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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모 14


 어떤 관직이든 상관없습니다


 (지운) 그저


 궐에만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숨을 들이켠다]  [잔을 탁 집는다]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어


 내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이냐?


 전하를


 지키고 싶습니다


 충심인 것이냐?


 (석조) 너는


 궐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돌아가거라


 어째서입니까?


 어째서


 제가 궐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건


 네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아이라 그런 것이다


 (석조) 궐은


 옳은 것만이  늘 정답이 아닌 곳이다


 그런 곳에서  네 그 알량한 충심만으로


 견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


 (지운) 맞춰 가겠습니다


 그 세상에


 [어두운 음악]


 (석조) 제 아들을


 전하의 곁에 두고 싶습니다


 (기재) 자네 아들은


 왕을 빼돌려  도망하려 했던 자가 아닌가


 [기재가 차를 호록 마신다]


 내 그 죄를 묻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건만


 주상의 곁에 두겠다니?


 제가 대감을 위해 처음으로  사람을 베던 날 약조하셨지요


 (석조) 대감을 따른다면


 저와 제 가족이 남에게  고개 숙일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조하신 그 말씀


 지금 지켜 주십시오


 대감께서도 뜻을 이루셨으니


 제게도 그에 따른  과보가 있어야겠지요


 [새가 지저귄다]  [잔잔한 음악]


 두 달이면 족할 것입니다


 (지운) 어떤 말도


 어떤 마음도 전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상처가 아물 때까지만


 전하의 곁에 있겠습니다


 없는 사람이라 생각해 주십시오


 저도


 그리하겠습니다


 [밝은 효과음]


 [새가 지저귄다]  (궁녀들) 중전마마  뛰시면 아니 되옵니다!


 (상궁1) 중전마마  뛰시면 아니 되옵니다  [궁녀들이 저마다 말린다]


 - (상궁1) 뛰시면 아니 되옵니다!  - (궁녀) 마마!


 [하경의 들뜬 신음]  (상궁2) 중전마마


 (하경) 어, 어


 전하께서 여기 계신다 하여 왔는데


 혹 못 뵈었는가?


 (대신1) 아, 방금 경연을 마치시고  처소로 드신다 하였사옵니다


 [살짝 웃는다]


 알려 줘 고맙네


 한데


 오늘도 정무가 많으시다던가?


 (대신1) 예?


 [멋쩍게 웃으며] 아, 아니네


 [하경의 한숨]


 [들뜬 숨소리]


 (학수) [놀라며] 이게 누구십니까?


 중전마마께서  여기까진 어인 행차시옵니까?


 [웃으며] 아버지


 '아버지'가


 (학수) 뭡니까


 체통을 지키셔야지요


 [헛기침]


 좌상 대감을 뵈옵니다


 (학수) 한데 손에 든 이것은…


 [하경이 살짝 웃는다]


 (하경) 이거요?


 [웃음]


 전하께 드릴 연서입니다


 연서요?


 [흥미로운 음악]


 매일 중궁전에서  쓰신다는 것이 이것이었습니까?


 매일은 아니고 가끔


 가끔…


 자주?


 [하경의 멋쩍은 웃음]


 한데 읽고나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워낙에 기별이 없으셔서


 (학수) 당연히 읽고 계시겠지요


 읽으시고 읽으시고  또 읽으실 것입니다


 어깨 펴고 눈에 힘 팍


 마마께선 상헌군께서  선택하신 분 아닙니까


 언제나 당당하셔야지요


 [씩씩한 숨소리]


 이렇게요?


 훨씬 보기 좋습니다


 [웃음]


 하면 저는 전하를 뵈러  가 보겠습니다, 아버님


 [궁녀들이 저마다 놀란다]


 (학수) 중전마마 조심


 조심하시옵소서, 제발


 [멋쩍은 웃음]


 [걱정스러운 숨소리]


 [한숨]


 [새가 지저귄다]


 [지운이 함을 탁 내려놓는다]


 (문수) 응


 "상소"


 '뇌물을 받고 관직을 매매한  이조 정랑 김사헌에 대한'…


 김사헌이라?


