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 7
도입부.
1. 6부 첫씬. (탁구와 김미순 헤어지는 장면)
탁구 (달려가며) 어무이! 어무이이이!!!
김미순 (지프차 안에서) 탁구야! 탁구야아아!!!!
2. 6부 54씬. 정원.
한승재 (탁구에게) 죽을때까지 이 거성에 얼씬도 하지 마.
그게 너도 살고 니 에미도 사는길이다.
3. 6부 62씬. 인천 항구.
사내들에게 쫓기는 탁구의 모습위로,
구일중E 넌 아주 특별한 아이다.
insert> 55씬 정원.
구일중 너는 나한테.. 아주 특별한 아들이야.
다시 62씬> 사내들을 피해 있는 힘껏 도망치던 어느 순간
팔봉에 의해 홱! 잡아당겨지는데서,
5. 6부 63씬. 아랫채 작업실.
구일중 (의외라는듯 빤히 쳐다보며) 니가.. 어쩐 일이냐?
마준 저도 제빵수업을 받으려구요.
구일중 뭐라구?
마준 저도.. 빵을 배우고 싶습니다.
구일중 ........! (본다, 시선에서)
탁구의 방. (새벽)
쿵! 방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서는 구일중.
텅빈 방안을 믿을수 없다는듯 돌아보다가 책상위에 올려진 종이를 본다.
다가서서 다급히 그 종이를 펼쳐보면, 써 있는 글씨.
<죄송합니다. 회장님.
근데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는 김탁구로 살아야할것 같습니다.
그러니 절 찾지 말아주십시요.
부디 만수무강하시고 안녕히 계십시요 회장님. 김탁구 올림->
믿을수 없는듯, 한참을 그 편지내용만 뚫어져라 쳐다보던 구일중,
그러다 들고 있던 편지를 천천히 내린다.
아버지가 아닌, 김탁구라는 이름을 선택했다는 그 편지내용에
구일중의 마음 한켠으로 휑한 바람이 지난다. 표정에서.
청평별장. N.
창가에 와인잔을 든채 허공을 향해 건배의 잔을 들어올리는 서인숙,
서인숙 (나즈막히) 우리 아들을 위하여.... (건배....)
한승재의 사무실. N.
한승재, 역시 창밖을 향해 건배하듯 와인잔을 들어올린다.
표정없이 그 와인을 들이키는 위로,
탁구E 근데요 할배, 뭐하나 여쭤봐도 됩니꺼?
6부 65씬.
팔봉 뭔데?
탁구 우리 어무이가요, 이 세상은 겔국 착한 사람이 이긴다카든데,
근데 참말로 그 말이 맞습니꺼?
팔봉 니가 그러길 원하면.. 그런 세상이 맞을게야.
6부 앤딩씬. N. (팔봉선생 대사 추가)
천천히 수레를 끌고 밖으로 나와보는 팔봉, 골목 저편을 보면
어린 탁구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그 위로
팔봉 (왠지 막연하지만 묘한 인연을 느끼며 지긋이 바라보다가)
작연필봉이라... (자막, 作緣必逢 : 맺은 인연은 반드시 만난다)
인연이면... 또 만나지겠구나.
어머니를 찾아 걸음을 옮기는 어린 탁구의 뒷모습위로,
팔봉E 부디.. 니 어미를 꼭 찾길 바런다.
그렇게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탁구의 뒷모습에서,
강가. N.
찰랑.. 찰랑..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는 잔잔한 물결
화면, 그 물결을 따라 한쪽으로 쭉 이동하면,
자갈 기슭위로 반쯤 몸이 걸치듯 쓰러져 있는 사람 하나.
온통 물에 젖은채 창백한 얼굴의 그녀..., 김미순이다.
마치 죽은 사람마냥, 한치의 움직임도 없는 그녀.
화면 천천히 그녀의 얼굴에서 그녀의 어깨로 이동하다가
그녀의 손끝에서 멈추는가 싶은 바로 그 때!
까딱..! 하고 그녀의 손가락 끝이 움직이는 순간 암전.
그리고, 블랙 화면 위로. 자막.
"그리고 12년後, 세월은 流水와 같이 흘렀으니...."
어두운 뒷골목 일각. N.
비가 온뒤의 축축한 바닥과, 푸르스름한 안개가 낀 음산한 분위기.
그 한 가운데로 천천히 걸어나오는 탁구(24세)의 실루엣,
걸어오는 탁구의 실루엣 앞으로 달려드는 대여섯명의 똘마니들.
주먹이며 각목 같은것 들을 휘두르는게 느린화면으로 펼쳐지는 그 위로,
조폭1E 생각보다 쎈 놈이었습니다.
혹자는 그를 쇠주먹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그를 분노의 싸움꾼이라고도 부른답니다.
탁구, 거침없이 똘마니들을 때려눕히는 모습 위로 계속,
조폭1E 어디서 왔는지, 뭘하던 놈인지,
세간에 전혀 알려진바가 없답니다. 그저 다만...
왕발이E 그저 다만...?
탁구, 때려눕히는 똘마니녀석들마다 일일히 손목을 확인하며
"없고!" "없고!" 하면서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전진하는위로 계속,
조폭1E 충청북도와 경기도 일대를 바람처럼 쓸고 다니며
손목에 바람개비 문신을 한 사내를 찾아다닌다고만 들었습니다.
flash-back> 6부 앤딩씬.
탁구 늬들중에 혹시 손목에 바람개비 문신 하고 다니는 놈 보면
가차없이 역전 사거리 길다방에 쪽지 남겨라. 알겠냐?
일제히 알겠습니다.
탁구 무슨 문신?
일제히 바람개비 문신이요!
어두운 실내. N.
동시에 우당탕 쿵탕!!! 의자같은걸 발로 차버리는 왕발이.
그 바람에 그 앞에 쪼르르 무릎꿇고 앉아 있던 조폭1과 똘마니들,
(6부 앤딩에서 탁구한테 왕창 깨졌던 바로 그들, 얼굴들은 맞아서
밤탱이 들이 돼있고, 코를 솜으로 틀어막거나, 반창고를 붙인 상태로)
완전 쫄아서 움츠리면, 그 앞으로 다가서는 왕발이의 실루엣.
왕발이 (내려다보며) 그래서! 그 놈 이름이 뭐라구?
insert1> 6부 팔봉선생한테.
어린탁구 김탁굽니더!
insert2> 6부 엔딩씬.
탁구 탁구를 잘해가 김탁구가 아이고,
높을탁 구할구자를 써서 김탁구다. 잘 기억해도! (씩 웃는데서)
다시 현재>
왕발이 (돌아보며) 가서 놈한테 전해라.
바람개비 문신을 만나고 싶으면.. 인천 왕발이한테 오라고.
조폭1 예? (멈칫..하는 표정으로 보면)
손에 들고 있던 성냥개비를 입에 무는 두목, 음산하게 씩 웃으면
순간 그 팔뚝위에 아주 큼지막한 (짝퉁) 바람개비문신이 새겨져 있는게
두둥! 하는 느낌으로 화면에 잡히는데서.
길다방 안.
화면안 가득 쓱 프레임-인 되는 탁구(24세)의 얼굴.
한곳을 뚫어져라 쳐다보면,
다방 한켠에 붙어 있는 쪽지판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글씨.
<바람개비 문신을 만나고 싶으면 인천 왕발이를 찾으시오!>
그 쪽지를 쓱 집어드는 탁구, 눈이 반짝하는 표정으로 돌아보더니.
탁구 어무이.. 이제 다 와간다. 쪼매만 더 기둘려라. (결연한 눈빛에서)
어두운 뒷골목. N. (8씬 연결)
퍽! 마지막 주먹을 휘두르는 탁구,
나무가 넘어가듯 그대로 풀썩 쓰러지는 마지막 깡패녀석.
여섯명쯤 되는 깡패들을 완전 해치운 뒤라 땀범벅이에,
여기저기 얼굴에 상처가 난채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든다.
그리고는 저 앞으로 보이는 창고문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더니
있는 힘껏 드르르륵! 창고문을 옆으로 열어제끼면.
그 안으로 서 있는 조폭1과 똘마니들. (6부에서 엄청 두들겨 맞았던)
살짝 긴장하는 눈빛으로 탁구를 보면
탁구, 그들을 향해 거침없이 다가선다. 저벅저벅 다가서서 멈추더니 순간
휘리릭! 도끼빗을 꺼낸다. (동시에 조폭1과 똘마니들 움찔하면)
탁구, 그 빗으로 흐트러진 머리를 쓱 한번 넘긴뒤 다시 척! 집어넣더니,
탁구 잘 있었냐 아우들! 근데 뭔 놈에 환영인사가 이렇게 뻑적지근허냐? 응?
조폭1 그, 그랬습니까? 헤헤... (긴장한 얼굴로 어색하게 베식...! 웃으면)
탁구 (다방에 붙어 있던 쪽지 꺼내 쓱 들어보이며)
이 쪽지 니가 붙여놓은거 맞지? 지금 어딨냐 그 바람개비 문신!
조폭1 그.. 그게...
탁구 (OL) 만에 하나 뻥친거면!!! 이 자리에서 니 영정사진 박아
분향까지 끝내버리는수가 있다, 어? (살벌한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왕발이 니가 김탁구냐!
탁구 (? 돌아본다)
그러자 둘러서 있던 똘마니들 슬그머니 양쪽으로 비켜서면
그 뒤로 다트 던지기를 하고 있는 왕발이의 뒷모습이 보인다. 턱! 턱!
계속해서 던지는 다트가 원중앙에 꽂힌다.
그 다트를 던지는 손위로 드러난 (짝퉁) 바람개비 문신.
탁구, 그 문신에 시선이 꽂힌다. 순간 두 눈에 불이 난다.
앞뒤 볼거 없이 바람개비 문신쪽으로 방향을 홱! 트는 순간,
탁구의 바로 발끝에 와서 정확하게 탁! 꽂히는 다트!
탁구, 멈칫.. 멈춰선다. 발끝을 내려다본뒤 고개 들어 왕발이를 보면
왕발이 싸가지가 없구나! 그래, 넌 처음 뵙는 형님한테 인사법도 모르냐?
탁구 싸가지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고! 우리 어무이 어딨냐!
왕발이 어무이? (??? 본다) 어머니... 말이냐?
탁구 그래 이 자식아 우리 엄마! 지금 어딨어! 얼루 데려갔어! 어! (내지르면)
왕발이 (피식 한번 웃더니) 너.. 그런 사연이였냐?
경기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우리 애들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이유가...
그러니까 잃어버린 니 엄말 찾기위해서였다...?
탁구 잡소리 치우고 어서 불어 새꺄!! 우리 엄마 어딨어어어!! (절박하다)
왕발이 몰라.
탁구 (벙찐) 몰라?
왕발이 그래 몰라. 난 그냥 너란 놈이 궁금해서 말이다.
감히 내 애들을 건드렸다 길래 버르장머리나 좀 고쳐볼까 하고 불렀다.
그러니까.. (싸늘해지며) 바람나 집나간 니네 엄만 딴데가서 알아봐,
이 또라이 새꺄!!! (순간 옆에 있던 나무상자를 힘껏 날려버리면)
탁구, 본능적으로 재빨리 두 팔로 가로막는다. 그 두팔에 퍽! 맞으면서
산산조각이 나버리는 나무상자. 잠시 그 상태로 서 있던 탁구,
천천히 팔을 내리며 왕발이를 본다. 그 눈빛.. 살벌하게 변하더니.
