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9
"결혼해 줄래?"
[잔잔한 음악] (여자1) 저 케이크 봐 너무 이쁘다
[여자1의 놀란 숨소리]
프러포즈하려나 봐
(여자2) 이쁘다
(사장) [작은 목소리로] 야
[탁자를 톡톡 두드리며] 야, 인마 거기가 아니야
(종업원1) [작은 목소리로] 여기 아니에요?
(사장) 아니라고, 씨, 저쪽, 저쪽
(종업원1) 어, 죄송합니다
[잔잔한 음악]
[멋쩍은 웃음]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여자3) 너무 이쁘다
(여자1) 너 아니야, 너?
- (여자3) 저기인가 봐 - (여자1) 누구 거야?
- (여자4) 이건 또 뭐야? - (남자)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감탄한다] [여자4의 웃음]
[남자의 헛기침]
(여자4) [웃으며] 뭐야
(남자) 효진아
나랑 결혼해 줄래?
[사람들의 박수와 탄성]
[여자4의 웃음] (종업원1) 받아 줘
받아 줘, 받아 줘! [사람들이 호응한다]
(하경) 나에게 결혼이란 때가 되면 하는 당연한 것이었다
마치 봄이 오면 꽃이 피고
여름이 되면 장맛비가 내리는 것처럼
때가 되면 해야 하는 순리 같은 거였다
(TV 속 캐스터) 본격적인 장마를 앞두고
푹푹 찌는 무더위가 기승입니다
더위는 장마가 시작되는 주말까지 계속될 전망인데요
(하경) 하지만 기후가 바뀌고
날씨 예측의 불확실성이 커져만 가는 지금
[사람들의 박수와 탄성]
왜 저런 모험을 하지?
어?
- (여자3) 좋겠다, 좋겠다 - (여자2) 진짜 멋있어
(시우) 아, 여기 시끄러운데
이제 나갈까요, 우리?
(하경) 그래
(하경) 우리에게 과연 당연한 것이 있기나 한 걸까?
말도 안 돼
어떻게 그게 가능해?
(유진) 그, 둘이 사귄다니…
아니, 오빠가 뭐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내 눈으로 똑똑히 보고 왔어
(기준) 하경이랑 이시우 그 자식 같이 밥 먹고 술 마시는 거
둘이 같은 팀이라며
그럼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거 아니야?
(유진) 무엇보다 진하경 그 여자 이시우 타입 절대 아니야
그건 하경이도 마찬가지거든?
(기준) 그렇게 안하무인에 제멋대로인 자식을
좋아할 애가 아니라고
그러니까
그런 두 사람이 만난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
[한숨]
[흥미로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한숨]
아무래도 이시우 그 자식
나한테 앙갚음하려고 하경이한테 접근한 게 분명해
무슨 소리야?
시우 오빠 어디로 튈지 몰라서 그렇지
(유진) 그런 사람 아니야
'오빠'?
(기준) 너 지금 그 자식한테 오빠라 그랬니?
[한숨]
취소, 취소, 말이 잘못 나왔어
(유진) 아, 아무튼 이시우 그런 사람 아니라고
(기준) 어 그런 사람이 아닌데, 어?
사람 얼굴을 이 꼴로 만들어?
(유진) 그거야 오빠가 먼저 달려드니까…
(기준) 너 진짜…
내 앞에서 그 자식 편들지 말라 그랬지?
왜, 뭐? 할 말 있으면 해
[입소리를 쩝 낸다]
[한숨]
아무튼 그 둘은 아니야
(유진) 그러니까 우리 문제에 괜히 다른 사람 끌어들이지 좀 마
[한숨]
(기준) 하, 아니 그, 맞다니까 그러네!
[문이 달칵 열린다] 앙갚음 맞대도!
[문이 탁 닫힌다]
근데 아까 말이야
주말에 우리 뭐 할까요?
(하경) 어?
비번이잖아요 뭐 하고 싶은 거 없어요?
아, 글쎄, 뭐…
(시우) 음…
영화 보러 갈래요?
이번에 개봉하는 공포 영화 재밌을 거 같던데
(하경) 좋아
[시우의 생각하는 숨소리]
(시우) 모처럼 시외로 드라이브 가도 좋고요
(하경) 그것도 좋다
(시우) 아니면 같이 운동 갈래요?
저번에 보니까 좀 뛰는 거 같던데
(하경) 그것도 괜찮네
아니면 그냥 같이 마트 가서 장이나 보든가요
그래
(시우) 아니, 뭘 다 좋대?
(하경) 응?
너무 영혼 없는 거 아니에요?
(시우) 뭐가 다 이래도 '응'이고 저래도 '응'이에요?
난 진짜로 다 괜찮아서 그러는 건데?
(하경) 사실 이렇게 걷기만 해도 난 좋아
아이, 나도 물론 그렇긴 한데
(시우) 모처럼 쉬는 날이니까 좀 특별한 걸 해 보자는 거죠
그럼 넌 뭘 하고 싶은데?
어…
나는 엄청 많아요
(시우) 요즘에 록 볼링장이 뜬다던데
거기도 가 보고 싶고
1박 2일로 제주도라도 가…
아니다, 거기는 요즘에 신혼부부가 많아서 패스
신혼부부가 왜?
뭔가 좀 갑갑하잖아요
뭐가 갑갑해?
'사랑의 끝은 결혼이다' 그런 뻔한 결말이 답은 아니잖아요 [차분한 음악]
(시우) 그런데도 '우린 답을 맞힌 사람들이야'
그러는 거 보면…
아, 물론 다 다르겠지만
조금 갑갑해 보인다고 해야 되나…
아, 여기 있어요 제가 시원한 거 사 올게요
(하경) 응
(하경) 현재 제주 남부 해상에 정체 전선이 형성되면서
내일 새벽부터 제주를 시작으로 비가 내릴 거 같습니다
정체 전선의 이동 속도는
시속 35km로 저희가 처음 예상한 것과 같고요
- (봉찬) 35km? - (하경) 네
(봉찬) 씁, 그러면은
지금 현재 상태라면은
우리가 처음 예보한 대로
내일 저녁이면 수도권에도 비가 온다는 얘기네?
