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우리는 3
하, 싫어하는 거요?
여전히 국연수요
제가 걔를 싫어하는 이유는 한 열 가지도 댈 수 있어요
(웅) 우선 알다시피 국연수는 굉장히 이기적이에요
(학생1) 연수야
나 지난번 필기 좀 보여 줄 수 있을까?
아, 그거 시험에 나오는 거라며
그 부분 필기한 사람 너밖에 없단 말이야
(학생2) 내일 시험인데 우리 다 같이 살아야지
잠깐만 보고 바로 돌려줄게
[한숨]
[흥미로운 음악]
[연수가 종이를 바스락 구긴다]
(연수) 어쩌지? 이제 나도 없는데
그만 가 줄래?
(학생1) 진짜 재수 없는 건 알았는데, 와
[학생1이 구시렁댄다]
(연수) 3장 발표를 맡은 2조 조장 국연수입니다
저희 조 팀원은
[마우스 클릭음] [키보드 조작음]
[무거운 효과음]
없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학생들이 술렁거린다]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저희 조가 발표할 내용은
12편 '오심' 부분에 대한 내용입니다
(웅) 그리고 사회성이 부족…
아니, 없어요, 그냥 없어요
[웅의 시원한 탄성]
오늘 우리 취할 때까지 마시자
내가 잘 데려다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왜 네가 나 데려다줄 거라고 생각해?
그야 내가 더 잘 마시니까
해본 적 없잖아
아이, 그래도 내가 남자니까
해보자
[흥미로운 음악] (웅) 어?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술을 조르르 따른다] (웅) 뭐든 무조건 이기려고만 하는
[연수가 술병을 탁 놓는다] 진심이야?
[연수가 잔을 탁 놓는다]
[난감한 숨소리]
(웅) 야, 야, 야, 저기 [술을 조르르 따른다]
재밌게 술 마시러 와서 왜 경쟁이야?
비워
[잔이 쨍 부딪는다]
(웅) 야, 야, 야 네가 이겼다고 해, 그만해
(웅) 피곤하고 쓸데없는 승부욕에
[웅의 한숨] (연수) 선배 같지도 않은 게 뭔 선배라고, 참
[흥미로운 음악] 아, 웃기고 있네, 어?
고작 있는 게 그 선배라는 뭣도 아닌 벼슬이에요?
(학생3) 뭐?
이게 오냐오냐하니까 진짜…
(연수) 오냐오냐? 뭐, 언제 오냐오냐했는데?
내가 니가 키우는 강아지냐? 어?
- (연수) 니 손주냐? - (학생4) '니'?
- (학생3) '니'라고 했냐? - (웅) 죄송합니다
- (연수) 야 - 얘가 지금 흥분해서…
(연수) 네가 왜 죄송해? 비켜
다시 얘기해 봐요
(웅) 싸움이란 싸움은 다 걸고 다니는 안하무인인 데다 [연수가 따진다]
(학생3) 나와 봐 [웅의 아파하는 신음]
(웅) 고집은, 고집은 얼마나 센지 [웅의 한숨]
아이, 미쳤냐?
이 머리를 내가 어떻게 해?
(연수) 왜? 못 할 건 뭐야?
아, 내가 이 뽀글 머리가 어울릴 거 같아?
[입소리를 쯧 내며] 그러게 왜 이렇게 안 생겼대?
(웅) 뭐라고?
(연수) 이렇게 해 주세요
(미용사) 이 학생 머리에는 이렇게 하기엔 너무 짧은데?
(연수) 괜찮아요, 그냥 해 주세요
야, 왜 내 머리를 네 마음대로 정해?
(연수) 어제부터 내 이상형이 이 머리가 잘 어울리는 남자거든
(웅) 아, 안 해
(연수) 이렇게 해 주세요
[부드러운 음악] [미용사의 한숨]
[웅의 한숨] (연수) 음
(웅) 하기로 마음먹은 건 무조건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이코예요 [웅의 한숨]
(웅) 진짜 오늘만 빼면 안 돼?
(연수) 안 돼
[달그락거리며] 엄청 중요한 일도 아닌데 알바를 왜 빼?
(웅) 아이, 오늘이 벚꽃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래
응? [연수의 힘주는 숨소리]
진짜진짜 마지막이래 내일 비 온대
(연수) 아이, 그러니까
벚꽃 그거 보러 뭐, 거기까지 가냐고, 어?
다음에 가, 내년에
아이, 작년에도 내년에 가자며?
올해가 내년인데 왜 안 가?
(웅) 그리고 지금 벚꽃 질 때라 제일 예쁘단 말이야
(연수) 어? 질 때 예쁜 꽃을 뭐 하러 봐?
향기도 안 나는
그저 방사형으로 뭉쳐서 피는 쓸모없는 꽃일 뿐이야
[한숨]
(웅) 또 애가 낭만이라고는 코딱지만큼도 없어요
[매미 울음] 음…
또 몇 개 남았죠?
- (웅) 어? 야, 국연수! - (연수) 어
(웅) 야, 너 나랑 같이 점심 먹기로 했잖아
아, 어, 친구랑 먹어
나 이거 과제 수정할 거 있어서 도서관 가야 돼
어?
나 너랑 점심 먹으려고 수업도 없는데 나왔는데?
(연수) 얘랑 먹어 나 이거 중요한 과제야
간다, 이따 연락할게
야
(웅) 항상 중요한 게 얼마나 많은지
[웅의 한숨] 매번 제멋대로인 것도 아주 싫어요
(학생5) 쟤가 네 여친이라고?
와, 쟤였어?
아, 쟤 완전 유명하잖아
아이, 뭐, 예쁘긴 한데
성격이 완전…
어휴, 저런 애랑 어떻게 사귀냐?
(웅) 야
네가 국연수에 대해서 뭘 알아?
(학생5) 어?
함부로 지껄이지 마
아무것도 모르면서
(웅) 그리고 또 싫은 건
[편안한 음악]
[연수가 종이를 쓱쓱 편다]
(연수) 여기랑 [웅이 호응한다]
그리고 여기 꼭 나오니까 여러 번 보고
그리고 이거 전체 세 번은 반복해서 돌려
(웅) 응
(연수) 지켜본다
[웅의 당황한 숨소리]
(웅) 남들은 모르는 국연수의 모습을
나만 알고 있다는 거예요
(연수) 최웅이랑 둘이 노는 거보다
여기 있는 게 훨씬 재밌어요
[연옥과 연수의 웃음]
(연옥) 하긴 웅이 쟤가 막 재밌고 그렇진 않아, 그렇지?
- (연수) 노잼이에요, 노잼 - (연옥) 노잼?
