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8
(기준) 아, 어디까지 가는 거야?
(하경) 시끄러워, 따라와
(기준) 그 사람들은 다 뭐야?
그, 이시우 그 자식은 네가 불렀…
[기준의 아파하는 신음]
(하경)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여기가 어디라고 밤에 찾아와서 난리야?
왜, 대체 왜!
- (기준) 아, 하경아 - (하경) 씨
- 무섭게 왜 그래? - (하경) 무서워?
(하경) 네가 하는 건 괜찮고 내가 하는 건 무섭냐?
[숨을 후 내뱉는다]
(기준) 너무 그러지 좀 마라
나 너한테 사과하려고 왔단 말이야
뭐?
[한숨]
미안하다, 하경아
[흥미로운 음악] 미안해
(기준) 정말로
진짜로 너무 미안하다
내가 진짜 죽일 놈이다, 이씨
(동한) 둘이 파혼한 거 아니었나?
(석호) 예
(동한) 근데 왜 여길 와?
(석호) 글쎄요
(동한) 많이 취한 거 같던데 안 나가 봐도 되려나?
(석호) 알아서 하겠죠
(시우) 제가 가 보겠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한숨]
[문이 탁 닫힌다]
(석호) 그럼 저도 이만 [도어 록 작동음]
석호야
집이 바로 여기 위층이라고?
예, 왜요?
(동한) 음
씁, 아니, 사실은
내가 여기가 안 편해 그래서 내가…
금방 익숙해지실 겁니다
익숙해지겠지?
- 그럼요, 쉬세요, 그럼 - (동한) 응
(동한) 그래, 자
사람 성격 확실하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너도 이렇게 아팠니?
뭐라는 거야, 자꾸
(기준) 내가 너 배신했을 때 말이야
너도 이렇게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처럼 아팠냐고
아니, 난 아파서가 아니고
쪽팔려서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거 같았어
(하경) 그러니까
나 더 이상 쪽팔리지 않게 그냥 가 줘라, 어?
[기준의 울음]
[익살스러운 음악] (기준) 그랬구나
[흐느끼며] 우리 하경이가 쪽팔렸구나
아, 그래서 아팠구나, 진짜, 아유
아…
(하경) 야, 너 진짜… [기준이 흐느낀다]
미쳤나 봐, 왜 이러는데, 오늘!
[흐느끼며] 하경아
나 지금 벌받나 봐
뭐?
(기준) 내가 너 배신한 거 내가 지금 벌받고 있다고
[기준이 계속 흐느낀다]
야, 너 쇼하지 마
이런다고 특집 기사 원고 안 봐 준다
(기준) 이시우 말이다
우리 유진이랑
결혼 전에 둘이 동거했다더라
나 이제 어떡하냐, 하경아?
내가 자기랑 결혼하려고 어떻게 했는데
[한숨 쉬며] 하경이 네 가슴에 대못까지 박아 가면서
내가 천하의 개자식까지 됐는데
어떻게 자기가 나한테 이래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감쪽같이 속일 수가 있냐고
말은 바로 하자
말을 안 한 거지 속인 건 아니잖아
(하경) 그리고 이미 결혼까지 한 마당에
말 안 한 그 과거 가지고 네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거 알면
그 사람은 뭐가 되니?
사랑을 하면
그 사람의 과거까지 쿨하게 안고 갈 수 있어야 되는 거야
알겠어, 한기준?
야, 너 자냐?
야
야
미쳤나 봐 일어나, 정신 차려, 어유
야
이시우
이 사람 집 어딘지 알아요?
아니, 나 모르는데
[호로록 먹는다]
[시원한 숨소리]
(유진) 음
[휴대전화 진동음]
[어두운 음악]
어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타이어 마찰음]
[유진의 놀란 숨소리]
[기준을 탁탁 치며] 오빠
(기준) 미안하다
미안해
아니, 이게 어떻게…
아니, 왜 오빠가 우리 오빠를 데리고 와?
궁금하면 네 남편한테 물어보든가
(시우) 아유, 자
[시우의 힘주는 숨소리]
[안전띠를 탁 푼다]
(유진) 됐어, 내가 해
아, 왜 이렇게 마셨어
오빠
정신 좀 차려 봐, 오빠, 어?
정신 좀 차려 봐
(유진) 어휴
[유진의 힘주는 신음]
아, 어디서 이렇게 많이 마신 거야
[한숨]
미안하다
(기준) 미안해
미안한 줄은 알아? 치
(기준) 진짜 미안하다, 하경아
[차분한 음악]
내가
진짜로 미안하다고, 진하경
[기가 찬 숨소리]
[헛기침]
(시우) 짓궂은 날씨는 [차분한 음악]
단지 흐린 하늘 예고 없이 내린 눈과 비
거센 바람과 태풍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우) 안 들어가고 뭐 해요?
집까지 잘 데려다줬어?
(하경) 미안하다 너한테 이런 일까지 하게 해서
가자
(시우) 과장님도 기분 나빴어요?
뭐가?
내가 유진이랑 동거했다고 말했을 때요
(시우) 더운 날씨와 높은 습도는
묘하게 사람의 기분을 자극해서
(시우) 과장님도 한기준처럼
배신감이 들었나 해서요
글쎄
배신감까지는 아니고
(하경) 그렇다고 기분이 썩 좋지도 않고
한기준 칼럼을
과장님이 대신 써 줬다는 걸 알았을 때 들었던 기분 같은 거
(시우) 이렇게
(시우) 뭐, 그런 거예요?
