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우리는 1
[카메라 조작음] 시작해요?
어…
안녕하세, 안녕하세요
(웅) 제 이름은 최웅이에요
[하품]
(교사1) 자, 첫 번째
리미트 x가 1로 갈 때
f(x)의 극한값이 존재한다
[졸린 신음] 그럼 1보다 작은 쪽에서 한없이 가까워지는 경우랑
1보다 큰 쪽에서 한없이 가까워지는 경우를 [새근거린다]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지?
자, 1보다 작은…
(동일) [속삭이며] 카메라 보지 마요
[교사1이 설명한다] 아, 자꾸 신경 쓰이는데…
카메라가 없다고 생각해요
아이, 근데 바로 옆에 있는데 어떻게 없다고 생각해요?
(웅) 보다시피, 어
촬영당하고 있어요
(연수) [속삭이며] 멍청아 앞에나 봐
(교사1) 자, 이제 니은을 볼까?
[교사1이 계속 설명한다]
(웅) 혼자가 아니라
얼빵하게 보지 말고 앞이나 보라고
(교사1) 우극한값도 1이지?
여기서 좌극한값과
[웅의 헛기침] 우극한값이 같으니까…
(웅) 이 재수 없는 애랑 같이요 [수업 종이 울린다]
(교사1) 반장
(연수) 차렷, 선생님께 경례
[학생들이 인사한다] (학생들) 수고하셨습니다
(연수) 어디 가?
(웅) 남이사 다 너한테 보고해야 되냐?
[연수의 한숨]
(연수) PD님 저 잠깐만 끊어 주세요
저 이 멍청한 애랑 더 이상 못 찍을 거 같아요
멍청한 애?
지금 이거 찍은 지가 며칠째인데
왜 이렇게 카메라만 보면 꼼지락거려?
(연수) 너 때문에 수업에 집중 하나도 안 되잖아
야, 바로 옆에 카메라가 있는데 어떻게 신경을 안 쓰냐?
(연수) 수업에 집중해
집중력이 그거밖에 안 되냐?
(웅) 내가 옆에서 꼼지락거리든 말든
너나 수업에 집중해
집중력이 그거밖에 안 되냐?
(연수) 하긴, 뭐 넌 더 떨어질 성적이 없어서
그렇게 막 나가도 되겠지
근데 내 성적 떨어지면
네가 책임질 거야?
[웅의 기가 찬 숨소리]
(웅) 얘 말하는 거 보셨죠?
참, 넌 참 좋겠다?
더 떨어질 사회성이 없어서
[연수의 어이없는 숨소리]
이걸 왜 한다고 해서…
(웅) 그러니까
너 도대체 이걸 왜 한다고 한 건데?
[혀를 쯧 찬다]
(연수) 제 이름은 국연수예요
처음 최웅을 본 건 1학년 땐가?
[사서의 탄성]
(사서) 또 이만큼이나 읽는다고?
시험 기간이라서 덜 읽는 거예요
(사서) 너 졸업할 때 여기 있는 책 다 읽고 가겠어
[사서가 피식 웃는다]
[사서가 중얼거린다]
[사서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바코드 인식음] 자, 재밌게 읽어
감사합니다
[연수의 힘주는 신음]
- (연수) 선생님 - (사서) 어
최웅이 누구예요?
이번 달도 걔가 1등이에요?
(사서) 아, 웅이?
저쪽에 있었던 거 같은데?
야
(연수)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였죠
(연수) 나 5반 국연수
너 전교 몇 등이야?
- 뭐가? - (연수) 성적 등수
267등
[흥미로운 음악]
우리 전교생…
267명
(연수) 그땐 그냥 '이상한 애구나' 생각했어요
(웅) 아니, 아니, 잠깐
그건 두 번째고요
[교장이 말한다] 처음 본 건 입학식 날이었어요
(교장) 올해 최우수 입학생은 국연수 학생입니다
(학생1) 이름이 국연수래?
[웃으며] 국영수 잘하는 국연수야?
(웅) 걸음걸이가
꼭 싸우러 가는 수탉 같길래 눈길이 갔어요
[학생들의 박수]
(학생2) 야, 교복 봐라 [교사2가 진행한다]
전교 1등인 거 티 내나
(학생3) 야, 너무 클리셰 아니냐?
전교 1등들은 교복 서로 물려주나 봐
(학생1) 야, 신발도
저런 건 우리 엄마도 안 신는다
(교장) 봄이 찾아오는 것을 시샘하듯
(학생2) 저런 거 신는 것도 참…
(교장) 제법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웅) 입학하고 처음 마주친 학우라
친절하게 웃어 주려 했는데
(연수) 야
뭘 봐?
[흥미로운 음악] (웅) 성격이 좀 이상한 애더라고요
(연수) 아무튼 그 후론
제 인생에서 얽힐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교사3) 어유, 반장
어제 얘기한 건 생각해 봤어?
PD가 내 친구 놈이라 잘 아는데
막 성가시게 하진 않을 거야
그래도 너 공부 방해될 거 같으면 하지 말고
저 혼자 찍는 거예요?
(교사3) 한 명 더 같이
전교 1등과 전교 꼴등이
한 달간 붙어서 생활하는 걸 관찰하는 다큐멘터리라더라고
아무튼 생각해 봐
(연수) 아, 근데 그거 찍으면
출연료 같은 것도 줘요?
(교사3) 그럼, 당연하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연수) 저랑은 달라도 너무 다른 애니까요
[흥미로운 음악]
(호) 아이고
아유, 벌써들 오셨네
[닭 울음 효과음] 예, 금방 문 열어요
[손님들이 호응한다] 어, 잠깐만, 잠깐만, 어, 그래요
[갈매기 울음 효과음] [호의 다급한 신음]
[잘박거리는 효과음] 어, 이게 새로 들어왔나 보네?
[종업원1이 호응한다] 그거 확인 좀 잘해
어, 저번에 아주 그냥 안 좋더라고
어, 이것 좀 확인해, 고생해, 어
[돼지 울음 효과음]
[호의 가쁜 숨소리]
[호가 흥얼거린다]
- (웅) [다급해하며] 저, 누구? - (연옥) 아이고, 웅이 아빠
(연옥) 여기, 여기, 저기 저기, 우리 웅이 아빠예요, 예
[호의 다급한 신음]
- (동일) 아, 예 - (호) 네, 아유 [연옥이 호응한다]
- (연옥) 웅아! 아유 - (호) 어, 최웅, 아, 최웅
(웅) 그런데 [호가 말한다]
모든 건 제 뜻과 상관없이 벌어졌어요
[웅의 당황한 숨소리] (연옥) 웅이 너
촬영한다는 거 왜 말 안 했어?
아이, 나 그거 분명히 안 찍는다고 했는데?
(호) 야, 인마, PD 선생님이 일부러 여기까지 오셨잖아
아, 왜 안 한다 그랬어, 왜?
(연옥) 그것도 전교 1등하고 같이 찍는 거라며?
그럼 당연히 찍어야지
(호) 그럼, 아니, 이놈이
아이, 학교에서 뭘 하고 다니는지 통 알 수가 없었는데
인제 그걸 찍어 놓으면은 저희가 두고두고 볼 수도 있고
- 아유, 그렇죠 - (연옥) 그렇지, 어유
- (호) 아이고, 정말 감사합니다 - (연옥) 아, 감사합니다
아유, 안 찍는다고요
[연옥의 못마땅한 신음] (호) 그러니까 왜 안 찍냐고, 왜
아이, 그걸 왜 찍어요?
얼굴도 다 팔리고
(동일) 두고두고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어요, 학생
(연옥) 그렇지, 그럼
아이, 저 이제 고3인데
그게 공부에 방해될 거라는 생각은 안 해 보셨어요?
(호) 아, 뭐래? [연옥의 한숨]
(연옥) 전교 꼴등을 전교 1등 옆에 붙여 준다는데
감지덕지지, 무슨 소리야?
아니…
(웅) 마치 그래야만 한다는 것처럼요
아, 걔 좀 이상하다고요!
