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 11
11부-초고
S#1. 도깨비 집/ 테라스 (낮)
10부 엔딩에 이어..
저승 내가 본 그 여인은.. 궁 한 가운데 서 있어. 흰 옷을 입었고 지체가 높아 보여.
가슴에 활을 맞았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어.
도깨비 !!! (보다가) 그건 내가 얘기 해줬잖아. 흰 옷까진 아니었어도.
활 얘기도, 안 한 것 같긴 한데, 다른 건, 다른 건 더 본 거 없어?
저승 가마를 타고 가며 누군가를 보며 웃었어. 작은 창문으로.
도깨비 !!!!
저승 웃으면서 물어. 저 오늘 예쁩니까.
도깨비 !!!!
저승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는 목소리가 하나 있었어. (도깨비와 동시에) 못생,
도깨비 (멍하니) 못생겼다...
저승 !!!
도깨비 ....
저승 ..니 여동생이.. 맞아?
도깨비 ...맞아.
저승 !!!!...
900년을 살며 한 번을 못 만난 여동생의 환생이 써니였다니..
충격에 휩싸인 도깨비와, 마음 복잡한 저승에서..
저승 그럼 이제, 어떻게 돼?
도깨비 (굳건하게 보는)
써니E 어서 오세요.
S#2. 치킨 집 (낮)
도깨비와 써니 마주 서 있다.
도깨비, 벅찬 얼굴이고, 써니는 표정 왜 저래? 경계한다.
써니 알바생 지금 배달, (하는데)
도깨비 뒤로 저승 삐죽삐죽 들어와 눈도 못 마주치고 서자,
써니 (저승 등장에, 온통 신경은 저승이다) 갔거든요? (하는데)
도깨비 선아..!
써니 ! (인상 확) 댁은 또 내 이름 왜, (하는데)
도깨비 (저벅저벅 가더니 써니 확! 안고는) 선아..!
써니 (?!!) 미친 거 아니야? (저승에게) 보고만 있을 거예요?
저승 (도깨비 뜯어내며) 아직 정확하진 않으니 스킨십은 자제 좀...
도깨비 (떨어지며) 니가 정녕.. 선이냐.
써니 선이면 뭐요. 이 사람 왜 이래요?
저승 그게.. 깊은 사연이...
써니 내가 이 오라버니랑 사연 깊을 게 뭐가 있어서?
도깨비 그래, 나다. 내가 니 오라비다.. 보고 싶었다, 선아..
써니 써니라니까! (빽! 하고 저승에게) 그리고, 우리 안 보기로 한 거 아니었나?
아니 무슨 남자가 계란 후라이 얘길 듣고도 같이 다녀요?
저승 그게.. 이 자가 전생에 써니씨 오라버니였어 가지고..
써니 (띵!) 뭐라구요? 뭔 생? 하하 미치겠다. 그런 되도 않은 전설의 고향 만들어서
나 보러 온 거예요? 보고 싶긴.. 했나봐? (샐쭉하면)
도깨비 나 누구랑 얘기하니 선아!! 정녕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 것이냐. (먹먹)
써니 (미친..) 옷도 멀쩡하고 얼굴도 멀쩡하신 분이 참. 그래요 뭐 들어나 봅시다.
내 전생이 뭐였는데요.
도깨비 고려의, 황후였다.. 난 무신이었고.
써니 아.. 고려..
도깨비 (!) 기억이... 난 것이냐.
써니 딱 기억나네. (손 딱 내밀며) 군고구마 값. 오천 원. 딱 내놔요.
도깨비 !!
써니 전생? 황후? 믿을래도 진짜! 나가. 안 나가? (저승) 당신도 나가!
하는데, 은탁 들어오다 놀라서,
은탁 두 분 언제 오셨어요? 왜들, 무슨 일 있어요?
써니 알바생. 소금 뿌려. 저쪽에 한 포대 있을 거야.
저승 어디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써니 (주방으로 가며) 모르면 마요.
저승 (냉큼) 네.
은탁 (?) 왜요. 무슨 일인데.
S#3. 도깨비 집/ 거실 (밤)
은탁, 저승과 눈 싸움 하듯 마주 보며 앉아 있다.
은탁 정보 좀 교환하죠. 김신씨랑 우리 사장님 뭐예요? 옛 여친..은 아닌 거 같고.
옛 여친이면 저승아저씨가 이러고 있을 리가 없잖아요. 막 어둡고 그래야 하는데.
저승 어. 전혀 아니야. 그런 쪽은. 내 질문은,
은탁 비밀.
저승 아직 안 물었어.
은탁 니네 사장님 혹시 찾아오는 다른 남잔 없으시니? 뭐 그런 거 물으실 거잖아요.
저승 근데 왜 비밀이야. 난 다 말했는데 넌 왜 비밀이야!
은탁 으리(의리)!
저승 (빡!)
S#4. 치킨 집 (다른 날 낮)
기막혀 입 떡 벌어져 앉아 있는 써니. 보면,
도깨비, 김선 환생이 애틋해 생전에 못 해준 것들 해준다.
도깨비 (홍시 사왔다) 니가 즐겨먹던 홍시다. 선아.
Cut to.
도깨비 (꽃신 사왔다) 니가 갖고 싶어 했던 꽃신이다. 선아.
Cut to.
도깨비 (비단 사왔다) 니가 좋아하던 색깔이다. 선아.
써니 후.. 저 이 색깔 안 좋아하구요, 꽃신 안 갖고 싶구요, 홍시 안 먹구요,
보시다시피 테이블이라곤 이거 하나 남았거든요? 장사가 잘 돼서?
보면, 모든 테이블에 손님들 바글바글하다.
도깨비 그건 내가 다녀가서 그렇다. 내가 부신이라. (아련한 눈빛인데)
은탁 (배달하고 들어오는 듯 오토바이 헬맷 벗고 들어오다) 아주 여기서 사시네?
도깨비 가려던 참이다. 일찍 들어오고. (축 늘어져서 가고)
써니 알바생. 너 저 남자 아니면 안 되겠니? 꼭 만나야겠어?
은탁 (헉) 네?
써니 꼭 그래야겠으면 가서 전해. 홍시 꽃신 비단 이딴 거 사올 거면 빈손으로 와서
그 손에 치킨이나 들고 가라고. 그게 널 위하는 길이라고.
은탁 하하.. 그러게요.. 이 냥반을 그냥!
S#5. 가구 매장 일각 (낮)
<사원 유덕화> 사원증 건 덕화 찾아온 은탁.
덕화는 계속 일하고 은탁은, 그런 덕화 졸졸 따라 다니며 가구도 구경하며 쫑알쫑알.
은탁 내가 우리 사장님을 두고 이런 상상을 하는 게 정말 죄책감 들고 싫지만
오빠네 삼촌이 아주 우리 가게에서 산다니깐요? 난 괜히 저승아저씨 눈치 보이고?
덕화 (소품 같은 거 비치하며) 그건 니네 사장님이 전생에 우리 삼촌 여동생이라 그래.
은탁 ???
덕화 왜?
은탁 전생이요? 말도 안 돼. 근데 그걸 오빠가 어떻게 알아요?
덕화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
은탁 네.
덕화 저승사자들은 인간과 손이 닿으면 그 사람의 전생이 보이거든.
은탁 진짜요?!
덕화 둘이 손을 잡은 게 분명해. 그래서 끝방삼촌이 알려준 거고.
은탁 !!
/치킨 집 앞에서 손잡던 써니와 저승 떠올리고.
은탁 아, 맞아요. 손잡는 거 봤어요! 대박! 아 나도 전생 궁금한데. 오빠 몇 시에 끝나요?
S#6. 도깨비 집 이곳저곳 (낮)
은탁과 덕화 편먹고 전생 보려고 안 그래도 심기 불편한 저승 쥐 잡듯 한다.
은탁 김우빈씨 우리 아직 통성명을 안 했더라구요. 악수라도, (앵글 밖으로 휙-)
Cut to.
덕화 제가 손금을 볼 줄 아는데 손 좀, (앵글 밖으로 휙-)
Cut to.
은탁 앗 눈부셔. 뭐지? 시계잖아! 예술품인 줄! 마침 제가 시간이 너무 궁금한,
(앵글 밖으로 휙-)
리모컨으로 TV 끄더니 초연히 자기 방으로 가는 저승.
그런 저승과 비껴 식당에서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도깨비.
거실 한 쪽엔 묶인 채 낑낑대는 은탁과 덕화, 안중에도 없는지 그대로 자기 방으로 가는데,
은탁 (도깨비 흘겨보며) 치. (덕화에게) 도와 달라고 하지 마요.
덕화 아 왜. 이봐 김신씨!
