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모 2
어찌 이런 일이…
[빈궁이 흐느낀다]
[빈궁이 연신 흐느낀다]
[놀란 숨소리]
[놀란 신음]
[슬픈 음악]
[김 상궁의 떨리는 숨소리]
마마 [빈궁이 흐느낀다]
[빈궁이 오열한다]
[새가 지저귄다]
[어두운 효과음]
혼자 여기서 뭘 하고 계시는 것입니까, 마마
[당황한 신음]
(담이) 그, 그것이…
아, 서책을 읽다 답답하여 잠시 산보를 나왔는데…
(기재) 이건 마마의 것입니까?
예?
아, 그…
예, 예, 제 것입니다
(기재) 사가의 아이들이나 가지고 노는 것을
어찌 마마께서…
[다가오는 발걸음]
[석조의 가쁜 숨소리]
(석조) 여기 계셨습니까, 대감
[한숨]
(기재) 그래
아이는 잘 보내 주었느냐?
예, 대감
그만 처소로 돌아가시지요
(기재) 전하께서
세손전을 벗어나지 말라 명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 예
(기재) 잠깐 [긴장되는 음악]
예?
어찌 그리 서둘러 가십니까?
가져가셔야죠
아, 예
[다급한 숨소리]
[못마땅한 숨소리]
(어린 복동) 아니 여기 있으면 어떡해!
[놀란 숨소리]
어찌 여기 계십니까
한참 찾았습니다, 마마
(기재) 세손을 어서 처소로 모시거라
오늘은 더 아무 데도 나가시게 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알겠느냐?
(어린 복동) 예?
아, 예
"아니하다"
[잔잔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반가운 숨소리]
[담이의 다급한 숨소리]
(담이) 미안해
진짜 이것만 전해 주고 금방 다시 오려고 했는데
(어린 복동) 마마께서 돌아오시면 다 이를 겁니다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몰래 나갔다고
진짜 다 이를 거라고요
[한숨]
야, 복동아!
(담이) 복동아!
[다급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놀란 숨소리]
[난처한 숨소리]
어마마마, 기별도 없이 어찌…
이 사실을 누가 또 아느냐?
(어린 복동) 예?
무, 무슨 말씀이온지…
(빈궁) 이 아이가
세손과 옷을 바꿔 입었다는 것을
누가 또 아는 것이야?
[어린 복동의 떨리는 숨소리]
(어린 복동) 살려 주십시오
세손마마와 저
그리고 담이밖에는 모르는 일입니다 [담이의 놀란 숨소리]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전 그저 세손마마의 명에 따라…
[슬픈 음악]
이제부턴
네가
세손이니라
[놀란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흐느낀다]
(빈궁) 절대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
죽는 그날까지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이야
내 말 알아듣겠느냐?
[밝은 효과음]
(어린 복동) [흐느끼며] 세손마마
[어린 복동이 연신 흐느낀다]
[어린 복동의 놀란 숨소리]
어디 가십니까, 마마
마마!
[풀벌레 울음]
(어린 복동) 마마, 마마!
[어린 복동의 다급한 숨소리]
마마!
마마, 마마!
마마, 대체 어쩌시려고요
갈 거야, 내 자리로
[어린 복동의 한숨]
[어린 복동의 놀란 숨소리]
[어린 복동의 다급한 숨소리]
(어린 복동) 빈궁마마십니다
마마
아이의 시신을 거두었다고 들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어미입니다
이제 와 제가 무슨 일인들 하지 못하겠습니까
아이를 봐야겠다
(빈궁) 왜, 정석조 저자를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아버지의 명이라면
제 가족까지도 베어 바칠 자라 여겼는데요
[무거운 음악]
[어린 복동의 놀란 숨소리]
(빈궁) 정 불안하면 직접 데리고 가시지요
제 딸아이니
이 아이에게도 아버지의 피가 섞여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아버지 손으로 직접
아이를 보내 주시지요
어떤 부모도
자식에게 상처를 주고자 하는 부모는 없다
(기재) 이 모든 것이 너와 가문을 위한 것이니
날 너무 원망치 말거라
[흐느낀다]
[담이의 놀란 숨소리]
[시끌시끌하다]
"신부"
(수문장) 통이오
[한숨]
[어린 지운의 거친 숨소리]
[한숨]
(궁녀1) 이월아, 같이 가
(궁녀2) 같이 가
(이월) 진짜 왜 이렇게 늦게 왔어
[궁녀들이 대화한다]
(어린 지운) 잠깐만
[저마다 놀란다]
네가 이월이냐?
