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우리는 4
씁, 빤히 보일 텐데?
걔가 먼저 나 좋아했어요
[새가 지저귄다]
[헛웃음]
걔가 그래요?
[웃음]
야, 걔 어디 아프대?
어, 그 촬영 끝나고 나서도 막 계속 따라다니고
만나자고 한 것도 걔가 먼저였을걸?
[탄식]
그때 걔가 들이댔을 때
정신 차리고 도망갔었어야 되는데
[물을 조르르 따르며] 음, 글쎄요
잘 생각이 나진 않는데
[병을 탁 내려놓으며] 막 그렇게 별로 중요한 기억이 아니라서
(웅) 하, 기억 안 난대?
[웃으며] 야, 참 나
내가 똑똑히 기억하거든요
분명 그날이에요
모든 게 꼬이기 시작한 날이
- (웅) 아이고 - (동일) 아이씨
[사람들의 난감한 신음] (웅) 그날은 다큐멘터리 촬영 마지막 날이었어요
(동일) 많이도 쏟아지네
아니, 일기 예보에는 없던 소나기인데
(웅) 카메라 괜찮아요?
(동일) 아이, 괜찮긴 한데
큰일이네
배터리가 없네?
(웅) 예?
(동일) 아, 이거 마지막 컷 담기 딱 좋은 구도인데, 이게, 응?
아, 금방 지나가는 소나기이긴 할 텐데
내가 내려가서 배터리랑 우산 챙겨 올게
그러니까 잠깐 기다리고 있어
마지막 인터뷰는 꼭 담아야 되거든?
(웅) 아니 저희 단둘이 있으라고요?
(동일) 금방 갔다 올게 [동일의 기합]
(웅) 아유, 저도 같이…
(동일) 어유
[한숨]
(웅) 뭐랄까
그냥 좀
모든 게 이상한 날이었어요
괜히 어색하고
(웅) 아, 아깐 해가 좀 쨍쨍했는데
(연수) 그러게
[잔잔한 음악]
(웅) 괜히 신경 쓰이고
(연수) 뭐야?
고마워
(웅) 괜히 좀 다른 느낌인 건
(연수) 너 안 추워?
(웅) [헛기침하며] 응
전혀
(웅) 마지막 촬영이어서 그랬던 건지
[잔잔한 음악]
(웅) 그리고 그건
저만 그런 거 같지도 않았고요
국연수도…
(연수) 웃기고 있네
[헛웃음]
아이, 걔가 그래요?
[잔을 탁 내려놓는다]
아, 또 자기 멋대로 기억하고 있네?
[하늘이 우르릉거린다]
(연수) 그런 분위기였을 리가 없어요, 절대
뭘 봐?
(연수) 그때도 다른 날과 다르지 않았어요
(연수) 정신 사나우니까 가만히 좀 앉아 있지?
(웅) 아, 아까는
해가, 분명히 해가 쨍쨍했는데
(연수) 대기 불안정
지금 우리나라 상층에는 찬 공기가 머물고 있는데
낮 동안 기온이 크게 오르면 대기가 급격하게 불안정해져서
강한 상승 기류로 인해서 비구름이 갑자기 발달…
(웅) 넌 이 상황에서 그런 얘기를 하고 싶냐?
사람 피곤하게
고1 때 배우는 건데
네가 알 리가 없으니까 얘기해 주는 거야
[흥미로운 음악]
(연수) 여전히 최웅은 멍청했고
여전히 한심했죠
(연수) 너 뭐 하냐?
아, 봤어?
[웅의 멋쩍은 웃음]
(연수) 야, 그냥 너 입고 있어
(웅) 아, 됐어, 입어
(연수) 아, 됐어 억지로 줄 필요 없어, 그냥 입어
(웅) 아이씨, 됐어
(연수) 아이…
(웅) 입어, 입어, 자
[웅의 추워하는 숨소리]
아… [연수의 헛기침]
[추워하는 신음]
(웅) 물론 디테일한 기억은 좀 다를 순 있는데
[헛기침]
자기 기억 속에서, 뭐
자기는 엄청 멋있는 줄 아나 봐
아, 걔는 뭐 자긴 되게 쿨하게 군 줄 아나 본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군 건 걔였거든요
전 그냥 늘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요?
원래 그런 애가 아닌데 그날따라…
아니, 글쎄, 나보다 오히려 걔가…
(웅) 분위기를 자꾸 이상하게 만들더라고요
[산뜻한 음악]
어유, 배추 옮길 시간인데?
너
나랑 국연수랑 만난 거 안 내보낼 거지?
글쎄, 그건 내 재량인데
(웅) 야, 미쳤냐? 절대 안 돼
편집 권한은 PD인 나한테 있는 건데
(웅) [음 소거 효과음] 나*키 *카콜라
[음 소거 효과음] 맥도*드 *성, *보
[음 소거 효과음] 루* *통, 샤*
[음 소거 효과음] ** *끼
[음 소거 효과음] **끼, 나쁜 *끼
(연수) [음 소거 효과음] 개*끼 말 *끼, 소 *끼 [동물 소리 효과음]
[음 소거 효과음] *랄 *랄, *랄, 씨*
[살짝 웃는다]
어디 한번 내보내 보든가
말끝마다 삐 처리 하고 싶지 않으면
(지웅) 너희는 하는 짓도 똑같네?
(연수) 그러니까 최웅이랑 나랑 그렇고 그런 건
단 하나도 내보내지 마
인터뷰 여기까지 하면 되지?
[문소리가 달칵 난다]
[웅의 한숨]
(지웅) 그러니까 이게
너희 촬영 조건이라는 거지?
피차 너도 다 아니까 그냥 편하게 얘기할게
(연수) 우리가 이거 정말 좋아서 찍는 거 아니잖아
그리고
꽤나 불편하기도 할 거고
(웅) 너 불편해?
난 안 불편한데?
어유, 저런 뭐가 저렇게 불편할까?
(연수) 아, 그래? 너 안 불편해?
아, 야, 난 그러니까 좀 마음이 편하다
나는 또 네가 워낙에 좀 유치하고 찌질한 스타일이다 보니까
좀 걱정을 했지 뭐야?
[흥미로운 음악] (웅) '찌질'이라니?
