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봄 12
(승원) 오케이, 녹화 시작
[밝은 음악] 우리 아리 양!
우리 영도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한마디 해 주세요!
생신 축하드려요
(승원) 에이, NG, NG, NG
'생신'은 너무 늙어 보이잖아요
(아리) 생일 축하합니다, 됐죠?
[승원의 못마땅한 숨소리]
(승원) 자, 한마디만 더요
친구분 1층에 그만 좀 버리시면 안 될까요?
보다시피 카페 미관상 너무 안 좋아서요
[승원이 풋 웃는다]
(승원) 내 얘기야, 내 얘기
- [승원을 딱 때리며] 자랑이다 - (승원) 아!
(승원) 야, 하늘아, 너도 한마디 해
- (하늘) 아, 치워 - (승원) 아, 빨리 영도한테 한마디 해
(하늘) 은하 씨, 주세요, 제가 들게요
(은하)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비켜 주세요
(하늘) 아, 이 무거운 걸 어떻게 드신다고요, 주세요
- (은하) 아유, 괜찮다니까요 - (승원) 아, 야, 필요 없다잖아
(승원) 빨리 너도 영도한테 한마디 하기나 해
- 아, 주세요, 제가 들게요 - (은하) 아, 괜찮다니…
(승원) 야, 야 [승원의 놀란 신음]
아이고야
- (하늘) 죄, 죄송합니다 - (승원) 저기… [은하가 숨을 후 내뱉는다]
(승원) 은하 씨도 한마디…
죄송합니다
[카메라를 탁 접는다] 이따 찍어야겠다
야, 빨리 치워
(하늘) 죄송합니다 [은하의 한숨]
(아리) 근데 다정 언니 생일도 내일이라고
케이크 주문하지 않으셨어요?
다정이 생일은 내일모레야
어? 영도 생일도 내일모레인데
(미란) 영도하고는 통화했어?
주영도 씨?
아니, 왜?
어? 아, 아니야
(미란) 야, 너 화장실 갔다 왔어?
운전하다 신호 오면 어쩌려고
(태정) 아, 엄마, 내가 다섯 살이야?
(미란) 그럼, 평생 다섯 살이지
서울 가서 전화할게
(미란) 바로 출근한다면서 전화할 새가 어디 있어
야, 그 시간에 뭐라도 주워 먹고 나가
- (다정) 응 - (미란) 야, 얼른 가, 나 바빠
- (태정) 갈게 - (미란) 응
(미란) 가
[차 문이 탁 여닫힌다] [자동차 시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와, 진짜네
(하늘) 올해 음력 3월 29일이 5월 10일이네
(승원) 이 정도인데 아직도 제대로 안 사귄다는 건 불법 아니냐?
(하늘) 영화 같다
(승원) 영화에서도 계속 이렇게 질질 끌면 욕먹어
내가 한번 나설 때가 됐다
뭔진 몰라도 하지 마
몰래카메라, 그거지
[휴대전화 조작음] (승원) 메기 효과 알지? 경쟁자 생기면 불붙는 거
- 내 계획 한번 들어 볼래? - (하늘) 아니
(승원) 일단
은하 씨부터 투입을 시켜
[매혹적인 음악]
(승원) 은하 씨가 영도를 벽으로 확 밀어붙여
(하늘) 아…
왜, 은하 씨가 왜, 왜 왜 갑자기 그런 짓을 해, 왜
(은하)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날 가져요
(승원) 다정 씨는 그걸 보고 질투에 불타올라서 [다정의 거친 숨소리]
[극적인 음악] (하늘) 다정 씨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나는데
(승원) 아, 몰라 벽 뒤나 뭐, 그런 데서 나타나겠지
(아리) 진짜 너무 성의 없는 상상 아니에요? [속상한 신음]
일단 은하 사장님이 그런 플랜에 동조할 리가 없고
만에 하나 한다고 해도 영도 쌤이 그렇게 나올 리가 없죠
[야릇한 음악]
(은하)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영도) 어…
이렇게 벽 치기로 상대를 억압하면서 고백을 한다는 건 [경쾌한 음악]
타인을 지배하고 통제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거라
가학적인 성향에 가깝다고 볼 수가 있어
물론 네가 이러는 건 미디어에서 이런 행동이 로맨틱한 것처럼
미화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이해를 해 볼 수도 있지만
만약 그게 아니면서 이런 행동으로 즐거움을 느낀다면
상담을 좀 받아 보는 게 좋을 거 같거든?
[살짝 웃는다] (하늘) 그래, 은하 씨가 그런 짓을 하는 건 좀 그래
[숨을 후 내뱉는다]
차라리 철도 씨가 다정 씨한테 고백을 하는 게 낫지
[강렬한 음악] (하늘) 철도 씨가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정 씨 앞에 나타나는 거야
(철도) 이 안에
너 있다
[호응한다]
그렇다면
(다정) 똑똑
계세요, 강다정 씨?