[발랄한 음악] (연수) 어쨌든
하, 그렇게 시작하게 된 건데 [연수의 한숨]
[한숨]
(교사3) 오늘부터 1반 최웅이
한 달 동안 우리 반에서 생활하게 될 거야
[학생들이 대답한다] 웅이랑 잘 지내고
옆에서 촬영하는 게
너희들 공부하는 데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재밌는 경험이 되길 바란다
그럼 아침 조회는 여기까지 하고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자
(학생들) 네!
[웅의 헛기침]
[웅이 지퍼를 덜그럭거린다]
[지퍼가 직 열린다]
[흥미로운 음악]
[한숨] (연수) 생각보다 더 성가시고
[숨을 하 내뱉는다]
[웅이 부스럭거린다]
꼭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하지
지금 나한테 하는 소리야?
하나라도 넘어오면 다 버린다
[연수의 한숨]
(웅) 생각보다
더 재수 없더라고요
(웅) 처음엔 친해지려고도 생각해 봤죠
너…
[익살스러운 효과음]
쏘리
[연수가 젓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흥미로운 음악]
[케첩을 탁 집는다]
(웅) 저기…
[익살스러운 효과음]
난 미안하다고 했는데
난 별로 안 미안해서 [웅의 어이없는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연수) 근데 어떡해요
그냥 안 맞는데
(학생4) 야 오지 마, 오지 마, 오지 마
(학생5) 어,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
[학생들의 아쉬운 신음]
[학생5가 말한다]
[웅의 아파하는 신음] [연수의 다급한 신음]
(학생6) 돌려, 공 돌려
[웅의 아파하는 신음]
(연수) 어, 야
(학생7) 야, 나, 나, 나, 나
[웅의 힘겨운 신음] (동일) 어이구
(웅) 야
야, 씨, 야
[웅의 다급한 신음]
[징이 뎅 울리는 효과음]
[학생들의 당황한 신음]
(웅) [웃으며] 괜찮아?
[익살스러운 음악]
[웅의 아파하는 신음]
[뼈가 우두둑거린다]
(연수) 유치하기 짝이 없고
[흥미로운 음악] (연수) 선생님
이 문제를 로피탈 정리로 풀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될까요?
선생님
이 문제를 y는 루트 x의 도함수를 이용해서 풀 수 있나요?
선생님, 선생님 [교사1이 호응한다]
그럼 얘들아, 밥 맛있게 먹고
(연수) 선생님
(웅) 모든 게 다 자기 위주고
(연수) 선생님
[새가 지저귄다]
(웅) 그늘에 누워 있는 걸 제일 좋아해요
[나뭇잎들이 솨 흔들린다] 살랑이는 바람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
음…
[웃음]
(연수) 꼴값 떤다
[학생들이 떠들썩하다] 비켜 줄래?
(연수) 이 책
빨리 읽고 반납 좀 하지?
[헛기침]
(웅) 아, 좋다
(연수) 쓸데없이 나태하고
[아파하는 신음]
[풉 웃는다]
[웅의 웃음]
[긴장되는 음악]
[책이 툭 떨어진다]
(교사3) 누구야?
최웅, 또 너야?
떠들지 말라고 했지?
[긴장되는 음악]
(웅) 안 그래도 피곤한데
사람을 더 피곤하게 만들어요
(연수) 보면 볼수록 한심 그 자체예요
[수업 종이 울린다]
(웅) 죄송합니다, 질문이 뭐였죠?
(연수) 집중 좀 하지?
(웅) 아, 싫어하는 거요?
국연수요
[웃으며] 국영수
국영수 싫어한다고요
한심한 거요
(연수) 세상에서 한심하게 구는 모든 생명체를 싫어해요
(웅) 이기적인 거 세상에서 자기만 제일 잘 안다고…
(연수) 아, 그리고 남한테 민폐 끼치는 거
아니, 망할 거면 자기 혼자 조용히 망하지
[웃으며] 남한테 피해를 왜 주는 거지?
(웅) 말 막 하는 거요
막 생각을 안 하고 내뱉는 거죠
생각이 짧은 거예요
(연수) [코웃음 치며] 생각이 없는 건 누군데
생각이 짧은 게 아니고 그냥 아예 없어요, 얘는
(웅) 얘는?
너 나보고 하는 말이냐?
너도 아까부터 나보고 지껄이는 거 같길래
지, 지껄?
너 말 다 했어?
아니, 하고 있잖아, 아직
[흥미로운 음악]
(웅) 아이, 그러니까 이거…
이거 왜 찍는다고 하신 거죠?
(연수) 전교 1등이
전교 꼴등을 갱생시키는 프로그램 맞죠?
(웅) 아, 그, 사회성 떨어지는 애 옆에서 얼마나 오래 버티나, 뭐
이런 거 실험하시려고 하신 건가?
그, 사람 가지고 그런 거 실험하는 거
되게 윤리적으로 어긋난 거 아니에요?
(연수) 전교 1등과 전교 꼴등 중에서
누가 더 반사회적일까요?
(웅) 이런 친구가 나중에 사회에 나가면
주변 사람들만 피곤해지는 거예요
내가 장담합니다
(연수) 글쎄
넌 이미 사회에서 도태돼서 사라져 있을 텐데
뭘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동일) 두 사람이 생각하기에 [한숨]
10년 후의 모습은 어떨 거 같아요?
(웅) 씁, 10년 후면 스물아홉인가?
쯧, 저야, 뭐
당연히 뭐든 잘하고 있을 거예요
(웅) 음…
아무것도 안 하고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연수) 언제나 앞에서 이끌어 가면서
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겠죠
성공한 삶
그냥
조용히 살고 있었으면 좋겠는데
어쨌든
확실한 건 10년 후엔
다신 이 답답한 애랑 볼 일은 없을 거예요
하,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밝은 음악]
[학생들이 저마다 말한다]
[학생들의 웃음]
"댓글"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사람들의 웃음]
(연수) 이게 아닌데
(도율) 국연수 씨
네
(도율) 더 들어 봐도 별거 없을 거 같은데
계속하실 거냐고 물어봤습니다
(연수) 내가 생각한 삶은
이게 아닌데
네, 그래도 끝까지 들어 보시고
(연수)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 뭐, 그럼 계속하시죠
(연수) 온라인 PR 방안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지속적인 온라인 캠페인과 챌린지 참여 유도를 통해서
오픈 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예정입니다
또한 해시태그 이벤트를 통해… [포인터 조작음]
(도율) 국연수 씨
기대 이하인데요?
저희가 OT 해 드린 내용하곤 다른데요?
모르겠으면 미리 물어보셨어야죠
저희는 그런 뻔한 거 하고 싶은 게 아닌데 말이죠
(연수) 오픈 전부터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온라인에서 계속 이슈를 생성해…
(도율) 그걸 제가 모를 거 같진 않죠?
(연수) 그렇지만 저희가…
(도율) RUN이라고 했죠?
회사 규모는 작아도
젊은 조직에 수상 내역도 꽤 화려하고
이 업계에선 꽤 탄탄한 업체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허접하게 일하는데
그렇게 회사 이미지 메이킹한 점은 높이 사 드리죠
지현 씨
이따 오후 PT
10시로 좀 당겨 줘요, 가능하죠?
장도율 팀장님?
예, 다 끝났죠?
(도율) 뭐 더 남았나요?
(연수) [한숨 쉬며] 이렇게 개무시당하는 건
제 삶의 계획에 없는 일인데요
네, 남았습니다
예, 그럼 빠르게 들어 보죠
[연수의 심호흡]
[포인터 조작음]
"소앤샵 브랜딩"
오프라인으로는 소앤샵 오픈에 맞춰서
(연수) 아티스트와 컬래버를 진행할 예정…
아티스트 굿즈로 끌어들이는 것도 이제 좀 지겹지 않나요?