탁구 바람나 집나간게 아니라 너한테 납치 당했다구 이 개자식아!!! (하더니)
그대로 왕발이를 향해 달려들더니 그대로 멱살 잡고 쿵! 함께 바닥에
나뒹구라진다. 시작되는 탁구와 왕발이의 한판 싸움. (살벌하게)
(구경하는 조폭1과 똘마니들, 즤들이 맞는듯이 어이쿠! 아야!
찡그리고, 피하고, 어쩔줄 모르는가운데)
처음엔 대등하게 펼쳐지던 싸움, 어느 순간 탁구가 기선제압하더니,
순간 개폼잡던 왕발이 비굴하게 살려고 발버둥치고 도망치려한다.
"으아아아!!! 사람 살려!!!" 하면서 도망치는 왕발이를
탁구, 재빨리 붙잡아 올라타더니 인정사정없이 주먹을 날리며,
탁구 죽여 버리기전에 빨리 대! 우리 엄마 어딨어! 어딨냐구우!!!
왕발이 글쎄 전 모른대두요!
탁구 이래두 몰라! (퍽!) 이래두 몰라! (퍽!) 이래두 몰라아아아!!! (퍽! 퍽! 퍽!)
왕발이 몰라요! 진짜 몰라요! 정녕 몰라요! 살려주세요오오오오!!! (외치는 순간)
탁구 (홱! 치켜들었던 주먹이 허공에서 딱! 멈춘다, 노려본다)
왕발이 (목이 눌려 켁켁거리며 피떡을 한 얼굴로) 진짜.. 모릅니다! 믿어주세요..
탁구 (순간 울컥!) 어떻게 몰라! (손목을 나꿔채 바람개비 문신 들이밀며)
너....! 여기 틀림없이 바람개비 문신 있잖아! 그런데 어떻게 몰라아아!
왕발이 이거는요... 그러니까 칠년전에 제가 큰 집에 있을때...
거기 계셨던 큰형님 문신을 보고.. 하도 폼나길래 베낀겁니다요..
탁구 ! (본다, 뭐라구...??? 눈빛이 흔들린다)
왕발이 보세요... 여기... 잘 보시면... 일단.. 바람개비 모양도 많이 틀리고요...
(주절주절, 횡설수설) 그 형님은 손목 안쪽에 문신이 있는데...
저는 이렇게 바깥쪽으로 있고요.. 그리고 그 형님꺼는... 여기에..
이런 조잡한 꼬다리도 없고... 근데 저는 있꼬요...
탁구 정말... 모른다구 우리 엄마?
왕발이 (그 눈빛에 잔뜩 쫄아서 고개를 가로젓는다)
탁구 (허공에 들었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온다. 감정을 꾹 누르며)
우리 엄마 어딨는지... 정말 몰라?
왕발이 (정말로 모른다는 눈빛으로 탁구를 보며 울먹거리며) 죄송합니다...
탁구, 가슴이 또.. 무너져 내린다. 눈시울이 벌개지면서 노려보다가
어느 순간 그대로 잡았던 목을 놔주더니 천천히 일어나 돌아선다.
왕발이, 헥헥! 숨을 몰아쉬며 풀려나면
조폭1과 똘마니들 우르르 달려가 부축한다. 그러면서 탁구쪽을 보면,
돌아서서 잠시 감정을 누르던 탁구, 마음을 다잡은 목소리로,
탁구 그 형님이라는 사람 지금 어딨냐? 큰집에 가면.. 만날수 있냐?
왕발이 출소한지는 꽤 됐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이 바닥에서 손 털고
거 뭐냐.. 인천 어디 빵집에 들어갔대나 어쨌대나....
탁구 (? 돌아본다, 한쪽 눈썹 쓱 위로 치켜뜨며) 빵집?
왕발이 (순간 긴장) 예, 예에... 빵집... 이요...
탁구 ! (이런 젠장! 왜 하필...! 하는 시선으로 다시 고개를 돌린다)
왕발이 (흘끗 보며) 그러니까... 거기가 어디래드냐....
(하면서 손으로 더듬적거리며 무기될만한걸 집어든다. 천천히 일어서며)
인천에서 꽤 알아주는 아주아주 오래되고 유명한 빵집이라든데....
똘마니들 (긴장하는 눈빛으로 왕발이와 탁구를 번갈아 본다)
왕발이 (탁구의 뒤로 다가서며) 가게 이름이... 팔봉 빵집이래나 뭐래나...
(순간 홱! 무기를 치켜드는데)
탁구 (찌릿! 이상한 느낌에 홱! 고개 돌려 왕발이를 본다)
왕발이 (순간 멈칫..! 동작정지한채 빤히 쳐다보면)
탁구 (한쪽 눈썹 쓱! 올라가며) 뭐하냐 너 지금?
왕발이 (순간 씩 웃더니) 맞춰보세요! 이 싸가지없는 노무 섀끼야!!!!
(동시에 표정 무섭게 돌변하면서 그대로 내리친다)
탁구 !!! (순간 부릅뜬 눈으로 쳐다보는 얼굴에서)
암전! 그 위로 퍽! 퍽! 퍼퍽!!! (깨지는 소리, 악! 하는 소리)
그 위로 툭탁! 툭탁! 거리면서 치고받는 소리가 들리다가...
뒷골목 앞. N.
드르르르르.... 힘겹게 창고문을 밀면서 나타나는 탁구의 상처난 손.
그러더니 얼굴 반쪽이 완전 피범벅이 된채
몸을 제대로 가눌수 없을 정도의 부상을 입은 탁구가 밖으로 나온다.
힘겹게 비틀비틀 나오다가 부상이 심한듯 풀썩.. 주저앉는다.
고통스럽고 힘겨운듯... 그런데..
아픈것보다... 찾던 바람개비 문신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분통하고
가슴이 아픈듯.. 두 눈시울이 붉어져오다가 자기도 모르게 툭..!
눈물이 떨어진다. 그러더니 서러운 감정 꾹 눌러 참으며,
탁구 괘않다... 내는 괘않다.... 어무이... (하는데 마음이 많이 아프다...)
팔봉 빵집... 거기로 가면 바람개비...그 자식이 있단다...
팔봉... 빵집에 가면....
흙묻은 손등으로 쓱 눈물을 닦아낸뒤 비틀비틀 몸을 일으키는 탁구,
다시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면서 프레임-아웃 되면.
(그 문 뒤로 "형님! 정신차리세요" 하면서 왕발이를 부축하는 똘마니들)
탁구, 다리를 질질 끌며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걸어가면서
"팔봉빵집... 팔봉 빵집..."
탁구, 그렇게 입으로 주문을 외듯 중얼거리며 위태위태하게 멀어진다.
그 뒷모습 길게 주다가 화면 천천히 부감으로 골목 밖 거리를 향해 가면
거리 전경 / 팔봉빵집 전경. (새벽)
화면, 공중에서 부유하듯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아래로 우유배달하는 아저씨와 "신문이요!" 배달하는 소년들 지나가고,
리어카 세워두고 싸리비로 청소를 하는 새벽 청소부들 지나가고,
성경책 끼고 교회가는 아주머니들 지나가고,
여기저기 문을 열고 새벽을 준비하는 가게들을 비춰주면서
화면 계속 쭉 이동하면서 팔봉빵집을 향해 가다가 멈추는 어느 순간
어둠속에서 마술처럼 불빛 하나가 탁..! 켜진다.
그 등 아래로 보이는 오래된 목재 현판.
<八峰제빵점>
그러더니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어느 한 장면처럼
빵집 곳곳의 예쁜등들이 하나, 둘.., 불이 연달아 켜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팔봉제빵점이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팔봉 제빵실 안. (새벽)
앞씬 연결로 차례로 스위치를 올리는 손
그 손에 맞춰 제빵실 여기저기에 전구들이 켜진다.
그리고 제빵작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움직임.
제빵복을 입고, 제빵모자를 쓰고, 각각의 재료들을 자리에 갖다놓고,
(밀가루, 계란, 우유와 버터등등등 빵들의 주재료들...)
성형대위로 성형도구들을 올려놓는 손.
반죽기 스위치를 올리면 위잉 하면서 돌아가기 시작하는 반죽기.
그 위로 배합된 반죽을 쏟아붓는것과 동시에///
쿵! 반죽대의 밀가루 분말 흩날리며 반죽덩어리를 던지는 양인목(48세),
아주아주 익숙한 손놀림으로 반죽을 마무리하고 있다.
그 뒤로 숙성냉장고에서 숙성된 반죽통을 꺼내오는 고재복 (20대 초반),
양인목의 뒤로 지나쳐 성형대로 다가가 반죽통을 내려놔준다.
성형대앞에 있던 허갑수(55세) 숙성된 반죽을 떼어내 빵성형을
하기 시작한다. 현란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그의 손,
굽는 틀에 착! 착! 착! 만들어진 빵들을 차례로 쭉 채워놓으면
조진구, 그 빵굽는 틀을 집어들고 오븐쪽으로 걸어간다.
빵틀을 안에 집어넣고 타이머를 돌리면.
insert> 오븐 안. 빵이 부풀어 올라 맛있게 모양을 잡아간다.
(마치 동화의 한장면처럼 행복하고 분주하게 빵만드는 모습들이
물흐르듯 연결되어져 오다가)
땡! 타이머 끝나는 소리와 함께 빵을 꺼내는 조진구,
굽는 틀을 내려놓다가 멈칫... 본다. 성형대앞이 텅 비어 있다.
옆에 있던 허갑수도 쳐다본다.
그 옆에 있던 양인목도 쳐다본다.
그들이 쳐다보는 그 성형대에 당연히 있어야 할 한 사람이 안보인다.
양인목 거기 한놈.. 어디갔어?
고재복 (양인목 뒷쪽으로 고개를 내밀더니) 어? 쫌전까지만 해도 있었는데요?
허갑수 또 내뺐네 또 내뺐어! 가뜩이나 일손 딸려 죽겄다는디, 또 내뺐어!
양인목 (이노무 자식! 하면서 반죽덩어리를 쿵! 내려놓으며 돌아보면)
제빵 냉장실. (새벽)
(저온에서 빵재료들과, 케잌같은것들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방)
케잌이며 롤케잌, 과일이며 그밖에 신선하게 보관되어야할 재료들이
즐비한 선반들 그 한쪽으로 빵모자가 쓰윽 올라오는가 싶더니,
그 밑으로 빠꼼히 나타나는 동그란 두 눈, 양미순이다.
덮어뒀던 박스를 조심스럽게 들어올리면 그 안에 미순이가 만들어놨던
양미순표 딸기생크림케잌 2호가 거기 들어있다.
미순, 칼로 한조각을 잘라낸다.
그리고 두 손으로 마치 아이를 다루듯 조심스럽게 한조각을 집어든다.
그리고 입을 있는 힘껏 크게 벌린채 막 한입 베어물려는데
양인목E (백만톤급 버럭!) 동작 그만안!!! (화면에 진동이 느껴질만큼 큰소리로...!)
미순 (순간 멈칫..! 입을 딱 벌린채 큰 눈동자를 굴려 쳐다보면)
냉장실 문을 열고 서 있는 양인목.
그 옆으로 허갑수와 고재복, 나란히 서서 쳐다보고 있다.
