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 13
13부-초고
S#1. 산속 절 (밤)
(12부 엔딩에 이어..)
저승, 보면, 도깨비 900년 전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을 향해 올라오고 있다.
저승 !!!
900년 전에는 오르지 못했던, 그곳까지 올라온 도깨비..
도깨비 나도 니 목소리가 다 들리거든. 아주 선연히.
도깨비, 그대로 저벅저벅 다가가 저승 목 부러뜨릴 듯 잡는데!!
그 순간, 공간 확- 확장되면서, 900년 전 고려의 궁궐로..!!!
도깨비 상장군 김신, 폐하를 뵙습니다.
저승 !!!!!!
드디어 천 년의 분노 앞에 마주 선 도깨비와, 스스로가 왕여임을 깨달은 저승..
모든 걸 기억해서 괴롭고, 모든 걸 잊어서 괴로운.. 닮은 듯 다른 두 남자의 눈빛에서,
도깨비 900년 만에,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야유하고)
(저승의 눈썹 한 올, 솜털 한 올까지 세세히 살피는 것 같은 눈빛으로)
저승 (그저, 견디며 그 눈빛 받아내는데)
도깨비 내 눈을 가린 것이, 구백년의 세월인지, 신의 미움인지.
너를 지척에 두고도 못 알아보았구나. 니가, 왕여구나. (죽일 듯 손에 더 힘주는데)
저승 결국.. 내가 그인가. 내가, 왕여인가.. 어리고 어리석던 그 얼굴이, 결국, 나인가.
(기억도 못하는 과거의 회한으로 눈물 툭툭 떨어진다!)
도깨비 (역시 눈가 시뻘게져서) 전장은 늘 지옥이었다. 그곳에서 우린 돌아왔다.
적들도 우리를 죽이지 못했다. 그런 내 부하들이, 내 어린 누이가,
죄 없는 내 일가친척이, 내 앞에서 칼을 맞고 활을 맞았다.
어명으로. 어리고 어리석은 황제가 내뱉은 그 한 마디로!!
저승 (울음 더 커지고...) 내가.. 그 자란 말이지. 내가.. 내가 정말 왕여란 말이지..
도깨비 하.. (죽일 것처럼 목잡은 손에 힘주다, 이내 확 놔버리고 더 분노 일어)
나는 여전히 매일 매일 그 생지옥 속 1분 1초를 기억하는데,
기억이 없으니 넌, 편하겠구나.
/왕여 하늘이 언제 네 놈들 편을 들겠다더냐.
도깨비 900년이 지나도 하늘은 여전히, 니 편이구나.
그저 나아가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김신, 드디어 왕여에게 닿았지만..
왕여이면서 왕여가 아닌 이 상황에 미쳐 돌겠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괴롭게 보다,
여가 그랬듯, 그런 저승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는데.
S#2. 도깨비 집 이곳저곳 (밤)
/은탁, 텅 빈 도깨비 방 열어보는.
/은탁, 텅 빈 저승 방 열어보는.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스러운 은탁의 얼굴이고...
S#3. 산속 절 (밤)
부하1을 비롯, 김신의 친척들, 김선과 왕여의 이름이 적혀 있는 위패와 촛불들.
저승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무슨 기억을 지운 겁니까.
무슨 선택을 한 겁니까. 난 대체, 어디까지 비겁했던 겁니까..
눈물 툭툭 떨구며 그 이름 하나 하나 보며 서 있는 저승.
S#4. 도깨비 집/ 거실 (밤)
은탁, 불안한 듯 거실 왔다 갔다 하는데, 현관문 열고 도깨비 들어온다.
은탁 ! (다가가며) 어떻게.. 됐어요? 박중헌 만났어요?
도깨비 만났어. 박중헌도, 왕여도. 간단히 짐 챙겨 나와. 나가자.
은탁 어디로요?
도깨비 유회장 본가로 갈 거야.
은탁 네. 10분만요. (가는데)
도깨비 (..?!) 지은탁.
은탁 (가다가 돌아보면)
도깨비 너 왜 아무 것도 안 물어.
은탁 !!...
도깨비 너, 알고 있었어? 그 자가 왕여인 거?
은탁 (....) 망자가 한 말이었어요. 의도를 모르겠어서 섣불리 전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내가 전하든 전하지 않든, 비껴갈 운명이면 비껴가고
만나야할 운명이면, 만나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죄송해요.
도깨비 (보다가) 짐 챙겨 나와.
은탁 (끄덕하고, 방으로)
도깨비, 누구에게든 화를 내고 싶구나 나는. 마음의 갈피 못 잡고 오래오래 서 있고...
S#5. 덕화 본가/ 서재 (밤)
일각에 도깨비의 보스턴백과 은탁이의 짐가방 턱턱 나란히 놓인다.
도깨비 당분간 여기서 지낼 거야. 입주 직원들 당분간 쉬게 해.
덕화 알았어. 근데 삼촌 왜 여기서 지내?
도깨비 2층 게스트 룸 하나씩 쓸 거야. 신경 쓸 거 없어.
덕화 알았어. 근데 삼촌 왜 여기서 지내?
은탁 전 사장님 댁으로 갈게요.
도깨비 !! (보면)
은탁 걱정 돼서요. 사장님은 영문 모를 일투성일 텐데.
도깨비 (그런 은탁의 마음 고맙고. 끄덕하고) 그래 그럼. 부탁할게. 무슨 일 있으면,
은탁 알아요. 좀 쉬세요. 덕화오빠가 데려다 줄 거예요.
덕화 내가?
도깨비 (끄덕하고 나간다)
은탁 (마음 쓰여서 도깨비 뒷모습 보는데)
덕화 아 뭔데. 집 왜 나온 건데. 끝방삼촌이랑 싸웠어? 아니 싸웠어도 그렇지.
끝방삼촌을 내쫓지 왜 자기가 나와?
은탁 배려 아닐까요? 저승아저씨는 갈 곳이 없으니까.
덕화 아... 그 대목은 또 짠하네.
E (쾅! 쾅! 문 두드리는 소리)
S#6. 도깨비 집 앞 (밤)
써니, 도깨비 집 문 두들겨 보고 있다. 아무 응답 없다.
초인종 누른다. 아무 응답 없다. 저승에게 전화도 해보지만, 전화기 꺼져있다.
/도깨비 넌 이번 생에서도 그 멍청이를 지키는구나.
써니,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망연자실 서 있는데...
(시간경과)
써니 떠난 자리에 들어서는 그림자. 집에 돌아온 저승이다.
차마 들어갈 수가 없는 듯, 닫힌 문만 오래 보고 서 있는데...
S#7. 도깨비 집/ 거실 (밤)
저승, 불 꺼진 텅 빈 거실에 혼자 우두커니 서 있고...
예상은 했지만, 홀로 남았단 사실이 사무치게 아픈데...
S#8. 써니 집 (밤)
써니와 은탁, 나란히 벽에 등기대고 앉아 있다.
써니 오라버니는, 어딨어?
은탁 집을 나왔어요. 저랑 같이.
써니 (!) 그럼 그 사람은.
은탁 집에 있을 것 같아요.
써니 (!...) 살아는 있단 소리네.
은탁 (농담 건네는) 애초에 산 사람은 아닐 텐데.
써니 아 그치. (쓸쓸히 웃는데)
은탁 근데 사장님 전생 기억나신 거요.. 어떻게 기억나신 거예요?
/ (써니와 저승사자의 슬픈 키스 장면)
써니 (사이) 야하게.
은탁 네?!
써니 술 한잔 하잔 뜻이야. 소주? 맥주?
Cut to.
역시 벽에 나란히 앞만 보고 앉아서 가운데 소반 하나 놓고 소주 마시는 두 여자.
써니 알바생. 인간에겐 네 번의 생이 있다며.
은탁 (보면)
써니 생각해 봤는데 난 네 번째 생인 것 같아.
은탁 왜요?
써니 적어도 난 두 번의 생을 알고 있고, 이번 생에 오라버니도 만났고,
정인도 만났으니까.
은탁 (천천히 끄덕, 하면)
써니 너는?
은탁 저는 지금은 첫 번째 생이었으면 좋겠어요.
써니 왜. 두 번째 생도 세 번째 생도 네 번째 생도 오라버니 만나게?
은탁 (웃으며 크게 끄덕 끄덕하면)
써니 니가 고려 때 그 똥고집을 봤어야 하는 건데.
죽을 거 뻔히 알면서... 왜 돌아 오냐고. ...자기나 그냥 살지.
