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 8
도입부.
1. 7부 57씬. 왕발이네 창고.
구일중 자네가 정말로 내 아들을 알고 있나?
왕발이 김탁구.. 그 자식 말이지요?
구일중 ...! (반색하며) 탁구를.. 알고 있나? 그 아이 지금 어딨나?
2. 7부 앤딩씬. 팔봉네 안채, 거실.
팔봉과 마주앉아 있는 탁구와 마준.
그 앞으로 빵바구니를 놔주는 미순. 휘리릭 덮고 있는 천을 걷어내면
그 안에서 드러나는 아주아주 못생긴 빵한덩어리.
팔봉 자, 그럼 시작해볼까? (하면서 의미심장하게 빙긋 웃는다)
마준 !!! (결연한 눈빛으로 팔봉을 본다)
탁구 ??? (진짜로 하라는건가? 하는 눈빛으로 팔봉을 보는데서)
왕발이네 아지트 창고. N.
왕발이 전치 6줍니다.
구일중 (? 본다)
왕발이 (손가락으로 자기 얼굴이며 다친부위 가리키며)
이게 다 그 자식 덕분에 이렇게 된거거든요. (씩 웃으면)
전치 6주면.. 형사 입건 된다는 사실은 알고 계십니까?
구일중 합의하세. 원하는 치료비와 위자료를 말해봐.
왕발이 팔 한짝을 떼어주던가 다리 몽둥이 하날 내놓든가.. 할수 있습니까?
구일중 (멈칫.. 보는 위로)
브로커1 어허! 이 사람이 증말! 자네 왜 이래!
왕발이 그렇다면 그 자식이 어딨는지 알려드리고.
구일중 (본다. 보더니) 원하는대로 가져가게.
브로커1 회장님... (당황하면)
구일중 대신에 그 아이가 어딨는지만 말해. 그럼.. 다 주겠네.
왕발이 (멈칫..! 뭐야? 진심이야? 오히려 당황하는 눈빛으로 보는데)
구일중 (순간 일갈을 날리듯) 어딨는지 말하라니까!!!
왕발이 (순간 서슬에 움찔하는 표정을 짓는데 바로 그 때)
드르륵! 쿵! 창고문이 열리는 소리.
동시에 구일중과 브로커1, 그리고 왕발이와 그 똘마니들 돌아보면,
쇠파이프와 각목등을 각자 손에 든 한무리의 패거리들이 들어선다.
왕발이, 순간 낯빛이 창백해지면서 뒷걸음질 치기 시작하고
구일중 역시 뭔가 잘못됐다는걸 느끼는 순간
이야아아아아!!!! 일제히 덤벼드는 그 깡패녀석들에서.
탁구E 자, 잠깐만요!!! (외치면)
팔봉네 안채, 거실. N.
동시에 팔봉과 미순, 고개돌려 탁구를 본다.
마준은 물론 양인목과 허갑수도 흘끗 시선돌려 탁구를 보면
탁구 지금.. 뭐하자는겁니까?
팔봉 뭐하자는거긴, 시험을 보라는것이지.
탁구 진짜루우.. 보라구요? 진짜루요?
팔봉 진짜다.
탁구 할배요! (부르는데)
양인목 어허! 어디서 감히 선생님한테!
팔봉 (씩 웃으며) 내비둬라. 정겹잖니.
양인목 기강이 흐트러집니다. 아버님.
팔봉 (탁구를 보며) 말해보거라, 무슨 말이 하고 싶은게냐?
탁구 아니... 저는 그냥 찾을 사람만 찾으면 되거든요.
뭐 꼭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팔봉 (OL) 말하지 않았느냐 이 집에 들어오는 방법은 두가지라구.
한가지는 빵을 사기 위해, 또 한가지는 빵을 배우기 위해.
탁구 그렇게 말씀하셨죠.
팔봉 이 시험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우리 빵집에서 빵을 배울수가 있게 된다.
그리되면 자연히 이 안에서 니가 찾고 싶은 사람도 찾을수 있겠지.
조진구 ...!
양인목 아버님.. (뭔가 말리고 싶은 눈빛으로 보면)
팔봉 (손을 들어 양인목을 제지하며) 자, 이제 시작해도 되겠느냐?
마준 (살짝 귀찮은 느낌으로 탁구를 흘끗 한번 보면)
탁구 예, 뭐.. (하면서 머슥하게 고개를 한번 끄덕이면)
팔봉 미순아.
미순 시험은 아주 간단합니다.
지금 앞에 있는 빵을 시식한뒤에 그 빵을 만들수 있는 반죽을
찾아내면 되는겁니다.
동시에 안쪽에서 열개의 작은 그릇에 담긴 반죽덩어리들을 내오는 재복.
탁구와 마준앞에 각각 다섯개씩 올려놔준다.
(그릇마다 번호가 붙어있다. ① ② ③ ④ ⑤ 이렇게...)
팔봉 자, 시작하거라!
마준 (진지하게 빵을 집어들어 시식하기 시작한다, 음미하는 표정)
탁구 (그러나 빵을 집어들지 못한채 그저 빤히 쳐다볼뿐)
미순 (? 그런 탁구를 본다)
팔봉 (? 역시 그런 탁구를 본다)
마준 (이번에는 앞에 있는 반죽들을 조금씩 뜯어서 맛을 보기 시작한다)
탁구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은채 '불편한 표정'으로 빵과 반죽들을 쳐다본다)
양인목과 허갑수, 고재복 역시 그런 탁구를 빤히 쳐다볼뿐이고.
조진구는 무거운 마음으로 그런 탁구를 쳐다볼뿐이고,
미순은 의아한 표정으로 탁구를 쳐다볼뿐이고.
팔봉은, 대체 저 아이가 왜 저러나 쳐다볼뿐이고.
(침묵속에 묘한 긴장감이 도는 그들의 표정에서)
탁구, 후우 이걸 어쩐다...! 나즉히 한숨을 내쉰다. 모습위로.
E. (긴박하게) 이요이요, 구급차 소리 울리는데서.
병원 전경. N.
급하게 도착하는 엠블런스가 보이고,
병실복도. N
뛰어들어오는 한승재, 한쪽에 초조하게 서 있는 운전사를 본다.
한승재 회장님은.
운전사 안쪽에 계십니다.
한승재 (돌아보면)
병실 안. N.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서던 한승재 순간 멈칫.. 보면
불이 꺼진채 조명등 하나만 푸르스름하게 켜진 병실 안.
저 안쪽으로 창가에 서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구일중의 뒷모습.
(이마에 반창고 붙힌채 팔목만 고정시키는 약식 깁스를 한 그,
입원복차림이 아닌 셔츠 차림으로, 군데 군데 핏자국이 보이는...)
한승재 (걱정스러운듯 재빨리 뒤로 다가서며)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구일중 ...
한승재 패싸움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대체 어쩌다 그런 위험한데까지 가신겁니까!
구일중 ....
한승재 회장님! (하는데)
구일중 탁구를 찾고 있었네.
한승재 (멈칫...! 보면)
구일중 찾아야한다고 생각했어. 적어도 찾는 노력은 해야한다고..
그게 애비의 도리라고.. 그렇게 생각했네.
한승재 ! (본다. 보더니) 그런 일이라면 진작 저한테 말씀하시지 그러셨습니까.
저한테 분부를 내려주셨으면 제가... (하는데)
구일중 (OL) 자네가 찾아줬을거라구?
한승재 (멈칫.. 다시 시선들어 한승재를 보면)
구일중 (한승재를 본다. 묘한 눈빛으로) 진심인가?
한승재 (살짝 당황하는) 무슨 말씀이신지...
구일중 그냥 궁금해서 말이야.
탁구를 찾아주겠다는 그 말이... 정말 자네의 진심일까 하고.
한승재 (순간 눈빛이 살짝 흔들린다. 그러더니 이내 똑바로 응시하며)
이제껏 저는 단 한번도 회장님의 뜻을 어겨본적이 없습니다.
우로 가라면 우로 갔고, 좌로 가라면 좌로 갔고,
앉으라면 앉았고 서라면 섰습니다. 그렇게 삼십년입니다.
헌데 그런 저의 진심을 의심하고 계신거라면...
구일중 그래서 말했잖은가. 그저 궁금했을뿐이라구..
한승재 (멈칫..! 말을 멈추고 보면)
구일중 시간이 늦었군.. 그만 돌아가지.
(하더니 한쪽에 있던 쟈켓을 집어들고 밖으로 나간다)
뒤에 남겨진 한승재, 순간 표정 쎄해진다. 시선에서.
어느 장소. (허름한 빈창고같은) N
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한승재,
그 앞으로 막아서는 덩치들. 그 앞으로 사내1이 나타난다.
그러더니 천천히 옆으로 길을 비켜준다. 덩치들도 모두 비켜서면
저 안쪽으로 완전 망신창이가 된 왕발이의 모습이 보인다.
그 앞으로 다가서는 한승재.
한승재 (그런 상황이 별로 탐탁치 않은듯.. 보더니)
김탁구를 안다구?
왕발이 (완전 뭉개진 얼굴로 흘끗 눈을 들어 한승재를 본다, 보더니 씩 웃으며)
그 자식이 생각보다 인기가 좋구만, 어?
그래, 알면..! 당신은 또 나한테 뭘 줄건데?
아까 그 양반은 팔다리라도 내놓겠다드만...
당신은 뭘 내놓을수 있는데? 빌딩 한채라도 줄수 있나? (하는데)
사내1 (퍽! 왕발이의 얼굴을 날려버린다)
왕발이 (아픈듯.. 쿨럭쿨럭! 헛기침까지 하면)
한승재 나는 너같은 놈하고 협상같은거 안한다.
인정사정같은거 봐줄 마음도 없고.
허니, 시간끌지 말고 내 질문에 대답하는게 좋을게야.
(건조한 눈빛으로 보며) 김탁구가 있는곳을 알고 있나?
왕발이 (본다. 보더니 살짝 질린듯...) 아... 압니다...
한승재 ! (흔들리는 눈빛) 어딘가.
팔봉빵집 전경. N.
마지막 손님이 빵가게 밖으로 나오면
오영자 조심히 들어가세요! (인사한뒤 문을 잠근다)
셔터를 내리고,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는 모습에서.
팔봉집 안채, 거실. N
서둘러 들어오는 오영자, 한쪽에 서 있는 재복이 옆으로 다가선다.
오영자 어떻게 됐니? 시험은 끝났니?
고재복 아직이요.
오영자 (잔뜩 궁금한 시선으로 쓱 고개 빼고 보다가)
쟤는 뭐하는거래니? (보면)
탁구, 한손에는 빵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반죽그릇을 하나씩
집어들어 비교하듯 냄새를 맡고 있는 중이다.
1번부터 5번까지 차례로 반죽통을 집어들어 비교하는중.
(그 옆에서 마준은 벌써 답을 알아낸듯 종이에 번호를 쓰고 있다)
그 위로
고재복E 이상한 놈이예요, 아까부터 맛은 안보구 계속 냄새만 맡구 있어요.
오영자 그래애? (하면서 쳐다보면)
미순, 쟁반을 마준앞으로 내민다.
