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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해 우리는 16

 

 () '그러한 감정을 나열한  그의 그림은'

 

 '자신만의 세상에 갇힌'

 

 '어린아이의 낙서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통해

 

 내 인생이 한 줄로 평가되는 말이

 

 불쌍하더라네 인생이

 

 (누아뭐든 버리기 쉬운 만큼  네 인생은

 

 별거 아닌 거 같으니까

 

 그렇게 살면

 

 뭐가 남냐네 인생엔?

 

 [감성적인 음악]

 

 (이보다

 

 정확한 게 있을까요?

 

 [새가 지저귄다]

 

 (

 

 아무것도 안 하고  평화롭게 살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웃음]

 

 (연수선생님

 

 (연수너 전교 몇 등이야?

 

 () 267

 

 우리 전교생

 

 267

 

 그림은 그냥 취미로 할래

 

 알잖아

 

 낮에는 햇빛 아래 누워 있고

 

 밤엔 등불 아래  누워 있는 게 내 꿈인 거

 

 인생 피곤하게 사는 거 딱 싫다

 

 다시 그리지

 

 (교수최웅 자네는  욕심이 없나 봐?

 

 (저보다 더 간절한 학생한테  주세요그 기회는

 

 (지웅그림에 담긴  너의 생각이라든가

 

 작가로서 최웅의 삶이라든가

 

 다음 계획이라든가목표라든가  그런 거?

 

 [웅이 숨을 들이켠다]

 

 그런 거 없는데

 

 (제 인생은  늘 그런 식이었어요

 

 (손님1) 어유

 

 어유넌 좋겠다

 

 엄마 아빠가 이렇게  대단한 분들이라서

 

 (손님2)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손님3) 돈 걱정은 없으니까  뭔들 못 하겠어?

 

 [손님2의 웃음]  어유부럽다

 

 (그렇지  숟가락을 이렇게 딱 잡고

 

 밥을 이렇게 한술 딱 퍼 가지고

 

 건강하게 밥만 잘 먹으면 돼

 

 이렇게

 

 으음  [연옥의 웃음]

 

 - (그렇지그렇지  - (연옥그래

 

 아무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거만 하고 살아

 

 엄마 아빠가 바라는 건  그거 한 개뿐이야?

 

 (아들

 

 [호와 연옥의 놀란 숨소리]  - (연옥어유잘 먹어  - (그렇지

 

 [호의 웃음]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최선일 때가 있으니까요

 

 [연옥이 흐느낀다]

 

 원래 내 것이 아닌

 

 빌린 인생을 살아갈 때에는

 

 (연옥웅아

 

 엄마 얼굴도 그려 줄래?

 

 (웅아

 

 아빠 먼저 그려 줄래?

 

 (연옥웅아

 

 (으응웅아  아빠 먼저 그려 볼까?

 

 [연옥의 웃음]

 

 - (연옥웅아엄마 좀 그려 줘  - (웅아아빠 먼저 그려 줘

 

 (더는 욕심내지 않고  [연옥과 호가 말한다]

 

 그렇게 사는 게 나아요

 

 (연옥웅아

 

 엄만 언제 그려 줄 거야?

 

 (웅아  아빤 언제 그려 줄 거야?

 

 (연옥어유이 양반 주책이야

 

 엄마 그려 줘라?

 

 (여보내가 그려 줄게

 

 (연옥당신이  뭘 그릴 줄 알아?

 

 (됐어됐어  얘가 누굴 보고 배웠겠어?

 

 - (연옥나  - (우아

 

 (너무 좋다너무 이뻐

 

 좋아좋아가만있어가만있어

 

 지금 너무 좋다

 

 - (좋아좋아  - (연옥

 

 (저도 이 완벽한 가족에

 

 어울리는 아들이  되고 싶었으니까요

 

 [호가 말한다]

 

 부모에게 버려진 아들이 아니라

 

 () [흥얼거리며밖에  단체가 와서 정신이 없어요

 

 [연옥이 중얼거린다]  정신이 없어요

 

 (그러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호가 흥얼거린다]

 

 들키지 않을 수 있어요

 

 [가게가 떠들썩하다]  (라디오 속 진행자일련의  연구를 통해

 

 최근에는 환경보다는  유전적인 성향이

 

 기본적인 성격을 형성하는 데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론에 맞춰  미국의 유전자 지도 연구에서도

 

 현재 성격을 결정짓는 유전자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하는데요

 

 [라디오 전원음]

 

 (솔직히 나도 잘 몰라  [연옥이 말한다]

 

 [잔잔한 음악]

 

 (사실은

 

 내가 형편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걸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관심 없는 척 그렇게 살아왔어요

 

 그런데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네요

 

 그러니까 이젠

 

 아무것도 남지 않는 인생에  갇혀 버린

 

 정말

 

 형편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 거예요

 

 [탁 소리가 울린다]

 

 "파리 국립 건축 학교  입학 안내서"

 

 너랑 같이 가고 싶어

 

 가볍게 말하는 거 아니야

 

 그전부터 생각 많이 해 왔어

 

 물론

 

 너한텐 갑작스럽겠지만

 

 나 한 번만 믿고  따라와 주면 안 돼?

 

 역시

 

 관심이 없는 게 아니었구나

 

 그동안 내 인생이  한심해 보였을 거 알아

 

 그래서 이제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 보려고

 

 그런데

 

 네가 꼭 있어야 해

 

 나 혼자는 못 할 거 같아

 

 [망설이는 숨소리]

 

 근데

 

 이렇게 멀리 가는 건

 

 난 너 없으면 안 돼

 

 알잖아

 

 나랑 같이 가서  내 곁에 있어 주면 안 될까?

 

 내가 지금

 

 꽤 엉망이거든

 

 [잔잔한 음악]

 

 생각해 볼게

 

 시간 좀 줘

 

 천천히 생각해 볼게

 

 정말?

 

 (연수

 

 처음이잖아

 

 네가 하고 싶은 게 생긴 건

 

 내가 너무 나약해 보였으려나?