도깨비 (빡, 그 말에 멎어서면)
은탁 (앗! 눈길 확 피하면)
도깨비 (은탁에게) 너 얘한테 내 이름 말했어? 넌 아주 동네방네 나 도깨비라고 다
소문내고 다니지 왜? (예민예민)
은탁 와 나 어이가 없어서. 전에 아주 동네방네 나 도깨비라고 다 소문내신 분이
누구시더라? 차 막 다 날려버리고? 내가 다녀가서 장사가 잘 된다고 막 그러고.
덕화 맞아! 내 편한테 왜 그래! 내가 알면 왜 뭐! 내가 또 뭘 알 줄 알고!
도깨비 니가 뭘 아는데.
덕화 유회장님께서 최근에 유언장을 공증했단 사실을 알고 있나?
그 말인즉 천우그룹이 곧 내 손아귀에 떨어진단 소리,
(턱! 하고 입에 테이프까지 붙여지는!)
S#7. 도깨비 집/ 저승 방 (밤)
저승, 써니 생각에 물끄러미 앉았다가, 일각의 행낭 당겨 명부 꺼내는데,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벌컥! 도깨비 들어온다.
도깨비 그 여인이 내 누이 확실해? 뭐 더 본 거 없어?
저승 없어. 안 그래도 한 번 더 시도 하였으나 내가 차일게요 해서 실패했어.
도깨비 .....
저승 너무 서운해 마. 써니씨는 전생의 기억이 없잖아.
도깨비 그러니까. 그 여인이 전생에 선이라 한들, 그 여인에게 난 그저 전설의 고향일
뿐이니. 그 여인에겐 현생의 삶이 있는 거고.
저승 ....
도깨비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으로 둬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때 다 해줬으면 좋았을 걸... 누이와 나의 시간이 같았을 때...
저승 (그런 도깨비 짠해 보는데)
도깨비 참 조신하고 단아하고 품위 있던 아이였는데... 어찌 그리 다른 품성으로
(절레절레)
저승 써니씨 품성이 어디가 어때서!
다짜고짜 선아! 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아니다? 아니면 좋겠다?
도깨비 헤어진 거 아니었어? 왜 발끈해? 혹시 다시 만나 볼까 뭐 그런 생각이면 접어라.
어디 저승사자 주제에 인간인 내 누이한테 얼쩡거려.
저승 아까 그 생각 좋은 것 같아.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으로 두자.
도깨비 (돌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안 돼. 내 누이에게서 떨어져!
물 있음 확 끼얹는 건데. (나가면)
저승 ...나 이 드라마 아는데. 아침에 많이 봤는데.
S#8. 분식 집 (다른 날 낮)
은탁과 써니, 간식 타임이다. 나란히 서서 떡볶이와 튀김 등 먹고 있다.
써니 알바생. 너 혹시 전생 뭐 그런 거 믿니?
은탁 (잠깐 머뭇하다) 네.
써니 믿어?
은탁 인간에겐 네 번의 생이 있대요. 씨 뿌리는 생. 뿌린 씨에 물을 주는 생.
물 준 씨를 수확하는 생. 수확한 것을 쓰는 생.
그렇게 네 번의 생이 있다는 건 전생도 있고 환생도 있다는 거 아닐까요?
사장님이나 저나 이번 생이 몇 번째 생인진 모르겠지만요.
써니 그럴싸한데? 어디서 주워들었니?
은탁 그냥 저 원래 이 말 저 말 잘 주워들어요.
써니 또 더 주워들은 말 뭔데?
은탁 !.. (가만히 써니 본다)
>>인서트 플래시 백
도깨비 닿지 못 할 걸 알면서도, 다 알면서도 나는, 나아가는 것밖에 할 게 없었어.
그 자리는 내 마지막 전장이었고 난 거기서 죽어야 했으니까.
/은탁 !!!... (여전히 오롯이 듣고 있고...)
저승 대체 왜.
도깨비 어명을 어기고 돌아왔고, 어린 왕의 질투와 두려움을 간과했고, 여를 지켜달란
선황제의 당부가 잊히지 않았고, 가노들의 죄 없는 목숨은 살려야 했고, 무엇보다,
저승 (보면)
도깨비 내 누이가 죽음으로 그 멍청일 지키고 있었으니까.
/다시 현재
은탁 김선이란 분은, (써니 보며) 사랑 앞에서 아주 용감했다는 거요.
써니 !!!
은탁 (보면)
써니 앞장 서 알바생. 전생에 내 오라버니라고 주장하는 그 남자 집으로.
은탁 네?
E (초인종 소리 띵동-)
S#9. 도깨비 집/ 거실 (낮)
도깨비 (책 읽다) !!
저승 (셔츠 다림질 하다) !!
눈빛 부딪치는 두 남잔데!
Cut to.
거실 가운데 딱 서 있는 써니와 은탁이다.
도깨비와 저승, 딱 얼어서 그런 두 여자 보는데
은탁 ..다녀왔습니다. 손님이.. 오셨어요 여러분.
써니 같이, 살아요? 둘이?
도깨비 (은탁 당겨와 자기 옆에 세우며) 이렇게 셋이. 여긴 무슨 일로.
은탁 앉으세요, 가 먼저죠. (도깨비 야단치고, 써니에게) 앉으세요 사장님.
뭐 마실 거 좀 드릴까요.
써니 술 있니? 소주?
은탁 (헉!) 네?
저승 맥주 있습니다. 우린 맥주밖에 안 마셔서요.
써니 나한테 말 걸어도 된다고 안 했는데.
저승 (바로) 죄송합니다.
도깨비 어찌 저런 성품으로. (절레)
저승 (빡!)
써니 내가 여동생이라면서요.
도깨비 전설의 고향이라면서.
써니 근거 대 봐요. 여기 휘둘리는 나도 난데,
다 큰 남자 둘이 나 놀려먹자고 편먹은 건 아니겠거니 싶어서.
도깨비 !!!
Cut to.
써니 앞에 맥주 놓여 있고, 소파에 둘러앉은 네 사람.
도깨비 .... (족자 건네면)
써니 (받으며) 이게 근거예요? 뭐 어디서 샀는데요. 인사동?
(펼쳐보면, 김선 모습 드러나고.. 순간 기분 좀 이상해서 물끄러미)
이 사람이... 그 왕비예요? 그쪽 여동생?
도깨비 (끄덕하면)
은탁 신기해라. 사장님 맨날 임금님 기다리셨는데.
도깨비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는지.
써니 (계속 보며) 그냥, 어리고 예쁘다? 난 이 나이 때 못난이었는데.
(계속 족자 보며-뭔지 모르게 두려운 느낌에 외려 건조한 시선이고)
그래서 이 왕비는 어떻게 됐어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나요?
도깨비 !!... (손만 만지작.. 그런 불안한 손 살며시 잡아 주는 누군가. 보면)
은탁 (도깨비의 손 따뜻하게 잡아주고, 가만히 놓고) 말씀 나누세요.
(저승에게) 우린 자리 비켜주죠.
저승 (써니 한번 보더니 일어나 간다)
써니 (그런 저승 보다가, 도깨비 보더니) 불행했어요? 이 왕비?
도깨비 ...얼굴 본 날보다 서신으로 본 날들이 더 많았다.
누이가 보낸 서신을 읽는 시간만이 (E) 하루하루 살아남기 바빴던 날들에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그렇게 도깨비의 입을 통해 듣는 900년 전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S#10. 개경/ 활터 (다른 날 낮)
과녁을 향해 화살을 쏘는 왕여. 백발백중이다.
그런 왕여에게 와 승전보를 전하는 대신들.
/대신2 (싫은 내색) 변방의 김신이 승전보를 전해 왔습니다.
/대신3 (싫은 내색) 국경의 김신이 승전보를 전해 왔습니다.
/대신4 (E) 요동의 김신이 승전보를,
왕여 (화살 날리는데, 과녁 빗나간다!)
중헌 김신의 승전보가 부러 저잣거리를 들렸다오니 우매한 백성들은 매양 놀아나고
문신들의 원성은 극에 달합니다. 장하다 마시고 황실의 체면이 저잣거리에 나앉으니,
(뱀의 눈빛) 네 누이의 안위를 근심한다 기별하시옵소서.
왕여 !!! (이미 팽팽한 활시위, 역시나 과격을 빗나가는 화살인데!)
그 모습, 일각에서 지켜보는 누군가, 바로 왕비 김선이다.
빗나가는 화살에 왕여보다 더 안타까운 표정이다.
왕여, 다시 한 번, 팽팽하게 활시위 당기는데, 이번엔 툭! 하고 끊어지는 활시위!
김선 아.. (더 안타까운 표정이고) 무예엔 소질이 없으시구나.
그래도 왕여를 볼 수 있어 행복한 얼굴의 김선이고.