미순 (젠장...!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데서)
다시 팔봉제빵실 안. (새벽)
한쪽에 놓여 있는 양미순표 딸기 생크림 케잌 2호를 가운데 두고
팔짱 낀채 무서운 얼굴로 미순을 내려다보고 있는 양인목과
심드렁한 표정으로 마주 서 있는 양미순.
(그 뒷편에서 이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허갑수, 고재복.
조진구는 계속 일을 하면서 무심하게 흘끗 한번 돌아볼뿐)
양인목 지금이 뭐하는 시간이냐!
미순 일하는 시간입니다.
양인목 너는 여기서 뭘하는 놈이냐!
미순 일하는 놈입니다.
양인목 일하는 놈이 일하는 시간에 하라는 일은 안하고 대체 뭐하는짓이냐!
미순 케잌맛을 좀 보려던 참인데요 대장님. 어젯밤에 제가 개발한 케잌인데
지금이 맛보기에 딱 좋은 시간이라서.. (하는데)
양인목 이번달 급료에서 오만원 삭감이다!
미순 (놀라서) 예? 또요?
양인목 또 다시 농땡이 부리면 그 땐 절반으로 삭감!
미순 하지만 대장님!
양인목 하라는 일 게을리하고 계속 그렇게 농땡이만 까겠다면
그 땐 아예 제빵실에서 퇴출해버리겠다! 그런줄 알아!
미순 농땡이 깐거 아니구요! 케잌을 개발중이었는데요 대장님!
양인목 누가 내 허락도 없이 그 따위 케잌을 개발하랬냐!
미순 (멈칫..!) 그 따위요? 그 따위라고 하셨습니까 지금 제 케잌한테?
양인목 그렇게 말했다. (깔보듯 내려다보는 눈빛위로 E. 쿵)
미순 ! (불끈! 하는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위로 열받는 소리 E. 쿵! 보더니
갑자기 자신의 케잌을 집어들어 양인목의 코앞으로 쭉 내밀며)
맛부터 보고 그런 말씀 하십쇼!
정말로 이 녀석이 그 따위 케잌인지, 아닌지!
먼저 맛부터 보구 판단해달라구요! 예? 자요! 어서요! (하고 내미는데)
양인목 흥! 안먹어봐도 구만리다. 저리 치우거라,
그 따위 손재주만 믿고 겉멋만 잔뜩 부린 생크림 덩어리!
(하면서 턱! 미순의 손을 쳐내는데 그만)
미순의 손에서 흔들! 하는 케잌, 균형을 잃은채 기우뚱 하더니
그대로 철퍼덕! 바닥으로 곤두박질쳐서 쳐박힌다.
미순 ....! (케잌을 내밀던 자세 그대로 멈춤동작.. 떨어진 케잌을 본다)
양인목 (멈칫..! 떨어진 케잌을 본다. 그렇게까지 할 의도는 아니었는데..!)
갑수/재복 (역시 놀란듯 쳐다본다)
조진구 (표정없이 쓱 한번 돌아보면)
양인목 (왠지 미안해지는... 그러나 끝까지 엄하게)
뭘 그렇게 멍청히 서 있어! 어서 치우고 제 자리로 돌아가! (하는데)
미순 (번쩍 고개들어 양인목을 본다. 두 눈에 가득 고인 눈물)
양인목 (멈칫.. 미순의 눈에 고인 눈물에 그만 말을 멈추고 보면)
미순 저 오늘 빵 안만듭니다. 이 기분으로는 절대로 만들수 없습니다!!!
(그러더니 쓱 손등으로 눈물을 닦은뒤 홱! 돌아서서 나간다)
양인목 뭐야? (보며) 임마! 양미순! 너 거기 서! 거기 안서! (하는데)
쿵! 문이 닫히며 사라지는 미순.
양인목 (멍...하니 보면)
허갑수 아! 애를 그렇게 쫓어내면 어쩔겨! 가뜩이나 일손 딸려 죽겄는디이!
양인목 (순간 찌릿! 돌아보면)
허갑수 (찔끔) 그러니께 우리래두 열심히 맨들어야지, 암! (하면서 일하는척)
재복/진구 (그런 허갑수를 보며 서로 표안나게 피식 웃는데서)
계단아랫쪽 입구. (새벽)
씩씩거리며 계단을 내려오는 미순,
내려오면서 제빵 모자를 벗어던지고 제빵외투도 벗어던져가며 중얼중얼,
미순 무식하게 힘만 쎄면 다야? 도무지 창작을 몰라 창작을!
이따위 꼬진 빵집! 더러워서라도 내가 나가준다! 체!
그러면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려는 바로 그 순간 턱....!
무언가에 걸려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는 미순. "으아아아아!!!!"
외마디 비명과 함께 넘어지는 순간 밑에 뭔가 물컹한 느낌이 든다.
뭐지? 더듬더듬하다가 시껍한 표정으로 멈칫...
천천히 고개를 들어 쳐다보면 바로 시야 가득 사람 얼굴이 보인다.
상처투성이에 얼굴 한쪽이 핏자국으로 뒤덮힌 탁구다.
미순 (순간 숨이 멎을듯 허걱! 놀라더니) 으아아!!!!!
(후다닥 일어나 뒤로 물러앉는다. 그러더니 이번엔 아예 작정하고)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면)
동시에 우당탕! 소리를 내려 계단을 뛰어내려오는 양인목.
양인목 왜 그러냐 미순아! 무슨일이야! 다쳤어? 넘어졌어? (하는데)
미순 아버지이!!! (재빨리 일어나 양인목 뒤로 숨으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요! 저기!!!! 사람이 죽었어요! 저기이..!!!
양인목, 미순이가 가리키는곳을 본다. 멈칫! 놀라서 본다
그 뒤로 뒤따라 내려오던 허갑수와 고재복, 그리고 맨 뒤의 조진구.
역시 양인목 옆에 멈춰서서 탁구를 내려다본다. 다들 놀라는..
(조진구만 표정없이 사람들 너머로 흘끗 탁구를 볼뿐)
허갑수 (조심조심 다가가 탁구의 상태를 살펴보더니)
아녀! 안죽었어! 숨은 아직 붙어있는디...
(둘러보며) 어이구야! 이거 완전 박터지듯 깨졌구마안.
(양인목 올려다보며) 상태가 영 껄적지근헌디?
양인목 (본다)
조진구 (본다)
미순 (그제서야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어 탁구를 보면)
탁구, 고열이 나는듯 식은땀이 맺힌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미순, 그런 탁구를 빤히 쳐다본다.
그렇게 정신을 잃은 탁구와 그를 내려다보는 팔봉빵집 사람들 부감위로
E. 휘이이이잉...! 비행장에서 비행기 착륙하는 소리.
김포공항 청사 안. 출구.
수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오고 있는 그곳.
그 사이에서 나타나는 서인숙 (52세, 그러나 너무 젊어보이는..),
썬글라스를 낀채 쭉 걸어나오면.
기다리고 있던 이기사, 달려나가 가방을 건네받는다
서인숙 (흘끗 이기사를 본다) 한실장은?
이기사 창립파티 준비회의때문에 바쁘셔서...
서인숙 (살짝 못마땅한듯) 내가 오는거 모르고 있어요?
이기사 글쎄요, 그게... (살짝 대답을 주저하면)
서인숙 (쎄한 표정으로 돌아보는데서)
회사복도 일각.
자경 안와주는게 도와주는거예요, 그 사람은.
쭉 걸어나오는 자경(28세) 머리는 곱고 정갈하게 뒤로 묶고,
포멀한 차림으로 구일중(54세)의 뒤를 따라오고 있다.
그 맨 뒤로 한승재(52세), 말없이 뒤따르는 가운데,
구일중 무슨말을 그렇게 하니! 김의원은 나하고 이십년지기다.
자경 그리고 현정부에서 미움을 받고 계시기도 하죠.
구일중 (멈추고 돌아보며) 언제부터 가업경영에 정치를 개입하기 시작한거냐.
자경 (같이 멈추고 돌아보며) 실리를 추구하자는 뜻이예요 아버지.
가뜩이나 요즘 회사 상황도 안좋잖아요.
구일중 (자르듯) 너는 그런것까지 신경쓰지 않아도 돼!
넌 홍보실장이고, 니 할일만 하면 되는거다.
자경 아버지.
구일중 여긴 회사고 나는 니 회장님이야!
초대장은 애초에 내가 지시내린대로 발송하거라. 알아 듣겠니?
자경 (본다. 보더니 시선 떨구며) 네, 회장님...
구일중 초대장 인쇄 나오는대로 나한테 한장 가져오는거 잊지 말구.
내 직접 전해드릴 은사님이 계시니. (그대로 돌아서서 가면)
한승재 (자경을 본다. 그러더니 조용히 구일중을 따라가면)
자경 (답답하다. 구일중쪽을 돌아보면)
비서실.
안으로 들어오는 구일중과 한승재. (회장실문까지 걸어오며)
구일중 요즘 녀석들은 도무지 무슨 생각으로 일을 하는게야.
한승재 자경이 말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회장님.
구일중 일리만 있지 도리와 원칙이라는게 없잖아.
한승재 (짐짓 미소) 오후에 협력업체 제일 전분 최사장님 미팅있으십니다.
구일중 알고 있어. (하면서 회장실쪽으로 가면)
한승재 (회장실 문을 열어주다가 멈칫.. 안쪽을 들여다보면)
회장실 안.
소파에 앉아 있던 서인숙, 커피를 마시다 말고 고개들어 본다.
한승재, 서인숙을 보다가 얼른 목례하면
그 뒤로 들어서던 구일중, 역시 멈칫.. 하는 표정으로 서인숙을 본다.
서인숙 여보! (환하게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구일중 (다가서며) 언제 온거요?
서인숙 조금전에요. 그 동안 잘 있었어요?
(하면서 조금은 과장되게 다가가 구일중에게 안기듯 인사한다)
구일중에게 안기는 순간 표정 쎄해져서 그의 어깨 너머 한승재를 본다.
서인숙과 눈이 마주친 한승재, 그대로 시선 떨군뒤 문을 닫는다.
서인숙, 표정없이 보다가 다시 구일중에게서 떨어지는 순간
좀전의 그 환한 미소로 바뀌며 구일중을 본다.
서인숙 창립파티에 맞춰오느라 예정지 두어군데 건너뛰고,
동경에 잠깐 들러 마준이만 보고 부랴부랴 들어온거예요.
구일중 그렇군. (무감하게 지나쳐 책상쪽으로 간다)
서인숙 (멈칫.. 그래도 일단 내색하지 않은채 돌아보며)
창립파티 준빈 잘되가구 있구요?
구일중 준비야 아랫 사람들이 하는거고. (하면서 책상에 앉아 서류를 들춘다)
서인숙 마준이 안부는 안물으세요?
구일중 잘 있소? (계속 서류에 시선 준채)
서인숙 (살짝 쎄해지면서) 네, 아주 잘 있어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고 동경생활도 잘 적응하구 있구요.
언제 시간될때 같이 가서... (하는데)
구일중 (서류를 넘기며) 오늘 저녁은 당신하고 같이 못먹을거 같은데.
서인숙 (멈칫.. 본다. 표정 완전 차갑게 가라앉는다. 보더니)
바라지도 않았어요.
(그리고는 이내 핸드백들고 문쪽으로 간다. 가다가 다시 돌아보며)
나 여행 떠난지 두달만에 돌아오는 길이예요.
두달만에 만나는 사람.. 단 일분도 얼굴 봐주기가 그렇게 힘이 들어요?
