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 5
도입부.
1. 4부 46씬.
탁구 지는 애비 없는 놈 아입니더! 내도 아부지 있심더! /
구일중 내가 바로 이 아이 애비 되는 사람이요.
2. 4부 48씬.
눈물을 툭! 흘리는 김미순을 조용히 안아주는 구일중 위로
구일중 미안하네. 내가 너무 무심했어.
3. 4부 59씬.
한승재 구일중이 그 여자한테 간게.. 그렇게 마음이 아파?
서인숙 승재씨!
한승재 대체 나는 당신한테 뭐야?
서인숙 당신은 내 남자야.
그리고 내 아들의 아버지야. 그걸로... 부족해?
insert> 작업실 앞. N
순간 엿듣고 있던 홍여사, 헉! 숨이 막히는 표정.
다시 작업실 안>
서인숙 말했지? 날 위해서가 아니라구, 우리 아들을 위해서라구...
한승재 (본다. 보더니 갑자기 거칠게 끌어안아 키스하기 시작한다)
서인숙 (당황하며) 승재씨! 왜 이래! 여기 그이 작업실이야!
정신차려!!! (하면서 짝! 한승재의 뺨을 날린다)
한승재 (멈칫..! 그제야 천천히 고개들어 서인숙을 보는 위로)
서인숙 승재씨.. (흔들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면)
한승재 걱정마. 이루게 해줄께.
당신이 갖고 싶은거 다 갖게 해줄께.
당신이 원하는거라면... 다 해줄수 있어. 그러니 걱정마.
(그러더니 조용히 일어나 돌아선다)
서인숙 승재씨! (하면서 뒤를 쫓아나오며) 승재씨!
한승재 (돌아보지 않은채 우산을 들고 문을 여는 순간)
아랫채 작업실 앞. N
쿠구구궁..!!!! 천둥번개가 친다.
문을 열고 나오던 한승재, 마치 돌덩이가 된것처럼 우뚝 멈춰선다.
그 뒤로 쫓아나오던 서인숙 역시 귀신을 본듯 멈춰서서 보면
그 한가운데로 비가 오는 가운데 우산을 들고 서 있는 홍여사,
홍여사 이런 추잡하고 추악한 것들!!!
감히 니 년놈들이 내 집에서 무슨일을 꾸미고 있는게야!!!
서인숙 어머니...
홍여사 닥쳐라 이녀언!!!! (서슬 퍼렇게 내지르면)
서인숙 (완전 창백한 표정으로 본다)
홍여사 하늘 무서운줄도 모르는것들!
뭐라구? 마준이가 누구 아들이야? 마준이 애비가 누구라구우??
한승재 (표정없이 완전 굳은 얼굴로 바라보면)
홍여사 내.. 내 너희 두 년놈들을 절대 그냥 두지 않겠다!
절대 그냥 두지 않을게야아아아!!! (그러면서 돌아서는데)
서인숙 (그대로 빗속으로 달려나와 홍여사 앞을 가로막아서며)
어머니 잠깐만요! 제 말 좀 들어주세요! 이대로 가시면 안돼요!
홍여사 (노려보며) 더러운 손 치우지 못하겠니! 썩 물러서거라!
서인숙 마준이는 그이 아들이예요! 어머님의 하나뿐인 손주 맞다구요!
한승재 (멈칫.. 서인숙을 쳐다보는 위로 계속)
서인숙 어떻게 된건지 제가 다 설명드릴께요, 설명드릴수 있어요!
잠깐만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예? (절박하게 매달리면)
홍여사 너희 두 년놈들이 놀아나는 짓거리를 내 눈으로 봤고,
너희 두 년놈들이 지껄이는 소릴 내 귀로 다 들었다!
대체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해! 무슨 변명이 더 필요해!
서인숙 (OL) 어머니이! (절규하듯 외치는데)
홍여사 그 입 닥치거라! 어머니라니! 누가 니 어머니란 말이냐!
서인숙 ! (보면)
홍여사 그래도 내, 니 자리를 보존해주기 위해 그리도 마음을 썼거늘..
이리도 뒷통수를 쳐? 천하에 못되고, 몹쓸것 같으니라구!
이제 너하구 나는 이걸로 끝이다! 꼴도 보기 싫으니 썩 비켜서거라!
(뿌리치듯 지나쳐가려는데)
서인숙 낳아달라며!!!!
홍여사 (멈칫.. 걸음을 멈추고 다시 돌아보면)
서인숙 (천천히 일어나 홍여사를 똑바로 쳐다보며)
당신이 낳아달라 그랬잖아! 어떻게든 아들을 낳아달라구!
아들이 아니면 안된다구! 무슨일이 있어도 아들을 낳아 대를 이으라구!
홍여사 (보면)
서인숙 당신이 그렇게 날 몰아부치고 죄인취급했잖아! 숨도 못쉬게 했잖아!
그래서 아들 낳아줬는데.. 그런데 왜? 대체 뭐가 문젠데!
(두 눈이 벌게져서 흐느끼듯) 다른 여자한테 태어난 아이는 괜찮구,
내 배에서 태어난 아이는 안된다는거야? 어째서!
마준이는 엄연한 내 아들인데.. 내 배 아파 낳은 내 아들인데!
홍여사 니 아들일지는 몰라도, 절대 구씨 혈통은 될수 없다는게 문제겠지.
서인숙 ! (무너지듯 바라보면)
홍여사 (그대로 싸늘하게 지나쳐 가려는데)
서인숙 (순간 또 다시 홍여사의 팔을 잡으며) 안돼요! 잠깐만요!
홍여사 놓거라! (힘껏 뿌리치는데)
서인숙 (또 다시 붙잡으며) 이렇게 날 내칠순 없어! 이렇게 끝낼순 없어어!!!
(그러더니 이내 애원조로 그 앞에 무릎꿇고 매달리며)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어머니! 잘못했어요! 제가 몹쓸년이예요! 그러니..
그이한텐 비밀로 해주세요! 제발 그이한테만은 아무말도 말아주세요!
한승재 (그런 서인숙을 본다. 아프다...)
홍여사 비키거라! (단호하다, 뿌리치고 가려는걸)
서인숙 어머니이 (계속 붙잡는다)
홍여사 비키라니까!!! (계속 있는 힘껏 뿌리친다)
서인숙 제발요 어머니이이!!! (놓지 않고 애걸복걸하는데)
한승재 (더 이상 참지 못한채 그대로 서인숙에게 다가서서 그녀를 말린다)
그만해 인숙아! 이제 다 끝났어! 그 손 놔!
서인숙 (들리지 않는다) 제발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하라는대로 다 할게요! 예?
한승재 글쎄 그만하라니까!! (하고 서인숙의 팔을 잡아당기는것과 동시에)
갑자기 모든것이 순식간에.. 느린 화면처럼 그 일이 일어나고 만다.
잡아당기는 한승재 때문에 서인숙이 잡았던 홍여사의 옷자락을 놓치면서
그 바람에 있는 힘껏 뿌리치던 홍여사, 그만 몸의 균형을 잃고 휘청!
하는가 싶더니 미끌! 고무신이 미끄러지면서 몸이 뒤로 넘어간다.
순간 쿵! 한쪽에 있던 댓돌에 머리를 부딪히며 의식을 잃는 홍여사.
(동시에 서인숙의 팔찌가 함께 홍여사의 손 옆으로 떨어진다)
순간 서인숙과 그녀를 끌어안고 있던 한승재, 멈칫..!! 돌아본다.
쏴아!!!! 차갑고 거센 빗줄기가 내리는 가운데
갑자기 모든 움직임과 사람의 소리가 사라져버렸다.
선뜻 움직이지 못하는 서인숙과 그 뒤로 멍하니 쳐다보는 한승재,
그리고 그 두사람 앞에서 죽은듯 쓰러져 있는 홍여사.
서인숙 어... 어머니...?
홍여사 ...
서인숙 (한발자국 홍여사 앞으로 다가서서) 어머니..?
홍여사 (움직이지 않는다)
서인숙 (순간 헉! 숨이 멈출것같은 충격이 현실로 다가온다)
한승재 (역시 멍한 표정으로 한참을 빤히 쳐다본다)
서인숙 (덜덜덜 손이 떨려온다) 어... 어뜩해.. 어머니.. 어머니이!!!
(하면서 홍여사를 얼른 부축하려는데 바로 그 때)
한승재 (턱! 서인숙의 손목을 잡는다)
서인숙 (놀라며 돌아본다)
한승재 (금방이라도 폭발할것같은 감정을 꾹 누른채 쓰러진 홍여사를 보며)
아무것도... (한번 더 감정을 목으로 삼키며) 아무것도.. 하지마.
서인숙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으로 한승재를 빤히 쳐다본다)
한승재 당신은.. 여기 없었던거야.
서인숙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무슨.. 무슨말을 하는거야...?
한승재 당신은 오늘 여기 이 자리에 없었어.
나를 만나지도 않았고 큰사모님을 만나지도 않았어.
모두 다.. 없던 일이야. 그러니까..
서인숙 (멍하니) 승재씨...?
한승재 (OL) 그러니까! (정신차리라는듯 강한 눈빛으로 서인숙을 보며)
당신은 지금 당장 당신 방으로 올라가.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수면제 두알 털어넣고 한숨 푹 자.
내일 아침이면 모든게 다 해결 돼있을거야.
서인숙 하.. 하지만 어머니가...
한승재 (자르듯) 만에 하나 무슨일이 생긴다고 해도 당신은 아무것도 모른척..
평소대로 행동해.
서인숙 (겁에 질린채 덜덜 떨며 뚫어질듯 쳐다보는 위로 계속)
한승재 죄책감같은거 갖지 마. 내가 한짓이야.
불안해하거나 무서워하지도 마. 내가 다 한짓이야.
당신하고 마준이한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
내가 있는 이상... 당신하고 마준이는 안전해. 날 믿어.
서인숙 (순간 툭..! 눈물이 흘러내린다. 뭐라 말도 못한채 그저 빤히 쳐다보면)
거성家 거실. N
소리 안나게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한승재,
재빨리 공주댁이나 다른 집안 사람의 인기척이 들리는지 확인한 다음
밖에 있던 서인숙을 들어오게 한다.
서인숙, 반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창백한 표정으로 들어오더니
그대로 비틀비틀거리며 방으로 들어간다.
그녀가 지나간 위로 생겨나는 물자국들.. 진흙 자국들...
