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 10
NEW 10부-3고
S#1. 치킨 집 앞 (밤)
(NEW 9부 엔딩에 이어서..)
/양 어깨에 사발 올리고 조심조심 걷는 김선..!
/왕에게 시집가던 날, 가마 타고 가다가 문 살포시 열고 누군가 보는 김선..!
/활터에서 누군가 몰래 훔쳐보며 좋아하고 있는 김선..!
/궁궐 계단 위 선 채 슬픈 눈으로 누군가(김신) 보는 김선..!
/화살 맞고 피 흘리며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의 김선..!!
과거 김선의 얼굴에서 현재 써니의 얼굴로 오버랩 되면서,
써니 (???) 왜 그래요?
저승 !!!! (써니의 전생 보고 말았다!) 대체 왜..!!
그런 두 사람 어깨너머로, 가게 안에서 두 사람 지켜보고 있는 도깨비의 굳은 얼굴.
써니 뭐가. 괜찮아요? 안 그래도 하얀 얼굴 더 하얘졌는데?
/도깨비 (7부) 니가 본 이 여인은 누군데. 내가 아는 이 여인은.. 내 누이야.
저승 !!!... (혹시 써니씨가 도깨비의 누이? 그저 써니 망연자실 보고 섰는데..)
S#2. 치킨 집 (밤)
도깨비는 ‘김선’이라는 이름에 꽂혀 밖에 선 두 사람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은탁 (일각 테이블 치우며) 아주 뚫어지겠네 뚫어지겠어.
도깨비 (그제야 은탁 보며) 지은탁.
은탁 갑자기 지긋하게 봐도 늦었거든요?
도깨비 너네 사장님은 어떤 분이시니.
은탁 아 나 이 질문 들어본 적 있는 거 같은데. 저승아저씨한테.
그 다음 질문은 뭘 해주면 좋아하니, 인 거 같은데.
딱 보면 몰라요? 예쁜 분이잖아요! 엄청 예쁜 분!
도깨비 나는.. 예쁜 사람을 찾고 있는 게 아니야.
은탁 (빡!) 나 이 말도 어서 들어본 거 같은데?
도깨비 (어느 샌가 또 시선 창밖의 써니에만..)
S#3. 치킨 집 앞 (밤)
써니와 저승 여전히 의문 가득한 시선들 오가고 있고.
써니 (?) 진짜 왜 그래요. 왜 뭔데. 설마 여자랑 손 첨 잡아 본 것도 아닐, (!)
아 사이즈 딱 나왔네 내가?
저승 ?!! (보면)
써니 전화번호도 없다 생기고 진짜 이름도 안 알려주고 손 좀 잡았다고 정색하고
유부남이에요 혹시?
저승 (띵!) 아니요.
써니 그럼 나머지 하나네. 맨날 까만 옷에, 어쩐지 얼굴이 너무 하얗다 했어.
국정원이에요 혹시? 집에서 맨날 댓글 달아요?
저승 (띵!) 아니요.
써니 그럼 저승사잔가?
저승 !!!!!
써니 안 웃네. 농담인데.
저승 (표정 관리 못하고 얼어서 보는데)
써니 일단 유부남, 국정원 아니면 됐어요. 들어가요. 추워. (휙 들어가 버린다)
저승 (멍하니 보다가) 그런 써니씨는 누구십니까..
S#4. 치킨 집 (밤)
써니 가게로 들어오더니 그대로 냉장고로 가 술 꺼내면,
은탁 술.. 드시게요?
써니 어. 기분도 딱 치맥이야. 너도 음료 한 잔 해.
도깨비 (그런 써니 뚫어져라)
은탁 (이씨! 저럴 줄 알았어!)
Cut to.
짠! 잔 부딪히는 네 사람. 치킨 안주에 술 마시는 세 어른과 콜라 마시는 은탁.
은탁과 저승은 저기압이고, 써니는 원샷하고 도깨비는 그런 써니 또 뚫어져라 본다.
써니 (잔 탁 내려놓으며) 거기 오라버니. (도깨비 보며) 나 왜 자꾸 봐요? 아까부터?
도깨비 이름이 아는 사람이랑 동명이라 신기해서요. 이름이 진짜 김선이에요?
이름에 한자 뭐 써요?
써니 한자 안 쓰고 영어 써요. 에쓰유엔엔와이(SUNNY).
도깨비 혹시 나 어디서 본 적 없어요?
써니 며칠 전에 봤잖아요. 요 앞에서.
도깨비 그때도 그렇고 좀 전에도 그렇고 왜 자꾸 나한테 오라버니라고 합니까?
써니 그럼 이거 저거 야 너 할 걸 그랬나?
저승 (그 와중에 흐뭇하고)
도깨비 (끙) 이 자랑은 정확히 무슨 사입니까? 이 자가 뭔진 알고 만나시는지,
은탁과 저승 동시에, 콱! 찌르고 테이블 밑으로 발 퍽! 치면,
써니 반지 주고받은 사이?
은탁 그 반지가.. 그런 뜻이었어요?
써니 알바생? 질문 잘했어. 그 반지, 무슨 뜻이었어요?
저승 (...) 반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 반지 좀 다시 돌려주시겠어요?
전에 봤던 카페. 내일 오후 한 시.
써니 (빡!) 이건 또 무슨 뜻일까?
저승E 사실 하나.
S#5. 도깨비 집/ 저승 방 (밤)
가내복 차림의 저승, 노트에 세로 서체로 써 내려가며 중얼거리고 있다.
(저승의 대사에 맞는 영상 함께 흐른다)
저승 족자 속 여인과 써니씨의 전생은 같은 얼굴이다.
사실 둘, 족자 속 여인은 김신의 누이이다.
그럼 질문. 써니씨는 김신 누이의 환생인가? (갸웃) 아직은 글쎄.
다시, 사실 하나. 나는 족자를 처음 본 순간 울었다.
사실 둘. 나는 써니씨를 처음 본 순간 울었다.
그럼 질문. 나는 왜 울었지? 내 감정의 정체는 뭐지?
그 둘의 역사와 내 지워진 기억이 관련이 있는 걸까? (갸웃) 이것도 글쎄...
생각 깊은 얼굴의 저승이고...
S#6. 도깨비 집/ 주방 (밤)
도깨비 일각에서 커피 타고 있고, 은탁, 냉장고에서 수분음료 꺼내며 승질 내고 있다.
은탁 하, 차! 닭 한 마리 얼마냐, 가게를 통째로 사니 마니 그렇게 큰소리를 치더니
닭값 저승아저씨가 냈잖아요!!
도깨비 그 부분은 내가 경황이 없어서,
은탁 뭔 경황이 그렇게 내내 없었을까? 아니 돈도 안 낼 거면서 사장님이랑
저승아저씨랑 무슨 사인지는 왜 궁금해? 왜~ 아주 나한테 보이는 거 다 말해봐~
막 이러지? 하여간 남잔 다 똑같아. 인간이든 도깨비든 저승사자든.
도깨비 니가 생각하는 그런 장르 아니야.
은탁 그런 장르 맞던데. 이제 나한테 아무 것도 숨기지 말랬는데 내가.
아 혹시 이 날을 기다렸나? 그래서 나 그 닭집에 붙인 건가? 우리 사장님 예뻐서?
도깨비 이제와 말이지만 내가 무슨 수로 알바를 붙여.
은탁 (?) 그건 또 뭔 소리예요?
도깨비 난 그저 범위를 좁혀줬을 뿐이야. 닭 집이라고 범위를 좁혀주면 거기에 올인 할
테고, 붙는다고 하면 자신감 있게 임할 테고, 그걸 본 누군가는 뽑을 테고.
은탁 와 뭐 그런 개뻥을!
도깨비 뭔 뻥?!
은탁 그럼 내 소원 두 개가 그냥 남았네. 알바랑 남친.
도깨비 (빡!) 너 왜 자꾸 남친 물고 늘어져. 태흰가 뭐시긴가 다리몽댕이 확 부러뜨려서
확인 시켜줘? 내가 니 남친인지 아닌지? 뭐 하나 부러뜨려 놔야 니가 아 내
남친이 성격 괴팍한 도깨비였지 하지 아주! (확 가버린다)
은탁 아니 왜 자기가 화를, (하는데)
도깨비 (다시 돌아온다)
은탁 (쫄아서) 뭐요. 나 별 말, (하는데)
도깨비 (은탁의 어깨 토닥, 머리 쓰담 한다)
은탁 (!!.. 왜 이러지? 하는 얼굴로 보면)
도깨비 아까 알바하는 거 보니 맘 아프더라. 난 제대로 처음 봤잖아. 잘 자.
(하더니 다시 간다)
은탁 (멍하니 섰다가..) 피... (음료 괜히 막 비틀며, 몸 베베 꼬는데...)
S#7.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김선의 족자 펼쳐놓고 아련하게 보는 도깨비.