(연수) 요새 재미없는 애를 노잼이라고 하거든요?
[연옥의 탄성]
(웅) 엄마, 다 들리는데?
(연옥) 아유 [연수의 웃음]
노잼 씨 귀는 밝아
노잼 씨, 고마워요
(웅) 예 [연옥의 웃음]
(연옥) 아이고, 이거 먹고 하자
[연옥의 웃음]
[풀벌레 울음]
[웅의 술 취한 신음]
(연수) 업혀
[웅의 힘주는 신음]
[매미 울음]
(연수) 진짜 한 번만 더 최웅한테 그딴 식으로 하면
가만 안 둬요
애 착하다고 만만하게 보고
이거저거 시켜 가면서 뺑뺑이 돌린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요?
씨, 어디 한번 또 건드려 보든가
미친년이 뭔지 보여 줄 테니까
[멀리서 개가 짖는다] [숨을 후 내뱉는다]
[한숨]
(웅) 늦었는데 왜 나오라고 해?
(연수) 삐졌냐?
(웅) 내가? 뭐가? 왜?
삐져? 아니
[연수가 피식 웃는다]
(연수) 점심 맨날 같이 먹는 거, 뭐
하루 안 먹었다고 삐지고 그래?
글쎄
정확하게 말하면 한 번은 아닐걸?
쪼잔하게 그거 다 세고 있었냐?
쪼잔?
너 지금 쪼잔이라고 했냐?
뭐가? 왜?
[잔잔한 음악]
(연수) 벚꽃 봤다, 우리
(웅) 이런 모습들은 나만 보여 줘서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요
그리고 아홉 번째 이유
그렇게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놓고
(웅) 우리가
왜 헤어져?
(웅)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할 때
넌 꼭 힘들 때 나부터 버리더라?
(웅) 국연수는 저를 가장 높은 곳으로 데려가
내가 그렇게 제일 버리기 쉬운 거냐?
(웅) 네가 가진 것 중에
(연수) 아니
(웅) 거기서 저를 떨어트려요
(연수) 내가 버릴 수 있는 거
너밖에 없어
[감성적인 음악]
(웅) 가장 잔인하게
(웅) 내가 유치하게 안 굴고 진지했으면?
감당할 순 있었고?
만약에 진지하게 굴었으면
어떻게 했을 건데?
[한숨]
(누리꾼1) 국연수 지인입니다
(누리꾼1)
(누리꾼1)
[흥미로운 음악]
(은호)
(은호) 님 뇌피셜인 듯?
[태블릿 PC 조작음]
(누리꾼1)
(누리꾼1)
(누리꾼1)
[어이없는 숨소리]
(은호) 어이없네요
[태블릿 PC 조작음] (은호)
우리 형 얼마나 잘나가는데, 씨
(은호) 어, 형, 잠은 좀 잤어?
뭐야, 아직 모기가 있나?
(누리꾼1) 근황이 뭔데요?
아무렴 우리 똑똑한 연수보다 잘나갈 리는 없을 텐데
[씩씩댄다]
(은호) 하, 씨
(은호) 최웅 사실 맹한 거 콘셉트였음
지금 돈도 잘 벌고 엄청 잘나가는… [탁탁 소리가 난다]
(은호) 형, 뭐 하는… [웅이 전기 파리채를 탁탁 친다]
[웅의 아파하는 신음]
[은호의 한숨]
딱 모기 정도 지능인가
[헛기침]
(웅) 그…
은호야, 나 당분간 스케줄 어떻게 되냐?
(은호) 하반기 전시 준비 말고 없지, 왜?
(웅과 은호) - 그래? - 어, 그거 하게? 드로잉 쇼?
쯧, 야, 좀 스케줄 좀 많이 잡아 봐 봐
너무 많이 쉰 거 같다
갑자기?
(은호) 아, 이번엔 좀 쉬면서 하기로 했잖아
잡생각이 많아졌어
왜?
형 또 예전처럼
막 미친놈같이 일에 처박히고 그런…
아니야, 아니야,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아무튼 많이 잡아 봐 봐
(웅) 그 드로잉 쇼는 내가 고민 좀 해 볼게
(은호) 알았어
형, 근데 잠은 좀 잘 자야 돼
형 요즘 다시 심해진 거 같아, 불면증
[웅의 한숨]
쯧, 아직 여름은 여름인가 보다
[매미 울음]
- (연수) 뭐 봐? - (솔이) 응?
(솔이) 아니야, 아무것도
(연수) 언니, 나 있잖아
(솔이) 응
(연수) 아니다, 됐다
[솔이의 헛웃음]
사람을 미치게 하는 덴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말을 하다 마는 거고…
(연수) 나 얼마 전에 최웅 만났어
만났다기보다는 내가 찾아간 거지
(솔이) 네가?
왜? 뭐 때문에?
너 설마 아직도 걔…
(연수) 아니
나 프로젝트 때문에 꼭 잡아야 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게 최웅이더라고
웃기지?
어머, 어머
허, 걔, 걔 왜?
(솔이) 걔, 걔 뭐 하는데?
걔 뭐, 진짜, 어? 잘나가고 그래?
[한숨 쉬며] 뭐, 어쩌고 살았는지
엄청 성공했더라고
[탄성]
그 허구한 날 그늘에 누워만 있던 애가?
와, 진짜 인생 알 수 없구나?
그래서
어땠는데?
(연수) 뭐가?
(솔이) 뭐긴
그래서 걔 보니까 어땠냐고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하, 야
아무렇지도 않기는, 개뿔
나도 어디서, 어?
저기, 전 남친 이름만 들어도
(솔이) 여기 심장이 여기 발가락까지 치고 올라오는데
네가 최웅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기엔 언니 전 남친이 너무 많지 않아?
시끄러워
(솔이) 너 아무튼
너 이거, 너무 이거 쿨한 것도 너 이거 병이다?
병이 아니라 진짜 쿨한 거야
(연수) 알잖아 나 뒤끝 없고 깔끔한 거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김지웅?
뭐? 뭘 하라고?
[흥미로운 음악] [스태프들이 대화한다]
[웃음]
(미연) 또 그거 봐? [미연의 웃음]
(엔제이) 작가님 내 앞에선 다 내숭이었어
구연수!
이 사이코!
(미연) 귀엽긴 한데 [씩씩댄다]
좀 맹해 보인다
그러니까 내가 관심이 가겠어, 안 가겠어?
(엔제이) 으음, 닉네임 바람직하고
(미연) 뭐 하는 사람이길래 그런 영상을 찍었대?
(엔제이) 그러게
알면 알수록 새로운 걸 보여 주네
심심할 틈이 없게
[미연의 웃음] 치성 오빠는?