(하경) 그렇습니다
(봉찬) 음…
언론 쪽은 어때?
(기준) 아, 예, 계속되는 더위에
이번 여름철 첫 장마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봉찬) 그래?
오케이, 좋아
그럼 예정대로 언론 브리핑 진행하고
자, 다음 넘어가자고
네, 제주청 나와 주시죠
[밝은 음악]
(봉찬) 자, 수고했습니다
(직원들) 수고하셨습니다
잠깐 얘기 좀 하시죠
너 이시우랑 사귀냐?
뭐?
내가 이시우랑 뭐?
내가 다 봤거든? 너희 둘 같이 있는 거
(기준) 내가 가끔 혼술하기 괜찮다고 데려갔던 그 집
그 이자카야 갔더라고, 너희 둘
[발랄한 음악]
아, 그날?
(하경) 나, 나랑 이시우랑 한 팀이야
야, 한 팀끼리 술도 같이 못 마시냐?
그게 네 눈엔 그렇게 보이디?
아니지
같이 뽀뽀한 게 내 눈엔 그렇게 보이는 거지
하, 뭐래, 미친…
아, 진하경 너 많이 변했더라?
(기준) 나랑 연애할 때는
사람들 앞에서 애정 표현 하는 거 아주 질색하더니
이시우 그 자식이랑은
훤히 다 들여다보이는 술집에서 뽀뽀까지 해?
[한숨 쉬며] 너 내가 이시우 그 자식이랑
어, 치고받고 싸울 때부터 알아봤어
네가 그 자식만 따로 불러내는 게 아무래도 수상해서 쫓아가 봤더니
둘이 아주 다정하더라고
하, 야, 그럼
부하 직원이 웬 또라이한테 얻어터졌는데 넌 가만히 있니?
(하경) 거기다 그 또라이가
나랑 아무 상관 없는 사람도 아닌데?
- '또라이'? - (하경) 또라이지, 그럼!
(하경) 너랑 사내 연애 하다가 그렇게 쪽팔렸는데
내가 그걸 또 한다고?
네가 지금 제정신이냐?
- 아, 뭐, 그거야… - (하경) 그리고
내가 누구랑 뽀뽀를 하든 키스를 하든
(하경) 그게 네가 무슨 상관인데?
- (기준) 야! - (하경) 뭐
걱정돼서 그런다
(기준) 야, 남자는 남자가 안다고 이시우 그 자식 그거 딱 아니야
야, 그리고 내가 이런 말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이시우 그 자식이 우리 결혼식까지 찾아와서
어떻게 깽판 쳤는지 알아?
아아
너는 그렇게 괜찮은 남자여서
청첩장까지 다 돌리고 딴 여자랑 결혼했냐?
야, 나는 우리 유진이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던 거고!
(기준) 그 자식은 앙갚음하려고 너 복수하려고 하는 거고
이용하려고!
아, 그래서 네가 지금 내 걱정 해 주는 거다?
그럼, 당연히 걱정되지
내가 이시우랑 사귀면 네 이름 오르내릴까 봐
그거 걱정되는 거잖아, 지금!
뭐, 그것도 영 아닌 건 아니고
(기준) 야, 솔직히 너 같으면 그런 거 신경 안 쓰이겠니?
- (하경) 야 - (기준) 왜
꺼져
[흥미로운 음악]
(기준) 야, 하경아 너 진짜 안 된다
아, 아니라니까!
아휴
저 헛똑똑이, 헛똑똑이, 아휴
[기준의 탄식]
아, 앙갚음 맞다니까!
어휴, 진짜
[수진이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수진의 힘주는 신음]
[수진이 흥얼거린다]
[명주가 피식 웃는다]
내일 비번이라고 너무 신난 거 아니야?
아, 당연하죠 이게 얼마 만에 쉬는 주말인데요
(수진) 솔직히 평일 비번은 같이 놀아 주는 사람도 없고
좀 외롭잖아요
[입소리를 쩝 낸다]
아, 제발 나도 쉬는 날 한번 외롭고 싶다
(명주) 가뜩이나 주말에 비번이 겹치면
애들이랑 외식해야 되지
밀린 체험 학습이라도 있으면 종일 그거 따라다녀야 되지
[키보드 조작음] 차라리 출근이 편하다, 난
(수진) 음…
엄 선임님은 안 봐도 비디오고
시우 특보는 내일 비번인데 뭐 하세요?
아, 저는 데이트요
(시우) 좋은 공연이 있다고 해 가지고요
나도 공연 좋아하는데 제목이 뭔데요?
아, 그, 제목이 뭐였더라…
(하경) 비상
[흥미로운 음악]
'비상'?
(수진) '비상'이요?
[키보드 조작음] 어, 그런 공연도 있어요?
예? 아, 그, 소극장에서 하는
그, 뮤지컬이요, 예
응, 소극장
[키보드 조작음]
(시우)
신 주임님은요? 내일 뭐 하세요?
(석호) 나 뭐, 주말 비번이라고 뭐, 다를 거 없는데?
뭐, 일단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부터 내리고
[석호가 말한다] (하경)
(시우)
(하경)
(시우)
(하경)
[키보드 조작음]
(석호) 아침이니까 간단하게 샐러드 만들어서 먹고
[한숨 쉬며] 운동 갔다가 집에 와서 청소 한번 싹 하고
[석호가 계속 말한다] (시우)
(시우) 차라리 그냥 밝히죠, 우리
(하경) 끝까지 잡아떼야지
(석호) 음식 오면 음식 먹고
[석호가 계속 말한다]
(하경) 일단 내일 대학로는 가지 말자
(시우)
(하경) 거기 한기준이 좋아하는 매운 닭발집 있어
(하경)
(석호) 클래식 피아니스트랑 뇌 구조가 다르거든? [한숨]
[석호가 계속 말한다]
(시우)
(하경)
(시우) 그렇다고 집에 있을 순 없잖아요
(석호) 제일 큰 차이는 재즈 피아니스트는 반응성이 좋고
클래식 피아니스트는 정확성이 높고
신기한 거지 똑같이 피아니스트들이지만 [키보드 조작음]
어느 장르를 더 깊게 팠느냐에 따라서…
[석호가 계속 말한다] [키보드 조작음]
그러니까 우리도 어쩌면 그럴 수도 있어
똑같은 예보관인데
[시우의 한숨] 동네…
[키보드 조작음]
(기준) 유진이 너 지금 이시우가 누구랑 사귀고 있는지 알아?
