵보다는 술을 더 가까이 해야할때가 많고,
레시피보다 처리해야할 서류들이 더 산더미란다.
탁구 예에... (잘 이해는 못하겠지만 암튼 고개를 끄덕이면)
구일중 나도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 말이다.
아까 맛있는 냄새 때문에 잠에서 깼다고 했지?
탁구 예.
구일중 하지만 니가 나를 본 건 아직 빵을 굽기 전이었다.
헌데 어떻게 냄새를 맡았다는거냐?
탁구 그건 지도 잘 모르겠는데예. 그냥 맛난 냄새가 나가꼬...
(생각하는 표정으로) 달달한것이 설탕 굽는 냄새같기도 하고,
양조장에서 맡은 막걸리 누룩 냄새맹키로 시금털털한것 같기도 하고,
빵집앞을 지날때마다 이래 비슷한 내가 나가
지는 당연히 빵 냄샌줄 알았는데예...
구일중 그래에..
탁구 와예? 뭐 잘못됐심꺼?
구일중 잘못된거 없다. 어서 먹거라.
탁구 예. (다시 한입 먹으려고 입을 쫙 벌리다가 흘끗 구일중을 보더니)
회장님은 안드십니꺼?
구일중 (? 본다. 보더니 빙긋 한번 웃더니) 그래, 먹자.
구일중도 탁구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아 크림빵을 집어든다.
한입 가득 베어문다. 구일중 입가에 묻어나는 크림..
탁구도 한입 가득 베어문다. 탁구의 입가에 묻어나는 크림..
탁구, 행복하게 씨익 웃으며 계속 아구아구 먹는다.
그렇게 나란히 앉아 맛있게 크림빵을 먹는 아버지와 아들위로
천천히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는 아침햇살에서.
거성家 안채 전경. (아침)
거성家, 거실.
자경과 자림, 그 뒤로 아직 잠에서 덜 깬듯한 마준이 계단을 내려온다.
그 때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탁구.
그의 손에 빵이 한가득 든 바구니가 들려져 있다.
자경, 자림, 마준, 그런 탁구를 보면
탁구 누부들 안녕히 주무셨습니꺼! 마준이 니도 잘잤나?
(하더니 대답도 들을새 없이 주방쪽으로 달려들어간다)
세아이들 (? 본다. 시선에서)
거성家 주방.
식탁위에 올려놓는 빵바구니.
홍여사, 그 바구니에 있는 흰천을 들어올리면
갓구워낸 빵들이 먹음직스럽게 그 안에 담겨져 있다.
자경, 자림, 마준도 뒤따라 들어와 쳐다보면
홍여사 뭐냐?
탁구 빵입니더!
홍여사 빵인건 아는데, 왜 니가 이걸 직접 갖고 온게야?
탁구 금방 구벘다꼬 식기전에 퍼뜩 갖다드리라켔심더, 회장님께서.
홍여사 회장님께서?
세아이들 (아버지가? 하는 표정으로 일제히 쳐다보면)
자림 그럼 너 지금 아랫채에서 올라오는길이니?
탁구 예. (씩 웃으며) 그라모 맛있게 잡수시이소! (하면서 돌아서려는데)
홍여사 앉거라. 아침식사는 하고 올라가야지.
탁구 아입니더, 지는 쫌전에 배터지게 묵고 오는길입니더.
(씩 웃으며 꾸뻑 인사한뒤 후다닥 계단으로 뛰어올라간다)
홍여사와 자경, 자림, 마준, 의아한듯 탁구의 뒷모습을 보는데
엇갈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구일중,
주방앞에 서 있는 홍여사와 아이들을 본다.
구일중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어머님.
아이들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버지.
구일중 어, 그래.
홍여사 오늘은 일이 좀 늦은 모냥이로구먼. 앉으시게. 아침 들어야지. (하는데)
구일중 아닙니다. 지금 막 작업실에서 먹고 올라오는 길입니다.
홍여사 (? 돌아본다)
구일중 먼저 들어가 출근 준비 좀 하겠습니다. (들어가면)
아이들 (동시에 일제히 구일중을 쳐다보는 가운데)
자림 설마... 아버지랑 탁구가 아침식사를 같이 했다는 얘기야?
것두 아랫채 작업실에서 단둘이?
홍여사 (자림을 돌아본다. 아범이 탁구하고?)
마준 ! (본다)
자경 (설마.. 표정없이 구일중이 간쪽을 빤히 쳐다보는 시선에서)
거성가, 안방.
안으로 들어온 구일중, 침실쪽을 한번 돌아본다.
눈 가리개를 한 서인숙이 아직까지 침대속에 파묻혀 누워있는게 보인다.
그 옆으로 협탁위에는 거의 비워진 꼬냑병과 잔이 놓여있다.
구일중, 그 모습 한번 본뒤 옷방쪽으로 들어선다.
옷방 안.
옷장앞에 서서 와이셔츠를 갈아입으며 단추를 끼우는 그 위로.
탁구E 냄새가 하도 맛나서예...
flash-back>
탁구 뭔가 아주 향긋하고 달달한것이 설탕 굽는 냄새같기도 하고,
양조장에서 맡았던 막걸리 누룩 냄새맹키로 시금털털한것 같기도 하고,
다시 현재> 순간 와이셔츠 단추를 잠그던 손가락이 멈춘다.
구일중, 말없이 고개들어 생각하는 표정위로.
팔봉E 바로 발효 냄새라는 것이다.
구일중의 과거 회상> 팔봉의 작업실.
팔봉(40대) 의 얼굴은 보이지 않은채 뒷모습만,
(얼굴전체가 안보이게 말하는 입과 움직이는 손만 보이도록)
팔봉 처음에는 풀죽 쑬때 나는 단내가 나다가 점점 발효가 되면서
설탕을 구울때 나는 단내가 나기도 하고,
막걸리 누룩처럼 시큼털털한 냄새가 나기도 하지.
그 뒤로 무릎꿇고 앉아 열심히 배우고 있는 세명의 소년들이 보인다.
(십대 후반의 구일중, 양인목, 허갑수다) 그 위로 계속.
팔봉 반죽의 숙성정도를 알기 위해 손으로 눌러보면 촉감으로 알수 있지만,
발효 냄새만으로도 숙성의 정도를 알아내는 사람이 있다.
반죽냄새만으로 무슨 빵인지 알아낼 정도로 신통방통한 코를 가졌지.
내 평생에 딱 한번.. 그런 사람을 알고 있다.
어린갑수 (옆으로 인목을 쿡! 찌르며) 인목아 넌 냄새만으로 알수 있냐?
어린인목 (쓱 돌아보며 고개를 가로젓는데) 아니이...
어린갑수 (일중을 보며) 구일중! 넌?
어린일중 (흘끗 돌아본다. 맡아본적 없다. 대답못한채 슬쩍 시선 피하는데)
쿵! 반죽대위에 반죽을 올려놓는 팔봉의 손,
(걷어올린 팔뚝에 긴 화상자국이 보인다) 그 위로.
팔봉E 그래서 말하지 않았느냐! 내 평생에 딱 한번이라고.
그렇게 천부적인 후각을 타고 태어난 사람은
평생에 한번 만날까 말까 하는거다! 그래서 천재라고 부르는거야!
알겠느냐 이 허접조무래기들아! 허허허허!!!
(호방하게 웃는 뒷모습에서)
거성家 안방의 옷방.
구일중 (표정없이 생각에 잠긴 시선위로)
헌데 탁구 그 아이가 그 냄샐 맡았단 말이지.
(허..! 믿어지지 않는듯하면서도 왠지 흥미롭다는 눈빛에서.)
탁구의 방.
마준 사실이야?
탁구 그래, 사실이다. 와? 안되나? (이불 개다 말고 쳐다보면)
마준 아버지 작업실에서.. 것두 아버지가 직접 만든 빵을
아버지랑 단둘이 나눠 먹었다구 니가?
탁구 그래, 묵었다 크림빵. 와? 안되나?
마준 (기막힌다) 니가 왜? 니가 왜 아버지 작업실에 내려간건데 왜애!
탁구 냄새가 좋아서 가봤다. 와? 것도 안되나?
(하면서 개던 이불 계속 개는데)
마준 안돼지 당연히! 너같은건 거기 함부로 들어갈수 없는데란 말야! 알아?
탁구 그래애? 회장님은 그래 말씀 안하시든데?
마준 뭐? (하고 보면)
짧은 인써트> 별채, 작업실.
구일중 나는 매주 일요일하고 수요일 새벽이면 여기서 빵을 만든다.
빵만드는게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서 봐도 좋아.
탁구 참말예? (활짝 밝아지는 표정에서)
마준의 방.
마준 거짓말 하지마!
탁구 (아무렇지도 않은듯 계속 이불을 개며) 거짓부렁 아인데?
마준 아버진 한번도 그 작업실에 우리들을 부른적이 없었어!
아무도 그 작업실에 들어가면 안된다 그랬었다구!
나나 누나들은 물론이구 할머니도 아버지 작업실엔 함부로
안내려가신단 말야, 잘못하면 부정탄다구!
그런데 아버지가 너한테는 들어오라 그랬다구?
언제든지 와도 좋다 그랬다구? 지금 그 말을 믿으라는거야, 나보구?
탁구 (순간 이불 개던 손 멈추도 빤히 보며) 참말이가?
마준 뭐?
탁구 니.. 참말로 거기 한번도 몬들어가봤나?
마준 (순간 말문이 딱! 막힌다. 못들어가봤다!)
