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 14
14부-2고
S#1. 건물 옥상 (밤)
(13부 엔딩에 이어서..)
은탁 으아아.. (울며 도깨비 보고 있고)
저승 어쩌자고.. 그 검을.. 어쩌자고..!!! (역시 우는데)
도깨비 (저승 바라보더니) 용서하십시오. 장렬히 죽는다.. 이제야 기별합니다.
저승 !!!!
은탁 안 돼요... 안 돼요.. 안 돼요... (무너지고...!)
도깨비, 천천히 은탁에게 다가가는데, 칼 뽑힌 자리부터, 불타듯이 몸이 사라져 간다..!
도깨비 (무릎 낮춰 은탁과 눈높이 맞게 앉더니, 아직 성한 손으로 은탁의 눈물 가만히
닦으며) 널 만나 내 생은, 상이었다.
은탁 (비명처럼 울며) 싫어요. 제발요... 내 손 안 놓겠다고 했잖아요. 약속 했잖아요.
도깨비 비로 올게... 첫눈으로 올게... 그것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께 빌어 볼게.
은탁 그러지 마요... 그렇게 가지 마요... 나 당신 사랑해요.. (흐흑..) 사랑한다구요!!
도깨비 나도. 사랑한다. 그것까지, 이미 하였다.
더 없이 슬픈 도깨비의 눈에, 눈물 툭툭 떨어지는데, 그 순간, 먼지처럼, 바람처럼,
이 세상, 혹은 다른 세상 어딘가로, 도깨비, 훅- 사라지고!
우르릉 쾅!! 하늘을 가르는 번개와, 이내 굵은 빗줄기.
빗줄기 속에서, “아아악!” 오열하는 은탁과, 지켜보는 저승의 슬픔에서...
S#2. 도깨비 기억 사라지는 인물 몽타주 (밤-낮)
도깨비가 사라지자, 지구가 흔들린 듯, 공기가 진동한 듯,
/덕화의 기억에서도,
/써니의 기억에서도,
/김비서의 기억에서도,
/반장, 부하1, 민재, 심지어 자전거남의 기억에서도, 도깨비의 모습 사라진다.
S#3. 도깨비 글자 사라지는 이미지 몽타주 (밤-낮)
-도깨비 책상 위, 펼쳐진 유언장의 글씨(한문)들 공중으로 날아올라 사라지고...
-은탁의 책상 위, 펼쳐진 은탁의 책에 도깨비가 쓴 “첫사랑이었다” 글씨는 붉은 불꽃으로
천천히 타들어간다. 마치 도깨비가 그 첫사랑 하나만은 간직하고 가져가는 것처럼...
창밖의 거대한 번개와 빗줄기, 타들어가는 글씨 위로 어른거리고...
S#4. 건물 옥상 (밤)
빗속에서 여전히 오열하고 있는 은탁. 그 모습 지켜보는 저승인데,
은탁 !!!
그 순간,
/캐나다에서의 ‘첫사랑이었다’ 하던 순간의 도깨비가,
/포장마차에서, 첫키스하고 따뜻하게 웃던 도깨비가, 하나 둘.. 사라져간다...!!
은탁, 경기하듯 가방에서 유서 노트 꺼내 펼치더니, 미친 듯이 써내려간다.
[기억해. 기억해야 해. 그 사람 이름은 김신이야. 키가 크고 웃을 때 슬퍼.
비로 올 거야. 첫눈으로 올 거야. 약속을 지킬 거야. 기억해. 기억해야 해. 넌 그 사람의 신부야.]
S#5. 중천 (밤-낮)
무로 돌아간 도깨비는 이승도 저승도 아닌, 지상과 천상의 가운데, 중천에 서 있다.
상장군 김신으로 죽어가던 그 모습 그대로다. 다만, 가슴에 검이 없다.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는 끝도 없이 펼쳐진 눈밭에, 거대한 나비 그림자 드리운다.
삼신E 신은 말했지.
신E 너는 너를 아는 모든 이들의 기억에서 지워졌다. 그건 그들의 평안이고 나의 배려다.
도깨비 (눈물 차오르고)
삼신E 그리고, 너의 벌은 끝났다고. 이제, 모든 것을 잊고 잠들어 평안하라고.
하지만 도깨비의 눈엔 눈물이 고였지.
도깨비 (눈물 한 줄기 툭) ....이제야 알겠습니다.
/도깨비 (5부 엔딩) 결국 난, 그 선택을 했구나.
도깨비 제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도깨비, 눈물 툭툭 떨구며 천년 만에 신 앞에 무릎을 꿇는다.
도깨비 이곳에... 남겠습니다. 이곳에 남아서,
비로 가겠습니다. 바람으로 가겠습니다. 첫눈으로 가겠습니다.
그거 하나만, (굵은 눈물들...) 하늘의 허락을 구합니다.
삼신E 어리석은 선택이 아닐 수 없었지.
신E 너의 생에 항상 함께였다. 허나 이제 이곳엔, 나도 없다.
거대한 그림자로 날아가 버리는 나비고...
S#6. 육교 위 (밤)
삼신 (푸성귀 다듬으며) 그렇게 홀로 남은 도깨비는 저승과 이승 사이,
빛과 어둠 사이, 신조차 떠난 그 곳에, 영원불멸 갇히고 말았지.
듣고 있는 사람, 다름 아닌 부하1이다.
한 손엔 시금치 든 검은 봉지, 한 손엔 알록달록한 삔 하나 들려있다.
부하1 아.. 어떡해.. 그래서요? 도깨비는 어떻게 됐어요?
삼신 글쎄.. 기억은 곧 잊히고 찬란한 허무만이 남겠지.. 그 허무 속을 걷고 또 걷겠지..
그렇게 걸어서.. 어떻게 될라나. 어디에 닿을라나..
부하1 아.. 너무 슬픈 얘기네요... (머리 삔) 이거 얼마예요?
카메라 밤하늘로 올라가면.. 까만 밤하늘에서,
S#7. 인서트 (다른 날 낮)
다시 아침이 오고 서울의 도심 풍경 보이면서, 자막, <9년 후> 찍힌다.
S#8. 방송국/ 라디오국 (낮)
/-1. 부스 안 (낮)
마이크 앞에 앉아 대본 보며 “아아” 입 풀고 있는 DJ.
/-2. 부스 밖 (낮)
노트북과 큐시트 보고 있는 작가, 분주하게 오가며 기기 체크하는 남자스텝,
스텝 방송 10분 전입니다.
일각엔, 목에 달랑거리는 사원증. <TBC 라디오국 PD 지은탁> 사원증 속 사진 은탁이다.
카메라 그대로 올라가면, 사원증 건 은탁 보인다. 꿈에 그리던 라디오PD가 된 것이다.
작가 (일각의 머그컵 마시려다 비어있자 들고 일어나 등 돌리다, 헉!!) 지피디.
은탁 (큐시트만 보며) 어. (하는데)
작가 비 와. 점점 굵어지는데?
은탁 ! (창밖 보면, 비 내린다)
작가 여기 무슨 동남아니? 일기예보 뭐야. 오늘 찢어지게 화창하다며!
은탁 그니까.. 우산도 없는데..
작가 지금 우산이 문제야? 오프닝 어떡해.
은탁 (시계 보더니) 뭘 어떡해. 비 멈추게 못 하잖아. 그럼 다시 써야지. (바로 큐시트
체크하며) 오늘 건 맑은 날 쓰면 돼. 킵하고, 일단 첫 곡은 괜찮아.
우중충한 날일수록 밝게 시작하는 느낌으로 가고, 날씨랑 이슈 안 맞는 멘트만
(하며 작가 보면)
작가 (이미 노트북 앞에 앉아 타다닥 키보드 두드리며) 다시 쓰고 있어. 어휴 내 팔자야.
스텝 생방 8분 전입니다.
그때 은탁, 문자 와서 보면, 경미다. [30만원만. 급해. 답장해라.]
은탁 (핸드폰 일각에 툭 던져놓고 일어나며) 나 선곡하러 가. (나가는데)
S#9. 방송국 앞 (낮)
비 내리는 거리. 우산 쓴 채 흘러가는 사람들.
퇴근 길, 로비 처마 밑에 우두커니 서서, 비오는 하늘 하염없이 올려다보는 은탁이다...
이유도 모르게 비만 오면 마치 중요한 약속을 잊어버린 것처럼 가슴이 아픈 은탁인데...
S#10. 카페 (낮)
/나란히 서서 주문하는 은탁과 한 남자, 저승이다. 은탁은, 젖은 머리 턴다.