[웃으며] 글쎄
시간이 꽤나 많이 지났고
보다시피 나도 많이 바뀌었잖아?
음…
누군가 간절히 찾아와서
같이 일하자고 사정사정할 정도로
(연수) 야 내가 언제 사정사정을 했어?
(웅) 찌질하다고 사람 긁은 건 누군데? [지웅의 한숨]
(지웅) 저기, 미안한데
나 좀 조용히 읽어 볼 수 없을까?
[지웅이 책상을 탁 친다]
(지웅) 하, 그래, 뭐
최대한 반영해 보도록 할게
아, 우선은
어, 카메라와 익숙해져야 되니까
당분간 별다른 거 없이
두 사람의 일상 그대로를 팔로우할 거야
각자 일상뿐만 아니라
두 사람 같이 있는 모습까지
씁, 내 일상은 집, 회사, 집 그리고 회사인데
괜찮겠어?
그리고 어차피 회사에 있는 동안은 못 찍을 텐데?
그건 이미 협의됐어
(지웅) 회사 일도 팔로우할 거야
뭐, 오히려 좋아하던데? 프로젝트 홍보된다고
난 작업 중에 누가 옆에 있으면 되게 예민해
그건 최대한 카메라 고정으로 찍을게
(연수) 근데
하, 너는 진짜 이게 재밌을 거라고 생각해?
나는 듣기만 해도 재미없어, 지금
(지웅) 그건 내가 알아서 하니까
걱정 말고
뭐 더 궁금한 거 있어? [웅의 한숨]
들어 보니까 두 사람 다 불편한 거 없다는 거 같고
어, 문제없지?
[종이를 쓱 정리하며] 하 우리 잘해 보자, 그럼
(웅) 지웅아
이번엔 망한 거 같다 [문이 달칵 닫힌다]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밝은 음악] [식당이 분주하다]
[한숨]
(창식) 형, 나 왔어!
뭐야?
오늘도 찍는 건가?
웅이도 찍히는 거야?
(웅) 하, 안녕하세요, 아저씨
(창식) 응응
아니, 근데 그…
어, 형
오늘 콘셉트가 뭐야?
(웅) 그런 거 신경 쓰지 마시고
그냥 앉으셔서 식사하고 가시면 돼요
(창식) 아이, 내가 또 어떻게 신경을 안 쓸 수가 있겄어?
(호) 어? 아니 우리 창식이 동생이 왔네
[창식이 호응한다] 일로 좀 와 봐
- (창식) 아니, 근데 지웅아 - (호) 야
(창식) 철물점은 안 찍는 거야?
아니, 왜 내…
[하품]
(솔이) 최웅이랑 이거 다시 한다고?
너 제정신이야?
(연수) 하 내가 진짜 하고 싶었겠어?
이게 다 먹고살려고 몸부림치는
직장인의 애환이랄까
(솔이) 그래서 최웅이랑 다시 붙어 있는 건 괜찮고?
혹시 너희 다시…
(연수) 아, 이상한 소리 하지 마시죠? 쯧
(솔이) 오키, 오키
꺼진 남자 다시 들여다보는 거 아니다
너 정신 똑바로 차려
(연수) 아, 진짜 그런 거 아니래도, 치
어?
언제부터 찍으셨어요?
(채란) 아, 신경 쓰지 마시고 편하게 얘기하세요
(솔이) 어… [연수의 한숨]
[흥미로운 음악] 저희 편하게 얘기하면 다 비방용일 텐데?
(연수) 아, 보통 직장인들은
[힘주며] 주말에 늘어져 쉬거나 자거나 할 텐데
저는 그러진 않아요
시간을 허투루 쓰는 건 용납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주말에도 계획적으로 하루를 보내요
보통 이렇게 아침에는 조깅을 뛰곤 한답니다
[의아한 숨소리] 어, 낮잠은…
지금 촬영하기 싫어하는 사람의 모습이 아닌데?
(연수) 잠은 밤에 자야 된다고 생각해서
누구처럼 낮잠이랍시고 그렇게 빈둥거리는 거
딱 질색이거든요
아무튼 오늘은 좀 천천히 뛸게요
따라오세요
(솔이) 지금 누가 봐도 지금 촬영 되게 하고 싶어 하는데?
[한숨]
아이씨, 저 돌아이, 어쩌려고, 씨
[웅이 코를 드르렁 곤다] [흥미로운 음악]
[이훈의 옅은 웃음]
[밝은 음악]
(솔이) 신메뉴, 테스트해 봐
(연수) 으음
어때? 괜찮지?
별론데?
너 가, 왜 왔어?
(솔이) 썩 꺼져 버려
[젓가락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웅) 야, 인마
너도 빨리 이거 빨리 양파나 좀 까, 그만 찍고
(지웅) 아이 전 없다고 생각하시라니까요
참, 어떡하냐? 우리 지웅 PD님, 어?
재미난 거 좀 찍어야 되는데
나 양파 까는 거만 찍고 있고
[웃음]
어떻게 좀 양파를 좀 재밌게 까 줘?
[웅의 웃음]
(지웅) 미쳤나 봐요
[웃음]
(동일) 어이, 안녕
여기 분위기 왜 이래?
작가 언제 붙여 줍니까?
아
- 안녕 - (지웅) 선배
(동일) 아이, 나도 노력하고 있어
아유, 갑자기 빼 올 수가 있나?
야,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작가들은 너랑 일하기 싫다는데
그거, 그건 내 탓 아니다
아니, 그렇게 갑자기 들어가라고 난리를 치더니
(지웅) 이렇게 지원을 안 해 준다고요?
(동일) 야, 알았어
내가 진짜 든든한 지원군으로 내가 보, 보내 줄 테니까
수고해라, 응
채란아, 네가 고생이 많다, 야
[지웅의 한숨]
거기도 쓸 거 없지?
네, 전혀요
일단 둘 다 소집해
(웅) 어?
김지웅!
없냐?
갔나?