도깨비 잘 지내고 있느냐.. 오라비는 비로소... 잘 지내는 것 같다. (슬프게 웃고)
S#8. 카페 (다음 날 낮)
족자 속 김선의 얼굴에서 써니의 얼굴로 오버랩 되면서, 저승과 마주 앉은 써니다.
저승 ...반지는.
써니 (반지 낀 손 탁 들어 보이면)
저승 (난감하고) 반지는 제가 잠깐 맡았다 다시,
써니 이유 말해주면요.
저승 조사할 게 있어서. 조사 성격상 자세한 건 좀.
근데 써니씨는 그때 왜 하필 이 반지를 집으셨나요.
써니 딱 내 거 같아서요.
저승 (!) 반지 껴보셨을 때 혹시 뭔가 느껴지신 거 없나요?
써니 느껴졌죠 딱.
저승 ! (긴장해 보면)
써니 이 남자 만나려고 집었구나.
저승 !!!
써니 첫눈에 나 보고 우는 남자. 양보도 않는 남자. 만남은 짧고 기다림은 긴 남자.
근데 그 남자가 이렇게 반지를 줬다 뺏을 줄은 몰랐죠. (반지 빼주며) 자요.
저승 감사합니다. 곧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써니 조사 성격이 어떤 성격인진 모르겠지만 내 성격도 만만치 않으니까 조사 끝나면
내용 공유해요. 나도 그 반지에 지분 있으니까. 갈게요. 오후 장사해야 해서. (가는)
저승 (그 와중에도 멀어지는 써니 멋있어서, 물끄러미 써니 뒷모습만...)
S#9. 도깨비 집/ 주방 (낮)
도깨비와 저승, 각자 식단에 맞춰 점심 식사 준비 하고 있다.
일상적으로 요리하며 대화 나누는 두 사람. 저승, 생각 잠긴 듯 골똘한데.
도깨비 (그런 저승 보다) 몰라서 그러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그 식단에 그 드레싱은 좀 아니지 않냐?
저승 ? (보면 샐러드 위에 고춧가루 수북하고) 아.
도깨비 정신 차리고 점심 차려. 반지 뺏는 거 실패했냐?
저승 (다시 재료 세팅하며) 잠깐 빌린 거야.
도깨비 그걸 뺏었다고 하는 거야. 준 걸 왜 빌려. 어제 보니 손도 잡던데.
왜 전생에 원수진 일이라도 봤어?
저승 떠보지 마.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고 봤어도 입 밖에 낼 수 없어 규정상.
도깨비 아주 양심사자 나셨네. 그런 분이 저승사잔 거 숨기고 인간을 만나나?
저승 넌 같은 처지에 꼭 그렇게 말해야겠어?
도깨비 뭐가 같은 처지야. 난 운명적인 사랑이고. 두부에 케찹 그만 뿌리고.
저승 (보면 연두부 위에 케찹이고) 아.
도깨비 내 누이도 김선이었어. 이름이.
저승 !!!
도깨비 그래서 좀 싱숭생숭했어 밤새.
저승 환생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른다며.
도깨비 다른 얼굴로 태어났음 알아 볼 방도가 없지. 인간의 길흉화복이 보이는 게 전부라.
저승 만약에 누이가 환생했고 마침내 만났어. 그 뒤엔 어떻게 돼.
어차피 니 누이는 전생의 기억도 가지고 있지 않을 텐데.
도깨비 그냥 뭐 이 생에선 평안한지.. 무병장수한지... 사랑은 받고 있는지...
그런 거 궁금한 거지 뭐.
저승 ......
도깨비 (담담히) 예뻤는데. 우리 못난이. (김선 생각 떠올라 물끄럼 하고..)
/-1. 도깨비 집/ 거실 (낮)
외출복 차림으로 계단 내려와 주방으로 가는 은탁. 도깨비와 저승의 목소리 들려온다.
저승E 더 좀 해봐. 말 나온 김에.
도깨비E 뭘.
저승E 니 얘기. 어떻게 살았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은탁 !!! (그 자리에 멈춰 서는데....)
/-2. 도깨비 집/ 주방 (낮)
도깨비 !!.... (사이) 한번 말했잖아. 장군이었다고. 고려의 무신이었어.
저승 전쟁터에서 죽은 거야?
도깨비 아니. 내가 지키던 주군의 칼날에.
저승 !!!
/-3. 도깨비 집/ 거실 (낮)
은탁 !!! (그 자리에 멈춰 숨죽이고 듣는데...)
도깨비E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4. 도깨비 집/ 주방 (낮)
도깨비 나도 한 번도 얘기해 본 적 없는 얘기라. 거기 소금 좀.
저승 어. (건네고)
도깨비 (받아 요리하며) 한 아이가 태어났어. 태어나 보니 황제였던 아비는 이미 죽고
(E) 어미의 신분은 미천했고 그 마저도 병들어 죽고 아버지뻘의 큰 형이 황제였지.
/은탁 (거실 일각에 아예 주저앉아 가만히 얘기 듣고 있고)
도깨비 황실에 그 아이의 편은 아무도 없었어. 오직 국자감의 박사이자 스승인 ‘박중헌’밖엔.
저승 (깊이 빠져들어 듣는)
S#10. 개경/ 궁궐/ 황자의 처소 (낮)
/세 살배기 왕여, 젊은 박중헌(간신)에게 글공부를 배우고,
/왕여를 업고 걸으며 서책을 읽어주고,
/잠든 왕여를 누여 토닥이고,
/곱게 간 미음을 먹이고, 장하다 머리를 쓰다듬어 격려하고,
/논어, 효경, 유학, 점차 어려운 책들로 바뀌어가는 교재들 위로,
도깨비E 박중헌을 만나고 아이의 주변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
황위를 이을 조카가 죽고 의문을 품은 대군들도 죽고 마침내 큰 형인 황제도 죽어. 모두 왕가의 유전으로 인한 병사였으나 훗날 아이는 알게 돼.
S#11. 도깨비 집/ 주방 (낮)
도깨비 그들 모두가 독살 되었다는 것을.
저승 (!!!) 오랜 시간을 들여 모두를 독살하고 아이를 황제로 세웠다는 건가?
박중헌 그 자가? 대체.. 왜?
도깨비 (씁쓸..) 용포를 줄일 새도 없이 아이는 황좌에 올랐어.
S#12. 개경/ 궁궐/ 편전 (여러 해 후) (낮)
높은 계단 위, 왕좌에 앉은 어린 왕, 왕여(7세). 용포와 건이 크다.
왕여의 아래로 대신들 쭉 늘어서 있고, 오로지 한 사람,
박중헌만이 대신들보다 몇 계단 위에서 꼿꼿하게 그런 왕여를 더 없이 감격한 눈으로 보고 있다.
중헌E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어 황제가 될 수 없다하니,
내 손으로 황제를 만들고 키워 이 세상을 내 황제의 발아래,
그 황제를 내 발아래에, 그리하여 천하를 내 발아래 둘 것이다.
대신1 외 대신들, 왕여 향해 “천수를 누리소서.” “만수를 누리소서.” 일제히 머리 조아리는데..
Cut to. (10년 후) (밤)
대신1, 왕여(17세)에게 보고하고. 중헌, 심기 불편한 얼굴로 꼿꼿하게 서 있고.
대신1 선황제 폐하의 고명을 받들어 국혼 날짜가 정해졌사옵니다 폐하.
왕여 상장군 김신의 누이라지?
대신1 김신의 인품과 그 집안의 청렴함은 어느 문벌과 견주어도 결코 빠짐이 없사옵니다.
중헌 (똥 씹은 표정으로) 무신 나부랭이 누이와의 국혼이라.
선황제께서 마지막 숨은 좀 아끼셨으면 좋았을 것을.
(협박하는 눈빛으로 대신1 보면)
대신1 (중헌에 굴하지 않고) 선황제께선 김신은 충직한 부하이자 전장에서 생사를
함께한 든든한 전우이며 믿을 수 있는 친우라 하셨습니다.
중헌 (그런 대신1 노려보는데)
왕여 !!... (중헌의 심기 불편함 의식하는데)
도깨비E 선황제의 유언은 왕권을 보다 탄탄하게 하려던 박중헌의 계획에 변수가 됐지.
S#13. 개경/ 궁궐/ 상왕의 내전 (몇 개월 전) (밤)
쿨럭하고 깊은 기침하는 선황제. 병색이 짙다. 얼른 탕약을 건네주는 궁녀(여후배).
힘겹게 탕약을 마시는 선황제. 궁녀, 빈 탕약 그릇을 받고 물러가면.
선황제 황자도 대군들도 비명에 가니 이제 ‘여’ 하나 남았다.
혹여 여가 황좌에 오르거든 여와 자네 누이를 혼인시켜 여를 지켜다오.
김신 !!!
선황제 옳은 길만 걷게 하고 그른 선택을 계책하고 무엇보다, 죽지 않게 해다오.
김신 !!!
선황제 (쿨럭쿨럭 기침하고, 슬픈 어조) 돌보지 않음으로 돌보았다 전하라.
그리고, 이런 당부를 하는 그대의 주군을.. 용서하라.