김선이 지켜보는 걸 모르는 왕여. 활시위 끊긴 활 든 채, 마음은 지옥이고...
S#11. 개경/ 궁궐 정자 (다른 날 낮)
야외 정자에서 서책 읽고 있는 왕여. 그저 물끄러미 책장 내려다보고 있는데...
역시나 일각에서 몰래 지켜보고 있는 김선.
김선 한식경 째 같은 쪽만 보시는구나.
궁녀 (사가에서 데려온 설정) 글공부에도 소질이 없으신가 봅니다.
김선 아니다. 심중에 상심이 있으신 모양이다.
궁녀 (앗. 입 꾹 다물고)
그렇게 귀엽게 혼자 왕여를 훔쳐보기만 하는 김선이고..
김선 그나저나 어찌 한 번을 안 찾아오고...
진짜 여인을 병들게 하는 분이시다... (귀엽게 입 삐죽이는데...)
S#12. 개경/ 궁궐/ 왕비의 침소 (밤)
/김선, 후다닥 치마 올려들고 총총 달려 복도를 지나
/마루까지 한달음에 달려오는데. 그러다 꺅! 스텝 꼬여 마루 밑으로 넘어질 위기인 그때!
쑥- 들어오는 손이 김선의 몸을 감싼다. 질끈 감았던 눈 뜨면, 왕여의 얼굴 보인다.
김선 !!! (이게 무슨 상황이지? 눈만 깜빡..)
쏟아질 듯한 달빛이 두 사람 밝히고, 두 사람 시선 오래 얽히는데..
왕여 (보다가) 무거운데.
김선 (헉! 화들짝해 왕여 팔에 지탱해 몸 바로 세우고 급히 손 놓고)
무정하신 어떤 분이 심중에 계시어.
왕여 !! (김선의 언중유골에 미안하고..) 어딜 그리 급히.
김선 폐하를 뵈러.
왕여 내가 갈 것인데.
김선 서로 오면 더 좋을 듯 하여. (괜히 서러워 눈가 촉촉해지면)
왕여 !!!... (김선의 기다림이 느껴져, 마음 들킬까, 외려 건조한 눈빛이고)
S#13. 개경/ 궁궐 편전 (다른 날 낮)
중헌, 왕여와 독대 중이다.
중헌 미천한 것을 쥔 손아귀에는 힘을 적당히 줘야 하는 법입니다.
소중해 꼭 쥐고 나면 그 미천하고 소중한 것은 반드시 죽습니다. 그 손에 의해.
왕여 !!!
S#14. 개경/ 궁궐/ 왕비의 처소 (낮)
궁녀(현 저승 여후배)의 손에 들린 탕약 확 쳐내는 왕여.
쏟기는 탕약과 나뒹구는 사발. 놀란 얼굴의 김선.
왕여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황후의 처소에 그 어떤 탕약도 들이지 마라! 어명이다!
황후는 그 어떤 탕약도 마시지 마라. 어떤 이가 보내든 절대 마시지 말라!!
(가버리는)
김선 !!! (섭섭해 눈물 핑 도는데..)
궁녀 (사가에서 온) 어찌 저러실까요. 마마 섭섭하시게.
김선 .... (서러워서 쏟긴 탕약과 빈 사발만 물끄러미 보는데...)
S#15. 개경/ 궁궐/ 성문 앞 (낮)
김신 일행은 또 개선을 하였고.
부하1 문을 열어라~ 개선장군 김신 장군이시다~
S#16. 개경/ 궁궐/ 왕비의 처소 (낮)
왕여, 열패감에 김선 찾아와 이성 잃고 다그친다.
아무 장신구도 없이 단출한 모습의 김선이 파리하게 서 있다.
왕여 그대의 오라비가 또 개선을 하였구나. 그대는 우리 둘 중 누가 살았으면 좋겠느냐.
김선 폐하..!
왕여 대답해 보거라. 아님 이미 계산이 선 것이냐.
하긴 그대는 내가 살든 오라비가 살든 잃을 것이 없구나.
김선 (눈물 핑 돌아) 못나셨습니다.
왕여 죽고 싶은 것이냐!! (김선의 장신구도 없이 단출한 모습에)
꼴은 왜 그런 것이냐. 이미 그대 마음엔 초상이 났구나....
김선 (슬픔 차올라, 눈물 툭, 툭 떨어지고)
왕여 나는 이제 알 수가 없다. 변방의 오랑캐가 적인지 니 오래비가 적인지.
김선 (담담하나, 맺히게) 박중헌이 적입니다.
왕여 !!!
김선 (굴하지 않고 보면)
왕여 선택해라. 내 여인으로 살지, 역적의 누이로 죽을지.
김선 !!
S#17. 개경/ 궁궐 (낮)
화살 맞고 죽어가는 김선의 마지막 모습에서..
S#18. 도깨비 집 앞/ 계단 (낮)
뭔가 모를 불안한 느낌에, 눈빛 깊어 앉아 있는 저승의 모습에서...
도깨비E 오래 오래는 아니었지만
S#19. 다시, 도깨비 집/ 거실 (낮)
담담히 이야기 듣고 있는 써니의 모습으로...
도깨비 행복한 순간도 있었던 듯 싶고.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에도... 그 멍청이만 보고 있었으니까.
써니 ....!!!
도깨비 (보면)
써니 (기분 탓인가? 활 맞은 가슴 부위가 욱신거리는 것 같고, 식은땀도 나고, 하지만 참으며) 그럼, 왕은요? 그 왕도 환생 했어요?
도깨비 그건.. 모르지.
써니 어떻게 생겼는지 얼굴이라도 보고 싶네. 잘생겼어요?
도깨비 (픽) 그대가 내 여동생이라면 한결 같은 게 하나 있긴 있네.
써니 근데요, 왜 꼭 다 기억하는 사람처럼 애틋하고 절절하게 얘기하죠?
마치 생이 그때부터 쭉.. 이어지고 있기라도 한 사람처럼?
도깨비 (보다가) 안 믿겠지만, 그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왔으니까.
써니 !!!
도깨비 (보면)
써니 안 믿을 거 안다니까 하는 얘긴데, 전생을 믿어서가 아니라 홍시 꽃신 비단
때문에 와 봤어요. 그런 거 못 해준 게 한으로 남았나 싶고..
미친놈인 건 확실한데 곱게 미쳤네 싶고. 그래서 좀 짠했네요.
도깨비 이럴 때 보면, 선이가 맞는 것도 같고.
써니 전생에 오라버니였다고 이렇게 갑자기 말 놓고 그러지도 말구요.
도깨비 (쩝..)
써니 지방 사는 형제도 간만에 보면 어색한데 생을 건너 온 오라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갑자기 어떻게 반가워하겠어요. 그러니 너무 서운해 하지도 말구요.
도깨비 ....
써니 실례 많았어요. 그럼. (가며) 이 남잔 나와 보지도 않네. (간다)
도깨비 (그런 써니 뒷모습 보는데...)
S#20. 도깨비 집 앞 (낮)
또각 걸어가는 써니. 그러다 걸음 멈춘다.
보면, 일각에 쓸쓸히 서서 그저 그런 써니 보고만 있는 저승이다.
써니 (그런 저승 보다가, 그대로 걸어간다. 가다가 휙 돌아보면)
저승 ... (그저 보는)
써니 잡지도 않을 거면서 왜 보고 있어요?
저승 잡아도 되나요?
써니 잡으면요. 그 다음엔. 우리 어떻게 되는데요?
저승 ...
써니 (밉게 보다가 발걸음 돌리는) 못 났다 진짜. (괜히 더 속상하고)
저승 ... (그저 멀어지는 써니만...)
S#21. 도깨비 집/ 테라스 (낮)
도깨비, 멀리 풍경 보며 앉아 있다.
도깨비 ...너인 것이냐, 아닌 것이냐. (심란한 얼굴인데)
저승 (옆에 와 앉는다)
도깨비 잘 갔어?
저승 그 여인은, 늘 참 잘 가...
도깨비 (끄덕하고) 괜찮아?
저승 뭐... (사이) 궁금한 게 있는데 그 족자 말이야. 누가 그린 거야?
도깨비 ...왕여가.
저승 ..!
도깨비 누이의 모습이지만 그 자가 본 모습이고, 그 자의 한, 죄, 그리움이
담겼지 그 족자는. 아마도 그것이, 그 자의 마지막 행보가 아니었을까 싶다.
저승 그렇게 다 죽여 놓고?
도깨비 ...그렇게 다 죽여 놓고.
자신들의 운명을 모른 채 쓸쓸히 앉은 두 남자고...
S#22. 도깨비 집/ 2층 은탁 방 (밤)
은탁, 욕실에서 손 닦고 나온 듯 핸드크림 바르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는 듯 일각의 패딩 챙겨서 방 나간다.