거성家 침실. N
안으로 들어온 서인숙, 그대로 방문을 안에서 걸어잠그더니
덜덜덜 떨면서 그대로 방문에 기댄채 천천히 쪼그리고 앉는다.
점점 복받쳐오르는 두려움... 점점 더 몸을 덜덜덜 떨면서 급기어
흑!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울음소리가 새나가지 못하도록
두 손으로 입을 막은채 소리없이 오열하는 모습에서
다시 거성家 거실. N
방문밖에 서 있던 한승재, 조용히 문을 한번 보더니 돌아선다.
그리고 바닥에 난 물자국과 진흙자국들을 조용히 지워나가기 시작한다.
침착하고 신속하고 소리없이.. 주도면밀한 그의 모습.
그러다 불이 켜진채 문이 열려있는 홍여사의 방쪽을 본다.
홍여사의 방. N
문앞에 서서 방안을 한번 돌아보는 한승재,
잠시 서 있더니 그대로 스위치를 내려 불을 끈뒤 조용히 문을 닫는다.
아랫채 작업실. N
여기저기 흐트러진 작업대위의 물건들을 정리하는 한승재.
바닥에 나 있는 진흙발자국들까지 지운다.
마지막으로 문앞에 서서 안을 한번 휘 둘러본뒤 문을 닫는다.
정원 일각. N.
쏴아!!! 쏟아지는 빗줄기를 고스란히 맞은채 누워있는 홍여사.
그 앞으로 다가서는 한승재, 잠시 홍여사를 쳐다보더니
한승재 이렇게 보내드려.. 죄송합니다. 이 죄는.. 지옥에서 받겠습니다.
(그리고는 천천히 돌아서서 간다. 무섭도록 차가운 표정)
점점 몸이 차가워지는 홍여사..
힘없이 바닥에 드리워진 손 옆으로 빗물과 섞인 진흙탕속에
반쯤 파묻힌 서인숙의 팔찌가 보인다. 그 팔찌에서.
거성家, 서재. N
E. 쿵쿵쿵쿵!!! 쿵쿵쿵쿵!!!!!
누군가 다급하게 문을 노크하는 소리.
소파에 대충 누워 잠이 들었던 구일중, 짐짓 눈을 뜬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을 돌아보며
구일중 누구냐! (잠잠하다) 누구냐니까? (잠잠하다)
이상하다.. 분명히 문소리를 들었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다가가 문을 열어 밖을 보면.
거성家, 서재 앞 복도. N.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보는 구일중.
그러나 그 앞에는 아무도 없다. 꿈결이라 잘못들었나?
그래도 왠지 마음이 안내켜 거실쪽으로 나가다가 멈칫...
홍여사의 방에 불이 환하게 켜진채 문이 활짝 열려있는게 보인다.
구일중,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구일중 어머니.. 여태 안주무십니까? (하고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방은 불이 켜진채로 텅 비어있다. 구일중, 의아한 표정으로 보다가
재빨리 화장실쪽으로 달려가 문을 두드린다.
구일중 어머니! 안에 계십니까?
그러더니 문을 열어 안을 보면 불이 꺼진 화장실, 텅 비어있다.
순간 구일중 왠지 안좋은 예감이 스친듯 돌아보더니.
구일중 공주댁! 공주댁!!!
거성家 전경. N.
여기저기 저택의 방방마다 불이 켜지기 시작하면
그 한쪽으로 우산을 쓴채 달려나오는 구일중과 공주댁.
구일중 어머니! 어머니이!!!
공주댁 큰사모님!! 큰사모니임!!!!
이리저리 찾으며 아랫채쪽을 돌아보면서 한쪽으로 지나치다가 멈칫..
구일중, 다시 되돌아와 아랫채쪽을 내려다본다.
저 아랫쪽으로 정원의 나무들 너머로 비죽이 나와 있는 팔 하나...
구일중 !!! (본다. 보더니 우산마저 내팽개친채 달려내려가며) 어머니이이!!!!
아랫채 뜰. N
쓰러진 홍여사를 끌어안는 구일중.
구일중 어머니!!! 어머니이 정신 좀 차려보세요!!!
홍여사 (완전 창백해진 얼굴로 의식 없다)
구일중 어머니!!!!! (외치는데서)
병원 일각. (아침)
쿵! 문이 열리면서 김미순과 탁구가 다급하게 들어선다.
안내데스크에 가서 무언가 물어본뒤 거기서 가리키는쪽으로
탁구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기는 김미순.
거의 반은 뛰다시피 종종걸음을 옮기는 그녀의 표정, 창백하다.
김미순의 손에 이끌리다시피 같이 종종 걸음을 옮기는 탁구,
(어제의 일로 얼굴 여기저기 멍자국이 보이는 가운데)
김미순과 함께 복도 코너를 막 돌면,
병실 앞.
그 앞을 지키고 앉아 있는 구일중과 자경, 자림, 마준.
그리고 한승재와 서너명의 수행원들이 보이고,
그 저편으로 의자 한쪽에 세상이 다 끝난것처럼 창백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서인숙도 보인다.
(팔찌가 차여져 있던 빈손목을 다른손으로 의미없이 문지르고 있다
그날밤 팔찌가 풀리면서 손목에 긁힌 자국이 선연한..)
김미순, 서인숙을 보더니 선뜻 다가서지 못한채 멈춰선다. 그리고,
김미순 가보그래이.
탁구 (김미순을 올려다본다) 어무이는 같이 안가보나?
김미순 내가 낄 자리가 아이다. (보며) 뭐하노. 퍼뜩 가보그라.
탁구 응. (그리고는 순순히 손을 놓고 그쪽으로 다가서는데)
그 때 문이 열리면서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나오는게 보인다.
구일중,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향해 선다.
한승재도 살짝 초조한 눈빛으로 의사일행을 돌아본다.
(서인숙만 앉은채 그대로 고개들어 표정없이 의사들쪽을 보면)
구일중 어머니는 좀 어떠십니까.
의사 내상이 심하신데다 연세도 많으신 분이
빗속에 오랜시간 방치돼있던터라...
서인숙, 한승재, 마준, 각자 표정없이 듣는 위로
의사E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지 싶습니다만..
마준 (흘끗 한승재쪽을 보면)
한승재 (본다, 표 안나게 안심하는듯한 기색)
서인숙 (무슨말을 듣지도 모르는듯한 멍한 표정으로 의사를 쳐다보는 가운데)
탁구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구일중의 기색을 살핀다)
구일중 (표정없이 시선 떨군다. 진심으로 낙심하는 그)
병실안.
누워있는 홍여사의 손을 조용히 잡는 구일중.
구일중 어머님.. 저 일중입니다. 눈 좀 떠보세요..
홍여사 ......
그 뒤로 침대옆에 나란히 서 있는 자경과 자림, 그리고 탁구.
호흡기를 단채 침대에 누워있는 홍여사를 본다.
(탁구는 맨끝에 침대 발치쪽에 서서 보고 있다)
그 뒤로 선뜻 들어서지 못한채 문뒤로 반쯤 걸쳐서서 보고 있는 마준.
뭔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죽은듯 누워있는 홍여사를 보고 있다.
구일중 어머님.. 저 일중이예요, 눈을 좀 떠보세요 어머님.
홍여사 (의식이 없다)
구일중 어머님.. 이대로 그냥 가실수는 없습니다.
제 얼굴도 안보고 그냥 가시면.. 이 불효자식 어쩝니까?
한번이라도 좋으니... 눈 좀 떠보세요 어머니.
한번이라도 좋으니 저 좀 보세요, 어머니이...
(조용하게 그러나 절절하게 말하며 홍여사의 손을 어루만지는데)
그 때 움찔.. 구일중 잡은 홍여사의 손이 움직인다.
구일중 (멈칫.. 그 손을 보더니) 어머니! 정신이 드십니까? 제 목소리 들리세요?
insert> 병실밖 복도.
창백하게 앉아 있던 서인숙, 순간 자기도 모르게 번쩍 고개를 들어
병실쪽을 본다. 창백한 얼굴이 더 하얗게 겁에 질린다.
한승재, 역시 긴장하는 눈빛으로 병실을 돌아보면.
다시 병실 안>
구일중 어머니.. 접니다. 일중입니다. (하고 쳐다보면)
홍여사 (힘겹게.. 아주 힘겹게 천천히 눈을 뜬다)
구일중 절 알아보시겠어요? 제가 하는 말 들리세요 어머니?
홍여사, 힘겨운 눈빛으로 구일중을 본다.
그러더니 천천히 시선을 옮겨 옆에 있는 자경과 자림을 보더니
그 뒤로 반쯤 열린 문뒤에 서 있던 마준과 시선이 마주친다.
마준, 순간 잘못하다 들킨것처럼 시선을 피한다.
(자경, 그 시선을 따라 마준쪽을 돌아본다. 뭔가 있구나... 싶은 표정)
홍여사, 뭐라 말할수 없는 복잡한 눈빛으로 마준을 보다가
누군가를 찾는듯 시선을 돌리더니 발치에 서 있는 탁구에서 멈춘다.
탁구, 걱정스런 표정으로 홍여사를 보고 있다.
홍여사, 순간 가슴아픈 표정으로 천천히 손을 들어 탁구를 향해 내민다.
그러자 구일중과 자경, 자림, 일제히 탁구를 돌아본다.
탁구, 할머니가 왜 이러시지? 하는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면
홍여사 (탁구를 보며 겨우 목쉰소리로) 내 새끼...
탁구 ...! (본다)
구일중 ! (본다)
홍여사 (안타깝고 절절한 눈빛으로 탁구를 본다. 눈시울이 벌개져온다)
내 새끼... (하는 순간 숨이 흡! 끌어당기듯 들이켜진다)
구일중 어머니! 어머니이...!!! (쳐다보면)
홍여사, 끝까지 탁구만을 바라본채 마지막으로 숨을 내쉬면서
충혈된 눈에서 툭..! 한줄기 눈물을 흘리더니 그대로 모든것이 멈춘다.
(탁구를 바라보던채로 반쯤 눈을 뜬채... 숨을 멈춘다)
구일중 ! (본다) 어머니!
자경/자림 할머니이!!!
탁구 !!! (놀란듯 본다)
마준 (창백한 표정으로 홍여사를 쳐다보면)
그 뒤로 반쯤 열려진 문뒤로 천천히 프레임-인 되는 한승재.