김신 (!!!...) 명을, 받듭니다.
선황제의 부탁이, 김신의 화답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
일각의 대신1(10년 전이라 좀 젊은 모습)은 눈가에 눈물 고여 그런 두 사람 보는데...
S#14. 개경/ 김선의 사가/ 마당 (다른 날 낮)
단정한 얼굴의 김선, 양쪽 어깨, 머리 위에 사발 올려놓고 걸음걸이 연습하고 있다.
일각엔 상궁과 궁녀들 매서운 눈빛으로 지켜서 있다.
그런 마당의 낮은 담장 너머엔,
/-1. 담 너머 (낮)
멈춰서는 누군가의 비단신과 비단 옷자락 보인다. 바로, 사복 차림의 왕여다.
왕비가 될 여인이 누군가 싶어 몰래 보러 왔는데..
마당 안 일각의 시종1과 노비들, 애기씨의 본 적 없는 고군분투에 킥킥 웃는데,
상궁, 매서운 눈초리로 노비들 보면, 우르르 몰려 사라지는 노비들이고.
김선도 웃음 참을 수 없어, “하하” 맑게 웃는데, 그 순간, 담장 너머의 한 눈빛과 마주치고 만다!
홀린 듯 김선 보고 있는 여다!
그 찰나, 중심 잃은 김선 어깨의 사발, 쨍그랑! 두 사람의 미래처럼 떨어져 산산조각 나고 만다!
그렇게 서로 시선 얽히는 왕여와 김선인데..
/-2. 김선의 사가가 보이는 거리 일각 (낮)
그런 두 사람의 모습, 착잡하게 보고 있는 김신이고.
S#15. 개경/ 마을 길 (여러 날 후) (낮)
김선 입궁 날이다. 궁녀들과 군사들, 가마 앞뒤로 따르고 있고,
김선이 탄 가마 지나가면, 백성들 비켜서며 예를 갖춘다.
김선은 뭔가 섭섭한 표정으로 가마의 쪽 창문 빼꼼 반만 열고 바깥 살피는데, 아무도 없다.
시무룩한 김선의 옆모습 오버로, 반쯤 열린 창문 밑,
한 걸음 뒤에서 묵묵히 따라 걷고 있는 누군가의 발 보인다. 김신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김선, 입 삐죽하며 이번엔 확 창문 다 여는데, 엇!
정갈한 모습의 김신, 가마 바로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다.
김선 (반갑고 밉고) 아침나절 내내 안 보이셔서 이대로 오라버니 얼굴도 못 보고
시집가는 줄 알았습니다.
김신 그리 할 것을. 못난 얼굴 뭐 예뻐서 보러 왔나 모르겠다.
김선 오라버니께서 이리 귀히 여기시니 입궁하는 길이 아주 꽃길입니다. (째릿)
김신 .... (마음 아파 그저 묵묵히 걷는)
김선 헌데요 오라버니. 폐하께선 어찌 생기셨습니까?
김신 너는 어찌 성품이 아니라 외견부터 궁금해 하는지.
걱정마라. 성안이 아주 훤하시다.
김선 (눈 반짝) 참말이십니까? 저 어떻습니까? 저 오늘 예쁩니까.
김신 못생겼다.
김선 (빡!) 그럼 폐하께도 안 예쁘겠지요? 그땐 집으로 돌아와야겠지요?
김신 폐하께선 이미 널 보셨다.
김선 저를요? (뭔가 떠올리는)
>>인서트 플래시 백
걸음걸이 연습하던 날 담 너머로 눈 마주쳤던 누군가, 사복 차림의 왕여다.
/다시, 마을 길
김선 혹, 그 얼굴에서 빛이 나던, 히. 보러 오셨었구나. 폐하께선 저 뭐라셔요?
김신 못 생겼다 하시더라.
김선 치... 못생긴 누이 자주 보러 오셔야 합니다. (괜히 눈물 핑 도는데)
김신 (역시 눈가 벌게져) 전장을 떠도는 오래비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여겨라.
김선 (눈물 그렁한) 누가 모릅니까...
(이내 웃음으로 화답하고) 제 걱정은 마셔요. 행복해질게요 오라버니.
김신 (행복을 꿈꾸는 여동생이 못내 가슴 아픈데..)
상궁E 폐하 드십니다.
S#16. 개경/ 궁궐/ 왕비의 침소 (밤)
/김선, 후다닥 치마 올려들고 총총 달려 복도를 지나
/마루까지 한달음에 달려오는데. 그러다 꺅! 스텝 꼬여 마루 밑으로 넘어질 위기인 그때!
쑥- 들어오는 손이 김선의 몸을 감싼다. 질끈 감았던 눈 뜨면, 왕여의 얼굴 보인다.
김선 !!! (이게 무슨 상황이지? 눈만 깜빡..)
쏟아질 듯한 달빛이 두 사람 밝히고, 두 사람 시선 오래 얽히는데..
왕여 (보다가) 무거운데.
김선 (헉! 화들짝해 왕여 팔에 지탱해 몸 바로 세우고 급히 손 놓고)
무정하신 어떤 분이 심중에 계시어.
왕여 !! (김선의 언중유골에 미안하고..) 어딜 그리 급히.
김선 폐하를 뵈러.
왕여 내가 갈 것인데.
김선 서로 오면 더 좋을 듯 하여. (괜히 서러워 눈가 촉촉해지면)
왕여 !!!... (김선의 기다림이 느껴져, 마음 들킬까, 외려 건조한 눈빛이고)
S#17. 개경/ 궁궐 편전 (다른 날 낮)
중헌, 왕여와 독대 중이다.
중헌 미천한 것을 쥔 손아귀에는 힘을 적당히 줘야 하는 법입니다.
소중해 꼭 쥐고 나면 그 미천하고 소중한 것은 반드시 죽습니다. 그 손에 의해.
>>인서트 플래시 컷
먼발치에서 왕여와 김선의 수줍고 행복한 한때 매서운 눈빛으로 보고 있었던 중헌.
왕여 !! (중헌의 숨겨진 뜻이 두렵고)
중헌 미령한 나이, 미천한 외가, 외가보다 더 미천한 처가.
삼작일 몇몇 대신들과 문하시중 신철주의 술자리에서 오간 대화라 하옵니다.
왕여 ...틀린 말이 없지 않은가.
중헌 틀린 말이 없을수록 틀렸다 하시는 겁니다.
황실을 욕보인 신철주의 목을 쳐 틀렸다 꾸짖으시어 강건함을 보이시옵소서.
왕여 !!!
S#18. 개경/ 궁궐/ 왕비의 처소 (낮)
김선, 중헌과 독대한다. 중헌, 왕비 앞임에도 수그림 없이 도도하다.
김선 더는 어심을 흔들지 마세요. 더는 폐하의 눈을 가리지 마세요.
문하시중의 죽음은 처사가 옳지 않았습니다.
중헌 모두 소신의 처사가 옳다 하는데 황후만이 틀렸다 하십니다.
김선 그대가 정녕,
중헌 소신이 눈을 가린 것인지 폐하가 눈을 감은 것인지.
김선 네 이놈!
중헌 네 이년!!
김선 !!! (하얗게 굳는데)
중헌 낳기는 선황이 낳았으나 내가 키워냈으니 내가 여의 아버지가 아닐 것이 없다.
여를 황좌에 앉힌 것도 여의 손에 천하를 쥐어 준 것도 나다. 내 말이 틀리느냐.
허니, 한낱 무신 나부랭이의 누이 주제에 훈계는 집어 치워라.
김선 !!!!
중헌 니가 훈계할 자는 내가 아니라 네 오래비다. 무덤이 돼라 보낸 변방에서 네
오래비는 거듭 승전보를 전하니 그 의중이 흉악하지 않은가.
김선 !!!!
중헌 한 나라에 왕이 둘이라 한다. 한 하늘에 해가 둘이라 한다.
이것이 역모가 아니면 무엇이 역모란 말이냐.
김선 !!!!
S#19. 개경/ 궁궐/ 편전 (밤)
흐린 불빛에 날카롭게 빛나는 검과 검집이 환관의 손에 받쳐져 김신의 앞으로 온다.
황좌의 왕여, 창백한 얼굴로 김신 내려다보고 있고,
김신 영문을 몰라 자기 앞에 온 크고 날카로운 검 보다, 왕여를 보면,
왕여 분노와 염려를 담아 검을 내린다.
될 수 있는 한 멀리 가고 할 수 있는 한, 돌아오지 말라.
김신 !!! (믿을 수 없어 보면)
왕여 (건조하게 보면)
김신 폐하 그 말씀은... 폐하 어찌 그런... (분함 꾹 누르고) 폐하의 고려이옵니다. 변방을 수비하라 명하시어 변방을 지켰고, 적을 멸하라 명하시어 적을 멸하였고, 누이가 여기 있고 백성이 여기 있는데,
왕여 황제의 근심을 이젠 그대가 하는구나.
김신 !!!
왕여 장렬히 죽었다 기별하라. 애통하다 기별할 것이니. 어명이다.
