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 6
'제빵왕 김탁구'
<제 6 부 >
등장인물.
김탁구 (12세 / 24세, 남)
신유경 (12세, 여)
구마준 (12세, 남)
구자경 (16세, 여. 구일중의 장녀)
구자림 (13세, 여. 구일중의 차녀)
김미순 (36세. 탁구의 친모)
서인숙 (41세. 구일중의 아내이자 마준의 母)
구일중 (44세. 거성식품의 대표)
한승재 (41세. 거성 집안의 가신)
신씨 (40대 초중반, 남. 유경의 아버지)
조진구 (20세, 남. 바람개비 문신의 사나이)
그리고. 팔봉 선생. (59세, 남)
도입부 몽타쥬. (5부 뒷장면)
1. 61씬.
첨벙!!! 살짝 개울같은 물웅덩이를 뛰어넘는 탁구,
자신의 운동화가 벗겨지는줄도 모른채 미친듯이 달려간다.
그 뒤를 따라가는 유경과 마준..
2. 62씬.
퍽! 조진구한테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신씨/
화면 가득 사내의 손목에 난 바람개비 문신 강렬하게 준 뒤에/
척! 칼날을 세우는 사내./
김미순, 소리에 흠짓 놀라는듯.. 눈이 가려진 얼굴을 들어올리는데서/
폐가안. N.
쿵!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들어오는 탁구.
엄청 달려온 뒤라 숨이 턱에 차오른다.
탁구 어무이! 어뎄노! 내가 왔다! 탁구가 왔다!!!! 어무이이!!!
하다가 멈칫... 한쪽에 기절해 있는 신씨를 본다.
그 뒤로 연달아 도착하는 유경과 마준, 숨이 찬듯 문앞에 서서 보면
탁구, 주먹을 꾹 쥔채 신씨를 한번 내려다본다. 원망어린 눈빛....
그 옆으로 묶었던 끈같은것들이 칼로 끊어진채 바닥에 버려져 있다.
탁구, 그것들을 보다가 다시 폐가안을 돌아보며
탁구 어무이! 어뎄노!! 어무이이이!!!!! (하는데)
김미순E 탁구야아아!!!!! (밖에서 비명에 가깝게)
탁구 (멈칫! 돌아본다)
유경/마준 (동시에 돌아보면)
폐가 뒷편. N.
이미 시동이 걸려 있는 지프차 뒷쪽에 쳐박아지는 김미순.
그 뒤로 조진구, 쿵! 뒷문을 닫고 운전대쪽으로 올라탄다.
거의 동시에 폐가에서 뛰어나오는 탁구. 그 뒤로 유경과 마준.
탁구 (차소리 나는쪽을 돌아보며) 어무이! 어무이이!!!
지프차 뒷창문으로 고개를 들고 쳐다보는 김미순.
(동시에 번쩍! 번개 한번쯤 더 쳐줘서 서로 얼굴을 보게 해주는)
김미순 (유리창안에서 창문을 치며) 탁구야! 탁구야아아!!!
탁구 어무이!!! (하면서 지프쪽으로 달려간다)
조진구, 사이드밀러로 탁구의 달려오는걸 보면서 기어를 움직인다.
(이때까지도 얼굴 전체는 안보여진채 눈빛과, 기어를 움직이는 손만)
그러더니 엑셀을 밟고 부웅! 차를 움직인다.
탁구 안됩니더! 우리 어무이는 내려주고 가이소오오!!!! 어무이이!!!
김미순 탁구야!! (유리창을 두드리며) 탁구야아아아!!!!
탁구 어무이이!!! (있는 힘껏 달려가보지만)
지프차는 야속하게 비포장 길을 흔들거리며 어둠속으로 멀어진다.
탁구, 그 뒤를 달려가고 달려가다가 어느 순간 멈춰선다.
숨을 헉! 헉! 까마득히 멀어지는 지프차의 불빛을 바라본다.
탁구 어무이... (땀범벅이가 된 채) 어무이이이!!!! (외쳐부르는데서)
달리는 지프 안. N.
두 눈에 눈물이 범벅이 된채 창밖을 내다보는 김미순,
어둠때문에 더 이상 탁구는 보이지 않는다. 재빨리 운전석쪽을 돌아보며
김미순 보이소! 아저씨예, 차 좀 세워주이소!
우리 아들이 저 와가 있다 아입니꺼! 예?
조진구 (대꾸없이 앞만 보고 운전만)
김미순 지발 지 좀 풀어주이소, 우리 아들한테 가게 좀 해달란 말입니더! 예에!!!
조진구 (대꾸없다)
김미순 (밀려오는 절망감! 다시 한번 더 탁구가 서 있던쪽 돌아보며)
탁구야....! 아가아....! (애절한 시선에서)
다시 폐가 뒷편 일각. N.
허망한 눈빛으로 지프차가 사라진쪽을 바라보는 탁구.
더 이상 지프차의 불빛도 보이지 않은채 바람만 세차게 불어대고 있다.
뒤늦게 옆으로 달려오는 마준과 유경,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보더니.
마준 안되겠다. 일단 파출소로 가서 신고하자. 어?
유경 (멈칫.. 마준을 본다)
마준 뭐하구 있어? 빨리 가서 신고하자니까!
탁구 (잠시 그대로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뒷쪽에 서 있는 유경을 본다)
유경 (탁구의 신발을 품에 안은채 서서 탁구를 보고 있다)
탁구 (유경앞으로 다가서서 신발을 받는다. 신발을 신더니)
니는 고마 느그 아부지 모시고 집으로 가라.
유경 (그 말에 빤히 탁구를 본다)
마준 (? 보면)
탁구 걱정마라. 느그 아부지... 신고 안한다.
유경 ! (본다)
마준 야! 너 지금 제정신이야? 신고 안하면! 니네 엄만 어떻게 찾을건데!
탁구 찾을수 있다! 우리 어무이는 내가 찾아낼기다. (마준 보며)
그래서 말인데 마준아. 아무래도 내는 낼까지 서울에 몬가지 싶다.
날 밝는대로 첫차 타고 니 먼저 올라가라.
마준 야!
탁구 회장님 걱정안하시겠꾸로 니가 말씀 쫌 잘 드리도. 부탁한데이.
(그러더니 그대로 홱! 돌아서서 지프가 사라진쪽을 향해 달려간다)
마준 (뒤에 대고) 너 혼자 뭘 어쩔려구 그래! 야! 김탁구! 이 바보 멍충아!!!
(그러면서 멀어지는 탁구를 본다)
유경 (그저 흩날리는 바람에 머리칼이 흔들리며 멀어지는 탁구를 본다)
그 두 아이 위로 강한 바람이 불어오는데서.
길 일각. N
바람이 부는 길위로 미친듯이 달음박질 치는 탁구, 필사적인 모습위로.
탁구E 어무이! 쪼매만 기둘리도! 내 지금 가이까는..
어무이한테 가고 있으이까는... 쪼매만 참고 기둘리도!!!
어금니 꾹 문채 정말 사력을 다해 달려가는 모습에서.
거성家 전경. N.
그 위로. E. 똑똑똑똑. (노크소리)
구일중E 들어와.
구일중의 서재. N.
안으로 들어오는 한승재.
한승재 부르셨습니까.
구일중 (창문쪽을 향해 있다가 돌아서더니, 책상위에 있던 전보를 들어 내민다)
자네 혹시 이 전보에 대해 뭐 아는바 있나?
한승재 (? 본다. 전보를 받아들어 내용을 보더니 다시 고개들어 구일중을 보며)
아뇨. 전혀 아는바 없습니다.
구일중 (그런 한승재를 잠시 관찰하듯 보다가 그 전보를 도로 받아들더니)
아무래도 탁구가 그 전보때문에 가출을 한것 같네.
무슨 영문인지 마준이도 같이 동행한 모양이야.
한승재 (표안나는 멈칫...) 마준이가.. 말입니까?
구일중 (보며)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안성으로 가서 애들을 좀 찾아봐줘야겠어.
한승재 (마준이가 왜 따라간걸까.. 신경쓰이는 표정으로)
알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구일중 무사히 데려오게.
한승재 (그 말에 멈칫.. 다시 구일중을 본다)
구일중 탁구하고 마준이 두 아이 모두.. 무사히 데려오게. 알겠나?
(그러면서 조용하지만 무언의 강한 눈빛으로 한승재를 보면)
한승재 (본다. 보더니) 네. 알겠습니다. (목례한뒤 돌아서서 나간다)
구일중 (본다. 시선에서)
다시 달리는 차안. N.
한승재,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운전하고 있다.
안성 23km 라고 써진 이정표를 지나는 한승재의 승용차에서.
유경이네 선술집 앞. N.
비가 그쳤다. 처마끝으로 고인 빗방울만 똑.. 똑.. 떨어지고 있는.
화면 그 처마에서 천천히 틸-다운 하면 그 아래 서 있는 마준.
왠지 배도 고프고, 비를 맞아 으슬으슬하기도 한듯.
고개를 삐죽이 빼고 반쯤 문이 열린 선술집안쪽을 들여다본다.
유경이네 선술집 방안. N.
자리보존하고 누워있는 신씨. 끄응... 아픈 신음소리.
그 위로 유경, 이불을 꺼내 신씨위에 덮어준다. 덮어주다가 멈칫..
신씨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시선에서.
유경이네 선술집 안. N.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는 마준, 어두컴컴한 안을 휘 둘러본다.
한쪽 석유곤로위에서는 중간크기의 솥에서 보글보글 무언가 끓고 있다.
냄새에 순간 마준의 인상이 확 구겨진다. 불결하고 더러운 내부..
그 때 탁! 전구가 켜지면서 마준, 멈칫.. 놀라서 돌아보면
안에서 나온 유경, 예의 그 무표정한 얼굴로 부엌에 가서 국솥을 살핀다.
마준, 그런 유경을 보며 살짝 벌쭘해지는데,
유경 첫차는 5시 40분에 있어.
마준 (? 본다)
유경 (돌아보지 않은채 계속 국솥의 불을 살피며)
거기 의자 붙여놓고 눈 좀 붙였다가 가. 시간되면 깨워줄테니까.
마준 (한번 더 내부를 둘러보며) 근데... 이 주변엔 음식점같은거 없냐?
유경 (? 돌아본다)
마준 (동시에 배에서 꼬르르르... 하는 소리. 겸연쩍은듯 슬쩍 시선 돌리면)
유경 (국솥에 있던 선지국을 한그릇 퍼서 마준앞에 내놓는다) 먹어.
마준 (국을 본다. 순간 비위상하는듯) 그딴걸 어떻게 먹어!
유경 (? 마준을 보면)
마준 다른 음식점은 없니? 중국집같은것도 괜찮은데.
(흘끗 유경을 보며) 나 돈 있어.
유경, 보더니 그대로 표정없이 국그릇 도로 가져다 솥에 쏟아붓는다.
마준, 멈칫.. 하는 표정으로 보면.
유경, 뚜껑을 닫고 곤로를 뜬 다음, 부엌에서 나와 문쪽으로 간다.
마준 (앞으로 지나쳐가는 유경을 보며) 야! 어디가!
유경 (돌아보며) 탁구 엄마 찾으러.
마준 늬들 힘으로 찾을수 있을것 같아?
정말로 탁구를 도와주고 싶으면 파출소에 가서 신고를 하든가.
유경 (표정없이 보더니) 넌 안따라와두 돼. (하고 나가려는데)
마준 야!
유경 (? 다시 돌아본다)
마준 여기 말구 다른덴 없냐?
잘데 말야. 난 이런데서 못자겠어. 근처에 호텔같은거 없어?
나 돈 있다니까. 보여줘? (하고 소풍가방 막 열려는데)
유경 미안하지만 이 동네에 호텔같은건 없어.
마준 (? 보면)
유경 중국집은 면사무소 근처에 하나 있지만 시간이 늦어서 문을 닫았을거구.