 

 [피식 웃는다]

 

 아니

 

 그리고 너 한심해 보였던 적  한 번도 없어

 

 넌 나보다 더 이룬 게 많잖아

 

 [옅은 웃음]

 

 [연수의 한숨]

 

 ?

 

 지금 뭐라고

 

 저와 함께 파리 본사로 가는 게  어떻냐고 물었습니다

 

 (도율제가 이번에  파리 본사로 가게 되면서

 

 제 팀을 다시 빌딩해야 되는데

 

 가장 먼저  국연수 씨가 떠올랐습니다

 

 그동안 진행해 온 프로젝트들  쭉 훑어봤는데

 

 아주 흥미롭더라고요

 

 왜 제가

 

 (도율저한테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국연수 씨

 

 저랑 함께 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숨]

 

 꽤 괜찮은 조건입니다

 

 [봉투를 툭 놓으며물론  국연수 씨가 능력이 있으시니까

 

 저도 아주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겁니다

 

 [당황한 웃음]

 

 감사합니다

 

 장도율 팀장님한테  이런 얘기 들으니까

 

 좀 기분이 묘하네요

 

 여전히 소시오패스 같아서요?

 

 [웃음]

 

 (도율그럼 저는 이만

 

 반려견 산책시킬 시간이라서요

 

 생각해 보시고 연락 주시죠

 

 [멀어지는 발걸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잔잔한 음악]

 

 (이훈그거  좋은 기회인 거 같던데

 

 아이장도율 팀장이  먼저 나 찾아와서

 

 다 얘기 들었어

 

 (이훈하여튼 그 친구도  사람 보는 눈이 기가 막히다니까

 

 어쨌든

 

 다른 생각 하지 말고  무조건 해 보자

 

 알았지?

 

 아니요저는

 

 (이훈연수야

 

 이거는

 

 진짜 너 아끼는 선배로서  하는 말이야

 

 안 놓쳤으면 좋겠어진심으로

 

 내가 다 봤잖아

 

 네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이번만큼은  다른 사람 생각하지 말고

 

 너만 생각해알았지?

 

 너도

 

 네가 원하는 대로  살아 봐야지안 그래?

 

 [한숨]

 

 (은호) [술 취한 목소리로어떻게  이렇게 해고할 수가 있어?

 

 내가 진짜 고용 노동부에  다 신고할 거야

 

 [울먹이며내가 그동안 쌓아 뒀던  모든 것들 다

 

 신고하고 고소할 거야

 

 안 그럴 거라는 거 알아

 

 최웅 나쁜 놈

 

 (은호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할 거면서

 

 나 없이 잘 먹고 잘 살아 봐라

 

 근데 어쩌겠냐?

 

 걔가 가고 싶다는데

 

 (솔이그렇게 슬프면 너도 따라가

 

 (은호아이따라오란 말도  안 했단 말이에요그 형이!

 

 나한테 물어봤으면

 

 내가 못 이기는 척  고민하는 척이라도 했을 텐데

 

 웃기는 형이야진짜이씨

 

 [은호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솔이근데 너  걔 따라가서 뭐 하려고?

 

 걔 가서 공부 더 할 거라면서?

 

 그럼 뭐걔 입장에서는

 

 나름 너 생각해 준 거네

 

 (은호아니

 

 이제 와서 내 인생 살라고 하면은

 

 내가 뭐이때까지

 

 내가 내 인생을뭐  안 살았다는 거야뭐야?

 

 그리고 내가 자기 없으면뭐  아무것도 못 하는 앤 줄 알아

 

 [은호가 술을 주르르 따른다]

 

 [은호가 술병을 탁 놓는다]  (솔이) [웃으며너 걔 없으면  뭐 할 건데?

 

 형 없으면

 

 형 없으면

 

 (은호) [흐느끼며형 없으면  안 되는데

 

 [엉엉 운다]

 

 [휴대전화 진동음]

 

 뭐야진짜

 

 [긴장되는 음악]

 

 [은호의 놀란 울음]

 

 (솔이?  [발을 탁탁 구른다]

 

 [은호가 엉엉 운다]  무슨 일인데?

 

 아이진짜

 

 (은호누나

 

 (솔이어디부터 눈물이고  어디부터 콧물이야?  [은호가 웅얼거린다]

 

 너 콧물 너무 많이 나오는데?

 

 - (은호퇴직금을…  - (솔이뭐라고?

 

 퇴직금

 

 퇴직금 왜퇴직금 안 준대?

 

 너무 많이 줬잖아

 

 [흥미로운 음악]

 

 [은호가 흐느낀다]

 

 [솔이의 놀란 비명]

 

 (솔이이게 뭐야!

 

 [솔이가 놀란다]

 

 [솔이의 떨리는 숨소리]

 

 은호

 

 딱히 할 거 없으면

 

 누나랑 동업하는 거에 대해서

 

 의견이 어떨까?

 

 그게 무슨 소리예요누나?

 

 저 동업 같은 거 안 해요

 

 (엔제이친구 할인은 받았으니까

 

 연예인 할인은 없어요?

 

 [웅이 피식 웃는다]

 

 원하시면 더 드릴 수 있는데

 

 (엔제이그럼 안 되죠

 

 작가님 그림 가치를 깎아내리는  말은 안 했으면 좋겠는데

 

 대단한 작품이라고  할 수도 없는데요

 

 (엔제이?

 

 지금 그 말은 내 안목이

 

 형편없다이런 말이에요?

 

 아니그게 아니라

 

 제가 작가님 그림  왜 좋아하는지 알아요?