(시우) 괜한 짜증을 유발하거나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그냥 알게 됐어요
근데 왜 말 안 했어?
말한다고 뭐 달라져요?
(시우) 이유 없이 시비를 붙게 한다
너 왜 이래? 나랑 지금 싸우자는 거니?
그럼 변명이라도 해 보든가요
(시우) 그렇게 뜻하지 않았던 순간에
우리는
짓궂은 날씨의 공격을 받는다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벌컥 열린다]
[문이 쿵 닫힌다]
(동한) 어유 [도어 록 작동음]
[동한의 헛기침]
진짜…
[한숨]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어유, 이…
어휴, 찐다, 쪄
[잔잔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냄새를 킁킁 맡는다]
[흥미로운 음악]
(유진) 어젠 어떻게 된 거야?
(기준) 뭐가?
(유진) 술이 떡이 돼선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시우한테 업혀 들어왔잖아
기억 안 나?
(기준) 나중에 얘기하자
(유진) 아니, 지금 설명해 봐 난 지금 들어야겠으니까
글쎄, 나중에 얘기하자고, 유진아
왜 이래?
무슨 일 있어?
[한숨 쉬며] 그냥
좀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 그래
(기준) 나 먼저 간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문이 달칵 열린다] (동한) 어휴
어휴
어?
아, 이거 놔두지 내가 일어나서 치우려 그랬는데
다음부터 먹은 건 그때그때 알아서 치우도록 하죠
음식 냄새는 한번 배면 잘 안 없어지거든요
알았어, 내가 바로바로 치울게
(시우) 아, 안녕히 주무셨습니…
[발랄한 음악] 아, 그리고 즉석식품은 왼쪽 위 선반
식기구는 오른쪽 위 선반
(하경) 식빵, 버터, 잼, 우유 같은 식재료들은 다
냉장고 안에 있으니까
아침은 셀프 해결 하시는 걸로
그럼 이따 봬요
(동한) 어, 이따 봐
금방 갈게
[신발을 달그락 신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라면 먹고 갈까?
- (시우) 예? - (동한) 라면 어디 있지?
(동한) 쓰읍…
(시우) 아, 라면 여기 있어요
여기 있고 [흥미로운 음악]
냄비는
여기
(동한) 어?
너 되게 잘 안다?
아
그, 진 과장님이 나가기 전에 다 말해 줬잖아요
아
(시우) 예
저 물 끓이겠습니다
- (동한) 응, 응 - (시우) 예
[싱크대 물소리]
아, 아침부터 푹푹 찌네요
그럼 나 먼저 씻는다
(시우) 네
[문이 달칵 여닫힌다]
[숨을 후 내뱉는다]
(라디오 속 캐스터) 오늘 서울은 낮 동안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가 예상됩니다 [한숨]
습도도 높은데요
현재 서울의 불쾌지수가 76.7이라
이 정도면 높음 단계로
절반 정도의 사람이 쉽게 짜증 날 수 있습니다
기온 자체는 지난 며칠과 비슷하지만
공기 중의 습도가 높아지면서
더위의 불쾌감이 더 심해졌는데요
오늘도 최고 기온 서울 31도 청주 30도…
한기준 칼럼을
과장님이 대신 써 줬다는 걸 알았을 때 들었던 기분 같은 거
(시우) 뭐, 그런 거예요?
[한숨]
[패널을 연신 삑삑거린다]
(하경) 아!
[타이어 마찰음] [쿵 부딪는다]
[놀란 숨소리] [어두운 음악]
[자동차 경적]
[한숨]
[한숨]
(명주) 수진 씨, 이거…
(직원1) 안녕하세요
(명주) 어, 안녕하세요 [저마다 인사한다]
(직원1) 안녕하세요, 예
밥 먹었어?
[직원들이 대화한다]
[숨을 후 내뱉는다]
[긴장되는 음악]
(명주) 어, 생큐
좀 덥지 않아요?
글쎄
기분 탓 아니야?
[한숨] (명주) 이거 때문에
얼마나 많은 분석을 하고 토의를 했니
[명주의 심호흡]
장마와의 전쟁이 시작되는 건데
긴장해서 그런 걸 수도 있어
그런가?
(직원1) 갑자기 왜 이렇게 덥지?
(수진) 거봐요
음, 제가 확인 좀 해 볼게요
[전화기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녕하세요, 예보국 총괄 팀인데요
여기 에어컨에 문제가 좀 생긴 거 같아서요
아, 그래요?
[한숨]
곧 전체 회의 시작인데
네, 빨리 좀 부탁드립니다
(봉찬) 어
[직원들이 인사한다]
아, 여기 왜 이렇게 더워?
(수진) 중앙 냉방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서요
지금 시설 정비과에서 수리 중이라고 합니다
그래?
아이고, 하필 제일 더운 날, 응?
야, 진 과장 왜 안 오냐?
그러게요
(시우) 우리보다 일찍 출발했는데 [휴대전화 진동음]
[긴장되는 음악]
어, 하경아, 무슨 일이야?
(하경) 내 차 보험사 아름해상 아니었어?
아, 그거
6개월 전에 상훈이가 영업하는 보험사로 바꿨는데
그걸 왜 네 마음대로 바꿔?
