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16
(경찰1) 이명한 씨 앞으로 체포 영장이 나왔습니다
자해 공갈 혐의 및 보험 사기죄입니다
[한숨]
지금 병실 안에 있어요
조직 검사를 했는데
폐암 말기래요
(시우) 내일 검사를 몇 개 더 해야 된다는데
그래도 데려가야 되면
데려가세요
[경찰들의 한숨]
(경찰1) 아, 이거 참 골치 아프게 됐네
저, 김 순경 가서 담당 의사부터 좀 만나 봐
지금 연행이 가능한지 아닌지 체크해 보고
(경찰2) 예, 알겠습니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 (간호사1) 채유진 산모 보호자분 - (기준) 네
(간호사1) 들어오세요
(기준) 네
(의사) 어…
배 뭉침이라고
자궁이 팽창하는 이맘때 산모들한테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에요
다행히 아기는 잘 있네요
잠깐만요
아기 심장 소리 들려드릴게요
[버튼 조작음]
[심장 소리가 흘러나온다]
[잔잔한 음악]
[살짝 웃는다]
(하경) 간단할 거라 생각했던 문제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워지는 순간이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을 때
경찰들 다 갔어
(하경) 검사가 아직 다 안 끝났는데
의사 허락 없인 연행할 수 없나 봐
그래서
아버지랑 얘기는 좀 해 봤어?
시우야, 너 울어? [차분한 음악]
[훌쩍인다]
(시우) 아, 됐어요, 위로하지 마요
어차피 우리 회사에서만 그러기로 한 거잖아요
이렇게까지 신경 안 써 줘도 된다고요
과장님
(하경) 어떻게 해야 하는지
뭐가 맞고 틀리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조차도
우리는 결정하고 선택해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게 옳은 건지
어떻게 살아야 정답인 건지
(봉찬) 자
할 만해?
대체 비결이 뭐예요, 국장님?
(봉찬) 응? 뭔 비결?
전국 기상청을 통틀어서 예보 적중률 1등이시잖아요
(하경) 그 기록을 아무도 못 깨고 있고
그, '기상청의 살아 있는 전설' '살아 있는 역사'
그 비결이 뭐냐고요
(봉찬) 응
그러니까 분발 좀 하자 진 과장, 응?
그게 언제 적 기록인데 아직도 깨는 놈들이 없어요
아이고, 참
그러니까 그 정답을 맞힐 수 있는 그 비결을
저한테만 살짝 전수해 주시라고요, 네?
뭘까?
왜, 알고 싶어?
(하경) 네, 저 진짜 알고 싶어요
알려 주세요, 국장님
어, 그러면
전국 기상청 통틀어서
예보를 가장 많이 틀린 사람이 누군지 먼저 알아봐
네?
음, 그걸 알면 뭐, 비결이 보일 거야, 응
[잔잔한 음악]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신발 벗는 소리]
[툭 내려놓는 소리]
늦었네?
어, 그, 예보가 바뀌는 바람에
(동한) 그걸 좀 수습하고 온다고…
미안해
[향래의 한숨]
(향래) 피곤할 텐데 얼른 쉬어
향래야
[한숨]
왜?
우리 그냥 이혼할까?
[차분한 음악] 뭐?
오면서 내가 계속 생각을 해 봤는데
보미가 원하는 생일 선물이
고작 우리 셋이 외식하는 거라는 것도
참 기가 막히지만
(동한) 그거를 또 못 지키는 내가
너무 한심하더라고
[떨리는 숨소리]
아무래도 난 답이 없는 거 같아
[흥미로운 음악]
[수자의 한숨]
(수자) 그래서
부모님은 뭐 하시는 분들인가?
예?
또 시작이다, 엄마
[석호의 헛기침]
두 분 모두 평생 교편을 잡으셨습니다
(석호) 아버지는 고등학교에서 물리를 가르치셨는데
재작년에 정년 퇴임 하셨고
어머니는 현재 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이십니다
어, 교육자 집안이로구먼
(수자) 그럼 자네는?
학교는 어디 나왔나?
한국대 물리학과 졸업했습니다
우리 하경이하고 같은 대학을 나왔구먼
예, 7년 선배입니다, 제가
(수자) 어…
그럼 이 집은…
(석호) 예, 자가입니다, 네
어, 물론 대출이 살짝 껴 있긴 합니다만
제 명의로 된 제 집 맞습니다
(수자) 직장도 그만하면 든든하고
집도 있고
됐네, 그럼
결혼만 하면 되겠네
[익살스러운 음악] - 예? - (수자) 엄마, 엄마, 엄마
또 앞서간다, 또
(태경) 제발 좀 그러지 마 석호 씨 놀라잖아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닙니다, 태경 씨
미안해요, 석호 씨 부담 갖지 말아요
(태경) 우리 엄마 버릇이에요
앞뒤 안 가리고 무턱대고 결혼 얘기부터 하는 거
그래서 하경이도 집을 나갔다니까요?
두 사람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거 아니었나?
- (석호) [웃으며] 예 - (태경) 아니
(석호) 음…
[석호의 의아한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거 아니었어요?
우리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거예요?
[석호가 숨을 씁 들이켠다]
(석호) [속삭이며] 그럼 나랑 왜 잔 겁니까?
[속삭이며] 남녀가 서로 좋아서 사귀다 보면 잘 수도 있죠
[석호의 헛웃음] 아니, 그러니까 우리가 그냥
잠만 잔 게 아니잖아요, 예? [흥미로운 음악]
(석호) 아, 분명히 태경 씨랑 저는, 예?
서, 서로 통했고, 예?
또 뭐냐
분명히 과정에서 우리
서로의 뜨거운 사랑을 느꼈고
저, 저, 저, 저 이, 이보게, 이보게 [석호의 섭섭한 숨소리]
(수자) 저, 그런 얘기는 둘이 있을 때 하면 안 되겠나?
(석호) 나는 [석호의 헛웃음]
처음이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어…
진태경 당신이 내 첫사랑이었고 첫 여자였다고
[어이없는 숨소리]
아, 뭐, 그래서요?
뭐, 지금 나보고 책임지라는 거예요?
아, 아이고, 나 가련다
(석호) 아, 지금 설마 나 가지고 논 겁니까?
아니, 누가 누굴 가지고 놀아
[석호를 탁 치며] 나 그런 여자 아니에요!
그럼 결혼 생각도 없으면서 어떻게 나랑 갈 데까지 갔습니까?
좋아하니까요!
좋아하니까 연애도 시작하고 그러니까 거기까지 간 거지!
미치겠네
(석호) 난요 태경 씨가 진심이라고 믿었어요
진심이에요!
(석호) 근데 결혼은 생각이 없다면서요
아, 그것도 진심이고요!