[웅이 혀를 쯧 찬다]
[힘주는 신음]
[만족하는 신음]
(웅) 이거
생각보다 더 쉽게 촬영을 끝낼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에요
[웅의 힘주는 신음]
아이, 이제 평화롭네, 아휴
[편안한 신음]
[잔잔한 음악]
[새근거린다]
[달칵 소리가 울린다]
[몽환적인 음악] [달칵 소리가 울린다]
(웅) 저는
잠을 깊게 자지 못해요
늘 반쯤 잠들고 반쯤 깨어 있죠
한 번에 꾸는 꿈만, 씁
한 500개쯤 될 거예요
그래서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을 잘 못하기도 하고요 [잔잔한 음악]
[울리는 효과음] (연수) 너
(웅) 이건 당연히 꿈이겠지
(연수) 괜찮아?
- (연수) 뭐, 뭐야? - (웅) 뭐야!
(웅) 뭐야?
뭐야, 너?
뭐 하는 거야?
아이, 지, 진짜네?
진짜긴 뭐가 진짜야?
너 꿈꿨냐?
[말을 더듬으며] 야 너 언제부터 있었어?
(웅) 야, 남의 집에 말도 없이 있으니까 그러지
아까 왔다, 아까
(연수) 김지웅이 할 말 있다고 해 가지고
넌 뭐 하길래 낮에 이렇게 처자냐?
잠을 잘 못 자서
왜 못 자는데?
(웅) 아…
기, 김지웅은?
잠깐 나갔다 온다던데?
(웅) 아…
아유
아휴, 씨
그…
나 잠깐 작업실 내려갈 건데
(연수) 응?
아이, 하, 할 거 없으면은
그림 좀 구경하라고
밑에 그림 좀 있으니까
[웅의 옅은 헛기침]
[편안한 음악]
(연수) [놀라며] 와
[연수의 탄성]
[연수의 헛기침]
[웃으며] 어? 저 그림 죽인다
[웅의 웃음]
(웅) 아, 너무 자세히 보진 말고
(연수) 이건 어디에 있는 거야?
(웅) 아, 이 건물?
이거 파리에 있는 거
이 건축가가 소앤도 하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축가야
(연수) 아
그래서 한다 했구나?
(웅) 응
(연수) 사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웅) 뭐가?
(연수) 아이, 너 예전에
공부 안 하고 그림만 그리고 있을 때도
그냥 공부하기 싫어서 그러는 줄 알았거든
(웅) 야, 사람마다 잘하는 게 다 다른 거야
근데 넌 나한테 공부하라고 잔소리, 잔소리를…
이제 알겠냐, 너의 가학성을?
그래도 그 잔소리 덕분에 대학 갔을 텐데?
(연수) 어?
이거…
[학생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툭 소리가 난다] [웅의 당황한 신음]
(연수) 아이고
실수
야, 괜찮아
뭐 이거 가지고 그래? 이거 지우면 되지
(웅) 야, 이…
[흥미로운 음악]
- (웅) 카메라 꺼 주세요 - (연수) 끄지 마세요
하, 꺼 주세요 [흥미진진한 음악]
안 돼요, PD님, 절대 끄지 마세요
(웅) 야, 국연수!
(동일) 따, 따라가, 따라가 이런, 씨
[흥미로운 음악] [풀벌레 울음]
[종이를 쓱쓱 꺼낸다]
[연수의 한숨]
[아련한 음악]
(연수) 이거 버렸다더니?
[연수가 피식 웃는다]
(웅) 그러게? 이게…
이게 왜 거기 껴 있지?
(연수) 참, 나 때문에 망쳤다고 그렇게 난리를 치더니
그거 봐 봐, 뭘 살짝 보면 티 하나도 안 나잖아
너 때문에 망친 거 맞거든?
자세히 보면 티 나
(연수) 애걔, 치, 그 정도 가지고
자기는 그때 그래 놓고 며칠을 삐져 있었으면서
치사하게
너 때문에 망친 게 한두 번이 아니지
(연수) 야 그거 그림 건든 건, 그거
한 번…
두 번, 그 정도밖에 안 되거든?
내 인생도 망쳤지
(웅) 엉망으로
(웅) 아
이게 아닌데
(연수) 야
너 말을 왜 그렇게 하냐?
내가 뭘 망쳐?
(웅) 이런 말 하려고 한 게 아닌데
뭐야? [감성적인 음악]
그냥 그렇게 말하고 나면 끝이야?
그럼 아니냐?
[한숨]
(웅) 왜 한 번씩 이렇게 속이 뒤틀리는 기분일까요?
(연수) 너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굴 건데?
내가 뭐 얼마나 대단하게 네 인생을 망쳤는데?
봐 봐, 너 잘 지내고 있잖아
뭐가 엉망인데?
이 그림처럼 살짝 보면 티 안 나나 보지
[한숨]
언제까지 나 죄인 만들어서 세워 놓을 건데?
(연수) 우리 촬영도 하기로 한 마당에 그냥 좀
좀 좋게 좋게 지내면 안 돼?
(웅) 저도 그러려고 했죠
미안하다
너처럼 쿨하지 못해서
(웅) 그런데 왜 이렇게 찌질한 말들만 나오는 걸까요?
[한숨]
가만히 있으니까 아주 자기만 피해자인 척
웃긴다, 최웅
그럼 너도 가만있지 말든가
우리가 헤어진 게 다 나 때문이었어?
찍지 마, 김지웅
(지웅) 아이, 귀신이네?
(연수) 아예 모든 걸 다 찍을 생각이야?
(지웅) 뭐…
그게 내 역할이긴 하니까
(연수) 불러 놓고 왜 이렇게 늦게 와?
빨리 할 일이나 해
(지웅) 올라가자
(채란) 분위기가 어쩐지 살벌하네요
저만 그런가?
(연수) 하, 미안
나 다음 일정 있어서 먼저 가 봐야겠다
나중에 정리해서 연락 줘
[지웅의 한숨]
(지웅) 뭐, 그럼 일단 너라도…
[웅의 한숨]
이거 촬영하기로 한 거 잘한 건지 모르겠다
[웅이 입소리를 쯧 낸다]
[문이 스르륵 열린다]
(채란) 하, 개판이네요 [문이 스르륵 닫힌다]
콘셉트 얘긴 꺼내지도 못했는데
이럴 거 예상 못 한 건 아니니까
두 사람 계속 이대로 팔로우만 해도 괜찮을까요?
우선 오늘 퇴근하자
(지웅) 너 집으로 가지? 중간에 내려 줄게
(지웅) 처음은 리뷰로 시작해야겠다
(채란) 네?
