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 12
12부-2고
S#1. 치킨 집 (낮)
11부 엔딩에 이어..
처녀귀신 뉴페이스야. 내가 전에 말한 그 구천 오래 떠돈 노하우 있다는.
은탁 (보지도 않고 의자 내리며) 아~ 아! 그!
처녀귀신 20년 전에는 저승사자 만났었다가 도망친 적도 있대.
은탁 진짜요? 나도 아홉 살 때 비슷한, (하며 시선 돌리다, !!!)
저만치 앞에 중헌 앉아있다!!! 죽을 당시 복색에, 머리는 헝클어져 기괴하다.
은탁 !!...
처녀귀신 이 어르신 말을 엄청~ 재밌게 잘해. 듣다 보면 홀린달까?
중헌 반갑다. 니가 그 도깨비신부구나. (하며 웃는데, 혀가.. 새까맣다!)
미묘하게 웃고 있는 중헌과 다가올 일을 모르는 은탁의 얼굴에서,
은탁 예 저도. (평범하게 인사하고, 테이블에 둘러 앉아있는 귀신들 보며)
자 그만. 남의 영업집에 이러고 죽치시면 올 손님도 안 와요.
이제 장사해야 되니까 다들 나가주세요.
처녀귀신 냉정한 기집애..
은탁 언니부터요. 빨리 빨리!
처녀귀신 불친절한 기집애..
귀신들 밖으로 쫓아내고 돌아서는데 표정 굳는 은탁.
중헌의 느낌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S#2. 도깨비 집/ 2층 은탁 방 (밤)
옷장 열어놓고, 외투 주머니란 주머니에 라이터와 성냥 꼼꼼히 넣고 있는 은탁.
다 넣고, 책상에 와 앉으며 갸웃,
은탁 느낌이 좀.. 호러 인생 20년에 그런 건 처음 본단 말이지...
/중헌의 까만 혀와, 까만 손톱. 붉어야 할 곳들이 검다.
은탁 (중헌 떠올리고 몸서리치며) 으. 까먹자 까먹자.. (앞에 놓인 노트 반사적으로
탁탁 넘기며) 바빠 죽겠는데 귀신까지 신경 쓸 틈이 없다.
은탁, 노트에 붙여놓은 대학시간표 보면서 펜으로 타임테이블 끼적여보는데,
은탁 주 4일로 요렇게 몰면, 알바 시간을 좀 밀어야하는데..
펜 꼭지 꼭꼭 물며 계획 짜다가 문득 뭔가 생각이 난 은탁.
노트 앞장 막 넘겨보면, 도깨비의 유서 옮겨 적은 페이지 나온다.
은탁 하, 연서? 새삼 빡치네. 남은 사느라 바빠 죽겠는데 연서어?
S#3. 써니 집 (밤)
써니, 혼자 작은 테이블에 오도카니 앉아 소주 마시고 있다. 안주는 또 절인 무다.
일각의 화병엔 저승에게 받았던 꽃, 시든 채로 꽂혀있고 저승 후려쳤던 복숭아꽃가지도 꽂혀있다.
/저승 저는.. 저승사잡니다..
써니 (소주잔에 소주 따른다) 만나고 싶다, (한 잔 마시고) 안 만나고 싶다,
(또 한 잔 따라서 마시고) 만나고 싶다. (마지막 잔 따르고)
소주병 탈탈 털어보는데 마지막 잔이고.
써니 어떻게 맨날 일곱 잔 딱 떨어지지.. (마지막 잔 홀짝 마시고) 이렇게 일곱 잔 딱
떨어질 걸 알면서도 나는 만나고 싶다, 로 시작했네. (다시 무 집어서 접시 위에
옮겨 놓으며) 만나고 싶다, 안 만나고 싶다, 만나고 싶다...
그 밤, 써니의 답을 정해놓은 질문 같은 점치기는 계속 되고...
S#4. 백화점/ 남성화 매장 (밤)
검은 구두 여러 켤레 놓여있고, 동기 이것저것 신어보고 있다.
저승 옆에 앉아서 대화중이다. 둘 다 사복차림이다.
저승 넌 복숭아꽃.. 맞아 본 적 있어?
동기 (신발에만 신경 쓰며) 있지. 무당집 갔다가 한번 된통 맞았지. 흉 오래 간다 그거.
저승 아까 거가 낫다.
동기 그지.
저승 근데 넌 기억을 찾고 싶다는 생각한 적 없어?
동기 (신발끈 묶던 손 멈추고, 그저 그대로) 없지. 잊은 기억이라는 게 뭐야.
없는 기억과 마찬가지 아니야? 애초에 없었던 걸 왜.
/ (예뻤던 써니의 모습만...)
저승 나는 그게 그립네..
동기 (....) 그러지마. 우리 다 죄인이야. 그 그리움 뒤에 뭐가 따라올지 알고.
/ (죽어가던 김선의 모습만..)
저승 ...알아. 아는데도... 이 그리움의 한발 한발이 어디에 가 닿을지 너무 두려운데도..
나는 자꾸 그게 그립네...
쓸쓸히 앉은 두 저승사자고....
S#5. 도깨비 집/ 주방 (밤)
전처럼, 도깨비는 구운 계란 만들고 저승은 병맥주 차게 식히고 있다.
저승의 옆엔 이미 빈 맥주 병 여러 개 놓여 있다.
도깨비 (구운 계란 놓아주며) 어째 오늘 술이 과한 느낌이다?
저승 (찬 맥주 놓아주며) 나 들켰어. 저승사잔 거. 써니씨한테.
도깨비 (맥주 마시다 콜록) 잘한다 잘해.
저승 (시름겹고) 이 한겨울에 복숭아꽃가지가 어디서 났을까.
/ (11부-은탁과 행복했던 한때, 활짝 피웠던 꽃가지)
도깨비 (뜨끔) 그러게.
저승 이제 어떡하지. 많이 혼란스러울 텐데.
도깨비 뭘 어떡해. 기왕 이렇게 된 거 손이나 더 잡아봐. 거기 내 얼굴 있나 없나.
저승 나 들켰다니까?
도깨비 들킨 김에 막 잡아봐. 거기 내 얼굴 있나 없나.
저승 (빡!) 니가 뭘 몰라서 그러는데 전생 볼 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누가 억지로 밀어 넣듯 들어온다고. 순식간에. 그림에서만 봤던 얼굴이
생기를 얻으니 너무 아름다워 가지고 정신이 하나도 없, (헉!)
도깨비 (빡!) 내 누이다.
저승 ...어가지고. 어리고 어리석어 보이는 얼굴 하나는 봤어. 그 어린 왕.
도깨비 (!!) ...그 멍청이 생각만 했나보네, 우리 못난인. 오라비는 안중에도 없지.
저승과 도깨비, 말없이 맥주 넘기는데.
그런 두 사람 등 뒤로, 은탁, 노트 꼭 안고 저승 방문 앞으로 가 노크 하는데,
저승 (보지도 않고) 나 여기 있어. 왜.
은탁 ? (휙 둘러 보다, 저승과 나란히 앉은 도깨비 뒷모습 발견하고, 헉! 노트 숨기며)
아니에요. 다음에요. (후다닥 계단 올라가려는데)
도깨비 (염력으로 휙- 은탁 품안에 있는 노트 날아가 도깨비 손에 턱!)
은탁 어! (달려오며) 아 내놔요! 아 왜 남의 노트를 보고 난린데요! (뺏으려는데)
도깨비 (손 높이하고 휘휘 넘기는데, 어느 페이지에 시선 멎는다)
아 왜 남의 노트에 내 글이 써 있고 난린데. (펼쳐 보여주면, 유서 베껴 쓴
페이지다) 너 이거 뭐야. 너 또 나 몰래 사문서 위조했어?
은탁 하 차. 모른 척 하기는. 연서잖아요. 연서! 본인이 쓰신!
저승 연서를 썼어?
은탁 썼더라구요. 첫사랑한테. 뭐 얼마나 거창한 사랑 얘긴지 뒷얘기 궁금해서
(저승에게) 아저씨 도움 좀 받아 볼라 그랬죠.
도깨비 (?) 앞 얘긴 뭔데. 이거 연서 아닌데.
은탁 아닌 거 좋아하시네. 아주 명문이더만요.
그렇게 100년을 살아 어느 날, 날이 적당한 어느 날 막 어? 챠!
도깨비 (!!) 그 내용 아닌데.
은탁 그 내용 맞던데? 덕화오빠가 다 읽어줬는데?
도깨비 (!!!) 그럴 리 없는데. 덕화가 죽었다 깨나도 읽을 수 없는데.
그건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나 혼자 간직한 말이었는데.
저승 (노트 보다가) 그러네. 그 내용 아니네.
은탁 (!!!) 아닌..데? 덕화오빠가 분명 해석해 줬는데?