멍하니 서 있는 마준의 뒤에서 안쪽의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전혀 표정을 알수 없을만큼 냉랭하고 착 가라앉은 시선으로 보더니
그 병실 앞 복도.
고개 돌려 뒤쪽의 서인숙을 돌아보는 한승재.
금방이라도 질식할것처럼 병실쪽을 바라보고 있던 서인숙
자기도 모르게 온몸에 힘이 빠지며 어깨가 툭.. 쳐진다.
그 위로 구일중의 (E "어머니이...!")하는 구슬픈 소리.
서인숙, 창백하고 파리한 얼굴로 잠시 그 소리를 듣고 있더니
더 이상 거기에 앉아있을수 없는듯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긴다.
그러다 휘청..! 한승재, 얼른 부축하려는듯 다가서는데
서인숙, 재빨리 손을 들어 그 도움을 완강히 거절하는 손짓.
한승재, 멈칫..하는 눈빛으로 서인숙을 보면
서인숙, 한승재와 똑바로 시선을 마주치지 않은채 지나쳐가다가
코너를 막 돌아서는 순간 거기 서 있는 김미순과 마주친다.
김미순, 서인숙을 보자마자 얼른 고개 숙여 머리를 조아리면
서인숙 김미순을 빤히 본다. 보다가 그대로 옆으로 지나가다가
다시 우뚝 걸음을 멈춘다.
김미순 (짐짓 시선들어 보면)
서인숙 (고개 돌려 김미순을 본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으로 보더니)
결국... 운명은 내편이었어. 그치..?
김미순 (? 무슨 말인지.. 하고 쳐다보면)
순간 피식 조소를 한번 날리는가 싶더니 이내 눈가가 벌겋게 물든다.
눈물이 고여오는걸 들키지 않으려 이내 표정 쎄해지더니
그대로 김미순을 지나쳐 가버린다.
김미순, 그런 서인숙의 뒷모습을 보다가 불길한 느낌에 휩싸여
병실쪽을 돌아본다. 멍하니 쳐다보는 시선위로 장송곡 울려퍼지면서.
장례식장.
홍여사의 영정이 놓여 있는 가운데 그 앞에서 베옷을 입고
새끼로 머리테를 두른 구일중과 탁구, 마준이 문상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탁구, 유난히 말이 없어진채 시무룩해 있는 마준이 신경쓰이는듯 자꾸만
마준쪽을 돌아본다. 그 위로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들 오버랩.
소리1E 아니 그 비오는날 밤에 정원에는 뭐하러 나가신거래요?
소리2E 누가 알겠어요. 노망이 나신것두 아닌데...
그나저나 낙상하신건 어떻게 발견했대요?
소리1E 그게 또 희한하대요, 한밤중에 누가 회장님 방문을 두드리더랩니다.
그래서 나가보니 문밖에 아무도 없었다는거예요.
소리2E 아이고 세상에. 큰마님 영혼이 떠나시면서
그래도 회장님헌테는 알리고 싶었는가보네에.. (쯧쯧쯔즈.. 하는 소리)
마준, 조용히 그런 소리들을 듣는 표정으로 있다가
시선을 돌려 서인숙을 쳐다본다.
서인숙, 역시 상복을 입은채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손으로는 계속 의미없이 상처난 팔목을 쓰다듬고 있다.
마준, 그런 서인숙을 그늘진 눈빛으로 바라보는 시선위로.
한승재E 죄책감같은거 갖지 마. 내가 한짓이야.
flash-back> (8씬 연결) 그날 밤 정원. N.
한승재 내가 여기 있는 이상... 당신하고 마준이는 안전해. 나만 믿어. 응?
서인숙 (순간 툭..! 눈물이 흘러내린다. 뭐라 말도 못한채 그저 빤히 쳐다보면)
화면, 그 한쪽으로 천천히 이동하면
완전히 멍한 표정으로 쪼그리고 앉아 있는 마준의 얼굴.
덜덜덜 떨면서 멍하니 충격받은듯 표정없이 다 듣고 있었다.
하염없이 비를 맞고 있는 마준의 모습에서.
(경과)
아무도 없이 빗속에 혼자 남겨진 홍여사의 모습.
그 앞으로 프레임-인되는 마준의 발. 잠시 내려다보는가 싶더니..
그 때 홍여사의 팔 옆에 떨어진 작은 팔찌를 주워드는 마준의 손.
엄마의 팔찌라는걸 알아보는 마준, 흑! 눈물이 터질뻔하는데 그 때,
홍여사 으으으.... (작은 신음소리)
마준 (화들짝 놀라 돌아본다)
홍여사 (힘겹게 눈을 뜨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다가 마준과 시선 마주친다)
마준 (놀란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빤히 쳐다보면)
홍여사 (고통스러운듯 핏발선 눈으로 마준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순간 마준, 놀란듯 그대로 후다닥 돌아서서 도망친다. 그러다 멈칫..
걸음을 멈춘다. 멈추더니 다시 돌아서서 홍여사를 돌아본다.
마준, 손에 들린 엄마의 팔찌를 꾹 쥐어잡는다. 그러더니
다시 홍여사앞으로 돌아가 그 앞에 무릎꿇고 앉아 홍여사를 본다.
마준 일어서실수 있겠어요?
홍여사 (대답할 기력도 없는듯 보면)
마준 할머니! 일어서실수 있겠냐구요!
홍여사 (가물가물해지는듯.. 그러면서도 마준을 힘겹게 쳐다보면)
마준 제가 부축해드릴께요. 대신에 할머니두 나하구 약속 하나 해요.
우리 엄마.. (순간 콱! 목이 메이며 눈시울 붉어지더니) ..용서해준다구...
홍여사 (본다)
마준 우리 엄마가 할머니한테 잘못한거.. 다 용서해주세요...!
그럼 내가 부축해드릴께요! 할머니 살려드릴께요! 예? (절박하게 보면)
홍여사 (본다. 보더니 순간 힘없이 다시 스르르 감기는 눈)
마준 (본다. 보더니) 나하구.. 약속 한거예요, 알았죠?
(그러더니 쓱! 팔뚝으로 눈물 닦아낸뒤 홍여사의 팔을 어깨에 두른다)
그리고는 있는 힘을 다해 홍여사를 일으켜 보려고 하지만..
홍여사의 축 쳐진 몸을 일으키기엔 열두살 소년의 몸으론 역부족.
마준, 다시 있는 힘을 다해 홍여사를 부축하다가 미끌! 넘어진다.
마준, 재빨리 홍여사를 보면 홍여사 의식을 잃은듯 꿈쩍도 안한다.
마준, 이번엔 홍여사를 질질 끌어당기기 시작한다.
다시 미끄러져 넘어지는 마준, 또 다시 끌어당기다가 또 미끄러지고,
그러기를 두어차례 반복하더니 도저히 안되겠는지 숨을 헉헉 내쉬며
절망적인 표정으로 홍여사를 내려다본다. 그리고 안채쪽을 올려다본다.
여전히 불이 꺼진채 어두운 집.
홍여사는 점점 더 창백해지고, 몸은 차가워져만 가고 있다.
순간 마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집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뒤에 혼자 남겨진 홍여사.
(구일중이 발견할 당시의 모습으로 팔을 한쪽으로 쭉 뻗은채...)
거성家, 거실. N
안으로 뛰어들어오는 마준, 잠시 어쩌지? 우왕좌왕하다가
재빨리 홍여사 방쪽으로 가서 문을 활짝 열어놓은채 불을 켠다.
그러더니 이번엔 서재앞으로 달려가 정신없이 문을 두드린다.
아버지가 깰때까지... 구일중이 일어날때까지...
쿵쿵쿵쿵!! 쿵쿵쿵쿵!!!! 두드리는 마준. 그러자 안쪽에서
구일중E 누구냐!
마준 (흠짓! 두드리던 손 멈춘다)
구일중E 누구냐니까!
마준 (순간 재빨리 후다닥 계단으로 뛰어올라가 윗층에 숨는다)
마준의 모습이 사라지는것과 거의 동시에 문을 열고 나오는 구일중.
(10씬 연결)
아무도 없는걸 보고 잘못들었나 싶다가 거실쪽을 내다보다가 멈칫..
홍여사의 방에 불이 환하게 켜진채 문이 활짝 열려있는걸 본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모퉁이 뒤. N
저 아랫쪽으로 구일중이 홍여사의 방쪽으로 가는게 보인다.
"어머니 아직 안주무십니까?"
방안에 없자 화장실로 가서 문을 두드리고 확인하며
구일중 어머니! 안에 계십니까? (없다) 어머니!!! (그러더니)
공주댁! 공주댁!!!! (하면서 거실의 불들을 다 켜고 다급해지는 움직임)
한쪽으로 화면 이동하면 불이 켜지지 않은 이층 계단 모퉁이 뒤에서
덜덜 떨고 있는 마준의 모습 그 위로
구일중E 어머니! 어머니 어디 계세요! 어머니이!!! (다급하게 찾는 소리)
마준, 두려움으로 점점 눈물이 차오른다.
그러면서 손에 들고 있는 서인숙의 팔찌를 들어 본다.
입을 꾹 다문채 눈물을 툭.. 흘리는데 그 때,
자경 마준아...!
마준 (순간 허걱! 놀라서 고개 들어 본다)
자경 (젖은 모습, 진흙투성이의 그를 보고 놀란듯) 너.. 여기서 뭐해?
마준 (순간 재빨리 서인숙의 팔찌를 숨기더니 후다닥 방으로 뛰어들어간다)
자경 (돌아본다. 보다가 아랫쪽을 내려다보면)
구일중 (뛰어올라오다가 자경을 보더니) 자경아! 할머니 이층에 안계시니?
자경 아뇨오.. 할머니 안올라오신거 같은데..
구일중 이층 화장실하고 베란다쪽 좀 찾아봐. (하더니 후다닥 뛰어내려간다)
저 아래로 잠결에 뛰쳐나온 공주댁에게 뭔가 지시하는 구일중, 그러더니
우산을 집어들고 밖으로 나간다. "어머니! 어머니이!!!!" 찾는 소리.
자경, 다시 마준의 방쪽을 돌아본다. 뭔일이 있구나 싶은 시선에서.
다시 현재> 장례식장 일각. (밤)
사람없는 곳에 혼자 한쪽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마준,
그 뒷쪽으로 다가서는 자경 마준을 잠시 바라보더니 옆에 앉는다.
자경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마준 ...
자경 (보며) 그 날밤 너.. 할머니하고 같이 있었던거 맞지? 그치?