마준, 답을 써서 반 접은 종이를 쟁반위에 올려놓는다.
미순, 이번엔 탁구쪽으로 쟁반을 내밀면
탁구, 고개를 갸웃거리며 빵과 반죽의 냄새를 계속 왔다갔다하며 맡는다.
미순 어이. 뭐해요? 답 안써요?
탁구 (한번 더 갸웃한다)
미순 5초안에 안써서 내면 기권처리 합니다! 일초!
탁구 에헤! (보더니) 쓴다니까! 쓰면 되잖어!
(그러더니 종이를 펼쳐든다. 쓰기전에 한번 더 갸웃..!)
미순 이초! 삼초! 사초! (빨리 말하는데)
탁구 쓴다니까 거! (일단 숫자를 쓴다, 반으로 접어 쟁반위에 올리고)
옥떨메가 승질까지 급해가지구! 쯧!
미순 (입모양으로만 '쪽바가지!'하고는 돌아서서 팔봉앞에 쟁반을 내민다)
팔봉, 미순이 내민 쟁반에서 두개의 답안지를 집어든다.
양인목, 허갑수, 조진구, 오영자, 고재복, 미순이가 지켜보는 가운데
하나씩 펼쳐보는 팔봉, 좀체로 표정을 읽을수 없는,... 그러더니.
팔봉 4번이라고 쓴게 누구냐.
마준 (고개들어 보며) 접니다.
팔봉 어째서 4번이냐?
마준 빵의 첫맛은 샤워종 특유의 시큼한맛과 향이 났습니다.
하지만 빵의 마지막맛은 훨씬 더 부드럽고 풍미가 깊었습니다.
이것은 최소 50시간 이상 숙성시켰을때만 날수 있는 향입니다.
그래서 4번을 택했습니다.
일제히 (오...! 감탄하는 눈빛으로 마준을 본다)
미순 (어쭈? 제법하는데 하는 표정으로 흘끗 보면)
팔봉 (탁구를 보며) 그럼 5번이라고 쓴게 너구나. 넌 어째서 5번이냐?
탁구 저기이... 5번이라고 쓴게 아닌데요?
팔봉 아니라구? (답안을 보여주며) 이게 5자가 아니면 무어냐?
탁구 그러니까 5번이 아니라..
여기 있는 반죽 다섯개 전부가 다 답이라는뜻입니다.
팔봉 (순간 멈칫...! 본다)
양인목 (살짝 멈칫..! 하는 표정으로 탁구를 본다)
미순 (역시 놀라는 표정으로 탁구를 본다)
허갑수, 고재복, 오영자, 그리고 조진구까지 모두 멈칫..! 한다.
(이때까지는 어이없는건지 놀라는건지 잘 구분이 안되는 표정들로 멈칫!)
인써트> 처마끝. N
바람도 놀란듯, 딸랑딸랑 처마끝에 달린 풍경을 흔들어 수군대면..
다시 팔봉집 안채, 거실. N
팔봉 어째서? 어째서 답이 다섯개 전부냐?
탁구 글쎄요.. (손가락으로 머리를 긁적긁적거리더니) 잘은 모르겠는데...
여깄는 반죽 다섯개 모두에서 다 이 빵에서 나는 냄새가 나는데요?
마준 (그 말에 멈칫.. 탁구를 돌아본다. 냄새라구...?)
탁구 반죽마다 시큼털털하고 단향이 조금씩 차이는 나지만,
기본적으로는 들어있는 냄새는 이 빵하고 별반 다르지 않아서...
(하면서 쓱 눈치를 보며) 아닙니까?
팔봉 (그런 탁구를 그저 빤히 본다)
탁구 (미순을 쓱 보며) 아니냐?
미순 (그저 빤히 탁구를 본다)
탁구 (양인목과 그 무리들을 보며 살짝 자신없어지는듯) 아닌...가?
양인목 (눈썹하나 꿈틀하지 않은채 노려보듯 탁구를 빤히 보면)
팔봉 (갑자기 껄껄껄껄!!!!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마준 (? 팔봉을 본다)
탁구 (??? 팔봉을 보면)
팔봉 일단, 이 문제의 정답부터 말하자면 4번이다.
마준 (씩 입가에 머무는 의기양양한 미소. 당연히 그럴줄 알았다)
탁구 (아...! 순간 급실망하는 빛이 스치는 위로)
팔봉 (태조를 보며) 태조라고 했드냐?
마준 네. 선생님.
팔봉 대부분의 도전자들이 빵의 첫맛과 비슷한 3번을 택하는데
너는 빵의 끝맛으로 반죽을 찾아냈다. 지난 오년동안 이 시험의 답을
맞춘 사람은 이로써 니가 네번째가 되는구나.
마준 그러면 저를 수하생으로 받아들여주시는겁니까.
팔봉 그리 약속을 했으니 받아주마. 내일부터 제빵실로 나오거라.
마준 네. (미소짓는다)
오영자 (뒤에서 혼자 소리 없이 아싸! 포즈 취하는데)
팔봉 그리구 너!
탁구 예에... (완전 포기한 표정으로 건성 대답하는데)
팔봉 너두 내일부터 제빵실로 나오거라.
탁구 ! (멈칫.. 번쩍 고개들어 본다)
마준 ! (놀라서 팔봉을 본다)
양인목 아버님.
허갑수 스승님!
미순 할아버지!
탁구 (어리둥절) 하지만 정답은 4번이라면서요..?
팔봉 그래, 정답은 4번이다. 하지만 너도 틀린답은 아니다.
탁구 예?
마준 (뭐라구? 놀라는 표정으로 보면)
팔봉 사실 니 앞에 놓여있는 반죽은 모두 같은 재료로 만들어졌다.
그 반죽이 각기 틀린맛이 나는건 숙성된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지.
맛도 보지 않고 냄새로 그걸 알아내다니..
이런 답을 낸건 이 시험이 출제된 이후로 니가 처음이구나.
탁구 (솔직히 그 맛의 뜻을 잘 이해못하고 있는듯 조심스럽게...)
그러니까 그 말씀은... 제가 합격이라는겁니까, 불합격이라는겁니까?
팔봉 합격이다.
탁구 (! 표정 확 밝아지며) 그럼 오늘부터 저두 이 집에서
공식적으로 먹고자고싸고해도 된다 그 말씀입니까?
팔봉 그래, 먹고자고싸고해도 된다!
탁구 그리고 제 맘대로 바람개비 문신을 찾아도 된다는 말씀이시죠, 할배.
팔봉 그래, 맘껏 찾아도 된다!
탁구 (아싸! 한다)
조진구 (쿵! 어두운 표정위로)
양인목 아버님! (만류하듯 부르는데)
팔봉 (자르듯) 자, 오늘 시험은 이것으로 쫑이다! 어이구 피곤허다!
(하면서 끙! 일어나 허리를 툭툭 두드리며 돌아서면)
양인목 아버님!!! (하면서 벌떡 따라 일어선다)
일제히 (우르르 따라 일어난다. 마준, 탁구 포함 전부 다 일어나는데)
팔봉 아, 참!
일제히 (일제히 멈칫...! 팔봉을 쳐다보면)
팔봉 (돌아보며) 그러고보니 아직 이름을 안물어봤구나. 니 이름이 무어냐?
탁구 김탁굽니다
마준 (뭐라구!!!!!!!!!!!!!! 쿵! 놀라는 표정으로 탁구를 쳐다본다)
탁구 탁구를 잘해서 김탁구가 아이고,
높을탁! 구할구짜를 써서 김탁굽니다! (씩 웃는다)
마준 (!!!! 순간 백짓장처럼 창백해지는 얼굴에서)
탁구, 마준의 시선 알아채지 못한채
그저 기분좋은 표정으로 팔봉과 양인목 무리들을 본다.
미순을 비롯한 양인목과 무리들, 적의적 시선으로 탁구를 보는가운데
팔봉, 그런 탁구를 보며 빙긋.. 혼자만 아는 미소를 짓고.
마준, 혼자만 부들부들 떨려오는 손을 꾹 쥔채 믿어지지 않는 눈빛으로
탁구를 노려보는 시선에서.
팔봉의 방. N
양인목 아버님 다시 생각해주십쇼,
허갑수 그렇습니다아, 다시 생각해주셔야헙니다 스승니임!
양인목과 허갑수, 그리고 오영자와 고재복, 조진구까지
모두 다같이 팔봉앞에 우르르 무릎꿇고 앉은채로.
팔봉, 돌아앉은채 듣는둥 마는둥 옷을 벗고, 양말을 벗는다.
오영자 (보며) 아부지 들으셨어요? 여깄는 사람들 모두가
김탁군지 김탁잔지 들이는거 반대라잖어요. (보며) 아부지!
팔봉 (딴짓만 계속하는 위로)
양인목 우리 빵집에 수하생으로 들어오고자 하는 이들만
일년에 수백명이 넘습니다. 다들 실력 출중하고 재능을 겸비한
사람들입니다. 헌데 그런 사람들 모두 마다하시고
어떻게 저런 되도 않는 녀석을 들이시겠다는겁니까?
납득할수 없습니다. 재고해주십쇼 아버님!
허갑수 지 말이 그 말여유! 전통과 명예로 똘똘 뭉친 즈희 팔봉빵집에 워떻게
저런 껄쩍지근헌 놈을 기냥 들이신데유, 천부당만부당여유. (하는데)
팔봉 내가 언제 실력만 보고 사람을 거두드냐!
양인목 (멈칫.. 보면)
팔봉 인목이 너! 니가 처음 나를 만났을때 어떠했느냐!
갑수 너는! 진구는! 재복이는!
양인목 ! (본다)
허갑수 (순간 입을 다문채 본다)
진구/재복 (그저 아무말 못한채 팔봉을 보면)
팔봉 무슨뜻인지 다들 알아들었으면 물러들 가! (돌아앉는데)
양인목 하지만 아버님.. 진구는 어쩌실겁니다.
조진구 (멈칫.. 반쯤 시선들어 보면)
팔봉 작연필봉이라 했다.
꼭 만나야 할 인연이면 피한다고 피해지는게 아니지.
그게 필연이든 악연이든... (조진구를 보며) 안그러냐 진구야?
조진구 (그 말에 팔봉을 본다, 보더니 짐짓 시선 떨구면)
양인목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조진구를 한번 본다. 낮은 한숨에서)
탁구/마준의 방. N.
드륵! 문을 열고 나타나는 미순, 그 뒤로 나타나는 탁구와 마준에게
미순 (마준을 보며) 여기가 앞으로 두 사람이 쓸 방입니다.
탁구 (오호! 괜찮은데 하는 표정으로 휘 둘러본다)
마준 (잔뜩 표정 굳은채 그런 탁구를 쓱 한번 보면)
그 방앞 복도. N.
미순 (복도 끝쪽을 가리키며) 욕실은 저쪽 복도끝에 있구요,
뜨거운 물은 새벽 2시부터 3시까지 한시간,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두시간만 나오니까 시간 잘 맞추시구요,
탁구 (톡 끼어들며) 밥은 어디서 먹냐?
미순 (계속 마준만 보며) 식당은 아랫층에 있어요.