은탁 !!!.... (생각지도 못한 써니의 말에, 가슴 먹먹하고...)
그렇게,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들을 하고 있는 은탁과 써니의 쓸쓸한 밤이고...
S#9. 옥탑/ 평상 (밤)
삼신 민재 나란히 앉아 있다. 둘 사이에 수도요금 고지서 놓여있다.
민재 (억울) 아니 수도요금을 1/n 하면 제가 진짜 너무 억울하죠.
아래층 여자분 오고 나서 4000원이나 더 나온다니까요?
삼신 아파트 전세 빼고 왔대. 가엾잖아.
민재 그럼 전요. 전 보증금 겨우 모아서 제 생애 처음으로 독립한 거라고요.
삼신 하긴. 첫 번째든 네 번째든 모두 소중하지. 안 그래?
민재 뭔 소리세요. 그리고 수도가 얼어서 물이 아예 안 나온다니깐요?
근데 제가 왜 1/n을 내냐고요.
삼신 그니까. 슬프다 운명이... 결국 이렇게 비싼 값을 치르려나. (먼 곳 바라본다)
민재 (빡) 아 제가 진짜 이럼 안 되는데,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삼신 (멀리 야경만) 현금 줘. 카드 안 돼.
삼신, 시선 끝에 서울 야경 반짝반짝 빛나고..
그 중 한 건물 옥상으로 카메라 훅- 가면,
S#10. 옥상 간판 위 (밤)
도깨비, 또 예전처럼 앉아서 술 마시고 있다. 마음이 온통 지옥이다.
/왕여 장렬히 전사했다 기별하라. 애통하다 기별할 것이니.
/저승 니가 죽는 걸 원하지 않아.
도깨비 (왕여와 저승의 다른 반응에, 저승을 온전히 미워할 수 없어 괴롭고.. 맥주 마시고...)
/ (써니 치킨 집 앞에서 손 잡혀 있는 저승과 써니의 모습)
/ (은탁이 졸업식장에서 마주 보고 서 있던 저승과 써니의 모습)
저승을 좋아하는 써니 때문에도 더 괴로운 밤이고..
S#11. 거리 (다음 날 낮)
저승, 영혼 없이 걷고 있고, 민재 옆에서 계속 떠들며 따라 걷고 있다.
둘 다 출근 중인 듯, 페도라 쓰고 있다.
민재 장항동 김차사 말입니다. 소문이긴 한데, 글쎄 어떤 망령의 속삭임에 죽어가던
망자의 손을 잡았던 거랍니다. 그 망령이 혹시 선배님이 놓쳤다는
그 기타누락자가 아닌가 싶어서,
저승 (그저 넋 놓고 걷기만)
민재 ..듣고 계십니까? 선배님.
저승 (문득 정신 차리고) 어. 뭐라고?
민재 (걱정스레) 요즘 왜 그러십니까.
저승 기타누락자가 뭐 어쨌다고?
S#12. 어두운 골목 일각 (낮)
여후배, 페도라 쓴 채 금기를 어긴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중헌E 여기 있었구나.
여후배 !!! (놀라서 보면)
중헌 낯빛을 보니, 넌 결국 잡았구나. 그 손을.
그래, 무엇을 보았느냐. 그 안에 무슨 죄가 있더냐.
여후배 그 속에 나는 없었어. 그 여자만 있었어. 그 여잔 옛날 어느 시대.. 왕비였어.
중헌 (비식 웃으며) 그 안에 나는 있더냐.
여후배 (노려보며, 끄덕하면)
중헌 혹 그 옆에 탕약을 건네는 손은 있더냐. 너처럼 가늘고 흰.
여후배 !!!
중헌 그 탕약에 무엇이 든 줄 아느냐. 내 죄가 곧 너의 죄다.
여후배 !!! (두려움에 덜덜 떨리고)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중헌 탕약을 건넨 그 손의 주인이 바로 너다. 이 얼마나 가련한가..
가진 기억이 없으니 저를 보고도 못 알아보는구나.
여후배 (!!!)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중헌 걱정 말거라. 내 너의 비밀은 꼭 지켜줄 터이니.
무엇보다 사사로이 능력을 쓴 것이 알려지면 곤란하지 않은가.
그러니 너의 죄도, 나의 죄도 비밀로 하자꾸나. (사악한 웃음이고..)
S#13. 치킨 집 일각 (낮)
치킨 집 통유리 창 안으로 일하는 써니 모습 보이고.
건너편에서 그 모습 음산히 보고 있는 누군가, 중헌이다!
중헌 역시나 니 년이 김선이었구나. 이 생에서도 넌 내 손에 죽어야겠다. (하는데, ?!)
보면, 중헌의 시야에서 써니 가리며 더블로 선 사람, 페도라 쓴 저승이다!
저승, 본 적 없이 매서운 눈빛에 온몸은 검은 연기에 감싸여 흡사 어둠의 사신 같다.
저승 기타누락자.
중헌 !!!
휙- 순간 이동해, 중헌의 목 콱! 잡아 벽에 딱 고정시키는 저승.
저승 구면이군. 20년 전에도 느꼈지만.. 넌 악귀로구나.
인간의 어두운 마음, 악한 기운을 빼앗아 살아남는구나.
중헌 나야 그저 그들의 검은 욕망에 손을 들어줬을 뿐.
>>인서트 플래시 백
/(1부) 은탁모 뺑소니남 귓가에 속삭이는 검은 혀,
/(8부) 자전거남 귓가에 속삭이는 검은 혀,
/(11부) 복수귀신의 남편 귓가에 속삭이는 검은 혀..
모두 중헌이었다!
/다시, 현재.
중헌 내가 눈을 가린 것인지. 그들이 눈을 감은 것인지.
저승 선문답 집어치워라. 이름이 무엇이냐.
중헌 헛수고 말아라. 내 이름을 안다고 해도 너는 나를 어쩌지 못한다.
그러니 내가 900년을 살아온 것 아니겠느냐.
저승 수작 부리지 말고 이름을 대라. (목 더 조이는데)
중헌, 검은 연기로, 휙- 이미 저만치에 서 있다.
저승, 좀 당황해서 보면,
중헌 니 이름이 무엇인진 알고 묻는 것인가. 내 알려주랴.
저승 !!! (순간 눈빛 흔들리는데)
중헌 너는 여전히 미천한 것을 쥐고 있구나. (건너편 써니 한번 보고)
소중해 꼭 쥔 걸 보니 이 생에서도.. 반드시 죽겠구나!
저승 !!!!
저승, 당황하는 순간, 중헌, 또 검은 연기로 휙휙- 인간들에게 빙의해 도망친다.
저승 나를.. 아는 자인가...! (놀라, 굳어 섰는데..!)
S#14. 덕화 본가/ 서재 (낮)
도깨비, 여전히 힘겨운 얼굴로 홀로 앉아있다.
/저승과 농담 오가며 마주쳤던 눈빛들,
/저승과 실없는 농담에 웃었던 순간들,
/함께 식사를 준비했던 순간들, 등등 머릿속을 흘러간다.
더 없이 쓸쓸해지는 도깨빈데.. 그때, 어디선가 진동 울린다.
보면, 일각의 덕화 핸드폰이다. 액정에, “끝방삼촌” 떠 있다.
순간, 눈빛 흔들리며 액정 오래오래 보더니 가만히 핸드폰 집어 들고 받는다.
저승F 여보세요.
도깨비 ....
저승F 덕화야. 난데.
도깨비 ....
저승F 여보세요?
도깨비 .....
/저승 (도깨비 집) !... (그 순간 누가 받았는지 알 것 같다)
서로, 누군지 다 알면서 가만히 듣고 있는..
서로 누군지 다 알기에 가만히 들을 수밖에 없는.. 그런 저승과 도깨빈데...
S#15. 연희대학교 (낮)
은탁, 수업 듣고 나오는데, 저만치 저승 서있다.
은탁 (천천히 다가가면)
저승 (은탁 발견하고) 갑자기 와서 미안. 전화를 안 받아서.
덕화에게도 했는데 그 전환 다른 자가 받은 것 같고.
은탁 (끄덕하고) 수업중이라. 식사는 하셨어요? (희미한 미소)
S#16. 학생식당 (혹은 학교 일각 분식점) (낮)
마주 앉은 은탁과 저승.
은탁 (?!) 검을..요?
저승 음. 어떤 검인지.. 궁금해서. 근데 내 눈엔 안 보이니까.
은탁 .... (그런 저승 보다가) 그림 잘 못 그려서 안 닮았을 수도 있어요.