그러니까 저 솥에 있는 선지국이라도 먹고 여기서 눈 좀 붙이든가,
아니면 계속 그렇게 쫄쫄 굶은채로 터미널 대합실에 가서 기다리든가
그건 니가 알아서 해. (그리고는 돌아서서 나간다)
마준 저게 씨..! (하다가 혼자 남겨지자 살짝 겁이 나는 듯)
야! 잠깐만! 같이가아!!! (따라나가면)
찾는 몽타쥬. (짧게 짧게)
1. 시장터 일각1. (방아간 사장네) N
있는 힘껏 달려와 한쪽에 세워져 있는 지프차를 발견하는 탁구.
재빨리 그 앞으로 다가가 절박한 심정으로 유리창안으로 기웃거리며
들여다본다. 그러자 안에서 "너 뭐하냐!" 차주인이 나온다.
탁구, 엄마를 보지 못했냐며 묻는다. 못봤다고 고개를 가로 젓는다.
2. (insert>) 읍내 일각. N
잰걸음으로 걸어오며 이리저리 탁구엄마의 행방을 묻는 유경.
그 뒤로 마준, 배고프고 피곤한 표정으로 뒤를 따라온다.
3. 협동조합같은.. 건물근처 (창고들이 쭉 늘어선곳) N
그쪽에서 지프차가 한 대 서 있다.
탁구, 그 앞으로 뛰어와 텅빈 차안을 이리저리 살펴보지만 엄마는
보이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도 모른다고 하고.
장터 일각2.
완전히 장을 닫아 인적이 거의 사라진 장터 일각.
유경, 그나마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계속 탁구엄마의 행방을 묻는다.
지프차 탄 아저씨하고 탁구 엄마 못봤냐며...
그 뒤로 완전히 지친 마준, 점점 더 거리가 벌어진채 터벅터벅 따라온다.
그러다가 문득 구멍가게 앞에서 걸음이 멈추는 마준.
그 앞으로 진열되어 있는 빵들을 본다. (아버지 회사의 빵들이다)
마준, 고개 돌려 저쪽에서 사람들에게 뭔가 묻고 있는 유경을 본뒤
다시 구멍가게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마준 (주인에게) 아저씨 이 빵 얼마예요?
주인1 하나에 이십원이다.
마준 아저씨 이거 두개만.. (하다가) 세개만 주세요.
그리고는 소풍가방을 내려 열면 그 안으로 가득 들어있는 돈뭉치들.
마준, 아무런 경계도 없이 그중에 백원짜리 지폐를 하나 꺼낸다.
바로 그 때 가게 앞에서 뭔가를 사고 있던 건달1,
마준과 마준의 가방속에 가득든 돈뭉치들을 본다. 오호라... 하는 표정,
가게주인, 빵을 봉지에 담아 마준에게 내민다.
마준, 돈을 내고 그 봉지를 받아들더니 일단 하나를 꺼내 봉지를 뜯어
맛있게 먹기 시작한다. 그토록 싫어했던 빵인데 너무 맛있는..
마준, 재빨리 소풍가방을 다시 메고,
한 손에는 빵들이 든 종이봉투를 다른 한손으로는 빵을 들고 먹어가며
유경이쪽으로 돌아서는데. 어? 유경이가 없다.
마준 야! 야아!!! (이리저리 돌아보지만 유경이는 보이지 않고)
젠장..! 하는 기분으로 마준 유경이가 간쪽으로 재빨리 달려가면.
그 뒤로 나타나는 건달1, 마준의 뒷모습을 본다. 심상찮은 눈빛에서.
거리 일각1. N
(물국수하고 빈대떡같은거 파는 천막가게 앞)
이제 그 거리에 불이 켜진 마지막 천막 가게인듯.
손님 하나가 빈대떡을 기다리고 있고, 그 앞으로 다가서는 탁구
탁구 아주매요, 혹시 근처에서 지나가는 지푸차같은거 몬봤어예?
여주인1 지푸차? 아니 그런거 못봤는데에. (노란종이에 빈대떡을 척척 담는다)
탁구 그래예... (하면서 낙담하듯 고개 돌리면)
여주인1 여기요, 빈대떡 백원어치요. (하고 건네면)
그 빈대떡뭉치를 받아드는 손,
순간 그 손목에 선명히 새겨진 바람개비 문신이 보인다.
(여전히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은채)
탁구, 그의 손목에 새겨진 그 문신을 흘끗 한번 본다.
그러자 돈을 건네준 조진구, 그대로 쓱 돌아서서 탁구를 지나쳐간다.
탁구 어무이 어뎄노.. 대체 어데로 가삣노.. (돌아보면)
외진곳 일각. N
철컥! 지푸차의 뒷문을 여는 조진구.
안에 재갈 채워지고 두 손 묶여 있던 김미순, 번쩍 고개를 들어 본다.
어둠이 강해 조진구의 얼굴 잘 보이지 않은채
차 안으로 병우유 한 개와 빈대떡 싸온 뭉치를 내려놓는다.
그리고는 미순의 재갈과 묶었던 손목의 끈을 풀어준뒤 문을 닫으려는데
김미순 누꼬!
조진구 (반쯤 고개 돌려 김미순을 쳐다보는. 여전히 얼굴이 정확히 안보이는)
김미순 니한테 이러라고 시킨 사람이 대체 누꼬 말이다! (눈에 핏발 세운채)
한승재 실장이고? 작은 사모님이고?
그 분들이 뭐라카드노? 낼 죽이라카드나? 그러드나아!!!
조진구 (조용히) 먹어둬. 갈길이 머니까. (하고 문을 닫으려는데)
김미순 니도 어무이 있제?
조진구 (멈칫)
김미순 느그 어무이를 누가 이래 눈앞에서 납치했다카모 니 심정은 으떻겠노?
살수 있을것 같나? 핑생 맴편히 살수 있을것 같나 니!
조진구 (보면)
김미순 누구한테 사주를 받았는지는 몰르겠지만서도...
그 사람이 준 돈보다 내.. 더 얹어가 줄끼고마.
(눈물이 왈칵! 쏟아지며)
내 무신짓이라도 해서 그 돈 맹글어줄테니까는.. 제발 날 좀 풀어도!
우리 아들한테 가게 좀 해달란 말이다아!!!
조진구 (잠시 간격을 두더니) 미안하지만... 못가.
김미순 (멈칫.. 본다)
조진구 아줌마.. 이젠 두번 다시 아들 못봐.
내가 아는건.. 거기까지야.
김미순 ! (본다)
조진구 (그대로 쿵! 문을 닫아버린다)
운전석에 올라타는 조진구, 부릉! 시동을 건다.
빽밀러로 흘끗 뒤쪽에 앉아 있는 김미순의 뒷모습을 한번 본다.
꼼짝도 하지 않은채 앉아 있는 그녀의 뒷모습... 충격받은듯.
조진구 말없이 라디오를 켠다. 흘러나오는 노래, 신중현/이상화의 "꽃잎"
출발하는 지프.
근처 거리 일각2. N.
이리저리 계속 엄마를 찾아 헤메이는 탁구, 절박하고 애처롭게.
탁구, 완전 녹초가 된 표정으로 이리저리 찾다가 프레임-아웃 되면
바로 시차를 두고 그 길로 나타나는 지프, 반대편을 향해 방향을 돌린뒤
거리 저끝으로 멀어지는 지프 그 위로 흐르는 꽃잎 노래...
그 차 안>
뒤에서 흔들거린채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김미순의 얼굴위로도
계속 꽃잎 노래 흐르고.... 거기서 흐르는 탁구와의 즐거운 회상.
flash-back1>
오줌싼 탁구를 쫓아 뛰어나와 마당 뺑뺑이 돌기를 하는 김미순/
탁구에게 빵을 사먹이는 김미순/
시장에서 탁구에게 무슨일이 있을까봐 더듬는데 까르르 웃는 탁구/
거성家에서 탁구를 떼어놓고 나오는 김미순/
홍여사 장례식장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탁구에서/
탁구 어무이! 내 기양 안성 가가 어무이하고 같이 살믄 안되겠나?
김미순 어림 엄따! 꿈도 꾸지 마라!
flash-back2>
조진구 아줌마, 이젠 두 번 다시 아들 못봐. (못봐! 못봐! 메아리가 친다)
다시 차안>
두 눈가득 눈물 고인채 고개를 드는 김미순,
안된다. 이대로 헤어질순 없다. 입술을 꾹 다문채 창밖을 내다보면
장터 일각3. N.
털레털레 걸어오는 마준. 이리저리 유경의 모습을 찾아 기웃거린다.
소풍가방을 멘채, 한손엔 빵들이 들어있는 종이봉투,
다른 한손에 먹다 반쯤 남은 빵을 든채 이리저리 두리번거린다.
마준 야! 야아!!! (불러보다가) 아, 진짜! 어디루 가버린거야... (짜증)
다시 이리저리 길을 둘러본다. 아무래도 길을 잃은것 같다.
이미 장은 파한지 오랜듯, 인적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살짝 무서움을 느낀 마준 일단 왔던길로 되돌아가려고 돌아서는데
그 때 마준앞으로 건달1이 쓱 길을 가로막는다.
마준, 뭐야? 하는 눈빛으로 한번 본뒤 피해서 가려는데
그 건달1뒤로 쓰윽 나타나 길을 막는 서너명의 똘마니들.
마준, 그제서야 짐짓.. 긴장하는 눈빛으로 그들을 본다.
마준 왜 이래요?
건달1 그러는 꼬마 어린이는 이 늦은 시간에 집에 안들어가구
시장바닥에서 뭐해? 집에서 엄마 안기다려?
(소풍가방 보며) 아아. 가만보니 너 집 나왔구나? 가출했지? 그치?
마준 무슨 상관이예요! 비켜요! (하고 지나쳐가려는데)
건달1 (탁! 잡으며) 아까 보니까 그 가방안에 좋은게 엄청 많이 들었든데..
마준 (멈칫! 보면)
건달1 너 그렇게 큰돈 들고 다니다 나쁜 사람들 만나면 클난다?
형들이 안전하게 맡아줄테니까, 이리 내봐.
마준 (어깨 잡은손 뿌리치며) 저리 안비켜요!
아저씨들 우리 아버지가 누군지 알아요?
거성식품 회장님이예요! 그 사람이 우리 아버지라구요!
건달1 그래서?
마준 우리 아버지 돈두 많구, 힘 쎈 사람들두 많이 안단 말예요!
건달1 (순간 버럭) 그래서 뭐 어쩔건데에에!!!
마준 (움찔..! 놀란 눈빛으로 보면)
건달1 니 아버지가 회장이면 어쩔거고, 대통령이면 어쩔건데?
어차피 너 그 집 싫다고 가출한거잖어.
그래놓고 상황 좀 불리해지니까 곧바로 아버지 이름에 찡짜붙어먹냐?
(계속 손가락으로 모멸감을 주듯 마준의 머리를 쿡쿡! 찌르며)
에라이 모자란놈아! 그럴거면 애당초 가출을 하지 말든가 섀꺄!
마준 (입을 꾹 다문채 노려보면)
건달1 어쭈! 눈깔 안깔어! 확! (손가락으로 찌르려하자)
마준 (자기도 모르게 두 손으로 방어하듯 들어올리며 시선 떨군다)
건달1 (허! 비웃더니 다시 손가락으로 머리를 쿡쿡 찔러가며)
어디서 쪽도 못쓰는게 승깔만 살아서, 어이구, 어이구!
마준 (수치심으로 어금니를 꾹 문다. 순간 툭.. 떨어지는 눈물)
건달1 (똘마니들에게) 뭐해? 뺏어!
마준 (순간 멈칫! 공포에 질린 얼굴로 올려다보는것과 동시에)
마준을 감싸며 우르르 몰려드는 똘마니들.
그 바람에 먹다 반쯤 남은 빵과 봉투에 들어 있던 빵들이
우르르 바닥에 떨어진다. 그 빵들을 짖밟는 똘마니들의 발에서.
거성家, 침실. N.
