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모 12
(김 상궁) 전하
[긴장되는 음악]
어찌 오셨다 그냥 가시옵니까?
[떨리는 숨소리]
[놀란 숨소리]
(유생) [통곡하며] 세자를 폐하여 주시옵소서!
(유생들) 주시옵소서!
(유생)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유생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유생) 엄벌하여 주시옵소서!
(유생들) 엄벌하여 주시옵소서!
(대신) 부디 전하께서 비답을 내려 주시옵소서
(대신들) 비답을 내려 주시옵소서
세자를
폐위에 처한다
[어두운 음악]
[대신들이 웅성거린다] 사, 상헌군…
(학수) 아니 되옵니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대신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학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대신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신하들이 통곡한다]
"자선당"
(복동) [흐느끼며] 아니 되옵니다, 저하!
아니 되옵니다, 저하!
[함께 흐느낀다]
이건 아니옵니다, 저하!
[신하들이 통곡한다] (김 상궁) 아니 되옵니다!
(복동) 저하, 이건 아니옵니다!
[무거운 음악]
[밝은 효과음]
저를 폐하시는 이유가
숙부님의 일 때문입니까?
(혜종) 아니다
어젯밤
동궁전에 갔었느니라
[비밀스러운 음악]
네가 여인임을
내 알고 있었느니라
[의미심장한 효과음]
언제부터…
(빈궁) [힘겨운 목소리로] 넌 아주
특별한 아이라고
잊지 말거라
어여쁜
내 딸
[흐느끼며] 어머니
(담이) 어머니
고하거라
(상궁) 세자 저하 듭시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빈궁) 부디 세손을
그 애를
지켜 주세요
[옅은 신음을 내뱉는다]
[무거운 효과음]
[혜종이 숨을 들이켠다]
(혜종) 이제 와 그것이 뭐가 중요하겠느냐
결국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을
[휘의 떨리는 숨소리]
(휘) 하면 어찌하여
모른 척하신 겁니까?
나를
원망하느냐?
(휘) 이날을
오랫동안 상상해 봤습니다
'아바마마께서 알게 되시면'
'어떻게 될까?'
두려웠었거든요
세자로서 아바마마를 원망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이 궐에서 태어난 한 사람으로서
원망하였습니다
저 역시
부모님께 사랑받고 싶었던
평범한 아이였으니까요
[잔잔한 음악]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다시
제가 태어나던 그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같은 선택을 하실 겁니까?
어명이 아니었더라면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궐을 떠나
네 삶을 살거라
[울먹이는 숨소리]
저는
한 번도 제 삶을 살아 본 적이 없습니다
이것이 아바마마의 뜻이라면
받들겠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풀벌레 울음]
(춘생) 참말로 죽으려고 작정한 겨? 어?
아니, 달포 만에 나타나서는 다짜고짜 세자 저하를 만나겠다니?
다들 동궁전 쪽으로 고개도 안 돌리는 거 몰러?
[작은 목소리로] 폐위라니까, 폐위
까딱하다간 싹 다 뒈진다고!
(지운) 가, 상관없으니까
(춘생) 귀신 같은 자식
[춘생의 다급한 숨소리]
저기 저하 아니여?
나가 궐에 들였다고 절대로 말하지 말어
난 아무것도 모르니께
[문이 덜컹 열린다]
[잔잔한 음악]
[풀벌레 울음]
[바람이 살랑거린다]
[바람이 살랑거린다]
[풍경이 땡땡 울린다]
[애잔한 음악]
[어린 지운과 담이의 놀란 신음]
(어린 지운) '연선'
(지운) 제가 틀렸습니다
다시는 저하를 홀로 두지 않겠습니다
다시는요
[떨리는 숨소리]
[흐느낀다]
[떨리는 숨소리]
[휘의 거친 숨소리]
이게 무슨 짓입니까?
