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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모 15


 (세손) 당장 멈추거라, 나는…


 (형설) 안 돼, 안 돼!


 [겁먹은 숨소리]


 [화살이 퍽 꽂힌다]


 (휘) 이자의 손이  잠시라도 움직인다면


 너는 즉시 내게  이자의 목을 가져오거라


 [혼란스러운 숨소리]


 [풀벌레 울음]


 [한숨]


 이제 오는 것이냐?


 예


 (석조) 한번


 겨루어 보겠느냐?


 [박진감 넘치는 음악]


 [서로 힘주며 싸운다]


 [지운과 석조의 거친 숨소리]


 [서로 힘주며 싸운다]


 [석조의 힘주는 신음]  [지운의 힘겨운 신음]


 [석조와 지운의 거친 숨소리]


 [잔잔한 음악]


 [지운이 술을 조르르 따른다]


 [석조가 주전자를 탁 내려놓는다]


 [피식 웃으며] 처음인 거 같구나


 (석조) 너와 이리 마주 앉아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이


 검술이 많이 늘었더구나


 계속 익히고 있었던 것이냐?


 명에서 떠돌며


 제 몸 하나 정도는  지켜야 했으니까요


 [석조의 한숨]


 처음으로 네가 검술을  배우고자 했던 때가 떠오르는구나


 지키고 싶은 아이가  있다고 하였었지


 [잔을 탁 내려놓는다]


 담이라 하였던가?


 돌아와 그 아이는 만났더냐?


 죽었다고 합니다


 (지운) 그때  병이 들어 출궁하였다고


 [무거운 음악]


 [한숨]


 그것도 모르고  아버지를 의심했었습니다


 그 아이가 사라진 것이  아버지와 관련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요


 (어린 지운) 안 돼!


 [어린 지운의 떨리는 숨소리]


 [한숨]


 아직도 나를 많이 원망하느냐?


 아니라고 하면 거짓이겠지요


 하나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지운) 가족을 위해  그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 말을요


 여전히


 어렵지만 말입니다


 [한숨]


 [밝은 효과음]


 [새가 지저귄다]


 [긴장되는 음악]


 (상선) 전하!


 (신하들) 전하!


 [신하들이 통곡한다]


 (상선) 전하!


 (신하들) 전하!


 전하!


 [거친 숨소리]


 [한숨]


 [상선의 힘겨운 신음]  [의미심장한 음악]


 [상선의 힘겨운 신음]


 [어두운 효과음]


 [허탈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누구십니까?


 [놀란 신음]  [긴장되는 음악]


 (상선 처) 사, 살려 주십시오


 살려 주세요, 제발


 [상선 처의 떨리는 숨소리]


 살려 주세요


 (상선 처) 저희 남편의  마지막을 보셨다고요?


 (가온) 누군가  부군을 살해하였습니다


 사, 살해라니


 그게 무슨…


 나를 보고 달아난 이유가 뭡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상선 처) 상헌군이  보낸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남편이 죽기 전  저를 이곳에 숨겨 놓았었거든요


 상헌군이 집에 사람을  보낼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가온) 상헌군과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한숨]


 10년 전 제 남편이 저를 살리려


 (상선 처) 상헌군에게  큰 빚을 진 적이 있습니다


 그 대가로 누군가에게  서찰을 전하였는데


 남편이 전한 그 서찰을 받은 이가


 역모죄에 휘말려  죽임을 당했다 들었습니다


 [어두운 음악]


 그 일로 상헌군에게  약점을 잡혀 지금껏…


 [상선 처가 흐느낀다]


 저를 죽여 주십시오


 모두 저 때문입니다


 이 비루한 목숨을 살리겠다고  제 남편이…


 서찰을 받은 사람이 혹


 세손의 스승이었던 익선


 강화길입니까?


 [당황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가온) 오늘 내게 한 얘기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십시오


 절대로


 [거친 숨소리]


 [풀벌레 울음]


 [익살스러운 음악]


 [숨을 씁 들이켠다]


 [헛기침]


 [붓을 탁 내려놓는다]


 [숨을 들이켠다]


 [날렵한 입소리를 낸다]


 [땡 울리는 효과음]  [지운의 놀란 신음]


 [지운의 멋쩍은 신음]


 뭐 하는 짓이야?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어색한 웃음]


 [지운의 헛기침]


 (만달) 주서 나리  이달의 일지표입니다


 아, 고맙네


 [웃음]


 (지운) 아, 잠깐, 잠깐, 그…


 편전 입직에  내가 다 빠져 있지 않은가?


