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모 1
(의녀) 조금만 더 힘을 내시옵소서
[빈궁의 힘주는 신음]
[빈궁의 힘겨운 신음]
[빈궁의 거친 숨소리] (김 상궁) 잘하고 계십니다, 마마
[빈궁의 괴로운 신음]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힘겨운 신음]
(김 상궁) 빈궁마마 왕자 아기씨입니다
[옹알거리는 신음]
[천둥이 콰르릉 친다] [힘겨운 신음]
마마
[빈궁의 괴로운 신음]
[괴로운 신음]
(왕) 왕실에 쌍생은 절대 불가하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계집과 한 태에서 태어난 아들을
그 누가 감히 왕자로 인정하려 하겠느냐
(혜종) 하오나 아바마마…
(왕) 나를 왕으로 만든 공으로
상헌군 그대의 딸을 빈궁으로 삼았거늘
이제 이 일을 어찌 책임질 것인가!
나의 자리가 위협당하면 그대는 물론이고
나를 따른 모든 대신들의 목숨 역시
보존키 어려울 것이란 걸 모르진 않겠지
[천둥이 콰르릉 친다]
(기재) 오늘 밤 왕실에서 탄생한 아이는
오로지 원손마마뿐이십니다
누구도 쌍생의 비밀을 아는 자는 없을 것이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전하
[천둥이 콰르릉 친다]
(빈궁) 살려 주십시오, 저하
계집애로 태어난 것이
죽어야 할 이유가 될 순 없습니다
제발 살려 주세요
불가하오
당신 딸입니다
(빈궁) 저하의 아들과 한날한시
한 태에서 태어난 딸입니다
(혜종) 이미 주상 전하의 어명이 내려졌소
종실의 의견도 다르지 않소
(빈궁) 아니요, 아닙니다
이 아이의 아버지인
저하의 뜻이 중합니다
그러니 말씀해 주십시오
저하께서 답해 주십시오
(혜종) 나 역시
[옅은 신음]
이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버릴 것이오
[여자 아기의 울음]
[천둥이 콰르릉 친다] (기재) 산실청에 든 모든 이들을 없애거라
내 허락 없인 단 한 사람도 살려 둬선 아니 될 것이니라 [긴장되는 음악]
(관군1) 웬 놈들이냐!
[수하들의 기합]
[거칠게 싸운다]
[관군들의 기합]
[연신 거칠게 싸운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신하들의 비명]
[수하1의 힘주는 신음] [상궁1의 신음]
[수하2의 힘주는 신음]
[영상과 내관1의 다급한 신음]
[영상과 내관1의 놀란 신음]
(영상) 사, 사, 사, 사 상헌군 대감
[영상의 떨리는 숨소리]
(기재) 그간 전하를 보필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영상 대감
[의미심장한 음악] [영상의 겁먹은 숨소리]
[석조의 기합] [내관1의 비명]
[내관1의 겁먹은 신음]
빈궁께선 어디에 계시느냐?
[떨리는 숨소리]
어, 어, 어의와 함께 치, 치, 침전에 계십니다
[놀란 신음]
[천둥이 콰르릉 친다]
(김 상궁) 빈궁마마께서 계시는 산실청입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김 상궁의 겁먹은 신음] (빈궁) 멈추어라
[어두운 음악]
[천둥이 콰르릉 친다]
(빈궁) 아들입니다
아버지께서 그리도 바라시던
왕세손입니다
계집아이는 어디 있느냐?