돌아가십시오
여기가 어디라고…
이젠 저하께서 뭐라고 하셔도
저하의 곁에 있을 것입니다
저하를
지킬 것입니다
제가
[애절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지운) 오랜만에 이곳에 오니 좋네요
꽃도 나무도
연못도 모두 그대로고
한데 공기는 영 온양만 못한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옅은 웃음]
함께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지금처럼 이리 마루에 앉아
지겹도록 꽃이 피고 지는 걸 함께 보시지요
밤엔 별도 보고
흐린 날엔 마당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함께 듣기도 하고 말이지요
[옅은 한숨]
(휘) 저는 [바람이 살랑거린다]
못 갑니다
[잔잔한 음악]
[한숨]
꿈을 꾸었습니다
제가 아주
먼 훗날에 있는 꿈을요
깨고 나니
마음이 조금 아프더군요
내게 먼 날들은
늘 그랬거든요
아프고
무거웠습니다
저하
[옅은 웃음]
변했다고만 생각했는데
변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입니다
(휘) 정말
다행입니다
[옅은 한숨]
[한숨]
[휘의 한숨]
정 사서는 그냥 정 사서의 길을 가십시오
나는
이제 나의 길을 갈 테니
[한숨]
(지운)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이제 저하께서 뭐라고 하셔도
제가 저하의 곁을 지킬 거라고 말이지요
[애절한 음악]
나는
정 사서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휘) 내게
매일매일 행복하라 했던
그 말처럼
[떨리는 숨소리]
그리 살아 주십시오
이것이
정 사서에게 바라는
내 마지막 부탁입니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석조) 접니다, 대감
그래, 알아보라고 한 건 어찌 되었는가?
오대산 인근에 창천군 대감의 군사들이 있었습니다
[한숨]
그곳으로 군수 물자가 넘어갔다는 걸
확인해 줄 장부입니다
[책장을 사락 넘긴다]
(기재) 아무리 좋은 검도
다룰 줄 모르는 자에겐 위험한 물건일 뿐이거늘
주상께서 헛된 욕심을 부리셨구먼
저하께서
오늘 강화로 떠나신다고?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소식을 받으면 그 즉시
저하를 모시고 돌아와야 할 것이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말일세
예, 대감
(휘) 사가의 생활은 어떠하였느냐?
이제 곧 궐에 들어와야 될 터이니
조금씩 정리를 해 두어야겠구나
죄송합니다, 형님
[한숨]
어찌 그런 말을 하느냐?
그냥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요
[한숨]
(휘) 이리 마주 앉아 차 한잔 마시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려웠는지
못난 나의 열등감 때문에
너를 밀어내기만 하였구나
눈물을 보이지 말거라
연약해지면 안 된다
궐에서는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 있게 행동해야 하느니라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잘해 내야 한다
겸이 너는
하나뿐인 내 아우이니
[무거운 음악]
[새가 지저귄다]
"강녕전"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복동의 안타까운 신음]
(복동) 저하
이만 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휘) 소자
그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부디
강녕하시옵소서
아바마마
(형설) 전하, 내금위장이옵니다
[문이 달칵 닫힌다]
말씀하신 대로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혜종이 형설을 탁 잡는다] [의미심장한 음악]
저 아이를
잘 부탁하네
전하를 속인 죄
저의 목숨으로 갚을 것입니다
(혜종) 고맙네
저 아이의 비밀을
지금껏 잘 지켜 주어
자네도 몸조심하게
[문이 달칵 닫힌다]
"광화문"
[새가 지저귄다]
그만 가 보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저하
(기재) 자네가 저하를 잘 보필해 주시게
(학수) 저하, 부디 옥체 보존하시옵소서
(복동) 아까부터 김가온 그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설마 자기 혼자 도망친 거 아니겠죠?
[혀를 쯧쯧 찬다]
(김 상궁) 쓸데없는 걱정 말고 저하나 잘 살피시게
(복동) 어딜 간 게야? 아유
(휘) 가시지요
[말의 투레질] [무거운 음악]
(휘) 꽃이 예쁘게 피었습니다
[말의 투레질]
참으로 말도 안 듣는 자가 아니냐
예?
가서 저것 좀 가져다주거라
(복동) 예
[복동의 거친 숨소리]
[잔잔한 음악]
[지운의 다급한 숨소리] [바람이 쏴 분다]
[가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형설) 내가 저하를 모시고 무사히 안가에 도착할 때까지
반드시 저들의 추격을 막아야 한다
알겠느냐?
