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 9
파스타 9부.
씬1. 거리 (밤)
최현욱 너 왜 이래?
유경 (본다) 쉐프는 내가 쉐프님 좋아한다고 우스워 보여요?
최현욱 !
유경 내가 쉐프를 훨씬 더 좋아하는거 같으니까, 제가 만만해
보여요?
식 식 뒤도 안 돌아보고 가고. 한참을 가고.
최현욱, 다시 가 잡는다.
최현욱 (거칠게 돌려세운다) 한번두 아니고 몇 번씩 해고된 너
는 방금전까지 내 주방에서 사고치고.
얼어 죽으래도 안 얼어죽고, 얼어죽을까봐 뜨거운 사줘도
싫다 바락바
락 나한테 이러고 대들고 있고.
나 아주 내 맘대로 나만 편하게 잘 먹고 잘 살고있다 왜-
유경 (식,. 노려보다 간다)
최현욱 거기 안 서.
유경 (아랑곳 않고 간다)
최현욱 (확 잡아 돌려세우면)
유경 내 주방에 여자는 없다면서요?
저는 왜 쓰십니까?
내 주방에 여자가 둘씩이나 돼서 이제 어쩌십니까?
최현욱 (화났다) 너 입 안 다물어?
유경 (더 크게) 좋으시겠습니다.
최현욱 한마디만 더 해 너?
유경 (지지않고 다가선다)
최현욱 (본다)
유경 (코 닿을 듯) 그러니까, 왜 이랬다 저랬다 사람 마음 헛갈
리게 합니까
쉡?!
최현욱 (흔들리는 최현욱 눈빛)
둘 팽팽히 마주 서있다.
유경 왜 제 마음까지 칼질하고 두드리고, 소금 쳤다 설탕 넣
다,
지지고 볶고 요리할라 그러십니까? 예-?!
최현욱 (기가 막힌다)
유경 도마 위에 오른 생선입니까? 제가?!
칼자루 쥐었다고, 두려운 게 없으신 모양인데요
다듬다 가시에 찔릴 수 도 있구요! 먹다 목에 켁 걸려서 저
세상 갈 수
도 있구요. 모르시죠? 이미 도마위에 오른 생선은요 칼 안
무서워해요?
살속에 가시 품고 뾰족하게 숨어있지.
최현욱 그래서?
유경 저한테도 가시 같은게 있다구요.
누구한테고 가시는 있다구요.
최현욱 (본다)
유경 (본다)
최현욱 그래서?
유경 (작아진다) 가,시 조심하시라고요.
최현욱 (쳇)
유경 (표정)
최현욱 (다가선다) 너는 신선하지도 않고, 잡은지도 한참됐고,
유통기한도 얼
마 안 남은. 그 뿐인 줄 아냐. 다듬기도 힘들고, 손도 많이
가고, 공들여
봤자 양도 얼마 안나오는, 데코 해봤자 별 이뿌지도 않은.
암튼.
좋은 식재료 아냐. 고로 나는 너 도마위에 올려놓고 칼질
안한다.
요리 안 한다. 됐냐?
유경 (안 됐다)
최현욱 도마에서 내려가라고.
유경 이미 도마위에 올라갔는데, 내려가라면,.(식)
다음은 쓰레기통 밖에 없지 않습니까?!
마음을 버리란 얘깁니까?
최현욱 (표정) 집에 가자.
유경 (꿈쩍않고)
최현욱 (손목 잡는다) 집에 가자고.
유경 (뿌리친다)
최현욱 집에 안가?!
유경 (반대편으로 간다) 집에 갑니다.
최현욱 어디가 집에 안가고?
유경 (버럭) 집에 간다니까요-!!
식 식 최현욱과 반대방향으로 가는 유경.
씬2. 도로 (밤)
유경, 큰 소리는 쳤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텅 빈 버스 정류장에 앉았다가,
버스가 왔는데도 안타고, 우두커니 앉아있는 모습.
버스 간다.
씬3. 도로 맞은편 횡단보도 (밤)
에 서있는 최현욱.
걱정되어 따라 온 것. 차도 얼마 안 다니는 늦은 시각. 빨간불이
다.
빤히 유경의 하는 양을 보고 섰다.
초록불 된다.
최현욱 큰소리 치드니,. (에이. 건너간다)
씬4. 버스 정류장 (밤)
고개 푹 꺽고있는 유경 옆으로 앉은 최현욱.
유경, 여전히 고개 푹 꺽고있다.
최현욱 버스 떠났다.
유경 엄(마 깜짝야!.. 흠칫 옆으로 물러앉고)
최현욱 (본다)
유경 (씨. 벌떡 일어선다)
최현욱 (편하게) 엉덩이 붙인다.
유경 (서있다)
최현욱 (편하게) 테이블 넘버1. 엉덩이 붙이고, 얌전하게 앉는
다.
예 쉡.
유경 (..서있다가, 더 떨어져 앉는다)
최현욱 (끔 보다) 내가 너 좋아하면 안 되는 이유 몇 가진 줄 아
냐?
유경 모릅니다.
최현욱 (본다) 생각 좀 해 봐.
좋다고만 하지 말고,
유경 (.. 생각한다)
최현욱 니가 내 주방에만 없었으면 나두 그런 거 생각 안했다.
유경 (먼 데 보고)
최현욱 (도 먼 데 본다)
버스 왔다.
유경 (일어선다)
최현욱 (본다)
유경 저는 그냥 좋아지는 이유만 생각하겠습니다. (꾸벅 하고
는,)
쉐프나 그 반대의 이유, 많이 생각하십시오. (버스 탄다)
버스 떠나고.
최현욱, 남는다.
씬5. 버스 안 (밤)
텅 빈 버스에 앉은 유경.
표정 별로다. 소매로 김 서린 창을 닦는다.
차창 뒤로 혼자 앉은 최현욱 모습 사라져 간다.
씬6. 버스 정류장 (밤)
최현욱, 혼자 그러고 얼마간을 앉아있다.
씬7. M오피스텔 전경 (이른 아침)
씬8. 동-헬쓰크럽 (이른 아침)
오세영, 러닝 머신위에서 운동중이다.
최현욱, 들어오다 세영과 시선 마주친다.
피하지 않고, 그냥 세영의 옆 러닝머신위로 올라가는 최현욱.
오세영 잘 잤어?
최현욱 (앞만 보고) 어.
오세영 (앞만 보고) 유경씬 어제 또 안 들어왔네.
최현욱 (당황해 본다) 어?
씬9. 유경반점 (이른 아침)
새벽인데도 손님 몇 있다.
유경 큰 솥 앞에서 면을 삶는다. 면을 휘젓는 젓가락에 기운이 없
다.
유경이 담아준 면그릇에 짬뽕국물 붓는 유경부.
유경의 늘어진 어깨를 흘깃 본다.
유식 (나온다) 방학인데 과외 하나 할까?
유경부 정신산란하게 왜? 니 누나도 벌고 나도 버는데.
유식 (유경 눈치 본다. 다 된 짬뽕 서빙한다)
알아서 제 일 하는 짬뽕집 가족.
유경부 (탁 탁 국자 내려친다. 맘에 안 든다) 뭔 일 있어?
유경 아부지도, 주방에 여자 있는 거 싫어?
유경부 너 여자라고 구박해?
유경 ...
유경부 구박받고 일하냐? 그래?
유경 아부지부터 구박하쟎어.
유경부 너만 잘해봐. 왜 싫어해?!
유경 (칫) 다 내 탓이고 내 잘못이지.
유경부 딸년이 평생 손에 물 적시고 살겠다는데 얼씨구나 좋아
할 애비가
어딨어?! 주방 사내놈들이 얼마나 억씬데, 그 틈바구니에
서 기집애가
버티는 게 쉬울 줄 알았냐 그럼?!
유경 (맨날 하는 소리)
유경부 (그러다 퍼뜩) 누구야 너 못 살게 하는 놈이?!
핸드폰 울린다.
유경, 확인하는데 쉐프 뜬다. 안 받는다.
유경부 (모니터에 뜬 이름 본다) 니 쉐픈가분데?
유경 (일만 한다)
유경부 이눔이야?! (다짜고짜 자기가 받으려는데)
유경 (힉! 놀라 핸드폰 사수하는데서)
씬10. 라스페라 전경 (이른 아침)
씬11. 사장실 (이른 아침)
김 산 소감이 어때?
오세영 (미소) 떨리지. 긴장 되고.
김 산 니가 내 주방에서 일하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말.
오세영 (표정)
김 산 그래두 사장인데, 질문 하나만 해도 돼?
오세영 (본다) 뭔데?