/비 오는 창가에 앉아 각자 커피와 과일주스 마시는 은탁과 저승.
은탁은 노트북으로 일하는 중이고, 저승은 핸드폰으로 이어폰 꽂고 라디오 방송 듣는 중이다.
그러다 문득 문득 창밖의 비 바라보는 게 닮았을 뿐, 서로 눈빛도 안 마주친다.
S#11. 옥탑/ 은탁 집/ 욕실 (밤)
세수하고 수건 꺼내서 닦는 은탁. 열려진 수납장에 여성용품 보이고.
얼굴 닦던 은탁, 고개 갸웃한다.
/9살에 보았던 저승사자의 모습.
/카페에서 주문할 때 어딘가에 비쳤던 저승사자의 모습.
은탁 잘못 봤나.. 하긴 20년 전인데.. (나간다)
S#12. 옥탑/ 은탁 집/ 거실 (밤)
은탁, 수건 목에 걸고 욕실에서 나오는데, 일각에서 텔레비전 보는 이모다.
이모 어휴 돌대가리. 전세로 왜 생돈을 깔고 앉아 있어.
월세로 돌리고 그 돈을 뿔릴 생각을 해야지.
은탁 (냉장고로 가서 물 꺼내며) 그럴 재주 없어요 안 까먹는 게 어딘데요.
이모 그니까 날 줘 보라니까? 내가 이자 세게 받아 줄 테니까,
은탁 주무세요. (방으로)
이모 어휴 지 엄마 보험금 다 까먹고 앉아 있지.
근데 경식이 경미 이것들은 한번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내가 미쳤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연년생으로 싸질러서는.
S#13. 옥탑/ 은탁 집/ 은탁 방 (밤)
은탁, 누워서 자기도 모르게 습관처럼 목에 건 목걸이 만지다가, 문득, 목걸이 푼다.
손끝으로 잡고 보다가 핸드폰 조명에 비춰보면 천장에 커다랗게 그림자로 ‘destin’ 보인다.
은탁 엄마 유품인가? 언제부터 있었던 거지 이 목걸이는?
그렇게 누워, 천장의 글씨 오래오래 바라보는 은탁인데...
S#14. 중천 (밤-낮)
중천의 눈밭. 어둠을 밀치며 지구만한 거대한 태양이 떠오르고 지고,
차갑고 파리한 거대한 달이 떠오르고 지고,
태양 아래, 달 아래, 여전히 걷고 또 걷는 도깨비.
걸어도 걸어도 똑같은 풍경과 바람, 끝나지 않는 불멸,
오직 김신의 발자국만.. 한 줄이다.. 그 위로 글자 찍힌다.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S#15. 옥탑/ 은탁 집/ 은탁 방 (밤)
때로는 뒷걸음으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늦은 밤, 괜히 필사해 보는 은탁이고...
그러다 몇 장 넘겨보면, 불에 탄 자국 보인다. ‘첫사랑이었다.’ 글씨 있던 자리다.
은탁 어떻게 여기만 딱 탔지...
손으로 가만히 만져보는데...
S#16. 옥탑/ 평상 (밤)
밤하늘 달 보고 앉아 있는 은탁.
마치, 중천의 도깨비와 눈이라도 마주칠 듯 한데...
하늘 올려다보고 있다가, 터덜터덜 술 마시러 가는 은탁인데...
S#17. 치킨 집 (밤)
딸랑- 들어서는 은탁, 주방에서 일하던 써니, “어서오세요.” 돌아보는데, 여전히 슬로우 걸리고.
은탁 사장님은 참 꾸준히 예쁘시네요. 소주 주세요.
써니 오늘 방송 좋던데. 왜, 또 CP가 지랄했어?
은탁 좋음 뭐해요. 광고가 안 들어와서 짤릴 판이에요. 갑자기 비가 와서 생쑈하고.
안주는 반반이요.
써니 (주방 향해) 반반이요. (하고) 소주는 꺼내 먹어.
은탁 아 손님한테. (하면서도 가서 소주 한 병 꺼내는데)
그때, 딸랑- 들어오는 사람, 반장이다. 서류 더미 안은 채 쩔어 있다.
은탁 어 반장. 거기.
써니 언제까지 반장이야. 뭐 계속 반장이야? 김변. 어서 와. 안주는 지피디가 시켰어.
반장 네. (하며 서류 내려놓으며) 나 맥주.
은탁 (반장의 맥주까지 꺼내들고 온다) 소송은. 이겼어?
반장 졌으면 퇴근 못 했어. 너 소개팅 안 할래?
은탁 변호사 싫어.
반장 이번엔 셰프. 요리 채널에도 자주 나오고 웃을 때 강아지 같아. 귀여워.
은탁 딱 니 취향을 내가 왜.
반장 니 프로 애청자를 내가 왜. 자기 가게 런치 때 맨날 니 프로 틀어놓는대.
은탁 넌 팔아먹을 친구가 나밖에 없냐?
써니 (글라스 갖고 와 앉으며) 팔아줄 때 팔려 가. 나 봐라. 누군가의 첫사랑이 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쉬웠던 난데 (소주 따르며) 어떻게 그 흔한 커피 한잔하자는
남자도 없잖아.
반장 그래. 이렇게 되지 말고.
써니 김변. 무슨 뜻이야?
반장 지은탁 이해를 돕기에 적절했는데 왜요?
써니 지피디 친구 얘밖에 없니?
반장 넌 술 마실 데가 여기밖에 없니?
은탁, 말없이 두 사람 술병, 글라스에 짠하고는 꿀꺽 소주 마시고.
은탁 캬. (비 오는 창밖 보며) 비는 오고, 술은 쓰고,
내 걱정 해주는 벗이 둘이나 있고, (다시 창밖 보며) 날이 참.. 조오타.
그런 은탁을 걱정스럽게 보는 써니와 반장인데...
둘은 은탁의 우울증을 알고 있었고...
S#18. 옥탑 일각 골목 (밤)
은탁, 술 취해, 슬픈 노래 흥얼거리며 골목 걷고 있다.
저만치 벽에, 조르르 서 있는 귀신들.
아줌마귀신 쟤 도깨비 신부래매. 근데 왜 우리 못 봐?
처녀귀신 옛날에나 도깨비 신부지. 스물아홉인데 아직 도깨비가 안 나타나는 걸 보면
사실 과부나 다름없지. 근데 쟤 옛날엔 나 봤는데?
은탁, 아무 것도 못 보고 못 듣고 슬픈 노래에 취해 비척비척 지나가고.
S#19. 옥탑/ 은탁 집/ 은탁 방 (밤)
근거도 모를 바닥없는 우울에 처절하게 바닥 기며 우는 은탁이다.
은탁 나 왜 이러는 거야... 뭐가 슬픈 거야.. 왜 자꾸 이러는 거야..
하면서도, 미친 듯이 우는 은탁이고...
창밖에, 빗소리 다시 쏴- 창문을 때리고...
S#20. 중천 (밤-낮)
다 갈라진 입술, 다 벗겨진 피부, 다 터져 흉한 손, 손에 들린 무언가..
걷고 또 걷다, 지치고 힘겨워 눈밭에 푹 쓰러지는 도깨비.
손에 들린 무언가 보면, 무로 돌아가던 순간 품고 있던 은탁의 서약서다.
그 순간, 힘없이 손에서 빠져나간 은탁의 서약서가 휙- 날아간다.
도깨비, 힘겹게 몸을 일으켜 날아가는 서약서를 잡으려 다시 걷다가
풀썩, 또 쓰러지고, 다시 걷다가 또 풀썩.. 이번엔.. 나무토막처럼 생명 없이 쓰러진다.
그 순간, 하얗게 눈꽃들 날아올라 멀리 아주 멀리 날아가더니,
S#21. 거리 (다른 날 낮)
인간의 세상에 첫눈이 온다.
시민들, “첫눈이네?” “올해는 좀 많이 이른데?” “그래도 첫눈 오니 좋다..” 한마디씩 하며 걷는다.
그런 시민들 사이, 우두커니 서서 목 한껏 꺾어 눈 오는 하늘을 하염없이 올려다보는 은탁.
마치, 하늘위의 쓰러진 도깨비의 슬픈 눈과 눈이 마주칠 듯 하고..
그런 은탁의 얼굴 위로 눈 결정체 나폴 나폴..
S#22. 중천 (밤-낮)
쓰러진 도깨비는 절망과 외로움으로 고통스런 눈물들, 툭.. 떨어지는데,
S#23. 방송국/ 중간 정원 (낮)
일각 벤치에 앉아 있는 은탁. 무릎엔 작은 조각 케이크 상자 촛불 켜진 채 놓여 있다.