식사 시간은 작업 스케쥴에 따라 유동적이구요,
탁구 빨래도 빨아주나?
미순 (계속 마준만 보며) 식당 바로 옆이 세탁실이니까
빨래는 그날 그날 벗어서 거기 두면 돼요.
탁구 어이, 질문은 내가 하고 있는데 왜 계속 이쪽만 쳐다보구 말해?
마준 (그런 탁구를 흘끗 보면)
미순 (끝까지 마준만 보며) 제빵실 출근은 새벽 3시예요.
지각은 웬만하면 하지 않는게 좋아요.
우리 아버지.. 보기보다 사람을 좀 거칠게 다루시거든요.
탁구 참나! 도대체 이 집 족보는 어떻게 되는거야?
미순 (계속 마준만 보며) 팔봉선생님은 저의 외조부 되시고,
그 밑에 제빵실 대장님은 우리 아버지 되시고,
그리고 나는 이 집의 무남독녀 양미순이라고 합니다.
탁구 (미순이?) 뭐라구? 양미순? 이봐 옥떨메! 왜 니가 미순이야?
미순 (무시) 그 밖에 궁금한 사항은 그 때 그 때 물어보시면 되구요.
마준 네, 그럴께요, 고맙습니다.
탁구 도대체가 그 이름하고 니 얼굴하고 어울린다구 생각해?
미순 (슬슬 열이 받는걸 꾹 누른채, 마준에게)
일본에서 오셨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어떤 빵을 만들지 기대되네요.
마준 저 역시 팔봉선생님의 손녀분이 어떤 빵을 만드실지 기대됩니다.
탁구 그러지 말고 이름을 바꾸는게 어떠냐? 양떨메 어떠냐?
양옥떨메! 거 좋네! 그치? (하는데)
미순 (순간 참다못해 한번 더 정강이를 퍽! 걷어찬다)
탁구 (으으윽!!!! 정강이를 끌어안으며 깨금발로 팔짝팔짝! 그러다)
어우우우우우!!!! (하면서 대들듯이 미순을 노려보면)
미순 시끄럽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잠이나 쳐자라! 어?
(하더니 마준에게 최대한 격을 갖춰)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그리고는 두 남자 사이를 쓱 지나쳐 쿵쿵! 프레임-아웃 되면)
탁구 어우우우우!!! 저게 진짜! 저 옥상에서 떨어진 메주떵어리!!! (하는데)
마준 거 되게 시끄럽군. (싸늘하게 중얼거리더니 방안으로 들어가버린다)
탁구 (??? 본다. 보더니)
탁구/마준의 방. N.
탁!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으며 쳐다보는 탁구.
탁구 야!
마준 (트렁크에서 옷을 꺼내 붙박이장안에 걸고 있는중)
탁구 야! 부르는 소리 안들려?
마준 (계속 하던거 하며 무시...)
탁구 (잠시 본다. 보더니 일순 표정 쓱 바뀌며) 너어.. 진짜 일본에서 왔냐?
마준 (돌아보지 않은채 계속 하던 일만)
탁구 (잔뜩 호기심으로 옆으로 다가와 붙으며)
그 나라 좋냐? 진짜로 여자들이 다 기모노만 입고 다녀?
비행기도 타봤겠다? 가까이에서 구름도 봤겠네?
어때? 진짜 솜처럼 뭉글뭉글허니 폭신폭신해?
마준 (옷 다 걸더니 트렁크, 탁! 소리나게 닫는다)
탁구 (멈칫.. 보면)
마준 (돌아서서 탁구를 보더니)
한국 여자들이라고 전부 다 한복만 입고 다니는거 아니잖아!
그리고 구름이 어떻게 솜처럼 폭신폭신해! 구름이 수증기 덩어리라는건
국민학교때 다 배우는거 아냐? 너 학교같은것도 안다녔어? (하는데)
탁구 티 났냐?
마준 ???
탁구 아, 여기서 또 무식이 탄로나는구만. (겸연쩍게 웃으며)
맞어. 사실은 나 학교 안다녔다. 국민학교 중퇴야.
마준 (멈칫..! 보는)
탁구 사실은 내가 좀 찾을 사람이 있어서 말야.. (보며) 잃어버린 우리 엄마.
마준 (눈빛 흔들린다.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꾹 쥔다. 시선위로 계속)
탁구 지난 십이년동안 조선팔도 여기저기 안쑤시고 돌아다닌데가 없다.
그 바람에 학교는 정말 꿈도 못(꿨지... 라고 말하려는데)
마준 (자르듯) 앞으로 이 방을 같이 쓰면서 지켜줬으면 하는 규칙 하나,
탁구 (? 보면)
마준 상대한테 아무때나 말을 걸지 않는다.
탁구 뭐?
마준 규칙 둘, 상대한테 괜히 친한척 치대지 않는다.
탁구 (순간 살짝 기분나빠지며) 어이! (하는데)
마준 규칙 셋. (탁구를 똑바로 본다. 보더니)
니 개인적인 사연같은거 듣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으니까,
함부로 떠들지 않는다.
탁구 (일순 표정 쎄해지면서 본다. 보면)
마준 (그대로 수건 하나 집어들고 문을 열고 막 나가려는데)
탁구 어이 서태조!
마준 (멈칫.. 멈춰선다. 그 뒤로)
탁구 (마준의 뒷꼭지를 보며) 니 이름 서태조라 그랬지?
그렇게까지 경계할거 없어!
나는 이 집에서 찾을 사람만 찾으면 조용히 사라질거니까!
나야 뭐, 원래 빵같은거 관심도 없었고..
(보며) 그러니까 나한테 괜한 라이벌 의식 느낄 필요 없다고, 어?
마준 (그대로 돌아보지 않은채 나간다. 탁! 문이 닫히면)
탁구 거 참.. 까칠까칠하구만. (손가락으로 머리를 긁적긁적하는 시선에서)
팔봉집 욕실. N.
쏴아아!!! 수도꼭지의 물을 틀어대는 마준,
그대로 찬물이 튀도록 거칠게 세수를 해댄다. 그러다 멈추는 그,
얼굴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마준의 표정, 어둡다. 그 위로
어린마준E 탁구... 어디갔어요?
회상> 12년전. 거성가. 탁구의 방. N
텅빈 탁구의 방을 들여다보는 마준.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한승재, 조용히 마준의 어깨에 손을 얹더니
한승재 먼곳으로 보내버렸다.
마준 (그 말에 한승재를 돌아본다) 어디루요?
한승재 (내려다보며) 두번 다시 이 집으로 돌아올수 없도록.. 아주 먼곳으로.
마준 ! (보면)
한승재 (천천히 무릎을 굽혀 마준과 시선 맞추더니)
이제 두 번 다시 그 녀석이 니 인생에 끼어들일은 없을게다. (시선에서)
다시 현재> 팔봉집, 욕실. N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앞면에 붙은 거울을 들여다보는 마준,
순간 허! 짧게 실소하다가 이내 표정 쎄해지더니
나즈막히, 그러나 다분히 무섭고 음산하게,
마준 근데 왜...! 그런데 왜 다시 나타난거야, 왜! 이 거지같은 자식...!
(하면서 퍽! 거울을 손으로 깨뜨려버리는것과 동시에)
탁구/마준의 방. N.
멈칫.. 무슨 소린가에 고개 돌려 보던 탁구,
이내 무심한 표정으로 펴던 이불을 마저 펴더니 거기에
풀썩 대자로 드러눕는다. 편하다. 그대로 스르르 눈이 감기면
팔봉빵집 앞. N.
스르르 와서 멈춰서는 검은 세단.
조용히 창문을 내리면 나타나는 사내1의 얼굴.
어둠속에 잠긴 팔봉빵집을 차가운 시선으로 올려다본다. 시선에서.
거성家, 침실. N.
혼자 탁자앞에 앉아 와인잔을 기울이는 서인숙,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시선 한쪽으로 주면,
탁자위에 구겨진채 놓여져 있는 등본.
서인숙, 손을 뻗어 그 종이를 다시 쭉 펴본다.
거기에 분명히 구형준이라는 이름이 박혀 있다.
서인숙, 바라본다. 다시 시선들더니 수화기를 집어든다. 번호를 누른뒤
서인숙 박변호사님? 저 서인숙입니다. 긴히 상의할게 있어서요.
(잠시 간격을 둔 뒤) 최이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에 관한 얘깁니다.
(무언가 단단히 결심한 그녀의 표정에서)
팔봉집 전경. (새벽)
팔봉집, 탁구/마준의 방. (새벽)
때르르릉! 자명시계소리! 울리는것과 거의 동시에
탁! 눌러끄는 마준의 손, 자리에서 일어나다 돌아보면
옆자리가 텅 비어 있다. 마준, ? 쳐다본다. 시선에서.
팔봉집 안채, 거실 현관. (새벽)
양인목, 제빵복을 갖춰 입은채 불을 켜고 나온다.
현관으로 나서려는 순간 허걱! 놀라서, (평소의 양인목이라면 전혀 안나
올것같은 그런 표정으로 놀라서) 빤히 보면.
마치 아무도 못빠져나가게 지키듯 웅크리고 잠들어있는 탁구가 보인다.
놀란 표정도 잠시, 순간 불끈! 이 자쉭이!!! 하는 표정으로 보더니
그대로 탁구의 멱살을 잡아 한쪽으로 밀어제친다.
순간 그대로 쿵! 현관 바닥에 나뒹구라지는 탁구.
"아야아아아!!!" 바닥에 머리를 부딪힌듯 머리를 몹시 아픈 표정으로
데굴거리더니 그대로 벌떡 일어나 대들듯
탁구 어우우우우우쒸!!! (하면서 주먹을 날리려고 홱! 쳐들다가 멈칫!)
양인목 (표정도 없이 싸늘한 눈빛으로 탁구를 노려보며)
칠테면 쳐봐! 그 순간 니 엉덩이를 걷어차서 집밖으로 날려버릴테니까.
탁구 내가 맘에 안든다는건 알겠는데, 그렇다구 사람을 이렇게 패대기칩니까?
양인목 지나는 길에 걸치적거리는건 딱 질색이거든.
탁구 행여라도 바람개비 자식이 도망칠까봐 지키구 있었던것뿐입니다!
양인목 모자란 놈! 이 집에 있는 창문만 모두 합해 열개도 넘는다.
마음만 먹으면 너 하나쯤 따돌리고 도망치는건 일도 아니야!
탁구 나한테 지금 모자란 놈이라 그랬습니까? 예!!! (하면서 욱! 치받는데)
양인목 까불지 마라. 마음만 먹으면 너같은 놈 나한텐 한주먹거리도 안되니까.
탁구 말랑말랑한 밀가루 반죽만 두들긴 주먹쯤..
한주먹이 아니라 두 주먹이 날라와도 끄떡없거든요!
양인목 (이 자식이! 불끈! 눈옆에 힘줄이 솟아오르는데)
그 때 이층에서 우르르 내려오더는 이들.
미순을 필두로 허갑수, 고재복, 조진구,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준까지..
다들 내려오다 말고 멈춰서서 대치 상태의 양인목과 탁구를 번갈아본다.