계집아인
죽었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의관) 공주 아기씨께선
태어나시자마자 숨이 끊어지셨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태워 버리거라
(의관) 예
[천둥이 콰르릉 친다]
[긴장한 숨을 내뱉는다]
[빈궁의 힘겨운 신음]
(김 상궁) 마마 [빈궁의 다급한 숨소리]
어서
어서 아이를 살피시게
(의관) 예
[떨리는 숨소리]
[옅은 신음]
[여자 아기의 울음] [안도하는 숨소리]
[천둥이 콰르릉 친다]
모든 시신은 불태워 흔적을 남기지 말거라
[어두운 음악]
[김 상궁과 빈궁의 긴장한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빈궁) 아이의 맥이 흐리네
궐 밖을 나서거든 곧장 의원에게 데려가 주게
(형설) 예, 마마
[떨리는 숨소리]
[흐느낀다]
[긴박한 음악]
[형설의 기합] [천둥이 콰르릉 친다]
[형설의 기합]
[기합]
[천둥이 콰르릉 친다]
[밝은 효과음]
[새가 지저귄다] [아름다운 음악]
[앵무새 울음] (상궁2) 금사미단을 통과한 이들만이
궐에 들어가 상감마마를 모실 수 있을 것이다
[새가 지저귄다] [풀벌레 울음]
[밝은 음악]
[사람들이 시끌시끌하다]
[저마다 응원한다]
- (종친들) 청군! 청군! - (어린 복동) 세손마마!
[대신들의 탄성]
(학수) 용맹한 저 기세를 좀 보십시오 [대신들의 웃음]
왕재의 자질이 벌써부터 엿보이지 않습니까?
아니 그렇습니까?
[학수의 웃음] (대신) 예, 예, 예
[대신들의 웃음]
(어린 현) 어, 여기, 여기!
[사람들의 놀란 신음]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
[밝은 효과음]
[잔잔한 음악] [풀벌레 울음]
[기와가 달그락거린다]
[바람이 살랑거린다]
(이월) 그만 가자니까
나 먼저 간다
조금만 기다려 봐 이제 될 거 같은데
너 늦었다고 혼나도 난 몰라
(담이) 이월아, 이월아
[담이의 힘주는 신음]
[살짝 웃는다]
[담이의 놀란 신음]
[비명]
[담이가 쿵 떨어진다]
[담이의 아파하는 신음]
(어린 복동) 거기 공 좀 주워 줄래?
[어린 복동의 가쁜 숨소리]
고마워
[잔잔한 음악] [놀란 숨소리]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그, 그, 그게 아니라…
(세손) 공 주워 오랬더니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
똑같이 생긴 나인이라니?
(세손) 정말입니다
머리 모양만 달랐지
누가 보면 쌍생이라 할 정도로 똑같이 생겼었다니까요
그렇지 않느냐, 복동아?
예?
아, 예
(빈궁) 그만, 그만하거라
쌍생이라니
어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이냐
전 그저 신기해서
어마마마도 보시면 정말 놀라실 겁니다
(빈궁) 듣기 싫다
천한 궁녀와 귀한 세손의 얼굴이 똑같다니
행여라도 누가 들을까 겁이 나는구나
다시는 그런 얘긴 입 밖에 내지 말거라
알겠느냐?
예, 어마마마
[의미심장한 음악]
[풀벌레 울음]
(빈궁) 그때 분명 딸아이를 도성 밖으로 보내었다 하였지?
(김 상궁) 예, 틀림없사옵니다
좌익위께서 도성 밖 작은 사찰에 아이를 맡겼다 하였습니다
좌익위를 만나 봐야겠네
(빈궁) 혹시 모르니
자넨 세손이 보았다는 그 아이를 찾아보게
예
[혜종과 화길의 웃음]
(화길) 세손께서 영특하고 담대한 것이
저하를 많이 닮으셨습니다
[혜종이 피식 웃는다] 저를 포함해 강서원의 시강관들 모두
세손마마를 모심을
크나큰 영광으로 여기고 있사옵니다
[혜종이 피식 웃는다]
(혜종) 내 앞이라 그리 말할 것 없소
듣자 하니 서책을 읽는 일보다는
밖에 나가 축국을 하거나
소환들과 뛰어노는 일을 더 즐긴다던데
그것이 사실이냐?
스승님 말씀대로
제가 아바마마를 닮았다면 거짓이고
(세손) 아니라면 사실이겠지요
뭐라?