구일중 여행 얘기는 나중에 집에서 들읍시다. 십분뒤에 중요한 미팅 있어요.
서인숙 (OL) 잘 다녀왔냐는 안부 인사 한마디쯤...!
그래도 부부사인데 묻는게 예의잖아요!
반가운척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정도는 해줄수 있잖아요!
구일중 (멈칫.. 서류넘기던 손 멈춘다. 고개들어 보더니)
십분뒤에 중요한 미팅이 있다고 했잖소. (보며) 계속할거요?
서인숙 (번지는 모멸감..., 노려보더니)
두달도.. 너무 짧았나보군요 우리한텐.
(그러더니 그대로 홱! 돌아서서 나간다. 쿵! 닫히는 문)
구일중 (본다. 표안나는 한숨을 내쉬면)
비서실.
서인숙이 밖으로 나오자마자 한승재와 비서실 직원들 일제히 일어선다.
서인숙, 그대로 싸늘하게 그 앞을 지나쳐 나가버리면
한승재만 조용히 고개 돌려 서인숙의 나가는 모습을 본다. 시선에서.
복도. (엘리베이터 앞)
프레임-인 되는 서인숙,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는데
먼저 버튼을 누르는 손. 한승재다.
서인숙 (한승재쪽에 시선도 주지 않은채 엘리베이터 문만 기다린다)
한승재 공항에 못나가 미안해요. 회의가 길어졌어요.
서인숙 (표정없다, 여전히 시선 앞만 보는 위로)
한승재 그래도 건강해 보여 다행이예요.
생각보다 여행이 길어져서 걱정했는데..
서인숙 (그래도 내 걱정을 해주는 유일한 사람.. 잠시 눈빛 흔들리다가 나즉히)
마준이가 없어졌어요.
한승재 (멈칫.. 서인숙을 본다)
서인숙 (엘리베이터만 응시한채) 오는 길에 동경에 들렸었는데...
온데 간데 없어졌드라구요. 학교에 휴학계까지 내버린채 사라졌어요.
아무래도 이 녀석.. 서울에 들어와 있지 싶어요.
한승재 (보는 위로 계속)
서인숙 창립파티까지 일주일밖에 안남았잖아요.
그 때까지는 찾아서 파티에 참석시켜야해요.
그이가 알아채기 전에 찾아다 놔야한다구요, 그러니까.. (순간)
한승재 (조용히, 표안나게 그녀의 손목에 자신의 손을 갖다댄다)
서인숙 (멈칫.. 그제야 시선들어 한승재를 보면)
한승재 진정해요. 당신.. 지금 막 돌아왔잖아요.
우선 집에 들어가 짐 먼저 풀고.. 그리고 숨 좀 돌려요.
서인숙 (빤히 본다)
한승재 (본다. 내가 알아서 할께요.... 라는 조용한 시선으로 보면)
그 때 땡! 하면서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그러자 한승재, 반걸음쯤 뒤로 물러서더니
한승재 그럼... 조심해 들어가십쇼. (하면서 고개를 까딱 숙여 목례한다)
서인숙 (본다. 보다가 그대로 돌아서서 엘리베이터를 탄다, 다시 그를 보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때까지 목례한 자세 그대로 서 있는 한승재,
서인숙,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얼굴위로 문이 닫히면.
한승재, 조용히 고개를 들어 본다. 시선위로
마준F 찾지 마세요!
회상> 마준의 일본숙소.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다다미식 원룸)
짐을 챙기는 손, (그 손에 낀 반지 하나.. 상징적으로)
옷이며, 소지품이며, 그리고 향신료병(빵에 넣는 특수향료가 들어있는
작은병)들을 트렁크안에 던지고 있다. 그 위로
마준 (목소리만) 당분간 여행을 떠날 계획이예요.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얼마나 걸릴지 묻지 마세요.
제가 연락드릴때까지 찾지도 마시구요.
한승재F 내일쯤 느이 엄마 동경에 도착할거다.
마준 알아요. (셔츠 입고, 청바지 입고 하는 위로 목소리만 계속)
그래서 미리 아저씨한테 전화드리는거예요.
한승재 (insert> 사무실 듣는 위로)
마준F 엄마가 나 없어진거 알면 보나마나 아저씨한테 나 찾아내라고
성화부릴텐데, 거기 장단 맞춰 소란떨지 마시라구요.
실종 아니고, 여행이예요.
한승재 (insert>) 나한테 목적지만 얘기하거라. 그럼 소란피워 찾지 않으마.
마준 (옷을 입다말고 멈칫.. 하는 손.. 그러더니 차갑게)
이번엔 아저씨도 못찾는곳으로 갑니다. 그렇게 아세요.
(그러더니 버릇없는 느낌으로 달칵! 끊어버린다)
한승재 (insert> 뚜우.. 신호 끊어진 소리. 수화기를 쳐다보면)
마지막으로 서랍을 열어 그 안에서 노트하나를 꺼내는 마준의 손,
제법 두툼하고 가장자리가 많이 낡은.. 바로 빵레시피 노트다.
마준, 그 레시피노트를 마지막으로 트렁크에 던져 넣은뒤 달칵!
뚜껑을 닫는다. 썬글라스 끼고 모자를 눌러쓴뒤 트렁크를 끌고 나간다.
(이 씬에서는 마준의 얼굴이 부분 부분만 보여지도록)
마지막으로 탁! 문이 닫히는데서,
다시 엘리베이터 앞. (24씬 연결)
한승재 (창밖으로 시선 돌리며) 대체.. 어디로 간거냐. (낮은 한숨에서)
팔봉빵집 전경.
두둥!!! 하고 화면 가득 나타나는 현판.
<八峰제빵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팔봉제빵점의 전경들이 여러 각도에서
임펙트있게 두둥! 두둥! 두둥! 하는 느낌으로 보여지는데서.
팔봉빵집 안.
양인목 어떻게 오셨습니까.
무뚝뚝하게 팔짱까지 낀채 쳐다보는 양인목, 그 맞은편으로
트렁크 하나만 달랑 든채 썬글라스를 끼고 서 있는 마준이 나타난다.
마준 팔봉선생님을 만나뵈러 왔습니다.
양인목 (무표정하게 마준을 아래위로 쓱 한번 훑어본다)
마준 일본에 있을때 선생님께 편지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안주머니에서 팔봉이 보낸듯한 국제우편봉투를 내밀며)
와서 시험을 봐도 좋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양인목 (편지봉투를 흘끗 한번 본다. 겉봉에 쓰인 글씨는 분명 팔봉의 필체다)
선생님은 출타중이셔서 내일이나 돼야 오실텐데.
마준 그럼 내일까지 묵을 방을 좀 빌려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양인목 (그 말에 슬쩍 한쪽 눈썹이 올라가며 쳐다본다. 보더니) 이름이...?
마준 (그 말에 썬글라스를 쓱 벗는다. 벗고 양인목을 쳐다보더니)
서. 태. 조.. 라고 합니다.
양인목 (태조..? 보면)
마준 (짐짓 웃는 얼굴, 처음으로 정면으로 보이는데서)
팔봉집 안채, 이층 방.
아무것도 입지 않은채 이불만 덮고 누워있는 탁구.
(이마위에 반창고 하나 턱 붙어 있고, 어깨나 팔뚝같은데 붕대정도)
핏자국 말끔하게 닦여진채로 한결 숨소리가 고르게 잠들어있다.
그래도 여전히 고열이 나는듯.. 이마엔 송글송글 땀이 맺혀있는데
그 때, 그 위로 물수건을 꼭 자서 올려주는 손...
탁구, 짐짓... 잠에서 깨어나는듯... 그 위로.
김미순E 탁구야... 탁구야아?
탁구 (눈이 잘 떠지지 않지만, 겨우 눈을 뜨고 보면)
어느새, 청산 탁구네 방. (꿈)
여느때처럼 바느질을 하고 있는 김미순, 돌아보며
김미순 뭔 낮잠을 그래 오래 자고 있노. 응?
고마 자고 일나라. 이따 밤에 잠안오면 우얄라꼬.
어린탁구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면.. 어린 탁구다)
어무이..? (눈을 한번 비벼보며) 참말로 우리 어무이 맞나?
김미순 자다가 뭔 봉창 두들기쌌노? 내가 느그 어무이 맞지 누꼬 그럼?
어린탁구 (본다. 보더니 그대로 와락! 김미순을 끌어안으며)
그동안 어데 갔었노! 내가 을매나 찾았는줄 아나?
김미순 내가 가긴 어델 갔다꼬...? (하더니) 봐라 니이.. 꿈꿨나?
어린탁구 (고개를 끄덕이며) 으응. 아주 아주 나쁜꿈이다.
어무이가 어떤 나쁜사람한테 납치되가.. 영영 못만나는 꿈을 꿨다.
김미순 그랬드나? 아이고야 니 키클라나보다야. 나쁜꿈 꾸면 키큰다카든데...
어린탁구 (더 꼭 안으며) 이젠 암데도 가지 마라! 암데도 가믄 안된다 알았나!
김미순 안간다. 이래 고마 니 옆에 콱! 박히 있을기다. 걱정마라.
(하면서 궁둥이 톡톡톡 두들겨준다)
어린탁구 (꼭 끌어안은채) 어무이... (하는데 눈물이 고인다...)
김미순 (꼭 안아주며 행복하게 웃는 얼굴에서)
이층 방.
동시에 탁구의 감은 눈에서 주르르 눈물이 떨어지며
나지막히 "어무이...."하는.
순간 물수건을 올려주던 미순, 멈칫.. 하는 표정으로 본다.
미순 뭐야 얘...?
의아한듯 그 눈물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누가 있는것도 아닌데 괜히 주위를 한번 살핀뒤 그 눈물을 쓱 닦아준다.
그리고는 괜히 혼자 멎적어 쓱 일어서려는데
탁구 (턱! 미순의 손을 잡는다) 안된다... 암데도 가지 마라...
미순 (멈칫... 놀라서 보더니) 어이, 이봐요.
탁구 가지마라... 어무이...
미순 (??? 본다) 나 그 쪽 어무이 아니거든요? 놔요 이거! (손을 빼내려는데)
탁구 (원체 꼭 잡고 있다. 놓치지 않는다...)
미순 아 거 참나! 놓으라니까! (하면서 탁! 손을 떼어내는 순간)
탁구 (헉! 놀란듯 잠을 깬다)
미순 (멈칫.. 하는 표정으로 보면)
탁구 (멍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미순과 눈이 마주친다.
순간 놀란듯 벌떡 일어나 앉으며) 누구야 너! 여기 어디야!
미순 (그제서야 탁! 손목을 빼내며) 여긴 우리집이고, 저는 이 집 딸인데요.
탁구 뭐...?
미순 댁이 너덜너덜해져서 길바닥에 쓰러져 있길래..
그냥 두면 금방 죽을거 같아서요. 그래서 데려온건데요.
탁구 (순간 허탈한 표정이 스친다. 아...! 꿈이었구나...! 허공에 머무는 시선..)
미순 저기... (그런 탁구의 표정을 살피며) 괜찮으세요?
탁구 (잠시 이불위에 올려진 주먹을 꾹 쥔다. 쥐더니...) 알거 없잖아.
미순 (멈칫.. 보면)
탁구 남이사 괜찮든 말든.. 죽든 말든... 버려지든 말든..
(쓱 미순을 돌아보며) 신경끄라구.