(남자1) 이봐요 보험사 안 부르고 뭐 합니까?
그거 때문에 지금 통화하고 있잖아요
(하경) 알겠어 바뀐 보험사가 어딘데?
(남자1) 아, 나 무지무지 바쁜 사람이래도
(하경) 알겠다고요
너 지금 거기 사고 난 데 어디야? 내가 갈게
(하경) 됐고
바뀐 보험사 어딘지나 말해
보험사엔 내가 연락할 테니까 사고 난 데 위치나 말해, 어서
[안내 음성]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동한) 그래그래 일단 잘 처리를 하고
어, 알겠어, 응
- (동한) 국장님 - (봉찬) 응
진 과장 오는 길에 접촉 사고가 났나 봐요
(봉찬) 뭐? [명주의 놀란 숨소리]
아이고, 참
[봉찬이 펜을 탁 내려놓는다]
다친 건 아니고?
예, 뭐, 그런 건 아니고, 씁
(동한) 일단 오늘 회의는 제가 진행을 할게요
(봉찬) 어
(수진) 과장님도 하필이면 오늘같이 중요한 브리핑 있는 날
아…
올여름 뭔가 불길한 징조는 아니겠죠?
[놀라며] 말이 씨가 될라
안 그래도 불쾌지수 높은 날이라 예민한데
말조심 좀 하자, 김수진 씨
네
[문이 스르륵 닫힌다]
저, 한기준 대변인은요?
하, 좀 전에 급한 일 생겼다고 회의만 저한테 좀 부탁한다 해서요
[차분한 음악]
[동한의 한숨]
(동한) 6월 27일 예보 토의 시작하겠습니다
위성 센터 나와 주십시오
(직원2) 예, 위성 영상과 분석 일기도를 보면
현재 제주 남쪽 먼 해상에 정체 전선이 형성돼 있습니다
(시우) 사고 났다면서요
메시지 보면 연락 줘요
(보험사 직원) 다친 사람은 없으니까
보험으로 바로 해결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보험사 직원) 여기 사인 좀 해 주시겠습니까?
그럼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하경) 오지 말라니까 뭘 굳이 또 와?
(기준) 아, 오면서 상훈이랑 통화했는데
자기가 책임지고
자차 보험 처리까지 완벽하게 끝낸 다음에
너한테 연락 준다더라
야, 넌 왜 네 마음대로 보험사를 바꾸고 그래?
내가 아까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아?
아, 미안해
(기준) 아, 어차피 결혼하면
너랑 차 한 대로 합칠 생각이었으니까
만료된 김에 내가 아는 쪽으로 바꾼 거지
뭐, 누가 너랑 이렇게 될 줄 알았냐
항상 이런 식이지, 어?
(하경) 혼자 결정하고 혼자 일 벌여 놓고
뒷감당은 내가 다 하고
왔잖아, 그래서
하나도 안 반가워, 오지 마, 제발
알았으니까 일단 타, 회의 늦겠다
(하경) 됐어
회의야 엄 선임님이 알아서 진행하실 거고
난 어차피 늦은 거 택시 타고 가면 돼
에에?
여기 지하 차도인데 택시 부르면 잘도 오겠다
[헛웃음] [자동차 경적]
[흥미진진한 음악]
(봉찬) 자, 종합하자면 닷새 뒤부터 정체 전선으로 인해서
우리나라 제주 남부 지방부터 비가 내린다는 거네?
(동한) 아, 바다 쪽 대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될 거 같습니다
이대로 전선이 북상하다가 다시 남하할 경우에는
비가 좀 더 늦어질 가능성이 있거든요
(제주청 직원) 남동쪽에 위치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밑에서 받치고 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하루 이틀 일찍 비가 오면 왔지 뭐, 정체되지는 않죠
지금 제주 해상 쪽 보시면
대기가 거의 움직이질 않고 있어요
(동한) 5km 상공의 기압골이 받쳐 주질 못하거나
[동한이 계속 말한다]
(시우) 어떻게 된 거예요? 혹시 다쳤어요?
(동한) 일시적으로 북상하던 정체 전선이
다시 남쪽으로 처질 수가 있습니다
(부산청 직원) 5km 상공에서 기압계 지원받으면
충분히 발달한다고 봐야죠
제주청은 어떻게 보십니까?
(제주청 직원) 부산청과 같은 생각입니다
정체 전선 북쪽에
200헥토파스칼 고도에 존재하는 강풍대를 봤을 때
발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한숨]
(부산청 직원) 아, 엄 선임 말대로
하루 이틀 늦게 예보했다가 틀리면
그 비난은 우얄 겁니까?
(제주청 직원) 하루라도 빨리 비가 쏟아진다면
그 반대인 경우보다 비난이 더 클 텐데
보수적으로 갑시다, 그냥
(동한) 아니, 지금 뭐, 그냥 보수적으로 갈 건 아니고 [한숨]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도
기후 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시기잖아요
최근 몇 년 동안도
우리가 예보했던 장마 종료 시점이 계속 빗나가면서
국민들이 더 이상 기상청 예보를 믿지 않게 됐거든요
근데 올해 또 첫 장마 예고부터 어긋나 버리면은
이거 우리한테 굉장히 힘든 여름이 될 겁니다
[긴장되는 음악] (제주청 직원) 아, 그렇다고 모험을 하자고요?