[심장 박동 효과음]
(승원) 그걸 본 영도는
분노의 양치질을 하는 거지 [다정의 탄성]
(다정) [웃으며] 반가워요
(하늘) 영도가 갑자기 왜 거기서 이를 닦아
(승원) 아, 몰라, 다정 씨가 쓰는 치약 향이 좋아서 훔쳤나 보지
[하늘이 혀를 쯧 찬다]
(아리) 상상도 정말 엉망진창이구먼
(승원) 방금 건 좀 괜찮지 않았어?
전혀요
철도 사장님이 만약 그러면
다정이 언니는 분명히
[강렬한 음악]
이 안에
(철도) 너 있다
(다정) 손 떼
- 이 안에 - (다정) 떼라고
(철도) 죄송합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문이 탁 닫힌다]
(은하) 철도 사장님 달리기도 못하는데 [강조되는 효과음]
[승원의 한숨]
(승원) 케이크는 뭘로 주문할까?
영도는 너무 단건 안 되는데
다정 씨는 뭘 좋아하려나?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 퀵보이스…
[휴대전화 조작음]
(태정) 전화를 안 받아?
앞을 보시고 운전이나 하세요
(태정) 전화 안 받는 건 넷 중 하나인데
옥중, 상중, 병중
아웃오브 안중
근무 중, 샤워 중, 자는 중
영화 관람 중
뭐, 그런 것도 있지 않을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영도) 미안해요
정신이 없어서 전화를 못 받았어요
서울 도착했어요?
(다정) 아직 가는 중이에요
바빠도 점심 먹고 일해요
(영도) 다정 씨도요
[심전도계 비프음] (주원) 초음파하고 조영술 결과 나왔는데
다행히 그쪽은 아니고
박테리얼 뉴모니어인 거죠?
(주원) 재감염이야
외래 나왔다가 옮은 건 아닌가 모르겠다
(영도) 저, 며칠 있어야 되겠죠?
저 이따가 조직 검사 해 놓고 오후에 잠깐…
(주원) 외출하겠다고?
상담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돌리기가 좀 그래서요
그리고 오늘 예약 환자 중의 한 명은
- 좀 많이 안 좋은 상태라서… - (주원) 너 아직 정신 못 차리지?
(주원) 내가 너 때문에 식겁했던 것처럼
너도 네 환자 중요하겠지
근데 순서라는 게 있잖아
야, 주영도
너 외래 얼마나 줄였어?
[한숨] 방송하고 경찰서 다니고
너 그거 아직 다 하지?
[무거운 음악]
(주원) 너 이런 식이면 정신과 의사 하면 안 돼
그 몸으로 산 사람, 죽은 사람 다 네 어깨에 얹고 다니면서
네 멘탈한테 감당하라는 거잖아
너 오늘 사고 날 뻔했어
누가 네 차에 치였으면?
네 옆에 여자 친구라도 타고 있었으면!
[휴대전화를 탁 집어 든다]
[휴대전화 조작음]
(승원) 나 소품실에서 그거 빌려 올 수 있는데
(하늘) 개업식 하냐?
일단 옥상에 가랜드 정도는 달아야 될 거고
으, 체육 대회 같겠다
촛불을 양쪽에 쫙 깔아서
소방법 위반이에요
그럼 초 말고 생화 꽃잎을 쫙 깔아서
(철도) 다정이가 진짜 싫어할걸요?
그럼 일단 생일 케이크라도 2단으로 다시 주문하죠
합동 생일인데
결혼식 하세요?
그럼 그냥 다과를 접시에 쫙 깔아서
반상회 하니?
뭐, 다 안 된대, 어? 다 안 돼, 다 안 돼, 다 안 돼
- 하지 마, 격렬하게 하지 마 - (승원) 어? 다 안 돼? [휴대전화 진동음]
- 어? 영도다 - (승원) 어? [휴대전화 조작음]
(하늘) 어, 영도야 우리 지금 같이…
(영도) 어, 하늘아
내가 좀 부탁할 게 있어서
(하늘) 어, 뭔데?
(영도) 병원에 급하게 오느라
차가 견인이 된 거 같은데
아니, 입원했어
며칠 있어야 될 거 같아
아, 입원한 거면…
(하늘) 많이 심각한 거야?
(영도) 괜찮을 건데
일단은 너만 알고 있으면 좋겠거든
다정 씨가 아는 게 좀 그래서
(하늘) 어, 뭐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그, 그래
들어가
[통화 종료음]
[하늘의 한숨]
[고풍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마우스 조작음]
(호) 그 호텔로 다시 갔다고요? 그래도 돼요?
