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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세라세라 8

태주 오피스텔 건물 앞 태주의 차 안 ()

차 안의 혜린전화를 하고 있다끈질기게 들고 있지만 상대방은 끝까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고 시계를 보면 11시가 넘는 시각이다.

혜린다시 태주에게 전화 버튼을 누른다.

잠시 신호음을 듣고 있는데 앞 쪽을 보고 멈칫한다택시에서 내린 은수가 두리번거리며 다가오고 있는 것.

은수오피스텔 건물을 확인하고 입구를 향해 걸어간다.

혜린다가오는 은수를 보고 핸드폰을 끊는다차에서 내려 은수에게 다가서는 혜린.

 

혜린 한은수씨어떻게 또 이런데서 보네요?

은수 .....

혜린 한번 만나려고 했는데 잘됐어요나랑 잠깐 얘기 좀...

 

은수혜린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그대로 혜린을 지나 직진해 걸어간다.

혜린황당해서 돌아보면 태주가 택시에서 막 내리고 있다.

태주몇 걸음 옮기다가 은수와 마주친다.

태주가 뭐라 할 사이도 없이 은수봉투 속의 돈다발을 꺼내 봉투와 함께 태주 얼굴에 던져 버린다태주 얼굴에 맞고 흩어지는 지폐들.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에 경악하는 혜린.

분노의 시선으로 태주를 노려보는 은수와 당혹스런 태주

 

은수 당신 뭐야네가 뭔데 날 비참하게 만들어네가 뭔데 날 동정하냐구!

태주 야..왜 이래 너...진정해.

은수 한번 휘저어 놨으면 됐잖아내가 뭘 어쨌는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사람 비 참하게 짓이겨놓는 거야이 나쁜 자식아!

태주 !

은수 내가 아무리 하잘 것 없어도아무리 우습게 보여도 사람한테 이렇게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그거 다 죄 받아!

 

강한 시선으로 태주를 노려보고는 가는 은수.

혜린경악에 찬 모습으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겨우 감정을 억누르고 망연히 서 있는 태주에게 다가간다.

태주혜린을 보자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시선 돌리며 걸음을 옮기려는데

 

혜린 그냥 갈 거야?

태주 (본다.)

혜린 (바닥에 떨어진 지폐를 눈짓하며안 주워아깝잖아?

 

태주그렇잖아도 안 좋은 기분에 혜린의 빈정거리는 눈빛을 보자 확 치민다.

차가운 눈길로 혜린을 노려보고는 그대로 혜린을 밀치고 가버리는 태주.

 

태주의 오피스텔

태주심난한 얼굴로 술을 따르고 있다.

문 열리는 신호음과 함께 혜린이 들어선다태주혜린이 들어오던가 말던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소파 쪽으로 가서 앉는다.

 

혜린 재벌이라고 돈 찍어내며 사는 거 아니야. (태주 앞 탁자에 봉투를 집어던진다.) 폼 잡 는 것도 좋지만 챙길 건 챙겨야지.

태주 .....

혜린 아까 차에서는 내가 좀 심했던 거 같아서 사과하러 온 거였거든그런데 그럴 필요 전 혀 없어져 버렸네,.... 그렇지?

태주 .....

혜린 당신 꼴 아주 우습게 됐다구.

태주 (못마땅한 눈길로 혜린을 노려본다.)

혜린 (경멸하듯 여유 있는 시선으로 맞받아 본다.)

태주 (상대하기도 싫다.) 너 니네 집에나 좀 가라!

 

태주다시 술을 따른다.

 

혜린 (태주에게 다가오며난 당신 사생활에 관심 없어특히나 지난 여자 문제 따위는하 지만 그것이 지금 내 일에 영향을 끼친다면 얘긴 달라져.

태주 여자 문제 같은 거 아니니까 신경 꺼.

혜린 속 내용이야 어찌됐든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태주 (혜린을 돌아본다.)

혜린 (태주를 똑바로 보며겉보기에는 충분히 구질구질하고 쉰 냄새나는 신파 맞거든못 봐주겠더라아주잘난 척 폼이란 폼은 다 잡더니뭐니 너?

태주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혜린 별 것도 아닌 일에 시간 낭비 하면서 따지기도 귀찮고오늘 일은 없었던 거로 해줄 께하지만 이번 한 번 뿐이야.

태주 .....

혜린 주변 정리 하나 제대로 못하고 너저분하게 질질 흘리고 다니는 꼴다시는 내 눈에 띄 게 하지 마.

태주 .....

혜린 (태주에게 다가서며 태주의 옷깃을 움켜쥔다.) 당신은 지금 나랑 사랑에 빠졌잖아다 른 여자랑 질척거리고 아웅다웅할 여유 당연히 있을 리 없지. (몸을 떼며 차갑게앞 으로 행동거지 잘하란 얘기야!

 

혜린나간다태주불쾌한 듯 시선 돌린다.

 

백화점 화물차 전용 지하 주차장 (다른 날)

화물트럭에서 물건 상자들을 내리는 사람들용역인원들도 있고양복 차림의 사원들도 있다.

태주도 그들 사이에서 카트에 물건 싣는 일을 하고 있다.

 

화물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에 화물 카트를 싣는 태주와 직원1.

꽤 힘든 노동으로 지친 모습들이다.

 

태주 행사 때마다 이러는 건 아니죠?

직원1 이거는 약과야큰 행사 땐 사은품 나르다가 날 밤 샐 때도 있어.

태주 (못 믿겠다는 듯 본다.)

직원1 노가다가 따로 없지.

 

사은품 행사장

옮겨 온 물건들을 정리하고사은품 안내 전단지와 탁자 등을 배치하느라 어수선하고 분주한 분위기다.

물건들을 지고 오기도 하고 카트로 옮겨 오기도 하는 직원들과 알바생들.

구석에서는 그 물건들을 종류별로 쌓아놓느라 정신이 없는 은수를 포함한 몇몇이 있다.

화물카트를 끌고 온 태주물건상자들을 옮기다가 은수를 발견한다.

짐을 정리한 은수는 상자 숫자를 파악하며 기록하고 있다.

자꾸 은수가 신경 쓰이는 태주적당하게 기회를 봐서 짐 옮기는 척 하며 은수 쪽으로 다가간다은수태주를 보고 차갑게 외면한다.

 

태주 (은수를 힐끗거리며이제 열 좀 가라앉혔냐?

은수 (인상 구겨지며 일에 몰두하는)

태주 (은수가 대답 없자 은수에게 머리를 들이밀며?

은수 (확 째려본다.)

태주 아직두야난 정말 너 이해 못하겠다그게 그렇게 길길이 화낼 일이야?

 

은수앞에 놓인 짐상자들을 태주쪽으로 확 밀어버린다그 바람에 발을 부딪치고 만 태주, ‘아야하며 겨우 아픔을 참는다은수아랑곳없이 몸을 돌려 다른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태주은수를 쫓아간다.

 

태주 우연히 네 딱한 사정 알게 됐구그래서 도와주고 싶었어그게 잘못된 거야그게 그 렇게 큰 죄냐구!

은수 .....

태주 어려울 땐 도움 받을 수도 있는 거지뭘 그거 가지고 나를 짓이기네 휘젓네 호들갑 떠는 건데그런 게 자존심인 줄 알아그딴 데 자존심 세워봤자...

은수 그렇게 동정심 많으신 분이 나보다 더 불쌍한 사람들은 어떻게 그냥 지나치고 사는 데요나 도울 여력 있으면 그 사람들이나 도와요그럼 잘했다고 칭찬받을 테니까.

태주 그 사람들이랑 너랑 같아!

은수 !...(본다.)

태주 넌 내가 아는 애잖아아는 사람부터 도와야지나 그렇게 오지랖 안 넓거든.

은수 (기가 막힌강대리님이랑 아는 사이라서 참 영광이네요.

태주 말끝마다 비비 꼴래?

은수 아무리 아는 사이라도 날 도와주니 마니 하는 거 하지 말아줄래요하나도 안 반갑거 든요. (돌아서려는데)

태주 신준혁 도움은 받으면서 내 도움은 왜 못 받겠다는 건데?

은수 !

태주 신준혁 도움 받고 그거 땜에 그 집에서 일하는 거라며그거는 자존심 안상하나 보 지?

은수 네하나도 안 상해요고맙기만 해요.

태주 내가 하는 건 불쾌하고 신준혁 하는 건 고맙다?

은수 네.

태주 너 사람 차별하냐?

은수 (기가 차다는 듯 본다.) 난 가끔 아저씨 머리 속에 뇌가 들어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 어요.

태주 ?

은수 도대체 생각이라는 게 있는 거예요?

태주 지금 나한테 머리 비었다는 소리 하고 있는 거야?

은수 아니면 가슴 속에 심장이 비어 있던지요.

태주 !

은수 상대방 기분이 어떤지마음이 어떤지 단 한 번도 헤아려본 적 없죠아저씬어떻게 그렇게 한결같이 아무렇지 않을 수 있어요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가벼울 수 있는 건 데요뭐가 그렇게 큰 죄냐구요머리도 가슴도 텅텅 빈 거그게 아저씨 큰 죄예요(자리 떠난다.)