 씁, 상헌군 대감의  육촌 조카가 아닌가


 [입소리를 쩝 낸다]


 불통


 '영의정 한기재가  전하의 외조부라는 이유로'


 '조정을 장악하고'…


 [문수의 헛기침]


 [흥미진진한 음악]  불통


 "불통, 통"


 '조용히 물러나게 하십'…


 [문수의 헛기침]


 '그를 배척하심으로써 공론을'…


 [문수의 헛기침]


 다, 다 치워, 응?


 상소는 무슨 상소  다 똑같아, 다 치워, 치워


 (만달) 와, 배신자


 [범두가 탁상을 탁 친다]


 (범두) 상헌군을 탄핵시키라는  상소가 이리 빗발치는데


 모르는 척을 하시다니


 많이 변하셨습니다, 보덕 어른


 아니, 도승지 영감


 그래도 전하의 스승이셨던  분이신데 말이지요


 [범두의 아파하는 신음]


 (문수) 넌 또 왜 여기 와서  이러고 있어! 어?


 호조 정랑이 됐으면  호조에나 박혀서 있을 것이지


 뭔 볼일이 있다고  허구한 날 찾아와서


 아니, 이리 모든 사안들을


 영상 대감 눈치 따라  처리를 할 거면


 도승지는 왜 필요한 겁니까?


 (범두) 그렇지 않나, 정 주서?


 어쩔 수 없지요


 (지운) 하면


 이건 다 제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휴, 씨


 (범두) [헛웃음 치며]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구먼


 회강 때 연꽃 운운하며


 상헌군을 대차게  한 방 먹인 그 사람은 어딜 가고


 [익살스러운 음악]  (만달) 하, 내금위장이신 아버님이


 직접 꽂아 넣은 곳 아닙니까


 그러니 본인도  편전에는 들지도 않고


 맨날 장계만 들고  왔다 갔다 하는 거겠죠


 아니, 전하 옆에 붙어서


 일기를 작성하기에는  양심에 너무 찔려서


 [만달의 놀란 신음]


 [만달의 못마땅한 신음]  (문수) 내가 마음대로  추측하지 말라 그랬지? 응?


 너희라고 뭐, 별수 있을 거 같아?


 까라면 까야지


 (만달) 아, 맞지 않습니까


 아니, 정원일기도 안 쓸 거면  대체 주서는 왜 들어왔답니까?


 [범두가 호응한다]


 (문수) 그러게


 아, 정신 사나워


 쯧, 빨리 가, 가서 일해, 쯧


 [장계를 스르륵 만다]  [문수가 구시렁거린다]


 [장계를 툭 집어넣는다]


 [새가 지저귄다]


 (춘생) 집에 들어갔다며?


 진짜 아버지랑 화해라도 한 거여?


 (지운) 어


 아니, 평생 용서 못 한다더니


 진짜 뭔 일이라도 있었어?


 (지운) 나 먼저 가 볼게


 [춘생의 당황한 신음]


 (춘생) 하, 뭐여, 진짜?


 (어의1) 즉위하신 후 한동안은  줄곧 맥이 불안정하셨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고맙네


 그만 물러가 보게


 [어의1이 함을 탁 집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김 상궁) 전하, 승정원에서  장계를 가지고 왔습니다


 (휘) 들라 하라


 (김 상궁) 이각 안에는  마무리하셔야 합니다


 [새가 지저귄다]


 문안진후를 마치고 가는 길이신가?


 예, 내금위장 어른


 전하께선 좀 어떠하신가?


 다치신 곳은 많이 나으셨는가?


 예?


 다치시다니요?


 [아련한 음악]


 (지운) 상처가 많이 호전되어


 사나흘 정도만 경과를  지켜보면 될 거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의의 말이


 맥도 많이 안정되었다더군요


 아무래도


 몸이 많이 나은 것 같습니다


 움직일 때 불편한 곳이 없는지  한번 움직여 보시지요


 괜찮습니다


 [잔잔한 음악]


 (휘) 매번


 감사합니다


 정 주서


 [하경의 들뜬 숨소리]


 [김 상궁의 당황한 신음]


 [긴장되는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김 상궁) 주, 주, 중전마마  어찌…


 [당황한 숨소리]


 [하경의 난처한 숨소리]


 소, 송구합니다, 전하


 [답답한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김 상궁의 성난 숨소리]


 (김 상궁) 갑자기 문을  그리 벌컥 여시면 어찌합니까!