아무도 그래도 거기…
하, 하긴
못 가게 할 수 있는 법이 없구나
그 카메라
그쪽 서버 업체에서 협조가 돼야 구속이든 뭐든 하는 거 아닙니까?
왜 안 주는 거예요?
(진복) 영장을 가져오시라는데 갖다 바쳐야지
그래도 서버에 송출된 영상만 받아 오면
그게 포렌식보다 빠를 거야
(호) 다른 사건도 아니고 살인 사건인데
(성준) 어? 지금 전화하고 있었는데 [휴대전화 조작음]
업체에서 영상 보냈어요
무슨 소리야? 영장 없인 못 준다더니?
갑자기요?
와서 직접 주고 갔어요
필요한 거 다 협조하겠대요
[성준의 어이없는 웃음] 야, 무슨 꿍꿍이야?
- (진복) 야, 일단 보자, 빨리 봐 보자 - (성준) 아, 네 [의미심장한 음악]
[영상 속 체이스의 한숨]
[힘겨운 신음]
[어두운 효과음]
[거친 숨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현주) 네, 말씀하세요 아직 주차장이에요
여보세요?
[휴대전화가 툭 떨어진다]
[컵이 쟁그랑 깨진다]
여보세요? 이안?
이안!
[어두운 효과음]
[어두운 음악]
[칼이 잘그락거린다]
[거친 숨소리]
(재식) 예의 없는 새끼
변호사를 보내랬더니 깡패를 보내?
깨어나기만 해 봐
내가
딱 하나만 물어보고 나면
쌍둥이끼리
제대로 가족 상봉 시켜 줄 테니까
[도어 록 조작음] [강조되는 효과음]
[문이 철컥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철컥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현주) 이안, 이안!
이안, 이안
[당황한 신음]
(진복) 봤지?
노현주는 알았어, 이 카메라 있는 거
(성준) 노현주가 설치한 거 아닐까요?
매일 드나들었다니까
(호) 자기가 죽을 걸 알았던 거예요?
체이스를 감시하려고 했겠지
(영상 속 현주) 이안, 이안
[긴장되는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긴장되는 효과음]
[현주가 칼에 푹 찔린다]
[휴대전화가 툭 떨어진다]
[피가 뚝뚝 흘러내린다]
[현주가 벽에 탁 부딪는다] [현주의 신음]
[현주의 떨리는 숨소리]
[통화 연결음]
[통화 종료음]
[어두운 효과음]
(재식) 열여덟 살 때 찾아온 게
죽은 놈인지 네놈인지 알아내는 것보다
이게 훨씬 재밌겠네
이제 쌍둥이가
둘 다 살인자가 됐네
[멀어지는 발걸음]
(진복) 하나
영장 없이 죽어도 못 준다더니
왜 갑자기 서버 업체가
이 영상을 순순히 보냈는지 알아본다 [어두운 효과음]
둘
이 영상이 까져서 제일 이득 본 게 누구야
이안 체이스지?
고로 이안 체이스 뒤에 누가 있는지 알아본다
[어두운 음악]
일이 좀 꼬였죠?
[어이없는 숨소리]
- 사람이 죽었습니다 - (정아) 그러니까요
영상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에요
그 카메라가 이렇게 사용될 줄은 몰랐네
이런 일로 흔들리는 건 아니죠?
(정아) 우리 회장님
수술 날짜도 잡혔다는데 조심 좀 하시지
아무거나 마시고 그러면 어떡해요
동생하고 다를 게 없잖아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정아) 마시고 기절하고 칼 쥐고 깨어나고
아…
동생분 영상은 나만 봤구나
최정민이 살 때부터 그 카메라가 있었다는 말입니까?
(정아) 소중한 걸 찾아야 약점을 찾는 건데
닥터 체이스한테는 그런 게 워낙 없잖아요
그나마 하나 있는 혈육이라
그쪽이라도 들여다보느라고
그 카메라가
언제부터 거기 있었냐고 묻고 있는 겁니다
[정아의 한숨]
(정아) 뭐가 보고 싶어요?
동생분이 죽기 전날?
죽던 날?
보고 나서 다시 이야기하죠
할 말이 많아질 테니까
[문이 쓱 여닫힌다]
[멀리서 개가 짖는다]
(재식) 다 죽였어야지
다
[성난 숨소리] 다 죽였어야지
전부 다
쌍라이트 끄고 다녀
예의가 없어 [타이어 마찰음]
[긴장되는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자동차 경적]
[웅성거린다]
- (기자1) 진짜래? - (기자2) 그러니까 말이야
[기자들이 연신 웅성거린다]
(기자3) 진짜 안 어울린다
[한숨]
(스태프1) 아, 이게 진짜일까?
아, 둘이 진짜 안 어울리는데
(스태프2) 모르지
그럼 오늘 촬영은 접는 건가?