저승 (!) 전에 말이야. 너 차 수십 대 날려버렸을 때. 너 혹시 덕화한테 내가 기억
방면으로 도울 수 있다고 말했냐?
도깨비 아니?
저승 그럼 걔는 어떻게 알고 나한테 다짜고짜 가자고 한 거지?
은탁 그러고 보니 덕화오빠가 나 단풍잎도 찾아 줬는데? 내가 완전 잃어버린 거? 뭐지?
도깨비 !!! (무언가 떠오른다)
/ (3부-도깨비한테 “우와..! 쫌 멋진데?” 은탁과 똑같은 톤으로 말하던 덕화)
도깨비 (하..!) ...왜 몰랐을까. 무려 도깨비 집터를 부동산에 내놓는 애였는데.
세 사람, 덕화의 존재 눈치 채고, 굳은 얼굴로 서 있는데...
그 위로, 강한 비트의 클럽 음악 얹히면서,
S#6. 클럽 (밤)
쿵쾅거리는 음악 시끄럽고 화려하게 차려입은 사람들 신나게 춤추는 클럽 안.
그런 사람들 등지고 바bar에 앉아 술 홀짝이는 덕화. 속세를 초월한 묘한 눈빛이고.
아무도 못 보고 못 느꼈을 개인적으로 신이었던 순간들 떠올린다.
/(3부) “왕이었는지, 신이었는지, 나였는지.. 그건 잊었다.” 도깨비 말에 눈빛 묘해지던 덕화.
/(7부) 족자 보고 울음 울던 저승 묘하게 보던 덕화.
/(8부) 묘한 눈빛으로 도깨비 유서 해석해주던 덕화.
/(9부) 스키장에 있는 은탁 찾아낸 덕화(나비)..
/(11부) “니네 사장님이 전생에 우리 삼촌 여동생이라 그래.” 확정적으로 얘기한 덕화.
잘잘한 거부터 해서 삼신과의 술자리까지 회상하는데..
>>인서트 플래시 백 (1부 31씬에 이어) (낮)
삼신과의 첫 번째 술자리. 고급 룸이다.
삼신 드디어 도깨비와 도깨비신부가 만났네.
/ (1부- 빗속에서 서로 스쳐지나가던 은탁과 도깨비)
덕화 운명이지.
삼신 왕여는 또 왜. 검이 꽂힌 채 사는 자에게 검을 꽂은 자를 만나게 하면 어떡해.
/ (1부- 도깨비 집에서 저승과 도깨비 만나는 장면)
덕화 그 또한 운명이므로. 마침 집도 구한다기에.
삼신 장난도 정도껏이야.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덕화 (눈빛 깊다) 특별히 사랑하여.
삼신 !!
>>인서트 플래시 백 (9부 5씬에 이어) (낮)
삼신과의 두 번째 술자리.
삼신 그만 좀 하지? 김신 그 아이, 벌 받은 지 900년이야. 아직도 모자라?
덕화 한 생명의 무게란 그런 것이지.
/ (전장에서 적들을 베던 김신)
/ (배 위에서 배를 두 동강 내버리던 김신)
삼신 애초에 죄를 만들지 말고 완전무결한 세계를 만들지 그랬어. 그럼.
덕화 그럼 신을 안 찾으니까.
삼신 (빡쳐서 술잔 쾅!) 하나하나 다 사랑으로 점지한 아이들이야. 그만 괴롭혀.
그 아이 눈 가린 손도 그만 치우고. 서로 알아보게 둬. 어떤 선택을 하든.
덕화 (끄덕하고) 아쉽네. (자기 얼굴 가리키며) 잘생겨서 좋았는데. (씩 웃는)
/다시, 현재.
덕화 드디어 왔네.
그 순간, 요란하던 음악 서서히 일그러지고, 이내 춤추던 이들의 움직임도 멎더니 시공이 멈춘다.
무언의 존재를 환영하는 듯도, 겁박하는 듯도 한 기묘한 풍경 속에서 오직 덕화만이 느긋하게 술잔 기울이다 어딘가 보면, 일각에 도깨비와 저승 천천히 다가와 선다.
덕화 (천천히 일어나 그들 앞에 가 서면)
도/저 !!!
도깨비 누구신지. 통성명이나 합시다.
덕화 (싸늘하게 보면)
/ (1부- “칠성님” “천지신명님” 등등 부르며 울던 백성들의 부름)
도/저 !!!
덕화는, 칠성님일 수도, 천지신명일 수도, 그 모두일 수도 있는데...
저승 대체 왜...
덕화 신은 여전히 듣고 있지 않으니, 투덜대기에.
도깨비 !!!
덕화 기억을 지운 신의 뜻이 있겠지 넘겨짚기에.
저승 !!!
덕화 늘 듣고 있었다. 죽음을 탄원하기에 기회도 줬다. 헌데 왜 아직 살아있는 것이지?
도깨비 !!!
덕화 기억을 지운 적 없다. 스스로 기억을 지우는 선택을 했을 뿐.
그럼에도 신의 계획 같기도 실수 같기도 한가?
저승 !!!
덕화 신은 그저 질문하는 자일뿐.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
(자기 가리키며) 이 아이와의 작별 인사도 그대들이. 그럼 난 이만.
덕화의 씨익 웃는 얼굴 거울에 비치더니, 이내 몸 끝부터 수천마리의 흰 나비로 부서지는데!
그 순간, 툭 쓰러지는 덕화. 덕화 받아 안는 도깨비.
이내 뚝 멎었던 시공 다시 정상화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시끄러워지는 클럽.
덕화 (??) 삼촌들이... 여긴 어쩐 일이야? 언제 왔어?
도/저 .... (의심의 눈초리)
덕화 근데 나 왜 쓰러져 있어? 대박. 나 방금 필름 끊겼던 거야? 꼴랑 한 잔에?
도깨비 (부글부글) 니가 누구든.. 너 한 대만 맞자. (달려들면)
저승 (뜯어 말리며) 왜 애한테 그래! 이 분은 죄가 없으셔!
도깨비 이 부운?
저승 저기.. 내가 계속 어디 좀 가자고 했던 건 죄송..
덕화 에? 끝방삼촌 왜 저래 삼촌?
도깨비 니가 지금 그걸 말이라고, 너 진짜 덕화 맞아!
S#7. 도깨비 집 일각 (다른 날 낮)
군고구마 트럭 앞에서 군고구마 사 먹고 있는 써니와 은탁.
은탁 (군고구마 후후 불어가며 먹는) 아 뜨거 뜨거. 근데 진짜 맛있,
써니 (시선 군고구마) 그 남자 저승사자더라?
은탁 (컥컥, 놀라) 어떻게.. 아셨어요?
써니 넌 어떻게 알았는데. 난 봐버렸어. 아주 이상한 한 순간을.
은탁 아.. 저는 어쩌다보니 어릴 때부터 인연이 있어가지고.. 말씀 안 드린 건 죄송해요.
근데 김우빈씨 저승사자치고는 되게 착하고 참하고...
써니 막 찾아오고 집착하는 여자 귀신같은 건 없니? 그 생각부터 들더라.
나랑은 조건이 안 맞잖아. 남자가 너무 기울지. 이승과 저승인데.
은탁 하하.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시지?
써니 이런 생각도 했어. 그 사람이 저승사자면 내 오라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진짜로 천년 가까이를 살았겠구나.
은탁 !!!
써니 맞아? 그러니까 니가 ‘내’야? 도깨비 내외?
은탁 엄밀히 말하면 제가 ‘외’긴 한데요. 바깥일 하니까.
써니 하. 미친다.
은탁 근데요 사장님.. 이렇게 저희 집 앞에서 서성거리셔도 김우빈씨 못 만날 확률이 커요. 야근이 되게 잦은 직업이라서.. 그냥 연락을 하세요.
써니 헤어질까요, 소리 듣고 어떻게 연락을 해. 연락이 오면 억지로 받기야 하겠지만.
그냥 협조해.
은탁 (풉 웃고) 네. 근데요 사장님. 죄송한데요..
써니 그래. 그렇게 해.
은탁 저 아직 말 안 했는데요.
써니 너 대학생 됐으니까 알바 시간 조정 해달라는 거 아냐?
은탁 헐 대박. (의심의 눈초리) 사장님은.. 사람 맞으시죠?
써니, 별 말 없이 멀리 보며 군고구마만 얌얌 먹고 있다.
그 위로, “딸랑” 종소리 얹히면서,
S#8. 치킨 집 (낮)
문 열고 들어오는 까만 옷차림의 페도라 든 김차사들.
써니 (빈 테이블 치우다) 어서 오세요. (하며 돌아보는 모습 슬로우로 걸리면)
동기, 민재, 여후배, 남후배 화들짝 놀라는데.
Cut to.
테이블에 앉아있는 김차사들.