(석호) 아니, 어떻게, 이…
[문이 탁 닫힌다] [태경의 답답한 숨소리]
[도어 록 작동음] 아, 진짜…
[태경의 한숨]
[석호의 한숨]
[새가 지저귄다] (TV 속 캐스터) 찬 바람이 불면서
기온을 더욱 끌어 내리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의 기온은 3도지만
체감 온도는 여전히 영하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내일 아침에는 다시 영상권으로
포근한 날씨를 되찾겠습니다 [유진의 한숨]
유진아
(유진) 응?
(기준) 나 기억났다?
뭐가?
유진이 네가 내 마음속에 처음 들어온 순간
[기자들이 저마다 말한다]
(유진) 저기…
온도 조밀역 뜻이 뭐예요?
그, 아까 브리핑 내용 중에
온도 조밀역인 서해안으로
난기가 유입된다는 말이 있었잖아요
등온선이 밀집되어 있는 구역이란 뜻입니다
아, 그런 뜻이구나
[유진의 생각하는 숨소리]
(유진) 아, 그러면 말이죠
온도 연직 구조와 수상당량비의 관계를 좀 설명해 줄 수 있나요?
[잔잔한 음악] 아무리 인터넷에 뒤져 봐도 안 나와 가지고…
온도 연직 구조라는 건
특정 지점의 수직적 온도랑 습도 같은 정보들이 담겨 있는데…
(유진) 뭐야
나랑 결혼을 결심한 게 내가 바보 같아서라고?
아니
그럼?
네가 날 그렇게 바라봐 줘서
(기준) 어, 수적 발달이 강하게 일어날 수 있느냐 없느냐도
볼 수 있고요
어, 또 물방울이나 눈송이가
크게 발달할 수 있는 구조냐 아니냐를 판단할 수가…
(기준) 네가 날 그렇게 바라보는데
[유진의 옅은 탄성] [메모하는 소리]
너랑 있으면 왠지 못 할 게 없을 거 같은 거야
(기준) 그때만큼은
내가 정말 꽤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졌거든
[숨을 씁 들이켠다]
그땐 내 눈에 진짜 그렇게 보였으니까
(유진) '아, 이 사람 진짜 모르는 게 없구나'
'최소한 자기 전문 분야에서만큼은 프로구나'
'그런데도 잘 모르는 나를 무시하지 않는구나'
'멋지다'
그랬었지
(기준) 그런 마음으로
날 좀 믿어 주면 안 돼?
[숨을 들이켠다]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 문제야
애 키우는 거 진짜 장난 아니래
알아
(기준) 요즘 매일같이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있어
(유진) 돈도 진짜 많이 들고
(기준) 그것도 알아
근데 우리만 힘들겠어?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겠지
그런데도 다들 애 낳고 잘 살고 있잖아
우리라고 못 할 게 뭐가 있어?
실은 말이야, 유진아
어제 우리 아기 심장 소리 듣는데
가슴이 터져 나가는 줄 알았어
우리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 아빠한테 말을 건 거잖아
[잔잔한 음악]
나 여기 있다고
나 살아 있다고
나 그 순간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그래, 아가야'
'안녕'
[떨리는 숨소리]
'내가 네 아빠야'
[떨리는 숨소리] [유진이 훌쩍인다]
유진아
내가 더 잘해 볼게
너랑 우리 아기 위해서
응?
[훌쩍인다]
[벅찬 숨소리]
(유진) 고마워
[떨리는 숨소리]
[훌쩍인다]
사랑해
[웃음]
나도, 유진아
[토닥이는 소리]
[웃으며] 나도
[비장한 숨소리]
난 이제 아빠다, 난 가장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마음 단단히 먹고
[비장한 숨소리]
(직원1) 괜찮으시겠어요?
뭐가요?
(직원1) 원래 연금 담보 대출은
퇴직 이후의 자금을 미리 당겨서 쓰는 거라
웬만해서는 신청 잘 안 하거든요
(기준) 이제 난 아빠다 난 가장이다
[발랄한 음악]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마음 단단히 먹고
아내가 임신을 했습니다
[놀란 숨소리]
(기준) 그래서 이사도 해야 되고 준비할 게 많은데
결혼하면서 대출받은 거 때문에 한도가 안 돼서요
아, 네
네
(직원1) 씁, 저기, 신청 서류는
거기 적혀 있는 사이트에 들어가셔서
직접 출력하시면 되고요
더 궁금하시거나 필요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물어봐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파이팅입니다
네, 파이팅
감사합니다
[멋쩍은 숨소리]
(직원2) 이시우 특보 결혼하나?
(직원1) 왜?
(직원2) 주택 임차 대출 관련해서 문의한 거 보면
그런 뜻 아니겠어?
(직원1) 뭐야
진하경 과장이랑 결혼까지 가는 거야?
그러게
좀 갑작스럽긴 하지?
(직원2) [놀라며] 설마
속도위반인가?
[발랄한 음악] (직원1) 어? 말 되네, 말 돼
(직원2) 말 되지?
웬일이야, 어머 [직원1의 탄성]
(명주) 어? 속도위반?
운영 팀 쪽에서 나온 말이랍니다
에이, 설마
[다가오는 발걸음]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하경) 아니다 유자차 한 잔 주시겠어요? [종업원이 대답한다]
[명주의 웃음]
(명주) 과장님
(하경) 아
어, 왜 커피 안 드시고…
(하경) 아, 오늘 스페셜이라길래 그냥…
(박 주무관) 아, 하긴, 그렇죠
유자차가 비타민도 많고, 또
필요하실 테니까
(종업원) 유자차 나왔습니다
(하경) 아, 네
저 그럼 먼저 가 볼게요
- (명주) 아, 네 - (박 주무관) 네
(박 주무관) 야, 우리 진 과장 벌써부터 조심 많이 하시네
씁, 하긴 아기한테 카페인 조심해야지
그렇죠, 오 주임님?
아이,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닌데
괜히 동네방네 소문내지 마시고요
- (박 주무관) 예 - (명주) 갈게요
[한숨]
혹시 소문 들었어?
[신입 직원들의 긴장한 숨소리]
(신입 직원들) 안녕하십니까!
(직원3) 이번 기상청 실무 연수에 참여하게 된 신입들입니다
오늘 있을 예보 회의 참관하러 왔습니다
(함께) 잘 부탁드립니다!
[저마다 호응한다] - (동한) 예, 반가워요 - (명주) 반가워요
(직원4) 어리다, 어려, 반가워요
(직원3) 자, 그러면 방해 안 되게 이쪽으로
(수진)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왜? 그리워?
(수진) 물색없이 들떠서
뭔가 내가 큰일을 하게 될 줄 알았죠
근데? 해 보니 영 아니야?