(현) 모두 멈추거라
[말의 투레질] 여기서 쉬었다 갈 것이니라
쉬었다 가시지요, 저하
여기서요?
(현) 저기에 자리를 봐 놓으라 하였으니
조금만 쉬고 계십시오, 저하
잠시만
자네들은 저하께서 마실 물과
땀을 식힐 옷가지를 좀 챙겨 오게
(함께) 예?
(김 상궁) 아…
예
- 아, 알겠습니다, 군대감 - (김 상궁) 군대감
[말의 투레질]
조금만 더 가면 물을 마실 수 있는 계곡이 있으니
그곳에서 행장을 푸시지요
저하께서 힘들어하십니다
물은 사람들을 시켜 길러 오면 될 것이니
그냥 쉬었다 가지요
(석조) 이곳은 산세가 깊어 산 도적의 출몰이 잦은 곳입니다
그러니 이제라도 제 말대로 자리를 옮기시지요
행렬의 책임자는 집의가 아니라 접니다
(현) 설마 종친인 제가
저하를 위험에 빠트리는 일을 하겠습니까?
[궁녀들의 비명]
[긴장되는 음악]
[휘의 힘겨운 신음] [형설의 거친 숨소리]
(현) 제가 그 행렬의 길잡이가 되지요
집의께서도 종친인 내 명은 거부하지 못할 겁니다
[궁녀들의 비명]
[형설의 거친 숨소리] [휘의 힘겨운 신음]
(형설) 내금위장이옵니다, 저하
[휘의 거친 숨소리] 저를 따라오시지요
전하의 어명입니다
[박진감 넘치는 음악]
저하를 지켜라!
[거칠게 싸운다]
[휘와 형설의 다급한 숨소리]
[거칠게 싸운다]
[석조의 거친 숨소리]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궁녀들의 비명]
(김 상궁) 이보게, 아니…
이, 이게 무슨 일인가? 응? [복동의 당황한 신음]
저하께 변고가 생긴 것 같습니다
(복동) [울먹이며] 아유, 어떡해
저하!
(김 상궁) 저하!
(현) 저하는 무사하시네
(복동) 예?
그, 아, 그게 무슨…
무, 무슨 말씀이신지…
설명할 시간이 없네
자네들은 어서 나를 따라오게
[복동과 김 상궁의 당황한 신음]
(김 상궁) 저, 저, 저하…
- (복동) 뭐를, 아… - (현) 어서들 오게
(김 상궁) 예, 예, 예, 군대감
[복동의 울먹이는 신음]
(복동) 마마님
[긴박한 음악] [휘와 형설의 다급한 숨소리]
[거친 숨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놀란 숨소리]
[거친 숨소리]
네가 어찌 여기 있는 것이냐?
[긴장되는 음악]
[지운의 힘주는 신음]
[석조의 힘주는 신음]
[지운과 석조의 거친 숨소리]
저하를 데려간 자가 누구냐? 말하거라
모릅니다
그저 저하를 구하고자 하는 자들이겠지요
[서로 힘주며 싸운다]
[지운의 힘겨운 신음]
[지운과 석조의 힘주는 신음]
비키거라
저하는 다시 궐로 돌아가셔야 한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달려오는 발걸음]
납치범으로 몰리기 싫으면 여길 빠져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칼이 툭 떨어진다]
[거친 숨소리]
(석조) 수상한 자들을 보았다는 이가 있다
숲 반대쪽을 수색하거라
(관군들) 예
[관군들의 기합]
[거친 숨소리]
[풀벌레 울음] [형설이 함을 툭 내려놓는다]
일단 옷부터 갈아입으시지요
[휘의 옅은 한숨]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어명이라니
[무거운 음악] [옅은 한숨]
(혜종) 자네 그 목숨 날 위해 바친다고 하였지?