S#23. 치킨 집 (밤)
‘CLOSED’ 팻말 걸린 문이 벌컥 열리며, 은탁 들어오면, 아니나 다를까 써니 일각 테이블 위에 엎드려 아파하고 있다. 은탁, 그대로 패딩 벗으며 다가가 패딩으로 써니의 몸 감싼다.
써니 알바생..? (식은땀 흘리고 있다)
은탁 네 저예요. 이러고 계실 거 같아서.
써니 전생 뭐 아무 것도 아닌 줄 알았는데 믿지도 않는데
그 집 벗어나니까 몸살처럼 온몸이 아픈 거 있지.
은탁 많이 힘들면 말씀하세요. 병원 가요.
써니 아니. 집에. 아무 것도 없는데 자꾸만 여기가 아파. 아니, 더 깊은 곳이 아파.
무정한 누군가가 심장 속을 걸어가. 그래서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아.
은탁 (마음 아프고, 급한 대로 자기 옷소매로 식은 땀 닦아주고) 가요.
(덮은 패딩에 팔 꿰어주며) 밖에 추워요.
S#24. 옥탑방 1층 계단 (밤)
은탁, 정신 혼미한 써니 단단히 부축하며 계단 오르는데,
옥탑 계단 내려오는 시꺼먼 남자. 페도라 들고 출근하던 민재다.
민재 (알아보고) 어?
은탁 !! (저승사자다. 알아보고)
써니 왜.. 아, 옥탑방 사시는 분이야.
은탁 아 네.. 계단 조심하세요.
(사자랑 눈 마주치지 말라고 눈 가려주고 부축해 들어가는데)
민재 (보다가) 아랫집 여자가 도깨비 신부님이랑 지인이었다니. 세상 참 좁다 좁아. (가고)
S#25. 써니 집 (밤)
침대에 모로 누워 열병 앓듯 끙끙대는 써니. 활 맞았던 가슴께 답답하다.
은탁, 곁에서 물수건 갈아주고 병간호 하는데.
써니 (그저 물끄럼.. 은탁과 시선 안 마주치고) 그 사람 핸드폰에 있던데.
은탁 (?) 뭐가요?
써니 도깨비 내외.
은탁 !!! (물수건 짜다가 멈칫! 보면)
써니 오라버니라 주장하는 사람과 너야? 도깨비 내외가?
은탁 !!!
써니 ...말 안 해 줄 거지? 그 사람들 정체.
은탁 ...죄송합니다.
써니 ...그 사람도 말 안하겠지? 자기 정체.
은탁 ...죄송합니다.
써니 ...헤어져야겠지?
은탁 ...
써니 넌 그냥 사람이야?
은탁 (쓸쓸히 하하 웃고) 네.
써니 알았어.
은탁 (그런 써니 안쓰럽게 보는데..)
S#26. 책방 골목 (밤)
걱정스럽게 걷고 있는 은탁인데.. 뒤에 발소리 하나 더 물린다.
은탁, 천천히 걸으며 옆에 보면, 긴 그림자 하나. 은탁, 미소 지으며 돌아보면,
도깨비가 거리 둔 채 은탁 뒤에서 같이 걷고 있다.
은탁 뭐하세요?
도깨비 마중 나왔지.
은탁 어디서부터?
도깨비 니가 걸어 온 모든 걸음을 같이 걸었지.
은탁 아. 말 예쁘게 하는 것 봐. (예쁘게 웃는데)
Cut to.
나란히 걷는 도깨비와 은탁.
은탁 사장님 인생도 참....
도깨비 (보면)
은탁 저야 태어났을 때부터 이상한 나라의 지은탁이었으니
귀신을 보든, 도깨비가 나타나든, 저승사자를 맞닥뜨리든 이상할 게 없었는데.
사장님이야 말로 인생에 진짜 이상한 장르가 낀 거잖아요.
전생에 오빠였단 사람은 도깨비고, 좋아하는 남잔 저승사자고,
알바생은 귀신이나 보고. 가게에 손님보다 귀신이 더 많을 때도 있다니까요?
도깨비 (그저 듣는)
은탁 전생 대체 뭘까요.
도깨비 그저 지나간 생이지.
은탁 나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느 순간에 김신씨 인생에 잠깐 머물다 갔을까요?
도깨비 (보며) 글쎄.
은탁 우리 사장님이 진짜 아저씨 여동생이었음 좋겠어요. 사장님 진짜 좋은 분.
도깨비 아니던데.
은탁 역시 남매는 전생에나 현생에나 티격태격인가.
아 나도 김신씨 같은 오빠 있었음 좋겠다. 아! 나 오빠 있지. 태희오빠!!
도깨비 (빡!!!) 너 아주 그러다 나중에 어?
둘이 캐나다 가서 소 사주러 그 레스토랑 가겠다? 어?
은탁 아 제 단골집이요?
도깨비 두 번 가놓고 단골집은 무슨 니 단골집이야! 나 거기 50년 전부터 다녔어!
은탁 딴 사람이랑은 안 갈 건데. 아저씨랑 갈 건데.
도깨비 웃기시네! 가던데! (흥! 삐쳐서 앞서 가면)
은탁 내가요? (따라가며, E) 진짜요? 언제요? 그건 어떻게 아는데요?
S#27. 설렁탕집 (다른 날 낮)
덕화, 도깨비 끌고 들어오며 바로 주문한다. 도깨비 풀 죽어 있다.
덕화 여기 얼큰한 걸로 두 그릇 주세요!
(일각 테이블에 도깨비 앉히며) 한 술만 뜨자. 어? 속이 확 풀릴 거야.
도깨비 그 새파란 놈은 오빠고 나는 아저씨고.. 기왕 죽을 거 좀 일찍 죽을 걸..
좀 새파랄 때..
덕화 애는 잘생겼어? 못생겼으면 왠지 더 자존심 상하잖아.
도깨비 (절레절레) 풋내기지.
덕화 (끄덕끄덕) 잘생겼구나. 은탁이가 아직 어려서 얼굴 보나 보네.
(절레절레) 은탁이도 나이 먹으면 알게 될 거야.
도깨비 (반색) 그치?
덕화 진짜 얼굴이 중요하단 걸.
도깨비 (빡!)
알바생 맛있게 드세요. (설렁탕 두 그릇 놓고 간다)
덕화 (숟가락 쥐어주며) 오늘 설렁탕은 오빠가 쏩니다. 아저씨는 많이 드시고 파이팅!
하는데, 띵동- 문자 왔다. 보면, 은탁이다.
‘오빠^^ 저 알바가 늦게 끝나서 15분 정도 늦을 거 같아요 ㅠㅠ’
도깨비 ..오빠? (하, 참, 하며 설렁탕 한입 신나게 먹는데)
바로 문자 하나 더 온다. ‘헐 잘못 보냈음. 죄송.’과 동시에,
도깨비 뒤 창문 너머로 우르릉 쾅! 번개 친다!
덕화 (수저 든 손 덜덜..) 그러지 마.. 우리 우산 없어..
도깨비 내가 내일 아주 가나봐라!
덕화 어딜?
S#28. 은탁 학교/ 교실 (다음 날 낮)
아이들 다들 친구들끼리 사진 찍고 꽃다발 주고 난리 났다.
은탁, 뻘하니 앉아 있고. 사복 졸업식이다. 모두 정장하고 왔다. 은탁도 사복 차림이다.
그때, 은탁의 핸드폰 울린다. 모르는 번호다. 은탁, 액정 보는데,
반장E 내 번호야.
은탁 ! (시선 들면, 반장이다) 너 내 번호 어떻게 알았어?
반장 새 학기가 시작되면 반장한텐 비상연락망이란 걸 준단다? 넌 받아본 적 없겠지.
3년 내내 내가 반장이었으니까.
은탁 아.
반장 졸업 축하해. 가끔 전화하자.
은탁 (!) 그래. 너도 축하해. (살짝 웃는데)
담임 (들어오며) 자 다들 착석.
아이들 (각자 자리에 앉는다)
담임 사복들 입으니 의젓하네. 3년 동안 모두 수고했어. 물려준 교복은 후배들한테 잘
전달할 거고, 담임 얘기 길게 해봐야 지루할 테니까 여기서 끝. 졸업들 축하한다.
아이들 (오~ 환호하고)
담임 자 부모님들 들어오셔서 고생했다 축하한다, 안아 주세요~
(E) 수진이 어머니 어서오세요. 아우 지수 어머니 안녕하셨어요.
학부모들 (들어와 아이들에게 꽃다발 전달해주고 뭉클하게 안아주는데..)
은탁 (늘 그랬듯 안아줄 사람 없어 뻘쭘하니 그저 창밖만..)