태주 (황당한뭔 소리야... (확 신경질 나는무슨 소리 하고 있는 거야!

 

태주뭔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무지 나쁘고 찜찜해 죽겠다.

 

백화점 사무실 내회의실

혜린과 중년의 매입부 팀장이 마주 앉아 있다.

 

혜린 왜 안된다는 건지 납득이 가지 않네요나도 신인 디자이너예요신인이 신인 디자이 너를 위한 입점 콘테스트에 참가하겠다는 게 뭐가 잘못됐죠?

팀장 차사장님의 샤샤는 이미 브랜드 입점이 결정돼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잖습니까그 런데 굳이..

혜린 그러니까 진행 중인 거 중단하라잖아요난 내 브랜드를 공정하게 입점시키고 싶어 요내가 이 백화점 회장 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내 브랜드가 입점되는 거영 재미 없고 싫다구요불편한 특혜예요그거.

팀장 .....(난감하다.)

혜린 (가방 챙기며그럼 결정된 거죠?

팀장 저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콘테스트를 총괄하시는 분이 상무님이시라 먼저 상 무님 결제를 받아야 합니다.

혜린 준혁오빠 방에 있죠?

팀장 상무님은 지금 외근 중이십니다.

혜린 오늘 중으로 오빠랑 얘기 끝내 놓을 테니까 그 쪽은 신경 쓰지 마세요결정된 걸로 하고 일 진행시키라구요아셨죠?

팀장 .....

 

복도

사무실에서 나와 복도를 걸어가는 혜린이때 서너명의 인턴사원 무리들이 재잘거리며 맞은 편에서 오고 있다그들의 명찰을 보고 인턴사원임을 알아챈 혜린잠시 망설이다가

 

혜린 저기요... 혹시 한은수씨 어딨는지 아세요?

 

사은품 행사장

행사장 세팅이 거의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물건들은 모두 옮겨졌는지 사원들과 알바생들 모습은 보이지 않고 은수를 포함한 몇몇 직원이 마무리 정리를 하고 있다행사장에 들어서서 은수의 모습을 찾는 혜린.

은수에게 다가간다.

 

혜린 한은수씨?

은수 (고개 들어 보고 놀란다.)

 

백화점 내 커피숍

은수와 혜린마주 앉아 있다차를 가져다주는 종업원.

 

은수 할 얘기 빨리 하세요저 일하러 가야해요.

혜린 태주씨 일대신 사과할께요.

은수 !

혜린 우리 태주씨가 가끔 그렇게 충동적인 데가 좀 있어요앞뒤 생각 않고 그 때 기분에 따라 일을 저지르는 통에 나도 가끔 곤란할 때가 있죠.

은수 .....

혜린 그 때 일도 마찬가지예요은수씨 딱한 사정 알고 순간 동정심이 솟구쳤던 모양이에 요동정도 좋지만 상대방 자존심도 생각했어야 했는데 참 어리석었죠미안해요나 쁜 의도는 아니었으니까 마음 상했다면 푸세요.

은수 그걸 왜 그 쪽이 사과하는데요?

혜린 당연하죠내 약혼자 허물인데.

은수 .....

혜린 그런데.., 한은수씨도 그 날 너무 한 거 알아요?

은수 ?

혜린 내가 그 사람 약혼자라는 거 뻔히 알면서 내 앞에서 그렇게까지 하는 건 경우가 좀 아니죠.

은수 !

혜린 하마터면 오해할 뻔 했잖아요.

은수 무슨 오해요?

혜린 뻔하죠두 사람 사이에 뭔가 있었나 하는 오해.

은수 .....

혜린 물론 그 오해는 금방 풀렸어요태주씨 말 들어보니까 별 거 아니더라구요.

은수 !

혜린 문제는 한은수씬데... 원래 그렇게 남의 사소한 호의에 과민반응 하는 편인가요?

은수 무슨 말이에요?

혜린 앞으로 그렇게 요란하게 행동하지 말라구요직장도 같은데 우리 태주씨 입장이 난처 해지잖아요나도 마찬가지구요은수씨 감정이야 어떻든 간에 남한테 피해주는 건 자제해야죠.

은수 .....내가 일부러라도 그랬다는 거예요?

혜린 물론 원인제공은 태주씨가 했죠그래서 좀 전에 사과했잖아요그런데 한은수씨도 잘 한 건 없단 얘기예요.

은수 .....(분하다.)

혜린 (입구 쪽을 보고여기야!

 

커피숍에 들어선 태주혜린에게 향하다가 앞에 은수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은수 역시 태주의 등장에 불편하다혜린두 사람 반응을 놓치지 않는다.

 

태주 무슨 일로 부른 거야?

혜린 부탁할 거 있어서계속 서 있을 거야?

 

태주혜린 옆에 앉으며 속이 타는 듯 무심코 혜린이 마시던 쥬스를 벌컥벌컥 마신다은수혜린의 컵을 마시는 태주의 자연스런 행동에 불편한 듯 시선을 피하고 혜린은 은수 앞에서 보여진 친밀한 느낌이 내심 통쾌하다혜린태주에게 자동차 키를 내민다.

 

혜린 오다가 은행에 잠깐 들렀는데 글쎄 그 사이에 차가 견인돼 버린 거 있지자기가 좀 찾아다 주라구.

태주 (차 키를 받으며 난감한 듯 본다.)

혜린 (다정하고 애교 있게나 오늘 도저히 짬이 안나서 그래내일 하루 종일 외근이라 차 는 꼭 필요하고해 줄 거지?

태주 (할 수 없다는 듯견인소가 어딘데?

혜린 **역시 자기 밖에 없다!

은수 (혜린과 태주의 모습을 보고 있기가 괴롭다.) 저기요얘기 다 끝난 건가요?

혜린 (은수를 보며내 얘기는 대충요은수씨는 할 얘기 없어요?

은수 차 값은 누가 내나요?

혜린 내가 낼께요내가 얘기하자고 부른 거니까.

은수 계산 잘하고 가세요그럼. (일어서서 나간다.)

혜린 (기가 막힌 듯 가는 은수를 본다.) !

태주 (혜린을 본다.)

혜린 왜?

태주 쟤랑 무슨 얘기 한거야?

혜린 신경 쓸 거 없어여자들끼리 얘기니까.

태주 언제 수다까지 떨 정도로 쟤랑 친해졌냐?

혜린 준혁오빠 일 땜에 얘기 좀 했어하지 말라고 말린 순 없으니 입단속이라도 해야 할 거 아냐이상한 소문나기 전에.

태주 (기분 상한다.) 너네 오빤 너 이러고 다니는 거 알고 있냐?

혜린 (본다.)

태주 작작 좀 해라!

 

태주테이블 위에 놓인 자동차 키를 챙기지 않고 벌떡 일어나 나간다.

 

서울 모처 모 빌딩 앞 주차장

준혁의 차가 낡은 빌딩 앞에 다가와 선다기다리고 있던 남자(이하 정보)가 준혁의 차에 다가가고 준혁이 내린다.

 

준혁 (건물을 보며이 건물인가요?

정보 예사진 속에 잡혔던 이정표를 근거로 전국을 샅샅이 뒤진 끝에 겨우 찾았습니다(들고 있던 사진들을 보여준다.) 저 쪽에서 찍은 겁니다이정표 잘린 것과 건물의 각 도, (원본 사진을 내밀어 비교하며원본 사진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준혁 어떤 건물입니까?

정보 작은 사무실들이 입주하고 있는 평범한 오피스 건물입니다건물주는 부동산 업자로 이 건물을 소유한지는 8년 정도 됐답니다재정상태고 뭐고 특이한 사항은 전혀 없습 니다.

 

준혁그동안 배달받았던 사진들과 건물을 대조해 보며 걸음을 옮긴다.

발걸음을 문득 멈추는 준혁건물을 올려다본다건물의 옥상이 까마득히 보인다.

 

준혁 더 조사해 봐요.

정보 네?

준혁 (계속 건물에 시선 둔 채이 빌딩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건 다 알아보라구요.

 

생각에 잠긴 얼굴로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는 준혁.

건물 옥상을 아득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데 이때 준혁의 핸드폰이 울린다혜린이다.

 

백화점 사무실 복도 사무실

걸어가며 통화 중인 혜린

 

혜린 글쎄오늘 내로 꼭 얘기해야 된다니까오빠만 바쁜 거 아니야나두 바뻐늦어도 좋 으니까 의상실로 와올 때까지 기다릴께.

 

전화를 끊으며 사무실로 들어서던 혜린태주가 창 밖을 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전에 보지 못한 상념에 잠겨 있는 모습이다태주에게 다가가는 혜린낯선 태주의 분위기에 선뜻 말을 건네지 못하고 있는데 이때 태주가 돌아서는 바람에 두 사람이 마주친다.

 

혜린 (자동차 키를 태주에게 내민다.) 차는 의상실 주차장에 갖다 놓으면 돼아무 때나 오 늘 중으로만 해줘내일 출근은 아빠기사한테 해달라고 하면 되니까.