절 아십니까?
알다마다
담이와 동방지기 친구 맞지?
(어린 지운) 들어가면 담이한테 이것 좀 전해 줄래?
정지운
아니, '좌씨전'이라고 하면 알 거다
[난처한 숨소리]
그럴 수 없습니다
부탁이다
(어린 지운) 내 직접 전하고 싶지만
들어갈 수가 없어서 그래
이 서찰만 좀 전해 다오, 응?
(이월) 그게 아니라
담이 궐에 없어요
궐에 없다니?
(이월) 없어졌어요
어디로 갔는지 아는 이도 없고요
(어린 지운) 그게 무슨 말이야?
[잔잔한 음악]
[한숨]
(이월) 경로연 때문에 궐 밖을 나간 후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상궁마마님도 항아님들도 봤다는 이들이 없고요
궐 밖을 나서면 갈 곳도 없는 아이인데 [한숨]
(어린 지운) 아버지
오늘 궐에 갔었더냐?
아, 예
꼭 만나야 할 아이가 있어서
그 궁녀 말이냐?
저, 아버지, 부탁이 있습니다
(어린 지운) 혹 궐에 가시거든
그 아이에 대해 한 번만 알아봐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경로연에 참석하러 궐 밖을 나간 후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요
아버진 사헌부의 감찰이시니까 알 수 있으실 것 같아서…
(석조) 사헌부가
한낱 궁녀의 일이나 쫓는 곳인 줄 아느냐?
그게 아니라…
(석조) 다시는 그 아이 얘긴 내 앞에서 꺼내지 말거라
알겠느냐?
[한숨]
종일 아무것도 먹질 않은 것이더냐?
[한숨]
[한숨]
[빈궁이 숟가락을 탁 집는다]
(빈궁) 먹거라
밥이 모래같이 느껴져도 씹어 넘기고
물이 쓴 약같이 느껴져도
참고 마시거라
[울먹이며] 싫습니다
저는
전부 다 싫습니다
네가 이리 포기해 버리면 여기 있는 모두가 죽을 것이다
(빈궁) 너도 나도
모두가 말이야
[잔잔한 음악]
[훌쩍인다]
[훌쩍인다]
(김 상궁) 기침하셨습니까?
[밝은 음악] 세숫물 들이겠습니다
(빈궁) 앞으로 세손전 일은
김 상궁과 홍 내관이 알아서 책임질 것이니
너무 염려 말거라
[궁녀3의 놀란 숨소리]
[궁녀3의 다급한 숨소리]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간의 세숫물을 가지고 와 수발을 들 것이다 [궁녀3이 말린다]
너는 그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궁녀들에게 모든 걸 맡기거라
(김 상궁) 마마!
(빈궁) 세손의 일과는 단순하다
[문이 달칵 열린다]
매일 아침 대전과 교태전으로 가
전하와 중전마마께 문후를 올린 후
[문이 달칵 닫힌다] 동궁전으로 와
저하와 내게 똑같이 하면 되느니라
[담이의 놀란 신음]
[신하들의 놀란 신음]
[신하들의 아파하는 신음]
(내관1) 세손마마 드시옵니다
[문이 달칵 닫힌다]
(중전) 얼마간 세손의 몸이 좋지 않다 들어 걱정했는데
이제 다 나은 것이냐?
