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그이 3

 (다다) 하, 진짜, 사랑?

 

[익살스러운 음악]

 

[헛웃음]

 

사랑?

 

하, 참

 

사랑이 그렇게 쉬우면

 

왜 사랑 가지고 그렇게 울고불고 난리 블루스를 치겠냐고요

 

아, 진짜

 

(영구) 여자 친구 [다다의 놀란 숨소리]

 

[부드러운 효과음] 아, 깜짝아!

 

언제 들어왔어요?

 

여자 친구

 

이제 자는 거야?

 

예, 자야죠, 시간이 몇 시인데

 

뭐 해요? 빨리 나가요

 

(다다) 빨리 나가요

 

[반짝이는 효과음] [다다의 놀란 신음]

 

[감미로운 음악] 어머

 

여자 친구

 

나 연인용 로봇이야

 

내가 왜 만들어졌겠어?

 

그, 글쎄요, 그걸 제가 어떻게 알까요?

 

이제 잔다며

 

(영구) 혼자 잘 거야?

 

[떨리는 목소리로] 그래야죠

 

(영구) 으음

 

같이 목욕하자

 

아니면 바로 침대로?

 

[다다가 침을 꿀꺽 삼킨다]

 

[다다가 울먹인다]

 

놔요, 놔요, 놔요, 놔요, 놔요

 

안 돼요, 나 아직 안 돼요

 

(다다) 놔요, 놔요, 놔요, 놔요! 놔요…

 

[아파하는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 사람이 진짜!

 

(다다) 아니

 

이, 이, 이 새끼가 진짜!

 

[익살스러운 음악]

 

[다다가 씩씩댄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놓으라며?

 

놓으란다고 진짜 놔요?

 

[다다의 짜증 섞인 숨소리]

 

(다다) 나가

 

나가요, 빨리 나가요

 

알겠어

 

(영구) 여자 친구

 

[경쾌한 효과음] 잘 자

 

[문이 탁 닫힌다]

 

[다다가 울음을 터트린다]

 

[다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서럽게 운다]

 

[거친 숨소리]

 

[서럽게 운다]

 

[다다가 계속 운다]

 

[알람이 삐삐 울린다]

 

[다다의 옅은 신음]

 

[종소리 효과음]

 

[놀란 신음]

 

[밝은 음악]

 

당신 뭐예요?

 

당신이 왜 여기 있어요?

 

[영구가 살짝 웃는다]

 

모닝콜 기능이야, 여자 친구

 

[다다의 어이없는 숨소리]

 

나가요

 

당장!

 

응, 알겠어

 

뭐야, 진짜

 

[놀란 신음]

 

나 늦었어, 어떡해

 

[다급한 신음]

 

(영구) 여자 친구

 

아침 먹어야지

 

[웅장한 효과음]

 

(다다) 아

 

나 좀 늦었는데

 

아니야, 여자 친구

 

아침에 섭취하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영구) 그리고 다양한 섬유질은…

 

나 늦었거든요?

 

여자 친구!

 

여자 친구, 내가 데려다줄게

 

(다다) 아니요

 

저 갔다 올 테니까 밖에 나가지 말고

 

집 안에서 얌전히 절대 사고 치지 말고

 

알겠어요?

 

여자 친구 언제 오는데?

 

일 끝나면 오겠죠

 

[문이 탁 닫힌다]

 

더 같이 있고 싶은데

 

(진) 나는 해적왕이 될 남자다!

 

[진의 거친 숨소리]

 

너 내 동료가 돼라

 

싫다

 

(진) 아유, 왜, 왜, 왜, 왜, 왜 무슨 일 있어요?

 

있지

 

아주아주 SF 판타지스러운 일

 

넌 아마 말해도 안 믿을 거다

 

[진의 난감한 신음]

 

(진) 아, 맞는다, 맞는다, 맞는다 이거, 이거, 아

 

이거 보닛 수리비 견적

 

부품 주문했고

 

다음 주에 수리된대요

 

[다다의 놀란 신음]

 

뭐가 이렇게 비싸?

 

그래도 그거 우리 고모부네 카센터에서 해 가지고

 

나름 싸게 한 거예요

 

그리고 또 줄 게… [다다의 한숨]

 

또 뭐? 주지 마!

 

아, 이거 오늘 콘티

 

아, 그래

 

[차분한 음악]

 

[한숨]

 

(웅) 음, 아이고

 

불쌍한 우리 다다

 

헤어지면 뭐 하나 이렇게 자꾸 엮여 대는데

 

아이고, 우리 다다

 

(조연출) 매니저님!

 

저, 마왕준 씨

 

죄송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실 수 있을까요?

 

아, 무슨 일이에요?

 

(웅) 왜 자꾸 늦어져요?

 

[조연출의 난감한 신음]

 

(화니) 나 이 콘티대로는 절대 못 해요

 

아니, 그냥 안 해요

 

(은동) 야, 뭐가 문제인데, 응?

 

(화니) 대표님, 콘티 안 봤죠?

 

말이랑 너무 다른데?

 

둘이 멋있게 싸우는 거라면서요

 

이거 내가 일방적으로 처맞는데, 이거

 

쪽팔리게 이런 걸 어떻게 찍어요, 예?

 

야, 그거야 당연히 왕준이가 네 선배고

 

애초에 이 광고도 왕준이 때문에 내가 너 박은 거 아니야

 

대표님, 나 요새 완전 핫해요

 

'국민 심쿵남' 몰라요?

 

그건 내가 언플한 거고

 

야, 어쨌든 간에

 

이 콘티 이미 광고주 쪽에서 픽스된 거라 수정 안 돼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그냥 찍자

 

(왕준) 웬 개진상 짓이야?