흠짓! 선잠에서 깨나는 서인숙, 술을 마시던 중에 잠이 들었던듯
힘없이 늘어진 손에는 여전히 술잔이 들려져 있고.
서인숙, 불길한 꿈을 꾼듯, 잠시 시선을 불안정하게 움직인다.
술잔을 테이블에 내려놓더니 한쪽에 있던 수화기를 집어든다.
다이얼을 돌린다. 신호가 가는데.. 받질 않는다.
서인숙, 신경질적으로 다시 다이얼을 돌린다.
신호가 가는데 계속 받지를 않는다. 그 때
구일중E 한실장이라면.. 안받을거요.
서인숙 (멈칫..! 뭔가 잘못이라도 한 사람처럼 얼른 수화기 내려놓고 보면)
구일중 (문을 열고 선채 그 앞에 서 있다, 조용한 표정으로)
내가 안성에 내려보냈어. 아이들 찾는대로 데리고 올라올거요.
(그러더니 그대로 옷방으로 들어가 외투 들고 밖으로 나오면)
서인숙 (괜히 제발 저려) 답답해서 그랬어요!
밤은 깊어가는데 당신은 서재에서 꼼짝도 안하고 있고,
파출소에 신고도 못하게 하구... 하두 걱정되구 답답해서...
구일중 찾는대로 연락하라고 했으니 연락이 오겠지.
나한테든... (서인숙쪽을 보며) 당신한테든. (하고 돌아서는데)
서인숙 어딜가는거예요? 늦은 밤에?
구일중 아랫채에 있다가 통금 풀리는대로 거기서 곧바로 출근할거요.
(다시 걸음을 옮겨 나가려는데)
서인숙 옆에 있어주면.. 안돼요?
구일중 (멈칫.. 걸음을 멈춘다)
서인숙 나... 지금 불안해서 미칠것만 같아요.
같이 있어줘요. 나 좀... 안심시켜줘요. (보며) 안돼요?
구일중 (그 말에 반쯤 고개를 돌려) 내가 있는다고 위로가 되겠소.
같이 있다보면 틀림없이 거슬리는 말을 주고받게 될테고
그럼 또 언성이 높아질텐데.
서인숙 여보...
구일중 (OL) 당신하고 언성높이며 싸우는거... 나 별로 즐겁지 않아.
정말 기분 별루라구 그러는거.
서인숙 (입을 꾹 다문채 보면)
구일중 쉬어요. (그대로 돌아서서 나간다. 쿵... 닫히는 문)
서인숙 (울컥! 거절당한 기분에 주먹을 꾹 쥐며 닫힌문을 바라본다. 시선에서)
아랫채 작업실. N
안으로 들어오는 구일중, 들고 나온 외투를 한쪽에 툭 던져놓는다.
그러면서 성형작업대 앞으로 다가서는 그, 시선위로
구일중E 저, 그 결혼 안합니다.
구옥 마루. (회상 / 모노톤으로...)
더 검은 머리의 홍여사와 마주앉아 있는 젊은 구일중.
홍여사 니 꿈을 이룰수 있는 기회다. 일중아.
구일중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어찌 결혼을 합니까.
홍여사 양산빵을 만들어 배고픈 사람들 배곯지 않게 해주고 싶다며.
이번 혼사만 성사되면.. 그 꿈을 더 크게 이룰수가 있어.
구일중 한 여자가.. 불행해질지도 모릅니다.
홍여사 그 아이가 선택한거다. 그 아이가 널 원한다잖니.
구일중 ! (본다. 시선에서)
다시 아랫채 작업실. N.
상념에 잠긴 현재의 구일중 시선으로 연결... 그 위로.
구일중E 결국 저는 두 여자를 불행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머니..
깊은 숨을 내쉬며 생각을 떨쳐내려는듯
소매를 걷고 손을 닦아낸뒤 밀가루를 손에 묻힌다.
빵반죽을 꺼내 빵을 성형하기 시작하는... 그 뒷모습에서. dis.
달리는 지프 안. N.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지프안에 흔들리듯 앉아 있는 김미순의 얼굴,
흐트러진 머리사이로 조용히 눈을 들어 창밖을 살펴본다.
어느새 외곽도로에 접어든 지프차.
조진구, 국도를 타기 위해 방향을 바꾸면서 천천히 속력을 늦추고 있다.
순간 김미순, 조진구쪽을 한번 돌아본다.
조진구, 차가 오는지 길 양쪽을 살피는중이다.
김미순, 순간 있는 힘껏 차문을 열고 밖으로 몸을 날린다.
문이 열리는것과 밖으로 나가 굴러떨어지는 김미순.
거의 동시에 끼익!!! 멈춰서는 조진구.
김미순, 까지고 다친채 그대로 벌떡 일어나 산쪽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조진구가 차로 쫓아오지 못하도록)
조진구, 빽밀러로 김미순이 도망치는것을 본다. 시선에서.
산길 일각. N.
험한 산을 올라가고 있는 김미순과 그 뒤로 쫓아오고 있는 조진구.
김미순 사력을 다해 도망치고 있고 조진구는 날쌔게 뒤따르고 있다.
점점 두 사람의 격차가 좁아지기 시작한다.
김미순, 나뭇가지에 얼굴이 채이고, 몸이 긁혀도 멈추지 않는다. 그 위로
김미순E 이대로 죽을순 없심더! 억울해서도 이대로는 몬죽습니더!
하늘님예! 한번만.. 한번만 도와주이소...
우리 탁구한테 갈수 있도록.. 한번만 더 지한테 힘을 주이소!
조진구, 거의 김미순의 덜미를 잡을수 있는 거리까지 좁혀왔다.
김미순, 잡히지 않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내달음친다. 그 위로
김미순E 하늘님예에!!!! (외치는것과 동시에)
그 두사람의 동작 느릿하게 펼쳐지면서 김미순을 향해 손을 뻗는
조진구와 그 손을 피해 숲의 끝으로 달려나가던 김미순, 순간 후욱..!!!
얼굴위로 바람이 불어온다. 땀에 젖은 김미순의 머리칼이 날린다.
조진구 순간 멈칫...! 하는 표정으로 본다. (처음으로 얼굴이 드러난)
김미순, 조진구쪽을 향해 돌아본다. 얼굴을 본 순간 동시에 천천히...
아주 천천히 느릿한 화면으로 조진구의 시야 밑으로 떨어진다.
절벽이다. 그 아래로 하염없이 곤두박질 치는 김미순.
조진구 가까스로 절벽끝에 멈춰서서 내려다보면
그대로 천길아래로 풍덩! 호수(또는 바다에) 빠져버리고 만다. 동시에
거리일각3. N.
꽈당! 땅바닥에 넘어지는 탁구.
아픈듯 잔뜩 찡그린 얼굴로 몸을 일으켜 돌아보면
돌부리에 걸린채 벗겨져 있는 탁구의 운동화.
집어들어 보면 앞창이 너덜너덜 나가 있다.
탁구,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며 운동화를 신는다.
끈을 다시 메는데 툭...! 그 운동화 끈이 끊어진다.
순간 알수 없는 묘한 느낌에 그 끊어진 운동화끈을 내려다보는 탁구.
그 위로 스스스... 불길한 바람이 불어온다.
탁구, 고개 들어 바람이 불어오는 저 편 먼곳을 본다.
탁구 어무이... (멍한 시선으로 저 먼곳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다시 절벽일각. N.
털썩! 그 위에 주저앉는 조진구, 충격받은 시선으로 저 아래 검게
일렁이는 급류를 내려다본다. 넋을 잃은 사람처럼 한동안 내려다보다가
순간 주먹으로 쿵! 바닥을 내리치는 모습에서.
탁구네 집 앞. N.
조용한 한승재의 눈빛.
운전대를 잡은채 김미순의 집쪽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잠잠한 그 곳... 아이들이 온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듯.
그러더니 시계를 한번 본뒤 시동걸고 그 자리를 떠난다.
장터 일각3. N.
한쪽으로 나타나는 유경, 마준을 찾는듯 두리번두리번 거린다.
이쪽 저쪽 골목 다 둘러보고 지나쳐가다가 멈칫...
저 시장통 후미진 골목 한쪽에 웅크리고 있는 마준이 보인다.
유경, 다가서서 보면 주변에 발에 밟혀 으깨진 빵들이 널부러져 있고
한쪽에는 빈 소풍가방만 덩그라니 버려진채...
유경, 다시 구석에 잔뜩 웅크리고 앉아 있는 마준을 보며.
유경 얘. (대답없자) 얘. (하면서 마준의 어깨를 잡는데)
마준 (흠짓! 놀라며 고개를 번쩍 든다)
순간 입술이 터져 있고.. 볼 언저리에 멍이 들어있는 마준의 얼굴.
유경, 그 얼굴을 보고 멈칫... 한다. 보더니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유경 너... 괜찮니?
마준 (짐짓 시선을 피하면)
유경 많이 다쳤어? 어디 봐. (마준의 맞은 얼굴을 손으로 만지려는데)
마준 (두려움의 여파로 움찔하면서 방어하듯 얼굴을 피한다)
유경 괜찮아. 어디 봐. (손을 대려는데)
마준 (그 손 쳐내며) 됐어! 저리 가!
유경 (본다)
마준 저리 가라니까! (겁에 질린 자신이 완전 창피하고 쪽팔리고..)
유경 (보더니) 그래 알았어. 니 맘대루 해 그럼. (도로 일어나 가려는데)
마준 시골 촌년 주제에!!!
유경 (? 돌아본다)
마준 시골 촌년 주제에 까불지마!
(그냥 갈까봐 무서우면서도 계속)
니가 간다구 누가 겁낼줄 알어? 가! 가버려! 눈앞에서 꺼져버려!!!
유경 (본다. 보더니) 너... 정말 겁쟁이구나.
마준 (순간 멈칫...! 유경을 올려다보면)
유경 그래서 일부러 더 못되게 말하는거지?
니가 무서워한다는거 남한테 들킬까봐... 창피해질까봐, 약해보일까봐...
그래서 더 못되게 구는거지? 그치?
마준 웃기지 마! 아냐!
유경 근데 너 그거 알아? 그럴수록 니가 더 겁쟁이처럼 보이는거?
마준 (순간 불끈!) 함부로 말하지마! 내가 무슨 꼴을 당했는지도 모르면서!
유경 너야말루 좋은 부모 만나 고생같은거 안하고 살아서 뭘 모르나 본데..
세상에는 깡패한테 돈 뜯기고 몇대 얻어맞는것보다
훨씬 더 험한꼴을 당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어.
매일매일 그런 일을 겪는다는게 얼마나 비참하구 고통스러운지..
넌 아마 상상도 못할거야.
마준 ! (보면)
유경 곧 통금시간이야. 순경아저씨한테 잡혀가기 싫음 얼른 일어나 따라와.
(그러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간다)
마준 (그런 유경의 뒷모습을 본다. 왠지 살짝 부끄러워지는 기분위로)
유경이네 선술집 안. N
E. 에에에에에엥! (멀리서 통금시간을 알리는 싸이렌 소리)
후루룩.. 선지국을 먹고 있는 마준, 꾀죄죄해진 몰골로
콧물까지 훌쩍거려가며 맛있게 먹는다.
그러다 고개 돌려 바깥쪽을 내다보고 있는 유경을 본다.
마준 (본다. 보다가) 너... 탁구하고 무슨 사이야?
유경 (? 돌아본다)
마준 그 녀석 좋아하냐?
유경 (순간 힘없이 픽 웃더니 다시 바깥쪽 내다보면)
마준 왜? 어디가 좋은건데?
유경 그러는 넌? 왜 탁구 따라 가출한건데?
마준 (? 보더니) 그야 뭐... 그야 뭐... (적당히 할 말을 생각하는데)
유경 니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 아냐?
마준 ...! (그 말에 멈칫.. 다시 유경을 돌아보면)
유경 (밖을 내다보며) 탁구는 그런데가 있어.
그 아이라면.. 왠지 믿어도 될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거든..