 아, 지금껏 나리께서  부탁하셨지 않습니까


 어전 출입은 되도록 빼 달라고


 (만달) 하여 도승지 영감께서  특별히 배려해 주셨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색한 웃음]


 [헛기침]


 [흥미로운 음악]  (지운) 감사드립니다, 도승지 어른


 한데 지금껏 저 때문에


 김 주서 혼자 어전에 들어  고생을 하였지 않았습니까


 부탁을 드리긴 했으나


 이 마음 한구석이  어찌 그리 불편하던지, 쯧


 이제부턴 제가 김 주서 몫까지  두 배로 일하겠습니다


 정원일기는 앞으로 제가  모두 도맡아


 쓰도록 하지요


 [지운의 웃음]


 "상소"


 [잔잔한 음악]  [풀벌레 울음]


 (지운) 기다렸습니다


 그 말을


 더 늦었다면…


 그래도


 기다렸을 것입니다


 언제까지나


 [복동의 한숨]


 (휘) 왜 그리 보느냐?


 할 말 있으면 하거라


 아닙니다, 할 말은 뭐…


 정 주서는 참  할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복동) 나라의 녹을 받는 이가  등이나 밝히고 앉아 있고


 (휘) 아, 그야 상촉 내관들이


 제대로 일을 못하니  그러는 거 아니냐


 내가 가는 길엔  불도 안 밝히던 것들이


 빈청 쪽엔 아주 등이 늘어서  눈이 다 부시더구나


 (복동) 아, 그거야 상헌군께서  빈청에 자주 드나드시니…


 제가 뭔 힘이 있습니까, 전하!


 [문이 달칵 열린다]


 정 주서께선  편전에 어인 일이십니까?


 어인 일이라니요?


 주서인 제 일을 하러 왔지요


 (지운) 전하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침 없이 다 담는 것이


 주서인 제 일이 아니겠습니까


 [감미로운 음악]


 [헛기침]


 [지운이 책을 탁탁 턴다]


 왜들 그리 계십니까?


 편히들 계십시오, 편히


 하던 일들 쭉 하시고


 [지운의 웃음]  [복동의 한숨]


 [헛기침]


 [한숨]


 상촉 내관  잡도리하고 오겠습니다, 전하


 [한숨]


 (복동) 이것들을 아주 죽여 놔야지


 [복동의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유공) 합방일에  정말 아무 일도 없으셨는지요?


 그날 이후로 이리 드시지도 않고


 [한숨]


 내가 그리 박색이니?


 예?


 [한숨]


 대체 내가  전하께 뭘 잘못한 건지…


 (하경) 이건 유공이 네가 먹거라


 번번이 이대로 내어 가도  말들이 나올 테니


 실은 전하께서  외조부이신 상헌군 대감과


 사이가 꽤 좋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유공) 마마께서  잘못한 것이 아니오라


 부원군께서 상헌군 대감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계시니


 그것 때문에 거리를 두시는 게  아닐까 싶어서요


 전하께서


 내가 아니라  울 아버지를 싫어한다고?


 [한숨]


 (유공) 송구합니다, 마마


 전 그저 마마께서  너무 자책을 하시기에…


 하면 내가 노력하면  바뀔 수도 있다는 거잖아


 예?


 [하경의 기쁜 숨소리]


 (하경) 고맙다, 유공아


 [기쁜 숨소리]


 (유생1) 이 나라가 정녕


 [어두운 음악]  한씨의 나라입니까?  이씨의 나라입니까?


 언로를 빼앗아  국정을 농단하는 상헌군을


 파직하시옵소서, 전하!


 (유생들) 파직하시옵소서, 전하!


 (유생1) 파직하시옵소서, 전하!


 (유생들) 파직하시옵소서, 전하!


 (유생1) 파직하시옵소서, 전하!


 (유생들) 파직하시옵소서, 전하!