마준 (멈칫.. 반쯤 고개를 돌려 자경쪽으로 시선을 둔다)
자경 말해봐. 무슨 일이 있었던거니?
할머니가 왜 그렇게 된건지 넌 알고 있잖아. 아니야? (하는데)
마준 그래서 뭐! (노려보며) 대체 뭐가 궁금한건데! 뭐가 알고 싶은데!
자경 마준아!
마준 솔직히 할머니 돌아가신거... 누나두 속시원하지 않아?
이젠 더 이상 그 지긋지긋한 잔소리 안들어도 되잖아.
이젠 그 지긋지긋한 간섭 안당해도 되잖아!
이젠 그 지긋지긋한 얼굴 (울컥!) 두번 다시 안봐도 되잖아!
그럼 된거 아냐? 그럼 된거 아니냐구우우! (하는데)
자경 (양 어깨를 잡으며) 그만해! 정신차려 구마준!!!
마준 (순간 멈칫.. 격앙된 감정으로 자경을 노려보면)
자경 너.. 왜 이래? 대체 뭘 본거야?
뭘 봤는데 이렇게 겁에 질려 있는거야 너!!
마준 (참고 참았던 감정이 터지듯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툭..!눈물이 떨어진다)
자경 (그 눈물에 멈칫.. 보더니) 너.. 괜찮니?
마준 (그대로 자경의 잡은 손을 탁! 쳐낸뒤 홱! 돌아서서 가버린다)
자경 ...! (본다. 틀림없이 뭔가 있지 싶은 표정으로 돌아보면)
복도일각 N.
한쪽에서 나오던 탁구, 누구를 찾는듯 두리번 거리며 나오다가
바로 저 앞으로 뛰쳐나가는 마준을 본다. 탁구 ? 쳐다보는데서
구석 일각. N.
웩! 웩! 토하는 마준.
그 뒤로 마준을 찾는듯 두리번 거리던 탁구, 마준쪽을 돌아보면
마준 웩웩! 토하다가 흐으... 울음을 터뜨린다.
무섭다. 두렵다. 혼자 감당하기 힘든 진실의 무게때문에 자꾸만 토할것 같다. 울다가 다시 웩! 웩! 토하는 마준.
탁구, 본다. 보다가 얼른 그 뒤로 다가와 등을 두드려 준다.
마준 (멈칫.. 돌아보면)
탁구 얹힜나? 니 요메칠 벨로 묵은것도 없을긴데..
마준 저리가! (하면서 탁구의 팔을 탁! 뿌리치더니 다시 웩! 웩! 거린다)
탁구 (본다. 보다가 다시 등을 두드려주며)
마준 (괴로운듯 다시 흐으으... 울다 헛구역질하다 하는 모습)
탁구 그래도 니 보기보담 할무이하고 정 마이 들었는갑네?
내는 느그하고 할무이하고 벨로 사이가 안좋은줄 알았는데.
됐다. 이자 고마 울어라. 할무이 맘 펜이 몬가시겄다. (하며 토닥이는데)
마준 (순간 눈물 가득한 눈으로 탁구를 탁! 밀치며) 절루 가라 그랬지!!!
그지 새끼주제에 니가 뭘 알어! 뭘 안다구 아는 척 해!
니가 뭔데! 니가 뭔데에에!!! (하는데)
탁구 (OL) 머긴 머꼬, 느그 형이지!
마준 !
탁구 형이란게 머꼬? 아우가 힘들때 도와주고 보살피주는기 형 아이가.
마준 (글썽..! 쳐다보면)
탁구 마준이 니가 볼때는... 그래 뭐 그지 새끼 같을지 몰르지만도
그래도 내는 엄연한 니 형이다.
어무이는 달라도 아부지는 엄연히 같은 한 핏줄이다 그 말이다.
마준 웃기지 마! (순간 울음이 터지며 울음섞인 목소리로)
니가 어떻게 내 형이야! 니가 어떻게 나랑 한핏줄이야! 아니야!
(퍽! 탁구의 가슴팍을 친다, 때리고, 또 때리며) 아니야! 아니야!!!
탁구 (아프지만 고스란히 맞아주면)
마준 너 같은거.. 없어져버렸으면 좋겠어! 어디루 확 꺼져버렸으면 좋겠어!
(하다가) 으어어어엉!!!! (하면서 아이처럼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탁구 (본다. 나즉히 한숨을 내쉬며 본다)
으어어어엉!!! 계속 소리내 흐느껴 우는 마준을
왠지 미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탁구의 마음...
일각> 저 뒤에서 그 두 아이를 바라보는 자경, 표정없이 바라본다.
장례식장 밖 일각. N.
한쪽으로 쭉 걸어오는 자경, 왠지 표정 심난하다.
그러다 걸음을 멈추고 한쪽으로 시선을 주면
저 앞으로 모퉁이 뒤에서 장례식장쪽을 바라보고 있는 김미순의 뒷모습.
선뜻 들어서지 못한채 주저하는 표정으로 어쩌지 못하고 있다.
잠시 망설이다 결국 들어가기를 포기한듯 돌아서다가 멈칫..
표정 쎄하게 바라보고 있는 자경과 시선이 마주친다.
자경, 그대로 무시하듯 김미순을 지나치려는데
김미순 자경아..
자경 (멈칫.. 걸음을 멈춘다. 돌아보지 않은채)
김미순 (무슨말을 할까하다가.. 어색하게) 잘 있었나?
자경 ...
김미순 우리 탁구도 잘 있제?
자경 ...
김미순 큰사모님 마지막 가시는 길이라 함 와봤다.
오면 안되는거 알면서도 사람의 도리가 그런게 아이지 싶어가...(하는데)
자경 (자르듯 차갑게) 부탁인데!
김미순 (멈칫.. 말을 멈추고 보면)
자경 (돌아보며) 이런식으로 빌미 만들어 자꾸 우리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아들 들이밀고, 얼굴 들이밀면서 마치 가족이라도 된 양 굴지 말라구요!
김미순 자경아...
자경 그 쪽하구 그 쪽 아들!
우리 가족한테 너무나 부끄럽고 창피한 존재라는거 몰라요?
김미순 ! (보면)
자경 이제 할머닌 돌아가셨구 우리집에서 그쪽 편들어줄 사람 아무도 없어요.
찾아와도 반가워할 사람 아무도 없다구요, 그러니까!
뻔뻔하게 자꾸 나타나지 마세요. 아셨어요?
김미순 (본다. 상처받은 표정으로 보면)
자경 (불쾌한듯 노려본뒤 찬바람나게 돌아서다가 멈칫! 멈춰서서 앞을 본다)
저만치 상주옷을 입은 구일중이 거기 서 있다.
자경, 살짝 당황한듯.. 그러나 특유의 도도한 자태 흐트러짐 없이
그저 반쯤 고개 돌려 뒷쪽의 김미순을 보면.
김미순도 구일중을 본다. 당황하다가 이내 허리를 구부려 조아린다.
구일중, 조용한 시선으로 김미순을 본다. 조용한 시선으로 한참 보면.
장례식장안. N.
문상객들, 한쪽에서 구경하듯 수군거리며 몰려 서 있다.
그들이 쳐다보는 홍여사의 영정앞에 큰절을 올리는 김미순 모습.
그 모습을 한쪽에서 기가막힌듯 지켜보고 있는 서인숙.
옆으로 역시 불쾌한듯 바라보고 있는 자경과 어색한 표정의 자림.
상주의 자리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서서 바라보는 구일중.
그리고 입구쪽에 서서 이 모든 상황을 말없이 지켜보는 한승재.
그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재배를 올리는 김미순.
두번째 절을 드리려고 엎드린 순간 그만 흑..! 하고 울음이 터진다.
진심으로 가슴 아픈듯 눈물을 흘리며 홍여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그녀...
구일중, 김미순의 진심이 전해진듯 조용히 바라본다.
자경, 보다 못해 그대로 홱! 돌아서서 밖으로 나가고
자림, 그런 자경을 돌아보며 "언니..."하고 따라 나간다.
서인숙, 주먹을 꾹 쥔채 시선을 들어 구일중을 노려본다.
칼로 찌르는듯한 시선...
그런 서인숙을 조용히 바라볼수밖에 없는 한승재의 눈빛...
그렇게 네사람 사이에 말로 표현 못할 긴장감이 팽팽히 흐르는 그 때,
탁구E 저기...
소리에 한승재와 서인숙, 그리고 김미순과 구일중, 동시에 돌아본다.
그 앞으로 탁구가 마준이를 등에 업은채 엉거주춤 서 있다.
탁구 마준이가 쪼매 아픈 모양입니더. 몸에서 열이 마이 나는데예...
서인숙 ! (본다)
한승재 ! (본다)
구일중 (본다)
김미순 (눈물을 닦아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보면)
서인숙 재빨리 다가가 마준이를 탁구의 등에서 끌어내린다
(한승재, 당장이라도 달려가 부둥켜 안고 싶지만 구일중의 시선을 의식 중이다. 선뜻 나서지 못한채 잔뜩 걱정스런 표정으로 보면)
서인숙 (마준이의 이마를 짚어본다. 열이 끓는다) 마준아! 너 왜 이래! 아가!!
(하다가 탁구를 보며) 너! 우리 마준이한테 무슨짓을 한거야 대체!
김미순 (? 본다)
탁구 아무짓도 안했심더!
아까참에 속이 안좋아가 다 토하길래 등만 두들기줬심더! 참말입니더! 쫌전까지만해도 괘않았는데 갑자기 열이 나가...
(하면서 마준이의 이마를 만지려는데)
서인숙 (찰싹! 탁구의 손등을 때리듯 밀쳐버린다)
탁구 (아야! 아픈듯 손등을 감싸며 놀란듯 서인숙을 본다)
김미순 (멈칫.. 그 모습을 보면)
서인숙 (무섭게 탁구를 노려보며) 떨어져! 우리 아이한테서 떨어져!
구일중 목소리 낮춰요.
서인숙 (구일중을 돌아보며) 우리 마준이가 아파요! 열이 펄펄 끓는다구요!
구일중 지금 여기 어머니 상중인거 몰라 이래요?
서인숙 (무섭게 구일중을 노려보면)
구일중 (마준을 한번 보더니) 한실장 자네가 마준이 좀 데려가게.
상태를 봐서 입원을 시키든지 자네가 알아서 해.
한승재 (구일중을 흘끗 한번 보더니) 네.