마준 (순간 질투심에) 누가 그딴 자식한테 마음이 움직였대! 난 아니거든!
유경 (그 말에 마준을 돌아본다. 보더니) 너.. 이름이 마준이랬지?
마준 그래! 왜? 뭐!
유경 탁구랑 동갑이라면서 아직 한참 애구나.
마준 ! (불쾌!) 무슨뜻이야? 지금 내가 그 자식보다 못하다는거냐?
유경 (대답대신) 다 먹었음 설거지통에 넣어둬.
아무래도 탁구는 통금에 걸려 못올거 같으니까.
(그러더니 문을 닫고 돌아서서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마준 니가 뭘 모르는 모양인데, 힘두 내가 탁구보다 훨씬 쎄구,
맘먹구 달리면 달리기두 탁구보다 훨씬 더 잘달리거든?
공부도 내가 더 잘하구! 키두 내가 반뼘이나 더 크단 말야! 알아?
어디서 잘 알지두 못하는게... (하는데)
유경 (돌아보며) 그렇게 일일히 비교하고 있다는것 자체가
이미 넌 탁구한테 지고 있다는 뜻이야, 모르겠니?
마준 ! (순간 쿵! 머리위로 무언가 떨어지는 기분...!!! 으로 보면)
유경 그만 자라. (그러더니 들어가서 문을 탁! 닫아버린다)
닫힌 문을 바라보는 마준, 왠지 너무나 굴욕적인데.. 그런데...
왠지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간다. 유경의 말이 너무나 정곡을 찔렀다.
그랬다. 태생부터... 이미 나는 탁구에게 지고 있는거였다.
왠지 분해지는 마준, 입을 꾹 다문채 닫힌 문만 바라본다. 바라보는데
그 때 비스듬히 열린 문 밖으로 툭.. 투둑... 쏟아지기 시작하는 빗방울.
마준, 돌아서서 그 밖을 내다보면 이내 쏴아! 쏟아지는 빗줄기. 그 위로.
탁구E 암만해도 비가 오긋다.
마준E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탁구E 바람에 비 냄새가 섞여있다 아이가.
마준, 멍하니 열린 문 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데서.
탁구네 집 앞 골목. N
비가 내리는 그 위로 통금 싸이렌 소리 울리고...
(순경 두명이 "통금 5분전! 통금 5분저언!!!!" 하면서 지나간다.)
두어명의 아저씨들, 비틀거리며 각자의 집으로 찾아들어가고.
그 뒤로 잠시 후, 완전 녹초가 된 탁구가 온통 비에 젖은채
다 떨어진 운동화를 신고 터벅터벅 골목안으로 걸어들어온다.
천천히 걸음을 멈추고 집쪽을 돌아본다. 지친 시선에서.
탁구네 집 방안. N.
책상위에 놓여 있는 탁구와 김미순의 사진.
탁구, 그 사진액자를 집어들어서 본다. (밖으로 계속 빗소리...)
탁구 어무이.. 우야믄 좋노. 다 디비봤는데도 몬찾겠다. 대체 어디로 가삤노,
(소매끝으로 쓱 눈가를 문지른뒤) 내느은.. 기냥 이게 다 꿈이면 좋긋다.
(하면서 한번 더 쓱 소매끝으로 눈가를 문지른다)
웃고 있는 탁구와 김미순의 사진에서 fade-out.
거성家 전경. (아침)
째째째.. 새소리와 함께 아침이 열리면.
주방안.
마주앉아 식사중인 자경과 자림.
자림 (깨작깨작대며.. 빈자리들을 둘러본다) 대체 얘들은 어디루 간거야?
자경 ... (단어장을 넘기며 계속 암기중)
자림 (보며) 언닌 애들이 가출했다는데 걱정두 안돼?
자경 (시선 계속 단어장에만 둔 채) 우리가 걱정한다구 뭐가 달라지는데.
어차피 어른들이 알아서 다 해결하겠지. (단어장 넘기면)
자림 언닌 공부가 그렇게 좋아? 그렇게 공부해서 뭐될건데? 박사 될거야?
자경 경영인.
자림 무슨 경영인?
자경 아버지 회사 경영인.
자림 (?? 의아한듯 본다) 언니가.. 아버지 회사를 왜 경영하는데?
자경 (그 말에 자림을 보며) 내가 우리 집안 장녀니까.
자림 그래두 여자가 어떻게 회사를 경영해? 그건 남자가 하는거잖아.
자경 여자도 할수 있어. 내가.. 해낼거야.
마준이도 탁구도 아닌 내가, 아버지의 기업을 물려받을거야.
그러기 위해서 지금 내가 할수 있는건 공부뿐이니까..
자림 언니..
자경 식사 다했으면 그만 일어나. 학교 늦겠다.
(단어장을 탁! 접더니 가방들고 나가다가 멈칫.. 멈춰선다)
자림 (? 돌아보면)
주방앞에 서서 빤히 자경을 쳐다보고 있는 서인숙.
서인숙 경영인? 자경이 너.. 그런걸 꿈꾸고 있었니? (비웃음)
자경 저 지금 학교 가야해요.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지나가려는데)
서인숙 꿈 깨!
자경 (멈칫.. 지나치려다 말고 멈추면)
서인숙 재수없게 기집애가 설쳐대면 되는것도 안된다는거 몰라?
자경 엄마도 여자면서 그런식으로 말하지 말아요.
서인숙 그게 세상이야. 여자라서 안되는게 그게 세상이야!
자경 (돌아보며 버럭) 그렇게 말하지 말라구요! 난 엄마하구 다르니까!
서인숙 ! (본다)
자림 ! (보면)
자경 나는.. 절대로 엄마처럼 살지 않아요.
사랑해주지도 않는 남편한테 매달려 아둥바둥 살지 않을거예요!
아들한테 모든걸 걸고 대리 만족하며 사는거.. 너무나 불쌍하고 비참해!
서인숙 자경이 너!
자경 (OL) 그러니까! 그런 인생 나한테 강요하지 말아요!
엄마때문에 나나 자림이나 마준이 인생까지 불행하게 만들지 말라구요!
서인숙 (허!) 뭐라구? 나 때문에 늬들이 불행해? 나 때문에?
자경 그래요! 엄마 때문이예요. 마준이가 집을 나간것두 엄마때문이구요!
그날 밤에 마준이가 밖에서...! (하다가 순간 멈칫 입을 다문다)
자림 (? 자경을 보면)
서인숙 그날 밤이라니? (추궁하듯) 그날 밤이라니! 그날 밤 마준이가 뭐!
무슨 얘긴지 알아듣게 설명해 봐!
자경 (본다. 보다가) 자세한건 나두 모르겠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신거 엄마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마준이는.
서인숙 ! (쿵! 숨이 막힐것같은 표정으로 자경을 내려다본다)
자림 ! (역시 놀란 표정으로 자경과 서인숙을 번갈아 보면)
자경 (당돌하고 당찬 눈빛으로 서인숙을 본다)
서인숙 (아무말도 못한채 자경을 본다. 덜덜 떨려오는 손을 꾹 쥐는데서)
유경이네 선술집 안.
신씨E 야! 이노무 기집애야! 내 돈 어딨어어!!! (동시에 쨍그랑! 깨지는 소리)
동시에 마준, 테이블에 엎드려 자다가 헉! 놀라며 벌떡 일어난다.
고개 돌려 돌아보는것과 동시에.
탁구네 집, 방안.
사진을 끌어안은채 잠들어 있던 탁구, 번쩍 눈을 뜬다.
방문이 열려 있고 그 앞에서 누군가 탁구를 내려다보고 있다.
순간 탁구, 놀란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앉으며 올려다보더니
탁구 한실장님... (보면)
한승재 (표정없이 탁구를 내려다보더니 낮은 음성으로) 마준이는 어디있니.
탁구 (순간 울먹! 하며) 우리 어무이가... 없어졌심더.
한승재 (본다)
탁구 어떤 나쁜 사람이 데꼬 가버맀심더!
우리 어무이 좀 찾아주이소. 한실장님예, 우리 어무이 좀.. (하는데)
한승재 마준이 어딨냐고 물었다! 마준이 지금 어딨어!
탁구 ! (멈칫...! 올려다본다. 빤히 올려다보는 시선에서)
다시 유경이네 선술집.
조심스럽게 방쪽으로 살금살금 다가서는 마준.
고개를 내밀고 비스듬히 열린 방문안쪽을 들여다보면
머리가 헝클어진 유경, 무릎꿇고 앉아 싹싹 빌고 있다.
유경 몰라요 아버지, 저 정말 몰라요!
신씨E (모습은 안보인채 목소리만) 내 돈 어딨냐니까아!!!!
유경 (계속 빌면서) 정말 몰라요 아버지이.... 정말 몰라요.
신씨E 이러언!!!!
하면서 이불이고 베게고 종이같은걸 사정없이 유경에게 던진다.
유경, 손으로 얼굴을 감싼채 고스란히 맞아낸다. 그러다 멈칫..
저밖으로 들여다보던 마준과 시선이 마주친다.
유경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본다)
마준 (그저 빤히 본다. 보다가 천천히 뒷걸음질 치는)
유경 (제발....! 하는 눈빛. 그 위로 계속 던져지는 잡동산이들... 그 위로)
유경E 너 정말 겁쟁이구나.
마준 (비참해지는 기분.. 그러나 자기도 모르게 계속 뒷걸음질 치는 그 위로)
유경E 너 정말 겁쟁이구나!!!
마준 (점점 더 뒷걸음질치다 어느 순간 홱! 돌아서서 문쪽으로 가는데)
그 때 드륵! 하고 문이 열리면서 햇빛이 쏟아져들어오면서
성큼 안으로 들어서는 사내의 그림자.
마준, 눈이 부신듯 움찔..! 하면서 손으로 자기도 모르게 방어하는데
한승재 마준아!
마준 ! (멈칫... 두 손을 천천히 내리며 고개들어 한승재를 본다)
한승재 (천천히 무릎을 굽혀 마준과 눈높이를 맞춘다)
마준 (그제야 한승재의 얼굴을 똑바로 본다, 그저 한참을 빤히 보면)
한승재 (마준의 얼굴에 난 상처들을 본다. 보더니)
얼굴이 왜 이런거냐. 다쳤니? 누구한테 맞았어?
마준 (순간 울컥....! 눈물이 고인다)
한승재 (본다. 보더니 그대로 말없이 마준을 꼭 끌어안는다)
괜찮다. 괜찮아.. 이젠 괜찮아. (계속 괜찮다고 등을 쓰다듬어준다)
마준 (툭... 눈물이 떨어진다. 그 위로)
flash-back3> 2부 18
한승재 넌 아버지보다 더 큰 사람이 될거다. 내가 그렇게 만들어줄거야.
마준 (쳇!) 아저씨가 뭔데? 실장 주제에 어떻게 날 그렇게 만들어줘?
한승재 나는.. 널 위해 죽을수도 있는 사람이다. 기억해 두거라.
다시 현재> 선술집 안.
마준, 순간 흐으으으으!!! 참았던 울음이 서글프게 터지고 만다.
한승재, 마준을 꼭 끌어안아준다. 잠시 그러고 있는데 그 때,
신씨E 거 누구요! 누군데 아침 댓바람부터 남의 집에서! (하며 나오다가 멈칫)
마준을 안고 있는 한승재와 눈이 마주치는 신씨, 스치는 당혹스러움.
한승재, 마준의 손을 꼭 잡은채 천천히 일어서서 신씨를 본다.
신씨 당황하는 기색 역력한 그 뒤로 방안의 유경, 고개를 들다가 멈칫..!
유경, 멍하니 한승재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한승재 실례가 많습니다. 아이가 어젯밤 여기서 신세를 졌다구요.
신씨 (? 보다가 그제야 마준을 보면)
마준 (흘끗 신씨를 한번 본다)
신씨 저기 말입니다.. 어제일은.. (하고 한승재에게 말을 걸려는데)
한승재 (OL) 어젯밤 아이를 돌봐주신 사례는..