‘지은탁 피디님께, 우주 최고 DJ 이미나 팬 연합 드림’ 스티커 붙은 조공 케이크고.
케이크 위로 눈 결정체 나폴 나폴 떨어지고...
은탁NA 무엇을 잊은 걸까요. 누구를 잊은 걸까요.
S#24. 중천 (밤-낮)
너무 힘겨운 도깨비, 눈물 또 툭, 툭, 떨어지는데,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은탁NA 어떤 얼굴을 잊고 무슨 약속을 잊어 이렇게 깊이 모를 슬픔만 남은 걸까요.
도깨비 ....!!!
은탁의 목소리가 들린 것이다...!!
S#25. 방송국/ 중간 정원 (낮)
후-! 촛불 부는 은탁의 입술... 눈가엔 눈물방울들 툭툭..
은탁NA 누가 저 좀.. 아무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S#26. 중천 (밤-낮)
그 순간, 후~! 도깨비의 눈앞에 소환의 연기 한 줄기 날아온다!
도깨비의 터져 흉한 손이, 몸이, 환한 빛으로 찬란히 빛나는데!
저만치 날아간 서약서의 한 구절 보이면서,
/[1. 을은 매년 첫눈 오는 날에 갑의 소환에 응한다. 갑이 기다릴 것이기 때문이다.]
서약서, 훅- 먼지로 바스러져 날아가고...
S#27. 방송국/ 중간 정원 (낮)
은탁, 천천히 눈 뜨고 불 꺼진 초 보는데, 꺼진 초 오버로 누군가의 발 딱 보인다.
은탁, 발에서부터 천천히 시선 들면,
은탁 ?!!!
은탁의 앞에, 거짓말처럼 서 있는 도깨비다!!!
김신으로 죽어가던.. 중천의 허무를 걷던.. 바스라질 듯 낡은 무신 복장에 머리도 긴 모습이다.
그렇게 도깨비는 기억 잃은 은탁과 9년 후 첫눈 속에 마주 섰는데..!!
그저 의아한 은탁의 젖은 눈과 마주한 도깨비.
은탁, 케이크 일각에 내려놓고 천천히 일어나 서는데,
도깨비 그대로 저벅저벅 걸어와 그런 은탁을 확 껴안는다!
은탁 ?!!!
도깨비의 눈에서 눈물 툭툭 떨어진다.
봉변을 당했다 생각할 법도 한데, 은탁, 마치 이 순간을 기다린 건가 싶게,
이 사람의 품이, 심장이, 따뜻하다... 은탁도 이유 모르게 눈물 툭툭 떨군다.
자신의 울음 깊어지자, 당황하는 은탁이다. 정신도 차려진다.
은탁 (도깨비의 품에서 빠져나오며) 죄송해요. 제가 감정기복이 좀 심해서.
죄송합, (하다) 나 지금 뭐하는 거야.. 왜 사과를 내가 해.
(차분히)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저 왜 안으셨어요? 저 아세요? 누구세요?
도깨비 ‘을’이다. (쓸쓸히 웃으면)
은탁 을이요?
도깨비 (눈물 그렁해 그저 보면)
은탁 (그제야 복장 눈에 들어오고) 혹시 배우세요? 드라마국은,
도깨비 (은탁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리웠던 듯 보다, 목에 건 사원증에) 꿈을.. 이룬 것이냐.
은탁 무슨 말씀이세요?
도깨비 그 와중에 기특해서.
은탁 (듣다보니 웃기고) 네 뭐 감사하네요. 근데 아까 저 왜 안으셨냐구요.
그리고 왜 계속 반말이세요?
/신E 너는 너를 아는 모든 이들의 기억에서 지워졌다. 그건 그들의 평안이고 나의 배려다.
도깨비 (눈물 참으며) 평안하면, 되었다. 그럼... 되었다.
은탁 연기야 뭐야... 드라마국은 이 건물이 아니구요 뒤에 별관으로 가셔야 해요.
(일단 피하자 싶어 가는데)
도깨비 (그런 은탁 모습 눈에 새기듯 하염없이 보는데..)
은탁 (가다 괜히 이상한 기분에 뒤돌아보는데)
도깨비 (그저 보는)
은탁 (뭐지.. 저 슬픈 눈은..?) 근데 여기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출입증도 없이?
도깨비 ...누가 불러서.
은탁 ..아. (보다가, 다시 간다)
도깨비, 기억하지 못하는 은탁의 뒷모습 오래오래 바라본다. 행복하고도 슬픈데...
S#28. 천우그룹/ 로비 (낮)
뚜벅뚜벅 힘차게 걷는 수십의 구둣발. 보면, 임원들 거느리고 나오는 김비서와 덕화다.
덕화, 임원들 위치에 있다가 자기도 몰래 자꾸 김비서와 나란히 걷는데,
김비서 덕화군.
덕화 말씀하시죠.
김비서 제가 사장입니다. 덕화군은 계열사 팀장이시고요. 원위치 하시죠.
덕화 하하.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했는데. (하는데)
도깨비E 덕화야..!!
덕화와 김비서 돌아보면, 저만치 도깨비 서있다. 무신복장 그대로다.
경비들 그제야 뛰어와 “막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김비서에게 “죄송합니다.” 난리다.
덕화 (??) 방금 저 사람이 저 불렀죠. 덕화야.
도깨비 덕화야.
경비들 (도깨비 막으려는데) 나가시죠!! 얼른요.
김비서 (도깨비 묘하게 훑어보며) 둬 보세요. 사연이나 들어보죠.
도깨비 (저벅저벅 오며)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다.. 이리 보니 좋구나.
덕화 (경계하며 손사래) 거기서 말씀하세요 거기서. 누구세요? 저 아세요?
도깨비 !.. (역시 기억 못하는구나) 나는 그대의 삼촌이었다가 형제였다가,
덕화 미친놈 아냐.
도깨비 미친놈 아니다.
덕화 (쌩까고 김비서에게) 가시죠. 배고파요. (E) 뭐 드실래요?
김비서 (흘깃 도깨비 돌아보고) 덕화군 좋아하는 곳으로 예약해 뒀습니다. (간다)
도깨비 덕화야..! (그런 덕화 뒷모습 보며 불쌍하게 서 있는데)
S#29. 설렁탕집 (낮)
덕화와 김비서 앞에 설렁탕 놓인다. 덕화, 생각에 잠긴 듯 골똘하고...
덕화 아무래도 이상하단 말이죠. 아까 분명 삼촌이라고... (소곤) 삼촌의 존재는 우리
천우그룹의 일급기밀이거든요. 대한민국에서 나랑 할아버지만 아는 비밀이고.
김비서 방금 한 명 더 알게 됐네요.
덕화 (?) 누가요? (두리번)
김비서 (끙) 혹시 삼촌 분 성함이 김신인가요?
덕화 김대표님. 우리 삼촌인데 왜 김씨예요. 유씨지! (하다가) 김신은 또 누구예요?
김비서 드세요.
덕화 출생의 비밀이라... 재벌 3세란 응당 이런 비극 하나쯤은! 김대표님 걱정마세요.
내가 바닥부터 어떻게 올라왔는데. 점심시간 설렁탕 짬밥이 몇 년인데요.
이거 먹고 내 회사 지켜낼 겁니다. 재벌답게 빡! (설렁탕 맛있게 먹고)
김비서 덕화군? ‘내 회사’ 아닙니다. 모든 직원 분들 회사죠. 그 분들이 잘 지켜내고 있으니
지나친 기우는 넣어두시구요. 점심시간 끝났구요. 잘 먹었습니다. (일어나 카운터로)
덕화 저 아직, 김대표님!
직원 선물세트 챙겨가시구요.
김비서 (카드 내밀며) 네에.
S#30. 치킨 집 일각 (낮)
치킨 집 건너편에서 가게 안의 써니 바라보고 선 도깨비.
도깨비의 복장에, 지나가는 사람들 “사극 찍나?” 흘깃거리고 지나간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깨비, 아련한 눈빛으로 가게 안 써니 바라보는데,
테이블 정리하고 돌아서던 써니, 저만치 창밖의 도깨비 발견하고 눈이 마주친다.
도깨비와 써니, 그렇게 9년 만에 서로를 바라보는데...
써니, 도깨비의 눈빛에, “뭐야 저 사람...” 싶지만 눈을 못 떼겠고...