한승재, 완전 표정이 굳어버린채 마준이를 안아올린다.
(안아올리기 위해 옆에 있던 탁구를 짐짝처럼 옆으로 밀어버린다.
그 바람에 두어걸음 뒤로 밀쳐지는 탁구...
자기 아들이 그런 취급 받는걸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바라보는 김미순...)
한승재, 그대로 마준이를 안아올린채 밖으로 나간다.
구일중, 보더니 이내 안으로 들어오는 다른 문상객들을 향해 돌아선다.
서인숙, 구일중을 노려본다. 보다가 김미순쪽으로 시선 돌린다.
그 시선과 마주치자 김미순 이내 죄인처럼 시선 떨군다.
서인숙, 참을수 없는 모멸감과 함께 그대로 홱! 돌아서서 나가다
탁구를 내려다 본다.
탁구 (서인숙을 살짝 경계하듯 올려다보면)
서인숙 (내려다보며 완전 경멸하듯) 천하고 더러운것들...!
(그리고는 그대로 홱! 돌아서서 가버린다)
탁구 ... (왠지 그 말이 서글퍼지는...)
김미순, 그런 탁구를 빤히 보고 있다.
내 아들이... 저런 대접을 받으며.. 살고 있었구나...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눈으로 보니 너무나 가슴이 아픈 김미순.
탁구, 그런 엄마를 돌아보며 겸연쩍게 베식.. 한번 웃는다. 시선위로.
탁구E 은제 왔노?
장례식장 밖, 정원같은 일각. N
나란히 앉아 있는 탁구와 김미순.
김미순 니 들어오기 바로 즌에. (돌아보며) 근데 니 즈녁은 무읏나?
탁구 응? 으응.. 시간이 멫신데 그럼.. (안먹었다) 어무이는? 무읏나 저녁?
김미순 응? 으응.. 시간이 멫신데 그럼... (역시 안먹었다)
아까 가가 마준이라켔나?
탁구 응. 내보다 삼개월 동생이다. (살짝 걱정하듯) 괘않아야할긴데..
안그래도 할무이 때문에 회장님께서 상심이 크실긴데
마준이까지 저래 아프면 을매나 걱정이 많으시겠노.
김미순 (그런 탁구를 본다. 짠한 마음으로 보더니)
우리 탁구도 이제 어른 다 되아삤네. 그런말도 할 줄 알고..
탁구 (겸연쩍게 씩 한번 웃으면)
김미순 그래.. 니는 그런 맴으로 살그라.
(따뜻하게 탁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그래 사는게 지금 당장은 손해보는것 같고 무시당하는것 같아도
살다보믄 다 니 복으로 돌아온다.
두고봐라. 이 세상은 겔국 착하게 사는 사람이 이기게 돼있다.
세상 이치가 그런기라. 알긋나?
탁구 응... 알았다.
김미순 그래애.. (순간 왠지 먹먹하게 서글픔이 밀려오는지)
아이고마 내 정신 쫌 바라.. 이러다 막차 놓치긋다. (서둘러 일어선다)
탁구 (동시에 벌떡 따라 일어서며) 블써 갈라꼬?
김미순 가야제 그럼.. 니도 퍼뜩 드가봐라. 회장님 혼자 안기시나?
탁구 ...응.
김미순 그래.. (그러더니 안떨어지는 발걸음 돌리며 걸어가는데)
탁구 (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본다. 보다가) 어무이!
김미순 (멈칫.. 걸음을 멈추면)
탁구 내 기양 안성 가가 어무이하고 같이 살믄 안되겠나?
김미순 (마음이 찢어진다...)
탁구 안되겠제...?
김미순 (마음을 다잡고 돌아보더니)
씨나락 까묵는 소리 고마하고 퍼뜩 들어가래이! 퍼뜩!
니이.. 정 그렇게 내하고 같이 살고잡으면 이 담에 커서 끗발 좋아질때..
그 때 내 모시고 살아라. 지금 말고 이 담에 커서.. 훌륭한 사람 돼서..
그 때까지는 어림 엄따! 꿈도 꾸지 마라. 알긋나?
탁구 (본다)
김미순 알긋나!
탁구 알았다.
김미순 참말로 알고 알았다카나? 몰르는데도 알았다카나?
탁구 참말로 알고 알았다켔다.
김미순 됐다. 고마 퍼뜩 드가라!
(손짓까지 해가며) 퍼뜩 드가라니까! 응?
탁구 (힘없이) 알았다. 드간다.. 어무이도 챙기가라. 찻길 조심하고!
김미순 (울컥..! 지도 힘들긴데 내 걱정을 한다. 겨우 꾹 누르고)
그래.. 챙기가께, 조심하께..
(순간 눈물이 터져나와 그대로 홱! 돌아선다)
탁구 (보면)
탁구를 뒤로 하고 다시 걸음을 옮기는 김미순, 하염없이 눈물 흘리고
멀어지는 엄마의 작은 등을 바라보는 탁구, 한없이 착잡하다. 시선에서.
입원실. N.
링거를 꽂은채 돌아누워 잠이 든 마준.
한승재, 마준의 이마에 손을 올려본다. 열이 많이 내린듯...
한승재 열은 이제 많이 내린거 같습니다. 약에 취해 깊이 잠들었어요.
서인숙 (표정없이 마준의 등을 쳐다보고 있다)
한승재 (돌아보며) 당신도 좀 쉬는게 좋겠어요.
그 날 이후로 한숨도 못자는거 같던데...
서인숙 떠날까...? 우리?
한승재 (멈칫... 서인숙을 본다)
서인숙 (마준을 보며) 우리 그냥 마준이 데리고 셋이서 멀리 떠나버릴까?
한승재 (본다)
서인숙 눈만 감으면 그날 밤 일이 떠올라..
죄책감 때문에 머리가 돌아버릴것 같아. 그런데...
그러면서두 여전히 나는 비참하구 화가 나.
그 여자만 보면, 그 아이만 보면, 미칠것처럼 화가 나.
이런 기분으로 내가 언제까지 견딜수 있을까?
차라리 그냥 다 잊어버리구 떠나버리면...
한승재 (OL) 떠나버리면.. 다 잊고 편안해질수 있겠니?
후회하지 않고, 당신이 버린것에 집착하지도 않고
정말 다 훌훌 잊어버리고 살수 있겠어?
서인숙 (솔직히 그것도 자신이 없다..) 그냥 이대로 콱 죽어버리고 싶다...
한승재 (본다. 보더니) 당신 마준이 엄마야.
서인숙 (그 말에 멈칫.. 고개들어 한승재를 보면)
한승재 당신이 흔들리면 마준이의 미래도 흔들리는거고
당신이 약해지면 마준이의 인생도 약해질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정신차리고 더욱 더 마음 굳게 먹어.
내가.. 그림자가 되줄께.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신하고 마준이
지켜낼테니까, 그러니까... (하는데)
서인숙 (툭.. 눈물이 떨어지면서 그대로 한승재의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한승재 ... (잠시 그대로 있다가) 당신은 당신답게 살아...
서인숙답게.. 그렇게 살면 돼.
서인숙 (눈을 감는다. 흐르는 눈물...)
한승재 (조용히 서인숙을 꼭 끌어안아준다)
그 두사람 이편으로 돌아누워 눈을 감고 있던 마준, 천천히 눈을 뜬다.
아무런 감정도 없이 쎄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한다.
한승재 역시 서인숙을 꼭 끌어안은채 다른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마준과 같은 종류의 감정없는 쎄한 눈빛에서...
안성, 파출소.
끼이이.. 철장문 여는 소리.
신씨 (밖으로 나오며) 왜 사람을 나오라 마라여? 합의 안하겄다는디!
순경1 회장님댁에 노마님이 돌아가셨디야. 상중이 괜한 일로 잡음날께비
이번만 특별히 용서해주시겄다고 연락이 왔구먼.
신씨 체!
순경1 자네두 거 앞으루는 정신 똑바루 챙기구 살어. 딸래미 생각두 좀 혀야지.
신씨 누가 내 딸래미 생각해달랜적 있디야? 왜 사서 남의 딸 걱정이여?
순경1 쯧쯧쯔... 워쩌케 자네겉은 사람헌티 유경이겉은 딸이 태났나 물러.
어여 여기 지장 찍구 가!
신씨 체! (하면서 경찰1이 내미는 서류에 지장 꾹! 눌러찍는다)
파출소 앞.
밖으로 나오는 신씨, 햇살이 눈부신듯 잔뜩 인상 찌푸린채 걸어나오는데
저 앞으로 세워진 세단이 한대 보인다. 뭐지? 하고 보는데
그 때 운전석쪽 창문이 내려가면서 나타나는 한승재의 얼굴.
신씨, 삐딱한 표정으로 한승재를 본다.
신씨 뭐여 당신?
한승재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신씨 (? 본다)
한승재 (조용한 시선으로 신씨를 응시한다.)
그 뒤로 파출소쪽으로 두부를 사들고 걸어오던 유경, 걸음을 멈추고
신씨와 그 앞으로 서 있는 세단을 본다. (한승재 얼굴은 안보인다)
유경, 뭐지? 하고 왠지 심상치 않은 기운으로 쳐다본다.
신문지를 싸들고 있는 두부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데서.
한적한 폐가 안.
턱! 하니 돈뭉치를 내놓는 한승재.
한승재 가게 하나는 충분히 낼 수 있을걸세.
신씨 (? 보더니) 그런디? 이걸로 나헌티 뭘 워쩌라는겨?
한승재 자네가 처리해줬으면 하는 여자가 하나 있어서 말이야.
신씨 ? (본다)
한승재 (조용한 눈빛으로 본다. 시선에서)
폐가 앞, 일각.
벌컥!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신씨,
물컹! 문앞에 떨어진 두부를 물컹! 밟아버린다.
신씨 한번 내려다본뒤 별 대수롭지 않은듯... 뒷쪽에 남아있는 한승재를
흘끗 한번 돌아보더니 그대로 휑하니 그 자리를 뜬다.
그 뒤로 혼자 남은 한승재, 조용한 시선으로 쳐다보는데서.
유경이네 선술집 안.
드륵!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들어오는 유경,
누가 쫓아들어오기라도 할듯 재빨리 문을 닫고 그 문앞에 기대선다.
들어서는 안될 엄청난 얘길 들어버린듯...