(지웅) 처음 둘이 만났을 때 어땠는지
10년 전에 왜 이 영상을 찍게 됐는지, 그리고
지금 다시 만났을 때 둘이 어떤지
좀 좋은 기억들을 최대한 끌어내 봐야겠어
[채란이 호응한다]
그 두 분 연애했었죠?
그게 보여?
(채란) 옛날 촬영본 보고 이번에 실제로 보니까
답이 나오던데요, 뭐
(지웅) [웃으며] 어, 눈치 빠르네
역시 우리 회사 에이스
[채란이 피식 웃는다]
선배랑 최웅 씨는 언제 처음 만났어요?
어, 초등학교 입학식 때
(지웅) 내 뒤에 서 있었어, 걔가
그때 줄을 잘못 선 거지, 뭐
그분 볼수록 매력 있던데
학교 다닐 때 인기 꽤 많지 않았어요?
우리 회사 에이스라는 말 취소
(지웅) 아직 사람 보는 눈이 엉망이네
쯧 [채란의 웃음]
[지웅이 피식 웃는다]
연수가 인기 많았어
국연수 씨요?
그랬을 거 같아요
영상에선 좀 차갑게 보여지긴 하지만
차가워 보여서 애들이 다가가질 못한 거지
(지웅) 걘 모르겠지만
좋아하기만 하고 말 못 한 애들 꽤 있었어
[잔잔한 음악]
선배도 국연수 씨랑 친했어요?
글쎄
예전에도 지금도 그냥 관찰자 정도?
(지웅) 어, 이 근처인 거 같은데?
(채란) 아, 저기 앞에 세워 주세요
(지웅) 내일 천천히 나와 일 별로 없으니까
(채란) 그거 아세요?
회사 사람들은 선배 되게 차갑고 무뚝뚝한 줄 알아요
알아, 나 인기 없는 거
그래서 나랑 프로그램 같이 하려는 사람 별로 없잖아
인기 많아요
차갑게 굴어서 다가가질 못한 거지
(채란) 아, 선배는 모르겠지만
좋아하기만 하고 말 못 하는 사람들 많을걸요?
(지웅) [웃으며] 뭐야? [채란의 웃음]
고맙다, 위로가 되네
이런 모습을 알아야 될 텐데, 사람들이
(채란) 태워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웅) 그래, 조심히 가
[지웅의 놀란 숨소리]
뭐야?
누구야?
아, 모르셨어요?
아까 올 때부터 같이 타고 왔는데
[작은 목소리로] 누군데?
팀장님이 보낸 든든한 지원군이요
(채란) 인턴
[한숨]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임태훈입니다
(지웅) 인턴?
(채란) 어제 첫 출근
그리고 아직까지 못 퇴근
(태훈) 아, 저는 괜찮습니다
(지웅) 근데 쟤를 왜 여길 보내?
여기가 무슨 어린이집이야?
팀장님이 그러시는 거 한두 번인가요?
(지웅) 하, 진짜, 아!
이번 촬영 하나부터 열까지 다 엉망이네
야, 얘 다시 돌려보내
차라리 팀원 안 받는 게 나아
[지웅의 한숨]
- (지웅) 내려 - (태훈) 예?
- (채란) 네 - (태훈) 네, 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펜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웅) 하, 씨
[안경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잔잔한 음악]
(웅) 내 인생도 망쳤지
엉망으로
왜 그런 말을 지껄인 거야? 찌질하게, 씨
(웅) 쯧, 아이씨
[한숨]
쯧, 아
오늘도 잠은 다 잤네
[발을 탁탁 구른다]
[한숨]
우리가 헤어진 게 다 나 때문이었어?
아, 진짜
괜히 쓸데없는 얘기 해 가지고
(연수) [한숨 쉬며] 국연수 미쳤냐?
너라도 쿨하게 굴었어야지
[한숨]
[착잡한 숨소리]
[심호흡]
[심호흡]
[한숨]
이걸 앞으로 한 달을 해야 된다는 거지?
[한숨]
[웅의 한숨]
[연수가 툭 눕는다]
[웅이 책을 탁 던진다] [지웅의 한숨]
[입소리를 쯧 낸다]
[숨을 들이켠다]
[한숨]
얘네 둘을 어떻게 해야 되나?
"소앤"
(도율) 어쨌든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이훈) 아닙니다 저희가 함께할 수 있게 돼서
너무나 영광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도율) 이번에는 국연수 팀장님이 애 많이 써 주셨어요
아…
감사합니다
(도율) 지금 촬영하고 있는 것도
이번 프로젝트 홍보 방향에 맞춰서 잘 좀 활용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이번 작가 미팅은
제가 직접 좀 참여를 했으면 하는데
(이훈) 아, 그러면, 저 미팅 장소를 이곳으로 바꿔서…
(도율) 아니요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매번 여기까지 오시느라 많이 번거로우셨을 텐데
뭐, 저 혼자 움직이는 게 낫죠
(이훈) 아니, 뭐, 그래 주시면 저희가 너무 감사드리죠
자, 그럼 여기까지 할까요?
(도율) 아
먼저 가 계세요
이번 주 금요일에 작게 오픈 기념 파티를 여는데
다들 시간 괜찮으시면…
(이훈) 오, 파티요? 너무 좋죠
[익살스러운 효과음] 예, 파티 피플, 예
[이훈의 웃음] [도율의 어색한 웃음]
국연수 팀장님도 오실 수 있으신가요?
- (연수) 저는 그… - (예인) 팀장님, 가셔야죠
예, 그러면은
(연수) 별다른 일정 없으면 참석하겠습니다
저, 그럼 국연수 씨랑 저는
잠깐 가는 길에 할 말이 있어서요
(연수) 네
[흥미로운 음악]
(예인) 어때요?
(명호) 예인 씨 말 듣고 보니까 좀 그렇긴 한데?
(이훈) 뭔데, 뭔데?
(예인) 심증 900%라고요
이쪽으로 가요 [이훈의 웃음]
- (예인) 빨리 와요 - (이훈) 국 팀장이 뭐, 뭐?
나 모르겠는데, 도대체?
[TV 전원음]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은호) 어?
뭐야, 이제 TV에도 나와?