탁구 그라모 니이 담번엔 내하고 같이 드가볼래?
그 안에 재미난게 억수로 많드라, 같이 가볼래? 응? (하는데)
마준 (순간 빈정이 확! 상한듯)
미쳤어? 내가 너하구 거길 왜 가! 싫어!
탁구 와? 니는 빵맹그는거 구경하기 싫나?
마준 그래 싫다! 나는 빵냄새도 싫고, 빵먹는것도 싫어!
나는 이 세상에서 빵이 제일 싫어! 됐냐! 이 그지 새끼야!
(하더니) 에이씨!
(하면서 이불을 개던 탁구를 탁! 밀치며 문 열고 나가는데 순간 멈칫!)
문을 연채로 허걱! 놀라는 표정으로 멈춰서서 올려다보는 마준.
탁구, 왜 저러지? 하고 같이 돌아보면,
문앞에 떡! 하니 버티고 서 있는 구일중의 모습.
마준 아.. 아버지...! (완전 얼어붙은 표정으로 쳐다보면)
구일중 (조용한 시선으로 마준을 본다)
마준 (내 말을 들었으면 어쩌지? 어쩔줄 몰라하는데)
구일중 (조용히) 안성 공장에 내려갈 참이다.
마준 (멈칫.. 순간 싫은 표정으로 구일중을 올려다본다)
탁구 (안성..! 순간 귀가 솔깃하는 표정으로 보면)
구일중 지난 토요일에 못가봐서 오늘 내려가는거니까 옷 갈아입구 내려오거라.
(탁구쪽 보며) 탁구 너두 준비하고 내려와.
탁구 예? 지두.. 갑니꺼?
마준 탁구도 같이요 아버지?
구일중 십분뒤에 출발하니까 서두르도록 해라. (하고 돌아서서 가면)
탁구 (큰소리로 씩씩하게) 예! 서두릅니다! 퍼뜩 서두르겠심더!
그러더니 후다닥! 개고 있던 이불들을 내려놓고 허둥지둥 서두르다가
의자에 정강이를 부딪혀 아야! 깨금발질하며 이리저리 깡충깡충거린다.
마준, 고개를 홱! 돌려 그런 탁구를 노려본다. 아, 저 미운 자식...!
거성家 주방.
탁! 마시던 물컵을 식탁에 내려놓는 서인숙
(일어난지 얼마 안된듯 나이트가운을 걸친채 부스스한 머리..)
서인숙 무슨 소리야? 오늘 일요일이잖아. 공장이라니?
공주댁 어제 일이 생기셔서 못내려가셨잖아유,
해서 아침 일찌감치 애들 데리고 서둘러 나가셨는디유.
서인숙 애..들...? 애들이라니? 마준이 말고 또 누굴 데려갔는데?
공주댁 (흘끗 눈치 한번 보며 대답을 피한다)
서인숙 ! (순간 표정 굳어지는데서)
안성 빵공장.
정문을 통과해 들어서는 구일중의 세단.
기다리는중인 공장장과 직원 몇몇(엄씨 포함)이 맞이한다.
(그 뒤쪽으로는 기만이 아버지 엄씨의 얼굴도 보인다)
차가 멈추고. 제일 먼저 한승재가 내려선 뒤 차 뒷문을 열어준다.
구일중의 뒤를 이어 마준이가 내리고 그 뒤로 탁구가 내려선다.
순간 공장장과 엄씨, 탁구를 알아보고 멈칫한다.
탁구 (엄씨를 알아보고 꾸뻑 인사하며) 아저씨, 안녕하셨십니꺼?
엄씨 (얼떨떨한 표정으로 어찌 된일인가? 탁구를 본다) 너 탁구 아니냐?
사람들 (어찌된 일인가 서로 시선 마주치면)
구일중 (그런 표정들에 아랑곳하지 않은채) 들어들 가지.
구일중, 앞장선다. 그 뒤로 마준이가 따르고,
탁구도 뒤쳐질까 싶어 얼른 따라서 쪼르르 걸음을 옮긴다.
그러자 공장장과 엄씨 일행들 일제히 한승재를 돌아본다. 그러자,
한승재 일들 안하십니까! (그리고는 구일중의 뒤를 따라가면)
공장장과 엄씨, 그리고 임원들 서로 의미있는 시선을 한번씩 마주친뒤
일제히 회장님뒤를 따라 쪼르르 걸음을 옮긴다.
공장견학 스케치.
구일중의 뒤를 따라 빵공장안으로 들어서는 탁구, 우와! 즐거워한다/
빵이 찍혀나오는 공정들을 둘러본다/
그저 모든게 다 새롭고 신기하고 신나는 표정의 탁구/
재료실에 수없이 쌓인 밀가루와 식자재들을 살피는 구일중.
그 중에 무작위로 가져온 밀가루 푸대를 뜯어서 내용을 확인한다.
(주먹으로 한번 쥐어보면, 뭉치지 않고 스르르 흘러내린다)
탁구 (보더니 마준옆으로 다가와 슬쩍) 지금 뭐하는기고?
마준 (거만하게) 저렇게 주먹으로 잡았을때 뭉치지 않아야 하는거야.
뭉치는건 그만큼 수분이 많다는뜻이거든.
그럼 빵을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은 밀가루니까 안돼.
탁구 (마준을 다시 보며) 우와! 니 그런것도 아나?
생각보담 똑똑한가보네? 그런것도 다 알고.
마준 (체! 무시하듯 시선 돌리는데)
구일중 너희 둘.
탁구/마준 (순간 둘 다 동시에 기합들어간 표정으로 구일중쪽을 보면)
구일중 이쪽으로 따라오거라. (하면서 앞장 서 가면)
탁구/마준 (? 본다. 시선에서)
발효저장고실.
차례로 테이블위에 올려지는 반죽들 네개.
그 앞으로 다가서는 구일중과 마준, 그리고 탁구.
공장장과 엄씨 일행들, 대체 뭐하려는거지? 하는 표정으로 보고 있고
한승재 역시, 한쪽에 서서 바라보면
구일중 지금 여기 네개의 숙성중인 반죽이 있다.
이 네개중에 한개만이 빵을 만들기에 적당하게 숙성 발효 된것이다.
알아 맞출수 있겠냐?
탁구 (그 네개의 반죽을 쓱 훑어본다. 쓱 훑어보는데)
마준, 이 정도 쯤이야 시시하다는듯 낮은 한숨 한번 내쉬더니
반죽들을 한번 씩 눌러본다. 그러더니 세번째 반죽앞에 선다.
마준 (구일중을 향해 돌아서며) 세번째요.
일행들 (표정에 역시! 하는 표정이 스친다)
공장장 일년동안 회장님 따라다닌 보람이 있구만. (끄덕이면)
구일중 (마준을 본뒤 다시 탁구를 보며) 탁구 너도 한번 맞춰보거라.
탁구 (네 개의 반죽을 쭉 둘러본다)
마준 (흘끗 탁구를 본다)
일행들 (과연 탁구가 그걸 알수 있을까? 하는 표정으로 본다)
구일중 (조용히 지켜보는 가운데)
탁구, 네개의 반죽앞을 쓱 지나친다.
그러다 다시 반대로 지나친다. 그러다 고개를 갸웃하더니.
탁구 잘 모르겠는데예.
마준 (그럼 그렇지! 무시하듯 비웃는 표정이 되는데)
일행들 (역시! 모르는게 당연하다는듯한 표정들이 스친다)
구일중 정말 모르는거냐?
탁구 (구일중을 보더니)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중에는 없는거 같심더.
구일중 (표정없이 본다)
일행들 (? 일제히 술렁이는 분위기, 없다니..? 의아한듯)
마준 없다니! 무슨 소리야? 그럼 내가 틀렸다는거야?
탁구 누가 틀렸다켔나? 없다켔지.
마준 대체 뭐가 없다는거야!
탁구 새벽에 회장님 작업실서 맡았던 그 냄새가 엄따 말이다 여기는!
(첫번째 가리키며) 이짝은 풀쑬때 나는 단내 비슷한것이 나고,
(두번째 가리키며) 이짝하고 (네번째 가리키며) 저짝하고는
설탕 단내가 나긴 하는데... 그냥 달달하기만 하고,
(마준이 가리켰던 세번째 숙성반죽을 가리키며)
그나마 이게 가장 비슷하긴 한데, 그란데..
구일중 그런데?
탁구 (구일중을 보며) 회장님 작업실에서 맡았던 거는
쫌 더 향이 맑고 시큼털털한 내가 났다 아입니꺼.
근데 여기는 그 냄새가 없심더. 그래서 지는.. 답을 잘 모리겠심더.
마준 뭐야, 결국은 답을 모르겠다는거잖아! (체..! 무시한다)
일행들 (역시 살짝 비웃는듯한 술렁임이 스치는데)
구일중 (갑자기 나즈막히 허허허... 소리내서 웃는다)
그러자 마준과 일행들, 그리고 한승재, 웃는 구일중을 일제히 돌아보면
구일중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낸 문제의 답은 마준이가 맞췄다.
마준 (그럼 그렇지! 흥! 것봐! 라는 표정으로 깔보듯 탁구를 보는데)
구일중 하지만 탁구 너도 틀리지 않았다.
니가 내 작업실에서 맡았던 발효냄새는 여기에 없다.
마준/탁구 (? 다시 구일중을 본다)
일행들 (? 구일중을 보면)
구일중 오늘 니가 내 작업실에서 맡은 발효냄새는 라이브 이스트를 쓴것이다.