(유경) 안가영, 패트릭 열 살 차이래요
열 살 차이면 내 남자 친구는 아직 고등학생이거든요
그게 바로 내가 아직 남자 친구가 없는 이유였어
어? 아직 미성년자
수능 공부 하고 있으니까 만날 수가 없는 거지
유경 씨
일단 손님들한테 불편 없도록
기자분들한테 한 분, 한 분 협조 부탁드려 줘
(다정) 그래도 안 되면
보안 팀 불러서 정리하고
- 난 잠깐 올라갔다 올게 - (유경) 넵
[노크 소리가 들린다]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네, 들어와요
[문이 달칵 여닫힌다]
(다정) 기사 난 거 봤어요
괜찮아요?
[한숨]
내 친구였네?
난 또 내 적군인 줄
나 걱정돼서 왔어요?
뭐 도와줄 거 없어요?
밖이 좀 시끄러운 거 같아서
[휴대전화 진동음]
도와줄 건 없고
[휴대전화를 탁 집어 든다]
뭐…
내 인생 연기 하는 거 구경해 볼래요?
잠깐만
[휴대전화 조작음]
(가영) [밝은 목소리로] 네, 최 기자님
아, 뭐예요, 이럴 때만 전화하고
[애잔한 음악] 아, 당연히 아니지 이게 어떻게 진짜겠어요
어, 그러니까, 나도 궁금해
대체 이런 얘길 누가 한 거지?
[휴대전화 조작음]
(패트릭) 지금 그쪽으로 갈게요 [휴대전화 진동음]
[버튼 조작음] (매니저) 네, 대표님
지금 태우고 회사 들어가고 있어요
네,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석준아
대표님이 전화 일절 받지 말라고 하시거든?
(매니저) 야, 너 뭐 해
어디 가!
야!
너 어디 가!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가영의 헛웃음]
(가영) 나 열애설 난 것 중에
한 번이라도 찐인 적 있었어?
어? 없었잖아요
시상식 때 한 번 만난 게 다라니까요?
이게 진짜면 나 국민 역적 되라고?
나
그렇게 한류에 막 재 뿌리고 그런 사람
되고 싶지 않거든요?
[버튼 조작음]
[다정이 리모컨을 탁 내려놓는다]
(가영)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여길 오면 어떡해
(패트릭) 얼굴을 봐야 안심이 될 거 같아서
당분간 회사 말 들어
나 이제 안 만난다고 하고
실제로도 만날 생각 하지 말고
매니저 있는 데선 전화도 하지 말고
[한숨]
언제까지 거짓말해야 되는 걸까?
팬들한테도 그렇고
아, 뭘 당연한 걸 물어 죽을 때까지지
거짓말도 배려야, 어?
'너희들 마음이 지옥이건 말건 난 진실을 말했으니 내 마음은 편해'
그렇게 막 털어놓는 게 제일 이기적인 거라고
속은 거 알면?
그럼 더 상처받지 않을까?
지금 나한테 실망할 사람은 실망하더라도…
(가영) 헬로?
너 컴백 전에 죽어라 살 빼지?
왜? 살을 내어 줘야 미모를 얻으니까, 어?
살점 내주고 인기가 플러스 원이 되었습니다
인생 내주고 연기력이 플러스 원이 되었습니다
뭐든 쌍방이야
그런 게 싫으면 연애를 안 했어야지, 지금이라도
이게
최선이라는 거지?
- 누굴 속이면서? - (가영) 아니면
(가영) 너 타임머신 있어?
너 과거로 돌아가서 나랑 동갑으로 태어날 수 있어?
내 결혼, 이혼 없던 일로 할 수 있어?
내 이름 끝에 주렁주렁 매달린 소문 [무거운 음악]
다 지울 수 있어?
가, 내 친구가 너 여기서 탈출시켜 줄 거야
내릴 때 요금은 네가 계산해
4천만 원이야, 응?
[가영의 한숨]
또 신세 지게 생겼네?
미안해서 어떡해?
우리 친구라면서요
그렇구나?
나 강다정 없으면 어쩔 뻔?
(다정) 파이팅
(가영) 파이팅
어디서 내려 드리면 될까요?
(패트릭) 아…
아무 데나 택시 잡을 수 있는 곳이면 괜찮…
혹시 지금 구구빌딩 거기 가시는 거예요?
네
그럼 저도 거기로 좀…
왜…
아, 안가영 씨가 우리 집에 가 있으래요? 또 온다고요?
아니요
전 3층 병원에 좀 가려고요
주영도 씨 병원이요?
좀 답답해서요
(다정) 아, 아, 그렇죠
다들 답답할 때 주영도 씨를 찾긴 하죠
(패트릭) 지금 가면 안 계실까요?