동기 어우 깜짝이야. 사람 보고 놀란 거 되게 오랜만이다야.
여후배 저도요. 근데 웬 닭 집입니까? 뜬금없이.
민재 좀 전 그 분이 우리 아랫집 사셔. 아는 사이에 팔아 주고 그럼 좋잖아.
동기 빨리 먹고 가자. 연초라 사건사고 많아서 아주 죽겠다. (하는데)
써니 (테이블에 신 메뉴 놓으며) 맛있게 드세요.
여후배 저희.. 이거 안 시켰는데.
써니 서비스예요. 신 메뉴 나와서.
동기 서비스로 본품을 주는 집은 처음인데. 그것도 이렇게 많이.
남후배 (이미 먹고 있고) 오. 맛이 죽입니다.
써니 고된 일 하시니까. (하고 가면)
김차사들 (일동 얼음! 이내 갸웃 하며 서로 눈빛만 주고받는데...)
S#9. 길거리 (밤)
여후배, 집으로 가는 길이다.
골목 코너 탁 돌아서는데 갑자기 앞에 나타나는 누군가. 중헌이다.
여후배 (?!) 뭐, 뭐야. 망자가 겁도 없이 저승사자 앞에 나타나?
중헌 오랜만이다. 그간 저승사자로 살고 있었더냐.
여후배 (..?) 무슨 소리야. 나를 알아?
중헌 알다마다.
여후배 (!!) 허튼수작 부리지마.
중헌 내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은가. 어째서 내가 네 앞에서 이리도 당당한지.
헌데 그보다 네가 누군지는 궁금하지 않은가.
여후배 !!!
중헌 가서 그 여인의 손을 잡아보아라. 방금 나온 그 가게 주인 말이다.
저승사자는 전생에 큰 죄를 지어 된다는데, 그 속에 네 죄가 있을 것이다.
또한 그 죄 속에 내가 있을 것이니.
하더니, 휘리릭 검은 연기로 홀연히 사라지는 중헌.
그저 굳어 서 있는 여후배고...!!
S#10. 공원 (밤)
공원 벤치에 앉아 가만히 무언가 고민하고 있는 저승.
/덕화 기억을 지운 적 없다. 스스로 기억을 지우는 선택을 했을 뿐.
저승, 그 말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저만치 민재 걸어온다.
민재 (옆에 앉으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저승 하면 안 되는 생각.
민재 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 왜 하십니까?
저승 오늘 안하면 내일 할 것 같아서.
민재 그러지 마십시오. 지금 분위기 안 좋습니다.
장항동 김차사 건으로 저승부에서 행동강령 내려왔지 말입니다.
저승 (!) 뭐라고.
민재 너희들이 죄인이란 사실을 잊지 말라.
저승 !!!
민재 괜히 뒤숭숭해 죽겠습니다. (행낭 건네며) 여기 이번 달 명부요.
저승 (자기 생각에 골똘하고) 답을 준 것인가. 질문을 준 것인가.
민재 (?) 명부 드렸는데요? (의아하게 보면)
저승, 물끄럼하게 앉아 있고...
S#11. 도깨비 집/ 저승 방 (밤)
책상 위에 이번 달 명부 주르륵 놓여 있고, 저승, 눈빛 깊어 명부 하나 오래 보고 있다. 보면,
[丁酉年 壬寅月 庚辰日 17시 10분 유신우 81세 心筋梗塞] 적혀있다.
S#12. 도깨비 집/ 거실 (다음 날 낮)
은탁 다녀왔습니다. (하며 현관 지나 거실로 들어서다 멈칫 한다)
보면, 검은 옷 입은 도깨비와 출근복 차림의 저승 거실에 마주 서 있다.
은탁, 빼꼼 보면서 무슨 일이지? 두 사람 표정 살피는데,
저승 세 시간 후야. 사인은 심근경색.
도깨비 ....
저승 마지막 배웅이라도...
도깨비 하고픈 말은 살며 다 했어. 마지막까지 내게 미안해 할 모습은 보고 싶지 않고.
배웅은, 나 대신 니가 잘..
저승 ..걱정 마.
도깨비 (눈물 차오르며) 꼭 다시 태어나라고. 다음 생에는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살라고. 고마웠다고.. 내가 많이 고마웠다고..
은탁 ?!!
저승 (끄덕하면)
도깨비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은탁 !! (그런 도깨비 눈으로 쫓으며, 조심스럽게 저승에게 와서) 무슨.. 일이에요?
저승 검은 옷을 챙겨놔. 곧 유회장의 부고가 올 테니까.
은탁 !!!
저승 저 자 좀 들여다보고.
은탁 (힘겹게 끄덕하는데)
저승, 복잡한 표정으로 나가면, 은탁 거실에서 도깨비 방문 바라보며 홀로 오래 서 있다.
(시간경과)
해가 기울었다.
아주 희미하게 들리는 울음소리...
은탁 !!!
점점 커지는 울음소리.. 도깨비의 울음이다..
창밖에도 눈물처럼 슬프게..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은탁, 창 밖 바라보다 참았던 눈물 그렁 고이는데..
S#13. 가구 매장 (낮)
덕화, 대걸레로 아이돌 댄스노래 부르며 바닥 닦고 있다.
덕화 (다 닦은 듯, 허리 펴며) 아이고 허리야. (일각의 매장 둘러보는 매니저 째려보며)
내가 사장되기만 해봐 아주. 맨날 여기로 출근해서 맨날 회식하고 꼭 모범택시
태워 보낸다 내가. 촌스런 옷 엄청 칭찬해서 계속 그 옷만 입게 하고 만다 내가.
귀엽게 복수 다짐하는데, 그때, 매장 문으로 어두운 안색의 김비서 들어온다.
김비서 덕화군.
덕화 (흘깃) 왜요. 할아버지가 나 일 하나 안 하나 아주 대놓고 감시하래요?
김비서 같이 좀 가셔야겠습니다. 지금요.
덕화 저 아직 퇴근 시간 멀었거든요?
김비서 옷은 준비했으니 차에서 갈아 입으시구요.
덕화 무슨 옷이요? (영문 몰라 보다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얼굴 굳는데)
S#14.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낮)
어두운 방 안,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 쓰고 있는 도깨비.
정갈하게 한글로 쓰여지는 글씨들. 그러나 이내 툭, 툭 떨어지는 눈물에 글씨들 번지고..
보면, 유회장의 묘비명이다. [‘이 생에서의 모든 순간이 선했던 자, 여기 잠들다.’ 유신우.]
창밖의 빗소리 거세지는데...
S#15. 캐나다 평원 (다른 날 낮)
선조들의 묘비들 사이에 유회장의 묘비 하나 생겨난다.
‘이 생에서의 모든 순간이 선했던 자, 여기 잠들다. 유신우’
S#16. 도깨비 집/ 거실 (다른 날 밤)
현관으로 들어서는 은탁. 상복 차림이다.
조용히 도깨비 방문 앞에 가 서는 은탁..
문 안에서 조용히 도깨비의 흐느낌 들려온다.
은탁, 도깨비 울음소리 가슴 아프게 듣고 있다가 이내 조용히 문 열고 들어가는데.
S#17.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도깨비, 작은 의자에 앉아 마치 그 예전의 어느 날처럼 또 울고 있다.
은탁, 조용히 걸어가 그런 도깨비를 옆에서 안아준다.
도깨비 (안긴 채로 조용히 눈물만 흘리고)
은탁 이런 거군요. 불멸이란..
도깨비 !....
은탁 유회장님 자꾸 뒤돌아보시겠네. 참 마음 쓰이는 나으리시네.. 하고..
도깨비 ....
은탁 그러니까... 남은 사람은 또 열심히 살아야 해요.
가끔 울게는 되지만 또 많이 웃고 또 씩씩하게. 그게 받은 사랑에 대한 예의예요.
도깨비 (눈물 그렁해, 희미하게 웃는데)
은탁 따뜻한 거 뭐 좀 드실래요?
도깨비 (고개 젓고) 덕화.. 데려와서 같이 먹을게.
은탁 아. (끄덕 하고 따뜻하게 보는데)
S#18. 덕화본가/ 서재 (밤)
덕화, 유회장의 책상 앞에 앉아 혼자 고개 숙여 울고 있다.
김비서, 곁에서 방해되지 않게 지켜보고 있고.
덕화 나 어떡해 할아버지.. 나 효도도 못했는데.. 나 미안하게 이렇게 안 기다려주고
가면 나 어떡해.. 미안해 할아버지.. 용서해 주세요 할아버지...
김비서 .....
그때, 도깨비 들어온다.
덕화 (뚝뚝 울며) 나 이제 어떡해.. 나 이제 혼자 어떡해... (엉엉 우는데)
도깨비 (다가와 다정하게 머리 쓸어넘기고) 니가 왜 혼자야.