예, 걱정을 끼쳐 송구합니다
몸이 쇠하여 그런가
전보다 목소리에 힘이 없는 것 같기도 하구나
아, 아닙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콜록거린다]
[가슴을 탁탁 친다]
(중전) 안 되겠다
내 약방에 말해 몸을 보호할 탕약을 보낼 터이니
거르지 말고 챙겨 먹도록 하거라
예, 중전마마
(왕) 곧 상참이다
인사는 그만 됐으니 다들 물러가거라
[담이의 놀란 신음] [긴장되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한숨]
[담이의 다급한 숨소리]
[중전이 피식 웃는다]
[중전의 웃음]
[혜종의 웃음]
[담이의 어색한 웃음]
[어색한 웃음]
[새가 지저귄다]
(담이) 옷이 너무 길어서 자꾸 감겨
이건 또 너무 크고
오늘 안으로 전부 줄여 놓겠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어린 복동의 한숨]
(어린 복동) 거기가 아니고 저기요
반대입니다, 반대
(김 상궁) 마마, 중궁전에서 보내신 탕약이옵니다
(궁녀4) 뜨거우니 조심히 드십시오
[한숨]
(담이) 아, 뜨거워
[놀란 신음]
미, 미안, 내가 실수로…
(궁녀4) 아, 이를 어째?
송구합니다 금방 다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궁녀4의 아파하는 신음]
[흥미로운 음악] [궁녀4의 당황한 숨소리]
[놀라며] 괘, 괜찮아?
(담이) 하, 나 때문에
[담이의 다급한 숨소리]
(궁녀4) 아닙니다, 전 괜찮습니다
(담이) 지금 이게 문제야?
복동아, 복동아!
[문이 달칵 열린다]
(어린 복동) 부르셨습니까?
[어린 복동의 놀란 신음]
(담이) 내약방에 일러 약을 좀 가져오라 하거라
예?
어서
(김 상궁) 마마
[담이의 놀란 숨소리]
[궁녀4의 놀란 숨소리]
(궁녀4) 주, 죽여 주십시오
소인이 실수로 그만…
[궁녀들이 그릇을 달그락 치운다]
다들 물러가거라
(담이) 손이 깊게 베였습니다 [문이 달칵 닫힌다]
의원을 불러 주십시오
(빈궁) 그럴 필요 없다
손이 찢어지든 손가락이 잘려 나가든
신경 쓰지 말거라
[당황한 숨소리]
저 때문에 다쳤습니다
제가 그릇을 놓치는 바람에…
(빈궁) 아니
저 아이가 실수한 것이다
그러니 절대 사과하지 말거라
너는 다른 사람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오로지 너만 생각하거라
다른 이들이 네게 어떤 신경을 쓰는지도 알 필요 없다
세손은
그런 사람이다
[무거운 음악]
다른 이들에게 머리를 조아릴 필요도
어려워할 필요도 없다
네가 고개를 숙일 사람은 오로지 전하와 저하뿐이니라
알아듣겠느냐?
그렇지만
왜 그래야 하는 겁니까?
(담이) 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습니다
잘못한 일 있으면
누구에게든 사과를 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세손마마일지라도요
[한숨]
[빈궁의 한숨]
(빈궁) 저들은 널 어려워해야 한다
두려워하게 만들거라
하여 곁에 오지 못하게 하거라
그래야 네가 산다
[풀벌레 울음] [새가 지저귄다]
(어린 현) 어깨는 한 선을 맞추셔야지요
보폭은 이리 조금 더 벌리시고
(담이) 웬 놈이냐
(어린 현) 접니다, 현이요
현이?
[놀란 숨소리]
(어린 복동) 또 두 분이서 무예 대결을 벌이시고 계셨습니까?
(어린 현) 아니거든
넌 이게 무예 대련으로 보이냐?
세손마마의 절친한 형님이신 자은군께서 오셨으니
얼른 다과라도 준비시키겠습니다
(어린 현) 아니다, 그럴 필요 없다
아, 미안…
(담이) 아니, 제가 장난이 지나쳤습니다, 형님
한데 여긴 어쩐 일로…
(어린 현) 어쩐 일이라니요 곧 탄일이 아니십니까
하여 이번엔 무엇이 갖고 싶으신지 여쭈려고
겸사겸사 들렀죠
제 탄일이요?
[박을 탁 친다]
[고풍스러운 음악이 연주된다]
(어린 복동) 주상 전하의 형제이시자
혜빈 안씨의 소생이신 현언군 대감이십니다
(종친1) 감축드리옵니다, 세손마마
(어린 복동) 신빈 강씨의 소생이신 금전군 대감
(종친2) 감축드리옵니다, 세손마마
(어린 복동) 돌아가신 도현 세자 댁의 아드님들이십니다
앞쪽이 원산군, 뒤쪽이 자은군
전에 뵈셨죠?