태주 .....(키를 받아들고는 말없이 지나치려는)

혜린 고마워부탁 들어줘서.

 

태주대꾸 없이 지나쳐 자리로 돌아간다발걸음을 옮기던 혜린문득 걸음을 멈춘다.

업무를 보는 태주를 돌아보는 혜린뭔가 찝찝하다.

 

혜린의 의상실 작업실 ()

의상 작업 중인 직원들.

혜린도 한 쪽에서 작업 중이다잠시 후김실장이 들어온다.

 

김실장 선생님상무님 오셨는데요.

혜린 (입구 쪽으로 나오며다들 그만 퇴근해요.

 

혜린 나간다.

 

혜린의 사무실

준혁과 혜린마주 앉아 있다.

 

준혁 그 콘테스트는 인지도 없는 업체 중 가능성 있는 브랜드를 발굴해서 입점하기 위한 자리야너는 자격 요건이 안돼.

혜린 그 취지가 맘에 들어콘테스트 통해서 정정당당하게 실력 가린다는 거잖아연줄 에 빽 써서 백화점 입점했다는 말듣기 싫거든.

준혁 너 그렇게 자신이 없어?

혜린 자신 있으니까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거 아니야?

준혁 눈 가리고 아웅이다네가 차혜린인 거 모르는 사람 있어백화점에?

혜린 이미 매입부 팀장한테 결정된 걸로 하고 일 진행시키라고 했어.

준혁 내 직원한테 네가 명령까지 내리니?

혜린 어차피 오빠도 오케이 할 거잖아결론 뻔한데 뭘 그렇게 복잡하게 따지니아니면아빠한테 말할까?

준혁 (못마땅하지만 할 수 없다 싶다.) ...얘기 끝난 거지? (일어서려는데)

혜린 더 있어.

준혁 (본다.)

혜린 기분이 어때?

준혁 무슨 기분?

혜린 ...아빠가 태주씨랑 나이대로 놔두고 있는 거 보고 있는 기분이 어떠냐구.

준혁 (말없이 혜린을 본다.)

혜린 (팽팽한 시선으로 준혁을 본다.)

준혁 그런 건 왜 물어?

혜린 궁금해서.

준혁 너도 짐작하고 있을 거 아냐?

혜린 오빠 입으로 직접 듣고 싶어.

준혁 ...씁쓸해나는 절대 안된다더니 강태주는 일단보류라니까당연하잖아나도 사람인 데.

혜린 그 말후회하고 있다는 걸로 들어도 돼?

준혁 .....

혜린 오빠랑 나도 강하게 밀어붙였다면 결국 허락 받아냈을 거다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 맞지?

준혁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혜린 아직 늦지 않았어.

준혁 !

혜린 오빠 아직 기회 있다구.

준혁 (긴장된 시선으로 잠시 혜린을 보다가네 잘난 약혼자가 지금 이 소리 들으면 큰일 나겠다. (일어서서 입구 쪽으로 가려는데)

혜린 (따라 일어선다.) 농담하는 거 아니야사람 감정 칼로 무 베듯 잘라낼 수 없다는 거 알잖아오빠 원하면 나강태주 버릴 수 있어!

준혁 ! (돌아본다.)

혜린 (간절한 시선으로 보는오빠만 마음 바꾸면 태주씨에 대한 감정지금이라도 당장 접 을 수 있다구.

준혁 그럼..., 버려강태주.

혜린 !

 

견인소 혜린의 차 안

견인소 사무실에서 나오는 태주직원의 안내에 따라 혜린의 차를 찾아 간다.

혜린의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사무실에서 받은 서류를 접어 썬바이저에 끼워 넣는데 이때 뭔가가 뚝 떨어진다무심코 집어 썬바이저에 끼우려다가 멈칫하고 들여다보는 태주.

사진이다잘 보이지 않자 자동차 실내등을 켠다.

혜린과 준혁이 다정한 포즈로 찍힌 사진을 확인하는 태주.

화가 난다기 보다 기가 막히다.

 

도로 혜린의 의상실 주차장 혜린의 차 안

굳은 얼굴로 운전하고 있는 태주.

 

혜린(e) 준혁 오빠가 어떤 사람인데젊은 나이에 그 자리 앉고도 딴지 거는 사람 아무도 없는 거 보면 몰라우리 아빠가 왜 아들 운운하면서 탐내는데뭉개랜다고 뭉갤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아퍽이나 당신 능력에?

 

꼼짝없이 속았다는 생각에 점점 기분이 나빠지는 태주의상실 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간다.

이때 의상실에서 준혁이 나온다.

태주확 기분 상한다놀림감이라도 된 기분이다차에 오르는 준혁을 본다.

 

태주 가지가지 한다차혜린!

 

이때 준혁의 차가 태주 앞을 가로질러 간다.

지나쳐가는 운전석의 준혁을 노려보는 태주.

 

백화점브랜드 입점 콘테스트 행사장 (다른 날)

작은 규모의 간이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넓은 홀에는 십여개 안팎의 각 브랜드별 패션 부스가 설치되어 있다작은 패션 박람회 분위기다.

부스는 각 브랜드의 미니매장 형식으로 꾸며지느라 부산하다의상세팅디스플레이브랜드를 강조한 인테리어 등혜린도 châtchât 부스에서 이것저것 지시를 하고 있다.

 

혜린 쇼에 나갈 의상들은 다 챙긴 거죠여기 스커트는 이게 단가여기 스카프는 다른 색 으로 좀 바꿔요.

 

옆 부스의 참가자들혜린의 부스를 힐끗거리며 자기네들끼리 떠든다.

 

참가1 이들 중에 세 팀만 입점되는 거라고 했지?

참가2 응그런데 한 자리는 이미 찼어.

참가1 무슨 말이야?

참가2 (샤샤를 힐끗거리며쟤네들샤샤여기 백화점 딸 거라잖아쟤네는 이미 내정된 거 아니겠어짜고 치는 고스톱이지.

참가1 정말?

참가2 잘나신 분이 왜 우리 같은 평민들 싸움에 끼어드는지 몰라경쟁률만 높아져서 우리 머리골만 터지게.

 

혜린그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자 불쾌해진다못마땅한 눈길로 참가자들을 보면 시선 피하는 참가자들이때실내 방송이 나온다.

 

안내 안내방송 드리겠습니다현재 행사 준비작업 중이신 참가 브랜드의 대표자들께서는 지금 즉시 *층 회의실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주최측에서 급히 전달할 사항이 있다 고 합니다대표자 여러분들지금 즉시 회의실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동요하는 사람들.

혜린무대 쪽에서 준비 중이던 태주에게 다가간다.

 

혜린 무슨 일이야?

태주 (냉랭하게 쳐다보지도 않는귀 먹었어전달 사항 있다잖아.

 

태주먼저 앞장서 간다혜린태주가 왜 저러나 싶다.

 

복도 회의실 앞

은수상기된 얼굴로 빠른 걸음으로 가는 준혁을 쫓아가며 이야기 중이다.

 

은수 제가 왜 그걸 해야되는데요저보단 상무님 하시는 게 낫지 않아요훨씬 권위도 있 고신뢰도 갈 거 아니예요.

준혁 내가 하게 되면 행사 목전에 두고 주최측에서 일방적으로 방침 바꾸는 거 밖에 안돼 요당연히 뒤에 잡음도 생길 거구요하지만 인턴사원의 깜짝제안이라고 하면 상황 은 훨씬 부드러워져요강제성이 없어지니까요.

은수 아무리 그래도 저는 그런 자리 싫은데요자신 없어요.

준혁 나한테 말한 그대로 하면 돼요은수씨 아이디어잖아요. (걸음을 멈추고 신뢰와 힘을 실어주는 눈길로 은수를 보는잘할 수 있어요은수씬.

은수 .....

 

걸어가는 준혁은수준혁을 쫓아간다.

 

회의실

혜린을 포함한 10여명의 각 브랜드 대표자들과 태주를 포함한 마케팅팀 직원들이 회의석상에 앉아 있다브랜드 대표자들 무슨 일인가 싶은 얼굴로 서로 웅성인다혜린이를 힐끗힐끗 보며 자기네끼리 속닥이는 사람들도 있다혜린그들의 눈치가 불편하다.

이때문이 열리고 준혁이 들어선다뒤이어 들어오는 은수.

준혁과 은수가 나란히 들어오는 것을 보자 혜린과 태주의 얼굴이 굳는다.

단상 위에 올라가는 준혁.

 

준혁 안녕하십니까이번 행사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영업기획팀의 신준혁입니다갑작스 레 여러분을 이렇게 모시게 된 건 이번 콘테스트에 관해서 저희 인턴사원이 우연히 내놓은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소개해 드릴까 해서입니다제 개인적으로는 꽤나 솔깃 했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 알고 싶어서요한은수씨.

 

긴장한 모습으로 단상에 오르는 은수태주와 혜린역시 긴장한 시선으로 은수를 본다.

