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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15

 

 (시우학교는 지구 물리학과  다니다가 중퇴했고요

 

 군대 제대하고 나서

 

 곧바로 시험 쳐서  기상청에 들어왔습니다

 

 7급 특보 예보관이고요

 

 (수자

 

 부모님은 뭐 하시는 분들인가?

 

 [차분한 음악]

 

 (의사) CT 촬영을 하셨어요근데

 

 오른쪽 폐에

 

 종양으로 의심되는  3cm 크기의 혹이 보이네요

 

 아무래도 조직 검사를  해 보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시우어머니는  제가 7살 때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공사장에서 막일하시다가  다치신 뒤로는

 

 계속 쉬고 계십니다

 

 그래?

 

 (수자그렇구먼

 

 (시우비가 바람에게 말했습니다

 

 (간호사우선 조직 검사 하시려면

 

 하루 이틀 정도 입원하셔야 되고요

 

 그리고 네이쪽에  보호자 사인도 해 주시고요

 

 (시우) '너는 밀어붙여'

 

 '나는 퍼부을 테니'

 

 [한숨]

 

 (하경어디 가세요?

 

 (명한?

 

 아직 안 갔어?

 

 [한숨]

 

 이렇게 함부로  돌아다니시면 안 돼요

 

 들어가세요

 

 요즘 보험 하는 새끼들이  어찌나 깐깐한지

 

 (명한자꾸 나를 무슨  자해 공갈 취급 하면서

 

 경찰까지 불러 대고 말이야

 

 자해 공갈이요?

 

 아니나는 그냥  길을 지나갔었을 뿐이고

 

 (명한그런데 차가 와서  나를 그냥 들이받았고!

 

 [명한의 답답한 숨소리]

 

 아니근데

 

 시우는 같이 안 왔나?

 

 경황이 없어서  아직 연락 못 했어요

 

 지금 해 보려고요

 

 아니야아니야  번거롭게 그럴 거 없고

 

 언니가 내 준 치료비는  되는대로 조만간 갚을 테니까

 

 (명한괜히 시우한테  치료비 재촉하고 그러지 말아

 

 알겠어?

 

 (하경의사가

 

 조직 검사가 필요하대요

 

 

 

 이 언니 보기보다 순진하네

 

 (명한그거 다 병원에서  매상 올리려고 수작 부리는 거야

 

 속지 마

 

 CT 찍었는데 폐에 뭐가 보인대요

 

 (명한사람이 나이 먹으면은

 

 몸에 혹 몇 개씩은  자연스럽게 달고 사는 거고

 

 [한숨]

 

 혹시 알고 계셨어요?

 

 [잔잔한 음악]  (명한

 

 돈 있으면 만 원만 줘 봐

 

 나 나가서 국밥이나 사 먹게

 

 (하경조직 검사 하려면  입원 필요하대서

 

 일단 수속은 밟아 놨어요

 

 웬만하면 검사받으세요

 

 알아서 하시겠지만

 

 (명한시우한텐 얘기할 거 없고

 

 얘기 안 할 거지?

 

 [스위치 조작음]

 

 (직원1) 아이거참

 

 (시우죄송합니다

 

 [스위치 조작음]

 

 [한숨]

 

 [스위치 조작음]

 

 엄마 여기서 뭐 해요?

 

 [한숨]

 

 생각 좀 하느라고

 

 (하경무슨 생각을  여기까지 와서 해요?

 

 알 거 없고

 

 (수자

 

 이시우인가 하는 총각 만났다

 

 엄마가 이시우를 왜?

 

 만나서 무슨 얘기 했는데?

 

 (수자그게 왜 궁금해?

 

 너희들 헤어졌다며

 

 그건 그렇지만

 

 잘 헤어졌어

 

 (수자사귄다고  다 결혼하는 건 아니니까

 

 피곤할 텐데 쉬어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한숨]

 

 [감성적인 음악]

 

 [휴대전화 알림음]

 

 [엘리베이터 도착음]  [안내 음성문이 열립니다

 

 [버튼 조작음]

 

 [한숨]

 

 문이 닫힙니다

 

 [한숨]

 

 [한숨]

 

 (라디오 속 캐스터때 이른  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오늘 서울에는  첫서리가 관측됐습니다

 

 기온도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현재 서울의 기온 3

 

 체감 온도는 0.7도까지  내려간 상태인데요

 

 기상청은 오늘 저녁까지  쌀쌀한 날씨를 보이다가

 

 내일 오후부터는

 

 [신호등 알림음]  평년 수준의 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중부 지방의 경우엔

 

 내일 낮부터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불겠는데요

 

 시설물 관리에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공기는 깨끗해서

 

 전국의 일평균 미세 먼지 농도  [기준의 한숨]

 

 보통에서 좋음 단계가 되겠습니다

 

 동해 중부 먼바다와  동해 남부 남쪽 먼바다에는

 

 [일기 예보가 뚝 끊긴다]

 

 오빠 정 힘들면  병원은 나 혼자 갈게

 

 왜 아무 말이 없어?

 

 어제 얘기한 거

 

 생각할 시간 좀 주면 안 돼?

 

 그러다가 시기 놓치면  그땐 진짜 답 없어

 

 [차분한 음악]

 

 [유진의 한숨]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우리 형편에선  무리인 거 같아

 

 애는 그냥 낳는 거 아니잖아

 

 (유진병원에 출산에 조리원에

 

 집을 좀 싼 데로 옮기면

 

 아기 낳는 거까지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쳐

 

 그다음에 어떻게 할 거야?

 

 낳기만 하면 되는 건 아니니까

 

 당장 출산 휴가 끝나면

 

 아기 봐 주는 아주머니도  구해야 되는데

 

 월급 알아보니까

 

 거의 내 초봉이랑  맞먹는 수준이더라고

 

 어린이집  뭐그런 데도 있잖아

 

 [한숨]

 

 백일밖에 안 된 애를  어떻게 어린이집에 맡겨

 

 오빠는 툭하면 새벽같이 출근하고

 

 나도 밥 먹듯이 야근하는데

 

 정 안 되면

 

 육아 휴직 내도 되고

 

 그건 내가 못 해

 

 (유진입사하고 처음으로  고정 칼럼 맡았는데

 

 아기 때문에  기회 잃고 싶지도 않고

 

 그런 걸로 경단녀 되기도 싫고

 

 [유진의 한숨]

 

 결혼도 아무 준비 없는  상태로 했는데

 

 아기까지 아무런 준비  안 된 상태로 낳을 순 없잖아

 

 [자동차 경적]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쉬며무슨 일이시죠?