씁, 언론 발표를 좀 더 늦추는 건 어떻습니까?
(봉찬) 어떻게, 가능해?
(김 주무관) 이미 미룰 만큼 미룬 상황이라서요
지금 남부 지역에 형성된 정체 전선 보고
언론사뿐만이 아니라 각 지자체에서도
문의 전화 계속 오고 있습니다
(제주청 직원) 저러다가
또 언론에서 자기들 마음대로 기사 써요
예전에도 그래서 한번 애먹은 거 기억 안 납니까?
특보 생각은 어때?
(동한) 이시우 특보
어떻게 생각하냐고
[한숨 쉬며] 죄송합니다
잠깐 내용을 놓쳤습니다
(동한) 뭐 해, 지금!
(시우) 죄송합니다
[봉찬의 한숨]
(봉찬) 자, 어떡할 거야?
씁, 내가 볼 땐 중국 중북부 지방 기압골이랑 강풍대 형성으로
저, 정체 전선 북상 예상이 지배적인 거 같은데?
닷새 후에 장맛비 내린다고 발표해, 말아?
할 수 없죠, 뭐 발표하시죠, 그러면
(봉찬) 발표해?
(동한) 네
오케이, 자, 수고했어
(직원들) 수고하셨습니다
(봉찬) 그러면은 우리가 그, 오후 중에 언론 브리핑 하고
아, 맞아, 언론 브리핑 때 말이야
지난번처럼 기자들이
장마 시작이랑 종료 시점 속단해서 막 기사 쓰지 못하게
대변인실에선 브리핑 때 좀 강조하고
- (김 주무관) 네 - (봉찬) 어
(봉찬) 자, 더운데 고생하셨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저마다 인사한다] (직원3) 고생하셨습니다
회의는?
(기준) 어 김 주무관이 대신 들어갔어
(하경) 잘하는 짓이다
어젠 미안했다
(기준) 취해서 나도 모르게…
나 어제 실수 많이 했냐?
[하경의 코웃음]
본인이 더 잘 알면서 뭘 물어
[한숨 쉬며] 미안하다
우측으로 붙어야지
(기준) 응
- (하경) 깜빡이 - (기준) 아 [방향 지시 등 조작음]
[피식 웃는다]
습관이란 게 참 무서워, 그렇지?
아니, 별로
[기준의 한숨]
(기준) 근데 하경아 나 이제 앞으로 어쩌냐
헤어지든가, 그럼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어떻게 그래
나 우리 유진이 엄청 사랑한단 말이야
그럼 덮고 살아
이게 다 이시우 그 새끼 때문이야
야, 이게 왜 이시우 때문이야? 너희 둘 문제지
근데 넌 왜 이시우 얘기만 나오면 그렇게 예민하니?
[흥미로운 음악] 네가 사사건건 이시우만 잡고 늘어지잖아
[기준의 한숨]
조심해라, 진하경
(기준) 그 자식 그거 여자 홀리기 딱 좋은 관상이던데
[코웃음]
너나 운전 똑바로 해, 앞에 보고
그리고 이건 내가 오빠 같은 마음으로 말해 주는 건데
(기준) 엄 선임이랑 그 자식 당장 집에서 내보내고, 어?
[코웃음 치며] 오빠는 무슨
신경 꺼 내 팀원들이고 내가 알아서 해
[한숨]
[키보드 조작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기자1) 어유, 더워, 어유
[기자1의 한숨]
전산실은 에어컨 급조해 와서 시원하다 못해 추운 거 있지
아, 근데 여긴 왜 이렇게 더워?
거긴 돌아가는 기계가 많잖아
기계가 사람보다 더 대접받는 세상이구나
(기자1) 아, 그렇게 따지면
우리도 대접해 줘야 되는 거 아니야?
우리 완전 일하는 기계잖아
[피식 웃으며] 그렇지
[휴대전화 진동음]
네, 편집장님
특집 기사가 펑크 나게 생겼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편집장) 자네 남편이
갑자기 오늘 아침에 신문사로 전화해서
갑자기 원고 못 쓰겠다 그랬대
(편집장) 이럴 거면 처음부터 거절을 하든가!
사회면 지면 구성까지 다 끝내 놨는데
이제 와서 이러면 어떡해!
아, 죄송합니다
아…
일단 제가 좀 알아보고
다시 전화드릴게요
네, 죄송합니다
네
[차분한 음악]
[한숨]
[석호의 한숨] (수진) 여기 지금 돌아가는 컴퓨터가
모두 몇 대인 줄 아세요?
문도 못 열고 아주 푹푹 찐다니까요
전산실은 에어컨 급조해 주셨다면서요
저희도 어떻게 좀 안 될까요?
언제요?
[한숨]
네, 빨리 좀 부탁드립니다
[수진이 수화기를 놓는다] (석호) 뭐래?
에어컨 급조는 무리고요
한 2시간 정도만 더 기다려 달래요
(명주) 또?
그 소리는 1시간 전에도 했잖아
(수진) 음…
저, 신 주임이 좀 내려갔다 올래?
하, 제가요?
아, 그런 건 신 주임이 잘하니까
[한숨]
(석호) 저기, 시…
[석호의 한숨]
(명주) 시우 특보 오늘 계속 저기압이네
[한숨]
이렇게 푹푹 찌니까 그런 거겠죠
(명주) 뭐 해, 신 주임? 내가 갈까?