허갑수 지금 뭣들... 허는겨?
마준 (조용한 시선으로 탁구를 한번 보면)
양인목 (탁구를 노려본다. 보더니 버럭) 위치로!!! (외치면)
탁구 (??? 쳐다보는 시선에서)
팔봉집, 제빵실. (새벽)
쪼르르 줄을 맞춰 서는 허갑수, 고재복, 조진구, 그리고 미순까지.
뒤에 있던 마준, 흘끗 한번 보더니 미순의 옆에 열을 맞춰 서고.
(그 마지막으로 쓰윽 고개를 내밀고 보는 탁구, 뭐야..? 하는데)
양인목, 들고온 빵목록들을 그 한사람 한사람에게 나눠준다.
그 마지막으로 서 있던 탁구.. 일단 손을 내밀어 받으려는데.
양인목 (탁구앞에 딱 멈춰서더니) 니 자린 거기가 아니다!
탁구 예? (보면)
재료실. (새벽)
턱! 하니 탁구 어깨에 밀가루포대를 올리는 양인목.
탁구, 일단 거뜬한 표정, 그 위로 또 하나, 또 하나를 올리는 양인목.
탁구, 점점 끙..! 겨우 버티는. 얼굴이 벌개져 오면.
양인목 여기 있는 밀가루 서른두포대를 전부 계단 아래쪽에 옮겨두거라.
탁구 !!! (본다. 보더니 훅! 앞머리 입으로 불어제끼며 오기어린 표정에서)
계단. (새벽/아침)
밀가루 포대를 가지고 계단을 내려오는 탁구, (점프)/
또 밀가루 세포대를 어깨에 지고 내려오는 탁구, 탁구, 탁구. (점프)/
계속해서 계단아래에 쌓이는 삼십포대의 밀가루들... (점프)/
그러는 사이에 아침은 밝아오고. 나르기를 전부 마친 탁구.
쌓아놓은 밀가루옆에 기대서서 툭툭 옷을 턴다. 풀풀 날리는 흰가루..
겨우 땀을 쓱 문질러 닦는데, 그 앞으로 나타나는 양인목.
탁구 여기, 밀가루 서른두포대 전부 다 날랐습니다. 됐습니까?
양인목 (밀가루 푸대 갯수를 대충 눈으로 쓱 세더니)
됐다. 이제 도로 제자리에 올려다 놔.
탁구 ! (순간 띵! 뒷통수 맞은 표정으로 본다) 뭐라구요?
양인목 거기 있는 밀가루 서른두포대 전부 제자리에
다시 올려다 놓으라구 했다.
탁구 (허!) 이보십쇼! 지금 똥개 훈련시키는겁니까, 뭡니까!
양인목 잘 아는구나. 그래 나는 지금 똥개를 훈련시키는중이다!
당장 제자리에 올려놓도록 해! (그러더니 휑! 하니 가버린다)
탁구 (이러언!!! 욱! 하는 표정으로 권투자세 주먹을 불끈 쥐며 돌아보는데)
미순E 이 집에서 쉽게 나가는 방법 두가지가 있는데!
탁구 (멈칫.. 돌아보면)
미순 (한아름 빵바구니를 들고 계단을 내려와 탁구옆에 턱 서더니)
한가지는 제빵실에서 주먹 한번 크게 휘두르고 쫓겨나든가,
또 한가지는 순순히 포기하고 니 발로 걸어나가든가.
(보며) 넌 어느쪽이 될까? 응?
탁구 웃기시네! 누가 쫓겨난대! 누가 포기한대! 그럴일 절대 없거든!
이 집에서 바람개비 문신 찾기전엔 절대 안나가! 절대 못나가!
미순 그래? 그럼 계속 밀가루 포대나 나르든가.
(하더니 그대로 쓱 지나쳐 가게쪽으로 나간다)
탁구 (허! 본다) 저 옥떨메! 어우우우우우우!!!!!
열이 치받는듯 엄한 머리만 버버버벅! 긁어버리더니,
흘끗! 옆에 쌓인 밀가루 포대를 째려본다. 시선위로
찰칵! 찰칵! 찰칵!!! (누군가에 의해 사진이 찍혀지는 느낌에서)
지하주차장. (어느 일각에 세워진)
탁구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한승재, 미간을 좁히며 노려보더니
한승재 이 아이가 김탁구... 확실한가?
사내1 네, 확실합니다.
한승재 (얼굴이 가장 잘 나온 사진을 들어서 본다, 보더니 기가막힌듯...)
어째서 이 녀석이 이 집에 있는거야.. 대체 왜...!
그 때 한승재의 삐삐가 울리기 시작한다.
한승재, 삐삐를 집어들어 본다. 보더니 다시 집어넣고는
다시 들고 있던 김탁구의 사진을 본다. 보더니 냉정하게,
한승재 처리해! (그리고는 사진을 툭! 던지는데서)
구일중 회장실.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구일중, (전날의 상처와 손목에 붕대가 감긴채로)
그 뒤로 똑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회장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한승재
한승재 차 대기시켜놨습니다 회장님.
구일중 ... (상념....)
한승재 회장님? (부르자)
구일중 (그제야 짐짓 돌아보더니) 그래, 알았네. (하더니 외투를 들어 입는다)
한승재 그런데 갑자기 예정에도 없이 인천에는 왜...
구일중 오랜만에 스승님을 좀 찾아뵐까 하구.
한승재 (순간 표안나는 멈칫...!) 지금.. 말씀이십니까?
구일중 그래. 지금. (그러면서 책상위의 초대장을 집어들더니) 그만 가지.
(앞장서서 나간다)
한승재 (왠지 주춤하는 그, 얼굴빛이 안좋다. 돌아본다. 시선에서)
호텔 스카이라운지 복도.
지배인의 안내를 받아 쭉 걸어오는 서인숙, 그 자태가 매우 아름답다.
문앞에 멈춰선 서인숙, 지배인에게
서인숙 우리집 아이는?
지배인 아직입니다.
서인숙 (이게 결국 안올모양이구나.. 살짝 짜증과 함께) 열어요.
지배인 (똑똑 노크를 한뒤 문을 연다)
서인숙 (순간 얼굴 화사하고 격조있는 웃음을 띄며 들어서며)
안녕하세요 모여사님! 제가 좀 늦었습니다!
호텔 스카이라운지 (별실)
이미 마주하고 앉아 있는 서인숙과 모사모님, 그리고 그 아들.
서인숙 정말 훌륭한 아드님을 두셨네요, 인물도 회장님을 닮아 아주 훤칠허구..
모여사 자경이는 좀 늦네요?
서인숙 얘가 요즘 회사일에 아주 푹 빠져 살아요,
다음주에 있을 창립파티준비 책임을 맡았거든요.
요즘 애들은 우리때하고 달리 어찌나 활동적이고 진취적인지...
모여사 그래두 여자가 나서봤자죠. (별로 탐탁찮은 표정으로 차를 마시면)
서인숙 (짐짓.. 살짝 거슬리지만 일단 누르고) 아 참! 내주부터 일본화가 3인전
이 열린다는데... 모여사님, 미술 좋아하시죠?
그 때 E. 똑똑똑 노크소리.
소리에 일제히 문쪽을 돌아보면 문이 열리고 들어서는 자경.
서인숙 (순간 얼굴에 안도의 희색이 돈다) 자경아...!
자경 (테이블앞으로 걸어와) 죄송합니다. 좀 늦었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그아들 (탐색하듯 자경을 본다)
자경 (별로 시선같은거 마주치지 않는 그 위로)
서인숙 안그래두 너 요즘 회사일때문에 눈코뜰새 없단 얘기 하던 참이야.
그아들 회사일이 재밌는 모양입니다?
자경 아직 재미로 할 만큼 커리어가 쌓인건 아니구요.
서인숙 그냥 경험삼아 하는거지. (모여사 보며) 결혼하면 들어앉혀야죠.
자경 (멈칫.. 그 말에 서인숙을 보는데)
모여사 요즘 거성이 자금사정 안좋단 소문은 알고 있지만..
그래두 딸 아이까지 동원해 회사일을 맡기다니.. 좀 모양새가 그렇네요.
서인숙 (그 말에 모여사를 본다. 이번엔 확 거슬리는 눈빛인데)
자경 무슨 소문을 어떻게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자금 사정이 좀 안좋다고
딸까지 동원해 책임을 맡길만큼 허술한 회사는 아닙니다.
저는 그저 제가 원해서, 제가 배우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뿐입니다.
모여사 (살짝 가소롭다는듯) 자경이 너 똑똑하단 얘긴 내 익히 들었다만,
그래도 어른 앞에서 그렇게 눈 똑바로 뜨고 대꾸하는게 아니지!
서인숙 (그런 모여사를 쎄하게 본다, 완전 기분 구겨진 표정.. 그 옆에서)
자경 기분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면서 시선 떨구는데)
서인숙 할 얘기 한것뿐인데 뭐가 죄송해.
자경 (멈칫.. 서인숙을 본다)
모여사 (? 서인숙을 보면)
서인숙 (모여사를 보며) 회사라는게 경영을 하다보면 자금사정이 좀 어려울수도,
풀릴수도 있는겁니다. 우리 거성은 지난 삼십여년동안 이런 고비 정도는
수도 없이 겪어왔지요. 그래도 단한번의 흔들림 없이 제빵업계의 일인자
자리를 고수해왔습니다. 앞으로 삼십년 이상은 더 그리 유지될거구요.
모여사 지금 무슨 얘길... (하는데)
서인숙 (OL) 그쪽 집안처럼 호시절 만나 갑자기 돈벼락에 맞은 졸부들과는
그 격이나 차원이 다르다는 얘길 하는겁니다.
모여사 이봐요, 서여사! (열받는)
서인숙 (OL) 인격과 덕망이 있는 분인줄 알고 한자리를 마련했습니다만,
역시나 졸부의 티는 숨길수가 없는 모양이군요.
잠시나마 그쪽 집안하고 연을 맺으려던 제가 다 한심해집니다.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서며) 더 있을 필요 없겠다. 일어나.
(그러더니 그대로 턱을 지켜든채 돌아서서 나간다)
자경 (일단 따라 일어나면서 두사람에게 목례한뒤 서인숙의 뒤를 따른다)
모/그아들 (둘 다 벙찐 표정으로 쳐다보는데서)
나오는 복도.
밖으로 걸어나오는 서인숙과 그 뒤를 따르는 자경.
자경 엄마, 잠깐만요, 같이가요. (하면서 팔을 잡으려는데)
서인숙 (탁! 뿌리치며 돌아보더니) 너! 당장 회사 그만둬!
자경 엄마!
서인숙 대체 내가 이게 무슨 챙피야!
저런 되도 않는것들앞에서.. 내가 이런 수모를 당해야겠니?
어떻게 느이 애비나 너나 똑같이 이렇게 내 속을 긁어! 긁기를!
자경 엄마가 마련한 자리고, 엄마가 뒤집은 자리예요.
나오고 싶지 않았지만 엄마 체면 생각해 억지로 나온거라구!
서인숙 시끄러! 다 필요없구!! 당장 회사부터 그만둬.