 

[흥미로운 음악]

 

[은동의 한숨]

 

남의 광고에 소속사발로 원 플러스 원 끼어 들어왔으면

 

그냥 조용히 찍고 갈 것이지

 

왜 깽판을 쳐?

 

뭐라고요?

 

나 오늘 피곤해서 빨리 찍고 집에 가고 싶거든?

 

그러니까

 

적당히 해라, 적당히

 

(화니) 그렇게 못 하겠다면?

 

(웅) 야, 화니

 

그래도 왕준이가 선배거든?

 

말이 좀 짧다? [한숨]

 

(왕준) 못 해? 어?

 

그래, 그럼 뭐, 하는 수 없지

 

그냥 내가 빠질게

 

왕준아

 

(웅)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내가 빠질 테니까

 

너 혼자 주먹질도 하고 총도 쏘고 그럼 됐잖아

 

(왕준) 야, 근데 넌

 

주로 내가 버리는 걸 줍나 보다

 

뭐예요?

 

(왕준) 시즌2

 

내가 안 한다고 깠는데 얘한테 갔네

 

시청자들이 많이 실망하겠다

 

(은동) 야 [웅의 난감한 신음]

 

야, 마왕준!

 

- (은동) 아, 나… - (화니) 아유, 저…

 

(매니저) 형, 참으세요

 

(감독) 아, 마, 마, 마…

 

화니 씨, 왕준 씨 왜 저래?

 

[규리의 한숨]

 

(규리) 뭐야?

 

[진의 한숨]

 

(진) 아까 콘티 받은 후부터 저래요

 

[규리가 병을 탁 내려놓는다]

 

야, 엄따

 

(규리) 이거나 마시고

 

릴랙스하자, 어?

 

[음료수를 탁 내려놓는다]

 

- (규리) 뭐야? - 마왕지옥

 

(진) 누나, 이제 그만해요, 무서워요

 

[차분한 음악]

 

[유쾌한 음악] [프로그램 작동 효과음]

 

[프로그램 작동음]

 

오랜 사용으로 모터 부위에 부식이 진행돼

 

컨베이어 벨트가 빠져 있음

 

[기계음]

 

[세탁기 전원음]

 

수리 완료

 

[살짝 웃는다]

 

[반짝이는 효과음]

 

(영구) 습도 80.9%

 

기온 섭씨 25.3도

 

풍속 4.7미터 퍼 세크

 

강력한 저기압이 형성되어 동북쪽에서 접근 중

 

비가

 

온다

 

하여간 마왕준 그 새끼 내가 언젠가 반드시 복수한다

 

(화니) 두고 봐, 씨

 

근데 마왕준 그 새끼 AQ 부회장 스폰 받는 거 맞지?

 

그렇지 않고서야 한 분기에 광고 스무 개가 말이 되냐?

 

(매니저) 형, 그거 진짜예요?

 

어, 맞네, 맞아, 둘이 사귀네

 

(매니저) 아, 둘이 진짜 사귀네

 

재수 없는 새끼, 씨

 

아, 아, 야, 야

 

[화니의 짜증 섞인 숨소리]

 

(화니) 미쳤냐? 살살 해라, 좀, 씨

 

아프셨어요? 죄송합니다

 

[다다가 퍼프로 탁탁 두드린다]

 

[다다의 한숨]

 

근데요

 

그런 허위 사실 막 유포하고 다니시면 잡혀가요

 

벌금도 내고요

 

뭐?

 

(화니) 이게 어디 분첩 주제에 껴들어

 

야, 죽고 싶냐?

 

뭐?

 

네가 그렇게 노려보면 어쩔 건데, 어?

 

[다다가 케이스를 탁 닫는다]

 

야, 분첩, 너 뭐 하냐, 야 [다다가 화장품을 탁탁 챙긴다]

 

뭐 하냐고, 너?

 

죄송하지만 다른 분장사 알아보셔야 될 거 같습니다

 

(다다) 전 기본적인 예의도 없으신 분하고 같이 일 못 합니다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화니) 분첩, 야

 

[무거운 음악]

 

내 말 다 안 끝났는데 어딜 튀어?

 

놓으세요 [화니의 어이없는 숨소리]

 

(화니) 야 [다다의 아파하는 신음]

 

야

 

(왕준) 뭐야, 저거

 

(웅) 야, 왕준아

 

(화니) 나대긴 왜 나대?

 

그냥 조용히 잘하는 거나 할 것이지, 씨

 

아, 너 마왕준 분첩이었다 바뀌었다며?

 

화니 저게 진짜 미쳤나, 왜 저래?

 

(화니) 네가 이딴 식이니까 마왕준이 널 갈아 치웠지, 안 그래?

 

[잔잔한 음악] [화니의 신음]

 

뭐, 뭐야, 너?

 

내 여자 친구한테

 

함부로 손대지 마

 

[화니의 힘겨운 신음]

 

[웅장한 효과음] [화니의 놀란 신음]

 

[바람 소리 효과음]

 

[스태프들이 소란스럽다] [웅의 놀란 숨소리]

 

[다다의 놀란 숨소리]

 

[매니저의 다급한 신음]

 

- (매니저) 형… - (웅) 일으켜

 

[매니저가 말한다] (웅) 살살, 살살, 살살, 살살

 

- (화니) 새끼야, 씨 - (매니저) 아, 미안해요

 

[매니저가 말한다] [화니의 아파하는 신음]

 

대체 여기 왜 왔어요?

 

난…

 

(다다) 내가 집에 있으라고 했잖아요

 

더 이상 사고 치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쪽 아니어도 내 인생 꼬일 대로 꼬여서 힘들어 죽겠는데

 

왜 자꾸 껴들어요, 왜!

 

[차분한 음악]

 

[한숨]

 

가요

 

가 버리라고요

 

나 그쪽 같은 거 필요 없으니까

 

내 눈앞에서

 

꺼져

 

(은동) 야, 뭔 일이야?