하지만 공장에서는 유통기간 때문에 드라이 이스트를 쓰고 있지.
그래서 숙성된 냄새도 차이가 나는거다.
탁구 (아아... 그렇구나)
공장장 (그 옆에서) 외람됩니다만 회장님..
이 아이가 발효된 정도를 냄새로 분간할수 있다는겁니까?
구일중 지금 공장장 눈으로 직접 봤잖은가.
(그러면서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탁구를 본다)
일행들 (일순 놀랍다는 술렁거림이 스친다)
엄씨 (탁구한테 그런 대단한 실력이 있었나? 놀란듯 보면)
탁구 (그게 그렇게 대단한건가? 살짝 어리둥절한 느낌으로 돌아본다)
마준 (분위기가 탁구한테 쏠리자 불쾌해지는 표정)
한승재 (표정없는 시선으로 그 모습 지켜보는데서)
안성 빵공장.
도착하는 세단.
차가 멈춰서자마자 운전사 내려서서 뒷문을 열어주려는데
먼저 차문을 열고 내려서는 그녀, 서인숙이다.
완전 잘 차려입은 모양새로 공장을 한번 흘끗 올려다보더니
완전히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또각또각 공장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빵 출하장.
만들어진 빵들이 플라스틱 박스에 담긴채 차에 옮겨지고 있다.
(그 시대만 해도 완전 수작업으로 그 일들이 이뤄지고 있다)
수많은 인력들과, 체크하는 검수장들..
그 한쪽으로 서서 지켜보는 구일중과 탁구 마준이 서 있다.
(그 뒤로 거리를 두고 서 있는 공장장과 직원들, 그리고 한승재)
마준, 그저 지루하고 무료한 표정과 달리
탁구는 그저 놀라운 그 규모와 모습들에 감탄중.
탁구 근데예, 이 빵들이 다 어데로 갑니꺼?
구일중 서울과 경기도, 그리고 충청도까지 간다.
경상도와 전라도쪽에도 각각 공장이 하나씩 더 있지.
탁구 이런 공장이 두개나 더 있다꼬예?
구일중 내년엔 제주와 강원도쪽에도 세울 예정이다.
탁구 와아... (놀란듯 돌아보다가 한쪽에 좀 다른 색깔의 트럭들을 본다)
근데 저 짝에 있는 저 트럭들은 와 색깔이 다릅니꺼?
구일중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빵의 십분의 일은 무상으로
고아원과 양로원에 보내지는데 모두 저 트럭으로 배달된다.
탁구 무상이면.. 꽁짜 아입니꺼? 저걸 다 꽁짜로 줍니꺼?
구일중 그래. 그게 바로 내가 양산빵을 만들기로 결심한 진짜 이유기도 하지
탁구 (? 보면)
구일중 어릴때부터 나는 보릿고개를 넘길때마다
끼닛거리가 없어 고생하는 사람들을 숱하게 봐왔다.
기근이 심했던 어느 해인가.. 나는 친한 동무를 하나 잃기도 했지.
영양실조라는 말을 그 때 첨 들어봤다. 한마디로 굶어 죽은거였어.
그건 전쟁터에서 총맞아 죽는것보다 더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 뒤로 나는 양산빵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탁구를 보며)
총칼 들고 싸우는것만이 애국이 아니다.
대한민국에 더 이상 배고픈 사람이 없게 만드는거..
그것도 애국이 되는거다.
순간 뭐라 말할수 없는 묘한 벅참으로 구일중을 올려다보는 탁구.
이런 사람이 아버지라는게, 이토록 가까이서 우러러볼수 있다는게
너무나 감동스럽고 가슴 뿌듯해지는데.
구일중 (돌아보며) 어떠냐? 너희 둘도 본격적으로 빵을 배워보지 않을테냐?
탁구 예? 빵을예?
구일중 내가 너희 둘에게 직접 전수해주고 싶구나. 어떠냐?
탁구 (순간 두근! 설레는 표정으로 본다)
마준 (왠지 귀찮아질것 같은 표정으로 보는데, 그 때)
서인숙E 그런 결정은 좀 더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아요!
구일중 (순간 멈칫..! 돌아본다)
탁구와 마준, 한승재와 직원들도 일제히 돌아보면
검품장 저 쪽으로 아름답고 도도한 자태로 서 있는 서인숙,
또각또각 힐소리를 내며 구일중과 마준, 그리고 탁구옆으로 다가선다.
한승재, 조용히 시선으로 서인숙을 따라가면.
서인숙 (마치 버러지 보듯 탁구를 쓱 한번 쳐다본뒤 다시 구일중을 보더니)
여기까지 오면서 내내 설마.. 아니겠지 했어요.
구일중 무슨 소리요.
서인숙 설마 우리 마준이를 저런 천한 아이와 나란히..
그것도 회사사람들 보는 앞에 공공연히 데리고 다니진 않겠지,
내 아일 저런 아이와 나란히 세워두고 구경거리로 만들진 않겠지,
이러쿵 저러쿵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하진 않겠지!
구일중 지금 그 말 하자고 여기까지 내려온거요?
서인숙 지금까지 나는 당신 하자는대로 당신 방식, 당신 고집 다 따라주고
다 존중해왔어요! 헌데 저 아이만큼은 안되겠네요.
도저히 이런 볼썽사나운꼴.. 두 눈 뜨고 못봐주겠어요.
구일중 당신.. (하고 말을 막으려는데)
서인숙 (OL) 그렇게 빵을 가르치고 싶으면 저 아이한테나 가르치세요.
나는 내 아들 손에 밀가루 묻히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구일중 ! (순간 화가 난 표정으로 본다)
한승재 (본다)
직원들 (다들 어쩔줄 몰라하며 숨죽인채 민망한 시선 피하면)
서인숙 그만 가자 마준아! (그리고 먼저 홱! 돌아서서 또각또각 걸어간다)
마준 (어쩌지? 따라가야하나 말아야하나 망설인다)
탁구 (그런 마준을 보면)
서인숙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며) 뭐해? 가자니까!
마준 (여전히 움직이지 않은채 어쩔줄을 몰라하는데)
구일중 (조용히) 가보거라.
마준 (멈칫.. 구일중을 올려다본다)
구일중 (마준의 눈을 쳐다보지 않은채 그대로 고개를 외면해버린다)
마준 (순간 왠지 상처받은 표정.. 그대로 고개 숙인다)
탁구 (그런 마준을 보면)
마준, 그대로 홱 돌아서서 서인숙쪽으로 가는가 싶더니
그대로 서인숙을 지나쳐 먼저 나가버린다.
서인숙, 마지막으로 구일중을 흘끗 한번 더 쳐다본뒤 나간다.
한승재, 말없이 나가는 서인숙과 마준을 보는데
구일중 한실장.
한승재 (구일중쪽을 쳐다보면)
구일중 따라가보게.
한승재 (본다. 보더니) 예, 회장님. (그리고는 그대로 따라나간다)
혼자 남은 탁구 말없이 고개 들어 구일중을 본다.
구일중, 조용히 돌아선 뒷모습에서.
공장 앞, 마당.
뭔가 잔뜩 열받은 걸음걸이로 걸어나오던 마준, 갑자기 걸음을 멈춘다.
그 뒤로 따라나오던 서인숙, 멈춰서는 마준을 보며 같이 멈춰서면
홱! 돌아서서 서인숙앞으로 다가서는 마준.
마준 아버지한테 왜 그랬어!
서인숙 뭐?
마준 사람들 다 쳐다보는앞에서 창피하게 왜 그랬냐구 아버지한테!!
서인숙 그렇게 해야 느이 아버지가 너한테 함부로 못하는거야!
마준 (왠지 마음에 들지 않는듯 노려보면)
서인숙 (보더니, 마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넌 내 아들이야. 서인숙의 아들이야.
저런 천박한 아이와 나란히 서 있을 이유도 필요도 없어.
그 아이와 일일히 비교당할 필요 없단 뜻이야, 알겠니?
마준 (대꾸도 안한채 노려본다)
서인숙 알아들었으면 어서 차에 타거라.
마준 (그대로 심통맞게 홱! 돌아서서 차에 올라탄다)
서인숙 (차 반대편쪽으로 가려고 돌아서다가 멈칫.. 보면)
한승재 (뒤에 서서 보고 있다)
서인숙 (그대로 무시하고 차반대편쪽으로 가려는데)
한승재 (나즉히 서인숙에게만 들리게) 이렇게까지 할 필욘 없었어요.
마준이한테 하나 득될거 없는 짓이었다구요.
서인숙 (돌아보며) 득이 되든 안되든 내가 싫은건 싫은거야!
내 방식이 그렇게 맘에 안들면 당신이 빨리 손을 쓰면 되잖아.
자꾸 그렇게 미적거리고 있으니 어쩌겠어. 나라도 나서는수밖에.
한승재 ! (그 말에 서인숙을 보면)
서인숙 (싸늘하게 돌아서서 차에 올라탄다)
출발하는 차.
한승재, 멀어지는 차안의 서인숙과 마준을 본다.
말없이 두 손을 바지주머니에 넣은채 바라본다.
상념어린 시선에서.
거실.
홍여사 그래서! 마준일 데려왔단 말이냐? 안성까지 쫓아내려가서?
서인숙 네. 그랬어요.
자경 (소파에 앉아 책을 읽다 말고 흘끗 서인숙을 보면)
홍여사 대단허구나, 아주 대단헌 일 하고 왔어.