 

 (명한

 

 조직 검사는  오후에 할 것 같고

 

 중간에 피 검사랑  몇 가지 더 해야 된대

 

 

 

 (명한점심부터 금식이래

 

 아나이럴 줄 알았으면

 

 아침이나 많이 먹어 둘 걸 그랬어

 

 아이씨배고파

 

 저 지금 출근하는 중인데  회의 시간이 좀 빠듯해서

 

 저기

 

 시우한테 말 안 했지아직?

 

 이만 끊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한숨]

 

 [시우의 하품]

 

 (동한?

 

 너 왜 여기서 나와밤새웠어?

 

 아니요그런 건 아니고요

 

 방을 못 구했구나?

 

 과장님한테는 비밀입니다

 

 [웃으며둘이 싸웠냐?

 

 아니요걱정할까 봐요

 

 눈물 나네아주

 

 [살짝 웃는다]

 

 꺼져이씨

 

 (시우

 

 [동한의 웃음]

 

 [밝은 음악]  [한숨]

 

 (하경좋은 아침이에요

 

 수고하셨습니다

 

 (1팀 총괄과장일찍이네?

 

 (하경날씨가 예상보다도  더 많이 추운데요?

 

 (1팀 총괄과장아이그래 봤자야

 

 시베리아에 중심을 둔  대륙 고기압이

 

 일시적으로 발달하긴 했는데

 

 남쪽의 따뜻한 기류가 강해서  내일 오후쯤엔 수그러들겠어

 

 앙상블 예측값은 어떻게 나왔어요?

 

 (1팀 총괄과장이 선임  아까 뽑은 앙상블 예측값 좀 줘 봐

 

 - (1팀 총괄과장저기…  - (직원2) 여기 있습니다

 

 (1팀 총괄과장저기  수치 모델도 그렇고

 

 앙상블 예측도

 

 내일 오후면 기온이  다시 올라간다고 나온다고

 

 그러네요

 

 예보도 어제 나온 통보문에서  크게 수정할 건 없을 거야

 

 과장님 덕분에  이번에 편하게 가겠는데요?

 

 선배 잘 둔 덕인 줄 알아

 

 [마우스 조작음]

 

 (시우좋은 아침입니다

 

 - (수진안녕하세요  - (명주안녕

 

 (하경좋은 아침

 

 아참

 

 이거 어제 우리 집에 놓고 갔던데?

 

 (시우

 

 

 

 제가 정신이 없었나 봐요

 

 우리 엄마가  사람을 좀 정신없게 하긴 하지

 

 [발랄한 음악]

 

 나중에 얘기하자

 

 

 

 (수진)

 

 (명주)

 

 (석호)

 

 (명주)

 

 [휴대전화 진동음]

 

 [마우스 조작음]

 

 

 

 금식이면

 

 물도 마시면 안 되는 거겠지?

 

 제가 지금 근무 중이라서요  죄송합니다

 

 [통화 종료음]

 

 [차분한 음악]

 

 [한숨]

 

 커피 드려요?

 

 고마워

 

 [커피 머신 조작음]

 

 [커피 머신 작동음]

 

 (하경혹시

 

 마지막으로 아버지한테  전화한 게 언제야?

 

 [한숨 쉬며그건 왜요?

 

 [커피 머신 종료음]

 

 그냥 날씨도  갑자기 너무 추워졌고 하니까

 

 그런 걸로 전화하는 사이  아니라니까요

 

 안부 전화 한번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잖아

 

 어려워서가 아니에요

 

 하기 싫어서지

 

 [무거운 음악]  [하경이 컵을 툭 놓는다]

 

 (하경그래도  아버지 연세도 있으신데

 

 한번 해 보는 거 어떨까?

 

 아버지라고  다 같은 아버지가 아니잖아요

 

 (시우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내가 어떻게 사는지  관심조차 없던 사람이에요

 

 근데 내가 왜 신경 쓰고  챙겨야 되는데요?

 

 왜 안 하던 안부를 묻고

 

 안녕한지 확인해야 되는데요?

 

 그깟 날씨 좀 추워진 게  뭐 대수라고

 

 [시우의 한숨]

 

 (하경후회할 테니까

 

 지금 밉고 화나고 원망스러워서  이렇게 하다가

 

 언젠간 후회할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그땐 아무리 후회해도  돌이킬 수가 없더라고

 

 아니요

 

 난 절대로 후회 같은 거 안 해요

 

 (시우돌이키고 싶은  순간 같은 거

 

 하나도 없거든요

 

 그 사람이랑은

 

 (하경

 

 좀 티격태격했어요아버지 때문에

 

 [커피 머신 조작음]

 

 [커피 머신 작동음]  안 물어봤는데요

 

 그렇죠

 

 [어색한 웃음]

 

 [키보드 조작음]

 

 [잔잔한 음악]

 

 [마우스 조작음]

 

 [키보드 조작음]

 

 (김 주무관선배님

 

 (기준?  [키보드 조작음]

 

 (김 주무관식사 안 하십니까?

 

 (기준

 

 나 별로 생각이 없어 가지고

 

 먹고 와

 

 그러면 저

 

 (김 주무관과장님  식사 안 하십니까?

 

 (업무과장벌써 밥시간인가?

 

 그래아유  밥 먹고 합시다밥 먹고

 

 다들 갑시다

 

 - (김 주무관다녀오겠습니다  - (업무과장가자

 

 저 별로 생각이 없어 가지고요

 

 (기준드시고 오세요

 

 - 그럼 우리 먼저 간다어  - (기준

 

 (업무과장밥 먹으러 갑시다

 

 오늘은 뭘 먹어야 되나

 

 

 

 [키보드 조작음]  [문이 탁 닫힌다]

 

 [마우스 조작음]

 

 [잔잔한 음악]

 

 [키보드 조작음]

 

 (동한

 

 아니어떻게

 

 보미한테 좀 물어봤어?