 

은수 (꾸벅인턴사원 한은수라고 합니다. ...이번 입점 콘테스트의 취지는 브랜드의 자본력 이나 인지도영업능력에 관계없이 철저하게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만으로 평가한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한마디로 모든 선입견을 버린백지 상태의 공정한 평가라는 건 데... 오늘아침행사에 참가하는 브랜드 명단을 보면서 저는 과연 그 기본 취지를 살 릴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은수의 말에 긴장하는 분위기의 대표들특히 혜린의 신경이 곤두선다.

 

은수 요즘은 정보의 홍수시대라 꼭 대형 브랜드가 아니라도 인터넷이나 잡지입소문을 통 해 알려진 소규모 업체들이 꽤 있는데 오늘 명단에서 바로 그런 브랜드들을 발견했거 든요이미 그 브랜드에 관한 정보와 이미지가 서 있는 상황에서 심사위원들이나 고 객평가단들이 처음의 취지대로 공정한 평가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그 래서 이 콘테스트를 블라인드 방식으로 하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웅성이는 대표들혜린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진다태주의의의 은수 모습에 긴장한 표정이다준혁참가자들의 반응을 주시하면서 내심 만족스럽다.

 

은수 참가 브랜드 모두 자신의 브랜드명을 노출시키지 않는 겁니다브랜드 이미지를 내세 운 부스의 광고물을 모두 삭제하고 제품에 붙은 브랜드 라벨도 제거 하고각 브랜드 에는 이름 대신 고유 번호를 주는 겁니다심사위원이나 고객평가단들은 브랜드 이름 이 아닌 바로 그 번호를 보면서 심사하게 되는 거죠이상이 오늘 제가 상무님께 드린 제안입니다.

 

은수목례를 하고 단상에서 내려온다.

 

대표1 뭡니까그럼블라인드 방식으로 결정된 겁니까?

준혁 단지 이런 아이디어가 있다고 소개하는 것 뿐입니다저희는결정은 여러분에게 달 려 있습니다한 업체라도 동의하지 않는다면 오늘 얘기는 없었던 걸로 할 겁니다의 견이 수렴되지 않은 갑작스런 방침 변경은 저희 주최측 쪽에서도 부담스런 일이니까 요.

혜린 모두들 원하는 거 같은데 나만 동의하면 되겠네요그럼.

 

모두의 시선이 혜린에게 향한다.

 

혜린 아주 합리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해요누구보다 공정한 콘테스트를 원하는 입장이라 저로선 환영할만한 방식이죠. (은수 쪽을 보며하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한 업체를 타 겟으로 한 느낌이 들어 조금 불쾌는 하네요.

은수 그건 샤샤의 과민반응인 거 같은데요.

혜린 ! (은수를 본다.)

은수 샤샤가 이곳에 모인 다른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나 자본력이 높은 건 사실입니다하 지만 도리스나 미우같은 캐쥬얼 브랜드의 인터넷 인기도 무시못할 정도는 되거든요샤샤를 타겟으로 했다는 오해는 풀어주세요전 단지 가장 공정한 방법을 생각해본 거뿐이니까요.

 

업체 대표들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 의견을 나눈다.

혜린은수와 준혁을 노려본다.

태주혜린과 준혁 은수의 모습을 바라본다.

 

몽타쥬

입점행사장 브랜드 홍보 포스터들을 떼어내는 부스들의상에 부착된 브랜드 라벨을 제거 하고비치된 업체 카달로그들도 차례로 제거되는 모습부스에 설치된 고객평가단표 가 브랜드 명이 아닌 숫자가 명시된 것으로 바뀌는 모습.

탈의실 패션쇼를 준비하는 모델들모델들에게 나눠지는 숫자 명찰들입은 의상에 명찰을 부착하는 모델들의 부산스런 모습.

입점행사장 옅은 조명 아래 간이 무대에서 간결한 패션쇼가 진행되고심사위원석에 준혁 을 포함한 간부직원들이 앉아 있다홀에는 패션쇼를 감상하는 고객들도 있고직원 들 안내(태주 포함)를 받으며 부스를 돌며 옷을 살펴보고 고객평가단에 기입해 함에 넣는 고객들도 있다.

홀 한켠에서는 못마땅한 얼굴로 서 있는 혜린의 모습이 보인다.

간이 패션쇼가 끝나고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는 준혁어느 새 혜린이 다가와 있다.

 

혜린 얘기 좀 해.

 

집기실 창고

각종 행사도구와 잡다한 물건들이 들어찬 꽤 넓은 규모의 실내 창고다.

구석에서 혜린이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준혁을 노려보고 있다.

 

혜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이러고도 작정하고 개망신 준 게 아니라구?

준혁 네가 원하던 대로 됐잖아정정당당하게 경쟁해서 입점하고 싶다며.

혜린 지금 그 말 하는 거 아니잖아꼭 그런 식으로 해야했어사람들 다 모인 자리에서 낄 자리 아닌데 골치 아프게 끼어든 나어떡해서든 해결하려는 티 팍팍 내면서 그렇게 망신줬어야 했냐구.

준혁 그렇게 찔릴 거면서 첨부터 왜 콘테스트에 들어오겠다고 한건데?

혜린 그걸 몰라서 물어?

준혁 백화점 오너 딸이라서 받는 특혜받기 싫다구그런데 너 지금 이러는 것도 백화점 오너딸이라는 빽 믿고 월권하고 있는 거라는 거 알어?

혜린 !

준혁 네가 무슨 권리로 우리 일 결정권에 관여하는 건데우린 우리 기준이 있고방식이 있어우리 백화점에 입점하고 싶으면 더 이상 군소리 말고 우리 방식에 따라!

혜린 그래서 그런 거야앞뒤 모르고 설쳐대는 나따끔한 맛 주려고 그 쇼를 한 거니?

준혁 (달래듯오늘 아침에 한은수씨랑 얘기하다가 우연히 나온 의견이야그냥 놓치기 아 까워서 행사 전에 급히 회의 소집했던 거구일부러 너 망신 주려고 한 거 아니니까 오해 좀 풀어.

혜린 일개 인턴사원이 아침에 던진 말이 그날 오후에 의사결정사항이 됐다너네 백화점 인턴사원 파워 굉장히 세구나?

준혁 뭐!

혜린 도대체 왜 자꾸 한은수를 싸고도는 거냐구!

 

입점 행사장

은수각 부스를 돌면서 꼼꼼히 제품들을 살펴보고 수첩에 뭔가 노트하고 있다.

고객에게 평가서 기입방법을 안내해주던 태주돌아서다가 은수와 마주친다.

 

태주 퇴근 안하냐인턴이 이 시간까지 왜 있어?

은수 .....

태주 오늘은 알바 안가너 투잡족이잖아.

은수 입점 행사기간 동안은 끝까지 참관해보라고 했어요.

태주 누가상무님이?

은수 .....

태주 상무님 말씀 참 잘 들어요그 상무님은 한은수씨 말씀 참 잘 듣고아주 깨가 쏟아진 다도대체 둘이 무슨 사이냐?

 

은수태주를 확 노려보고 가려는데 어느 틈에 태주의 은수의 손목을 붙들었다.

 

태주 이유가 뭐야그렇게 신준혁이랑 딱 붙어 다니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은수 유치하게 좀 굴지 말아요.

 

은수뿌리치고 가버린다.

 

물품실

행사용 물품들 몇가지를 챙기는 은수.

 

좁은 복도

물품들을 들고 걸어오는 은수멈칫한다.

태주가 벽에 기대에 삐딱하게 서 있는 것.

 

태주 나 궁금한 거 못 참는다고 했지?

은수 (가려는데 태주가 발로 길을 막는다.)

태주 가만히 보면 너 아주 보통이 아니야.

은수 뭐요?

태주 순진한 줄로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처세에 꽤 능한 거 같다구. (은수를 찬찬히 보 며볼수록 새로운 발견이다이래서 사람 속은 알 수 없는 거라니까.

은수 강대리님그렇게 심심하면 저기 쓰레기라도 좀 주우시죠. (가려는데)

태주 (막는다.) 신준혁이 너한테 조금 호의를 보이니까 이거구나 싶은 거야?

은수 비켜요.

태주 정말 걱정되서 그러는데.., 너 설마 신데렐라 콤플렉스 같은 거 있는 건 아니지?

 

은수확 밀치려는데 이때 지나가는 직원.

태주어색하게 은수에게서 몸 떼며 자리 비켜준다직원이 지나가자마자 은수를 끌고 근처에 있는 창고로 들어가는 태주.

 

집기실

태주에게 끌려 들어오는 은수.

 

은수 이거 놔요왜 이래요!

 

구석에 있던 준혁과 혜린 나오려다 두 사람의 소란에 깜짝 놀란다태주와 은수는 준혁과 혜린을 보지 못한다.

 

태주 당장 신준혁 집에서 일하는 거 그만 둬자꾸 튕기지 말고 내가 빌려주는 돈 받아그 돈 받아서 신준혁 주라구.

은수 아저씨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예요왜 내 일에 상관인데요?

태주 상관 좀 하면 어때서상관하는데 무슨 자격증이라도 필요하냐너야말로 왜 이러는 데밤마다 혼자 사는 남자 집에 가는 게 그렇게 좋아그 짓 안할 수 있는 방법 있는 데 왜 굳이 하겠다는 거야?