공장 사람들 다 보는데서 아범 체면, 아주 잘도 구겨뜨리고 왔어!
어찌 그리 생각이 짧아, 어찌 그리 지 기분만 생각해!
서인숙 말씀드렸잖아요. 두고두고 지켜보셔야할거라구요,
어머님 뜻대로 그 아일 이 집안에 들이셨을땐
이 정도 풍파쯤은 예상하신거 아니었나요?
(전혀 잘못했다는 기색없이 꿀릴거 없는 표정으로 홍여사를 쳐다보면)
홍여사 액이 꼈구나. 액이 껴도 아주 단단히 꼈어.
(그러더니 못마땅한듯 그대로 휑!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간다)
서인숙 (흥! 돌아보더니) 생각이 짧아? 내 기분만 생각해?
이 집에서 진짜 자기 기분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누군데!
(그러면서 소파에 털썩 앉으면)
자경 생각이 짧다는 할머니 말엔 나도 동감이예요 엄마.
서인숙 뭐라구? (돌아보면)
자경 (시선 계속 책에 둔 채) 그 여자 안성에 산다며.
결국 엄마가 나서서 그 안성에다 탁구하고 아버지
둘만 남겨두고 온 꼴이 된거잖아. 아니예요?
서인숙 (순간 멈칫..! 표정이 굳는다. 거기까진 생각못했다)
자경 (책을 탁! 덮으며 서인숙을 보더니)
그렇게 욱해서 앞뒤 생각없이 일부터 저지르는거,
그래서 더 감당못할 상황 만들어 스스로 자폭하는거,
언제쯤이면 그만하실래요?
서인숙 그렇게 니 엄마가 걱정되면 애초에 아들로 태어나지 그랬어 니가!
자경 (표정없이 보더니) 그러게요. 저도 항상 그게 유감이예요 엄마.
(그러더니 그대로 일어나 올라간다)
서인숙 (돌아보며) 그게 그렇게 유감이면 좋은 남자 만나 보란듯이 시집가.
니 아버지쯤 얼마든지 쥐고 흔드는 능력있는 남자 만나 시집가란 말야!
자경 (대꾸없이 돌아보지도 않은채 이층으로 올라가버리면)
서인숙 (다시 돌아앉는다. 앉더니) 공주댁! 공주댁!!!
공주댁 (안에서 나오며) 예, 사모님.
서인숙 회장님, 안성공장에서 몇시쯤 오시지?
공주댁 예? 그야.. 보통대로라면 오후 세시쯤엔 오시죠.
서인숙, 시선 돌려 벽에 걸린 괘종시계를 본다,
오후 1시가 다 되어간다. 서인숙, 왠지 불길한 기분으로 쳐다보는데서.
달리는 차안.
왠지 썰렁한 분위기에 나란히 앉아 있는 탁구와 구일중.
(그 앞으로 조수석에 한승재가 앉아있고)
탁구, 그 무거운 분위기에 구일중의 눈치를 흘끔흘끔 보다가
탁구 죄송합니더.
구일중 (? 돌아본다. 갑자기 뜬금없이 왜? 하는 표정으로 본다)
한승재 (시선을 반쯤 뒤로 돌려 보면)
탁구 지가 괜시리 공장에 따라와가꼬 회장님하고 사모님 속만 상하게 했다
아입니꺼. 참말로 지송합니더. (시선 떨군다)
구일중 (그런 탁구를 잠시 보더니 짐짓 미소로) 시장하구나.
탁구 (? 구일중을 본다) 예?
구일중 어디 가서 국수라도 한그릇 먹을까?
안성은 니가 잘 알지? 어디 국수 맛나게 마는 집 없냐?
탁구 그게... 잘하는 집을 하나 알긴 아는데예..
구일중 그래? 그럼 들렸다 갈까?
탁구 (본다. 보다가 씩 웃으며) 예!
탁구네집 마당.
빨래를 널다 만 자세로 멍하니 서서 쳐다보는 김미순의 얼굴.
그 옆에서 사과를 먹다 말고 멍하니 서서 쳐다보는 안주인도 보인다.
그 맞은편으로 서 있는 탁구와 구일중, 그 뒤로 한승재.
탁구 어무이! 내 왔다!!! (그대로 달려와 와락! 김미순을 안으며) 잘 있었나?
김미순 (반가우면서도 놀라워서) 탁구 니이... 니가 우짠일이고..?
(그러면서 다시 고개들어 구일중을 본다, 황망하고 당황스러운...)
구일중 (흠..! 그 역시 머슥한듯 시선을 슬쩍 돌리면)
안주인 (김미순과 탁구와 구일중을 번갈아 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보면)
탁구 (김미순을 보며) 회장님께서 국수가 드시고 싶다케서 모시고 왔다.
(고개 돌려 구일중을 보며) 회장님예, 여깁니더!
여가 안성에서 국수 젤로 맛나게 하는 집입니더! (히! 웃는다)
구일중 (그런 탁구를 보다가 다시 김미순을 본다)
김미순 (살짝 당황하는 표정으로 다시 구일중을 본다)
안주인 (???? 본다)
한승재 (맘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그 둘을 본다)
탁구 (혼자만 기분좋게 씩 웃는데서)
부엌.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분주히 국수 끓일 준비하는 김미순,
그 옆으로 쪼르르 따라 왔다갔다하는 안주인,
안주인 아니지? 설마.. 구회장님은 아니지?
김미순 (국수를 꺼내본다. 얼마 안되는듯) 우짜노, 국수가 다 떨어져삤네.
안주인 맞어? 회장님이셔?
김미순 (야채바구니 들여다본다) 우짜노? 호박도 다 떨어짔고..
안주인 (순간 얼른) 저기 우리집에 애호박 있는데 갖다 쓸래? 갖다 주까?
김미순 그래예? 그라믄 지는 장에 가가 국수만 퍼뜩 사오께예.
부탁 좀 드리겠심더! (후다닥 뛰어나가면)
안주인 그래, 그래. 언능 갖다와. 내가 물도 올려놓고 있을께!
(그러면서 자기 맘이 더 급해서 후다닥 움직이는데서)
탁구네 방안.
한쪽에 앉아 허름하고 조악한,
그러나 나름 정갈하게 청소된 방안을 둘러보는 구일중.
그러다 그의 시선 한쪽에 놓여져 있는 탁구의 앉은뱅이 책상을 본다.
책이며 탁구가 쓰던 물건이 그대로 놓여져 있다.
한눈에 그녀가 탁구를 얼마나 애지중지 키워왔는지 느껴지는...
그 한쪽으로 탁구와 나란히 찍은 김미순의 흑백사진도 보인다.
구일중 몇살때냐?
탁구 (돌아본다) 작년에 찍은깁니더.
어무이가 사진관집 청소해주러 갔다가 품삯 대신 사진으루
박아달라케서 찍은깁니더. 지 평생 첨으루 찍은 사진입니더.
구일중 (그렇군.. 다시 사진을 보는데)
기만E 탁구야! 탁구 왔다며? 탁구야아!!!!
탁구 (순간 반가운 표정으로 돌아보다가 얼른 구일중을 살피면)
구일중 난 괜찮다. 나갔다 오너라.
탁구 (씩 웃더니) 예에! (후다닥 달려나간다)
구일중, 나가는 탁구의 뒷자락을 본뒤 다시 방을 돌아본다.
틀림없이 서울집에 비해 형편없이 좁고, 허름한 방인데..
왠지 온기가 느껴진다.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표정에서.
집앞 담벼락.
"탁구야!!!!"부르며 우르르 몰려드는 친구들.
친구1 야! 김탁구! 어떻게 된거야 너?
말두 없이 그렇게 갑자기 전학가버리는 법이 어딨어? 의리없게시리!
친구들 ("맞어! 맞어!" 해가며 서운하다 어쩌다 각자 말들이 많다)
탁구 미안하다. 마 그래됐다! (베식 웃으며)
기만 근데 탁구야 서울에서 사니까 좋아? 전학간 학교는 어때?
서울 여자애들은 얼굴도 백설기마냥 뽀얗고 이쁘다며?
친구1 서울 가시나들이 백설기면, 넌 뭐냐? 두부냐?
친구2 딱이다 딱! 물렁물렁한게 딱 두부같잖아, 두부!
그러자 아이들 와하하하!!! 웃음을 터뜨린다.
탁구, 아이들에 둘러싸여 즐겁게 얘기나눈다. 행복하다. 그러다가 문득.
탁구 저기 근데에..
아이들 (일제히 탁구를 본다)
탁구 가는 잘 있나?
기만 가? 가 누구? (묻는데서)
양조장. (또는 막걸리 파는 집)
주인으로부터 술주전자를 받아드는 유경.
주인 80원이다.
유경 (잠시 주저하다가) 저... 아버지가 다음에 드린다고 외상으루... (하는데)
주인 뭐여? 또 외상여? 아이구 이번인 안뒤야!
여태 가져간 술값만 얼만디 또 외상여?
유경 죄송해요, 아저씨. (꾸뻑 인사한뒤 주전자를 들고 급히 밖으로 나간다)
주인 얼레? 쟈가 근디! 야 거기서! (하더니 이내 쫓아나간다)
시장통 골목 일각.
술주전자를 들고 잰걸음으로 걸어오는 유경,
그러나 그 뒤로 쫓아나오는 주인한테 따라잡혀
얼마 걸어오지도 못해서 금새 붙잡혀버린다.
주인 인석아! 막무가내루 술만 가져가면 장땡이여?