[다가오는 발걸음]
뭐야, 또 작업실에서 밤새웠어?
오, 계속 촬영 중이었네?
안녕하세요
(웅) 뭐야, 아침부터 재수 없게 저 얼굴 보고 있어?
(은호) 아, 형 저 사람, 누아 작가
이제 막 방송도 타나 봐
[하품]
(웅) 관심 없다
(은호) 아, 우리 형도 이제 딱 오픈해 가지고
저런 애들 싹 다 정리하고 보여 줘야 되는데
형, 우리도 뭐 인터뷰 잡을까?
(웅) [물병을 탁 잡으며] 아유, 됐어
[물을 조르르 따르며] 이번 주 스케줄 어떻게 되냐?
어, 내일 드로잉 쇼 관련 미팅 하나 있고
(TV 속 MC) 유사하다는 말까지 들리고 있다는 거 알고 계시죠?
(은호) 어?
[TV 속 누아가 말한다] 미팅 끝나고 뭐?
어? 뭐라는 거야, 저 자식이?
(TV 속 MC) '표절'이라는 단어까지 언급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은호) 형!
형, 빨리 와 봐
형 지금 물 마실 때가 아니야, 빨리
(웅) 아, 왜 또?
(TV 속 누아) 하, 글쎄요, 표절…
(은호) 이 새끼가 지금 [TV 속 누아가 말한다]
형 물 먹이는 거 같은데?
(TV 속 누아) 그렇잖아요 표절이라는 게
이게 '맞다', '아니다' 딱 잘라서 말하긴 좀 어려운 거, 예 [TV 속 MC가 호응한다]
[무거운 음악]
아마 본인이 제일 잘 알 거예요
아니면 그냥 저한테
영감을 좀 많이 받으신 걸 수도 있죠
[은호의 기가 찬 숨소리] 그건 상관없습니다
(TV 속 MC) 네 [은호가 씩씩댄다]
[TV 전원음]
(은호) 아, 저 새끼 미친 거 아니야?
지금 누가 누굴 보고 표절이래?
안 되겠다
형, 걱정하지 마 내가 아는 기자들한테 다 연락할게
(웅) 아이, 됐어 뭐 하러 관심을 줘?
(은호) 아니, 지금 형보고 자기 거를 표절했다 그러는데
가만있어, 그럼?
저런 거 일일이 대응하지 마, 피곤해
아, 형, 그냥 가만있어
내가 알아서 할게, 전화만…
(웅) 가만있으라고
잘리기 싫으면
[웅이 휴대전화를 툭 던진다]
[의미심장한 음악]
(명호) 팀장님
이것 좀 보셔야 할 거 같은데요
[명호의 한숨]
어떡하죠?
소앤 측에 바로 이슈 전달하고 대응할까요?
일단 소앤 측에 이슈는 제가 전달할게요
작가 측에는 연락하지 마시고 기다리세요
(지운) 괜찮을까요?
지금 반응이 심상치 않긴 한데
괜찮습니다
[명호의 한숨]
(명호) 뭐, 혹시 아시는 거라도 있으세요?
어떻게 확신하세요?
표절 아니에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일들 하세요
[마우스 클릭음]
[키보드 조작음]
[웅이 가지를 싹둑싹둑 자른다]
[한숨]
형, 웅이 형 어때? 뭐래? [지웅이 가방을 툭 내려놓는다]
나도 쫓겨난 거 안 보이냐?
(은호) 지금 완전 이거지?
[한숨 쉬며] 한마디 말도 안 하고 입 닫고 있어서 그냥 포기했어
(은호) 아이씨, 그러니까 일단 대응 기사 바로 내야 된다니까
(지웅) 놔둬
그냥 얽히고 싶지 않은 거 같으니까
내 생각엔 말이지
(은호) 웅이 형이랑 그 누아 자식이랑
원래 알던 사이 같단 말이지
근데 형이 나한테 암말 안 해 주니까
내가 너무 답답하단 말이야
형 뭐 혹시 아는 거 없어?
[무거운 음악]
씁, 글쎄
아, 어디서 본 거 같기도 하고
[은호의 한숨]
[지웅과 은호의 한숨]
아, 말을 안 하니까 우린 모르지, 뭐
(호) 아유, 어쨌든
애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예 모르겠더라고
아, 얘 어렸을 때부터 우리가 워낙에 바빠 가지고
애가 가게 앞 평상에
맨날 혼자 앉아서 놀고 그랬거든
그래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야, 그래도 그 아이랑 있을 땐 달랐어요
애가 막 활기 넘치고 막 팔팔하고 막 그랬거든
야, 그래서 나 이거, 이거
지금 카메라 이거 촬영 다시 한다고 했을 때
나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어
그때처럼만 다시 생기가 돌 수 있어도
너무 고맙지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웅) 어
[웅이 숨을 하 내뱉는다]
(은호) 형
내일 소앤 프로젝트 미팅 있는 거 알지?
혹시 좀 그러면은 미룰까?
뭐가 그래?
아니, 괜히 뭐 표절이네 뭐네, 뭐, 그러면은
됐어, 뭘 미뤄
(웅) 뭐 그쪽에서 연락 온 거 있어?
소앤 쪽에서?
아니, 뭐
어, 아무도 연락 없어?
어, 없는데?
그래?
가 봐
그래, 뭐
나 오늘은 집에 가서 잘게
(은호) 그러니까 오늘은 잠 좀 푹 자, 형
- (은호) 갈게 - (웅) 응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휴대전화 조작음]
(웅) 뭐야?
얜 그냥 아무 관심이 없는 거야?
[펜을 달그락 집는다] [한숨]
[키보드 조작음]
[잔잔한 음악]
[한숨]
[한숨]
[한숨]
[키보드 조작음]
(웅) 하, 야
매니저가 아티스트보다 더 늦으면 내가 뭐가 되냐?
(은호) [가쁜 목소리로] 아, 진짜 미안
나 금방 가거든?
그러니까 들어가서 그냥 인사만 하고
가만히 앉아 있어, 알겠지?
(웅) 끊어
[통화 종료음]
어…
그, 아무래도
매니저를 다시 뽑아야 될 거 같아요
(예인) 하, 씁 [명호의 하품]
역시 내 촉은 틀리지가 않아
명호 씨
[명호의 피곤한 신음] (예인) [헛기침하며] 아까
장도율 팀장님 봤어요?