뭐…
기라고는 못 하죠?
(수진) 맨 실수만 하고
해도 해도 안 되고
그렇게 힘들면
음, 괜히 고생하지 말고 오라는 데 있을 때 가
갑자기 무슨 소리세요?
(명주) 얘기 들었어
정책과에서 오라 그런다면서
[차분한 음악]
오 주임님
마음 같아서는 너무 붙잡고 싶지
(명주) 근데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잖아
이 자리가 얼마나 고되고 피 말리는 자리인지
툭하면 밤새우고 열심히 해도 맨날 욕이나 얻어먹고
뭐, 잡을 껀덕지가 있어야 말이지
그냥 가볍게 생각해
수진 씨가 하고 싶은 대로, 응?
[한숨]
(간호사2) 이명한 님 수액 바꿔 드릴게요
(하경) 해상을 지나면서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어
우리나라 남부 지방 중심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어, 주말에 충남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 5mm 안팎의 강수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예상됩니다
주요 지역들 지상 기온이랑 상대 습도
계속 주시해 주시고요
이것으로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봉찬) 자, 수고했습니다
(직원들) 수고하셨습니다
(직원4) 아, 진 과장
축하해요
네?
(직원5) 뭘 축하하는데?
좋은 소식 들리던데, 맞죠?
좋은 소식이요?
[웃으며] 속일 사람을 속여야지
곧 날 잡는다며
(직원5) 진짜?
이야, 우리 이번엔 진짜로 국수 먹는 건가? 응?
그런 거야, 진 과장?
(직원4) 이 친구 국수 많이 먹어요
[직원들의 웃음]
잠깐만, 저, 저요?
[무거운 음악]
(시우) 아버지가 안 계신다고요?
네
아, 지금 입원실엔 안 계셔서 가실 만한 데 다 찾아 봤는데
원내에는 안 계시는 거 같아요
연락 없으셨나요?
네
일단 알겠습니다 저도 찾아 보고 연락드릴게요
[통화 종료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뭐? 운영 지원과에서?
(기준) 어
이시우 특보가 주택 대출 받느라고 좀 알아봤던 모양이야
이시우가 주택 대출 받는 거랑
내가 결혼하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야
남자가 집 장만한다고 대출을 받는데
(기준) 그게 하필 진 과장하고 사내 연애 한다고 소문난 이시우야
충분히 연결할 수 있는 상황이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근데 이시우가 주택 대출을 왜 받지?
(하경) 이시우 특보 어디 갔어요?
(석호) 좀 전에 핸드폰 들고 나갔는데
[석호가 숨을 들이켠다]
저기, 근데
가긴 가시는 겁니까?
제가 가긴 어딜 가요?
결혼…
[발랄한 음악] [하경의 한숨]
(하경) 아, 그거 다 헛소문이에요
(명주) 아, 저, 그럼…
속도위반은 아, 아니신 거죠?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명주) 아, 갑자기 결혼 소문 돌지 속도위반 얘기 나오지
과장님도 커피 대신 유자차 드시지, 그래서…
아, 유자…
(하경) [답답해하며] 아
오 주임님
저 아무것도 위반한 적 없고요
이시우의 주택 담보 대출이랑 제 결혼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괜한 소설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하경의 한숨]
저,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랑 이시우 특보
이제 아무 사이 아니에요
[차분한 음악]
사실 지난 태풍 때 이미 헤어졌는데
헤어지면 또 헤어졌다고 말 나올까 봐
당분간 쇼윈도 커플처럼 지내기로 한 거예요, 근데
이젠 안 되겠네요
저랑 이시우 헤어졌습니다
모두를 속여서 죄송해요
들었니?
네
그래, 우리도 그만하자
[한숨]
쟤네도 이별하는구나
[한숨]
(향래) 뭘 이런 걸 보고 있어
엄마, 진짜 이혼하게?
그러재, 네 아빠가
그래도 두 달은 더 봐주기로 했다면서
그것도 안 봐주게?
그렇게 하재, 네 아빠가
엄마는?
엄마도 그러고 싶어?
그럼 나는?
나한테 왜 아무것도 안 물어봐?
무슨 말이야?
나는 가족 아니야?
(보미) 엄마 아빠 이혼에 나는 뭐, 의견도 없는 거야?
하라며
네가 하고 싶으면 하라 그랬잖아, 엄마한테
그전엔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을 때고
뭐?
지금은 마음이 바뀌었다고
[잔잔한 음악]
아빠랑 더 같이 살고 싶어졌다고
(보미) 그러니까 엄마도 마음 좀 바꾸면 안 돼?
그 정도로 아빠가 싫어? 끔찍해?
학원 안 가니? 늦겠다
엄마 아빠 일이야
엄마 아빠가 결정할 거고
엄마
얼른 먹고 학원 가
보미야, 너 왜 그냥 가?
[문이 달칵 열린다] 배고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한숨]
진짜 거지 같아
(배식원) 진 과장님 좋은 소식 들리던데?
[흥미로운 음악] 아니에요, 저 결혼 안 합니다 헤어졌어요
(직원6) 어, 진하경 과장
(하경) 결혼 안 합니다 헤어졌어요
(직원6) 아니라는데?
이 죽일 놈의 사내 연애
(하경) 나 혼자 먹고 싶은데
(기준) 나 자랑할 거 있는데
야, 넌 지금 이 분위기 안 보여?
[심장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게 뭐야?
우리 아기, 심장 뛰는 소리
[수저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야
처음 만나고 왔다
[웃음]
어, 근데 아기 심장 소리가 이렇게 커?
그렇지? 엄청 크지?
[놀란 숨소리]
[기준의 웃음]
(하경) 한기준
[휴대전화 닫는 소리]
뭐 하러 그렇게까지 했냐?
뭐가?
그렇게 대놓고 모든 사람 앞에서 이시우 깔 것까진 없었잖아
[한숨]
내가 깐 거 아니야
태풍 때부터 헤어져 있었어
정말 헤어진 건 맞고?
무슨 소리야?
(기준) 이시우가 쇼윈도 커플 어쩌고 해 가면서
그렇게까지 한 건
결국 너랑 못 헤어지겠단 뜻 아니었나 싶어서
뭐, 구차하지만
그렇게라도 네 옷자락 붙잡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 얘기 그만하자
(기준) 이시우 특보
아직도 너 되게 좋아해
밥이나 먹자
(기준) 실은 너도 그렇잖아
[잔잔한 음악]
너도 여전히 이시우 특보 좋아 죽겠잖아
(하경) 한기준
오늘은 그냥 축하만 받아라
남의 연애사 끼어들지 말고
내가 너한테 남자로서는 실패했지만
친구로서는 실패하고 싶지 않다, 하경아
(기준) 그래서 말인데
정말 널 걱정하는 친구로서 한마디 하는 건데
이시우 놓치지 마
이시우를 위해서가 아니라
널 위해서
좋아하는 사람
막 그렇게 함부로 놓치고 그러는 거 아니더라, 하경아
[달려오는 발걸음]
[어두운 음악]
[한숨]
[한숨]
(식당 주인) 아니, 글쎄
씁, 오셨던가?