그때, “여기요” 손님이 부르자, “네 잠시만요” 하고 돌아봤다 다시 도깨비 보면,
도깨비 온데간데없다... 뭘까.. 누굴까... 기분 좀 이상한 써니고...
S#31. 저승의 찻집 안 + 밖 (낮)
찻잔 닦고 있는 저승. 그러다 문득 창밖 보는데, 창틀에서 프레임 인 되는 얼굴 하나. 도깨비다.
저승 .........
도깨비, 저승 그 자 또한 어차피 나를 기억 못하겠지.. 지난한 우리의 과거 또한 다 잊혀졌겠지..
그저 옆모습으로 서 있다가... 천천히 돌아서 본다.
저승과 도깨비, 그렇게 서로 눈이 마주치고... 둘 사이에,
/도깨비, “니가, 왕여구나.”
/도깨비, “넌 네 여인도, 네 충신도, 네 고려도, 너조차도, 단 하나도 지키지 못했어.”
/도깨비, “결국 이 검의 효용가치는, 그거였어..! 박중헌을, 베는 것.”
/도깨비, “용서하십시오. 장렬히 죽는다.. 이제야 기별합니다.”
파란만장했던, 순간들 지나간다... 둘의 마주친 눈빛이.. 먹먹하다...
도깨비 매우 상스러운 갓을 썼군. 여전히.
/저승 무로 돌아갔다고 소문 무성한, 그 도깨빈가?
도깨비 ...내 소문엔 거품이 많아서. (서글픈 감정으로 걸음 떼려는데)
/저승 먼지나 바람이나 비로 흩어지는 게 아니었나봐?
물론 먹는 무가 되지도 않았고.
도깨비 !!!..
/저승 (참았던 눈물 툭툭 떨어지는데!!)
(시간경과)
마주 선 도깨비와 저승이고..
도깨비 어떻게 된 거야. 기억... 못 할 줄 알았어. 모든 게 무로 돌아갔을 텐데.
저승 다 그랬는데 난 기억이 온전했어. 잘은 모르겠지만.. 짚이는 건 하나 있어.
도깨비 ? (보면)
/덕화 저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끝방삼촌의 편에 설 것입니다. 진짜로.
도깨비 ...!
S#32. (과거회상) 덕화와 삼신의 술자리 (밤-낮)
9부 5씬에 이은, 삼신과 덕화의 두 번째 술자리, 숨겨진 1인치.
덕화 그때 내가 맘이 약했어. 진짜로.
삼신 어차피 편들 거, 여의 기억은 그냥 둬.
덕화 왜?
삼신 신이와 탁이가 너무 슬프잖아. 한 세계가 닫힌 건데.
우리가 아닌 누구 하나쯤은... 그 모든 사랑의 역사를 기억해야 할 것 같아서.
덕화 (끄덕하고) 근데 말이야.
삼신 (보면)
덕화 난 왜 꼭 그 닫힌 세계를 열 문을 발견할 것만 같지? 내가 덜 닫았나? (싱긋)
삼신 !
S#33. 저승의 찻집 (낮)
저승 ...넌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다시 온 거야.
도깨비 ....갑의 횡포로. (미소)
저승 (눈물 툭툭) ...잘 왔어. 정말... 잘 왔어.
도깨비 ...반겨주니, 좋네... (넌 왕여니까) 속도 없이.
저승 !!!.. (그 말 뜻 알겠고, 죽을힘을 다해) 너무 늦었지만.. 많이 늦었지만...
9년 전에 했어야 했지만.. 900년 전에 했어야 했지만..
이제야 하는 이 말을 용서해 주기 바래...
도깨비 (보면)
저승 나의 정인을, 나의 고려를 지킨 너를, 지키지 못한 죄를.. 용서해줘..
사랑 받았으나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은 죄를.. 용서해줘..
도깨비 (보다가, 아프게, 끄덕)
저승 (하..) 이발부터 해야겠다.
도깨비 (미소)
S#34.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멀끔하게 이발하고 깨끗한 옷 갈아입던 도깨비.
그러더니 방 둘러본다. 이 방에 또 돌아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상한 기분으로 방 한번 둘러보는 도깨비고.
S#35. 도깨비 집/ 거실 (밤)
술 마시는 두 남자.
도깨비 드디어 내 집으로 돌아왔군.
저승 내 집이야. 아직 렌트 10년 남았어.
도깨비 (픽 웃고) 누이랑은.
저승 !!...
도깨비 (보면)
저승 못 보고 살고 있지 9년을.. 그리움이란 벌을 받고 있는 중이야.
나는 어차피 영원히 죄인이니.
도깨비 (끄덕.. 니 인생도 참..)
저승 기타누락자는. ...봤어?
도깨비 ...음.
저승 기억.. 못하지?
도깨비 ...음. 라디오 피디 됐더라. ..좋더라. (맥주 마시고)
저승 나 가끔 들어.
도깨비 알려줘. 나도 들어보게.
저승 (끄덕 하고, 가슴 아파 보는데)
E (도어락 비번 누르는 소리) 띠디딕-
저승 (!) 덕화 덕화 덕화. (숨으라고 막 하면)
도깨비 (우왕좌왕하다 얼른 가까운 커튼 뒤에 숨고)
저승 왔어? 웬일이야?
덕화 회사에서 되게 이상한 사람 만나가지고 마음도 뒤숭숭하고 해서
끝방삼촌 잘 계시나 해서 함 와봤죠. (하다 갸웃) 근데 끝방삼촌.
저승 어?
덕화 삼촌이면 삼촌이지 삼촌은 왜 끝방삼촌이에요?
그러고 보니 끝방삼촌, 언제부터 우리 집에 살았죠?
저승 !!
/도깨비 (커튼 안) !
저승 부동산 계약서 보면 알잖아.
덕화 아. 근데 왜 술병은 두 병이죠? (보면, 반쯤 비운 맥주 두 병이고) 누구 왔어요?
저승 내가 양 손에 한 병씩 쥐고 마시는 걸 선호해서.
덕화 (끄덕끄덕) 그럼 커튼 밑에 있는 저 발은 뭔가요.
/도깨비 (커튼 안) !!
덕화에게 딱 들킨 도깨비! 커튼 뒤에 뻘하니 있다가 슬금슬금 걸어 나오는데..
덕화 어! 아까 그, 이상한 (머리 긴 거 손짓으로) 그 희한한 (옷 모양 손짓으로)
머리 하셨네요?
도깨비 예쁘게 잘 됐더구나. (저승 가리키며) 저 자의 친구.. 이 집에 놀러..
저승 갈 거야. 가려던 참이었어. 가. 즐거웠어.
도깨비 (빡!, 허나) 어.. 그래. (현관으로..)
덕화 뭐지? 이 출생의 비밀에, 끝방삼촌도 한 팬가? (도깨비 뒷모습 째려보는데)
도깨비, 현관 열고 나가면, 동시에 2층 은탁의 방문 삐걱 열고 닫힌다.
덕화 (힉!) 엄마야. 방금, 2층에서 뭔 소리 안 났어요?
저승 안 났는데?
덕화 났는데??
S#36. 도깨비 집/ 2층 은탁 방 (밤)
은탁 없는, 가구들에 다 흰 천 씌워져 있는 은탁의 방이다.
도깨비, 은탁의 방 가슴 아프게 둘러보는데...
S#37. 옥탑/ 은탁 집/ 은탁 방 (밤)
멍하니 무릎 안고 앉아 있는 은탁. 일각엔 약통과 반쯤 비운 물잔 놓여 있고.
/도깨비의 무신 차림, 긴 머리카락에 눈물 그렁한 모습 떠올리고..
첫눈과 함께 나타난 그 이상한 남자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은탁이고..
DJ (E) 날씨가 영상 22도까지 떨어져서
S#38. 방송국 앞 (다른 날 낮)
은탁 출근길. 이른 첫눈의 여파로 이곳저곳 아직 눈 수북이 쌓여 있고. 꽃나무들 가지 앙상하다.
DJ (E) 많이 쌀쌀해졌죠? 마지막 곡 띄워드릴게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S#39. 방송국/ 라디오국 (낮)
잔잔한 노래 흘러나오고 있고.. 부스는 암담한 분위기다.
스텝1 어떡해요.. 영상 2도가 아니라 22도로 멘트가 나갔대요..
은탁 내가 잘못.. 썼더라고. 작가 하루 없는 티가 이렇게 난다.
스텝1 CP님 오시고 있다는데...
은탁 걱정 마. 내가 책임, (하는데)
CP (들이닥치며) 영상 22도? “날씨가 영상 22도까지 떨어져서 많이 쌀쌀해졌죠?