그때, 또각또각 구두 소리에 왁자하던 교실에 있던 사람들 시선 한 곳으로 쏠린다.
멋지게 차려 입고 꽃다발(목화꽃) 든 삼신이다. 삼신, 은탁에게 가 멎더니 따뜻하게 안아준다.
은탁 (어..??)
삼신 고생 많았어. 엄마가 엄청 자랑스러워하실 거야.
/ (화장실에서 시금치 줬던 삼신 떠올리고)
은탁 저를.. 왜.. 안아주세요??
삼신 (은탁 머리 쓰다듬으며) 이뻐서. (10년 전처럼 볼 꼬집) 너 점지할 때 행복했거든.
/삼신 (1부) 이뻐서. 너 점지할 때 행복했거든.
은탁 ..!!
삼신 쉿...! (꽃다발 주고) 졸업 축하해.
(하고 다시 또각또각 이번엔 교탁에 선 담임에게 가는)
담임 ?... (뭐야 저 이쁜 년은.. 하는 표정인데)
삼신 아가. 더 나은 스승일 수는 없었니? 더 빛나는 스승일 수는 없었어?
담임 ?? (하는데, 자기도 모르게 눈물 왈칵 쏟아지고, ?!!!)
삼신 (일갈하고 또각 또각 가면)
사람들 ??
담임 아 왜 이러지. 죄송합니다. (나가고)
은탁 (그런 담임 모습 보다가, 싱싱한 목화꽃다발 물끄러미 보다 새삼 스스로의 인생이
신기한 듯 눈물 핑 도는데)
S#29. 은탁 학교/ 복도 (낮)
영문 모를 눈물 쏟으며 복도 걷는 담임이고, 마주 걸어오는 누군가, 도깨비다.
도깨비, 담임의 이상한 모습 건조하게 보며 스치는데, 그 순간!
도깨비 !!!
/도깨비 (3부) 백년에 한 두 명, 전생과 같은 얼굴로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도깨비 (담임의 멀어지는 뒷모습 보며 무언가 떠올리는데..)
S#30. (과거회상) 100년 전, 조선/ 주막 (낮)
조선 후기(1860년경, 철종12년)의 어느 주막. 야외 평상에 시종과 마주 앉아 있는 도깨비.
그때 주모가 국밥 상 내온다. 보면, 현재의 담임이다.
담임 맛있게들 자셔요. 으그 추워. (가면)
도깨비, 건조하게 그런 주모 보는데 늘 그랬듯 인간의 미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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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1인칭(담임 시점)으로 교실 둘러보는 누군가(담임)의 시선.
처음 보는 이상한 복식, 가방, 머리스타일, 고철들(핸드폰, 카메라 등) 펼쳐진다.
바로 2016년의 서울. 어느 여고 교실 풍경이다. 주모 또한 이상한 복식과 머리스타일이고.
어른들이 10대 후반의 여자애들을 안아주고 있다. 그 중 한 여자애(은탁)의 얼굴은
한 여자(학부모)가 든 꽃다발에 가려져 보일락 말락, 반 밖에 안 보인다.
/다시, 조선.
도깨비 (처음 본 희한한 풍경에 놀란 눈으로 주모 보는데)
시종 어찌 그러셔요 나으리. 무에 불편하셔요?
도깨비 아니다. (국 뜨며) 이젠 하다하다 저 먼 생도 앞서 보는구나.
시종 먼 생이요? 얼마나 먼 생이요 나으리?
도깨비 분명 조선말을 쓰는데 ‘미리가’(美理哥-미국) 말이 섞인 것이, 세계가 하나라도
된 것인가.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그뿐이 아니다. 벼루 반만 한 고철을 갓 태어난
아기 대하듯 어루만지고, 연모하는 이를 대하듯 소중히 지니는 구나.
시종 무슨 말씀인지 저는 도통...
도깨비 시꺼멓기도 하고 시퍼렇기도 한 그것이 아주 널리 쓰일 모양이다.
기억하거라. (핸드폰 모양 손으로 그리고, S∧MSUNG) 이렇게 생겼다.
투자할 일이 생기면 크게 하거라.
시종 (눈 반짝) 예 나으리.
S#31. 다시 현재, 은탁 학교/ 복도 (낮)
도깨비, 열린 교실 문 들여다 보면,
학부모들과 아이들 섞여 핸드폰으로 사진 찍고, 즐겁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그 순간, 한 학부모의 꽃다발에 가려져있던 얼굴 드러나는데,
도깨비 !!!
은탁이다. 그 순간 깨닫는다! 그때 본 주모의 환생 속에 은탁이 있었던 것이다!
도깨비 하.. (자기도 신기한 느낌에 웃는데) 머물다 갔네. 너도 모르던 순간에.
그 순간, 도깨비 발견한 은탁, 빙긋 웃으며 도깨비에게 잘잘하게 손 흔들고...
우리가 우리로 만날지도 몰랐던 그 때에, 우리는 어떻게든 스쳤구나.. 미소로 화답하는 도깨비고.
S#32. 은탁 학교 일각 (낮)
은탁, 꽃다발 든 채 도깨비와 나오는데,
도깨비, 은탁의 손목 잡아 꽃다발로 은탁 얼굴 가렸다 치웠다 한다.
은탁 뭐하시는 거예요?
도깨비 신기해서. 어떻게 그때부터 너를 보았을까.
은탁 언제요? 아까 교실이요?
도깨비 아니. 훨씬 더 멀리서. 있어. 이상하고 아름다운 어떤 일.
은탁 (픽, 자기 얘긴 줄 알고) 구체적으로 뭐요?
도깨비 조선 후기 철종 12년, 만났더구나.
은탁 (?) 누굴요?
도깨비 첫사랑을.
은탁 아놔 이 냥반이. (빡!) ‘안물안궁’이거든요?
도깨비 그건 어디 나오는 글귀냐. 논어도 아니고 맹자도 아닌 것이.
은탁 갤에 나옵니다 갤에. 안 물었다고. 안 궁금하다고요!
도깨비 난 궁금하다. 이 꽃, 어디서 난 것이냐. 혹시 태흰가 뭔가 그 자식이,
은탁 태희오빠 안 왔고요, 왔으면 같이 있지 그냥 안 보냈고요, 저한테도 주로 풀
같은 거 주시는 지인이 다 있고요, 놀지 마시고 사진이나 좀 찍어 주시고요,
(도깨비에게 카메라 쥐어주고 꽃다발 챙기며)
반셔터 알아요? 반셔터? 여기 이 버튼을 반만 누르면 포커스가 잡히면서,
도깨비 알아.
은탁 오, 의왼데.
은탁, 꽃다발 들고 교정 어딘가에 어색하게 서서,
은탁 와 저 졸업 기념사진 한 장두 없는데 드디어 찍네요. 평생 간직해야지!
(해맑게 웃으면)
도깨비 넌 뭐 사진 한 장에도 사연이, 이래서 사진 찍어 주겠냐? 움직이지 마.
말은 그랬지만 도깨비, 뷰파인더 속 은탁 얼굴 행복하고, 또 슬프게 바라본다.
찰칵, 찍히는 은탁의 아름다운 고교시절 마지막 모습이다.
은탁 아! 하나둘셋! 하고 찍어야지 그냥 찍는 게 어딨어요! (하며 오는데)
도깨비 그렇게 안 찍어도 예뻐. (카메라 주면)
은탁 (좀 좋고) 치. (하며 도깨비 손에 자연스럽게 꽃다발 쥐어주고 카메라 챙기며)
우리 학교 되게 좋죠. (카메라에 학교 담으며)
되게 싫은 것도 몇 개 있었는데 (하고 어딘가 보면)
수진, 수진모와 뭐가 골이 났는지 서로 신경질 내고 있고,
은탁 되게 좋은 것도 있었어요. (보면)
반장, 가족들과 사진 찍고 있다.
은탁 좋은 것들은 원래 좀 늦게 찾아오나봐요. 아저씨처럼.
도깨비 일찍 왔는데 몇 반인지 몰랐어.
은탁 하하. 말구요.
도깨비 혼자 왔다고 섭섭해 하지 말고. 덕화는 출근했고, 저승 그 자는 심기가 매우
불편한 중이라. 다들 축하는 한대.
은탁 그럼 저 두 분은 누구죠?
보면, 저승과 써니, 저 멀리에서 이미 마주쳐 있다!!
도깨비 저 둘은 졸업식에 온 게 아니라, 졸업식에 올 누군가를 보러 온 거 같은데.
은탁 오 대박. 그럼 우린, 아저씨 문! 문! 오픈!
은탁, 도깨비 손 탁 잡고 뛴다. 둘은 그렇게 어딘가로 사라지고..