 

 (엔제이계속 보다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왜 작가님 그림을 보면서  위로가 되는지

 

 구불구불한 선들을 보고 있으면

 

 [잔잔한 음악]

 

 이 사람 나처럼  불안함이 가득한 사람인가 싶었고

 

 변하지 않는 것만 그리겠다는  고집을 보면

 

 이 사람 나처럼  외로움이 많은 사람인가 싶었고

 

 그래도 저렇게 완성된 그림을  보고 있으면

 

 무지무지 따듯해요

 

 안정감 있고

 

 마치 누구보다

 

 내면은 단단한 사람처럼

 

 그래서 그게 뜻밖의 위로가 돼요

 

 나도 그럴 수 있다고  말해 주는 거 같아서

 

 이게

 

 작가님 작품에 대한 내 비평

 

 그러니까 이상한 사람들 말  듣지 말고 내 말 들어요

 

 내가 가장 많이 샀으니까

 

 [피식 웃는다]

 

 고마워요

 

 그런 말들이 뜻밖의 위로가 되네요

 

 우리 서로  위로를 주고받는 거 보니까

 

 우리 진짜 절친 됐다그렇죠?

 

 [웃음]

 

 [엔제이의 웃음]

 

 (엔제이아무튼

 

 떠난다고 하니까 아쉽네요

 

 유학 생활 그거 되게 외로운 건데

 

 (연수랑 같이 갈 거예요

 

 그래요?

 

 제가 연수 없으면 안 되거든요

 

 (엔제이

 

 국연수 씨가

 

 작가님 정말 많이 사랑하나 봐요

 

 자기 인생보다

 

 작가님 인생을  선택하겠다는 거니까

 

 그거 되게 쉬운 거 아니잖아요

 

 (연수할머니

 

 (자경

 

 (연수할머니 정말  나 없이 살 수 있어?

 

 (자경그럼

 

 당연하지

 

 (연수너무 빨리  대답하는 거 아니야?

 

 나 서운해

 

 (자경혼자서도

 

 할망구들이랑 할 게  얼마나 많은디

 

 (연수그러다가

 

 갑자기 또 쓰러지면  또 어떡하려고?

 

 (자경아이혈압 약  꼬박꼬박 챙겨 먹으면

 

 다 괜찮다잖여

 

 아이고

 

 그러니까

 

 너도 이 할미 걱정 그만하고

 

 너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어

 

 [잔잔한 음악]

 

 부탁하는 거여

 

 알겄어?

 

 [웃으며가자가자

 

 어구구가자

 

 (엔제이자기 인생보다

 

 작가님 인생을  선택하겠다는 거니까

 

 처음이잖아

 

 네가 하고 싶은 게 생긴 건

 

 [한숨]

 

 [한숨]

 

 (이훈너도

 

 네가 원하는 대로  살아 봐야지안 그래?

 

 (자경그러니까

 

 이 할미 걱정 그만하고

 

 너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어

 

 내가 하고 싶은 거

 

 [한숨]

 

 - (동일고맙습니다  - (종업원맛있게 드세요

 

 

 

 도대체 제가 그걸  왜 해야 되는데요?

 

 우리가 하는 거잖아그거

 

 인생의 순간을 기록해 주는 거

 

 그게 얼마나 값진 건지

 

 출연자들한텐  그렇게 닳도록 얘기를 해 놓고

 

 왜 넌 안 한다 그래?

 

 기록할 가치가 있어야 하죠

 

 [지웅의 한숨]

 

 (지웅나는요

 

 모르겠어요

 

 평생을 관심 없다  갑자기 죽는다고 찾아온 엄마도

 

 이 말도 안 되는 상황도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돼요?

 

 내가 그 사람을 위해서

 

 [떨리는 목소리로이걸  해야 된다는 게

 

 나는 진짜 모르겠다고요

 

 너를 위해서 하라는 거야

 

 남은 사람을 위해서라고

 

 그래도 결국 끝까지 그 기억을  가지고 살아야 할 사람은

 

 남은 사람일 테니까

 

 [한숨]  [잔을 탁 내려놓는다]

 

 

 

 너 어머니 돌아가시면  영정에 넣을 사진은 있냐?

 

 [잔잔한 음악]

 

 웃기지?

 

 맨날 카메라 들고 다니는 놈이

 

 제 엄마 사진 하나 없다는 게

 

 (동일나도 그거 하나  없어 가지고 간신히 찾은 게

 

 이상한 단체 사진이더라?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서  활짝 웃고 있는데

 

 [동일의 한숨]

 

 그래도 그게 어디라고

 

 가끔 생각날 때  그 사진 들여다보고 그래

 

 난 네가 무슨 사정이  있었는진 잘 모르겠지만

 

 미워하든 용서하든

 

 그건 나중 일이야

 

 다만 나는

 

 네가 지금 이 시간을

 

 그냥 놓치진 말길 바란다

 

 그게 다야

 

 [웅이 새근거린다]

 

 (연수웅아

 

 (?

 

 이따 저녁에

 

 솔이 언니네서 볼래?

 

 (그래

 

 [웅이 새근거린다]

 

 [잔잔한 음악]

 

 (이훈그래알겠어

 

 네 생각이 그런 거면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정말

 

 이 식당 사장님 부부는  참 손님을 불편하게 해

 

 이 손님은 너무 안 오니까

 

 왔을 때 많이 봐 둬야 해

 

 [웅과 연옥의 웃음]

 

 사랑하느라 바쁘신 분이

 

 (연옥여기까진 어쩐 일이시래?

 

 그냥

 

 엄마 밥 먹고 싶어서

 

 아이내가 애야?

 

 힘들 땐

 

 든든하게 먹어야 해

 

 나 힘들다고 한 적 없는데?

 

 그래도 엄만 다 알지

 

 [웃음]

 

 [한숨]

 

 우리 아들

 

 언제 이렇게 다 컸을까?

 

 [살짝 웃는다]

 

 엄마 알고 있었네?

 

 (연옥

 

 알고 있었지

 

 내가 알고 있다는 거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었어?

 

 달라질 게 뭐 있어?