 

 (향래물어는 봤는데

 

 뭐 해 달래?

 

 외식

 

 외식?

 

 가방이나 옷 이런 거 말고?

 

 가방이나 옷 다 됐고

 

 그냥 엄마 아빠랑  같이 외식만 하면 된대

 

 (향래우리 가족 다 같이  언제 외식했는지

 

 나도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보미는 오죽하겠니?

 

 (향래) 5살 때였나, 6살 때였나

 

 (동한

 

 (향래아무튼 유치원 때

 

 패밀리 레스토랑  한 번 간 게 다였잖아

 

 그때도 결국 대판 싸우면서  집에 오긴 했지만

 

 [한숨 쉬며그렇지그랬지

 

 오늘 학원에 얘기해서  저녁 수업 빼기로 했으니까

 

 레스토랑 예약해 놔

 

 (동한

 

 장소랑 시간 알려 주면  보미랑 같이 갈게

 

 참고로 보미는 파스타 좋아해

 

 파스타

 

 알았어

 

 [통화 종료음]

 

 아휴엄동한 얘 진짜  뭐 하고 살았냐

 

 파도 파도  해 준 게 너무 없네진짜

 

 [한숨]

 

 (석호엄 선임님

 

 ECMWF 모델 자료  출력해서 자리에 뒀으니까

 

 회의 전에 그거부터  보고 계시면 됩니다

 

 KIM도 곧바로 올릴게요

 

 그래알았어

 

 [한숨]

 

 [입소리를 쩝 낸다]

 

 (종업원주문하신  유자차 나왔습니다

 

 (명주고맙습니다

 

 (김 주무관저도  따뜻한 유자차 하나요

 

 (명주김 주임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김 주무관의 웃음]

 

 아이그럼요  [김 주무관이 코를 훌쩍인다]

 

 어휴추워

 

 근데 요즘 이렇게  하루아침에 추워질 일입니까?

 

 (명주그러게

 

 우리나라가 뭐든 중간이 없잖아

 

 (김 주무관그렇죠  [명주의 웃음]

 

 아참

 

 그 팀 막내는 좀 어때요?

 

 (명주?

 

 [석호의 한숨]

 

 (석호아니이런 건  고해상도 자료랑 같이 비교해야

 

 특이 기상 예측 가능성도  같이 높아진다고 몇 번을 말해

 

 예측 장 분석하라고 하셨지  비교하란 말씀은 안 하셨는데

 

 [한숨]

 

 (석호예보 현업에서  그만큼 일했으면

 

 이 정도는 말 안 해도  알아서 해야죠

 

 (수진죄송합니다

 

 다시 해 오세요

 

 네  [마우스 조작음]

 

 ?

 

 뭔데 그래내가 좀 도와줄까?

 

 [수진이 살짝 웃는다]

 

 (수진아니에요

 

 [한숨]

 

 [마우스 조작음]  [잔잔한 음악]

 

 정책과에서 그 팀 막내 빼 오려고  막 작업 중이라던데

 

 모르셨어요?

 

 (명주이거

 

 힘들지?  이거 마시면서 해유자차야

 

 감사합니다

 

 [살짝 웃는다]

 

 [한숨]  [마우스 조작음]

 

 [명주의 웃음]

 

 (동한진 과장

 

 이게 기압계 흐름이  좀 이상한 거 같지 않아?

 

 (하경뭐가요?

 

 (동한제트 기류 기세가  계속 유지되는 걸로 봐서는

 

 상층 절리 저기압이

 

 동쪽으로  쉽게 빠질 것 같지가 않거든?

 

 [긴장되는 음악]

 

 수치 모델상으로는

 

 (하경내일 오후에  기온이 회복된다고 나오는데?

 

 (동한그러니까그건 그런데

 

 시우야이것 좀 봐 봐 봐

 

 여기어떻게 생각해?

 

 (시우

 

 아무래도 실황 자료랑 비교해서

 

 가능성을 분석해 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그렇지뭔가 좀 이상하지?

 

 - (시우예  - (하경어떤 게 이상한데?

 

 여기 보면 제트 기류의 확장이  너무 안정적이잖아요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거의 없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나도 계속 그게 걸리는 거거든

 

 [동한의 의아한 숨소리]

 

 (동한앙상블  예측 결과 중에서

 

 한파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앙상블 멤버들을

 

 다시 분석해 보자

 

 알겠어요그러면 일단 회의는

 

 기존의 수치 모델을 기본으로  진행해 볼게요

 

 (동한

 

 신 주임

 

 주요 지역 시계열 자료 좀  나한테 쏴 줘

 

 (석호

 

 [마우스 조작음]

 

 지금 보냈습니다

 

 오케이

 

 [딸깍거리는 소리]

 

 [태경의 한숨]  [휴대전화 알림음]

 

 (석호)

 

 [발랄한 음악]  [태경의 한숨]

 

 (태경그럴 리가요

 

 [메시지 수신음]

 

 (석호왜요?

 

 [메시지 수신음]

 

 [혀를 쯧 찬다]

 

 [한숨]

 

 (태경날이 너무 화창해서요

 

 아휴

 

 지난번엔 날이 너무 흐려서  일이 안 된다더니

 

 [숨을 씁 들이켠다]

 

 추운 날도 약한 모양이네

 

 (석호내가 뭐 도와줄 거 없어요?

 

 (태경엄마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추워

 

 엄마추우면 춥다고  얘기를 좀 해 주지

 

 내 패딩 어디 있지?

 

 엄마내 패딩!

 

 내가 지금 이 나이에

 

 마흔 된 딸년 패딩까지  찾아 줘야겠냐?

 

 엄마 왜 그래?

 

 화났어?