신씨 (멈칫.. 말을 멈추고 보면)
한승재 (보며) 나중에 꼭 따로 해드리겠습니다. 그럼. (일별한뒤 마준을 보며)
가자. (그리고는 마준의 손을 꼭 잡은채 데리고 나간다)
탁! 문이 닫힌다. 유경, 그 닫힌문을 보는데
신씨 에이씨.. 재수가 없을래니까... (하다가 다시 홱! 방쪽을 돌아본다)
유경 (순간 움찔! 다시 놀라서 신씨와 시선 마주치면)
신씨 근데 저놈에 재수없는 기집애! 뭘 그렇게 쳐다보구 있어! 죽고싶어!
(하더니 그대로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유경 (순간 겁에 하얗게 질린 얼굴위로 쿵! 문 닫히면 그 위로)
유경E 아버지! 아버지! 잘못했어요!!!
신씨E 뭘 잘못해! 잘못한걸 알믄 빨랑 내 돈 찾아내란 말여어!!!!
유경E 아버지이이이!!!! (외치는위로)
거리 일각.
한쪽에 서서 기다리던 탁구, 짐짓 고개 돌려 쳐다보면
한승재, 마준의 손을 잡고 골목에서 나온다.
마준, 탁구와 시선이 마주치자 순간 멈칫.. 보더니 이내 시선 외면하면,
한승재, 마준을 데리고 탁구를 지나쳐 세워둔 차 앞으로 걸어간다.
탁구, 그런 마준을 보다가 유경이네 선술집쪽을 돌아보는데 뒤에서
한승재 뭐하는거냐. 어서 차에 타지 않구.
탁구 (? 소리에 한승재를 돌아보면)
한쪽에 세워진 차 안에 이미 올라가 앉아 있는 마준.
시종일관 탁구를 외면한 채로 앉아 있다.
탁구, 본다. 보다가 안내키는 표정으로 다가서더니,
탁구 저기요 한실장님.. 그라믄 즈그 어무이는.. (하는데)
한승재 서울에 가서 얘기하거라.
탁구 예?
한승재 내가 맡은 임무는 너희들을 무사히 데려가는것뿐이다.
그러니 네 어머니 일은 서울에 가서 니가 직접 회장님께 말씀드려.
탁구 하지만 빨리 찾지않으모 안될긴데...
한승재 (엄하게 말자르듯) 안탈거냐!
탁구 (순간 서글픔이 훅! 밀려온다. 보더니) 안탈랍니더.
한승재 ! (본다)
탁구 어무이가 우예 됐는지도 모르는데 지 혼자 머할라꼬 서울에 갑니꺼.
지는 몬갑니더! (쓱 소매로 눈가를 문질러 닦더니)
마준이만 데리고 고마 올라가이소. (돌아서려는데)
한승재 (순간 확! 탁구의 옷깃을 거칠게 잡아채더니)
타라면 탈것이지 무슨 잔말이 그리 많아!!!
탁구 ! (올려다본다)
한승재 나도 너 좋아서 데려가는게 아니다.
그러니 더 이상 날 귀찮게 하지 말고 어서 차에 타! (노려본다)
마준 (멈칫.. 하는 표정으로 차안에서 그 모습을 본다)
탁구 ! (살짝 두려운 눈빛으로 올려다보면)
구일중의 집무실. (회장실)
때르르릉! 울리는 전화기.
책상위에 놓인 두어대의 전화기중 하나의 수화기를 집어든다.
구일중 구일중이요. 어.. 자넨가. (듣는다. 표정 묘하게 굳는다. 시선에서)
거성家 거실.
쿵! 문이 열리면서 뛰어나오는 서인숙.
서인숙 마준아! 마준아아!!!
마준 (안으로 들어서다가 서인숙을 본다. 멈칫.. 걸음을 멈추면)
서인숙 (그대로 달려와 마준을 꼭 끌어안는다) 우리 아들...
(잠시 꼭 안고 있다가 끌어안았던 마준을 떼어놓고 얼굴을 보더니)
근데 얼굴이 왜 이래? 누가 이랬어? 어쩌다 이랬어!
그 때 그 뒤로 탁구의 팔을 잡아끌듯 안으로 데리고 들어오는 한승재.
밀치듯 탁구를 거실한쪽에 들여놓는다.
(탁구, 잡혔던 팔이 아픈듯 그 팔을 잡으며 돌아보면)
서인숙,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탁구를 본다.
서인숙 순진한 애 꼬득여 가출한것도 모자라 애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천하에 불한당 같은 놈! 탁구 너, 대체 내 돈은 훔쳐다 어디다 썼니?
탁구 예? 돈...요?
마준 (순간 짐짓하는 시선... 그 위로)
서인숙 느이 에미한테 갖다줬니? 느이 에미가 돈 필요하다든?
그래서 너한테 훔쳐갖고 오라 그러든!
탁구 (순간 울컥! 하는 기분으로) 생사람 잡지 마이소!
우리 어무이 그런 사람 아입니더! 그라고 지도 돈같은거 훔친적 엄씸더!
증거도 없이 그래 함부로 좀도둑 취급하지 마이소 참말로!
서인숙 니가 이 집에 들어오기전엔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야.
우리 아이들중엔 단 한번도 내 금고에 손댄 애들이 없었어. 알아?
탁구 ! (순간 억울함에 서인숙을 노려보는데)
구일중E 왜 이리 소란스러운거요!
소리에 한승재와 서인숙, 그리고 마준과 탁구, 일제히 돌아보면
안으로 들어서는 구일중, 마준과 탁구를 본다.
구일중 들어온거냐?
마준 (짐짓 시선 떨군다)
탁구 (대답못한채 그저 시선 떨구면)
구일중 (마준을 한번 본뒤 다시 탁구를 보며) 밥은 먹었니?
마준 (그 말에 시선들어 구일중을 본다)
구일중 (서인숙에게) 혼내는건 나중에 하고 애들 밥부터 챙겨먹이도록 해요.
서인숙 저 아이가 돈을 훔쳐가지고 나갔어요!
아무리 철모르고 저지른 짓이라지만 그건 명백히 범죄예요 여보!
구일중 탁구가 훔쳤다고 자백이라도 했소?
마준 (탁구를 옹호하는 구일중을 본다. 빤히 쳐다보는 시선 위로 계속)
서인숙 그러니까 더 문제라구요. 끝까지 안했다고 오리발이잖아요!
탁구 오리발 아입니더! 지는 참말로 돈같은거 안훔쳤심더!
그냥 지는 어무이가 걱정이 되가 그래서 잠깐 댕기온것뿌인데.. (하는데)
마준 제가 훔쳤어요.
순간 서인숙과 구일중, 한승재의 시선 일제히 마준을 향해 쏠린다.
탁구도 고개 들어 마준을 본다.
마준 (표정을 알수 없는 쎄함으로) 엄마 돈.. 제가 훔쳤어요.
서인숙 마준아! (놀란다)
한승재 (놀란다)
구일중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던듯 보면)
서인숙 니가.. 왜? 니가 왜 그 돈을 훔쳐? 이유가 있을거 아냐! 말해봐 어서!
마준 (그 말에 조용히 시선을 들어 탁구를 본다)
탁구 (? 마준을 본다)
마준 (보더니 조용히) 탁구가 필요하다고 해서요.
탁구 ! (마준을 본다)
한승재 (멈칫.. 하는 눈빛으로 마준을 본다)
서인숙 ! (단번에 이럴줄 알았다는듯 탁구를 노려보면)
구일중 정말이냐. 정말로 탁구가 너한테 돈이 필요했다고 했단 말이냐?
마준 (구일중을 본다 보더니) 네.
탁구 마준아! (기막힌듯 보면)
마준 (탁구를 보며) 그랬잖아 니가.
엄마가 아픈것 같아서 안성에 내려가야하는데 돈이 필요하다구.
나중에 갚을테니 나한테 돈 좀 훔쳐달라구.
탁구 ! (보면)
마준 그래서.. 제가 훔쳐줬어요. 죄송해요 엄마. 죄송해요 아버지.
제가 탁구를 말렸어야 했는데 너무 안되보여서 그만.. 다 제 잘못이예요.
탁구 (억울한 표정으로 마준을 빤히 쳐다보면)
서인숙 그러니까 지금 탁구 니가 마준이한테 도둑질을 종용했다 그거니?
기가막혀... (구일중을 보며) 당신두 들었죠?
탁구가 마준이한테 무슨짓을 시켰는지 분명히 들었죠!
이래도 이 아일 계속 두둔하실 생각이예요? 예?
구일중 탁구.. 잠깐 따라들어오거라. (그러더니 서재로 돌아서서 들어간다)
탁구 (본다. 보다가 나즉히 한숨을 내쉬며 구일중을 따라들어가면)
서인숙 (독한 눈빛으로 돌아본다)
마준 (표정없이 탁구의 뒷모습을 돌아보면)
한승재 (그런 마준을 조용히 내려다본다. 마준의 거짓말을 아는 시선에서)
구일중의 서재.
안으로 들어서는 탁구, 흘끗 고개들어 보면
구일중, 소파에 앉아 탁구를 기다리고 있다.
구일중 가까이 오거라.
탁구 (본다. 보더니 완전 주눅이 들어 두어걸음 가까이 간다)
구일중 (본다. 보더니) 그래, 가서 어머니는 만나보고 온게냐?
탁구 (멈칫...! 혼낼줄 알았는데 뜻밖의 질문에 고개들어 빤히 보면)
구일중 만나보고 온게야?
탁구 (순간 핑그르르르.. 참고 참았던 눈물이 고이더니) 그게요.. 어무이가...
어떤 나쁜 사람한테... 끌려갔다 아입니꺼... 시장통도 디비보고,
조합이랑, 동네창고랑 읍내 구석구석 전부다 디비고 다닜는데도
없드라꼬예.. 어데로 가삤는지.. 몬찾겠더라고예....
(뚝...! 닭똥같은 눈물이 떨어진다. 얼른 소매끝으로 쓱 문질러 닦으면)
구일중 그랬구나. 그런 일이 있었으면 제일 먼저 나한테 알렸어야지.
걱정마라. 이제 내가 알았으니 내가 니 어미를 찾아보마.
탁구 참말입니꺼? 약속하시는겁니꺼?
구일중 참말이다. 약속하마. 대신에 너두 약속하거라.
두번 다시 이렇게 말도 없이 집을 나가지 않겠다구.
탁구 (한번 더 소매끝으로 눈물을 쓱 닦아내더니) 알겠심더!
어무이만 찾아주신다면 뭐든지 시키는대로 다 할수 있심더! 참말입니더.
구일중 그래 됐다. 그만 올라가서 씻고 밥부터 먹거라.
탁구 (? 본다. 보다가) 더... 안혼내십니꺼?
구일중 더 혼나야할 일이라도 있는거냐?
탁구 그게... 마준이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면)
구일중 아버지는 아들의 거짓말을 금방 알수 있단다.
(보며) 넌 거짓말을 한적이 없잖니.
탁구 (순간 자기를 믿어주는 구일중에게 고마움과 안도를 느낀듯 보면)
구일중 나가보거라.
탁구 예! (목례한뒤 나가려는데)
구일중 그리고 이번주 일요일부터 아랫채 작업실로 나오거라.
약속한대로 제빵수업을 시작할거니까.
탁구 (그 말에 돌아본다) 예에. (한번 더 목례한뒤 나간다)
구일중 (나가는 탁구의 뒷모습을 본다. 이내 표정 어두워지는 그 위로)
조진구F 사고가 있었습니다...
FLASH-BACK> 공중전화. (모노톤으로)
팔목에 문신이 있는 조진구, 수화기를 든채... 자못 당황한 기색으로
조진구 밤새 찾아봤지만... 아무래도 급류에 떠내려간것 같습니다.
다시 서재.
나즉히 한숨을 내쉬며 시름에 잠기는 구일중. 시선에서.
이층 거실.
이층으로 올라오는 탁구, 자기 방쪽으로 가려는데
마준 그럴줄 알았어.