아니, 아니요, 예, 뭐
(석호) 예, 제, 제가 제가 갔다 올게요
생큐
[수진의 한숨]
(석호) 여기요 총괄 팀에서 왔는데요
아, 뭐, 하는 거야, 마는 거야
[석호의 한숨]
수리가 언제쯤, 아휴 [기계들이 윙윙 돌아간다]
[숨을 후 내뱉는다]
[잔잔한 음악]
[정비사1의 지친 숨소리]
[숨을 몰아쉬며] 무슨 일이시죠?
아…
수고 많으십니다, 예
[숨을 후 내뱉는다]
[흥미로운 음악] (태경) 네 개
네 개…
하나, 둘, 셋, 넷
악어 뒤 발가락은 네 개다, 네 개
[숨을 후 내뱉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수자) 얘
하경이 선보는 거 스케줄 잡혔단다
저쪽에서 날짜 몇 개 줄 테니까
그중에 편한 날로 골라잡으면 된다는데?
엄마, 아직도 포기 못 했어?
산부인과 의사래
그 정도면 앞날 창창에 연봉 빵빵 아니겠니?
아, 그만 좀 해
가뜩이나 여름철 방재 기간이라 정신없을 텐데
(태경) 그리고 이번에도 엄마 마음대로 굴면
하경이 영영 못 본다?
(수자) 치
그러다가 너희들
어? 접때처럼 내가 갑자기 어떻게 되기라도 하면 어쩔 거야?
너랑 하경이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동동거리기만 할 텐데
아, 최소한 상주 노릇 해 줄 버팀목 하나 정도는 있어야 내가
죽더라도 마음 편할 거 아니야
[펜을 탁 놓으며] 어머니! 죽긴 왜 죽습니까!
그러면 천년만년 너희들 옆에서 내가 뒤치다꺼리해 줄 줄 알았냐?
아, 뭐, 누가 그렇대?
그런 거 아니면 너는 입 다물고 옆에서 거들기나 해
아, 몰라, 몰라!
(태경) 엄마랑 하경이랑 알아서 좀 해, 난 모르겠으니까!
(수자) 너는 몰라도 됩니다 엄마가 아니깐
와…
이렇게 또 맥을 끊네 우리 어머니가
[펜을 탁 놓으며] 아이, 진짜 나 집중 안 돼!
(태경) 아이씨
[무거운 음악]
[통화 연결음]
(하경) 이시우 특보, 무슨 일이야?
잠깐 얘기 좀 해요
어, 그래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차분한 음악]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어?
[문이 탁 닫힌다]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사고 났다면서
다친 데는요?
그냥 단순한 접촉 사고였어 차만 견인됐고
(하경) 근데 한기준한테 들키면 어쩌려고 이래?
들켜 버리고 싶었어요
어?
왜 나한테 전화 안 하고
엄 선임님한테 먼저 전화한 건데요?
그거는 회의 때문에
왜 한기준하고 같이 들어오는 건데요?
[차분한 음악]
보험 문제가 좀 있었어
아직도 한기준하고 정리 안 된 게 남아 있는 거예요?
(시우) 어디까지요?
언제까지요?
칼럼 말고 사과 말고 보험 말고!
아직도 남아 있는 게 또 있어요?
너 어제부터 왜 이래?
어젯밤부터 한기준이 계속 열받게 하고 있잖아요!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사고는 났다 그러지 내 연락은 안 받지
(시우) 많이 다쳤나
누구한테 물어볼 사람도 없고
대놓고 걱정할 수도 없고
회의하는 내내
회의 내용 하나도 귀에 안 들어오고
나는 계속 과장님 걱정만 했다고요
(시우) 어느새 이만큼이나 좋아해 버렸는데
좋아할수록 자꾸만 더 속상하고
자꾸만 더 화를 낸다
별스럽지 않은 접촉 사고고 다친 사람도 없어서
네가 이렇게까지 걱정할 줄 몰랐어
미안하다
[한숨]
(시우) 미안하단 말도 그만해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너무 못난 놈 같다고요
[휴대전화 진동음]
오후에 장마 관련 브리핑 있어요
가서 준비하세요
저기…
얘기 좀…
[명주와 동한이 대화한다]
(하경) 죄송해요, 좀 늦었습니다
아, 오셨네요
저, 사고 처리는 잘됐어요? 뭐, 어디 다치신 데는요?
(하경) 차만 좀 부서졌고 전 멀쩡합니다
(명주) 아, 예
오후에 장마 관련 브리핑 있다면서요
(동한) 어
(하경) 오전 예보 토의 한 거 요약본 좀 볼 수 있어요?
(동한) 자, 여기 있어
아, 그제 토의 때 나왔던 내용이랑 큰 변동은 없어
근데 오키나와 해상에
정체 전선이 형성돼 있고
중국 중북부 지방의 기압골이 발달되고
강풍대가 형성이 돼서
닷새 뒤에 제주와 남부 지방부터
장마가 시작될 걸로 보이긴 하는데
이게 좀 걸리는 게 있단 말이야
어떤 점이요?
이게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이상적으로 발달해 있고
(동한) 북쪽의 찬 공기가 남하한 상황에서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진다면
정체 전선이 북상하는 데 좀 더 시간이 걸릴 거 같단 말이야
수치 모델상은 어떤데요?
수치 모델은 어제하고 비슷해
씁, 어떻게 하지?