써니와 저승 말없이 서로 보다가,
저승 졸업.. 축하하러 오셨나 봐요.
써니 그건 핑계구요. 딴 사람 보러요. 다행히 내 앞에 서 있네요.
저승 !!...
써니 얼굴 보면 결심이 설 것 같아서 와본 건데.
얼굴 보니까. 그냥.. 좋네요.
저승 !!..
S#33. 카페 (낮)
마주 앉은 써니와 저승.
써니 전에 한다던 조사는요. 끝났어요? 왜 내용 공유 안 해요?
난 그거 들으러 온 걸로 할 건데.
저승 (!...) 아직.
써니 그럼 다음번엔 조사 마치고 반지 돌려받을 겸 마주치는 걸로 하죠.
이건 우리 알바생 갖다 줘요. 그러려고 사온 거니까. (꽃다발 주는)
저승 (받고, 자기 꽃다발 주면)
써니 이걸 왜 날 줘요.
저승 그러려고 사온 거라서.
써니 !!!
저승 제가 누구든, 한 번쯤은 꽃이란 걸 주고 싶어서. (슬픈 미소)
써니 (그런 저승 보다가..) 누군데요 김우빈씨?
저승 !!... (보다가) 믿지 않으시겠지만, 저도 잘 모릅니다. 내가 누군지.
써니 그 댁 분들은 주로 믿을 수 없는 말을 하고 믿을 수 없는 존재들인가 봐요?
저승 ....
써니 이 관계 정말 답 없네요. 안 그러길 바랬는데 결론이 자꾸 비극 쪽이네.
저승 !!!..
S#34 써니 집 (밤)
써니, 저승에게 받은 꽃다발, 화병에 꽂아 두었다.
물끄러미 화병의 꽃 보는 써니고...
S#35. 도깨비 집/ 거실 (밤)
은탁, 카메라 속 자기 자신 모습 바라보고 있는데, 도깨비 무언가 테이블에 놓으며 일각에 앉는다.
도깨비 선물. 이제 졸업도 했고 어른이고 하니 필요한 데 써.
은탁 (보면, 통장이다) 이거 아직 못 써요. 이거 법적으로 우리 이모 허락 있어야 해요.
도깨비 그래서 법적으로 양도 받았어. 이제 니 거야.
은탁 (!) 진짜요? 우와 어떻게요? 아.. 감사합니다.
도깨비 내가 아니라 엄마가 주시는 거야. 나야 대신 전해주는 거고.
은탁 그래도 감사해요. 아.. 어떡해.. 나 이거 한 푼도 못 쓸 거 같은데.
엄마가 준 거 아까워서 하나도 못 쓸 거 같은데.
도깨비 필요한 데 써. 그러길 바라실 거야. 엄마 없이 이 세상을 혼자 살아갈 아홉 살짜리
딸을 생각하며 남긴, 간절한 기도 같은 거였을 테니까.
은탁 (눈물 핑 돌아, 끄덕 끄덕하고) 근데 우리 이모네는요? 잘 지내요?
S#36. 구치소 앞 (다른 날 낮)
이모네 식구들 구치소 나온다.
경식 아 추워.
경미 아 얼굴 땡겨. 로션 그지 같은 거 썼더니.
이모 아 왜 지은탁 그게 생각이 안 나가지고. 아 이년을 어디가서 찾지.
경식 이젠 못 찾지. 졸업도 했을 텐데.
경미 대학 붙었겠지. 인 서울 뒤지면 나올 거야. 공부 잘했잖아.
이모 아 대학! 너 콩밥 좀 먹더니 머리 좀 돌아간다? 가자.
경미E 근데 그 돈 다 홀랑 쓴 거 아니겠지?
이모E 돈도 다 써 본 년이 쓰는 거야. 걔 그 돈 못 써. 지 엄마 생각나서. 찾기만 하면 돼.
멀어지는 이모네 식구들 뒷모습이고...
E (똑똑 노크 소리)
S#37.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도깨비, 나이트가운 차림으로 LP 고르던 중인데, 문에 반쯤 가려져 서 있는 저승.
저승 맥주 한 잔 할래?
도깨비 자야지. 표정 보니 좋은 결론은 안 났나봐? 기껏 자리 피해줬더니.
저승 나도 난데, 너도 너라.
도깨비 뭔 소리야?
저승 (....) 명부가 왔어.
도깨비 (!) ..유회장?
저승 아니. (문에서 완전히 들어온다. 손에 명부 들려있다) 기타누락자.
도깨비 !!!
저승 (명부 보이며) 2주 뒤 추락사야. 넌 안 보이겠지만.
도깨비 (뚜벅 뚜벅 오더니 명부 받아 본다. 하얗기만 한 명부,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고맙다. 알려줘서.
저승 그게 다야? 화 안내? 신 욕 안 해?
도깨비 이런 게 몇 번이고 몇 십번이고 찾아 올 텐데 그때마다 놀랄 수는 없지.
저승 ...그건 그러네.
도깨비 (씁쓸히 무언가 떠올린다)
/삼신 그러니까 검 뽑고 무로 돌아가. 평안 속으로.
안 그럼 그 아이 앞에 자꾸 죽음이 닥쳐올 거야.
그 모든 순간을, 막을 수 있겠어?
도깨비 막을 수 있을까.
/삼신 결국엔, 막지 못하는 순간이 올 거야.
그럼 은탁인 목숨을 잃고 넌 무로 돌아갈 기회를 잃게 돼.
또 다시 천년을, 혹은 불멸을, 살아 겪는 그 지옥을 넌, 살아가야 해.
어리석은 선택이야. 그러니까 검 뽑고 무로 돌아가. 슬프지만, 그게 최선이야.
도깨비 최선을 다 하지 않아 보려고. 좀 슬프긴 하네.
S#38. 도깨비 집/ 거실 (밤)
도깨비, 은탁과 마주 앉아있다. 테이블 위에는 하얀 백지의 명부 놓여있다.
은탁 (도깨비의 심각한 얼굴에) 무슨 일... 있어요? 이게 뭔데요?
도깨비 명부.
은탁 (!!) 누구요? 아저씨요?
도깨비 아니. 너.
은탁 (!!!) 저..요..? 저.. 죽어요? (하얗게 굳는데)
도깨비 지금부터 내 얘기 잘 들어. 그동안 너한테 숨겼던 이야기야.
은탁 !!!
도깨비 너한테 아무것도 숨기지 말랬는데, 그래도 숨겼던 이야기야.
근데 이제 더 이상은 숨기면 안 될 것 같아서 말해 주려고 해.
은탁 !!!
도깨비 너는, 내 검을 뽑지 않으면 니가 죽어. 그런 운명을 가졌어.
니가 도깨비신부로 태어나면서부터.
은탁 !!!
도깨비 니가 검을 뽑지 않으면 자꾸 자꾸 죽음이 닥쳐 올 거야. (명부) 이렇게.
은탁 !!!
도깨비 (보면)
은탁 그러니까 내가 아저씨 검을 뽑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죽는다구요? 계속 계속?
도깨비 (끄덕)
은탁 혹시 그럼 그 동안, 그 사고들,
도깨비 음. 납치당했을 때, 스키장에서 너 쓰러졌을 때, 니가 모르는 면접날 있었을
대형사고, 그리고.. 내가 널 죽일 뻔 했을 때.
은탁 !!!
/ (7부 엔딩-도깨비의 손에 의해 휙 날아가던 은탁)
은탁 (!!!) 하.. 신은... 아저씨한테도 나한테도 너무 가혹하네요. (눈물 핑 돌고)
도깨비 (그저 은탁 보는데...)
S#39. 도깨비 집/ 2층 은탁 방 (밤)
은탁, 침대에 허망하게 그저 누워 있다..
은탁 뭔 놈의 운명이 참... (눈물 한 줄기 툭 떨어진다..)
S#40. 도깨비 집/ 도깨비 방 (여러 날)
은탁 아저씨. 그냥 내가 죽을래요. 아저씨는 계속계속 살 테니까 내가 환생해서
아저씨 만나러 올게요. 여기 꼭 있어요. 내가 찾아올게요. 약속할게요.
도깨비 그럴까.
Cut to.
은탁 아저씨. 그냥 검 뽑읍시다. 나 죽으면 아저씨 혼자 영원히 살아야 하잖아요.
신부가 안 나타날 수도 있잖아요. 내가 그냥 검 뽑아 줄게요. 그게 좋겠죠.
도깨비 그럴까.
Cut to.
은탁 아저씨. 그냥 우리 같이 죽어요. 그게 좋은 거 같아요. 한 날 한 시에.
누구 하나 혼자 남지 않게. 누구 하나 맘 아프지 않게.
도깨비 지은탁. 나 봐.