 

 (수자화낼 기력도 뭣도 없다

 

 이제부터 너희들 일은  너희들이 알아서 해

 

 패딩을 찾아 입든 꺼내 입든

 

 [수자의 힘주는 신음]

 

 [신발 벗는 소리]

 

 어휴

 

 [긴장되는 음악]  (직원3) 예상했던 대로

 

 대륙 고기압 발달에 따른  한기 핵 남하가 진행되면서

 

 전국 평균 10도에서 15도가량  추워질 전망입니다

 

 (봉찬알았고

 

 그래서 이 추위가  언제쯤 누그러질 거 같아?

 

 (하경일단 수치 모델과  앙상블 예측값으로 보면

 

 내일 오후 정도에는

 

 평년 기온을 되찾을 것으로  보이긴 하는데요

 

 '하는데요', 그런데 뭐?

 

 (하경) [펜을 탁 놓으며실은

 

 앙상블 예측값에서  이상한 점이 나와서

 

 다시 분석 중입니다

 

 이상한 점?

 

 (동한앙상블 32개 예측값 중에서  4개 모델이

 

 한파가 3일 정도 길어질 걸로  예상이 됐거든요

 

 아니어느 쪽이 더 확률이 높을지  비교해 보기 위해서

 

 우리가 앙상블 돌려 보는 거잖아

 

 (시우그렇긴 한데요

 

 이번에는 케이스가 좀 다릅니다

 

 [키보드 조작음]

 

 무엇보다 상층 10km 상공에

 

 강한 제트 기류가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고

 

 [시스템 알림음]  현재 5km 상공의

 

 강한 절리 저기압도  동쪽으로 빠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봉찬아니이게 32개 중에  지금 4개 모델이 그렇다면서

 

 그렇다고 뭐, 3, 4일씩이나  추워진단 말이야계속해서?

 

 

 

 어떡하자고?

 

 - 현재 상황으론…  - (시우예보를

 

 뒤집어야 될 수도 있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한숨]

 

 [한숨]

 

 [동한의 한숨]

 

 (기준이시우 특보

 

 예보를 뒤집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하는 말입니까?

 

 (시우압니다

 

 자네도 같은 생각이야?

 

 (직원4) [작은 목소리로]  예보를 뒤집어?

 

 (직원5) [작은 목소리로]  에이설마

 

 (직원4) 그러다 빗나가면  더 난리 날 텐데

 

 (봉찬진 과장

 

 같은 생각이냐고

 

 그렇습니다

 

 [봉찬의 한숨]

 

 [긴장되는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유진선배  저 회사 거의 다 와 가요

 

 (기자1) 아니아니아니  스톱스톱

 

 너 다시 돌아서  기상청으로 그대로 가

 

 뭐 하러요?

 

 (유진내일 나갈 기사는  아까 다 전송해 드렸는데

 

 [한숨]

 

 기상청에서

 

 예보를 뒤집으신단다

 

 ?

 

 (기준너 어쩌려고?

 

 예보 뒤집으면  그 후폭풍 어쩌려고 그래?

 

 잘못하다 너

 

 총괄 팀 전체의 미움  받을 수도 있어

 

 미움받기 싫다고  수치 결과를 무시할 순 없잖아

 

 (기준앙상블값만 보면

 

 기존 예보대로 가는 게  맞는 거 아니야?

 

 엄 선임님도 그렇고  이시우 특보도 그렇고

 

 나도 그게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이시우가 내뱉은 말  기어이 총대 메 주겠다고?

 

 나 있잖아

 

 (하경어릴 때 물색도 모르고  사고 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최 과장님이  다 덮어 주고 여며 주고 그랬다?

 

 [잔잔한 음악]

 

 그래서 내가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거고

 

 나 이제 내가 후배들한테  그래 주고 싶어

 

 우리가 그럴 때잖아  나이도 위치도

 

 [기준의 한숨]

 

 넌 참 좋겠다

 

 (기준그렇게 어른처럼  행동하고 생각하고

 

 말까지 할 수 있어서

 

 (하경먹이는 거야?

 

 아니진짜로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너 갑자기 왜 이러는데?

 

 [한숨]

 

 요즘따라 부쩍 그러네

 

 세상에 공짜는 없다더니

 

 어른도 그냥 되는 게 아니구나

 

 (기준이렇게 짊어질 것도 많고  책임질 것도 많고

 

 진짜 힘든 거구나

 

 어른으로 산다는 건

 

 [숨을 들이켠다]

 

 그래알았어

 

 총괄 팀에서 예보를 뒤집겠다면  뒤집어야지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할 일이고  그렇지?

 

 그럼 그렇게 예보 내보낼게  진하경 과장

 

 고맙다

 

 간다

 

 [기준의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쉬며네  또 무슨 일이시죠?

 

 (명한다름이 아니고

 

 좀 있다가  뭐조직 검사 들어간대서

 

 

 

 어쨌든

 

 [머뭇거리는 숨소리]

 

 고마워입원실도 그렇고

 

 (명한아이내가  아들 잘 둔 덕에 호강을 하네

 

 내가 나중에  시우한테 말 잘해 줄게?

 

 (명한솔직히

 

 과장님이 깐깐해 보여서  내 스타일은 아닌데

 

 그래도 시우 놈이

 

 나보다는 여자 보는 눈이 있어

 

 [웃으며?

 

 사실은

 

 저희 헤어졌어요

 

 [차분한 음악]

 

 (명한헤어져?

 

 아니?

 

 시우 놈이 뭐 잘못했나?

 

 아니요

 

 그러면 혹시

 

 과장님한테 덤볐나그 자식이?

 

 아니요

 

 [의아한 숨소리]

 

 이상하네

 

 (명한어디 가서  바람피울 놈도 아니고

 

 술 먹고 행패 부릴 놈도 아닌데

 

 혹시 그랬나?

 

 아닙니다그런 거

 

 (명한아니근데 왜 헤어져

 

 아니근데 헤어졌는데  왜 나한테 잘해 줘?

 

 (명한뭣 하러  검사까지 받게 하고

 

 입원실까지 잡아 주고

 

 여전히 이시우 특보는

 

 저희 총괄 2팀 팀원이니까요

 

 (하경직장 선배로서 과장으로서  [한숨]

 

 이 정도 도움은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숨]

 

 아직 시우한테  마음이 있는 거구먼그렇지?