두렵고 떨리는 눈빛으로 어쩔줄 모르더니 재빨리 한쪽으로 가더니
선반을 열고 가장 안쪽에 숨겨둔 사탕깡통(오래되서 녹슬어버린 알사탕
깡통)을 꺼내든다.
뚜껑을 열고 쏟으면 한푼두푼 모아둔 얼마 안되는 동전들이 떨어진다.
유경, 재빨리 주워들고는 그대로 다시 밖으로 달려나간다.
우체국 앞.
달려오는 유경, 그대로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우체국 안.
창구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유경.
유경 (숨을 헉! 헉! 거리며) 전보 좀... 전보 좀 칠수 있을까요?
직원1 어디루 보낼거냐?
유경 서울이요.. 어머니한테 급한 일이 생겼으니까 빨리 좀 내려와달라구요.
(그러더니 주먹에 꼭 쥔 동전들을 내려놓으며)
여기 돈이요... 이게 제가 가진 전부예요.
직원1 (세어 보며) 얘야, 이걸로는 전보를 보낼수가 없는데?
기본적으루다 열자에 200원인데.. 돈이 많이 모자라.
유경 그래두 어떻게 좀 안될까요? 정말정말 급한 일인데요.
직원1 (난처하게 보더니) 일곱자 정도로 줄여볼수 있겠냐?
유경 일곱자요? (어쩌지? 잠시 당황한듯 본다. 이내 숨을 고르며 생각하더니)
모친위급, 울목재.
직원1 (흘끗 한번 보더니 받아적으며) 수신인은?
유경 김탁구요. 주소는 서울 거성식품 본댁이요.
직원1 (받아쓰다가 다시 흘끗 보며) 몇동 몇번지?
유경 거기까진 몰라요, 서울시 삼청동.. 거성식품 본댁이라는것만 알아요.
빨리 보내주셔야 해요. 정말정말 급하고 중요한 일이예요 아저씨! 네?
직원1 (본다. 난감한듯 바라보는 시선에서)
거성家 전경.
홍여사의 방.
안으로 들어오는 구일중, 주인 잃은 방안을 휘 한번 돌아본다.
한쪽에 정갈하게 모셔진 홍여사의 영정.
구일중, 바라보는 위로 FLASH-BACK>
(홍여사, 탁구를 향해 "내새끼... 내 새끼..."하던 모습.)
구일중, 무언가 결심이 선 표정으로 홍여사의 영정을 보는 시선에서.
서인숙의 침실.
창가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서인숙, (머리에 흰핀 꽂고 있을것)
습관처럼 자신의 팔목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손. 그 위로.
한승재E 당신.. 마준이 엄마야.
flash-back>
한승재 당신이 흔들리면 마준이의 미래도 흔들리는거고
당신이 약해지면 마준이의 인생도 약해질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지금부터 더 정신차리고 마음 굳게 먹어.
다시 현재>
서인숙, 많이 차분해진 눈빛으로 조용히 자신의 팔목을 내려다본다.
아무것도 없는 맨팔목을 지그시 내려다보는데서.
아랫채 정원. (홍여사가 사고당한 그 장소)
이리저리 땅이며 풀이 난 곳이며 무언가를 찾고 있는 서인숙,
발끝으로 마른 땅을 한번 긁어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찾아보지만
그녀가 찾는 팔찌는 어디에도 없다. 대체 어디로 떨어진거지...
생각하며 돌아선 순간 헉! 놀란 표정으로 기겁하면서 쳐다보면
책을 들고 산책중이던 자경이 의아한 눈빛으로 빤히 쳐다보고 있다.
서인숙 (당황하는 기색 애써 감추며) 자경아.. 너.. 너 여기서 뭐해?
자경 바람 좀 쐴려구요. 집안 분위기가 너무 답답해서...
(보며) 그러는 엄만 여기서 뭐하세요?
서인숙 (순간 자기도 모르게 아무것도 없는 팔목을 감추듯 감싸쥐며)
나두 방에만 있기 너무 답답해서...
자경 ? (왠지 어딘가 서인숙이 이상하는 느낌으로 쳐다보면)
서인숙 (살짝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덥구나...
그러면서 자경을 지나쳐 간다.
지나쳐가는 순간 서인숙의 표정 뭔가 불안한 빛이 스친다.
자경, 놓치지 않고 그런 엄마의 표정을 본다.
그리고 감싸듯 쥐고 있는 팔목으로 시선이 간다. 순간 스치는 무엇!
flash-back1.> 이층계단.
마준, 놀라면서 감추는 무언가.. (팔찌라 추정되는...) 그 위로.
flash-back2> 병원 로비.
자경 정신차려 구마준! 너 왜 이래? 대체 뭘 본거야!
마준 (툭..! 눈물이 떨어지는 얼굴)
flash-back3> 조금 전, 무언가를 이리저리 찾던 서인숙에서.
다시 현재> 뒷통수를 얻어맞은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던 자경,
스쳐지나가는 서인숙을 돌아본다.
자경 엄마...!
서인숙 (멈칫..하더니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돌아본다) 왜?
자경 (다시 한번 서인숙이 감싸고 있는 손목을 빤히 쳐다본다)
서인숙 왜 사람 불러놓구 아무말이 없어?
자경 (설마... 하는 눈빛으로) 할머니 말이예요.
서인숙 (순간 살짝 긴장이 스치는듯... 보며) 할머니 뭐?
자경 (본다. 보더니...) 아니예요... (시선 돌린다. 차마 물어볼수가 없는)
서인숙 (살짝 짜증이 스치는듯 잠시 째려보더니) 햇빛에 너무 오래 있지 마.
여자애가 햇볕에 그슬러 얼굴 까만거.. 촌티나구 격 없어 보여.
(그러더니 괜히 자기가 더 신경질적으로 홱! 돌아서서 가버린다.)
다시 고개 돌려 멀어지는 서인숙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는 자경.
설마... 설마... 하는 표정으로 보는데서.
마준의 방.
화면위로 쓱 올라오는 서인숙의 팔찌.
마준, 침대에 누운채 그 팔찌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병은 다 나은듯.. 그저 창백하고 멍한 표정이다. 심난한 얼굴위로.
우체부E 전보요오오!!!!!
마준 (그 소리에 짐짓 고개 돌려 바깥쪽을 돌아본다)
이층 거실.
방문을 열고 나오려던 마준, 멈칫.. 멈춰서서 밖을 내다보면
공주댁이 탁구 앞으로 전보를 내밀고 있다.
탁구, 뭐지? 하는 표정으로 받아들더니 빤히 쳐다본다.
"모친위급. 울목재"
공주댁 어쩌냐? 혹시 느이 엄니가 워디 많이 아픈거 아니냐?
탁구 ! (본다)
마준 ? (뒤에서 보면)
서재.
구일중 (탁구가 들고 있던 전보를 가져와 본다) 신유경이 누구냐?
탁구 예? 그게.. 즈그 학교 동뭅니더.
구일중 혹시 저번에 너한테 폭력을 휘두른 그 신씨라는 사람 딸 아니냐?
탁구 유경이 가는 즈그 아부지하고는 천지차입니더.
거짓부렁같은것도 절대 몬하고예... 지가 보증하는데,
가가 이래 즌보까지 쳤을땐 틀림없이 뭔일이 있는깁니더!
무신일인지 지가 좀 갔다오면 안되겠심니꺼?
구일중 그럴거 없다. 내가 알아보마. (전보를 책상 한켠에 올려두며)
넌 쓸데없는 일에 신경쓰지 말고 올라가 공부나 해.
탁구 씰데없는 일 아이고 우리 어무이 일입니더!
구일중 그래서 내가 알아본다잖니!
탁구 하지만 회장님요.. (하는데)
구일중 (OL) 삼오제가 끝나는대로 널 호적에 올릴 생각이다.
탁구 (그 말에 순간 멈칫..!) 호적...요..?
구일중 그리되면 넌 더 이상 김탁구로 살지 않아도 된다.
탁구 (잠시 이해가 안가는듯 보다가) 하지만.. 그래도 지가 김탁군데예.
김탁구가 김탁구로 안살믄 뭘로 삽니꺼?
구일중 앞으로는 우리 집안의 장손, 구형준으로 살게 되는거다.
탁구 구...헹준이요?
구일중 그래. 니 이름은 이제 김탁구가 아니라 구형준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김탁구로 살아온 세월은 다 잊거라.
이름도 잊고, 그리고... 니 어머니도 잊거라. 그래야 한다.
탁구 회장님요! (놀라며 반박하려는데)
구일중 회장님이 아니라 아버지다!
탁구 ! (본다)
구일중 (똑바로 탁구를 응시하며)
이제부터 넌 구형준이고, 나는 니 아버지야. 앞으로는 그렇게 불러라.
탁구 (빤히 쳐다보는 표정에서)
서재문 앞.
그 한쪽벽에 기대서서 모든 얘기를 듣고 있는 마준,
표정없이 고개를 숙인다 힘없이 피식.. 웃는데,
그 미소가 공허하고 굉장히 씁쓸하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지는 얼굴.
결국.. 이렇게 되는거구나.. 뭐 그런 기분으로 쓱 프레임-아웃 되면.
탁구 방.
문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탁구.
방 가운데로 들어와 잠시 멍하게 서 있는다.
너무나 머릿속이 복잡하고 심난해서 오히려 멍해진 표정.
그러다 고개 돌려 창밖쪽을 내다본다. 시선 위로.
엄씨E 탁구 어머니! 탁구 어머니!!
안성, 탁구네 집.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보는 안주인,
자기 남편이 탁구네 집앞에서 김미순을 부르는걸 보며 다가선다.
엄씨 탁구 어머니 안에 계세요?
김미순 (얼른 밖으로 나오며) 아이고마 바깥사장님께서 어쩐일루다...
안주인 (가로채며) 내 말이! 당신이 왜 탁구 엄말 찾구 그래? 무슨일 있어?
엄씨 좀전에 회장님한테서 연락이 와서 말입니다.
안주인 회장님이이? (바싹 달라붙으면) 아니 왜?
엄씨 (툭.. 팔꿈치로 마누라를 떨궈내며) 서울 본댁으로 전보가 왔었답니다.
김미순 즌보예? 무신 즌보예?
엄씨 저두 자세한건 잘 모르겠구..
그냥 회장님께서 탁구 어머니한테 무슨일이 생겼나 안생겼나,
혹시 어디 아픈건가 어떤건가 확인만 해보라셔서요.
김미순 지는 암일도 없는데예... (이상한듯 갸웃하는데)
안주인 이거이거 어떤 인간이 또 못된 장난 친거 아냐?