오늘은 안 오셨어
(시우) 아, 감사합니다
(식당 주인) 어, 얼른 가 봐
[남자들이 두런거린다]
죄송합니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시끌시끌하다]
네? 반차요?
(동한) 응, 집안에 좀 급한 일이 있는 거 같던데?
씁, 과장님한테 대신 좀 전해 달라고 하고 가더라고
총괄 1팀 특보한테도 좀 일찍 나와 달라고 부탁하고
급하게 달려가던데
진 과장도 무슨 일인지는 모르고 있나?
(간호사2) 이명한 환자가 아침에 병원을 나가신 거 같아요
네? 병원을 나갔다고요?
말도 없이요?
(간호사2) 어? 아드님한테 연락드렸었는데
모르셨어요?
네, 일단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시장이 북적인다]
[차분한 음악]
[휴대전화를 탁 연다]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 중입니다
삐 소리 후에는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한숨]
(수자) 아유
뭔 놈의 배춧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
돈이 돈이 아니네, 쓸데가… [버스 문이 쉭 닫힌다]
아이고, 아이고 저거 타야 되는데, 저거
저게 누구야
[휴대전화 진동음]
아, 아, 아버지
아버지 지금 어디예요?
(시우) 아, 어디냐니까!
[무거운 음악]
아따, 이 새끼, 귀청 떨어지겠네
지금 어디예요?
(명한) 아, 어디인지는 알 거 없고
(시우) 그럼 왜 전화했어?
할 말 있어서 했다, 왜
내가 암만 생각해도 아까워서 그래
네 과장님 말이야
(명한) 그러니까 괜히 버팅기지 말고
네 과장님 잡아, 알았어?
(명한) 너 인마
네 인생에서 평생 그런 여자 만날 수 있을 거 같아?
[한숨 쉬며] 그래도 네가 아비 복은 지지리 없어도
여자 복은 있더라
아버지
(시우) 지금 어디예요?
아버지 아직 검사받을 것도 남았고 의사 말이
(시우) 검사 결과 나오는 거 보고 수술받을 수 있으면 받으래
항암하고 치료받으면…
(명한) 아이, 그럴 거 없어
내가 언제 네 아비 노릇 했다고
그러니까!
나한테 아버지 노릇 좀 제대로 하고 가라고
[잔잔한 음악]
아버지도 양심이 있으면
나한테 뭐든 좋은 기억이든 남겨 줘야 될 거 아니야
(시우) 나는, 아버지
아버지한테 내가 할 수 있는 거 다 해 줄 거야
그런 다음에
(시우) 아버지 죽어도 절대로 안 울 거니까
(시우) 그러니까
그때까지만
나랑 같이 있어요
(시우) 그때까지만
아버지 노릇 제대로 좀 해 줘
이놈의 자식
제 아버지 죽으라고 아주…
[울먹이며] 야, 인마
[떨리는 숨소리]
(명한) 아유, 씨
[훌쩍인다]
야, 인마
(명한) 내가 아무리 염치가 없기로서니
내가 너한테 어떻게 그래
나도 인마, 양심이라는 게 있어
무시하지 말아
아버지
아, 됐어 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넌 가서 네 과장이나 잡아
[한숨]
[울먹이며] 아비 유언이라면 유언이니까
[통화 종료음]
[명한의 한숨]
[흐느낀다]
아, 이놈의 새끼
(시우) 폐암 말기래요
내일 검사를 몇 개 더 해야 된다는데
그래도 데려가야 되면
데려가세요
미안하다
[숨을 내뱉는다]
[한숨]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거친 숨소리]
[훌쩍인다]
[차분한 음악]
[석호의 가쁜 숨소리]
[헛기침]
[코를 훌쩍인다]
[헛기침]
(석호) 참
뭡니까? 태경 씨
나한테 좀 보자고 하더니
혼자 시작한 겁니까?
[한숨]
왜 그래요?
나 퇴짜 맞았어요
무슨 소리입니까? 누구한테요?
출판사한테요
(태경) 내 원고 영 안 되겠대요
출판 못 하겠대요
[어이없는 숨소리]
(석호) 아니, 왜…
어, 어째서요, 뭐, 뭐 때문에, 예?
대체 이유가 뭐래요?
석호 씨랑 같은 얘기를 하데요?
나하고요?
(석호) 아, 무슨 얘기를 뭐, 어떻, 어떻게 했길래요?
후킹이 없다고
[한숨] [차분한 음악]
후킹이 없는 동화는
독자한테 선택을 못 받는다나
(태경) 그래서요
때려치울까 해요 [한숨]
아, 뭘요?
[웃음]
동화 작가요
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아, 뭐, 대한민국에 출판사가 그거 하나입니까?
네, 하나예요
(태경) 다 퇴짜 맞고
그나마 내 책 출판해 준다는 데
딱 거기 하나였는데
[웃으며] 그마저도 거절당한 거예요
아이, 무슨, 왜들 그렇게…
(석호) 참, 아니, 아휴
그렇다고 작가를 때려치워요?
미안해요, 석호 씨
(태경) 나는요
그런 사람입니다
우리 엄마한테도
후킹 없는 딸이고
결혼도 그래서 파투 났고
아니요, 저한텐 아닙니다, 예?
저는 절대로…
아니요, 그럴 거예요
[코를 훌쩍인다]
첫 끗발이 개끗발
내가 그런 면이 있어요
[한숨]
(태경) 석호 씨랑도 개끗발로 끝날 거예요
태경 씨, 지금 그게 무슨 뜻입니까?
헤어지자고요
(동한) 여기
[의자를 끌며] 앉아, 여기
어
집 나가서 잘하는 짓이다
(동한) 어쩐 일이야, 여긴?
(향래) 갈아입을 속옷이랑 양말
그리고 옷 몇 가지
당신 진짜 못된 건 아니?
아니지
못된 게 아니라 못난 놈이지
무슨 소리야, 그게
(향래) 3개월만 봐 달라며
엄동한 당신이 먼저 그렇게 얘기했잖아
그래 놓고, 그래
한 달도 못 채우고 이혼 서류에 도장 찍고 나가니?