오자마자 또 국연수 팀장님 찾는 거
[명호의 탄성] 커피까지 사 들고
(명호) 맞아, 봤어
나도 이젠 '확실하다' 쪽에 한 표다
(지운) 뭐가 확실해요?
[흥미로운 음악] (명호) 장도율 팀장님이 국 팀장님 좋아한다니까
[지운의 탄성] 아, 자긴 지난번에 회의에 없었어서 모르겠구나
아, 뭐, 그때도 장난 아니었잖아
그 차가운 양반이 국 팀장님한테는 얼마나 부드럽게 구는지
(예인) 거봐, 거봐 내 말 맞다니까? [지운의 미심쩍은 숨소리]
어, 곧 미팅 시작하겠다
우리 회의실 세팅됐나?
(지운) 그건 이미 제가 다 했죠
- (예인) 아이고 - (명호) 어유, 잘했어, 응
(예인) 작가님은 아직 안 오셨겠지?
(예인과 지운) - 아유, 나 완전 궁금한데, 응 - 저도요
(명호) 궁금해하지 말고 얼른 회의실로 들어와
(지운) 네
(예인) 그럼 나는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 (지운) 네 - (명호) 수고
(예인) 가요
엄마, 깜짝이야
[예인의 놀란 숨소리]
커피 안 쏟았죠?
와, 진짜 큰일 날 뻔했네
아, 근데 여기 어떻게 오셨…
어? 어어!
최웅이다
(연수) 이쪽으로 가시죠, 작가님
(웅) 아, 예, 뭐…
- (도율) 앞부분은 괜찮고요 - (연수) 네
(도율) 여기부터 시작하면 좋을 거 같아요
죄송합니다
(명호) 장도율 팀장님이 국 팀장님 좋아한다니까
[연수의 헛기침]
(도율) 아, 그럼 시작은
작가님 매니저님도 오시면 할까요?
아, 뭐, 바로 시작하셔도 괜찮습니다
(도율) 그래도 같이 공유하는 게 좋을 거 같네요
그럼 시작 전에
간단한 질문 좀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네
(도율)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거부터 묻고 싶습니다
표절하셨습니까?
저, 장 팀장님
(도율) 아, 제가 돌려 말하지를 못해서요
실례가 된다면 죄송합니다만
저희 쪽엔 아주 중요한 문제라서요
[무거운 음악]
대답해야 할까요?
대답해 주시는 게 좋죠, 저희 쪽엔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그런 문제는 없습니다
(도율) 표절은 진위 여부를 밝혀내기가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표절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방법이 어렵다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증명하실 생각이시죠?
문제가 없을 거라고 확신하십니까?
(연수) 저, 팀장님
그건 팀장님이 질문하실…
(웅) 증명은 간단합니다
표절하지 않았다는 근거는 많지만
표절했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을 거니까요
그걸 알고 있으니 확신하고요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율) 저로서는 확실히 하고 가야 할 문제라서요
작가님께 큰 결례를 범하는 걸 알면서도 물었습니다
확신하신다니까 저도 믿고 진행하겠습니다
네, 괜찮습니다
(도율) 아, 그리고 작가님
혹시 이번 주 금요일에 시간 괜찮으시면
저희 소앤 오픈 기념 파티에 참석해 주시겠습니까?
그날 오늘 범한 실수도 만회하고 싶은데요
아, 그건 제가 생각을 좀…
(도율) 국연수 팀장님도 참석하실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연수) 아, 그게…
(웅) 가겠습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은호) 아,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쪼끔 늦었습니다
(도율) 이쪽입니다
(은호) 예
(도율) 자, 그러면 [연수의 헛기침]
앞부분은 생략하고요
(웅) 너 진짜 미팅 한 번만 더 늦어 봐
(은호) 진짜진짜 미안
뭐, 택시 잡을까?
(웅) 잠깐만
[은호의 떨리는 숨소리]
너 파티 같은 거 가 봤냐?
(은호) 파티?
무슨 파티? 뭐, 누구 생일 파티 해?
아니, 좀 고급스러운 파티 말이야
(은호) 아, 그런 거?
(웅) 가 봤어?
아니, TV에서 많이 봤지 파티는 무슨
(은호) 근데 왜?
씁, 야, 그런 거 갈 땐 뭐 어떻게 입고 가지?
[은호의 생각하는 숨소리]
(은호) 턱시도? 뭐, 나비넥타이?
(웅) 됐다 내가 누구한테 물어보냐, 씨
(은호) 아, 왜, 뭔데?
(웅) 하, 됐고, 너 먼저 들어가
나 어디 들를 데 있어서
야, 지웅아 너도 인제 그만 따라와라
내 사생활이야
사생활 찍는 게 내 일이야
(웅) 너 오늘 많이 건졌을 텐데?
그리고 너 자꾸 이렇게 내 개인 시간 없이 이러면
나 다 관둬 버린다, 진짜?
오케이, 오케이 오늘은 그냥 넘어간다
너 근데 그 협박 자주 하면 효과 없다
[웅이 입소리를 쯧 낸다]
[웅의 한숨]
[잔잔한 음악]
(지웅) 쟤 어디 가는데?
[손님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웅이 옷걸이를 달그락거린다]
[한숨]
[한숨]
[입소리를 쯧 낸다]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안쪽입니다
(웅) 예
[웅의 헛기침]
(엔제이) 작가님, 왔어요?
(웅) 와, 저
이런 곳에 올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저…
전 지금 이곳과 너무 안 어울리지 않나요?
[엔제이가 피식 웃는다]
(엔제이) 걱정 마요 내가 어울리잖아요
작가님이 같이 쇼핑하자고 연락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항상 의외의 선택을 하시네요?
죄송해요, 너무 당황스러우셨죠?
당황스러운 건
때마침 내가 스케줄이 없어서 거절할 수 없었다는 거죠
다행이네요
아무튼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웅) 제가 이 은혜는 꼭, 꼭 보답하겠습니다
제가 사실 그런 옷을 사 본 적도 없고
뭘 사야 될지 몰라 가지고
근데 생각나는 사람이 엔제이 씨밖에 없더라고요
어?