탁구 (멈칫.. 돌아보면)
마준 (소파에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탁구앞으로 온다)
너 아버지한테 안혼났지? 그럴줄 알았다구.
아버지가 너한텐 쫌 너그럽잖아. 니가 불쌍해서 그런건지 어떤건지..
탁구 (별로 감정이 안좋은듯) 그래도 그렇지 니 그러는거 아이다.
그래 사람 억울하게 뒤집어씌우고 그럼 몬쓰는기라!
마준 너 내 형이라며.
탁구 (멈칫...)
마준 형이라는게 원래 아우가 힘들때 도와주고 그러는거라며.
그깟거 한번 뒤집어썼다고 그렇게 억울해? 형이라면서?
탁구 (짐짓 엄하게) 마준아.
마준 덕분에 한고비 넘겼다. 앞으로도 종종 부탁해.
(그러더니 그대로 쓱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간다)
탁구 (본다. 보더니 답답한듯 한숨 푹! 내쉬는데서)
마준의 방.
방문에 기대 서 있는 마준, 앞씬과는 다르게 표정 딱딱하게 굳어있다.
flash-back1> 탁구를 보는 다정한 구일중의 눈빛. "밥은 먹었니?"
flash-back2> 유경 "너 겁쟁이구나!"
flash-back3> 유경 "그렇게 일일히 비교하고 있다는것 자체가
이미 넌 탁구한테 지고 있다는 뜻이야, 모르겠니?"
마준 (순간 쿵! 발을 한번 구르며) 시골 촌년 주제에...!!!!
말은 그렇지만 사실은 스스로에게 화가 나 있다.
뭐라 말할수 없는 자괴감 때문에 괴로운 표정에서.
파출소 앞. N.
비틀.. 비틀.. 거리며 신발을 질질 끌듯 나타나는 유경의 발..
천천히 파출소를 향해 가는 그 발에서,
파출소 안. N
일상처럼 돌아가고 있는 파출소 안.
그 때 문이 열리면서 안으로 들어서는 유경의 발.
순경들, 하나 둘 문이 열린쪽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일제히 멈칫...
유경의 발로부터 틸-업하면 완전히 몰골 처참한 유경의 모습.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입술과 한쪽 눈썹위에 멍과 상처가 나 있고,
한쪽 소매는 찢겨져 나간채 어깨위에 검붉은 멍이 들어 있다.
순경1 (얼른 다가서며) 얘... 얘! 유경아! 너 신씨 딸 유경이 맞지?
유경 (본다. 보더니) 살려주세요....
순경1 ! (본다)
유경 저 좀... 살려주세요.... 아저씨...
(그러더니 그대로 실신하듯 풀썩 순경1위로 쓰러진다)
순경1 (놀라서 유경을 안는다. 아이의 모습에 충격받은 표정에서)
유경이네 선술집 안. N.
드륵! 문이 열리면서 순경1과 다른 순경들 들이닥친다.
테이블에 술 취한채 널부러지듯 엎어져 있던 신씨, 잠결에 돌아보며
신씨 뭐여... 당신들 무슨 일이여.. (하는데)
순경1 수갑 채워.
순경들 (달려들어 신씨의 팔목에 수갑을 채운다)
신씨 (순간 정신이 확! 나는듯) 뭐여! 대체 왜 이러는겨! 내가 뭘 잘못혔는디!
순경1 이 사람아! 몰라서 물어? 시상에 애를 워떻게 그 지경을 맹글어! 맹글길!
신씨 뭐여?
순경1 전치 8주랴. 한쪽팔은 골절까지 돼가지고 기부스까정 했댜!
시상에 그러고도 자네가 사람인가? 사람이여!
신씨 뭐여 그럼! 시방 그 기집애가 가서 신고헌겨? 이런 옘병!
그 년 어딨어! 유경이 그 년 어딨어! 이런 때려잡어 죽일년!
순경1 아! 뭐혀! 데꼬 가!
순경들 (반항하는 신씨를 끌고 나간다.)
신씨 (끌려가면서도 끝까지 "유경이 그년 어딨어! 유경이 그 나쁜녀언!!!!")
병실안. (아침)
문이 열리면 그 안으로 침대에 앉아 있는 유경.
(제법 깨끗해진 모습으로 눈썹주위에 반창고 한쪽팔은 깁스를 한채)
유경, 돌아보면 복지사가 그 앞으로 다가선다.
복지사 안녕, 니가 유경이니? 너를 맡아줄 보육원으로 데려가려고 왔단다.
퇴원 수속하는대로 출발할건데.. 괜찮지?
유경 (표정없이 보더니) 가기전에 어디 한군데만 들렸다 가도 돼요?
복지사 (? 보면)
우체국 안.
직원1(5부의 그 직원1)앞으로 쓱 내밀어지는 편지봉투.
직원1, 고개들어 보면 유경이 그 앞에 서 있다.
직원1 어? 넌 그 때 그 아이 아니냐?
유경 네. (보며) 이번엔 편지를 부치려구요. 주소는 저번하구 같은데예요.
직원1 그래? (보더니) 우표값 20원이다.
유경 (본다. 보더니 책가방을 앞으로 내린뒤 열면 그 안에 들어있는 돈뭉치)
유경, 그 돈뭉치를 잠시 바라본다. 그 돈뭉치에서.
flash-back> 11씬. 연결.
자리보존하고 누워있는 신씨. 끄응... 아픈 신음소리.
그 위로 유경, 이불을 꺼내 신씨위에 덮어준다. 덮어주다가 멈칫/
` 벌어진 외투 안쪽으로 두툼한 돈봉투가 보인다/
유경, 이불을 덮어주다 말고 그 돈봉투를 집어들어 본다/
돈을 본뒤 다시 신씨를 본다. 순간 속상한 마음에 울컥..! 하는 시선
아버지가 너무 밉고, 그 돈이 너무나 창피한듯.... /
책가방 안에 그 돈뭉치를 집어넣는 유경,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
유경, 아버지가 깰까봐 최대한 신속하게 그 책가방을 숨긴다/
다시 현재>
유경, 그 돈뭉치에서 오백원짜리 지폐를 꺼내 직원1에게 내민다.
직원1 (오백원짜리 큰돈에 짐짓 놀란듯 유경을 보면)
유경 제일 빨리 들어가는걸루 부쳐주세요. (본다 시선위로)
유경E 탁구야 안녕. 나야 유경이...
나는 지금 안성에서 아주 먼곳으로 가고 있어.
거성家 정원 일각.
한쪽으로 편지를 가지고 와서 봉투를 뜯는 탁구 그 위로
유경E 이럴줄 알았으면 미리 작별인사라도 해두는건데..
아마 앞으로도 가끔씩 니가 보고 싶어질거야.
탁구 ....! (본다. 시선에서)
달리는 자동차 안.
보육원 원장과 나란히 뒷좌석에 안아 있는 유경. (책가방 꼭 안은채)
유경E 우리의 어린시절은 이렇게 지나가지만
먼훗날.. 우리가 어른이 됐을때 웃는 얼굴로 꼭 다시 만나자.
그 때가 되면 나는 아주아주 행복해져 있을테니까.
유경, 표정없는 얼굴위로 툭... 눈물 한방울 떨어진다.
도로위로 난 길로 빠르게 멀어지는 자동차. 그 위로
유경E 안녕.. 탁구야.
다시 거성家 정원 일각.
한쪽에서 편지를 읽고 있는 탁구, 순간 손에 힘이 빠진듯
편지 든 손을 무릎위로 내린다.
탁구 유경아...
짠한 서글픔이 밀려온다.
그렇게 잠시 유경에 대한 감상에 젖어있다가 다시 시선을 떨구며
두번째 편지지로 페이지를 넘긴다. 바로 그 순간 숨이 딱 멈춘다.
유경E 추신... 너희 엄마를 데려간 사람 손목에 바람개비 문신이 있었대.
탁구 (순간 멈칫하는 시선에서)
flash-back1> 유경이네 선술집.
신씨 틀림없어. 그 손모가지에 바람개비 문신을 새긴 놈이었어.
(딸꾹! 하면서 술을 계속 마시면)
유경 (잔뜩 맞은 얼굴로 말없이 돌아보는 얼굴위로)
유경E 그리고 또 한사람.... 그 때 마준이란 아이를 데리러 왔던 아저씨 말야.
그 사람이었어. 우리 아버지한테 돈을 주고 니네 엄마를 납치하라고
시킨 사람...
flash-back2> 5부, 폐가에서 신씨에게 돈을 건네주던 한승재.
flash-back3> 36씬. 가게로 마준이를 데리러 왔던 한승재에서,
다시 현재> 멍한 표정으로 편지지를 내려다보고 있는 탁구.
탁구 이게 다 무신 소리고... 한실장님이...?
믿어지지 않는듯 편지지를 뚫어져라 본다.
그러다 순간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돌아서는데 순간 멈칫!
바로 앞으로 차가운 눈빛으로 탁구를 내려다보고 있는 한승재가 서있다.
탁구,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려 한승재를 본다.
한승재, 탁구가 들고 있던 편지를 탁! 뺏어들어 쓱 읽어내려가더니
그대로 그 편지를 꾸깃! 구겨버린다.
탁구 뭐하시는깁니거! 이리 주이소! (손을 뻗어 편지를 가져오려는데)
한승재 (달칵! 라이터로 그 편지에 불을 붙여버린다)
탁구 한실장님예! (재빨리 뺏으려하지만 역부족)
한승재 (그대로 재가 되버린 편지를 바닥에 던진뒤 발로 비벼버린다)
탁구 ! (불끈! 하는 눈빛으로 한승재를 노려보더니) 한실장님입니꺼?
우리 어무이 납치하라꼬 시킨 사람이 참말로 한실장님 맞아예?
우리 어무이 지금 어딨습니꺼! 우리 어무이 지금 어딨냐고예!
한승재 (보며) 어디에 있냐고 묻기전에 먼저 무사하냐고 물어봐야지.
탁구 ! (본다. 보더니 이내 무너지는 표정으로)
우리 어무이.. 무사합니꺼? 우리 어무이.. 별일 없지예?
한승재 진심으로 니 에밀 찾고싶으냐?
탁구 (그 어느때보다 간절하게 고개를 끄덕이면)
한승재 그럼 내가 시키는대로 할래?
탁구 ? (본다. 시선에서)
아랫채 작업실 앞. N
한쪽으로 걸어내려오는 구일중. 걸어오다가 걸음을 멈추고 보면
그 문앞에 탁구가 서 있는게 보인다.
구일중 여기서 뭐하구 있는거냐?
탁구 (흠짓! 제풀에 놀라 돌아본다. 보다가) 아.. 회장님요...
구일중 제빵수업은 내일이라고 했을텐데.
무슨... 나한테 다른 용건이라도 있는거냐?
탁구 아뇨, 아입니더... 용건 없심니더..
구일중 그래. 그럼 내일 아침에 보자.
새벽 다섯시부터니까 늦지 않도록 해. (하고 탁구를 지나치는데)
탁구 어무이는예? 어무이는 아직 몬찾으셨어예?
구일중 (? 돌아보더니) 음.. 아직이다.
찾았다는 연락이 오면 제일 먼저 너한테 알려줄테니 너무 염려말거라.
탁구 (본다. 보는 위로)
한승재E 절대로 회장님은 느이 엄마를 찾을수 없다.
조금전 그 정원 일각.
탁구 회장님이 왜 몬찾습니꺼! 찾아주신다꼬 지하고 약속했는데예!
한승재 니 어미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니까.
탁구 ! (본다. 가슴이 무너지듯 보더니)
그라믄 지가... 우짜면 됩니꺼!
우짜면 우리 어무이 만나게 해주실랍니꺼!
한승재 이 집을 나가거라.
탁구 ! (본다)
한승재 죽을때까지 이 거성가에 얼씬도 하지 마.
그게 너도 살고 니 에미도 사는길이다.
탁구 한실장님요..
한승재 물론 선택은 자유다. 회장님을 택하든지 니 어미를 택하든지. 다만..!