그럴 거면 애초에
아빠 노릇, 가장 역할 해 보겠다고 덤비지나 말든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너무 구제 불능이라서
더 이상 이렇게 너 괴롭히면 안 될 거 같아서
(동한) 그래서 그런 거지
지조도 없고
(동한) 아이, 지조는 당신에 대한 지조만큼은
생명처럼 지켜 온 사람인데, 무슨
가족한텐 아니잖아
그거는 당신이…
(향래) 그래
당신 마누라가 세게 좀 한번 질러 봤다
[잔잔한 음악] 이혼 서류 내밀면 정신 좀 차리고 잘해 볼까 싶어서
그런다고 진짜 찍고 나가냐?
무슨 남자가 그래?
당신한테 평생 의리 지켜 온 나는 뭐가 되고
이제 겨우 당신이란 사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한 보미는 뭐가 되는데?
그렇게 쉽게 백기 들 거면서
애한테 큰소리는 왜 그렇게 뻥뻥 친 건데
보미 어쩔 거야
당신이랑 나는 그렇다 쳐도
보미는?
[한숨]
진짜 비겁한 사람이야, 당신
알아?
향래야, 내가…
아무리 날씨를 잘 맞히면 뭐 해
처자식 마음 하나 읽지도 못하면서
미안해
내가 진짜 미안해, 향래야
됐어, 그 미안하단 소리도 지겨워, 이제
(동한) 아휴, 내가 그럼 뭐라 그러겠어, 내가…
어떻게 해야 돼
뭐, 미안하단 말 말고는 할 말이 없는데
'고마워'
'기다려 줘서 고마워'
'참아 줘서 고마워'
(향래) 생일에 밥 한번 같이 못 먹는 아빠지만
그래도 그런 핫한 식당 잡아 줬다고
신나 하는 딸내미한테
'좋아해 줘서 고마워'
[울컥하는 숨소리]
[동한이 훌쩍인다]
왜 그렇게 사람이 미련해?
왜 그렇게 답답해?
(동한) 미안하다
내가 미안해
[향래가 흐느낀다]
고마워, 향래야
[향래가 연신 흐느낀다]
진짜 고맙다
고마워
[새가 지저귄다]
(직원7) 강수량 자료 나왔습니다
(하경) 아, 예상대로 내일 새벽쯤이면
5mm가량의 강수 가능성 있네요
주말 예보에 비 넣겠습니다
(동한) 예, 오케이
(시우) 잠깐만요
오늘 아침 지상 기온이 3도까지 떨어졌는데
비로 될까요?
씁, 지금 이 상태로라면 오늘 밤까지
지상 기온이 1도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한 50% 이상…
(동한) 그러면은 눈으로 바뀔 확률이 [긴장되는 음악]
80% 이상이라는 거네?
네, 맞습니다
일리가 있는데?
(수진) 강수량 자료를 재분석해서
수상당량비를 적용한 적설량을 분석하면 어떨까요?
그거 얼마나 걸리죠?
(수진) 한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지금 시작하시죠
네
(신입 직원1) 진짜…
(신입 직원2) 진짜 멋있어
[마우스 조작음]
아, 그렇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업무과장) 기준 씨
왜, 또 뭐야?
(기준) 아, 주말에 잡혀 있는 강수 예보 말입니다
진눈깨비나 눈으로 바뀔 수 있답니다
다들 대기하고 있어 [직원8의 탄식]
(업무과장) 야, 이거 또 싸하구먼 [직원들의 한숨]
(봉찬) [한숨 쉬며] 아이고
눈이나 비가 올 확률 50 대 50, 반반?
(동한) 예
(봉찬) 음, 아이고
이거 예전에도 한번 이런 경우에 좀 시끄러운 적 있었잖아
(기준) 아, 예
2001년 12월경엔
어, 비슷한 상황에서
퇴근길에 폭설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가
예상보다 높은 지상 기온 때문에 비로 바뀐 적이 있습니다
그로 인해 과잉 예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국감까지 간 사례가 있고요
(봉찬) 자, 잘 들어
이게 눈으로 오면은 이게 바로 첫눈이라고, 어?
첫눈은 시민뿐만이 아니고
언론들이 특히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거 잘 알지?
[직원들이 대답한다]
(신입 직원3) 저, 저기요
첫눈 이미 왔습니다
제가 그제 새벽에 출근하면서 봤거든요
저희 동네에 분명히 눈 오는 거
아, 우리 동네도 눈 왔어요, 예
(봉찬) 하이고 누가 얘기 좀 해 줘, 아유
- (명주) 김수진 씨 - (수진) 네?
(명주) 첫눈에 대해 설명 좀 해 줘요
아…
[밝은 음악]
네
(수진) 첫눈에도 기준이 있습니다, 여러분
기상 현상은 전국 각 지역에 있는
기상 관측소의 관측값에 따라 판단되는데요
예를 들어 서울 지역의 첫눈은
송월동에 있는 서울 기상 관측소 직원이
두 눈으로 직접 눈송이를 확인해야 공식적으로 인정이 된다
이제 알겠죠, 신입 여러분?
(신입 직원들) 네
(신입 직원2) 총괄 팀 진짜 찐이지 않냐?
(신입 직원1) 와 총괄 팀에 들어가고 싶다, 진짜
(신입 직원3) 야, 야, 여기는 진짜 에이스만 오는 거랬어
자, 됐죠? 어
신입 교육은 여기까지, 어?
(봉찬) 자, 계속해서
진 과장
결론이 뭐야?
(시우) 이거 분명히 눈입니다
상대 습도가 80%라고 가정했을 때
지상 기온이 3도일 경우에는
강수가 눈으로 내릴 확률이 20% 미만이지만
그것보다 1, 2도만 떨어져도 77%까지 높아집니다
[긴장되는 음악] 그리고 지금 상태로 봐서는 모레 새벽까지
지상의 기온이 1도까지 떨어질 확률이 50% 이상이고요
(하경) 그건 그렇지만
지난 사흘간은 영하 추위였다가 오늘은 6도까지 올라갔습니다
뭐, 다들 아시겠지만
(시우) 어젯밤 12시를 기점으로 공기가 확 바뀌었다니까요
(하경) 현재 1도까지 떨어질 확률은
50% 미만입니다, 국장님
(시우) 지금 대기 상태 불안정한 거 안 보이십니까?
해 떨어지면
지상 온도 더 큰 폭으로 떨어질 겁니다
(수진) 아까 말씀하신 수상당량비 분석 결과입니다
(봉찬) 자
진 과장
어떻게 할 거야?
(하경) 이제 그만 알려 주시죠, 국장님
뭘?
전국 기상청 통틀어서 예보 제일 많이 틀린 사람이요
[웃으며] 아, 뭐야
(봉찬) 아, 그게 언제 적 일인데 아직까지 찾고 있었던 거야?