은수 (어이없다는 듯 본다.)

태주 너.., 정말 응큼한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거냐?

은수 뭐라구요?

태주 신준혁이 네 얘기 좀 들어주니까 뭐라도 된 거 같은 기분인가 보지..아서라신준 혁이 미쳤냐너 같은 애 상대하게너 형편 어렵다니 그런 헛꿈 꿔보는 거 이해는 하 는데 신데렐라 그거 아무나 될 수 있는 거 아니야.

은수 왜 안돼는데요나는 왜 안돼요?

태주 (기가 막힌 듯 웃는...

은수 아저씨는 되는데 나는 왜 안돼냐구요아저씨도 지지리 궁상 쪽방에서 살다가 여자하 나 잘 물어서 지금 이러고 있는 거잖아요.

태주 !

은수 아니예요명품 양복에 명품 구두외제 승용차까지 끌고 다니죠아저씨도 부자 애 인 만나 인생 달라졌는데나는 왜 못해요?

태주 얘가..너 왜 이렇게 흥분해?

은수 그래요나도 아저씨처럼 상무님 한번 꼬셔보려구 그래요그 사람 부자잖아요나도 그런 부자 남자 확 물어버리죠그런 부자 애인 사귀면 나도 아저씨처럼 근사하게 살 수 있는 거잖아요그 부자 남자가 나한테 잘해주니까맞아요나 아주 신났어요어떻게 해서든 나도 그런 남자 잡아서...

 

은수의 얼굴이 갑자기 하얗게 질린다태주 뒤로 다가오던 혜린과 눈이 마주친 것뒤이어 준혁이 있는 것을 보자 정신이 아득하다.

태주은수의 안색이 변한 걸 보고 뒤를 돌아본다.

혜린과 막 눈이 마주치려는 순간사정없이 태주의 뺨을 치는 혜린놀라는 은수.

태주싸늘한 얼굴로 혜린을 노려본다어쩔 줄 몰라하는 은수에게 준혁이 다가간다.

태주준혁까지 보자 혜린을 보는 눈빛이 더 험악해진다.

이때은수를 끌고 나가는 준혁혜린태주의 시선에 지지 않고 태주를 노려보고 있다.

 

혜린 경고 했지한번은 봐줘도 두 번은 안봐준다구.

태주 .....

혜린 네 애인은 나고네 약혼자도 나야그런데 어디서 되도 아닌 계집애랑 수작이야대가를 받았으면 받은 만큼 제대로 해내가 널 왜 선택했는지 똑똑히 파악해서 행동 하라구계속 이딴 식으로 하면...

태주 나 짜를거냐?

혜린 ?

태주 여자애랑 얘기 좀 나눴다고 너야말로 웬 호들갑인데여자들이랑 말도 섞지 말고 살 까그런 건 계약 조건에도 없잖아.

혜린 네가 그 여자랑 그냥 얘기 한 거라구?

태주 어평상시 대화방식이 그래걔랑은지금 별 것도 아닌 거에 혼자 열 받아 있는 거거든왜냐? (가까이 다가가며 혜린의 눈을 들여다본다.) 네가 오매불망 못 잊는 신 준혁이 너 아닌 한은수를 보고 있는 거 같으니까!

혜린 !

태주 그래서 불안하고 화나고 미치겠지나 끌어다 연극까지 했는데 신준혁 마음을 잡을 수 없으니 그 화풀이 지금 나한테 하고 있는 거잖아아니야?

혜린 .....(몹시 당황스럽다.)

태주 (거칠게 혜린의 어깨를 붙든다.) 사람 기분 아주 제대로 더럽게 만드는 재주 있어오빠 동생 연애싸움에 이 강태주를 이용하겠다구미안하지만 난 그런 치사하고 꼬질 꼬질한 역할싫거든그렇잖아도 슬슬 신물이 나던 차였는데 차라리 잘됐어관둬아쉬울 거 하나 없으니까 다 관두라구!

 

태주혜린을 밀치고 나간다혜린혼란스럽다.

 

도로 준혁의 차 안 ()

굳은 얼굴로 운전하고 있는 준혁조수석에 앉아 있는 은수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으로 준혁의 눈치를 살핀다.

 

은수 무슨 말씀이라도 하세요... 상무님...

준혁 .....

은수 기분 굉장히 나쁘신 거죠화 많이 나셨죠?

준혁 부자 남자가 그렇게 좋아요?

은수 (황급히 부정하는아니요!

준혁 꼭 사귀고 싶다면서요아까는.

은수 아니예요저 부자 남자 싫어해요그냥 홧김에 나온 소리였어요절대 진심 아니예 요!

준혁 다행이네요.

은수 ?

준혁 사실은 나 부자남자 아니거든요은수씨가 잘 못 알았어요.

은수 !

준혁 그래서 화났던 거예요은수씨가 부자 남자가 좋다는데 난 부자가 아니라서.

은수 (이해 안가는?

 

은수 보면준혁은 무심한 얼굴로 운전을 할 뿐이다.

 

은수네 오피스텔 건물 앞 준혁의 차 안

준혁의 차가 선다.

 

은수 상무님화 풀리신 거예요?

준혁 아뇨.

은수 그럼 어떡해요?

준혁 시간 좀 걸릴 거 같아요.

은수 어..얼마나요?

준혁 (은수를 본다.)

은수 ?

준혁 강태주가 그렇게 좋아요?

은수 !

준혁 꼭 혜린이 짝이어서가 아니라... 강태주는 은수씨한테 안 맞는 사람이에요.

은수 .....(슬퍼지는왜요?

준혁 (은수의 천진한 물음에 웃어야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은수씨랑 잘 된다고 해도 결국 은수씨 아프게 할 사람이에요강태주는그러니까...

은수 (눈에 눈물 맺힌다.)

준혁 눈 감고 잊어 버려요.

 

은수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진다은수당황한 듯 눈물을 닦지만 계속해서 눈물이 나온다.

준혁과 눈이 마주치는 은수무안한 얼굴로 눈물을 닦으며

 

은수 죄송해요.

준혁 뭐가요?

은수 (울먹이는그냥 다요... 상무님 화나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

준혁 ...죄송한 거 알면울지 말아요.

은수 !

준혁 (시선 피하며보기 싫어요.

 

은수재빨리 눈물을 훔친다.

 

태주의 오피스텔

어두운 실내태주스크린으로 영화를 보고 있다.

잠시 후혜린이가 들어온다혜린영화 감상 중인 태주에게 잠시 시선을 두더니 주방 쪽으로 가서 술을 따라 마신다태주 쪽으로 다가가는 혜린리모컨을 들어 볼륨을 죽인다.

 

혜린 미안해내가 잘못했어.

태주 .....

혜린 은수씨랑 오빠 앞에서 당신 그렇게 만드는 거 아니었어진심으로 사과할께.

태주 (리모컨에 손 뻗는데)

혜린 (리모컨 치우고 태주를 마주 본다.) 사과 안 받아줄 거야?

태주 그래서뭘 어쩌자구?

혜린 나 아직 당신 필요해.

태주 (본다.)

혜린 우리감정으로 엮인 사람들도 아니고 순간적인 기분으로 여기까지 온 것도 아니잖 아처음 시작할 때처럼 냉정하게 굴자구.

태주 .....

혜린 준혁오빠랑...그래.., 아무 일 없진 않았어하지만 당신 말처럼 그거 땜에 당신 끌어들 인 건 아냐.

태주 .....

혜린 정말이야믿어줘.

태주 이유가 뭐야?

혜린 ?

태주 신준혁이랑 너안되는 이유가 뭐냐구.

혜린 사람 사이꼭 이유가 있어서 엇갈리는 거 아니잖아다 지난 얘기야더 이상 입에 올 리고 싶지 않아.

태주 .....

혜린 어쨌든 약속한 시간 아직 남았고난 당신 필요해여기서 멈추면 문제 복잡해지는 건 당신도 마찬가지잖아.

태주 .....

혜린 서로 마음 풀고 잘해 보자?

태주 가봐.

혜린 당신이 좀 데려다 줘나 술 마셨어.

태주 (스크린에 시선 둔 채 리모컨 눌러 볼륨 키우며택시 불러버스를 타던가.

혜린 !

 

무표정한 얼굴로 화면에 시선을 두고 있는 태주.

혜린치미는 심정으로 태주를 보다가 어쩔 수 없이 그냥 나간다.

음료수와 과자를 먹으며 계속 화면을 보고 있는 태주.

 

복도

태주 오피스텔에 나와 화가 난 듯 걸어가는 혜린문득 걸음을 멈춘다.

화도 나고 왠지 불안하고 도대체 안정이 안된다.

심호흡을 하고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다시 걷는 혜린.

 

은수네 오피스텔 복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걸어오던 은수걸어가다가 멈칫한다.

슬비가 은수네 오피스텔 문 앞에서 안의 기척이라도 살피듯 기웃기웃하고 있는 것.

은수슬비 하는 모습을 잠시 보다가

 

은수 얘우리 집 앞에서 뭐하는 거니?