탁구엄마 회장님 거시긴거 알구설라믄에 골탕멕일라구.. (하는데)
엄씨 쯧! (눈빛으로 안주인을 한번 책망하듯 본다)
김미순 (민망한 눈빛으로 시선 떨구면)
엄씨 뭐 별일 없으시면 됐습니다. 그럼 저는 공장에 가봐야해서..
(일별한뒤 안주인에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문단속 잘 하구 있어.
(자전거 끌고 나가면)
안주인 (뒤에 대고) 아이구 알았어요,
김미순 (왠지 미안해져서) 우짭니꺼? 지땜에 괜한 걸음 하셨는갑네예.
안주인 (돌아보며) 아이구, 아니야 우리 사이에 무슨.. (문단속 하며)
그나저나 어떤 망할노무 인간이 그런 몹쓸 장난을 쳤대 그래애?
심히 신경쓰이네 그거.. (하면서 돌아보면)
김미순 (그 말에 안주일을 본다. 그녀 역시 궁금한듯 돌아보는 시선에서)
바깥쪽. 탁구네 집앞 골목 일각.
쓰윽 프레임-인 되는 신씨 얼굴, 성냥개비를 입에 문채
잔뜩 티꺼운 눈빛으로 탁구네 집쪽을 바라본다. 그 시선위로.
신씨E 그래서! 날더러 뭐 어쩌라고?
회상> 폐허안.
신씨 설마 날더러 살인이라도 하란 뜻이여?
이깟 가게 하나 차릴 돈 받아쳐먹구선 사람을 죽이라고?
한승재 그런거라면 자네손까지 굳이 빌리지 않아도 얼마든지 해결할수 있었어.
신씨 (그 말에 살짝 기가 눌린듯 보면)
한승재 나는 좀 다른 방법이었으면 좋겠네.
죽음보다.. 좀 더 현실적인거 말이야.
그 정도 반반한 얼굴이면 자네도 싫지는 않을텐데.
신씨 ? (본다. 잠시 빤히 보다가) 그... 그럼 시방 나보고.
한승재 일만 잘 진행되면 지금의 그 액수만큼 더 얹어주지. (서늘한 눈빛에서)
다시 탁구네 집 골목 어귀.
한뭉치 큰 돈이 들어있는 돈봉투.
신씨, 들여다본뒤 도로 안에 쑤셔넣는다.
신씨 인생 뭐 있간디? 내친김에 함 저질러 보는겨 기냥! 퉤! (시선에서)
동네어귀 (울목재) / 저녁.
(탁구와 유경이가 함께 걸었던 시냇가 옆 동네 어귀.
탁구가 유경이한테 개다리춤도 춰주고 그랬던 그 길)
그 한쪽에 초조한 눈빛으로 서서 기다리는 유경의 모습이 보인다.
버스가 한대 와서 멈춰서면 내려서는 사람들.
동네 아주머니들, 학생복 입은 학생들, 퇴근하는 아저씨들...
유경, 내리는 사람들을 일일히 확인하며 그래도 탁구가 안보이자
버스 안쪽을 기웃거리면
버스차장 탈거냐?
유경 (버스차장을 한번 보더니) 아니요... (하면서 뒤로 물러서면)
버스차장 오라이!!! (하면서 버스를 툭툭 두들긴뒤 문을 닫는다)
먼지를 날리며 멀어지는 버스.
유경, 다시 고개를 돌려 길 저편을 바라본다.
뉘엇뉘엇 해가 지고 있고 온통 붉은 노을로 가득한 하늘 아래
바람을 맞으며 혼자 서 있는 유경...
유경 탁구야... (간절한 눈빛으로 길 저편을 바라보는데서)
거성家 뒷뜰. N.
툭..! 바닥으로 던져지는 책가방.
그 뒤로 이층창문에서 빠꼼히 고개를 내미는 탁구,
그러더니 이층 난간으로 빠져나와 옆에 담쟁이덩굴용 사다리를 타고
가볍게 뒷뜰에 착지한다. 먼저 떨어뜨렸던 책가방을 어깨에 메고
조심스럽게 문쪽으로 가려는데 그 때 문소리가 나면서
탁구, 재빨리 후다닥 (관상수든, 조경바위 뒤든) 숨는다.
눈만 빠꼼히 내밀고 보면 한승재다.
어딜 갔다오는듯한 그, 수행원들에게 뭐라 말한뒤 안으로 들어간다.
탁구, 후유! 안도의 한숨 내쉰뒤 조용히 담쪽으로 살금살금가는데
마준E 뭐하냐?
탁구 (순간 화들짝 놀라서 돌아보면)
마준 (등뒤에 커다란 가방을 멘채 거기 서 있다)
탁구 (놀라면서도 큰소리도 내지 못한채) 마준아! 니 여서 뭐하노!
마준 (쉿! 하더니) 따라와. (하더니 한쪽으로 간다)
탁구 (순간 얼른 턱! 잡으며) 어델 갈라꼬?
마준 안성. 너 안성 간다며.
탁구 뭐라꼬?
마준 그 쪽으로 가면 아저씨들한테 들켜. 내가 빠져나가는데 아니까 따라와.
(하면서 돌아서서 간다. 그 등뒤에 메고 있는 소풍베낭)
탁구 ???? (쟤가 왜 저러나? 하고 쳐다본다. 시선에서)
거성家 집밖, 일각. N.
가장 만만한쪽 담을 넘고 있는 마준.
그 뒤로 탁구도 같이 담을 넘는다.
손바닥에 묻은 흙을 탈탈 터는 두 아이.
탁구 니 덕분에 잘 나오기는 했는데.. 근데 니 진짜로 내 따라 안성 갈라꼬?
마준 내가 언제 너한테 농담한적 있어?
탁구 안된다! 니까지 엄써진거 알믄 회장님 걱정하신다.
회장님만 걱정하시나? 느그 어무이는 또 을매나 시껍하시겠노.
장난치지 말고 고마 퍼뜩 들어가라
마준 (OL) 안 돌아가.
탁구 ?
마준 이제 두번 다시 저 집으로는 안돌아갈거야.
나한텐 이제 엄마두 없구 아버지도 없어.
탁구 (놀라며) 와 어무이 아부지가 없노, 저래 두 눈 시퍼렇게 뜨고 계시는데.
마준 나한텐 죽었어. 할머니가 돌아가실때 엄마두 아버지두 같이 죽었어.
탁구 뭐라꼬오? (보더니 마준의 이마를 짚어보며)
니 아직도 머리에 열있나? 먼 헛소리를 이래 씨부리쌌노!
마준 (탁! 탁구의 손을 밀치며) 계속 이렇게 꾸물거리고 있을래?
니네 엄마 위급이라며? 안갈거야?
탁구 (마준을 빤히 보면)
마준 안갈거면 나 혼자 가고! 어디로든 내 맘대로 가버리지 뭐! (돌아서면)
탁구 (얼른 잡아세우며) 잠깐만 기달리바라 쫌!
마준 (보면)
탁구 (난처하게 마준을 잠시 바라보더니) 그래 뭐.. 좋다.
느그 속사정이 뭔지는 잘 몰르겠지만.., 일단은 내하고 같이 가보자.
대신에 돌아올때도 같이 돌아오자. 그런다고 약속하믄 니 데리갈끼고,
약속 몬하겠으믄 지금이라도 니 끌고 도로 집으로 드가고. 응?
마준 (본다)
탁구 응? (다짐받으려는듯 보면)
마준 왜?
탁구 뭐가?
마준 왜 그렇게 나를 집으로 다시 못데려가 안달이야?
내가 없어지면 아버지두 저 집두 너 혼자 독차지할수 있잖아. 근데 왜..
탁구 회장님이 걱정하시니까.
마준 ! (본다)
탁구 니이 사내자슥이 되가 세상에서 젤로 못난짓이 뭔지 아나?
바로 부모님 걱정 끼치드리는짓이다. 알긋나?
알았으믄 이제 고마 가자. 그라고 올때도 같이 오자. 응?
(하더니 앞장서서 간다)
마준 (잠시 서서 탁구의 뒷모습을 본다)
탁구 (가다말고 돌아보며) 뭐하노? 안가나?
마준 (본다. 보다가 탁구의 뒤를 따라간다)
탁구, 기다렸다가 마준이 옆으로 오자 나란히 걷는다.
마준, 그런 탁구를 흘끔 한번 쳐다보면 탁구, 한번 씩 웃어준뒤 앞을
보며 걸음을 재촉한다. 마준 그 옆으로 부지런히 따라간다.
그렇게 그 두 아이 어둠속으로 멀어지는데서.
거성家 서재. N.
화면앞으로 쓱 내밀어지는 종이 한장.
"죄송합니다. 안성에 쫌 다녀와야겠습니다! 탁구 올림" 그 위로
공주댁 저녁 채려놓구 올라가봤더니 책상위에 그게 올려져있드라구유.
구일중 ....! (보면)
공주댁 그리구유.. 마준이도 같이 안보이는구만요.
구일중 ? (마준이두? 고개 들어 다시 공주댁을 보는데)
서인숙E (비명처럼 다급하게) 공주댁!! 공주대액!!!!!
구일중 (? 돌아본다)
거성家, 안방 침실. N
충격받은듯 놀란 표정으로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서인숙.
그 뒤로 다급하게 뛰어들어오는 구일중과 공주댁, 멈춰서서 보면.
한쪽에 문이 열린채 텅 비어있는 금고 안.
구일중 대체 이게 어떻게 된거요?
서인숙 금고안에 있던 현금이랑 폐물이.. 전부 다 없어졌어요.
구일중 뭐야?
서인숙 (구일중을 돌아보며) 전부 다 없어졌다구요!
틀림없어요. 그 아이 짓이예요. 탁구... 그 아이짓이라구요!
(그러더니) 공주댁! 당장 가서 그 아이 데리구 와!
공주댁 (난감한듯) 그게 그러니께... (하면서 구일중을 본다)
서인숙 뭐해요! 당장 가서 탁구 데려오라니까!
공주댁 탁구 지금 집에 없는디유.
서인숙 뭐라구?
공주댁 암만해두 집을 나간것 같어유. 탁구랑.. 마준이두 같이유.
서인숙 ! (완전 경악으로 구일중을 돌아본다)
구일중 (짐짓 시선을 돌리면)
서인숙 (그런 구일중을 보더니, 공주댁에게)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해! 우리집에 도둑이 들었다구!