자경 엄마!
서인숙 하는꼴들이 전부 다 맘에 안들어!
너두 맘에 안들구 느이 아버지두 맘에 안들어!
회사 돌아가는 꼴두, 집안 돌아가는 꼴도 다 맘에 안들어!
이젠 더 이상 팔짱끼고 뒤로 물러서 있지만은 않을거다.
내가 다시 다 바로잡을거야.
(보며) 우선 자경이 너 당장 회사부터 그만둬! 내 말대로 해! 알겠니!
(그대로 홱! 돌아서서 나가버린다)
자경 ! (본다. 시선에서)
서인숙의 차.
올라타는 서인숙, 쿵! 문이 닫히자마자 카폰을 집어든다. 번호를 누른다
서인숙 납니다 박변호사님. 알아봐달라는건 어떻게 됐습니까? (듣더니) 그래요?
(허..!) 어쩔수 없죠, 일단 그 가격으로 사들입시다. (단호한 시선에서)
팔봉빵집, 제빵실.
쿵! 밀가루 포대와 함께 바닥에 넘어지고 마는 탁구.
온통 땀범벅이 된채 숨을 헉헉 내쉬고 있다.
일제히 돌아본다. (마준만 자기 빵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중)
허갑수 이번이 몇번째지?
고재복 네번쨉니다.
허갑수 그려? 벌써 네번째나 서른 두포대를 들고 오르락내리락한겨? 어이구우..
고재복 그러게요, 깡이 보통 깡이 아닙니다. 금방 포기할줄 알았는데...
마준 (탁구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빵 만드는 일만 열중)
넘어진김에 쉬어간다고, 탁구, 헉헉거리며 숨을 고르는데
그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양인목의 발. 탁구, 멈칫.. 올려다보면.
양인목 벌써 지친거냐? 겨우 이정도야? 이런 부실한 체력으로
어떻게 매일매일을 하루종일 서서 빵을 만들겠다는거냐!
이를 악물고 끙...! 다시 일어서는 탁구, 다리도 풀리고 팔힘도 풀리지만
다시 떨어뜨린 밀가루를 어깨에 짊어지고 일어선다.
고집스럽게 양인목을 툭! 치고 지나쳐 재료실에 밀가루 포대를 둔다.
그리고 양인목앞으로 다시 되돌아와 도전적으로 얼굴을 바싹 들이대더니
탁구 부실하다구요? 내가? (허! 하더니 갑자기 격하게 개다리춤을 추며)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곱푸없이는 못마십니다!
양인목 (? 본다)
탁구 (격한 이기동 흉내내며) 꿍따라닷다 삐약삐약! 꿍따라닷다 삐약삐약!
일제히 (??? 뭐하는거냐? 쳐다본다. 마준도 흘끗 돌아보면)
탁구 (쓱 다시 양인목앞에 얼굴을 바싹 들이대더니)
보셨습니까? 나 아직 멀쩡하거든요! 예?
(하면서 다시 양인목을 툭! 치고 지나쳐 나간다)
순간 양인목,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올뻔하는..
그러다 이내 쓱 거두더니 흠흠! 하고는 일하던 자리로 간다.
허갑수와 고재복, 그런 양인목을 본뒤 서로 시선을 마주친다.
마준, 그런거랑 상관없이 자기 할일만 하고 있고.
조진구만 뒤에서 탁구가 나간쪽으로 시선을 두면.
계단.
내려오다 그만 다리가 풀려 미끄러지는 탁구, 계단에 엉덩방아를 찧는다.
아...! 힘들고 아프고... 그러면서 다리를 툭툭 두들기는데,
그 때 그 옆으로 쓱 내밀어지는 물통하나.
탁구, 멈칫.. 올려다보면 조진구다.
탁구 아.. 감사! (하면서 받아든다. 꿀꺽꿀꺽 그 물을 마시는)
조진구 (지나쳐 계단을 내려온다. 오다가 멈추더니 반쯤 돌아서서 무뚝뚝하게)
나는.. 서른 여섯포대였다.
탁구 (? 보면)
조진구 (어색..하게) 처음에 이 빵집에 왔을때 날랐던 밀가루포대 말이다.
힘들겠지만.. 그래도 다 이유가 있어 시키는거니까.. (하는데)
탁구 별로 힘들지 않아요.
조진구 (멈칫... 탁구를 보면)
탁구 솔직히 말하면 나... 기분이 좋아질라 그래요 지금.
조진구 ?
탁구 내가 살아온날들은.. 저 밀가루 서른두포대보다 훨씬 더 무거웠어요.
엄마 찾을 생각.. 바람개비 문신을 찾을 생각...
우릴 이렇게 만든 사람한테 매일매일 복수할 생각...
뭐 그런 것들로 머릿속이 꽉차 있어서...
조진구 ... (그대로 서서 듣는 위로 계속)
탁구 그런데 지금은 그런 잡념들이 머릿속에서 사라졌어요.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땀을 흘려본적이 언제였나 기억두 안나요..
(어딘가 쓸쓸함이 묻어나는 웃음으로) 엄마한텐 쫌 미안하지만..
그래도 하루쯤은 이런 기분.. 괜찮지 않을까 그러던 중이었어요.
조진구 (순간 왠지 미안함 마음으로 본다. 보다가 뭔가 말하려는데)
탁구 형은 아니죠? 내가 찾는 그 사람..
조진구 (멈칫..! 말하려다 말고 보면)
탁구 하기사 아니겠지. 아니니까 나한테 물두 갖다주구 그러겠지. 그렇죠?
(그러면서 건네받은 물병을 들어보이며 씩 웃으면)
조진구 (본다. 표정 어두워져서 잠시 보더니) 그만 일해라.
(하고는 그대로 홱! 돌아서서 성큼성큼 나가버리면)
탁구 (? 보다가) 가만.. 저 형을 빼면... 그러면 남은 사람이
그 대마왕하고, 도끼눈.. 그 둘뿐인가? (생각하는 표정에서)
아주 짧은 insert> 제빵실.
한쪽에서 일을 하던 양인목, 엣취! 재채기하는 모습에서 스틸.
그 위로 탁구의 필기체 자막 "대마왕"
한쪽에서 휴식 취하던 허갑수, 아, 귀가려! 하면서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는 모습에서 스틸, 그 위로 자막 "도끼눈" (아주 짧게 한컷트씩만)
다시 계단>
탁구 아.. (긁적긁적) 아무래도 도끼눈보다는 대마왕쪽이 쫌 더 유력한데..?
생각에 잠기는 탁구, 남은 물을 끝까지 쭈욱 들이킨 뒤 카아!
시원하게 턱을 문지르면.... 화면, 계단 뒷쪽으로 천천히 이동한다,
그 한쪽 구석에 서서 듣고 있던 미순, 말없이 피식 한번 웃는다.
그러면서 가게쪽으로 다시 나가는 모습에서.
팔봉빵집 앞.
끼이이익! 와서 멈춰서는 자동차 두대.
동시에 차문이 양쪽에서 벌컥벌컥 열리면서 나타나는 떡대들.
그 한가운데 사내1의 모습이 보인다. 쓱 팔봉빵집을 올려다보면.
팔봉 빵집.
가게 문이 드륵 열리며 안으로 쏟아지듯 들어서는 사내1과 떡대들.
미순, 손님에게 거스름돈과 빵봉지를 내밀면서 그들을 보다가
멈칫하는 표정으로 그들을 본다. 왠지 불길한 느낌이 스치면.
팔봉 제빵실.
E. 삐이, 삐이.. 울려대는 인터폰 수화기를 집어드는 양인목.
양인목 네, 제빵실입니다. (듣는다. 표정없이 듣더니) 알았어. 곧 내려가지.
(인터폰 수화기를 내려놓더니 돌아보며) 손님들이 오셨다는군.
그 말에, 허갑수, 고재복, 마준, 일제히 양인목쪽을 돌아보면.
팔봉집 안채. 거실.
드륵!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양인목과 허갑수.
그 앞으로 쟁반을 들고 나타나는 오영자.
오영자 왔어요? (하면서 한쪽으로 물러서서 거실안쪽을 돌아보면)
서 있던 오영자의 뒤로 나타나는 이, 구일중이다.
(그 옆으로 한승재, 그림자처럼 서 있고)
구일중, 양인목과 허갑수를 보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물컵쟁반을 들고 있는 오영자를 사이에 둔채
구일중과 양인목, 서로 그렇게 마주보는 시선에서,
팔봉빵집.
미순 어떻게.. 오셨습니까?
사내1 (쓱 앞으로 다가서더니) 이 집에 김탁구라고 있지.
미순 예?
사내1 그 녀석 나오라 그래.
미순 저기... 무슨 볼일이신지... (하는데)
사내1 김탁구 그 자식 나오라 그러라니까 뭔 말이 이렇게 많아!!!!
(하면서 발로 옆에 있던 의자를 쾅! 걷어찬다)
미순 !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부서진 의자를 본다. 고개들어 사내1을 보면)
계단 아랫쪽.
그 소리에 밀가루포대를 집어들던 탁구, 흠짓! 가게쪽을 돌아본다.
제빵실 안.
고재복과 함께 식힌 빵을 바구니에 담던 마준, 역시 멈칫해서 돌아본다.
고재복 무슨 소리지? 방금 아랫층에서 뭔 소리 났지? 그치?
마준 (무슨 일이지? 하는 시선으로 보면)
다시 팔봉집, 안채 거실.
구일중 오랜만이군, 인목이.
양인목 (표정없이 본다)
구일중 (허갑수를 보며) 갑수 자네도 잘있었나?
허갑수 이? 이이.. 그려! 어이구 반갑네 일중이, 아니지.. 구회장! 허허(웃는데)
양인목 어쩐일로 오셨습니까.
구일중 선생님을 좀 뵈려구 왔네. (하면서 짐짓 웃으면)
오영자 (웃으며) 그러구 서있지들 말구 좀 앉어요. 응? 앉어요 일중 오빠.
당신두 들어와 앉어요 여보. 응? (하는데)
팔봉 일중이가 왔다구? (하면서 양인목의 뒤로 들어선다)
그러자 양인목과 허갑수, 그리고 오영자 일제히 돌아보면
안으로 들어서는 팔봉, 들어서다가 구일중을 본다.
구일중 선생님! (반가운 표정으로 팔봉을 보면)
팔봉 그래.. 일중이냐? (흐뭇하고 반가운 미소로 본다)
오영자 네, 일중 오빠예요 아버지. (짐짓 미소로 구일중을 보면)
양인목 (혼자만 별로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구일중을 보는데서)
팔봉빵집 안.
미순 어어? 당신들 지금 뭐하시겁니까? 남의 빵집에서?
이렇게 막 부수구, 막 함부로 횡포를 부려도 되는겁니까 지금!!!!
사내1 그러니까 김탁구를 데려오라구! 그럼 그 녀석만 데리고 사라져줄테니까!
미순 자꾸 이러면 나 경찰 부릅니다! 예?
사내1 그 경찰 불러서 어따 쓸라구!
미순 어따 써먹긴! 당신들 잡아가라구 써먹지! (하고 수화기 집어드는데)
사내1 (동시에 미순의 팔을 나꿔채고, 전화선 확! 뽑아버리더니) 까불래 너!