탄일을 축하드립니다
(담이) 고맙습니다, 형님
(어린 현) 오늘은 헷갈리지 않으셨죠?
저 현입니다
그날은 정말 장난이었습니다
(기재) 무엇이 그리 헷갈리셨습니까?
(어린 현) 오셨습니까
(기재) 탄일을 감축드립니다
[어두운 음악]
오늘따라 날씨도 이리 쾌청한 것이
이 땅의 모든 만물이
세손마마의 탄일을 기뻐하는 듯합니다
가, 감사합니다
세손께서 이리 장성하시다니
(기재) 소신 참으로 감격스럽습니다
(기재) 아이의 시신을 거두었다고 들었다
이 모든 것이 너와 가문을 위한 것이니
날 너무 원망치 말거라
(기재) 이 조선의 명맥이 모두 세손마마께 달려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소신 지금껏 그래 온 것처럼
앞으로도 목숨을 바쳐 모실 것입니다
[담이가 구역질한다]
[힘겨운 숨소리]
(어린 복동) 긴장을 너무 많이 하셨나 봅니다
이만하면 됐으니 이제 인사는 그만 받으시지요
[한숨]
(담이) [한숨 쉬며] 이 정도는 괜찮아
(김 상궁) 사헌부 감찰 정석조의 아들이
알현을 청하옵니다
[한숨 쉬며] 들라 하게
[한숨]
[담이의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놀란 숨소리]
[담이의 다급한 숨소리]
[긴장한 숨소리]
(어린 지운) 사헌부 감찰 정 석 자 조 자의 아들
정지운이라 합니다
인사를 허락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잔잔한 음악]
오늘이 탄일이시라 들었습니다
외람될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아는 한 소녀로부터
훌륭하신 세손마마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후
꼭 한번 직접 만나 뵙고 축하 인사를 올리고 싶었습니다
[떨리는 숨소리]
그 아이를 통해 전해 들은 세손마마의 모습은
권위와 위엄이 아니라
자애로써 백성을 대하시는 너그러운 군자의 모습이셨습니다
하여 소신 그날 이후 줄곧
마마의 곁을 지켜 드리고 싶다 소망하셨습니다
[흐느낀다]
소신은 곧 명으로 유학을 떠납니다
훗날 제가 다시 이곳에 돌아오는 날
오늘의 약속이 부끄럽지 않은 신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디 그때까지 강건하시옵소서
[떨리는 숨소리]
(담이) 잠깐만
네가 말한 그 소녀가 혹
담이라는 아이더냐?
그 아이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떨리는 숨소리] [애절한 음악]
"그리워하다, 아니하다"
너를 만나게 되면 전해 달라 하더구나
힘들 때 의지가 되어 줄 것이라 했다
(담이) 그 아이에게도
그랬다더구나
혹 그 아이가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십니까?
[떨리는 숨소리]
모른다
이제 그만 나가 보시지요
[흐느낀다]
"그리워하다, 기다리다"
[흐느낀다]
[담이의 거친 숨소리]
(어린 복동) 마마!
마마!
마마!
[한숨]
[어린 지운의 놀란 숨소리]
(이월) 지난번 담이를 찾으셨던 그 감찰 나리가 맞으시지요?
[난처한 숨소리]
먼저들 가 계시지요
(이월) 경로연 이후로 담이가 궐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혹시 그날 담이를 만나셨나 해서…
[한숨]
글쎄다, 나도 보질 못하였구나
예
실례가 많았습니다
(석조) 잠시만
나를 좀 도와줄 수 있겠느냐?
예?
마침 일손이 필요해서 말이다
[긴장되는 음악]
저 아이는…
(이월) 대체 어디까지 가시는 건지…
항아님이 절 찾으실 겁니다
그만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은데…
이제 다 왔다
[이월의 겁먹은 숨소리]
(이월) 왜, 왜 이러십니까
살려 주십시오
미안하구나
금방 끝내 주마
[겁먹은 숨소리]
(어린 지운) 안 돼! [어린 지운의 다급한 숨소리]
안 됩니다, 아버지, 안 돼요
네가 어찌 여기 있는 것이냐?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어린 지운) 이 아이에게 왜…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비키거라
(어린 지운) 아버지! [이월의 다급한 숨소리]
이러지 마세요, 아버지, 제발!