감기 조심하시구요?” 이게 앞뒤가 맞냐 어?
은탁 죄송합니다..
CP 지피디 연애하니? 마음이 아주 봄날이야? 이러다 꽃도 피겠다 어? 정신 안 차려!
은탁 (고개만 떨구고 으...) 죄송합니다... (하는데)
스텝2 대박! 이거 뭐야?
일동 ? (보면)
스텝2 지피디님 무슨 마법사세요?
은탁 ??
스텝2 방금 SNS에 떴는데요, 우리 방송국 앞이요 지금, 딱 영상 22도구요,
일동 ?!!
S#40. 방송국 앞 (낮)
스텝2 (E) 이 겨울에.. 꽃이 활짝 폈대요.. 이거 뭐죠?
은탁, 외투 막 걸치며 뛰어나와 보면,
아침만 해도 쌓여 있던 눈들 다 녹아 있고 심지어 앙상했던 꽃나무들엔 꽃까지 피어있다.
시민들, 신기한 광경에 꽃나무 앞에서 사진 찍고..
바람결에 꽃잎들 눈송이처럼 훅 날리고 난리다..!
그 순간, 나폴거리는 꽃잎 사이로, 저만치 서 있는 남자, 도깨비다.
꽃나무 밑에서 은탁 보고 서 있다.
은탁 ?!!!
꽃잎들 다시 한 번 훅- 불어와 도깨비 모습 꽃잎에 가려지고..
다시 보면, 그 자리에 도깨비 사라지고 없다. 뭐지..?
아나운서F 오늘 낮 상암동 일대가 영상 22도까지 치솟았습니다. 9년 만의 이상기온으로
S#41. 카페 (낮-밤)
누군가의 핸드폰 화면, 뉴스 화면이다.
아나운서F 때 아닌 벚꽃이 만개해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습니다.
여자 이거 진짜 뭘까? 너무 신기하다 그지.
커플들 투성이인 카페고. 일각의 은탁만 노트북 놓고 혼자 앉아 통화 중이다.
은탁 개편 때 청취자들이 제일 많이 떨어져나간다니까?
그니까, 개편 전 분위기를 좀 이어놔야 기존 청취자도 유지시키고.. (통화하는데)
어두워지자 테이블들 위에 초 가져다 올려두는 종업원.
은탁 앞에도 초 올려놓고 간다.
은탁 네, 알겠어요. 일단 개편안 보내드릴 테니까 한번 보세요.
(전화 끊고, 괜히 촛불 훅, 불어 꺼버리고 메일 보낸다. 그러다)
/ (꽃나무 밑에 서 있던 도깨비의 모습 떠오르고...)
은탁 대체 뭐야 그 남자...
하며, 손 더듬거려 음료잔 찾는데 누군가의 손 음료잔 슥, 밀어준다.
은탁 ...!! (천천히 고개 들면)
도깨비 (은탁 맞은편에 딱 앉아 있다)
은탁 (그런 도깨비에게서 눈을 못 떼는데...!!)
도깨비 (역시 은탁을 먹먹히 바라본다)
은탁 (자기도 모르게 눈물 핑 돌고)
도깨비 (그런 은탁의 눈빛에 마음 아픈데)
은탁 아 왜 이래. 흠, 흠, 약을 먹는데 그때뿐이에요. 아 그러니까, 제 말은, 대체 뭐죠?
도깨비 뭐가.. 말입니까?
은탁 왜 거기 앉아 계시냐구요.
도깨비 누가... 불러서.
은탁 그건 그쪽 사정이구요. 합석 안 할 건데요.
도깨비 (그저 보면)
은탁 그 분은 안 오셨어요?
도깨비 왔어요.
은탁 (반사적으로 테이블들 둘러보고)
도깨비 왔는데, 절 못 알아보네요.
은탁 (뭐래..) 네 사연은 잘 들었구요. 저 근데 약속 있어서 좀 불편하네요.
남자친구 올 거거든요.
도깨비 남자친구 없는 것 같은데.
은탁 (바로) 메일이 잘 갔나. 급한 건데. (하다) 이발 하셨네요? 몰라볼 뻔.
도깨비 (...) 계속 몰라보고 있죠.
은탁 알아봤는데요.
도깨비 (쓸쓸하게 웃는)
은탁 근데 아까요. 거기 있었죠.
도깨비 제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편이라.
은탁 아까 거기 영상 22도 방송국 앞.
도깨비 누구 좀 보려고요. (사이) 그리웠거든요. 아주 많이.
은탁 ...?
도깨비 보고 있으면 내게 달려와 금방이라도 안길 것만 같고..
근데 그런 일들은 안 일어난다는 걸 알기에... 마음 아프고 그러네요...
은탁 근데 그 얘길 왜 나한테 하지?
도깨비 물어보셔서.
은탁 (보다가) 근데 뭐 안 시키세요?
S#42. 카페 앞 (밤)
카페 나오는 은탁. 도깨비, 손에 커피 들고 저자세로 따라 나온다.
은탁 (기막혀서) 아니 어떻게 오천 원이 없.. 카페엔 왜 오셨대?
도깨비 그게 지갑이 외투에 있어서.. 외투를 챙길 경황이 없이 불려 와서..
미안합니다. 잘 마실게요. 이 빚은 다음에 반드시 갚을 터이니,
은탁 다음에 볼 일 없고요. 어느 쪽으로 가세요?
도깨비 아 나는 이쪽, (말 끝나기도 전에)
은탁 (그 반대쪽으로 휙 등 돌려 가버리고)
도깨비 (그런 은탁의 뒷모습에, 쓸쓸히 웃는데...) 좀만 더 있지..
S#43. 저승의 찻집 (밤-낮)
/도깨비 (문 열고 들어와) 나 오천 원만. 돈 갚게.
저승 ....
/도깨비 (문 열고 들어와) 나 만원만. 책 사게.
저승 ....
/도깨비 (문 열고 들어와) 나 십 만원만. 고기 사게.
저승 널 내 기억에 그대로 둔 신의 뜻이 있겠지?
도깨비 그렇게까지 얘기하니 몹시 곤란하군. 마지막 방법을 쓰는 수밖에.
저승 옛날 생각해서 금 나와라 뚝딱 안 된다. 고유번호 있어서 내다 팔지도 못한다 그거.
도깨비 (돌처럼 굳더니) 혼란스럽군.. 그럼 역시 그 방법뿐인가.
저승 뭔데.
S#44. 덕화 본가/ 서재 (밤)
창밖에 우르릉 쾅! 비 쏟아지고 있고. 도깨비, 덕화와 김비서 찾아왔다.
덕화 (김비서 뒤에 숨어서 덜덜) 우리 집 보안 쩌는데.. 되게 안전한데.. 대체 어떻게..
대체 누구신데..!
도깨비 나는 물이고 불이고 빛이자 어둠이며, (덕화에게) 너에겐 유신재고
(김비서에게) 그대에겐 김신이다.
덕화 (!) 할아버지가 얘기했던.. 삼촌..?
김비서 (!) 회장님 유언장에 있으신 그 분..?
덕화 할아버지 유언장에요?
김비서 회장님의 유언장인 동시에, 덕화군 선조의 선조 때부터 내려오던 유언입니다.
/유회장NA 어느 날에 김가 성에 믿을 신을 쓰시는 분이 찾아와 내 것을 찾으러 왔다
하시거든 드려라. 내가 남긴 모든 것이 그 분의 것이다. 그 분은 빗속을 걸어와
푸른 불꽃으로 갈 것이다. 그럼 김신인 줄 알아라.
덕화 (창밖에 퍼붓는 비 잠시 보다 도깨비 경계하듯 보는데)
도깨비 (끄덕) 유회장이 그리운 밤이군. (몸에서 푸른 불꽃 피어오르는데..)
덕/김 (...어..? 어??! 빤히)
도깨비 회사는 필요 없다. 유씨 집안이 일궜으니 덕화 니 것이 아닐 리가 없다.
다만, 내 집과 내 신분과 카드와 조카가 필요하다.
김비서 회장님의 유지를 받들어, 집, 신분, 카드, 준비하겠습니다.
도깨비 (덕화) 조카는 너다.
덕화 그게 아니라.. 자각 못했음 됐어요.
도깨비 무엇을 말이냐.
S#45. 방송국 전경 (다른 날 낮)
CP (E) 지은탁이!
S#46. 방송국/ 라디오국 사무실 (낮)
CP 책상 앞에 손 모으고 서 있는 은탁. 혼나는 중이다.