Cut to.
은탁, 도깨비 가슴에 꽂힌 검을 상세하게 그린다.
저승, 은탁의 펜이 움직이면서 점점 더 모습을 갖춰가는 검 그림을, 물끄러미 본다.
은탁 (어느 정도 되었다 생각 들자) 이렇게 생겼어요.
저승 (그저 보며) 그 검을.. 왕이 내렸단 말이지..
은탁 ... (저승 보면)
저승 (그런 은탁 보더니) 넌 아무 것도 묻지 않는 걸로 도깨비 그 자의 편을 들고 있구나.
은탁 !!.... (보면)
저승 미안한데, 한 번만 내 편 들어주면 안 될까.
은탁 ...뭔데요?
저승 (무언가 꺼낸다) 이것 좀... 써니씨에게 전해줘.
은탁 (보면 옥반지다)
저승 이런 핑계조차 없어야 할 것 같아서. 나한테.
은탁 (헤어졌구나..) 그럴게요.. (반지 받는)
저승 나를.. 기억하지 못할 거야. 반지는.. 니가 좀 얼버무려줘. 간다.
(은탁이 그려준 검 그림 집어 들고 미련 떨치려는 듯 가는데)
은탁 ?? (그런 저승 뒷모습 보다가, 갸웃) 기억.. 하시는 거 같았는데...
S#17. 치킨 집 (낮)
은탁, 고민스럽게 앞치마 주머니 속 반지 만지작하다가, 일각 보면,
써니, 늘 그렇듯 창밖만 보며 앉아 있다. 은탁, 그런 써니 곁으로 가서 앉더니
은탁 아직도 기다리세요? 임금님?
써니 (....) 이젠 못 기다리지.
은탁 (!) ...왜요? 전생이 다 기억나서요?
써니 음. 임금님을 사랑한 그 여인은 대역 죄인의 누이니까.
은탁 !! (보면)
써니 그래서 그 사람 손에 죽었네.
은탁 !!! (보면)
써니 자꾸 헷갈린다.
갈가리 찢기던 심장의 고통을 느낀 게 나인지, 전생의 나인지..
은탁 (앞치마 주머니 속 반지, 만지작만 하는데)
써니 그도 슬펐을까. 나는, 등 돌린 뒷모습만 봤네. 그저 보고만 있었네.
은탁 .....
써니 행복한 순간만 간직하랬는데 나는 그조차도 좋았나 봐.
이렇게 다 기억하는 걸 보니. (쓸쓸하게 창밖만..)
은탁 (앞치마 주머니에 반지 툭 놓고, 손 빼더니 써니 손 가만히 잡아준다)
써니는 그렇게, 모든 순간을 다 기억하고 있었는데...
쓸쓸한 두 여자의 모습 그 위로, “딩동” 초인종 소리 얹히고...
S#18. 덕화 본가/ 서재 (낮)
찻잔 두 개 놓여있고, 마주 앉은 도깨비와 써니.
써니 그 사람은요. 만났어요?
도깨비 (그저 보면)
써니 지난 일입니다. 지나도 한참 지났죠. 생을 넘어 지난 일이니.
도깨비 넌 전생이지만 난 여전히 현생이다. 그 생을 살고 있거든.
나는 물러설 데가 없으니 나아가는 것밖에 할 수 없다. 그 자는 널 죽였고.
써니 날 죽인 게 아니라 김선을 죽였죠. 내가 아니라.
도깨비 !!!
써니 난 써니예요. 나의 생은 이 생이에요.
도깨비 !!!
써니 하지만 오라버니께서 나아가시겠다면, 생을 건너서도 여전히 제 대답은,
그때와 같습니다. 가세요 오라버니.
도깨비 !!!
/김선 압니다. 진정 다 압니다.. 그러니 가세요.. 멈추지 말고 폐하께 가세요 장군..
도깨비 (보다가) 이번엔, 이번에 내가 나아가면, 여에게 닿을 것이다.
내가 여에게 하려는 것이, 용서는 아닐 것이다.
써니 (아프게 끄덕하고) 제 걱정은 마세요. 이번 생에선, 정말로 행복해질게요 오라버니.
도깨비 (눈물 핑 돌아, 그런 써니 보는데...)
S#19. 도깨비 집/ 저승 방 (밤)
은탁에게 받은 검 그림 물끄러미 보고 있는 저승.
저승 이 검을 가슴에 꽂고.. 900년을 살았구나.. 그 자는.. (마음 아픈데)
그때, 저승 찻집의 망자의 풍경소리, “챙! 챙! 챙!” 위압적으로 들려온다.
저승, 놀라 벌떡 일어나는데, 저승의 몸 순식간에 확 흐려지더니 훅- 없어진다.
저승 서 있던 자리에, 팔랑... 검 그림만 바닥에 떨어지고...
S#20. 저승의 찻집 (밤)
툭, 나타나는 저승. 처음 있는 상황에 당황해 서 있는 저승인데,
보면, 자기가 앉던 자리에 검은 두 사내 앉아 있다. 저승부의 고위 관리다.
관리1 저승부 감사팀이다. 앉아라. (하며 앉으라고 손짓)
저승 (망자들의 자리에 앉는다)
관리2 그대는 차사직을 수행함에 있어 사사로이 능력을 쓴 사실이 확인되었다.
저승 !!!
관리1 인간의 기억을 지운 것 외, 명부를 발설한 것, 존재를 들키고도 조치하지 않은 것,
인간에게 전생을 돌려준 것 등, (목소리 멀어지며....)
저승 (그 모든 순간들 떠오른다)
/ (3부 1씬-사채업자들 기억 지우기)
/ (6부 39-3씬 덕화와 써니친구에게 최면 걸기)
/ (7부 19-2씬 취객 날려버림)
/ (8부 7씬 목격자들 기억 지우기)
/ (8부 56씬 써니 기억 지우기)
/ (9부 36씬 은탁의 명부 발설)
/ (10부 47-2씬 써니의 전생 발설)
/ (11부 37씬 은탁 명부 발설)
/ (11부 46씬 저승, 정체 들키고 밝힘)
/ (12부 39씬 키스로, 써니 전생 보여줌 그리고 최면) 중에서 ...
관리1 모두 인정하는가.
저승 ...인정합니다.
관리2 본인도 인정한 바, 이에, 중징계를 내리니 사안의 엄중함을 직시하라.
저승 달게.. 받겠습니다.
관리1 결코 달지 않을 것이다.
저승 !!!
관리1 저승사자는 생에 큰 죄를 지은 자들로, 기백 년의 지옥을 거치며 스스로 기억을
지우는 선택을 한 자들이다. 허니, 다시 너의 죄와 대면하라.
그것이 이 모든 규율 위반의, 엄중한 벌이다.
저승 ?!!!!
그 순간, 저승의 머리 깨질 듯 아파오며, 아팠던 기억들 다 떠오르는데...
-1. 개경/ 대전 (밤) (이미 찍은 씬)
관, 포, 완벽한 차림으로 앉아 수라상 받고 있는 어린 왕.
기미상궁 기미 중이고 상은 진수성찬이다.
중헌 (엎드려) 역모의 무리를 멸하시고 강건함을 보이시니 흉흉하던 백성들의 잠이
모처럼 단정하여 저잣거리에 폐하의 칭송이 자자합니다. 혹 구중(입)이
깔끄러우실까 염려되어 (E) 식전주를 내라 일렀습니다.
향이 아름답고 단맛과 신맛이 어우러져 구미가 돌고,
그저 텅 빈 눈동자로 앉아 있는 어린 왕.
김신이 죽었다.. 김선이 죽었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강건한 왕인가..
다음 순간, 역시 텅 빈 눈동자로 수라상 확! 밀어버리는 어린 왕.
중헌 (주절이다가, !.... 눈빛에 역정이 언뜻 스치는데...)
-2. 개경/ 대전 (여러 달 후, 아침) (이미 찍은 씬)
역시 진수성찬의 수라상. 확 밀어버리는 어린 왕.
관도 안 쓰고 포도 풀어헤쳐져서 엉망인 상태다.
-3. 개경/ 대전 (여러 해 후, 아침) (어린 왕 – 성인 왕) (이미 찍은 씬)
역시 진수성찬의 수라상. 또 확 밀어버리는 손. 보면, 어느 새 성장한 왕여다.
관도 포도 없이 흰 두루마기 차림에 머리는 산발이다. 여전히 눈빛은 텅 비어 있다..