 (관군) 끌고 가라!  [관군들이 대답한다]


 (유생들) 파직하시옵소서, 전하!


 (유생1) 파직하시옵소서, 전하!


 (유생들) 파직하시옵소서, 전하!


 [유생들이 연신 간청한다]


 (학수) 어찌 된 영문인지


 이놈들이 잡아 매를 치고  옥에 가두어도 그때뿐이고


 끝이 없이 저럽니다


 이래서는  도통 멈출 것 같지가 않은데


 어찌하면 좋습니까, 대감?


 (휘) 한 마리 개가  헛것을 보고 짖으면


 백 마리 개가 정말로 알고  같이 짖는다지 않습니까


 궐 밖의 유생들은  그저 누군가를 따라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저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호응하는 신음]


 하나


 새의 깃도 많으면  배를 가라앉게 한다니


 저리 하나둘 멈추지 않고 모인다면


 행여 외조부님께 부담이 될까  저는 그것이 염려가 됩니다


 [한숨]


 그래서 말인데


 신영수 대감을  다시 궐에 불러들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파직하여 낙향한  신영수를 말입니까?


 낙향하여 유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들었습니다


 유생들 사이에 덕망이 높은 자이니


 이 일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기재의 고민하는 숨소리]


 (기재) 옳은 말씀이긴 하나


 조정의 일에 뜻이 없는 자입니다


 쫓기듯 내려간 자가


 다시 돌아올 리  만무하지 않겠습니까


 [무거운 음악]


 [한숨]


 [잔을 탁 집는다]


 [잔을 탁 내려놓는다]


 (유생2)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새가 지저귄다]


 (유생들)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유생2)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유생들)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영수) 그래


 다른 이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변함없이  옳은 길을 갈 수만 있다면


 그 역시 군자가 아니겠는가


 (영수) 나가들 보거라


 (유생들) 예, 스승님


 (종복) 대감마님


 한양에서 손님이 오셨습니다


 - 한양에서?  - (종복) 예


 (문수) 어이구야  진도가 많이 나갔네, 어


 아이고야, 열심히들 하시게, 어


 아이고


 [웃으며] 아이고


 이게 얼마 만입니까  여산 선생, 어?


 [문수의 웃음]


 (영수) 아, 아…


 (영수) 저의 죄가  결코 가볍지가 않습니다


 그런 제가 어찌 감히  벼슬길에 다시 오른단 말입니까


 에헤, 그렇게 자르지만 마시고


 아니, 제 얼굴을 봐서라도, 예?


 (문수) 아니, 제가 여기까지 와서  빈손으로 돌아가면


 아주 난처합니다


 그리고


 [문수의 조심스러운 숨소리]


 [작은 목소리로] 전하께서 내리신


 교지까지 이리 가지고 왔는데


 (영수) 전하가 아니라  영상의 뜻이겠지요


 제 뜻은 이미 전했습니다


 가서 영상께 잘 전해 주십시오


 (문수) 씁, 에헤  에헤, 에헤, 대감


 저는 분명히 전했습니다


 거절은 직접 하십시오


 [문수의 다급한 신음]  (영수) 이보시오, 이거…


 (문수) 하이고, 가자!


 [한숨]


 [영수의 심란한 숨소리]


 [교지를 탁 집는다]


 [무거운 음악]


 "불비불명"


 [새가 지저귄다]


 (혜종) 사람들이 가득 탄 배가  한쪽으로 기울면


 누가 가장 먼저 물에 빠지겠소?


 힘없고 가진 거 없는 백성들이  가장 먼저 희생당하겠지


 그러니


 이 배가 침몰하지 않게


 그대가 중심을  잘 잡아 주길 바라오


 [한숨]


 (문수) '신영수를  사헌부 대사헌에 임명하고자 하니'


 '그 책임을 가벼이 여기지 말고'


 '시정을 탄핵하고  백관을 규찰하여'


 '올바른 길로 이끌도록 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어두운 음악]


 (기재) 이리 와 주실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요


 나라의 부름에  모른 척하는 것 역시


 신하 된 도리가 아니겠지요


 [기재의 호응하는 신음]


 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대사헌 영감


 예


 괜찮으시겠습니까?