덕화 삼촌..
도깨비 그래. 삼촌 있잖아. 삼촌 집에 가자.
덕화 삼촌. 흐흑.. (엎어져 울고)
도깨비 (등 가만히 토닥이고...)
S#19.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덕화, 도깨비 침대에 모로 누워 있다.
도깨비, 스프 끓여 들어오고. 저승, 사과 토끼 모양으로 깎아서 들고 들어온다.
은탁, 도깨비와 저승 뒤로 삐쭉삐쭉 들어오고.
도깨비 일어나봐. 뭘 좀 먹자.
덕화 (고개 젓고)
저승 사과가 토끼인데도?
덕화 (고개 젓고)
도깨비 금 나와라 뚝딱 해줄까.
저승 벽으로 슥 하는 거 해줄까.
은탁 오빠.. 제 카메라 이거 가지세요.. 오빠 이거 좋아했잖아요..
덕화 (슬프게 픽, 일어나며) 됐어. 우리 할아버지가 너 주려고 직접 고르신 건데..
은탁 아.. (카메라 꼭 껴안으면)
저승 미리 말 못한 건 미안해. 네게 마음 정리라도 할 시간을 줬어야 했나 싶고 후회돼.
근데 세상에는 질서가 있고,
덕화 알아요. 저희 집안이 도깨비 가신만 몇 대짼데요.
(일어나 침대 나오며) 다들 감사합니다. 그럼 전 할 일이 있어서. (방 나간다)
일동 ??
S#20. 도깨비 집 일각 (밤)
덕화, 오도카니 앉아 도깨비집의 은식기와 촛대 헝겊으로 소다 묻혀서 꼼꼼히 닦고 있다.
도깨비, 일각에서 그 모습 지켜보고 있다.
덕화 할아버지가 내내 신경 쓰여 하실까봐. 알잖아 우리 할아버지 성격.
도깨비 ..알지. (보면)
덕화 회사는 김비서님이 CEO로 취임했어. 할아버지가 다 준비하고 가셨더라고.
잘됐지. 어차피 난 아직 준비도 안 됐고..
도깨비 그래. (보면)
덕화 바닥부터 일 잘 배울게. 그게 할아버지가 원하시는 걸 테니까.
도깨비 그래. (울컥하고)
덕화 바둑도.. 배울게. 그래서 삼촌의 형이,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잘 되어볼게.
우리 할아버지처럼.
도깨비 그래. (눈물 핑 돌아, 슬프게 웃는데)
S#21. 천우그룹/ 사장실 (밤)
사장 취임한 김비서, 유회장이 남긴 수북한 편지 중, ‘유덕화’ 쓰인 봉투 열어본다.
신용카드 들어 있다. 덕화의 카드다. 김비서, 피식.. 서글픈 미소 짓고..
‘김도영’ 쓰인 봉투 열어보면, 죽음을 예감한 유회장의 유언장이다.
몇몇 단어는 한문으로 쓰여 있다.
유회장NA 어느 날에 김가 성에 믿을 신을 쓰시는 분이 찾아와 내 것을 찾으러 왔다
하시거든 드려라. 내가 남긴 모든 것이 그 분의 것이다. 그 분은 빗속을 걸어와
푸른 불꽃으로 갈 것이다. 그럼 김신인 줄 알아라.
김비서, 무슨 미래를 예언하시는 건가.. 편지 오래오래 바라보는데..
S#22. 육교 위 (다른 날 낮)
또각또각 걸어오는 삼신. 맞은편에선 덕화, 서류 가득 담긴 상자 들고 걸어오고 있다.
예전처럼 스치는 두 사람인데, 삼신, 덕화 흘긋 보더니,
삼신 갔구나?
덕화 (?) 누구..? 저.. 아세요?
삼신 알지. 착한 거밖에 없는 애. 그래서 세상을 밝히는 애.
너의 복은 너의 심성에서 나와. 잊지 마.
덕화 네 뭐, 애는.. 또 아니긴 한데, (예쁘다. 수작) 나랑, 술 한 잔 할래요?
삼신 술은 아름다운 사람이랑 마셔.
덕화 아름다우신데.
삼신 사람이랑 마시라고. 안녕. (하고 가는)
덕화 ???
S#23. 도깨비 집/ 식당 (낮)
식사 준비하고 있는 도깨비와 저승.
저승 뭘 그렇게 많이 해.
도깨비 덕화 온대서. 후추 좀.
저승 (!...) 덕화 부럽다. 삼촌도 있고.
도깨비 ?
저승 신경 쓰지 마. 나 요즘 좀, 뭐가 자꾸 부럽고 그립고 그래.
도깨비 딱 얘기해. 부러운 게 삼촌이야. 되게 엄청 잘 생긴 삼촌, (!!!)
순간 공기 뒤틀리듯 저승의 얼굴에 어린 여의 얼굴 스친다. 신은 이제 도깨비에게서 왕여를 가리는 걸 그만뒀으니 저승에게서 어렴풋이 왕여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저승 (?) 왜.
도깨비 ...너 사자 된 게 언제라 그랬지.
저승 300년 좀 넘었는데, 왜, 나 뭐 묻었어?
도깨비 그냥. 아주 잠깐. 너한테 전엔 안 보였던 얼굴이 묻어서.
저승 누구. 어떤 얼굴.
도깨비 내 눈에 보이면 안 되는 얼굴.
저승 ..?!
묘한 긴장감 감도는 가운데..
덕화E 삼초온~~
S#24. 도깨비 집/ 거실 (밤)
덕화, 테이블에 서류 산처럼 쌓아놓고 보고 있다.
본 서류는 한쪽에 쌓기를 반복한다. 보면, <경력직 이력서> 서류들이다.
도깨비, 그런 덕화 주변 어슬렁거리고 있다.
덕화 (더는 못 참고) 아 앉든가 돕든가 들어가든가! 왜 자꾸 알짱거리는데!
도깨비 (흐뭇) 니가 쓸모가 있다는 것에 대견해 하는 중이다.
덕화 (다 본 서류 옆에 놓으며) 재벌 3세라 함은 응당, 시간 외 업무도 경영수업의
일환이다 생각하고, (?) 삼촌 왜 그래? (보면)
도깨비, 덕화가 일각에 놓은 서류 한 장 들고 굳어 보고 있다.
이내, 눈가에 눈물 핑 돈다. 보면, 증명사진 속 얼굴, 다름 아닌 부하1이다!
S#25. 도깨비 집/ 2층 은탁 방 (다른 날 낮)
개강 날이다. 은탁, 예쁜 옷 골라 입고 거울 보며,
립스틱 바르고 음파음파- 하고 싱긋 웃는데.
S#26. 도깨비 집/ 거실 (낮)
은탁, 새내기답게 꾸미고 도깨비 앞에 섰다.
은탁 오늘 첫 개강! 저 대학생! 오늘 개강파티! 그래서 짧은 치마!
도깨비 아니야.
은탁 다녀올게요.
도깨비 덕화가 데려다 줄 거야. 오늘은 내가 다른 선약이 있어서.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은탁 알거든요? (가방 열어 보이면 라이타, 성냥 수북하다) 완벽하죠?
도깨비 하나 빠졌다.
은탁 앗. (완벽하기엔 전에 키스했어서 괜히 기대) 나 뭔지 아는데. (눈 감는데)
도깨비 (은탁의 목에 목걸이 채워주며) 눈은 왜 감는지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은탁 ?! (그제야 눈 뜨고 보면) 어!
도깨비 이제 완벽해졌네.
은탁 이거 그 단풍국에서.. 오 쫌 감동인데~ 근데 뭐라고 적힌 거예요?
도깨비 불어로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란 뜻이야.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절대적인 운명.
은탁 오 내가 좋아하는 단언데. 운명. 어떻게 알았지?
도깨비 미팅 안 돼. 소개팅 안 돼. 낭만 안 돼. 태희오빠 안 돼. 이 목걸이 반경 30센티
내에 그 어떤 남자도 안 돼. 내가 생각하는 운명이란 그런 거야.
은탁 아 진짜! 그런 거 하러 대학 갔구만.
도깨비 방도 없지. 하늘이 그렇게 정한 걸. 늦겠다. 다녀 와.
은탁 피. 다녀오겠습니다. (맑게 웃고)
S#27. 연희대학교 캠퍼스 (낮)
캠퍼스 걷고 있는 은탁. 사진 어플로 셀카 예쁘게 사진 찰칵 찍더니,
바로 누군가에게 메시지 보낸다. 웃으며 걷는 모습이 예쁘다.
S#28. 천우그룹/ 로비 (낮)
로비 들어서는 정장 차림의 도깨비, 은탁이 보낸 사진과 메시지 보는.
은탁E 안전하고 찬란하게 학교 도착 했고요, 저 걱정돼서 지옥을 오가실까봐 보내고요,
선약은 화이팅이고요!