중헌 .... (수십 년을 그 꼴 다 지켜본 듯, 전혀 동요함 없이, 일각의 궁녀에게)
폐하의 심신이 미령하여 만백성이 근심이다.
명일부터 수라를 줄이고 ‘탕약’을 들이라. (뱀의 눈빛이고..!!)
왕여 !!!
Cut to.
덜덜 떨리는 손으로 탕약 건네는 궁녀. 저승의 여후배다.
그 탕약이 무엇인지, 무슨 뜻인지, 왕여도 궁녀도 다 아는 것이다.
중헌 입에 써도 드시옵고 옥체와 정신을 맑게 하시어 강건함을,
왕여 그런 중헌 물끄러미 보다, 탕약 확 당겨 한입에 쭉 마셔버리고는,
왕여 이 정도 강건함이면, 되시겠소.
-4. 개경/ 대전 (여러 날 후, 낮-밤) (이미 찍은 씬)
엉망인 몰골로 무릎을 꿇고 엎드려 미친 듯이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는 왕여.
보면, 한 여인의 초상 그리고 있다. 일각에 걸려 있는 미완성의 그림들,
구겨진 종이들, 널브러진 종이들, 나뒹구는 크고 작은 붓들,
손에, 옷에 온통 먹물 튄 채 그림만 그리고 있는 왕여.
일각에 먹 가는 내관과 문가에 서 있는 늙은 상궁(왕비를 모셨던)만이 지켜볼 뿐이다.
여러 날이 흐른다. 꼬박 꼬박 탕약을 마신다. 그림 위에 모로 쓰러져 있기도 하고.
다시 또 그림을 그리다가, 문가의 늙은 상궁에게,
왕여 말해보라.
상궁 (...?) 무엇을 말씀이시온지..
왕여 기억이.. 안 난다.. 어느 것이 왕비의 얼굴이냐..
상궁 !!!...
왕여 (설풋 웃고 있는 그림) 이리 웃었느냐.. (슬픈 눈빛의 그림) 이리 울었느냐..
상궁 ..폐하..
왕여 잊지 않으려 하였는데.. 이 사람은.. 그 조차도 싫은 모양이다..
기억이 안 난다..
상궁, 그런 왕여의 모습에 무언가 결심하는 눈빛인데..
Cut to.
왕여 앞에 놓이는 비단 보따리 하나. 늙은 상궁이 왕여에게 가져다 준 것이다.
의아한 얼굴인 왕여에게,
상궁 어느 날엔가 혹여.. 찾으실까 하여..
왕여, 보따리 풀어보면, !!! 선이 죽을 당시 입었던 피 묻은 옷과, 피 묻은 옥반지다!!!
마치 모르는 물건처럼, 물끄러미 피 묻은 옷과 옥반지 보던 왕여의 눈에,
이내 굵은 눈물 툭툭 떨어지더니, 울음 점점 깊어져, 반지 꼭 쥐고 피 묻은 옷에 얼굴 묻고,
심장이 찢어지고 창자가 끊어질 듯 울음 우는 왕여인데...
-5. 개경/ 저잣거리 (밤)
군데군데 추위에 일하는 백성들이 지핀 화톳불 지펴져 있다.
아직 문 안 닫은 몇몇 상점들만 등불 켜져 있어 어둑하고 을씨년스러운 저잣거리.
술에 취한 듯, 슬픔에 취한 듯, 머리며 옷이며 다 풀어헤친 왕여(저승), 한 손엔 옥 반지,
한 손엔 김선의 죽었을 때 입었던 피 묻은 옷 쥔 채 휘청휘청 저잣거리 걷고 있다.
저승 이 고운 비단 옷 누구에게 입힐고...
이 아름다운 옥반지 누구 손에 끼울고...
백성들 (불똥 튈라, 납작 엎드려 머리 조아리고 있고...)
저승 이 고운 비단 옷 누구에게 입힐고...
이 아름다운 옥반지 누구 손에 끼울고...
그때, 머리 조아리고 있던 한 거지 노파,
노파 그 아름다운 옥반지 내게 주시오.
저승 ...!!!
저승, 걸음 멈추고 천천히 시선돌려 보면, 고개 드는 거지 노파, 삼신이다.
노파 그 아름다운 옥반지 내게 주시오. 훗날 쓰일 데가 있을 터이니.
저승 (그런 노파 물끄러미 보다가) 갖고프냐.
그래. 그럼 주마. 가지거라. (던져주고)
(다시 휘청 휘청 걸으며) 이 고운 옷은 주인이 없구나...
혹여 그대가 찾는 것인가.. (한참을 서 있다가..) 그럼.. 가져가라..
(눈물 한 줄기 툭, 떨어지고...)
하더니, 일각의 화톳불에 휙- 던져 넣는다.
너울너울 붉은 불꽃으로 타오르는 피 묻은 김선의 옷이고..
불꽃 너머로 휘청휘청 돌아가는 저승의 슬픈 뒷모습 보이고...
-6. 개경/ 대전 (여러 달 후, 밤) (이미 찍은 씬)
더 퀭해진 몰골로 여전히 미쳐 돌아 그림만 그리는 왕여.
그런 왕여 향해 덜덜 떨리며 내밀어지는 탕약과 목소리. “폐하.. 탕약을..”
문득 손 멈추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참을 있는 왕여..
궁녀, 왕여의 침묵에 눈도 못 들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왕여 내 백성들도.. 내 신하들도.. (그림 보며) 내 여인도.. 나조차도 나를..
궁녀 ???
왕여 ..그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구나..
궁녀 !!!....
왕여 끝끝내 나는..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였다..
궁녀 !!!... (왜 이러지? 불안해 죽겠는데)
왕여 (그제야 천천히 고개 돌려 궁녀를 보더니) 탕약을 더 가져오라.
궁녀 예..?!! (혼비백산하면)
왕여 무엇이 들었는지 안다. 한 번에 끝내자꾸나. 탕약을... 더 가져오라. (사이) 어명이다.
왕여의 눈에서 회한의 눈물 한 줄기 툭, 떨어지는데...
S#21. 다시, 현재. 저승의 찻집 (밤)
과거의 기억 다 찾은 저승, 입에선 비명 같은 신음만 아..! 아..! 흘러나온다.
숨도 못 쉬고 헉, 헉, 그저 눈물은 뚝, 뚝,
관리1 그대는 지금 이승에서의 죄와, 그 죄 속에 가장 큰 죄인 스스로 목숨을 끊은 죄와,
사후 600년의 지옥을 다 돌려받았다. 하여, 차사직 수행은 정지되며,
추후 지시가 있을 때까지 대기한다.
저승 아..! 아...! (신음만 흘리고 있고)
관리들 (홀연히 사라진다)
저승, 흐흑, 거친 울음 터지며, 바닥으로 쓰러져 미친 듯이 몸부림친다!!
저승 내가 왕여였구나.. 내가 저들을 다 죽였구나.. 내가.. 나를 죽였구나..!!!
저승의 심경처럼, 찻집 안의 찻잔들 부들부들 괴괴하게 떨리며 흔들리고..!
S#22. 산속 절 (밤)
김선과 왕여의 이름과 부하들, 친인척들 이름의 위패와 그 앞에 밝혀진 촛불들.
도깨비, 그들 등지고 하염없이 앉아 있다.
/궁 밖에서, 비처럼 쏟아지던 화살에 속수무책 쓰러지던 부하들 모습...
/자신의 마지막 명을 수행하고 죽어가던 부하1의 모습
/자신의 한 걸음에, 목숨을 잃던 일가친척들의 모습
/등 날리던 그날 한 자, 한 자, 이름 써 내려 갔던 것도 떠오르고...
그렇게 기리는 그들에게, 질문해 보는 도깨비다...
도깨비 자네들 생각은 어떤가.. 나는 어찌 해야 할까. 그 자를.. 어찌해야 할까...
서러운 울음 터진다. 울음 점차 깊어진다. 답답한 듯도 한, 용서를 구하는 듯도 한..
하릴없는 울음 쏟아내는 도깨비의 뒷모습이고..
S#23.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벌게진 눈으로 문 열고 방으로 들어오던 도깨비, 표정 굳는다.
보면, 족자 들고 눈물 뚝뚝 흘리고 있는 저승이다.
도깨비, 저벅 저벅 거칠게 다가가 족자 확 낚아챈다.
도깨비 두 번 다시 손대지 마. 넌 이 그림을 보고 울 자격 없어. (하고 등 돌려 나가는데)
저승 내가.. 그 검을, 내렸어.. 너에게.