(석조) 비키거라!
[긴박한 음악] (어린 지운) 아버지!
아버지!
[다급한 숨소리]
[이월의 힘겨운 신음]
[이월의 놀란 숨소리]
(어린 지운) 안 돼!
[극적인 음악]
[어린 지운의 떨리는 숨소리]
[석조의 거친 숨소리]
[신하들이 저마다 외친다] (내관2) 마마, 마마
(김 상궁) 마마
[빈궁의 가쁜 숨소리]
(빈궁) 세손은?
(김 상궁) 아직…
세손전을 다 뒤져 보았으나 보이지 않사옵니다
[빈궁의 힘겨운 숨소리] 마마
다른 이들이 알아채기 전에 어서 아이를 찾아야 하네
그 아이마저 잘못되면
나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것이야
걱정 마시옵소서 아무 일 없을 것입니다
[떨리는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풀벌레 울음]
[떨리는 숨소리]
[새가 지저귄다]
[놀란 숨소리]
(어린 지운) 안 돼!
안 됩니다, 아버지, 안 돼요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이 아이에게 왜…
(석조) 네가 상관할 바 아니다 비키거라!
(어린 지운) 아버지! [이월의 다급한 숨소리]
이러지 마세요, 아버지, 제발!
(석조) 비키거라!
[어린 지운의 다급한 숨소리]
[무거운 음악]
(어린 지운) 안 돼!
[놀란 숨소리]
[담이의 떨리는 숨소리]
[흐느낀다]
(신하들) 세손마마, 세손마마!
(내관3) 세손마마!
(신하들) 마마, 마마!
(어린 복동) 마마!
- (김 상궁) 세손마마, 마마! - (어린 복동) 마마!
[김 상궁의 가쁜 숨소리]
(김 상궁) 홍 내관 이쪽으로 가 보시게
[어린 복동의 다급한 숨소리]
- (어린 복동) 마마! - (김 상궁) 마마!
(어린 복동) 세손마마!
세손마마!
[신하들이 연신 세손을 찾는다]
[흐느끼며] 어디 계십니까
[연신 흐느낀다]
(김 상궁) 세손마마!
세손마마!
[다급한 숨소리]
세손마마!
여기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겐가
어서 세손마마를 찾지 않고!
[흐느낀다]
세손마마가 너무 가엾습니다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요
[한숨]
(어린 복동) 저라면 하루도 견디지도 못했을 겁니다
세손마마를 죽인 사람이 할아버지라니
그런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지내야 하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들었겠습니까
근데 전 아무런 힘도 못 되어 드리고
앞에서 무섭다고 울기만 했으니
[어린 복동이 연신 흐느낀다]
[흐느낀다]
세손마마를 위해서라도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네
(김 상궁) 대전에서 알게 되는 날엔
모두 죽은 목숨인 게야
[어린 복동이 훌쩍인다]
[어린 복동이 등불을 탁 집는다] [김 상궁의 초조한 숨소리]
(담이) 나 여기 있어
[문이 끼익 열린다]
(김 상궁) [놀라며] 마마
마마
(김 상궁)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겝니까?
[흐느낀다]
모두 나 때문이야
[슬픈 음악] (담이) 모두
세손마마도 이월이도
모두 다 나 때문이야
(김 상궁) 눈물을 거두시옵소서
마마의 탓이 아닙니다
이 모든 건
마마의 탓이 아니옵니다
[연신 흐느낀다]
[어린 복동이 흐느낀다]
[풀벌레 울음]
(빈궁) 달이 참으로 맑구나
널 가졌을 때 말이다
아주 커다란 달이 내 치마폭 속으로 쏙 들어오더니
맑은 진주알 두 개로 쪼개지는 꿈을 꾸었더랬다
그 하나가 네 오라비고
또 하나가
바로 너였겠지
행복하였다
너희를 가졌을 때 말이다
참으로
참으로 행복하였느니라
어째서
저를 나무라지 않으십니까?
달아난 저를
왜 혼내지 않으시는 겁니까?