쌩판 얼굴도 모르는 남한테 지나친 관심 받는거.. 절대사절이야.
(그러더니 그대로 이불 홱! 젖히고 일어선다, 순간)
미순 !!!! (허걱!!!! 그녀의 시선이 정면으로 머무는곳. 놀라서 빤히 쳐다본다)
탁구 (??? 뭔가 이상해 내려다보다가 멈칫..!)
사각팬티만 입고 있던 탁구, 순간 으어어어어!!!! 놀라면서
재빨리 이불을 끌어올려 허리아래를 감춘다.
미순 (젠장! 눈 베렸다! 시선 홱! 돌리면)
탁구 (당황하며) 뭐야? 어떻게 된거야! 내가 왜 다 벗고 있어!
나한테 무슨짓한거야 대체 너!
미순 (허! 돌아보며) 상상이 너무 과하십니다! 나 그 쪽한테 별짓 안했거든요?
그쪽 옷이 하두 드럽길래 빨아줄라구..
탁구 허락두 없이 누가 남의 옷 맘대로 빨아달래! 주인 허락두 없이!
미순 허락받고 말구 할 처지가 아니었잖아요 그쪽 상태가! (하는데)
탁구 당장 가서 내옷 가져와! 내가 입었던 그 상태 고대로 고히 모셔와라, 어!
미순 아 거참! (순간 훅! 치받는듯 벌떡 일어서더니) 이봐요!
탁구 지금 보고 있잖아! 왜!
미순 다 죽어가는 사람 데려다 구해줬으면 고맙단 말이 먼저예요.
피칠루 떡칠한 옷싸지 인도적 차원으로 세탁해줬으면,
감사합니다 절은 못할망정 어디서 첨보는 사람한테 강짭니까? 강짜가?
탁구 죽어가는 놈 구해달라 부탁한적 없고!
피칠로 떡칠한 옷! 세탁해 달란적 더군다나 없고!
그딴 호의로 너한테 절 할 마음같은건 더더군다나 없고!
미순 와아!!! (기막히고 어이없고) 와아 진짜! 어이가 졸도해 돌아가시겠네.
이제보니 이거 순 싸가지가 깨진 쪽박같은 자식 아냐?
탁구 이게 근데! 어디서 땅꼬마같은게 함부루 이자식 저자식이야!
내가 니 자식이냐! 내가 니 자식이야!!!
미순 (순간 훅! 치받는 표정과 함께 퍽! 탁구의 정강이를 걷어차버린다)
탁구 (윽! 얼굴이 시뻘개지면서 아픈듯 정강이를 감싸며 홱! 미순을 노려본다)
어우우우우우우우우!!!!
(이걸 확! 여자라 때리지도 못하겠고 얼굴만 바싹 들이댄채 소리 지르면)
미순 시끄럽고!!! 더 이상 얼굴 맞대고 상종하고 싶지 않으니까
좋은말루 할때 조용히 옷입구 사라져줄래?
바람보다 더 빨리, 빛의 속도로, 지금, 당장, 확!!!
(그러더니 홱! 돌아서서 나가버린다! 탁! 문 닫히면)
탁구 아우씨! (보더니) 야! 내 옷 어딨는지 가르쳐주구 가야지이!!!!
(아파죽겠으면서도 이불로 주섬주섬 허리 아래를 둘러싸며)
야! 야아아!!!! (따라나간다)
팔봉집 안채, 거실. (또는 복도)
드륵! 방문 열고 밖으로 일단 나온 탁구,
양쪽으로 창호지문들이 쭉 늘어선 가운데 복도가 쭉 나 있다.
탁구 양쪽을 둘러봐도 이미 미순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탁구 어쭈! 제법 빠른데! (이불로 허리를 한번 더 단단히 두른뒤)
근데 나가는데가 어디야? (쓱 돌아보며) 뭔놈에 집구조가 이모양이야?
(하다가 킁킁! 냄새를 맡더니) 어..? 빵이다..!
그러더니 맞은편 방문을 열고 창문쪽을 본다. 천천히 다가선다.
다가서서 창문을 여는 순간 밝은 빛이 쫙! 비춰들더니
(화면 화이트아웃됐다가. 한씬으로 연결 안되면... 따로따로라도)
순간 창문밖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전경.
팔봉빵집이 한눈에 들어온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굴뚝이 보이고,
<팔봉제빵점>이라는 현판 아래로 손님들이 빵을 사서 오가고 있다.
탁구 어? 저거저거... 팔봉이다! 맞네 팔봉빵집! 내가 제대로 왔구만!
하면서 재빨리 창문안쪽으로 프레임-아웃 됐다가 멈칫..!
다시 돌아와서 한쪽을 내려다보면
그 한쪽에는 밀가루 트럭이 서 있고, 배달인부들과 조진구, 허갑수와
고재복등등이 밀가루를 나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순간 탁구, 멈칫하는 눈빛으로 한곳을 내려다 본 순간 핏기가 싹 가신다.
트럭뒷쪽으로 밀가루를 받기 위해 내민 손.
바로 그 손목에 선명하게 보이는 바람개비 문신이 눈에 확! 들어온다.
(트럭같은거에 가려 얼굴은 보이지 않는 상태로)
탁구 ....!!!!! (두 눈이 완전 커져서 그 문신을 본다)
배달원1이 그에게 밀가루를 넘겨주면 들고 들어가는 뒷모습...
(뒷모습조차 누군지 확실치 않게)
동시에 방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이불과
그 너머로 후다닥 팬티바람에 뛰쳐나가는 탁구의 뒷모습.
아래층 거실.
미친듯이 뛰어내려오는 탁구, 그대로 뛰어나가려다가 다시 뛰어들어온다.
탁구 옷! 옷! 옷!!!!
허둥지둥 돌아보다가 한쪽에 놓여있는 메리야스와 작업복 바지 발견.
그대로 집어들어 메리야스 꿰어입고,
바지 한쪽에 다리 집어넣어가며 허둥바둥 뛰쳐나가는데 바로 그 때!
출입문이 열리면서 안으로 들어서던 마준!
나가려던 탁구와 정면으로 맞닥드린다! (아주 짧은 슬로우)
서로가 갑작스럽게 충돌할뻔한 순간에 서로가 놀라서 쳐다보는...
그렇게 아주 짧은 찰라 정면으로 시선이 마주친 두 남자..
마준 (뭐야? 이건! 하는 눈빛으로 탁구를 보면)
탁구 아, 거참 걸리적거리게! (후다닥 마준을 지나쳐 밖으로 뛰어나간다)
마준, 쯧! 하는 표정으로 탁구와 부딪힌 옷깃을 툭툭.. 털며
안으로 들어선다. 휘 한번 돌아본다. 고루한 분위기군... 하는 표정.
그러다 짐짓.. 탁구가 사라진쪽을 한번 더 돌아보는데서,
팔봉빵집 앞 일각.
밀가루를 다 내려놓은 트럭, 뒷문을 막 올려닫는데
그 옆으로 뛰어나오는 탁구, (작업복 바지에 메리야스차림),
탁구 (두리번 거리더니 다짜고짜 배달원1의 앞으로 다가와서) 어디갔어!
방금전에 여기서 밀가루 나르던 놈! 어디루 갔냐구!
배달원1 (? 보다가) 아, 제빵사님들이요. 다들 들어가셨는데요?
탁구 (홱! 고개들어 빵집쪽을 돌아보면)
팔봉 제빵실 안.
한쪽에(재료창고같은 곳) 밀가루 포대를 턱! 하니 올려놓는 조진구.
동시에 쿵! 소리와 함께 거칠게 문을 열고 들이닥치는 탁구.
각자 자리에 있던 양인목, 허갑수, 고재복, 그리고 조진구
일제히 소리나는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면
조진구 (멈칫.. 본다)
양인목 (멈칫.. 보면)
탁구 (가장 가까이에 서 있는 고재복앞으로 다짜고짜 다가서며)
너냐? 니가 바람개비 문신이냐?
(하면서 고재복의 팔을 쑥 가져다가 소매를 걷어본다) 없고!
(하면서 다른쪽 팔 가져다가 소매를 걷으려는데)
고재복 아, 이 사람 이거 왜 이래! 뭐하는거야 지금!!!! (하면서 반항하자)
탁구, 그대로 거칠게 고재복의 멱살을 잡더니 벽을 향해 밀어부친다.
그 바람에 한쪽에 세워둔 빵기구들이 우르르 떨어지면서
탁구, 상관하지 않고 고재복을 밀어부치다가 그대로
무언가에 걸려 두 사람 동시에 꽈당! 바닥에 나뒹구라진다.
고재복, 아픈듯 찡그리는데 탁구 다짜고짜 맞은편 손목을 확인한다.
없다! 탁구 씩씩! 숨을 몰아쉬더니 벌떡 일어나 둘러보다가
재료창고앞에 서 있던 조진구와 시선 마주친다.
탁구 너냐! 니가 바람개비 문신이야?
조진구 ....! (보면)
탁구 (돌진하듯 성큼성큼 조진구앞으로 다가선다. 성큼성큼 다가서는데)
순간 불쑥 탁구의 시야앞으로 가로막듯 들어서는 양인목,
탁구, 멈칫! 하는것과 동시에 탁구의 멱살을 잡아채면서
탁구가 달려들던 반동을 이용해 쿵! 바닥에 넘어뜨린다.
탁구, 찡그리면서 홱! 양인목을 올려다보면
양인목 여기서 뭐하는거냐 너!
감히 여기가 어디라구 함부로 폭력을 휘둘러! 당장 썩 물러가지 못해!
탁구 이씨! (하면서 벌떡 일어나더니) 아저씨야? 아저씨가 바람개비 문신이야?
양인목 여기서 당장 나가라고 했다!
탁구 (대답대신 양인목의 손목을 확인하려고 손을 뻗치는데)
양인목 (그대로 턱! 탁구의 손을 잡아챈다)
탁구 (있는 힘을 향해 양인목의 손목을 확인하려고 한다)
양인목 (그 힘을 이용해 탁구의 손목을 가볍게 제압하듯 확! 꺽어버린다)
(** 이 부분은 약간 무술의 냄새가 나도 좋을듯)
탁구 으아아아아!!!! (아픈듯 소리를 지르면)
양인목 니가 찾는 사람은 여기 없다. 그만 나가거라.
탁구 (아프면서도) 여깄는거 다 알구 왔그든!! 내 눈으로 똑똑히 봤어!
틀림없이 여기에 바람개비문신한 놈이 있었다구!
누구야! 늬들중에 대체 누구야아아!!!!!
조진구 (표정없이 탁구를 본다)
허갑수 (흘끗 양인목과 조진구의 눈치를 살핀다)
고재복 (탁구땜에 아픈데를 어루만지며 보면)
양인목 내 제빵실에서 더 이상 폭력은 용서못한다! 나가라 꼬마야!
(하더니 그대로 탁구의 멱살을 탁 나꿔 잡아채는것과 동시에)
팔봉빵집 뒷켠.
퍼억! 바닥에 그대로 내동댕이 쳐지는 탁구.
양인목, 무섭게 한번 내려다보더니 그 뒤로 가차없이 탁! 문이 닫힌다.
탁구, 그 문을 열려고 한다. 그러나 열리지 않는다
탁구 이 문 열어! 이 문 못열어!!!!
거기 있잖아! 그 자식 그 안에 있잖아!!! 열어! 열어어어!!!!!!!