(유진) 누군데?
진하경
하, 말도 안 돼
뭐가?
(유진) 어?
(기자1) 뭐가 말도 안 되는데?
[키보드 조작음] (유진) 아, 아니야, 아무것도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이 계속된다]
[심호흡한다]
[휴대전화 조작음]
네, 어머니, 잘 지내셨어요?
[웃음]
네?
아, 아, 죄송해요 깜빡 잊고 있었어요
네, 오빠한테는 제가 얘기할게요
아, 네
네, 그럼 주말에 뵙겠습니다
네
[한숨]
(기자1) 어디 가?
나 쇼핑하러
쇼핑?
[엘리베이터 도착음] [안내 음성] 문이 열립니다
[동한의 헛기침]
[휴대전화 진동음]
(하경) 어, 언니
(태경) 엄마가 너 오늘 퇴근하고 집에 잠깐 들르래
나 바빠
(태경) 너 못 오면 엄마가 직접 너희 집에 가신단다
- 하, 마음대로… - (동한) 시우야
(동한) 저녁때 뭐 먹지?
(시우) 부대찌개 어떠세요?
(동한) 할 줄 알아? [흥미로운 음악]
- 알았어, 금방 갈게, 끊어 - (시우) 에이, 시킬 줄 압니다
[풀벌레 울음]
(태경) 이상하네
(수자) 왜? 못 온대?
재깍 온대
에?
엄마, 오늘 하경이랑 진짜 담판 지을 거야?
그냥 포기해
자식 일에 포기가 어디 있어
[의아한 숨소리]
(시우) 그러면 또 뭘 추가를 할까요?
(동한) 만두도
- (시우) 만두요, 예 - (동한) 있지?
- (동한) 라면은 집에 있… - (시우) 라면은…
(동한) 아, 우리 부대찌개 시켜 먹으려고
뭐 좋아하는 사리 있어?
(하경) 아, 전 집에 가 봐야 될 거 같아서
두 분이서 맛있게 드세요
(동한) 집에?
뭔 일 있나?
(시우) 그러게요
생기부에 들어가는 현장 체험 말이야
(보미) 이번엔 어디가 좋을까?
[차분한 음악]
(향래) 어디야?
(동한) 나 기상청이지, 당연히
(청원 경찰) 거보세요 아까아까 퇴근하셨다니까
이 인간이 대체 어디서 지내는 거야?
(보미) 엄마?
(향래) 어, 어?
(보미) 아니야, 내가 알아서 할게
(향래) 아, 뭔데?
현장 체험
뭐 할지 생각났어
(수자) 이 어미 마지막 소원이라고 생각하고
딱 세 번만 선봐
(태경) 그래, 하경아 한번 나가 봐 [수자의 한숨]
분명히 난 처음부터 싫다고 했어요
(수자) 아, 그럼 생때같은 돈을 그냥 날려?
그럼 생때같은 내 시간 날리는 건 괜찮고?
[탁자를 탁탁 치며] 그러니까
딱 세 번만 나가서 만나 봐
(수자) 아, 또 누가 알아? 네 천생배필을 만나게 될지?
요즘은 연애해서 결혼한 사람보다
이, 선봐서 결혼한 사람들이 이혼율도 더 낮다더라
[태경의 어이없는 숨소리]
(태경) 왜 날 봐?
(수자) 불같은 연애?
그거, 그런 거 하나 소용없어
아, 네 언니 봐라, 응?
죽고 못 살 거처럼 굴더니
결혼한 지 1년도 안 돼서 이혼한 거
엄마 갑자기 그 얘기 왜 하는데!
(태경) 아, 진짜, 씨
[흥미로운 음악]
[문소리]
부모 죽은 다음에 제사 지내 줄 생각 말고
살았을 때 잘하라고 했다, 응?
(수자) 응?
[풀벌레 울음]
(수자) 저런, 저, 저, 저…
[탁 던지는 소리] 못된 년, 저거
응? 제 어미 죽기 전 소원이라는데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려워서 딱 잘라서
'싫어'? '싫어'?
어휴, 그 소리가 어쩜 저렇게 쉽게 나올까, 응?
그놈의 결혼, 결혼, 결혼 안 하면 누가 잡아가기라도 한대?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저런, 저…
(하경) 간다
(태경) 너도 너무 그러는 거 아니야
솔직히 엄마가 속이 얼마나 타면 저러겠냐?
자식이라고 달랑 너랑 나랑 둘뿐인데
큰딸은 이혼해서 기어들어 와
작은딸은 파혼해서 뛰쳐나가
죽기 전에 너랑 나랑 기댈 버팀목이라도 하나
만들어 주고 싶어서 저러나 봐
그냥 소원 한번 들어줘
아, 그럼 엄마가 재혼을 하시든가 아니면 언니가 가든가
야, 너는 말을…
엄마가 한 번씩 이럴 때마다 내 기분이 어떤 줄 알아?
(하경) 아주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기분이야
엄마가 진짜 날 위해서라면
내가 이런 생각 들면 안 되는 거잖아, 안 그래?
쯧, 그래, 그 말도 맞다
아무튼 이런 거 기분 너무 별로야, 간다
[문이 삐걱 열린다]
[잔잔한 음악] [문이 탁 닫힌다]
[수자의 한숨]
[태경의 한숨]
(태경) 엄마
엄마는 아빠랑 결혼해서 좋았어?