암만 심부름이래도 그렇지 쥐콩만한것이 벌써부텀 외상, 외상
줄긋구 다녔싸믄 뭇쓰는겨! 알어?
유경 죄송합니다! 그런데요 우리 아버지가 술은 꼭 받아오래서요..
주인 글씨 안된다니께! 누군 뭐 손가락 빨아먹구 장사하간디? 어여 인내!
그러면서 유경의 팔을 잡고 완력으로 주전자를 뺏으려는 순간
그만 유경의 옷소매가 올라가면서 팔위로 퍼런 멍자국들이 드러난다.
맞아서 생긴듯한 시퍼러둥둥한 멍자국들을 본 주인 멈칫.. 한다.
유경, 무표정한 얼굴로 주인을 빤히 올려다본다.
주인 (본다. 딱하기도 하고, 기막히기도 한듯) 아, 나 원 참....
(그러더니 인정상..) 알었다! 대신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
(하면서 손을 놔주고 돌아서서 간다. 에이 나 원참! 하면서 멀어지면)
유경 (나즈막히 한숨.. 그대로 술주전자를 든채 돌아서는데 멈칫...!)
일미터쯤 뒤에 서서 쳐다보던 탁구와 마주친다.
유경, 순간 멍한 표정으로 빤히 탁구의 얼굴을 쳐다보는 위로
기만E 이주쯤 전인가.. 신유경 엄니가 다른 사내랑 눈맞아서 도망쳤대.
탁구네 집앞 일각.
탁구 사내랑 눈이 맞어?
친구1 응. 아랫골에 철물점 하는 전씨 아저씨 있지?
그 아저씨랑 바람 나서 서울로 토꼈다든데?
탁구 그럼 신유경은?
기만 그 뒤로 학교에도 잘 안나와. 저번때 담임이랑 한번 같이 찾아갔었는데..
유경이네 선술집. (과거)
신씨 우리 유경이 이제 학교 안보냅니다. (하면서 퉤! 한번 뱉으면)
선생님 네? (놀라며) 아니 유경이는 공부도 일등이고, 모범생인데.. 왜요?
신씨 지집애가 글자만 배워 어따 써먹는데유?
괜히 머리에 먹물 껴봤자 나중에 지 서방 속만 썩히고 골치만 아푸지.
선생님 하지만 유경 아버님... (하는데)
신씨 (뒷쪽을 보며) 너 이 노무 기집애, 술 받으러 간지가 언젠데 지금 와!!
선생님 (? 같이 돌아보면)
한쪽에 술병을 든채 빤히 쳐다보고 서 있는 유경.
선생님 (반갑게) 유경아! 오랜만이다! 니가 학교에 하두 안나와서 와봤다.
왠만하면 내일부터 다시 학교에 나오라구... (하는데)
신씨 (강압적으로) 아, 글씨 우리애 이제 학교 그만 가르친다니께유! 예?
(돌아보며) 야! 뭐더여! 빨랑 안들어오구!
유경 (잠시 머뭇거리는데)
신씨 (유경의 팔을 거칠게 나꿔채며) 빨랑 들어가자니께! (잡아 당긴다)
선생님 유경아!
기만 (어? 놀라서 쳐다보면)
신씨에게 이끌려 선술집안으로 들어가는 유경,
마지막 문이 닫히기 직전 선생님쪽을 홱! 돌아보며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한번 쳐다본다. 동시에 탁! 닫혀버리는 문.
선생님 ! (보더니) 유경 아버지 잠깐만 이 문 좀 열어보세요! 유경아버지!!
(문을 열려고 하지만 벌써 잠겼다) 유경 아버지! 유경 아버지!!!
기만 (그 뒤에서 불안한 시선으로 쳐다보는데서)
다시 시장 일각. (현재)
탁구, 술주전자를 들고 있는 유경의 팔뚝위로 숱한 멍자국들을 본다.
유경, 말없이 소매를 끌어내리면.
탁구, 다시 시선들어 유경의 눈을 본다. 잠시 바라보다 베시시 웃더니,
탁구 잘 있었나?
유경 (보더니 그제서야 한번 베식.. 웃는 얼굴로 고개를 한번 끄떡하면)
거리 일각.
약간의 거리를 둔채 나란히 걸어오는 탁구와 유경
술주전자는 탁구가 들고 있다.
어딘지 어색한 분위기가 감도는 두 아이, 그러다가 유경이가 먼저,
유경 너.. 서울에서 아버지하고 같이 살게 됐다믄서?
탁구 응? (돌아보더니) 으응.. (하면서 다시 앞을 본다)
유경 니네 아버진 어떤 분이야? 좋은 분이야?
탁구 (왠지 유경의 아버지와 비교되는것 같아, 그냥 짧게) 응.. 뭐.
유경 서울 학교는 어때? 거기서두 친구 많이 사겼니?
탁구 응... 뭐. (그러다가 흘끗 한번 본뒤)
근데 니이.. 요즘 핵교에 잘 안나온다메?
유경 (순간 대답없이 걸음을 멈춘다)
탁구 ? (그러자 같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면)
유경 (보며) 이제 그만 가. 여기서부턴 나 혼자 가두 돼.
탁구 하지만..
유경 우리 아버지한테 들키면 너.. 혼날거야. 어서 가.
(그러면서 탁구가 들고 있던 술주전자를 도로 가져가면)
탁구 내... 어쩌면 담주에 또 올지도 몰르는데...
유경 (본다. 보더니 고개를 한번 끄떡한다)
탁구 (그제야 옅은 미소로 웃더니) 알았다. 그라믄 또 보자.
(빙긋 한번 웃은뒤 돌아서서 왔던 길 가려는데)
유경 (얼른 돌아보며) 저기.. 탁구야.
탁구 (? 돌아본다)
유경 (본다. 잠시 뭔가 할말이 있는듯 보다가) 그 다음이 뭐였지?
탁구 응?
유경 있잖아. 인천 앞바다에 그거.. 사이다가 떴어도 그 다음이 뭐였지?
탁구 아.. 그거..
(유경을 흘끗 한번 보더니 갑자기 정색하고 개다리춤 추며)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없이는 못마십니다!
(이기동 흉내내며) 꿍따라닷따 삐약삐약! 꿍따라닷따 삐약삐약!
유경 (순간 작게 소리내며 웃는다)
탁구 (그런 유경의 웃는 얼굴이 좋아 한번 더 한다)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없이는 못마십니다.
유경 (점점 더 웃는다)
탁구 (좋다고 이기동 흉내 더 오버하며 내면서)
꿍따라닷따 삐약삐약 꿍따라닷따 삐약삐... (하는데)
갑자기 턱! 탁구의 어깨를 잡는 손.
탁구와 유경, 동시에 ? 돌아보면 바로 뒤에 서 있는 신씨.
유경 ...! (순간 웃던 얼굴에 웃음기가 싹 가시며 본다)
탁구 ! (역시 놀란 표정으로 올려다보면)
insert> 탁구네 집, 부엌.
타다다다다! 손이 안보일만큼 빠르게 호박을 까시는 김미순 손에서.
35씬 연결, 거리 일각.
쨍그랑! 바닥에 나뒹구라지는 술주전자와 그 옆으로 넘어지는 유경.
유경, 넘어진채 재빨리 번쩍 고개들어 쳐다본다.
유경 탁구야 도망쳐!! 빨리 도망쳐! 탁구야아아!!!! (외치면)
벌써 저만치 사람들 사이로 쏜살같이 도망치고 있는 탁구와
그 뒤를 역시 빠르게 뒤쫓는 신씨의 뒷모습이 보인다.
신씨 (쫓으며) 거기서! 거기서 이 노무 자식아!!!!!
유경, 본다. 보더니 그대로 재빨리 일어나 반대쪽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INSERT> 탁구네 집 부엌.
앞서 까신 호박을 냄비에 들기름, 들깨 넣고 달달 볶는다.
그렇게 호박 고명을 만드는 그 옆으로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끓이는 육수가 보글보글거리고 있고.
거기에 바지락을 넣는 김미순.
탁구네 집으로 가는 길1.
정신없이 달려오는 유경의 모습.
INSERT> 탁구네 집, 부엌.
끓는 물에서 익은 국수를 꺼내 찬물에 헹군다.
쫄깃해보이는 면발을 가지런히 말아놓는 손에서.
탁구네 집으로 가는 길2.
달려오다 꽈당! 넘어지는 유경, 그러나 아파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벌떡 일어나 다시 내달리는 모습에서.
탁구네 집, 방안.
구일중앞으로 놓여지는 상.
김이 오르는 육수와 국수위로 볶아놓은 호박 고명과 바지락이 보인다.
한눈에 보기에도 아주 먹음직스러운 국수.
김미순 (맞은편에 모로 앉아 슬쩍 기색을 살피듯 보며 조심스레)
찬도 벤벤찮고.. 국물이 입맛에 맞으실라나 모리겠네예.
구일중 (일단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떠먹는다. 두어번 더 떠먹더니)
탁구 녀석이 그리 자랑을 하더니만.. 그럴만 허군.
김미순 (순간 안심하는 표정. 다행이다)
구일중 기별없이 불쑥 찾아와 괜히 고생시킨건 아닌지 모르겠네.
김미순 아입니더, 그럴리가예,
이래 와주신것만도 황송하고 고마운일인데예,
이럴줄 알았으면 찬거리라도 미리미리 맹글어놓는긴데..