 미안하네


 내 또 사가에서의 버릇이 나와서


 어쩌지?  [다가오는 발걸음]


 [한숨]


 (김 상궁) 전하  중전마마 드시옵니다


 (휘) [한숨 쉬며] 들라 하시게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하경) 송구합니다, 전하


 신첩이 아직  궁중의 법도에 익숙지 않아…


 미안하네


 아닙니다


 (지운) 이제 그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전하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어두운 음악]


 (휘) 이리 와 앉으시지요


 대전엔 또 어쩐 일입니까?


 그것이…


 어젯밤 중궁전 나무 위에 앉은


 [살짝 웃으며] 종달새 한 쌍이  너무 어여뻐


 (하경) 전하를 향한 신첩의 마음을


 몇 자 적어 보았사옵니다


 [부드러운 음악]


 고맙소


 내


 (휘) 읽어 보리다


 정말요?


 [하경의 기쁜 숨소리]


 참, 곧 관상감에서  길일을 잡아 아뢸 거라 합니다


 (하경) 혹 들으셨나 하여…


 [어색한 신음]


 그렇군요


 "경자년 12월 23일"


 [복동의 못마땅한 숨소리]


 (복동) 자네가  최상의 길일을 택하지 않고


 상헌군 대감 명에 따라서만  합방일을 정한다는 소문이 있어


 오해십니다


 (일관) 상헌군 대감께서  합방일이 자꾸 밀린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저희 관상감에  불호령을 내리시는데


 제가 어찌하겠습니까?


 저희도 아주 죽겠습니다


 [힘주는 신음]


 [엽전이 잘그랑거린다]


 (복동) 그럼 이건 뭔가?


 [흥미진진한 음악]  어, 어, 어찌…


 [엽전이 잘그랑거린다]  (복동) 야, 이거


 이게 얼마인가? 어?


 이건 그저 관상감의  회식값으로 받은 것이다?


 [복동의 탄성]  [엽전이 잘그랑 떨어진다]


 (일관) 사, 살려 주십시오!


 [울먹이며] 살려 주십시오, 제발


 살려 주십시오


 (현) 에헤, 이러지 말게


 우리가 자네를 왜 죽이겠나?


 전하께서 정무가 바쁘시어  당분간 합방에 들긴 어려울 걸세


 내 그 말 하려 들른 걸세


 [난처한 숨소리]


 하오나


 이번에도 길일을 내 가지 않으면


 저는 상헌군 대감께


 죽은 목숨이라 해도 과언이…


 것보다 우리 손으로 보는  저승길이 더 빠르지 않을까 싶은데


 (복동) 응?


 (일관) 조금 전에  죽일 이유가 없으시다고…


 [헛기침하며] 상선께선  생각이 다르신가 보군


 아, 생각이 다르시군요?


 난 생각이 다르네


 (복동) 어, 여기 매가 어디 있나?


 (일관) 아니, 저…


 아, 그럼, 그, 그, 그럼


 제가 이 부분을  하면 이렇게 해서…


 송구하옵니다!


 (복동) 이보게!


 [일관의 힘주는 신음]


 [일관의 다급한 숨소리]


 (일관) 아이고  사, 사, 상헌군 대감!


 (기재) 관상감의 일관이 아닌가


 그래, 합방일은 나왔는가?


 (일관) 예  그, 그, 그러니까, 그…


 [숨을 들이켠다]


 이달은 하늘의 기운이 좋지 않아


 음양이 조화롭지 못하니


 좋은 날을 잡기가  쉽지 않을 터인데…


 그따위 것은 중요치 않으니


 오늘 내로 날을 뽑아  내게 가져오시게


 (일관) 예, 대감


 (복동) 너 이리 와, 이리 와


 (대신2) 창천군과 함께  유생들의 권당을 이끌었던


 대사헌 조영호에 대한  유배형을 마무리했사오니


 새 인물을 천거하심이  마땅할 듯하옵니다


 유배라니요?