(수자) 넌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아, 세상에 좋기만 한 결혼이 어디 있어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고 그런 거지
뭐니 뭐니 해도 하나보다는 둘이 낫고
둘보다는 셋이 더 나은 거야
아, 내 친구 미정이 그 막내딸도, 응?
저는 평생 혼자 살겠다 그러더니
봐라
막상 시집가서 아들딸 낳고 얼마나 잘 사냐
신랑 직장도 든든하고
(태경) 쯧
[태경이 숨을 들이켠다]
엄마 친구 딸들하고 하경인 다를 수도 있잖아
혼자 사는 게 체질일 수도 있고
뭐?
그냥 오늘 그런 생각이 좀 드네
주무세요 오늘 열 내느라 힘들었을 텐데
[태경의 힘주는 신음]
[다가오는 발걸음]
왔어?
어
(유진) 낮에 어머니한테 전화 왔었어
내일 저녁 같이 먹자고 하시던데
내일 시간 괜찮지?
너 또 쇼핑했니?
아, 그거? 내…
(기준) 넌 참 태평해서 좋겠다
이 집 단기 임대라 우리 여유 없는 거 아니었어?
뭐, 이사 갈 전세 보증금이야 대출로 어떻게 한다고 해도
나머지 이사 비용이며 뭐며 만만치 않은 거 너도 잘 알 텐데
내가 지금 아무 생각도 없이 사치라도 했다는 거야?
뭐, 생각이 있는 애가
저런 비싼 걸 아무렇지도 않게 사진 않았겠지
오빠
됐다, 그만하자
(기준) 더 말해 봤자 싸움밖에 더 하냐
나 씻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문이 탁 닫힌다]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시우) 집에 무슨 일 있어요?
[부드러운 음악]
(하경)
(시우)
(하경)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동한) 맥주 마실래?
[익살스러운 음악]
(시우) 아니요, 드세요, 예
[동한의 시원한 숨소리]
[힘주는 신음]
[숨을 들이켠다]
(시우)
[하경의 한숨] (시우)
(하경)
(하경)
[밝은 음악]
(시우)
(하경)
(시우)
(하경)
(시우) 불편한 거 참을 수 있어요?
(하경)
(시우)
뭐야, 어딘데 저래? 치 [휴대전화 조작음]
[기준의 한숨]
[한숨]
[흥미로운 음악]
(하경) [작은 목소리로] 미쳤나 봐, 왜 그래
[기준의 한숨]
[새가 지저귄다]
[기어 조작음]
(기준) 오늘 비번이지?
[중얼거린다] 잠깐 얘기 좀 하게
일어나면 아파트 앞 브런치 카페로 나와
기다리고 있을게
[한숨]
(기준) 응?
[흥미진진한 음악]
(시우) 왔어요?
이시우… [차 문이 탁 닫힌다]
갈까요?
뭐? 과장과 부하 직원 사이?
너희 오늘 딱 걸렸어, 씨
[기준이 안전띠를 탁 채운다]
[자동차 시동음]
[자동차 시동음]
어딜 가는 거야, 씨
(기준) 아씨…
아이씨
[휴대전화 진동음]
(유진) 지금 어디야?
오늘 어머님 댁에 가는 거 잊은 거 아니지?
집에서 6시 전엔 출발해야 되니까 그 전에 와
어, 그래, 충분해, 충분해, 충분해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밝은 음악]
(하경) 아, 이제 좀 풀리네
근데 우리 어디 가는 거야?
거의 다 왔어요
[시우가 숨을 들이켠다]
아, 좋아했으면 좋겠는데
[새가 지저귄다]
[흥미로운 음악]
(관리인) 저쪽으로 가시면 돼요
- (하경) 네 - (시우) 감사합니다
[뿌지직] (기준) 아…
아이씨, 누가 여기다 똥을…
[헥헥거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낑낑거린다]
아휴, 씨, 진짜
[휴대전화 진동음]
(하경) 좋다
(시우) 오길 잘했죠?
(하경) 너무 무거운 거 아니야?
[털썩 넘어지는 소리] (시우) 아, 아니요, 괜찮은데
[울먹인다]
[통화 연결음]
[초조한 숨소리]
아, 메시지도 씹고 대체 어디 있는 거야
[한숨]
[입소리를 쯧 낸다]
[한숨]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유진의 어이없는 숨소리]
[한숨]
(하경) 음, 우리가 캠핑장 B 구역이니까
저쪽으로 가면 되겠다
(시우) 아, 좀 머네요
괜찮아, 좀 걷지, 뭐, 가자
(시우) 네
[흥미로운 음악] - (하경) 도와줘? - (시우) 아니요
- (하경) 괜찮겠어? - (시우) 네, 갈까요?
(하경) 너무 가벼운 거 같은데 나라도 탈까?
[하경과 시우가 두런거린다]
나중에 딴소리 못 하게 일단 증거부터 잡자
어디 갔지?
어, 그래, 충분해, 충분해, 충분해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아유, 씨, 그걸 두고 오면…
[동한이 새근거린다]
[놀란 숨소리]
[한숨]
[헛기침]
[힘주는 신음]
[동한의 한숨]
(동한) 어휴
[동한의 하품]
어디 갔나?
시우야, 밥 먹었어?
아, 뭘 먹으러 갈까?
아이씨, 둘 다 어디 갔나 보네
[입소리를 쩝 낸다]
[한숨]
[밝은 음악]
(하경) 아, 이상하다 왜 안 잡히지?
인터넷이 안 되죠?
(하경) 어
(시우) 아 분명히 잡힌다고 했는데
실황만 좀 확인하면 좋겠는데
잠깐만요
[통화 연결음]
- (석호) 왜? - 형
(시우) 혹시 지금 레이더 실황 어떤지 확인 좀 해 줄 수 있어요?
네가 직접 하면 되잖아
(시우) 아, 저 밖인데 인터넷이 안 잡혀서 그래요
부탁 좀 할게요
아휴
[힘주며] 아유, 아유, 아유
(석호) [한숨 쉬며] 기다려
[작은 목소리로] 뭐래?