마, 다음번에 오시면 그 땐.. (하다가) 아니 그러니까는 다음번에
또 와달라는 뜻이 아이고... (하다가) 아니 그러니까는 그렇다고 오시지
말란뜻은 또 아이고예, (하다가)
아이고마 왜 자꾸 이래 말이 자꾸 헛나갔쌌노, 셋바닥이 꼬여삤나..
구일중 (그런 김미순을 조용히 바라보면)
김미순 (살짝 얼굴을 붉히며 시선 돌리며 황망히)
그나저나 탁구는 어데 갔길래 이래 안들어오노. 국수 다 뿔켔네..
(하는데, 그 때)
유경E 아줌마!! 아줌마아아!!!!! (절박하게)
김미순 (? 소리에 돌아본다)
구일중 (? 돌아보면)
탁구네 집, 마당.
문을 열고 나오는 김미순, 순간 멈칫.. 하는 표정으로 보면
마당 한가운데 헉! 헉!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유경이 보인다.
김미순 (? 보더니) 니 삼거리 술집 딸 아이가? 맞제, 유경이?
유경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표정으로 바라본다. 헉! 헉! 계속 숨이 찬)
김미순 와? 니도 탁구 보러 왔나? 근데 우짜지? 탁구 지금... (하는데)
유경 (OL) 탁구 지금 쫓기고 있어요 아줌마.
김미순 (? 본다)
유경 탁구가 지금 쫓기고 있다구요! 빨리 가서 도와주세요 아줌마!
빨리 안가면 다칠지도 몰라요! 빨리요! 빨리이!!!
김미순, 이게 대체 뭔 소린가 빤히 쳐다본다.
그 뒤로 문을 밀고 나타나는 구일중, 유경을 쳐다보는 표정에서
거리 일각1.
헉헉! 정신없이 도망치는 탁구와 거리를 두고 뒤쫓는 신씨.
탁구, 사람들 사이로 도망치다가 골목으로 쏙 들어가버린다.
그 뒤로 뒤쫓아오던 신씨 그대로 그 골목을 지나칠뻔하다가 멈칫!
멈춰서서 돌아보더니 탁구가 사라진 그 골목쪽을 들여다본다.
신씨 역시 숨이 차오르는듯 거친숨을 내쉬며 골목안으로 들어간다.
골목 안쪽 일각.
천천히 안으로 들어서는 신씨, 골목안쪽을 휘 둘러본다.
어두컴컴한 안쪽으로 바퀴없는 리어카며 위험한 건축자재들이
방치되어 있다. 그 한쪽 구석에 납짝 엎드린채 숨어 있던 탁구,
폐가 터져나갈것처럼 숨이 차오르는걸 간신히 참으며 쓱 고개들어 본다.
안쪽으로 천천히 걸어들어오는 신씨의 모습이 보인다.
신씨 (돌아보더니) 너 이노무 자식! 니가 김탁구라는 놈 맞지?
접때 내 이마 까고 줄행랑 친 그 잡노무 섀끼! 맞지?
(하면서 탁구가 숨어있는 쪽으로 돌아서는것과 동시에)
탁구 (재빨리 홱! 고개를 낮춘채 숨을 죽인다. 그 위로 계속)
신씨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탁구가 숨어있는쪽으로 다가서며)
내 안그려도 벨르고 베르던 참인디 너 오늘 아주 잘만났다, 이?
오늘 아주 날잡은 짐에 니 놈 싹퉁방 머리부텀 싹 뜯어놓을라니께에!
(바로 탁구가 숨어있는 그 뒤로 지나치는듯 하며)
오래 살고 싶으믄 더 꽁꽁 숨어 있어라이? 머리카락 보일라.
탁구 (더 몸을 바싹 숨기는 위로 계속)
신씨 내 손에 잡히믄 니 인생 쫑나발 칠테니께 꽁꽁 숨어 있으라고,
이 쥐방울같은 노무 섀끼야!!!
(동시에 돌아서서 탁구가 숨은 엄폐물을 발로 쿵! 차버린다)
우당탕! 부서진 기자재가 옆으로 쓰러지면서
그 뒤에 바싹 숨어있던 탁구의 모습이 여지없이 드러나버리고 만다.
순간 날카롭게 돌아보는 신씨와 놀란 탁구의 시선이 마주치고!
탁구, 재빨리 후다닥 도망치려는데,
그보다 빨리 탁구의 뒷덜미를 잡아채는 신씨에게 그만 붙잡히고 만다.
신씨 냅다 탁구를 한쪽 구석에 집어던지듯 밀친다.
우당탕! 기자재들위로 넘어지는 탁구.
아픈듯 찡그리면서도 다시 재빨리 일어나 도망치려는걸
또 다시 잡아채서 한쪽 구석에 집어던지고,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걸 또 다시 잡아채서 한쪽 구석에 집어던지고,
그러기를 두어번 반복하다가 마지막에
완전히 제대로 붙잡혀 제대로 매다꽂히는 탁구,
그 위로 우르르 쌓였던 박스들까지 쓰러진다.
얼굴이며 팔뚝이며 여기저기에 상처가 난채 고통스러워하는 탁구.
헉헉! 숨을 몰아쉬며 신씨를 노려보면.
그 앞으로 다가서는 신씨, 탁구를 내려다본다.
신씨 그러게 내가 꽁꽁 숨어 있으랬잖어? 머리카락 다 보인다니께!
(하면서 퍽! 화면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데서)
다른 골목 일각.
뛰어오는 구일중, 한승재와 그리고 김미순.
이리저리 탁구를 찾아 골목골목마다 뒤지는 중.
한승재, 이리저리 찾는척하다가 문득 구일중쪽을 돌아보면
구일중 정신없이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탁구를 찾고 있다.
진심으로 탁구를 걱정하는 눈빛과 표정...에서.
다시 골목 안쪽 일각.
끙! 맞아서 부어오른 얼굴로 고개를 드는 탁구,
여전히 지지 않는 눈빛으로 신씨를 올려다보며
탁구 유경이도 맨날 이래 때립니꺼.
신씨 (순간 멈칫..! 보면)
탁구 유경이도 맨날 이래 두들겨 패냔 말입니더!
신씨 니가 뭔 상관이여? 내가 내 딸을 두들겨 패든 말든
죽이든 살리든 니깐 놈이 뭔디 상관여!!
탁구 암만 아저씨 딸이라케도 그래 아저씨 맘대로 때리면
안된다고 봅니더 내는!!! 유경이도 사람이란 말입니더!!!
신씨 뭐여?
탁구 어른이 되가 맨날 술이나 퍼묵고 주정이나 했쌌고,
끄떡하면 하나뿐인 딸래미나 두들기 팼쌌고,
만만허니 자기보다 약한 사람만 괴롭힜쌌고,
그래 사니까는 아주머이도 같이 몬 살고 도맹을 쳤다 아입니꺼!
신씨 (순간 탁구의 멱살을 거칠게 움켜잡으며 살벌하게)
뒈지고 싶냐!!! 워디서 셋바닥을 함부로 놀리고 지랄여 지랄이!
탁구 그런다꼬 내는 아저씨 같은 사람 겁 하나도 안나거든예?
아저씨맹키로 몬된 사람앞에서 겁묵고 벌벌 떠는거
싸나이로서 쪽팔린다 아입니꺼! 자존심 상한다 아입니꺼!
그래서 지는 겁 안납니더! 절대 겁 안납니더!!!
신씨 이러언! (하더니 퍽! 주먹을 날려버린다)
탁구 (고개가 홱! 돌아갈만큼 강한 펀치를 맞고도 다시 신씨를 똑바로 보면)
신씨 눈깔 안돌릴래!!! (하면서 퍽! 또 주먹을 날린다)
탁구 (또 다시 홱! 고개가 돌아간다. 그러나 다시 고개 돌려 신씨를 본다)
신씨 아, 이런 독한 섀끼! 애비없는 놈이 승질까지 지랄이구먼!
탁구 함부로 말하지 마이소! 지 애비 없는 놈 아입니더!
신씨 옘병! 애비가 있기는 쥐뿔! 니 에미가 남의 가정있는 남편 꼬셔갖고
뒷구녕으로 너 낳은거 지나가는 똥개도 다 아는 사실여! 알어?
탁구 (순간 화가 나기 시작한다) 함부로 말하지 말라켔심더!
신씨 니 에미고 내 마누라고 할거 없이 죄다 화냥년들이라고! (하는데)
탁구 (OL) 함부로 말하지 말란 말입니더!
(하면서 냅다 신씨를 배를 머리로 쿵! 들이박는다)
신씨 (순간 헉! 불시의 일격에 배를 감싸안으며 뒤로 두어발짝 물러선다)
탁구 (노려보며) 지는 애비 없는 놈 아입니더! 내도 아부지 있심더!
뒷구녕으로 낳은거 아입니더! 우리 어무이 그런 사람 아입니더!
암것도 모리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이소! 함부로 말하지 말란 말입니더!!!
(목이 터져라 외치는 순간)
그대로 덥썩 탁구의 멱살을 잡아채는 신씨.
신씨 이런 잡노무 섀끼! 내가 그렇게 만만혀?
그렇게 만만혀! 그렇게 만만혀어어어!!!!!
(말을 하면서 주먹을 날리는데 바로 그 때)
턱! 신씨의 손목을 잡는 손.
신씨, 멈칫... 놀라며 돌아본다.
신씨의 주먹을 잡고 있는 손, 구일중이다.
신씨 (씩씩거리며 구일중을 째려본다) 뭐여?