CP (책상 위에 서류 탕 내려놓고) 너는 대체 전화를 뭘 어떻게 받은 거야!
니가 전화 응대한 거 때문에 청취자게시판이 아주 난리가 났어.
은탁 식칼세트 상품으로 줬는데 의류교환권으로 바꿔달라고 작가들 일도 못하게 전화
계속 오는데 어떡해요 그럼. 우리가 무슨 의류회사도 아니고.
CP 그럼 우리 회산 어떡할 거야. 방송국은 뭐 흙 퍼다 니들 월급 주냐!
의류업체도 식칼업체도 광고 다 뺀단다. 어떡할 거야! (일룸 서류 주면서) 여기
협찬이랑 광고 책임지고 따와서 그걸로 메워. 못 메우면 해고다.
은탁 부장님!
CP 왜!
은탁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주먹 불끈해보이고 나간다)
CP 아 저 또라이 저거.
S#47. 책방 골목/ 서점 (낮)
은탁, 헌책방 책장 사이 힘없이 축 쳐져 앉아 있다.
일룸 서류 물끄러미 보고 있는데, 바스락 소리.
은탁, 고개 드는데, 저쪽 코너 책장에서 두꺼운 책 쓱- 빼는 손.
책 빠진 공간으로 누군가의 얼굴 보이는데, 도깨비다!
은탁 !!!
도깨비 (은탁이 봐주길 기다린 듯, 방긋 웃는데)
S#48. 길거리 (낮)
도깨비와 은탁, 같이 걷는 것도 아닌 것이 따로 걷는 것도 아닌 것이, 어색하게 걷고 있다.
그때, 두 사람 옆으로, 고딩들 시끌시끌 떠들며 지나가면,
은탁 (고딩들 보며) 좋을 때다..
도깨비 (자기 기억엔 엊그제까지 고딩이던 은탁인지라, 너무 귀여워) 하하. (웃고 마는데)
은탁 (!) 왜 웃어요?
도깨비 귀여워서요.
은탁 (다시 고딩들 흘깃) 그러네요.
도깨비 말구요. (은탁 빤히)
은탁 ! (시선에 괜히) 근데요. 제 오천 원 안 주세요?
도깨비 안 주면 혹시 또 만나나요? 받으러 오실래요?
은탁 후. 받으러 가야죠. 죄 값.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죠.
도깨비 (!) ...모르겠는데.
은탁 이 다음이 또 있으면 그땐 신고할 거란 얘기죠.
왜 자꾸 동선이 겹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거든요.
도깨비 (자기 말투 쓰자 또 픽 웃는데)
은탁 (빡!) 이번엔 왜 웃어요?
도깨비 몹시 좋아서. 이런 순간이, 믿기지 않아서. 모든 게, 완벽해서.
은탁 뭐지? 피하는 게 상책인가 그냥? 어느 쪽으로 가세요?
도깨비 또 가네..
은탁 !!
도깨비 방송 잘 들을게요. 항상 잘 듣고 있어요.
은탁 (!) 나 방송하는 건, 어떻게 알아요? 이쯤 되면 너무 수상하신데?
그때는 배운가 했는데 배우 아니시죠. 죄송하지만 뭐하시는 분이세요?
도깨비 (....) 아.. 그러니까.. 그게 (그러다, !! 어딘가 가리킨다) 저기.. 저 회사.
보면, 유수의 가구회사 “일룸” 옥외 간판 보인다.
은탁 (?!) 저 가구회사요? 저기서 뭐하시는데요.
도깨비 (!!!) 저기서.. 그... 제일.. 높은 사람..
은탁 (기막혀) 아. (새삼 승질나) 저기요, (하는데)
도깨비 아까 저 회사 서류 보고 있던데. 그거 줘 봐요. 협찬 서류죠.
은탁 !!!
도깨비 줘 봐요. 증명해 볼게요. 저기서 제일 높은 사람인 거.
은탁 ?!!
S#49. 천우그룹/ 사장실 (다음 날 낮)
은탁, 떡 벌어지려는 입 딱 다물며 어딘가 보고 있다.
사장실의 김비서가 협찬 서류와 광고 계약 서류에 시원하게 싸인을 죽죽 하고 있다.
김비서 (싸인하며) 원래는 실무자가 싸인하는데 대표이사님께서 특별히 부탁하셔서요.
은탁 아.. 그 분이 대표이사님이시군요. 여기 본사로 출근하시는 건가요?
김비서 출근은 안 하십니다.
은탁 아.. 그럼 제가 감사 인사를 어떻게 드려야할지.. 사실 전화번호도 모르는 사이라..
김비서 ! (시선 들고) 근데 저한테 이런 서류에 싸인하라고 하셨다구요? 왜죠?
은탁 하하.. 그러니까요. 왤까요..
김비서 그럼 피디님 연락처 남겨주시겠어요? 제가 전달해 드리죠.
은탁 감사합니다. 근데 그 분 성함이.. 하하. 되게 이상하시죠.
김비서 그 분과 얽히면 그렇게 되죠. 유가 성에 신자 재자를 쓰십니다.
은탁 아.. 감사합니다.. (후.. 긴장 여전히 안 풀리고...)
S#50. 방송국/ 라디오국 사무실 (낮) → omit
S#51. 방송국/ 라디오국 (낮)
회의테이블에 모여있던 작가들과 스텝들 “오! 지피디!” 박수치고 난리 났다.
은탁, 픽 웃으며 와 앉는다.
작가 어떻게 된 거야. 광고 어떻게 땄어.
은탁 몰라. 뭐에 홀린 것 같기도 하고 기적 같기도 하고. 그런 거 말고는 설명이 안 돼.
스텝1 뭐면 어때요. 개편 때 우리 프로 살아남는다는 게 중요하지.
일동 (각자 꺅!)
작가 자자. (A4 나눠주며) 이 좋은 기운에 업혀서 이번 아이템 한번 잘 해봅시다.
은탁 (받아서 읽어본다) 사람을 찾습니다. 10년 전 핸드폰 사진첩 속 이제는 헤어진 그
사람을 찾습니다. 잊어버렸던 얼굴과 잊어버렸던 추억을 찾아드려요.
사연 보내주시면 즉석으로 사연 소개해서 당사자와 전화 연결... 오, 좋은데?
작가 일단 각자 자기 핸드폰 사진첩 뒤져보고 사연 정리해서 다음 회의.
진정성 알죠 진정성. 나 가라사연 딱 알아봐.
은탁 (일각에 놓인 울리지 않는 핸드폰만 보며) 오작가 진짜 딱 알아봐. 열심히들 해라.
작가 누구 전화 기다려?
은탁 ...안하네.
작가 ?
S#51-1. 치킨 집 (밤)
반장과 술 마시고 있는 은탁이다.
반장 기획 좋다. 나도 이참에 첫사랑이나 찾아볼까. 넌 그 사람 찾아봐. 김신.
은탁 그래 볼까.
반장 근데 그거 진짜 니 글씨 맞아?
은탁 그렇다니까. 그러니 이상하지.
반장 귀신 아냐? 너 고등학교 때까진 귀신 봤잖아.
은탁 한 9년? 10년? 안 보이더니 요새 다시 보여. 지금 니 뒤에,
반장 야!
은탁 냅킨 달라고.
반장 죽어 진짜!
S#52. 옥탑/ 은탁 집/ 은탁 방 (밤)
은탁, 서랍에서 무언가 꺼낸다. 보면, 옛날에 은탁이 쓰던 노트다.
은탁, 노트 넘겨서 무언가 본다. 9년 전 은탁이 마구 쓴 메모다. 비 맞아서 종이 다 울었다.
[기억해. 기억해야 해. 그 사람 이름은 김신이야. 키가 크고 웃을 때 슬퍼.
비로 올 거야. 첫눈으로 올 거야. 약속을 지킬 거야. 기억해. 기억해야 해. 넌 그 사람의 신부야.]
은탁 ... (무언가 가슴이 미어진다..) 당신 뭐야 대체... 내가 왜 당신의 신분데..
당신 누구냐고.. (물끄러미 앉았는데....)
덕화E 삼초오온!
S#53. 치킨 집 (밤) → omit
S#54. 도깨비 집/ 거실 (밤)
덕화, 거실에 앉아있는 저승과 도깨비에게 편지 하나 내민다.
받는 사람 ‘지연희’, 보내는 사람은 캐나다 호텔 주소에 ‘지은탁’ 쓰여 있다.
덕화 내가 갖고 있는 소박한 건물 1층 주소로 이런 게 왔다는데,
영문을 모르겠어요. 여기 옛날에 있던 그 닭 집인데. 버리자니 영 찜찜하고.