회장님을 선택한 순간.. 니 어미는 죽은 목숨이 되겠지.
(무서운 눈빛으로) 자, 어쩔테냐!
다시 아랫채 앞. N.
탁구 (멍하니 구일중을 보면)
구일중 (? 탁구를 보며)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해?
탁구 (짐짓 상념에서 깬듯 구일중을 보면) 아, 아입니더.
구일중 밤이 늦었다. 내일 일찍 일어나려면 들어가 일찍 자두거라.
(그러면서 돌아서서 다시 아랫채로 향한다)
탁구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갑자기) 회장님요!
구일중 (? 돌아본다)
탁구 그거 말입니다. 그 때 손을 이래 이래 하셨던거요..
(하면서 구일중이 했던대로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보이더니)
이거는 와 그래 하신깁니꺼?
구일중 (본다. 짐짓 미소로 보더니) 습도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탁구 습도예?
구일중 빵을 반죽하기 전에 그날 그날의 습도를 손으로 감지하는거지.
(직접 손의 시범을 보이면서)
습도가 적은 날은 빵이 건조해지고,
습도가 많은 날은 빵이 눅눅해지거든.
그래서 그 날 그 날 습도에 따라 반죽에 넣는 물의 양을 조절하는거다.
탁구 아아.. 그렇구나.. (그러면서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이면)
구일중 (짐짓 미소를 띈채 그 모습 지켜보다가) 탁구야 혹시 알고 있느냐?
탁구 (? 고개들어 구일중을 보면)
구일중 넌.. 아주 특별한 아이다.
탁구 (순간 멈칫... 흔들던 손을 멈춘채 구일중을 빤히 쳐다본다)
구일중 너는 나한테.. 아주 특별한 아들이야.
탁구 (순간 뭉클....! 구일중을 보면)
구일중 (짐짓 미소로) 그럼 내일 보자. 아들아.
(자상한 눈빛으로 일별한뒤 안으로 들어간다)
탁구, 구일중이 들어간뒤에도 한참을 꼼짝안한채 서 있는다.
뭔지 모를 뜨거운게 목구멍위로 밀고 올라오는듯..
양손을 자기도 모르게 꾹 쥐면서 천천히 고개를 숙인다.
탁구 지송합니더... 아부지예...
(툭...! 싸나이의 눈물이 한번 또 떨어진다. 그 모습 길게 주다가)
마준의 방. N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마준.
그 뒤로 문이 열리며 서인숙이 들어온다.
서인숙 마준아. 뭐하구 있어?
마준 (짐짓 고개를 반쯤 돌리더니) 그냥요...
서인숙 (본다. 보다가 침대한쪽에 걸터앉으며) 엄마하구 얘기 좀 할래?
마준 (천천히 돌아서서 서인숙을 본다. 보다가 그 앞으로 다가서면)
서인숙 (본다. 보다가 마준의 손을 잡더니) 자경이가 그러는데 마준이 너...
(본다. 보며) 할머니 돌아가신게 엄마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마준 (표정없이 본다)
서인숙 왜... 그렇게 생각해? (아이의 표정에서 뭔가 읽어내려는듯 보면)
마준 큰누나가 그래요? 제가 그렇게 생각한다구?
서인숙 정말.. 그렇게 생각하구 있었니?
마준 (잠시 엄마를 보더니) 아니예요 엄마. 큰누나가 잘못 알고 있는거예요.
나는 단 한번두... (서인숙의 눈을 똑바로 보며)
엄마때문에 할머니가 돌아가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서인숙 정말이니?
마준 네.
서인숙 (순간 안심하는 표정) 그랬구나.. 난 또 니가 뭔가 아는줄 알구...
이제 됐다. 쉬어 그럼.
(머리를 한번 쓰다듬더니 일어나서 나가려는데)
마준 근데요 엄마.
서인숙 응? (돌아본다)
마준 나... 겁쟁이예요?
서인숙 무슨 소리야? 누가 그래? 겁쟁이라구?
마준 어떤.. 애가요.
서인숙 어디서 쓸데없는 소릴! 그런 소리 귀담아 듣지 마! 아니야.
너만큼 똑똑하고 너만큼 잘난애 있음 나와보라 그래.
마준 (물끄러미 그렇게 말하는 엄마를 보면)
서인숙 (그대로 마준을 꼭 끌어안아주면서)
엄마한테 마준이 넌 최고의 아들이야. 알지?
마준 (조용히) 응... 알아요. 그래서 엄마. 나.. 이제부터 더 강해질려구.
서인숙 (멈칫...천천히 떨어져서 마준을 보면)
마준 탁구보다두 더 강해져서... 그래서 내가 아버지 뒤를 이을거야.
두고봐요. 내가 하나 못하나. 정말루 내가 하나 못하나.
서인숙 (감동받은 표정으로) 마준아... (하면서 더 꼭 끌어안는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우리 마준이... (꼭 안으면)
마준 (안긴 시선.. 정말로 결심한 자의 표정에서)
거성家 전경. N.
하나 둘, 불이 꺼지고.. 완전히 적막과 어둠이 쌓인 거성저택.
화면, 천천히 그 아래로 내려오면
끼이이... 대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나오는 탁구.
탁구의 어깨엔 언제나처럼 책가방 하나만 달랑 들려있다.
천천히 걸어나오다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모두가 잠든 집... 탁구, 조용히 그 집을 바라보는데
한승재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았겠지?
탁구 (멈칫... 돌아본다. 보더니) 예에...
한승재 (짐짓 주위를 한번 살핀뒤) 저 차에 타거라.
탁구 (돌아보면, 저만치 시동걸려 있는 차 한대가 서 있다. 보더니)
저 차 타고 가모.. 참말로 우리 어무이랑 만날수 있습니꺼?
한승재 그래. 그리고 두번 다시 거성가에 나타나지 말거라.
내 말.. 명심하는게 좋을거야.
탁구 알겠습니더. 명심하겠습니더. (그러더니 구십도 각도로 인사하며)
안녕히 계시이소. 그간 고마웠심더!
한승재 (그런 인사에 멈칫.. 보면)
탁구 (돌아서서 차쪽으로 걸어간다)
한승재 (돌아보지 않는다)
서 있는 한승재의 뒤로, 시동걸린 차에 올라타는 탁구.
문이 탁! 닫히면서 그대로 출발하는 차.
한승재, 끝까지 돌아보지 않은채 서 있다가 그대로 프레임-아웃.
달리는 차안. N.
뒷좌석에 앉아 있는 탁구,
뒷창문으로 점점 멀어지는 거성가를 돌아보지 않는다.
앞만 쳐다보는 눈빛위로.
탁구E 어무이 쪼매만 기둘리도... 내 금방 가께... (시선에서)
인천 항구 일각. 물품 창고앞 N.
탕탕탕탕!!! 지팡이로 문을 두드려대는 팔봉선생의 손.
팔봉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아아!!!!
(계속해서 지팡이로 탕탕탕! 두드리면)
문이 열리면서 잠에 깬 창고직원1, 밖으로 나온다.
창고직원1 아, 영감님! 지금 시간이 몇신데..! 내일 날 밝으면 오시죠 예?
팔봉 치즈 내놔라. 오늘 배에서 내린 치즈 여기루 들어왔지?
창고직원1 글쎄 지금은 안된다니까요?
팔봉 안되는지 되는지는 조장놈한테 가서 따져.
난 지금 내 치즈를 가져가야겠다. 어서 내놔!
창고직원1 아, 진짜!!! (미치겠다는듯 머리를 벅벅 긁는데서)
짧은 경과>
쿵! 무거운 치즈 박스를 팔봉의 손수레에 내려놓는 창고직원1.
창고직원1 모두 네 상자 맞죠 영감님.
팔봉 그래, 맞다. 네빡스!
(하더니 박스 위로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다, 흠..!)
음.. 아주 좋구나. (창고직원1에게) 수고했다. 그럼 나 간다!
(하더니 손수레를 직접 끌고 가면)
창고직원1 (뒤에 대고) 다음부턴 젊은 사람 보내세요, 영감님. 허리 다쳐요.
팔봉 나 아직 젊다 이눔아! 가서 잠이나 쳐자라! (수레를 밀고가면)
창고직원1 참나.. 암튼! (웃으면서 창고 문을 닫으면)
근처 일각. N.
수레를 끌고 쭉 걸어오는 팔봉,
흥얼흥얼 노래를 흥얼거리며 막 모퉁이를 돌려는데
그 때 저쪽으로 와서 멈춰서는 세단 한대.
수행원1, 차에서 내린뒤 뒷좌석문을 열면 탁구가 내려서는게 보인다.
수행원1, 탁구의 어깨를 잡고 한쪽으로 데려간다.
팔봉, 대수롭지 않은듯 보면서 지나친다. 몇걸음 가다가 멈춘다.
다시 돌아본다. 수행원1이 어린 아이를 데려가는 모양새가 영 걸린다.
팔봉, 쳐다보는 시선에서.
항구 일각. N.
배들이 선박해 있고, 거기서 서너명의 사내들이 기다리고 있다.
수행원1, 탁구를 한쪽에 세워둔뒤 그 사내들쪽으로 다가간다.
탁구, 엄마를 곧 만날수 있는걸까? 내심 기대하는 표정으로 보고 있다.
사내1 저 아입니까?
수행원1 그렇습니다. 두번 다시 한국땅을 밟지 않도록만 해주시면 됩니다.
(그러면서 안주머니에서 달러뭉치를 두어개 꺼내 내민다)
사내1 (탁구쪽에서 안보이게 쓱 받아 챙긴다)
수행원1 그럼, (돌아서서 탁구앞으로 다가선다)
탁구 우리 어무이는 어딨습니꺼?
수행원1 저 아저씨들이 말하는대로 하면 된다. 그럼 볼수 있을거야.
탁구 (수행원1의 뒷쪽으로 서 있는 사내들을 본다. 왠지 안내키는데)
수행원1 잘 가거라. (그러더니 그대로 탁구를 남겨둔채 무정하게 가버린다)
탁구 (살짝 겁이 나는듯 가버리는 수행원1을 돌아본다. 보는데)
사내1 꼬마야. 이리 온.
탁구 (사내1을 돌아본다. 살짝 긴장하는 표정 역력)
우리 어무이는예? 우리 어무이는 어딨습니꺼?
사내1 엄마? 니네 엄말 왜 우리한테 와서 찾어?
탁구 여기로 가면 우리 어무이를 만날수있다켔는데예...
(하다가 순간 설마! 하는 표정으로 홱! 돌아보면)
수행원1, 그대로 부웅! 차를 출발해 가버린다.
탁구, 순간 배신감과 절망감에 휩싸여 망연자실 서 있는데.
그 때 턱! 하니 탁구의 어깨를 잡는 사내1
사내1 그러게 사람을 그렇게 쉽게 믿으면 안되지 꼬마야. 자 그만 가자.
탁구 싫습니더! 지가 왜 아저씨들하고 갑니꺼! 이거 놔주이소! 안갑니더!!!
사내1 (뒤의 사내들을 향해) 뭐해!
사내들, 우르르 달려들어 탁구를 끌고 간다.
탁구,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치며 벗어나려고 한다.
그러나 장정 세명의 힘을 당해낼수가 없다. 점점 더 배쪽으로
끌려가는 탁구, 안간힘을 다해 저항하다, 하다, 어느 순간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사내의 팔을 콱! 물어버린다.
아아아!!! 비명을 지르며 잡았던 탁구의 손을 놓치는 사내1.
그 바람에 바닥에 나뒹구라지는 탁구, 동시에 튕겨오르듯 일어서더니
그대로 냅다 도망치기 시작한다.
사내1 (아픈팔을 감싸쥐며) 잡어! 저 놈 잡어어어!!!!!
사내들 (우르르르 탁구의 뒤를 쫒아 달리기 시작한다)
항구 일각. (심야의 추격전) N.
쫓고 쫓기는 탁구와 사내들.