(미연) 어, 대표님 호출
왜?
뭐 때문에?
뭔데? 그냥 말해
(미연) 너 어제 SNS 라이브 켠 거
그거 때문인가 봐
그게 왜?
(미연) 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너 우울증인 것 같다' 뭐, '약 한 것 같다'
뭐라 뭐라 떠들어 댔나 봐
[한숨 쉬며] 기사도 났고
앞으로 대표님이 오빠나 언니 호출하면
그냥 나한테 말해
내가 직접 갈 테니까
(미연) 그래
[휴대전화 진동음]
그냥 꺼 버려
(미연) 알았어
- (엔제이) 근데 누구야? - (미연) '최웅 작가'…
[엔제이의 놀란 숨소리]
전화 왔네
(조감독) 자 다시 촬영 들어갈게요!
(엔제이) 조감독님 나 5분, 아니, 10분만요
[휴대전화 진동음이 연신 울린다]
[헛기침]
[심호흡]
[엔제이의 긴장한 숨소리]
어머, 제가 광고 촬영 중이라
전화를 좀 늦게 받았네요
무슨 일이시죠, 작가님?
여보세요?
작가님?
[흥미로운 음악]
[엔제이의 어이없는 숨소리]
[물이 칙칙 분사된다]
[휴대전화 진동음]
(웅) 여보세요?
[분무기를 칙칙 뿌린다] (엔제이) 아니, 무슨 신호음을 열 번을 안 기다리고 끊어요?
먼저 처음으로 전화한 주제에
아, 제가 그랬었나요?
네, 그러셨어요, 작가님이
[웅의 멋쩍은 숨소리]
(엔제이) 왜 전화하셨어요?
아, 그
지난번에 말씀하셨던 거
(웅) 건물 그리는 거…
(엔제이) 하시겠다고요?
예
근데 제가 항상 그리고 싶었던 것만 그려 와서
요청받고 그리는 건 처음이라
(웅) 제가 건물을 직접 보고 좀 결정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당연하죠
어때, 지금 바로 보러 갈까요?
아이, 오늘은 좀 바쁠 거 같고…
(웅) 아이, 근데 엔제이 씨도 바쁘지 않으세요?
- (엔제이) 바쁜데 안 바빠요 - (웅) 예?
아무튼 바쁜데 안 바쁘니까
작가님 괜찮은 날 얘기해 봐요
(웅) 아…
그럼 제가 스케줄 보고 말씀드릴게요
그런 말은 연예인인 내가 써야 될 말인 거 같은데
(엔제이) 왠지 억울한데?
(조감독) 엔제이 씨!
감독님이 지금 바로 들어가야 한다고…
아무튼 연락 줘요
(엔제이) 최대한 빨리 연락 줘야 될 거예요
'연락드릴게요' 하고 연락 늦게 하는 거
그거 되게 별로거든요
끊을게요
아, 네 [통화 종료음]
(웅) 아유, 깜짝이야! 어유
(은호) 나보고 일 잡으라면서?
엔제이 님 일은 자기가 직접 연락해?
매니저인 나를 두고?
(웅) 아유, 이씨
아, 뭐, 그걸 가지고 그래?
(은호) 그, '그거'? 허, '그거'?
[어이없이 웃으며] 와 최웅 진짜 웃긴다
최웅 진짜 많이 컸다, 최웅
와, 이제 막 엔제이 님하고 연락하고 그러니까
자기가 막 어, 어, 엄청 잘나가는
그런 아티스트가 됐다고 생각하나 보지?
와, 진짜 형은
크게 저항받을 거야
나한테도, 엔제이 님 팬들한테도 국민들한테도
엄청나게 저항받을 거야
(웅) [분무기를 칙칙 뿌리며] 시끄러워, 시끄러워, 씨, 쯧 [은호의 신음]
넌 그리고 할 일 따로 있어
(은호) 뭔데? 엔제이 님 만나러 갈 거야, 지금?
차 준비할까?
[풀이 바스락거린다] [쓱쓱 소리가 난다]
[익살스러운 음악] (은호) [힘주며] 내가 형 매니저지
[웅이 삽으로 땅을 쓱쓱 판다] 노예가 아니거든?
아, 진짜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 돼?
(웅) 인간이 도리가 있으면 밥값은 해야지
너 한 달 동안 우리 집에서
며칠이나 먹고 자고 했는지 말해 줘?
(은호) 와, 치사하게 그걸 다 세고 있었냐?
며칠 쪼끔 묵었다고 그거를…
(웅) 야, 야, 야
냉장고를 싹 다 비워 놓잖아
무슨 메뚜기 떼도 아니고
너만 우리 집에 왔다 가면
집에 먹을 게 없어, 먹을 게
너 내가 그거 다 돈으로 청구해?
형, 뒷마당 내가 할게 들어가 쉬어
(웅) 이거 잡초 다 뽑고
시멘트도 싹 다 발라 놔
그거는 전문가 불러!
(웅) 아이
진열장의 위스키도 없어졌더라?
내가 사실 시멘트 전문가야, 몰랐지? [웅이 삽으로 땅을 쓱쓱 판다]
(은호) 어디 바르면 될까?
어, 형
(웅) 뭐야?
(지웅) 촬영하자
- 뭐? - (지웅) 촬영해야 된다고, 너
(웅) 아이씨
짜증 나는 소리 좀 하지 마, 씨, 쯧
[한숨 쉬며] 해야 돼, 나
(지웅) 그러니까 너도 하게 돼 있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아버지가 나 찍어 오래?
아니, 그거 말고
너랑 연수
[흥미로운 음악]
(지웅) 다시 찍자고, 다큐멘터리
(웅) 싫어
- (지웅) 이유는? - (웅) 야, 미쳤냐?
(웅) 지금 나보고 그걸 국연수랑 같이 찍으라는 게
(은호) 맞아, 형
연수 누나랑 형이랑 둘이 다시 하는 건 좀…
(지웅) 한 달만 촬영하면 돼 내가 직접 찍을 거고
아이, 그걸 갑자기 왜 다시 찍으려고 하는 건데?
(지웅) 야, 알다시피
요즘 그 영상이 다시 역주행이기도 하고
우리가 지금 특집으로 청춘 다큐를 기획 중이란 말이야
그래서 딱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 영상 재밌어
좋은 콘텐츠야 [한숨]
(은호) 그건 또 맞지, 꿀잼이긴 해
야, 씨
(웅) 야, 너희는 내가 국연수랑 어떻게 헤어졌는지 알면서도
지금 같이 하라는 말이 나와?