(다정) 어…
아, 병원이 문 닫을 시간이긴 한데
잠시만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신호음을 듣고 메시지… [화면 조작음]
(패트릭) 다음에 가야겠네요
아, 많이 바쁜가 봐요 통화가 잘 안되네요
(패트릭) 그럼 전 이 근처에서 내릴게요
(다정) 아, 네
[발랄한 음악]
[차 문이 탁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다정의 겁주는 탄성] [하늘의 놀란 탄성]
[함께 당황한다]
(다정) 오, 오, 어유, 죄송해요 주영도 씨인 줄 알고
아니요, 아니요
제가 죄송합니다
(다정) 제가 죄송합니다
(하늘) 아니요 제가, 제가, 제가 더 죄송해요
제가 괜히 이 차 탄 걸 보여 가지고
그러니까 병, 병원 그러니까 영도가…
아…
[웃음]
아, 제가 이 차가 타고 싶어 가지고
- 예… - (하늘) 예
(하늘) 들어가세요
- 예 - (하늘) [웃으며] 예
(하늘) 들어가세요
[멀어지는 발걸음] [난처한 숨소리]
[숨을 후 내뱉는다]
영도야!
(승원) 나 왔네!
(영도) 아, 너 어떻게 알고 온 거…
아, 하늘이 얘는, 말하지 말라니까
(승원) 아이, 편하게 있어
난 샤워 좀 하고 올게
[승원이 가방을 직직 연다] (영도) 아, 왜 샤워를 여기서 해
마진병원이 수압이 좋아 병원이라 깨끗하고
(승원) [가방을 뒤적거리며] 방송국 샤워실은 바닥이 미끄덩하거든
외계인의 침으로 [기괴한 숨소리]
발 닦은 기분이야, 뭔지 알지?
어?
속옷을 안 챙겼네?
영도야, 너 속옷 여분 있지?
없으면 그냥, 그냥 나올게
뭐, 태초의 느낌으로
가끔 자유가 필요할 때가 있잖아
아휴, 서랍에 있어 제발 꺼내서 입어
(승원) 오, 빵, 나 저거 먹어도 돼?
저녁도 안 먹고 바로 온 거야?
쩝, 방송국 밥은 왜 맛이가 없을까?
일단 나 씻고 올게, 지금 네 옆에 더러운 거 있으면 안 되잖아
(승원) 잠깐만
[스위치 조작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영도야!
나 속옷 좀!
갖다줄게
(승원)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그냥 나갈게
자유롭게
그냥 나오기만 해, 아주 죽일 거야 [종이를 툭 내려놓는다]
[물소리가 들린다]
[한숨]
[잔잔한 음악]
[풀벌레 울음]
(미란) 어?
혹시 영도 아니니?
아, 안녕하세요
(미란) 어머, 진짜 영도네
여기서 뭐 해?
(미란) 아이고
그렇다고 여기 이러고 있다가 가려고 그랬어?
다정이가 오지 말라고 했어도 나라도 보고 가야지
곧 다시 와서 뵈려고…
(미란) 음
나는 이거 받으러 나왔다가
왜?
나는 이런 달달한 거 주는 썸남도 없을까 봐 그래?
아니요
너무 많으실 거 같습니다
쯧, 또 이쁜 소리만 골라서 한다
또 바다에 빠지려고?
[미란이 봉지를 부스럭거린다]
(미란) 먹을래?
(영도) 감사합니다
단팥빵이네요?
빵
예, 단팥빵
빵
빵
(미란) 다정이가 오지 말랬다고 삐친 건 아니지?
누구든
자기가 불행덩어리처럼 보이는 건 싫잖아
(영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제가 급한 마음에 마음대로 온 거예요
[미란의 한숨]
(미란) 후회도 정신병인가?
(영도) 어…
후회한다고 말할 수 있으면
오히려 건강한 쪽에 가깝다고 보기는 하는데
(미란) 그렇지?
난 그럼 무지하게 건강한가 보다
난 후회해, 어떻게 안 해
누군가를 확 좋아해 버리는 게
이렇게 무서운 일일 줄 몰랐지
[차분한 음악]
그렇잖아
사랑은 마음이 시키는 일이니 어쩌니 말은 그렇게 해도
'에라, 모르겠다'
그런 욕심이 다 이겨 먹는 순간이 있어서
결국에 사달이 나는 거잖아
가지 마요
(미란) 이러면 안 되지 싶으면서도
그걸 못 참아 가지고 그 긴 세월을
애들 눈에서까지 눈물 나게
다정인 나보다 똑똑해서 다행이야
넌 참 좋은 사람이잖아, 그렇지?
난 더럽게 이쁘기만 했지
남자 보는 눈은 지지리도 없었거든
옆에 있어 주면 돼
건강하게 오래오래
아프지만 마
[심전도계 비프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영도) 다정 씨, 자요?