 

 우리 아들

 

 누가 뭐래도 엄마 아들인데

 

 우리 웅이

 

 단 한 순간도

 

 엄마 아들 아닌 적 없었어

 

 (연옥엄마 아들 해 줘서 고마워

 

 이렇게 잘 자라 줘서도

 

 너무 고맙고

 

 나는

 

 [떨리는 숨소리]

 

 [울먹이며나는 내가

 

 엄마 아빠를 닮지 못할까 봐

 

 [잔잔한 음악]

 

 [훌쩍인다]

 

 엄마 아빠처럼  좋은 사람들 되지 못할까 봐

 

 [웅이 훌쩍인다]

 

 '내가 나쁜 사람은 아닐까'

 

 '부족한 사람은 아닐까'

 

 () '그래서 엄마 아빠가 나를'

 

 '실망하진 않을까'

 

 그게 제일 무서웠어

 

 [떨리는 목소리로어휴

 

 근데 어쩌지?

 

 엄마 아빠는

 

 한 번도 실망한 적 없는데

 

 [웅과 연옥이 훌쩍인다]

 

 너를 품에 안은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든 모습을 사랑했어

 

 [웅이 훌쩍인다]

 

 [휴지를 쓱쓱 뽑는다]

 

 [함께 살짝 웃는다]  [웅이 훌쩍인다]

 

 [연옥의 웃음]

 

 [함께 웃는다]

 

 [연옥이 훌쩍인다]

 

 엄마

 

 (연옥?

 

 (나는

 

 이제 내가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

 

 나는 우리 아들이 이제

 

 맘 편히 잘 잤으면 좋겠어

 

 [웃음]  [훌쩍인다]

 

 (연옥얼른 먹어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어

 

 [훌쩍인다]

 

 (PD) 엔제이 씨  오늘 마지막 인터뷰 진행할게요

 

 질문들은  여기 다 미리 준비해 뒀고요

 

 그냥 자연스럽게  얘기해 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오늘 마지막 촬영을  꼭 여기서 하고 싶었던 이유

 

 그것부터 말씀해 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엔제이감독님

 

 저 부탁드릴 게 있는데요

 

 

 

 뭐 어떤?

 

 [싹싹 소리가 난다]

 

 [추워하는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어휴

 

 많이 기다렸지?

 

 (연수아니야별로

 

 [웅의 추워하는 숨소리]

 

 밖에 많이 춥지?

 

 [솔이가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엄청 추워

 

 [웅의 힘주는 신음]

 

 아이좀 더 따듯하게  입고 다니라니까

 

 [연수가 피식 웃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연수내가 손 데워 놨어

 

 - 따듯해?  - (응  [문이 달칵 닫힌다]

 

 나 괜찮은데

 

 너 손 차가워져

 

 괜찮아

 

 [옅은 웃음]

 

 결정

 

 했나 보네?

 

 (연수

 

 [잔잔한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신발을 달그락 벗는다]

 

 [연수가 슬리퍼를 쓱쓱 신는다]

 

 

 

 하여튼

 

 꼭 나와 있지

 

 [가방을 툭 내려놓는다]

 

 [연수의 힘주는 숨소리]

 

 (연수할머니

 

 할머니가 그랬잖아

 

 이제 혼자 버티는 삶 그만하고

 

 곁에 사람도 두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재미나게 살라고

 

 그래서 나 이번엔

 

 정말 눈 딱 감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려고

 

 근데 있잖아할머니

 

 나 그렇게 살고 있었더라?

 

 나는 내가 항상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도

 

 한 번도 혼자인 적이 없었어

 

 [감성적인 음악]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솔이

 

 (연수왔어?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 어서 오세요  - (솔이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 (솔이오늘 내가  - (연수

 

 (솔이시나리오 뭐 하나를  구상을 해 봤거든?

 

 [연수가 호응한다]  아니네가 진짜 객관적으로  어떤지 한번

 

 (솔이나 어떡해사람들 앞에서  내 번호를 딱 물어보는 거야

 

 [키보드 조작음]  (솔이제목은  '전지적 사이코 시점'이야

 

 (솔이근데 그게 눈빛이  진짜 진실됐었어  [연수와 솔이가 대화한다]

 

 (이훈나 너한테  뭐 제안할 게 있는데

 

 선배저 지금 바빠서 시간이 없

 

 (이훈너 나랑 일 안 할래?

 

 죄송해요  제가 요새 여유가 없어서

 

 (이훈나 그냥  도와 달라는 거 아니고

 

 너한테 정식으로  스카우트 제의 하는 거야

 

 [봉투를 부스럭거리며내가 만든  회사에서 꽤 괜찮은 조건으로

 

 

 

 그리고 계약금 선금도 있어

 

 [이훈의 웃음]

 

 제가 뭐

 

 언제 선배한테 부탁한 적 있어요?

 

 아니나도 알아연수 너

 

 여유 가지고 취업 준비 하면  큰 회사 갈 수 있는 거

 

 (이훈우리 회사 작아작은데

 

 나 너한테 일 많이 시킬 거고

 

 뽑아 먹을 수 있는 거  다 뽑아 먹을 거야

 

 그러니까

 

 나는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투자를

 

 너한테 하고 있는 거라고

 

 이거 읽어 보고

 

 생각 바뀌면 연락 줘

 

 갈게

 

 

 

 커피 잘 마실게

 

 [살짝 웃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키보드 조작음]

 

 - (이훈연수야  

 

 (이훈이거 넣어야 돼  이거이거  [연수가 호응한다]

 

 이 부분이 중요한 거 같아

 

 알겠지?

 

 우린 컬래버로 살고  컬래버로 죽는 거야

 

 (예인팀장님!  [예인의 웃음]

 

 (명호팀장님!  오늘 PT 진짜 최고셨습니다

 

 [문소리가 달칵 난다]  (지운그렇게 깔끔한 PT  전 처음 봤어요

 

 (예인이번에도 저희가  따낼 수 있을 거 같아요

 

 - (예인팀장님 최고!  - (이훈국 팀장  [직원들의 환호]

 

 (이훈나 이제 놀라기도 지쳤잖아

 

 도대체 한계가 어디야?

 

 어디까지인 거야도대체?

 

 [이훈의 웃음]

 

 [직원들의 웃음]

 

 맞지맞지?