(힘으로 안되겠는지 그대로 돌아선다. 후다닥 앞쪽으로 달려간다)
팔봉빵집안.
뒷문안에 서 있던 양인목, 탁구의 기척이 멀어지자
재빨리 가게 뒷편에서부터 성큼성큼 걸어와 가게를 가로지른다.
가게에서는 양미순이 빵을 팔고 있는 중.
미순, 양인목이 출입구쪽으로 가는걸 본다. 어? 왜 저러지? 보면
양인목이 출입문앞에 선것과 동시에 그 문을 드륵! 열고 나타나는 탁구.
미순 어? (손님들 너머로 본다. 탁구를 알아본듯 보면)
양인목 (탁구를 내려다보며) 여긴 못들어온다.
탁구 (노려본다. 보더니 그대로 힘으로 밀어부치려는데)
양인목 (턱! 탁구의 뒷덜미를 잡아채더니)
팔봉빵집 앞.
그대로 쿵!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지는 탁구.
탁구, 홱! 고개들어 보더니 넘어지자 마자 다시 벌떡 일어나 돌진하고,
막아서는 양인목에게 내동댕이쳐지면 다시 벌떡 일어나 돌진하고,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턱! 하니 탁구의 멱살을 잡는 양인목.
양인목 자꾸 고집부릴테냐! 저 안에는 니가 찾는 사람이 없다니까!
탁구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
양인목 한번만 더 내 빵집에 들어와 소란을 피우겠다면 나두 할수 없다.
그 땐 곧바로 경찰서에 신고해 널 집어쳐넣는수밖에!
그래도 상관없다면 어디 한번 더 뚫고 들어와봐!
탁구 ! (본다. 순간 울컥! 두 눈이 시뻘개지면서 노려본다)
양인목 (지지 않는 눈빛으로 무섭게 노려본다, 절대 힘으로 밀리지 않는 그)
탁구 (있는 힘껏 양인목을 노려본다. 보다가 순간 그대로 무릎을 턱! 꿇는다)
양인목 ....! (순간 멈칫... 본다)
미순 (??? 가게 문앞에 서서 이 모습을 쳐다본다. 역시 살짝 놀라는 표정)
탁구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겨우 누르며) 제발.. 들어가게 해주십쇼..
정말로 꼭 찾아야 할 사람이 있어서 그래요 아저씨.
그 사람을 만나야 우리 어머니를 찾을수 있다구요오!!!
양인목 (내려다 보면)
탁구 십이년이예요! 그 놈 하나 찾겠다구 지난 십이년을..
미친놈처럼 안쑤시고 다닌데가 없었어요! 안해본짓이 없었어요!
그렇게 개처럼 길바닥을 헤집고 다니면서도
내 머릿속에서 빌고 빌었던건 오직 한가지뿐이었습니다!
그 놈만 찾게 해줘...! 그 놈 찾아서 우리 엄마만 만나게 해줘어어!!!
미순 (그런 탁구를 빤히 쳐다보는 위로 계속)
탁구 (양인목을 올려다보며) 이제와 포기할순 없잖아요.
내 두 눈으로 확인까지 했는데.. 이대로 돌아갈수 없잖아요!
(사정하듯) 소란피우지 않을께요 아저씨! 그냥 만나기만 할께요!
만나서.. 우리 어머니 어딨는지만 물어보면 돼요!
진짜예요!!! 우리 어머니 어딨는지만 물어볼께요! 그러니까...
그 사람 좀 만나게 해달라구요, 쪼옴!!! (애원하듯 외치는)
미순 (왠지 짠... 해져서 그런 탁구를 빤히 보면)
양인목 (본다. 보더니) 없다.
탁구 ! (본다)
양인목 다시 말하지만 니가 찾는 사람은 우리 빵집에 없어.
그러니.. 이제 그만 돌아가서 니 인생 살거라.
(그러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간다)
탁구 !!!!!!!!!!!! (절망적인 표정으로 양인목의 뒷모습을 본다)
미순 (그런 탁구의 표정을 쳐다보는데)
양인목 (탁! 문을 닫아버린다)
빵집앞 길거리 혼자 남겨진 탁구, 잠시 닫힌 문을 본다. 보다가
순간 흑..! 참고 참았던 오열이 터지려한다.
차마 소리도 못낸채 끅.. 끅...! 거리며 눈물을 눌러참는 그..
목구멍속에 바윗돌이 걸린듯 숨조차 쉬지 못한채 꾹 눌러참는다.
그저 소리 없이 눈물만... 툭..! 툭...! 그 모습에서...
다시 팔봉빵집 안.
닫힌 문 안에서 잠시 서 있는 양인목, 마음이 무겁다. 그 옆에서
미순 (양인목을 보며) 아버지.. 혹시 저 사람이 찾는다는게.. (하는데)
양인목 손님들 기다리신다. 어서 가서 일해. (그리고 들어가면)
미순 (양인목의 뒷모습을 본다. 시선에서)
제빵실로 올라가는 계단입구.
가게쪽에서 나와 뒷문쪽으로 걸어오던 양인목, 멈칫.. 보면
윗층으로 통하는 계단쪽으로 조진구가 서 있다.
양인목 (보며) 왜 그러구 섰어? 재료 들어온거 정리 벌써 다 끝냈냐?
조진구 ...
양인목 한시간안에 정리 끝내도록 해.
조진구 ...
양인목 (본다. 보더니 조용히) 올라가래두.
조진구 (본다. 보더니 조용히 돌아서서 계단을 올라가면)
양인목 (그제서야 나즉히 한숨... 편치 않은 시선에서)
팔봉 제빵실.
안으로 들어서는 조진구, 잠시 생각에 잠긴채 서 있다.
그 옆으로 문고리를 잡은 팔목으로 화면 이동하면
그 소매안쪽으로 반쯤 바람개비 문신이 보인다. 그 문신에서,
팔봉빵집 앞. D/N.
무릎꿇은 그대로 앉아 있는 탁구,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것처럼
그대로 앉은채로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 빵을 사러 들어가는 사람들, 나오는 사람들...
모두 흘끗거리며 탁구를 쳐다보는 시선에서)
탁구의 머리위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나 싶다가
dis.
달이 뜨고 별이 반짝반짝거리는 밤이 되버렸다.
탁구, 여전히 그 자리에 꼼짝도 안하고 앉아있다. (인적도 거의 사라진)
그 앞으로 팔봉제빵점의 불빛이 하나.. 둘.. 꺼지기 시작하고,
문을 닫으러 나온 양미순, 탁구가 아직도 거기 앉아 있는걸 본다.
탁구, 고개도 들지 않은채 마치 목석처럼 그대로 무릎꿇은채로 있으면
미순, 그대로 셔터(꽉막힌 셔터가 아니라 체인으로 된 셔터)를
내린뒤 문을 닫고 열쇠로 안에서 잠근다.
유리창밖으로 탁구를 한번 더 본뒤 스위치를 끈다.
완전히 컴컴한 어둠에 잠기는 팔봉제빵점.
그 앞에 무릎꿇고 앉아 있는 탁구, 고집스러운 눈빛에서.
팔봉집 안채. N
모두 모여 식사중인 양인목, 허갑수, 고재복, 조진구.
허갑수 그 자식은 여태 거기 그대루 있남?
고재복 네, 그대로 꼼짝도 안하고 있대요.
조진구 ... (밥맛이 없는듯 억지로 먹는 위로 계속)
고재복 아까 보니까 승질머리가 대단하던데요 뭐. 쉽게 물러갈거 같지 않어요.
허갑수 어허! 큰일이네 큰일여.
내일이면 스승님이 오실텐디.. 그 때까지 저러구 있으면 어쩐디야?
스승님 아시면 여러모루다 상황 골때릴텐디이...
(하면서 양인목과 조진구의 눈치를 흘끗흘끗 보면)
조진구 (그대로 조용히 숟가락을 내려놓더니 조용히 일어나 나간다)
양인목 (조진구를 보다가 이내 허갑수를 쏘아본다. 쓸데없는 얘길 해가지구...!)
허갑수 (재빨리 분위기 바꾸듯) 그나저나 일본에서 왔다는 손님은
뭐허구 있다냐? 식사 안허시나? 미순이도 영 안보이고...
(딴청 부리며 밥을 떠먹는데서)
팔봉집안채, 이층방. N.
마준, 귀에 이어폰을 낀채 음악을 듣고 있다. (그때는 마이마이가 대세)
그 모습에서.
팔봉 제빵실. N.
제빵실 한켠에 불을 켠채 케잌을 만들고 있는 미순,
생크림에 과일을 얹는다. 그 때 "엣취!!!" 하는 재채기 소리.
미순, 멈칫.. 고개 돌려 바라본다.
팔봉빵집 이층 베란다. N
이층 베란다로 나와보는 미순, 저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 아랫쪽으로 여전히 같은 자세 그대로 무릎꿇은채 앉아 있는 탁구.
미순 생각보다 고집불통이네...? (쳐다보는데서)
그 일각. N.
모퉁이에 서서 여전히 무릎꿇고 앉아 있는 탁구를 보는 조진구,
아무래도 안되겠는지 그쪽으로 나서려는데
턱! 조진구의 어깨를 잡는 손.
조진구 (멈칫.. 돌아보면)
양인목 뭘 어쩌려구.
조진구 (짐짓 시선을 떨군다)
양인목 자넨 지금 가석방을 받고 나온 사람이야.
혹여라도 저 아이가 자넬 신고라도 하는 날엔
가중처벌이 붙어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할지도 몰라.
조진구 하지만 대장... 십이년입니다.
저 녀석이 십이년이나 지 어미를 찾아서 떠돌았단 말입니다.
양인목 그리고 자네한텐 보살펴야할 동생이 있지.
조진구 (그 말에 양인목을 본다, 보다가 다시 조용히 시선 돌려 탁구를 보면)
그 자리에 고집스럽게 꼼짝도 안한채 앉아 있는 탁구. 모습에서,
거성家 전경. (아침)
거성家, 거실.
계단을 내려오는 자경, 자림(25세).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서인숙쪽으로 오며
자림 엄마!!! (뒤에서 끌어안으며) 여행 잘 다녀오셨어요?
서인숙 인사 한번 빠르구나? 어제 대체 몇시에 들어온거야?
자림 에이.. (웃으며) 대학생활 하다보면 늦기두 하구 그런거지 엄만.. 게다가
재수까지 해서 겨우 들어간 학교잖어. 즐길수 있을때 즐겨줘야지잉.
서인숙 여자애가 조신하게 일찍일찍 다니지 않구...
자경 (소파에 털썩 앉아 신문 하나를 집어들며) 여행은 즐거우셨어요?
서인숙 (쓱 보며) 너두 회사랑 늦바람 났니? 아니면 야근이 취미생활 된거야?
자경 창립기념일 준비때문에 매일매일 잔업이 많아요.
서인숙 도무지 알수도 없구나. 왜 그런 고생을 사서 하는지..
자경 좋아서요. (신문 넘기며)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예요.
서인숙 어련하겠니? (언제나 그렇듯 자경의 하는짓이 좀 못마땅해서)
어제 안국동 최여사 전화왔었다. 내일 점심때 시간 내.
최고건설 둘째 아들하고 시간맞춰놨단다.
자경 (멈칫.. 고개들어 서인숙을 보며) 두달동안 여행하고 돌아오시자마자
하신일이 겨우 제 선자리 약속 잡는거예요?