 [어두운 음악]


 (기재) 전하께서  내려 주신 교서에 따라


 절차대로 진행한 일이옵니다


 (휘) 아


 예


 (학수) 전하, 올해 지속된 장마로


 태실을 묻어 둔 근처 지반이  불안정하다 걱정이 많사옵니다


 이참에 태실을 이전하는 것은  어떻겠사옵니까?


 책임지고 맡을  마땅한 이가 있겠소?


 종부시 제조이신  원산군을 보내시지요


 [한숨 쉬며] 하나 그 일은


 장기간의 계획이 있어야 할 터이니


 해당 지역의 관리가 맡는 것이…


 (기재) 왕실의 일이옵니다


 다른 누구보다 종친의 신분이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긴장되는 음악]


 성심을 다하겠사옵니다


 전하


 [새가 지저귄다]


 (기재) 언짢으셨습니까?


 시급한 사안들이라


 전하께 미처 말씀 올리지 못하고  소신이 처리하였사옵니다


 예


 잘하셨습니다


 (기재) 앞으로도


 그런 골치 아픈 일들은  제게 맡기시고


 전하께옵선 후사를  잇는 일에만 몰두하십시오


 [어두운 음악]  아무리 큰 나무라도


 과실이 없으면 베어 내고


 새 나무를 심으려 드는 것이


 이곳 궐의 생래가 아닙니까


 돌아가신  선대왕 전하를 위해서라도


 사직을 튼튼히 하셔야지요


 [옅은 웃음]


 명심하겠습니다


 외조부님


 "전하께"


 합방일이 벌써 나왔다고?


 (김 상궁) 예


 [익살스러운 음악]


 [멋쩍은 웃음]


 (하경) 아, 시문을 짓던 중이었네


 전하께서 시를 즐겨 읽으신다 하여


 [어색한 웃음]


 그건가? 합방 단자


 예


 (김 상궁) 관상감에서


 [익살스러운 효과음]


 보내온 것이온데


 [살짝 웃는다]


 [김 상궁의 힘주는 신음]


 [하경의 놀란 신음]


 [하경의 웃음]  [김 상궁의 한숨]


 [벅찬 숨소리]


 오늘?


 [웃음]


 이렇게 빨리?


 [어색한 웃음]


 (하경) 어떡해?


 아, 어떡해!


 [웃으며] 어떡해


 아, 김 상궁


 [하경의 웃음]  [쓴웃음]


 [풀벌레 울음]  [밤새 울음]


 "강녕전"


 (김 상궁)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지금이라도 '옥체가 미령하시다'  고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복동) 그건 지난 초에 써먹었으니


 이번엔 제가 한번 나서 보겠습니다


 사람이 없는 창고에  불을 지르겠습니다


 그럼 그 소란에 오늘은 무사히…


 됐다


 [휘의 한숨]


 중궁전으로 갈 것이니


 길을 잡거라


 (복동) 전하


 (김 상궁) 전하  대체 어쩌시려고…


 [김 상궁의 초조한 신음]


 [풀벌레 울음]


 (문수) 오늘 합방일이라 그런가  궐이 조용하네


 (만달) 그러게요, 조용하네요


 (휘) 이제 퇴궐하십니까?


 (문수) 예, 전하


 중궁전에 드시는 길이신가 봅니다?


 예, 그럼


 [문수의 웃음]


 [잔잔한 음악]


 어찌 그러십니까, 전하?


 [휘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하경과 휘의 놀란 신음]


 (하경) 소, 송구합니다, 전하


 제가 너무 긴장하여


 (휘) 괜찮소


 두시오


 중전께서는 오늘을


 많이 기다렸소?


 (하경) 예?


 [한숨 쉬며] 하긴


 (휘) 초야 때도  머리만 내려 주고 방을 나섰으니


 이리 제대로 마주 앉은 것이


 오늘이 처음인가 봅니다


 신첩 원자를 생산하여  전하를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이


 유일한 소망이옵니다


 (하경) 아…


 아, 그러니까


 제가 어떤 욕심이 있어  그런 게 아니라…


 미안하오


 예?