아, 저 진짜 궁금하다니까요?
(하경) 국장님이 어떻게
어, 예보 적중률 1위라는 기록을 세우셨는지
근데 아무리 뒤져 봐도 기록도 없고 찾아볼 수도 없고
[웃음]
아이, 그런 기록이 있을 리가 없잖아
아, 정말로 궁금해?
예, 저 진짜 궁금해요 그러니까 알려 주세요
(봉찬) 음…
- 나야 - (하경) 네?
나
아니, 국장님은 예보 적중률 1위시잖아요
아, 물론 그것도 나고
(봉찬) 응
내가 살다 보니까
이, 틀린다는 게
그게 뭐,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경험치를 줄 때가 많더라고
[허탈한 숨소리]
그러니까 수없이 틀리고
또 그렇게 경험치를 쌓아 가다 보니까
어느 순간 이렇게 정답이 보이고
뭐,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적중률이 올라가는 거지, 뭐
알았어?
자, 역대 예보 적중률 1위의 비결은 그러니까
어떻게 정답을 맞히느냐가 아니고
얼마나 많이 틀리는가
[허탈한 숨소리]
그럼 힘들지 않으셨어요 그렇게 틀릴 때마다?
힘들지
근데 뭐, 그거 누가 알아주나?
그럼 어떻게 넘기셨어요?
넘기는 게 아니고 그냥 견디는 거지
(봉찬) 나는 내 결정에 대해서 내가 존중을 해 줬어
[밝은 음악] 내가 예보를 내리는 순간만큼은
내가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봉찬) 진 과장
어떻게 예보 내보낼 거냐고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TV 속 캐스터) 오늘 자정이 지나 눈 소식이 있습니다
수도권을 비롯한 서쪽 지방부터 눈이 오기 시작할 텐데요
중부 지방에는 3에서 5cm가량의 눈이 쌓이겠습니다
어휴, 저거 몇 줄 내보내자고 그 전쟁을 치르다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봅니다
참, 정책과 발령은 언제 난대?
저도 모르죠
이제 제 일도 아니고요
뭐야
정책과 가기로 한 거 아니었어?
사실 처음엔 좀 흔들리긴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워서요
(수진) 내가 여기서 보낸 시간과 고생이 얼마인데
이걸 어떻게 그냥 땡처리해요?
그래서? 총괄 팀에 남겠다고?
아까 신입 병아리들
저 존경의 눈빛으로 쳐다보는 거 보셨죠?
역시 기상청의 꽃은 총괄 팀이라면서
[웃음]
(수진) 저 총괄 팀에 신입이 들어오는 그날까지
한번 버텨 보렵니다, 주임님!
아유, 아유, 이뻐
(명주) [토닥이며] 아유, 기특해
아유, 이걸 잘했다고 해야 돼 바보 같다고 해야 돼?
용기 있는 결정이었다고 해 주세요, 제발
가자, 밥 사 줄게
고기 먹어도 돼요?
2인분 사 줄게, 가자 [수진의 환호성]
(수진) 네 [신호등 알림음]
(명주) 어, 바뀌었다
[수진과 명주가 두런거린다]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다가오는 발걸음]
[흥얼거린다]
아직 안 오잖아
네
(봉찬) 과장 달고 처음이지?
(하경) 네?
(봉찬) 대설 특보 내리는 거
(하경) 아, 네
(봉찬) 음…
원래 눈이 제일 어려워
응 [하경이 피식 웃는다]
왜 웃어?
아니, 저번에는 국지성 호우가 제일 어렵다고 말씀하셔 가지고
(봉찬) 그랬어?
아이, 아무튼, 뭐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 다 어려워, 응
그렇죠
그래, 수고했어
(봉찬) 좀 더 수고해
들어가세요
[잔잔한 음악]
[부드러운 음악]
[유진의 웃음]
(기준) 자
(유진) 이, 미안
갑자기 자몽이 너무 당겨 가지고
춥지?
아니, 괜찮았어, 빨리 먹어 봐
(유진) 응
(기준) 어때?
[유진의 탄성]
살 거 같아, 너무 맛있어 [기준의 웃음]
(기준) 아, 봐 먹고 싶은 거 잘 먹어야 한대 [유진의 탄성]
그래야 입덧도 순하게 넘어간다고 하더라
[유진의 웃음]
오빠 혹시 맘 카페 가입했어?
응, 당연하지
(기준) 요즘 아줌마들하고 수다 떨면은
새벽 1, 2시는 금방이야
은근히 유익한 정보들이 많더라고
[함께 웃는다]
(유진) 어떡하냐
우리 오빠 이러다 아줌마 되는 거 아니야?
아이, 뭐, 되면 어때?
(기준) 먹고 싶은 건 없어?
(유진) 없어
(기준) 알았어, 그럼 출발한다
(유진) 씁
아, 근데 새벽에 눈이 올까? [자동차 시동음]
하늘이 이렇게 맑은데?
쩝, 그러게
눈이 쏟아져도 걱정
눈이 안 와서 오보가 나도 걱정
난 내일 그냥 눈이 막 와 가지고
세상이 하얗게 다 덮여 있었으면 좋겠어
[기준과 유진의 웃음]
[안내 음성] 문이 열립니다
엄마
(하경) 여기서 뭐 해? 날도 추운데, 어?
딸년이 비밀번호까지 바꾸고 문도 안 열어 주는데 어떡해
얼어 죽거나 말거나 기다려야지 뭐, 별수 있어?
[한숨] (수자) 아이고, 다리야 아이고, 아이고…
(하경) 미치겠다, 진짜, 내가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들어가요, 빨리
(하경) 마셔
추운 건 좀 어때? [수자가 입바람을 후 분다]
뼛속까지 얼어붙었다, 이것아
(수자) 속이 시원하냐?
[입바람을 후 분다]
아, 그러게 왜 갑자기 딸 집을 갑자기 불쑥불쑥 찾아와?
아, 그리고 찬거리도 좀 그만 가져오고
나 어차피 집에서 밥도 안 먹어
이시우 말이다
이시우가 또 뭐, 왜?
엄마 또 이시우 만났어?
걔 아버지가 많이 아프냐?
이시우가 그런 얘기도 해?
[수자의 한숨]
그래서 헤어지자 그랬구먼 너 힘들까 봐
(수자) 쯧
그 녀석도 참
나이도 어린데 힘들겠다
이시우 아버지가 이시우한테 좀 짐덩어리긴 하지
(수자) 쯧
아무리 그래도 어른한테 짐덩어리가 뭐야, 짐덩어리가, 쯧
짐덩어리 맞아
(하경) 그 아버지란 사람이 아들을 얼마나 괴롭히는데
툭하면 사고 치고 툭하면 돈 가져가고
(수자) 그래서
너도 그거 때문에 영 싫어?