[작은 목소리로] 확인해 준대요
(석호) [한숨 쉬며] 지금
정체 전선 북상하고 있어서 제주도는 5mm 정도 오고
남해안 쪽은 빗방울 정도 오고 있어
아, 네
(시우) 제주랑 남부 지역에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대요
[휴대전화 조작음]
(시우) 네, 형, 잠시만요
(하경) 확인하는 김에 13시에 나온 수치 모델도
아, 수치 모델도요? 그…
[발랄한 음악]
너 지금 누구랑 있냐?
여자 친구랑 있는데요?
[피식 웃는다]
그럼 신경 끄고
데이트나 해
실황이야 근무 중인 1팀에서 어련히 잘 감시할까
- (석호) 끊어 - (시우) 네
[통화 종료음]
[시우가 살짝 웃는다] 뭐래?
(시우) 기상청에 저 말고도 일하는 사람들 많으니까
신경 끄고 네 할 일이나 똑바로 하래요
누가 몰라서 그러나? 궁금해서 그러지
(시우) 석호 형 말이 맞아요
우리도 좀 쉬어야 힘이 나서 또 일하죠
정체 전선은 예상대로 북상 중이라고 하니까
신경 끄고 이제 서로한테 집중하죠
오케이
[시우와 하경이 대화한다]
[한숨]
[숨을 들이켠다]
[한숨]
아, 그래
(석호) 쩝, 그래
1팀에서 어련히 잘하려고
아유, 그래, 아유
[지갑을 탁 집는다]
[입소리를 쩝 낸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석호) 저 바닐라라테요 우유 대신 두유로
시럽은 두 번만 펌핑해서 한 잔 주시고요
[포스 조작음] 결제는 쿠폰으로 할게요
(종업원2)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신석호입니다
없는데요?
없다니요? 그제도 제가 쿠폰 찍고 갔는데
저한테요?
아니요, 다른 직원분한테요
(태경) 어, 커피만 사 가지고 갈게
(종업원2) 일단 나중에 담당자분 오시면 확인할 테니까
지금은 그냥 결제하시겠어요?
이보세요 지금 제 쿠폰이 사라진 거잖아요
(석호) 여기서 보관해 준다고 해서 믿고 맡긴 건데 이러면 곤란하죠
어? 1302호?
(종업원2) 지금 다음 손님 기다리시거든요?
예, 한 번 더 찾아 봐 주시죠
(태경) 안녕하세요
(석호) 어? 여긴 어쩐 일입니까?
[태경의 황당한 숨소리]
(태경) 커피집에 커피 마시러 왔죠
(석호) 예
(태경) 그러는 1302호님은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한숨]
12개 다 채운 쿠폰을 잃어버렸답니다
맡긴 걸요?
(종업원2) 아, 그, 지금은 저희 쪽에서
확인이 안 돼서 그런다고 양해 말씀 드렸는데
나중에 담당자분 오시면 확인해 드릴 테니까
지금은 일단 결제해 주시면은…
쿠폰으로 하려고 지갑 안 가져왔죠
(종업원2) 그럼 주문 취소해 드릴까요?
아나, 진짜…
(태경) 이걸로 같이 결제해 주세요
(석호) 아유, 아닙니다
(태경) 저도 지난번에 신세 졌잖아요
뭐 주문하셨어요?
(석호) 바닐라라테 우유 대신 두유로
시럽은 두 번만 펌핑해서 한 잔이요
아, 이거랑요
저는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태경) 같이 결제해 주세요
[포스 조작음] 저…
[석호의 헛기침]
[영수증 출력음] (석호) 그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왜냐하면 여기서 말하는 시원함과 아이스는 같은 의미로…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한숨]
저도 그 정도는 알지 않을까요?
예
감사합니다
네
(여자5) 카모마일 한 잔 주세요
[포스 조작음]
[자동차 엔진음]
[거친 숨소리]
자, 자, 잠깐만요! 아저씨!
[경쾌한 음악] (기준) 잠깐만요!
내 차! 내 차!
잠깐만!
서, 서요!
[기준의 다급한 탄성]
[새가 지저귄다]
왜?
계속 신경 쓰여서요
(시우) 비 오겠죠?
오겠지, 하늘이 저렇게 시커먼데
(하경) 올 거야
[발랄한 음악]
(시우) 아이…
너도 궁금하잖아
그럼 이렇게 하죠, 핸드폰 줘 봐요
자, 먼저 집는 사람이 설거지하기
그래, 근데, 씁
설거지를 하려면 뭐 좀 만들어 먹어야 되지 않을까?
캠핑 하면 바비큐죠
(시우) [아이스박스를 탁 열며] 자, 이야
[시우가 흥얼거린다]
(하경) 뭐 사 왔어?
(시우) 어? [부스럭거리는 소리]
어? 어?
왜, 뭔데?
고기 분명히 챙겼는데
[지글거리는 소리]
(하경) 괜찮아
또 캠핑은 뭐니 뭐니 해도 김치찌개지
국물 낼 재료가 없잖아요
가까운 데 가서 고기라도 사 올까요?
괜찮아 김치찌개는 김치만 있으면 돼
[하경의 웃음]
[밝은 음악]
어때요? 잘돼 가요?
(시우) 맛있어요?
(하경) 간을 안 봐 가지고
(시우) 와, 근데 진짜 잘 만든다
먹어 봐요?
음! 맛있어
- 맛있어? - (시우) 먹어 봐요
(하경) 나 천재인가 봐
맛있다
거기 서 있어 봐요 여기 봐 봐요, 여기
[시우의 웃음]
아, 씨
[전화벨이 울린다]
[버튼 조작음] (기준) 어
오빠 어디야?
아, 그게, 유진아…
(유진) 나 어머님네로 바로 갈 테니까
오빠도 그쪽으로 바로 와, 알았지?
빨리 와야 돼
[차분한 음악] [한숨]
(유진) 어디 갔다 이제 와?
꼴은 또 왜 그래?
(기준) 그냥 그런 일이 좀 있었어
(유진) 오늘 무슨 날인지 잊었어?