(지웅) 야, 헤어진 지 꽤 됐잖아
- (지웅) 왜? 아직 뭐 남아 있냐? - (웅) [헛웃음 치며] 참
남아 있긴 뭐가 남아 있어?
아무것도 안 남아 있거든?
그냥 걔를 다시 보는 것도 싫어
그게 남아 있는 거야, 형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무튼 안 해
[지웅의 한숨]
(지웅) 사실, 아
너희가 그렇게 좀 미묘한 관계라서
씁, 좀 재밌는 그림이 나올 수도?
영상 다시 한번 봐
사람들 댓글도 진짜 많고
너희들 인기 진짜 많아
너 소시오패스지?
(웅) 너 친구를 팔아먹고 싶냐?
야, 그리고 뭐, 걔는 한대?
씨, 어림도 없지, 씨
이미 연락했는데? [익살스러운 효과음]
(웅) 뭐래?
아, 뭐라는데?
하, 욕하면서 날뛰길래 일단 잠깐 후퇴했어
[어이없는 숨소리]
걔랑 나랑 한마음일 때도 있네
(웅) 야
야, 아무튼 안 해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문이 스르륵 열린다] [한숨]
[문이 스르륵 닫힌다]
형
이번 거 진짜 어려울걸?
형 엄청 좋은 의뢰 들어왔는데
그것도 연수 누나랑 같이 하는 거라서
고민하고 있단 말이야
그래?
아, 그럼 일도 같이 하고 촬영도 같이 하면 되겠네
(은호) 근데 같이 붙어 있다가
형이 혹시 또 막 마음이 다시 생기기라도 하면?
아, 안 그래도 요즘 형이 갑자기 일 많이 잡아 달라 그래 가지고
걱정되긴 하거든
[은호의 생각하는 숨소리]
연수 누나 다시 만난 뒤로 또 생각이 많아진 건지 뭔지
어휴
나 옛날 그 꼴 다시는 못 봐
형도 옆에서 다 봤잖아
(지웅) 아찔했지
(은호) 그거 다시 감당할 수 있겠어?
기억 안 나?
[웅의 고함] (은호) 헤어지고 나서 처음 몇 달은
미친놈인 줄 알았잖아
(은호) 아이, 진짜
[달려오는 발걸음] [지친 신음]
아, 진짜, 씨
아, 집에 좀 가자, 정신 좀 차려
[은호의 거친 숨소리] [한숨]
은호야
너 연수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알아?
(은호) 뭐?
늦은 밤에
술 취해서 소란 피우는 거
(은호) 아, 진짜
[고함]
아, 돌아 버리겠네, 진짜
형, 지금 시간이, 지금…
[웅의 고함] 형, 어디 가?
아이, 진짜, 이씨
[웅의 고함]
[잔잔한 음악] (은호) 연수 누나가 싫어하는 짓들이라면서
[은호의 가쁜 신음]
(은호) 아, 이건 또 뭐야?
형, 이건 또 뭐 하는 건데?
(웅) 그리고 걔가 또 진짜 싫어하는 거
내가 만취해 가지고 아무거나 충동구매하는 거
아, 내가 내 돈으로 사겠다는데 왜 걔가 나한테 잔소리냐?
(은호)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질 않나
[알람이 울린다]
[웅의 피곤한 신음]
[은호의 피곤한 숨소리]
[힘주는 신음]
(은호) 음, 형, 일어나
[힘겨운 신음]
아니야, 아니야
(은호) 오늘 시험 있다며? 빨리 일어나
술 먹은 다음 날
(은호) 뭐라는 거야, 뭐라고?
그리고 술 먹은 다음 날
책임감 없이 학교 안 가는 거
(은호) 뭐라고?
국연수가 제일 싫어하는 것들
[은호의 한숨]
(은호) 인생 포기한 놈처럼 한동안 막살았지
(지웅) 그다음 걔한테 주식 알려 준 건 너 아니었냐?
(은호) 그게 이별 후의 아픔을 잊는 법이라고
인터넷에 나와 있었단 말이야
낮에는 주식 하고 밤에 빡센 운동 하면
생각날 틈이 없다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지웅) 그래, 뭐
그건 나름 효과가 있긴 했지
[웅이 머리를 쿵 박는다] [지웅의 한숨]
그때 날린 돈 메운다고
알바도 하고 바쁘게 살긴 했으니까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강사) 자, 준비, 시작!
하나, 둘!
하나, 둘!
둘, 둘!
둘, 둘!
(은호) 그때 내 덕분에 운동도 해서 [강사의 기합]
썩어 가던 육체 보존할 수 있기도 했고
[웅의 한숨]
[웅의 한숨]
[잔잔한 음악]
근데 좀 뭐랄까
되게 바쁜데
[웅의 한숨] 되게 불행해 보이긴 했어
그런 패턴이 몇 번 반복되고 나서였나?
(은호) 어머니
(은호) 그리고 그 시기가 온 거지
형 오늘도 안 나왔어요?
[지웅이 문을 쿵쿵 두드린다]
(지웅) 최웅, 적당히 하고 문 열어
너 셋 셀 때까지 안 열면 나 이거 부수고 들어간다
자, 하나, 둘
셋! [지웅의 힘주는 신음]
[지웅의 한숨]
[차분한 음악]
(은호) 그런 최웅 옆에 연수 누나를 다시 붙여 놓으면
그건 너무 독이지 않을까?
[입소리를 쯧 낸다]
[한숨]
[웃음] [영상 소리가 흘러나온다]
[웅의 웃음]
(영상 속 웅) 와, 진짜
(지웅) 그렇지?
그런 말 다 처음 들어 보는 말이라서 좋지?
[새근거리는 시늉을 한다]
자는 척하지 마라, 다 봤으니까
[한숨]
아무튼 다시 한번 생각해 봐
영상 다시 다 보고 나면 생각 달라질 수도 있어
나도 그랬으니까
아, 그리고…
아니다
아, 그…
[지웅의 한숨]
아, 국연수가 너보다 더 하기 싫어하긴 하더라
[흥미로운 음악]
[입소리를 쯧 낸다]
그냥 그렇다고
[문이 탁 닫힌다]
[한숨]
[터치 패드를 탁 누른다]
[헛기침]
(영상 속 연수) 최웅 또 야자 째고 도망갔어요
[탄성] 자기 인생 자기가 엉망으로 살겠다는데
나 어린 것 봐 [영상 속 연수가 말한다]
[놀란 탄성]
저 때 피부 탱탱했었네
(영상 속 연수) 빨리 와
[힘주는 숨소리]
(영상 속 웅) 국연수는 사람을 진짜 피곤하게 해요
왜 저렇게까지 피곤하게 사는지 모르겠어요
일찍 일어난 새는 더 일찍 피곤해질 텐데 말이에요
그래서 여전히 피곤하게 살고 있지
[한숨]
[영상 속 연수의 탄성]
(영상 속 연수) 진짜 얘는 커서 뭐가 되려는지, 응?