은탁 (보면)
도깨비 너 안 죽어. 안 죽게 할 거야. 내가 막을 거야. 내가 다 막을 거야.
은탁 (흐흑 눈물 터지면)
도깨비 (그런 은탁 꼭 안아주는데...) 미안해. 이런 운명에 끼어들게 해서.
하지만 우린 이걸 통과해 가야해.
어떤 문을 열게 될지 모르겠지만, 니 손 절대 안 놓을게. 약속할게.
그러니까 날 믿어. 난 니가 생각한 것보다 큰 사람일지도 모르니.
은탁 (도깨비의 품에서 흐흑.. 울움 터지고...)
S#41. 도깨비 집/ 거실 (다른 날 낮)
은탁 외출하려는 거 막으려는 도깨비.
도깨비 어디 가. 너 지금 위험하다니까.
은탁 어디 가긴요. 알바 가야죠.
도깨비 내 말을 뭘로 들은 거야.
은탁 다 잘 알아들었어요. 그치만 계속 이렇게 집에만 갇혀서 살 순 없어요.
이 집에 갇혀서 덜덜 떨면서 오래 살면, 그건 사는 게 아니니까.
도깨비 !!
은탁 내일 죽더라도 전 오늘을 살아야죠. 알바를 가고, 대학교 입학 준비를 하고,
늘 걷던 길을 걷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고요.
도깨비 !!!
은탁 그게.. 삶이라는 거니까.
도깨비 !!!
은탁 그러니까 아저씬 죽어라 저 지켜요. 전 죽어라 안 죽어볼라니까.
나, 아저씨 믿어요.
도깨비 !!!
은탁 엄마가 날 어떻게 낳았는데요. 내가 어떻게 붙은 대학인데요.
살 이유가 너무 많아요. 그 중에 도깨비씨가 특히 절 살게 하고요. (웃는)
도깨비 (!!!) 알았어. 알았으니까 위험하다 싶으면 꼭 나 소환해.
어디 높은 데 절대 가지 말고. 알았어?
은탁 아 추락사랬지. 네. 걱정 마세요.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가는)
도깨비 (걱정스런 얼굴로 닫힌 문 오래 보고 섰는데...)
S#42. 도깨비 집 여러 곳 (낮)
/여기
/저기 서성이는 도깨비. 은탁 걱정에 마음이 안 놓인다.
그때, 손끝에서 연기가 난다.
설마!! 지금 은탁이가 위험한 건가? 도깨비, 긴장 역력한데.
S#43. 거리/ 동네/ 여러 곳 (여러 날 밤, 낮)
/은탁 아니, 가로등이 깜빡깜빡하는 게 위험해서.
/은탁 아니, 저 남자 잘생겼잖아요. 잘생긴 남잔 너무 위험해서.
/은탁 아니, 저 옷 너무 심하게 예뻐. 예쁜 옷은 내 통장에 위험해서.
/은탁 아니, 아저씨 너무 보고 싶어서 숨이 안 쉬어져서 너무 위험해서.
피식, 웃어버리는 도깨비. 은탁, 따라 히히 웃고.
도깨비 나도.
은탁 (크게, 다 안다는 듯 끄덕 끄덕)
도깨비, 속도 없이 행복하고. 그 순간, 길가에 서 있던 복숭아나무 마법처럼 활짝 꽃 터뜨리고.
은탁, 꽃 배경으로 서서 꽃보다 더 예쁘게 웃는데... 그 웃음 슬프고..
도깨비도 웃는데.. 역시 슬프고.. 그런 슬픈 운명 속의 두 연인인데...
Cut to. (밤)
힘겨운 얼굴로 걷는 써니. 저승의 정체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 써니, 무언가 엥?? 해서 보고 있다. 보면, 도깨비가 피운 복숭아꽃이다.
써니 이젠 별 게 다 보이네.. 하다하다 한겨울에 꽃핀 걸 보고 있는 거야 나 지금?
(꽃 보며) 얘, 너네 죽으려고 환장했니?
그러면서도 꽃 보는 써니고...
S#44. 도깨비 집/ 저승 방 (밤)
옥반지 물끄러미 보고 있는 저승이고...
그러다 슬픈 눈빛으로 반지 주머니에 넣더니, 외투 챙기고 페도라 챙겨 나간다.
S#45. 치킨 집 건너편 (밤)
치킨 집 간판 불 꺼져있다. 창가 테이블엔 치우지 않은 소주병 보이고..
저승, 페도라 쓴 채 건너편에서 그 모습 하염없이 보다가 쑥- 들어간다.
S#46. 치킨 집 (밤)
페도라 벗고 불 꺼진 치킨 집 안에 물끄러미 앉아 있는 저승이다..
테이블엔, 써니가 마시다 간 듯 소주병과 글라스, 무 안주, 그리고 핸드폰 놓여 있다.
저승, 반지 꺼내 아련하게 보다가 써니 핸드폰 옆에 가만히 놓으려는데,
부엌(뒷문에서 들어오는) 쪽에서 달칵거리는 문 여는 소리에 헉!! 놀라 반지 놓치고 만다!
엇! 반지는 데구르르 굴러가고, 써니는 금방이라도 들어올 것 같고,
반지 잡으려다 안 되겠어서 얼른 페도라 잡아 쓰는데,
바로 그 순간, 모습이 아주 사라지기 전 찰나의 그 순간,
홀로 들어오던 써니와 눈이 마주친,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써니, 아무 것도 못 본 듯 놓고 갔던 핸드폰 집어 들고 뒷문으로 나간다.
저승, 후.. 가슴 쓸어내리는데..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굴러간 반지 집어 드는데,
다시 문소리 들리고 써니, 다시 들어온다. 손엔, 꺾어 온 듯 복숭아꽃 가지 들려있다.
써니, 저승이 있는 방향으로 말없이 뚜벅뚜벅 걸어온다.
저승의 바로 코 앞까지 와 멈추는 써니.
저승, 긴장된 표정으로 그런 써니 바라보고만 있는데.
써니 키가 대략 184에 신발 높이 2센티 포함하면.. 대략 이 높인가?
하더니 복숭아 꽃가지로 허공 확 후려친다!! 그 순간, 휙- 날아가는 페도라.
페도라 벗겨지면서 저승 모습 그대로 드러나고!!!
저승 !!!!
써니 !!!!
저승 (외려 담담해져서 보는데)
써니 이게... 정체구나. 근데 여전히 모르겠다. 당신 뭐예요 대체?
저승 (보면)
써니 하... 미치겠다.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렇게 말도 안 되니까 또 모든 게
다 말이 되고,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는지, 왜 이름이 없었는지, 왜 그렇게 모든
게 오답이었는지.
저승 ..... (손 안의 옥반지 꼭 쥐어보는데...)
써니 나한테 뭔 짓 했었죠. 전에. 지금은 하지 마요. 그게 뭐든.
저승 네. 안 하겠습니다. 그냥, 들킬게요.
써니 뭔데. 당신 대체 뭔데!
저승 ..저는... 저승사잡니다.
써니 (!!!) 뭐라구요?!!
역시, 슬픈 운명 앞에 마주선 슬픈 두 연인이고...
S#47. 연희대학교/ 교정 (다음 날 낮)
은탁, 문자 찍으며 교정 걷고 있다.
[오티 아까 끝났고 수강신청은 방금 끝났고 지금은 캠퍼스 투어 중입니다^^]까지 찍었는데,
복수귀신 보고 싶어요 유유(ㅠㅠ) 해. 하트. 하트.
처녀귀신 사랑해요 하트 하트 해. 아 낭만적이야.
은탁 (끙.. 문자 전송하고 안 들리는 척 계속 걷는데)
복수귀신 나도 한 때 있었지. 따뜻한 봄날. 하지만 구천을 떠도는 지금은
한없이 깊고 어두워서 매일 매일 추운 겨울밤 속을 살고 있을 뿐이지.
은탁 !... (허나 계속 걷고)
복수귀신 니가 그 자식 딱 한번만 만나주면 좋을 텐데.
궁금한 거 딱 하나만 물어봐주면 좋을 텐데.
처녀귀신 궁금한 거 뭐? 너, 나 사랑하긴 했니? 뭐 그런 거? 아 낭만적이야.
은탁 (딱 멈춰서더니) 좋아요. 그 겨울밤 한번 끝내봅시다. 복수하러 가요.
어떻게 해줄까요. 그 자식.
S#48. 어느 대기업 건물 앞 (밤)
로비 문 앞에서 달칵 라이터 켜보는 손. 보면 은탁이다.
은탁 옆엔 복수귀신, 처녀귀신 붙어 서 있고.
처녀귀신 ..불 낼 거야?
은탁 유비무환이니까.
은탁, 라이터 불 잘 들어오는 거 확인하고는 맘 먹은 표정으로 회전문 들어가고.