(도율) 굿즈만 소비되고
실제적인 효과는 미미한 걸로 알고 있는데
소비자들도 이제 그런…
들어 보신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장도율 팀장님
[헛웃음]
하시죠
(연수) 단순한 굿즈로 컬래버를 진행하겠단 얘기는 아니고요 [포인터 조작음]
소앤샵 자체를 굿즈화시켜서
홍보에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포인터 조작음]
요즘 가장 핫한 일러스트레이터 고오 작가의 작품들입니다
건축물을 주제로 한 섬세하고 감각적인 작업물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명 아이돌 엔제이 양이 그림을 구매해 [포인터 조작음]
더 주목을 받고 있죠
이 작가와 컬래버를 진행해
소앤샵 오픈에 맞춰서
라이브 드로잉 쇼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계속해 봐요
(연수) 작가의 이미지 또한
소앤샵이 추구하는 신선하고 혁신적인 디자인의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 편집 숍 이미지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독창적인 그림
그림에 대한 섬세함과 진지한 태도로
이미 수많은 국내외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번에 소앤샵 건물 외관을 그려 이슈화시킨다면
소앤샵을 새롭게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틀림없이 확실한 방법이 될 겁니다
(도율) 작가 섭외는 가능한 겁니까?
그럼요, 문제없습니다
예, 그러셔야 할 겁니다
[도율의 한숨]
나쁘지 않네요
(도율) 이런 걸 두고
왜 앞의 뻔한 것들로 시간을 낭비했는진 모르겠지만
(연수) 순서에 따라서…
(도율) 진행해 보시죠
[도율이 쓱 일어난다]
[명호가 숨을 후 내뱉는다]
[문이 스르륵 닫힌다]
[직원들의 안도하는 숨소리]
(지운) 아, 팀장님 고생하셨습니다
오늘 진짜 멋지셨어요 [예인의 어이없는 신음]
(예인) 장도율 팀장 저분
막말 장난 아니라더니 진짜 살벌하네
일부러 저러는 거지
(명호) 일부러 아침 일찍 미팅 잡고
오라 가라 주도권 잡고 흔들고
사람 말하는데 툭툭 끊고
아, 그래도 이 프로젝트 거의 따낸 거 아니에요?
(예인) 아, 근데요, 팀장님
그 작가님 진짜 섭외돼요?
[서류를 바스락 구긴다] 마지막 방안은 아직 협의되지 않은 거 아니었나요?
[흥미진진한 음악] [연수의 성난 숨소리]
재수 없는 인간
[직원들의 다급한 숨소리]
[한숨]
(연수) 우선 회사 복귀하면
작가 관련 자료들 모조리 다 넘겨줘요
SNS, 영상, 인터뷰 다 빠짐없이
어떻게 해서든 이 건은 저희가 따내야 됩니다
(예인) 그 작가님 워낙 신비주의로 유명하잖아요
전시나 판매할 때도 얼굴 본 사람이 없다는데
찾을 겁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숨]
사람이 말을 하는데 툭툭 잘라먹는 건
어디서 배워 처먹은 개매너야? 씨
(연수) 아, 어디 있어, 차? 하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당황한 신음]
[못마땅한 숨소리]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연수의 놀란 신음]
[연수의 당황한 신음]
[어색한 웃음]
장도율 팀장님
뭐, 하실 말씀이라도…
차 문까지 직접 열어 주시는 겁니까?
네?
(연수) 아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흥미로운 음악] [사이드 미러 작동음]
[멋쩍은 웃음]
아, 죄송합니다 제가 회사 차가 익숙하지가 않아서
착각했네요
(도율) 아, 국연수 씨
(연수) 네
(도율) 저는 객기를 싫어합니다
책임감 없는 사람을 제일 한심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네
작가 섭외 가능하다는 말
(도율) 그냥 내뱉은 말이 아니어야 할 겁니다
그렇게 한심한 사람은 아니겠죠, 국연수 씨?
[어색한 웃음]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시동음]
[한숨] (연수) 10년이 흐른 지금
저 자식이 진짜…
(연수) 제가 이딴 말을 들으면서 살고 있을 줄은 [가방을 팍 내던진다]
상상도 못 했던걸요
[잔잔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나뭇잎들이 솨 흔들린다] (웅) 전 알고 있었어요
제 삶은 이렇게 평화로울 거라는 걸요
늘 꿈꿔 왔던 대로
(호) 저, 우리 웅이와 인제 기사 식당을 시작했습니다
- (호) 아주 그냥… - (지웅) 잠깐, 컷
왜, 컷?
(지웅) 잠깐만요, 아버지
뭐 하는 거야, 저거?
야, 그 쓸데없는 손짓 하지 말아 줄래?
아버지 찍어야 되는데 자꾸 시선이 그쪽으로 가잖아
너 이게 NG야, NG
(호) 너 때문에 NG가 나고…
너 여기 걸리적거리지 말고 그, 안에 들어가 가지고 해
- 아, 여긴 내가 먼저 앉아 있었어 - (호) 어, 다시
와, 나 이거, 카메라 앞에 나 별로 안 떨 줄 알았는데
(호) 이게 또 코앞에 있으니까 무지하게…
(웅) 좀 더 조용히 지내면 더 좋을 거 같긴 하지만요
(호) 이제 우리 웅이와는 이제 25년 전에, 이제
웅이와, 인제 기사 식당을 시작으로
어, 이제 웅이와 아귀찜
그리고 웅이와 닭발
이제 웅이와, 아주 그냥 소문이…
(연옥) 어유, 그만해
(호) 아이, 또 NG, 찍…
(연옥) 어유, 바쁜 애 붙잡고 시간 너무 뺏고 있네, 진짜
[호가 중얼거린다] 지웅아, 회사 가 봐야지 안 늦었어?
괜찮아요, 천천히 가도 돼요
(연옥) 그럼 밥 먹고 가, 알았지? [호가 호응한다]
[연옥의 웃음]
어딜!
(호) 아이고, 이놈아, 참, 정말 [연옥의 힘주는 신음]
(연옥) 또 드러눕지 말고 얼른 따, 이것도
[연옥이 봉지를 부스럭거린다] 아이, 엄마
나는 바쁜 애 두고 시간 뺏고 있다는 생각 안 들어?
- (호) 뭐래 - (연옥) [웃으며] 얼씨구
(연옥) 네가 바쁘긴 뭐가 바빠?
출근을 하니, 뭘 하니?
- (호) 씁, 어허 - (웅) 야, 너 그거 치워라
야, 귀한 시간 내 가지고 와 도와주는 사람한테
(호) 고맙다고는 못 할망정
[연옥과 호의 못마땅한 신음]
(연옥) 너 얼른 하고 와서 카운터 봐
또 도망가지 말고
웅이 아빠, 나 저것 좀 도와줘
[짜증 섞인 신음] (호) 아, 나 이거…
(연옥) 나 혼자 못 해, 얼른
아이, 야, 그러면 나 그…
(웅) 너 그거 치우라고 했다, 응?
손가락이든 카메라든 둘 중의 하나 잃기 싫으면
(지웅) 오늘 얼굴은 무슨 일이시죠?
돼지고기도 양념에 여덟 시간을 재워
그게 무슨 말이죠?
내가 어저께 정확히 두 시간 반을 잤거든
돼지고기보다 못 잔 거지
아이고
그쪽도 돼지만큼 먹고 싸시는데 참 안타깝네요
시끄럽다, 야, 이거 안 치워?
(지웅) 아버지가 가게 홍보 영상에 너도 같이 찍으라는데
무슨 가게 홍보야? 야, 절대 안 돼
(연옥) 웅아
- (웅) 어 - 네
[카메라 셔터음] (연옥) 웅아
[흥미로운 음악]
여기, 웅아, 카메라 봐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연옥의 웃음]
[연옥의 탄성]
(호) 아이고
[어린 지웅이 발을 툭툭 구른다]
[발을 쓱쓱 비빈다]
[사람들이 저마다 아이를 부른다] (연옥) 웅이야, 엄마 봐 봐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아, 그래그래, 그래
- (남자) 선생님 봐, 선생님 - (여자1) 아유, 이뻐라 [여자2가 말한다]
(여자1과 남자) - 알았어, 야, 기다려 봐 - 어, 희율아, 저기 선생님 보고
(여자2와 남자) - 영민아, 웃어 - 어, 그렇지, 아이, 선생님 봐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최웅?
(어린 웅) 응, 난 최웅이야
넌 이름이 뭐야?
치, 안 알려 줄 건데?
(연옥) 너 말고 지웅이
밥 차돌된장 줄까?
(지웅) 너무 좋죠
(웅) 아이, 엄마, 난 안 물어봐?