 

 사실 제가 좀 바빠서요

 

 검사 잘 받으시고요  이만 끊습니다

 

 [통화 종료음]

 

 아휴바보 같은 놈

 

 놓칠 여자가 따로 있지

 

 (명한하이고

 

 [아파하는 신음]

 

 [아파하는 신음]

 

 [힘겨운 숨소리]

 

 채 기자

 

 (기자2) 여기서 뭐 해?

 

 어디 아파?

 

 그냥 배가 좀

 

 자기 설마

 

 (유진?

 

 (기자2) 아이고

 

 며칠째 못 갔지?

 

 그거 다 스트레스 때문이라니까

 

 먹어 봐이거 생약 성분인데

 

 먹으면 한 시간 안에 직방이야

 

 고생하지 말고

 

 너무 힘들 때는 약의 도움을 받아

 

 알았지?

 

 (유진

 

 (기자2) 나 먼저 들어갈게

 

 빨리 들어와

 

 [힘겨운 숨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무거운 음악]

 

 [한숨]

 

 (기준일단 먼저  간략한 개요부터 말씀드린 후에

 

 그다음에 질문받겠습니다

 

 어제 시작된 한파가

 

 앞으로 3, 4일 더  지속될 전망이 나왔습니다

 

 (영상 속 앵커당초  내일 오후부터

 

 점차 누그러들 거라 예보됐던  이번 한파가

 

 중부 지방과  일부 남부 내륙 지방을 중심으로

 

 이번 주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명주들어가세요  - (동한수고해

 

 (직원6) 들어가십시오

 

 (동한갈게수고해

 

 (하경고생하셨어요  [마우스 조작음]

 

 [문소리]

 

 (시우퇴근 안 해요?

 

 먼저 가난 좀 더 보고

 

 [문이 드르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한숨]

 

 [한숨]

 

 [커피 머신 조작음]

 

 [커피 머신 작동음]

 

 고마워

 

 제트 기류는 버티겠지?

 

 (시우버틸지 물러날지

 

 그거는 기류만 아는 거고요

 

 이미 예보는 나갔으니까

 

 그만 들여다보고 들어가세요

 

 여긴 내가 조금 더  지키고 있을 테니까

 

 [커피 머신 종료음]

 

 저기아까는

 

 (시우아까는

 

 내가 미안했어요

 

 과장님은 그냥 안부차 물어본 건데

 

 내가 너무 예민했죠?

 

 과장님 말이 맞아요

 

 아버지 얘기만 나오면  너무 어린애처럼 구는 거

 

 안 그러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돼요

 

 [차분한 음악]

 

 (시우항상 그랬습니다

 

 사랑으로 시작했는데

 

 이별 끝엔

 

 항상 아버지가 있었거든요

 

 (시우저도 제 아버지라는 사람이

 

 그렇게 힘들고 지겨운데

 

 제가 사랑하는 여자한테

 

 그런 아버지를 가족으로  떠맡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사랑만 하면 됐지

 

 가족으로 꼭 엮일 필요까지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세상은

 

 사랑에 자꾸 책임지라고 하고

 

 그 책임이 결혼뿐이라고 하니까

 

 그래서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한숨]

 

 (시우미안해요

 

 괜찮아

 

 나한테까지 사과할 필요 없어

 

 (하경나 이해해

 

 [살짝 웃는다]

 

 진짜라니까나 이해해

 

 이시우

 

 (시우왜 자꾸 괜찮다고 해요?

 

 왜 자꾸

 

 나를 이해한다고 해요?

 

 이러다가 내가  다시 붙잡으면 어쩌려고

 

 못 헤어지겠다고

 

 떼라도 쓰면 어쩌려고요

 

 나 아직

 

 당신 진짜 많이 좋아해요

 

 알아요?

 

 (1팀 총괄과장야  진하경 과장 어디 있어!

 

 진하경 과장!

 

 진 과장!

 

 진하경 과장!

 

 나중에 얘기하자

 

 [문이 드르륵 여닫힌다]

 

 (1팀 총괄과장야  진 과장 어디 갔어!

 

 [긴장되는 음악]  (1팀 총괄과장예보를  이따위로 헤집어 놓고

 

 자기는 먼저 퇴근한 거야뭐야!

 

 진 과장 어디 갔어!

 

 (하경저 여기 있는데요선배님

 

 (1팀 총괄과장

 

 너 누구 마음대로  예보를 뒤집으래?

 

 상층 10km 상공의 제트 기류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요

 

 

 

 누군 너만큼 똑똑하지 않아서

 

 앞 팀 예보를 토대로  분석하는 줄 알아?

 

 (1팀 총괄과장) 12시간 동안  두 눈 부릅뜨고

 

 실황이랑 데이터값  비교하며 분석한

 

 내 앞 팀의 예보가

 

 가장 확실한  근거 자료이기 때문이야!

 

 그런 존중도 없이  네 마음대로 판을 뒤집어?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실황대로  예보를 냈을 뿐입니다선배님

 

 그러다 예보 비껴가면?

 

 (1팀 총괄과장그 뒷감당  누가 책임질 거야?

 

 인적 비용물적 비용  수백억 누가 책임질 거냐고!

 

 (하경그렇다고  기상 이변이 관측됐는데

 

 선배들이 내놓은 답이라고

 

 저는 찍소리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합니까!

 

 ?

 

 [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신 주임

 

 [석호의 한숨]

 

 엄 선임님지금 어디십니까?

 

 아무래도

 

 다시 좀  들어오셔야 될 것 같은데

 

 ?

 

 무슨 일인데?

 

 총괄 1팀 과장님이

 

 오늘 예보 갈아엎은 거 때문에  지금 난리도 아닙니다

 

 (1팀 총괄과장너 지금  뭐라 그랬어?

 

 다시 한번 말해 봐!

 

 다시 한번 말해 보라고!  [긴장되는 음악]

 

 (석호어어어어

 

 (1팀 총괄과장너 지금  뭐라 그랬냐고?  [동한의 당황한 탄성]

 

 [소란스러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거 왜들 그러냐!

 

 오늘 내 딸 생일이라고

 

 나 좀 내 딸이랑  외식 좀 하자고!

 

 (1팀 총괄과장너 지금  뭐라 그랬냐고!