 내 추호도 중전을  욕보일 뜻이 없음을


 믿어 주시길 바라오


 전하


 (휘) 지금 이 방을  박차고 나갈 수 있으나


 그러지 않을 것이오


 또한


 왜 과인이 중전에게  모욕일 수 있는 일을 벌이는지


 해명하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이런 지아비가 원망스럽다


 증오스럽다 미워해도


 모두 달게 받을 것이오


 갑자기 어찌…


 [한숨]


 [한숨 쉬며] 들라


 [문이 달칵 열린다]


 [무거운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휘) 오늘 우리는


 부부의 정을 나눈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합방일에는


 지금처럼 두 개의 요가  준비될 것입니다


 물론 이 모든 일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질 것이니


 중전께서도


 그리 알아 주시오


 전하


 어찌 이러시는 겁니까?


 [하경이 흐느낀다]


 [하경이 흐느낀다]


 [거리가 시끌시끌하다]


 (석조) 내 들어가도 되겠느냐?


 [서랍을 쓱 닫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지운) 아직 안 주무셨습니까?


 내 너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


 (석조) 전하께서 유배 길에


 화살을 맞으셨던 걸  알고 있을 것이다


 한데 따로 치료를  받으셨단 기록이 없더구나


 혹 네가 그 상처를  봐 드리고 있는 것이더냐?


 그럴 리가요


 (지운) 어의를 두고  어찌 제게 맡기시겠습니까


 따로 치료를 할 만큼  상처가 깊지 않으셨겠지요


 그래, 다행이구나


 그만 쉬거라


 [문이 달칵 닫힌다]


 [어두운 음악]


 [풀벌레 울음]


 [한숨]


 (수하) 여기 핏자국이 있습니다!


 [산새 울음]


 [한숨]


 "강녕전"


 [새가 지저귄다]


 중전마마께


 어쩌자고 그리 솔직히 다  말을 해 버리셨습니까


 그냥 적당히 속여 넘기셔도  되었을 것인데


 [한숨]


 (휘) 진심이지 않느냐


 나를 대하는 중전의 마음이


 그 사람은 나를 진심으로 대하는데


 나는 거짓으로만 대할 순 없었다


 적어도 그래선 안 되는 것이니


 전하


 [문이 달칵 열린다]


 (복동) 전하, 대비전에  문후를 올릴 시간이옵니다


 [한숨]


 [새가 지저귄다]


 [의미심장한 음악]


 (복동) 대체 김가온 그자는  어디로 사라졌답니까?


 구관이 명관이라고  좀 이상한 구석은 있었더라도


 차라리 그놈이 더 나았는데


 "폐"


 (선비1) 상선 영감이  목을 달았다면서?


 (선비2) 말도 마시게


 임금님이 드시는 약에다가  독을 탔다지 않는가


 (선비1) 독?


 (선비2) 어서 가세


 귀신 나오는 집이라고  마누라도 도망갔다던데


 (선비1) 아휴, 어서 가세, 어휴  [선비2의 한숨]


 [긴장되는 음악]


 (휘) 밤새 평안하셨사옵니까?  할마마마


 어제가 합방이었다 들었는데  잘 치르셨습니까?


 [휘의 멋쩍은 신음]


 (휘) 어찌 그런 걸  다 여쭈시는지요


 이 늙은이가  주책이다 싶으시겠지만


 내 죽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원자를 안아 보고 싶은  할미의 마음이니


 (대비) 이해하세요, 주상


 참


 태실 이전에 원산군을  보내실 거라 들었습니다


 [대비의 한숨]


 부모를 잃고


 찬 유배지에 머무는  제현 대군만 생각을 해도


 내 잠이 오지 않을 지경인데


 이제는 원산군까지  먼 곳으로 보낼 생각을 하니


 내 마음이 편칠 않습니다


 [휘의 한숨]


 (휘) 송구합니다, 할마마마


 영상께서는 어찌  이 몸의 피붙이들을


 가만두지 못하시는 건지


 아무래도 내가


 너무 오래 산 모양입니다


 [무거운 음악]  [한숨]


 [새가 지저귄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고맙소


 [어두운 음악]


 [범두의 의아한 숨소리]


 (범두) 아니, 그, 군량미를  딱 맞춰서 내보냈는데


 왜 항상 함길도 것만 덜 왔대?