이시우 특보 생각은 어…
(하경) 일단 브리핑은
예보 토의 때 의견 모아진 걸로 가시죠
엄 선임님의 가설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당장 확실한 근거가 없으니까요
(동한) 그래, 그렇게 하지
- (하경) 김수진 씨 - (수진) 네, 과장님
중국 기압골 변화 예측 자료 좀 부탁해요
나 먼저 브리핑실로 가 있을게요
(수진) 네
[문이 스르륵 열린다]
[한숨]
(유진) 어제 우리 남편하고 어떻게 만난 거야?
(시우) 만난 거 아니야 네 남편이 찾아온 거지
오빠한테 찾아갔었다고?
진하경 과장님한테
(시우) 술까지 잔뜩 취해서
왜?
뭐 때문에 그랬대?
[시우의 한숨]
빨리
네 남편이 안 거 같아
뭘? [무거운 음악]
너랑 나 동거했던 거
어떻게?
혹시 오빠가 얘기했어?
내가 뭐 하러, 뭐 좋은 게 있다고
[한숨]
[유진의 한숨]
(유진) 어쩐지 오늘 아침에 이상하더라니
아, 어떡해
아, 뭘 어떡해 네가 무슨 죄지은 것도 아니고
결혼 전의 일이라고 확실하게 얘기해, 그냥
말이 참 쉽다?
(유진) 남자들은 그런 거 절대 이해 못 해
아무리 결혼 전 일이라고 해도 무슨 상상 할지 뻔한데
아, 어떡해, 진짜
(시우) 분명히 너랑 나 서로 좋아해서 시작했던 동거였고
[한숨] 그때 너
후회 안 할 자신 있다고 했었어
기억 안 나?
사랑이 변하는 거처럼 사람 마음도 계속 변하더라
(유진) 그땐 후회 안 할 자신 있었지,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후회돼
오빤 안 그래?
(시우) 아니
나는 내가 최선을 다한 시간에 대해서는
후회 안 해
지금이야 그렇겠지
(유진)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생겨 봐
예전에 만났던 사람이랑 동거했단 말이 나오나
[한숨]
했어, 나는 [차분한 음악]
(유진) 오빠 지금 사귀는 사람 있어?
(시우) 어
아, 그러니까 너도 당당하게 말해
정말 너를 사랑한다면
네가 과거에 뭘 했고 어떤 사람이었든
그거까지 포함해서니까
(동한) 이시우
(시우) 예
아니, 어디 갔다 와?
(동한) 왜 그래, 오늘? 회의 때 집중도 못 하고
일을 뭐, 설렁설렁 하냐
죄송합니다
(명주) 아, 더워서 그래요, 더워서
푹푹 찌는데 장사 있어요?
[한숨]
(동한) 아, 수진 씨, 그거 줘 봐
이거 기압골 변화 예측 자료야
네가 브리핑실 갖다주고
정신 차리고 상황 파악 다 하고 와
네
어디 아픈가?
아휴, 너무 덥다, 오늘
[코를 훌쩍인다]
(동한) 아휴
혹시 나도 아는 사람이야?
(유진) 지금 사귄다는 사람
설마 사내 연애는 아니지?
[한숨]
(기준) 장마 시작과 관련된 대략적인 내용은
이 정도로 정리하고요
세부적인 내용은 예보국 총괄 2팀 진하경 과장이 질문받겠습니다
(하경) 총괄 2팀 진하경 과장입니다
질문 시작해 주시죠
(기자1) 예 JBC 조은지 기자입니다
장마 전선이 평년에 비해
내륙에 오래 머물 예정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하경) 북태평양 고기압이 중국 내륙까지 확장하여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장마가 종료되는 시점은 언제일까요?
(하경) 2, 3일 정도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용어 정리를 좀 하고 싶은데요
[문이 달칵 열린다]
[긴장되는 음악]
[문이 탁 닫힌다]
장마 종료 시점을 특정 짓기엔
(하경) 현재 지구 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 여름철 기상 이변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장마의 시작과 종료 시점을 특정 짓기보다
단기 예보와 주간 예보를 통해 강수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우) 자료요
(하경) 다음 질문 받겠습니다
(기준) 두 사람이 나란히 들어오던데
무슨 일입니까?
(시우) 뭐, 별로요
(기준) 별로라니? 무슨 뜻입니까?
내가 별로 과거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어서요
뭐라고요?
나 만나기 전의 과거 가지고 내 여자 괴롭히는 스타일도 아니고
(시우) 전 여친까지 찾아다니면서
찌질하게 구는 스타일은 더더욱 아니고요
[성난 숨소리]
[무거운 음악]
(기자2) 기상청 사람이랑 동거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 친구랑 결국 결혼에 골인한 모양이지?
(기자3) 기상청 사람이랑 동거했다고요?
동거했다고요? 동거했다고요? [말소리가 메아리친다]
[한숨]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기준의 성난 숨소리]
(기준)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너 모르겠냐?
[사람들이 술렁인다] (남자2) 뭐야? 왜 저래, 지금?
(시우) 그냥 까놓고 얘기해요
겉으론 젠틀한 척 사람 피 말리지 말고
사내새끼가 그게 뭡니까?
뭐, 이 자식아?