도깨비 !!! (돌아보면)
저승 내가 죽였어.. 내가, 다 죽였어.
도깨비 !!!
저승E 기억이.. 났어. 내가.. 왕여였어..!!
도깨비 (그대로 다시 가, 저승 멱살 확 틀어쥐는데!) 그래. 너라니까?
니가 그랬어. 니가 다 죽였어. 죽이다 죽이다 너는, 너까지 죽였어!
저승 나.. 나를 좀... 니가 나를 좀...
도깨비 넌 네 여인도, 네 충신도, 네 고려도, 너조차도, 단 하나도 지키지 못했어.
선이가, 그 어린 내 누이가 죽음으로 지킨 너였어.
너는 살았어야 했어. 끝까지 살아남아서 내 칼에 죽었어야 했어.
그래서 니가 내게 씌운 역모라는 그 죄를 죽음으로 증명했어야 했다.
저승 흐흑...
도깨비 누이는 알았을 거야. 박중헌의 입에서 김신이 나왔을 때 그 다음은 김선이 나올
거라는 걸. 그게 널 옥죌 빌미를 줄 거란 걸. 그래서 그 못난이는 너의 약점이
되느니 그 자리에서 역적의 누이로 죽어간 거야. 널 살리려고!
저승 그러니까.. 나를 좀.. 제발.. 반지... 그 반지를 내가.. 그렇게 못되게 끼웠어.
그녀의 손에. 그 반지가 이번 생에서도 오갔어..!
부탁이야. 나 좀 죽여줘...!
도깨비, 하.. 저승 멱살 툭 놔버리고..
도깨비 역시 그래? 이번에도 널 버리게? 너를 죽이는 죄는 네가 지은 걸로 충분한 것 같다.
(일갈하고 족자 들고 가버리는데)
혼자 남겨져 애끓듯 울음 우는 저승이고..
S#24. 치킨 집 (밤)
테이블에 가만히, 놓이는 옥반지. 은탁이다. 은탁, 퇴근길인 듯 사복 입고 있다.
목선 파인 옷이라, 목 뒤의 낙인 다 보인다.
써니 ?!!! (은탁 보면)
은탁 많이 고민해 봤어요. 이걸 전해드리는 게 맞는지. 그래서 며칠 갖고 있었어요.
죄송합니다.
써니 (반지만 물끄럼 보다) ...니가 왜. 내가 미안하지.
은탁 더 안 물어보세요?
써니 뭘 물어. 다 알겠는데. 이걸 이렇게 받을 줄은 몰랐지만.
누군가의 한, 죄, 그리움이 다 내 거였어. 그 무당 용하네...
은탁 (안쓰럽게 보면)
써니 근데 너는 무슨 죄니.
은탁 네?
써니 니가 도깨비 오라버니 신부라며.
나랑 그 사람이야 전생의 연에 얽혔다 쳐. 넌 왜 오라버니와 얽힌 거야?
은탁 (웃으며) 그럴 운명이어서요.
써니 너도 뭐 이상한 거 해? 혹시 너도 막 나니 새처럼?
은탁 하하. (웃고) 전.. 그런 건 아니에요.
/저승 도깨비의 불멸을 끝낼 소멸의 도구. 그게 도깨비 신부의 운명이야.
/저승 니가 검을 빼면 그 자는, 먼지로.. 바람으로.. 흩어질 거야.
이 세상, 혹은 다른 세상 어딘가로. 영영...
은탁 ...
써니 알바생?
은탁 (얼른 표정 지우고 귀엽게 에두르는) 전 그냥 비를 좀 덜 오게 할 수 있어요.
시민들 불편하지 않게. 첫눈이 일찍 내리게도 할 수 있어요. 세상 사람들 신나게.
써니 제일 중요한 일 하네. 근데 오라버니는, 왜 도깨비가 된 거야?
은탁 세상엔 기적이 필요하니까요. 이상하고 아름다운.
써니 누가 그래.
은탁 제가요.
써니 (수긍) 그래. 그럼 저승사자는? 사람은 누구나 죽으니까?
은탁 죽음이 있어서... 삶은 더 찬란하니까요. (하다, 일각 보고 표정 굳는!)
써니 말 잘하는 것 봐. 역시 명문대생.
보면, 창가에 검은 기운 내뿜는 중헌 서 있다!!
은탁, 써니 놀랄까봐 내색은 못하지만 경계어린 눈으로 노려보는데.
써니, 그런 은탁 시선 따라가면, 써니 눈엔 아무 것도 안 보이지만,
은탁 눈엔 꼭 중헌과 써니 눈 마주친 듯 보인다. 그런 써니 보고 음산하게 웃는 중헌.
중헌 오랜만이구나. 천한 무신의 누이, 미천한 무신 가문의 황후.
은탁 !!! (벌떡 일어나 써니 자기 뒤로 숨기고 중헌과 딱 마주보고 서면!)
써니 왜...! 거기 뭐 있어?
중헌 (노기 어려) 넌 빠지거라. 아직 순서가 안 됐다. 넌 저 년 다음이다.
은탁 가까이 오지 마. (여전히 딱 버티고 서서) 사장님. 제 코트 주머니에서 라이터 좀요.
빨리요.
써니 (?) 라이터? 라이터는 왜.
중헌 여는 나의 아들이나 진배없었다. 저 년이 다 망쳤다. 죽일 것이다..!
은탁 사장님 빨리요.
써니 어. 알았어. (하며 일어나는데)
중헌 네 이년..!!
하며, 눈빛 확 변해 검은 연기로 써니의 몸으로 확 들어가려는데!!
은탁, 그런 써니 보호하며 확 감싸 안는다. 검은 연기 확 날아와 은탁 몸에 부딪치는 순간!
은탁의 목 뒤 낙인 푸르게 빛나더니, 은탁의 온몸을 감싸는 푸른 빛!
꼭 도깨비가 경고하듯, 엄호하는 듯 위압적이다!
중헌, 그대로 튕겨져 나가더니 다시 검은 연기로 확! 부서지며 사라진다! 도망친 것이다.
그 순간, 은탁 정신 잃고 툭- 쓰러진다.
써니 알바생. 왜 그래. 뭐야. 뭔데. 정신 차려 봐. 알바생!
S#25. 써니 집 앞 (밤)
탈진하다시피 한 은탁 부축해 택시에서 내리는 써니.
써니 괜찮아? 걸을 수 있겠어?
은탁 네. 괜찮아요. 놀라셨죠.
써니 그럼 놀랐지. 너 아까 누구랑 얘기한 거야. 시퍼런 거, 빛 같은 거 그거 뭐야.
너 사람이라며. 혹시 사람인 듯 사람 아닌 사람 같은 너야?
은탁 히. 사실 저도 처음 있는 일이라. 사장님 먼저 들어가세요.
전 사장님 오라버니 좀 만나고 들어갈게요.
써니 오기로 했어?
은탁 (싱긋) 제가 부르면 안 올 수가 없거든요.
Cut to.
은탁, 후~ 성냥 불고 두리번거리는데, 저만치 가로등 밑 도깨비 딱 서 있다.
도깨비 (은탁 보며 그리웠던 얼굴로) 잘 지냈어? (하며 한 걸음 내딛는데,)
은탁 (다다다 달려가서 와락!!! 안기는 은탁)
도깨비 !!..
은탁 보고 싶었어요.
도깨비 (뭉클하고 사랑스럽고..) 나도. (꼭 안는다)
은탁 (품에 안겨 고개만 들고) 잘 지냈어요?
도깨비 음. 미안해. 금방.. 데리러 올게.
은탁 (끄덕 끄덕하고, 다시 고개 푹 도깨비 품에 묻는데)
도깨비 (그 순간, 은탁의 흘러내린 머리카락 사이로 낙인 보는데, !!)
너 목에 낙인이, (낙인 전체적으로 거의 안 보일 듯 흐려졌다)
은탁 왜요?
도깨비 거의 안 보여.
은탁 (!!!) 그래요? 왜지..? (하다, !!) 근데.. 이거 없어지면 진짜로 검이 안 보이거나
하는 건 아니겠죠? 내가 아저씨 검 못 빼면 영영 기회 없을지도 모르는데...
도깨비 니가 지금 그거 걱정할 때야? 이게 이만큼 흐려졌다는 건 내가 그만큼 널
위험하게 했다는 거고. 앞으론 내가 못 느낄지도 모른단 거고,
은탁 걱정 마세요. 더 주의하고 더 조심할게요.