 

 [직원들이 떠들썩하다]

 

 - (명호회식회식회식!  - (이훈회식회식  [예인이 호응한다]

 

 (이훈가야지  [직원들의 환호]

 

 (연수내 인생  별거 없다고 생각했는데

 

 꽤 괜찮은 순간들이

 

 항상 있었어

 

 (연수내 인생을  초라하게 만든 건

 

 나 하나였나 봐

 

 할머니

 

 나 안 가

 

 웅아

 

 (연수나 내 인생이

 

 처음으로 좋아지기 시작했어

 

 처음으로

 

 내가 살아온 길이 뚜렷하게 보여

 

 그래서

 

 좀 더 이렇게 살아 보고 싶어

 

 나는 내 삶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게 내가 원했던 삶이었구나 싶어

 

 그래서

 

 좀 더 지금을 돌아보면서  살고 싶어

 

 왜 말이 없어?

 

 (얼마나 걸릴까 생각했어

 

 (연수뭐가?

 

 내가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면

 

 얼마나 더 걸릴까 하는 생각?

 

 그게 무슨 말이야?

 

 [잔잔한 음악]

 

 너는 내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멋진 사람인데

 

 나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낭비해 왔잖아

 

 그런데 연수야

 

 나는 이제야  내가 뭘 해야 될지가 보여

 

 내가 뭘 하고 싶었는지

 

 (내가 뭘 원하는지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

 

 [한숨]

 

 그래서

 

 나는

 

 (연수괜찮아웅아

 

 [연수의 떨리는 숨소리]

 

 다녀와

 

 그래도 우리 괜찮아

 

 [잔잔한 음악]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연수

 

 변하지도 않을 거고

 

 (연수

 

 꼭 다시 돌아올 거야

 

 (연수

 

 그러니까

 

 나 좀 꼭 기다려 줘

 

 [살짝 웃는다]

 

 [문이 스르륵 열린다]

 

 [문소리가 스르륵 난다]

 

 왔으면 들어와

 

 왜 그러고 서 있어?

 

 엄마랑 저의 거리는  항상 이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러시는 이유가 뭐예요?

 

 내 인생

 

 이대로 가는 게 너무 억울해

 

 (지웅 모세상에 왔다 간  흔적도 하나 없이

 

 이대로 가는 건 너무

 

 억울하잖아

 

 끝까지 엄만

 

 (지웅엄마만 생각하네요

 

 끝까지

 

 [떨리는 목소리로자격 없는  엄마 할게

 

 (지웅 모그러니까 넌

 

 행여나 마음 쓰지 마

 

 그냥 적당히

 

 안쓰러워하고

 

 적당히

 

 가끔 보고

 

 지내자

 

 (지웅말이 안 맞잖아

 

 그럼 이렇게 찾아온 게  말이 안 되잖아

 

 그냥 그렇게 지낼 거면

 

 찾아오질 말았어야지

 

 무슨 말이라도 좀

 

 해 봐요

 

 제발

 

 (지웅 모그땐

 

 내 마음에 든 병 하나로도 벅차서

 

 그래서 어쩔 수 없었어

 

 같이 있으면

 

 너한테

 

 내 불행을

 

 옮길 거 같아서

 

 가끔

 

 밖에서 보이는 네 모습은

 

 너무 밝은 아이인데

 

 네가 나랑 같이 있으면

 

 같이 나락으로 떨어질까 그게

 

 [감성적인 음악]

 

 너무 무서웠어그래서

 

 내가 너를

 

 안아 주지 못했어

 

 (지웅) [떨리는 목소리로]  나 엄마 용서 안 해요

 

 아니

 

 못 해요

 

 (지웅 모그래

 

 엄마가 힘들었다고

 

 나한테 그래도 되는 건 아니잖아

 

 맞아

 

 그래도

 

 엄마는 엄마고

 

 (지웅) [울먹이며나는

 

 [떨리는 숨소리]

 

 나는 어린애였잖아

 

 어떻게 엄마가 자식한테 그래?

 

 맞아

 

 어떻게 이렇게 찾아와서

 

 죽는다는 말을 해?

 

 (지웅나 엄마

 

 용서 못 해

 

 절대 안 해

 

 [떨리는 숨소리]

 

 (지웅 모그래

 

 그런데요

 

 혹시라도 나중에

 

 내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잖아

 

 (지웅그러니까

 

 좀 더 살아 봐요

 

 엄마도 나도

 

 다시 살아 봐도 되잖아

 

 우리도 남의 인생에 기대지 말고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우리 그렇게 살아 보자고

 

 [한숨]

 

 (스물아홉이었어요

 

 그때 우리가

 

 그 모든 일들이 벌어졌던 때가

 

 그리고

 

 저는 곧 떠날 준비를 했어요

 

 [밝은 음악]  [한숨]

 

 부모님께도 바로 말씀드렸고요

 

 이번 달 말에 가게 됐어

 

 (연옥아유

 

 여보

 

 () [웃으며그런데

 

 의외로 아빠가 삐져서

 

 한동안 절 안 보더라고요

 

 아니있을 땐 그렇게 구박하더니

 

 [한숨]

 

 [터치 패드 조작음]  [키보드 조작음]

 

 [컴퓨터 알림음]

 

 [웅의 웃음]

 

 또 크게 삐졌던 구은호는

 

 메일로 60페이지짜리 문서를  보내왔어요

 

 [피식 웃는다]

 

 

 

 김지웅은 바쁘더라고요

 

 촬영을 당하는 중이래요

 

 (지웅저는

 

 그러니까

 

 선배이거 질문이 뭐였죠?

 

 어린 시절

 

 어머니와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  뭐냐고 물었습니다김지웅 씨

 

 [지웅 모가 피식 웃는다]

 

 (동일

 

 

 

 (지웅기억에 남는 거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인가?