 

 (시우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1팀 총괄과장넌 또 뭐야!

 

 (하경저랑 얘기하시죠

 

 (1팀 총괄과장이게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이제 눈에 뵈는 게 없냐?

 

 너 방금 한 말  잘못했다 사과부터 해

 

 당장 사과해!

 

 [시우의 한숨]

 

 (하경저는

 

 잘못 말한 적 없습니다선배님

 

 (1팀 총괄과장!

 

 너 많이 컸다많이 컸어!

 

 - (석호그만하세요  - (1팀 총괄과장넌 또 뭐야

 

 (1팀 총괄과장내가 오늘

 

 총괄 팀의 기강을  제대로 보여 주겠어

 

 [하경을 탁 잡으며야  너 지금 뭐라 그랬어?

 

 다시 한번 말해 봐  넌 선후배도 없냐?  [시우가 말린다]

 

 넌 위아래도 없어없냐고

 

 (시우이거 놓으라니까요!

 

 []

 

 [흥미로운 음악]

 

 [1팀 총괄과장의 신음]

 

 [털썩 쓰러지는 소리]

 

 [아파하는 신음]

 

 (시우

 

 [1팀 총괄과장의 신음]

 

 (동한여보세요

 

 이게 무슨 소리냐?

 

 석호야

 

 석호야?

 

 [석호의 탄식]

 

 [석호의 한숨]

 

 (석호시우야

 

 [당황한 숨소리]

 

 (박 주무관아이고  결국 일이 터졌네터졌어

 

 [통화 연결음]

 

 국장님저 박 주무관인데요

 

 (하경

 

 아휴

 

 [한숨]

 

 [타이어 마찰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보미아빠가 어쩐 일이야?  이런 데를 예약하고

 

 (향래네가 외식하고 싶다니까

 

 (보미여기 엄청 핫플이야엄마

 

 SNS로 좀 찾아봤는데  연예인들도 막 오고

 

 요즘 청담동에서  제일 잘나가는 데래

 

 예약하기도 되게 어렵다 그러던데

 

 그래?

 

 웬일이라니네 아빠가?

 

 (향래신경 좀 썼다그렇지?

 

 [향래의 웃음]

 

 … 뭐 먹을까?

 

 [휴대전화 진동음]

 

 어디쯤인데?

 

 내가

 

 진짜로 가고 있었거든?

 

 근데 미안한데이게

 

 (동한갑자기 전화가 왔어  기상청에 지금

 

 됐어알았어

 

 향래야

 

 - (동한내가 다…  - 알았다고끊어

 

 [통화 종료음]  

 

 [밝은 음악]

 

 아빠 못 온대?

 

 [한숨]

 

 그러게이런 날 꼭

 

 (향래) [한숨 쉬며그런다  네 아빠가

 

 어떡하지?

 

 그냥 우리끼리 먹고 가자

 

 (보미대신 나 먹고 싶은 거  두 개 시켜도 돼?

 

 내가 이런 데 언제 또 와 보겠어?

 

 [카메라 셔터음]

 

 (1팀 총괄과장너 상습범이지?

 

 (석호실수로 그런 겁니다  과장님

 

 싸움을 말리려다가  우연히실수로다

 

 (명주먼저 시작하신 건  과장님이죠

 

 우리 시우 특보는 말리려다가

 

 우발적으로 그런 거고요

 

 [어이없는 숨소리]

 

 우발적 좋아한다

 

 (1팀 총괄과장이 특보 너

 

 주먹 휘두르는 거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

 

 대변인실 한기준한테도  막 주먹 쓰고 그랬다고 들었는데?

 

 (하경화풀이하실 거면  저한테만 하시죠

 

 총괄 2팀 여기저기에  시비 걸지 마시고요

 

 진하경

 

 넌 팀원들 걱정하기 전에  예보 걱정이나 해

 

 (1팀 총괄과장네가 뒤집은 예보  빗나가면 어떻게 할 거야?

 

 뭘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사표라도 쓸까요?  [흥미로운 음악]

 

 너 지금 사표 낸다 그랬다?

 

 (석호과장님  제발 좀 진정 좀 하시고요

 

 (하경대신 저희 예보가 맞으면

 

 최 과장님도 옷 벗을 각오

 

 - (하경하셔야죠  ?

 

 (석호지금  '오징어 게임합니까?

 

 맞히면 살고 못 맞히면 죽고?

 

 (하경) 1팀 과장, 2팀 과장  사표 걸고 한번 가 보시죠

 

 기상청 역사에  두루두루 회자도 되고

 

 반면교사도 되고 좋겠네요  어때요가실래요?  [문이 스르륵 열린다]

 

 이게 근데 진짜

 

 (동한그만해그만!

 

 작작들 좀 하자?

 

 뭘 아까부터 계속 이렇게 싸우고

 

 코피 났어?

 

 [동한의 한숨]

 

 뭐 하는 거야?

 

 왜 이렇게 멀쩡한 사람들이

 

 치고받고 싸우지?

 

 전 안 쳤어요

 

 제가 쳤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명주사고였어요

 

 명백한 실수

 

 (1팀 총괄과장) 1  3으로  달려들더라어휴

 

 (석호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저는 말린 겁니다

 

 (1팀 총괄과장됐고

 

 엄 선임 너

 

 후배들 어떻게 가르쳤길래  이렇게 개판이야?

 

 '기상은 흐름이다'

 

 '숫자 몇 개로  뒤집을 수 있는 판이 아니다'라고

 

 했냐안 했냐

 

 근데 그깟 앙상블 예측값

 

 그거 몇 개 다르게 나왔다고

 

 일주일 내내  네 개 팀에서 분석해서 내보낸

 

 예보를 뒤집어?

 

 뭐야

 

 너도 예전에 내 예보 뒤집었었잖아

 

 내가?

 

 그랬어요?

 

 그것도 두 번이나

 

 두 번이나요?

 

 내가 언제?