[혜종과 화길의 웃음]
(형설) 안 됩니다
(의금부도사1) 비키거라!
(혜종) 이게 지금 무슨 짓이냐!
무례를 용서하시지요, 저하
(의금부도사1) 어서 끌어내라 [관군들이 대답한다]
(화길) 아, 이게,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세손) 스승님
(혜종) 지금 당장 그 손을 놓지 못하겠느냐!
익선을 잡아들이라는 전하의 명이 계시었습니다
[어두운 음악] [놀란 숨소리]
뭐라?
[한숨]
(내관2) 세자 저하 드시옵니다
[문이 달칵 닫힌다]
익선을 잡아들인 연유가 무엇이옵니까?
(혜종) 익선은 세손이 믿고 따르는 스승이옵니다
부디 익선에게 내린 명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전하
(기재) 터무니없는 상소로 조정을 분열케 한 자이옵니다
그러한 자가 세손마마의 스승이 될 수는 없는 법이지요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진정 조정을 분열케 하는 것인가
(기재) 익선은 저와 공신들을 모함하고
공신첩을 하사한 전하의 뜻마저도 모독하였습니다
이보다 더 중한 죄가 어디 있단 말씀입니까
[새가 지저귄다] (기재) 익선에 대한 일들로
어리신 세손께서 받으실 상처가 염려되옵니다
처분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세손의 놀란 숨소리]
세손전을 막아 두시는 것이 어떠하신지요?
(왕) 그리하라
[어린 복동의 힘겨운 신음]
괜찮아?
(어린 복동) 아 지금이라도 환복하시고
그만 처소로 돌아가세요
며칠째 스승님이 입궐치 않으신다
아바마마도 강서원 사람들도
내게 스승님에 대한 얘기를 숨기시니
내 직접 궐 밖에 나가 스승님을 만나 뵐 수밖에 없질 않느냐
[힘겨운 신음]
그럼 제 옷이라도 좀 돌려주십시오
[어린 복동의 힘겨운 신음]
[멋쩍은 신음]
저기 바로 나가면 궐문인데
무사히 통과하려면 이 방법밖엔 없질 않느냐
[힘겨운 신음]
아, 몸을 좀 더 일으켜 보라니까
[한숨] [힘주는 신음]
옳지, 조금만 더, 조금만
조금만 [다가오는 발걸음]
[놀란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세손) 어, 야, 내려
- (세손) 내려, 내려, 내려 - (어린 복동) 예?
(세손) 내리라고, 내려, 내려 [어린 복동의 다급한 신음]
[어린 복동과 세손의 당황한 신음]
[어린 복동과 세손의 비명]
[어린 복동과 세손의 힘겨운 신음]
(담이) 저를 찾으셨다 들었습니다
(세손) 왔구나
다시 봐도 정말 똑같구나
그렇지?
그렇긴 한데…
옷을 가져오거라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보긴 누가 본다 그래
어서 옷을 가져오라니까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세손) 아직 덜 되었느냐?
시간이 없다 빨리 좀 입고 나오너라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아름다운 음악]
(세손) 이제 네 옷을 내게 다오
(담이) 예?
어찌 천한 저의 옷을 달라고 하십니까?
아니, 목소리는 좀 더 낮고 무겁게
예?
어디, 저기 있느냐?
(관군2) 멈추거라
세손전 나인은 아닌 거 같은데
(어린 복동) 겨, 견습 나인이온데
잠시 심부름을 왔다 하여 제가 길을 알려 주는 길입니다
이 길로 곧장 나가면 됩니다
[흥미로운 음악]
[안도하는 한숨]
[놀란 숨소리]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세손마마께선…
방금 세손전을 빠져나가셨습니다
(상궁3) 마마, 생과방에서 다과상을 가져왔습니다
(어린 복동) 하, 빨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린 복동의 다급한 숨소리]
(담이) 드, 들이거라
[문이 달칵 열린다] [흥미로운 음악]
[흥미로운 효과음]
(궁녀1) 마마께서 좋아하시는 식혜와 매작과입니다 [흥미로운 음악]
[머뭇거리는 신음]
아, 알았으니 그만 물러가거라
[안도하는 한숨]
[멋쩍은 신음]
가, 같이 먹을래?