안 되겠어?
나 싫다고는 안 했는데
그러면 됐네
응? 비밀번호까지 그 녀석 생일로 달아 놓은 거 보면
비밀번호 그 녀석 생일 아닌데?
아까 내가 딱 봤는데?
0314
(수자) 내 생일도 아니고 태경이 생일도 아니고
네 생일도 아니고 죽은 네 아버지 생일도 아니고
그럼 뭐겠어? 그 녀석 생일밖에 더 있어?
태어난 시는 모르냐?
아, 생일 아니라고
어유, 알았어, 궁합 안 봐
(수자) 아이고 내가 더러워서 안 본다
아, 생일 아니야
우리 처음 만난 날이야
(하경) 3월 14일
우리 처음 만난 날이야
이시우랑 나
만난 날까지 비밀번호로 저장해 놓고
왜 헤어지려 그래?
[한숨]
[차분한 음악]
그게…
헤어지기 싫다고
안 헤어질 수가 없더라고
[울먹이며] 상대가 헤어지자는데, 그러면
어떻게 그러면 구질구질하게 매달려?
(하경) 난 게다가
걔 직장 상사인데?
사실은
[떨리는 숨소리]
나도 지금 힘들어, 엄마
[한숨]
(수자) 세상에 제일 어이없는 말이 뭔 줄 알아?
'사랑해서 헤어진다'야
아니
그렇게 가증스럽고 위선적인 말이 어디 있어?
사랑하는데 왜 헤어져?
아, 어떻게 헤어질 수가 있냔 말이야, 말이 돼?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자네 우리 딸 덜 사랑하는 거야
아닌데요
자네가 먼저 헤어지자 그랬다면서
그거야…
과장님이 힘들까 봐 그런 말을 하긴 했는데요
거봐, 먼저 했네
(시우) 그래도 그렇게 바로
'그래, 알겠다, 헤어지자'
그럴 줄은 몰랐죠
저도 알고 보면 되게 섭섭하고
서운합니다
그러면 그때 바로 잡았어야지
왜 그러고 있어?
과장님은 진짜로 헤어지고 싶은 걸 수도 있잖아요
(시우) 제가 부담스러웠는데
'차라리 잘됐다'
그런 거일 수도 있고
[한숨 쉬며] 아이고
인생 짧아요, 이 사람들아
[한숨 쉬며] 그게 무슨 소리야?
내일의 날씨만 맞히려고 하지 말고
오늘의 날씨도 좀 들여다보라고
(수자) 하늘도 좀 올려다보고
옥상에 올라가 바람도 좀 맞아 보고
너 좋아하는 사람 얼굴도 좀 쳐다보고
오늘도 제대로 못 살면서
뭔 내일의 정답씩이나 맞히겠다고 까불어
아, 그러니까 맨 오답이나 내 쌓지
엄마
인생 짧아, 이것들아
(수자) 바람 불면 휙 지나가는 구름 같은 거라고, 우리 인생이
알겠어요, 따님아?
아유
아유, 나 가련다
(하경) 가게?
(수자) 나오지 마, 추워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한숨]
[감성적인 음악]
(하경) '비는 비끼리 만나야 서로 젖는다고'
'당신은 눈부시게 내게 알려 준다'
(시우) 뭐, 이런 거? [하경의 웃음]
(하경) 뭐야, 그게
(하경) 하, 이제 두 번 다시는 사내 연애 같은 거 안 할 거예요
(시우) 에이 사람 일 모르는 겁니다
(하경) 아니요
내 인생에 두 번 다시 사내 연애는 없어요, 절대
(하경) 그런데도 난
또 그 험난한 연애를 시작했지
왜 그랬을까?
[한숨]
[사람들이 두런거린다]
[하경이 살짝 웃는다]
[하경의 시원한 숨소리]
자꾸만 진하경이 좋아져서
(하경) 이시우 특보 너…
(시우) 진하경
당신이라서
(하경) 이시우
너라서
[카메라 셔터음]
[시우의 시원한 숨소리]
(시우) 그냥 [함께 웃는다]
당신이 좋아서
(하경) 너랑 있는 게 좋아서
(1팀 총괄과장) 눈으로 온다고 했지만
만약이라는 건 항상 존재하는 거 알지?
언제든 비로 바뀔 수 있으니까
단열선도 연직 구조도 잘 살피고
(직원들) 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부드러운 음악]
(시우) 거봐요
내가 눈이라고 했잖아요
여기 어떻게 알고 왔어?
첫눈 확인하러요
(시우) 사람들은 첫비는 참 관심 없어 하는데
첫눈은 진짜 좋아해요
그렇죠?
그러게
[시우의 한숨]
(시우) 이 눈도 두고두고 기억나겠네
과장님 처음 만났던 날
그 비처럼
기억나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날
(시우) '때 시', '비 우'
'때맞춰 내리는 비'
이시우입니다
[비가 쏴 내린다]
(시우와 하경) 3월 14일
[웃음]
(하경) 있잖아
스페인 속담 중에 이런 게 있대
음…
'매일 맑은 날만 계속되면 사막이 된다'
사실 처음엔
이시우의 밝고 건강한 모습에 끌린 게 사실이야
내가 그때 너무 지치고 우울했거든
근데 시간이 흐를수록
너의 아픔, 그리고
네가 감추고 싶어 했던 것들 알게 되면서
오히려
너를 더 잘 알게 되고
그래서 네가 더 좋아져 버렸어
그래서
난 네가 너의 그 비바람을
너무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비바람이라는 건 원래 그냥 지나가는 거잖아
누구나 각자의 비바람이 있는 거고
단지 그 비바람을 맞을 때
혼자가 아니고 옆에 누군가가 있다면
조금 더 든든하지 않을까?
난 그게 너였으면 좋겠는데
(시우) 나는
썸은 안 탑니다
[웃음]
아, 누가 너보고 썸 타재?
그럼 사귈래요?
[감성적인 음악]
좋으면 사귀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예요
어느 쪽이에요?
사랑해
나 진짜 너 많이 사랑하나 봐
내가 더
(시우) 내가 더 사랑해요
지금보다 더 사랑하고
앞으로도 더 많이 사랑할 거예요
(태경) 와
눈이 예쁘게도 온다
(수자) 내일 아침에 눈 네가 치워라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쓸쓸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석호) 태경 씨
[석호의 웃음]
아…
아, 딴게 아니라
지금 밖에
첫눈이 너무
막 이쁘게, 이렇게 막
뽈뽈뽈 내려서
그래서 그냥
[석호가 숨을 들이켠다]
생각이 나서
[석호가 입소리를 쩝 낸다]
[울먹이며] 사랑합니다, 태경 씨
[흐느낀다]
아니
아, 나 진짜…
나 진짜 못 헤어지겠어요
[흐느낀다]
나는…
내 첫사랑인데
나는…
사랑, 사랑합니다, 태경 씨
내 첫…
[흐느끼며] 난 싫어
나 안 헤어질 거야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부드러운 음악]
[기준의 웃음]
(기준) 저거 봐 봐
[함께 웃는다]
[유진의 웃음]
(1팀 총괄과장) 이거 예상보다 눈이 많이 쏟아질 거 같은데
[직원9의 한숨]
적설량 산출 다시 해 봐야 되는 거 아니야?