 씁, 이거 분명히 누군가가  중간에 빼돌린 거거든


 아니면 누군가가  사적으로 조운선을 이용하려고


 군량미를 일부러 덜 실은 거지


 (만달) 호판 대감이시네요


 조운선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흔하지 않으니까요


 내 말이


 [익살스러운 효과음]


 일로 와 봐


 [흥미로운 음악]  (범두) 그 양반 집무실에


 아주 애지중지하는  문갑이 하나 있거든


 [만달의 옅은 탄성]  거기가 바로 복마전일세


 그걸 여는 순간!


 [익살스러운 효과음]  [범두의 아파하는 신음]


 (문수) 어디 사람 인생을 조지려고


 욕을 하려면 다른 데 가서 해


 나까지 엮이게 하지 말고


 호조 일을  왜 여기 와서 지껄여? 쯧


 아, 진짜 사람 변했네  얼마나 더 오래 살려고?


 (문수) 쓰읍


 너희들, 입조심들 해라


 호판 대감도 상헌군 사람이야


 아니, 이 조정에  상헌군 사람 아닌 이가 없어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목이 몇 개나 되는 거 아니면  알아서 입 다물어


 너희들은 나이도 젊은데  궐 생활 오래 해야지


 [문수의 한숨]


 정 주서, 이거 내사고에  보낼 것들이니까


 어, 얼른 가져다 놔


 [함을 쓱 집는다]


 다녀오겠습니다


 [한숨]


 [화롯불이 타닥거린다]  [풀벌레 울음]


 [의미심장한 음악]


 넌 여기서 기다리거라


 예, 전하


 [비밀스러운 음악]


 (형설) 전하


 (휘) 여연 쪽 일은  어찌 되어 가고 있습니까?


 (형설) 예상한 대로


 조운선을 이용해  무기를 운반 중이었습니다


 [한숨]


 외조부가 호판을 이용했나 보군요


 알겠습니다


 호조 쪽은 제가 알아보지요


 조심히 움직이셔야 합니다


 (형설) 상헌군께서 알게 되면  많이 위험해지실 겁니다


 [한숨]


 걱정 마십시오


 전혀 의심치 못할 것입니다


 이미 나를 허수아비 왕이라  생각하고 있으니


 외조부가 여연의 군사들을  아직까지 숨겨 둔 것도


 언제든 궐을  장악하기 위해서겠지요


 (휘) 그러니 반드시  사병의 존재를 밝혀내야만 합니다


 사병과 독살의 증거를 찾아내면


 외조부를  무너뜨릴 수 있을 것입니다


 [어두운 음악]


 (휘) 사라진 조 내관의 아내는  찾으셨습니까?


 (형설) 아, 수소문 중이니  곧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한숨]


 분명 독살과 관련해  무언가를 알고 있으니


 도망간 걸 겁니다


 꼭 찾아봐 주십시오


 (형설) 예


 [문이 달칵 열린다]


 잠깐만 계셨다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순시1) 상선 어른  이 시간에 여긴 웬일이십니까?


 날이 좋아서 산보 중이었네


 (복동) 여기가 그렇게  걷기가 좋더라고


 아, 자네들도 나와 함께  걷지 않을 텐가?


 내 혼자 보기 아까운 걸 보여 줌세


 자, 자, 따라들 오시게  [순시들의 당황한 신음]


 - (순시1) 이러시면 안 됩니다  - (순시2) 저희는 궐 순시 중이라


 (복동) 어허!  뭘 이러면 안 돼? 어?


 따라 오래도  내가 좋은 걸 보여 줄 테니까


 [복동의 웃음]


 아유, 아주 그냥 고생들이 많구먼


 여기 순찰은 자주 도는가?  [잔잔한 음악]


 위험한 일을 하시나 봅니다


 (지운) 상헌군께서


 부호군을 궐에 들지 못하도록  명하였다 들었는데


 여기서 들은 것은


 모른 척해 주십시오


 그 표정도


 모른 척해 드릴까요?