 

 (동한) 2004년 여름 폭염 특보 때

 

 2011년 가을 이상 저온 때

 

 한 번 네가 맞고 한 번 내가 맞고

 

 근데 나는 네가 틀렸을 때도

 

 내 예보 엎은 거 가지고  한마디도 안 했어

 

 왜냐면

 

 '네가 그만큼 확신이 있나 보지'  하고 믿어 준 거지

 

 근데 너는 선배라는 사람이

 

 후배를 믿어 주진 못할망정?

 

 예보를 한번 뒤집었다고  이이 난리 십진을 떠는 거야?

 

 진 과장 이 새끼가

 

 먼저 내 말 무시하고 대드니까!

 

 (동한최 과장

 

 총괄 2팀 과장이야

 

 너랑 똑같은 직급이고

 

 너만큼 기상 예보에 대한  권한과 책임도 있는 위치야

 

 어디서 골질에 갑질에 꼰대질이야?

 

 지금 뭐쌍팔년도도 아니고

 

 '이 새끼'라니  진 과장이 네 새끼냐?

 

 나도 열받아서 그랬다  열받아서!

 

 (동한그러니까 이게  그렇게까지 열이 받을 일이냐고

 

 네가 지금 뭐나만큼이나  열이 받아?

 

 난 오늘 내 딸 생일이고!

 

 내가 10년 만에  우리 애랑 우리 아기 엄마랑

 

 같이 외식을 한번 해 보겠다고

 

 내가 머리를 이렇게 만지고?

 

 간만에 아빠 노릇을 해 보겠다고  파스타를 예약

 

 지금 다 먹었겠는데

 

 (직원2) 여기

 

 시베리아 쪽 기압 차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1팀 총괄과장

 

 이 선임

 

 전 지구 모델 시간대별  발달 상황 역추적해 봐

 

 [동한의 한숨]

 

 [밝은 음악]

 

 (직원2) 제트 기류가 남하합니다

 

 (1팀 총괄과장

 

 저게 왜왜 떨어지냐아유

 

 뭐 해퇴근들 안 하고

 

 퇴근해

 

 

 

 [1팀 총괄과장의 한숨]

 

 [버튼 조작음]

 

 [동한의 웃음]

 

 [엘리베이터 도착음]  [안내 음성문이 열립니다

 

 - (명주안녕하세요  - (시우안녕하세요

 

 [안내 음성문이 닫힙니다

 

 (유진오빠

 

 늦었네?

 

 지금 송고하는 거야?

 

 (유진

 

 컨디션이 좀 안 좋아서 늦어졌네

 

 아까 브리핑하는 내내

 

 너 안색 안 좋아 보여서  신경 쓰였어

 

 어디 다른 데 아픈 덴 없고?

 

 없어

 

 (기준

 

 생각해 봤는데유진아

 

 그 아이

 

 난 환영해

 

 [잔잔한 음악]

 

 나는

 

 준비 없는 아빠긴 하지만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도  많이 허둥거릴 거고

 

 우왕좌왕할 거고

 

 여러 가지로  또 못난 모습도 보이겠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니까

 

 열심히 키워 보고 싶어

 

 [한숨]

 

 오빠나는

 

 (기준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진이 네가 자신 없다면은

 

 난 네 뜻도 존중할 거야

 

 너한테만 희생하라고  강요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그냥

 

 내가 지금 너한테  해 줄 수 있는 말은

 

 네가 어떤 결정을 하든

 

 난 너하고 함께 있을 거고

 

 네 옆에서

 

 우리 유진이 외롭지 않게

 

 같이 있어 줄 거야

 

 배고프다그렇지?

 

 밥 먹으러 갈까?

 

 [한숨]

 

 [밝은 음악]  (석호이걸 다?

 

 (태경그냥 있는 재료들 가지고  한번 만들어 봤어요

 

 냄새 좋은데요?

 

 제가 음식 솜씨는  또 저희 엄마를 닮았거든요

 

 (석호

 

 [석호가 숨을 씁 들이켠다]

 

 [살짝 웃는다]

 

 

 

 태경 씨 대체

 

 못하는 게 뭐예요?

 

 그림 잘 그려요리 잘해  성격도 좋아

 

 [웃음]

 

 (태경진짜요?

 

 [감탄하는 숨소리]

 

 솔직히 스토리 잡는 거 하나 빼곤  다 잘하는 거 같아요

 

 제 스토리가 왜요?

 

 뭐가 재미가 없어요?

 

 으음아니요

 

 뭐랄까

 

 (석호나쁘진 않은데

 

 확 잡아끄는 그런  후킹 포인트가 없달까?

 

 응  [흥미로운 음악]

 

 

 

 후킹 포인트요?

 

 그래도

 

 그림은 귀엽게  잘 그리는 편이잖아요그렇죠?

 

 [석호의 탄성]

 

 그런데 후킹 포인트가 없어서  별로라는 얘기잖아요그렇죠?

 

 아니요

 

 별로라는 말  안 한 거 같은데

 

 책도 잘 안 팔리는 작가고  그렇죠?

 

 그런 말 안 한 거 같은데요?

 

 문맥상 그런 말이잖아요  후킹 포인트가 없다는 게

 

 (석호!

 

 와인와인 한잔

 

 같이 안 할래요?

 

 (태경싫어요

 

 우리 그냥 하던 얘기 계속해요

 

 [엘리베이터 도착음]

 

 [안내 음성문이 열립니다

 

 [한숨]

 

 문이 닫힙니다  [수자의 힘주는 신음]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수자?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얘가얘가  이젠 비밀번호를 바꿨나?

 

 [통화 연결음]

 

 너 비밀번호 바꿨냐?

 

 바꿨어요

 

 나도 프라이버시라는 게 있으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바뀐 번호 대몇 번이야?

 

 미안해요엄마  오늘은 그냥 가세요

 

 [버튼 조작음]

 

 (시우그냥 알려 주지

 

 날씨도 추운데

 

 괜찮아생각보다 강한 분이셔

 

 근데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병원

 

 아이고이 매정한 년

 

 아니대체 누구를 닮아서  이렇게 쌀쌀맞아?