김 산 주방에서 하려는 게 요리야 사랑이야?
오세영 !
김 산 속내 좀 보여라. 이만하면 나 오래 기다려준 거 아닌가?
오세영 (생각한다) 자 존 심 회복?
김 산 사랑은 아닌 거네?
오세영 (표정) 제대로 인정받고 싶어. 요리사로서.
김 산 (뜻밖이다) 다들 인정해 이미? 무슨 소리야?
오세영 아니. 꼭 여기 쉐프한테 인정받고 싶어.
김 산 ! (보는데) 이겨보고 싶은 게 아니라 인정받고 싶어?
오세영 응.
김 산 (의미 있게 보는데)
똑 똑 노크소리.
잠시후 문 열리고, 고개 드미는 사람.
설대표다.
김 산, 오세영에게 히죽 어설프게 웃어보이는 설대표.
씬12. 1-2층 계단 (아침)
출근 차림으로 올라오는 최현욱, 내려오는 오세영 본다.
중간에 마주서는 두 사람.
오세영 (본다)
최현욱 (요리사복 차림의 오세영 본다)
기어이, 여기서, 요리 하겠다?
오세영 나를 여자라고도 생각지 말고,
당신 예전 연인으로도 생각지 말고.
그냥 요리사로서 봐 줘.
최현욱 (보고)
오세영 이번엔 비겁하지 않을게.
최현욱 (본다)
오세영 이번엔 나 자신하고 타협하지 않을게.
최현욱 (비짓) 그래.
한번 해, 보자. (웃고 올라가는, 뒷모습)
오세영 (잠시 서있다, 반듯한 입매로 내려오는 모습에서)
최현욱 (한번 돌아본다. 내려가는 오세영의 뒷모습 본다)
씬13. 아침 조례
유경, 이지훈 뒤에 살그머니 와 선다.
조례대형으로 서있는 전 직원.
맨 앞에 최현욱, 들어와 서고. 유경에 시선주다 거둔다.
김 산, 오세영과 들어온다.
긴장하는 직원들.
김 산 아시다시피, 식구가 오늘부로 늘게 됐습니다.
오세영 (인사하고) 잘 부탁드려요.
최현욱 (앞만 보고 서있는 표정위로)
오세영 신메뉴 <세 가지 맛 파스타> 와 함께 앞으로 파스타 총
책을 맡을
오세영입니다.
파스타라인 (일그러진다)
금석호라인 (이제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
유경 (고개 숙인다)
정호남 쉐프가 두 분인 겁니까 그럼?
오세영 (동시에) 네.
최현욱 (대답 않고)
김 산 (동시에) 네.
일동 !!!??
유경 (고개 내밀고)
일동 (최현욱 본다)
민승재 (한번 더) 쉐프가 두 분인거에요 쉐,쉐프?!
최현욱 (시선 한 몸에,.팽팽하게 오세영 본다) O K.
일동 ?!!!! (자리에서 수군수군 하는데)
슬그머니 홀직원 맨 뒤로 와 서는 설대표.
김 산과 눈 부딪는다.
유경 옆이다.
유경 ?!!(제일 먼저 발견. 화들짝)
김 산 아 그리고, 한 분 더 소개하겠습니다.
설대표 (소심하게 서있다)
김 산 설사장님이 다시 라스페라로 복귀하게 됐습니다.
설대표 (애매하게 웃어 보인다)
유경 (중얼) 말두 안 돼.
일동 (웅성웅성, 곱지 않은 시선)
김 산 혹시 여러분에게 불편과 혼동을 줄까 싶어 정확하게 말
씀드리는데,
설사장님의 서열은 홀 막내입니다.
네모 (입 쩍)
일동 (수군대다 입 쩍)
김 산 백의종군 하는 맘으로, 라스페라를 위해 바닥부터 다시
뛰어보시겠다니
까, 같이 편하게 일하시면 됩니다.
설대표 예, 사장님. (하고는 일동 둘러본다)
최현욱 (과도 눈 부딪는다. 찔끔)
편 하나 없이 따가운 눈총.
옆에서 날아오는 한마디.
유경 (이해 안 된다) 이,러고 싶어요 사장님?
설대표 (표정관리)
씬14. 일각
모여서 얘기중인 금석호 라인,
정호남 윗대가리가 더 늘면, 그럼 우리 서열은 하나씩 다 내려
가는 겁니까요
부주?
금석호 (눈빛 더 매서워졌다) 어차피 평생 여기 뼈 묻을 거 아
니잖아.
이태리 유학파들 수발들고 싶지 않으면 실력으로 보여주
고, 여기
떠나자고. (락커 안쪽에 붙은 “뉴쉐프 요리대회” 포스터)
알았지?
셋 예 부주!
한상식 ‘매니저 쉐프’는 구하셨습니까?
금석호 아직.
정호남 건 뭐야? 그런 사람도 있어야 돼?
민승재 이미 쉐프 자리에 오른 요리산데, 우리를 관리해주고 레
시피를 짜줄
리더를 말하는 거야. 대회 직전까지 같이 해주고, 막상 대
회장에는
들어갈 수 없는 매니저역할이지. 이미 쉐프가 됐으니까 매
니저는
출전자격이 안 돼.
정호남 아..
민승재 최현욱한테 해 달랠 순 없잖아. 해 달래기도 싫고.
정호남,한상식 (동시에) 당연하지-
금석호 (눈빛에서)
씬15. 복도
사장실로 가는 유경, 맞은편에서 설사장 온다.
눈길도 마주치기 싫다. 그냥 가려는데
설대표 미안하다.
유경 (멈춰 선다)
설대표 미안 했다 서유경.
유경 말 로만요?
설대표 그럼 뭐 어쩌라고-?
유경 (손 내민다) 미안한 거, 돈으로 표현해보세요.
설대표 (본다)
유경 (손 내민 채)
설대표 (주머니 뒤적뒤적 지갑 꺼내 지폐 한 장 올려 논다)
유경 (천 원짜리 한 장) !
설대표 상징적 의미루 다가.
유경 딱 만분에 일이네요.
만분에 일 만큼 미안하시네요 저한테.
설대표 (움추렸다 기편다) 큼.
씬16. 복도
유경, 사장실 앞에 멈춰 선다.
똑 똑 노크.
씬17. 사장실
책상에 있던 김 산. 주식 모니터 확인중이다.
유경, 들어오고.
유경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김 산 (모니터에만 시선)
유경 어제 냉장실 꺼놓은 거 때문에 식재료 피해 본거요.
제가 배상하겠습니다.
김 산 돈도 없잖아?
유경 (본다. 기분 상한다) 돈은 없어도 자존심은 있거든요?
돈 없으면 뭐 책임감도 없는 줄 아세요?
김 산 (빤히 본다)
유경 그럼. (나오고)
씬18. 쉐프룸
최현욱, 책상에 앉아 있다. 문 열리고,
우르르 들어오는 요리사들. (오세영만 빠졌다)
쉐프룸이 꽉 들어찬다.
일동 (최현욱 앞에 선다)
최현욱 말 잘 듣네? 쥐치간 푸아그라에 대한 시식후기, 무기명
으로 내랬더니
원없이들 맘껏 씹어놨구만. (한 장씩, 맨 위 살짝 집어 요
리사
들 얼굴 앞으로 들이민다)
최현욱 (굳은 표정) 쉐프님은 나의 우상. 쉐프님 짱!
정은수 (긴장)
최현욱 신메뉴 품평하랬지 누가 아부하랬니?
정은수 저, 전줄 어떻게 아셨,,?
최현욱 (이미 다음 장. 별 세 개 그려져 있다) 별 세 개?
누가 너더러 기자마냥 평점 매기랬냐?
필립 (딴 청)
최현욱 (다음장) 살려줘서 고마워요. 땡큐 쉐프.
빨대 꽂힌 거위 주둥이 올림. 꽥 꽥.
이지훈 (자진신고. 귀여운 미소) 흐.
최현욱 니들 이럴래? 진지하게, 개선방향이나 보완점을 썼어야
지.
선우덕 그럴 필요도 없는 완벽한 푸아그라 였습니다.
최현욱 니들 넷(이태리파.은수). 이런 식이면 나를 엿 먹이는 걸
로 알겠다.
나가.
넷 예 쉐프.
넷 나가고.
나가면서 문 밖. “족집게다..” 이름 안 썼는데 다 안다 반응.
문 닫힌다.
최현욱 (다음장)
유경 (끔. 헛기침)
최현욱 (시선 줬다 거둔다)
3만원 주고 쉐프의 쥐치간 푸아그랄 사먹느니, 1000원짜
리 쥐포 30개
를 사 먹겠다. 이거 누구야?