아니
아, 아닙니다
[침을 꿀꺽 삼킨다]
그, 그러지 말고 같이 먹자
[망설이는 숨소리]
아닙니다
[과자를 탁 집는다]
[밝은 음악]
달다, 그렇지?
[새가 지저귄다]
[다가오는 발걸음]
(화길) [한숨 쉬며] 그래, 세손전에서 왔다고?
세손마마께선 어찌 지내시느냐?
혹 인사도 못 드리고 온 날
원망하시지는 않더냐?
(세손) 원망이 아니라 걱정을 하였지요
원망받을 일을 하실 분이 아니지 않습니까
세, 세, 세, 세, 세손, 세손마마
[화길의 다급한 신음]
(화길) 정말 세손마마십니까?
여기까진 어떻게…
이 옷차림새는 또 이게 뭐고요
[한숨]
스승님께선 제게 아버지 같은 분 아닙니까
(세손) 전하께서 궐 밖 출입을 허락해 주시지 않으니
이렇게라도 뵈러 오는 수밖에요
[화길의 떨리는 숨소리]
(화길) 소신
끝까지 마마를 모시지 못해 송구합니다
[잔잔한 음악] 스승님
[윤목이 달그락거린다]
[힘겨운 신음]
[다리를 탁탁 친다]
[담이의 힘겨운 신음]
[담이가 피식 웃는다]
[한숨]
[담이의 당황한 신음]
이 어려운 걸 매일 보신다고?
[옅은 탄성]
(상궁3) 세자 저하 납시옵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어린 복동의 놀란 숨소리]
[당황한 숨소리]
[어린 복동의 놀란 숨소리]
[담이의 다급한 신음]
[어린 복동의 아파하는 신음]
[담이의 못마땅한 숨소리]
(혜종) 얼마 전까지 곽란증으로 고생하였다 들었다
지금은 괜찮은 것이냐?
(담이) 네,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혜종) 권독이 말하기를 혼자서 좌전을 모두 읽었다지
예?
아, 예, 예, 다, 다 읽었습니다
그래
어느 문장이 가장 마음을 울리더냐?
[흥미로운 음악] 네?
아, 아, 그, 그, 그것이…
[한숨]
[한숨]
(담이) 그것이…
아, 아바마마께선 어떠셨는지요?
아, 그…
아바마마의 마음을 울린 문장을 알고 싶습니다
(혜종) '인자불우 지자불혹 용자불구'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고'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으며'
[아름다운 음악] '용감한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논어'에도 나오는 말이다
익선이 내게 처음으로 해 준 말이기도 하구나
글은 읽는 것보다
읽은 것을 사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니 너도 다시 한번 좌전을 천천히 읽고
그 뜻을 되새겨 보도록 하거라
어찌 그러느냐?
그냥 멋있어서요
[어린 복동과 세손의 놀란 숨소리]
[한숨]
아, 아, 저 그, 그러니까 제 말은…
아니, 그러니까 말씀하신 저하…
아니, 아바마마의 모습이 너무 멋있게 느껴져서 그만…
[한숨]
[피식 웃는다]
[혜종의 웃음]
[부드러운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안도하는 한숨]
[놀란 숨소리]
(어린 복동) 마마
하, 왜 이제 오시는 겁니까
얼마나 걱정했다고요
[피식 웃는다]
잘 어울리는구나
예?
아주 잘했다
[새가 지저귄다]
(어린 지운) 아버지
[어린 지운의 웃음]
(석조) 가자꾸나
- 다녀오리다 - (김씨 부인) 네
(어린 지운) 공신연에 초대되어 궐에 오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머지않아 너 역시 이곳에서 전하를 보필하게 될 것이니라
(어린 현) 지운아
현아
자은군께 무슨 말버릇이냐
(어린 현) 아닙니다
벗끼리 편히 말을 나누자 제가 청하였던걸요
[살짝 웃는다]
(어린 원산군) 현아
연회장으로 곧장 올 거지?