(다정) 1분만 늦었으면 그럴 뻔했죠
(영도) 미안해요, 내가 정신이 없어서
혹시 내일 바빠요?
(다정) 그럼요, 바쁘죠
택배도 받아야 되고
침대에서 앞 구르기도 해야 되고
핸드폰 액정도 닦아야 되고
(영도) 아, 되게 바쁘구나
[숨을 들이켠다]
(다정) 내일 일찍 퇴근하기는 하는데
(영도) 몇 시에 퇴근해요?
(다정) 가르쳐 줄까, 말까?
[헛기침]
(영도) 불쑥 가도 잠깐 얼굴 보여 줄 수 있어요?
(다정) 생각해 볼게요
(다정) 바쁘다면서 어떻게 왔어요?
시간이 났어요
얼마나요?
한 시간 허락받았는데
음, 왔다 갔다 시간 빼고 나니까
한 5분?
그, 그럼 다음에 보면 되지 여기까지
[부드러운 음악]
(다정) 이제 3분 남았네
(영도) 좀 늦게 가고 혼나죠, 뭐
(다정) 5분은 너무 짧다
어릴 때
아버지가 너무 바빠서
어떤 날은 아예 얼굴을 못 봤어요
(영도) 그럼 하루 종일 혼자 있으니까
내가 한번은 외롭다고 그랬거든요?
아
난 아버지랑 둘이 살았어요
그때 말했었죠?
어, 그다음부터는 아버지가
5분씩이라도
내가 자기 전에 집에 왔다 가셨어요
'겨우 5분이야?'
'5분은 너무 짧다'
'뭐야', 막 그랬었는데
그걸 내가 하고 있네
그 5분 동안 뭘 했는데요?
내가 뭐 했는지
내가 하루 동안 뭐 했는지 이야기를 들어 주셨죠
다정 씨는 뭐 했어요, 오늘?
(다정) 음…
아침엔 회의했고
단체 손님 있어서 오전엔 정신없었고
점심땐 신중하게 메뉴를 골라서
유경 씨랑 냉면을 먹으러 갔는데
괜히
안 가던 집에 도전을 했다가
실패해서 맛없게 꾸역꾸역 먹었고
저런
(다정) 응
그리고 아까는
드라마 촬영 팀이 사고를 쳐서 그거 수습하러 갔었고
붐 마이크로 그림을 찍어 가지고
- (영도) 오… - 스위트룸에 있는 거
- (다정) 1,300만 원짜리 - 어유, 저런
결국 제작사에서 그 그림 사기로 해서 잘 해결됐는데
사실 난 그 그림 좀 싫어했거든요
(다정) '눈도 아니고 코도 아니고 저게 팔이야, 다리야?'
그런 그림 알죠?
[호응한다]
그리고 지금은 여기 있고
주영도 씨가 나 때문에 늦어서
혼날까 봐 좀 조마조마하고
이제 가야 되죠?
가지 말까요?
(다정) 일어나요
차는 어디 있어요?
(영도) 택시 타고 왔어요
그럼 택시 잡으러 가요
나 주영도 씨 혼나는 거 싫어요
(은하) 다정이 속이는 거잖아요
아픈데 안 아프다고 하고
(하늘) 영도는 다정 씨 마음 아픈 게 싫다는 거니까
어떤 게 더 마음 아플 거 같아요?
(은하) 1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프다
2번, 그 사람이 나한테 거짓말을 했다
3번, 그 사람이 아픈데 나 때문에 걱정돼서 거짓말까지 한다
[한숨]
마음이 아파도 다정이가 아픈 거고
아픈 게 힘들어서 이 연애 하기 싫다고 포기를 해도
다정이가 하는 거예요
영도 생일이잖아요
다정이도 생일이에요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문이 탁 닫힌다]
(다정) 뭐지?
내 욕 하고 있었나?
[다정의 웃음]
나 뭐 잘못했어요?
주영도 쌤 입원했대
무슨 소리야 나 주영도 씨 만나고 왔는데
그거 외출 받아서 나간 거
그 의사 선배한테 혼나면서 [하늘이 승원을 툭 친다]
[하늘의 어색한 웃음]
(하늘) 아니, 최근에 좀 무리했나 봐요
크게 걱정, 걱정할 건 아니고요
그때
주영도 씨 차도 그러면…
예, 그게 운전하다가 갑자기 그래서
(하늘) 견인된 걸 제가 찾아온 거였는데
운전하다 사고가 난 거예요?
(승원) 아니요, 아니요 그, 직전에 멈춰 가지고
[승원의 아파하는 신음] (하늘) 아…
아니, 그, 저기, 뭐
그, 만성 거부 반응일까 봐 이것저것 검사한 건데
뭐, 다행히 그쪽은 아니래서 뭐
- (하늘) 그렇지? - (승원) 예
(하늘) 예
지금
주영도 씨 어디 있어요?