일동 (눈치 본다. 시간차 두고) 저 아닌데요?
정호남 무기명으로 하라 그래놓고 뒤에 와서 이러고 한 사람씩
이거 누구냐?
이거 누구냐 따지시면 안 되지요?! (억울한 듯) 상사들은
어제 한말 다 르고 오늘 한말 다르고 꼭 이러더라?!
최현욱 너구나 쥐포 사먹겠다는 거?
정호남 (헉 어떻게 알았지?!)
최현욱 끝나고 백수된 니 여자친구랑 영화관 가서 많이 사먹
고. 그 쥐포랑 내
꺼랑 철저하게 비교 분석해서 제대로 된 후기 내라. 나가
셋.
셋 (씨 입나와 나간다)
둘 남는다. (금석호, 유경)
최현욱 (여유있다) 두 사람은 무기명으로 내라고 했는데도 굳
이, 보란 듯이,
자랑스럽게 대문짝만하게 이름 써서 냈다.
둘 (표정)
최현욱 반항이지?
유경 (표정)
금석호 (먼저) 좋은 말도 아니고, 비판을 무기명으로 내는 건 비
겁한 짓 같아서
이름까지 적은 겁니다.
최현욱 비판 좋다. 직접 들어볼까?
금석호 큰 쥐치활어는 공급이 원활한 생선이 아닙니다. 난류성
고기라 날씨 영
향을 받고 1년 내내 잡히는 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재료를
대실겁니까?
재료가 있으면 팔고, 없으면 안 파는, 그런 메뉴가 라스페
라의 주메뉴가
될 수 있습니까?
최현욱 (여유) 좋은 지적이다. 급속 냉동이든, 염장이든, 유장이
든, 훈제든,.
부주가 저장 방법을 같이 고민해주면 고맙겠다.
금석호 (꿈쩍 않고)
최현욱 자기 이름을 걸만한, 역시 부주다운, 훌륭한 비판이었
다.
서유경?
유경 (깜짝)
최현욱 부주는 나가 일보고.
금석호 예 쉡. (나간다)
둘 남는다.
최현욱 니 이름 건 비판도 기대되는데?
유경 (비장한 표정)
씬19. 복도
요리사복 갈아입고 나오는 오세영과 마주치는 이태리3인방. 좁은
복도에서 오세영이 오른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가고.
오세영이 왼쪽으로 가면 왼쪽으로 간다.
오세영 (세 요리사 본다)
이태리3 (오세영 본다)
오세영 (한쪽 벽으로 기대선다)
이태리3 (반대편으로 팽팽하게 기대선다)
오세영 비켜 주죠?
이태리3 (꿈쩍 않는다)
이지훈 (삐딱) 여자 쉐프 하고는 한 번도 일해 본 적이 없어서.
오세영 (웃어 보인다) 일 해봐요 그럼 오늘부터.
이태라3 (시선) !
오세영 (시선에서)
씬20. 쉐프룸
단 둘만 남은 상태.
유경 (마침내 용기내) 쉐프님의 요리는, ..못 됐습니다!
최현욱 ,.뭐? 왜?
유경 내 간만 쏙 빼갔습니다.
같이 뭐 할 것처럼 해놓고, 내 간만 홀라당 빼갔습니다.
살 좀 나눠 달래도 살도 안주잖아요.
최현욱 (꿈쩍 않는다) 그래서?
유경 (표정)
최현욱 그래서?
유경 비겁하지 않습니까? 뭐 누러 들어갈 때 다르고, 누고 나
올 때 다르다고
딱 그 경웁니다.
최현욱 식당에서 똥 얘기는 아침부터 하고
외박은 밥 먹듯이 하고. 잘 한다.
유경 (식)
최현욱 (빤히 본다) 모니터 끝?
유경 끝.
최현욱 고로, 만든 요리사가 비겁하니, 음식도 비겁하다 그건
가 지금?
유경 예.
최현욱 예 쉡?
유경 예 쉡.
최현욱 대체 비겁한 맛은 어떤 맛인데?
유경 맛은 있으나 뒤끝이 개운치 않은 겁니다.
최현욱 (본다)
유경 또,
최현욱 (본다)
유경 맛은 있으나 첫맛과 끝 맛이 다른 것이죠.
최현욱 (본다)
유경 또,
최현욱 또?
유경 맛은 있으나 머리카락 나오는 것입니다.
최현욱 (꾹) 또.
유경 맛은 있으나 소화가 안 되는 것이죠.
최현욱 그게 나야?
유경 (표정)
최현욱 (기다린다)
유경 예 쉡.
최현욱 !
유경 그럼. (고개 숙이고 나간다)
최현욱 (남아서)
씬21. 주방
아직 시작되지 않은 텅 빈 주방.
유경, 자기 자리에서 준비하고 섰는데
오세영, 천천히 들어와 선다.
한바퀴 천천히 도는 그녀의 모습이 당당하고 좋아 보인다.
유경, 말없이 지켜보는데
오세영, 멈춰서는 곳. 주방 보조 정은수 자리다.
유경 !
오세영 (정은수 자리에 서더니, 감회에 젖는 듯)
유경 거,기는?
오세영 (표정)
유경 주방 보조 자린데,.
오세영 내가 여기 이 자리였을 때, 지금 거기 유경씨 자리까지
가는 게
참 까마득하고 막막해 보였었는데, 막상 유경씨 자리에서
쉐프가
되기까지는 순식간이었어요.
유경 (표정)
오세영 그 자리부턴 일이라고 생각 안하고 즐겁게 요리했던 거
같아요.
유경 (아..)
오세영 (다가와 유경 앞에 선다) 유경씨. (유경의 머플러를 단
단하게 잘 조여매
준다) 이 자리에서 저기 쉐프의 테이블까지, 순간이 될지
긴 시간이 될
지는 유경씨한테 달렸어요. 잘 해봐요 우리.
유경 ! 예,. 예 쉡.
오세영 내가 오늘 좀 쎄게 나가도 놀라지 말고.
기선 좀 잡아야 되니까. (눈 찡긋해 보인다)
유경 (표정에서)
씬22. 라스페라 입구 (런치 타임)
물 만난 고기 마냥 활짝 문 열고 나오는 설대표,
현관입구에 안내칠판 세운다.
오늘의 추천메뉴.
‘스타쉐프 오세영’의 “세가지 맛 파스타”
몰려들기 시작하는 손님들. 고급세단 정차한다.
설대표, 반색하고 내려간다.
설대표 (정중히 차문 열며) 어서오십시오 조회장님-(*지난번
호텔에서의)
조회장 (내린다) 어 설사장! 세가지맛 파스타, 벌써 소문났어 맛
있다고.
설대표 감사합니다.
조회장 옷이 왜 그래?
설대표 예? (얼버무린다) 손님들께 더욱 가까이 봉사하기 위해
서..
들어가시죠.
조회장 일행 안내하며 의기양양 들어가는 설대표.
씬23. 주방
최현욱, 쉐프의 테이블에 서있고.
오세영, 선우덕 스토브 꿰차고 선다.
파스타 라인은 오세영 때문에 한 자리씩 밀려, 밀려 선다.
유경, 은수랑 더 가까워진 자리.
막 밀려나오기 시작하는 주문지.
최현욱, 주문지 힘있게 뽑아든다.
최현욱 테이블 넘버8, 오늘의 추천메뉴 세가지맛 파스타 넷.
일동 예! 쉐프!
최현욱 테이블 넘버9. (주문지 보고)
테이블 넘버14. (주문지 본다) 모두 세가지맛 파스타 합이
열 둘.
일동 예! 쉐프!!
능숙한 오세영의 프라이팬 스냅, 손놀림 시작되고.
약속이나 한 듯 모두의 시선이 오세영에게 향한다.
최현욱도 오세영 보고.
유경도 오세영보고. 그런 최현욱 보고.
씬24. 홀
설대표, 조회장 일행에게 메뉴판 돌린다.
설대표 천천히 고르십시오.
제가 식전 서비스 준비해 올리겠습니다.
조회장네 (좋아한다)
설대표, 홀 중간, 주문입력기에 메뉴 3개 입력한다.
네모, 지나가다 본다.
네모 (곤란) 이건 로마코스 손님들한테만 드리는건데!
설대표 야! 저 회장님들이 어떤 분들인데. 내가 다 알아서하께.
네모 그래두...
설대표 (신나서 주방으로 들어간다)
- 조회장네 테이블.
조회장 (지나가는 네모에게) 어, 여기! 사장님 좀 다시.
네모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네모, 김 산 데려온다.
설대표도 주방에서 아뻬르띠보 접시 들고 나온다.