 

 

 

 엄마랑 낮에 시장을 갔다가  떡볶이를 먹었어요

 

 그때가 아마

 

 엄마가 유일하게  하루 쉬는 날이었을 거예요

 

 [웃음]

 

 같이 손잡고 시장을 걷고 있으면

 

 기분이 꽤 좋았거든요

 

 [편안한 음악]  (

 

 맨날 관찰자 어쩌고 하더니

 

 드디어 역지사지  정의 구현이 된 거죠

 

 [힘주는 숨소리]

 

 (TV 속 엔제이여러분이  꼭 잊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엔제이 님은  [TV 속 엔제이가 말한다]

 

 또 한 번 큰 사고를 쳤어요

 

 팬분들께 씩씩한 모습만  보이고 싶었는데

 

 그게 저를 많이 병들게 만들었어요

 

 () 30분짜리  무편집 인터뷰 영상이  [TV 속 엔제이가 말한다]

 

 어느 날 갑자기 공개가 됐거든요

 

 이제 서로 그런 친구가 돼요

 

 (또 욕을 많이 먹는 거 같은데  [한숨]

 

 그만큼 응원도  많이 받는 거 같더라고요

 

 그리고 연수와는

 

 (연수웅아!

 

 [감성적인 음악]

 

 [연수의 웃음]

 

 - 안 추웠어?  - (

 

 - 오래 기다렸지?  - (아니

 

 (연수가자

 

 (최고의 시간들을 보냈어요

 

 [멀리서 개가 짖는다]

 

 - (됐어?  - (연수

 

 [함께 웃는다]

 

 (매일 같은 하루들을

 

 (연수근데

 

 너 물 뿌리는 거  진짜 연습했던 거야?

 

 (그거 내가 원래  한 바가지 뿌리려 그랬는데

 

 참은 거야

 

 또 그러기만 해 봐

 

 (연수그러니까  또 궁금해지긴 하네?

 

 [웅의 당황한 숨소리]

 

 (아이그 말 취소

 

 또 그러지 마절대 그러지 마

 

 이제 '만약에없어

 

 나 그 '만약에'  한 번만 더 물어보면 안 돼?

 

 - !  - (연수만약에 말이야

 

 (연수) [웃으며네가 만약에…  [웅의 힘주는 숨소리]

 

 (하루도 빠짐없이  [연수와 웅이 아웅다웅한다]

 

 완전하게

 

 그리고

 

 출국 날은 꽤 빠르게 다가왔어요  [호가 말한다]

 

 (큰일 났다큰일 났어

 

 - (왜요?  - 어유

 

 (아니야큰일 났다고  야큰일 났어!

 

 (?

 

 - 왜요?  - (기름이 없어

 

 (기름 넣고 가면  우리 늦어

 

 그러면 늦어서 안 되니까

 

 그냥 안 가는 걸로 하자아들

 

 아빠기름 가득인 거  다 보이거든요?

 

 (그리고 아직 시간 넉넉해

 

 

 

 나 잠깐 어디 갔다 올 데가 있어서

 

 내려서 기다려라

 

 아들

 

 (너 그러면 갔다가

 

 오지 마그냥 오지 말고

 

 우리 그냥  비행기 놓치자아들?

 

 빨리 갔다 올게

 

 [차 문을 톡톡 친다]

 

 [잔잔한 음악]

 

 (새로운 시작을 위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있었거든요

 

 내 인생을 따라다니던

 

 과거와 마주하는 것

 

 그리고 똑똑히 말해 주려고요

 

 더 이상 상처받을 것도

 

 피할 것도

 

 미안할 것도 없다고

 

 이만하면 됐으니

 

 그렇게 각자의 인생에서  놓아주자고

 

 (연수그렇게 최웅은

 

 겨울이 끝날 때쯤 떠났어요

 

 저야 뭐괜찮았어요

 

 저는 성숙한 연애를  지향하는 사람이니까

 

 [술 취한 말투로웅이 보고 싶어

 

 웅이  [경쾌한 음악]

 

 [흐느끼며웅이웅아

 

 [연수가 엉엉 운다]  (솔이지구대에 연락 좀 해 줄래?

 

 [은호의 한숨]  저년 저거 내가 오늘  어떻게든 처넣는다진짜

 

 웅아웅아

 

 나 웅이

 

 (연수물론  [연수가 술주정한다]

 

 가끔  [솔이가 말한다]

 

 아주 가끔은

 

 [은호와 솔이가 말한다]  무너질 때도 있었지만

 

 (연수만약에 말이야

 

 (연수옆집 여자 유학생이

 

 너한테 버터를 빌려 달라고  방문을 두드리면

 

 그땐 어떻게 해야 되지?

 

 [웅의 생각하는 숨소리]

 

 (문 잠그고  경찰에 신고할 거야

 

 (연수그렇지

 

 [연수의 흡족한 웃음]

 

 그럼 만약에 말이야

 

 같은 학교 다니는 여자 학생이

 

 너한테 프랑스어를 알려 주겠다고  막 접근을 해  [웅이 잔을 달그락거린다]

 

 그럼 그때 어떻게 해야 되지?

 

 (귀에 꽂은 통역기  보여 줄 거야

 

 (연수좋아

 

 아주 좋아최웅?  [웅의 웃음]

 

 그럼 만약에 말이야  카페에 갔는데

 

 (연수나름 순탄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연수예인 씨

 

 아까 PT 자료  팀원들한테 공유 좀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문이 달칵 닫힌다]

 

 아이다들 뭐야진짜?

 

 (이훈아니다들  이렇게 일을 잘하면

 

 진짜 나보고뭐  어떻게 감당하라고더 이상?

 

 [직원들의 웃음]

 

 너무 좋다

 

 나 이제 못 참겠어  그럼 오늘 우리

 

 (연수안 합니다회식

 

 나 말도 안 했는데?

 

 저희 어제도 회식했잖아요

 

 자꾸 이러시면  다시 회식 금지령 내립니다

 

 '다시 금지령 내립니다'

 

 (이훈어이구  [이훈의 웃음]

 

 그럼 오늘 말고  우리 내일 어때내일?