돌아오지 않았느냐
[떨리는 숨소리]
(빈궁) 이 어미에게로 다시 와 주었지 않았느냐
[잔잔한 음악]
이월이가
죽었습니다
[담이가 흐느낀다]
(담이) 이월이를 죽인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젠 그분도
모두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빈궁의 한숨]
(빈궁) 용서하지 말거라
미움이든 원망이든 그 무엇이라도 좋다
그 마음으로 살거라
삶을 지탱할 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니라
모든 죄는
이 어미가 짊어질 것이다
다만
너는 살아 다오
모진 마음으로
그리 살아 내 다오
[연신 흐느낀다]
어머니
고맙구나
이런 나를 어미라고 불러 줘서
(빈궁) 참으로
참으로 고맙구나
명심하거라
네가 진짜 세손이라는 걸
너는 특별한 아이다
누구보다 귀한
선택받은 아이인 게야
[흐느낀다]
[함께 흐느낀다]
[밤새 울음]
[담이가 흐느낀다]
어머니
(빈궁) 미안하다
내 너를 끝까지 지켜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겠구나
[슬픈 음악]
못난 어미를 만나
얼마나 힘들었느냐
앞으로도 널 이 끝없는 고통 속에서
살게 해야 한다 생각하니
차마 눈이 감기지가 않는구나
[연신 흐느낀다]
하나 나는 믿는다
너라면
반드시 잘 이겨 낼 거라고
[빈궁의 떨리는 숨소리]
내 말하였지
넌 아주
특별한 아이라고
잊지 말거라
어여쁜
내 딸
[흐느낀다]
어머니
어머니
(상궁) 세자 저하 듭시옵니다
저하
주위를 물려 다오
잠시 빈궁과 둘이 있고 싶구나
(담이) [흐느끼며] 어, 어,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빈궁의 떨리는 숨소리]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문이 달칵 닫힌다]
[어두운 음악]
[빈궁의 힘겨운 숨소리]
부탁이 있습니다, 저하
(빈궁) 부디 세손을
그 애를
지켜 주세요
[옅은 신음을 내뱉는다]
[무거운 효과음]
[슬픈 음악]
[혜종이 흐느낀다]
[신하들이 통곡한다]
[담이가 오열한다]
(담이)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김 상궁) 마마…
[경건한 음악이 연주된다]
(통찬) 문무백관 국궁 사배!
[밝은 음악]
(복동) 비키시오, 비키시오!
비키시오!
문을 여시게, 급하네!
"자선당"
[가쁜 숨소리] 저하, 저 복동이입니다
물건은 구했는가?
예, 여, 여기
(휘) 이건 명주로 만든 것이 아니더냐
예, 광목으로 만든 것은 지금은 구할 수가 없어서
급한 대로 그거라도 쓰심이…
송구합니다
새로 온 방자가 제 방을 치우다가
광목 가리개를 다 버리는 바람에…
[부드러운 음악]
[난처한 신음]
[퍽 소리가 들린다] [복동의 비명]
[궁녀들의 비명]
[힘겨운 신음]
[부드러운 음악]
[새가 지저귄다]
[한숨]
시키지도 않은 일은 하지 말거라
(휘) 모르면 가만히 있는 것이
바로 여기
동궁전의 법도니라
[긴장되는 음악]
[휘의 힘주는 신음] [말의 투레질]
[사람들의 기합]
[기합]
"삼개방"
(질금) 삼개방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아나?
[여인들의 의아한 신음] (여인1) 어떻게?
(질금) 이곳엔 아주 역사적인 인물이 있는데 말이지
[여인들의 탄성]
이분은 지학의 나이에 과거에 급제한 전설의 사나이!
[여인들의 탄성]
저 명나라 예부시랑의 목숨을 구한 기적의 침술을 지닌…
(여인1) [놀라며] 목숨을 구해?
아니, 어떻게? [저마다 궁금해한다]
- (여인1) 아이, 어떻게? - (여인2) 어떻게?
나와 봐 [헛기침]
[여인들이 호응한다]
[흥미로운 음악]
이것은 연경에서 제일 유명한 여각에서의 일이었지
[여인들의 탄성]
(질금) 명나라 황제의 등극을 도운 제일 공신이었던 예부시랑이
이 음식을 먹다가 기도가!