미순 당신들이야 말루 까불지 말구 이 손 놓을래? 어!!!
사내1 근데 이 기집애가! (하면서 다른 손으로 번쩍 들어 위협하려는데)
턱! 그 손목을 잡아채는 또 다른 손.
미순, 움찔! 하다가 어? 고개 돌려 쳐다보면 탁구다.
사내1 (탁구의 얼굴을 알아본다) 너구나. 김탁구!
탁구 그래, 나다. 김탁구. 이렇게 고명하신 분한테 너같은 허접쓰레기들이
무슨 용건이 있어 찾아온거냐?
사내1 같이 좀 가줘야겠다. 김탁구.
탁구 싫은데.
사내1 그럼 할수 없지, 잡아패서라도 데꾸 가야지! (하면서 퍽! 치면)
미처 피하지 못한채 쿵! 나가떨어지는 탁구,
미순, 헉! 놀라는 표정으로 탁구를 내려다보면
탁구 근데 이 짜쉭들이이!!! (벌떡 일어나더니) 이야아아아아아!!!!
(사내1과 떡대들을 향해 달려들면서 프레임-아웃 되면)
미순 (헉! 두 눈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는 위로 E. 퍽퍽! 싸우는 소리)
놀라는 미순의 뒤로 계단통로뒷문쪽에서 막 나타나는 마준과 고재복.
순간 두 사람 모두 놀란 표정으로 보는것과 동시에,
서 있는 그 세사람(미순, 마준, 고재복)앞으로 또 한번 쿵! 나뒹구라지는
탁구! 이미 입술 한쪽에 피가 맺혔다.
탁구 어쭈! 장난이 아닌데! 오늘 피 한번 보자 이거지 늬들! 다 죽었써!!!
(홱! 청조끼까지 벗어 미순이한테 맡기더니) 이야아아아!!!
(달려들면서 프레임-아웃. E. 싸우는 소리/ 부서지는 소리 들리면)
미순 (돌아보며) 뭐하구 있어! 빨리 가서 아버지한테 알리지 않구!!!
고재복 어? 어어어!!! (하더니 후다닥 뛰어나간다)
마준 (끝까지 움직일 생각도 안한채 침착하고 냉정한 표정으로 본다)
계단 통로.
그 뒤로 마침 계단 통로쪽으로 들어서던 조진구,
정신없이 뛰어나가는 고재복을 돌아본다. 무슨 일이지?
그 때 가게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조진구 그쪽을 돌아보면,
팔봉집 안채, 거실.
평화롭고 조용한... 가운데 마주앉아 있는 팔봉과 구일중,
(한승재는 구일중 뒷쪽에, 양인목과 허갑수는 가운데에 자리하고)
오영자는 그들에게 시원한 레모네이드를 놔준뒤 한쪽에 앉는다.
팔봉 이게 몇년만이냐 대체?
구일중 J호텔에서 열린 프랑스 대사 공식초청행사때 뵙고 처음이니까..
한 십오륙년 됐지 싶습니다.
팔봉 어이구.. 벌써 그리 됐구나.
구일중 그 동안 이런저런 사는 핑계로 찾아뵙지 못해 송구스러울뿐입니다.
팔봉 너야 기업을 운영허는 사람이니 바쁜게 당연허지.
나한테 송구할거 없다. 니가 끄떡없이 잘살면.. 그게 인사인게야.
구일중 실은, 다음주 금요일이면 저희 회사가 창립한지 삼십주년이 됩니다.
허갑수 어이구! 세월이 유수라더니만.. 회사 채린지 삼년뿐이 안된것같은디
벌써 삼십년이나 됐구머언.. 허허허.. (웃다가)
양인목 (찌릿! 쳐다보는 시선과 마주치자)
허갑수 (조용히 레모네이드를 들이키면)
구일중 해서.. 선생님을 모시고자 이렇게 초대장을 들고 왔습니다.
(하면서 안주머니에 챙겨온 초대장을 테이블위에 내민다)
팔봉 (? 본다)
양인목 (별로 맘에 안드는듯 보면)
오영자 초대장이라구요? 어머나... (하면서 대신 초대장을 집어들어 읽더니)
창립파티? 파티면.. 다들 턱시도랑 드레스 빼입고 막 그러는거요?
구일중 (짐짓 웃으면)
오영자 (양인목을 보며) 여보, 우리두 갑시다, 응? 파티라잖어.
이럴때 아니면 우리가 언제 이런데 한번 가봐요, 안그래?
(팔봉보며) 아버지, 우리 다같이 가요, 일중오빠네 창립파티라잖어요.
양인목 미안하지만 나는 그 날 바쁠 계획이라서.
허갑수 바쁘기는. 아 신참두 둘이나 들어왔겄다..
진구랑 미순이 재복이헌티 맽겨놓구설라믄에,
스승님 뫼시고 냥 당일치기루 휙 갔다오면 쓰겄구만, 안그려?
오영자 그래요, 우리 다녀옵시다 여보, 응? (하는데)
양인목 실례지만 저는 먼저 일어나봐야겠습니다.
아직 제빵실 마무리를 안해놔서... (하면서 일어서려는데)
그 때 헐레벌떡 들어서는 고재복! 우당탕 요란하게 넘어지더니
다시 후다닥 마루위로 기어올라온다.
팔봉을 비롯해, 양인목, 허갑수, 오영자, 구일중, 한승재 돌아보면
고재복 스승님! 대장님! 크크크크큰일 났습니다!!!!
지금 가가가가게에... 깡패녀석들이 쳐들어왔습니다!!!!
양인목 뭐라구! (놀라서 본다)
구일중 (? 본다)
한승재 (순간 낯빛이 창백해지는... 하필 이런 타이밍에!)
팔봉 (보며) 인목아!
양인목 걱정마십쇼, 제가 가보겠습니다! (벌떡 일어나 달려나간다)
오영자, 허갑수, 재빨리 그 뒤를 따르고 고재복도 따라나간다.
구일중 역시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돌아본다.
한승재, 남모르는 식은땀... 타이밍이 안좋다... 불안한 눈빛에서,
팔봉빵집 안.
우당탕!! 테이블과 함께 나가떨어지는 탁구..
이미 상처가 심하다. 그래도 끝까지 일어나 사내1과 다시 마주선다.
탁구 모기 때려잡냐? 이렇게 주먹들이 약해서
이거 어디 오늘안에 결판이나 나겠어? 어?
사내1 결판낼라고 온거 아니다. 널 데려가려고 온거다.
탁구 미안하지만 나는 이 빵집에 아주 중요한 볼일이 있단 말이지!
그 볼일 끝나기 전엔 아무데도 안갈거란 말이지이!!!
사내1 여기서 더 맞으면 너 죽는수가 있어!
탁구 죽을 고비라면 신물이 나도록 넘겨서 이젠 무섭지도 않거든! 어쩔래!
사내1 아, 이 질긴 자쉭!!!! (하면서 주먹을 날리는데)
바로 그 때, 사내1의 주먹을 턱! 막으며 강펀치를 날리는 조진구.
탁구, 멈칫.. 돌아본다. 조진구와 시선이 마주치자 씩 한번 웃는..
조진구, 그대로 떡대들을 하나씩 헤치워나간다.
탁구도 사내1을 상대로 다시 힘을 내서 싸우기 시작한다.
부서지는 집기들, 땅바닥으로 쏟아지는 빵들.
미순 어뜩해! 우리빵!! 우리 빠앙!!! 아 진짜아아!!!!
(짧은 머리를 긁적이며 어쩔줄 몰라하다가 옆에 서있는 마준을 보더니)
이봐요! 보구만 있을거예요?
마준 나하고 상관없는 싸움이예요. (하고 돌아서려는데)
미순 우리 가게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이예요!
최소한 말리려고 노력은 해야하는거 아니예요?
마준 (그런 미순을 잠시 본다. 보더니 뽑힌 전화선을 연결한다.
수화기 신호음을 듣더니 번호를 누른다) 거기 경찰서죠?
미순 ??? (본다. 시선에서)
탁구와 조진구, 완전 한팀이 되서 사내1과 떡대들을 상대로 싸움!
둘 다 숨이 헉헉 차오른다. 이러저리 주먹질을 하다가
탁구 뒤에서 공격하는 떡대1을 못본다.
조진구, 재빨리 떡대1을 막으려고 손을 뻗는다. 탁구, ? 돌아보는 순간
바로 눈앞으로 지나가는 조진구의 주먹!
그 바람에 조진구의 팔목이 드러난다. 순간..!!!!!
(모든 동작이 느릿하게 흘러가면서)
그 팔목에 있는 바람개비 문신이 탁구의 시야에 잡힌다.
탁구 ....! (순간 움직이지 못한채 그 바람개비 문신을 본다)
조진구 ....! (떡대1의 목을 잡고 있다가 멈칫..! 드러난 자신의 문신을 본다)
동시에 탁구를 돌아보는 조진구! 허공에서 탁구의 시선과 부딪힌다!
탁구, 너무 놀라서 그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조진구를 본다.
조진구 역시, 뭐라 말도 못한채 그저 빤히 탁구를 본다. 보는데
양쪽에서 날라오는 사내1과 떡대의 주먹에 탁구와 조진구 나가떨어진다.
사내1과 떡대들 우르르 넘어진 탁구와 조진구한테 덤비는데 바로 그 때!
양인목 당장 그만들 두지 못해애애애애!!!!!! (화면이 흔들릴정도로의 버럭질!!!)
순간 미순과 마준은 물론, 사내1과 떡대들.
그리고 나가떨어진 탁구와 조진구까지 일제히 돌아보면
양인목 이것들이 감히! 내 가게에서 폭력을 휘둘러!!!!
이 놈들!!! 그냥 두지 않겠다아아아아!!!!!!! (일갈을 날리는것과 동시에)
떡대의 뒷덜미를 잡고 가게 밖으로 던지기 시작한다.
한놈, 두놈, 너무나 가볍게 그들의 뒷덜미를 잡아 내던지는 양인목.
(insert> 가게 앞. 나뒹구라지는 떡대들 한놈, 두놈, 줄줄이...)
마지막으로 사내1과 정면으로 맞부딪히는 양인목,
그러나 사내1, 절대 만만하지 않다. 힘겨루기에 들어가는 두 남자.
양인목 당장 썩 물러가라! 당장!
사내1 김탁구만 넘겨주면 사라져준다니까!!
양인목 진구야! 탁구 데리고 얼른 윗층으로 올라가라!
조진구 (본다)
양인목 뭐하구 있어! 그 자식 얼른 데리고 올라가라니까!!
조진구, 본다. 보더니 이내 어금니 꾹 물고는 넋이 나가있는 탁구의
옷깃을 잡아채더니 그대로 질질 끌다시피 데리고 나가면.
양인목 으아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사내1과 힘겨루기를 하는데서)
팔봉 제빵실.
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조진구과 탁구.
조진구 탁구를 한쪽 벽에 세워둔채 잠시 숨을 고른다.
탁구, 힘없이 한쪽벽에 기댄채 주르르 주저앉는다.