(연옥) 너도 같은 거 먹어
(호) 야, 웅아, 내가 저기 생각을 좀 해 봤는데 [지웅이 호응한다]
내가 인제 제대로 연습해 가지고 올 테니까
너 시간 될 때
어, 너 시간 될 때 다시 한번 해도 될까 모르겠다
(지웅) 전 언제든 괜찮으니까
아버지 편하실 때 말씀하세요, 언제든
[호의 웃음]
(호) 야, 고맙다, 야
야, 내가 아주 우리 지웅 PD 선생님 덕에 호강을 한다
[지웅의 웃음] 내가 언제 이런 걸 해 보겠냐, 어?
[호가 혀를 쯧쯧 찬다]
아빠, 그 눈빛은 좀 서운한데?
(호) 너 이따 배추 들어오는 거 알지?
어디 도망갈 생각 하지 말고 싹 다 옮겨 놔, 어?
아, 다들 내가 아들인 거 잊지 말아 줬으면 좋겠는데?
(호) 두 그릇 먹고 가
(지웅) [웃으며] 알겠어요
[웅의 탄성]
(웅) 아무래도 웅이와는 네가 물려받을 거 같다
요즘 우리 부모님의 행보가 심상치가 않네
(지웅) 야, 근데 아무리 봐도
너보다는 내가 더 자랑스러운 아들 상이긴 하지
[지웅의 웃음] (웅) 어유, 참
너 요즘에 촬영 없냐?
왜 자꾸 여기 주변 알짱거리면서 내 상속권을 위협하냐?
야, 프로그램 하나 끝내고 간신히 좀 쉬었다
안 그래도 다음 작품 들어가면 또 죽어라고 바빠지는데, 쯧
그 전에
내가 놀아 줘야지
(웅) 야, 야, 야, 야! [지웅의 웃음]
[부드러운 음악] 너 뭐 하는 거야?
(지웅) 놀아 주는 건데요?
이게 진짜, 이씨
(지웅) 어어, 아버지, 아버지!
최웅 좀 보세요 지금 콩나물 들고…
- 아이, 그게 아니고 - (호) 아유, 그거 안 내려놔?
(호) 너 그거 안 내려놔? 내려놔, 내려놔, 야, 야
(연옥과 호) - 누가 먹을 거 갖고 장난치래! - 너 내려가, 야, 야, 내려놔, 좀
너 내가 가만 안 둬! 쟤가…
(호와 연옥) - 야, 좀, 아이고, 내려놔 - 야, 진짜 철 안 들래, 최웅!
- (웅) 아니… - (연옥) 너 나이가 몇이야!
(웅) 물론 [웅의 한숨]
이것보단 좀 더 어른답게 살고 있을 줄 알았지만요
[명호의 탄성] (예인) 국 팀장님, 장 팀장님
똑같은 사람들끼리 한판 붙은 거지
그걸 1열에서 직관하는 꿀잼이라니
(명호) 아, 봤지, 어?
장 팀장 막 말 툭툭 끊으면서 치고 들어오니까
국 팀장님도 지지 않고 막 받아치는 거
'들어 보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장도율 팀장님?'
[탄성] [예인의 웃음]
(지운) 그래도 전 국 팀장님 멋있던데요, 안 그래요?
(명호) 멋있지, 사실 이번 건도
우리처럼 작은 회사가 따낼 수 있는 건이 아닌데
국 팀장님 혼자 하드 캐리 하고 있는 거잖아
거의 우리 회사 소녀 가장이랄까?
대표님한테 완전 복덩이지
(예인) 그런데 그 칼이 우리를 향한다고 생각해 봐요
아, 지금처럼 클라이언트랑 싸울 땐
세상 든든한 내 편인데
그게 우리한테 꽂히면은…
(명호) 북극곰은 두 손으로 사람을 찢고
국 팀장님은 말로 사람… [문이 달칵 열린다]
저기, 잘 얘기하셨어요, 팀장님?
(연수) 다들 제가 아까 말한 고오 작가 관련 자료들
3시까지 최대한 업데이트해 주세요
(명호와 지운) 예, 알겠습니다 [예인이 호응한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이훈) 뭐야, 다들, 어? 도대체 뭐야?
뭔데, 뭔데?
아니, 왜 이렇게 다 일을 잘하는 건데, 도대체?
어, 이번에도 또 진행하기로 했다며?
아, 나 너무 놀라 가지고, 진짜
[직원들의 웃음]
너무 고생했어
그리고 우리 국 팀장
이 어려운 걸 또 한 번 해냈잖아, 이번에, 와
자, 오늘같이 기분 좋은 날에는 우리 다 같이…
안 합니다, 회식
(이훈) 안 할 거야, 나도 회식 안 해, 안 해
[익살스러운 음악] 회식 같은 걸 왜 해? 회식 같은 거 하는 거 아니잖아
요즘 같은 시대에, 그 어떻게 회식을 해?
그렇잖아, 어? 우리 딱 질색이잖아
그러면 우리 다 같이 저녁…
다 같이 점심을 먹는 게 어떨까요, 대표님?
(이훈) 어
저녁 시간 내 주긴 아깝다 뭐, 그런 건가, 명호?
아이, 그럴 리가요
(명호) 서로 업무량 때문에
퇴근 시간 맞추기 쉽지 않으니까
그럼 우리 다 같이 점심 먹으러 갈까, 지금?
[웃으며] 저희 점심 먹었습니다, 대표님
[직원들의 웃음]
- (예인) 아이고 - (이훈) 그게 무슨 말이야?
아이, 생각해 보니까 방금 들어오면서
저희가 다 같이 점심을 먹고 들어왔지 말입니다
나는?
(이훈) 왜, 왜 왜 나는 부르지 않았어?
(명호) 대표님 오늘 장 트러블, 예?
장 트러블 때문에 오늘 PT 참석 안 하셨잖아요, 그렇죠?
그래 가지고 당연히 점심도 안 드실 줄 알았습니다 [지운이 호응한다]
[이훈의 한숨]
(이훈) 어, 날카로운 지적이야 예리했어
(명호) 감사합니다
(이훈) [한숨 쉬며] 그럼
저녁도 싫고 점심도 안 되는 거면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될까?
(명호) 그러면
커피 하시죠, 커피
- (지운) 네! - (이훈) 좋아, 커피 좋아, 커피…
(이훈) 커피 다 있다
- (명호) 다 있네 - (이훈) 커피가 다 있네?
[웃음]
나 빼고 지금 커피가 다 있네
- 어, 어, 다 있어 - (명호) 다 있네
(명호) 제가 아니면 죽 사 드릴게요, 죽
(이훈)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명호의 멋쩍은 숨소리] 나 죽 싫어해
(명호) 아, 삐지셨는데? [예인의 한숨]
[밝은 음악]
[키보드 조작음]
"호텔"
[키보드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키보드 조작음]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감성적인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풀벌레 울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왜?
(솔이) 죽을래? 전화를 이제 받아?
[은호의 한숨]
(은호)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지? 왜?
아이씨
야, 나 작업하고 있는 거 안 보이냐?
(은호) 그래도 인간적으로 전화는 좀 받자
(웅) 아이씨, 진짜, 씨
어어?
뭐 하는 거…
어유, 씨, 야, 뭐 하는 거야?
(은호) 일어나, 운동 갈 시간이야
아이, 진짜 뭐 하는 거야, 갑자기?
(은호) 빨리 일어나 형 요즘 계속 잠도 못 잔다며
아이, 진짜, 이씨
야, 이거 안 놔? 야 [은호의 힘주는 신음]
[경쾌한 음악] (은호) 아티스트 건강 관리하는 것도
[웅의 의아한 신음] 매니저의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거든?
[은호의 웃음]
(웅) 아이, 안 그래도 피곤한데
[풀벌레 울음] 사람을 더 피곤하게 만들어, 씨
[웅의 가쁜 숨소리] (은호) 이런 매니저가 어디 있냐?
진짜 스위트하다, 나
(웅) 너 해고야
(은호) 고용 노동부에서 연락받고 싶어?