오빠 어머니 생신!
(기준) [한숨 쉬며] 아니, 넌…
넌 정 없게 '오빠 어머니'가 뭐냐
그냥 시어머니면 시어머니고 어머니면 어머니지 [유진의 한숨]
같이 저녁 먹자고 이틀 전부터 연락 주시고 기다리셨는데
(유진) 오늘 하루 종일 어디 있었던 거야?
나 혼자 오늘 얼마나 뻘쭘했는지 알아?
[한숨 쉬며] 엄마가 너한테 또 뭐라 그랬어?
어디 갔다가 이제 오냐니까?
(기준) 아, 일일이 너한테 허락받고 다닐 나이 아니잖아!
아, 내가, 어?
아니, 뭐 좀 중요하게 확인할 게 있어 가지고 그런 걸 너는…
[한숨]
설마 또 진하경 그 여자한테 갔었어?
[한숨]
(기준) 네가 못 믿겠다며
하경이랑 그 자식이랑 사귀는 거
그게 오빠한테 그렇게 중요한 문제야?
어머니 생신까지 잊어 먹을 만큼?
[차분한 음악]
아니, 어째서?
내가 하경이 걔랑 파혼하고 너랑 결혼하면서
사람들한테 얼마나 욕먹었는 줄 알아?
(기준) 조강지처나 다름없는 여자를 버렸다느니
양다리 걸치다 결혼 직전에 환승한 파렴치한이라느니
난 그런 들을 소리, 못 들을 소리 다 들었는데
하경이 걔만 계속 피해자 코스프레 하게
놔둘 순 없잖아
다른 누구도 아니고 이시우 그 자식이랑 그러고 있는데
(유진) 오빠
난 오빠가 우리 문제에 집중했으면 좋겠어
우리 이거 말고도 해결해야 될 문제 많잖아!
하, 그러니까 이걸 해결해야
뭐 다른 걸 집중을 하든가 말든가 할 거 아니야, 유진아
그래서 어쩌겠다고?
만천하에 폭로라도 하게?
하, 왜, 또 못 할 건 뭔데?
[어이없는 숨소리]
그렇게 되면 우리 얘긴 사람들 입에 안 오르내릴 거 같아?
왜 그런 건 생각 안 하는데
[한숨]
(유진) 솔직히
피해자 코스프레 막는다는 건 순 핑계고
그냥 그 두 사람 사귄다니까 배 아프고 질투 나는 거 아니야?
지, 질투?
(기준) 내, 내가 이시우를?
아, 내, 내가 왜?
이유야 오빠가 더 잘 알겠지
[한숨]
[기준의 한숨]
[한숨]
[풀벌레 울음]
(하경) 안 오네
그러게요
안 올 거 같지?
아마도요
지금 몇 시야?
20시 21분 넘어가고 있어요
망했다
(하경) 짠
(시우) 짠
[새가 지저귄다]
[긴장되는 음악]
[봉찬의 한숨]
(수진) 회의 시작한 지 벌써 10분도 넘었는데
(명주) 쉿
(수진) 네
[안경을 탁 놓으며] 아니 수치 모델은
정체 전선 북상으로 나타났다면서, 응?
근데 비가 안 오는 이유가 뭐야?
(하경) 오호츠크 고기압의 이상 발달과
북쪽의 찬 공기가 버티고 있어
정체 전선의 북상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수진) 지난번 최종 회의 때
엄 선임님이 우려된다고 했던 포인트 아니에요?
(석호) 쯧, 그랬지
(봉찬) 비가 언제 오는 거야?
일단은 다음 주 초로 예상하고 있습니다만
이 상태가 계속 지속될 경우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이고
(봉찬) 씁, 아유
자, 그럼 일단 오늘부로
비가 왜 늦어지는지에 대해서 언론에 설명 자료 배포하고
우리는 뭐…
실황 감시에 총력을 다하는 걸로
(직원들) 네
(기준) 차라리 마른장마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게
나중을 위해서라도 낫지 않을까요?
마른장마?
(기준) 예
(시우) 아직 정체 전선이 살아 있는데 그럴 순 없죠
만약 흐리기만 하고 비가 안 오더라도
강수 가능성이 더 높은데
그런 식으로 속단해서 발표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헛웃음]
속단은 이시우 특보 특기 아니에요?
[흥미진진한 음악] (기준) 왜요?
이번엔 영 감이 발동하지 않는 모양이죠?
(시우) 그 감도
데이터와 기상 흐름을 기반으로 하는 겁니다
맞으면 맞고 아니면 아니지
비난받는 게 겁나서
두루뭉술한 정보를 낼 순 없단 뜻이고요
두루뭉술한 정보요?
나중을 고려하자는 게 그러자는 뜻 아닙니까?
(하경) 그만하시죠, 두 사람 다
(봉찬) 응, 아니야, 계속해
네?
(봉찬) 아, 계속하라고
두 사람 그렇게 박 터지게 한번 토론해 봐
해서 같이 결론도 만들고
그렇게 두드려 낸 결론 가지고
우리가 언론에다가 설명 자료 내보낼 테니까
어, 괜찮겠다, 그렇지? 왜?
왜, 문제 있어?
아니요, 없습니다, 그러겠습니다
(봉찬) 어, 계속해
[봉찬의 한숨]
[직원들이 분주하다]
저, 과장님
저 다녀오겠습니다
괜찮겠어?
네
[흥미로운 음악]
[문이 스르륵 닫힌다]
[흥미진진한 음악]
[노트북을 연다]
[마우스 조작음]
일단 이번 예보가 틀린 이유부터 분석해 보죠
이번 장마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한 설명 자료 만드는 거 아닙니까?
초기 예보 시점부터 복기해서
(기준) 우리가 뭘 놓쳤는지부터 시작해야
예상 시기와 실제 시기의 간극 설명까지
자연스럽게 흘러갈 거 같은데요
(시우) 그러시죠 어디부터 시작할까요?