테이블 이쪽 저쪽에서 설대표 김 산이 동시에 온다.
김 산 찾으셨..
조회장 (OL) 설사장!!
설대표 (김 산보고, 표정)
김 산 (사장 노릇 계속 해보라는 듯 표정)
설대표 (침 꿀꺽. 접시 놓아주며) 서, 서비스 아뻬르띠보, 입니
다.
조회장 우린 코스도 아닌데, 역시 사장 빽이 좋아!
(일행에게) 얼굴 잘 봐둬. 이 사람이 여기 사장이야!
설대표 (김 산 눈치)
김 산 (식 웃고 간다)
설대표 (그제서야 기 살아) 주문, 정하셨습니까?
- 설대표 주문 입력하고 가는데.
김 산 막내는 빈접시만 치우는거 아닌가?
서비스 남발에, 사장 사칭에. 그냥 놔둬두 되나?
설대표 (김 산 손잡고 계단 위로 밀며) 야, 나도 있는데 뭐 너까
지 내려와서
일할 필요 있겠냐. 올라가 응? 올라가서 너 좋아하는 주식
해.
김 산 어허?
설대표 (등까지 민다) 좀 올라가~~ 제발~~
마지못해 김 산. 몇 걸음 올라가고.
손님 (들어오다 설사장 보고) 어, 설사장? 요 며칠 안보이데?
설대표 (반갑게 나가며) 아이고 어서오십시오~ (신나서 안내한
다)
씬25. 주방
일사분란 정신없이 돌아가는 주방.
금석호 라인들, 슬금 슬금 자기일 하면서 시선 파스타 라인에 쏠린
다.
선우덕 (프라이팬 위에 토마토소스 국자로 훅 집어넣고 있는
데)
오세영 (바로 옆에서, 자기꺼 흔들면서) 토마토소스는 소스가
완성되기 바로 직
전에, 발사믹 식초를 넣어줘요.
최현욱 (눈꼬리 올라가 선우덕 옆으로)
오세영 발사믹식초에 열을 가하면 시큼한 맛은 날아가고 단 맛
만 남거든?
최현욱 시큼해야 더 프레쉬하지. 아무것도 가미하지 않은 토마
토 본연의 맛을
죽이자는 거야 뭐야 지금?! 식초를 왜 너?!!
선우덕 (가운데서, 난처하다)
---
아예 대놓고 파스타라인 보고 있는 금석호 라인들.
생면 뽑고있는 ‘이지훈’을 가운데 두고 이어지는 ‘두 쉐프’의 신경
전.
(*오세영도 최현욱 못지않게 부드럽지만 고집있는 모습 보인다.)
오세영 (생면 씹어 보면서) 반죽에 계란 노른자 숫자를 늘려요.
면이 훨씬 부드러워지거든?
이지훈 (계란 노른자 넣으려면)
최현욱 (확 노른자 나꿔채간다) 삶았을 때 면이 툭 툭 끊어지는
건 어쩌고?
반죽에 계란 노른자 숫자 줄이고, 대신 물하고 우유 더 넣
어.
(안 되겠다. 필립 확 제치고 자기가 물 하고 우유 집어넣으
면서)
삶았을 때 쫄깃하고 탄력이 있어야지 면이
오세영 면이 뻣뻣하다고 그러면-!!!
유경 !!!! (놀래 긴장)
---
설대표 들어와 선다.
설대표 (사장때처럼) 아 주문 안 나올꺼에요--
네모 (뒤 따라들어와서) 어이 막내.
설대표 !? (누구? 막내 누구? 돌아본다)
네모 테이블부터 치우라니까 뭐하니 여기서?
설대표 (본다.. 나간다 그냥)
면가마 옆. 정은수, 소금통 들고 더 넣야할지 말지
최현욱 짜다.
오세영 안 짜. 더 넣어.
유경 (슬그머니 면 가마로 와 끓는 물의 간 본다)
최현욱 (신경 안 쓰고) 니 혀는 대리석이냐? 파스타로 젓갈 담
을 일 있어?
이게 안 짜?! 소태 만들래?
오세영 파스타의 간은 삶을 때 면에 배어드는 소금물로 간하는
게 제일 좋단말
야. 씹을수록 면이 맛있어진다고.
최현욱 삶을 때만 간하니?
(면체로 빈 면가마 탁 탁 내려친다) 토마토든 크림이든 소
스로도 간 되
잖아-
이지훈 아 진짜!!!! (프라이팬 탕 내려놓는다)
필립 (자제하라는)
마침내 유경 사이에 두고, 둘 팽팽하게 서있다.
유경 (프라이팬에 모시조개 가득 넣고 서둘러 흔들고 있는데)
오세영 (말없이 지켜보고)
최현욱 그러고 하면 나중에 손목 아퍼서 프라이팬 잡고 싶어도
못 잡아.
자 자. (하면서 뒤에서 손잡고 제대로 시범 보여준다)
오세영 (유경 하는 양 보고) 유경씨, 밥먹지 말고 남아.
유경 예? 예 쉐프.
최현욱 (유경을 잡으려는 양 보인다) 왜 애를 밥도 못 먹게 해?
오세영 누가 밥을 못 먹게했다 그래?
봉골레 제대로 일러주고, 유경씨가 만든 봉골레, 잘 했는
지 못 했는지
둘이 저녁 겸 같이 먹을 건데, 왜 나서?
최현욱 (할 말 없다)
유경 (둘 번갈아 봐가며,)
-민승재 (비아냥) 잘 한다.
정호남 내가 그랬지? 우리 가랑이만 찢어진다고?
한상식 그래두 쉡이랑 저러고 붙으니까,. 쫌, (실실 쪼갠다)
셋 (싫지 않다)
금석호 (오세영을 주시한다)
씬26. 아이들타임.
요리사들, 홀 직원들, 설대표도 구석에서 식사중이다.
설대표 내가 없으니까, 아주 주방은 더 개판 5분전이네.
네모 (먹다 본다)
설대표 (자기 물 컵 민다) 물 먹을래?
-바 스툴에 앉은 파스타 라인들, 밥 먹을 때가 아니다 지금.
이지훈 (수저 내려놓는다) 뭐야 이게?!
뭐하자는 거야 지금?! 우리 다 똥개 훈련시켜?!
필립 쉐프 왜 저래? 아예 오세영일 주방에 들이질 말았어야
지?
선우덕 아무래도 이상해.
이지훈 뭐가?
선우덕 예전 같으면 선배 성격에 다 때려치고 관둘텐데,
대체 이 주방에 왜 이런 모양새로 남아있으려는 거지?
이지훈 왜긴 뭐가 왜야? (씨) 아직 미련이 남은거지 뭐. (맘에
안 든다)
선우덕 오세영한테? (설마)
이지훈 쉐프는 왜 오세영이한테만 그렇게 약해?!
선우덕 쉿.
정은수, 지나간다.
식판 들고 솔깃해 섰다가, 입들 닫으니까 어물쩡 간다.
선우덕 소리 죽여 너.
이지훈 아 몰라 몰라 나는. (옷 들고 나가고)
필립,선우덕 (주방쪽 돌아본다)
씬27. 주방
유경, 달궈진 프라이팬에 올리브유 두른다.
유경 양쪽에 선 두사람.
마늘부터 넣고 봉골레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데
오세영 다진 마늘은 지저분해. 슬라이스한 거 써.
유경 예 쉡? (슬라이스 집으려면)
최현욱 슬라이스는 늦게 익어서 안 돼. 다진 거 써.
유경 예 쉡.
오세영 다진 거는 모양이 지저분하잖아!?
유경 (눈치) 반 반씩 넣으까요?
화이트 와인 집어드는 유경.
오세영 와인을 뿌리고 바로 뚜껑을 덮어.
유경 예 쉡?
최현욱 무슨 소리야? 와인을 뿌리고 불을 붙여.
(또박 또박) 불이 붙고, 알콜을 다 날린 뒤에, 그 뒤에 뚜껑
을 덮어.
유경 예 쉡. (프라이팬에 와인 쫘악 뿌리고 불꽃 이는데)
오세영 불꽃을 내지 말고 바로 뚜껑을 덮어야 와인향기가 소스
에 배지?!!
유경 예 쉡. (초조해진다)
최현욱 와인은 원래 조개 잡내 만 제거하는 게 목적이야!
취하게 할 일 있어?!!
유경 예 쉡. (뚜껑을 닫았다 열었다 한다)
조개들 이미 프라이팬 속에 들어가 있고
유경, 미리 우러낸 조개 육수 국자로 떠 넣으려면
최현욱 조개 입 벌어지기 전에 육수 안 넣고 뭐해?!