여전히 충격이 가시지 않은듯 멍한 상태.
조진구, 그런 탁구를 본다. 보다가 그 옆에 같이 주르르르 기대앉는.
그렇게 두 사람, 서로 어떤 말도 못한채 숨만 헉헉거리는데서.
팔봉집 안채, 거실.
구일중 밖이 많이 소란스러운거 같은데... 저두 나가보는게...
한승재 (순간 긴장어린 눈빛으로 구일중을 보는데)
팔봉 아니다. 그럴거 없다. 인목이가 나갔으니 알아서 해결을 할게다.
한승재 (얼른) 오늘 저녁때 오성그룹 대표님과 미팅이 있습니다.
십분내로 출발하지 않으면.. 늦으십니다 회장님.
구일중 (반쯤 고개 돌려 보면) 전화해서 늦는다고 전하게.
아니면 다른날로 미루든가... (하는데)
팔봉 가보거라.
구일중 (멈칫.. 팔봉을 보면)
팔봉 초대장은 내가 잘 접수하마. 그러니 그만 가서 니 일 봐야지.
구일중 선생님...
팔봉 초대장은 핑계고..
사실은 니 마음이 소란스러워 찾아온거 다 알고 있다.
구일중 (멈칫.. 보면)
팔봉 니 회사가 요즘 어렵다는 얘기도 풍문으로 들어 알고 있구.
(보며) 스승이라는 사람이 따로 도와줄 힘은 없고...
다만 한가지 해줄말이 있다면...
구일중 (팔봉을 보면)
팔봉 가끔은 쉬어가면서 하거라. 일중아.
구일중 ! (본다)
팔봉 하늘도 보고.. 산도 보고.. 그리고 니 옆에 사람도 좀 둘러보고...
그러면서 살거라. 그럼 쉬이 지치지 않을게다.
너는.. 다 좋은데 너무 앞만 보고 달려.
그러니 니 자신이 행복해질리가 없지.
구일중 (본다. 무슨뜻인지 알고 짐짓 시선 떨구며) 면목없습니다 선생님.
팔봉 (웃으며) 다음날에 또 보거든.. 그 땐 나하고 오목이나 한판 두자꾸나.
구일중 (그 미소에 한결 마음이 누그러지는..) 네. 선생님. (미소에서)
한승재 (그 뒤에서 혼자만 긴장어린 눈빛으로 바깥쪽을 의식하면)
팔봉빵집 앞.
세워져 있는 경찰차 두어대.
수갑채워 태워지는 사내1과 떡대들, 각각 경찰차에 태워진다.
양인목은 경찰들과 사건경위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중인.
그 일각으로 나타나는 한승재, 그 상황을 조용히 본다. 시선에서
팔봉빵집 안.
오영자와 허갑수, 마준, 그리고 미순 아수라장이 된 가게안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저 서 있을뿐.
그 안으로 양인목, 들어서서 보면.
오영자 세상에 이를 어째.. 이게 돈으루 다 얼마야.. 속상해 증말!
허갑수 이게 다 저 탁구란 놈 때문이여,
저 깡패들두 김탁군지 하는 놈 잡으러 왔대잖어! 안그려?
그 놈은 완전히 재앙의 씨앗이여, 그런 재수없는 놈은 들이는게 아녀어!!
마준 (말없이 빗자루 들고와서 치우기 시작한다)
미순 (그런 마준을 본다. 보더니 옆에서 같이 치우기 시작하면)
오영자 여보, 탁군지 뭔지 하는 애.. 계속 집에 둬도 되는거예요?
허갑수 내 생각은 그렇다. 일단 스승님헌테 전후 사정 다 고해바치고
그 놈을 당장 내쳐야헌다고 본다 나는. 안그러냐 인목아?
양인목 (대꾸없이 시선 들어 윗층을 한번 보더니) 미순아.
미순 (? 본다) 네.
양인목 얼음주머니해서 윗층에 있는 두 녀석한테 갖다줘라.
오영자 여보!
허갑수 인목아.
마준 (그런 양인목을 보면)
양인목 (말없이 푸대종이 가져다 쓰레기를 담기 시작한다)
미순 (그런 양인목을 본다. 역시.. 대인배!!! 라고 생각하는 시선에서)
다시 팔봉집 제빵실.
아무말 없이 나란히 앉아 있는 탁구과 조진구. (둘 다 완전 만신창이)
탁구, 천천히 시선을 돌려 조진구의 팔목안쪽을 본다.
무릎위에 올려진 그의 팔목 안쪽에 선명히 보이는 바람개비 문신.
조진구, 탁구의 시선을 의식한듯.. 쓰윽.. 한손으로 그 문신을 가리면
탁구 정말... 어이가 없네...
조진구 ...
탁구 지난 십이년을.. 하루도 안걸르구 오늘만 생각했는데...
당신을 만날 날만 생각하고 또 생각했는데...
만나게 되면.. 일단 죽도록 패준 다음... 왜 그랬냐구...
왜 우리 엄마를 납치했냐구..! 지금 우리 엄만 어딨냐구..! (하는데 울컥)
조진구 ...
탁구 (돌아보며) 어딨냐? 우리 엄마...
조진구 ...
탁구 우리 엄마... 지금 어딨어? 잘... 살고는 있어??
다른거 다 입다물고 대답 안해도 좋아. (두 눈에 눈물 그득 고여)
우리 엄마! 잘 있다고만 대답해! 잘 있는거.. 맞지! 그치이..?
조진구 (눈시울이 벌개져서 탁구를 본다. 보더니 그 앞에 무릎을 꿇는다)
탁구 ...! (본다) 안돼.. 이러지 마.
조진구 날.. 용서하지 마라...
탁구 이러지 마!
조진구 날.. 용서하지 마...
탁구 이러지 말라구우우우!!!! (외치는데 두 눈 충혈되면서 눈물이 툭...!)
이러지 마... 사과하지 마. 용서 빌지 마....
그런거 안해두 되니까... 우리 엄마 있는데만 대.
우리 엄마 잘있다고만 대답하란 말야 이 자식아아아!!!! (하는데)
조진구 (눈물이 툭.. 떨어지더니) 미처... 내가 잡질 못했어.
탁구 ....! (본다)
조진구 거기에... 거기에 낭떨어지가 있을줄... 몰랐다....
탁구 (순간 멍...! 한 표정.. 충혈된 눈에서는 계속 눈물이 흐르고) 아니야...
조진구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달렸어두....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느이 엄말 잡아챘어두...
탁구 (쿵! 충격어린 표정으로 보는데서)
FLASH-BACK> 떨어지는 김미순의 얼굴에서.
탁구 (울음으로 절규하듯) 아니야...!!!
조진구 니가 날 죽인다구 해도... 나는 너를 원망안해.. 원망할 자격도 없다..
정말 미안하다...!! (하면서 그대로 고개를 숙이는데)
탁구 (조진구의 멱살을 나꿔채듯 잡아올리며)
입닥쳐! 시끄러워!!! 그런 말 하지 말라구 새꺄!!!
우리 엄마 잘 있잖아! 잘 살구 있잖아!!! 그렇다고 대답해!
그렇다고 다시 말하라구 새꺄아아아!!!
조진구 (그대로 고개를 숙인채 흐느끼는)
탁구 (멱살을 잡은채 끄윽..끄윽.. 참을수 없는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그 문앞에 얼음주머니를 든채 멍하니 바라보는 미순...
차마 들어서지 못한채 그저 그 두사람을 보면.
탁구 (끊어질듯.. 흐느낀다. 흐느끼더니 순간) 으아아아아아아!!!!! (울부짖으면)
팔봉빵집
치우던 양인목과 오영자, 허갑수, 고재복, 그리고 마준..
일제히 윗층쪽을 올려다본다.
양인목 ... (결국... 알아버렸구나. 씁쓸한 시선에서)
팔봉빵집 앞 일각.
세워둔 차에 올라타려던 구일중, 멈칫.. 빵집쪽을 돌아본다.
한승재, 차문을 열다 말고 같이 돌아보면
구일중 무슨 소리지?
한승재 글쎄..요.
구일중 방금 누가.. 우는것 같았는데...! (왠지 마음 쓰여 쳐다보는데, 그 때)
빵집안에서 쓰레기가 담긴 푸대자루를 들고 나오는 마준.
구일중과 한승재 동시에 마준을 본다.
마준, 역시 쓰레기푸대를 들고 나오다 우뚝 멈춰서서 그 두사람을 본다.
구일중 ! (본다)
한승재 !!!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듯 마준을 빤히 보면)
허갑수 어이 태조군!!
마준 (듣지 못한채 구일중앞에 얼어버린듯.. 보면)
허갑수 (뒤에서 쓰레기푸대 하나 더 들고나오며) 이봐 태조!!!
마준 (순간 돌아보며) 아, 예.. 선배님.
허갑수 갖다버리는 짐에 이것두 같이 버리라구. 이?
마준 예. (받아들더니 구일중과 한승재를 모르는척 외면한채 가버린다)
구일중 (그런 마준을 빤히 쳐다본다)
한승재 (역시 멍한 표정으로 돌아보면)
허갑수 (? 보다가 구일중을 본다) 어! 일중이! 지금 가는겨?
구일중 (여전히 시선은 태조에게 준채)
허갑수 어이구, 이렇게 오랜만에 보는디 술한잔도 뭇허구... 영 섭섭허구만.
구일중 저 아이... 이 집에서 일하나?
허갑수 이? (마준을 돌아보며) 이, 신참이여. 바루 어제께 들어왔어.
일본서 왔다는디 실력은 꽤 있는 모냥이더라고.
구일중 그런가...
허갑수 근디 왜? 워째 그려? (구일중을 보면)
구일중 아닐세.. (하면서 다시 마준을 본다)
마준 (쓰레기를 내려놓은뒤 시선 피한채 도로 안으로 들어간다)
한승재 (빤히 본다. 시선에서)
돌아오는 차안. N.
한동안 말없이 각자 상념에 잠긴 구일중과 한승재.
구일중 자네.. 마준이가 거기 있는거 알고 있었나?
한승재 아닙니다. 저도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구일중 그래... (그러면서 창밖으로 고개 돌려)
그 녀석... 정말로 진심인 모양이군. 그렇지?
한승재 (짐짓 반쯤 고개 돌려 구일중을 보면)
구일중 (음... 깊은 상념에 잠기는 눈빛으로 먼곳을 바라본다.)
한승재 (조용히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본다. 복잡해지는 마음에서)
팔봉집 안채, 식당. N
다같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팔봉네 식구들.
(팔봉, 양인목, 오영자, 미순, 허갑수, 고재복..)
다들 마음속이 심난한듯, 다들 아무말 없이 식사만 하는 중.
팔봉, 식사를 하면서 비어있는 두개의 자리를 본다.
그리고 맞은편에 비어있는 또 한자리를 본다. 그 시선에서.
허갑수/고재복/조진구의 방. (고참들의 방) N
혼자 불꺼진 방안에 앉아 있는 조진구.. 그저 멍한 표정으로...
그의 손에는 예쁘장하게 생긴 여동생의 사진이 들려져 있고....