 

슬비은수를 돌아보고는 깜짝 놀라 줄행랑 치려하는데 은수재빨리 팔을 뻗어 슬비를 꼭 붙든다.

 

은수 너지네가 우리 지수 쫓아다닌다는 그 꼬마지?

슬비 놔요이거 놔!

 

은수와 슬비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지수가 다가온다.

슬비겨우 은수를 뿌리치려는데 확 다가선 지수.

 

지수 너오늘 아주 딱 걸렸어!

 

은수네 오피스텔

지수못마땅한 얼굴로 슬비와 마주 앉아 있다슬비당돌한 표정이다.

은수는 한 쪽에서 걸레질을 하고 있다.

 

지수 네가 발광머리 앤이라구여자 아니었어?

슬비 발광머리 앤이 꼭 여자일 거라고 생각하는 건 편견이에요.

지수 채팅에서 여자 행세한 건 너잖아.

슬비 그런 적 없는데요.

지수 (할 말 없다.) 그동안 내 주변은 왜 얼쩡거렸어?

슬비 내가 언제요누나한테 빌려준 우리집이 잘 있는지엄마 심부름으로 살펴본 거 뿐이 에요. (주위 돌아보며집은 깨끗하게 쓰고 있네요엄마한테 잘 말해줄께요. (가려 는데)

은수 그래서집 살펴보러 또 올 거니?

슬비 공짜로 빌려준 거라 우리 엄마가 신경 많이 쓰거든요심부름 시키면 또 와야죠.

은수 (슬비에게 다가와너네 엄마한테 매달 집세 드리고 있거든우리 공짜로 있는 거 아냐.

슬비 (놀란다.)

지수 (놀라 은수를 본다.) 정말?

은수 어린 것이 벌써부터 어른들한테 뻥이나 치고너 솔직히 말해이 누나 좋아하는 거 지?

지수 (기가 막히다는 듯 은수를 본다.) !

슬비 아닌데요!

은수 근데 왜 자꾸 쫓아다녀?

슬비 .....

은수 대답 안해?

슬비 인터넷 소설가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어요신기하잖아요맨날 글만 보다가.

은수 (기가 막힌! (슬비 끌어다 지수 얼굴에 가까이자 똑똑히 봐.

슬비 .....

은수 궁금증 풀렸지이젠 다신 나타나지 마너네 엄마한테 확 다 일러버릴 거니까!

슬비 .....

은수 안 가?

슬비 오늘 일은...엄만테 얘기 안할 거죠?

은수 한번만 더 눈에 띄면 그 즉시로 할 거야센다하나...

 

슬비후다닥 나가 버린다.

은수 참별 일이네네가 스타는 스탄가 보다.

지수 집세 준다는 거 진짜야?

은수 (걸레질 계속 하며집 나갈 때까지 월세만 조금씩 주기로 했어그 아줌마가 공짜로 있게 할 리가 없잖아.

지수 그걸 왜 말을 안했냐?

은수 말하면네가 낼래?

지수 (수건 들고 욕실로 가며하여간 한은수생활력 하난 짱이라니까. (욕실로 간다.)

 

은수심난한 듯 걸레질 하던 손길을 멈추고 생각에 잠긴다.

 

 

백화점회의실 (다른 날)

회의를 주재하는 준혁을 중심으로 태주를 포함한 마케팅부 직원들영업팀 직원들 10여명이 있다마케팅부 직원(6부 32씬의 동료한명이 스크린 앞에서 발표 중이다.

 

동료 이상과 같이 blanc(블랑)은 팔레스 최초의 자체개발 브랜드라는 자존심에 걸맞게 고 급 소비자층을 겨냥한 최고급 브랜드라는 점을 내세워 철저하게 명품전략으로 끌고 갈 생각입니다현재 국내 최고 스타급 모델이 섭외중에 있고 광고 기획단도 국내 최고 팀으로 구성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크린 꺼지고실내의 불이 켜진다동료 자리로 돌아간다.

 

준혁 (생각에 잠긴나쁘진 않은데... 그렇게 해서 국내 굴지의 고급브랜드와 무슨 차별화 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뭔가 좀 다른 옷을 입혔으면 좋겠는데...

 

모두들긴장한 채 준혁을 주시하고 있는데

 

태주 아예 광고를 하지 않는 건 어떨까요?

 

모두의 시선이 태주에게 집중된다.

 

태주 어차피 보통 서민들은 엄두도 낼 수 없는 고가의 제품이라니 아예 vip들끼리 입소문 으로만 퍼뜨리는 겁니다대한민국 상류 몇 퍼센트끼리만 통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거 죠.

준혁 (흥미 가는재밌네요계속해 봐요.

 

동료를 포함한 마케팅부 직원들태주의 발언에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못한다.

 

태주 명품이라는 게 절반 이상은 허영인데그 허영심을 맘껏 북돋아주는 겁니다팔레스 자체브랜드라는 것을 내세울 필요도 없어요국적불명의 미지의 브랜드비밀주의가 더 끌리거든요광고에서도 접할 수 없는 명품 중의 명품희소성이 확보되죠그러다 어느 사이엔가 상류계층임을 은밀하게 나타내주는 표식이 되도록 하는 겁니다절대 로 드러나지 않게 은밀하게요.

준혁 매력적인 아이디어예요... 강대리가 책임지고 그 안을 발전시켜서 본격적으로 기획해 봐요. (좀 전의 동료에게진행하던 기획은 일단 구체적으로 플랜 짜보구요오늘 회 의는 이만 마치죠.

 

자리를 정리하며 일어나는 사람들.

 

준혁 강태주씨.

태주 ?

준혁 잠깐 내 방에 들러요.

 

준혁나간다.

 

준혁의 사무실

들어오는 태주.

 

준혁 앉지.

태주 (소파에 앉는다.)

준혁 (자리에 앉으며아이디어 내는 것도 좋지만 팀웍도 생각해야 하는 건 알고 있지?

태주 자유로운 분위기로 말하는 자리 아니었습니까?

준혁 핀잔하는 거 아니니까 곤두서지 말고아까 자네 팀원들 얼굴 못 봤나자네 발언은 자네가 속한 마케팅 팀에서 지난 몇 달 동안 진행시키던 기획안을 완전히 뒤집는 거 였어.

태주 .....

준혁 나로선 만족스러운 회의였지만자네가 함께 일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자네 팀원들이 거든.

태주 .....

준혁 그렇게 완전히 다른 의견 있을 땐 팀 내에서 미리 피력한 다음에 꺼내 놓는 게 순서 야앞으로 유념하라구.

태주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충고 고맙습니다.

준혁 .....

태주 더 하실 말씀 있습니까?

준혁 혜린이랑은 어떻게 지내지?

태주 .....그 때 일이라면 걱정하지 마세요잠깐 다툰 거뿐이니까.

준혁 다행이군.

태주 형님께 사과도 못 드렸네요누구보다도 불쾌하셨을텐데.

준혁 응한은수씨도 사과하더군.

태주 .....(은수 이름이 나오자 긴장한다.)

준혁 (본다.) 한은수씨한텐 왜 그러는 거지?

태주 그 자리에 계셨으니 짐작하실 거 아닙니까.

준혁 아니모르겠어.

태주 걔나랑 잠깐 만났던 애거든요.

준혁 그래서?

태주 신경 쓰이는 거 당연하잖아요.

준혁 원래 지난 여자들까지 일일이 신경 쓰며 사나?

태주 나 좋다고 매달리던 애가 지금 사귀는 여자 오빠랑 가까이 지내는데 신경 안 쓰인다 면 그게 사람입니까.

준혁 불안했었나 보군자네가 과거 여자 문제 밝혀지는 걸 두려워했었다니 의왼데?

태주 불안까지야그냥 신경 쓰인 정돕니다.

준혁 신경 쓰지 마앞으로는나도 없었던 걸로 할테니까.

태주 .....한은수한테 관심 있습니까?

준혁 ! ...왜 그런 질문을 하지?

태주 혜린이 자극하려고 그러는 거라면 그만 두세요.

준혁 !

태주 혜린이와의 관계에 대해서 얘기 들었습니다.

준혁 .....사람 참 이상하게 모는군내가 일부러 한은수에게 접근이라도 한다는 건가?

태주 천방지축 아무것도 모르는 애 데려다 괜히 헛꿈 꾸게 하지 말라구요그러다 나중에 충격이라도 받으면 어떻게 감당하실 겁니까한은수 걔보통 골치 아픈 애 아니거든 요.

준혁 (웃는자네참 재밌는 사람이군.

태주 농담하는 거 아닙니다.

준혁 그만 하고.., 너나 잘해!

 

태주확 열 받는데 이때노크소리와 함께 은수가 들어온다.

 

은수 저 부르셨다구...

태주 !

준혁 이리 들어와요.

 

은수다가오다가 태주를 보고 멈칫한다.

 

준혁 더 할 얘기 있나?

태주 .....

준혁 자네 말은 충분히 알아들었으니 그만 나가 봐.

 

태주불쾌한 얼굴로 은수를 외면하며 나간다.

 

준혁 (은수에게앉아요.