김신 !!!
Cut to. (낮)
왕여, 높은 왕좌에 앉아 있고 김선 단단한 얼굴로 왕여 보고 섰다.
일각엔, 중헌 조아리고 있으나 편전의 주인처럼 서 있다.
김선 부디 문신에만 편중치 마시고, 무신이라 천대치 마시고,
왕여 !!!
김선 부디 변방을 도는 상장군 김신을 불러들여 폐하 곁을 지키게 하시고,
왕여 !!!
김선 무엇보다 부디, 박중헌을 멀리 하시고,
왕여 결국 그리 되더냐. 네 보잘 것 없음이 결국 욕심이 되더냐.
보잘 것 없는 네가 보잘 것 없는 네 집안의 유일한 희망이라더냐 네 오래비가!
김선 폐하!
왕여 (김선의 말이 틀린 말이 없어, 더 패악부리는) 왕이 백성을 지키는 것이다!
어찌 한낱 백성이 왕을 지킨단 말이냐! 네가 지금 무엇을 청한지나 알고 청한
것이냐! 네 오라비라는 자는,
>>인서트 플래시 백 (1부)
왕의 검으로, 적들을 베며 죽을 힘을 다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김신이다.
적도 김신도 헉, 헉, 거친 숨 토해내며, 서로 부딪히는 칼날이 무겁고 거칠다.
왕여E 승산 없는 전장에서 번번이 살아 돌아와 저잣거리의 신이 돼간다.
/다시, 편전
왕여 내 그리 돌아오지 말라 일렀거늘 번번이 개선을 하여 내 무능을 비웃는다.
그런 니 오라비가 든 그 검으로 날 지킬지 날 벨지 어찌 아느냐!
김선 폐하!
왕여 (눈에 불꽃!) 그 누구도 내 백성의 신이 될 수는 없다. 그리하여 반역인 것이다!
김선 폐하...!!
그 모습 다 지켜본 중헌, 왕여의 병든 마음에 또 다시 세치 혀를 놀린다.
중헌 한낱 무신 따위가 득세하니 문신의 세가 기울어 황실의 권위 또한 풍전등화이옵니다.
상장군 김신의 목을 쳐 틀렸다 꾸짖으시고 강건함을 보이시옵소서.
왕여 ..!!!
김선 !!!
도깨비E 박중헌의 입에서 결국... 김신의 이름이 나오고 말았지.
S#20. 개경/ 궁궐 안 (낮)
/성문이 열리고...
/김선은 처연하게 서 있고...
/김신, 죽을 힘을 다해 한 걸음 한 걸음 옮기고,
/중헌은 어린 왕에게 검은 혀로 뱀의 말을 속삭이고,
/어린 왕의 질투와,
/결국 처참히 죽어가는 김신과 김선 오누이.. 그 위로,
도깨비E 그게.. 누이의 마지막 모습이었어.. 무신의 누이였고 기품 있는 황후였어.
황제에게 가는 길은 너무 멀었고... 나는 결국 닿지 못 했어.
S#21. 다시 현재, 도깨비 집/ 주방 (낮)
도깨비와 저승, 여전히 조리대 앞에서, 손 놓고 서서,
도깨비 닿지 못 할 걸 알면서도, 다 알면서도 나는, 나아가는 것밖에 할 게 없었어.
그 자리는 내 마지막 전장이었고 난 거기서 죽어야 했으니까.
/은탁 !!!... (여전히 오롯이 듣고 있고...)
저승 대체 왜.
도깨비 어명을 어기고 돌아왔고, 어린 왕의 질투와 두려움을 간과했고, 여를 지켜달란
선황제의 당부가 잊히지 않았고, 가노들의 죄 없는 목숨은 살려야 했고, 무엇보다,
저승 (보면)
도깨비 내 누이가 죽음으로 그 멍청일 지키고 있었으니까.
저승 !!!
도깨비 ..... (아직도 가슴 아픈 얼굴인데)
저승 (위로할 말 못 찾아 그저 보는데)
도깨비 (추스르며) 전생의 기억도 없는 자 앞에서 너무 많이 떠들었군. 음식도 다 식었고.
저승 궁금한 거 하나 더 있어.
도깨비 (보면)
저승 혹시 이런 반지 본 적 있어? (반지 보여주는)
도깨비 나 주려고 뺏어온 건 아니지? 나 너랑 그런 사이 되기 싫어.
저승 집중 좀 해! 잘 봐. 유심히. 본 적 없어?
도깨비 (빤히 보다) 너 혹시.. 너 진짜 내 여동생이다 싶어? 내 과거사도 그래서 물은 거지.
반지 껴 봐 어떻게 되나 보자. (다가가면)
저승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도깨비 선아. 그래서 지금 사랑 받고 있는 것이냐.
은탁E 오붓한 시간 방해해서 죄송한데요.
저승 안 오붓해!!
은탁 (픽)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도깨비 어디 가는데. 같이 가. 너 이제 나랑 세트 해야 돼.
저승 그래. 세트로 얼른 나가. 나 지금 혼자 있고 싶어.
도깨비 우리 선이도 혼자 있는 걸 좋아했지..
저승 가! 나가라고!
S#22. 책방 골목 (낮)
은탁과 도깨비 나란히 걷고 있다.
은탁 (발밑만 보고 걸으며) 꽃 사서 한번 꼭 오라고. 정현이가. 자기 파주에 있다구.
도깨비 캐나다보다 가깝고 좋네.
은탁 (끄덕하며 여전히 발밑만 보고 걷는)
도깨비 ? (분위가 뭔가 이상한데? 싶은데)
은탁 (뜬금없이) 근데요 아저씨 꽃이랑 엄청 잘 어울려요. 아무 꽃이나 다.
도깨비 ?
은탁 아저씨 엄청 제 스타일이에요. 아무 때나 다.
도깨비 ??
은탁 아저씨 성격도 엄청 좋아요. 아무렴요. 다.
도깨비 나 뭐 잘못했니?
은탁 아니요?
도깨비 그럼 너 뭐 잘못했니?
은탁 아니요?
도깨비 그럼 뭘까 이 뜬금없는 고백은?
은탁 위로? 응원? 있어요 그런 거.
도깨비 (보다가) 뭐 구체적으로 어떻게 엄청 니 스타일인데 내가.
은탁 (보다가, 슬프고 따뜻하게) 이상하고 아름답죠. (진심 전하면)
도깨비 !!.. (그런 은탁을 보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S#23. 납골당 (낮)
꽃 사들고 납골당 찾아온 은탁. 도깨비, 쫄래 쫄래 따라오고
은탁 어! 여깄다. 고,정,현.
은탁, 어느 납골함에 멈춰 선다. 납골함 안에 조화들, 인형들, 사진들 놓여있고.
‘1971년 03월 02일~1989년 02월 16일 고정현’ 적혀 있다.
납골함 앞에 꽃다발 내려놓고 “나 왔어” 히. 웃는 은탁. 그 모습 일각에서 지켜봐주는 도깨비.
은탁, 납골함 안 이것저것 본다. 교복 입은 독사진도 보고, 옆에 놓인 사진 속 여고생 둘도 보고.
그 순간, 어? 눈 비비고 다시 보는데, 정현 옆에서 웃고 있는 소녀, 19살의 은탁모다!
은탁 (?!!) 엄..마? 엄마.. 맞는..것.. 같은데? 엄마 맞는..데?
도깨비 ?? (그런 은탁 보고, 왜 저래?)
은탁 (놀라서 도깨비 핵 돌아보며) 아저씨 문! 문! 오픈!! 도서관으로 빨리요!
S#24. 도서관/ 락커룸 앞 (낮)
문 열고 나오는 도깨비와 은탁.
은탁, 미친 듯이 주변 살피며 정현 찾는데.. 저만치 정현, 책 보며 서 있다.
그러다가 은탁 발견한 정현, 책 탁 덮고는 뛰어오는 은탁 보며,
정현 (환하게 웃으며) 조심해. 넘어질라.
은탁 (헉헉) 우리 엄마 친구였어? ..요? 우리 엄마 알아요? 지연희씨 알아요?
정현 (웃으며) 내가 왜 니 옆에 있었겠냐. 연희 딸내미니까 있었지.
은탁 !!!
정현 우리 땐 진짜 다리미로 다려서 코팅했어. 연희가 많이 도와줬다 내 거.
은탁 하..! (놀랍고 반가워 눈물 핑 돌아 비명 같은 탄식 뱉으며 손으로 입 막는데!)
정현 고등학교 때 약속했거든. 서로 애기 낳으면 예쁜 옷 해주기로.
옷은 못 해줬지만 연희 돈은 내가 지켰다.
은탁 ?!!
정현 (락커룸 가리키며) 열어봐. 비번은 486.
은탁 (열어보면 통장 수북이 들어 있다, !!!) 이 통장 설마.
정현 어 맞아. 니네 이모가 맨날 없어졌다고 했던 그 통장. 그거, 연희 보험금이잖아.