 

 (명호내일은 토요일

 

 (이훈그래그러면 우리 딱

 

 돌아오는 월요일 날  딱 하면 되겠다그렇지?

 

 (예인저희 미팅 있잖아요  그대표님 빼고

 

 (이훈아  [이훈의 웃음]

 

 나 빼고?

 

 [잔잔한 음악]

 

 이미 예약을 했어미팅

 

 나 빼고 예약을 했다는데  아알고 있었나?

 

 [이훈이 말한다]  (연수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지내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꽤 빠르게 흘러갔으니까요

 

 [연수의 한숨]

 

 아니그러니까

 

 왜 그렇게 술을 취할 때까지  마시냐고남의 나라에서

 

 너 그게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알아?

 

 [잔소리한다]  (연수물론

 

 위태로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하루 종일  연락이 없다 이거지최웅?

 

 

 

 전화 오기만 해 봐  내가 받나 봐라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웅이?

 

 (기다렸어?

 

 [어색하게 웃으며아니  나 안 기다렸는데?

 

 내가연락을?

 

 아니전혀

 

 [코를 훌쩍인다]  (미안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아서

 

 최웅

 

 내가 장거리 연애의 핵심은  연락이라고 했지?

 

 너 이런 게 쌓이면

 

 되게 서운하고  오해가 생길 수가 있어

 

 [웅의 웃음]

 

 (알았어퇴근 중이야?

 

 너는?

 

 집이야?

 

 잠은잠은 잘 잤어?

 

 밥은밥은 잘 챙겨 먹었고?

 

 (매일 물어보는 건데  안 지겨워?

 

 지겨워?

 

 너 내가 지겨워최웅?

 

 (아이아니  그런 말이 아니잖아

 

 어휴국연수

 

 갈수록 너무 자주 삐지는 거 같아

 

 나 요새 속 좁아졌어

 

 진짜 이럴 줄 알았으면

 

 너 잠깐 들어왔을 때  여권 내가 숨겨 두는 건데

 

 [웅의 웃음]

 

 (애교도 더 많아지고

 

 [한숨]

 

 보고 싶다최웅

 

 뭐야?

 

 뭐야왜 말이 없어?

 

 (연수야

 

 생각해 보니까

 

 내가 못 하고 온 말이 있더라고

 

 뭔데?

 

 뭐라고?

 

 (들었잖아

 

 아니나 못 들었어

 

 빨리 다시 얘기해 봐

 

 (사랑해

 

 

 

 너 그 말 하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린 줄 알아?

 

 아니

 

 지금까지 한 번을 안 한 거야?

 

 (사랑해

 

 연수야

 

 [떨리는 목소리로진짜  최웅 멍청이

 

 그런 건 얼굴 보고 해야지

 

 너 진짜이씨

 

 (알겠어

 

 그럼 뒤돌아봐

 

 [감성적인 음악]

 

 

 

 국연수

 

 사랑해

 

 [옅은 웃음]

 

 네가 여기 왜

 

 더 보고 싶은 사람이 와야지  뭐 어쩌겠어?

 

 그렇다고 갑자기

 

 지금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서

 

 [웅의 한숨]

 

 (

 

 이 장거리 생각보다 힘들어서  못 해 먹겠다

 

 (연수그러니까 빨리 끝내고 와

 

 거기는 뭐월반 같은 거 없어?

 

 몰라

 

 (연수좀 더 열심히 해서

 

 조기 졸업 같은 거  할 생각을 해야지

 

 너 이렇게  자꾸 왔다 갔다 해 가지고

 

 언제 공부 끝내고 언제 돌아올래?

 

 국연수

 

 이 상황에  또 그런 얘기 하고 싶냐?

 

 다 우릴 위해서 하는 얘기잖아

 

 (연수가끔은 이렇게

 

 말도 안 되게  환상적인 순간들도 있으니까

 

 그해들을

 

 우린 무사히 보낼 수가 있었고

 

 그리고 정말 약속대로

 

 최웅은

 

 너무 늦지 않게 다시 돌아왔어요

 

 [새가 지저귄다]

 

 [솔이의 힘주는 신음]

 

 [힘주는 신음]  (은호누나

 

 누나!

 

 이솔

 

 (솔이이게 또

 

 [문이 달칵 닫힌다]  너 자꾸 말이 짧아진다?

 

 (은호우리 지금 빨리 가야 돼요  늦었어요

 

 [은호의 힘주는 숨소리]

 

 (솔이아저씨아줌마  먼저 가셨어?

 

 벌써 출발했대요

 

 우리도 빨리 가야 돼

 

 (은호나와 봐요누나

 

 [은호의 힘주는 신음]

 

 [발랄한 음악]

 

 - 은호 운동했니?  - (은호?

 

 (은호이 정도는 기본이죠

 

 누나빨리 정리하고 나와요  나 시동 걸고 있을게

 

 (솔이

 

 

 

 사람을 가지고 노는 게  보통이 아닌 놈이야저거

 

 분명히 나 좋아하는데?

 

 왜 자꾸  아무 짓도 안 하는 거야?

 

 (은호이솔!

 

 (솔이이씨

 

 너 자꾸 말이 짧아진다?

 

 (채란최웅 씨 부모님  대단하신 분들이셨네요

 

 그렇게 꾸준히 기부를 해 온 거면  금액이 상당할 텐데

 

 (지웅그러게

 

 나도 몰랐던 거라

 

 새삼 다시 한번 존경하게 되네

 

 [지웅이 피식 웃는다]

 

 그럼 오늘 국연수 씨도 오세요?

 

 (지웅) [웃으며그렇지

 

 (채란괜찮으세요?

 

 그래도 실연당했던 사람으로서

 

 [웃음]

 

 (지웅너 진짜  끊임없이 짚어 준다

 

 고맙다정말

 

 잊을 틈이 없게 해 주네

 

 사람들이 네가 나 닮아 간다는데

 

 이런 건 좀 닮지 마?

 

 그런데요선배

 

 ?