[사람들이 놀란다] [흥미진진한 음악]
야…
[사람들이 술렁인다] (기준) 야
- (기준) 뭐? 씨 - (유진) 오빠
[기준과 시우의 성난 숨소리]
(하경) 이시우, 그만해!
[소란스럽다]
[기준이 소리친다]
(기준) 너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시우) 너는 뭔데, 이 새끼야!
너 진짜 오늘 잘못 걸렸어, 너
- (시우) 너는, 야, 야, 놔! - (기준) 일로 와!
(기준) 넌 일어나면 죽었어!
야, 야!
(봉찬) 잘하는 짓이다
[봉찬이 탁자를 쿵쿵 친다]
응? 잘했어
아이고, 나 살다 살다
모니터만 들여다보는 샌님들인 줄 알았더니만
할 거 다 하네
얘기해 봐, 왜 그랬어?
왜 둘이 엉겨 붙어 싸웠는지 말 안 할 거야, 진짜? 씨, 쯧
아, 싫어?
어, 알았어
어이, 박 주무관
예
이 두 사람 시말서 받고
(봉찬) 규정대로 징계 절차 밟아
(박 주무관) 예
[문이 달칵 열린다]
아이고, 나 참 [문이 탁 닫힌다]
[흥미로운 음악]
[키보드 조작음]
[마우스 조작음]
[명주의 한숨]
(명주) 이게 대체 무슨 일이라니?
날이 좀 더워야죠 에어컨까지 고장 나 가지고
그렇다고 주먹다짐을 한다고?
[명주의 한숨]
(명주) 기자들 다 보는 앞에서?
[달려오는 발걸음]
(수진) 특종이에요, 특종
한기준 사무관 와이프 있잖아요
채유진 기자?
그 채유진 기자가
결혼 전에 사귀었던 구 남친이 누구일까요?
(명주) 에이, 설마
맞아요, 바로 이시우 특보래요
어?
[흥미진진한 음악]
[펜을 탁 놓는다]
(명주) [작은 목소리로] 진짜?
아니, 그럼 뭐야?
채유진을 가운데 두고
현 남편과 전 남친이 한따까리 오부지게 붙었다는 거야?
아니, 왜? 이미 결혼한 마당에
혹시 현재 진행형이었을까요?
(석호) 그건 아닐 거야
이시우 그 친구 보기보단 맺고 끊는 게 분명한 애라
뭐, 이미 끝난 연애 가지고, 뭐
지지부진 매달릴 그런 성격 아니에요
뭔가 다른 기분 나쁜 일이 있었겠죠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그러게요, 뭘까요?
(하경) 잘은 모르지만
잘못한 게 있다면 그건 한기준일 거예요
제가 한기준을 좀 잘 아는데
워낙 찌질하잖아요
[수진이 살짝 웃는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일은 우리도 모르는 척해 주죠
이시우 특보한테도 아주 힘든 하루였을 거니까
(명주) 하긴
남의 지나간 연애사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거
그거 재미없지
어, 과장님 말씀 적극 찬성
저도요
예, 뭐
[수진이 살짝 웃는다]
[명주가 살짝 웃는다]
[한숨]
[잔잔한 음악]
(수진) 어? 에어컨 나온다
[명주의 탄성]
(수진) 오, 아까 내려가서 결국 해결하셨네요?
[피식 웃는다]
아, 뭐, 해결했다기보다 그냥…
[한숨]
(석호) 더운데 진짜
수고가 많으십니다
- (정비사1) 아, 고마워요 - (석호) 예
(석호) 요거 좀
[정비사들의 웃음]
- 드셔 가면서 하세요, 예 - (정비사2) 아유, 고맙습니다
(정비사2) 예, 아, 예
[정비사들의 시원한 숨소리] (석호) 자
- (정비사1) 괜찮아요 - (정비사2) 아, 시원해
(정비사3) 어유, 시원해, 음! [웃음]
(수진) 어유
[석호의 한숨]
[동한의 한숨]
이게…
[입소리를 쯧 낸다]
[입소리를 쯧 낸다]
[익살스러운 음악]
[풀벌레 울음]
(향래) 어머님 저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학부모) 선생님, 이거
(향래) 어, 평소처럼 그냥 계좌 이체 해 주시면 되는데
이번 달 수업료는 벌써 계좌 이체 했고요
이건 그냥 작은 선물
아, 고맙습니다
(학부모) 근데 선생님
요즘 집에 무슨 안 좋은 일 있어요?
아니요, 왜요?
우리 애가 그러는데
선생님이 자꾸 수업 중에
다른 생각을 하시는 거 같다고 해서요
어머
(학부모) 요즘 애들이 더 똑 부러지는 거 아시죠?
신경 좀 써 주세요
예, 제가 주의하겠습니다
(향래) 들어가 보겠습니다
(학부모) 예, 수고하셨어요
[학부모의 한숨]
[잔잔한 음악]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동한) 어?
어, 여보세요
(향래) 어디야?
나 기상청이지, 당연히
(향래) 기상청 어디?
(동한) 당직실
(향래) 불편하지 않아?
(동한) 어
뭐, 불편할 겨를도 없어 바빠 가지고
오늘도 장마 기간 발표한다고, 막
하루 종일 정신없다가 이제 한숨 돌리는 중이야
(향래) 고생이 많네
아, 뭘…
아…
(향래) 그래, 알겠어, 끊어
어, 그, 보미는 어… [통화 종료음]
[동한의 한숨]
아휴, 쯧
[차분한 음악]
(청원 경찰) 뭐라세요?