도깨비 목걸이 잘 하고 있고, 주변에 남자 안 나오게 잘 찍었고. 예쁘네.
(흐뭇하게 지나가면)
로비에 <2017 천우그룹 경력직 사원 면접> 안내 포스터 붙어 있다.
S#29. 천우그룹/ 면접실 복도 (낮)
대기석에 앉아 면접 기다리는 지원자들의 긴장감 감도는 복도.
보면, 그 중 한 사람, 고단한 얼굴로 앉은 부하1이다.
낡고 헤졌지만 정갈히 코트와 구두 차려입었다.
뚜벅뚜벅 걸어와 그런 부하1의 건너편 빈 의자에 마주 앉는 누군가. 보면, 도깨비다.
부하1, 누군가 맞은편에 앉자 그저 시선 갔는데, 도깨비, 그런 부하1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부하1 ...?
도깨비 (젖은 눈으로 그저 보는)
부하1 ...?? (왜 나를.. 저렇게.. 의아한데)
/부하1 (1부) 흐흑.. 상장군의 명을 받듭니다. 용서하십시오.. 곧, 따라가 뵙겠습니다.
도깨비 길이.. 어긋났을 게야. 내가 이리 살아 있어서.
부하1 ...???
도깨비 많이 쓸쓸했을 게야. 부디 용서하게.
부하1 ...??? (시선도 피해봤다, 안 듣는 척도 해봤다 하지만, 자꾸만 눈길이 가는데)
직원E 김우식씨. 최상민씨. 이지연씨. 들어오세요.
호명된 사람들 “네”하며 들어간다. 부하1도 포함이다.
도깨비, 부하1이 들어간 면접실의 닫힌 문 오래 바라보는데...
S#30. 부하1 집 (다른 날 낮)
부하1 (통화) 붙었, 다구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끊고) 여보! 붙었어!
임신한 아내, 딸아이(7세)와 기쁨 나누는 부하1 위로,
E 초인종 소리 띵동-
S#31. 아파트 앞 (낮)
입 떡 벌어져 무언가 올려다보는 부하1, 보면, 고급 아파트다.
시선 다시 내려오면 앞에 김비서 서 있다.
김비서 회사에서 제공하는 주택입니다.
부하1 저한테요?
김비서 네. 면접을 잘 보셔서. (차키 누르면 띠딕- 일각에 소형 자동차 헤드라이트
번쩍이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차량입니다.
부하1 저한테요??
김비서 네. 면접을 너무 잘 보셔서. (이번엔 흰 봉투 주며) 5월 초하루에 태어날
사내아이의 이름입니다. 대대손손 세상을 밝히는 큰 사람이 될 겁니다.
부하1 (받고) 제 아이가요???
김비서 네.
부하1 (?..) 근데 아까부터 계속 누구신지.
김비서 아. 인사가 늦었습니다. 천우그룹 사장 김도영입니다.
부하1 예?? 사장, 님이요? (?!!!)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근데, 그러니까요.
저한테 왜 이런 과분한 걸 주시는지...
김비서 전생에 나라를 구하셔서요.
부하1 (???) 제가요?
김비서 (씨익) 네.
/-1. 건너편 건물 옥상 (낮)
옥상에서 그런 부하1 부드럽게 보던 도깨비, 미소 짓곤 이내 휙- 푸른 불꽃으로 사라지고.
/-2. 아파트 앞 (낮)
부하1, 무언가에 이끌리듯 건너편 건물에 시선 주지만 아무 것도 없다.
도깨비 사라진 자리 은은하게 보는 부하1이고..
S#32. 거리 (낮)
강의 마친 은탁, 지하철역 향해 걷고 있는데 전화 온다. 걸으며 통화하는 은탁.
은탁 여보세요?
도깨비F 너 지금 어디야.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안 들어와 이 험한 세상에!
은탁 지금 오후 다섯 시고요. 아직 해가 중천이고요.
(무슨 생각인지 주위 두리번거린다) 잔소리 좀 작작 하시고요.
도깨비F 작작? 너 어디냐고. 나 아까부터 묻잖아!
은탁 저요? (일각의 즉석 사진 부스로 쑥 들어가며, E) 어딘지 알면 놀랄 텐데.
/-1. 즉석 사진 부스 (낮)
은탁, 불 꺼진 성냥에서 연기 피어오르고,
보면 도깨비, 즉석 사진 부스에 소환됐다! 부스 천장에 머리 닿아서 장신 찌그러뜨리고 섰는데.
그 와중에 공간이 협소해 은탁과의 거리 너무 가깝고 그렇다.
은탁 저 여깄네요. 협소하고 비좁은 데. (생글 웃으면)
도깨비 너 아주 어?
은탁 (도깨비 팔짱 끼며) 자 저기 봐요. 찍습니다!
찰칵! 터지는 플래시와 함께 두 사람의 자연스런 모습 담기고.
툭툭툭 떨어지는 즉석 사진들.
은탁 (하나씩 주워들며) 오 잘 나왔어. 오 그 정신없는 와중에 웃은 거 봐.
도깨비 여기선 언제 나가.
은탁 글쎄요. 한 5분쯤 후에?
도깨비 왜 5분쯤 후에?
은탁 그 사이에 뭔가 심쿵한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협소하고 비좁은 데서?
도깨비 그런 일 없거든?
은탁 있을 텐데. 이렇게. (하며 봉투 내민다) 팔원은 반올림해서 오천이백십원이요.
(도깨비 손에 봉투 쥐어준다) 봐요. 심쿵하죠?
도깨비 (괜히 실망) 넌 무슨 돈을 협소하고 비좁은 데서 갚아!
은탁 이 돈으로 우리 사장님한테 얼른 고구마 값 갚으시라고요.
도깨비 (!) 빨리 갚으래?
은탁 누이는 보고 싶은데 사장님한텐 현재가 있으니 가기도 그렇고 안 가자니 보고 싶고, 맞죠? 그래서 고구마 값 갚는 겸 얼굴 볼 핑계 만들어 준 거잖아요.
저 알바 가니까 같이 가실래요?
도깨비 보고 싶긴 한데, 니네 사장 무서워. 담에 갈게 담에.
은탁 하하. 대박. 오 현실 남매. 그만 나가요.
도깨비 (헉!) 벌써? 왜. (가까이 있는 게 좋고) 밖에 추워. 학교는 어때. 다닐 만 해?
은탁 (픽) 근데 태희오빠 말이에요.
도깨비 (산통 확 깨) 내가 걔 안부 물었어? 학교 안부 물었지?
은탁 태희오빠 미국 간대요. 메이저리그.
도깨비는 크게 될 인물을 알아본다면서요. 쫌 멋있다고 할라고 말 꺼낸 건데.
도깨비 내 자랑 같아 뭐하지만 내 예전부터 큰 사람이 될 정승상을 알아보곤 하였다.
황희 그 친구가 대표적이었지. 맹사성 그 친구도 참,
은탁 알겠고요.
도깨비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하는데)
은탁 제가 바빠서요. (하더니, 까치발 들고, 고개 한껏 젖혀 쪽 입 맞춘다)
도깨비 (심장 쿵! 쿵! 놀라 보면)
은탁 저 알바 늦었단 말이에요. (귀엽게 눈 흘기며) 이 협소하고 비좁은 데서 황희가
웬말이냐고. 다녀올게요. (생긋, 하고 나간다)
도깨비 어, 그래. 무슨 일 있음 부르고. 이렇게 좁고 비좁으니 몹시 곤란하군.
좁고 비좁으니는, 같은 말이군. (괜히 혼자 떠들고)
S#33. 치킨 집 (밤)
은탁, 대용량 쓰레기봉투 끙차- 들고 나오는데, 그런 은탁 기다리고 있던 장풍 꼬마,
은탁에게 “장풍!” 한다. 윽- 쓰러져주는 은탁이고, 장풍 꼬마 히, 웃는데,
은탁 ?! (장풍 꼬마에게) 이리 와. 누나한테 와.
꼬마 ? (하면서도 쪼르르 은탁에게 가는데)
보면, 장풍 꼬마 뒤에 어두운 기운 내뿜는 중헌 서 있었던 것이다!
은탁 늦었어. 집으로 바로 가. 할머니 기다리셔.
꼬마 (끄덕하더니 반대편으로 쪼르르 달려가는데)
은탁 (꼬마 가는 거 눈으로 배웅해주고 경계하듯 중헌 보면)
중헌 또 보는구나. 그땐 인사를 제대로 못한 것 같아 말이지. 나는, 박중헌이라 한다.
은탁 !!!..
중헌 (은탁 표정에) 낯빛을 보니, 너는 이미 나를 아는구나.
은탁 모르는데요. (가려는데)
중헌 김신 그 자가 말하지 않더냐. 나를 죽인 게 그자라고.