자, 우리 저기, 저기까지만 뛰자
[웅의 힘겨운 신음] 좀만 더 힘내
(웅) 아이, 아이 못 해, 못 해, 못 해
(은호) 안 돼, 안 돼, 가야 돼, 자
- (웅) 아, 진짜 - (은호) 하나, 둘, 셋, 넷
[웅의 한숨] (은호) 둘, 둘, 셋, 넷
[웅의 힘겨운 신음]
(은호) 어, 다 왔다
(지웅) 자, 여기, 여기, 빨리빨리
(웅) 야, 씨, 너 뭐야?
(지웅) 깃발이요, 골인 지점
[웅의 힘겨운 신음] 골인, 골인!
[은호와 웅의 지친 신음]
[지웅의 웃음]
(웅) 야 둘이 가지가지 한다, 진짜
(은호) 아, 형 어제도 두 시간 반밖에 못 잤다며
[은호의 거친 숨소리] 너 은근히 떠벌리고 다닌다, 너?
저요? 맥주
(웅) 어유, 씨
야, 너 안 바쁘냐?
이 정도면 너 잘린 거 아니야?
(지웅) 야, 일을 잘하잖아? 그럼 이렇게 놀아도 돼
[은호의 거친 신음] 응?
[웅의 한숨] (은호) 아, 맞다, 형
아직도 어머니, 아버지한테 뭐 하고 다니는지 말 안 했어?
그냥 뭐, 대충 그림 그리는지 아셔
(은호) 아까도 나한테 전화 오셔 가지고
형 먹고살 정도는 버냐고 막 걱정하시던데?
형 이름 암만 검색해 봐도 뭐,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그런 거 자세하게 오픈 안 했어?
얘 얼마 버는데?
(지웅) 나한테도 좀 오픈해 봐
(은호) 와, 가족한테까지 익명 유지하냐?
진짜 지독한 콘셉트충
[은호가 캔을 쉭 딴다] [지웅과 웅의 못마땅한 신음]
- (지웅) 진짜, 하 - (은호) 흔들었지, 형?
(지웅) 뭘 흔들어? 아니, 얼마 버냐고
[웅의 못마땅한 신음] (은호) 아, 무슨 그림 한 점당
- (지웅) 얘가? 진짜로? - (은호) 응
(지웅) 와, 개새끼
(웅) 야
너 그거 방금 그냥 욕하고 싶어서 한 거 아니냐?
어? 아닌데요
[은호가 코를 훌쩍인다] - (지웅) 개새끼 - (웅) 어?
(지웅) 어, 어? 쏘리
아, 맞다, 야, 참
내가 아버지한테 너 배추 안 옮겨 놨다고 말씀드렸거든
내일 너 찢어 버리신다더라
아이고, 어떡하냐?
(웅) 아이씨, 쯧 [지웅의 웃음]
[감성적인 음악]
[웅의 한숨]
오늘 날씨가 왜 이렇게 쓸데없이 좋냐?
[친구들의 탄성]
[웅이 캔을 쉭 딴다]
[친구들의 못마땅한 신음]
(지웅) 아유, 아유, 쌍으로, 아유
너 이거 다 흔들어 놨지?
(은호) 아, 내 거 이렇게 되는 거 보고도 그걸…
(지웅) 내가 흔들었나?
- (지웅) 네가 흔들었어? - (은호) 쯧, 아니야
(솔이) 저년 또 내 얘기에 집중 안 하고 있지
[솔이의 짜증 섞인 신음]
[병을 달그락 놓으며] 아 재수 없는 년
[연수의 시원한 신음]
(연수) 근데
[연수의 헛기침] 손님 너무 없다, 언니
여기 망하는 거 아니야?
- 야! - (연수) 깜짝이야
우리 속삭여도 들릴 만큼 가까이 있거든?
야
너 오늘 소개팅 빵꾸 낸 게 지금 몇 번째인지 알아?
- 세 번? - (솔이) 네 번이야
(솔이) 너 그 사람한테 무슨 악감정이 있어?
어떻게 보지도 않은 사람한테 악감정이 있어?
(솔이) 그런데
너희 회사 1층 카페에서 만나기로 한 것도 빵꾸를 내?
그것도 하도 네가 바쁘다고 지랄을 해 가지고
점심시간 쪼개서 찾아간 사람을?
진짜 까먹었어
[놀란 숨소리]
지랄 났다, 진짜
(솔이) 인성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 인성으로 사회생활이 가능한 게 맞아?
하, 나보다 더한 사람도 하는 게 사회생활이더라
(솔이) 시끄럽고
너 네가 네 번이나 깐 그분께서
네가 어마어마하게 마음에 드셨는지
너를 꼭 만나고 싶으시단다
너무 불쌍하기도 하지
- 그래? - (솔이) '그래?'
같은 소리 하네
(솔이) 너 이번엔 무조건이야
이번에 안 나가면
나도 인간적으로 너 손절할 거야
(연수) 알았어, 나갈게
[솔이의 탄식]
(솔이) 너무 지겨워
아니, 내가 너 연애하래?
그냥 남자만 만나
만나기라도 해, 좀
회사, 집, 여기
[연수가 술을 주룩 따른다] 회사, 집, 여기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눈알에는 영혼이 없이, 어? 텅텅 비어 가지고
껍데기만 왔다리 갔다리 하고 [놀란 신음]
(연수) 껍데기
껍데기 먹고 싶다 껍데기 좀 해 줘
어, 아예 대화가 안 돼
우리 좀 소울풀하게 살자
남자 만나는 게 소울풀하게 사는 거야?
됐어, 그냥 일이나 할래
그럼 일하는 데서 만나든가
(연수) 끔찍한 소리 하지 마
진짜 술맛 떨어지게
(솔이) 아니면 너
아직 그 자식을 못 잊었다거나…
(연수) 아, 여기는 사장이 술맛을 떨어지게 하네
- (연수) 나 갈래 - (솔이)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미안, 미안, 앉으세요, 손님
(솔이) 죄송해요
어떻게 성질이 그렇게 더러울 수가 있어? [연수의 헛기침]
[풀벌레 울음] [지웅의 힘주는 신음]
(은호) 아이, 진짜 [지웅의 웃음]
[지웅의 힘주는 신음]
[은호의 탄식]
(은호) 아, 나 좀 쉴래
이씨, 진짜, 씨, 아
(웅) 너 왜 이렇게 못하냐?
(은호) 아, 형이 해 봐
아유, 참
[은호의 한숨]
아, 형
진짜 라이브 드로잉 쇼…
아이, 안 해
(은호) 아, 진짜
아, 좀 쓸데없는 그 신비주의 콘셉트
좀 갖다 버리면 안 돼?
아니, 혼자 20세기에 살고 있냐?
요즘은 소통하고 막 그러는 시대라니까?
(지웅) 야 얘가 소통이 되는 인간이겠냐?
말도 못하는 애를
(은호) 아, 나 이해가 안 되네?
아니, 5년 전엔 성공하겠다고
처박혀 가지고 몇 날을 죽어라고 펜질만 하더니
이제는 기회가 있어도 안 한다는 게
아,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뜨니까 변하는 거지
(지웅) 내가 봤을 때 저거 병이다, 병
[웅의 못마땅한 신음] (은호) 형
아직 자만하긴 이르다
그 누아 작가 이번에 SJ랑 컬래버한다더라
(지웅) 누아가 누구야?
(은호) 있어 형이랑 그림체 완전 비슷한 작가
일종의 라이벌?
라이벌?
(웅) 참, 야
걘 짭이고 내가 찐이야
(은호) 하이고, 이 기세면은요
형이 짭 되는 거 금방이거든요?
다시 실업자 돼 가지고 5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아, 왜 자꾸 옛날얘기를 해?
(은호) 자극 좀 받으라고 자극 좀, 자극 좀 [웅의 아파하는 신음]
옛날처럼 다시 그렇게 살고 싶어?
[잔잔한 음악]
[은호의 한숨]
[한숨]
[입소리를 쯧 낸다]
그때가 그렇게 나쁘진 않았는데
(은호) 뭐라는 거야, 이 형?
[웅이 입소리를 쯧 낸다]
[웅의 아파하는 신음]
(웅) 야
15점 내기
네가 이기면은, 쯧
내가 내일 너 배추 다 옮겨 준다
진짜?