엄 선임님 벌써 집에 도착하셨다죠?
아, 예
(청원 경찰) 거보세요 아까아까 퇴근하셨다니까
저도 빨리 들어가 봐야겠어요
그럼 수고하세요
(청원 경찰)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하경) 으이그
(시우) 아, 아
아, 아
참아
(시우) 아
(하경) 읏차 [시우의 아파하는 신음]
아! 아…
(하경) 아 원래 이렇게 엄살이 심했어?
아, 그래서 싫어요?
그러면서 싸움은 어떻게 했대?
그러면 그, 한기준이 먼저 선빵 날리는데
(시우) 뭐, 제가 가만히 있어요, 그러면?
[하경의 한숨]
너 이제 그만 화내
칼럼도 보험도 다 내 잘못이야
(하경) 너한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10년 동안 이렇게 저렇게 얽혀 있는 게 하도 많아서
내가 모질게 끊어 내지 못하는 부분들이 생기더라고
오늘 아침 일만 해도 그래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자기 마음대로 친구한테 보험을 들어 놓은 거야
그러니까 내가 얼마나 당황했겠어
사고 난 차는 보험 회사 부르라고 난리 난리고
근데 내가 이렇게 세세하게 얘기하지 못했던 건
내 지난 연애가 얼마나 구질구질했는지
너한테만은 얘기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그랬어
근데
왜 얘기해요?
(하경) 너한테 부끄러운 건 잠깐이지만 [부드러운 음악]
네가 날 오해하는 건
내가 두고두고 후회할 거 같아서
그래서 두 번 다신 이런 일 없도록 할게
물론 언제, 어디서
막 폭탄처럼 한기준과 얽힌 과거가 툭 튀어나올지도 몰라
근데 그땐 정말로 너한텐 솔직해질게
숨기는 거 없이
약속
[시우의 한숨]
진짜 큰일이네
왜, 그래도 안 풀려?
자꾸만 진하경이 좋아져서
그게 큰일이라고
(시우) 이러다가 진짜 사람들한테 들켜 버리고 싶으면 어떡해?
야, 그러면 진짜 큰일이지 그럼 우리 관계도 끝인데?
야, 여기 공공장소야
(시우) 여기 회사 아닌데?
아는 사람이 보기라도 하면 어떡해
그게 그렇게 걱정되면
이렇게 내 옆에 앉아서 예쁘게 웃으면 안 되지
진하경
[하경의 웃음]
진하경… 너 지금 내…
왜 그래
[하경의 웃음]
[시우와 하경의 웃음]
말도 안 돼
(기준) 뭐 해, 거기서?
나한테 할 말 있잖아
(유진) 아니야?
(기준) 피곤하다, 나중에
(유진) 그래, 우리 동거했어
이시우랑 사귀면서 잠깐 살았다고
근데 그게 뭐?
오빠 만나기 전의 일인데 그게 그렇게 나빠?
동거가 무슨 죽을죄라도 돼?
동거?
죽을죄 아니지
도덕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문제 될 거 없는 것도 알고
(기준) 다 아는데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유진아
[차분한 음악] 못 들은 걸로 치자 모르는 걸로 하자
몇 번씩 다짐해 봐도
내 머릿속에서 그 생각이 떠나질 않아
네가 나 아닌 다른 남자랑 같이 살았다는 게
난 그게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유진아
그리고 그게 이시우였다는 게 난 정말 미치도록 싫고
(유진) 오빠 만나기 전이었다고
다 지나간 과거 일이라니까?
누가 그래? 다 지나간 과거 일이라고!
무슨 말이야? 난 이미 다 끝났는데
유진이 너
(기준) 아이씨…
유진이 너 지금 이시우가 누구랑 사귀고 있는지 알아?
(시우) 짓궂은 날씨는
[차분한 음악] 단지 흐린 하늘 예고 없이 내린 눈과 비
거센 바람과 태풍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게 누군데?
진하경
뭐?
누구?
내 전 여친
(기준) 나랑 결혼까지 할 뻔했던 그 진하경!
총괄 2팀의 그 진하경 과장!
[떨리는 숨소리]
(시우) 그렇게 뜻하지 않았던 순간에
우리는 짓궂은 날씨의 공격을 받는다
[기준의 떨리는 숨소리]
[감성적인 음악]
[함께 호로록 먹는다]
[시우의 시원한 숨소리]
[함께 웃는다]
(시우) 이럴 때
시원한 비라도 한 줄기 내려 주면 좋으련만
[시원한 숨소리]
비가 안 오네, 역시
- 너 이시우랑 사귀냐? - (하경) 뭐?
(유진) 그냥 그 두 사람 사귄다니까
배 아프고 질투 나는 거 아니야?
(기준) 지, 질투? 내, 내가 이시우를?
(시우) 차라리 그냥 밝히죠, 우리?
(하경) 끝까지 잡아떼야지
(기준) 아무래도 이시우 그 자식
나한테 앙갚음하려고 하경이한테 접근한 게 분명해
(시우) 어때요? 잘돼 가요? [시우의 웃음]
속단은 이시우 특보 특기 아니에요?
두 사람 그렇게 박 터지게 한번 토론해 봐
지금이라도 관둬요
(기준) 하경인 결혼할 상대가 아니면
진심으로 만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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