잠은 죽어서도 잘 수 있는데요
분명히 얘는 평생 이렇게 나태하게 살 거예요
[연수가 입소리를 쯧 낸다]
(연수) 쟤는 커서 유명한 사람이 되었단다, 연수야
인생은 불공평하다
[감성적인 음악]
[피식 웃는다]
[피식 웃는다]
[웃음]
(영상 속 웅) 어?
[웅의 웃음] 아유
[영상 속 책이 툭 떨어진다] [영상 속 웅의 당황한 신음]
[영상 소리가 흘러나온다]
(연수와 웅) '청춘이 이런 거였지 생각나게 하는 영상'
'두 사람 다 풋풋하고 여린 게'
'딱 그 계절을 닮아 있다'
(웅) 미안
[연수가 양동이를 툭 내려놓는다]
[물소리가 난다]
야, 야, 야!
미안! [웅의 웃음]
미안해!
(연수) 야
[웅의 웃음]
[신난 탄성]
[피식 웃는다]
(교사) 야, 인마, 뛰지 마 뛰지 말라고!
(웅) 씨, 야!
[웅의 다급한 신음]
국연수!
이 사이코!
[씩씩댄다]
[터치 패드 조작음]
(웅) 쯧, 에이씨
김지웅이 괜히 쓸데없는 말 해 가지고
아이씨
[아파하는 숨소리]
(연수) 이제 다시 볼 일도 없을 텐데요, 뭐
[키보드 조작음]
"일러스트레이터 아티스트"
[키보드 조작음]
[매미 울음] (연수) 그런데 문제는
[익살스러운 음악]
[자동차 시동음]
(연수) 헤어진 5년 동안
분명 단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는데
[웅의 다급한 신음] [타이어 마찰음]
[웅의 아파하는 신음]
[웅의 힘겨운 신음]
[아파하는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웅) 갑자기
요즘 너무 지나칠 정도로 자꾸 마주친다는 거예요 [웅의 한숨]
[웅의 당황한 신음]
[아파하는 신음]
[다가오는 엔진음]
[산뜻한 음악]
[웅의 아파하는 숨소리]
(웅) 어?
야, 내, 내, 내 목발!
기사님, 잠시만요
[타이어 마찰음]
[웅의 당황한 신음]
저런, 저런, 저런 싸가지, 저
(연수) 한두 번이면 그러려니 해도
(웅) 저기요
(웅) 이런 게 가능하다고요?
[연수가 물건을 탁 놓는다]
(웅) 씨…
[한숨]
왜 이러냐, 진짜?
[연수가 짐을 부스럭 줍는다]
[짐을 부스럭 줍는다]
[직 소리가 난다]
[풉 웃는다]
[연수가 짐을 부스럭 줍는다]
(웅)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요? [한숨]
[웅의 한숨]
(웅) 아, 여긴 봉투가 다…
[연수와 웅이 부스럭거린다]
야, 너 나 따라다니지?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
근데 왜 너 우리 동네 주변을 얼쩡거리냐?
여긴 우리 동네 주변이기도 하거든요?
(웅) 너 이사 갔잖아
(연수) 그래서?
내가 어디로 이사 갔는진 알고?
(웅) 야, 이게 말이 돼?
너 5년을 한 번을 못 봤는데 이렇게 갑자기 마주친다고?
불편하면 네가 동선을 바꾸지?
(웅) 불편?
하, 내가 왜? 나 안 불편한데?
네가 불편한 거 아니고?
(연수) 유치한 건 어쩜 하나도 변한 게 없는지
나? 아니? 내가 왜?
전혀 신경 쓰일 만한 사람이 아닌데, 너는?
(웅) 어떻게 꼭 같은 말을 해도
더 재수 없게 말하는 재주가 있는지
어휴
(웅) 너
그 프로젝트 때문에 내 주변 얼쩡거리는 거지?
내가 마음 바뀌어 가지고 그거 해 줄까 봐
아, 그거?
그거 신경 안 써도 돼
너 말고 다른 작가로 진행할 거거든
뭐? 누구?
누아 작가라고
요즘 또 굉장히 핫한… [웅의 헛웃음]
(웅) 야
걔 완전 짭이야
걔 내 그림체 따라 하는 따라쟁이라고
글쎄, 누가 누굴 따라 하는 건지는
(연수) 대중들이 판단하겠지 나는, 씁
누아 작가가 훨씬 더 괜찮은 거 같은데?
야, 그건 선 넘은 말이지
(웅) 야, 야, 야, 어디 가? 나 말 안 끝났어
(연수) 아, 네가 나 보는 거 불편해하는 거 같아서
피해 주는 건데, 안 보여?
야, 아니거든?
(웅) 그리고 걘 진짜 아니야
너 나중에 후회한다
그, 걔 말고 다른 작가 찾아 봐
내 말 들어
야
(연수) 아이고
실수
저기 멀리 굴러갔다
얼른 주워
(웅) 야, 국연수!
(연수) 자기만 유치하게 굴 줄 아나
(연수) 진작에 이럴 걸 그랬어요
속이 다 시원하네
- 네? - (이훈) 조건이 고오 작가라며?
누아 작가로 진행할 거면
(이훈) 계약 그냥 없던 걸로 하재
[연수의 한숨]
작가 찾았다며?
아, 왜 갑자기 작가를 바꾸겠다는 거야?
아이…
누아 작가도 요즘 꽤 핫한 아티스트고
소앤 콘셉트와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연수) 그리고 우리 쪽에도 굉장히 협조적이고요
(이훈) 알지
근데 고오 작가 아니면 안 된다잖아
아니, 왜? 그 작가가 단가가 안 맞아?
너무 세게 불러? [한숨]
(연수) 아니, 그게…
(이훈) 연수야
잘 진행하다가 왜 그러는 거야, 갑자기?
이번 거 우리 회사한테도 진짜 중요한 거 너도 알고 있잖아
다들 국연수 너만 믿고 있는데
[한숨]
아, 몰라
그, 뭐, 단가 안 맞는 거면
견적서 다시 뽑아서 가져와 봐
내가 어떻게든 뭐, 맞춰 봐야지
[한숨]
[한숨]
[한숨]
[흥미로운 음악]
[연수의 한숨]
(연수) 왜 이렇게 계속 꼬이는 걸까요?