유경 예 쉡?
오세영 (국자 잡는다) 안돼. 조개껍질 벌어지고 나서 마지막에
조개육순 넣어야
지?! 그래야 덜 짜.
유경 예 쉡.
최현욱 입 벌어지고 나서 육수 넣으면 조개가 익는데 시간이
더 걸리고,
그럼 조갯살이 질겨진다는 거 몰라?!
유경 예 쉪?
오세영 육수 일찍 넣으면 짜진다고!
유경 예 쉡.
최현욱 질겨진다니까!?!
유경 (..) (프라이팬 놓는다)
둘 !
유경 (불 끈다)
둘 (보고)
유경 (잔뜩 비참한 얼굴) 두 분이 합의보시고요.
결정되시면 저한테 알려주세요.
어느 분이건 저는 쉐프님 뜻에 따르겠습니다.
(세영에게) 예 쉡?
(현욱에게) 예 쉡? (나간다)
둘 (서유경 뒷모습 본다)
씬30. 옥상 (저녁)
저녁이 내려오는 시각.
담요 안고, 동그란 원형공간에 천천히 걸어 들어가서는 유경.
표정, 별로다. 담요 뒤집어 쓰고 있는데,
옥상문 열리는 소리.
최현욱이 다가온다.
최현욱 밥 안 먹어?
유경 (돌아선다. 천장유리쪽으로 기댄다)
최현욱 (옆으로 가 선다)
유경 (담요 머리까지 이티처럼 뒤집어 쓴다)
최현욱 너한테 쉐프는 나 뿐이다.
그러니까 내 말만 들어.
유경 (대꾸 않고)
최현욱 왜 아무말도 안 해 속터지게?!
유경 (돌아서 그냥 원형공간을 빠져나가려고 하면)
최현욱 (잡는다)
유경 (꼿꼿이 보고)
최현욱 너,
유경 두 분 그러는 모습 부럽단 말이에요.
양쪽 말 다 맞는 것 같고, 싸움도 되고, 거기 끼인 사람들
이야 새우등 되어서 터지거가 말거나. 두 고래는 좋겠다
고요.
최현욱 (표정)
유경 (가고)
최현욱 (뒤에 대고) 밥 안 먹어-?
유경, 가기만.
씬29. 베이커리
희주 앉아있는데...
미희, 찬희 서둘러 들어온다.
찬희 언니! 언니언니!!
희주 (케익 만드는데 열중) 야 니들 여기까지 들오면 안 돼.
미희 (침 꿀떡)
미희 들었어 언니?
희주 (케익만)
찬희 설사장 다시 들어갔대?!
희주 (그래도 케익만) 어떻게 뒷돈까지 받아 쳐먹은 인간은 복
직이 되고,
재주 조-타.
미희 그 뿐인 줄 알아? 오세영이 주방 쉐프 됐대-!?
희주 (하던 손끝 멈춘다. 바르르 떨리는 손)
찬희 말이 돼?
희주 최현욱이는?
미희 공동 쉐프래. 둘이!
희주 (부르르 혈압 오르다가, 표정 바뀐다)
미희,찬희 (희주 본다) ?
희주 (생각있다. 나지막이) 이따가 불구경 가자.
미희,찬희 뭐,뭔 구경?
씬31. 라스페라 지하주차장 (밤)
은수 쓰레기봉투 들고 퇴근하는 길
길 저쪽. 민승재, 한상식이 마트봉지 양손에 하나씩 들고 오는 것
보인다.
정은수 ! 일꺼리가 또..? 이씨~
(길 반대쪽으로 후다닥 도망간다)
씬32. 락 바 (밤)
경쾌한 락비트.
이지훈 (맥주 벌컥) 이러고 가만 있을 거야 형들?!
필립 계속 오늘처럼 이럴 거면 나 관둘래.
선우덕 쉐프 속은 우리보다 더 할 텐데, 가볍게 행동하지 말자.
이지훈 오세영 밑에서 일하자고 들왔냐고 우리가?!!
오세영이 쉐프한테 어떻게 했는데?! 아 형-?!
선우덕 (갈등된다)
필립 오늘은 정신없이 지나갔고
한번 본때를 보여주자.
이지훈 그래 우리 프라이팬 뜨거운 맛을 보여주자 형.
선우덕 어떻게?
이지훈 은근 쉡도 바라고 있을지도 몰라?
필립 우리가 말 안 듣고 골탕 먹이는 거.
선우덕 (둘 보고) !!
이지훈 (답답하다)
씬33. 주방 (밤)
국내파 4인. 비장한 태도로 각자의 위치에서 요리중이다.
-금석호, 숯돌에 슥 슥 칼을 간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고기덩이
에 가는 실같이
붙어있는 지방을 제거한다. 그리고 단칼에 자른다. 툭 잘라져 떨
어지는 단면. 환상 적인 마블링.
-정호남, 두툼한 가지를 썰어 속을 파낸다. 다진소고기 야채 등을
볶아 만든 미트
소스에 펜네 추가. 이것을 가지에 넣고 모짜렐라 치즈를 뿌려 오
븐에 넣는다. 다 익은후 꺼낸다. 김이 모락모락, 모짜렐라 치즈
가 먹음직스럽게 녹은 가지치즈펜네.
-민승재, 살짝 얼어있는 안심을 얇게 저며낸다. 어찌나 얇은지 마
치 분홍색 한지같
다. 도르르 말아 화려한 장식의 카르파치오 만든다.
-한상식, 싱싱한 딸기를 이용, 화려한 디저트 만든다.
마침내 완성한 4인.
금석호, 쉐프의 테이블에 우뚝 서서, 자신의 요리접시 올려놓는다.
정호남, 민승재, 한상식도 차례대로 올려놓는다.
심혈을 기울인 첫 연습, 첫 작품이다.
정호남 대회 당일에서야 어떤 재료로 만들어야 하는지 공개 된
다면,
모든 재료를 가지고 다 고민하고 연습해봐야 하는 거네요?
금석호 그렇다. 어떤 변수나 돌발상황이 닥치든,
그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실력을 갈고 닦으란 의도겠
지.
먹어보지도 못한 재료를 가지고, 1시간 안에 4가지 코스
메뉴를 만든다
는 게 어디 쉽겠냐? 오늘은 한우 중심으로 했는데, 한우도
일반
부위가 아닌 특수부위 그리고 송아지까지 다 마스터해야
해.
민승재 (끄덕이며) 그래서 매니저 쉐프 역할이 중요한 거구나..
금석호 그래. 매니저 쉐프는 직접 요리를 하진 않지만, 1시간밖
에 여유가 없는
메뉴선정에 결정적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세사람 (진지하게 듣는다)
금석호 아무튼 우리는 오늘부터 무작위재료로 실전이랑 똑같
이, 1시간 안에
코스메뉴 만드는 걸 연습할거다.
한상식 예! 부주!
정호남 재료값 수억 깨지겠네..
금석호 공부하려면 자기 돈을 써야 내 것이 된다.
라스페라 재룐 절대 건드리지 마라. 그러다 알려지면 골
치 아프니까.
정호남 네. 저, 부주! 우리 첫날인데 화이팅 한번 할까요?
민승재 좋죠!
한상식 예!
금석호 (끄덕) 좋아.
정호남 (손 내밀며) 설움 국내파, 이태리를 향하여!!
다같이 (손 내밀고) 향하여!
씬34.휴게실 (밤)
유경, 락커룸 앞에 선다.
선인장 사진 본다.
빤히 보다, 툭 떼어내는 유경.
메모지 꺼내 처음으로 몇 자 적는다.
락커문에 ‘메모지’ 놓고, 그 위에 ‘사진’ 놓고 자석 붙이는 유경.
사진 뒤에 잘 숨은 메모지.
씬35 M오피스텔 전경 (이른 아침)
씬36 복도. 앨리베이터 (이른 아침)
오세영, 유경, 타고있다.
막 닫히려는 문, 버튼 눌리면서 열리는데
최현욱이다.
두 여자 본다.
타는 최현욱.
씬37. 앨리베이터 안 (이른 아침)
나란히 선 두여자.
최현욱, 오세영이 아닌 유경 옆으로 선다.
유경 가운데 자리.
어색한 기운 흐른다. 지하1층 버튼은 불 들어온 상태.
유경, 1층 버튼 누르려는데,
오세영 (유경 손 잡는다) 내 차 같이 타고가요. 앞으로.
최현욱 (보고, 유경 다른 쪽 손 잡는다) 내 차 타고가.
유경 (가운데서 양손 잡혀있다)
오세영 왜 그래. 유경씨 불편하게.
최현욱 불편하긴. 편하게 같이 가자는데.