[차분한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다가오는 발걸음]
[털썩 앉는 소리가 들린다]
(영도) 뭐 하러 오셨어요, 여길
(진복) 그냥 왔어
복숭아 좀 사 가지고 왔는데
껍질 까 주고 갈까?
(영도) 나중에 먹을게요
(진복) 과일은 먹을 수 있는 거지?
그, 저번의 홍삼처럼
또 내가 못 먹는 거 사 가지고 온 거 아니지?
지금은 아무래도 좀…
(진복) 이런 것도 안 되는구나
나중에 꼭 먹을게요, 죄송해요
(진복) 내가 미안하지
내가 한 번씩 잊어버려
심장 받았으니까
그냥 다 된 거 같아서
조심할 거 많은 거 뻔히 들었는데
어떤 때는 너 바쁜 거 알면서도 이것저것 막 부탁하고
제가 욕심을 너무 냈나 봐요
네가 무슨 욕심을 내?
'최선을 다해서'
'최대한 오래 살기만 하자' 그랬었는데
좋은 게
좋아하는 게 생기니까
(진복) 그분?
강다정 씨?
(영도) 웃긴 게
심장이 고장 났어도 심장이 아픈지는 모르잖아요
그냥
숨이 안 쉬어진다
흉통이 있다
근데
(진복) 심장이 아파?
만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손 하나가 쑥 들어와서
심장을 꽉 쥐었다 놓은 것처럼
[차분한 음악]
(진복) 네가 그만 만나자고 하게?
(영도) 예
그래야죠
두 시간짜리 영원
1분짜리 영원
그런 걸 믿고 싶었나 봐요
(다정) 그만 가야겠죠?
사람들이 찾기 전에
(영도) 음…
50분이니까
정각까지만 있다 갈까요?
이것도 '아비정전'에 나오는 건데
(다정) 그 영화에서 장국영이
(영도) 어
또 다정 씨 오빠?
아비가
수리진한테
1분간 시계를 보여 줘요
그 1분은 이제 영원히 기억될 거라고
(다정) 아비는
한 사람에게 정착하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나는 그 말이 그렇게 들렸거든요
'어차피 난 떠나겠지만'
'이 1분은 고스란히 너에게 줄게'
'누구한테 뺏길 일도 없고'
'없어지지도 않을'
'1분짜리 영원을'
'줄게'
(영도) '나는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
매우 그렇다
'내가 제일 두려운 건'
'그 사람이 나로 인해 상처받는 것이다'
매우 그렇다
'그 사람이 나 때문에 우는 건 죽기보다 싫다'
매우 그렇다
[다정의 한숨]
(다정) [힘없는 목소리로] 엄마 내가 아까 전화 못 받았지?
(미란) 응, 뭐, 그럴 수도 있지
어디야?
(다정) 이제 집에 왔어
(미란) 왜 목소리에 그렇게 힘이 없어?
(다정) 엄마, 있잖아
- (다정) 주영도 씨가… - (미란) 아!
영도가 강릉 왔었다고 말하지?
아직 안 했어?
서울 가서 너 보면 말한다고 했는데
무슨 이야기?
씁, 아니, 뭐
영도는 별말 안 했고 나 혼자 떠들었지
(미란) 뭐
'건강하게 오래오래 옆에 있어 줘야 최고다'
'아프지만 마라'
'아프면 내가 죽여 버린다'
[애잔한 음악] 근데 영도가 왜 아직 너한테 말 안 했을까?
영도하고 싸웠어?
[떨리는 목소리로] 엄마
정말 주영도 씨한테
아프지 말라고 했어?
그럼 뭐, 아프라고 해?
(다정) [울며] 왜 그랬어, 엄마
왜 그런 말을 해!
(미란)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왜 그랬어!
그 사람 아픈데
아파서 나도 안 보려고 저러고 있는데
엄마가 그런 말 하면 내가 그 사람 어떻게 잡아
왜 그랬어, 엄마!
[다정이 엉엉 운다]
다정아
너 괜찮아?
엄마, 나 안 괜찮아
화내서 미안해
갑자기 울어서 미안
엄마, 근데
(미란) 아니야
엄마 앞에서는 울어도 돼
내가 지금 서울 갈까?
엄마
근데
그 사람은
울면서 전화할 엄마도 없어
그 사람은 누구 앞에서 울어
나한테 그만 보자는 말도 못 할 거야
왜냐하면 저번에 한 번 나한테 그랬었는데
친구 하자고 그랬었는데
내가 막 찾아가서
두 시간짜리 영원도 괜찮다고…
엄마, 내가 잘못했나 봐
막
너무 좋아해 버려 가지고
엄마, 주영도 씨 어떡해
[연신 흐느낀다]
(미란) 다정아
다정아?