은탁 !!!
정현 젤 위에 있는 게 최근 거니까 찾아다 대학 등록금 보태. 합격 축하한다.
은탁 (손에 통장 든 채) 이거 때문에 못 가고 여기 떠돈 거예요? 나 때문에?
정현 떠돌던 차에 너 크는 거 보는 재미에 좀 늦긴 했어.
난 이제 가서 연희랑 수다나 떨어야겠다.
은탁 (!!) 간다구요? 지금요?
정현 가서 니 엄마한테 빠짐없이 다 전해줄게. (은탁 머리 쓰다듬으며) 니 딸 참 착하다고. 공부도 잘한다고. 대학도 좋은 데 갔다고..
은탁 (흐흑 참았던 울음 터지고)
정현 자 그럼 안녕.
은탁 (!) 벌써요?
정현 (흐릿해지며, 손 흔들면)
은탁 감사합니다.. 다 감사해요.. 울 엄마랑, 거기서도 두 분 꼭.. 친구하시구요.
안녕히 가세요. 안녕.. 잘 가 고정현.. (손 흔들어주고)
그렇게 빛으로 승천하는 정현이고.. 작별하는 은탁인데.
그 모습 지켜보는 도깨비고...
S#25. 바닷가 (낮)
은탁, 바닷가에 앉아서 하염없이 해안선을 바라보고 있다.
은탁 엄마.. 엄마한테는 진짜 좋은 친구가 있었네요.
아니 사실.. 내 친구였어요. 나 엄마가 해주는 거는 다 좋았어요.
떡도, 잔치도, 목도리도, 정현이도, 다요.. (눈물 핑..)
도깨비 ... (그런 은탁 어깨 토닥토닥 해주면)
은탁 아저씨두요. 고마워요 문 열어줘서. (도깨비 향해 예쁘게 미소 지어주고)
도깨비 내가 그렇게 큰 사람이다.
은탁 (까르르 웃고)
그런 두 사람의 예쁜 뒷모습 위로,
도깨비E 비웃은 거야?
은탁E 아 비. 그러고 보니 요즘 비 안 오네요?
도깨비E 자제하는 중이야. 나사에서 잡아갈까봐.
은탁E (또 까르르 웃고)
S#26. 도깨비 집/ 거실 (밤)
테이블에 은탁이 찾은 통장들 가득 놓여있고, 도깨비와 김비서 마주 앉아 있다.
도깨비 오랜만이야.
김비서 하나도 안 변하셨습니다. 여전히 반말이시구요. (싱긋)
/(7부) 가구 매장, “유재신씨!” 버럭하던 앳된 김비서.
도깨비 알다시피 보다 복잡한 사람이라. 자네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김비서 네.
도깨비 (통장 가리키며) 보험금이 있어. 한 아이의 엄마가 죽기 전에 남겨놓은.
아이는 내년 9월이 돼야 스무 살이 돼. 따라서 현재 이 돈은 법적 후견인인
이모의 동의 없인 인출이 어렵지. (덕화가 찍은 이모네 신상자료 파일 내밀고)
김비서 (파일 받아 넘겨보며) 보험금이 제 주인에게 가야겠군요. 정당하게.
도깨비 (끄덕하면)
김비서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그럼 전. (하고 일어나는데)
도깨비E 아. 한 가지 더.
김비서 네. (일어선 채 경청하면)
도깨비 (일어나 김비서 보더니) 제대로 잘 커줘서 고맙고.
김비서 (!!!...) ..감사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에. (깊게 인사하고 나간다)
도깨비, 산다는 게 이런 거구나... 좀 먹먹한데...
이모E 언닌 죽었지,
S#27. 구치소 (다른 날 낮)
접견실에 마주보고 앉아있는 이모와 김비서다.
이모 애는 어리지, 보험금은 나왔지, 근데 빚이 있으면 후견인이 될 수 없대지,
그러니 어떡해. 다정도 병이지. 후견인 되려고 그 빚을 다 갚았네 내가!
그래서 보험금을 딱 받았지. 근데 내 통장으론 못 넣잖아.
김비서 사채를 써서 은행 빚을 갚으셨으니까.
이모 그렇지! 그래서 일단 은탁이 그 기집애 통장에 넣었는데 근데 그 망할 통장이
계속 없어지는 거야! 그러니 이 통장이 얼마나 반갑겠어 내가!
알아 들었나 모르겠네?
김비서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 녹음 완료 버튼 누르고) 법은 알아들을 겁니다.
보험금을 편취하려 하였다. 인정하셨고,
이모 다, 당신 뭐야. 뭔데 개수작이야! 편취라니!
불면 꺼질까 쥐면 깨질까 아주 금이야 옥이야 키웠어 내가!
김비서 (사무적)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마시구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겠습니다.
일, 깔끔하게 지은탁양에게 전액 반환하고 출소하는 간단한 방법.
이, 지저분하게 양육비를 주장하며 출소(出訴;소송을 제기함)하는 복잡한 방법.
일 이 중에 찍으세요.
이모 당신 사람 잘못 봤어. 내가 어두운 쪽으로 지인들이 쫙 있는데,
김비서 (어둠의 포스) 사람은 아줌마가 잘못 봤어. 어두운 쪽은 내가 더 잘 알거든.
이모 (허걱! 깨갱..)
S#28. 덕화 본가/ 서재 (낮)
유회장, 김비서의 보고 듣고 있다.
유회장 나으리 일은.
김비서 잘 처리했습니다. 덕화군도 지시하신대로 조치했습니다.
책상 하나, 의자 하나, 매장 신입사원부터 차분히 배우라고.
유회장 (끄덕 끄덕)
S#29. 가구 매장 (낮)
후- 기막힌 얼굴로 매장 가운데 딱 서 있는 덕화. 그때,
매니저 유덕화씨? (하며 다가오자)
덕화 (거만하게) 네. 유덕홥니다. 매장이 깔끔하고 좋네요. 일 보세요.
(일각 아무 책상에나 앉아서 괜히 책상 만져보는데)
매니저 제품 설명섭니다. (제품설명서 건네며) 내일까지 다 외우시구요.
덕화 (괜히 안 들리는 척 책상의 버튼 막 눌러 움직여보며) 오 올라가.
오 내려가. 오 꺾여. (매니저 보며) 오 아직 서 있어.
매니저 (빡!) 유덕화씨!
덕화 (또 거만하게) 저기, (명찰보고) 장일옥 매니저님? 매니저님이 사실을 알면 되게
놀랄 사람이거든요 제가? 이미 높은데 바닥부터 시작하는 그런 멋진 놀랄 사람?
매니저 회장님 손자인 거 압니다. FM대로 하라는 회장님 지시가 있으셨거든요.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을 위한 상품에서 떨어지시구요.
덕화 (바로 설명서 받으며) 그니까요. 제가 이걸 하루 만에 다 외우면
매니저님 되게 놀라시겠죠? (비굴하게 웃는데)
S#30. 세탁소 (낮)
세탁소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저승. 그러다 써니가 잡았던 자기 손 보는데.
저승 드라이 맡긴 모자 찾으러. (심란한 얼굴)
주인 아 그 모자. 모자가 아주 원단이 좋아요. 이태리젠가?
저승 (생각은 어디 멀리, 의무적 대답) 메이드 인 헤븐입니다.
주인 아 어쩐지. 거기가 원단이 좋아. 잠깐만요. (안쪽으로 가며) 갑자기 왜 이렇게 춥냐.
저승, 팔짱 낀 채, 물끄러미 창밖만.. 머릿속으론,
/자기이 본 써니의 전생 속, 웃던 모습과, 죽던 모습 흘러가고...
저승 손 안의 핸드폰은 꽁꽁 얼어가고... 그때, 벨소리 울린다. 놀라 자기 손 보면,
꽁꽁 언 핸드폰 액정에, ‘선희 아니고 써니’ 보인다. 바로 얼음 녹인다. 물방울 사방으로 튀고,
저승 (젖은 핸드폰 그대로 받아 긴장한 목소리로) 여보세요.
써니F 조사 아직이에요?
저승 (괜히 변명) 게을리 하진 않았는데, 예. 아직.
써니F 복잡한 조산가보네. 뭐하고 있었어요?
저승 써니씨 손을 한 번 더 잡아 볼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써니F 미친다. 그럼 오늘 잡으면 안 돼요?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저승 오늘이요?
S#31. 도깨비 집/ 거실 (밤)
외출복 차림의 저승, 방에서 나오는데
커피 들고 스치던 도깨비, 그런 저승 보고 지나치다 다시 휙 돌아본다.
/9부에서 미리 봤던 이별하는 모습 속 저승이 입은 옷과 같은 차림이다.
도깨비 오늘이냐?
저승 뭐가?
도깨비 그 옷 안 입으면 안 돼?
저승 왜 이상해?
도깨비 아니다. 내 조언이 너의 오늘에 변수가 될까 싶었는데.
신발이나 편한 거 신고 가. 돌아오는 길이 멀 테니까. (들어가며) 옷은 이상해.