S#49. 어느 대기업 건물/ 사무실 (밤)
직원들 거의 퇴근한 사무실. ‘팀장 박석훈’ 명패 보이고 말끔한 양복 차림의 한 남자 근무 중이다.
그 앞에 딱 와서 서는 누군가, 은탁이다.
석훈 (?) 무슨 일이시죠?
은탁 안녕하세요. 제가 돌아가신 아내분 일로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석훈 !!!
은탁 이정화씨요. 시간 괜찮으세요?
S#50. 어느 대기업 건물/ 야외 휴게실 (밤)
건물 옥상의 흡연구역 겸, 휴게실이다.
석훈 (먼저 걸어와 멈춰 서더니) 제 아내와는 어떻게..
은탁 용건만 간단히 말씀 드릴게요. 이정화씨가 전해달라는 얘기가 있어서요.
석훈 얘기하세요.
복수귀신 잘 지냈어? 희진이랑은 보기 좋더라?
은탁 잘 지냈어? 희진이랑은 보기 좋더라? 라고 하시네요.
석훈 (!!!) 누, 누가요?
은탁 아내분이요.
석훈 희, 희진이는, 어떻게..
복수귀신 집에 데려왔었잖아. 둘이 이백일 되는 날. 백 예쁜 거 사줬더라?
은탁 집에 데려왔었잖아. 둘이 이백일 되는 날. 백 예쁜 거 사줬더라?
석훈 !!!
복수귀신 내 보험금 받아서?
은탁 내 보험금 받아서? (복수귀신에게) 진짜요? 아놔 이 대목이 확 와 닿네?
석훈 !!!
복수귀신 그래서 그날 나 옥상에서 밀었니?
은탁 그래서 그날 나 옥상에서 밀었, (!!!!)
석훈 !!!!
/그 순간, 저승 책상의 은탁이 명부의 날짜가, 오늘 날짜(2017년 2월 17일 경)로 휙- 바뀐다.
은탁 (복수귀신에게) 지금 나한테, 뭘 시킨 거예요? 이런 전개면 곤란하죠.
석훈 (!!) 너 뭐야.
복수귀신 너 희진이랑 통화하면서 범행 모의한 거 내가 다 녹음해서 현관 신발장에 숨겨놨어.
은탁 아니, 희진이랑 범행 모의한 거를 신발장에 숨겨 놨으면 그거를 어? 경찰에
갖다 주고 이렇게 이렇게 해결을 해야지 이렇게 하면 어떡해요.
석훈 (!!!) 너.. 어떻게 알았어. 어디 보고 얘기하는 거야!!
처녀귀신 그래 너 시트콤으로 넘길 일을 왜 스릴러로 만들어. 니 남편 너무 무서워..!
은탁 이렇게 대책 없이 굴면 우리 다 죽는다고요.
복수귀신 난 이미 죽었어.
은탁 언니! 진짜 이기적이네! 나는. 나는!
석훈 너 미친년이야? 너 자꾸 어디 보고 얘기하는 거냐고!!
은탁 당신 부인! 당신이 죽인 당신 부인!!
석훈 너 이년!! 너도 죽고 싶지?! (험악하게 변하는 얼굴!)
석훈, 은탁, 죽일 듯이 위협적으로 다가오며,
석훈 어린년들은 조심성이 없지. 난간에도 막 올라가고. 안 그래?
은탁 아... 추락사. (난간으로 밀리며) 아 내가 남친 찬스 안 쓰려고 했는데...
우리 남친한테 얼마나 혼날지 걱정된다 진짜 아오!! (라이터 확 켜더니, 훅 분다)
그 순간, 석훈의 등 뒤로, 날카로운 푸른 불꽃 확 지나간다.
“악!” 비명 지르며 푹 쓰러지는 석훈. 석훈의 등에서 붉은 피 뿜어 나온다.
보면, 푸른 불꽃 이글거리는 물의 검 들고 서 있는 도깨비다!
도깨비, 물의 검 사라지게 하더니, 분노로 석훈 염력으로 확 당겨 목 움켜쥐고, 은탁 확 째려본다.
은탁 ...죄송해요...
S#51. 경찰서 앞 (밤)
퍽! 하고 경찰서 앞마당에 내동댕이쳐지는 석훈. 피투성이다.
도깨비 가서 인간의 벌을 받아. 내 벌을 받게 되면 넌, 죽는다.
석훈 (헐레벌떡 경찰서 안으로 뛰며) 제가 사람을 죽였어요!! 제가 아내를 죽였어요!!
도깨비, 사라지는 석훈 꽁무니 보고 있다가 확 시선 돌리면.
저만치 은탁 옆에 붙어선 복수귀신과 처녀귀신, 쫄아서 도깨비 보고 있고.
도깨비, 위협적으로 다가오는데.
복수귀신 미안합니다. 나는 그저 너무 말하고 싶어서... 억울하다고, 아프다고,
살려달라고, 도와달라고... 그때 못했던 말 다 하고 싶어서..
은탁 (마음 짠하고, 도깨비 앞 막아서고는) 미안하대잖아요.
도깨비 너 진짜, 너 방금 죽을 뻔 했어!
은탁 ...알아요. ...죄송해요. (하고) 언닌 얼른 좋은 데로 가세요.
전 혼이 나러 좀 가야 될 거 같으니까
복수귀신 도와줘서 고마워.. 들어줘서 고마워.. 잘 있어 은탁아.
복수귀신과 처녀귀신, 휙- 사라진다. 은탁, 손 흔들어주고 보면, 도깨비 여전히 빡친 얼굴이고...
S#52. 도깨비 집/ 거실 (밤)
도깨비, 문 열고 들어오고 은탁, 저자세로 따라 들어온다.
은탁 ..아직 화났어요? 화났겠죠? 화내겠죠?
도깨비 (휙 돌아보면)
은탁 (움찔 쪼는데)
도깨비 (그런 은탁 와락 안고) 화 안 났어. 걱정만 했지.
은탁 (!..) 아.. 근데 왜 난 혼나는 거 같지. 마음이 막 따끔따끔거려요.
도깨비 나만큼은 아닐 걸. 한 시간 상간에 지옥을 몇 번 오갔는지 모르겠다.
은탁 아 진짜.. 우리 참 불쌍하다..
도깨비 아니야.
은탁 아 진짜.. 그럼 불행한 건가?
도깨비 아니야.
은탁 그럼 아저씨 이제 저 혼내시는 거 끝났을까요?
도깨비 아니야.
은탁 대학생 되면 미팅도 많이 하고 엄청 짧은 치마만 입어야지?
도깨비 아니야!
은탁 히. (행복하게 안겨 있고...)
S#53. 카페 (다른 날 낮)
민재, 저승과 카페에 앉아있다.
민재 요새 얼굴이 핼쑥하십니다. 혹시 헬스하십니까?
저승 ..재밌냐.
민재 너무 우울해보이시니까 웃으시라고 한 소리지 말입니다.
저승 ..안 웃겨. 왜 보자고.
민재 아 네 그게 선배님 앞으로 기타누락자 서류가 두 건 이잖습니까. 근데 한 건만
올라왔다고 사유서 제출하시라고.. 선배님 사내 메일 너무 확인 안하신다고..
저승 후. (한숨 쉬고) 뭘 알아야 올리지.
민재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승 한 20년 됐나? 어떤 망자와 마주쳤는데 아무 정보가 없는 망자였어.
민재 어떤 망잔데요?
저승 아주 오래 이승을 떠돈 듯 했고, 두려움도 없어 보였어.
저승사자를 두려워하지 않은 망자는 처음 봐서 희한했지. 물론 놓쳤고.
괜히 보고 했다가 덤탱이 썼지 뭐. 그 한 장은 그 망자 서류야.
S#54. 치킨 집 (낮)
써니 없고 은탁 혼자 영업 준비 중이다. 테이블 위에 의자들 다 내리고 있다.
일각 테이블엔 동그랗게 모여 앉아있는 귀신들.
처녀귀신 뉴페이스야. 내가 전에 말한 그 구천 오래 떠돈 노하우 있다는.
은탁 (보지도 않고 의자 내리며) 아~ 아! 그!
처녀귀신 이 할아버지 말 엄청~ 재밌게 잘해.
20년 전에는 저승사자 만났었다가 도망친 적도 있대.
은탁 진짜요? (보면)
저만치 앞에 중헌 앉아있다!!! 죽을 당시 복색에, 머리는 헝클어져 기괴하다.
중헌 (은탁 보며 웃고) 반갑다. 니가 그 도깨비신부구나.
미묘하게 웃고 있는 중헌과 다가올 일을 모르는 은탁의 얼굴에서,
11부 엔딩!!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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