그러합니다, 전하
(혜종) 이제부터 그 목숨
세자를 위해 바치거라
세자의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이다
(형설) 전하께서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덮개를 탁 내려놓는다]
[놀란 숨소리]
[잔잔한 음악]
(혜종) 네가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궐은 한바탕 소란이 나 있겠구나
(혜종) 네가 원치 않을 일이라는 걸 알았기에
차마 너에게도 알릴 수가 없었다
이렇게 나는
끝까지 너의 뜻을 꺾은
못난 아비로 남게 되었구나
(혜종) 궐을 떠나
네 삶을 살거라
저는
한 번도 제 삶을 살아 본 적이 없습니다
(혜종) 이것이 너를 잃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널 지킬 수만 있다면
[문이 달칵 열린다] 이제 그런 원망쯤은 달게 받아 낼 수 있을 터이니
[문이 달칵 닫힌다]
(대비) 세손을 두고 제현 대군을 세자에 올리자니요?
정녕 중전의 치마폭에 싸여 성명을 잃으신 겝니까, 주상
(혜종) 너의 세자 책봉을 반대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아파하는 신음] [목검이 툭 떨어진다]
[담이의 거친 숨소리]
[긴장한 숨소리]
[거친 숨소리]
[다가오는 발걸음]
[무거운 음악] (혜종) 하나 너는
내가 우려하였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아이더구나
창천군의 세력을 키울 것이다
(혜종) 하여 세자가 왕이 되었을 때
상헌군의 손아귀에 휘둘리지 않도록 만들 것이다
(혜종) 그래서 더 아팠고
(혜종) 그래서 더 괴로웠다
너를 보는 일이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더구나
(휘) 다시
제가 태어나던 그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같은 선택을 하실 겁니까?
(휘) 어명이 아니었더라면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혜종) 그날 나의 선택을
오랫동안 후회하였다
하여 나는
또다시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혜종) '이휘'
너의 오라비의 이름이었지만
[풀벌레 울음] (혜종) 이제 내겐 너의 이름이다
조선의 세자였고
(혜종) 세자를
폐위에 처한다
(혜종) 하나뿐인 나의 딸이었던
[휘가 흐느낀다]
[흐느낀다]
(혜종) 그저 살아만 다오
나에게
너의 소식이 들리지 않도록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간밤에 잠은 좀 주무셨습니까?
(기재) 자식을 사지로 내몰았으니
물론 편치 않으시겠지요
[기재가 잔을 탁 든다]
[기재가 차를 호록 마신다]
귀하게 지킨 아이가 아닙니까
딸아이를 버리고
선택한 아들이었으니
그래서 내가
상헌군을 싫어하지 않소
(혜종) 그 선택을 하게 만든 것이 바로
그대였으니 [어두운 음악]
그래, 이제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당연히
제현 대군이 세자의 뒤를 이어야겠지요
(혜종) 안타깝게 되었소
선대 왕대의 영광을 그리워하셨을 텐데
바람이 찹니다 [긴장되는 음악]
부디 옥체 보존하시옵소서
[잔을 탁 집는다]
[시끌시끌하다]
[석조의 거친 숨소리]
너희들은 위쪽을 살펴보거라
(수하1) 예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가쁜 숨소리]
[가쁜 숨소리]
[가쁜 숨을 고른다]
(형설) 여기서부턴 따로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관군들이 제 얼굴을 알고 있기에
함께 간다면 저하께서 더 위험해지실 겁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형설) 걱정하지 마십시오
먼저 건너가 계시면 곧 뒤따르겠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당황한 숨소리]
[헛웃음]
역시 자네가 맞았군
[어두운 음악]
함께 있던 여인은
세자가 변복을 한 모양이로군
안타깝지만 한발 늦었네
이미 안전한 곳에 모시고 돌아오는 길이니
당장 가서 모든 여인의 얼굴을 확인하거라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자가 있으면
지체 없이 데려와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수하들) 예!
이미 폐세자가 되신 분이네
(형설) 목숨만은 살리도록
길을 열어 주게
(석조) 나 역시 저하를 살리고자 하는 일이네
(수하2) 잠깐 얼굴 좀 보시게
얼굴 좀 보여 주시오
[긴장되는 음악]
똑바로 보여 달라니까
그, 얼굴 좀 똑…
부인, 화가 많이 났소?