[연수가 머리를 쿵 박는다]
[연수가 혀를 쯧 찬다]
이게 다 최웅이 나타나고부터 꼬이기 시작했어요 [휴대전화 진동음]
(직원) 저 다녀오겠습니다
(동일) 응, 다신 보지 말자
[직원의 웃음]
하, 채란아
아니, 이 새끼는 오늘 뭐 하고 싸돌아다니기에
코빼기가 안 보여?
(채란) 특집 맡은 거 출연자 섭외 다니시는 거 같던데요?
어떻게, 좀 설득은 됐대?
(동일) 이 새끼는 꼭 중간 단계를 보고를 안 해
선배가 마음먹으면 어떻게 해서든 섭외해 오잖아요
(동일) 그렇지
그래서 욕을 못 하지
쩝, 재수 없다
야, 근데 얘는 왜 갑자기 하기로 마음을 바꿨다냐?
(채란) 며칠 남아서 테이프 돌려 보셨던데요?
보다 보니, 뭐 흥미를 느끼셨나 봐요
[작은 소리로] 아, 다 봤대?
[동일의 웃음]
(동일) 야, 그게
아, 내가 진짜 맛깔나게 찍어 가지고
재밌는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많거든
아, 다 보셨구나
아이, 되게 아, 귀여운 짓을 했네?
아, 지금 생각해 보면 지웅이 이 새끼
고등학교 시절에 꽤 귀여웠거든, 어?
카메라 찍다가 앵글에 걸리면 딱
이렇게 얼어 가지고, 어
[중얼거린다] [웃음]
(채란) 그런데
왜 매번 지웅 선배 얘기는 저한테 물어보세요?
응? 뭐가?
팀장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다 그러던데
아, 그거야…
네가 지웅이에 대해서 제일 잘 아니까?
(채란) 네?
아, 다들 지웅이 어디 있는지 뭐 하는지 궁금할 때
너부터 찾던데, 몰랐어?
(채란) 왜요?
왜긴?
[흥미로운 음악]
지웅이 고등학교 얘기 좀 해 줄까?
(동일) 싫으면 말고, 나 간다
(채란) 심심하시면 하셔도 돼요
[동일의 헛기침]
지웅이를 보면
[익살스러운 효과음]
(동일) 꼭 이때
내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나
내가 또 내 고등학교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야
(명호) 오늘 국 팀장님 웬일로 일찍 퇴근을 하셨대? [지운이 숨을 하 내뱉는다]
(지운) 씁, 퇴근한 거 아니고
또 고오 작가님 해결하러 가신 거 아닐까요?
(명호) 뭐, 아무튼 덕분에 우리도 칼퇴했으니까
어때? 오늘 한잔 때려 버릴까?
- (예인) 아이고 - (명호) 어?
[웃으며] 저 다이어트 중이거든요
(예인) 헐
대박
국 팀장님 아니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머
[명호의 탄성]
(명호) 국 팀장님 데이트 때문에 일찍 퇴근하신 건가?
(지운) 와, 멀리서 봐도 괜히 설레는 투 숏이네요
(예인) 대박 사건이네, 국 팀장…
아니,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명호) 팀장님도 연애할 수 있지, 왜?
아, 사실
내가 밀고 있는 주식이 있었거든요?
예인 씨 주식 해?
(명호) 아, 좋은 정보 있으면 나도 좀 공유해 주고 그러지
왜 혼자 하고 그래? [예인의 한숨]
(예인) 아니, 진짜 주식 말고요
[흥미로운 음악] [헛기침하며] 저는
국 팀장님이랑
장도율 팀장님 주식에 탑승했었거든요
(지운) 예? 두 분이요?
(명호) 아이, 그게 뭔 말이야?
[예인의 웃음]
(예인) 아, 내가 요런 쪽으로는 촉이 상당하고 굉장한 편인데
요즘 장 팀장님이랑 국 팀장님 사이에
뭔가 달라진 걸 내가 맡았단 말이에요
그리고 두 분 묘하게 잘 어울리기도 하잖아요
(명호) 아이, 그건 너무 똥촉이다
둘은 서로 못 잡아먹어서 난리인데?
원래 멜로는 다 그렇게 시작하는 거예요
(예인) [웃으며] 알지도 못하면서
(명호와 지운) - [익살스러운 말투로] 아니거든요 - 아이, 아무튼
(지운) 틀린 거 아니에요? 아까 저분의 등장으로
(예인) 아이 아직 확실히는 모르는 거죠
일단 더 지켜봐야겠어
(명호) 그럼
그 안건에 대해선 우리
대패삼겹살을 구우면서 얘기해 보는 건 어떨까?
아까 못 들었어요?
저 다이어트 중이라니까요?
(명호) 방금 내 말 못 들었어?
대패삼겹살이라니까?
대패는 얇으니까 괜찮긴 하겠다
- (예인) 가요 - (명호) 가자, 가 [지운이 호응한다]
괜히 쓸데없는 걸음 한 거 같은데 [잔을 탁 내려놓는다]
나 분명히 안 한다 했어
그래도 이유는 들어 봐야지
(연수) 이유를 몰라?
최웅이랑 나야 우리 둘이 그걸 왜 다시 해?
아, 못 할 건 뭐야?
(지웅) 너희 둘 이제 아무 사이 아니잖아
설마 둘 사이에 뭔가 남아 있는 건 아닐 거고
너 나랑 말장난하려고 여기 왔어?
(연수) 그런 유치한 방법은 최웅한테나 가서 해
나한테 안 통해
[옅은 웃음]
역시 안 통할 거 같더라
(연수) 그럼 왜 여기까지 왔냐?
그래도 섭외해야지 그게 내 일인데
(지웅) 말장난이 안 통하면
정공법밖엔 답이 없지
그래, 그럼 어디 한번 해 봐
(연수) 뭐, 생각 바뀔 일은 없지만
들어는 줄게
(지웅) 네가 생각하기에
휴먼 다큐에 나오는 사람들은
뭐 때문에 출연을 결심하는 거 같아?
뭐, 그야
홍보에 도움이 되거나…
(지웅) 글쎄
홍보할 게 없는 보통의 사람들이 대부분일 텐데
[숨을 들이켠다]
출연료
출연료 주잖아 나도 그거 때문에 했었고
받아 봤으면 알잖아 그렇게 큰돈 아닌 거
지금 나한테 이유를 생각하라는 거야?