조진구, 무표정하게 긴 한숨을 내쉰다.
탁구/마준의 방. N.
역시 스탠드 불빛만 비추는 어두컴컴한 느낌의 방안.
혼자 서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마준,
무언가 마음에 잔뜩 걸리는듯 착찹한 시선으로 쳐다보는데서.
팔봉집 앞, 나무 마당. N
혼자 의자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탁구.
멍하니 하늘에 뜬 달을 올려다보고 있다. 세상이 다 끝난것 같은 표정...
그 뒤로 천천히 뒷짐진채 나타나는 팔봉.
팔봉 탁구야. 너 거기서 뭐하냐.
탁구 ....
팔봉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먹었다며?
탁구 ....
팔봉 (본다. 보더니) 따라오거라.
탁구 (그제야 짐짓.. 고개를 반쯤 돌려 팔봉을 보면)
팔봉 (뒷짐진채 제빵실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다)
탁구 (본다. 시선에서)
팔봉제빵실. N
탁구, 천천히 한쪽으로 프레임-인 되면서 보면
팔봉, 숙성냉장고에서 반죽통 하나를 꺼내 빵을 만들 준비.
탁구 뭐하시는... 겁니까?
팔봉 빵을 만드는 중이다.
탁구 (? 보면)
팔봉 (빙긋 한번 웃더니 빵을 만들기 시작)
팔봉의 손놀림, 정중하고 품격이 있으며, 주름진 손은 아름답기까지하다.
탁구, 건너편에서 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보며...
탁구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야합니까.
팔봉 (대답없이 빵성형을 하기 시작한다)
탁구 이제껏 나는 오직 우리 어머니를 찾기 위해서... 그것만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이젠.. 어머니를 찾을수가 없답니다...(하는데 또 시큰..)
이제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합니까?
팔봉 (빵을 오븐에 넣고 타이머를 돌리더니) 기다려야지.
탁구 (? 두 눈에 눈물 가득 고인채 쳐다본다) 예?
팔봉 (탁구를 보며) 빵이 잘 구워지라고.. 맛있게 구워지라고.. 기다려야지.
탁구 (그 말에 어금니를 꾹 물더니) 저는... 빵이 싫습니다!
팔봉 (? 탁구를 본다)
탁구 빵만 보면.. 싫은 기억이 떠올라서... 싫은 사람들이 떠올라서...
이젠 빵을 먹으면 두드러기가 날만큼.. 빵이 싫습니다.
빵을 목구멍으로 넘기면 토할만큼 싫습니다.
팔봉 그렇다면 너는... 그 동안 착하게 살아오지 않은 모양이구나.
탁구 (멈칫.. 그 말에 팔봉을 보면)
팔봉 착하게 산다는건 미워하고, 분노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없애는 일이다.
니 어머니가 너한테 착하게 살라고 한건 아마 그런뜻이었을게야.
미워하지 말라고.. 분노하지 말라고.., 다 이해하고 용서하며 살라고..
그래야 세상도 이길수 있지 않겠니?
탁구 ! (멍한 눈으로 팔봉을 본다. 보며) 할배... 할배가 그걸 우째 압니까?
팔봉 (짐짓 웃으며) 십이년전 한 소년의 눈빛을 본적이 있다.
정직하고, 강직하고, 두려움이 없었지.
지금 너의 눈빛은.. 온통 흐려지고 원망으로 가득 차있구나.
탁구 !!! (설마... 하는 눈빛으로 본다)
팔봉 (그래, 나다. 하는 지긋한 표정으로 탁구를 보는데)
그 때 땡..! 오븐에서 빵이 다 구워졌다는 소리가 들린다.
탁구, 멈칫... 그 소리 나는 오븐을 보면.
(짧은 경과)
탁구 앞으로 맛있게 구워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내미는 팔봉.
팔봉 이젠... 빵과 화해를 하는게 어떠냐?
그래도 한때는 빵 때문에 행복했던 적도 있지 않느냐?
그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도록 해봐.
그리고.. 니 마음속에 있는 원망과 아픈 추억과도 화해를 하거라.
탁구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갓구워진 빵을 본다. 보는 시선위로)
FLASH-BACK> 2부에서 엄마가 사주던 소보루빵...
FLASH-BACK> 4부에서 아버지와 같이 먹던 크림빵...
다시 현재>
탁구, 두 눈에 눈물이 가득한채 천천히 손을 뻗어 팔봉의 빵을 집어든다.
집어들고 천천히 한입 베어문다. 맛있다...
다시 또 한입 베어물고 또 한입 베어무는데 눈물이 울컥! 고인다.
그 때 그 앞으로 엽차를 내미는 팔봉의 주름진 손.
탁구, 멈칫.. 그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엽차잔을 보는 위로
김미순E (2부) 아나, 목멕힐라 마셔가며 무으라.
탁구 (순간 툭... 눈물이 떨어진다. 얼른 손등으로 쓱 문지른다, 그 위로)
김미순E (2부) 니 그거 아나? 니는 내한테 금쪽같은 아들이다.
탁구 (순간 울컥! 하면서 핑그르르 눈물이 도는걸 꾹 누르더니 E) 안다.
김미순E (2부) 이 세상에서 내한텐... 니 밖에 엄따.
탁구 (툭,.. 투둑...! 눈물이 떨어진다 계속 손등으로 문질러 닦으며 E) 안다...
팔봉 (그런 탁구를 지그시 바라보며) 마셔가며 먹어라. 목막힐라.
탁구 (눈물 가득한 시선으로 팔봉을 본다)
팔봉 (따뜻하게 웃어준다)
탁구 (본다. 보더니 팔봉이 내민 엽차를 마신다)
바라보는 팔봉과, 그 앞에서 빵을 한입 가득 베어무는 탁구...
입안 가득 빵을 먹고 또 먹는 탁구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진다.
그 모습 길게 주다가.
그 일각>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마준, 감정없는 눈빛에서.
카페 앞. N.
와서 멈춰서는 한승재의 차.
한승재, 조용히 시선돌려 카페쪽을 본다.
카페안. N.
(한쪽에 대학생 대여섯명이 둘러앉아 있다. 그 중에 자림도 보인다)
그 뒤로 들어오는 한승재, 쓱 둘러보더니 구석쪽으로 간다.
(자림은 등지고 있어서 한승재를 보지 못하는)
한승재 (테이블 맞은편에 앉는다)
마준 (흘끗 보면)
한승재 뜻밖이었다. 설마 니가 거기 있을거라곤 꿈에도 몰랐어.
마준 나도 몰랐어요. 아저씨하고 아버지가 그렇게 갑자기 나타나실줄은..
한승재 어떻게 아버지의 스승밑에 들어가 빵을 배울 생각을 다 한거냐?
마준 내가 그런것까지 아저씨한테 구구절절 설명해야해요?
한승재 (멈칫.. 마준을 보면)
마준 오늘 소동.. 아저씨 짓이죠? 깡패들 보내 그 난리 피운거..
맞죠? 아저씨가 시킨거.
한승재 계획이 좀 틀어졌을뿐이다.
마준 아저씨의 계획은 처음부터 언제나 틀어지고 있었어요.
한승재 (마준을 보면)
마준 탁구 그 자식을 다시 만나면서
운명이라는게... 생각보다 질기다는걸 알았어요.
아저씨가 신이 아닌데.. 그 질긴 운명을 어떻게 바꿀수 있겠어요.
더구나 그런 깡패들 따위로 어떻게요. 안그래요?
한승재 운명이든 악연이든.. 내가 알아서 해결할거다. 허니.. (하는데)
마준 알아서 해결하지 마세요!
한승재 (? 보면)
마준 이젠 더 이상 탁구 그 녀석.. 건드리지 말라구요.
없애도 내가 없애고 고꾸라뜨려도 내가 고꾸라뜨려요!
한승재 마준아...
마준 (OL) 그 녀석하고의 악연은 내가 알아서 정리할테니까
더 이상 아저씬 나서지 말라구요. 만약 한번만 더 아저씨가 나서면
그 땐 내 앞길 막는거라고 생각할겁니다. 아시겠어요?
한승재 마준아!
마준 당분간 그 이름은 안씁니다.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일어서는데)
한승재 창립파티땐 참석 하도록해라. 느이 어머니가 많이 기다리실게야.
마준 (그 말에 한승재를 쓱 본다. 어딘지 경멸의 눈빛이 스치더니)
어머니한테 이 상황에 대해 아무 말씀 안하신다면.. 생각해보죠.
(하더니 그대로 홱! 돌아서서 나가버린다)
한승재 .... (돌아본다, 보다가 나즉히 한숨.. 마준에게는 어쩌지 못하는 그다.)
마준, 나가면서 딸랑! 문소리가 나면.
자림, 친구들과 얘기 나누면서 무심코 돌아보다가 마준의 뒷자락을 본다.
보다가 어? 하는 표정.. 그러다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한승재를 본다.
자림 (어? 보더니 일어나 다가서며) 아저씨.
한승재 (멈칫.. 돌아본다, 역시 의외) 자림아. 이 시간에 아직 안들어가구 뭐해..?
자림 (문쪽을 보며) 조금전 그 애.. 마준이죠?
한승재 (멈칫.. 그러다가 이내 아닌척) 무슨 소리냐. 마준인 지금 일본에 있잖니.
자림 그래요? 이상하네.. 영락없이 마준이든데...? (하면서 돌아보면)
카페앞 거리. N.
마준, 택시를 잡기 위래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오다가
바로 그 때 카페쪽으로 가던 여학생과 부딪힌다.
그 바람에 여학생, 들고 있던 종이뭉치들이 우르르 떨어지고.
마준, 귀찮은듯 흘끗 보더니 그래도 일단 같이 주워준다.
유경 아, 죄송합니다... (마준에게 종이뭉치 받으며) 고맙습니다.
마준 (대충 주워서 건네주다가 그만 그녀의 모자를 툭.. 건드린다)
유경 (그 바람에 야구모자가 뒤로 벗겨지면서 흘러내리는 머리칼...)
마준 (멈칫.. 본다. 시선위로)
마준E 운명이라는게... 생각보다 질기다는걸 알았어요.
유경 (얼른 모자를 주워들고) 실례했습니다. (하면서 일어나 카페로 들어간다)
마준, 유경이 간쪽을 한번 쳐다본뒤 택시 잡기 위해 길쪽으로 간다.
그러다가 묘한 끌림에 한번 더 돌아보면
(마준, 유경이라는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 표정이어야 한다)
카페 안. N.
안으로 들어선 유경, 휘 둘러보다가 친구들을 발견한다.
유경 얘들아!
친구들 (돌아본다) 어! 어서 와! (하는 소리들)
자림 (한승재옆에 섰다가 유경을 돌아보며) 어! 유경아! (반갑게 손 흔들면)
유경 자림아! (빙긋 미소로 그녀를 보는 얼굴위로)
마준E 신이 아닌데.. 그 질긴 운명을 어떻게 바꿀수 있겠어요. 안그래요?
유경, 쓱 다시 야구모자를 눌러쓰며 그들에게 다가서는 얼굴에서 스틸.
<8부 끝>
.제빵왕 김탁구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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