 

 (채란지금은 좀  괜찮아지신 거 같아서

 

 하는 말인데요

 

 저 선배 좋아해요

 

 [편안한 음악]

 

 사람들이 선배 닮아 간다니까  하는 말이에요

 

 선배는 고백도 못 해 봤잖아요

 

 그런 건 닮기 싫어서요

 

 [당황한 숨소리]

 

 그냥 그렇다고요

 

 [채란이 피식 웃는다]  [지웅의 헛기침]

 

 [경쾌한 피아노 연주]

 

 (여자이민아이제 와

 

 (은호누나  [솔이의 힘주는 신음]

 

 우리 오늘 저녁 뭐 먹어요?

 

 (솔이뭘 새삼스럽게  그런 걸 물어봐?

 

 [솔이가 책을 툭 놓는다]  (은호아이데이트하자고요

 

 [솔이가 책들을 툭 놓는다]

 

 (솔이난 준비됐어

 

 [은호와 솔이의 헛기침]

 

 [은호가 숨을 씁 들이켠다]  그래서 운동 열심히 했구나?

 

 (

 

 아무튼 반갑습니다

 

 그리고 진짜 부끄럽습니다

 

 진짜 별것도 아닌데

 

 아무튼 뭐같이 어울려 사는  이 세상에서

 

 인제 마땅히 해야 될 일을  아주 그냥 쪼끔 뭐이렇게

 

 아유부끄럽습니다아무튼

 

 이제 저희 애가 아주  책을 엄청 좋아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주 끼고 살았습니다

 

 저를 닮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애들 모두가 인제 책을  아주 원 없이

 

 - (읽어 봤으믄 좋…  - (연옥웅아!

 

 (아이고나 증말

 

 (연옥왜 이제 왔어?  일찍 와서 좀 도우라니까

 

 (나 아침부터 나와서  이거 책 나르고 있었는데?

 

 - (연옥그랬어?  - (

 

 [연옥의 웃음]  (아주 우리 웅이만 오면  그냥 NG

 

 그냥 맨날 NG

 

 (지웅또 못 잤냐?  [발랄한 음악]

 

 너 돼지고기를  몇 시간 재운다 그랬지?

 

 (지웅몰라여덟 시간?

 

 난 열 시간 잤어

 

 (돼지고기보다 더 많이 잤지

 

 - (연옥아이고잘했네!  - (연수안녕하세요!  [호의 웃음]

 

 - (호와 연옥연수야  - (연수왔어?

 

 (연옥어유넌 오지 말라니까  [연수의 웃음]

 

 피곤한데 주말은 쉬어야지

 

 (연수괜찮아요당연히 와야죠

 

 이거 어디다 두면 돼요?

 

 (연옥) 2층  [연수와 연옥의 웃음]

 

 (연수야  그거 웅이 다 줘 버려그냥

 

 - (연옥얼른  - (연수) [웃으며괜찮아요  [호의 웃음]

 

 [피식 웃는다]

 

 [하품]

 

 [연수의 못마땅한 숨소리]

 

 너 요새  너무 많이 자는 거 아니야?

 

 곧 전시 시작하면 잠도 못 잘 텐데

 

 쉴 수 있을 때 쉬는 게 좋지

 

 (이거 언제 다 꽂냐?

 

 (연수귀찮다고 대충 꽂지 말고

 

 순서대로 제대로 꽂아

 

 지켜본다?

 

 [힘주는 숨소리]

 

 [책을 쓱 뺀다]

 

 (그런데 우리 이러고 있으니까

 

 꼭 고등학교 때 생각난다그렇지?

 

 그러기에 너무 오래되지 않았어?

 

 [연수가 책을 탁 정리한다]  (아니야

 

 그래도 나한텐  어제처럼 선명한 기억이야

 

 사실

 

 나도

 

 너 사실대로 말해 봐

 

 ?

 

 너 사실

 

 나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지?

 

 [연수의 코웃음]

 

 (연수최웅 또 자기 멋대로  기억 조작하고 있네

 

 (?

 

 아니야너  눈빛부터가 달랐어그때

 

 (연수웃기지 마

 

 너야말로

 

 나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한 거 아니야?

 

 너 일부러  그래서 나 따라다녔지?

 

 내가 너  처음 봤을 때가 언제였더라?

 

 다큐 찍는 날이었나?

 

 - 야  - (아니면 그 전이었나?

 

 너 일부러 기억  못 하고 있는 척하는 거 다 알아

 

 [연수가 부스럭거린다]

 

 (연수

 

 하나도 안 꽂고  뭐 하고 있는 거야지금?

 

 그림을 왜 그려?

 

 네가 애야?

 

 [책장을 사락 넘기며뭐 그리고  있는 거야?

 

 (사람들은

 

 [감성적인 음악]

 

 누구나 잊지 못하는  그해가 있다고 해요

 

 그 기억으로  모든 해를 살아갈 만큼

 

 오래도록 소중한

 

 [웅의 헛기침]

 

 연수야

 

 (그리고 우리에게 그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결혼하자

 

 우리

 

 [새가 지저귄다]

 

 [달그락거린다]

 

 [함께 웃는다]

 

 [달그락 소리가 연신 난다]

 

 (지웅촬영하자

 

 (연수?

 

 뭐 하라고?

 

 촬영해야 된다고너희

 

 (미쳤냐그걸 다시 찍게

 

 너희 지난번 다큐도  또 역주행 중이야

 

 (지웅그러니까 결혼을 왜 했어?

 

 사람들이 결혼 생활  보고 싶어 하잖아

 

 (연수아니뭐  우리는 뭐사생활은 없는 거야?

 

 (우리가 뭐보여 달라면  다 보여 주는 뭐노예냐?

 

 (함께안녕하세요

 

 최웅

 

 국연수

 

 [연수의 옅은 웃음]

 

 (연수하나

 

 (함께부부입니다

 

 [감성적인 음악]  [연수의 웃음]

 


 


.그 해 우리는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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