서인숙 최고건설이 어떻게 겨우야? 남들은 기를 써도 못잡는 혼처야.
자경 내일 시간 못내요. 다음주 창립파티때까진 죽을시간도 없이 바빠요.
서인숙 이미 약속잡았다구 했잖니.
자경 그럼 엄마 혼자라도 나가시든가요. (하면서 일어서는데)
서인숙 그집 둘째 아들이 투자처를 찾고 있단다!
자경 (멈칫...)
자림 (같이 멈칫... 서인숙과 자경을 보면)
서인숙 혹시 알어? 너랑 잘되면 회사 자금에 도움이 될지.
자경 (그 말에 서인숙을 돌아보면)
서인숙 정략이라는 말이 우습지 너한텐? 하지만 그 정략때문에
가문이 버티고, 집안이 유지되기도 한다는걸 알아둬.
명색이 집안의 장년데 그 정도 책임감은 있어야지.
자경 (참는다. 참고) 나도 알아요, 그래서 장녀로서의 의무와 도리..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구 있구요. 하지만 엄마 방식대로는 안해요.
(그러더니 그대로 홱! 돌아서서 이층으로 가버리면)
서인숙 (뒤에 대고) 내일 한시 K호텔이야 그리 알어!
자림 엄마! 이젠 엄마가 포기해, 저렇게 싫어하는데 굳이.. (하는데)
서인숙 조용히 해. 언니 보낸 다음에 곧바로 니 차례니까.
괜히 허튼짓하고 돌아다니지 말고 조신하게 졸업장이나 따, 알았니?
자림 예예, 알겠습니다 중전마마. (하다가) 근데 난 어디로 보낼건데?
이왕이면 언니보다 더 돈 많은 집으루 찾아봐 주라 엄마.
그렇게라두 언니 한번 이겨보게. (웃으면)
서인숙 까분다! (쯧! 곱게 흘다 픽 웃는다. 자림한텐 한결 편한 그녀)
자림 (흐흐 웃더니) 저 약속 있어 나갔다 와요, (하면서 가방들고 일어서다가)
참..! 근데 엄마. 구형준은 어디서 주워온 아들이예요?
서인숙 (차를 마시다 말고) 응? (돌아보면)
자림 학교에서 등본 필요한 일이 있어서 가져갔다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한테 구형준이라는 남동생이 있더라구요?
(하면서 가방에서 등본을 하나 내민다)
서인숙 구형준...? (하면서 받아서 펼쳐본다)
서류상에 구마준의 형으로 입적이 돼 있는 구형준이라는 이름..
순간 낯빛이 싹 변하는 서인숙.
자림, ??? 엄마의 안색을 쳐다보면.
구일중의 서재.
탁! 책상위에 등본을 올려놓는 서인숙.
서인숙 이게 뭐예요?
구일중 (서류를 가방에 챙겨넣다가 흘끗 돌아보면)
서인숙 구형준이 누구예요! 왜 나도 모르는 아들이 우리 호적에 올라가 있어요?
구일중 당신이 모르는 아들은 없어요.
서인숙 (? 본다. 보다가) 설마! 당신... 그 아일 호적에 올린거예요?
구일중 (말없이 소파쪽으로 가서 거기 있던 외투를 집어들어 입으면)
서인숙 탁구 그 아이를 구형준이라는 이름으로 호적에 올린거 맞냐구요!
구일중 그래, 탁구 그 아이가 맞소.
서인숙 (허! 충격으로 잠시 빤히 보다가) 당신 미쳤군요, 돌았어요!
이젠 나하구 끝까지 가보겠다구 작정한거예요! 그렇죠!!!
구일중 (돌아보며 담담하게) 이 문제로 당신과 끝장을 봐야하는거라면...
어쩔수 없지. 가봅시다 어디 한번.
서인숙 뭐라구요? (순간 스치는 두려움으로) 당신 혹시... 그 앨 찾아낸거예요?
나 모르게 그 애 찾아내 그동안 쭉 연락하며 지내오고 있었어요?
구일중 (그 말에 본다. 잠시 지그시 바라보더니) 나도 그랬으면 좋겠소.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아이의 행방도 모르고 있고,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수가 없는 형편이요. 됐소?
(하면서 다시 책상위에 올려놓은 서류가방을 집고 돌아서는데)
서인숙 (막아서며) 그런데 왜 이런짓을 하는거예요!
나한테 아무런 동의도 없이 허락도 없이,
어떻게 그 아이 이름을 호적에 올려요! 어떻게에!!!!
구일중 당신의 그 동의와 허락을 구하려고 지난 십이년을 기다렸소.
서인숙 (! 본다)
구일중 (조용히) 내 아들이고 내 혈육인 그 아이를,
나는 거둬주지도 지켜주지도 못한채.. 십이년이 흘렀다구.
서인숙 (순간 울컥.. 두 눈에 눈물이 고여오며) 마준이가 있잖아요!
구일중 (본다)
서인숙 우리 마준이만으로는 안되는거예요 당신...?
어떻게든 아버지 맘에 한번 들어보겠다구 저렇게 갖은 애를 다 쓰는데!
좋아하지도 않는 빵을 배우러 일본까지 넘어가 저 고생을 하구 있는데!!
그 아이의 노력과 헌신은... 당신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요?
구일중 이만 나가봐야겠소.. (하면서 지나쳐가려는데)
서인숙 날 미워하는건 괜찮아요! 그것까진 어쩔수 없다 치자구요, 하지만..
(돌아보며) 나 때문에 마준이까지 미워하진 마세요...!
당신.. (순간 툭... 눈물이 떨어지며) 그러면 안돼요!
구일중 (그 말에 짐짓.. 흔들리는 눈빛으로 서인숙을 본다. 잠시 보더니)
당신을.. 미워하지 않아. 내가 무슨 자격으로 당신을 미워해.
서인숙 (순간 멈칫...!! 그 말이 무슨뜻인가 빤히 구일중을 보면)
구일중 다녀오겠소.. (하고는 돌아서서 나간다)
벌컥! 문을 여는 순간 그 문앞에 서 있던 한승재.
구일중, 멈칫.. 한승재를 보면
한승재 (조용히 목례하며) 밖에 차 대기하고 있습니다.
구일중 (본다. 보더니 그대로 지나쳐 나가면)
한승재 (조용히 고개들어 서재안쪽을 본다)
서인숙, 천천히 고개 돌려 책상위에 올려진 등본을 본다.
떨림이 멈추지 않는 손으로 그 호적을 집어든다. 들더니...
그대로 움켜쥐며 구겨뜨리는.
서인숙의 눈에서는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그 뒤로 문뒤에서 바라보는 한승재, 어둡게 눈빛이 가라앉는다.
시선에서.
팔봉네 안채 거실.
드륵! 문을 박차듯 안으로 들어오는 오영자,
양손에 잔뜩 보따리와 장본것들을 들고 들어서며
오영자 여보! 나 왔어요! 미순아! 재복아! 갑수씨 진구씨!!!!
(하면서 부엌에 들어서다가) 엄마야! (놀라서 보면)
마준 (빵들에 잼을 발라 한입 먹으려다말고 놀라서 같이 본다)
오영자 누구우...셔?
마준 여기.. 시험보러 온 사람입니다만..
오영자 아아... 시허엄...! (하면서 아래위로 재빨리 훑어보는데)
양인목 (안쪽에서 나오며) 당신 왔소? 어머님 산소 참초는 잘하고?
오영자 (돌아보며 건성으로) 아, 예. 그렇죠 뭐...
양인목 근데 아버님은 어디.. (계시냐고 물으려는데)
오영자 (이내 마준을 돌아보며 OL) 근데 총각은 이름이 어떻게 되나?
마준 (뭐야? 하는 기분이지만 일단 잰틀하게) 서태조라고 합니다.
오영자 태조오.. 나이는?
마준 올해로 스물넷입니다.
오영자 (순간 눈이 반짝하며) 우리 딸두 스물넷인데.
부모님은 양쪽 다 살아계시고?
마준 ? (보면)
양인목 (말을 끊듯이) 여보! 아버님은 어디계시냐니까.
오영자 가게요. (대충 대답하고 마준을 본다 완전 꽂혀서)
아우, 참 인상 좋아보인다. 남자답고, 단정하고, 키도 훤칠하구우..
마준 (순간 피식.. 웃음이 날뻔하는)
양인목 (아.. 체면 구긴다!) 태조군, 미안하네. 방에 올라가 기다려주겠나?
마준 네. 알겠습니다. (일별한뒤 부엌을 나가면)
오영자 (돌아보며 끝까지) 아우 어쩜 뒷태까지 마무리가 아주 깔끔하네에.
우락부락이들만 보다가 내 눈이 호강한다 내 눈이 호강해.. (흐흐)
양인목 쯧쯧쯧! (하면서 돌아서려는데)
오영자 근데 여보, 우리 빵집앞에 있는 청년은 누구래요? (보따리들을 풀며)
석고대죄하는것 마냥 남 장사하는 집앞에서 뭐하는거래 그게?
양인목 (그 말에 멈칫 본다. 아직도 있는건가...? 시선 돌리는데서)
팔봉빵집 앞.
햇살이 내리쬐는 길위에 여전히 그 자세로 꿇어앉아 있는 탁구.
탁구, 사실은 너무나 지쳐있다. 그의 머리위로 중천에서 내리쬐는 햇빛.
그 아래서 탁구는 입술이 허옇게 말라 껍질이 다 일어나고 있고,
눈도 가물가물 감겨오고 있다.
그 앞으로 간간히 십원짜리 백원짜리 동전을 던져주고 가는 사람들..
탁구, 멍하니 그 동전들을 바라본다. 그 때
쓰윽.. 우산 그림자 하나가 그에게 그늘을 만들어주는...
탁구, 짐짓... 고개를 돌려 보면 옆으로 보이는 구둣발. 그 위로..
팔봉 (목소리만) 뭐하는 놈이냐?
탁구 (기운없는듯 쓱 고개를 들어 본다, 촛점이 잘 안맞는....)
팔봉 (목소리만) 뭐하는 놈인데 넘이 빵집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게야?
탁구 (본다. 보다가 힘없이) 찾을 사람이 있어서... 저 빵집에요...
팔봉 ...?
탁구 봤거든요 내가... 그 자식... (숨을 몰아쉬며)
바람개비 문신 있는거 똑똑히 봤다구요 내가...
팔봉 ...! (바람개비 문신? 본다. 보다가 천천히 탁구옆에 쪼그리고 앉는다)
손을 뻗쳐 탁구의 턱을 잡아 자기쪽으로 당긴다.
지쳐있고, 상처입고, 메말라 있는 탁구의 눈빛과.. 표정...
탁구, 가물가물해지는 눈을 겨우 뜨고 그를 본다.
처음으로 탁구의 어깨너머로 나타나는 그 할배의 얼굴.. 팔봉(70대 초반)
탁구를 쳐다보는 팔봉의 눈빛에 뭐라 설명할수 없는 놀라움의 빛이
스친다. 설마... 이 놈이.. 그 놈? 하는 눈빛으로 보더니
팔봉 설마... 여기까지 온게냐?
십년이 넘도록... 그 바람개비 문신을 찾아서..?
탁구 십.. 이년입니다....!
팔봉 ! (본다)
탁구 그 놈을 찾아 여기까지.. 십이년이라구요...
여기서 하루쯤 더 걸린다고 절대 포기안합니다!
이틀이 걸리고 한달이 걸리더라도 기필코 저 안에 들어가고 말겁니다!