그거 지금 되게 괜찮은 말인데?
(엔제이) 앞으로도 생각나는 사람이
나밖에 없길 바랄게요
(웅) 아…
자, 그럼 [밝은 음악]
신나는 쇼핑 시작해 볼까요?
아…
(웅) 저, 엔제이 씨
(엔제이) 으음
생각보다 편한데요?
어때요?
이건 어때요?
아, 좋아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웅) 어? 엔제이 씨 쇼핑백 두고 오셨는데?
괜찮아요 [문이 달칵 닫힌다]
이따 집으로 다 보내 줄 거예요
이야, 역시 사는 세상이 다르구나
(엔제이) 둘이서 쇼핑 네 시간이면
되게 짧게 했다, 그렇죠?
그중에 제 쇼핑은 30분이었고요
배고프지 않아요?
아, 그럼 제가 살게요
오늘 이렇게 도와주셨으니까
그럼 저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잔잔한 음악]
(웅) 저…
제가 엔제이 씨보다 물론 돈은 좀 없겠지만
그래도 꽤 있으니까 딴거 드셔도 되는데
(엔제이) 쇼핑한 날엔 떡볶이가 룰이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쇼핑하고 나서는
돈을 많이 썼다는 죄책감에 뭐, 굶거나
떡볶이나 어묵 같은 걸로 때웠어요
길티 플레저 같은?
아…
엔제이 씨도 그럴 때가 있었구나
뭐, 본 투 비 스타처럼 보이겠지만
저도 당연히 어렸을 땐 평범했죠
[살짝 웃는다]
(엔제이) 으음
(웅) 으음
(엔제이) 근데 작가님, 옷은 왜?
어디 방송 나가요?
그 누아인가 머시깽이인가 그거 복수하러?
봤어요, 그거?
어떻게 안 봐요? 기사가 나왔는데
당연히 봤죠, 나 기사 마니아인데?
(웅) 음…
꼭 그런 건 아니고
갑자기 파티 갈 일이 생겼어요
음, 파티
(엔제이) 그러면 처음에 산 셔츠에다가 노타이
그리고 신발은 두 번째 산 거
(웅) 이야
역시 전문가는 다르네
[웃음]
(엔제이) 그거 유명세라고 생각해요
(웅) 예?
유명해지면 꼭 한 번씩 세금을 걷어 가더라고
[잔잔한 음악] (엔제이) 작가님도 이제 유명해지니까
뭐, 그런 말 같지도 않은 걸로 기사 나고 그러는 거예요
[옅은 웃음]
고마워요
그래도 제가 표절 아니라고 믿어 주시네요?
당연하죠
내 안목을 뭘로 보고
[사장의 웃음]
(웅) 감사합니다
(엔제이) 이모님 여기 소주잔 두 잔 주시겠어요? [사장이 대답한다]
(웅) 갑자기 술이요?
(엔제이) 오늘은 딱 무조건 소주 각인 바이브인데
내일 화보 있거든요
그렇다고 작가님 혼자 소주 마시면 내가 배 아파서 안 되니까
[잔을 탁 놓으며] 오늘은 둘이서 물로 짠 해요
(연수) 표절
그거 아닌 거 아니까 신경 쓰지 마
[잔잔한 음악]
(연수) 아까 장 팀장님이 한 말
상처받지…
[연수의 한숨]
[연수가 휴대전화를 툭 놓는다]
(TV 속 해설자) 포스를 제대로 풍기며 돌진한 백구 [은호의 웃음]
[발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런데, 어머, 잠깐만
(웅) 야, 내 차 키 못 봤냐?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어, 형, 뭐라고? [TV 소리가 작아진다]
(웅) 내 차 키 못 봤냐고
차 키?
갑자기 차 키는 왜?
[웃으며] 운전도 안 해 가지고 맨날 처박아 두면서 갑자기?
(웅) 진짜 못 봤어?
누구세요?
(웅) 아이, 어색한 거 아니까 시끄러워
형, 나 몰래 뭐, 맞선 보러 가?
(웅) 아이, 시끄러워
뭐야, 나 존심 상하는데 약간 설렜어
형, 일로 다시 와 봐
(웅) 아이, 지랄하지 말라고
(은호) 아, 형 그러고 어디 가는데?
아유, 나 빼고 어디 가는데?
[잔잔한 음악]
[연수의 한숨]
[사람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연수) 아씨, 괜히 왔나?
너무 어색하네
죄송합니다
[탁 소리가 울린다]
[산뜻한 음악]
뭐야? 어디 가?
나 이런 데 불러 놓고 어디 가냐고
아
나 잠깐…
(도율) 국연수 씨
- (도율) 오셨네요? - (연수) 예
(도율) 아, 작가님도 오셨네요?
감사합니다
(웅) 온다고 했으니까 지켜야죠
(도율) 예, 그럼 천천히 좀 즐겨 주세요
국연수 씨 소개해 드릴 사람이 있거든요?
네
[도율이 말한다]
[한숨]
[웅의 한숨]
(웅) 도대체 제가 여기를 왜 와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한숨]
(웅) 야
그래도 여기까지 따라와서 찍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
10년 전 찌질한 최웅이랑은 다른 모습 보여 주고 싶다며?
오늘 그런 날 아니야?
뭐, 나쁘진 않지?
(지웅) 왜 저래?
(지웅과 카메라맨) - 이제 연수 쪽 찍으러 가시죠 - 네
(웅) 야, 야, 야, 야
그, 뭐
사람들한테 둘러싸여 가지고 바쁜 척하는 거
뭐 찍을 거 있다고
[감독의 힘주는 숨소리] (지웅) 갔다 올게
[냄새를 씁 맡는다]
(남자) 야 [그릇을 탁 내려놓는다]
오랜만이다, 최웅?
(누아) 혹시 올까 했는데 진짜 왔네, 이거 얼마 만이냐?
[웅의 한숨] 음
어디 가? 사람이 말을 하는데
[한숨 쉬며] 별로
사람 같지 않은 게 말해서
뭐야?
왜 이렇게 예민해?
예민한 거 아니고 무심한 거야
비켜 줄래?
너 혹시 아직도 나한테 감정 남아 있냐?
씁, 글쎄?