도깨비 !! (퀘벡호텔 편지봉투 보내는 이에 ‘지은탁’ 쓰여 있다)
/은탁 (4부) 볼 일이 있어서요. 언제 또 올지 모르니까. 잘 기다릴 수 있죠?
저승 (흘깃 보고) 이 자에게 버리면 되겠네.
덕화 삼촌 이름이... 지은탁이야? 요? 이름이 왜 이렇게 많아 삼촌은? 요?
도깨비 (저승에게) 니가 갖다줘. 내가 뭐라고 하면서 갖다줘 이걸.
덕화 그럼 제가 갖다 줄게요.
저승 그럼 써니씨에게 갖다 주고 전해달라고 해.
어찌 된 일인지 써니씨 집 옥탑으로 이사를 가서 둘이 이웃 주민으로 잘 지내더라고.
도깨비 마찬가지야. 오히려 그쪽이 더 수상해.
덕화 저요. 제가 제일 자연스럽잖아요. 건물주니까.
도깨비 기왕 이상해지는 거 모두에게 초면인 니가 제일 이상해지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저승 !!!... (저 말의 뜻을.. 안다...)
덕화 저요 저! 거기 사장 예쁘던데. 제가 갈게요. 여보세요?!
도깨비 ...9년 만에... 핑계가 생겼네. (방으로 가는)
저승 !!!....
덕화 삼촌들 내 말 안 들려? 나 지금 누구랑 말해? 요?
S#55. 치킨 집 (다른 날 낮)
저승, 치킨 집 문 열고 들어간다. 써니는 보이지 않는다.
눈물 날 것 같은 거 억지로 참으며 둘러보는데, “어서오세요” 하는 목소리,
돌아보면, 알바생(여, 20세)다.
저승 (손에 편지 꼭 쥐고) ...사장님은...
알바생 오늘 안 나오시는데요. 무슨 일이세요?
Cut to. (다른 날)
저승 (손에 편지 꼭 쥐고) ...사장님은...
알바생 오늘 안 나오시는데요. (손에 들린 편지 보는데)
Cut to. (다른 날)
저승 (손에 편지 꼭 쥐고) ...사장님은...
알바생 오늘 안 나오시는데요. 그거 전해 드릴까요?
Cut to. (다른 날)
저승 (손에 편지 꼭 쥐고)
알바생 사장님 오늘 안 나오시는,
써니E 나 왜 찾아요?
저승 !!! (써니 목소리에 굳어 섰는데)
또각 또각 가까워지는 발소리... 저승 앞으로 오는 하이힐.
저승, 시선도 못 들고 굳어 그대로 서 있는데,
써니 (알바생에게) 일 해. (하고) 저 왜 찾으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승 (그제야, 죽을힘을 다해, 시선 들어 써니 보는데!)
이번엔, 써니의 눈에, 저승이 막 슬로우로 보인다!
써니 아우 깜짝이야. 나 사람들 놀래켜만 봤지 놀라긴 또 첨이네.
저승 (보면..)
써니 저 여러 번 찾아오셨다면서요.
저승 ..네.
써니 왜요?
저승 (편지 내민다)
써니 ?? (받아보면, ‘지은탁’써진 국제우편이다) 지피디 아는.. 분이세요?
저승 네, 아니, 아니요.
써니 아시네. 지은탁이 피딘 거 아시는 거 보니.
저승 !!!
써니 저희 가게 처음 오셨어요?
저승 아니, 네, 네. 처음..입니다.
써니 혹시, 지피디가 그렇게 죽어라 우울한 이유가 혹시, 그쪽...
저승 네? 아니요! 아닙니다! 제가 아니라 제가 잘 아는, (이런...)
그만 가보겠습니다. 더 있다가는 큰 일.. 날 것 같습니다. (가다가, 다시 돌아온다)
써니 ??
저승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진심으로. (아프게 보면)
써니 뭐야... 이 남자... (그런 저승에게 눈 못 떼는데..)
S#56. 방송국/ 로비 (낮)
툭- 하고 내밀어지는 편지. 은탁, 편지 받아보고,
은탁 이게... 뭐예요?
써니 그니까. 뭐야 그거? 지금 가게도 아니고 전 가게로 왔대. 그 건물주가 어떤
잘생긴 남자한테 줘서 그 남자가 이걸 가져다줬는데 진짜 잘생겼더라.
은탁 전에 가게요? 전에 가게가 어딘데요?
써니 그러니까 이상하지. 무려 국제 우편이야. 그 가겐 지피디가 와 본 적도 없는데.
너무 이상해... 이상할 정도로 잘생겼어. (저승 생각 중이고..)
은탁 ?!! (손에 든 편지만...) ...뭐지? 내 글씨.. 맞는데..?
분명한 자신의 글씨다. 보낸 사람은 어느 호텔이다. 대체 이게 뭐지? 싶은 은탁인데.
은탁E 엄마 안녕. 내 걱정만 하고 있을 우리 예쁜 엄마^^
S#57. 방송국/ 라디오국 (낮)
은탁, 눈 커져서, 편지 읽어 내려가고 있다.. 책상 일각엔 향초 밝혀져 있다.
[천국은 어때요? 꼭 이곳 같을까요? 나는 지금 캐나다에서 엄마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요.
문 하나만 건너면 이렇게 천국 같은 곳이 펼쳐져요. 아저씨와 함께면요.
내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이 생겼거든요.
엄마는 내가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보는 걸 걱정하고 미안해했지만 이제 그러지 말아요.
덕분에 나는 이렇게 누군가에게 특별해졌으니까요.
언젠가 다시 만나요. 사랑해요 엄마. 캐나다에서, 엄마딸 은탁이가.]
은탁, 자기도 모르게 눈물 후두둑 떨어지고.
은탁 캐나다에서? 나 여권도 없는데 이게.. 이게 무슨..!
아.. 이러면 너무 무섭잖아...
은탁, 가방에서 옛날 노트 꺼내 페이지 넘긴다. ‘잊지마’ 페이지 딱 펼쳐놓고.
은탁 아저씨라는 사람이.. 김신인가? 9년 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뭘 잊은 거야 대체... (하는데)
그때, 전화 온다. 은탁, 액정보면, 모르는 번호다.
은탁 여보세요? (받으면)
도깨비F 유신잽니다.
은탁 (!!) 안녕하세요. (혼자 막 무음으로 좋아라하다가, 일각의 향초 휙- 친다!)
향초 미끌 밀려가서, 쌓아놓은 이면지 근처로 가자, “잠시만요” 하고 후-! 불어 일단 촛불 끄고,
은탁 여보세요?
/부스 안.
끙.. 통화하는 상태로 부스 안으로 소환된 도깨비고.
은탁 여보세요?
도깨비 혹시 제 전화 기다리셨을까요?
은탁 ! (좋아서 또 막 혼자 좋아 죽다가, 목소리 깔며) 아 제가 바빠서 전화번호
드리고 온 것도 깜빡 했네요.
도깨비 (웃음 참으며) 아.. 네.
은탁 감사하단 인사가 늦긴 했는데, 그땐 너무 감사했어요.
도깨비 그럼 저랑 산책 어떠세요? 지피디님 어디 사신댔죠?
은탁 (?) 저요? (픽) 저 어디 사는지 말 안했는데요. (뱅글 몸 돌아본다)
도깨비 (헉! 책상 밑으로 숨으며) 그래서 어디 사시는데요.
은탁 인천 해안동 아트 플랫폼 근처요.
도깨비 아트 플랫폼 근처 어디요?
은탁 (픽, 부스 가까이 오며) 저 사는 꼴이 이래저래 복잡해서요. 대표님은 어디신데요?
도깨비 (어딘가 몸 바짝 숨기고) 전 좀 있다 아트 플랫폼 근처일 듯싶네요. 한 삼십분 후?
은탁 지금 데이트 신청하시는 거예요?
도깨비 네 제가 맘먹었거든요. 지피디님이랑 데이트하기로.
은탁 근처 오시면 다시 전화 주세요. 삼십분 후에요. (쿨하게 끊고)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문득 행복해서, 혼자 신나하는 은탁이다..
그 모습 지켜보는 도깨비고.
은탁, 책상서랍에서 향수-김신이 선물했던 것과 같은 거- 칙칙 뿌리는데...
S#58. 아트플랫폼 거리 (낮)
슬슬 걸으면서 대화하는 도깨비와 은탁.
도깨비 (익숙하고, 그리운 향기에..) 저도 그 향 좋아해요.