[리모컨 조작음]
(기준) 초기 장마 예보 때
닷새 뒤부터 정체 전선으로 인한 비가
우리나라 제주와 남부 지방부터 내릴 거라고 예측하셨는데
이건 왜 이렇게 분석한 겁니까?
(시우) 정체 전선 북쪽의 200헥토파스칼 강풍대랑
북태평양 고기압 확장 속도를 봤을 때
발달 가능성이 충분했기 때문이죠
설명 자료 아직 멀었대?
(기자2) 어
[기자2의 한숨]
(기자1) 자기 뭐 아는 거 없어?
설명 자료가 이렇게 늦어지는 이유 말이야
자료 보강하나 보지
[한숨]
[시우의 한숨]
(시우) 아, 제 말이 맞는 게
보시면요, 여기 위가 세 가지고…
[시우가 말한다]
[기준이 말한다]
[저마다 인사한다] (직원)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시우 특보 어디 갔어요?
(석호) 아, 그…
설명 자료 때문에 지금 대변인실에 있습니다
오늘 업무 인계 할 내용은 예보관님 메일로 따로 보냈다던데
아, 여기 들어왔네요
예
- (명주) 고생했어 - (석호) 수고하셨습니다
(명주) 고생했어
(동한) 아, 너무 걱정하지 마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또 치고받고 싸우겠어?
[동한의 웃음]
(동한) 아니 저녁이나 먹고 가지, 뭐
- (명주) 음, 네 - (석호) 네
(명주) 그럼 뭐, 시원한 거로?
(동한) 뭐로?
(기준) 결국은 중국 중북부 지방의 기압골과 강풍대로
정체 전선 북상이라는 분석이 판단 미스였다는 거네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는 그렇게 결론 내렸을 겁니다
(시우) 정체 전선이 남하할 거라는 엄 선임님의 이론이
일리가 없었던 건 아닌데요
확률은 낮았으니까요
본인의 직감을 믿는다 그럴 땐 언제고
결국 책임져야 할 순간에는 확률을 따를 수밖에 없다?
(기준) 이건 누가 들어도 궁색한 변명 아닙니까?
자신이 없었거든요
[차분한 음악]
내 감만 믿고 모험을 하기엔
너무 많은 사람들의 안전이 달린 문제라고
누가 그러더라고요
[기준의 한숨]
근데 하경이랑은 왜 그런 무모한 모험을 하는 겁니까?
(기준) 하경이 걔
겉은 강해 보여도 속은 여린 애예요
내가 준 상처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을 거고요
지금 설명 자료 얘기 중인데요?
만에 하나 내 와이프나 나에 대한 억하심정으로
하경이 만나는 거라면
지금이라도 관둬요
(기준) 하경인 뭘 허투루 하는 애가 아니라서
걔가 정말로 뭔가를 시작했다면 그건 진심일 거고
그렇기 때문에 또다시 상처를 겪게 되면
그땐 정말 심정적으로 복구하기 힘들 수도 있어요
상처를 준 당사자가 그런 말까지 하는 거
너무 오지랖 아닙니까?
그러니까
내가 상처를 줬으니까 그래서 더 걱정도 되는 거라고
(시우)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진심이 아니면
뭘 허투루 시작하는 편이 아니어서요
이걸로 설명 자료 내보내시죠
그럼 먼저 가 보겠습니다
[시우가 바스락 정리한다]
근데 말이죠
(향래) 성준이 다음 주에 보자
(학생) 네, 안녕히 가세요
[무거운 음악]
너
그 자식이랑 왜 헤어졌냐?
뭐?
솔직히 남자가 봐도 괜찮은 놈인 거 같아서
(기준) 아니
괜찮은 놈 맞아
그런데 왜 그런 놈을 두고 나한테 왔냐고
[책을 탁 덮는다]
[책을 탁 내려놓는다]
그걸 몰라서 묻니?
어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오빠가 결혼하자며
처음이었어, 오빠가
(유진) 나랑 연애 말고 결혼하자고 덤빈 남자는
처음이었다고
오빠가
[기준의 헛웃음]
(기준) 근데 어떡하냐?
기껏 결혼까지 했는데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라서
너 그래서 혼인 신고도 못 하겠다는 거잖아
[유진의 한숨]
[차분한 음악] (유진) 사람이 왜 이렇게 못났어?
내가 오빠랑 혼인 신고 미룬 게 그거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럼 뭔데?
솔직히 오빠
결혼하고 나서 우리 문제에 온전히 집중한 적 별로 없잖아
사람들이 우리 결혼을 어떻게 생각할까 전전긍긍
이제는 또
(유진) 진하경이 이시우랑 사귀기라도 할까 봐
잔뜩 예민해져서 정신이 온통 딴 데 가 있고
이제는 오빠가 날 사랑하는지 아닌지
확신도 안 서는데 어떻게 혼인 신고를 해?
어떻게 될 줄 알고
자꾸 이런저런 핑계 대지 마
[기준의 떨리는 숨소리]
그래도 이유는 하나잖아
오빠야말로 한눈 좀 그만 팔아 날 사랑한다면!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쾅 닫힌다]
[도어 록 조작음]
[하경이 캔을 쉭 딴다] [도어 록 작동음]
[다급한 숨소리]
[도어 록 작동음]
[시우의 거친 숨소리]
(시우) 아
왜, 또 한기준이랑 무슨 일 있었어?
[시우의 시원한 숨소리]
더 잘하고 싶어졌어요
[밝은 음악] - (하경) 응? - (동한) 응?
(시우) 이번 정체 전선이요
다시 한번 분석해 보죠
(하경) 왜?
뭐 이상한 시그널이라도 잡혀?
(시우) 아니요 낮에 한기준 사무관하고
설명 자료 만들면서 발견한 건데요
예
이상 발달 중이던 오호츠크해 기단이
확장을 점점 멈추고 있어요
남서쪽에서 수증기 유입도 이루어지고 있고요
(동한) 그렇다고 북태평양 고기압이 활성화되기엔
아직 약하지 않나?
어떻게 생각해?