 [한숨]


 대전으로 가시지요


 (지운) 마지막으로


 상처를 봐 드리겠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바람이 쏴 분다]


 지방에 있어야 할 부호군이


 이 시간에 왜 여기 있는 것인가?


 [한숨]


 자네야말로


 아직도 여길 오는지는 몰랐는데


 (형설) 상헌군께서  각 도에서 올라오는 장계까지


 모두 막아선다 하더군


 뜻이 다른 대신들을 파직하고


 유생들까지 잡아들이신다지


 대체 어디까지 갈 생각이신가?


 글쎄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것인가?


 [한숨]


 오래전


 (형설) 자네가 이곳에서 그랬었지


 나이가 들어


 후회할 삶을 살진 말자고


 그래


 그 선택을 후회한 적 없었는가?


 상헌군의 곁에 선


 자네의 그 선택 말일세


 나는 단 한 번이라도


 선택이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네


 선택은 늘 자네가 했을 뿐이지  [무거운 음악]


 (석조) 선택이란 자네처럼


 명문가에서 난 자들의  몫이 아니었나


 난 그저 갈 수 있는 길이  이 길뿐이라


 이곳으로 걸어온 것뿐이네


 그러니 다시 돌아간다 해도  남아 있는 길이 이 길뿐이라면


 이곳에 와 서 있겠지


 이번 한 번은  벗으로서 넘어가 주지


 하나 다음번엔 모르는 척  넘어가지 않을 것이네


 [잔잔한 음악]


 (지운) 다행히 흉은  지지 않을 거 같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약은  잘 발라 주십시오, 전하


 그리하지요


 [지운이 함을 탁 집는다]


 아프지 마십시오


 이젠


 [문이 달칵 열린다]


 (김 상궁)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사나흘에 한 번은  상처를 봐 주십시오


 지운아


 현아


 나랑 얘기 좀 하자


 (현) 이렇게 같이  술잔 기울이는 거


 되게 오랜만인 거 같다


 그러게


 아버지께 부탁해  궐에 들어온 이유가


 전하 때문이었던 거 안다


 (현) 지운이 네가  치료해 줘서 다행이라 생각했어


 적어도 너는 내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니


 다 알고 있었던 거야?


 전하에 대해 모두?


 전에 말한 내 외사랑 말이다


 (현) 누군지 물어봤었지?


 왜 고백하지 않는 거냐고


 [한숨]


 바로 전하시다


 [무거운 음악]


 좋아해선 안 될 사람을  좋아하는 건 그런 거더라고


 내색할 수도 없고


 내보이지도 못한 채  꾹꾹 눌러 담아야 하는 거


 내 마음이 원한다고  함부로 다가갈 수도 없었다


 그랬다간


 그 사람이 다칠지도 모르니


 나는 그저 마음인데


 그 사람에게는


 칼날이 될지도 모르는 거잖아


 해서 평생을 숨기며 지켜보았다


 가족도


 친구인 너한테도


 말 못 하고 혼자서 말이야


 현아


 (현) 품어선 안 될 마음을 갖는 건


 그런 거더라고


 그러니


 혹시라도  네 마음이 향하는 곳 역시


 그곳이라면


 더 아프기 전에 정리했으면 좋겠다


 [풀벌레 울음]


 (현) 이 세상에서


 내가 믿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너라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고 싶은 사람은 전하야


 그분이 잘못되면


 난 이제 견딜 수 없을 거 같다  지운아


 [한숨]


 [애절한 음악]


 (지운) 나도 마찬가지다, 현아


 이제는 나도


 전하가 내 세상의 전부다


 [새가 지저귄다]


 (기재) 함길도로 향하는  조운선은 출발하였는가?


 (호판) 예


 말씀하신 것들 모두  빠짐없이 챙겨 실어 보냈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형설) 예상한 대로


 조운선을 이용해  무기를 운반 중이었습니다


 (휘) 이게 무엇입니까?