(주변 지형지물들을 이용해, 아슬아슬하게 잡힐듯 말듯,
그러면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탁구와 그 뒤를 쫓는 사내들 추격전
너무 길지 않게 보여주다가)
막다른 골목> 그 막다른 골목으로 뛰어들어온 탁구.
어쩌지? 어쩌지? 잠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서 있는데
바로 그 때 덥썩! 탁구의 뒷덜미를 잡아채는 손,
그대로 어둠속으로 쑥 탁구를 끌고 들어가더니 쿵! 문을 닫는다.
바로 잠시 후, 뛰어오는 사내들. 이리저리 탁구를 찾아 뒤지고,
뒤집어 엎고 하다가 탁구 사라진쪽 문을 열려고 한다. 덜컹! 잠겼다.
에잇! 하더니 다시 우르르르 다른쪽으로 몰려가는 사내들.
잠잠한 정적이 흐르다가 잠시 후, 잠겼던 그 문이 스르르 열린다.
팔봉, 빠꼼히 고개를 내밀고 좌우를 살핀다. 그러더니
팔봉 얘야, 됐다. 그 놈들 딴데로 간 모양이다. 응?
(하면서 뒷쪽을 돌아보는데)
탁구 .... (고개 숙인채로 쪼그리고 앉아 있다)
팔봉 (그 옆에 같이 쪼그리고 앉으며) 얘야, 왜 그러냐?
(하고 고개 숙여 탁구의 얼굴을 보다가 멈칫....)
탁구 (눈물, 콧물, 땀물 범벅이 된 채 끅.. 끅... 소리를 내며 울고 있다)
팔봉 어디 아프냐? 어디 다쳤어?
탁구 (고개를 가로젓는다)
팔봉 근데 왜 그래? 무서워서 그러냐?
탁구 그게 아이고예... (고개 들어 팔봉을 보더니)
이자 우리 어무이는 어디 가서 찾습니꺼.
팔봉 (? 본다)
탁구 여기도 없으모 대체 얼루 가서 찾느냔 말입니더! 예?
(하더니) 으아아아아아아앙!!!!
(엄마를 잃어버린 후 처음으로 아이처럼 소리내어 운다)
팔봉 ! (본다. 멀뚱히 바라보는 시선에서)
아랫채 작업실. (새벽)
탁! 불이 켜지면서 안으로 들어오는 구일중.
손부터 닦은뒤 제빵수업 준비를 시작한다. 밀가루를 꺼내놓고,
물과 배합할 버터와 계란 이스트 등등등...
그 옆으로 성형할때 필요한 기구들을 쭉 늘어놓는다. 그 때
똑똑똑! 뒤에서 문을 노크하는 소리.
구일중 들어오거라.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발.
구일중 생각보다 일찍 나왔구나. 잠은 푹 자둔게냐? (하면서 돌아보다 멈칫...)
그 문앞에 서 있는건 탁구가 아니라 마준이다.
구일중 (의외라는듯 보며) 니가.. 어쩐 일이냐?
마준 저도 제빵수업을 받으려구요.
구일중 뭐라구?
마준 저도... 빵을 배우고 싶습니다. (제대로 결심한 표정으로 구일중을 본다)
구일중 ........! (본다)
그렇게 마주보는 구일중과 마준,
그 두 사람 사이에 수많은 의문부호와 그리고 결의의 눈빛이 오가고
화면, 문밖으로 쭉 이동하면 그 문 옆에 서 있던 한승재,
잠시 서 있다가 조용히 그 자리를 뜬다.
그 문안으로 여전히 마주보고 서 있는 구일중과 마준의 모습에서.
창고 안.
쓱, 탁구 앞으로 내밀어지는 빵한덩이.
탁구, 훌쩍.. 훌쩍.. 울음끝에 고개를 들어 빵을 본다. 팔봉을 보면
팔봉 먹거라. 원래 울고 나면 배가 고픈법이지.
탁구 고맙심니더. (하더니 받아서 먹기 시작한다)
팔봉 어따 고놈, 인사성 하난 밝구나.
탁구 (쓱 돌아보며) 근데.. 할배도 빵맹그는 분이십니꺼?
팔봉 (? 본다) 그걸 니가 어찌 아누?
탁구 기양 냄새로 압니더.
팔봉 (??? 본다) 냄새로 말이냐?
탁구 예에. 지가 냄새를 좀 잘 맡그든예.
할배한테서 회장님이랑 비슷한 냄새가 난다 아입니꺼.
팔봉 오호.. 그래? (재밌다는듯 보더니)
탁구 근데 그 상자들은 뭡니꺼? 이상한 똥쿠린내가 나는데예.
팔봉 저 냄새두 나느냐?
탁구 하모요, 이래 진동을 하는데.
팔봉 거 참 희한허구나. 스티로폴 상자에 몇겹이나 꽁꽁 사매서
보통사람들은 냄새를 맡을수가 없을텐데.
탁구 말씀드렸잖아예, 지가 쫌 냄새를 맡는다고요..
팔봉 그래애? (하면서 살피듯 보면)
탁구 (빵을 맛있게 먹으면서) 할배도 솜씨가 좋은 모양입니더. 빵이 맛나네예.
팔봉 그래? 고맙구나. 허허... (하면서 계속 재밌다는듯 보는데)
탁구 (마저 입에 쑤셔넣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이만 가볼랍니더.
팔봉 어딜?
탁구 우리 어무이 찾으러예.
팔봉 (??? 보며) 너 혼자 말이냐?
탁구 팔목에 바람개비 문신이 있는 사람이라켔심더.
일단 그 사람부터 찾아봐야 않겠습니꺼?
팔봉 그래두 그렇지 어린 너 혼자 어찌 찾겠다구..
탁구 우리 어무이 아입니꺼. 아들인 내가 안찾으모 누가 찾겠심니꺼.
(돌아보며) 도와주셔서 고마웠심더 할배요. 빵도 맛났고예.
(하고 간다. 가다가 멈칫..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돌아보더니)
아... 근데요 할배.. 뭐하나 여쭤봐도 됩니꺼?
팔봉 뭔데?
탁구 우리 어무이가요, 이 세상은 겔국 착한 사람이 이긴다카든데예,
근데 참말로 그 말이 맞습니꺼?
팔봉 (? 본다)
탁구 할배는 우리 어무이보다 더 오래 살았으니까네..
그게 맞는지 안맞는지 아실거 아입니꺼?
참말로 착한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 맞십니꺼?
팔봉 그러는 넌 이 세상이 어떤 세상이었으면 좋겠냐?
탁구 (생각하더니) 우리 어무이 말맹키로 착한 사람이 이기는 세상요.
팔봉 그럼, 그런 세상이 맞겠지.
니가 그러길 원하면.. 그런 세상이 맞을게야.
탁구 아, 예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맙심더! (꾸뻑 인사하더니 나간다)
팔봉 (본다. 보다가) 얘, 니 이름이 무어냐?
탁구 (? 다시 돌아보더니) 김탁굽니더.
팔봉 탁구?
탁구 예. 탁구를 잘해가 김탁구가 아이고 높을탁 구할구짜를 써가 김탁굽니더.
팔봉 탁구... 허허. 그렇구나. 잘 가거라 탁구야. 어머니 꼭 찾길 바란다.
탁구 예! (한번 더 꾸벅 인사하더니 그대로 나가버린다)
창고 앞 골목. N.
천천히 수레를 끌고 밖으로 나와보는 팔봉, 골목 저편을 보면
어린 탁구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팔봉, 조용히 그 아이의 뒷모습을 본다.
왠지 막연하지만 묘한 인연을 느끼는 팔봉선생.
그렇게 멀어지는 탁구의 뒷모습에서 천천히 암전..
블랙 화면 위로. 자막.
"그리고 12년 後, 세월은 流水와 같이 흘렀으니...."
시장바닥 일각.
시장상인들을 갈취하고 있는 조폭 똘마니 네다섯명.
소히 말하는 삥이라는걸 뜯고 있는 중이다.
채소가게 아줌마, 사정사정해서 어떻게든 안뜯기려고 하고 있는데
생선가게 아줌마, 냅다 물을 끼얹으며 에라 이 못된놈! 하는데,
조폭들, 냅다 판을 뒤집어엎으며 실랑이를 시작한다 바로 그 때!
아주머니한테 위해를 가하려는 조폭1의 팔을 턱! 나꿔채는 손.
탁구E 그만하지 못해!
동시에 스톱 모션으로 일제히 돌아보는 시장상인들과 건달들.
그 한가운데 조폭1의 무지막지한 팔목을 잡아챈채 서 있는...
무스 머리 빠방하게 부풀어 올라가 있고,
청쟈켓 날카롭게 깃 세우고, 소매는 팔뚝이 보일정도로 걷어올리고,
청바지 딱 붙게 입고, 뒷주머니에 도끼빗.
그리고 발목까지 올라오는 비비화를 신은 그.
(아직 얼굴 정면은 보이지 않도록 부분 부분만 임펙트 있게!)
조폭1 뭐야 넌?
탁구 선행동! 후설명! (하더니 파파팟! 주먹을 휘두른다)
조폭2의 목을 치고 소매를 쭉 걷어올려 손목 확인.
"없고!" 퍽! 나가떨어지고
조폭3의 배를 가격하고 소매를 쭉 걷어올려 손목 확인,
"없고!" 한뒤 퍽! 가격해 나가떨어지고,
조폭4의 발목을 걷어찬뒤 소매를 쭉 걷어올려 손목 확인,
"없고!" 한뒤 퍽! 급소를 가격해 나가떨어지고,
마지막으로 조폭1의 등을 내리 찍은뒤 소매를 쭉 걷어올려 손목 확인!
하는데 오잉? 하는 표정. 그 손목에 큼지막한 문신. "저축"
"....은 아니고!" 하면서 퍽! 주먹으로 턱을 가격해 나가떨어지고
그렇게 다섯명이 삽시간에 쿵! 쿵! 쿵! 쿵! 쿵! 나가떨어진 그 한가운데
마지막 주먹을 휘두른 그 자세로 (마치 터미네이터처럼) 포즈를
취하고 있던 그, 천천히 주먹을 내리며 돌아서서 얼굴을 드러낸다.
바로, 우리의 김탁구(24살)다.
그러자 주변에 서 있던 시장상인들 일제히 와아!!! 하면서 박수.
탁구 (괜히 으쓱해져서 조폭들을 휘 둘러보며)
짜식들아. 착하게 좀 살자. 어? 차! 카! 게!
이 세상은 결국 착하게 사는 사람이 이긴다는거 모르냐?
조폭1 (으으... 맞은턱이 아픈듯 찡그리며 쳐다보면)
탁구 한번만 더 여기서 일하는 삼촌 이모들 괴롭히다 걸리면..
그 땐 정말 초전박살 날줄 알어라. 어?
(하면서 어깨 한번 으쓱! 한뒤 돌아서다가 다시 돌아보며) 아!
그리고 늬들중에 혹시 손목에 바람개비 문신 하고 다니는 놈 보면
가차없이 역전 사거리 길다방에 쪽지 냄겨라. 알겠냐?
일제히 알겠습니다.
탁구 무슨 문신?
일제히 바람개비 문신이요!
탁구 좋았쓰! (씩 웃으며 돌아서는데)
조폭1 근데 말입니다.
탁구 근데 뭐! (하며 찌릿! 노려보면)
조폭1 (움찔... 하며) 혀, 형님 이름자가 어떻게 되십니까?
탁구 내 이름 말이냐?
일제히 예에...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면)
탁구 내 이름은... (씩 한번 웃더니 살짝 삐딱하게) 김. 탁. 구.
탁구를 잘해가 김탁구가 아이고 높을탁 구할구짜를 써서 김탁구다!
(뒷주머니에서 도끼빗을 휘리릭! 꺼내 무스 머리 쓰윽! 쓸어넘기더니)
잘 기억해도!
(하면서 매력있게 씩 웃는 얼굴에서 스틸!)
<6부 끝>
.제빵왕 김탁구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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