팔봉 (잠시 조용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허지만 말이다. 저 빵집에는 무식허게 힘만 쎈 놈이 하나 있어서 말이다.
니가 저 안에 들어가 난장판이라도 치는 날엔 뼈도 못추릴텐데..
탁구 뼈 하나쯤 으스러지는게 무슨 대숩니까!
내 목숨이 으스러진대도 기필코 들어가고 말겁니다!
팔봉 그러냐. 그런 각오란 말이지?
(흠...!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탁구를 보며)
내가 저 빵집에 들어가는 방법을 두가지쯤 알고 있는데 말이다.
탁구 (순간 귀가 번쩍 뜨인다. 화색이 도는 눈빛으로 홱! 돌아보며)
정말입니까? 그게 뭡니까! 그게 뭔데요 할배!
팔봉 한가지는.. 빵을 사러 들어가는 길이다.
탁구 (순간 급실망하며) 예?
팔봉 그리고 또 한가지는..
탁구 (살짝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또 한가지는요?
팔봉 (씩 웃으며) 빵을 배우러 들어가는 길이다.
탁구 (??? 본다. 빵을.. 배우러? 이것은 또 뭔말씀??? 쳐다보면)
팔봉 흠...! 너한테는 어떤 길이 더 쉬울까나... 음?
(미소띈 얼굴로 의미심장하게 탁구를 보면)
탁구 (뭐야 이 노인네? 하는 표정으로 팔봉을 까칠하게 쳐다보는데서)
제빵실 안.
쿠궁!!! 날벼락이 떨어진것같은 느낌으로
화면 가득 양인목의 얼굴, 허갑수와 고재복, 그리고 양미순의 얼굴이
차례로 지나가고 마지막으로 굳은 표정의 조진구의 얼굴까지.
그들이 서서 쳐다보는 맞은편에
커다란 곡식자루를 어깨에 멘 탁구가 서 있다.
그 옆으로 쓱 프레임-인 되는 팔봉.
팔봉 나 없는 동안 잘들 있었냐?
양인목 (탁구를 빤히 보다가 팔봉에게) 아버님.. 저 녀석은...?
팔봉 어! 오다가 길바닥에서 주웠다.
양인목 예?
탁구 (흥!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양인목을 쓱 쳐다보는 위로)
팔봉 내가 이젠 기력이 부쳐서 말이다.
팥 한말 들고오는데 여간 힘이 들어야지.
그래서 저 놈 보구 들고오라고 했다.
양인목 (불쾌한 눈빛으로 탁구를 보며) 재복아 뭐하구 섰냐! 팥자루 받아라!
고재복 (재빨리 다가가 팥자루를 넘겨받으면)
양인목 (탁구에게) 이제 일이 끝났으니 자넨 나가보게. (하는데)
팔봉 아니다. 그럴순 없지.
양인목 (팔봉을 보며) 예?
팔봉 실은 저 팥자루를 들고 오는 조건으루다 내가 약속을 하나 했거든.
양인목 약속..이요?
모두들 (약속...? 하고 보면)
팔봉 응. 시험을 보게 해주기로.
순간 양인목을 비롯해, 허갑수, 고재복, 조진구, 양미순까지 허걱! 한다.
허갑수 (후다닥 양인목 옆으로 다가와) 시험을유 스승님?
아니 저 개망나니같은 놈헌티 시험을 약속허셨다구유?
팔봉 (대수롭지 않은듯) 응. 그랬다.
조진구 ! (쿵! 하는 기분으로 쳐다보면)
양인목 안됩니다. 아버님! 절대 그러시면 안됩니다.
허갑수 그러게유 스승님, 워서 굴러먹던 뻬다군지두 모르는 놈인디...
양인목 게다가 아무런 자격도 검증도 안된놈입니다!
그런 놈이 어찌 감히.. (하는데)
팔봉 (순간 버럭) 내가 그러기로 했다!!! (눈빛은 추상같이)
인목/갑수 (순간 움찔... 그 눈빛에 한순간 제압당하면)
탁구 (오호! 이 할배 제법인데.. 하는 표정으로 흘끔 보면)
팔봉 (다시 표정 쓱 풀더니) 시험 시간은 오늘 저녁 여덟시! 준비하거라.
(그러면서 쓱 돌아선 순간 보통 할배처럼)
어이고 허리야.. (허리를 툭툭 치며 나가면)
탁구 (툭툭 옷을 털며 양인목앞으로 쓱 다가서더니)
그렇게 큰소리 치더니만.. 이제보니 진짜 대장은 따로 있었네에.
양인목 (이 노옴!!!! 완전 열받은 무표정으로 탁구를 노려보며)
혼나기 전에 당장 꺼지는게 좋을거다.
탁구 (쓱 앞으로 다가서며 나즉히) 말했죠?
지난 십이년동안 안쑤시고 돌아다닌데가 없고 안해본짓이 없다구..
나, 보기보다 질긴놈입니다. 수단 방법 같은거.. 안가려요. (더 싸늘하게)
내 앞에 바람개비 문신한 그 놈 내놓으라구 그러니까.
그러기전엔 절대 그냥 안꺼진다구.
양인목 ! (이 짜쉭! 노려본다)
탁구 (퀭한 얼굴로 눈빛만은 살벌하게 마주보더니, 다시 씩 웃으며)
여덟시랬죠? 그럼 이따 봅시다.
(하면서 쓱 둘러보다가 양미순과 시선 마주친다, 쓱 손을 들어 인사까지)
양미순 (미친놈! 하는 표정으로 쏘아보면)
탁구 (끝까지 넉살좋게 웃으며 돌아서서 나가면)
고재복 대장님! 이건 말두 안됩니다! 어떻게 저런 놈이 시험을 치게 둡니까?
허갑수 (한숨) 워서 저런 으댕이뜨댕이까지 시험을 다 치겄다고 나발이고..
이제 우리 팔봉빵집의 전통과 위엄도 개발바닥 소발바닥 다 됐구머언.
안그러냐 인목아? (일부러 긁듯이 인목을 떠보면)
양인목 (어금니를 꾹 문채 탁구가 나간문쪽을 노려본다)
양미순 (본다. 보다가 고개 돌려 뒷쪽의 조진구를 돌아보면)
조진구 (표정없이 나즉히 한숨을 내쉬며 시선 떨군다. 그 위로)
E. 똑똑똑 (노크소리)
구일중의 사무실.
문이 열리면서 결재서류를 들고안으로 들어오던 한승재
그러나 구일중의 사무실에 아무도 없는걸 보고, 멈칫.. 한다. 표정에서
한승재의 사무실.
여비서 회장님.. 한시간전에 퇴근하셨는데요.
한승재 한시간전에? 헌데 왜 나한테 안알렸나?
여비서 그게.. 회장님께서 한실장님한테는 알리지 말라고 하셔서요...
한승재 (? 본다. 시선에서)
왕발이네 아지트 골목. N
들어서는 구일중의 세단. (한승재는 보이지 않고 운전사만)
저 앞으로 서 있는 브로커1이 구일중의 세단을 알아보고 다가선다.
그 앞에서 멈춰서자마자 운전사, 내리려는데,
구일중 됐어. 자넨 여기서 기다리게.
운전사 아, 예... (도로 문을 닫으면)
구일중 (내려서서 브로커에게) 이번엔 틀림없는건가?
브로커1 틀림없습니다. 이쪽입니다. (앞장서면)
구일중 (그 뒤를 따르는)
운전대앞에 앉아 멀어지는 구일중을 바라보던 운전사1. 본다. 보더니
조용히 카폰(그 시대에는 줄로 연결된 차안의 전화가 있었다는..)을
집어들어 번호를 누른다.
한승재의 사무실 N.
한승재 (의자너머로 앉아 있어 모습은 보이지 않은채)
음.. 음... 그렇구만... 알았네.. 수고해주게...
그러더니 빙그르르 의자를 돌리며 달칵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잠시 생각하더니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프레임-아웃 되는데서.
왕발이네 아지트 창고. N.
브로커1과 안으로 들어서는 구일중, 이런 곳이 낯선듯 주위를 둘러보면
저 앞으로 모여있는 왕발이와 그 똘마니들....
브로커1 회장님 오셨네.
구일중 (왕발이를 본다. 보면)
입에 있던 성냥을 쓱 손을 들어 입에서 빼는 왕발이
(여전히 그의 팔뚝에 새겨진 짝퉁 바람개비 문신)
천천히 고개를 돌려 구일중쪽을 보면 한쪽눈이 완전 밤탱이가 된채
감겨져 있다. 전반적으로 완전 묵사발이 돼있는 얼굴.
구일중 (보며) 자네가 정말로 내 아들을 알고 있나?
왕발이 김탁구... 그 자식 말이지요?
구일중 ...! (반색하며) 탁구를.. 알고 있나? 그 아이 지금 어딨나?
왕발이 (본다. 보더니 뭔가 비열한듯... 희미하게 미소를 씩 짓는데서)
팔봉집 안채. 거실. N
두둥! 완전 근엄한 느낌으로 한가운데 앉아 있는 팔봉.
그 옆으로 제빵복을 입은채 앉아 있는 양인목과 허갑수,
그리고 그 뒤로 조진구의 모습이 보인다. (약간 어두운 표정)
팔봉과 마주 한 자리에 놓여진 두개의 방석에는 각각
탁구와 마준이 무릎을 꿇은채 앉아 있고.
탁구, 왠지 이런 격식차린 분위기가 영 불편한듯 보이는데...
팔봉 자네구만. 일본에서 왔다는 사람이.
마준 네, 선생님. 편지로 인사드린 서태조..라고 합니다.
탁구 (쓱 마준을 보며 나즉히) 오오.. 너 일본에서 왔냐? (마냥 신기한듯 보면)
양인목 (그런 탁구의 잡담이 거슬린다, 찌릿! 쳐다보면)
마준 (전혀 대꾸없음. 시선조차 주지 않은채 앞만 응시)
탁구 (이것봐라? 그런 마준에게 살짝 빈정 상할라 그러는데)
팔봉 자.. 그럼 이제 다들 준비가 된건가?
탁구 (? 팔봉을 돌아보면)
팔봉 (큰 소리로) 들여오거라.
문이 열리고 양미순이 빵바구니를 하나 들고 들어온다.
그 위에는 광목천으로 덮여있어 안의 내용물이 보이지 않는다.
탁구와 마준앞에 빵바구니를 내려놓는 양미순,
탁구 (이게 다 뭐하는건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마준 (표정의 변화없이 쳐다보는 가운데)
팔봉 천을 걷어내거라.
미순, 동시에 빵바구니에 있는 천을 걷어낸다.
그 안에는 정말 처음보는 아주아주 못생긴 빵한덩어리가 놓여있다.
탁구, 뭐야? 하는 표정으로 본다.
마준, 여전히 표정없이 그 빵을 보고 있다.
팔봉 자, 그럼 시작해볼까? (하면서 의미심장하게 빙긋 웃는 얼굴에서 스틸)
마준 !!! (결연한 눈빛으로 팔봉을 본다, 스틸.)
탁구 ??? (진짜로 하라는건가? 하는 눈빛으로 팔봉을 보는데서 스틸.)
그렇게 대치된 탁구와 마준의 얼굴 그 한가운데로
의미심장한 미소의 팔봉선생 얼굴이 쿵! 떨어지면서. <7부 앤딩>
.제빵왕 김탁구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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