유경 (양쪽 손 빼며) 버스 타고 갈겁니다.
오세영이 잡은 손은 스르르 빠지지만, 최현욱이 잡고있는 손은 빠
지지 않는다.
꼭 잡혔다.
유경 (최현욱 보고)
오세영 (모른다)
최현욱 (꿈쩍않고 유경 손 꼭 잡고있다)
유경 (생각하다) 쉐프.
최현욱 (유경 본다)
오세영 (유경 본다)
유경 (힘주어 손 뺀다) ..
최현욱 (표정)
유경 (1층 버튼 누른다) 오늘은 오세영 쉐프님 지시에 따를겁
니다.
둘 (표정)
유경 내일은 최현욱 쉐프님 지시에 따를겁니다.
최현욱 (나즈막이) 이랬다 저랬다, 지조없어? 절개없냐 너는?
1층. 띵 열리는 앨리베이터 문.
유경 그럼 저는 들를데가 있어서. 먼저. (나간다)
닫히는 앨리베이터 문.
황당해 하는 최현욱 표정, 여유있는 오세영 표정 보이다가 문 꽉
닫힌다.
씬38. 휴게실 (이른 아침)
텅 빈 휴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구두. 김 산이다.
유경의 락커룸 앞에 서고.
이전 사진에 자석 떼내는데, 툭 떨어지는 메모지.
집어든다. (유경 목소리)
✉ 누구세요?
고마워요.
파이팅!
김 산, 메모지 빤히 보고 서있다.
씬39. 부동산 (아침)
유경, 부동산 주인과 앉아있다.
유경 급하게 쓸데가 있어서요.
집주인한테 나가겠다고 보증금 좀,.
씬40. 사장실 (아침)
김 산 예 알겠습니다. 다시 전화 드리죠. (핸드폰 끊는다)
김 산, 의자 돌려 앉는다.
설대표 소심하게 앉아있다.
김 산 나한테 돈 달래서, 나한테 돌려줄 셈 이구만 지금?
설대표 누가?
김 산 있어.
설대표 (궁금해) 누군데-?
김 산 (대꾸 않고), 선배 경고야.
설대표 (벌써 억울한 표정) 왜?
김 산 홀 막내면 막내답게 굴어.
설대표 (식..코 빠진다)
김 산 사장 이것도 아무나 하는 거 아닌가봐. 신경 쓸 거 너무
많고 나두 머 리 아프다 진짜.
설대표 (슬그머니) 바꿀까 그럼?
김 산 (표정)
설대표 다시 바꾸자 산아. (간절)
김 산 (기도 안찬다) 나가 선배.
씬41. 휴게실 (아침)
아직 아무도 출근하지 않는 휴게실.
최현욱 제일 먼저 들어와 선다.
자기 락커룸 앞에 서고. 문 열다 뒤돌아보는데
바로 뒤는 유경의 락커룸이다.
유경의 락커룸 앞에 서 선인장 사진 뚫어지게 보는 최현욱.
씬42. 갤러리 (3년전)
선인장 사진들 전시 돼 있다.
김 산 뭐야 이게? 못생긴 게 가시만 잔뜩 뒤집어쓰고.
김 강 꽃 두 핀다?
김 산 꽃?
김 강 (꽃 핀 선인장 사진)봐봐.. 훨씬 이쁘지?
김 산 (보는)
김 강 선인장은 처음 꽃 피려면 몇 년은 걸리고,
것도 이대로 진짜 말라 죽을지도 모른단 위기를 느낄 때,
마지막 안간힘으로 피우는 게, 꽃이래. 그렇게 자기존재
도
알리고, 끝까지 살아남는 거지. 이래도, 매력 없어?
김 산 (빤히 보는데서)
김 강 또 뭘 그렇게 뚫어지게 보니? 새로 온 주방장 이름이 뭐
였지?
김 산 또띠.
김 강 또띠? 어머 이름 귀엽다~ 잘생겼니?
씬43. 사장실
김 산, 삐딱하니 책상 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본다.
생각에 잠겼는데, 갑자기 노크소리.
유경 들어온다.
유경 왜요?
김 산 (빤히 본다) 가불해라.
유경 (뭔 소린가)
김 산 가불해 줄게.
유경 해달라지도 않는 가불을 왜 갑자기 해준대?
김 산 망친 식재료비 그걸로 내.
유경 (빤히 듣다) ,.칫. (나가려면)
김 산 그리고,
유경 (돌아선다)
김 산 (조심스럽다) 세영이 좀 도와줘.
유경 !
김 산 그래도 같은 여자잖아. 유일하게 주방에서.
유경 나는 중립이에요.
김 산 혼자 고군분투하는데, 요리사님이 좀 편 되어주면 안
돼?
유경 (본다)
김 산 대신 요리사님 편은 내가 돼줄게.
유경 칫.
김 산 (아니) 나는 무슨 말만하면 칫이냐? 누구한테는 별 시덥
잖은 거
시켜도 예 쉪 예 쉪 달고 살드만? 내가 월급줘-
유경 (한심하다) 사장이 되가지고 말단 불러다가 누구 편해라
나는 누구편이
다 편 가르기나 하고. (보란 듯) 칫. (나가려면)
김 산 (잡는다)
유경 ?
김 산 (빤히 본다)
유경 왜요?
김 산 나한테두 관심 좀 나눠줘 봐.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유경 돈도 안 되는 관심 나한테 받아서 뭐할라고요?
김 산 매일 보는데, 친구처럼 지내자.
유경 (본다)
김 산 또 알아? 손님 요리사로 지낸 3년이 쓸만한 우정이었을
지?
유경 (표정에서)
씬44. 복도
사장실 문 닫고 나오는데
갑자기 버럭
최현욱 너는 내가 부르기 전까지는 생전 쉐프룸에 한번 안 오면
서,
아주 사장실은 지 집 드나들듯이 드나드냐? 거기가 니 휴
게실이야?
유경 쉐프룸은 가봐야 맨날 혼만 나잖아요.
최현욱 혼날 짓 하니까 혼나지.
유경 혼날 짓해도 사장님은 혼 안내는데?
최현욱 뭐야?!
유경 (표정)
최현욱 (표정)
유경 (간다. 휴게실로)
씬45. 휴게실
유경, 자기 락커룸 앞에 서고.
최현욱, 자기 락커룸 앞에 선다. 텅 비었다.
최현욱 (요리사복 윗도리만 갈아입는다. 머플러 목에 두르고 매
려다가)
붕어.
유경 예 쉡.
최현욱 여자가 쉐프니까 좋아?
유경 (..)
최현욱 좋냐고?
유경 (돌아본다)
최현욱 (돌아본다)
유경 뭐 그렇게 어려운 질문을,.
당분간은 양다리 걸칠 겁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최현욱 (기막힌다) 양다리?!
유경 (주눅) 예 쉡.
최현욱 양, 다리?!
유경 예 쉡.
최현욱 양다리 걸칠 줄이나 알고?
유경 걸칠 줄 압니다.
최현욱 어떻게 걸치는데?
유경 몸이 두 개가 되는 거죠.
최현욱 마음은?
유경 (어렵다) 마,음도 두 개가 되는 거죠.
최현욱 (딱 이마에 딱밤)
유경 아!
최현욱 니 마음 몇 갠데? 마음이 몇 갠데 너?
유경 왜 때립니까 쉡?
최현욱 맞을 짓 하니까 때린다 왜.
유경 이러니까 제가 쉐프룸에 안 가지 않습니까?
최현욱 사장실에 가면 사장이 사탕이라도 주냐?
유경 (식..)
최현욱 (승질) 다들 어디갔어 이시간에?
씬48. 라스페라 외경 (저녁)
노랗게 불 들어온 건물 외경.
씬49. 홀 (저녁)
손님 (쭉 파스타 메뉴를 읽어내려 가다가)
메뉴에 없는 건데, 주문해도 됩니까?
설사장 ?
손님 제가 이태리 시에나 지방서 살 때 즐겨먹던 건데,
그때 생각에 꼭 먹어보고 싶은데, 당최 어디서고 먹기가
힘들어서요.
설사장 (표정)
씬50. 주방 (저녁)
바쁜 주방. 설사장 주문지 들고 들어오고.
최현욱, 주문지 빼 드는데
설사장 테이블 19번. ‘트러플 딸리아뗄레’ 하나요.
최현욱 (도 주문서에 찍힌 메뉴 다시 읽는다)
금석호 건 메뉴에 없는 거잖습니까?
오세영 (라비올리 만들다 고개 든다)이 바쁜 시간에 안 된다고
하세요.
설대표 에이 (나가려고 하면)
최현욱 잠깐.