저승 (빡!) 빨래 탈수 다 되면 널기나 해!
S#32. 치킨 집 (밤)
테이블 위에 아이섀도우 팔레트 여러 개 놓여있다. 써니, 아이섀도로 화장하고 있다.
맞은편엔 포장한 치킨 두고 앉은 친구(백화점), 부럽게 보고 있고.
친구 복 받은 년. 누군 집에서 혼자 닭다리나 뜯는데 12월 31일에 데이트라니.
대견하다. 친구야.
써니 오늘 데이트 컨셉은 따뜻하고 달달하게, (눈 막 홀리듯 뜨며) 예뻐?
친구 드럽게 이쁘지.
써니 데이트 중에 한 살 더 먹는 거 티 나면 안 되니까. (요염한 포즈) 우!
S#33. 번화가 거리 (밤)
2016년의 마지막 날. 거리는 인파로 붐빈다. 저승, 팔짱 꽉 낀 채 사람들과 손 안 스치려고 안간힘 쓰고 걷고 있다가 일각의 누군가 보더니 미소 번진다. 써니가 가볍게 손 흔들고 있다.
저승 늦어서 미안해요. 사람이 많으면 걷기가 힘들어서요.
써니 그래도 한 살 더 먹기 전엔 왔네요. 보신각 쪽으로 걸을까요?
저승 그 전에,
써니 (보면)
저승 손 좀 잡겠습니다.
써니 이렇게 바로요? 이렇게 대뜸?
저승 기다리기엔 제가 너무 궁금해서요. (손 내밀면)
써니 (이번엔 써니가 꽉! 팔짱끼더니) 사람 심보 참 이상하죠? 괜히 튕기고 싶네?
손잡고 싶어요? 내 손?
저승 네.
써니 나두요. 나도 손도 잡고 싶고 포옹도 하고 싶어요 김우빈씨랑.
저승 !
써니 근데 적어도 내가 누구 손을 잡는지 누구 품에 안기는 진 알고 안겨야죠.
저승 !!!...
써니 아직 제 질문에 대답 안 해줬잖아요. 정체가 뭐냐구요. 김우빈씨.
내 본명 어떻게 알았는지도 아직 대답 안 했고.
잘생겨서 넘어가주는 건 올해까진데. 두 시간 후면 내년이고.
저승 ......
써니 너무 무리한 요구예요?
저승 ...미안합니다.
써니 알았어요. 그럼 그만할까요 우리?
저승 !!!
써니 길 안쪽으로 몰아넣는 것도 제도샤프로 수학문제 푸는 것도 귀엽고 다 좋은데,
더는 안 되겠네요. 그냥 내가 차일게요.
앞으로 연락하지 마세요. 우연히 마주쳐도 인사하지 말구요.
저승 ?!!....
써니 해피 뉴 이어. (쿨하게 가버리고)
저승 !!! (그런 써니 뒷모습 아프게 보다가, 그저 놓치는데..)
S#34. 도깨비 집/ 이곳 저곳 (밤)
/외출복 쫙 빼입고 다리 달달 떨면서 시계 보며 은탁 기다리는 도깨비.
/탁상시계, 11시 30분 지나가고 있고...
/외출복 쫙 빼입고 은탁의 방 앞에서 화난 얼굴로 노크 하려다, 흥! 가는 도깨비.
/거실의 괘종시계 11시 59분 지나고 있고, 다다다, 계단 내려와 휙- 시계 앞 지나
도깨비 방 막 노크하는 은탁.
은탁 아저씨. 아저씨!
도깨비E 들어와.
/-1. 도깨비 방 (밤)
은탁 (문 열고 들어가면)
도깨비 (몸 일으키며) 무슨 일이야. 자고 있었는데.
은탁 그러고요?
보면, 도깨비 외투까지 완벽하게 입은 상태로 침대에 반쯤 누워있다.
거실의 괘종시계소리 들려온다. (땡, 땡, 6번 정도 치고 있다)
도깨비 어! 나 이러고 자 왜!
은탁 아 알았구요, 아저씨 잘 들어봐요.
도깨비 뭘.
하면, 거실의 괘종시계 땡, 땡, 땡, 세 번 더 쳐서 12시 땡! 된다!
은탁 아저씨 12시 땡! 1월 1일! 새해! 저 방금 어른 됐어요! (꺅! 좋아라하면)
도깨비 그래서 뭐! 어쩌라고. 옷은 왜 챙겨 입었어.
은탁 나갈라구요. 선약있어요. 저 이제 어른이니까.
도깨비 (빡!) 너, 와, 이 오밤중에 뭔 선약이야! 너 대체 정신을,
은탁 아저씨랑 선약인데.
도깨비 (바로) 그래서 옷 딱 입고 아까부터 내가 어?
은탁 바보. 꼭 말로 해야 아나?
도깨비 어! 앞으론 꼭 좀 하자. 사람 피 말리지 말고. 나가자고? 뭐 하고 싶은데.
은탁 해줄 거예요?
도깨비 (괜히 딴 거 기대) 뭐가 됐든 니가 하라고 하면 그것까지 하고.
은탁 술이요! 술! 술! 술 사주세요! 포장마차! 소주! 닭똥집! 낭만 가득!
도깨비 ....
은탁 (...?) 왜요? 자 그럼 가보십시다 낭만 속으로!!
S#35. 포장마차 (밤)
쪼르르 소주로 채워지는 소주잔 두 개.
사람 몇 없이 한적하다. 닭똥집에 소주 놓고 앉은 도깨비와 은탁.
은탁 (소주잔 들고) 자! 어른끼리 건배!
도깨비 (소주잔 쨘 해주고) 너 괜찮겠, (하는데)
은탁 (원샷하고) 캬. 낭만적이야. (이내) 아 써. 으. 소주 원래 이래요?
도깨비 모든 술은 다 써. 그게 달아지면 진짜 어른 되는 거고.
은탁 (냉큼 잔 내밀고) 그럼 한 잔 더. 따르시오~ 부으시오~
도깨비 (픽, 술 따라준다)
은탁 (또 홀짝 마시고) 오 달, (허나 아직은) 으 써. 아.
도깨비 (그런 은탁 귀엽게 바라봐주는데)
자전거남E 그림 좋은데~
산통 다 깨는 멘트에 보면, 저만치에 불량배들 등장이다. 바로, 자전거남(깁스)이다.
은탁 이 진부한 전개 뭐지? 아저씨가 섭외했어요?
도깨비 그건 아닌데 구면이긴 하네.
자전거남 내가 너 이 동네 살 줄 알았어. 내가 너 엄청 찾아다녔거든?
(일행들에게) 저 새끼야. 나 이렇게 만든 새끼.
불량배들 (야구방망이, 각목 등등 위협적으로 척! 척! 어깨에, 땅에)
자전거남 내 손은 이렇게 아작 내 놓고 팔자 좋게 여자랑 놀고 있어? 너 오늘 디졌어.
도깨비 오늘? 진짜? 나한테 보이는 거 다 말해봐.
자전거남 뭐래는 거야!
은탁 (으이구.. 절레절레)
도깨비 너 재밌으라구. (일어나며) 안주 먹고 있어. 술은 나랑 마시고. 금방 올 테니까.
(하고 불량배들에게) 우리의 전장은 밖이다. 나와. (하고 휙! 사라진다)
불량배1 뭐야. 어디 갔어.
자전거남 저 새끼 이상하다고 했잖아. 야 나와! (하며 포장마차 밖으로)
주인 (은탁 곁으로 빠르게 붙으며) 아우 남친 저러고 나가도 괜찮아?
저 놈들 이 동네에서 아주 악질인데.
은탁 아유 괜찮아요. 어디 가서 맞고 다닐 냥반 아니에요. 소주 한 병 더 주세요.
주인 ???
/-1. 포장마차 밖 거리 (밤)
불량배들 우르르 나오면, 도깨비, 일각 쓰레기 버려진 곳에서 버려진 마대걸레 하나 들더니
뚝 부러뜨려 검처럼 딱 들더니,
도깨비 간만에 클래식하게 상대해볼까? 전직 무신이었거든 내가.
자전거남 난 현직이 무직이다 이 새끼야. 너 때문에.
도깨비 대장부의 삶이 그래서 쓰나. 자네들도 마찬가지고.
그것이 오늘 안 봐주는 이유야. 아플 거야. 참든지.
자전거남 뭐래는 거야. 야, 조져버려!
자전거남 비롯한 불량배들 대여섯 명, 한꺼번에 도깨비에게 달려드는데!
도깨비, 막대기 하나로 달려드는 불량배들 멋지게 상대하고!
은탁, 포장 천 틈으로 그 모습 지켜보며 소주 홀짝 홀짝 마시고.
도깨비의 검 휘두르듯 절도 있고 군더더기 없는 몸놀림에 줄줄이 나가떨어지는 불량배들!
마지막으로 막대기 칼집에 넣듯 멋지게 넣는 시늉하는 도깨비,
Cut to.
은탁과 다시 소주 마시는 도깨비.