(어린 현) 가서 보자
[한숨]
넌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거라
예, 아버지
[한숨]
[살짝 웃는다]
[잔잔한 음악] [망설이는 숨소리]
[어린 지운의 다급한 숨소리] (어린 지운) 잠깐만
[한숨]
어, 아니, 저기…
잠깐만
[어린 지운의 한숨]
뭐야, 어디로 사라진 거야, 대체?
[한숨]
[바람이 살랑거린다]
[새가 지저귄다]
(담이) '목백여제 시빙언 례야'
'범군즉위 경출병빙'
'천수구호 요결외원'
'호사린국 이위사직'
'충신 비양지도야'
'충덕지정야'
'신덕지고야'
'비양덕지'…
기, 기…
기…
(어린 지운) '기야' [담이의 비명]
[담이의 놀란 숨소리]
(담이) 아, 여긴 어찌 들어오신 겁니까?
분명 문이 잠겨 있을 텐데
아, 오해 말거라, 나는 그저…
"춘추좌씨전"
(어린 지운) '좌씨전'인가?
궁녀도 이 책을 읽는단 말이야?
[담이의 다급한 숨소리]
(어린 지운) 하, 잠깐만
[담이의 놀란 신음]
(담이) 어? 내 책
[담이의 한숨]
아, 미안
(어린 지운) 미쳤어? 뭐 하는 거야
귀하신 분께 빌린 책입니다
꼭 찾아야 한다고요
[담이의 다급한 숨소리]
(어린 지운) 찾아 봐야 어차피 젖어서 못 쓸 거다
내 다음에 꼭 구해 줄 것이니…
(담이) 놓으십시오 꼭 찾아야 합니다
(어린 지운) 아니, 어떻게 저길 들어가겠다는 건데?
(담이) 아, 놓으십시오 아, 놓으라니까!
[함께 놀란다]
[잔잔한 음악]
[담이의 힘겨운 신음]
[담이의 가쁜 숨소리]
도련님, 도련님!
[당황한 신음]
하, 어떡하지?
[차분한 음악]
[어린 지운이 콜록거린다]
(어린 지운) 무슨 짓이냐
[한숨]
도련님은 무예도 안 배우십니까?
(담이) 중심도 못 잡고 그리 물에 빠져 버리다니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시냐고요
[한숨]
[기합]
[놀란 신음]
[어린 지운의 아파하는 신음]
지금 뭐 하는 것이냐?
아…
(어린 지운) 균형을 잡는 연습 중이었습니다
균형?
[피식 웃는다]
검은 그렇게 장난으로 쓰는 것이 아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킬 때 쓰는 것이니라
하면 저도 가르쳐 주십시오, 아버지
[피식 웃는다]
[석조의 힘주는 신음]
[석조의 힘주는 신음]
[석조의 힘주는 신음]
(김씨 부인) 어머, 지운아!
[석조와 어린 지운의 웃음]
[새가 지저귄다] [다가오는 발걸음]
(어린 지운) 받거라, 이거
(담이) 어? 이건…
"춘추좌씨전"
(어린 지운) 구해 준다지 않았느냐 지난번 그 책
[옅은 탄성]
[피식 웃는다]
책방에 널린 게 이 책인 걸 굳이 찾겠다고 그 난리를…
[피식 웃는다]
이 많은 걸 혼자 다 한 것이냐?
예?
(담이) 아, 별로 많지도 않습니다
(어린 지운) 하, 이리 다오
너처럼 하다가는 하루 종일 걸리겠다
아, 됐습니다, 주세요
(어린 지운) 잠깐만
이리하면 되는 거지?