(직원9) 상대 습도 추이 한번 뽑아 볼까요?
(1팀 총괄과장) 어 그러는 게 좋겠어
그, 송월동에 연락해서 현장 상황 좀 알려 달라고 해
- (직원10) 네, 알겠습니다 - (1팀 총괄과장) 응
[새가 지저귄다]
(명주) 찬아, 결아, 서둘러 학교 가야지!
(명주 남편) 애들 벌써 학교 갔어
여보, 자기 이거 마시고 얼른 출근해
- (명주) 벌써? - (명주 남편) 응
[웃음]
- 고마워, 여보, 갔다 올게 - (명주 남편) 응, 어
[컵 내려놓는 소리]
(명주) 저, 있지
(명주 남편) 어
(명주) 아…
당신 꼭 합격할 필요는 없으니까
너무 부담 가지진 마
무슨 소리야?
(명주) 지금 이대로도 난 충분히 당신 사랑해
[밝은 음악]
간다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동한) 뭐, 뭐 도와줄까?
- 수저만 놔 줘 - (동한) 어
[수저 달그락거리는 소리]
보미야, 밥 먹자
(보미) 안 먹어요, 다녀오겠습니다
[문이 탁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동한) 왜 그러지? 내가 뭐 잘못했나?
오빠
어제 여자 친구 있다는 기사 떠서 그래
오빠라니? 어떤 놈이야?
(향래) 있어 보미가 좋아하는 아이돌 출신
- (향래) 앉아, 어서 - (동한) 응, 응
[수저를 달그락 놓는다]
(동한) 아이돌?
뭐, 이것도, 쯧, 나쁘지 않네
[동한의 웃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이것도 나쁘지 않고
[동한의 웃음]
웃지 마, 아빠 나 웃을 기분 아니야
(동한) 보미야
괜찮아?
[함께 웃는다]
(보미) 괜찮아
일단 강수가 예상되면 강수 형태가 뭔지를 판단해야 해요
(수진) 눈이나 진눈깨비가 예상된다면
과연 언제부터 지면에 쌓일 것인가 결정해야 하고요
[마우스 조작음] 적설이 예상된다면
수상당량비를 계산해 적설량을 산출하는 식이에요
이런 건 기상청 사람들한텐 기본 상식입니다
(신입 직원들) 네!
'올여름 기후 전망 보고서'
(기자) 이거 누가 작성한 거야?
전데요?
(기자) 너 내가 분명히
제목을 자극적으로 뽑으라고 했지?
태교에 안 좋아요, 자극적인 거
너 출산 휴가는 안 가냐?
왜 안 가요? 당연히 가야죠
언제 갈 건데, 대체?
씁…
글쎄요
얘가 아직 신호를 안 보내네요
[기자의 헛웃음]
[유진의 한숨]
제가 출산하는 그날부터가 휴가 시작이지 말입니다
대단하다, 너도 진짜
(유진) 대단해져야죠
이제 엄마인데
[발랄한 음악] [키보드 조작음]
(태경) 이게 뭐예요? [석호가 살짝 웃는다]
이거 내 동화책이잖아요
(석호) 씁, 그… [헛기침]
일인 출판이라는 게 있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출판했어요
(석호) 상업적인 훅은 떨어질지 몰라도
문학적 가치는 충분하니까
석호 씨
[살짝 웃는다]
(태경) 이건 또 뭐예요?
아, 이거 그…
앞으로 태경 씨 책은 내가 다 출판하려고요
[부드러운 음악]
[태경의 애교스러운 소리] (석호) 아유
[석호의 웃음]
내 남친 너무 멋있어
씁, 그 '내 남친'이 [석호의 헛기침]
'내 남편' 되는 그날까지 제가
노력하겠습니다
[태경의 옅은 탄성] (석호) 어어
어? 태경 씨
(석호) [속삭이며] 예
그럼 이따 저녁때
(태경) [속삭이며] 이따가 봐요
[달그락거리는 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명한) 어, 야, 아들
오늘 늦냐?
아, 기상 상황 봐야 돼요
야, 저, 기상 상황 좋아도 절대로 일찍 들어오지 마
(명한) 늦게 들어와
아, 저기, 과장님하고 데이트도 좀 하고, 응?
[피식 웃는다]
약 챙겨 드세요
아, 그리고 동네 아저씨들 데려다가
고스톱 좀 그만 치시고
아,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얼른 가, 가
이틀 뒤에 항암 있는 거 알죠?
아이고, 참, 그 잔소리는 아이, 귀찮아, 에이, 가, 가
다녀올게요, 아버지! [문이 탁 닫힌다]
[문이 달칵 열린다]
[살짝 웃는다]
[밝은 음악] (봉찬) 응, 다 왔으면 시작하자고
2023년 3월 14일 예보 토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위성 센터 나와 주시죠
[시스템 알림음] (직원11) 네, 위성 센터입니다
현재 동중국 지역으로부터…
(하경) 어쩌면
인생의 정답은
애초에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
우리가 한 선택을
정답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만이 있을 뿐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일의 정답을 위해서 말이다
내일의 날씨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새가 지저귄다]
(시우) 감사합니다
[하경의 긴장한 숨소리] [시우의 한숨]
나 긴장한 거 티 나?
예, 완전요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우리 그냥 돌아갈까?
안 돼요
이미 두 분이서 만나셨다니까요?
어떡하냐
[잔잔한 음악]
[하경의 한숨]
[하경이 숨을 후 내뱉는다] 아, 잠깐만요
이게 뭐야?
이쁘다
갈까?
(수자) 저, 안녕하세요
저는 진하경 과장 어미 되는 배수자입니다
아이고, 예, 예,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이시우 특보 아비 이명한올시다
(명한) [웃으며] 예
(수자) 어떻게
항암은 잘 끝나셨는지
아, 예, 예
[숨을 씁 들이켠다]
그, 앞으로 한 5년은 더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수자) 예
(수자) 딱 봐도 철딱서니 없게 생기셨구먼 [밝은 음악]
(명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게 생기셨구먼
(시우) 우리 그냥 갈까요?
(하경)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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