은탁 자 첨부터 다시 낭만 시작해 보십시다. 건배! (짠! 하고 원샷 하더니) 캬-
도깨비 아직도 낭만적이야?
은탁 (크게 끄덕 끄덕) 아까보다 더요. 흐릿한 불빛, 소박한 안주, 쓴 소주,
(불량배들 쓰러진 자리) 비정한 정서! 도처에 낭만이 가득! 완벽해!
도깨비 완벽하기엔 하나 빠졌다.
은탁 뭐요?
도깨비 (몸 깊이 숙여 은탁의 입에 입술 포갠다!)
은탁 (소주잔 든 채) ?!! (심장 쿵쿵! 볼 발그레!! 난리 났는데)
도깨비 첫 키스.
은탁 첫 키스 아닌데.. 나 첫 키스는 그때..
도깨비 그때 그건 아니야. 이게 첫 키스야. (하며 떨리는 은탁의 손 꼭 잡더니)
온 마음을 다해.. 부드럽고 따뜻하게 다시 키스하는 도깨비고...
꼭 시작하는 연인들처럼 예쁘게 입 맞추고, 서로를 향해 웃는 도깨비와 은탁인데..
S#36. 도깨비 집/ 저승 방 (밤)
다크서클 턱까지 내려 온 저승사자, 처참한 몰골로 침대에 앉아 있다.
저승 그녀가 차였는가, 내가 차였는가.. (시름겹게 앉아 있고..)
S#37. 도깨비 집 전경 (다음 날 아침)
S#38. 도깨비 집/ 식당 (아침)
퀭한 저승과 기분 좋아 보이는 도깨비, 식사 준비하러 나왔는데, 이미 분주한 은탁 보인다.
멸치 다시 끓고 있고, 떡국 떡 불려놓고, 지단 부칠 달걀물 푸는 등 떡국 준비하는데.
저승 뭐하는 거야 기타누락자.
도깨비 그러게. 너 뭐해.
은탁 굿모닝입니다. 새해기도 하구 아저씨들한테 고마운 것도 너무 많고 해서 떡국
끓이던 중이요. 메밀묵도 무쳤는데.
도깨비 (뭉클) 새해부터 기특하군.
은탁 (분주하고) 스키장 알바비 들어와서 소고기도 좋은 걸로 샀어요.
저승 내 떡국엔 소고기 빼주고.
은탁 네. 아저씨들이 막 밤안개 낀 날 모델처럼 쿵쿵 걸어오시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새해라니. 그때 아저씨들 진짜 멋졌는데.
무서운 와중에도 완전 짱 멋졌어요. (엄지 척)
도/저 !!
은탁 (냉장고 살피며) 좀만 기다리세요. 아 대파. 대파를 안 샀네.
도깨비 떡국에 대파 없으면 퍽 난감하지.
저승 (끄덕) 대파 중요하지. 가볼까.
도깨비 어디 한번 그래볼까.
S#39. 어느 길 (아침)
아침안개 자욱한 거리. 안개 속을 걸어 나오는 두 개의 검은 실루엣.
점점 선명해지면, 2부 엔딩처럼 안개 속을 걸어오는 얼굴, 바로 도깨비와 저승이다!!
보면, 손에 검은 봉지들, 봉지 바깥으론 대파 삐죽 솟아 있다..
그런 두 사람 뒤로 역시나 후광 비춰지고. 그렇게 멋지게 렌웨이 하는 둘인데,
빵빵-!! 오토바이 경적소리. 후광은 오토바이 불빛이었던 것.
오토바이남 야 이 미친놈들아! 새해부터 죽고 싶어? 인도로 안 다녀?? (일갈하고 가는데)
도깨비 저 자가 인도로 다니라고 지금, 새해 덕담을.. 한 거 같은데.
저승 덕담이 고마우니 해코지는 않으마. 새해 복 많이 받게!
도깨비 우린 멋지니까! 해피 뉴 이어!!
S#40. 도깨비 집/ 식당 (아침)
은탁 (따끈한 떡국 탁, 탁 놓이며) 맛있게 드세요.
저승 맛이 있어야 맛있게 먹을 텐데.
은탁 저 요리 잘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저씨들. (흐뭇)
도깨비 그래. 너도 복 많이 받고. (훈훈한데)
저승 나 써니씨랑 헤어졌어. (산통 확 깨는)
도깨/은탁 (한 술 뜨려다 삐끗)
도깨비 넌 그런 말을 무슨 은탁이가 만든 새해 떡국 먹는 밥상머리에서 해!
저승 어제 헤어져서 오늘 말하는 건데.
은탁 뭐라면서 헤어지자고 했는데요?
저승 내가 차일게요
은탁 그건 내가 차였으니까 니가 먼저 연락하란 뜻이죠.
저승 내 정체를 묻더군.
은탁 아. 그건 쎄다. 근데요. 저승사자는 좀 부정적이니까 천사라고 하는 건 어때요?
같은 장른데.
도깨비 힘내고. 파이팅. 다 그러면서 크는 거다. 삼백 살이면 한창 아프고 그럴 때지.
(저승의 팔목 정도 토닥 하는데)
저승 (그런 도깨비 빤히)
도깨비 왜.
저승 다시 사실 하나. 답을 얻기 위해서는 답과 가까운 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도깨비 (?) 뭔 소리야.
저승 (자기 팔목에 올려진 도깨비의 손 슥- 깍지 껴 꼬옥 잡는데)
도깨비 (벌떡 일어나 푸른빛으로 화르륵!!!) 뭐하는 짓이야! (잡힌 손 든 채!)
저승 역시 너한텐 아무 것도 안 보이는군. 그저 따뜻할 뿐.
도깨비 (화르륵!!) 사자가 도깨비 손에 깍지를 끼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분노한 신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콰르릉!)
저승 잘 먹었어. (은탁에게만 인사하고 가는)
도깨비 (잡힌 손 여전히 든 채) 이 손 어떡해. 어떡할 거야!
(하는데 누군가 또 손잡는다. 보면 은탁이다)
은탁 (도깨비 손에 애기 다쳤을 때처럼) 호~ 소독. 이럼 됐죠?
그 순간, 은탁의 호~ 하는 입술에 간밤에 키스했던 기억, 확! 스쳐가는 도깨비.
순간 볼 빨개져 얼른 은탁에게 잡힌 손 거두며,
도깨비 됐, 네. 다 됐네 소독이. 괜찮아. 걱정 마. (눈 둘 곳 모르는데)
은탁 손 그거 좀 잡아주지 많이 힘들어서 그러는 거 같은데.
도깨비 (이씨!) 너 지금 누구 편드는 거야.
은탁 우리 사장님 편이요. 그니까 떡국 값해요. 알았죠?
도깨비 뭐 어쩌라고.
S#41. 길거리 (낮)
도깨비와 저승, 길거리 걷는데. 저만치 군고구마 파는 노점 있고.
(도깨비와 은탁, 커플 패딩 차림. 저승은 흰색 옷, 써니는 노란색 옷차림)
저승 (?) 왜 이리로 가. 슈퍼 가자며.
도깨비 앗! 군고구마잖아! 와 나 군고구마 처음 먹어봐. 진짜. 진짜 처음이야. (끌고 가면)
저승 군고구마를 처음 먹는 게 아니라 군고구마 처음 먹는 연기를 처음 하는 것 같은데.
(영혼 없이 끌려가다가) !
보면, 군고구마 리어카 앞에 써니와 은탁 서 있다.
써니 (역시나 그런 저승 보고) !
은탁 세상에, 역시 일일생활권, 지구촌 한마당 시대!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죠?
저/써 ... (그저 서로 보고만 있는데)
도깨비 (저승 쿡 찌르는) 뭐해. 이런 우연 앞에서.
은탁 (써니에게 소곤) 두 분.. 인사 안 하세요?
써니 우연히 마주쳐도 인사 안 하기로 해서.
저승 !
은탁 하하.. (“뭐라도 좀 해봐요!” 도깨비에게 눈짓 막 하는데)
도깨비 두 사람 전체적으로 오늘 노른자와 흰자 같네. 계란 후라이.
세 사람 (확! 도깨비 째려보면)
도깨비 아 미안. 콩나물이네. (저승) 줄기. (써니) 머리. (저승) 좋아하잖아.
은탁 (빡!!!)
S#42. 도깨비 집/ 거실 (낮)
현관 들어오는 세 사람. 은탁의 손에 군고구마 봉지 들려있고, 뒤로 도깨비와 저승 따라 들어온다.
은탁 아저씨 때문에 다 망했어요 망했어!
도깨비 아니 둘이 옷이,
은탁 죄송해요. 이 작전에 이 아저씰 참여시키는 게 아닌데.
저승 됐어. 그래도 써니씨 봤잖아. (축 처져서 방으로)
도깨비 (쩝.. 그런 저승 보는데)
은탁 그리고, 아니 오천 원도 없으면서 군고구마는 왜 먹겠대?
아니 멀쩡하게 생긴 분들이 둘이 합쳐서 어떻게 오천 원이 없지?