 

야! 야, 잠깐 자리 비운 사이에 이게, 이게 뭔 일이야?

 

아, 갑자기 무슨 한복 입은 놈이 나타나 가지고

 

화니 형 얼굴 확…

 

어? 야, 너 괜찮은 거야, 어?

 

(은동) 병원 안 가도 돼?

 

- (은동) 이씨 - (매니저) 별로, 별로 안 다쳤어요

 

요건 분장이에요, 분장 [매니저의 웃음]

 

- (화니) 아유, 씨 - (은동) 분장?

 

[은동의 짜증 섞인 숨소리] 안 그래도 기분 더러운데 잘됐어

 

그, 한복 입은 놈이랑 분첩 년 좀 찾아줘요, 당장

 

뭐, 보아하니까 어디 사극 보출 같은데 [매니저가 호응한다]

 

잡아다가 아주 그냥, 씨, 쯧 내가 가만 안 둘 테니까

 

(매니저) 맞아요

 

(은동) 야, 씨

 

(화니) 뭡니까, 또?

 

뭐, 다친 거 구경하러 왔어요?

 

별로 안 다쳤으면서 엄살은

 

[어이없어하며] 뭐요?

 

콘셉트 바꿔 줄게

 

(왕준) 내가 네 들러리 해 주겠다고

 

그러니까 일 크게 만들지 말고 빨리 끝내

 

- 진짜요? - 어

 

야, 마왕준, 너 그거 무슨 소리야?

 

[차분한 음악]

 

(은동) 야, 씨

 

야, 빨리 가 봐

 

하, 네

 

(웅) 야, 마왕준!

 

너 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가 주인공인데 콘셉트를 왜 바꿔?

 

[한숨]

 

어차피 처음부터 콘셉트 별로 마음에 안 들었어

 

됐으니까 그냥 쟤 줘 버리라고!

 

[어이없는 숨소리]

 

아, 대신

 

김 감독한테 전화해서

 

'닥터 알파고 시즌2' 그거 내가 계속한다 그래

 

그리고 앞으로 화니한테 들어가는 대본 무조건 나한테 먼저 가져와

 

[어이없는 숨소리]

 

[차 문이 탁 닫힌다]

 

아, 아, 몰라, 아, 몰라

 

네 마음대로 해, 네 마음대로!

 

(감독) 컷!

 

오케이, 좋아!

 

[웅이 인사한다] (은동) 아, 고생했습니다

 

아, 감독님, 고생하셨습니다

 

(웅) 감독님, 고생하셨습니다 [감독이 호응한다]

 

(은동) 잘하죠, 화니

 

- (웅) 저희 왕준이도 앞으로… - (은동) 국민 심쿵남

 

[은동의 웃음] (화니)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웅이 말한다]

 

- (은동) 아, 잘했다 - (웅) 잘 부탁…

 

[한숨]

 

아, 근데 그 자식은 대체 뭐야?

 

[하늘이 우르릉거린다]

 

[비가 후두둑 내린다]

 

이놈의 비는 이럴 때만 내리네

 

[한숨]

 

[반짝이는 효과음]

 

[감성적인 음악]

 

비가 올 것 같아서

 

데리러 왔어, 여자 친구

 

[매미 울음]

 

(다다) 비 맞아도 괜찮아요?

 

녹슬거나 고장 나는 거 아니에요?

 

(영구) 아, 걱정 마, 난 방수 가능한 남자니까

 

(다다) 뭐, 그럼 다행이고

 

아, 저기

 

아까는 미안해요, 말 너무 심하게 해서

 

괜찮아

 

화가 나서 하는 말은 대부분 진심이 아니니까, 맞지?

 

뭐, 보통 그렇긴 한데요

 

진짜로 화났을 때는 웬만하면 도망가요

 

눈치 없이 굴었다간 더 열받는 수가 있으니까요

 

아, 아, 그런 거야?

 

(영구) 알았어

 

여기에 잘 입력할게

 

[영구의 놀란 신음]

 

괜찮아?

 

[다다의 당황하는 신음]

 

(다다) 아, 뭐야 비 오는 날 운전 좀 조심할 것이지

 

가요

 

"리얼"

 

백억은 백억인가 보네

 

기상청보다 날씨도 정확하고

 

불량품인 줄 알았더니 뭐, 나름 쓸 만하네

 

[차분한 음악]

 

많이 아물었네

 

아, 깜짝아

 

[익살스러운 음악] [징 소리 효과음]

 

[문이 탁 닫힌다]

 

(다다) 뭐 해요, 여기서?

 

여자 친구

 

깨끗이 씻었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네?

 

난 모든 준비가 끝났어

 

무슨 준비요?

 

그냥 나만 믿고 따라오면 돼

 

[반짝이는 효과음]

 

왜 이래요? 아, 안 돼요

 

(다다) 안 돼요, 난 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

 

아, 내려놔요, 내려놔 줘요

 

[울먹이며] 빨리 내려놔 줘요, 내려놔 줘요

 

아, 아직 안 돼요

 

안 돼요, 안 돼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거 어떻게 한 거예요?

 

원래 고장 났던 건데

 

내가 고쳤어

 

소중한 거잖아, 여자 친구한테

 

(청락) 다다야

 

아빠

 

아빠랑 오랜만에 블루스 한판 당길까?

 

좋지

 

(영구) 여자 친구

 

[휴대전화 전원음] [다다의 의아한 신음]

 

전화기 이제 되네?