 (석조) 대사헌이라면


 대감의 정치에  걸림돌이 되고도 남을 것입니다


 (기재) 필요하다면  쓰임에 맞춰 쓴 후


 내 살로 만들면 되지 않겠나


 '불비불명'


 (영수) 날지도 울지도 않고  웅크린 새가


 바로 전하이십니까?


 [살짝 웃는다]


 도승지가  잘 전달해 주신 모양이군요


 하면 제가 해석한 의미 역시  맞을는지요?


 아마도요


 [장엄한 음악]


 (영수) 아뢰옵기 외람되오나


 저는 전하의 정치를  도울 생각이 없습니다


 언제까지고 전하의 편에  서 있지만은 않을 것이란 말입니다


 전하께서 바르지 못한 길을 가시면


 가장 먼저 그 반대의 길로  향할 것입니다


 그리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게 바로 내가 그대를  이곳으로 다시 부른 이유입니다


 외조부가 장악한 지금의 조정을


 바로잡기 위해서요


 [서랍이 쓱 열린다]


 "조운선 일지"


 호조 판서의  비리가 담긴 장부입니다


 (휘) 아마도 대사헌께서 맡으실


 첫 번째 일이 될 것 같군요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휘) 정 주서, 방금 그 얘기들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쓰지 않았습니다


 [잔잔한 음악]  [옅은 웃음]


 '불비불명'


 (지운) 3년 동안 울지도 않고  날지도 않은 새가 있었다지요


 오래 참아 온 만큼  한번 날아오르면


 하늘을 뚫고 솟을 것이고


 울기 시작하면  천지를 뒤흔들 것입니다


 큰일을 위해 때를 기다리셨다고요?


 하면 저도 함께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한숨]


 이 일은 나의 일입니다


 많이 위험한 일이기도 하고요


 (지운) 그날 그 숲에서


 전하와 나누었던 많은 이야기들이


 이제는 기약할 수  없게 되었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렇게라도 전하의 곁을  지킬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이리 공범이 되었는데


 계속 모른 척만 하실 겁니까?


 하면 하나만 약속해 주십시오


 (휘) 내가 멈추라 할 때에는


 반드시 멈춰야 합니다


 이건 어명입니다


 그리하겠습니다, 전하


 (영수) 호조 판서 박원형은


 가외의 것을 조운선에 싣기 위해  고의로 군량미를 빼돌렸다


 자네들은  함길도로 향하는 나루에서


 호판의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창고를 습격하게


 [긴장되는 음악]  그곳에 빼돌린  군량미가 있을 터이니


 (영수) 또한 호조 판서는  뱃사람들을 매수하여


 [감찰이 명령한다]  배를 고의로 파손시키기도 하는 등


 그 죄가 매우 엄중하니


 당장 잡아들여  그 죄를 물어야 할 것이네


 알겠는가?


 (감찰) 샅샅이 뒤져라!


 (감찰들) 예!


 (하인) 아이고메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여?  [하인들이 소란스럽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호판) 웬 놈들이냐!


 (감찰) 사헌부에서 나왔습니다


 뭐라?


 함께 가 주셔야겠습니다  호판 대감


 이게 무슨 짓이오!


 (호판) 나에게 이리 모욕을 주고도


 [코웃음 치며] 무사할 수 있겠소?


 함길도로 갈 군량미가


 호판 대감의 개인 사고에  모여 있더군요


 [한숨]


 그럴 리가 없소


 난 모르는 일이오


 여기 명확한 증좌가 있소이다


 (영수) 이 장부 속에


 조운선을 사적으로 이용한  기록이 있습니다


 [헛기침]


 그, 그건…


 [문이 달칵 열린다]


 [극적인 음악]


 (휘) 백성들은 헐벗음과 굶주림에


 [문이 달칵 닫힌다]


 짚을 엮어 등을 가리고


 나무껍질을 벗겨  주린 배를 채우는데


 호조 판서라는 자는


 나라의 재산으로  제 잇속만 챙기다니


 전, 전하


 (휘) 조운선을  사적으로 이용하였다 들었소


 뿐만 아니라  군사들의 식량까지 빼돌렸다고?