도깨비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은탁 이거 사장님이 돈 냈는데 어떡할 거예요!
도깨비 오천 원은 생각지도 못한 변수였다. 내 다음부턴 꼭 미리 현금을,
은탁 됐구요, 아무 소득도 없이 작전이 실패 했잖아요 아저씨 땜에!
도깨비 작전은 실패했으나 우리에겐 소득이 있다. (군고구마 봉투 툭 만지고, 방긋)
은탁 아놔.. 이 냥반이!
하는데, 저승 까만 옷차림으로 모자 들고 나온다.
저승 나 출근. (하고 가다) 오늘 내 컨셉은, 천사였어. (도깨비 확 째려보고 가는)
도깨비 아. (끄덕하고 은탁에게) 다 너 때문이네. (고구마 봉지 휙 뺏어서 방으로)
은탁 (기막혀) 대박.. 와. 허.
S#43.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가내복 차림의 도깨비, 군고구마 맛있게 먹다가, 무언가 떠올라, ??!!
/(5부 엔딩)의 은탁의 모습이다. 그 중에, 은탁이 하고 있던 목걸이...!
도깨비, 혹시 그 목걸이..? 또 무언가 떠올린다.
>>인서트 플래시백 (2부 2씬)
액세서리 수공예품 노점 앞의 은탁. 목걸이, 반지, 팔찌 등 액세서리 예쁘게 반짝인다. 마음에 드는지 후드에 손 꿴 채 한참을 들여다본다. 그러나 살 돈이 없고. 아쉽게 걸음 떼는 은탁인데.
/다시, 현재
도깨비 (빡!) 결국 그걸 샀다 이거지? 대푠가 뭐시긴가 만날려고. 하!
(승질 내다가, ?!!! ...무슨 생각인지, 쓸쓸한 웃음) 그건... 내가 사주는 거였구나...
/-1. 도깨비 집/ 현관 (밤)
가내복 위에 외투 대충 입으며 곧장 거실 가로질러 현관으로 가더니 쪼리 대충 꿰어 신고 휙 현관문 열고 나간다. 닫힌 현관문 아래 틈으로 환해지는 밖.
/-2. 캐나다/ 쁘띠 샹플랭 거리 (낮)
오래전 은탁과 나온 문 열고 나오는 도깨비. 쁘띠 샹플랭 거리 펼쳐진다.
대낮 햇살 부서지고 사람 많은 거리 어딘가 액세서리 노점 보인다.
가내복에 쪼리 차림에, 노점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는 도깨비고.
S#44. 저승의 찻집 (밤)
저승 앞에 망자 앉아 있다. 정신과상담의였던, 흰 가운 입은 망자(30대 중반, 男)다.
망자 앞엔 이미 찻잔 놓여있다.
저승 차였다고 한 것은 그녀인데 왜 자꾸 제가 차인 것 같은지 잘 모르겠어요.
의사 사람마다 이별에 의해 다친 감정이 회복되는 기간이 달라요. 빨리 회복을 시키자에 집중하기보다 나는 어떤 것에 회복되는가에 집중을 해보세요.
저승 아 집중.. 상담 감사합니다 선생님. 차 드세요. 이승의 기억을 잊게 해줍니다.
의사 아 공부한 거 아까워 죽겠네. 뭐 하러 박사까지 딴다고 청춘 다 버리고.
당신이 제 마지막 진료였어요. (원샷 하고)
저승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짠하게 보는데...)
S#45. 도깨비 집/ 거실 (밤)
유회장, 거실의 은촛대 살피면서 있는데, 도깨비 캐나다 갔다 온 듯 현관 들어선다.
유회장 저 왔습니다 나으리. 어디 다녀오시는지요.
도깨비 잠깐. 뭐 좀 살 게 있어서.
유회장 잠도 안 오고 적적해서 바둑이나 한판 둘까하고요.
(살피던 촛대 가리키며) 촛대랑 은식기들을 하루 닦아야할 듯 싶은데요.
도깨비 날 좋은 날 할 터이니 걱정말게. 그럼 오랜만에 바둑이나 한판 둘까.
Cut to.
옷 갈아입고, 고즈넉하게 앉아 바둑 두는 도깨비와 유회장.
도깨비 자네 어릴 때 바둑을 내가 가르쳤는데 요샌 번번이 진단 말이지.
유회장 저야 죽기 살기로 두니까요.
도깨비 난 뭐 안 그런 줄 알고. (하며 바둑 돌 놓다가, !!! 돌 툭, 떨어지고)
유회장 곤마(困馬)예요 나으리. 안 물러 드릴 겁니다.
(신나서, 자기 돌 어디 놓을까 집중하는데)
도깨비 (그런 유회장의 얼굴, 굳은 표정으로 보는데...!)
S#46 이발소 (다음 날 낮) →omit (자리 옮김)
S#47. 도깨비 집/ 테라스 (다음 날 낮)
쓸쓸히 앉아 맥주 마시는 도깨비. 그 위로,
/신E (1부) 홀로 불멸을 살며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지켜보아라.
그 어떤 죽음도 잊히지 않으리라.
유회장의 죽음을 본 것이다. 이렇게 또 사랑하는 이를 보내는구나.. 마음 무너지는데...
S#47-1 이발소 (낮)
유회장, 깔끔하게 이발을 한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 아련하게 바라보는데.
이발사 어디 좋은 데 가시나 봅니다. 회장님.
유회장 그럴 거 같아요. 허허. (쓸쓸히 웃는데..)
S#47-2 도깨비 집/ 테라스 (낮)
도깨비, 쓸쓸히 앉았는데, 맥주 몇 캔 더 들고 도깨비 옆에 툭 앉는 저승.
저승 낮술은 늘 좋아.
도깨비 (멀리 풍경) ...낮술 추워 이제.
저승 (?) 무슨 일 있어?
도깨비 ..명부가 올 거야.
저승 (!) 지은탁 명부?
도깨비 아니. 유회장.
저승 (!) ...유회장한테는 얘길 했어?
도깨비 인간이 자신의 생사를 알아 좋을 것이 있나.
저승 그럼 덕화에게는.. 그래도 알면 낫잖아. 후회 없도록 알려주는 것이 낫지 않겠어?
도깨비 죽음 앞에서는 어떤 것도 다 후회야. (맥주 마시는데)
저승 (괜히 아는 얼굴이라 착잡한데)
도깨비 유회장이 니 안부 묻더라. 놀러와 계신 친구 분 잘 지내시냐고.
저승 다 알고 물어보는 거겠지 뭐.
도깨비 뭘 알아. 너 차인 거?
저승 (픽)
도깨비 연락은 해봤어?
저승 못 했어. 이번에 하면 진짜 내가 뭔지 커밍아웃 해야 해.
도깨비 너 생긴 거 누가 봐도 저승사잔데 무슨. 그 여자 좀 둔한 거 아니냐?
저승 (보다가) 그게 다야?
도깨비 뭐.
저승 써니씨한테 느껴지는 거.
도깨비 더 있지.
저승 있어?!
도깨비 그 여인은 과분한 이름을 가졌다고 느꼈지. 내 누이와 같은 이름이라니.
헤어졌으니 망정이지 볼 때마다 사사건건 아주 맘에 안 들기가 이를 데가 없었어.
그리고 가만히 들어보면 논리가 하나도 없다니까?
저승 (끙..) 써니씨 욕을.. 그만해야 할 것 같아.
도깨비 오 편드는데.
저승 내가.. 너한테 말하지 않은 게 있어. 써니씨의 전생 본 거 말이야.
도깨비 비밀이라며.
저승 써니씨가 니 여동생의 환생인 것 같다.
도깨비 써니씨야? 니가 아니고?
저승 써니씨 전생 속 얼굴이 니가 가진 그 족자 속 여인의 얼굴과 같았어.
도깨비 !!! (놀리다가 표정 확 굳는!)
저승 (보면)
도깨비 확실..해? 뭘 봤는데.
저승 내가 본 그 여인은.. 궁 한 가운데 서 있어. 흰 옷을 입었고 지체가 높아 보여.
가슴에 활을 맞았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어.
도깨비 !!! (보다가) 그건 내가 얘기 해줬잖아. 흰 옷까진 아니었어도.
활 얘기도, 안 한 것 같긴 한데, 다른 건, 다른 건 더 본 거 없어?
저승 가마를 타고 가며 누군가를 보며 웃었어. 작은 창문으로.
도깨비 !!!!
저승 웃으면서 물어. 저 오늘 예쁩니까.
도깨비 !!!!
저승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는 목소리가 하나 있었어. (도깨비와 동시에) 못생,
도깨비 (멍하니) 못생겼다...
저승 !!!
도깨비 ....
저승 ..니 여동생이.. 맞아?
도깨비 ...맞아.
저승 !!!!...
900년을 살며 한 번을 못 만난 여동생의 환생이 써니였다니..
충격에 휩싸인 도깨비와, 마음 복잡한 저승에서..
10부 엔딩!!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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