 

[살짝 웃는다]

 

[살짝 웃는다]

 

[밝은 음악]

 

[믹서기 작동음]

 

[믹서기가 탁 멈춘다]

 

[신기한 숨소리]

 

[버튼 조작음]

 

[오븐 작동음]

 

내가 다 고쳤어, 아직 쓸 만하길래

 

그때랑 똑같네

 

[살짝 웃는다]

 

타임머신 타고 돌아간 거 같아

 

[냉장고 문이 탁 닫힌다]

 

[차분한 음악]

 

[은동의 한숨]

 

(은동) 야

 

내가 너랑 화니 때문에 지금 얼마나 개고생인 줄 알아?

 

광고주가 위약금 얘기하는 거 겨우 말렸어

 

이게 얼마짜리 계약인데

 

걔네는 내 덕분에 매출 열 배나 늘었다면서 그래요?

 

그럼 위약금 물고 계약 해지해요

 

경쟁사들은 나 못 잡아서 안달인데

 

(은동) 이야, 이 주제 파악 완벽한 자식, 쯧

 

야, 오늘 화니 그 난리 친 거 엄다다 때문이라며?

 

너 그거 알고 있었어?

 

아니요, 저는 잘…

 

씁, 하, 저번부터 이상하게 엄다다만 뜨면 일이 터지네

 

씁, 야, 내 생각에 걔는 완전히 물이야

 

(은동) 내 사주에 불이 많다 그랬거든

 

와, 내가 뭔가 할라치면

 

엄다다 걔가 딱 그냥 찬물을 쫙…

 

(왕준) 대표님

 

그냥 조용히 좀 가죠

 

저 피곤한데

 

피, 피, 피곤해?

 

그래, 알았다 나도 말 좀 했더니 피곤하다

 

(은동) 아유, 피곤해

 

[코를 드르릉 곤다]

 

[한숨]

 

(웅) 오늘 이래저래 신경 많이 쓰셨어

 

[웅의 웃음]

 

아, 누나

 

그, 오늘 사극 보출 말이야

 

사극 보출?

 

아, 아까 화니 던지고 사라진 남자?

 

어어, 누군지 좀 알아봐

 

왜?

 

아, 그냥 알아보라면 좀 알아봐

 

[무거운 음악]

 

- 간다 - (웅) 어

 

[풀벌레 울음]

 

[한숨]

 

[책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대체 어디로 간 거냐

 

"크로노스 헤븐"

 

[한숨]

 

"연결할 수 없습니다"

 

"암호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한숨]

 

동심과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행복한 왕자'

 

[긴장되는 음악]

 

이건, 이건 설마

 

제로나인 연인 모드가 가동된 건가

 

[휴대전화 벨 소리]

 

아, 네

 

(란) DIA그룹 박 이사입니다

 

아가씨께서 로봇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네

 

로봇은

 

다음 주까지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란) 네, 알겠습니다

 

(다이애나) 란

 

새 장난감 대체 언제 온대?

 

방금 전에 통화했는데

 

약속된 다음 주까지 준비하겠다고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갖고 오라 해, 어?

 

[메이드의 긴장하는 숨소리]

 

너야?

 

(메이드) 아가씨, 인형 옷이 더러워 보여서 제가 세탁하려고…

 

[무거운 음악]

 

(다이애나) 그러니까

 

누가 네 마음대로 손대래, 내 인형에

 

죄송합니다

 

오늘은 너랑 못 놀아요

 

옷을 못 입었잖아요

 

(다이애나) 저기 저 언니 때문에

 

[흥미로운 음악]

 

너라도 나랑 놀아 줄래?

 

다 됐다

 

(다이애나) 아, 예뻐

 

너도 볼래?

 

어때? 예쁘지?

 

아니야?

 

맞아, 아니야

 

뭔가 부족해, 그렇지?

 

씁, 뭔가 부족해

 

뭐가 부족해, 뭐가 부족할까

 

[싹둑 자르는 소리가 난다]

 

(다이애나) 어때? 마음에 들어?

 

네, 마음에 들어요

 

[웃음을 터트린다]

 

[다이애나의 웃음]

 

[웃으며] 거짓말하고 있네

 

[다이애나가 끅끅댄다]

 

난 이래서 너희가 재미없더라

 

[가위를 탁 잡는다]

 

앞으로 한 번만 더 내 물건에 손댔다간 가만 안 둘 줄 알아

 

(메이드들) 네

 

[가위를 탁 내려놓는다]

 

[긴장되는 효과음] (다이애나) 아니지, 아니지

 

어, 받을 때는

 

공손하게

 

'감사합니다' 해야지 [흐느낀다]

 

감사합니다

 

감사하단다

 

[익살스러운 음악]

 

(인혁) 누구…

 

[익살스러운 효과음] 안녕하세요

 

뭐, 뭐야, 이거?

 

[웃음]

 

[보원의 멋쩍은 웃음]

 

(인혁) 아휴

 

야, 너 대체 꼴이 그게 뭐냐?

 

아, 어쩔 수가 없었다

 

혹시 미행당할지도 모르니까

 

아,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지금은 상황이 좀 복잡해

 

나중에 다 설명해 줄게

 

전화로 부탁한 건?

 

어

 

[흥미로운 음악]

 

- (보원) 사랑해요, 황인혁 - (인혁) 야, 야, 가까이 오지 마

 

오지 마, 때릴 거 같으니까 저리 가 저리 가, 저리 가

 

저리 가

 

고맙다

 

[인혁의 한숨]

 

야, 근데 넌 크로노스 헤븐 그만두고 살 만하냐?

 

야, 지금 내 걱정 할 때냐?

 

[피식한다]

 

하긴

 

야, 지금은 내 코가 석… 아니, 넉 자다, 넉 자

 

[보원의 웃음] [인혁의 한숨]

 

어, 야, 나 그만 가 봐야겠다, 어?