도깨비 너 혹시 또 그 자와 마주쳤어? 박중헌?
은탁 (!..) 그렇긴 한데.. 제가 목적이 아니었어요. 사장님이 목적이었어요.
도깨비 그것도 니가 걱정할 거 아니야. 너는 니 걱정만 해.
누이는 다른 자가 지킬 거니까.
은탁 (끄덕)
도깨비 딱 이틀만. 질문을 받았고... 나와 저승 그 자는, 그 답을 찾아야해.
/덕화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
은탁 (애써 밝게, 끄덕)
도깨비 (아프게, 은탁 바라보는데...)
S#26. 도깨비 집/ 저승 방 (다른 날 낮)
기억 다 돌아온 저승, 무언가 한문으로 미친 듯이 작성해 내려간다.
지은탁 외 한 장 남았던 기타누락자 서류다. ‘박중헌(朴仲憲)’이름 보이고,
박중헌의 생년월일부터 그의 역사에 대해 다 기술해 써내려 가는데.. (*별첨 참조)
S#27. 카페 (낮)
저승, 굳은 얼굴로 초조하게 앉아 있는데, 민재 평상복 차림으로 헐레벌떡 들어오며,
민재 무슨 일이십니까. (앉는다)
저승 (바로 서류 내밀며) 전에 말한 기타누락자 서류야.
민재 20년 전에 놓쳤다는 그 망자 말씀이십니까?
저승 어. 근데 나는 대기 중이라 처리할 수가 없어. 니가 해야 해.
그러니까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민재 (차분하게) 말씀하십시오.
저승 900년 떠돈 망령이고, 인간들의 어두운 감정에 기생해 지금까지 살아남았어.
마주친다한들 우리 힘으론 힘들어. 근데 명부에 이름을 올리면 일단 제어는
가능할 것 같아서. 빠른 처리 부탁해. 급한 건이라. 내일 정오까진,
민재 오늘 자정 전이요.
저승 ..고맙다.
민재 저도 말씀 드릴 게 있습니다. (주머니에서 무언가 꺼내며)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명부 내밀며) 제가 선배님 관할 구역 이관 받아서 하고 있는데 명부 중에
지은탁이라고. 이 분 그때 그 도깨비 신부님 아닙니까?
저승 !!!..
민재 (명부 열려고 하며) 날짜를 보니까,
저승 쉿. 발설하지 마. 명부에서 손 떼. 내가 본 거야. 넌 모르는 거야.
(명부 열어 보면, 丁酉년 癸卯월 丁酉일 池听晫 20세 心臟痲痹 )
일주일 후네. (걱정 가득한 얼굴이고...)
S#28. 써니 집/ 욕실 (낮)
세수한 은탁. 거울에 대고 흐릿해진 자기 낙인 보는데. 중헌의 말 떠오른다.
/중헌 (노기 어려) 아직 순서가 안 됐다. 넌 저 년 다음이다.
은탁 ...결국은 날 노린다는 건가... 대체 왜...
은탁, 신의 질문을 받은 듯, 골똘하고 어두운 얼굴인데...
S#29. 산속 절 (낮)
저승, 물끄러미 촛불들 보고 서 있다. 그날, 내가 죽인 저 사람들..
오래 전 도깨비의 말도 떠오른다.
/도깨비 황제에게 가는 길은 너무 멀었고... 나는 결국 닿지 못 했어.
닿지 못 할 걸 알면서도, 다 알면서도 나는, 나아가는 것밖에 할 게 없었어.
저승, 가슴 무너져.. 돌아서는데, 멈칫 한다.
보면, 도깨비, 언제부터 보고 있었는지, 저승의 모습 보고 서 있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오래 바라보는데..
저승 은탁이의... 명부가 왔어. 아무래도..
도깨비 박중헌과 관련된 거겠지.
저승 (끄덕하고) 정유년 계묘월,
도깨비 이제 그 날짜는 의미가 없어. 알 텐데.
저승 ...그래도 알면 좋을 듯하여..
도깨비 (그저 차갑게 보면)
저승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떼어 도깨비 옆 스쳐 지나가는데)
도깨비 박중헌이 누이 주변을 맴돌아. 지켜. 단 한 번이라도 내 누이를 지켜.
내 누이가 널 지켰듯.
저승 !!!
도깨비 여기 온 거 우연 아니란 얘기야. 그 말하러 왔어. (앞으로 나아가는데)
저승E 그 날,
도깨비 !! (멈춰서 그대로 듣고 있는)
저승 넌 무엇을 위해 나아간 거야. (돌아보며) 그 자리가 무덤이 될 걸 다 알면서.
도깨비 (...) 전하지 못했던 말을 전하러.
저승 ?!!!
도깨비 (돌아보고) 검을 받고, 수없이 뵙기를 청하였으나, 황제이자 매제인 네 놈은
변방으로 떠나란 교지만 전해왔지. 내가 죽는 걸 확신한 그 날에서야 너는
얼굴을 보였어.
저승 ...그래서. 그렇게까지 해서 무슨 말을..
도깨비 (보는데..)
/선황제 (쿨럭쿨럭 기침하고, 슬픈 어조) 돌보지 않음으로 돌보았다 전하라.
도깨비 선황께선 널 돌보지 않음으로 돌보았다고.
저승 !!!
도깨비 너의 이복형이었던 선황제에게, 너의 정인이었던 내 누이에게,
너의 고려를 지켰던 나에게, 넌 사랑 받았다고.
저승 ..!!!
/왕여 내 백성들도.. 내 신하들도.. (그림 보며) 내 여인도.. 나조차도 나를..
..그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구나.. 끝끝내 나는..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였다..
저승 !!!!...
도깨비 그러니, 한 말씀만 내리라고.
“분노와 염려를 담아 검을 내렸으니, 박중헌을, 베어라.” 그 한 말씀만.
저승 !!!!....
도깨비 그 검이, 내 가슴에 꽂힐지 몰랐던 거지.
저승 !!!...
일갈하고 도깨비 돌아서 걷다가, 쿵!!! 무언가 깨닫는다!!!
자기도 모르게, 검 꽂힌 자리에 손 가져간다.
도깨비 하..! 어떻게 이런..
/중헌 그깟 물의 검으론 나를 못 벤다.
도깨비 (!!!) 이리 멀리 도망쳐보아도 결국 이 검을 쥐게 되는구나.. 나는..
그 순간, 우르릉 쾅! 번개 친다.
저승 (용기 내 다가온다) 무슨.. 일이야. 왜.. 또 검이 아퍼?
도깨비 (천천히 돌아보며) 결국 이 검의 효용가치는, 그거였어..! 박중헌을, 베는 것.
저승 !!!
도깨비 (해도 너무한 운명에, 눈물 한 줄기 툭, 떨어지는데..)
다시 한 번 우르릉 쾅! 번개 치면서, 도깨비 가슴의 검, 푸른빛으로 보이는데..!!
S#30. 써니 집 (다른 날 낮)
써니, 화장대 앞에서 립스틱 꺼내 바르는데 눈물 툭 떨어진다.
>>인서트 플래시백 (3부)
써니 (픽) 쫌 웃겼다. (가방 뒤져서 아이라이너로 메모지에 번호 휘갈기며) 이과예요?
(다 적더니) 전화번호의 완성은 립이죠. (립스틱 바른 입술 꾹 찍어서 건네면)
저승 ... (손 닿을까봐 엄지와 검지로 조심스레 건네받는)
/다시, 현재
써니 (눈물 닦으며 슬프게 웃는) 미친다 진짜. 예뻐 보여야 돼. 그만 울어.
S#31. 써니 집 앞 (낮)
화장 곱게 하고 나오는 써니. 어딘가 향해 걷는다. 그런 써니 지켜보는 누군가, 저승이다.
저승, 적당히 거리 두고 써니 따라 걷는다.
어차피 써니의 기억 지웠으니 자기 못 알아볼 거란 생각에 페도라 안 썼다.
S#32. 카페 안 (낮)
커피 주문하는 써니 보인다.
밖에서 그 모습 지켜보고 있는 저승이고.
S#33. 거리 (낮)
커피 마시며 걷는 써니. 노점 가판대의 액세서리 흘깃 보고 또 걷는데..
그렇게 걷던 써니, 육교로 향한다. 저승, 잠시 걸음 멎지만, 또 따라간다.
S#34. 육교 위 (낮)
저승, 써니 따라 걸어와 보니 처음 만났던 육교 위다.
써니, 육교에 팔 걸치고 서서 하염없이 먼 산 바라보고 있다.