은탁 (살짝 빈정 상하고) 아. 이거 여자들이 좋아하는 향인데. 여자 향수 잘 아시나 봐요.
도깨비 여자 향수 잘 알아서 별론가요?
은탁 제가 뭐라구요.
도깨비 제 전화번호 아는 유일한 여자신데.
은탁 (!) 진짜요? 왜요? 그건 좀 이상한데?
도깨비 이상할 거 없는데. 좀 전에 개통 했거든요. 최근에 핸드폰 쓸 일이 없어서.
핸드폰이 잘 안 되는 곳(중천)에 있다왔거든요. 눈만 많고.
은탁 아. (그때 핸드폰 알람소리 울리고) 잠깐만요. (작은 약통 꺼내 약, 물이랑 털어
넣고) 자꾸 까먹어서. 꼬박꼬박 먹어야 하거든요.
도깨비 무슨 약입니까?
은탁 마음의 병에 드는 약?
도깨비 (!!...) 언제부터요? 이유.. 물어도 될까요?
은탁 음.. 사실 잘 모르겠어요. 뭐가 시작이었는지. 도망가셔도 돼요.
그럴 기회 드리려고 솔직한 거구요. 저야말로 좀 이상하죠.
도깨비 (고개 젓고) 그럼 내가 더 이상해져 볼게요.
은탁 하하. (웃고 보면)
도깨비 (마음 아파 그런 은탁 보는데)
은탁 (도깨비의 눈빛에, 괜히 말 돌리며) 아, 저 휴가 가요.
이렇게 불쑥불쑥 아트 플랫폼 근처이실까 봐 미리 말씀 드리는 거예요.
도깨비 어디로 가요?
은탁 외국이요. 외국 처음 나가보는 거라서 너무너무 떨려요. 촌스럽죠. 저.
도깨비 (처음 아니란 말 못하고) 처음이라도 안 떨 겁니다.
되게 자연스럽고 처음 온 거 안 같이.. 거기 사는 사람처럼 굴 테니까 걱정 말아요.
은탁 (?) 저 잘 모르시잖아요.
도깨비 나 믿어봐요.
은탁 (그런 도깨비 가만히 본다.. 이상하다.. 왜 믿고 싶을까...)
도깨비 (그런 은탁, 가슴 아프게 보는데...)
S#59. 여행 준비하는 은탁 몽타주 (다른 날 낮)
/사진관에서 여권사진 찍는 은탁.
/전산시스템에 휴가계 확인하는 은탁. ‘연차 신청이 완료 되었습니다’ 안내창 뜨고.
S#60. 옥탑/ 써니 집/ 써니 방 (밤)
옛날처럼 벽에 나란히 기대 앉아 귤 까먹는 은탁과 써니.
은탁 아무래도 거기 뭐가 있는 거 같아서 그거 찾으러 가요.
써니 거기 뭐가 있는데?
은탁 그걸 몰라서 가는 거예요.
써니 그래. 모르는 건 가서 물어봐야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가서 물어봐.
해외여행 갈 때 모자 달린 티 가져가면 국제법 걸리는 거 알지?
은탁 (픽) 네.
써니 티피오는 맞추자. 그래도 첫 해외여행인데.
은탁 네. 근데 사장님은 장사 대박 나서 돈도 많이 버셨는데 왜 이사 안 가세요?
써니 지피디 몰랐구나. 이 건물 내 거야. 내가 샀어.
은탁 왜 몰라요. 백 번도 더 얘기하셨는데. 왜 이사 안 가냐고 물은 건데.
써니 새 집 귀찮아. 그리고 나 새 집 증후군 있어.
은탁 그건 그런 뜻이 아니에요.
써니 아니구나. 귤 맛있다..
쓸쓸히 등 기대고 앉아 픽, 웃는 은탁과 써니고...
S#61. 옷가게 (다른 날 낮)
은탁, 옷가게 들어가서 예쁜 원피스 한 벌 골라 입어보고는 거울 앞에 서본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참 낯설다.. 오래오래 들여다보는 은탁인데...
S#62. 비행기 인서트 (다른 날 낮)
드디어 하늘을 나는 비행기..
S#63. 캐나다 전경 (낮)
캐나다의 아름다운 풍경 펼쳐지고..
S#64. 캐나다/ 샤또 프랑트낙 호텔 (낮)
웅장한 호텔 앞에 멎는 택시. 은탁 내리면, 기사가 캐리어 챙겨준다.
“Thank you.” 인사하고 호텔의 외관 올려다보는데..
설레는 한편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떨리는 은탁인데.
은탁E (영) 실례합니다.
S#65. 캐나다/ 호텔/ 로비 (낮)
데스크의 호텔 직원(한국인)에게 편지 보여주는 은탁. 다양한 인종 직원들도 손님 응대하고 있다.
은탁 (영) 제가 편지를 받았는데, 이 호텔에서 보낸 게 맞나요?
직원 (편지 살펴보더니, 미소) 저희가 보낸 게 맞습니다.
은탁 (놀라) 한국분이세요? 다행이다.
직원 이 호텔 설립자도 한국분이시거든요.
은탁 (!) 아.
직원 잠깐 이쪽으로 와보시겠어요? (안내하면)
은탁 네. (하며 직원 따라 어딘가로 향하며 호텔 내부 홀린 듯 보는데)
직원E 전 층의 우편함 통로 보수공사가 있었는데
S#66. 캐나다/ 호텔/ 엘리베이터 앞 우편함 (낮)
직원, 엘리베이터 옆의 오래된 우편함 보여준다.
직원 이 안에 걸려 있는 편지가 몇 통 발견됐어요.
종종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십 년 전 편지가 발견된 건 처음이지만요.
은탁 (?!) 십 년 전인 건 어떻게 아세요?
직원 (봉투 가리키며) 봉투 디자인이 십년 전에 쓰던 거여서요.
소중한 추억이셨을 텐데 늦어서 죄송합니다.
은탁 괜찮습니다. 늦게 온 데는 늦게 온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신의 한 걸음 한 걸음엔 다 이유가 있다고, (!..??)
직원 (다음 말 기다리는 듯 보면) ?
은탁 누가 그랬을까요.. 하하. 죄송해요. 시차 적응 중이라..
직원 (미소) 숙소는 정하셨나요? 사과의 뜻으로 묵으실 방을 마련해 드리고 싶은데요.
은탁 진짜요? 이 호텔에요? 인터넷으로 예약한 거라 바로 취소하면 되긴 하는데,
제가 잘 데 없는 거에 되게 트라우마가 있어가지구요. 진짜 취소해도 될까요?
S#67. 캐나다/ 호텔 방 (낮)
은탁, 호텔방으로 들어온다. 아기자기 고풍스럽고 아늑하다.
캐리어 대충 침대 발치에 던져두고는 창문마다 달려가 창밖 풍경 홀린 듯 본다.
그러다, 어느 창밖에 중간정원 내려다보인다. 평온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우와..
S#68. 캐나다/ 쁘띠 샹플랭 거리 (낮)
은탁, 편한 차림으로 갈아입고 유럽 정취 묻어나는 거리 걸어본다. 목걸이도 하고 있다.
온통 외국인이다. 이국적인 모습에 신기하다. 이내 19살 때처럼,
/거리 끝에서 끝까지 홀린 듯 걸으며 보며 폰으로 사진도 찍고,
/쇼윈도에 코 박고 예쁜 물건들 구경도 하다가,
/뉴요커처럼 커피 사들고 거리 이리저리 둘러보고,
S#69. 도깨비 집/ 거실 (밤) → omit
S#70. 육교 위 (밤)
써니와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육교에 바람 맞으며 서 있는 저승..
써니가 어디 있는 줄 알지만.. 갈 수가 없다.. 더없이 쓸쓸한 모습이고...
S#71. 치킨 집 (밤)
써니, 창밖만 보며 글라스에 소주 마시고 앉아 있다...
또 누구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 사람이 누군지 알지도 못하면서...
S#72. 캐나다/ 빨간 문 앞 (낮)
생각에 잠겨 터덜터덜 걷는 은탁. 그러다, ?!! 뒷걸음질 쳐서, 방금 지나쳤던 어떤 문 앞에 선다.
그대로 돌아서 왜인지 문 한참 바라보게 되는 은탁. 기다릴 사람도 없는데 오래 기다린 기분이다.
그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문 열리고, 한 남자 나온다! 도깨비다!!
도깨비 ..!!
은탁 ?!!
놀란 두 사람의 얼굴에서,
14부 엔딩!!!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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