은탁 !!! (우뚝 멈춰 서는데)
중헌 김신이 받고 있는 벌은 목숨의 무게만큼 늘어간다. 그 안엔 내 목숨값도 있지.
은탁 !!! (탁 돌아서서) 원하는 게 뭐야.
중헌 그런 거 없다. 그저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하려는 것 뿐.
나를 아니 왕여도 알겠구나. 김신의 가슴에 꽂힌 그 검은 왕여가 하사한 것이다.
이 비극적인 운명의 시작과 끝이 바로, 왕여지.
그런 왕여가 지금 누구와 살고 있는지 아느냐.
은탁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중헌 왕여는 지금 김신과 살고 있다.
은탁 무슨 말도 안 되는, (하다, !!!!)
중헌 맞다. 이름도 없는 저승사자, 그 자가 바로 왕여다.
은탁 !!!!
중헌 그런 둘이 서로를 알아보게 되면 어찌 될 것 같으냐.
은탁 !!!!!
중헌 이제 김신이 날 죽일지 살릴지는 니 손에 달린 것 같구나.
김신의 죽음이 니 손에 달렸듯. 오호. 이제 보니 넌 죽음을 관장하는 아이로구나.
은탁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면서도) 잘못 알았어. 우리가 아는 그 저승사자는 이름이 있어.
김우빈. (하고 들어가 버린다)
홀로 남은 중헌, 기괴하게 웃던 얼굴이, 점차 싸늘해지는데...
중헌 내가 무엇을 원하냐고 물었느냐. 난, 그들의 파국을 원한다.
S#33-1. 치킨 집 안 (밤)
문에 등 기대고 선 은탁. 훅- 다리 힘 풀려 주저앉는다. 참고 있던 숨 편안히 내쉬며 깨닫는다.
숨을 쉴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는 걸. 부들부들 떨며 숨 몰아쉬는 은탁인데...
S#34. 도깨비 집/ 거실 (밤)
귀가한 은탁, 다녀왔습니다도 잊고 굳어 거실 들어서는데,
도깨비, 책 읽으며 아는 척하고, 저승 빨래 개키며 아는 척한다.
그런 두 사람의 일상적인 풍경 물끄러미 바라보는 은탁인데,
도깨비 왜.
저승 밥은.
은탁 그냥, 보기 좋아서요. 밥은 먹었어요.
도깨비 뭐 있는 거 같지.
저승 어. 힘들어 보인다. (E) 오백 해줘.
도깨비 (E) 해줬어. 그걸로 등록금 내 줬다고.
저승 (E) 꼬박 원금 받는다며.
도깨비 (E) 받아야지.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저승 (E) 이게 빤스가 이게, 질기고 튼튼한데 이게,
도깨비 (E) 죽는다!
그런 둘의 모습, 가슴 아프게 바라보는 은탁인데...
S#35. 연희대학교/ 강의실 (다른 날 낮)
은탁, 텅 빈 강의실에서 멍하니 노트에 멍하니 펜 직직 그으며 생각 잠겨 있다.
/중헌 나는, 박중헌이라 한다.
은탁 아 미치겠네.. (확 엎드리는데)
저승E 기타누락자.
은탁 (화들짝!) 아놔..
S#36. 연희대학교 일각 (낮)
톡, 놓이는 자판기 커피 집어 드는 손, 저승이다. 은탁도 커피 한잔 들고 앉는데.
저승 잘 먹을게. 놀라게 한 건 미안하고.
은탁 (픽) 무슨 일 있으세요? 일부러 오신 거예요?
저승 답답해서. 얘기할 데가 여기밖에 없기도 하고.
은탁 뭔데요? 사장님..이요?
저승 여러모로. 전생에 큰 죄를 지으면 저승사자가 되거든.
은탁 (긴장하고) 무슨.. 죄요?
저승 그건 몰라. 근데 아무래도 김신과 김선 오누이의 역사 속에 내가 있는 것 같아서.
은탁 !!!
저승 그 역사 속에서 큰 죄를 지은 사람은 세 명이야.
수천의 적들의 목숨을 벤 김신, 그런 김신과 왕비인 김선을 죽이라 명한 왕여,
그런 왕여를 종용해 오누이를 죽음으로 몰아간 박중헌.
김신은 아직까지 살아 있고, 김선은 써니씨로 환생했고, 그렇다면..
나는 왕여 혹은 박중헌이지 않을까. 여기까지가 내 생각이야.
/중헌 맞다. 이름도 없는 저승사자, 그 자가 바로 왕여다.
은탁 !!! (차마 왕여라는 말 못하는데)
저승 근데, 둘 중 누구든 난... 김신 그 자의 원수겠지...
은탁 !!!
저승 둘 중 누구든 난... 써니씨와는... 못 만나겠지.
은탁 ...!!!
더는 말 잇지 못 하는 은탁과 저승이고..
S#37. 치킨 집 앞 (밤)
써니 문 잠그고 돌아서다가, “아 놀래라. 때릴 뻔 했잖아요.” 보면, 여후배 딱 서 있다.
여후배 (말과 다르게 표정을 서늘) 죄송해요. 놀라셨나 봐요.
써니 (?) 예. 좀. 어쩌죠? 문 닫았는데.
여후배 그러네요. 그럼 다음에, 봬요. (하며 천천히 악수 청한다)
써니 ?? (그저 보는데)
여후배 (뚫어져라 보는, 여전히 손 내민 채고)
써니 (여후배 손 잡는다!) 네 다음에 오세요.
그 순간,
/김선에게 탕약 갖다 나르는 궁녀,
/왕여와 박중헌 옆에 서서 죽어가는 오누이 보는 궁녀, 보인다.
여후배 !!!..
S#38. 써니 집 (밤)
퇴근한 써니. 화장 지우고 있다. 뭔가 여후배의 태도 미심쩍어 갸웃 한다.
얼굴의 화장은 반 정도 지웠는데, 전화 온다. 저승이다.
써니 치! (웃으며 냉큼 받는. 허나 목소리는 새침) 여보세요.
저승F 우리, 만나요.
써니 그만 헤어지자면서요.
저승F 써니씨 집 앞입니다.
써니 (헉!) 딱 기다려요. (끊고 핸드폰 휙 던지고) 미친다. (지운 반쪽 얼굴에 그대로
다시 화장품 두드리고 치크 두드리고 난리가 났는데!)
S#39. 써니 집 앞 (밤)
황량한 골목. 가로등 밑에 서 있는 저승.
그런 저승 앞에 그림자 하나 놓인다. 써니다.
저승 !!!... (보면)
써니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면 어떡해요. 집에 있다 나와서 쌩얼이잖아요.
저승 (그저 보면)
써니 반지 돌려받을 겸 나온 거예요. 우리 아직 그 핑계 남았으니까.
저승 (아프게 보면)
써니 표정이, 왜 그래요? 나 보고 싶어서 온 거 아니에요?
저승 (보다가) 맞습니다.
써니 근데요?
저승 하지만, 내가 누구일지 몰라, 두려운 마음으로... 물러섭니다.
써니 (!!) 지금, 뭐하는 거예요?
저승 모든 게 오답인 제가 제발 이건, 정답이길 바랍니다.
써니 (!!!) 그러지 마요.
저승 살아있지 않은 저에겐 이름이 없습니다. 그런 제게 안부, 물어줘서 고마웠어요.
써니 (!!!) 그러지 말라구요!
저승 .....저승사자의 키스는 전생을 기억나게 합니다.
써니 ..!!!
저승 당신의 전생에 내가 무엇이었을지 두렵습니다. 하지만,
좋은 기억만 기억하길. 그 속에 당신 오빠의 기억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사람이 김신이면 좋겠습니다.
써니 ??!!
그 순간, 저승 써니의 얼굴 감싸고 슬프게, 키스한다.
그 순간, 써니는 전생의 모든 기억이 흘러들어오듯 다 떠오르고 마는데..!
-1. 개경/ 담장 (낮)
처음 눈 마주쳤던 순간, 짧게 지나가고
-2. 개경/ 궁궐/ 왕비 처소 (낮)
달밤에 의도치 않게 안겼던 순간, 짧게 지나가고
-3. 개경/ 궁궐/ 왕비 처소 (낮)
왕여, 열패감에 김선 찾아와 이성 잃고 다그친다.
아무 장신구도 없이 단출한 모습의 김선이 파리하게 서 있다.
왕여 그대의 오라비가 또 개선을 하였구나. 그대는 우리 둘 중 누가 살았으면 좋겠냐.
김선 폐하..!
왕여 대답해 보거라. 아님 이미 계산이 선 것이냐.
하긴 그대는 내가 살든 오라비가 살든 잃을 것이 없구나.
김선 (눈물 핑 돌아) 못나셨습니다.