 

 (수자아유

 

 그나저나  이 노릇을 어떡하면 좋아

 

 이거 도로 들고 갈 수도 없고

 

 말해 봐요

 

 (태경내 스토리라인  어느 부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마음에 안 드는지

 

 (석호아니

 

 마음에 안 든다는 게 아니고요

 

 (태경아니  왜 자꾸 이랬다저랬다 해요

 

 아깐 분명히?  후킹 포인트가 없다고 해 놓고선

 

 (석호아이후킹

 

 생각보다 태경 씨  좀 집요한 데가 있으시다

 

 집요하지 않으면 어떻게  작가란 직업을 할 수가 있겠어요?

 

 (태경그렇게 오랜 시간  그리고 쓰고

 

 지우고 고치고 고민하고 창작하고

 

 석호 씨석호 씨는  단어 하나 안 떠올라서

 

 뜬눈으로 밤새워 본 적 있어요?

 

 나는요

 

 대사 한 줄 쓰기 위해서

 

 일주일 내내  머리가 터지게 고민하고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를  무한 반복 해요

 

 조사 하나어미 하나토씨 하나

 

 수천 번도 썼다 지웠다 하면서

 

 어떻게 하면  에지 있는 문장을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 의도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고요!

 

 잘못했어요

 

 (태경) [한숨 쉬며]  다 만들어 놓은 거 보고

 

 잘 썼네 못 썼네  이러쿵저러쿵 말하긴 참 쉽죠

 

 하지만 창작하는 고통까지  폄하하면서

 

 그렇게 함부로 평가하지 마세요

 

 아이그런 적 없는데

 

 [잔잔한 음악]  나 잘 못 나가고

 

 (태경책도 잘 안 팔리는  작가지만

 

 그래도 나 자부심 있어요

 

 [울먹이며적어도 내 글  내 그림을 보는 아이들이!

 

 긍정적이고 따뜻한  울림을 줄 거라는

 

 나만의 프라이드가 있다고요  알겠어요?

 

 그럼요명심하겠습니다

 

 알았으면 됐어요

 

 [한숨 쉬며태경 씨

 

 [신발을 달그락 신는다]

 

 태경 씨

 

 (석호태경 씨

 

 그냥 가면 어떡해요

 

 (태경안 가면 그럼 어떡해요

 

 [석호의 한숨]

 

 제가 진짜

 

 진심으로 잘못했어요

 

 화 풀고 가요

 

 [한숨]

 

 [우당탕거리는 소리]

 

 [석호와 태경의 신음]  [흥미로운 음악]

 

 [태경의 웃음]

 

 [태경이 가방을 탁 던진다]  [석호의 신음]

 

 [태경의 웃음]

 

 어머나어머나나 이거

 

 (수자이거 어떡해아유

 

 [석호의 힘주는 신음]

 

 [강조되는 효과음]  [석호의 당황한 탄성]

 

 [흥미진진한 음악]

 

 [태경과 석호가 아파한다]

 

 [수자가 당황한다]  (태경괜찮아요?

 

 - (석호괜찮괜찮아  - (태경어머어떡해

 

 (석호괜찮아괜찮아?

 

 (수자아이고

 

 (석호어  [태경의 웃음]

 

 [태경의 기분 좋은 탄성]  [석호의 신음]

 

 [태경의 웃음]  

 

 [석호의 웃음]

 

 [태경의 탄성]  [석호의 아파하는 신음]

 

 태경아

 

 [석호와 태경의 웃음]  (태경

 

 

 

 뭐야아  [익살스러운 음악]

 

 - (태경어떡해어떡해아유  - (석호?

 

 (수자이놈의 계집애

 

 진태경!  [태경의 비명]

 

 - (태경엄마엄마!  - (석호진정하시고

 

 (시우누가 아파요?

 

 309호야

 

 담당 주치의 오늘 당직이라니까

 

 자세한 건 가서 들어

 

 [의료 기기 작동음]

 

 [한숨]

 

 [의료 기기 작동음]

 

 [차분한 음악]

 

 (의사 PET-CT랑  객담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암이 맞고요

 

 이미 3기 접어들었다고  봐야 할 겁니다

 

 여기 PET-CT 보시면

 

 림프랑 위 오른쪽까지

 

 상당히 전이가 된 걸로 보이네요

 

 (의사이미 통증도  굉장히 심하셨을 텐데

 

 [울먹인다]

 

 [목멘 소리로아버지

 

 [떨리는 숨소리]

 

 (시우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대체 왜

 

 [울먹이며

 

 왜 이러는 건데

 

 [흐느낀다]

 

 [시우가 연신 흐느낀다]

 

 (경찰실례합니다

 

 여기 혹시  이명한 씨라고 입원해 있죠?  [무거운 음악]

 

 엊그저께  교통사고로 들어오신 분인데

 

 무슨 일이시죠?

 

 [유진의 아파하는 숨소리]

 

 [유진의 아파하는 신음]

 

 - (유진오빠  - (기준) [졸린 목소리로

 

 (유진좀 일어나 봐

 

 (기준?

 

 [유진의 힘겨운 숨소리]

 

 (유진아파

 

 (기준?  [스위치 조작음]

 

 유진아너 왜 그래?  어디가 아픈데?

 

 배가 너무 아파

 

 (기준유진아  너 왜 그래?

 

 유진아

 

 [유진의 신음]  

 

 [기준의 초조한 숨소리]

 

 (시우비가 바람에게 말했습니다

 

 (경찰혹시 이명한 씨랑은  어떻게 되시죠?

 

 보호자인데요

 

 (경찰경찰입니다  [긴장되는 음악]

 

 이명한 씨 앞으로  체포 영장이 나왔습니다

 

 자해 공갈 혐의 및  보험 사기죄입니다

 

 (시우) '너는 밀어붙여'

 

 '나는'

 

 '퍼부을 테니'

 

 [감성적인 음악]

 

 (봉찬틀린다는 게

 

 그게 뭐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경험치를  줄 때가 많더라고

 

 (수자세상에  제일 어이없는 말이 뭔 줄 알아?

 

 '사랑해서 헤어진다'

 

 (기준이시우 놓치지 마

 

 이시우를 위해서가 아니라  널 위해서

 

 (시우진하경당신이라서

 

 (하경이시우너라서

 

 (시우그냥 당신이 좋아서

 

 (하경너랑 있는 게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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