설대표 (돌아서고)
일동 (최현욱에게 시선)
최현욱 된다고 하십시오.
맨날 메뉴판에 있는 같은 메뉴 쳇바퀴 돌듯이 만들어내다
가 가끔
이런 주문 들어오면 신나지 않냐 니들은?
오세영 송로버섯은 가격도 그렇고 쉽게 주문받아 내놀수 있는
파스타가 아니
잖아?
최현욱 누가 해볼래?
파스타라인 (눈치만 보고)
유경 (이지훈에게, 처음 듣는 거다) 트러플 딸, 뭐 래요?
최현욱 서유경 해볼래?
유경 (놀래) 에-?! (꿈벅꿈벅)
오세영 글쎄 안 된다니까?!
최현욱 (이미 서유경 자리에 와 선다) 해보자 너랑 나랑.
오세영 !!!!
유경 (벙해 섰으면)
최현욱 송로버섯 먼저 내오고.
유경 (어리벙)예, 예 쉐프. (냉장실로)
오세영 (이지훈 밀고 이지훈 자리에 선다) 파스타 총책은 나야.
내가 메인 요리에 대해서는 이래라저래라 토달지 않잖아?
유경 (최현욱 왼쪽옆에 서 송로버섯 내민다) 여깄습니다 쉐프.
오세영 (송로버섯 나꿔챈다)
유경 !
최현욱 나이프.
유경 예 쉐프! (칼 내밀면)
오세영 (나꿔챈다)
유경 (표정, 긴장해 섰고)
최현욱 뭐하는 짓이야-?
오세영 좋아. 나랑해 그럼.
정은수 (프라이팬 씻은 거 수십개 포갠 채 선반위에 군데군데
올려놓고, 시선)
최현욱 (시선 쫙 몰린 요리사들에게 버럭) 뭐해 주문 밀린 거
안 보여?!!!
요리사들 예! 쉐프!!! (시선 거두고 정신없이 움직인다)
오세영 (칼과 송로버섯 유경에게 건낸다) 좋아.
유경 (최현욱한테 스토브까지 뺏기고 뻘쭘하게 서 받는다)
오세영 (유경에게) 먼저 껍질 제거해요.
최현욱 (껍질 도려내지 못하게 막으며)뭐하는 거야?
유경 (표정)
오세영 버섯껍질부터 도려내야지.
최현욱 송로버섯 향이 제일 진하게 배인 데가 껍질이야.
왜 그걸 버려?
정은수 (한 번 더 수십 개 손잡이 방향 다른 프라이팬 선반위에
올려놓고, 시 선)
오세영 껍질은 깔끄러워 파스타의 질감을 죽여. 마지막에 송로
버섯 오일을
넣는 게 더 어울린다고!
최현욱 껍질까지 써야 돼!
오세영 껍질은 빼고 오일을 쓰면 돼!
최현욱 (꿈쩍않고) 슬라이스
유경 예 쉡? (송로버섯 껍질 째 슬라이스해서 프라이팬에 넣
는다)
오세영 (흥분해,) 다시 해얀다니까?! (새 프라이팬 정은수가 포
개놓은 것들 손 잡이 더듬더듬)
최현욱 (0L)마늘, 양파!! (기름 두르며 자기 프라이팬만 보고)
유경 (걸리적대는 토마토 소스통 치우며) 예 예 쉪. (오세영
이 잡는 프라이팬
내려지면서 포개놓은 프라이팬의 방향 다른 손잡이가 옆
프라이팬들에 걸리는 모습 본다) !!!!
바로 최현욱 앞. 기름 둘러 달궈진 프라이팬 속으로 우르르 떨어지
는 프라이팬들!!
유경 위,위험해요 쉪--!!! (하면서 최현욱을 덮쳐 안고 바닥으
로 구른다)
우르르 포개논 프라이팬들 스토브들로 쏟아지며 아수라장 된다.
토마토 소스통 뒤집어 쓴 채, 몸을 날려 최현욱을 보호한 유경.
모두들, 긴장해 피한 상태.
최현욱 (유경보고) 괜찮아?!!
오세영 괜찮아 쉡?! 유경씨 괜찮아?!
유경 (손목이..기름 튀어 벌겋다)
최현욱 (버럭) 누구야 프라이팬 마구잡이로 올려논 놈이-?!!!
정은수 (자신이다) !!! (말도 못하고)
유경 (토마토 뒤집어 쓴 채. 짧은 신음)
오세영 (걱정되어 부축해주려는데)
최현욱 (탁 오세영 손 치운다)
오세영 (표정)
최현욱 송로버섯 스파게티, 빨리 다시 준비하고.
정은수 (허겁지겁)예,예 쉐프! (냉장실로 송로버섯 가지러)
유경 (일어서고)
최현욱 너, 나가-
유경 (신음 참고 서있으면)
최현욱 너, 언제까지 기름 무서운 거 모르고!!
몇 번을 말해야 정신차릴래?! 어-?!! (손 끌며)
유경 쉡,.
최현욱 빨랑 나가?!
유경 괜찮습니다.
최현욱 누가 너보고 위험하게 끼어들래? 어-?!!
니가 다쳤잖아. 지금,. 어?!! 빨랑와!
유경 저 정말 괜찮습니다.
최현욱 이 자식이 근데 쉐프 말이 말 같지 않나, 쉐프가 둘
이라고 너도 내가
우습냐 이제?! 반만 듣고 반은 무시하자 이거야?!
유경 아닙니다 쉡.
최현욱 빨랑 와-
유경 (어물거리면)
최현욱 (확 유경 손목 부여잡고, 유경이 주워든 토마토 소스통
바닥에 자기
가 내팽개쳐 던져주고 주방을 식 식 나간다)
씬51. 휴게실 (저녁)
락커 앞에서 유경 떨구고.
최현욱 참고 서 있지말고, 빨리 가서 치료부터 해.
니가 왜 끼어들어 그때... 빨리 갔다 와!
소리치고 다시 주방 안으로 들어가는 최현욱.
유경, 화상 보이는 손목 팔뚝 본다.
미적미적 돌아서는 유경.
씬52. 지하주차장 (저녁)
에서 나온다.
외투 들고 있는데, 따라 나오는 김 산.
김 산 다쳤다면서?
유경 (손목 조심해가며 외투 입는다)
김 산 (시키지도 않았는데 외투 입는 거 도와준다) 병원가자.
내가 데려다 주
께.
유경 별 거 아녜요.
씬53. 개인 병원 (밤)
척 책상위로 올려지는 유경의 팔목.
작은 화상 상처 보인다.
의사 (당연한 듯) 일단 링거 한 대부터 맞고.
유경 에?
유경 아직, 여,영업시간이라 빨리 들어
의사 (0L) 간호사-. 포도당 준비하고. 비타민 태반도 넣어줄
수 있는데?
6만 원짜리부터 12만 원 짜리까지 뭘 로 할래?
유경 (갈수록) 에?
의사 (유경 뒤에 선 김 산 보면서) 어차피 라스페라서 내주는
거니까 좋은걸
로 해라. 라스페라 지정 병원이잖어 여기. 요리사들 수시
로 들락거리는
데? 왜 한 번도 안 왔어 아가씬?
유경 일단 요기 화상만 좀
김 산 다른 덴 괜찮은 거예요?
유경 돌아가서 어차피 또 물 대야 하니까, 물 닿아도 좀 괜찮
게, 빨리
의사 (듣지도 않는다) 간호사-
간호사 E. 밖에서) 네-
의사 비타민 만 너! (씨익 웃는다) 요리사치고 골병 안 든 놈
못 봤어 내가.
김 산 (싫지 않게 웃는다) 의사가 하라는 데로 해 요리사님.
유경 (표정에서)
씬54. 홀 (밤)
설사장 ‘송로버섯 향을 낸 파스타’ 대령입니다. (내려놓으면)
군침돌게 맛있어 보이는 ‘트러플 딸리아뗄레’
손님 눈이 반짝인다.
한 입 먹어보고는, 흡족한 반응.
설대표, 긴장 푸는 표정에서.
씬55. 주방 (밤)
다 나가고, 마지막으로 쉐프의 테이블을 마른 걸레로 닦아주고 있
는 최현욱 앞으로
오세영 “송로버섯 파스타” 내민다.
오세영 (접시 양손으로 들고 내민다) 먹어봐 내 방식.
최현욱 (보다, 맛본다)
오세영 (기다린다)
최현욱 (먹어보고는) 맛있다.
오세영 (미소) 듣기 좋다. 최현욱이 말하는 맛.있.다. 소리.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소리.