왕여 죽고 싶은 것이냐!! (김선의 장신구도 없이 단출한 모습에)
꼴은 또 왜 그런 것이냐. 이미 그대 마음엔 초상이 난 것이냐.
황후의 패물함을 가져오라!
김선 !!!
궁녀 (그 사이 얼른 일각의 패물함 가져와 열면)
왕여 (그대로 확 바닥에 쏟으며) 왜 몸에 지니지 않는 것이냐.
이것들을 내가 여기 넣어두라 하사한 줄 아느냐.
김선 (슬픔 차올라, 눈물 툭, 툭 떨어지고)
왕여 나는 이제 알 수가 없다. 변방의 오랑캐가 적인지 니 오래비가 적인지.
김선 (담담하나, 맺히게) 박중헌이 적입니다.
왕여 !!!
김선 (굴하지 않고 보면)
왕여 (패물들 휘젓더니 그 중에 옥반지 하나 집어들더니)
적들도 죽이지 못한 그를 난 오늘 죽일 것이다.
김선 폐하! (하는데)
왕여 (그런 김선의 팔목 확 낚아채더니) 그대 오라비의 죄는 역모다.
(꽉 주먹 쥔 김선의 손가락 억지로 펴며)
그러니 이걸 끼고 황후답게 대역 죄인인 오라비를 맞아라.
김선 (주먹 꽉 쥐고 버티는데)
억지로 김선의 손가락 펴서 반지 끼워주는 손에서 카메라 팬 하면,
김선과 왕여, 써니와 저승으로!!
저승 그대는 누구의 편이냐. 한번이라도 내 편인적은 있었느냐.
단 한 번이라도 내가 심중에 있긴 하였느냐.
단 한 순간이라도 날 사랑한 적, 있느냐.
써니 (담담한 눈빛, 허나 그대로 저승의 따귀 올려붙인다!)
저승 (그저, 그렇게 있다가, 눈빛 붉어 써니 보더니)
그 자의 편에 서지 말라. 그게 그대가 살 수 있는 방법이다.
써니 (눈물만 툭툭 떨구며 보면)
저승 선택해야 할 것이다.
내 여인이 될 것인지 대역죄인의 누이가 될 것인지.
써니 (보는)
저승 (보는)
써니 폐하를 사랑하는 여인은 대역 죄인의 누이입니다. (반지 낀 손 꼭 쥐는데..)
저승 !!!
죽음을 예감한 김선의 담담한 눈빛과,
끝까지 오라비의 편에 서는 써니에 대한 원망으로 미쳐 돌겠는 저승의 눈빛에서...
-4. 개경/ 궁궐 (낮)
김선 그러니 가세요.. 멈추지 말고 폐하께 가세요 장군..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활 맞고 반지 낀 채 죽어가던 순간..
-5. 다시 현재, 써니 집 앞 (밤)
저승, 조심스레 입술 떼면.. 써니도 감았던 눈 뜨고, 눈물 툭툭 떨어진다.
써니 이거.. 뭐예요? 내가 본 것들.. 뭐예요?
저승 당신의 전생입니다.
써니 흐흑.. (눈물 훅 터지고)
저승 혹시 당신의 전생에 김신이 있나요?
써니 (끄덕)
저승 혹시 당신의 전생에.. 나도 있나요?
써니 (..끄덕)
저승 !... (아프게 보다가) 잠깐 내 눈을 좀.. 보시겠어요.
(써니의 젖은 눈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 더없이 비참하게 슬픈 얼굴이고..)
써니 (눈물 툭툭 흘리며 보는데)
저승 행복으로 반짝거리던 순간들만 남기고 슬프고 힘든 순간들은 다 잊어요.
전생이든 현생이든.. 그리고... 나도 잊어요.
(슬프게 웃으며) 당신만은 이렇게라도.. 해피엔딩이길. (눈물 툭툭)
써니 (눈빛, 묘해진다)
그 순간, 검은 연기로 휘리릭 사라지는 저승사자고...
써니, 가로등 아래 툭 주저앉아, 활 맞은 가슴께 부여잡고 서럽게 우는데...
S#40. 치킨 집 앞 (다른 날 낮)
써니, ‘CLOSED’ 팻말 ‘OPEN’ 바꾸고 들어가다 멈칫, 뭔가 봤다. 창에 비친 도깨비다.
써니 돌아서보면, 일각에 서서 써니 지켜보고 선 도깨비다.
써니 거기 오라버니. 왜 또 내 가게를 뚫어져라 보고 있죠?
도깨비 (뚜벅 뚜벅 걸어온다)
써니 오늘은 또 뭔데요. 노리개? 약과? 버선?
도깨비 오늘은 그런 게 아니라 (지갑에서 오천 원 꺼내더니) 내 군고구마 값을,
써니 참나. 그건 내가 쏜 걸로 하죠, 근데요 오라버니.
폐하께서 진짜 저 못생겼다 하셨어요?
도깨비 ?!!!
써니 (보는)
도깨비 (그저 놀라, 그저 눈빛 흔들리며 보는데!!!)
써니 아무리 전장을 떠도는 오라비라고는 하나, 어찌 답장 한번을 안 주시고.
도깨비 (!!..) 정녕, 니가 정녕..
써니 너무 늦게 알아봐 죄송해요 오라버니. 행복해지겠단 약조도... 못 지켰어요.
죄송해요 오라버니. (흐흑)
도깨비의 품에 확 안겨오는 써니. 그런 써니 안으며 역시 흐흑 울음 터지는 도깨빈데...
써니 홍시 꽃신 비단.. 고마웠어요. 이젠 못생긴 이 누이 자주 보러 오셔야 합니다.
흐흑, 더 깊어지는 도깨비와 써니의 울음이고...
그렇게 김신과 김선은 900년을 건너와 비로소 서로를 알아보았는데...
S#41. 도깨비 집/ 저승 방 (낮)
저승, 옷도 안 갈아입은 채 우두커니 앉았는데.
지은탁 외에 한 장 빈 기타누락자 서류 놓여 있고.
E 노크 소리 똑똑-
덕화 (빼꼼) 끝방삼촌. 안 바쁘시면 저 좀요.
S#42. 도깨비 집/ 거실 (낮)
덕화, 바둑 배울 겸 왔다. 바둑판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저승과 덕화.
저승 ...
덕화 (흘긋거리다) 무슨 일 있어요?
저승 그냥 좀. 걸리는 게 있어서. (가슴께 어루만지는데)
덕화 삼촌이랑 또 싸우셨어요?
저승 아니. 그 전부터. 그 날 이후로. 가끔.
덕화 언제요?
>>인서트 플래시 백 (8부 56씬)
김신의 손이 왕여 글자 한 획씩 쓸 때마다,
써니 만나고 있던 저승, 이유 없이 가슴에 엄청난 통증 느끼고..
/다시, 현재.
덕화 그 날이면.. 우리 삼촌 때문은 아니네. 저희 그때 절에 있었거든요.
저승 절에?
덕화 네. 삼촌이 등불 올리셨어요. 일 년에 하루 그렇게 하신다고.
삼촌 마음에 빚이 있으신 분들이라고, 그렇게나마 기리시는 거래요.
이름이 두 글자씩이었는데? 김선이랑 왕.. 뭐였는데 한자여가지고. (바둑알 놓는데)
저승 ?!
덕화 (바둑판 가리키며) 이러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저승 (바둑알 놓인 거 보곤) ...곤마(困馬).
S#43. 연희대학교 일각 (낮)
수업 마치고 나오는 은탁. 터덜터덜 걷는데, 계속 고민스러운 얼굴이다.
처녀귀신 얘!
은탁 (못 보고 못 듣는다)
처녀귀신 하 얘 봐라. 또 안 보이는 척 하네. (코앞까지 훅- 가서) 야 이 나쁜 계집애야!
은탁 (꿈쩍도 않는다)
처녀귀신 !!! (순간, 깨닫는) 안 보이는 척 하는 게 아니라, 쟤 지금 나 진짜 안 보이네...!
표정 굳은 처녀귀신 뒤로 한 채 걷는 은탁인데,
은탁 뒷덜미의 신부 낙인, 거의 사라질 것처럼 흐릿하고..
그때 빵빵! 은탁, 휙 돌아보는 얼굴에서,
S#44. 도깨비 차 안 (낮)
도깨비 운전 중이고, 은탁 조수석에 앉아 있다.
도깨비, 은탁의 가라앉은 분위기에 흘깃 흘깃 보다가,
도깨비 나도.
은탁 ? (그제야 정신 차리고) 네?
도깨비 내가 너 학교까지 데리러가서 신난다고 나도.
은탁 아. 김신씨가 저 학교까지 데리러 와서 너무 신나요.
도깨비 됐거든?
은탁 생각할 게 좀 있어가지고. 근데 뭐 좋은 일 있어요? 아까부터 쫌 그런데?