 

[인혁의 한숨]

 

인혁아, 진짜 고맙다

 

내가 나중에 이 은혜 꼭 갚을게

 

[멋쩍게 웃으며] 뭘

 

빨리 가 봐

 

[익살스러운 효과음] 간다

 

아이씨, 쯧 [보원의 웃음]

 

[흥미진진한 음악]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알람이 삐삐 울린다]

 

[다다의 옅은 신음]

 

[다다의 옅은 숨소리]

 

[다다의 신음]

 

[알람이 탁 멈춘다]

 

[밝은 음악] [피식한다]

 

딱 걸렸어

 

내가 내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

 

[다다의 비명]

 

좋은 아침이야, 여자 친구

 

아, 좋은 아침이고 나발이고

 

아, 대체 꼴이 그게 대체 뭐예요?

 

[발랄한 음악]

 

여자 친구 관련한 모든 데이터 분석 결과

 

(영구) 아무래도 여자 친구가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런 취향인 거 같아서

 

(다다) 아, 진짜!

 

아니, 내가 대체 언제요? 아니…

 

[한숨]

 

"아주아주 좋음"

 

아니, 이건 이번 드라마 캐릭터 콘셉트 때문에

 

내가 구상하느라고…

 

[부드러운 음악]

 

[다다의 한숨]

 

뭐예요?

 

왜… [익살스러운 효과음]

 

(영구) 쉿

 

변명하지 마

 

취향은 부끄러운 게 아니야

 

난 여자 친구의 취향을 존중해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니거든요?

 

[다다의 한숨]

 

나가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나가요, 당장

 

응, 알았어

 

[작은 목소리로] 뭐야, 진짜

 

[절망하는 숨소리]

 

(다다) [울먹이며] 올누드였어

 

[다다가 흐느낀다]

 

[휴대전화 벨 소리]

 

네, 조감독님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촬영이 취소되다니?

 

(은동) 루비가 클리닉 가서 주사 맞고 나서

 

얼굴 근육이 안 움직인단다

 

그걸 이제 말해 주면 어떡해

 

나 지금 메이크업 다 했는데!

 

아이, 우리도 취소될 줄 알았나

 

방금 감독님한테 전화받은 건데

 

(은동) 야, 야, 야, 잘됐다, 차라리

 

너도 그동안 바빠서 제대로 잠도 못 잤잖아

 

그냥 오늘 하루 푹 쉬어

 

아, 진짜

 

- 아, 좀… - (은동) 아, 그 또라이 같은 년

 

에이, 쯧 [웅이 살짝 웃는다]

 

[짜증 섞인 신음]

 

어, 언니 어, 스케줄 다시 나오면 연락 준대

 

오늘은 쉬어, 응

 

여자 친구

 

아, 깜짝아

 

오늘 출근 안 하는 거야?

 

네

 

그럼 오늘 우리 하루 종일 같이 있을 수 있겠네?

 

[발랄한 음악] (영구) 뭐 할까? 같이 데이트할까?

 

[영구의 웃음]

 

아유, 정말!

 

(다다) 됐거든요

 

[한숨]

 

쩝, 근데 오늘 난 진짜 뭐 하지?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구두를 탁 벗는다]

 

[슬리퍼를 탁 신는다]

 

[스위치를 탁 누른다]

 

[옅은 헛기침]

 

[차분한 숨소리]

 

아유

 

안 졸려

 

어

 

(웅) 뭐야? 너 안 잤냐?

 

어, 잠이 안 와서

 

뭐 해?

 

할 거 없으면 우리 집에 와서 영화나 보든가

 

(웅) 나 약속 있어서 밖에 나왔는데?

 

너 설마 심심하냐?

 

참, 뭐래, 심심? 누가, 내가?

 

나 지금부터 완전 제대로 놀 거거든?

 

그러니까 나 찾지 말라고 전화한 거야

 

시간마다 뉴스 꼭 확인해라

 

나 뭐 하고 다니는지, 응?

 

야, 야, 너 미친 거 아니야? [통화 종료음]

 

야! 야, 이 마왕나니 새끼야!

 

(왕준) 쳇

 

[한숨]

 

뭐 하냐, 쯧

 

"왕준, 다다"

 

[차분한 음악]

 

[한숨]

 

"왕준, 다다"

 

[물병을 탁 내려놓는다]

 

(다다)

 

(다다)

 

[헛웃음]

 

[다다가 콜록거린다]

 

(다다) 먼지

 

아니, 여기 작업실은 먼지 한 톨이라도 예민해 가지고

 

청소를 자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거거든요?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아, 먼지가

 

[다다가 코를 훌쩍거린다] [영구가 피식한다]

 

그럼 우리 이제 뭐 할까?

 

뭐 하긴요

 

[밝은 효과음] 대청소지

 

[밝은 음악] 뭐든 좋아, 여자 친구랑 함께라면

 

(영구) 자

 

아, 고마워요

 

[다다가 비질을 쓱쓱 한다]

 

(영구) 아, 거기, 잠깐만, 잠깐만

 

이거?

 

[웅장한 효과음] [영구의 힘주는 신음]

 

[다다의 놀란 탄성]

 

뭐예요!

 

얼른 쓸어

 

예, 예

 

[다다가 콜록거린다]

 

(다다) 아, 다 됐어요, 다 됐어요 내려요, 내려, 내려

 

[다다가 콜록거린다]

 

[다다가 연신 콜록거린다]

 

아유, 먼지, 아유

 

아, 십 년 묵은 먼지가 다 나오겠네

 

[다다가 비질을 쓱쓱 한다]

 

이게 뭐예요?

 

(영구) 이것도 창고에 있길래 고쳐 봤어

 

[청소기를 탁 내려놓는다]

 

이걸 쓰면 훨씬 편할 거야

 

[청소기 작동음]

 

(다다) 오

 

(영구) 응?