(지웅) 컴, 컴
고고싱 [은호의 탄성]
(은호) 근데 1점도 못 낼걸?
[멀리서 개가 짖는다]
[문을 탁 닫는다]
[신발을 달그락 벗는다]
[연수의 힘주는 신음]
(연수) 자경쓰
[연수의 힘주는 신음]
[자경의 졸린 신음]
(자경) 아유, 아유, 술 냄새
아유, 옘벵 또 술 처먹고 들어온 겨?
(연수) 아유, 할머니 배 인형으로 만들고 싶다 [자경의 못마땅한 신음]
맨날 조몰락거리게 [자경의 한숨]
아유, 얼른 들어가 씻고 자
내일 또 출근하려면, 아유
(연수) 나 늦어도 그냥 방에서 자라니까
여기서 나 기다리다 잠들지 말고 [자경의 한숨]
(자경) 더워서 나왔어, 더워서
아이고, 얼른 들어가 씻어, 이년아
(연수) 할머니가 씻겨 줘 [자경의 한숨]
- 아유, 아유, 징그러워 죽겄네 - (연수) 씻겨 줘, 할머니가
[자경의 웃음] (연수) 할머니, 뽀뽀
(자경) 어유 이거 왜 이랴, 왜 이랴?
- (연수) 응, 뽀뽀해 줘 - 아이고, 징그러워 죽겄네
(자경) 왜 이랴?
[연수와 자경의 웃음]
- (연수) 왜? - 아이고, 썩은 내가 나, 썩은 내
(자경) 아이, 저리 가
아이고, 야
[자경의 웃음]
아이고, 지랄도 참…
술을 얼마나 처먹은 겨? [웃음]
[자경의 웃음]
아이고, 참
[감성적인 음악]
[키보드 조작음]
[마우스 휠 조작음]
[마우스 클릭음]
[마우스 휠 조작음]
[마우스 휠 조작음]
[마우스를 톡톡 두드린다]
[사무실이 분주하다]
(채란) 선배 팀장님이 찾으시던데요?
(지웅) 알아 10분에 한 번씩 전화를 하는데
너 또 집 안 갔냐?
- (채란) 냄새나요? - 며칠째야?
(채란) 아직 4일째인데?
(지웅) 씁, 너 내가 집은 가라고 했지?
편집실에서 계속 사는 거 그거 습관 되고 버릇된다?
(채란) 박 PD님은 조연출 때
집 가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대요
(지웅) 야, 듣지 마
그 녀석 말은 다 걸러 들어, 아니
걸러도 들을 거 없으니까 그냥 듣지 마
[채란이 피식 웃는다]
- 아, 정채란 - (채란) 네?
너 나 다음에 들어가는 거 같이 해
박 PD님 거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됐어, 내가 뺏어 올 거야
(지웅) 나 찾았어요?
(동일) 이게 빠져 가지고, 지금
몇 시인데 지금 나오냐?
[문이 탁 닫힌다]
(지웅) 아, 쉴 땐 좀 쉽시다
아, 이렇게 부른 거 보면
딱 또 나 어디 갈아 넣을 데 찾았나 본데
눈치가 늘었어
- (동일) 음… - 미리 말해 두지만
(지웅) 나 휴먼 다큐 안 해요 나 딴거 할 거야
(동일) 아, 왜?
아, 재미없어요
아, 나 환경 다큐 줘요
(지웅) 지금 타이밍도 지금 딱이고
아이, 환경 다큐…
아, 자기 무덤을 자기가 파고 있네
아이, 그래도 재밌잖아요
아, 윤진이 형이 안 하려고 한다면서요?
그럼 나 줘요, 내가 할게요
[입소리를 쩝 낸다]
해
(동일) 하게 해 줄게
(지웅) 뭐야?
뭐지?
왜 이래?
진짜, 진짜요?
휴먼 다큐 먼저 해
(동일) 하게 해 줄게
아, 진짜 하게 해 줄게, 진짜
아, 내 이럴 줄 알았지
순순히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게 해 줄 리가 없지
아이, 진짜 간단한 거야
특집으로 나가는 거야
아이, 특집이면 딴 사람 시켜도 되잖아요
뭐, 한혜원 PD라든가
[동일의 헛기침]
(동일) [노트북을 탁 옮기며] 야, 이거
[흥미로운 음악]
응?
(영상 속 웅) 저를 막 엄청 사랑해 주는
제가 언제나 함께할 수 있는…
[영상 속 연수가 말한다]
어머, 대박
(명호) 왜, 또 왜? 뭐가 또 대박이야, 어? [예인의 놀란 숨소리]
[예인의 탄성] 뭐야, 대박 뭐야?
(예인) 나 왜 이거 몰랐지?
(지운) 왜요? 작가 찾았어요?
[예인의 탄성]
[영상 소리가 흘러나온다] 어? 이거 국 팀장님 아니에요?
[예인의 웃음]
(예인) 와, 나 이거 옛날에 봤던 영상인데 왜 몰랐지?
왜, 왜 전혀 생각을 못 했지?
(명호와 예인) - 잠깐, 잠깐, 이게 조회 수야? - 이거
(명호) 야, 장난 아니다 [지운의 탄성]
(지운) 국 팀장님은 이때도 장난 아니시네요 [예인의 웃음]
(명호) 장도율 팀장이랑 말투가 똑같네, 똑같아
[지운의 웃음] (예인) 완전 지금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얘, 얘가 웅이인데
얘를 아주 쥐 잡듯이 잡더라니까?
[지운의 웃음] (명호) 근데 웅이라는 사람도 지진 않는데?
(예인) 둘이 싸우는 거 보잖아요?
진짜 살벌해요
근데 내가 봤을 때는
대체적으로 연수가 먼저 시비를 털더라고, 웅이한테
[지운의 탄성] [예인의 웃음]
그래요?
(예인) 완전
[명호의 헛기침] 내 촉에는
이때 약간 연수가 웅이를 좀 좋아했다고
[예인의 웃음]
[흥미로운 음악]
[놀란 숨소리]
팀장님
(지운) 팀장님, 오셨어요?
[마우스 클릭음] (명호) 그, 지운 씨 내가 부탁한 거 그거 말이야
아, 팀장님, 언제…
(연수) 제가 장도율 팀장이랑 똑같나요?
(명호) 누가요?
팀장님이요? 아유, 그럴 리가
장도율 그분이랑은 비교하실 분이 아니시죠
저도 그렇게 재수 없어 보인다는 말이죠
(예인) [웃으며] 에이 에이, 아니에요 [지운의 당황한 웃음]
팀장님, 그게 아니라
이 영상이 아마 팀장님이
악마의 편집에 당하신 거 같아요
- (지운) 네 - 맞아요, 그러신 거 같아요
아니, 이거 고소하셨어요? 아니
(명호와 예인) - 이런 거는 고소를 하셔야 되는… - 거지
- (명호) 네 - (이훈) 뭐야, 뭐야, 뭐야, 어?
(이훈) 왜 다 또 모여 있어?
뭐 재밌는 거 있지, 어?
(연수) 혹시 이런 거 지우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아는 사람 있어요?
(지운) 어, 이건 방송사 채널이라
채널에 얘기를 하셔야 될 거 같은데
(이훈) 방송? 무슨 방송?
(명호) 제가 방송사에 컴플레인 한번 걸어 볼까요?
(연수) 작가 자료는 다들 찾고 있죠?
(명호) 아, 예, 그럼요
있는 거 없는 거 싹 다 긁어내고 있습니다
(이훈) 어, 뭐야, 뭐야? 얘기해 봐, 빨리 얘기해 봐
[연수의 한숨] 뭔데, 빨리 얘기 좀 해 봐
(연수) 다음 주까진 방안을 넘겨야 됩니다
다들 시간이 넉넉하신가 봐요?
[예인의 당황한 웃음]
아, 그리고 예인 씨
예
내가 아니라 걔가 먼저였어요
무슨…
먼저 시비 터는 거
항상 내가 아니라 최웅이 먼저였다고요
(예인) 아 [지운의 멋쩍은 웃음]
예, 그, 아, 그게 그러니까 그, 제 말은…
(이훈) 뭔데, 뭔데? 얘기 좀 해 봐
어, 뭔데, 뭔데, 어?