(지운) 아, 걸음이 어찌 그리 빠른지
내 다른 여인을 훔쳐본 게 아니래도, 참
고생이 많으십니다만
남의 집 아낙의 얼굴을 이리 함부로 보려 하시다니요
너무 아름다워
괜히 눈이나 부실 게요
아니, 내, 내가 [수하2의 헛기침]
그, 부인 얼굴을 보려고 한 게…
(아낙1) 아유, 맞아
새댁 얼굴은 봐서 뭣 혀?
(아낙2) 아, 임자도 있는 처자구먼 뭐 하는 거여?
[저마다 핀잔준다] (수하2) 거 조용히들 하시오, 거…
(지운) 자, 자 준비가 다 됐으면 출발들 합시다
우리 부부가 갈 길이 멉니다 [저마다 재촉한다]
(수하2) 조용히 하시오! [아낙들이 구시렁거린다]
가자
[잔잔한 음악]
(휘) 어찌 된 겁니까?
행렬을 따르다 내금위장과 떠나는 모습을 봤습니다
변장을 하셨을 거라 생각은 하였는데
제법 잘 어울리십니다
(휘) 아…
(지운) 한데 어찌 혼자 계신 겁니까?
그것이…
듣는 귀가 많으니 내려서 얘기하시지요
[새가 지저귄다] [시끌시끌하다]
하면 전하께서 저하를 살리기 위해
내금위장을 보내셨단 말입니까?
[한숨 쉬며] 예
아바마마께서 따로 거처를 봐 두셨다 합니다
씁, 하면
이제 궐을 나가실 일만 남으셨단 말인데
[헛기침]
궐에만 계셨던 귀한 분께서
이 험난한 세상을 어찌 살아가시려나?
(지운) 하는 수 없겠네요
제가 저하를 먹여 살리는 수밖에요
[잔잔한 음악] [휘가 피식 웃는다]
아니, 지금 제 의술을 무시하시는 겁니까?
아, 저하께서 온양에 와 보셨어야 하는 건데
감자에 고구마에 각종 곡식
종종 고기로 값을 치르는 사람도 있으니
저하의 그 까탈스러운 입맛은
제가 맞춰 드릴 수 있다 이겁니다
정 사서
예?
고백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고백이요?
정 사서에게 말하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아니,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이리 안절부절못하시고…
그러니까 실은
제가…
[긴장되는 음악]
[긴장되는 효과음]
저쪽이다, 잡아라!
(수하들) 예!
[휘와 지운의 다급한 숨소리]
[석조의 거친 숨소리]
[휘와 지운의 다급한 숨소리]
[사람들의 놀란 신음] [휘의 힘겨운 신음]
괜찮으십니까?
[휘의 힘겨운 신음]
괜찮습니다
(석조) 내가 생포하라 하지 않았느냐!
[지운의 다급한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형설) 안 돼, 안 돼!
[세손의 겁먹은 숨소리]
[긴박한 음악]
[휘와 지운의 다급한 숨소리]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거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수하들의 가쁜 숨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수하2) 여긴 없습니다
가자
[새가 지저귄다]
[어두운 효과음]
(지운) 저하
안 되겠습니다 치료부터 하셔야 합니다 [휘의 힘겨운 신음]
[잔잔한 음악]
(휘) 저는 괜찮습…
[휘의 힘겨운 숨소리]
저하
[지운의 다급한 숨소리]
(지운) 저, 저하
(지운) 조금만 참으십시오
[지운의 다급한 신음]
[지운의 힘주는 신음]
[지운의 다급한 숨소리]
잠시만 계십시오
열을 내릴 약초를 좀 구해 오겠습니다
[휘의 옅은 신음]
가지 마십시오
(지운) 괜찮으실 겁니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지운의 다급한 숨소리]
(지운) 정신을 잃으시면 안 됩니다, 저하
고맙습니다
이리 옆에 있어 줘서
말씀하지 마십시오
상처 때문에 더 아프실 겁니다
[지운이 약초를 탁탁 찧는다]
고백할 것이 있다던 내 말
궁금하지 않습니까?
[다급한 숨소리] [약초를 탁탁 찧는다]
[힘겨운 신음]
(지운) 상처가 덧난 듯싶습니다
상처를 봐야겠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휘의 힘겨운 숨소리]
내가
내가 하겠습니다 [비밀스러운 음악]
저하
이게
나의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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