 

(다다) 어? 어, 이거

 

[다다의 힘주는 신음]

 

[다다의 기쁜 숨소리]

 

이거 내가 숨겨 놨다가 못 찾은 비상금인데

 

이게 여기 있었네

 

음, 진짜

 

공돈 생긴 기분

 

[영구가 살짝 웃는다]

 

빗자루로 청소했으면 아마 평생 못 찾았을 거야

 

어때? 청소기 좋지?

 

자, 여자 친구도 한번 써 봐

 

아니에요, 난 그냥 계속 이거로 할게요 이게 더 편해요

 

왜?

 

이게 훨씬 더 편리할 텐데

 

내 손에 닿으면 다 망가진단 말이에요

 

걱정하지 마 이제 그럴 일 없을 테니까

 

[영구가 살짝 웃는다]

 

[청소기 작동음]

 

[청소기가 멈춘다]

 

어, 아, 아, 뭐야

 

아, 거봐요

 

내가 뭐랬어요, 안 한다니까

 

[감성적인 음악]

 

[청소기 작동음] (다다) 어?

 

뭐야?

 

[다다의 웃음]

 

[다다의 웃음]

 

동공 58% 확대

 

체온은 0.9도 상승

 

심박수

 

1.6배 증가

 

(영구) 여자 친구

 

지금 나한테 설레는 거 맞지?

 

(다다) 아이, 뭐래요?

 

아, 갑자기 이렇게 코앞에 나타나니까 놀라서 그런 거죠

 

[다다가 심호흡한다]

 

[밝은 음악]

 

빨래 다 됐겠다

 

[영구의 신음]

 

(다다) 아, 괜찮아요?

 

응, 괜찮아, 여자 친구

 

아, 아

 

세탁기 고치니까 좋네요

 

손으로 하는 것보다 깨끗하고 빠르고

 

[살짝 웃는다]

 

[노크 소리가 난다]

 

(규리) 엄다다!

 

[노크 소리가 연신 난다]

 

엄따, 문 열어

 

[새가 지저귄다]

 

엄다다

 

(규리) 뭐야

 

[짜증 섞인 숨소리]

 

야, 엄다다!

 

- 뭐지? - (규리) 나 왔어

 

(다다) 언니가 여기 왜 왔지?

 

[다다가 빨래를 탁 내려놓는다]

 

아이씨, 뭐야

 

잠깐만

 

어딜 따라와요?

 

여자 친구 친구한테 인사해야지

 

안 되죠, 그쪽은 며칠 있다 갈 건데

 

(다다) 그리고 규리 언니한테 들키면

 

저기 저 남극 세종 기지까지 쫙 다 소문나 가지고

 

하, 벌써 골치 아프네

 

그러니까 일단 여기서 나오지 말아요 알겠어요?

 

절대 들키면 안 돼요, 절대

 

[문이 탁 열린다]

 

(규리) 아, 왜 이렇게 늦게 열어? 더워 죽겠는데

 

[규리의 짜증 섞인 신음] (다다) 어, 언니, 미안해

 

2층에서 일 좀 보느라고

 

근데 언니, 여기 웬일이야?

 

하, 웬일은

 

네가 어제 의상실에서 남자 의상 몇 개 가져다 달라며?

 

제일로 평범한 거로다가

 

어, 고마워

 

아, 촬영장에서 줘도 되는데

 

얼굴 볼 겸 겸사겸사 왔지

 

[다다의 어색한 웃음] 근데 남자 의상은 얻다 쓰게?

 

어?

 

(다다) 어, 어, 그, 그게 [흥미로운 음악]

 

더미

 

그, 새로 만든 더미에다가 의상 테스트 좀 한번 해 보려고

 

[규리의 수긍하는 신음] 어쨌든 언니 너무 고마워

 

- (규리) 응 - (다다) 이제 가자

 

아, 가긴 어딜 가?

 

온 김에 내일 쓸 심장 더미 내가 도와줄게

 

(다다) 어, 언니

 

나 혼자 할 수 있어, 거의 다 했어

 

응? 벌써?

 

아유, 그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얼른 가

 

가, 진짜 괜찮아

 

(다다) 언니, 나 멀, 멀리 안 나간다?

 

(규리) 어, 간다

 

(다다) 어

 

[문이 탁 열린다] 응

 

[골치 아픈 숨소리]

 

아, 진짜

 

뭐야

 

요즘 상태 안 좋아 보여서 일부러 왔구먼

 

치, 괜히 왔네

 

[배가 꾸르륵댄다] [놀란 신음]

 

[힘겨운 숨소리]

 

왔다

 

아, 일주일 만에 드디어 그분이 오셨어

 

[벅찬 숨소리]

 

아, 할렐루야

 

[흥미로운 음악]

 

(규리) 다다야! 다다야, 다다야!

 

다, 다, 다다야! [배가 꾸르륵댄다]

 

아이씨, 나 잠깐 화장실 좀!

 

아, 배 아파

 

[배가 연신 꾸르륵댄다]

 

[힘겨운 신음]

 

(다다) 언니!

 

아직 안 갔어?

 

나 그, 그분이 오셔 가지고 화장실 좀

 

어, 잠깐만, 안 돼!

 

(규리) 아, 왜, 비켜

 

나 진짜 터지기 일보 직전이라니까!

 

(다다) 그게…

 

막혔어, 좀 전에

 

이렇게 꽉

 

도대체 변기한테 무슨 짓을 했길래 우렁찬 계집애

 

아,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지하철역으로 간다

 

(다다) 응

 

가, 언니

 

[신비로운 효과음]

 

[살짝 웃는다]

 

[빠지직 소리가 난다]

 

[와장창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소리야?

 

[흥미진진한 음악]

 

뭐가?

 

난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

 

야, 귀먹었어?