[웃으며] 아, 왜, 얘기 좀 해 봐
아, 내가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할 테니까
빨리 얘기 좀 해 봐, 어? 뭔데?
하, 안 돼요
돼요
아, 뭘 맨날 안 된다 그러냐, 너는?
(지웅) 아, 이걸 뭐 하러 다시 찍어요?
(동일) 하, 안 보여?
조회 수 안 보여? 댓글 봐
야, 이게 우리 채널에서 제일 잘나가는 거야, 알아?
잠깐 반짝하고 마는 거죠, 예?
그리고 이거 보는 것도 다 애들이 보는 거 같구먼
요즘 국장님 지시가 뭔지 아냐?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모아야 한다는 거야
이 단기간에 20대 시청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거
너 이거보다 좋은 방법이 있어?
아니, 조회 수 나오고
애들이 좋아한다고 다 찍어요, 우리가?
아, 좀 찍으면 안 되냐?
(동일) 너
요즘 일반인들 연애하는 예능이 왜 뜨는지 알아?
리얼 예능인데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거든
이거 봐 봐
야, 요즘 이만한 청춘 드라마가 없다?
그런 애들을
10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변했는지를 담으면
그림 나오지 않아?
이거 잘 묶잖아?
그럼 진짜 괜찮은 청춘 다큐 영화 뽑을 수 있다라는 거야
근데 이걸 제가 왜 찍어요?
이거 선배가 찍은 거잖아요
난 더 이상 청춘이 아니잖아
(동일) 늙었어
그리고
[키보드 조작음]
(영상 속 웅) 어? 야, 김지웅!
[키보드 조작음] (동일) 네가 제일 잘 알 거 아니야
얘들
[잔잔한 음악]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냐?
야, 어떻게 지낸대?
아, 나도 되게 궁금해 가지고
아, 10년이나 지났는데
많이 변했으려나?
[한숨]
[은호의 웃음]
(은호) 다 귀엽대
[중얼거린다]
최웅 지인입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은호)
[웃음]
됐다
[휴대전화 진동음]
형! 전화 오는데?
[휴대전화 진동이 연신 울린다]
형!
[못마땅한 신음]
[은호의 힘주는 숨소리]
[휴대전화를 탁 펼친다]
[흥미로운 음악]
(은호) 형!
[뛰어오는 발걸음]
형, 형, 형, 형, 형
형, 형, 형, 형, 형, 형 형, 형, 형, 형, 형, 형
(웅) 아, 배추 옮기러 간다 해 이따 갈 거야
아니, 아니, 아니, 이, 이게…
지금 당장 오래?
(은호) [말을 더듬으며] 빨, 빨리
(웅) 아, 이거 관심 끌려고 또 쇼를…
[은호의 다급한 신음]
(은호) 빨리빨리, 빨리빨리 받아
(웅) 어?
(은호) 아, 미친놈아 빨리 받으라고
(웅) 여보세요?
(엔제이) 통화하기 힘드네요, 작가님?
새벽에 작업하신다고 해서 전화해 봤는데 안 받고
아침에 잘 안 잔다고 해서 전화했는데도 안 받고
(웅) 아, 엔제이 님
아, 전화 온 줄 몰랐어요
[은호의 웃음] 안녕하세요
(엔제이) 아이돌보다도 바쁜가 봐요
하긴
제가 그림 샀다는 기사 나고 작가님 더 많이 바빠졌죠?
아
(웅) 예, 덕분에, 그 찾는 사람들이 좀 많아졌습니다
[웃으며] 감사합니다
말로만 감사하세요?
(엔제이) 저 작가님 작품 더 구경하고 싶은데
오늘 뭐 하세요?
(웅) 아, 오늘 배추 옮기러…
네?
[웅의 힘겨운 신음]
아, 저 오늘 배추…
[은호의 답답한 신음]
(은호) [작은 목소리로] 배추…
(엔제이) 이따 잠깐 만날래요?
작업실 구경 가고 싶기도 하고
(웅) 아, 오늘이요?
(엔제이) 네, 오늘이요
저 오늘 마침 일찍 끝날 거 같거든요
(웅) 아
아, 예, 그럼 뭐 이따 끝날 때 말씀해 주시면…
(엔제이) 오케이 그럼 이따 연락할게요
(웅) 네
(은호) 우아, 미쳤다, 미쳤다 미쳤다, 미쳤다, 미쳤어
형, 그, 엔, 엔제이랑 연락하고 있었어?
아이, 오늘 처음 한 거야
아니, 형 번호는 언제 주고받았는데, 어?
몰라, 먼저 물어보시길래
엔제이가?
형, 형 번호를? 왜, 왜, 왜?
(웅) 몰라, 인마, 떨어져 무섭게 뭐 하는 거야?
와, 진짜 미쳤다, 미쳤어
(은호) 말도 안 돼 세상이 너무 변했어
최웅이 엔제이랑 전화 통화를 했어 [고민하는 숨소리]
- (은호) 와, 미쳤다 - 그런데
아무래도
그림을 공짜로 달라는 거겠지?
[흥미로운 음악]
(은호) 어?
아니
(웅) '말로만 감사하세요?' 다음에 [엔제이가 말한다]
'저 작가님 작품 더 구경하고 싶은데'라잖아
아무래도 그림을 공짜로 달라는 거겠지?
(은호) 형
엔제이 지난주에 150억짜리 건물 하나 더 샀대
그리고 달라 그러면 줘
그냥 다 줘
그냥 형이 갖고 있는 이, 이, 이 모든 것들을
다, 다, 다 그냥 다 갖다 바치란 말이야
그냥, 그냥 다 갖다줘
엔제이가 엔제이가 작업실에 온다고?
와, 씨, 진짜
형, 나 뭐 입지?
야, 너 손 봐 봐
(은호) 손 왜?
[웅이 씩씩거린다]
(웅) 야, 야, 야
너 진짜 한 번만 더 뒤지면 너 뒈질 줄 알아
나 지금 심장이 터져서 먼저 뒈질 거 같거든?
(은호) 나 엔제이 연습생 때부터 팬이었던 거 알지?
한 번만 봐줘라
야, 너는 지금 그거를 집 안에서 입고 있다는 게
지금 그게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냐?
(은호) 어어
일리, 일리 없네, 일리 없어
- 아이씨, 그럼 뭐 입지? - (웅) 아이, 저…
(은호) 아, 왜 이렇게 입을 게 없어?
어?
뭐야? 이거 왜 두 개야?
- 야, 그거… - (은호) 구려
(은호) 설마 [웅의 한숨]
커플 티?
[잔잔한 음악]
뭐야, 저 추억에 젖은 얼굴은?
시끄러워
(은호) 형이 커플 티 뭐, 그런 것도 했어?
하, 귀엽네, 최웅
오, 가죽 재킷
오버인가?
[빗소리가 들린다]
[부드러운 음악]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종업원2) 반갑습니다 일행 있으신가요?
네
(연수) 장 팀장님?
(도율) 이거 난감하네요?
여기서 혼자 뭐 하세요?
(도율) 글쎄요 뭐 하는 걸로 보이십니까?
(종업원2) 강민수 님 예약 테이블 이쪽입니다
(연수) 아, 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민수) 국연수 씨?
아…
(여자3) 맞죠? 최웅
아, 왜, 그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전교 꼴등
아닌데요?
(여자3) 에이, 맞는데, 뭘
(여자4) 야, 아니라잖아, 가자
(여자3) 아니, 맞다니까?
똑같이 생겼는데 무슨…
(연수) 강민수 씨?
(민수) 네, 앉으세요
오늘은 나오셨네요?
아, 지난번에는 제가 죄송했습니다
아니요, 뭐
아…
(연수) 그럼 뭐…
(민수) 제가 네 번이나 바람맞았는데도
오늘 꼭 연수 씨를 보고 싶었던 건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 어떤… - (민수) 처음 소개팅은
(민수) 여의도에서 저녁 7시 약속이었는데 안 오셨죠?
두 번째는 홍대에서 8시였는데 역시 안 나오셨고
물론 둘 다 일 때문이셨고요
아
아이, 그게…
(민수) 세 번째는 주말이었죠?