 [당황한 신음]  [휘의 한숨]


 즉시 참형에 처해도  할 말은 없을 것이오


 [당황한 신음]


 전 그저


 상헌군 대감의 일을 도왔을 뿐


 (호판) 저, 절대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휘) 아


 외조부님께서 시킨 것이다?


 [호판의 당황한 숨소리]  [휘의 헛웃음]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법인데


 외조부님께서  호판을 꽤나 아끼셨는데


 이리 자신을 배후로  지목하신 것을 아시면


 적잖이 실망하시겠습니다


 아, 제, 제, 제가  실언을 하였습니다


 (호판) 이 일은 모두 저 혼자…


 (휘) 덮어쓰시겠다?


 [당황한 신음]


 (호판) 그, 그, 그, 그것이…


 [호판의 울먹이는 신음]


 살려 주시옵소서, 전하!


 [한숨]


 살길을 드리겠소


 [긴장한 숨소리]


 (휘) 조용히 처분에 따라  궐을 떠나면


 외조부님을 배신한 것은  입 다물어 주지


 [안도하는 숨소리]


 호판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외조부님은 자비가 없는 분이시니


 그분께 죗값을 받는 것보다


 이편이 더 낫지 않겠소?


 (호판) 전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하니 부디  목숨만은 연명할 수 있도록…


 (휘) 조운선을 이용해


 무기를 몰래 함길도로  빼돌리려 하였다지?


 [긴장되는 음악]


 외조부께 무기를 대고 있는  상단을 밝히시오


 하면 내 약조대로 해 주지


 [난처한 한숨]


 [청지기의 가쁜 숨소리]  (청지기) 대감마님


 사헌부에서 호판 대감의 사저를  급습했다 합니다


 뭐라?


 호판께서 조운선에  무기를 싣느라 빼낸 곡식을


 (청지기) 사고에 몰래  모아 둔 모양입니다


 그 근방에 내일 여연으로 옮길  무기들도 보관되어 있사온데


 혹 사헌부에서  그곳까지 찾아낸다면…


 남김없이 불태우거라


 예?


 내 말 못 들었느냐!


 (청지기) 예, 그리하겠습니다


 지금


 나와 뭘 하자는 것입니까?


 대사헌이 호판의 비리를  발견하였답니다


 (휘) 외조부님의 권력을 등에 업고  군량미를 빼돌렸다지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내 말을


 그새 잊으신 것입니까?


 그럴 리가요


 (휘) 외조부님의 명성에  누를 입힌 그자를


 내 어찌  그냥 두고 볼 수 있겠습니까


 - 하여…  - (기재) 호판은


 내 사람입니다


 (기재) 하니 벌을 내려도  내가 내려야지요


 전하께선 선택권이 없습니다


 [어두운 음악]  [한숨]


 (휘) 외조부님


 이 일이 알려지면


 겨우 가라앉은 민심이  동요할 것입니다


 그 역시 전하께서  입을 다무시면 될 일입니다


 (기재) 감히 내게  도전하려 하지 마십시오


 천진한 그 재롱을 봐주는 것도  여기까지입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비밀스러운 음악]


 [만달의 다급한 숨소리]


 "상소"


 [만달의 한숨]


 (만달) 이리 몰래 하는 걸 들키면  모두 끝장인데


 한데 정랑께서는  왜 또 여기 껴 계시는 겁니까?


 결자해지라네


 아, 한데 호판 대감께서  사헌부에 끌려갔다면서


 이게 왜 필요한 건가?


 (지운) 쉿, 쉿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좀, 빨리 좀 써 주십시오


 (만달) 아, 예


 (문수) 웬 놈들이냐, 거기!


 뭐 하냐, 너희들?