(담이) 괘, 괜찮은데 [부드러운 음악]
[새가 지저귄다] [풀벌레 울음]
담이입니다, 담이
담이?
(담이) 담 밑에서 주워 왔다고 해서
담이라는 것밖엔 몰라요
그럼 낳아 준 부모님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냐?
오늘 고마웠습니다
어? 벌써 가게?
늦으면 이월이가 걱정하거든요
이월이?
아, 제 동방지기 친구요
(어린 지운) 잠깐만
[망설이는 신음]
저, 단옷날엔 뭐 하느냐?
예?
"존현각"
(세손) 누구냐?
이리 정성스레 주석까지 달아 책을 필사해 준 이가
예? 필사요?
(세손) 굉장한 달필인 것이 보통의 사내는 아닌 듯한데
내게만 살짝 말해 보거라
대체 어느 집 자제라던?
아, 그, 그런 것은 잘 모릅니다
[혀를 쯧쯧 찬다]
궁녀에게 연정이라니
(세손) 이것 참 위험한데
여, 여, 여, 연정이라니요
뭘 그리 놀라느냐
걱정 말거라 내 비밀로 해 줄 테니
[한숨]
[피식 웃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어린 복동의 다급한 숨소리] (어린 복동) 큰일 났습니다 마마!
방금 전 대전 소환의 말이
전하께서 익선 어른을 참수형에 처하신답니다
(세손) [놀라며] 뭐?
[새가 지저귄다]
(이월) 어? 저기 옵니다
담이야, 빨리 와
네가 담이냐?
그러하온데…
따라오너라
[긴장되는 음악]
(빈궁) 내 세손에게 일찍이 네 얘기를 듣고
한번 만나 보고 싶었느니라
부모도 없이 오랫동안 산사에서 지내 왔다 들었다
한데 어찌하다 궐에 와 궁녀가 된 것이냐?
(담이) 그것이
반년 전 산사의 화재로 주지 스님께서 돌아가시고
유리걸식하던 저를 이웃 아주머니께서 딱히 보시고
소개해 주셨습니다
고생이 많았겠구나
[잔잔한 음악]
그래, 외롭지는 않았느냐?
(빈궁) 부모도 없이 깊은 산속에서 홀로 지냈으니
낳아 준 부모님을
원망하지는 않았느냐?
처음부터 혼자였으니
외로움이 무엇인지 그리움이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담이) 하여 원망조차도 한 적 없었습니다
이리
가까이 와 보겠느냐
[한숨]
[떨리는 숨소리]
[옅은 신음]
[천둥이 콰르릉 친다]
[울음]
[흐느낀다]
[궁녀들의 웃음]
[시끌시끌하다]
[감미로운 음악]
[경쾌한 음악이 들려온다]
[경쾌한 음악이 연주된다]
[사람들의 추임새]
[사람들의 탄성]
(어린 지운) 세손마마께서 빌려주신 책이었다고? [거리가 시끌시끌하다]
(담이) 네, 꼭 한번 읽어 보고 싶다 하니
흔쾌히 빌려주셨습니다
(어린 지운) 놀랍구나, 정말
선뜻 책을 빌려주신 그분도
그런 책을 읽어 보고 싶어 한 너도
실은 그 책을 읽어 보고 싶게끔 한 분이 계시거든요
그건 또 누군데?
(담이) 음, 비밀입니다, 비밀
[피식 웃는다]
오늘부터 내게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내 당당히 과거에 급제해서 세손마마의 곁을 지킬 것이다
그분의 사람이 될 것이야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얼마나 훌륭하신 분이냐
오늘 너의 외출도 그분께서 도와주셨다지 않았느냐
(어린 지운) 우리가 이렇게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생각해 보면 다 세손마마 덕분이니
[살짝 웃으며] 내 그 은혜에 보답할 것이다
[피식 웃는다]
아, 이거
열어 보거라
(담이) '연선'?
뭐예요, 이게?