같은 생각이에요
(시우) 어, 여기 이 부분이요
북상하면서 강수 입자가 강해지는 거 같지 않아요?
(동한) 음, 애매한데
(시우) 오호츠크해 고기압 발달이 멈추고
남서쪽에서 계속해서 수증기가 유입되면
북태평양 고기압 확장도 문제가 없다는 건데
그렇다면 제 감으론
이틀 뒤에 반드시 비 옵니다
그럼 이번엔 이시우 특보 말대로 가 보죠
남쪽에서 수증기가 유입되는 건 확실하니까
뭐, 그렇다면, 오케이
아,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한의 한숨] [시우의 웃음]
[새가 지저귄다]
[무거운 음악]
[한숨]
[한숨]
[마우스 조작음]
[한숨]
[한숨]
[직원들의 한숨]
(기자1) 기상청 예보가 이번에도 빗나갔습니다
이유가 어디 있다고 보십니까?
(하경) 온난화의 가속화로 인한
엘니뇨, 라니냐 같은 기후 주기 변동과
장마 예측 변수가 훨씬 더 복잡해졌습니다
(기자1) 쉽게 말씀해 주신다면요?
(하경) 한마디로
교통 신호와 주행선을 무시한 채 달리는 차량의 진로를
맞혀야 하는 상황입니다
[키보드 조작음]
(석호) 쯧
기자들만 신났네
(수진) 가뜩이나 최근에 별다른 사건 사고도 없었으니까요
(명주) 진 과장님도 참
저 자리 올라가고 계속 수난의 역사구나
뭐 이렇게 하나 도와주는 게 없어 [수진과 명주의 한숨]
[차분한 음악]
(하경) 밤새 안 피곤해?
이제 들어가자
[한숨]
죄송해요
(시우) 제가 우기지만 않았어도
틀리진 않았을 텐데
네가 틀린 게 아니야
엄 선임과 내가 맞은 것도 아니고
(하경) 네가 네 입으로 얘기했듯이 기상은 가변성이잖아
작은 것 하나로도 모든 게 달라질 수 있는 거라고
이제 어쩌죠?
틀렸으니 이제 매를 맞아야지
[키보드 조작음]
(TV 속 기자1) 기상청은 오늘 새벽부터
서울과 경기, 강원 영서 지방에
시간당 50에서 100mm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대부분 지방이 구름만 많이 낀 상태인데요
출근길 빗길 대란은 피했지만 [TV 소리가 커진다]
계속되는 기상청의 빗나간 예보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원성이 높습니다
보미야, 엄마가 지금 좀 머리가 아파서 그런데…
(보미) 알았어 [TV 소리가 작아진다]
[TV 속 기자1이 말한다] (향래) 잠깐
(TV 속 기자1) 이유가 어디 있다고 보십니까?
[무거운 음악]
(TV 속 하경)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엘니뇨, 라니냐 같은 기후 주기 변동을 비롯한
장마 예측 변수가 훨씬 더 복잡해졌습니다
한마디로
교통 신호와 주행선을 무시한 채 달리는 차량의 진로를
맞혀야 하는 상황입니다
[TV 속 기자1이 말한다] 아는 사람이야?
(향래) 어
(TV 속 기자1)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누적되어 있는
슈퍼컴퓨터는
그런 변수까지도 예측 가능한 것 아닌가요?
[기자3이 인사한다]
(유진) 최근 급변하는 기후로
기상 예측 자체의 난이도가 높아졌다고 하셨는데
대책 마련이 시급한 거 아닌가요?
그래서 더 많은 수치 모델 자료를 통해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 두고 예보해 보려고 합니다
[유진의 한숨]
뚜렷한 대책은 없다는 거네요?
저희가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유진) 노력하는 거야 쉽죠
잘하는 게 어려워서 문제지
끝났나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시우 오빠랑 사귄다면서요?
한기준이 그래요? 난 분명 아니라고 했는데
매력 있는 사람이죠
(유진) 순수한데 영리하고
가진 건 쥐뿔도 없는데
자존감은 높고
생긴 건 또 얼마나 잘생겼어요
저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그런 사람이랑 왜 헤어졌어요?
(하경) 혹시 이시우 씨 아버지 때문인가요?
[피식 웃는다]
혼자만 잘난 줄 알죠?
시우 오빠 아버지 분명 좋은 분 아니시죠
(유진) 그렇다고 시우 오빠랑 헤어질 만큼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럼 왜…
시우 오빠
비혼주의자예요
[무거운 음악]
누구하고도 결혼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요
[버튼 조작음]
(기준) 근데 말이죠
하경인 결혼할 상대가 아니면 진심으로 만나지 않아요
그건 알고 시작한 거죠?
[엘리베이터 도착음] [안내 음성] 문이 열립니다
올라갑니다
[버튼 조작음]
(수자) 아이고, 잠깐만
(시우) 아… [버튼 조작음]
(수자) 아유
(시우) 아, 안녕하세요
(하경) 마치 봄이 오면 꽃이 피고 [잔잔한 음악]
여름이 되면 장맛비가 내리는 것처럼
나에게 결혼은
때가 되면 해야 하는 순리 같은 거였다
기후가 바뀌고
날씨 예측의 불확실성이 커져만 가는 지금
시우 오빠
비혼주의자예요
누구하고도 결혼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요
(하경)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경) 그냥 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결혼이 배제된 연애에 대해서
(수자) 뉘시우? 나 이 집 주인 엄마
(동한) 어, 아유
(수자) 셋이 여기서 같이 합숙을 한다?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던 사람도 [석호가 인사한다]
같은 일 하는 사람이우? [시우의 한숨]
- (태경) 네 - (석호) 잠시만요
장남인가?
그게 왜 궁금하십니까?
아, 여의도 현재 기온 왜 이래?
(하경) 지금 당장
방재 기상 포털에 있는 정보부터 내리세요
(기준) 기상청 방재 포털 사이트 정보 오류
이 소스 제공한 거 너지?
(봉찬) 그런 일이 있으면 바로바로 보고를 했어야 될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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