[여인들의 놀란 신음]
막히는 사건이 벌어졌던 것이야
(여인1) 아이고 [여인들의 놀란 신음]
[예부시랑이 컥컥거린다] (수하1) [중국어] 대인, 대인, 왜 그러세요?
- (수하1) 괜찮으십니까, 대인? - (수하2) 대인, 괜찮으세요?
[예부시랑이 헐떡거린다]
- (수하2) 대인! - (수하1) 목에 뭔가 걸린 거 같다
[여각 주인의 놀란 숨소리]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여각 주인) 큰일 났네 이 일을 어떡해!
(수하1) 주인장, 뭐 하고 있소! 빨리 와 보시오!
(여각 주인) 누가 좀 도와주세요! [흥미로운 음악]
빨리 와서 좀 도와주세요!
목에 뭐가 걸린 거예요?
(수하1) 대인, 괜찮으세요?
(수하2) 뭐 하는 거요? 어떻게 좀 해 보시오!
[예부시랑이 연신 헐떡거린다]
[날렵한 효과음]
[예부시랑의 힘겨운 신음] [수하들의 놀란 신음]
(수하1) 대인!
(수하2) 웬 놈이냐!
[긴장되는 효과음] [여각 주인의 놀란 신음]
막아라!
[수하3의 기합]
[사람들의 놀란 신음] [소란스럽게 싸운다]
[수하들의 아파하는 신음]
(수하1) 때려눕혀!
(수하2) 누가 보낸 자냐?
[수하2의 기합]
[수하1의 겁먹은 신음]
[예부시랑이 콜록거린다]
(수하1) 대인?
[예부시랑이 거친 숨을 몰아쉰다] [수하1의 놀란 신음]
괜찮으세요?
[수하1의 놀란 신음]
[예부시랑이 트림한다]
(수하1) 무사하시다
[예부시랑의 거친 숨소리]
[장엄한 음악]
[수하들이 걱정한다]
[여각 주인의 다급한 숨소리] (여각 주인) 잠깐만요, 나리!
조선 분이신가요?
[한국어] 그렇소만
[반가운 숨소리]
저도 조선 사람입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은혜는 무슨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나리께서 방금 구한 분은 바로 예부시랑이십니다
귀한 분의 목숨을 구하셨으니
분명 황제께선 큰 상을 내리실 겁니다
(지운) 목숨은 모두 귀한 것이지요
방금 쓰러진 이가 예부시랑이 아니라
이 거리의 걸인이었다 하더라도
난 똑같이 했을 것이오
[감격한 숨소리]
이만
(질금) '난 똑같이 했을 것이오'
[여인들이 감탄한다]
자, 자, 자, 이분이 바로 누구시냐 하면
[저마다 궁금해한다]
바로! [여인들의 탄성]
(춘생) 정 의원!
[춘생의 다급한 숨소리]
정 의원, 정 의원!
정 의원 어디 갔어? 어?
큰일 났어 빨리 나와 보랑께, 정 의원
아, 왜, 무슨 일 있어요?
[춘생의 가쁜 숨소리]
(춘생) 전번에 갔었던 그, 이판 댁 말이여
[영지가 호응한다] 그 댁 따님 상판대기가 그냥 홀라당 뒤집어져 가지고
그냥 난리도 아니랑께
[여인들이 술렁인다] 정 의원, 정 의원!
[춘생의 힘겨운 신음]
(무사1) 모두 비키거라!
- (무사2) 저리 비켜 - (무사3) 물러서라! [여인들의 놀란 신음]
[여인들이 소란스럽다]
(무사3) 조용히 하시오! [여인들의 겁먹은 신음]
(소은) 여기 의원이란 자는 어디 있느냐?
[흥미로운 음악] [여인들의 비명]
[문이 달칵 열린다] (지운)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뭐야?
- (질금) 형님 - (영지) 오라버니
(지운) 간혹 백 명 중의 한 명꼴로 이런 경우가 있긴 하오
(소은) 그 한 명이 나다?
걱정 마시오
처방해 주는 약을 먹으면 반나절이면 가라앉을 테니
(지운) 씁, 자, 어디 보자
그, 발진이 오를 때 쓰던 약재가…
[함을 툭 내려놓는다]
- (지운) 질금아! - (질금) 예!
[지운의 헛기침]
예, 왜, 왜요, 형님?