오후 3시 약속인데 5분 전에 연락 와서
회사에 급한 일 생겼다면서 취소하셨고
네 번째가 어제 점심
연수 씨 회사 카페에서 점심시간 30분 시간 내기로 했는데
그것마저도 일하느라 깜빡하셨고
그쪽 회사 일은 연수 씨가 다 하나 봐요?
아, 저, 강민수 씨
(민수) 그래서 제가
다섯 번째를 꼭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한숨 쉬며] 이 정도면
오기가 생겨서요
[흥미로운 음악]
오늘도 사실 안 오면 어떡하나 걱정 많이 했는데
다행히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번에는 제가 죄송했습니다
제 시간을 허비할 만큼 가치가 있을까
조금은 기대를 했는데
역시 그럴 만큼은 아니시네요
네?
치사해 보이시겠지만
[웃음]
예
이러려고 불렀습니다
(민수) 그럼 좋은 인연 만나세요
[연수의 황당한 신음]
글쎄
만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럼 전 이만
[문이 달칵 열린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어이없는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옅은 헛기침]
다 들으셨나요?
아니요
[헛기침]
(연수) 그러기엔 장 팀장님 입에 걸린 미소가
마음에 걸리네요
(도율) 예, 들렸습니다
모르는 척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개팅한 거 말입니까?
(도율) 소개팅하러 와서 바람맞은 거 말입니까?
어디서부터 모른 척해 드리면 되죠?
(종업원2)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도율) 예, 감사합니다
(종업원2) 맛있게 드세요
[연수가 숨을 들이켠다]
혼자 드시는 거 같은데
합석해도 괜찮나요?
그러기엔 지금 국연수 씨와 제 옷이
상황이 좀 웃기지 않습니까?
같은 옷 입고 따로 먹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연수) 어차피 제 술하고 음식은 제가 계산할 테니까
자리만 좀 빌려주시죠
뭐, 그러시죠
[휴대전화 진동음]
(엔제이) [한숨 쉬며] 망할 비
촬영이 끝나질 않네요
죄송해요, 작가님
내일 오전에 작업실로 가도 괜찮을까요?
[도율이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언제까지 그렇게 재미없게 드실 겁니까?
재미없다고 생각해 보진 않았는데요?
[흥미로운 음악]
원래 이렇게 혼술도 종종 하세요?
뭐, 그렇죠, 퇴근하다가 가끔
(연수) 음
장 팀장님도 껍데기 같으신가 보네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연수) 우리 팀원들이
팀장님이랑 저랑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글쎄요, 비슷한 건 옷밖에 없는 거 같은데?
그래서 솔직히 그 말 듣고 좀 놀랐어요
그래도 내가 팀장님 보면서
'장 팀장님보다는 훨씬 더 인간답지'
그렇게 생각했었거든요
[코웃음]
취하셨습니까?
취한 척 속마음 얘기하시는 겁니까?
저 안 취해요
(연수) 느는 건 술뿐이라서 취하질 않더라고요
[한숨]
음…
[연수가 코를 훌쩍인다]
진짜 할 얘기가 없네요
일 얘기라면 끝도 없이 할 거 같긴 한데
지금은 절대 꺼내고 싶지도 않고
(도율) 아니요, 전 일 얘기라면 뭐든 들을 준비 돼 있습니다
(연수) 음, 무슨 얘기 하지?
그 니트
그거 얼마에 사셨어요?
저는 이거 할인 쿠폰 먹여서 엄청 싸게 샀는데
그래도 내가 더 비싸게 샀으면 속상한데
정가에 샀습니다
다행이네요
근데 좀 신기하지 않아요?
(연수) 같은 옷 입고 같은 장소 온 게
처음입니다
타인하고 이렇게 같은 옷 입고 있는 게
(도율) 계속 난감하네요
커플 티 같은 것도 안 입어 보셨어요?
저 그런 한심한 걸 제일 싫어합니다
[피식 웃는다]
저도 세상에서 한심한 거 제일 싫어했는데
[잔잔한 음악]
그런데 그 한심한 걸
했었나 보네요?
뭐…
가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될 때가 있잖아요
- 그런가요? - (연수) 역시
장 팀장님보다 그래도 제가 더 인간적인 게 맞네요
[피식 웃는다]
또 그 말입니까?
(연수) 전 되게 유치하게 물어봤었거든요
(연수) 저도 그거
[도율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와인 한 잔 먹어도 돼요?
씁, 와인하고 소주는 조합이 좋지 않을 텐데요
(연수) 괜찮아요, 저 다 잘 마셔요
(은호) [잠꼬대하며] 엔제이
엔제이
[웅의 한숨]
아, 구은호, 씨
[비가 솨 내린다]
(웅) 쯧
아이
[부드러운 음악]
(웅) 그러니까
10년 전에도 그랬듯이
[새근거린다]
[초인종이 울린다]
[웅의 피곤한 신음]
[초인종이 울린다]
(웅) 야, 구은호!
하, 씨
[힘주는 신음]
[피곤한 신음] [초인종이 울린다]
아, 씨
[아파하는 신음]
아, 지금 시간이…
[초인종이 울린다] 야, 구은호! 씨
문 안 열어?
(웅) 이번에도 모든 건 또
제 뜻과 상관없이 벌어졌어요
(웅) [하품하며] 누구…
[흥미로운 음악]
(웅) 마치
그래야만 한다는 것처럼요
(연수) 다시는 얽힐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웅) 포기하셔야 할걸요?
(동일) 왜?
아직도 사이가 안 좋아?
얘네들 아직도 싸워?
[숨을 씁 들이켠다]
[입소리를 쯧 낸다]
애증이라는 거 있죠?
(지웅) 그러니까 대개 애정과 증오는
한 끗 차이로 같이 오더라고요
(동일) 뭔 말이야, 그게?
(지웅) 만났었어요, 둘이
한 5년 정도?
(동일) 그, 그러니까
여, 연애 뭐, 그런 걸 했다고?
[흥미진진한 음악]
[거친 숨소리]
[서랍을 쓱 연다]
[서랍을 쓱 닫는다] (웅) 아이씨
어, 그래그래
[힘주는 신음]
[흥미로운 음악]
또 닫을 거야?
(지웅) 그리고 엄청 지랄맞게 헤어졌죠
서로 상처 줄 만큼 줘서
아마 다시는 안 볼걸요?
[밝은 음악]
- 뭐라고? - (연수) 헤어지자고
(웅)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게 할 말이야?
이별이 상황 봐 가면서 하는 거야?
벌써 다섯 번째야
그중의 두 번은 너였어
너 진심이야?
진심이야 [웅의 탄식]
(웅) 또 네 마음대로지?
모든 걸 다 네 멋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지?
왜? 또 뭔데?
뭔데 또 혼자 생각하고 멋대로 판단하고
나한테 통보하는 건데?
너는 맨날 그딴 식으로 생각했지?
(연수) 나만 이기적인 년이고 나만 나쁜 년이잖아
비꼬지 마
헤어지자는 말도 먼저 하기 싫어서 나한테 이러는 거잖아
국연수
네가 원하는 대로 나쁜 년처럼 굴어 준다니까?
그러니까 끝내, 끝내면 되잖아
(웅) 야, 국연수!
그거 내가 사 준 옷이야
[한숨]
(연수) 나도 이 일 아니었으면 안 찾아왔어
그래?
(연수와 지웅) - 뭐? - 그래서 다시 보니까 어땠는데?
(웅) 난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안 나
(은호) 아, 미쳤어?
(연수) 아이, 내가 그렇게 좋냐고 [웅의 아파하는 신음]
- (웅) 야, 야, 야, 야 - (연수) 짜증 나, 따라오지 마
- (웅) 야 - (연수) 지금 누군가가
(연수) [술 취한 말투로] 팀장님의 차를
훔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은호) 아이, 근데 저렇게 같이 있으니까
- (은호) 커플 같다, 아 - (웅) 이 새끼가
(연수) 그래도 5년 만에 처음 본 거니까
(웅) 내가 유치하게 안 굴고 진지했으면?
감당할 순 있었고?
.그 해 우리는↲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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