(주원) 내가 말한 거 진지하게 생각해 봐
꼭 네 병원 아니더라도
일할 덴 얼마든지 있는 거잖아
그 병원 운영만 신경 안 써도…
예, 선배
생각해 볼게요
(주원) 말로만 그러지 말고
(TV 속 남희) 뭔 소릴 하는 거야
어딜 간다는 거야, 그 꼴을 하고 [문이 쓱 열린다]
[슬픈 음악이 흘러나온다]
[슬픈 음악] 너를 위한 것이라면 믿겠느냐?
그게 왜 날 위한 거야?
나를 위한 거면 여기 있어야지
욕심이 생겼다
[울먹이며] 너와 함께 살고 늙어 가
주름진 손을 맞잡는
내가 내지 않아야 할 욕심
그게 왜 욕심이야
그냥 그렇게 하면 되는 거지
(남희) 안 돼, 가지 마
(가영) 부디 내가 가는 길을
너무 애통하게 생각하지 말아 다오
[울음 섞인 숨소리]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남희) 야
너 진짜 간 거야?
공주
야, 장난하지 마!
지, 진짜 간 거야?
아니지?
야
[울먹이며] 야, 네가 나 책임진다고 그랬잖아
진짜 간 거야?
야
야, 네 공책도 여기 있는데!
공주!
(가영) 나를 잊으시오
고맙습니다
(남희) [울며] 공주
짜장면 사 줄게!
[휴대전화 진동음]
(영도) 잠깐 3층에서 볼 수 있어요?
[무거운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다정) 옥상으로 올래요?
난 여기가 편한데
(영도) 나는 당신의 공간에
슬픔을 남겨 놓고 싶지는 않다
(다정) 나는 환한 곳에서
슬픔을 들키고 싶지 않다
(영도) 나는 힘든 기억으로 남고 싶지 않아서
(다정) 나는 힘든 오늘을 사는 사람이 가여워서
(영도) 나는 헤어지는 방법을 몰라서
(다정) 나는 울지 않을 방법을 몰라서
화를 내기로 한다
주영도 씨 되게 이상한 거 알아요?
왜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요?
그때
호텔은 왜 온 거였어요?
그냥 아프니까
다음에 보자고 하면 안 됐어요?
[한숨]
(다정) 헤어질 작정 하고
'마지막으로 5분 보고 떨어져라'
그런 거였어요?
[픽 웃는다]
나 그동안 뭐 한 거예요?
내가 손 놓으면
언제든지 끝나는 거였어요?
내 손에서 힘이 빠지면
미끄러지면
그냥 끝나는 거였어요?
결국은 내 걱정을 핑계 삼아서 도망가겠다는 거잖아요
무책임하고 비겁하고
남의 행복을 자기 마음대로 판단하고
강다정 씨는
그래서 나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
(영도) 내가 비겁하고
무책임하고
남을 멋대로 판단하는 쓰레기라서
강다정 씨 원래 그런 사람이잖아요
쓰레기 같은 사람만 좋아하는
[차분한 음악]
맞아요
나 원래 그런 사람인데
내가 이제 그런 거 안 하기로 해서요
너무 많이 해 봐서 재미도 없고
(영도)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해요
그게 다예요?
뭐, 더 할 말 있어요?
난 딱히 없는데
[한숨]
갈게요, 그럼
(다정) 그래도 이렇게 그냥 가면…
[한숨]
[물소리가 들린다]
(다정) 마음이
없었으면 좋겠다
마음이
다 말라비틀어지면 좋겠다
마음이
다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
[우당탕 소리가 들린다]
[물이 뚝 떨어진다]
[물소리가 탁 울린다]
[스위치를 달칵 누른다]
[울음 섞인 숨소리]
[헛기침]
[노크 소리가 들린다]
[한숨]
[문을 철컥 연다] [도어 록 작동음]
[흐느낀다]
[애잔한 음악] [문이 철컥 닫힌다]
[스위치를 달칵 누른다]
[훌쩍인다]
[가방을 툭 내려놓는다]
[흐느낀다]
[한숨]
[한숨]
[한숨]
[냉장고 문이 탁 닫힌다]
[물통을 탁 내려놓는다] [괴로운 숨소리]
[흐느낀다]
[훌쩍인다]
[숨을 후 내뱉는다]
[힘겨운 숨소리]
[한숨]
[흐느낀다]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힘겨운 숨소리]
[슬픈 음악] (다정) 이사 오고 겪은 일들
주영도 씨가 없었다면
내가 얼마나 무너졌을지 상상도 안 돼
내가 그거 다 견디고
목구멍의 칼도 꺼내게 도와줬는데
그런 사람이 나 버려 놓고 갈 때 마음이 어땠을까
나는 반창고 하나 못 붙여 준 게 너무 화나
나 때문에
딴것도 아니고 심장이 아프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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