섭외할 때 난 항상 솔직하게 얘기해
(지웅) 우리가 당신께 줄 수 있는 거
딱 하나밖에 없다고
지금 당신 인생의 한 부분을 기록해 주는 거
[피식 웃으며] 맞아
이렇게 말하면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들이 대부분이지
그런데
그걸 찍고 나면
그리고 그걸 영상으로 볼 수 있게 되면
그때서야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게 돼
내 인생에서
순간을 기록해 간직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값진 건지
그래서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것보다
너를 설득하는 일은 나한테 더 쉬운 일이야
넌 가져 봤잖아, 그 기록들
씁, 그럼 네가 제일 잘 알 텐데?
열아홉 살 초여름의 한 부분을 가졌잖아
솔직히 말해 봐
그게 너한테 아무런 의미가 없어?
(연수) 뭐
그건…
(지웅) 너 영상은 봤어?
아니
너도 최웅도 뭘 피하고 싶은 건지
[잔잔한 음악]
(지웅) 그 영상을 보는 걸 주저하는 이유가 뭘까?
아, 나도 솔직히
이걸 뭐 굳이 해야 하나 싶었는데
테이프들을 하나하나 돌려 보니까 그때서야 알겠더라고
최웅이랑 너
청춘 특집에 가장 적합한 출연자야, 너희 둘
말 잘하네, 김지웅
인정
(연수) 근데 그래도 설득은 실패야
미안한데 나 안 해
(지웅) 그래
(연수) 뭐야?
끝이야?
난 섭외 실패해 본 적이 없어
그럼 다른 플랜이 있다는 거지
[의아한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되게 찝찝한데?
무슨 꿍꿍이인지 물어보면
말해 주냐?
최웅은 말이야
[은호의 한숨] [웅의 착잡한 신음]
하, 누아는 절대 못 하게 해야 해
아이, 그러니까
(은호) 처음에 연수 누나가 같이 하자고 했을 때
'네, 감사합니다' 하고 넙죽했었어야지
어유, 모질이
내가 미쳤다고 국연수한테 감사하냐?
어른이면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알아야지
(웅) [술병을 탁 내려놓으며] 씨
다들 언제부터 공과 사 구분을 그렇게 철저히 했다고
다 그 얘기야?
와, 진짜 찌질하다
(은호) 진짜 찌질해
형, 솔직히 말해 봐
연수 누나가 와서 형한테 막 빌면서 부탁했으면 좋겠지?
일 핑계로라도
그 도도한 연수 누나가 형한테 와서
막 굽히고 막 그러는 거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시원한 숨소리]
걘 죽어도 안 그럴걸?
(은호) 아, 그러니까
아니, 알면서 형이 도대체 왜 비비고 있는 거야?
가만 보면 은근 형이 먼저 시비를 거는 거 같다니까, 쯧
진짜 짜증 나 [은호가 술을 조르르 따른다]
그 아무렇지도 않은 척
[흥미로운 음악] 태연한 척하는 거
(연수) 아니? 내가 왜?
전혀 신경 쓰일 만한 사람이 아닌데, 너는?
걘 늘 그런 식이었어
아, 그거?
그거 신경 안 써도 돼
너 말고 다른 작가로 진행할 거거든
누아 작가라고
요즘 또 굉장히 핫한…
자기만 잘난 줄 알고 절대 질 줄 모르고
이번에도 형이 졌어
(은호) 그냥 가서 굽혀
굽혀서 들어가
아니, 형이 하겠다고 하면 당연히
그, 누아보다는 형이랑 하려고 할 거 아니야
야, 야, 야, 내가 미쳤다고 국연수 좋은 일 해 주냐?
싫어하는 짓만 골라 해도 모자랄 판국에, 씨
[잔을 탁 내려놓는다] (웅) 아이씨
[은호가 술을 조르르 따른다] [흥미로운 음악]
(웅) 생각이 났어요
(은호) 어, 뭐지? 저거 되게 찝찝한 표정인데?
그렇지
싫어하는 짓만 골라 해도 모자랄 판국에
(웅) 내가 국연수를 이길 수 있는 좋은 생각
아, 뭔진 모르겠지만 벌써 말리고 싶은데
(웅) 야, 은호야
너 내일 일 좀 해야 되겠다
[잔을 탁 놓으며] 아, 왜? 나 시멘트 그거 다 발랐잖아
(웅) 아니, 인마, 너 본업
본업 해야지
(은호) 본업?
엔제이?
에, 엔제이 님 일이라고
나 진짜 이번엔 기대해도 되는 거야, 형?
[웅의 웃음]
(웅) 왜 진작 이 생각을 못 했을까요?
[스위치 조작음]
[엔제이의 한숨]
[스위치 조작음]
[엔제이의 힘주는 숨소리]
하, 이 새끼 선수야
틀림없어
[한숨]
[흥미로운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엔제이)
(엔제이)
(엔제이)
(엔제이) 아니 처음 봤을 땐 내 팬이라고…
[한숨]
(엔제이)
(엔제이)
[엔제이의 한숨]
[휴대전화 알림음]
(누리꾼2)
(누리꾼3)
(누리꾼4)
(누리꾼5)
(엔제이) 그렇지
[휴대전화를 탁 접는다]
[만족스러운 숨소리]
[힘주는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은호) 구은호라고 합니다
[웃음]
(엔제이) 하, 이거 봐, 이거 봐
놀고 먹고 하면서 왜 연락을 안 하는 건데?
[엔제이의 기가 찬 숨소리]
아니지
일반인 사진에 하트를 누를 순 없지
[휴대전화 조작음]
[잔잔한 음악]
[풀벌레 울음] (웅) 아이, 진짜, 알았다니까, 어
그래, 잘 가고 있어
아, 이제 다 와 가
어
그래
[통화 연결음]
야, 이거 진짜 오랜만이네
[웅이 숨을 들이켠다]
[동전 반환구를 달그락거린다]
[아쉬운 신음]
[다가오는 발걸음]
거봐
또 국연수야
[웅의 의아한 숨소리]
(웅) 야, 이 동네 사람들은 다 증발이라도 했나
왜 맨날 국연수야?
술 마셨냐?
[감성적인 음악]
집이나 똑바로 들어가라
(웅) 국연수가 싫은 열 가지 이유
(웅) 내가 그렇게 제일 버리기 쉬운 거냐?
네가 가진 것 중에
아니
내가 버릴 수 있는 거
너밖에 없어
이유가 뭔데?
(웅) 이유가 뭔데!
(웅) 우리가 헤어져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웅) 마지막 열 번째
자기 인생에서
나를 너무 빨리 지워 버렸다는 거
[직원들의 웃음]
(연수) 좋은 아침입니다
- (이훈) 와, 국 팀장! - (명호) 어, 오셨어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훈의 웃음]
(연수)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대표님?
(이훈) 당연하지, 어?