 

방금 화장실에서 엄청 큰 소리 났잖아

 

아니

 

누구 있어?

 

없는데?

 

[놀란 숨소리]

 

도둑인가 보다

 

(규리) 112 신고하자

 

(다다) 아, 언니, 잠깐만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대낮에 도둑은 무슨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규리의 거친 숨소리]

 

다다야

 

잡자, 이 새끼

 

(다다) 언니, 안 돼!

 

[다다의 놀란 숨소리]

 

이게 뭐야?

 

(다다) 하, 언니,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다 부서졌네

 

다 부서졌어, 다 부서져 다 부서졌다고?

 

(규리) 야, 엄따, 좀 고치면서 살아라

 

이러다 지붕도 다 무너지겠다

 

어, 그럴게

 

근데 언니 안 가봐도 돼? 볼일 급하다며?

 

아니야, 그분 가셨어 [유쾌한 음악]

 

나도 갈게

 

(규리) 변기나 뚫어라

 

언니

 

가!

 

(다다) 촬영장에서 보자

 

[안도하는 숨소리]

 

대체 어디 간 거야?

 

(영구) [작은 목소리로] 여자 친구

 

[익살스러운 효과음] [다다의 놀란 탄성]

 

[밝은 음악] 갔어?

 

거기

 

어떻게 올라간 거예요?

 

나 안 들켰어, 잘했지?

 

[한숨 쉬며] 네, 잘했네요, 잘했어 [영구의 웃음]

 

얼른 내려와요, 내려와

 

(다다) 아유!

 

[영구가 숨을 후 내뱉는다]

 

(다다) 아, 배고픈데

 

청소하는 김에 유통기한 지난 음식들 다 갖다 버렸어

 

여자 친구 건강을 위해서, 나 잘했지?

 

네, 너무 잘했다

 

[웃으며] 그렇지?

 

여자 친구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내가요?

 

(다다) 아니요, 너무 좋은데 덕분에 장도 보고

 

(영구) 그래? 지금 우리 장 보러 가는 거구나

 

뭐 살 건데? 우리 뭐 해 먹을 거야, 어?

 

(다다) 몰라요

 

(다다) 사장님, 돼지고기 한 근만 주세요

 

김치찜 할 거거든요

 

좋은 거로 주세요

 

(주인) 네, 알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다다) 네

 

덕분에 오랜만에 고기 좀 먹겠네

 

음, 신나

 

청바지에 흰 티만 입었을 뿐인데

 

태가 다르네, 태가

 

(다다) 역시 패완얼인가

 

고마워, 여자 친구, 잘 입을게

 

이제 그 데이터인가 뭔가 하는 거요 잘 입력해요

 

내 취향은 이런 평범한 취향이니까요

 

알겠어요?

 

응, 잘 입력할게

 

[영구가 살짝 웃는다]

 

(다다) 오, 소 내장이네?

 

아, 소 내장은 이렇게 생겼구나

 

사람이랑 완전 다르네

 

다른 사람들은 징그럽다고 난리인데

 

(주인) 아무렇지도 않나 봐요?

 

(다다) 에이, 징그럽긴요

 

매일 팔다리 자르는 게 제 일인데요, 뭐

 

뭐 해요?

 

여자 친구, 이게 뭐야?

 

이거 등급 스티커잖아요

 

[발랄한 음악] 등급 스티커?

 

그러니까

 

어, 인정받는 거죠

 

이렇게 우리 한우가 뭐, 맛있다, 비싸다, 그렇게?

 

그러니까 이거를 이렇게 붙여 두면

 

(다다) 인정해 주는 거예요

 

이만큼 뭐, 가치가 있다

 

대단한 거다, 그렇게

 

오, 되게 좋은 거구나, 이거

 

[살짝 웃는다]

 

여자 친구 그럼 나한테도 하나 붙여 주면 안 돼?

 

이걸요? 왜요?

 

나도 인정받고 싶어, 여자 친구한테

 

[웃음을 참는다]

 

웃겨

 

(다다) 인정받는 게 뭐 그렇게 쉬운 건 줄 알아요?

 

(영구) 아, 인정이라는 거 받기 힘든 거구나

 

당연하죠

 

(주인) 자, 고기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얼마예요?

 

(주인) 만 원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다다) 음, 맛있겠다

 

[입바람을 후 분다]

 

[후루룩 먹는다]

 

음, 이 진한 국물 맛

 

내가 이 맛에 산다니까, 쩝

 

뭐 해요, 안 먹고?

 

[살짝 웃는다]

 

아, 설마 음식을 못 먹나?

 

먹으면 얼굴 같은 거 막 녹아내리고 폭발하고 그래요?

 

여자 친구

 

영화를 너무 많이 봤어

 

[익살스러운 음악]

 

쩝, 아니면 말고요

 

못 먹진 않는데 굳이 먹진 않아

 

뭐야, 괜히 차렸네

 

혼자 대충 때울걸

 

아, 아니야, 괜찮아

 

난 여자 친구가 먹는 거만 봐도 좋아

 

행복해

 

[차분한 음악]

 

(다다) 짜잔! 네가 좋아하는 파스타

 

내가 직접 만들었다

 

네가 좋아하는 베이컨도 엄청 많이 넣었어, 먹자

 

[왕준의 한숨]

 

나 탄수화물 못 먹어

 

내일모레 화보 때문에

 

아, 그래? 미안, 몰랐네

 

쩝, 됐어, 이왕 만든 거 너 먹어

 

아, 그래도 같이 먹으려고 만든 건데

 

[왕준이 하품한다]

 

(왕준) 아, 밤새웠더니 죽겠다

 

나 한 시간만 잘게, 이따 깨워 줘

 

[살짝 웃는다]

 

[다다가 젓가락을 잘그락거린다]

 

(태블릿 속 BJ) 안녕하세요 오늘 먹을 음식은 여기 보시는 것처럼

 

오늘은 저희가 치킨, 햄버거, 피자, 음료

 

요렇게 간단하게 준비했습니다

 

앞에 너무 많은 음식이 있어 가지고

 

뭘 먹을지 씁, 고민이 되는데요

 

[차분한 음악]

 

그래도 전 치킨이 제일 좋은 거 같아요

 

아이고, 저, 마보이 님께서

 

별 선물을 5천 개, 너무 감사합니다

 

[입바람을 후 분다]

 

(다다) 넌 대체 그런 로봇 같은 게 뭐가 좋아?