담이란 이름도 예쁘지만
어쩐지 좀 더 특별한 이름으로 널 부르고 싶어서
[잔잔한 음악]
(어린 지운) 연꽃에게서 널 선물받았으니
이 이름이 너와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다
'연선'
정말 예쁜 이름입니다
연선
[담이의 벅찬 숨소리]
- (석조) 수고하게 - (수문장) 예
[어두운 음악]
[어린 지운의 옅은 웃음]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
(어린 복동) 세손마마!
아버지
(어린 지운) 이제 퇴청하십니까?
이 시간에 네가 여기 왜 있는 것이냐?
아, 그것이…
저 아인 누구냐?
실은 지난번 공신연 때 궐에 갔다 만난 아이입니다
궁녀란 말이냐? [긴장되는 음악]
(기재) 태워 버리거라
[천둥이 콰르릉 친다]
[잔잔한 음악]
'연선'
(담이) 사흘 후에 궐 밖에서 경로연이 열릴 것입니다
아까 유등을 띄웠던 그 다리 위에서 기다려 주세요
저도 도련님께 꼭 드리고 싶은 게 생겼거든요
[새가 지저귄다] [궁녀들이 시끌시끌하다]
[바람이 살랑거린다]
[한숨]
(빈궁) 시간이 없네
더는 세손과 저 아이가 함께 있어서는 안 될 것이야
하면…
하루빨리 아이의 출궁을 준비해 주게
서둘러 주시게
예, 빈궁마마
[긴장되는 효과음]
아, 아버지
[긴장되는 음악]
[빈궁의 힘겨운 숨소리]
(빈궁) 아버지
[빈궁의 힘겨운 신음]
[힘겨운 신음]
감히 네가 나를 속였더냐?
(기재)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느냐?
쌍생은 불가하다는 전하의 어명을 잊었던 것이냐!
살려 주십시오
그 아인 아무것도 모릅니다
(빈궁) 곧 연경으로 보낼 것입니다
지금껏 그래 온 것처럼
죽은 듯 살아가게 하겠습니다
그, 그러니 아버지
제발 한 번만 눈감아 주세요, 아버지, 제발
(기재) 그 아이 때문에
지금껏 이루어 온 것들을 잃을 순 없느니라
[빈궁의 힘겨운 신음] 연경이든 어디든 그 아이가 살아 있다면
세상 끝까지 쫓아가 죽일 것이다
아이가 살아 있는 한
비밀은 언제고 새어 나가게 될 테니 말이다
담이란 아이는 어디로 간 것이냐?
(이월) [떨리는 목소리로] 궐 밖에서 열릴
경로연의 일손을 도우러 차출되었다 들었습니다
[시끌시끌하다]
[긴장되는 음악]
[다급한 숨소리]
[풀벌레 울음] [새가 지저귄다]
[북이 둥둥 울린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의금부도사2) '죄인 강화길은'
'반역죄인 남준과 은밀히 공모하여 사직을 위태롭게 하였다'
'공초 결과 모두가' [한숨]
'강화길이 앞장서 모반을 선동하였다 하니'
'대역죄인 강화길을'
'참수에 처한다'
[사람들이 술렁인다] [긴장되는 음악]
[다급한 숨소리]
[사람들이 술렁인다]
(사내) 야! 거기 안 서?
[사람들이 술렁인다]
(세손) 부탁이다, 담이야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야
(담이) 하오나 그날 하마터면
세자 저하께 들킬 뻔하지 않았습니까
(세손) 결국 몰라보지 않았느냐
아바마마께서도 널 알아보지 못하셨으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담이) 그렇지만…
실은 선약이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약속이요
[한숨]
스승님은 내게 부모님과 같은 분이셨다
그런 분을 이리 보내 드릴 순 없어
(세손) 마지막 인사라도 올릴 수 있도록
네가 한 번만 더 날 도와 다오, 응?