그 도둑놈이 내 아들까지 꼬득여 도망쳤다고 당장 신고해! 어서!!!
구일중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 가지고 엄한 아이한테 덮어씌우지 말아요!
서인숙 아니면 누구겠어요? 누가 이런짓을 하겠어요!!
구일중 글쎄 집안일은 집안에서 끝내도록 해요!
그까짓 돈 몇푼 없어진거 가지고 소란떨지 말구!
서인숙 내가 돈땜에 이래요 지금!!! 우리 마준이를 데리고 나갔다잖아요!
그 아이가 우리 마준이한테 무슨 해꼬지라도 하면 어쩔거예요 당신!
책임질 수 있어요?
구일중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탁구도 마준이도 무사할거요.
일단 사람을 풀어 찾아볼테니 그때까지 그냥 조용히..
제발 잠자코 좀 있어요, (그리고는 돌아서는데)
서인숙 만에 하나 우리 마준이한테 무슨일이라도 생긴다면
그 땐 정말루 나 가만 안있어요!
탁구는 물론이고 그 에미년까지 절대 그냥 두지 않을거야!
내 목숨을 걸고 맹세하는데! 틀림없이 댓가를 치루게 될거예요!
구일중 (돌아 본다)
서인숙 (핏발선 눈빛으로 노려보면)
구일중 (홱! 돌아서서 나간다)
거성家 서재. N.
쿵! 거칠게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오는 구일중.
화가 잔뜩 난 눈빛으로 책상앞에서 잠시 서성이더니 한쪽에 놔뒀던
전보용지를 집어든다. "모친 위급. 울목재"
(그중에서도 모친위급이라는 글씨가 크게 들어온다)
구일중, 시선들어 생각하는 눈빛에서.
안성, 탁구네 집 방안. N.
바느질을 하고 있는 김미순,
바느질을 하다 말고 어깨가 아픈지 툭툭 어깨를 두드린다.
그러다가 책상 한쪽에 올려진 탁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본다.
그저 보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베시시.. 감돈다.
그 때 부엌쪽에서 뭔가 소리가 들린다.
김미순 (? 그쪽을 돌아본다) 뭔 소리고...?
하는데 또 다시 작은 소리가 덜그덕.. 난다. 김미순, ? 돌아본다.
안성, 탁구네 집, 부엌. N.
끼그덕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김미순,
한쪽에 있는 전등을 찾아내 불을 켠뒤 살펴보면 아무도 없다.
김미순 도둑굉이가? (하더니) 나비야. 나비야아.
니 또 머 훔쳐무을라꼬 드왔노?
(하면서 혹시 뭐 훔쳐먹은게 없나 이리저리 부엌안을 살핀다)
그 때 그 뒤로 살그머니 부엌안으로 들어서는 발.
알아채지 못한채 돌아서서 찬장안의 음식물들을 챙기는 김미순.
부엌안에 들어선 낯선 발 문을 살그머니 닫다가 끼그덕...! 하는 소리.
김미순, 소리에 뒤를 돌아본 순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전구 불빛이 나가면서 암전.
동네어귀 (울목재) N.
끼이이.. 먼지를 일으키며 멈춰서는 시내버스.
버스에서 내려서는 탁구와 마준. 그 위로 차장 오라이! 하면
다시 먼지를 풀풀 날리며 멀어지는 버스.
마준 멀어지는 버스를 돌아본뒤 낯선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마준 여기야?
탁구 응. 여가 울목재다.
마준 뭐야? 아무도 없잖아.
탁구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그 때 스스스스 두 아이 위로 불어오는 바람.
탁구 암만해도 비가 오긋다.
마준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탁구 냄새로 알수 있다.
마준 냄새?
탁구 바람에 비 냄새가 섞여있다 아이가.
(그러면서 고개를 뒤로 젖힌채 바람의 냄새를 들이마신다)
마준 ? (그런 탁구를 빤히 보면)
수풀길 일각. N
쿠그르르릉! 나즈막히 울리는 천둥소리와 함께 큰비를 몰고 올듯한
바람이 거세게 불어치기 시작한다.
사사사사!!! 바람에 정신없이 흩날리는 수풀들.
그 한쪽으로 보쌈한 김미순을 등에 짊어지고 잰걸음으로 오는 신씨,
연신 주위를 둘러보며 어딘가로 정신없이 향한다.
잠시 후 그 뒤로 나타나는 유경, 불안한 눈빛으로 멀어지는 신씨를 본다.
우르르르르르르.... 쿠릉! 나즈막히 울리는 천둥소리와 함께.
울목재 일각. N
쏴아아아!!! 나무 흔들리는 소리. 심상치 않은 바람이 거세게 불어온다.
마준 야! 어떡할거야! 계속 여기서 기다리기만 할거야?
모친 위급이라며! 엄마한테 안가볼거냐구!
탁구 틀림없이 전보에 울목재라고 써 있었는데...
(하면서 돌아보다가 멈칫.. 한곳을 뚫어져라 본다)
마준 (탁구가 쳐다보는쪽을 보면)
저 멀리서 다급하게 뛰어오는 한소녀가 보인다. 유경이다.
탁구, 순간 후다닥 유경을 향해 달려간다.
마준, 뭐야? 하고 쳐다보다가 일단 탁구의 뒤를 따라간다.
탁구 유경아!!!!
유경 (달려오다가 탁구를 보더니 우뚝 멈춰선다) 탁구야...
탁구 (그 앞으로 다가서며) 유경아! (숨찬듯) 미안하다.. 내가 쫌 늦었제?
마준 (그 뒤로 따라오다가 멈춰서서 유경을 보면)
탁구 근데 대체 무신일이고?
모친위급은 무신 말이고, 와 우리집이 아이고 울목재서 보자켔노.
유경 (순간 울컥..!) 탁구야. 우리 아부지가... (순간 목이 멘다)
탁구 (긴장하며) 느그 아부지가 또 와?
유경 우리 아부지가아...!!!
마준 (? 본다)
탁구 ! (본다. 시선에서)
들길. N.
쏴아아아!!! 거세게 바람이 부는 들길을 미친듯이 달리는 탁구.
그 뒤로 마준과 유경이 달려온다.
폐허안. N.
보쌈 자루를 풀면 눈이 가려진채 재갈이 물려진 김미순의 얼굴이
드러난다. 두 손은 앞으로 모아 꽁꽁 묶여진 상태.
그녀, 공포에 떨며 몸부림을 치는데
신씨, 그런 김미순의 재갈을 턱! 풀어준다. 순간
김미순 으아아아!!! (방어하듯 몸을 움직이며) 살려주이소! 살려주이소오!!!!
신씨 (본다. 흐흐흐... 기분나쁜 웃음을 짓는데서)
들길2. N.
첨벙!!! 살짝 개울같은 물웅덩이를 뛰어넘는 탁구,
자신의 운동화가 벗겨지는줄도 모른채 미친듯이 달려간다.
그 뒤를 따라오던 유경 한쪽에 벗겨진 운동화를 집어들더니
그걸 가슴에 품고 다시 그 뒤를 따라 달린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오던 마준, 숨이 턱에 차올라 대체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채 바라보더니 아, 젠장! 하는 기분으로 다시 뒤를 따라 달린다.
몽타쥬. N
1. 한승재의 사무실.
한승재, 어두운 사무실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 때 그 위로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 때르르릉! 때르르릉!
한승재, 그 전화벨쪽으로 시선 돌리면.
2. 거성家 서재.
구일중,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창밖으로 거센 바람이 불어온다.
3. 거성家 안방, 침실.
불안한 눈빛으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서성거리는 서인숙, 그 위로
김미순E 꺄아아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E. 쿠르르르릉! 천둥소리!)
서인숙 (움찔... 창쪽을 돌아보는 시선에서)
폐허안. N.
바닥에 나뒹구라지는 김미순. 신씨, 그 위로 곧바로 덮칠기센데,
바로 그 때 번쩍! 번개와 함께 우르르르르르릉! 쿵! 하면서
거센 바람같은것에 쿵! 문이 열려진다.
순간 흠짓 놀라서 돌아보는 신씨, 일단 주위를 한번 살피더니
얼른 일어나 다시 그 문을 닫으려는 순간 갑자기
발차기로 그 문을 거세게 걷어차는 한 사내(조진구, 20세, 남)
동시에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는 신씨, 뭐지하고 쳐다본 순간
번쩍..! 번개와 함께 나타나는 그 사내의 그림자.
짧은 찰나의 순간 신씨, 그 사내의 손목에 난 바람개비 문신을 본다.
(화면 가득 사내의 손목에 난 바람개비 문신 강렬하게 준 뒤에)
동시에 퍽! 그 사내가 휘두르는 주먹에 맞으며 바닥에 나뒹구는 신씨.
으으으윽..! 이빨이 부러진듯 피를 내뱉으며 신음을 내다가
한번 더 퍽! 마지막 일격 한방에 그대로 기절한다.
김미순 (소리에 움찔하며) 누... 누구십니꺼.... 거기.. 누구십니꺼...?
얼굴은 보여지지 않은채 실루엣으로만 김미순을 향해 돌아서는 사내.
천천히 김미순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김미순 (자기도 모르게 뒤로 몸을 움직이며)
누구신지 몰르지만서도... 지발 살려... 살려주이소.. 살려주이소.... 예?
사내 (쓱.. 주머니에서 주머니칼을 꺼내든다. 척! 칼날을 세운다)
김미순 ! (소리에 흠짓 놀라는듯.. 눈이 가려진 얼굴을 들어올리면)
탁구E 안됩니더..!!!
INSERT> 몽타쥬 연결.
1. 한승재의 사무실. N.
달칵! 수화기를 내려놓은뒤 사무실을 나가는 한승재의 뒷모습위로
탁구E 우리 어무이는 안됩니더!
2. 거성家 서재. N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던 구일중, 다시 조용히 시선들어 창밖을 본다.
굳어진 얼굴위로,
탁구E 지는예, 우리 어무이 엄씨는 몬삽니더!
들길3. N
저 멀리 보이는 폐허를 향해 있는 힘껏 달려가는 탁구. 그 위로
탁구E 그러이까는 불쌍한 우리 어무이.. 고마 쫌 냅두이소! 예? (그러더니)
탁구 (있는 힘껏) 어무이! 어무이이이!!!!
(필사적으로 외치는 얼굴에서 스틸)
<5부 끝>
.제빵왕 김탁구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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