 [범두의 당황한 신음]


 [범두의 어색한 웃음]


 [헛기침]


 [딸꾹질하며] 아, 취한다


 아, 헛게 다 보이네, 아유  [흥미진진한 음악]


 [문수가 중얼거린다]  (범두) 취하셨어, 취하셨어


 [문수가 흥얼거린다]


 [다급한 숨소리]


 [문수가 흥얼거린다]


 [풀벌레 울음]


 [어두운 음악]


 (지운) 호조 판서 박원형이


 함길도로 향하는 군량미를 빼돌려


 사리사욕을  채워 온 것이 발각되었다


 [성난 숨소리]


 또한 이를 은폐하려  고의로 배를 파손하는 등


 (지운) 국가 내 재산을  함부로 하는 중죄를 저질러


 사헌부의 감찰을 받기에 이르렀다


 백성들은 헐벗음과 굶주림에  짚을 엮어 등을 가리고  [문이 달칵 닫힌다]


 (지운) 나무껍질을 벗겨  주린 배를 채우는데


 호조 판서라는 자는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나라의 재산으로  제 잇속이나 채우는 상황에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


 조정의 대소신료들은 모두 앞장서


 호조 판서 박원형의 탄핵을  주청드리는 것이다


 (휘) 일기에 쓰시지요


 '오늘 조참에서 영상이'


 '호조 판서 박원형의 파직을  주청하였다'


 '손자병법' 제35계


 연환계


 [웅장한 음악]


 (지운) '여러 계책을  한꺼번에 이용하여'


 '목적을 달성한다'


 제법 훌륭한 계책이었습니다  정 주서


 말로만요?


 (지운) 이왕 칭찬해 주시는 거  소원도 하나 들어주시지요


 소원?


 [피식 웃는다]


 뭐, 말씀해 보십시오


 씁, 그러니까 그 소원이…


 아, 그 전에


 약조해 주셔야 합니다


 (지운) 절대


 절대 화내지 않으시겠다고


 아, 대체 뭘 말하려고…


 알겠습니다


 내 약조하지요


 [밝은 음악]


 (휘) 이게…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약조하였지요?


 절대 화내지 않으시겠다고


 [새가 지저귄다]


 [복동의 가쁜 숨소리]


 (복동) 이번엔 또 뭡니까?


 예조에서 올리는 계본일세


 전하께 전해 주시게


 (복동) 아, 이런 걸  왜 저한테 주십니까?


 직접 주셔야지


 여기서 편전까지 얼마나 걸린다고


 내 요즘 일이 바쁘네


 [한숨]


 부탁 좀 하네


 [못마땅한 신음]


 (복동) 아, 요즘 자꾸 왜 저러셔?


 전하께 뭐 잘못했나?


 [복동의 가쁜 숨소리]


 [숨을 들이켠다]


 [숨을 후 내쉰다]


 나 말이다


 (지운) 궐


 못 나갈 것 같다


 [잔잔한 음악]


 그리고 그 마음도 못 접어


 그래, 그렇구나


 잘 알았다, 네 마음


 중전마마께서 잠시  두 분을 뵙자고 하십니다


 [유공이 다과를 탁 내려놓는다]


 [멀어지는 발걸음]


 그러니까


 제가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하경) 두 분을 뵙기를 청한 것은


 두 분께서 전하와  가장 막역한 분들이고


 서로가 또  금란지교의 사이라 들어…


 이 자리가 혹 불편친 않으시죠?


 (지운) 예, 물론입니다


 [살짝 웃는다]


 (현) 어릴 적 같은 스승께  동문수학한 사이일 뿐이긴 하나


 예, 연은 오래되었지요, 저희가


 [어색한 숨소리]


 한데 어찌하여  저희를 부르셨는지요?


 아, 그것이…


 격무에 지치신 어심을  좀 달래 드리고 싶어서요


 (하경) 전하께서


 특별히 좋아하실 만한 것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두 분께서 가장 잘 아실 듯하여


 뭐든 괜찮습니다


 알려만 주세요, 제발


 [흥미로운 음악]


 [지운의 헛기침]


 (현) 전하께선  단것을 가끔 찾으십니다


 뭐, 사, 사…


 사?


 복숭아라든가 곶감이나


 복숭아


 [지운의 헛기침]


 (지운) 전하께선 꽃을 좋아하시니


 복숭아보단  복숭아꽃을 더 좋아하시겠지요


 [하경이 쓱쓱 적는다]


 곶감보다는 감꽃을  더 좋아하실 겁니다


 (현) 전하께선 종종  홀로 산책하시는 걸 좋아하십니다


 (지운) [코웃음 치며] 산책보다는


 고요히 앉아 풍경 소리  듣는 것을 더 좋아하십니다


 홀로 시간을 보내고 싶으신 게지요


 [하경이 중얼거린다]


 (하경) 하면  싫어하시는 건 뭡니까?