 

준혁자리로 돌아가 서류 몇 가지를 챙긴다은수불안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다.

 

준혁 (다가와 앉으며백화점 업무에 대해 슬슬 감이 잡히나요?

은수 네...그냥...

준혁 뭐가 재밌어요?

은수 ?

준혁 어떤 일이 은수씨한테 잘 맞는 거 같냐구요.

은수 글쎄요... 아직은 정신없이 배우는 입장이라 그런 거까진 생각 못해봤는데요.

준혁 은수씨상상력이 기발하고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람이에요무엇보다 고객 마음 읽어 내는 감각도 뛰어나구요그냥 썩히기 아까운 재능이죠.

은수 !

준혁 (서류 내민다.) 산업자원부에서 주관하는 패션 머천다이징 교육과정이에요회사로 추천의뢰서가 들어왔는데 은수씨가 해보면 어떨까 해서요.

은수 (무슨 소린가 싶다.)

준혁 본격적으로 공부해서 MD쪽 일을 생각해보라구요.

은수 상무님... 저는 도무지 무슨 말씀이신지...

준혁 백화점에서 일하고 싶은 이유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물건들을 골라내고 그것을 가 치 있게 만드는 작업이 맘에 들어서라고 했었죠?

은수 네?

준혁 지난번 면접에서 그랬잖아요. MD가 바로 그 일이에요내가 보기엔 은수씨충분히 그 쪽에 능력 있어요회사차원에서 키울만한 인재라고 생각해요.

은수 .....(감동이다.)

준혁 한은수씨?

은수 처음이에요상무님.

준혁 ?

은수 누구한테 뭐 잘한다고 칭찬받은 거 처음이에요학교 다닐 때 공부도 대따 못했고... 운동도 엄청 못하거든요.

준혁 사람들 눈이 다 삐었네요내 눈엔 은수씨 재능이 넘치는 사람으로 보이는데.

은수 .....

준혁 회사 추천이라 별도 교육비도 없고일주일 두 번 수업이니까 일하면서 다니는데 지 장 없을 거예요문제는 은수씨가 정직원이 아니라 아직 인턴이라는 건데... 그 정도 는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어요. (카달로그 서류 주며읽어보고 지원서 작성해서 가 져와요.

은수 .....

준혁 한은수씨?

은수 ...상무님을 못 만났으면 전 어떻게 됐을까요?

준혁 ?

은수 상무님 알게 된 거저한텐 정말 굉장한 행운인 거 같아요.

준혁 기분 좋네요그렇게 생각해줘서.

은수미소 지으며 목례하고 일어서려는데

 

준혁 (망설이듯한은수씨.

은수 네?

준혁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요?

은수 왜요?

준혁 패션에 관련된 행사가 하나 있는데 같이 가보면 어떨까 해서요.

은수 (의아하다.)

준혁 패션업계에 내놓으라 하는 사람은 다 모이는 자리거든요그런 분위기 한 번쯤 접해보 는 것도 은수씨한테 많이 도움 될 거 같은데어때요?

은수 저야 좋지만... 정말 제가 가도 돼요?

준혁 (웃는안돼는 게 어딨어요? (일어서서 책상 쪽으로 가며가는 걸로 해요그럼.

은수 상무님.

준혁 (본다.)

은수 (고개 숙여여러모로 감사합니다.

준혁 (웃어준다.)

사무실

상무실에서 나오는 은수뿌듯한 표정으로 카달로그와 서류들을 가슴에 안고 걸어간다.

영업기획팀 직원과 얘기 중이던 태주그런 은수를 본다.

태주불쾌한 듯 새침한 얼굴로 은수에게서 시선 돌린다.

직원과 얘기 끝내고 돌아서는 태주짐짓 우연인 것처럼 걸어오던 은수 쪽으로 몸을 돌려 은수와 교묘하게 몸이 부딪히도록 한다그 바람에 엉겁결에 균형을 잃으면서 들고 있던 서류들을 놓쳐버리는 은수.

카달로그 종이들이 흩어지며 바닥에 떨어지고그 중 한 두장이 태주 발 밑으로 미끄러져 온다헐레벌떡 종이들을 줍는 은수마지막 태주 발밑의 종이를 주우려는데 태주가 좀 더 빨리 집어 올린다.

 

은수 어....그거...

 

태주은수를 힐끗 보더니 그대로 카달로그를 들고 사무실을 나간다은수당황하며 쫓아간다.

 

비상구 계단

카달로그와 지원서에 시선 둔 채 계단에 들어서는 태주.

뒤이어 막 쫓아들어온 은수태주서류 든 손을 높이 치켜올린 채 읽는다.

 

은수 내 놔요왜 이래요그거 줘요!

태주 뭐야이거너 이거 배우려구이런데 관심 있었냐?

은수 이리 내놓지 못해요!

태주 산자부... 이거 추천용이잖아신준혁이 너 추천해 준거야너 대단하다정말!

은수 왜 이러는 거예요이리 줘요.

태주 인턴사원한테 이런 추천까지 해주고.., 추천 못 받은 정직원 서러워 살겠냐네 말 대로 신준혁너한테 참 잘해준다신나겠어.

은수 그래요신나요그러니까 아저씬 제발 내 일에 상관하지 마세요.

 

은수순간 점프해서 서류를 뺏으려는데 태주가 피하는 바람에 헛손짓만 한다다시 힘껏 뛰어 오르는데 그만 계단에 발이 걸리면서 균형을 잃고 마는 은수.

태주반사적으로 은수를 붙드는 바람에 두 사람의 몸이 밀착된다.

얼떨결에 포옹하는 자세가 된 두 사람멈칫하며 놀란 듯 서로를 바라본다.

은수다음 순간 태주의 시선 피하며 몸을 떼려는데 태주은수를 감은 팔에 힘을 준다.

놀라 태주를 보는 은수.

 

태주 왜 이렇게 바르르 떨어그렇게 설레냐?

은수 !

태주 아주 뻣뻣하게 굳어 버렸네...(은수의 귓가에 대고아직도 내가 그렇게 좋은 거 야?

 

은수어쩔 줄 몰라하며 몸을 움직이려는데 태주 짓궂게 더욱 팔에 힘을 준다.

 

태주 나보구 왜 자꾸 상관하냐고 했지바로 이거 때문이야네가 날 너무 좋아하니까나 만 보면 이렇게 어쩔 줄 몰라하니까.

은수 !

태주 나도 사람인데 신경 안 쓰이겠냐자꾸만 네가 팔랑거리면서 눈 앞에 알짱거리는데 신경 안 쓰이겠냐구.

은수 .....(거의 울 것 같다.)

태주 내가 상관하는 게 그렇게 싫으면 하루라도 빨리 나에 대한 감정 접어미련하게끔 되지도 않은 짝사랑 그만 키우라구지긋지긋하지도 않냐난 아주 피곤해 죽겠거 든!

 

태주은수를 거칠게 놓고 들고 있던 카달로그와 지원서를 내던지듯 던지고 나간다.

은수멍하니 서 있다참담한 기분이다.

 

복도

태주차갑게 굳은 얼굴로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다거칠게 옥상문을 열며 나가는 태주.

 

건물 옥상

옥상 난간 쪽으로 걸어가는 태주심호흡을 하며 열을 식힌다.

도대체 알 수 없는 이 기분미치겠다.

 

비상구 계단

은수겨우 몸을 추스르고 바닥에 흩어진 서류들을 줍기 시작한다.

서류를 겨우 다 챙기고 몸을 일으키려는데 순간 다리 힘이 풀리면서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쪼그린 채 고개 숙이는 은수잠시 후 은수의 어깨가 설움에 겨운 듯 조금씩 들썩인다.

 

호텔 고급 레스토랑 (다른 날)

실내악단이 연주하는 클래식하고 고급스런 분위기의 레스토랑이다.

태주와 혜린 마주 앉아 식사 중이다.

 

혜린 (태주의 잔에 와인을 따르며간만에 이런 분위기도 괜찮다그치?

태주 .....(악단 힐끗 보고난 생음악 별로 안 좋아해.

혜린 그럼 뭐가 좋은데?

태주 (생각하는카오디오스피드가 있으니까 절대 심심하지 않거든.

혜린 지금은 심심해?

태주 응.

혜린 드라이브 할까?

태주 됐어귀찮아. (와인 마신다.)

혜린 아빠가 당신한테 꽤 관심 많은 거 알아?

태주 ?

혜린 당신 근무태도며 실적이며 속속 보고 들어가는 모양이야꽤나 잘하고 있는 모양이더 라다시 봤어강태주.

태주 새삼스럽긴내가 원래 능력이 좀 돼.

혜린 잘하면 출세길 오르겠어.

태주 너랑 쫑 나면 다 끝이니까 별 기대 없어.

혜린 연애하다 헤어졌다고 원수 돼니그거 당신 말이잖아.

태주 (본다.)

혜린 잘해 보라구사람 일어떻게 될지 알게 뭐야.

태주 .....

태주 .....주말에 있다는 파티는 어떤 거야?

혜린 어패션인의 밤이라고 매년 이맘때쯤 열리는 행산데패션업계 쟁쟁한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아주 제대로 된 파티야.