 (범두) 저, 저, 그, 그, 그것이…


 이건…


 군량미를 운송하는  조운선의 일지가 아닙니까


 정랑께서 이걸 어찌…


 하, 함길도로 드나드는  조운선의 운항이 들쑥날쑥한 것이


 (범두) 장부에 기입된 곡식의 양도


 공안과는 꽤나  차이가 있는 것을 발견하여


 [침을 꿀꺽 삼킨다]


 제, 제가 한때  시강원에 몸담았던 자로서


 이런 일은 전하께


 꼭 알려 드려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어두운 음악]


 [책장을 사락 넘긴다]


 하면 전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범두의 거친 숨소리]


 (지운) 잘 전해 드렸습니까?


 [범두의 긴장한 숨소리]


 (범두) 느껴지는가?


 아주 그냥 심장이 터질 뻔했다네


 시강원에 있을 적부터  전하 공포증이 있는 나한테


 어찌 이런 일을 시킨단 말인가? 씨


 [범두의 울컥하는 신음]


 자넨 명줄이 서너 개라도 되는가?


 회강 때 그 의기는  그 꺾인 줄 알았더니


 (범두) 그저 지나가는 말로  호판 대감 비리를 말한 것을


 이리 진짜로 훔쳐 오면 어쩌라고!


 참


 저기, 정말로 별일은 없겠지? 어?


 (지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하께서 잘 처리하실 것입니다


 [무거운 음악]  (범두) 전하께서  그리 필요한 자료라면


 자네가 직접 드리지 않고  왜 날 시킨 겐가?


 (지운) 아, 제가 전하께  약속을 드린 것이 좀 있어서요


 이 일은 끝까지  비밀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어의2) 내금위장 어른


 이 시간에 어찌  저를 찾으셨는지요?


 내 아주 오래전


 사람의 숨을 잠시 멎게 하는


 침술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네


 그것이 정말 가능한 일인가?


 (어의2) 예?


 [풀벌레 울음]


 (복동) 호조의 자료는


 은밀하게 부호군께  잘 전달하였습니다


 [한숨 쉬며] 잘하였구나


 (복동) 근데 아까부터  표정이 왜 이리 안 좋으신 겁니까?


 낮에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아니다


 그저 생각이 좀 많아  편히 걷고 싶구나


 늘 가시던 길로 길을 잡을까요?


 [한숨]


 아무도 없어 마음이 편하더구나


 (복동) 어두워서 위험하던데


 (복동) 아이고


 [복동의 가쁜 숨소리]


 어라? 대체 누가 여기에다가…


 아유


 이게, 이게 다…


 [복동이 중얼거린다]


 [잔잔한 음악]


 전하


 (휘) 등은


 왜 밝히셨습니까?


 넘어져 다치시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지운) 전하께선 늘


 안전하지 않은 길을 택하시니


 조금이라도  밝혀 드리고 싶었습니다


 [잔잔한 음악]


 상처가


 다 나았습니다


 상처가


 다 나았군요


 (어의2) 뭐, 확실치는 않으나


 [어두운 음악]  목 뒤의 혈을 막으면


 (어의2) 잠시 맥을  멈출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긴 하옵니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원한다면


 궐에 더 머물러도 좋습니다


 (휘) 정 주서만 괜찮다면


 조금 더


 함께 있고 싶습니다, 나는


 [애절한 음악]


 (지운) 기다렸습니다


 그 말을


 더 늦었다면…


 [지운의 한숨]


 그래도


 기다렸을 것입니다


 언제까지나


 [긴장되는 음악]


 [천둥이 콰르릉 친다]


 [세손의 겁먹은 숨소리]


 [화살이 퍽 꽂힌다]


 [어린 지운의 옅은 웃음]


 [석조의 떨리는 숨소리]


 [떨리는 숨을 내뱉는다]


 [애절한 음악]


 (하경) 우리 전하 참 잘생기셨다


 (지운) 많이 피곤하셨나 봅니다?


 (휘) 지금 질투를 하시는 겁니까?


 (지운) 약조하였지요?  절대 화내지 않으시겠다고


 (석조) 담이라 하였던가?


 돌아와 그 아이는 만났더냐?


 (가온) 오래전 강무장에서  저하를 노렸던 그 자객이


 바로 저입니다


 (휘) 네가 본 것이 무엇이냐?


 (석조)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겠습니까?


 (기재)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법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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