구일중 (본다. 보다가 그 앞에 잔뜩 얻어터진채 쓰러진 탁구로 시선 돌린다)
탁구 (으으... 잔뜩 두들겨 맞아 부어터진 얼굴)
구일중 (그런 탁구를 잠시 보더니) 내가 바로 이 아이 애비 되는 사람이요.
탁구 ........!
(멈칫...! 부어올라 잘 떠지지 않는 눈으로 천천히 구일중을 돌아본다)
신씨 (? 보면)
구일중 (나즉히, 그러나 무섭게) 그러니까 내 아들한테 함부로 손대지 마!
탁구 (아들...! 구일중의 입으로 처음 그 말을 들어본다. 빤히 쳐다보면)
신씨 어쭈? (허..! 어이없게 픽 웃다가 순간 확 돌변하며)
그런다고 누가 겁날줄 알어!!!! (하면서 다른 주먹을 날리는것과 동시에)
턱! 다른 팔로 그 주먹을 막은뒤 반대편 주먹을 이용해
신씨의 턱을 퍽! 날려버리는 구일중.
동시에 신씨 그대로 균형을 잃으며 쿵! 뒤로 나자빠진다.
탁구, 다쳐서 엉망이 된 얼굴로 와아..! 쎄다! 하는 표정으로
쓰러진 신씨와 그 앞에 서서 내려다보는 구일중을 올려다본다.
그 뒤로 뒤늦게 골목안에 달려들어서는 한승재와 그리고 김미순.
김미순 (쓰러진 탁구를 보자마자) 탁구야!!!! (달려와 탁구를 끌어안는다)
구일중 (그런 김미순을 내려다보면)
김미순 탁구야 니 괘않나? 어데 보자..
옴마야, 우리 아들 멘상을 우야믄 좋노! 떡반죽을 맹글어삤네!
탁구 괘않다... (하면서 구일중을 슬쩍 올려다보며)
회장님이.. 구해주셨다 아이가.
김미순 (그제서야 구일중을 올려다본다, 보다가 구일중의 주먹을 보면)
구일중 (때린 주먹에 상처가 났다. 조용히 다른 손으로 쓱 감싸쥔다)
한승재, 뒤에 서서 그런 구일중을 본다.
빵 만드는 손을 그렇게 다루는걸 처음 본다. 그 시선에서.
거성家, 침실.
팔짱을 끼고 의자에 꼿꼿이 앉아 있는 서인숙.
한쪽에 있는 시계를 본다. 벌써 저녁 5시를 넘기고 있는 시간이다.
서인숙, 점점 신경이 곤두서는 표정에서.
탁구네 집, 방안.
구일중의 다친 손위로 소독약을 발라주고 있는 김미순,
구일중, 순간 자기도 모르게 움찔한다.
김미순 (짐짓 한번 본 뒤) 귀한손을 이래 다치가 우얍니꺼.
구일중 괜찮네. 이런 상처야 며칠 지나면 아물겠지.
그나저나 탁구가 많이 놀랐을게야. (하면서 탁구쪽을 돌아본다)
탁구 (얼음주머니를 얼굴에 얹은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잠이 든 듯)
구일중 그래도 어린 놈이 강단이 있더구만.
보기보다 심지가 강해.
김미순 (탁구를 그리 생각해주는 구일중을 고마운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구일중 (김미순을 돌아보며) 자네를 닮은 모양이야.
미순 아입니더... 지가 뭐라꼬 지를 닮습니꺼. 천부당 만부당이라예.
(황망히 시선 떨구며 구일중의 손을 광목천으로 감싸는데)
구일중 고맙네.
김미순 (멈칫...! 광목천을 감싸던 손이 멈칫한채 살짝 떨려온다)
구일중 이리 고되게 살면서 탁구를.. 너무도 잘 키워줬어.
그리고... 미안하네. 내 자네한테 너무 무심했어.
김미순 (순간 울컥! 하는 눈물을 꾹 삼키며 광목천 감는걸 마저 마무리하더니)
시장하실텐데... 국수라도 다시 끓여드릴까예.
구일중 (본다)
김미순 쪼매만 계시이소, 후딱 끓여올릴께예. (하고 일어서려는데)
구일중 (다른 손으로 김미순의 손을 잡는다)
김미순 (멈칫... 그 손을 보다가 천천히 시선들어 처음으로 구일중의 눈을 본다)
구일중 (따뜻한 눈빛으로 김미순을 보고 있다)
김미순 (순간 맺혔던 눈물과 한이 툭...! 그녀의 눈물을 타고 흘러내린다)
구일중 (말없이 그녀를 끌어당겨 안아준다)
구일중의 품에 안긴 김미순, 순간 흑..! 하고 설움이 복받쳐오른다.
소리내지 않으려 입술을 꾹 무는.
구일중, 말없이 떨리는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다독인다.
김미순, 안긴채 눈을 감는다. 됐다. 이걸로 됐다고 생각하는 그녀...
그때까지 쥐죽은듯 자는척 하던 탁구,
슬그머니 얼음주머니를 들고 서로 안고 있는 그 두 사람을 본다.
얻어맞아 부어오르고 멍투성이라 엉망인 얼굴로 베시시 한번 웃더니
조용히 얼음주머니를 도로 얼굴위에 올려놓고 쓱 고개를 돌려준다.
그렇게 오래도록 김미순을 안아주는 구일중의 모습에서.
탁구네 집, 마당. (저녁)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탁구네 집 방문.
그 방문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뒷모습... 유경이다.
표정없이 멍하니 바라보다가 조용히 돌아서는 그녀의 얼굴에서.
파출소, 철장 안. N
철장을 마구마구 흔들며 소리치고 난동부리는 신씨.
신씨 이 문 열어! 내가 뭘 잘못했다구 날 가두는겨! 내가 뭘 잘못했는디이!
순경1 그걸 시방 물러서 물어? 어린 애헌티 폭력을 행사했잖여! 폭력을!
신씨 그 노무 자식이 먼저 맞을 짓을 했다니께 그러네에!
순경1 그 애가 누구 아들인지 알구나 그런 소릴혀?
거성식품 구회장 아들이랴! 아, 그 사람이 누구여,
청와대에까정 들어가 대통령각하헌티 빵까지 맹글어올리는 사람 아녀.
빵으로 기업해서 좋은 일도 많이 하고, 훈장까지 받고..
신씨 그래서 그렇게 잘난 양반 아들놈을 팼다고,
시방 나를 이렇게 가두고 역차별 하는겨? 이런 옘병!!!
순경1 구일중 회장 아들이 아니라 지나가는 그지 새끼 아들이래두
그렇게 두들겨 패면 철장 가는겨? 알어?
신씨 나가믄 다 죽었어! 당장 이 문 열어! 아 이 문 열라니께에!!!!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보면)
그 한쪽에서 조서를 쓰고 돌아가던 한승재, 나가다 말고 고개 돌려
신씨를 한번 쓱 쳐다본다. 뭔가 염두에 두고 있는듯한 눈빛에서
거성가, 거실. N
공주댁, 현관문을 열어주면 안으로 들어서는 구회장과 한승재.
방문을 열고 나와보는 홍여사.
홍여사 이제 오는가? 늦었구먼.
구일중 예, 어머니.
홍여사 왜 혼자야? 탁구는?
구일중 좀 다쳤습니다. 즈이 애미 집에 두고 오는 길입니다.
홍여사 (? 보다가 구일중의 붕대감긴 손을 본다. 다시 구일중을 보면)
침실 옷방. N
서인숙 (따라들어서며) 뭐라구요?
지금 그 기집애 집에 갔었다고 말했어요 당신?
구일중 (옷을 갈아입으며) 아이가 다쳤다고 했잖소.
서인숙 핑계대지 말아요!!! 어쨌든 그 집에 찾아갔었단 얘기잖아요, 당신이 먼저!
구일중 (대답하지 않은채 침실쪽으로 나오려는데)
서인숙 (막아서며) 가서 뭐했어요? 얘기만 했어요?
아니면! 십몇년전 풀지 못한 정이라도 다시 나누고 온거예요?
설마 당신 그 년한테 또 다시 딴 마음 생겼어요?
구일중 (멈춰서며) 나 피곤해요, 그만 합시다.
서인숙 피하지 말아요! 난 들어야겠어요!
말해봐요? 당신.. 정말로 두 집 살림이라도 할 생각이예요?
안성 공장 갈때마다 그 년 집에 찾아갈 생각이냐구요! (하는데)
구일중 그렇다면 어쩔거요!!!
서인숙 (멈칫..! 창백한 얼굴로 구일중을 빤히 보면)
구일중 내 아들을 낳아줬고, 그 오랜 세월 내 아들을 키워 준 여자요.
어떤 식으로든 보상해줘야하는건 당연한 일이야.
서인숙 (비명을 지르듯) 여보오오!!!!
구일중 공장까지 찾아와 기세등등하게 나 망신 주고 간건 당신이야!
아랫사람 보는 앞에서 더 이상 내 방식 내 고집 존중 못하겠다고
선언한것도 당신이고!
서인숙 그래서 그 분풀이를 이 딴식으로 해요?
구일중 (차갑게 보며) 분풀이를 할 마음같은것도 이젠 남아있지 않아 당신한텐.
(그러더니 서인숙을 남겨둔채 그대로 휑! 하니 나가버린다)
쿵! 닫혀진 문.
그 뒤로 혼자 남겨진 서인숙, 주먹을 꾹 쥔채 덜덜 떨고 있다.