 [익살스러운 효과음]  (지운) 예?


 (현) 이렇게 전하의 얘기를


 함부로 하고 다니는 걸  싫어하실 겁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지운) 예, 맞습니다  결코 용서하시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가 전하의 얘기를  함부로 했다는 건


 꼭 비밀로 해 주십시오, 중전마마


 꼭이요


 자기 얘기를 함부로 하는 거…


 [옅은 탄성]


 [하경이 붓을 탁 내려놓는다]


 [하경이 종이를 탁 집는다]


 [웃음]


 두 분이 괜히  막역지우가 아니십니다


 걱정 마십시오


 (하경) 잠시만요


 [하경의 들뜬 숨소리]


 [문이 달칵 닫힌다]


 [멋쩍은 숨소리]


 [지운의 한숨]


 [새가 지저귄다]


 (유공) 조심하십시오


 저희가 들겠습니다, 네?  [부드러운 음악]


 (복동) 뭐죠, 저 커다란 덩어리는?


 [웃음]


 전하


 (김 상궁) 주, 중전마마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당황한 신음]


 [김 상궁과 복동의 다급한 신음]


 (복동) 이, 이…


 아, 안 익었네, 이거


 아니, 중전, 이게 다 뭡니까?


 전하께서 꽃을 좋아하신다 하여  조금 구해 왔습니다


 (복동) 꽃을? 조금?


 [당황한 신음]


 (휘) 아…


 고맙소


 (하경) 그리고  단것도 좋아하신다 하여


 만기에 지치실 때 드시면  좋을 겁니다


 부디 성후를 살피시옵소서, 전하


 [휘의 난처한 숨소리]


 [하경과 휘의 놀란 신음]


 [잔잔한 음악]


 [살짝 웃는다]


 [산새 울음]


 [긴장되는 음악]


 (형설) 함께하자꾸나


 선대왕의 억울함을 풀어 드리고


 네 아비가 그리던  그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무거운 음악]


 (휘) 멈추라지 않았더냐!


 [무사의 기합]


 [가온의 힘겨운 신음]


 (휘) 나 역시 널 지키지 못했다


 무엇이 그리 분하고 서글프더냐?


 꿈에서조차 고통스러울 만큼


 "제석"


 [김 상궁의 힘주는 신음]


 어째 전하의 진심이


 [김 상궁의 힘주는 신음]


 (김 상궁) 잘못 통하였나 봅니다


 [복동의 다급한 숨소리]


 [문이 달칵 닫힌다]


 (복동) 전하, 부호군께  기별이 왔습니다


 [어두운 음악]


 네가 어찌…


 (가온) 오래전 강무장에서  저하를 노렸던 그 자객이


 바로 저입니다


 상왕 전하를 시해하기 위해


 동궁에 들 기회가 필요하였습니다


 지금껏 전하를 속여 온 죄


 어떤 처벌을 내리신대도  달게 받을 것입니다


 (형설) 상왕 전하의  독살의 진실을 좇던 중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이 아이가


 선대왕의 마지막을 보았다 합니다


 궐을 떠났다면 끝까지 모른 척  숨겨도 되었을 텐데


 이제 와 진실을  고백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가온이 부절을 탁 집는다]


 선대왕께서


 제 아비와  나눠 가진 것이라 들었습니다


 (가온) 그 유지를 잇고자 합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제석'


 (형설) 익선 강화길의 아들  강은서라 합니다


 상헌군에 의해 역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한 자의 아들이옵니다


 "강녕전"


 (휘) 네가 본 것이 무엇이냐?


 누가


 아바마마를 돌아가시게 한 것이냐?


 [호판의 겁먹은 숨소리]  (호판) 주, 주,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대감


 부디 한 번만 용서해 주시지요


 전하께서 어디까지 아시던가?


 (호판) 그…


 여연으로 향할 무기에 대해서도  알고 계시던가?


 그, 그,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호판) 그저 제가 빼돌린  군량미에 대해서만…


 [한숨]


 (기재) 내 다시 부를 때까지  잠시만 궐을 떠나 계시게


 (호판) 예?