저승도 멀찍이 떨어져 써니처럼 먼 산 보고 서는데.
써니 (먼 산 바라보며) 왜 자꾸 따라다녀요?
저승 ?!! (놀라 보면)
써니 며칠 됐잖아요. 스토커예요?
저승 (오해했구나 싶고) 그런 거 아닙니다. 길이 우연히 겹친 것 같은데,
써니 덕분에 데이트 하는 기분이었네요 나는. 김우빈씨랑.
저승 !!!
써니 (보면)
저승 대체 왜.. 어떻게 기억을..
써니 당신이 최면을 잘못 걸었으니까.
저승 !!!
/저승 행복으로 반짝거리던 순간들만 남기고 슬프고 힘든 순간들은 다 잊어요.
전생이든 현생이든.. 그리고... 나도 잊어요.
(슬프게 웃으며) 당신만은 이렇게라도.. 해피엔딩이길. (눈물 툭툭)
써니 행복했던 순간들만 남기래놓고 당신을 잊으라니.. 순서가 안 맞지.
당신이 있는 모든 순간이.. 슬프고 힘들었던 것조차 다, 그 조차도 나는 다 좋았네요.
저승 !!!
써니 그래서, 내가 죽음으로써 당신을 지킨 게.. 당신에게 해피엔딩이 됐나요?
저승 !!!! (그저, 눈물 훅 떨어지는데)
써니 지금 모습이 그렇게 젊은 거 보니, 오래 살진 못했군요?
저승 (비로소, 900년 만의 대답이고) 매일이, 사무치게, 그리워서.
써니 그럴 걸 뭐 하러.
저승 어리석어서.
써니 (다가와 눈물 닦아준다) 좀 빨리 깨닫지. (손엔 옥반지 끼고 있다)
근데 난 어떻게 이번 생에서조차 당신에게 반했지? 성안이 훤하셔서 그런가?
(마치 해피엔딩일 것처럼 슬프게 웃어 보이는 써니인데)
저승 !!!
써니 (천천히 반지 빼더니) 자요.
저승 !!! (써니가 내민 반지 받지도 못하고, 슬프게 보는데)
써니 진짜 헤어져요 우리. 이번 생에선 안 반할래.
내가 당신한테 줄 수 있는 벌이 이것밖에 없어. (눈물 툭툭 떨어지는데)
저승 !!!
써니 (저승의 코트 주머니에 반지 넣어주고) 굿 바이 폐하.
하고 멀어지는 써니. 잡지도 못하고, 그저 울음 삼키며 바라보는 저승이고...
그렇게 슬프게 이별하는 김선과 왕여인데...
S#35. 치킨 집/ 골목 (낮)
꼬마 줘어!
형1 (과자 든 손 위로 하고) 돈도 없으면서 과자는 어디서 났냐? 훔쳤냐?
꼬마 아니야. 할머니가 사줬어!
형2 구걸해서 받은 거 아니야?
꼬마 우리 할머니 욕 하지 마! 장풍!
형1 (킥킥 웃으며) 얘 또 이러네.
형2 야! 장풍은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하는거지. 장풍! (하며 꼬마 퍽 밀치는데)
꼬마 (툭 쓰러져서 애처롭게) 장풍!
형들 (낄낄대고)
은탁 (그때 마침 나오다가) 야! 이놈들이 또! (다가오는데)
꼬마 장풍!!
하는데, 순간 정말로 아이 손에서 나가는 장풍!
형들, 어어어, 하며 휙 장풍에 나가떨어진다!
꼬마 (놀라서 자기 손 보고)
형들 너 뭐야..! 진짜였어!! (놀라 뒷걸음쳐 도망가는데)
카메라 돌면, 뒤에 도깨비 서 있다.
은탁, 휙 돌아보고 도깨비 있는 것 보더니 엄지 척! 들어주고 꼬마에게,
은탁 괜찮아?
꼬마 (끄덕하고) 누나 어떻게 알았어요? 진짜 장풍 쏠 거라고. 전에 나한테.
나 진짜 쐈어요 장풍.
은탁 누나도 니 나이 때 크면 꼭 도깨비 신부 돼야지? 했는데 진짜 도깨비 신부 됐거든.
그치만 비밀이다. 장풍은 위험하니까 아무 때나 막 안 된다?
꼬마 (끄덕하고) 할머니한테만 말 할게요. (하고 신나서 간다)
은탁 (꼬마 멀어지는 거 봐주고, 도깨비한테) 오, 쫌 멋진데.
도깨비 멋지면 우리 여행갈까?
은탁 헐...
도깨비 왜.
은탁 나 지금 심쿵.
도깨비 잘됐네. 심쿵을 지향한다며.
은탁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너무 다행이고)
도깨비 (끄덕하면)
은탁 그럽시다. 막 여행 가고 그래버립시다!
S#36. 콘도 (혹은 펜션) (밤)
/마트에서 장 본 것 이것저것 꺼내 놓는 두 사람.
/콘도에서 밥 해먹는 두 사람.
/소파에 반대로 누워 다리 겹친 채로 책 읽는 두 사람.
/커플 옷 입고 주변 산책하는 두 사람. 찰칵, 사진도 찍어주는데.
/해지는 풍경 바라보며 오래 은탁 품에 안고 있기도 하고.
/밤 하늘 보며 테라스에서 커피 타 마시는 두 사람.
은탁과 함께 살며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해보려고 노력하는 도깨빈데...
도깨비 선물이 있어.
은탁 난 충분한데, 지금도 넘치게 완벽한데.
도깨비 아닐 걸. (서약서 내밀면)
은탁 어! 이거!
도깨비 이제 어른 됐으니까 기억해둬. 이런 건 원래 하나씩 나눠 갖는 거야.
은탁 그래서 제가 딱 위조를 했던 거죠. 근데 그때 들켜가지구. (웃다가) 근데 뭐가
원본이에요? (도깨비 손에 들린 거) 그거구나. 그거 나 줘요.
도깨비 (손 휙 피하고) 싫은데?
은탁 그거 나 가질래!!
은탁, 도깨비 잡으려 마구 쫓아다니고 웃는데...
S#37. 옥상 간판 위 (다른 날 밤)
도깨비, 혼자 이별을 준비하며, 은탁이 쓰고 김신이 서명했던 서약서 보고 있다.
여섯 개의 조항들이 다 마음에 맺힌다. 서약서 위로 눈물 툭툭 떨어진다.
은탁NA 일. 을은 매년 첫눈 오는 날에 갑의 소환에 응한다. 갑이 기다릴 것이기 때문이다.
울음 깊어져, 이내 엉엉 우는 도깨비.
남자의 울음이고 신의 울음이고 처음으로 죽음이 두려운 인간의 울음이다...
하늘엔 창백하고 거대한 달 떠서, 더욱더 괴괴한 밤이다...
S#38. 가구 매장 일각 (다른 날 낮)
덕화, 매장 안에서 매니저에게 혼나고 있다.
덕화, 꾸벅꾸벅 매니저에게 고개 숙이다가 손님 오자마자 “어서 오세요!” 하고 뛰어간다.
도깨비, 멀찍이서 그런 덕화 지켜보며 설핏 미소 짓는다...
도깨비 많이.. 보고 싶을 게다. (먹먹히 보고..)
S#39. 치킨 집 일각 (낮)
써니, 치킨집 안에서 테이블 닦고 있다.
도깨비, 멀찍이서 써니 일하는 거 지켜보고 있다.
도깨비NA 평안해 보이니.. 건강해 보이니.. 그럼 되었다.
이 생의 너로, 잘 살거라. (그렇게 누이와 작별하는데...)
S#40. 연희대학교 일각 (낮)
은탁, 수업 끝나고 나오는데, 누군가 보고 환하게 웃는다.
저만치, 도깨비 딱 서 있다.
은탁, 웃으며 도깨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간다.
도깨비, 그런 은탁의 몸짓 하나, 눈빛 하나 다 기억하려는 듯 보고 서 있다.
은탁 오 이젠 생각만 해도 막 앞에 있어. 나 방금 김신씨 생각했는데.
도깨비 (그저 웃는)
은탁 어쩐 일이에요?
도깨비 보고 싶었고.. 부탁도, 있고.
은탁 하세요.
도깨비 박중헌과 관련된 일이야.
은탁 아... 안 그래도 저도 생각을 해봤는데 궁금하더라구요. 왜 하필 지금일까.
900년을 떠돌았는데 왜 지금 나타났을까. 하고.