최현욱 (표정) 그냥, 테이블에서 말없이 돌아오는 빈 접시가 더
행복인 걸
모르는 너는, 참 안됐다. 멀었다.
오세영 (표정)
최현욱 누가 그러더라.
너의 이 접시는 레시피상 흠잡을 데 없지만. 나는 지금 너
무 피곤해서
조금 달게 먹고 싶었는데, 달게 해달라면 달게 해줄 수 있
니 너?
니 레시피 무시하고?
오세영 송로는 달면 향이 뭉개져서,
최현욱 (핏 웃는다) 그러니까. 그래서.
오세영 (표정)
최현욱 (걸레 톡 한 켠으로 던지고는) 달게 해 줄 요리사한테 가
야겠다 그럼.
나는. (일어서 나간다)
오세영 (남아서)
씬56. 작은 병실 (밤)
‘만성통증 전문 클리닉’ 이라고 맨 위 적혀있고. ‘야간진료’ 가능.
진료과목 적혀있는데, 내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신경외과 피부과
정형외과..
적혀있다. 다 한다는 얘기.
방안은 가운데만 비어있고, 양쪽 벽에 간이침대가 딱 붙은 상태.
유경, 누워있고. 가운데 공간으로 팔 늘어뜨리고, 커다란 링거병
주사 팔에 꽂혀
있다. 김 산, 누운 서유경을 빤히 보고 서있다.
유경 가요 그만.
김 산 (본다)
유경 아 쫌 쑥스럽게, 가요-. 나 잘 거예요.
김 산 자.
유경 (벌떡 일어나 앉는다) 그러고 쳐다보고 섰는데 어떻게 자
요?!!
김 산 승질은,. 하여튼.
알았다. 내가 잡아 먹냐? (나가고)
유경 (그제야 다시 눕는다)
천장 본다.
너무 조용하다.
말똥말똥 잠 하나도 안 온다.
손가락 브이자로 만들어 최현욱의 대젓가락 마냥 자기 목을 서서
히 조르고 찌른다. 키득. ,. 혼자다.
씬57. 라스페라 홀 (밤)
영업 끝났다.
막내 설대표, 마지막으로 남아 홀 정리 끝내려한다.
퇴근하는 오세영.
설대표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세영 예.
설대표 그렇게 사이도 안 좋으면서,
왜 이태리서 데려오자 한 겁니까, 최현욱이는?
오세영 이렇게, 제대로 싸워보고 싶어서요.
설대표 (떠본다) 싸움이 되겠습니까? 혼자?
오세영 (미소) 그런 싸움 아니에요.
설대표 (표정)
문 열린다.
종종 들어서는 희주3인방.
희주 (빼꼼 망보다 설대표 본다) 저기-
설대표 (본다. 반색) 왔어? 들어와 들어와
뭘 쭈뼛거려? 나간 지 얼마나 됐다고.
희주 (케익상자 내민다) 축하할 일이쟎아요. 복직하신 거.
설대표 뭘 이런걸 가지고 와. 사람들이 정도 있고 의리도 있고..
예전엔 미처 몰랐어
희주 (오세영 의식한다. 소개하란 듯 설대표 꾹 찌른다)
설대표 (아!) 아시죠? 우리 라스페라의 여성 트로이카.
최현욱 ‘쉐프’에게 억울하게 짤린 비운의 여자 요리사들-
오세영 (희주본다) 저도 그날 그 자리에 있었어요.
억울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희주 제 실수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한 번의 실수로 가차없
이 짤린 건
억울합니다. 여자라서 일부러 자른 거였어요!
미희 작정하고.
찬희 여자만.
희주 같은 여자인 오세영 쉐프님이었다면
그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세영 (대답 안한다)
설대표 주방에서 여자는 쉐프라도 힘들어.
오늘 첫날이었는데, (얘기 하려다 머리 벅벅)
미희 왜요?
찬희 무슨 일 있었어요?
희주 뭔 일이든, 저희 여자요리사들이 보좌했다면
(강조) 힘이 됐을 텐데. 아니 앞으로라도, 힘이, 될 텐데.
오세영 (본다)
(가며) 그럼.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오세영, 인사하고 가고. 나머지 배웅한다.
설대표 (오세영 간 것 보고) 꼿꼿하기는. 오늘 난리 났었다!!
희주 (설대표에게) 뭔 일인데? 뭔 일 있었는데요?
설대표 제대로 붙었지 최현욱이랑. 용호상박. 막상막하. 용쟁호
투!
찬희 누가 이겼어요?
설대표 (표정) 더, 싸울거 같아.
3인방 (솔깃) !!!
씬58. 작은 병실 (밤)
비어있는 중간 공간에 링거 꽂힌 팔 내밀고 누운 유경.
링거 꽂고 들어오는 최현욱 본다.
믿기지 않는다.
유경 쉡도 다쳤어요 어디?
최현욱 (끔. 맞은편 침대에 눕는다. 가운데로 팔 늘어뜨린다)
유경 (의아해 보고)
최현욱 (퉁) 넌 화상 입은 거 아니었어?
유경 의사가 무조건, (링거줄)
최현욱 너한테도?
요리사들 자기 몸 안 챙기는 것도 알고. 의사가 뭘 좀 안
다.
유경 몇 시에요, 끝났어?
최현욱 너 없으면 주방 안 돌아갈까봐?
유경 나야 없어도 되지만 쉐프는 아니잖아요.
최현욱 쉐프 많잖아 우리 주방에.
유경 많기는. (고개 돌리고)
최현욱 (등 돌린 유경 모습)
유경 (벽만 보고)
최현욱 붕어.
유경 (대꾸 않고)
최현욱 붕 어.
유경 왜요?
최현욱 너는 싸가지 없게 등을 돌리고 눕냐?
유경 쉐프도 싸가지 없게 등 돌리고 누우시든 지요.
최현욱 너 그러고 등 돌리고 누우면 주사바늘 빠져-
유경 (그런가? 돌아보는데)
최현욱과 시선 딱 부딪는다.
넉넉한 주사줄 길이.
유경 칫.
최현욱 (모로 누워 대놓고 유경 본다)
유경 (어색하다. 시선 피하고. 둘러본다) 근데, 이 병원은 어째 좀,. 의사가
사기꾼같아.
최현욱 맘에 든다 나는.
유경 (핏)
최현욱 화상은 며칠 다녀야 돼. 빼먹지 말고 치료 받어 여기서.
여자가 팔뚝에 화상자국 덕지덕지 있어봐
아까 보니까 칼자국도 있더라, 너. 요리사가 무슨 조폭도 아니고.
유경 요리사한테 칼자국 화상자국 훈장이지 뭐.
최현욱 (화낸다) 다치게 놔두지 그러게 왜 니가 나서 나서길?
너는 여자잖아-
유경 하 참. 말끝마다 여자가! 여자잖아!
(버럭) 나가면 용문신도 할거에요.
나는요 내 팔뚝 조폭 팔뚝보다 무시무시해도 좋으니까,
파스타 좀 겁나게 무시무시하게 잘 만들어 봤음 원이 없겠
네.
최현욱 조폭도 여자 조폭은 없다.
유경 조폭 두목도 쉐프 같은가 보지 뭐.
내 조직에 여자는 없다. 내 조직에 사랑은 없다.
최현욱 (본다)
유경 (본다)
최현욱 너, 니가 죽고 못 사는 파스타가 좋냐, 내가 좋냐?
유경 (표정,) 쉡.
최현욱 너, 선인장이 좋냐, 내가 좋냐?
유경 (표정,) 쉡.
최현욱 너 그럼 선인장이 좋냐, 파스타가 좋냐?
유경 (표정, 발그레) 쉡.
최현욱 (말을 말자. 돌아눕는다) 생각 쫌 하고 대답해?!
뜸 좀 들이고 대답해 여자가!!
유경 또 여자가 여자가! ,. (에이, 자기도 돌아눕는다)
-시계, 12시가 되간다.
유경, 잠들어 있고.
최현욱, 천천히 돌아눕는다.
유경을 보고 누워있다.
최현욱의 손끝이 유경의 손끝에 닿을락 말락 한다.
최현욱, 유경의 손끝에 손가락을 댔다 뗬다 한다.
유경, 선잠에서 깨어 눈 뜨려고 하자
눈 감아버리는 최현욱.
유경도, 자기 손 끝에 닿을 듯 말 듯 한 남자의 손 끝 본다.
누운 최현욱 얼마간 보다 다시 돌아누우려는데,
유경의 손끝을 꽉 잡는 최현욱의 손에서.
깜짝 놀라 돌아보는 유경의 모습에서.
유경을 보는 최현욱의 눈빛에서.
9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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