 아, 아, 예


 감사합니다, 대감


 정말 감사합니다


 [호판의 다급한 숨소리]


 [호판의 다급한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여연의 일을 알고 있는 자네


 (기재) 말이 새어 나지 못하게  따라가 잘 정리해 놓게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겠습니까?


 [어두운 음악]


 하나의 과실을 범한 사람은


 다른 과실도 범하는 법이지


 하니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법 아니겠는가


 [긴장되는 음악]


 내금위장, 어찌…


 [칼 뽑는 소리가 챙 울린다]  [수하들의 기합]


 [호판의 겁먹은 신음]


 (호판) 어딜 가냐, 이놈들아!


 내금위장


 내금위장!


 [호판의 비명]


 [거친 숨소리]


 [풀벌레 울음]


 (지운) 아버지


 이제 오십니까?


 그래, 아직 안 자고 있었더냐?


 밤공기가 좋아서요


 [거친 숨소리]


 그래


 안색이 좋지 않으십니다


 (지운)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좀 피곤하구나


 [어두운 음악]


 [지운이 목검을 휙휙 휘두른다]


 [거친 숨소리]


 [새가 지저귄다]


 [궁녀들이 키득거린다]


 쓰읍


 많이 곤하셨나 보구먼


 [김 상궁의 헛기침]


 여기는 내가 있을 테니


 전하께서 편히 쉬시도록  잠시만 물러나 있거라


 (궁녀들) 예, 마마님


 [한숨]


 [숨을 씁 들이켠다]


 (김 상궁) 뭐 덮으실 게 없나?


 [살피는 신음]


 [김 상궁의 힘주는 신음]


 [숨을 들이켠다]


 [숨을 하 내쉰다]


 [부드러운 음악]


 (하경) 전하  [다가오는 발걸음]


 전하, 어디 계십니까?


 [웃음]


 [하경의 옅은 웃음]


 [잔잔한 음악]


 우리 전하


 참 잘생기셨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한숨]


 [잔잔한 음악]


 [부드러운 음악]


 [하경과 휘의 놀란 신음]


 (하경) 전하


 송구합니다, 전하


 오, 옥안에 뭐가 묻은 것 같아…


 (휘) 다친 덴 없소?


 괘, 괜찮습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휘의 다급한 신음]


 (휘) 갑시다


 대전에 가서


 차라도 한잔하시지요


 예, 전하


 (하경) 그렇지 않아도  향이 좋은 차를 가져왔사온데


 그걸로 들이라 이르겠습니다


 [하경의 웃음]


 [하경의 웃음]


 (복동) 나무 뒤에서  혼자 뭐 하시는 겁니까?


 혼자 뭐 했냐고요


 예?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책을 탁 친다]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어색한 숨소리]


 중전마마께선 어쩐 일로…


 아, 그냥 문후차


 아, 예


 (지운) 많이 피곤하셨나 봅니다?


 그리 무방비하게 졸고 계시고


 예?


 (지운) 아니, 그러니까 제 말은


 주위에 호위도 하나 두지 않으시고


 궐이라는 곳이  얼마나 위험한 그, 그것인데…


 [한숨 쉬며] 송구합니다


 설마


 지금 질투를 하시는 겁니까?


 [감미로운 음악]


 질투라니요


 전 그저 전하께서 위험하게 계시니  그, 거, 걱정으로…


 걱정으로…


 맞지요, 질투?


 편전입니다


 전부 일기에 써야 하는 것들이니


 언행을 삼가해 주십시오, 전하


 (복동) 전하, 예문관 대제학이  윤대를 청하옵니다


 [한숨 쉬며] 그래, 들라 이르라


 [숨을 고른다]


 [새가 지저귄다]


 [지운의 의아한 숨소리]


 (지운) 갑자기 여긴  왜 오라고 하셔서…


 [헛기침]


 [지운의 헛기침]


 [긴장한 숨소리]


 전하


 [흥미진진한 음악]


 전하…


 어찌…


 [익살스러운 음악]


 장난은 그, 그만두십시오, 전하


 장난?


 아닌데


 예?


 (휘) 정 주서가 그랬지요?


 모두 감당하겠다고


 나도 해 보겠습니다


 감당하겠습니다


 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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