도깨비 음. 그것 때문에. 아주 잠깐 용감해져야 해. 할 수 있겠어?
은탁 (보다가, 끄덕) 난 도깨비 신부니까. (웃는다)
도깨비 (웃어준다. 마음은 무너지지만)
S#41. 건물 옥상 (밤)
문 열고 나오는 도깨비. 은탁 따라 나온다.
은탁, 고층 건물 옥상이자 좀 놀라는데,
도깨비 잘 들어. 잠시 후에 내가 전화를 할 거야. 그러면 너는 나를 즉시 소환해.
은탁 (보다가, 주머니의 라이터 꺼내며) 껌이죠.
도깨비, 끄덕하고 가려다 돌아서더니 은탁 확 당겨 키스한다.
슬프고, 아픈, 마지막 키스다... 가만히 입술 떼고 은탁 보며,
도깨비 갔다 올게.
하더니, 빠르게 걸으며 이내 휙- 푸른 불꽃으로 건물 아래로 훅- 사라진다.
혼자 남은 은탁, 무언가 불길한 예감에, 도깨비 사라진 쪽 오래 보는데...
S#42. 어두운 골목 일각 (밤)
중헌, 어두운 골목길 비척비척 걸어 나오는데,
골목 끝에서 앞 딱 막아서는 누군가, 물의 검 든 도깨비다.
중헌 이미 말하지 않았느냐. 물로 만든 검 따위론 날 못 벤다고.
도깨비 알고 있어. 그러니 이제 우리의 마지막 전장으로 가볼까?
중헌 내가 어디로 갈 줄 알고. (사악하게 웃더니)
이내 검은 연기로 휙- 사라진다.
S#43. 건물 옥상 (밤)
은탁, 일각에 앉아서, 가방에서 무언가 꺼낸다. 보면, 오래 전 덕화에게 산 동화책이다.
>>인서트 플래시 백 (3부 44씬)
동화책 사이에 마른 메밀꽃 끼워 넣던 은탁.
>>인서트 플래시 백 (1부 43-2씬)
은탁 (꽃 보며) 근데 메밀꽃은 꽃말이 뭘까요?
도깨비 연인.
/다시, 현재.
은탁, ‘연인’에 새삼 행복해져, 웃으며, 동화책 열어보면, 납작하게 눌린 메밀꽃 보인다.
은탁, 간지럽게 웃으며 메밀꽃 집어 들려는데,
마치 검은 재처럼 바스러져 날려가는 메밀꽃잎들...
은탁 !!!
은탁, 불길한 예감에 바람에 흩어지는 메밀꽃 보는데...
바스러져 날려가는 메밀꽃잎 너머로 흐릿하게 서 있는 누군가.. 중헌이다!!
은탁은, 중헌을 보지 못한다. 오직 재처럼 날리는 메밀꽃만...
중헌 역시 넌 이제 내가 보이지 않는구나. (비릿한 웃음)
S#44. 도깨비 집/ 저승 방 (밤)
저승, 써니가 돌려 준 반지 꼭 쥐고, 눈물 그렁해 앉았는데, 무언가 이상한 느낌.
책상으로 가 은탁의 명부 보면, 명부 속 날짜와 시간이 바뀐다!! 바로 시계 보면, 20분 뒤다!
S#45. 건물 옥상 (밤)
중헌, 은탁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데,
은탁, 그 순간 무언가 퍼뜩 깨닫고 벌떡 일어난다. 손엔 라이터와 핸드폰 꼭 쥐었다.
은탁 나 때문이구나...! 내 낙인이 흐려지길.. 기다린 거구나..
중헌 제법이구나. 허나, 늦었다. (점점 더 가까이)
은탁 나를 이용해.. 아저씨 검을, 뽑을 생각이구나.. (하는데 핸드폰 울린다)
S#46. 거리 (밤)
도깨비, 비장한 표정이다. 빠르게 걸으며 전화 걸고 있다.
도깨비 지금이야. 나 소환해.
S#47. 건물 옥상 (밤)
은탁, 바로 핸드폰 집어 던지고 라이터 확 켜서 후- 불려는데,
중헌, 은탁의 목덜미를 콱! 움켜잡는다.
은탁 !!!!
중헌 원망 마라. 이게 니 운명이니.
은탁, 컥컥 버둥버둥, 자신의 목을 쥔 중헌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중헌, 은탁 목 쥔 손에 힘 더 주는데,
은탁, 죽을힘을 다해, 후, 라이터 불을 분다!
그 순간, 중헌이 은탁을 잡고 있는 손목이 푸른 불꽃에, 댕강 잘려 나간다.
허나 물론 검은 연기일 뿐이다.
도깨비 괜찮아? (하는데)
은탁 (그대로 달려와 도깨비의 물의 검 맨손으로 잡아 제 몸 가까이 당기는데)
도깨비 지은탁! (하며 놀라 물의 검 확! 물로 만들어 버리는데)
은탁 (손에 피 철철 나며, 철철 울면서) 나 알았어요. 지금 나타난 이유 알았어요.
나 베요. 나 빨리..! 내 몸에 들어오면 끝이에요. 그렇게 죽긴 싫어요.
나 어차피 아저씨 아니었으면 죽었을 운명이잖아요. 얼른요! (하는데)
중헌, 일각에서 훅- 나타나더니, 그대로 은탁의 몸에 검은 연기로 훅-
헉! 하고 꺾이는 은탁의 등.
도깨비 !!!
은탁E (은탁의 몸이지만, 중헌의 입으로) 이 아이 말이 옳았다. 베었어야지.
이제 니가 죽거나 내가 죽거나인데 넌 자꾸 뒤돌아보느라 내 손에 죽겠구나..!
(하며, 도깨비에게 다가와 도깨비 검을 잡으려고 하는데!!)
저승E 박중헌.
은탁 ?!!
도깨비 !!! (보면)
저만치 저승 딱 서있다. 페도라에, 출근복 차림이다. 전에 없이 차갑고 어두운 죽음의 사자다.
또 규율을 어긴 것이다.
저승 망자는 사자의 부름에 답하라!
중헌 네 놈이..!!!
저승 박중헌! 박중허언!!
그대로 은탁의 몸에서 뽑혀져 나오듯 떨어지는 중헌!
은탁, 그대로 축 늘어지는데, 도깨비, 그대로 받아 안더니,
은탁의 손 바로 자신의 검에 가져다 댄다! 검이 나타난다.
은탁 !!! (순간 정신 차리고) 안 돼요! 안 돼요!
은탁, 아악!! 비명 같은 울음 터뜨리며 손 빼려는데,
그런 은탁의 손 꽉 잡고, 검 뽑는 도깨빈데..!!
저승 안 돼!! 뭐하는 거야!!
도깨비, 은탁의 손에서 황제의 검 잡아 채더니, 그대로 중헌의 몸 반으로 쩍! 베어버린다.
중헌 이리 가는구나.. 허나.. 허망하지 않다. 나는 네 놈을 또 죽였으니.
악마 같은 웃음으로 훅- 재로 날아간다!
은탁 으아아.. (울며 도깨비 보고 있고)
저승 어쩌자고.. 그 검을.. 어쩌자고..!!! (역시 우는데)
도깨비 (저승 바라보더니) 용서하십시오. 장렬히 죽는다.. 이제야 기별합니다.
저승 !!!!
은탁 안 돼요... 안 돼요.. 죽지 마요. 제발요..!!!
도깨비, 천천히 은탁에게 다가가는데, 칼 뽑힌 자리부터, 불타듯이 몸이 사라져 간다..!
도깨비 (무릎 낮춰 은탁과 눈높이 맞게 앉더니, 아직 성한 손으로 은탁의 눈물 가만히
닦으며) 널 만나 내 생은, 상이었다.
은탁 (비명처럼 울며) 안 돼요. 가지 마요! 가지 마요!
도깨비 비로 올게... 첫눈으로 올게... 그것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께 빌어 볼게.
은탁 제발요.. 제발요...! 사랑한다구요!!
도깨비 나도. 사랑한다. 그것까지, 이미 하였다.
더 없이 슬픈 도깨비의 눈에, 눈물 툭툭 떨어지는데, 그 순간, 먼지처럼, 바람처럼,
이 세상, 혹은 다른 세상 어딘가로, 도깨비, 훅- 사라지고!
우르릉 쾅!! 하늘을 가르는 번개와, 이내 굵은 빗줄기.
빗줄기 속에서, “아아악!” 오열하는 은탁과, 지켜보는 저승의 슬픔에서,
13부 엔딩!!!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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