예전엔 불쌍함 조금?
지금은 그마저도 까먹었고
(누아) 너 왜 반박 기사도 안 내냐고
상대하기도 싫다는 건가?
[입소리를 쯧 낸다]
잘 알고 있네
그럼 지금도 상대하기 싫은 거 알고 있을 텐데?
(누아) 뭐, 아무튼 잘해 보자
뭐라고?
(누아) 뭐야?
너 아직 못 들었냐?
설마 너 이거
혼자 하는 걸로 알고 있냐?
[어두운 음악]
뭐?
[웃음]
나도 해, 이거, 드로잉 쇼
(누아) 너 혼자는 좀
못 미더웠나 보다
[당황한 숨소리]
(웅) 이게 무슨 말인 거죠?
(관계자1) 잘된 거겠죠?
(관계자2) 아유, 잘된 거죠
'표절 이슈로 핫한 작가 둘을 붙여 놓았다' [관계자1이 그릇을 달그락 집는다]
[관계자1의 탄성] 야, 이거 홍보 효과가 확실하긴 하겠죠?
(관계자1) 씁, 그러려나?
(관계자2) 그렇죠
(관계자1) 아, 일 잘한다는 얘기는 원래 알고 있었는데
아무튼 뭐, 대단하네요, 응
아니, 이슈 딱 터지자마자 확 잡은 거 아니에요
(관계자2와 관계자1) - 그러니까요 - 나도 기대가 크다니까?
(관계자2) 저도요
(웅) 하, 국연수
(연수) 응?
너도 알고 있었어?
뭐를?
(연수) 뭐죠? [한숨]
최웅은 왜 날 이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걸까요?
너도
알고 있었냐고
(도율) 작가님, 무슨 일이시죠?
(웅) 이번 프로젝트
누아 작가도 같이 하는 거 알고 있었습니까?
국연수 팀장님
그게 무슨…
(도율) 작가님
그 문제는 나중에 저랑 다시 얘기하시죠
(웅) 거봐
날 망치는 건
늘 너야
[감성적인 음악]
[문이 덜컥 열린다]
[문이 덜컥 닫힌다]
(연수) 전 그냥 늘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요? [비가 쏴 내린다]
(웅) 원래 그런 애가 아닌데 그날따라…
(연수) 아니, 글쎄 나보다 오히려 걔가…
(웅) 분위기를 자꾸 이상하게 만들더라고요
그날따라 되게…
야
(웅) 너 마지막 인터뷰 때 뭐라고 할 거야?
(연수) 어?
(웅) 아니
너 지난번 인터뷰 때
나 때문에 공부할 시간 버려서 시간 아깝다 그랬잖아
그거 들었냐?
(연수) 왜 엿듣고 그래?
지금은 어떤데?
(웅) 시간 버린 거 같아?
(연수) 어울리지 않게 진지한 얼굴을 하질 않나
(웅) 응?
어떤데?
(연수) 안 하던 질문을 하질 않나
(연수) 어
꼭 그런 거 같지는 않은 거 같기도 하고
그래도 오늘 마지막 날이니까
나쁘지 않았던 걸로 하지, 뭐
(웅) 날 보고 웃지를 않나
(연수) 너는?
넌 어땠는데?
어?
넌 뭐라고 할 건데?
(웅) 진짜 귀찮고 짜증 나고 재수 없고
학교 안 왔으면 좋겠고
카메라 꺼져 있으면 한 대 때려 주고 싶고
그만, 알았으니까 그만
(연수) 하,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웅과 연수) - 또… - 아, 너 나 싫어하는 거 아니까
- 그러니까… - (웅) 나
너 안 싫어하는데?
(웅) 그래서 괜히 그런 쓸데없는 말도 나와 버렸고요
나 너 안 싫어해
[산뜻한 음악]
(연수) 고맙다
나 안 싫어해 줘서
(연수) 계속 이상하게 쳐다보지를 않나
정말 이상했다고요
(웅) 너, 넌?
(연수) 야
너 얼굴 빨개
너 열나잖아, 지금
(웅) 아…
(연수) '아'는 무슨 '아'야? 괜찮아? 어?
너 엄청 뜨거운데?
어, 괜찮은데?
괜찮긴 뭐가 괜찮아
(연수) 자
(웅) 아, 나 괜찮다니까? 너 입어
(연수) 아, 나중에 내 탓 하지 말고 입어라, 어?
멋있는 척하다 이게 뭐냐?
(웅) 아, 내가 괜찮다니까, 입어
비 그거, 그거 쪼끔 맞았다고
금세 그렇게 열나고 있냐? 어?
(연수) 어, 내가 건강 관리도
수험생의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라고
- 분명히 말했어, 안 했어? - (웅) 아, 또, 또, 또, 또 잔소리
야, 넌 이 와중에 잔소리하고 싶냐, 진짜?
(연수) 시끄럽고, 빨리 입기나 해
(웅) 아이, 진짜
너 안 싫어한다는 거 취소!
(연수) 갑자기
모든 걸 이상하게 만들어 버린 건
최웅이었다고요
(연수) 그러면
나 싫어한다는 거야?
(연수) 아니, 날씨 때문이었나?
(웅) 아니
(웅) 머리를 뜨겁게 달군 열 때문이었나?
그럼…
(연수) 아니면
열이 그새 옮았던 걸까?
(웅) 분명해요
아침부터 변덕스러웠던 망할 날씨 탓
[감성적인 음악]
망했어
나 너 좋아하나 봐
(채란) 선배도
국연수 씨랑 친했어요?
(지웅) 글쎄
예전에도 지금도
그냥 관찰자 정도?
[휴대전화 진동음] (지웅) 최웅은 늘 이런 식이었어요
국연수만 나타나면
모든 게 흔들리고 무너져 버리는
(웅) 미안하다는 말이 뭐가 그렇게 어려워?
어차피 항상 지는 건 나야
(웅) 할 거야, 나
누아 작가랑 한다고
"드로잉 쇼 콘셉트"
(은호) 뭔가 좀 아티스트적인…
(은호와 웅) - 어유, 얘 토한 거 아니야? - 죽을래?
(연수) 미안해
(웅) 쓸모없는 감정 소모는 하지 말자, 우리
.그 해 우리는↲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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