국 팀장이 이런 선물을 주는데 내가 당연히 기분이 좋지
- 무슨 선물이요? - (이훈) 으이그, 으이그
(이훈) 이렇게 깜짝 놀래 주려고 지금까지 그렇게 말 안 했던 거야?
무슨 말씀이신지…
(명호) 아까 고오 작가 에이전시에서 사람 왔다 갔어요
고오 작가님이랑 국 팀장님 친구 사이셨다면서요?
아이, 뭐 그런 걸 말씀 안 하셨어요?
잠깐
누가 왔다 가요?
(명호) 소앤 건 같이 하겠다고
매니저가 와서 계약서 받아 갔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최, 최웅, 아니, 아니
고오 작가가 이거 하겠다 했다고요?
(명호) 예
뭐, 국 팀장님이 도와주기로 한 게 있어서
본인도 기꺼이 하기로 했다고 하던데
제가요?
'제가요?', '제가요?'
[직원들의 웃음]
(이훈) 어이구, 으이구, 참
아니, 이런 인맥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내가 소앤한테도 벌써 다 얘기했지
(연수) 에이
그럴 리가 없어요
(연수) 저 잠깐, 그
만나야 될 사람이 있어서 나갔다 오겠습니다
갑자기…
(은호) 무슨 계약서를 아침부터 가지러 가게 시켜?
난 또 엔제이 님 일인 줄 알았는데, 씨
(웅) 시킨 대로 잘했지?
(은호) 어
(웅) 국연수 만났어?
(은호) 아니, 없던데?
(웅) 그래?
곧 여기가 시끄러워지겠구먼
너 자리 피하는 게 좋을 거야
(은호) 왜?
여기가 곧 난리 날 예정이거든
[휴대전화 조작음]
(은호) 어?
일, 십, 백, 천, 만…
'17,867'?
형이랑 내가 고기 먹은 사진을 왜
17,867명이 '좋아요'를 눌렀지?
그게 무슨 소리야?
[놀란 탄성]
아이, 왜 그래, 또?
에, 엔제이 님
엔제이 님이 내 사진에 '좋아요' 눌렀어
(웅) 응?
(은호) 이거
(웅) 어?
(은호) [웃으며] 엔제이 님
[초인종이 울린다]
와, 씨
[흥미로운 음악] 엔제이 님이 내 사진에 '좋아요'…
엔제이 님이 내 사진에 '좋아요'… [은호의 웃음]
[한숨]
(지웅) 최웅은 말이야
씁, 아홉 살 때인가?
내가 걔를 맨날 약 올리고 도망 다녔거든
갑자기 그게 왜?
(지웅) 근데 그게 쌓이고 쌓였나 봐
[흥미로운 음악] 어느 날 갑자기 걔가 빙수를 먹자고 가져오더라고
그래서 신나서 맛있게 퍼먹었지
[웃으며] 그런데
그 안에 복숭아가 들어 있던 거였어
나 복숭아 알레르기 있거든
(연수) 최웅도 복숭아 알레르기 있잖아
(지웅) [웃으며] 그러니까
그 미친놈이 나 한번 복숭아 먹이려고
자기도 복숭아 같이 먹은 거야
[탄성]
진짜 걔 제정신 아니구나?
(지웅) 같이 얼굴 퉁퉁 부어서 응급실에 실려 갔는데
옆 침대에 누워서
나를 보면서 씩 웃더라고
그때부터 내가 걔를 안 괴롭히기 시작했지
근데 그 얘긴 지금 왜 하는 거야?
최웅은, 음
다른 사람의 고통을 위해서라면
(지웅) 자기의 고통쯤은 기꺼이 참으면서 할 애라는 거야
그리고 그 의미는
아마 곧 알게 될 거고
[매미 울음]
(연수) 에이, 설마
최웅이 그렇게까지 미친놈일까요? [한숨]
[잠금장치가 철컥거린다]
라고 생각했는데 [문이 탁 닫힌다]
[산뜻한 음악] 그 표정을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한숨]
미친놈 맞네
무슨 말이야?
(연수) 너 우리 프로젝트 해 준다는 이유가 설마…
(웅) 응 너도 나 도와줄 거니까
도와준다는 게 설마…
나 다큐멘터리 다시 찍고 싶어
너랑
(웅) 어쩌면 지금도
복숭아를 한 움큼 집어삼킨 거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내 조건이야
다큐멘터리 찍자
한 달 동안
(연수) [이를 악물며] 야, 씨…
최웅!
(웅) 국연수가 이렇게나 싫어한다면
[웃으며] 얼마든지요
[웅의 탄성]
[연수의 한숨]
[헛웃음]
아, 웃긴다
아이, 걔는 아직도 내가 제일 싫대요?
(연수) 음…
글쎄요, 뭐, 저는
쯧,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아이, 제가 원래 성격이 좀 쿨해서
뭐, 뒤끝 그런 건 하나도 없거든요
진짜로
[잔잔한 음악]
[손님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 맛있게 드세요 - (손님1) 감사합니다
(연수) 어, 여기 두시면 제가 치워 드릴게요
- (손님2) 아, 네, 감사합니다 - (손님3) 감사합니다 [연수가 호응한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연수) 어? 어서 오세요
[연수의 힘주는 숨소리] (손님4) 저 주문할게요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연수) 네
할 말 있으면 해
자꾸 그렇게 쳐다보지 말고
너 진짜 괜찮아?
뭐가?
(솔이) 너랑 최웅이랑 헤어진 거
아무리 그래도 너희 그렇게 오래 만났는데
계집애야
나한텐 솔직해져도 돼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
지금 너 아무렇지도 않은 척 지내는 게
지금 더 보기 무서워
내가 더 힘들어
힘들 일도 많다
(솔이) 너 진짜 괜찮아?
(연수) 응
진짜 괜찮아
[문이 철컥 열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할머니, 나 왔어
[문을 탁 닫는다]
[연수가 신발을 달그락 벗는다]
[철컥 소리가 울린다]
[물이 쏴 흘러내린다]
[잔잔한 음악]
[한숨]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
정말로
[밝은 음악]
(연수) 웃기고 있네
아이, 걔가 그래요?
[웅의 탄식] (웅) 물론 그때
디테일한 기억은 좀 다를 순 있는데
[웅의 헛기침] 분명히 그날이었어요
모든 게 꼬이기 시작한 날이
(연수) 씨, 야
(연수) 워낙에 좀 유치하고 찌질한 스타일이다 보니까 [지웅이 웅을 부른다]
[지웅의 한숨] [연수의 한숨]
(연수) 난 너 믿어
(웅) 내 인생도 망쳤지
엉망으로
.그 해 우리는↲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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