 

얘네들 보고 있으면 왠지 나 같거든

 

멋있고 불쌍하고

 

난 있잖아, 다시 태어나잖아?

 

그럼 절대 배우는 안 할 거야

 

왜? 난 네가 배우인 게 좋은데

 

좋기는

 

나 때문에 맨날 너까지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는데

 

뭐가 좋냐?

 

뭐, 그게 좀 그렇긴 한데

 

사실 너 카메라 앞에 있을 때 대따 멋있거든

 

치 [다다의 웃음]

 

(다다) 그리고 넌 배우고

 

난 특수 분장사인 것도 좋아

 

왜?

 

내가 널 진짜로 만들어 주니까?

 

[웃음]

 

[살짝 웃는다]

 

[헛웃음]

 

[무거운 음악]

 

[한숨]

 

정신 차려라, 마왕준

 

겨우 끝냈잖아, 겨우

 

뭐야, 저건?

 

[흥미로운 음악]

 

헹굼 상태 양호

 

살균 소독 오케이, 물 빠짐 없음

 

건조 상태 75%

 

좀 더 말려야겠군

 

어?

 

헹굼 상태 양호, 살균 소독

 

저 변태 새끼가, 씨!

 

(왕준) 야! 야!

 

너 뭐야?

 

침입자 발견

 

내 말 안 들려?

 

너 뭐냐고

 

뭔데 남의 집에 들어와서 빨래를 걷어?

 

그러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

 

나 이 집 주인이다, 왜?

 

거짓말입니다

 

이 집 주인은 다른 사람입니다

 

[어이없는 숨소리]

 

벌써 신상 조사까지 끝낸 거야, 어?

 

당연하죠, 데이터 수집은 기본이니까

 

데이터 수집?

 

와, 그게 너희들 전문 용어인가 보지?

 

(왕준) 와, 요새 범죄자들은 뻔뻔한 게 트렌드구먼

 

너 잘 걸렸어

 

딱 기다려, 씨

 

[왕준의 아파하는 신음]

 

[무거운 음악] 야, 야, 야, 야, 야

 

[왕준의 아파하는 신음]

 

[왕준의 짜증 섞인 신음]

 

[코웃음]

 

아, 꼴에 운동 좀 했다?

 

야, 지금 내가 방심한 거야

 

이제 안 봐줄 거야

 

[왕준의 놀란 신음]

 

[왕준의 아파하는 신음]

 

[왕준의 뼈가 우두둑거린다] [왕준의 아파하는 신음]

 

(왕준) 야, 야, 야, 야, 야, 놔

 

[왕준의 아파하는 신음]

 

야, 놔, 놔, 놔, 놔, 놔, 이거

 

뭐 하는 거야? 야, 야, 이거 안 놔?

 

[왕준의 아파하는 신음]

 

주거 침입, 거짓말, 폭력 성향

 

(영구) 의심 인물로 분류됩니다

 

제압하겠습니다

 

(왕준) 아, 야, 뭐

 

아! 야, 야, 뭐, 의심 인물?

 

야, 누가 누구한테 의심 인물이래, 씨!

 

야, 봐 봐, 봐 봐 나, 나 봐 봐, 나 봐 봐!

 

나 마왕준이야

 

이게 어디서…

 

[왕준의 아파하는 신음]

 

- (다다) 아,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 (왕준) 야

 

(왕준) 어

 

야, 다다야, 야, 내가 도둑 잡았어

 

야, 빨리 신고해, 신고, 어? 신고

 

[왕준의 거친 숨소리] 여자 친구, 이 남자 아는 사람이야?

 

뭐?

 

여, 여, 여자 친구?

 

야, 놔, 놔, 놔, 놔 봐, 좀!

 

[무거운 음악]

 

[거친 숨소리]

 

[헛웃음]

 

속옷 도둑인 줄 알았더니 이제 보니까 완전 악질 스토커구먼

 

미쳤어? 누가 당신 여자 친구야?

 

뭐 해, 너, 빨리 신고 안 하고

 

(왕준) 이런 스토커 새끼들 그냥 놔뒀다가는…

 

넌 아무나 스토커로 만드는 게 취미인가 봐?

 

- 뭐? - 스토커 아니야

 

속옷 도둑도 아니고

 

아니면

 

뭔데?

 

말해, 엄다다!

 

[감성적인 음악]

 

뭐냐니까

 

남자 친구

 

[발랄한 효과음]

 

(왕준) 말해, 엄다다!

 

뭐냐니까

 

(다다) 어떤 사이든 네가 무슨 상관인데?

 

어차피 우리 이제 그런 사이 아니잖아

 

(왕준) 너 진짜 중요한 게 뭔지 몰라?

 

내가 여기 왜 왔는지 정말 모르겠냐고

 

너무 고마워요

 

다다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할 수 있어

 

(영구) 고마워, 여자 친구

 

나 그 여자 친구란 소리 너무 듣기 싫어요

 

(영구) 한번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면 끝까지 바라보는 게 당연한 거야

 

그게 사랑이야

 

(영구) 갈게, 여자 친구

 

 

.절대 그이↲

 .영화 & 드라마 대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