[긴장되는 음악] [사람들이 술렁인다]
[떨리는 숨소리]
[사람들의 못마땅한 신음]
(형설) 여긴 위험합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이거 놓거라, 이거 놓으란 말이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기합] [사람들의 비명]
[긴박한 음악]
[형설의 다급한 숨소리]
[소란스럽다]
[형설의 놀란 숨소리]
아바마마께서 보내셨느냐? 날 찾아오라고
예?
(세손) 보내 다오
내 스승님께 아직 인사를 올리지 못하였다
[당황한 숨소리]
(형설) 아니, 세손마마…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사람들의 놀란 신음] (여인1) 언니!
[긴장되는 음악]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형설) 어서 몸을 피하셔야 합니다
(형설) 일단 궐로 돌아가십시오
저자가 왜 나를 죽이려 하는 것이냐?
(세손) 아니, 저자가 쫓는 것이 나인가? 아니면 담이인가?
[한숨]
담이라면 왜 그 아이를 죽이려 하는 것인지…
궐에 돌아가면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긴박한 음악]
[거친 숨소리]
[형설의 힘주는 신음]
(형설) 자, 어서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말 울음]
[거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갓이 툭 떨어진다]
[거친 숨소리]
[서로 힘주며 싸운다]
[여인2의 비명]
[여인2의 겁먹은 신음]
[여인2의 비명] [박진감 넘치는 음악]
[연신 힘주며 싸운다] [여인2의 비명]
[사람들의 놀란 신음]
[긴장되는 음악] [석조의 힘주는 신음]
[말 울음] [석조의 기합]
[석조의 기합]
[거친 숨소리]
[형설의 다급한 숨소리]
[세손의 놀란 숨소리]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말 울음] [세손의 놀란 신음]
[세손의 힘겨운 신음]
[힘겨운 숨소리]
[아파하는 신음]
[긴장되는 음악]
[말의 투레질]
[떨리는 숨소리]
[힘겨운 신음]
[떨리는 숨소리]
당장 멈추거라, 나는…
[형설의 기합]
[긴박한 음악]
[놀란 숨소리]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겁먹은 숨소리]
(형설) 안 돼, 안 돼!
[화살이 퍽 꽂힌다]
[먹먹한 효과음] [세손이 털썩 쓰러진다]
[담이의 한숨]
"기다리다"
(담이) 기다려 주실 거죠?
(어린 지운) 기다릴게 올 때까지 꼭 기다리마
[한숨]
[어린 복동의 한숨]
(어린 복동) 제가 잠시 내반원에 다녀와 봐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어?
어, 어
[걱정스러운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바스락거린다]
[옅은 웃음]
[어두운 음악]
[담이의 다급한 숨소리]
(어린 복동) 마마, 마마!
[어린 복동의 다급한 숨소리] 거기 안 서!
십니까
빨리요!
빨리 서!
십시오
[다급한 숨소리] (어린 복동) 거기 서!
서라니까요!
마마!
(어린 복동) 마마!
마마!
[어린 복동의 가쁜 숨소리]
마마!
[안도하는 한숨]
[담이의 다급한 숨소리]
[담이의 힘겨운 신음]
[담이의 아파하는 신음]
[한숨]
[아파하는 신음]
[긴장되는 음악]
[놀란 숨소리]
[긴장한 숨소리]
[애절한 음악]
(담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전 그저 세손마마의 명에 따라…
(빈궁) 이제부턴 네가 세손이니라
(어린 지운) 소신은 곧 명으로 유학을 떠납니다
[소란스럽게 싸운다] 오늘의 약속이 부끄럽지 않은 신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하들의 비명] (휘) 모르면 가만히 있는 것이 동궁전의 법도니라
(지운) 세자 성격이 그렇게 더러워?
[신하들이 간청한다] (궁녀2) 말해 뭐 해
(휘) 내 오늘 소원대로 너희 모두를 죽여 주마!
(궁녀2) 아주 개야, 개
(창운군) 세자가 뭔가 숨기는 것 같은데 [말 울음]
세자한테서 묘하게 여인의 정취 같은 게 느껴진다
(지운) 다, 다,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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