그, 저기 약재 창고 가서 현황색 꽃 말린 것 좀 가져오너라
(질금) 아, 그게…
[질금의 난처한 신음]
없는데
(지운) [질금을 툭 치며] 없긴
그, 오른쪽 세 번째 선반 위에 보면… [지운의 다급한 숨소리]
[작은 목소리로] 없어
[익살스러운 음악]
(지운) 없어?
[지운과 질금의 놀란 신음]
닷새만 시간을 주시오
하면 내 약재를 구해 바로 처방을 해 주겠소
[다가오는 발걸음]
- 여, 여, 영지야 - (질금) 영지야!
(소은) 오늘 안으로 구해 오시오
아니면 여기 이 삼개방은 물론이고
저 아이의 목숨도 장담할 수 없을 테니
아시겠소?
[떨리는 숨소리]
[박진감 넘치는 음악]
[노루 울음]
[개들이 왈왈 짖는다]
[화살이 나무에 탁 꽂힌다] [창운군의 짜증 섞인 신음]
[노루 울음]
[기합]
[노루의 비명]
[노루의 비명]
[사람들이 말을 어른다]
[풍물 소리가 요란하다]
[말의 투레질] [노루의 힘겨운 신음]
(병사) 관중이오!
[신하들의 환호성]
꼴에 세자라고 잘난 척은, 아유, 씨
(창운군) 왜 이렇게 안 맞는 거야, 이거
아니, 상헌군 대감이 아니었으면
언감생심 동궁의 자리를 지키기나 했겠는가 말이야
전하께선 중전의 치마폭에 싸여 제현 대군만 예뻐하시니
[헛웃음]
저리 발악을 하는 건지, 원
[창운군의 헛웃음]
말씀을 삼가시죠, 숙부님
듣는 귀가 많습니다
왜, 뭐 어떤가?
내가 없는 말을 한 것도 아니잖아
[창운군의 헛기침]
(창운군) 이럴 게 아니라 이참에 나도 한 마리 잡아 바쳐
우리 상헌군 대감의 비위나 좀 맞춰 볼까? 어?
[창운군의 웃음]
아니, 계집같이 고운 분보다
대장부같이 기백 있는 나를 더 예뻐하실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창운군의 웃음]
[창운군의 힘주는 신음]
[창운군의 웃음]
[긴장되는 음악]
[창운군의 비명] [말 울음]
[창운군의 힘겨운 신음]
(창운군) 아유, 아파
누구야!
어떤 미친 새끼가…
외조부님께 바치실 것이 필요하다기에
[창운군의 헛웃음]
(휘) 한 번만 더 입을 함부로 놀리시면
아무리 숙부님이라 해도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휘의 기합] [말 울음]
[어이없는 숨소리]
[창운군의 분한 신음]
어디 한번 해 보자 이거지?
[헛웃음]
[피식거린다]
(창운군) 워
[긴장되는 음악]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말 울음]
[무거운 음악]
[놀란 숨소리]
[의아한 신음]
(창운군) 뭐야?
저거 완전 계집이잖아?
[사람들의 함성] [휘의 놀란 숨소리]
[풍물 소리가 요란하다]
[기합] [말 울음]
[어두운 음악]
아니, 뭐야?
[미심쩍은 숨소리]
[비밀스러운 음악] [산새 울음]
[바스락 소리가 난다]
[새가 푸드덕 날아간다]
[떨리는 숨소리]
[애절한 음악]
(형설) 저하께서 사라지시다니
(김 상궁) 반드시 다른 사람이 찾기 전에 저하를 찾아야 하네
- (휘) 뛰어 - (지운) 뭐?
(궁녀5) 강무장에 간 궁녀?
(지운) 뽀얗고 조막만 한 얼굴에 머리는 흑갈색이고
(혜종) 자객이라니? [휘의 힘겨운 신음]
진정 자객이 세자를 공격하였다 그 말이냐?
(휘) 형님
(김 상궁) 강무장에서 보았다는 그 사내는
어찌하여 그냥 살려 두신 겁니까?
(휘) 죽여야지, 죽일 거다
(휘) 네 이름이 무엇이냐?
(지운) 정지운이라
(어린 지운) 정지운이라 합니다
(지운) 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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