도깨비 일찍도 물어본다. 누이가, 우리 선이가, 날 기억해 냈어.
은탁 진짜요? 정말? 와 잘 됐다. 근데 어떻게요?
도깨비 (!) 아. 그걸 안 물어봤네. 그러네. 어떻게 전생이 떠올랐지?
은탁 !!!
도깨비 표정이 왜 그래?
은탁 아.. 그러니까.. 일단 차 좀 잠깐 세워주실래요?
도깨비 ???
Cut to.
도로 일각에 세워져 있는 도깨비의 차.
은탁 제 얘기 화내지 말고 들어주세요. 저도 내내 고민 중이었거든요.
도깨비 (?..) 뭔데.
은탁 아저씨가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사람인 거, 저 믿어요. 진짜로.
도깨비 무슨 일인데.
은탁 제가 어떤 망자와 마주쳤는데, 아무래도 박중헌인 것 같아요.
도깨비 (!!!) 니가 박중헌을, 어떻게 알아.
은탁 죄송한데, 그때 저승아저씨랑 하시는 얘기, 들었었거든요.
도깨비 !!!
은탁 처음엔 그냥 악귄가 했는데.. 뭐가 목적인지 잘 모르겠어서요.
괜히 주변에 이상한 일이 다 연관성이 있나 싶고.
사장님 전생 기억난 것도 그건가 싶어서...
도깨비 얘기 잘 했어. 고마워. 일단 집에 데려다 줄 테니까 집에 꼼짝 말고 있어.
도깨비 집터가 제일 안전하니까.
은탁 (끄덕) 네.
S#45. 건물 옥상 (밤)
푸른 불꽃 이글거리는 물의 검 든 채, 옥상에 아찔하게 서서 인간 세상 내려다보는 도깨비.
그러다 무언가 발견한 듯 눈빛 확 무서워지더니 푸른 불꽃으로 훅- 지상으로 떨어진다.
S#46. 골목 (밤)
중헌, 누군가의 귓가에 또 검은 혀 놀리고 있는데, 저만치 쿵!! 하고 내려앉는 그림자.
누군가, 기겁해 도망가고! 중헌, 고개 돌리면 서슬 퍼런 눈빛의 도깨비 서 있다!
보자마자 900년 전처럼 염력으로 중헌 확- 당겨서 목 턱! 잡는데.
중헌 900년을 피해 다녔는데 이리 마주치다니.. 허망하구나.
도깨비 괘념치 마라. 바로 없애 버릴 것이니. (손에 힘주며) 허나,
900년을 피해 다녔는데 이제 와 내 눈에 띈 이유는 답해야 할 것이다.
중헌 역시 천한 무신 출신이라 900년의 세월에도 혜안은 못 가졌구나.
원수를 지척에 두고도 못 알아보는 꼴이 우스워서 내 친히 알려주려 함이다.
도깨비 역시 네놈의 혀는 900년이 지나도 망령되구나. 제일 먼저 혀를 뽑을 것이다.
그 다음엔 몸뚱이를 갈기갈기 찢을 것이다. 그것들을 지금 할 것이다.
하며, 도깨비 중헌 확 날려, 물의 검으로 중헌 확 베는데,
그저 검은 연기만. 중헌, 그 모습 그대로 히죽 웃는다.
도깨비 !!!
중헌 너나 나나 900년의 세월이다. 그깟 물의 검으론 나를 못 벤다.
수호신 노릇이나 하며 살더니 진짜 천상의 신이라도 된 줄 알았더냐.
도깨비 니 놈 하나는 어떻게든 죽일 테니 괘의치 말아라.
하며, 다시 한 번 물의 검으로 확 베려는데, 중헌, 일각의 지나는 인간의 몸으로 확!
도깨비, 인간을 벨 수 없어 얼른 검 확 거두는데, 인간의 몸에서 확 나오는 중헌.
중헌 그리 우매하니 그리 하찮게 목숨을 잃는 것이다.
네가 썩어 문드러지던 그 이십년 동안, 알아보지 못할 만큼 컸지. 여는.
도깨비 (눈에서 불꽃 튀고) 여의 이름을 한 번만 더 들먹이면,
중헌 네놈 곁에 있는 그 저승사자가 누군 줄 아느냐.
검을 내리고 그 검을 네놈 가슴에 꽂은 자가 바로 그 자다. 그 자가 바로 왕여다.
도깨비 (!!!!!) 미친 소리!
중헌 니 우매한 누이는 이 생에서도 그 자에게 빠졌더구나.
가엾게도 넌 끝끝내 복수를 못하겠구나.
도깨비 ...!!!!!!!!!
도깨비 당황하는 틈타, 일각 지나가는 인간들의 몸에 점프 점프 빙의해 도망가는 중헌.
도깨비, 쫓으려다가, 머릿속으로 지나가는 무수한 장면들에 걸음 멈춘다.
/도깨비 (8부) 울었다며. 니가 왜 우냐? 나도 안 우는데?
/저승 (8부) 근데 누구야? 이 그림 속 여인?
/저승 (8부) 기억은 없고 감정만 있으니까. 그냥 엄청 슬펐어. 가슴이 너무 아팠어.
/ (12부) 저승의 얼굴에서 순간 어린 왕여의 얼굴 스친 것..
/저승 (10부) 혹시 이런 반지 본 적 있어? (반지 보여주는)
/ (1부) 선이 죽어가던 순간, 그 손가락에 껴있던 옥반지.
반지까지 기억한 도깨비, 분노에 눈빛 무서워지더니,
다시 푸른 불꽃으로 화르륵! 어딘가로 사라지는데!
S#47. 저승 찾는 도깨비 몽타주 (밤)
/저승의 찻집 문 열고 들어오는 도깨비, 저승 없다.
/저승 방 문 열고 들어오는 도깨비, 저승 없다.
S#48. 산속 절 (밤)
저승, 도깨비가 등불 올렸던 절에 와 있다.
촛불에, 왕여, 김선을 비롯한 부하, 친척들 이름 반듯하게 쓰여 있고..
그 중, 왕여王黎 이름 보는데 기분 이상하고..
S#49. 치킨 집 안 (밤)
가게 닫을 준비하는 써니. 가방 챙기고 외투 챙기는데,
뭔가 바람이 휙- 이내 누군가 팔을 확 잡아 돌려 세운다. 놀라 보면, 도깨비다.
도깨비 네 전생에 저승 그 자가 있느냐. 저승 그 자를 보았느냐.
써니 (!!!..) 이봐요 오라버니. 남의 영업장 와서 다짜고짜 이게 뭔 행패지?
내가 전생 다 기억났대서 진짜 김선이라도 된 줄 아나본데,
도깨비 그 자가, 왕여가 맞느냐.
써니 (냉정한 척 하며) 나 퇴근해야 하니까,
도깨비 그 자가, 왕여가 맞느냐고 물었다.
써니 !!! (그저 보는데)
도깨비 넌, 이번 생에서도 그 멍청이를 지키는구나. (푸른 불꽃으로 화르륵 사라지고)
써니 ... (그제야 하.. 김선의 표정 나오는데)
S#50. 산속 절 (밤)
저승, 절 계단 위에 서서 고뇌하고 있고..
저승NA ..그랬던가.. 내가.. 왕여였던가.. 기억 없이 남은 감정은..
내가 왕여인 걸 잊지 말라는... 스스로 주는 벌이었던 걸까.
그때, 계단 뚜벅뚜벅 올라가고 있는 구둣발 보인다.
보면, 저만치 계단 위 서 있는 사람, 저승이다.
900년 전 궁궐에서처럼 저승은 계단 맨 위에,
도깨비는 그 계단을 향해 한 발씩 내딛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900년 전처럼 한 발, 한 발 내딛는 도깨비..
저승NA 역시 나는.. 가장 나쁜 기억인 모양이다. 당신에게서도, 김신 그 자에게서도. (그때)
도깨비NA 내 목소리 들리지.
저승, 보면, 도깨비 900년 전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을 향해 올라오고 있다.
저승 !!!
900년 전에는 오르지 못했던, 그곳까지 올라온 도깨비..
도깨비 나도 니 목소리가 다 들리거든. 아주 선연히.
도깨비, 그대로 저벅저벅 다가가 저승 목 부러뜨릴 듯 잡는데!!
그 순간, 공간 확- 확장되면서, 900년 전 고려의 궁궐로..!!!
도깨비 상장군 김신, 폐하를 뵙습니다.
저승 !!!!!!
드디어 천 년의 분노 앞에 마주 선 도깨비와, 스스로가 왕여임을 깨달은 저승..
모든 걸 기억해서 괴롭고, 모든 걸 잊어서 괴로운.. 닮은 듯 다른 두 남자의 눈빛에서,
12부 엔딩!!!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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