태주 (피식 웃는다.)

혜린 왜?

태주 그 자리에서 또 네 약혼자 역할 아주 제대로 해줘야겠네?

혜린 (웃는다.) 물론이지... ?

태주 그냥... 재밌어서.

 

태주식사한다그런 태주를 보는 혜린.

 

여성 파티복 부띠끄 (다른 날)

준혁소파에 앉아 잡지를 넘겨보고 있다.

 

원장(e) 이쪽으로 나오세요.

 

준혁원장의 소리에 고개를 든다커튼이 열리면서 은수가 어색한 자세로 나온다.

은수의 깜찍한 분위기를 한껏 살린 화사한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다.

 

원장 아유너무 이쁘시다!

 

은수어색한 기분이지만 준혁의 눈을 똑바로 본다준혁무감한 눈길로 그 모습을 살펴보더니

 

준혁 너무 애 같은 거 아닙니까?

원장 아가씨가 워낙 귀엽고 깜찍한 스타일이라 잘 어울리는데요왜요?

준혁 보는 눈이 없으시네요.

원장 ?

준혁 저 아가씬 귀여운 스타일이 아니라 섹시한 타입이에요분위기 맞게 제대로 다시 고르세요.

 

준혁다시 잡지에 시선 둔다어쩔 줄 몰라 멍하니 있는 은수와 원장.

 

도로 준혁의 차 안 ()

준혁과 파티복 차림의 은수나란히 앉아 있다.

은수곱게 화장하고 머리도 만진 모습이다.

 

준혁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은수 되게 불편해요...

준혁 뭐가요?

은수 그렇게 같이 갈 사람이 없으세요왜 저 같은 애랑...

준혁 없어요인간관계가 좁은 편이거든요.

은수 .....

준혁 정 싫으면 가지 말까요?

은수 아뇨상무님 꼭 가셔야 하는 자리라면서요괜찮아요.

준혁 그냥 구경 간다 생각해요패션업계 내놓으라 하는 사람은 다 모였으니까 보는 맛 쏠쏠할 거예요그런 분위기 한 번쯤 접해보는 것도 도움 많이 될 거구요.

은수 네.

 

잠시 침묵이 흐른다.

 

준혁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라기보다은수씨랑 가고 싶어서 가자고 한 거예요.

은수 !

준혁 그러니까... 은수씨 계속 시무룩해 있으면 나 좀 서운해져요.

은수 (준혁을 본다.)

 

패션인의 밤’ 파티장

화려한 파티복으로 성장한 남녀 패션계 인사들이 모여 있다.

무대에는 재즈밴드가 음악을 연주하고댄스를 위한 작은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삼삼오오 모여 담소하는 사람들.

턱시도를 빼 입은 태주와 드레스 차림의 혜린의 모습도 눈에 띈다.

혜린화사하게 웃으며 사람들에게 태주를 소개하며 담소를 나눈다.

태주그들과 몇 마디 나누다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빠진다샴페인을 마시며 주변을 둘러보던 태주의 안색이 변한다.

입구에서 준혁과 은수가 들어오고 있는 것.

태주준혁이 은수를 데려왔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은수의 모습이 더 충격이다세련되고 섹시한 드레스 차림에 짙은 화장과 헤어스타일이 어울린 은수의 모습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성숙함이 묻어난다.

태주멍하니 굳은 채 은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데

 

혜린(e) 기가 막혀여기까지 끌고 왔잖아!

 

혜린의 말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리는 태주보면 어느 사이에 태주 옆으로 다가온 혜린이 은수와 준혁을 못마땅한 듯 보고 있다.

준혁과 은수가 다가온다은수태주와 혜린을 보자 눈에 띄게 얼굴이 굳어진다.

태주은수를 외면하고 혜린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두 사람을 맞는다.

 

혜린 (준혁에게왔어? (은수를 보며의외네요은수씨도 오고.

은수 .....

혜린 아주 근사해요은수씨전혀 못 알아보겠어요.

준혁 언제 왔어?

혜린 좀 됐어우리는회사 여직원한테 현장 탐방 교육시키는 거야?

준혁 그 비슷해.

혜린 협회장님 저 쪽에 있어가서 인사해.

 

준혁은수를 에스코트하며 혜린이 가리키는 방향 쪽으로 간다.

혜린가는 그들을 못마땅하게 보다가 문득 태주에게 시선 돌린다태주애써 딴청하고 있다.

 

파티장

시간이 경과하고 파티가 무르익으며 사람들 분위기도 좀 더 들떠 있다.

파티 내내 은수와 준혁 커플에 신경이 쓰이는 태주와 혜린.

은수어색한 파티 분위기도 힘들지만 태주 때문에 더욱 불편하다.

준혁에게 끌려 이리저리 인사를 다니다 슬그머니 파티장 구석으로 자리를 옮기는 은수.

은수에게는 이 화려한 세계가 온통 별세계처럼만 느껴지는데 어느 사이엔가 태주가 다가와 있다.

 

태주 너 오늘 참 그럴싸하다?

은수 (돌아보고 얼굴 확 굳는다.)

태주 (노골적으로 은수의 아래위를 훑어보는생각보다 몸도 아주 좋은데?

 

은수태주를 비켜 걸어간다태주여유 있게 은수를 따라 걸어가며 계속 얘기한다.

 

태주 신준혁이랑 본격적으로 발동 걸렸나 보지축하해결국 신데렐라 꿈을 이룬 거 아냐.

은수 (경멸의 시선으로 태주를 본다.)

태주 왜내 말이 틀렸냐?

은수 (시선 돌리며 지나가던 술잔을 받아 급히 마신다.)

태주 그래도 옛정이 있어서 충고하는 건데너 이거 하난 생각해 봐라.

은수 .....

태주 신준혁이 널 왜 좋아하겠냐저런 자식이 뭐가 아쉬워서 너 같은 애 상대할 거 같아?

은수 !

태주 술집에 있을 때 신준혁이랑 만난 거라며그런데서 만난 여자 진지하게 생각할 남자 절대 없거든한번 데리고 놀려고 달콤하게 접근할 수야 있지그런데 그 달콤함에 너무 깊이 빠지지 마주제 모르고 덤볐다간 너만 상처 받거든.

은수 .....(치밀어 오르는 분노로 얼굴이 싸늘하게 식는다.)

태주 남자는 한번 놀아보자는 건데 그거 가지고 괜히 부풀어 올랐다간...

은수 나도 같이 놀아주면 되잖아요.

태주 ! (은수를 본다.)

은수 그렇게 하면 되는 거죠?

태주 네가 놀 줄이나 알어?

은수 알아요아주 잘 알아요아저씨도 나 갖고 놀았잖아요한번 놀았는데 두 번 못 놀겠 어요?

태주 너 또 술 마셨냐?

은수 내가 길바닥에 지렁이만도 못해 보이죠?

태주 무슨 소리야?

은수 아니면 사람한테 이런 식으로 할 순 없어요.

태주 또 흥분한다그만해.

은수 아저씨 말이 맞았어요난 요즘 아저씨 말을 두고두고 절감하고 있어요.

태주 무슨 말 하는 거야!

은수 사람 좋아하는 건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어요아주 좋은 거니까 창피할 것도 없 고 자존심 상할 것도 없고세상 모두에게 드러내 놓고 자랑할 일이라고그렇게 생각 했어요.

태주 .....

은수 그런데 내 생각이 틀렸어요아저씨 말처럼 그건 정말 자존심 하나 없는 짓이라는 걸 알았거든요자존심도 없이 아저씨 좋다고 쫓아다닌 거정말 후회해요아니면 이렇게 나 업신여기지 않을 거 아니예요.

태주 야오버 좀 하지 마대체 또 얼마나 마신 거야!

은수 (태주를 본다.) 이제 나 신경 쓰지 말아요.

태주 !

은수 더 이상 아저씨 안 좋아하거든요.

태주 !

은수 그리고 이제부턴 새로운 상대랑 놀아볼려구요아주 제대로신나게!

 

은수가려는데 태주가 은수의 손목을 잡는다은수태주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치고 저 앞에 서 사람들과 담소하고 있는 준혁을 향해 간다.

준혁에게 다가가 준혁의 팔을 잡는 은수준혁이 돌아보자 그 순간 준혁의 입에 입술을 댄다.

태주의 경악 어린 시선과 은수의 단호한 시선이 마주친다.

은수시선을 돌리며 준혁을 보는 순간 정신이 나는 듯 아차 싶다.

순간멈칫하며 고개를 뒤로 빼려는데 준혁의 손이 부드럽게 은수의 뺨을 감싼다.

그대로 은수에게 키스하는 준혁.

은수잠시 놀라지만 준혁에 키스에 몸을 맡긴다.

주변 사람들 웅성이며 준혁과 은수를 주시하고한 켠에 있던 혜린도 사람들의 소란에 돌아보고 경악을 감추지 못한다하지만 다음 순간자신도 모르게 태주를 돌아보는 혜린.

준혁과 은수의 깊은 키스를 보는 태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다.

 

끝 


.케세라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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