창백한 표정, 점점 분노로 변하는 눈빛으로 돌아보는 위로
쿠르르릉... 불길한 천둥소리가 울린다.
거성가, 서재안. N
조금은 화가 난듯 쿵!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오는 구일중,
기분을 가라앉히려는듯 한숨을 크게 내쉰다.
그러다 광목천 붕대감긴 손을 내려다보면.
탁구네 방안. N
쿨쿨 잠이 든 탁구와 그 옆에 나란히 누워있는 김미순.
한쪽팔을 배게삼아 누운채 탁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멍이 든 탁구 얼굴을 조용히 쓰다듬는다.
나즉히 한숨을 내쉬는 그녀, 여러가지 상념이 스치는 표정에서.
다시 한번 쿠르르릉.... 천둥소리 나즈막히 울리면.
거성家 전경. N.
쏴아!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거성가, 이층 거실. N
방문을 열고 화장실을 가려고 나오던 마준,
무슨 소린(현관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에 멈칫..
계단 아랫쪽을 내려다본다.
홍여사의 방. N.
잠이 들었던 홍여사도 짐짓 무슨 소린가에 눈을 뜬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바깥쪽을 내다보는 시선에서.
거성가, 거실. N.
밖으로 나오는 홍여사,
홍여사 누구냐! (하고 묻는다. 아무 대답이 없다)
잘못들었나? 하는 표정으로 돌아서면서 정원쪽을 한번 내다보는데
순간 멈칫.. 멈춰서서 보면.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 일각.
비를 맞고 한쪽으로 걸어가는 서인숙의 뒷모습이 보인다.
홍여사, 좀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유리문쪽으로 다가서는데 그 때,
우산을 들고 나타나 서인숙을 씌워주는 남자가 나타난다. 한승재다.
서인숙,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계단을 내려간다.
한승재, 돌아보더니 곧 그녀의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간다.
홍여사, 그 둘을 본다. 이 야심한밤에 저것들이? 하는 표정으로 본다.
그 뒤로 계단 위에서 나타나는 마준, 뭐지? 하는 표정으로 내려다보면.
아랫채, 작업실. N
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서인숙, 온통 비에 젖어있다.
그 뒤로 우산을 접으며 안으로 따라 들어서는 한승재.
서슴없이 행동하는 서인숙과 달리, 한승재는 꽤나 조심하는 몸짓.
일단, 주위를 한번 돌아본뒤 문을 닫는다. 그리고 서인숙을 돌아본다.
서인숙, 아무말 없이 그대로 서 있는다.
한승재 집안에서 이렇게 따로 만나는거... 당신한테 좋지 않아요.
할 말 있으면 나중에 청평에서.. (하는데)
서인숙 재밌어?
한승재 (? 본다)
서인숙 (돌아본다.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된채 눈물이 가득해)
내가 이런꼴 당하는게 재밌어?
한승재 (무슨 말인지 알고.. 조용히 보면)
서인숙 당신.. 대체 뭘 기다리는거야? 대체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래?
이대로 다 포기하고 그냥 당신 여자가 되길 바래?
그래서 그이가 그년 집에 찾아가도 그냥 모른척 구경만 하는거야?
탁구라는 아이가 마준이 대신 그이의 모든걸 다 물려받아도
계속 뒷짐 진채 나 몰라라만 할거야?
한승재 (본다)
서인숙 약속했잖아. 두번 다시 이런일로 마음 아프게 하지 않겠다구!!!
한승재 구일중이 그 여자한테 간게.. 그렇게 마음이 아파?
서인숙 (멈칫.. 본다)
한승재 (차분하고, 담담하게) 당신이야 말로 대체 뭘 더 원하는거야?
그토록 당신한테 함부로 하고, 돌아봐주지도 않는 사람한테
왜 그토록 집착하는건데!
그냥 구일중의 아내가 된걸로는 양에 차지 않아?
대체 뭘 더 갖고 싶은거야?
구일중의 재산? 구일중의 마음? 그리고 또 뭐!
서인숙 승재씨!
한승재 대체 나는 당신한테 뭐야?
서인숙 ! (본다)
한승재 (조용한 시선으로 서인숙을 보며) 나는... 당신한테 뭐지?
서인숙 (본다. 보더니 그대로 다가가 한승재의 입술에 진하게 키스한다)
한승재 ...
서인숙 (갈망하듯 키스한뒤 떨어져서 한승재를 보며)
당신은 내 남자야.
그리고 내 아들의 아버지야. 그걸로... 부족해?
한승재 (표정없이 내려다본다)
작업실 앞. N
순간 엿듣고 있던 홍여사, 헉! 숨이 막히는 표정.
그 위로 번쩍! 번개빛과 함께 쿠르르르르릉..!!!!!
홍여사, 분노어린 눈빛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어 문쪽을 쳐다보면
다시 작업실 안. N
서인숙 (한승재의 목을 끌어안은채)
내 목적은 오직 하나야. 우리 마준이한테 이 거성가를 물려주는거.
그렇게만 되면 나는.. 당신꺼야. 영원히 당신 여자가 될거야.
한승재 (서늘한 눈빛.. 그러나 어딘가 슬퍼보이기도 하는)
서인숙 (천천히 한승재의 그런 눈빛을 보며)
말했지? 날 위해서가 아니라구, 우리 아들을 위해서라구... 응?
한승재 (본다. 보더니 갑자기 거칠게 끌어안아 키스하기 시작한다)
서인숙 ! (놀라는듯)
한승재, 점점 더 거칠게 그녀를 애무한다.
그러면서 작업대 위로 그녀를 거칠게 눕히며 옷을 벗기려한다.
서인숙 (당황하며) 승재씨! 왜 이래! 여기 그이 작업실이야!
한승재 (상관없이 계속 거칠게 서인숙의 옷을 벗기려한다)
서인숙 정신차려!!! (하면서 짝! 한승재의 뺨을 날린다)
한승재 (멈칫..! 그제야 천천히 고개들어 서인숙을 보면)
서인숙 (노려본다. 보다가 어쨌든 한승재를 구슬려야겠다는 생각에 수습하듯)
여긴... 안돼. 그이 작업실이야. 청평에서... 청평으로 가자... 응?
한승재 (그런 서인숙을 본다. 순간 씁쓸하면서도 공허한 미소가 스친다)
서인숙 (그 미소가 왠지 걸리는듯) 승재씨.. 내 맘 알잖아.
한승재 그래 알아. (서인숙을 보며 아프게...) 당신이 정말로 원하는게 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서인숙 승재씨.. (흔들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면)
한승재 걱정마. 이루게 해줄께.
당신이 갖고 싶은거 다 갖게 해줄께.
당신이 원하는거라면... 다 해줄수 있어. 그러니 걱정마.
(그러더니 조용히 일어나 돌아선다)
서인숙 승재씨! (하면서 뒤를 쫓아나오며) 승재씨!
한승재 (돌아보지 않은채 우산을 들고 문을 여는 순간)
아랫채 작업실 앞. N
쿠구구궁..!!!! 천둥번개가 친다.
문을 열고 나오던 한승재, 마치 돌덩이가 된것처럼 우뚝 멈춰선다.
그 뒤로 쫓아나오던 서인숙 역시 귀신을 본듯 멈춰서서 보면
그 한가운데로 비가 오는 가운데 우산을 들고 서 있는 홍여사,
분기탱천한 표정으로 한승재와 서인숙을 노려보고 있다.
서인숙 (너무 놀라 멍해진 표정으로) 어... 어머니...
홍여사 이런 추잡하고 추악한 것들!!!
감히 니 년놈들이 내 집에서 무슨일을 꾸미고 있는게야!!!
서인숙 어머니...
홍여사 닥쳐라 이녀언!!!! (서슬 퍼렇게 내지르면)
서인숙 (완전 창백한 표정으로 본다)
홍여사 하늘 무서운줄도 모르는것들!
마준이가 누구 아들이야? 마준이 애비가 누구라구우우우!!!!!
한승재 (표정없이 완전 굳은 얼굴로 바라보면)
홍여사 승재 너!!! 넌 대체 우리 집에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이런 천인공로할
짓을 꾸민게야!! 머리검은 짐승은 거두는게 아니라더니..
이게 다 너같은 놈을 두고 한말인가 보구나!
부모 없이 오갈데 없는 널 거둬주고 공부시킨 은혜를 어떻게 이런식으로
갚아!! 더군다나 일중이허고 둘도 없는 사이가 아니더냐!
그런 니가 어떻게 이리도 모질게 배신을 해!
어떻게 이렇게 무서운짓을 꾸밀수가 있어! 어떻게에!!!
한승재 (시선 떨구면)
홍여사 내.. 내 너희 두 년놈들을 절대 그냥 두지 않겠다!
절대 그냥 두지 않을게야아아아!!!
(분기 탱천해 소리를 내지르는 표정에서 스틸..!)
한승재 (고개들어 보는 얼굴에서 스틸...!)
서인숙 (끝이구나..! 망연자실한 얼굴에서 스틸...!)
그리고... 그 세 사람을 뒤로 한채 화면 한쪽으로 이동하면
작업실 모퉁이 벽 한켠에 숨어서 비를 쫄딱 맞은채 서 있는 마준,
추위와 두려움에 덜덜 떨면서 이 무서운 진실을 다 듣고 있다.
믿어지지 않는듯 충격에 질린 표정으로 천천히 돌아보는데서 스틸.
<4부 끝>
.제빵왕 김탁구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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